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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집경1 ~ 40

wowinchon 2019. 1. 11. 23:35

불본행집경 제1권

수(隋) 천축삼장(天竺三藏) 사나굴다(闍那崛多) 한역


1. 발심공양품(發心供養品) ①

큰 지혜의 바다 비로자나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왕사성 가란타(迦蘭陀) 조죽림(鳥竹林)이라는 숲에서 큰 비구승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여래께서는 부처의 행에 머물러 더 이상은 번뇌가 없으셨으므로 기나(耆那)라 불렸다.

일체지(一切智)를 얻고 일체지를 행하고 일체지를 알아서 천행(天行)에 머무르고 범행(梵行)에 머무르고 성행(聖行)에 머무셨다.

마음이 자유로우셨고 모든 세존을 의지하셨으므로 무슨 행이든 하고자 하면 다 할 수 있었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4중(衆) 가운데 계시면서 큰 공양과 공경과 존중을 받으셨다. 또 여러 국왕ㆍ대신ㆍ재상과 여러 외도 및 모든 사문ㆍ바라문들에게서도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은 갖가지 이양(利養)을 얻어 음식ㆍ의복ㆍ와구ㆍ탕약의 네 가지를 모두 다 구족하셨다.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여 견줄 이가 없었으며, 지혜가 제일이라 명망이 멀리 퍼졌다. 비록 이양을 받으셔도 연꽃이 물 묻지 않듯 마음이 물들지 않으셨다. 세존의 명호(名號)와 설법하는 음성도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 그보다 더 나을 이가 없었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 등의 10호(號)를 구족하시어 하늘ㆍ마군ㆍ범천왕ㆍ제석천왕ㆍ사문ㆍ바라문 등 모든 하늘과 인간 세상 가운데 계시며 신통으로 널리 알며, 알고 나서 설법하여 세상에 행하시는데, 앞뒤와 중간의 말씀이 다 훌륭하고 글과 뜻이 오묘하며 이취(理趣)가 정미로웠다. 상호와 장엄이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었으며 청정한 범행(梵行)을 널리 펴셨다.

그럴 무렵에 존자 대목건련 이 이른 아침에 옷을 정돈하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려는 차에 홀로 서서 생각했다.

‘오늘은 이른 아침이라 걸식하기는 아직 이르니까 먼저 정거천(淨居天)에나 가 봐야겠다.’

존자 목건련은 이런 생각을 하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의 짧은 동안에 왕사성에서 몸을 숨겨 곧 정거천에 홀연히 서 있었다.

그 때 한량없는 정거천들이 이미 목건련이 조용히 온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을 내어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지금 함께 가서 존자 목건련을 맞이하자.”

그리고 나서 함께 목건련의 처소에 가서 머리를 숙여 그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그에게 말했다.

“존자 목건련이여, 희유하고 희유합니다.

존자 목건련이여, 세상에서 보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운 것은 부처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저 한량없는 백천만 겁에 부지런히 모든 행을 닦으시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시 게송을 읊었다.


백천만 겁 동안을

부지런히 보리도를 구하셨네.

많은 세월 지내오면서

중생들 가운데 큰 보배로세.

세상에서 보기 어려운 분은

오직 불세존일 뿐이네.



그 때 존자 목건련은 정거천에서 이런 게송을 듣자 온몸이 떨리고 털이 다 곤두섰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희유하고도 희유하며 불가사의로다. 보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운 것은 부처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이시다.

세상에서 뵈옵기 어려워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 동안에 가끔 한 번 나타나시는구나.’

그 때 존자 대목건련은 정거천에서 하늘 무리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한량없이 청정한 법의 뜻을 보여 주고 한량없이 깊고 비밀한 법의 요점을 널리 펴서 모든 하늘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이렇듯 교화하고 보여 주어 법을 존중하게 하고는 곧 몸을 감추어 이 염부제로 돌아왔다. 마치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듯 하는 한 생각 사이에 왕사성에 이르러 차례로 걸식하고 본처에 돌아와 밥을 먹고 옷과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 처소에 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가 다시 스스로 좌정하고 나서 부처님께 다녀온 대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침에 걸식하러 왕사성에 갔다가 문득 수다바사(首陁婆娑) 천상에 갔었는데, 하늘들이 저에게 말하기를 ‘여래 세존님은 세상에서 보기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의 사연을 자세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은 희유한 말을 듣고 나서 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모든 부처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한량없는 백천 겁 중에 가끔 한 번 세상에 나시는 일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목건련에게 이르셨다.

“목건련아, 정거천들은 아는 것도 적고 본 것도 적지만 좁고 용렬한 지혜로도 백천 겁의 일을 안다.

무슨 까닭이냐?

목건련아, 나는 지난날에 한량없고 가없는 여래 세존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고, 결국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구하였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석가(釋迦)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30억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을 만나서 의복ㆍ음식ㆍ와구ㆍ탕약 네 가지를 갖추어 존중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다. 그러나 저 여러 부처님은 나에게 ‘너는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세간해(世間解)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 되어 저 미래세에 정각을 이루리라’고 수기하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연등(然燈)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8억의 부처님과 성문들을 만나서 의복ㆍ음식ㆍ와구ㆍ탕약 네 가지와 당번(幢幡)ㆍ일산ㆍ꽃ㆍ향을 갖추어 존중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다. 그러나 저 부처님들은 나에게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세간해ㆍ천인사ㆍ불세존이 되리라’고 수기하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불사(弗沙)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3억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을 만나서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저 모든 부처님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하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가섭(迦葉)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9만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을 만나서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끝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등명(燈明)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6만의 부처와 성문들을 만나서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끝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사라왕(娑羅王)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1만 8천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고, 그 뒤에 출가하여 ‘미래세(未來世)에 꼭 불도를 이루어 금계(禁戒)를 지키리라’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 모든 부처님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끝내 나에게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능도피안(能度彼岸)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만 분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나에게 끝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에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일(日)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1만 5천 분의 부처와 성문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너는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교진여(憍陳如)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2천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용(龍)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6천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너는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자당(紫幢)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천 분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연화상(蓮花上)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5백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똑같이 나계(螺髻)여래 라는 이름을 가진 64분의 부처님들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마침내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전륜성왕의 몸으로 있을 때 정행(正行)여래 라 이름하는 한 부처님과 성문들에게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나 끝내 나에게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명행족ㆍ일체 세간해를 이루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목건련아, 내가 지난날 8만 8천억의 벽지불께 번(幡)ㆍ일산ㆍ꽃ㆍ향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했으며, 나아가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탑과 절을 세우고 전과 똑같이 공양했으나 나에게 ‘너는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았다.

목건련아,지난날에 선사(善思)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는 여래께서 계셨는데, 저 부처님 처소에서 미륵보살이 최초에 발심하여 여러 가지 선근을 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그 때 미륵보살은 몸소 전륜성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비로자나라 했으며, 그 때 인민의 수명은 8만 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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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건련아, 저 선사여래의 초회(初會) 설법에는 9만 6천억의 사람들이 아라한도를 얻었으며, 두 번째 설법에는 8만 4천억의 사람들이 아라한도를 얻었으며, 세 번째 설법에는 7만 2천억의 사람들이 아라한도를 얻었다. 목건련아, 저 비로자나 전륜성왕은 저 선사여래와 성문들에게 존경을 바쳤으며, 번ㆍ일산ㆍ꽃ㆍ향의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하였다.

목건련아, 그 때 비로자나 전륜성왕은 저 여래가 32대인상(大人相)과 80종호(種好)를 구족하신 것과 성문들을 보고, 또 훌륭하게 장엄된 불국토와 인민의 수명을 보고, 곧 도심을 내어 스스로 말하기를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제가 앞으로 성불을 하여 10호가 구족하면, 오늘 선사여래와 같이 성문ㆍ인간ㆍ천상들의 대중이 공경히 둘러싸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믿어 받들어 행하는 것과 하나도 다름없게 되었으면 합니다’고 하였다.

미륵은 또 말하기를 ‘원하옵건대 제가 앞으로 많은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이익을 지어 안락함을 베풀고 일체의 하늘과 인간들을 어여삐 여기리다’고 하였다.

목건련아, 미륵보살은 나보다 40여 겁이나 앞서서 보리심을 내었고, 나는 그런 뒤에 비로소 도심을 일으켜서 모든 선근을 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목건련아, 지난날 시회당(示誨幢)여래 라는 부처님이 있었다. 목건련아, 나는 저 부처님 나라에서 전륜성왕이 되었으니 이름이 뇌궁(牢弓)이었으며, 처음 도심을 내어 모든 선근을 심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꼭 천 년이나 공양했으며, 또 성문들을 공양 존중하고 예배ㆍ찬탄하며, 네 가지를 갖추어 공양하고 5백 벌의 아름답고 좋은 옷을 한꺼번에 보시했으며, 나아가 저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에 높이가 1유순, 너비가 반 유순 되는 사리탑을 세워 금ㆍ은ㆍ파리ㆍ유리ㆍ붉은 진주ㆍ차거(車?)ㆍ마노(馬瑙)의 7보로 장식했으며 거기다가 갖가지 당번ㆍ일산ㆍ방울ㆍ향ㆍ꽃과 촛불을 공양하였다.

목건련아, 나는 이렇게 모든 공양을 하고는 밤낮으로 정근하여 넓고 큰 서원을 세웠다.

‘미래 세상에 성불했을 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 사문과 바라문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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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하지 않거나, 집안의 친소(親疎)와 높고 낮음을 모르거나, 3세의 인연 업과를 믿지 않거나 현재에 성인이 있음을 믿지 않거나 한 가지도 법대로 행하지 않고서 오직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만 행하여 10악이 구족하며, 오직 잡된 업(業)만 짓고 한 가지 착한 일도 하지 않는 중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저 세계에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저 모든 중생들을 불쌍히 여길 것입니다. 법을 설하여 교화하고 많은 이익을 지어서 중생들을 구호하며 자비로 건져내어 모든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 속에 있게 할 것이며, 저 하늘과 사람들을 위하여 널리 법을 설하기를 원하나이다.’

목건련아, 모든 불여래가 이렇게 고행하는 희유한 일은 모두 중생을 위해서이다.

목건련아, 모든 보살들에게 네 가지 미묘한 성행(性行)이 있다. 어떤 것이 넷이냐 하면, 첫째는 자성행(自性行)이요, 둘째는 원성행(願性行)이며, 셋째는 순성행(順性行)이요, 넷째는 전성행(轉性行)이다.

목건련아, 어떤 것을 자성행이라 하는가? 모든 보살은 타고난 성품부터 어질고 곧으며 부모의 가르침을 따르고, 사문과 바라문을 믿어 공경하고 집안의 친소와 고하를 잘 알아서 공경하고 섬기는 데 잘못이 없으며, 10선(善)을 구족하며, 게다가 그 밖의 착한 일을 널리 행하니, 이것을 보살의 자성행이라 한다.

어떤 것을 원성행이라 하는가. 모든 보살들은 ‘나는 저 어느 때고 꼭 성불하여 아라하ㆍ삼먁삼불타의 10호를 구족하리라’고 발원하는데, 이것을 보살의 원성행이라 한다.

어떤 것을 순성행이라 하는가. 모든 보살은 6바라밀을 빠짐없이 성취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보시바라밀에서부터 반야바라밀까지를 말하니, 이것을 보살의 순성행이라 한다.

어떤 것을 전성행이라 하는가. 내가 저 연등세존에게 공양한 적이 있는데, 그 인연으로 독송하는 즉시 뜻을 아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의 전성행이라 한다. 목건련아, 이것을 보살의 네 가지 성행(性行)이라 한다.”

어느 때 세존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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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성불해서 부처의 행에 머무셨다.[위에서 나온 것과 같은 내용은 생략함]1)

그 때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나서 7일 동안 선정에 드시어 지난 옛날 모든 불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를 생각하셨다.

그 때 아난이 7일을 지내고 나서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나이다. 제가 지난날 항상 뵙던 것보다 여래의 몸이 두 배나 청정하고 얼굴빛이 두 배나 드높아 광명이 더 빛나며, 세존의 모든 근(根)이 한량없이 적정(寂靜)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삼매에 드시어 어떤 법상(法相)을 생각하십니까?”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만약 정에 드셔서 저 옛날 모든 불여래께서 크고 자재로운 신통 지혜를 얻으심을 생각하고서 1겁이나 1겁이 조금 못 되게 머물든지, 백천억 모든 부처의 지혜를 생각하더라도 여래의 지혜는 막히고 걸림이 없다.

왜냐 하면 여래는 모든 부처의 지혜를 갖추어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아난아, 여래는 한 끼만 먹고서 1겁이나 1겁이 못 되게 머물거나 얼마 동안 머물려 하든지 간에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여 피곤함이 없다. 왜냐 하면 여래는 모든 부처의 삼매를 갖추었으므로 피안으로 건너기 때문이며, 모든 삼매 가운데서 이것이 제일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겁에 부처님이 있었으니 이름이 제석당(帝釋幢)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였다.

그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위하여 귀의처(歸依處)가 되고 중생에게 자비의 집이 되어 일체 중생을 어여삐 여기며, 일체 중생에게 안락을 주며, 큰 위덕이 있어 한량없는 성인의 무리들이 앞뒤에서 에워싸고 호위하였다.

아난아, 저 제석당여래에게 5백억의 여러 성문들이 있어 모두 다 아라한과를 증득했으며, 수명은 5천 세였다.

제석당(帝釋幢)여래 는 한 보살에

 

1) 고려대장경에는 약설여상(略說如上)이 본문에 들어가 있으나 내용상 주에 포함되므로 [ ] 속에 넣어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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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수기(授記)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상당(上幢)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상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당상(幢相)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당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희당(喜幢)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희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십당(十幢)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십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난복당(難伏幢)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난복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명등(明燈)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명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명등(善明燈)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선명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건립(建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건립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건립(善建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선건립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용선(龍仙)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용선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비위덕(無比威德)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비위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성소생(聖所生)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성소생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묘승(妙勝)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묘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승(仙勝)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선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보음(普陰)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보음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예상(預相)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예상여래도 다시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상족(上族)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상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자경계(自境界)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자경계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등(無等)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등여래도 또 한 보살에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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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구류손(拘留孫)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구류손여래도 또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대광명(大光明)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대광명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이우(離憂)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이우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사홍수(捨洪水)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사홍수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대력(大力)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대력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지피안(至彼岸)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지피안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일(日)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일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적멸(寂滅)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적멸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대진성(大震聲)여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대진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자왕(自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자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보왕(寶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보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수왕(宿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수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미묘(微妙)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미묘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범음(梵音)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범음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공덕생(功德生)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공덕생여래에게 70억의 성문 제자가 있었으니, 모두 다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그 부처님 수명은 7만 년이며 반열반한 뒤에 정법이 세상에 3천 년을 머물렀다.

아난아, 저 공덕생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용관(龍觀)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저 용관여래는 보리를 증득한 뒤 모든 중생을 위해 세상에 1겁을 머물렀다.

아난아, 저 용관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외상(無畏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외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용상(龍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용상여래도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천덕(天德)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천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신분상(身分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신분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비월(無比月)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비월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인상(因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인상여래에게 1천6백의 성문 제자가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다.

아난아, 저 인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자상(紫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자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다가라시기(多伽羅尸棄)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다가라시기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연화상(蓮花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연화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교진여(憍陳如)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교진여여래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백 분의 부처가 있었으며, 머무르는 겁을 소연화(小蓮花)라 이름했

고, 저 교진여여래에게 각각 3백억의 성문 제자들이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으며, 저 모든 여래들은 머무르는 수명이 각각 3백 세였고,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정법 역시 세상에 3백 년을 머물렀다.

아난아, 저 가장 뒤의 교진여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전단(栴檀)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전단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명등(明燈)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명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이익(利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이익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덕(善德)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선덕여래는 부처 눈[佛眼]으로 일체 중생을 관찰하여 모든 중생을 어여삐 여긴 까닭에 부처의 종성을 끊지 않고 세상에 천 겁을 머물렀으며, 저 선덕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에게는 32억 나유타 성문 제자가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다.

아난아, 저 선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명성(明星)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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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아, 저 명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호세지족(護世知足)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호세지족여래는 한량없는 나유타 겁을 지나서 성불하였다. 아난아, 저 호세지족여래에게 20억의 성문 제자가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다.

아난아, 저 호세지족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시기(尸棄)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시기여래가 성불한 곳의 겁(劫)을 연화라 이름했으며, 저 겁 동안에는 같은 이름의 시기 다타아가도아라하ㆍ삼먁삼불타가 62분이나 있어서 차례로 성불했다.

아난아, 그 시기여래 중에 가장 뒤에 성불한 분이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출생(出生)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출생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일체 중생을 어여삐 여겼기에 1만2천 겁 동안 세상에 머물러 교화하였다.

아난아, 출생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목(善目)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선목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상주(商主)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상주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생(善生)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선생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수명이 짧은 때라 오직 하루를 머물렀으나 그 동안 8만 4천의 성문을 교화하여 다 아라한과를 얻게 하였다.

아난아, 선생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범덕(梵德)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범덕여래에게 32억의 성문 제자가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으며 저 범덕여래가 반열반한 뒤에 정법이 3만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아난아, 저 범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청련화(靑蓮花)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청련화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선견(善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선견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3천억의 성문 제자가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다.

아난아, 저 선견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견진제(見眞諦)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견진제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根)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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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아, 저 근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자색(紫色)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닌아, 저 자색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위타(爲他)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위타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남두수(南斗宿)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남두수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사라(娑羅)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사라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주령(主領)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주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대주령(大主領)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대주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지승(智勝)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지승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보현(普賢)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불본행집경 제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 발심공양품 ②

“아난아, 저 보현(普賢)여래 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월(月)여래 라 이름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월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분타리(分陀利)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분타리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구(無垢)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구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증아(證我)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증아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대우(大雨)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대우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외(無畏)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외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자광명(自光明)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자광명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대력(大力)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대력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일(日)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일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추광(秋光)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추광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열광(熱光)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열광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상(相)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비(無比)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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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아, 저 무비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승상(勝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승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상상(相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상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사라왕(娑羅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사라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신상(身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신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처외(無處畏)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처외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화(化)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화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적정(寂定)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적정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승왕(勝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승왕여래가 성불한 곳은 그 겁을 현(賢)이라 부르며, 3백의 부처가 있어 다 한 가지 이름으로 승왕여래라 불렸다.

아난아, 저 승왕여래 중에 가장 나중 부처가 다시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일체사견(一切事見)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일체사견여래에게 3억의 성문 제자들이 있었는데 다 아라한이었다.

아난아, 저 일체사견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무우(無憂)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무우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용상(龍上)여래 라 이름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용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염부상(閻浮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염부상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니구타(尼拘陀)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니구타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광신(廣信)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광신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구탈(救脫)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구탈여래도 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되 ‘다음에 성불하여 승상(勝上)여래 라 하리라’고 하였다.

아난아, 저 모든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삼먁삼불타는 각각 차례로 서로 돌려가며 수기를 하였으며 최후의 승상여래까지 내가 몸소 모두 공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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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섬겼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저 모든 여래를

석가 대사자(大師子)

부처의 청정한 눈으로

모두 다 보았네.

이런 여래의 지혜와

부사의한 부처의 행을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알 리 없네.

 

인과(因果) 및 부처의 지혜

모든 법의 나타나는 모양은

오직 모든 부처의 경계라

범부야 어찌 알랴.


말한 대로 모든 부처의 명호와

나타난 부처의 행에는

큰 위덕의 상이 있음을

부처의 눈으로 널리 본다네.


만일 지혜로운 사람

보리를 구하려 하거든

이 부처의 명호만 외워도

오래잖아 성불하리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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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부처님께서 금구(金口)로 하신 말씀을 듣고 명심하여 외우고 잊지 않았거니와, 말씀대로 모든 부처님 지혜가 걸림이 없고 견줄 이 없고 장애도 없다는 것을, 세존 여래께서는 참으로 이런 지혜를 아십니까?”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여래는 지혜가 구족하여 다 안다. 그러므로 알고 보는 데 막힘이 없고 걸림도 없다. 여래는 넓고 좁은 경계를 지으려 하거나 모든 부처의 지혜가 얼마나 되는지 그 범위를 생각하려 하면 마음대로 다 얻는다.”

그 때 아난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존자 아니로두(阿尼盧豆)는 깨끗한 천안(天眼)을 얻어 사람의 눈을 초월하였습니다.

이렇게 존자 아니로두가 깨끗한 천안으로 천 세계를 볼 수 있는 것과 여래께서 ‘나는 끝없이 본다’고 하신 뜻은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이렇게 두 번 묻고 다시 세 번이 지난 뒤에야 바야흐로 대답하셨다.

“너는 성문의 지혜로 여래를 비교하지 말아라. 무슨 뜻이냐 하면, 나는 지금 사람의 눈을 초월한 청정한 천안으로 이 동쪽 항하사(恒河沙) 수의 부처님 나라에서 모든 보살들이 처음으로 도심을 일으켜 모든 선근을 심는 것을 보며, 혹은 동쪽 항하사 수의 모든 부처님 나라에서 한량없는 보살들이 수기 받는 것을 보며, 동쪽 항하사 수의 부처님 나라에서 모든 보살들이 보살행 닦는 것을 본다.

또 한량없는 여러 보살들이 저 여러 부처님 곁에서 범행(梵行)을 닦고, 뒤에 도솔천에서 내려와 저 어머니 태 안에 드는 것을 보며, 보살이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탄생하는 것을 보며, 보살이 동자의 법을 행하는 것을 보며, 또 궁전 안에 있으면서 탐욕의 법을 행하는 것을 보며, 보살이 저 전륜성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며, 보살이 네 가지 마군을 항복 받는 것을 보며, 보살이 보리수 아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는 것을 보며, 또 보살이 보리를 증득하고서 해탈락(解脫樂)을 누리는 것을 본다. 혹은 보살이 단정히 앉아 두 가지 분별을 생각하는 것을 보며, 보살이 법바퀴를 굴리는 때를 보며, 보살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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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버리고 남음이 없는 열반에 들고자 하는 것을 보며, 또는 보살이 열반에 든 뒤에 정법(正法)이 세상에 머무르고 상법(像法)이 세상에 머물되, 오래 가거나 짧게 가거나 많거나 적거나 늦거나 빠른 것을 본다. 아난아, 나는 이렇게 동쪽 부처님 나라에서 항하사 수의 모든 부처님이 도를 이루고 또 열반한 뒤에 정법과 상법이 다 없어짐을 보며, 동쪽 나라와 같이 남쪽ㆍ서쪽ㆍ북쪽과 4유(維)ㆍ상하(上下)도 그렇게 본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아난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적에 저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의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겁도 넘는 때에 전륜성왕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을 선견(善見)이라 하였다. 그는 사방을 항복 받아 법대로 세상을 다스렸으며, 그 왕이 통치하는 곳은 모두 다 풍족하고 즐거웠다. 채찍과 곤장을 쓰지 않고 살해도 없고 전쟁도 없어져 법답게 인민을 교화하였다. 아난아, 저 선견왕이 거주하는 성은 염부단(閻浮檀)이라 이름하였으며, 그 성의 동쪽에서 서쪽까지는 20유순(由旬)이었고 남쪽ㆍ북쪽은 각각 7유순이었다.

아난아, 저 염부단성은 청정하고 장엄하여 유난히 묘하고 훌륭하여 모두 네 가지 보배로 장식되었으니, 황금ㆍ백은ㆍ파리ㆍ유리로 되어 있었으며, 그 바깥에는 따로 일곱 겹의 성이 있었다. 저 성은 모두 높이가 일곱 길이고, 두께가 각 세 길이며, 그 성 위에는 각각 일곱 겹의 난간을 두루 둘렀으며, 그 모든 난간에는 조각이 정미롭고 고와서 유난히 묘하여 비길 데 없었는데, 역시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 등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있었다. 저 황금 난간에는 굽은 황금 기둥에 백은 창대(窓臺)를 썼으며, 저 백은 난간에는 굽은 백은 기둥에 황금 창대를 썼으며, 저 파리 난간에는 굽은 파리 기둥에 유리 창대를 썼으며, 유리 난간에는 굽은 유리 기둥에 파리 창대를 썼다.

그리고 저 일곱 겹 성 안에는 다 일곱 겹의 보배 다라수(多羅樹)가 줄지어 둘러싸고, 그 나뭇가지며 잎이며 꽃이며 열매가 오밀조밀 무성하고 번화하여 사람들이 즐겨 보았다. 그 나무는 뿌리와 줄기도 다 황금ㆍ백은ㆍ파리ㆍ유리 네 가지 보배였다. 금 다라수는 금 뿌리에 금 줄기와 은 가지에 은 잎이요, 꽃과 열매는 모두 은이며, 은 다라수는 은 뿌리에 은 줄기와 금 가지에 금 잎이요, 꽃과 열매는 다 금이며, 파리 다라수는 파리의 뿌리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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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유리 가지와 잎이요 유리의 꽃과 열매이며, 유리 다라수는 유리의 뿌리와 줄기요 파리의 가지와 잎이요 파리의 꽃과 열매였다. 그 다라수에는 모두 그물이 있었고, 그 그물 사이에는 보배 방울이 달렸으며, 그 모든 방울과 그물은 금ㆍ은ㆍ유리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파리 등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성 밖에는 일곱 겹의 참호(壕)가 두루 둘러쌌으며, 그 참호는 매우 깊어서 8공덕수(功德水)가 맑게 가득 찼는데,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 갖가지 이름난 꽃들이 가득히 물 위를 덮었다. 모든 참호 밑에는 다 금 모래가 깔렸고, 그 참호 언덕 가에는 일곱 가지 보배 그물이 빙 둘러서 가득히 그 위를 덮었다.

아난아, 저 염부단성 4면에는 각각 열여섯 개의 문이 있었는데, 모든 성문도 황금ㆍ백은ㆍ파리ㆍ유리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있었다. 금 문에는 은 문짝, 은 문에는 금 문짝이며, 파리 문에는 유리 문짝, 유리문에는 파리 문짝이며, 저 모든 성문에는 각각 다 성가퀴[却敵]와 망루(望樓)가 있고, 층층 누각의 나는 듯한 난간에는 진주 그물을 드리웠는데, 역시 일곱 가지 보배로 미묘하고 정교하게 장엄하여 사람들의 눈을 황홀하게 하였다. 그 모든 성문

에는 다 일곱 겹의 네 가지 보배 문병(門屛)이 막혀 있어 요동하지 않으며, 열고 닫을 때마다 광명이 비쳐 사랑스럽고 즐거웠으며, 금ㆍ은ㆍ파리ㆍ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 모든 성문은 멀리 보아도 환하게 비쳤고, 문을 열고자 할 때는 바람이 저절로 불어서 열었고, 문을 닫으려 할 때도 바람이 저절로 불어서 닫았다. 그 일곱 겹의 문병은 바람이 열려 할 때는 문과 문이 서로 마주 서 모두 다 통해 보였고, 문을 닫으려 할 때는 바람이 저절로 불어 닫

되 일곱 겹 문 문병은 별안간 도로 막혔다.

아난아, 저 염부단성 가운데는 기쁨의 못이라 하는 큰 못이 하나 있었는데, 그 못의 동쪽과 서쪽 너비는 1유순이었고, 남쪽ㆍ북쪽 너비는 반유순이었다. 그 못 4면 언덕에는 네 겹의 벽돌 보루[塼壘]가 있었는데 그 벽돌이 단정하고 미묘하고 어여뻤으며, 네 가지의 보배인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못 4면에는 다 복도가 있었는데 그 복도는 단정하고 아름다웠고, 역시 네 가지의 보배인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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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복도에는 백은의 층층대요, 백은 복도에는 황금의 층층대요, 유리 복도에는 파리의 층층대요, 파리 복도에는 유리의 층층대였다. 그 복도 위에는 모두 성가퀴가 있었고, 그 성가퀴는 장엄하게 꾸며져 볼 만했는데, 황금ㆍ백은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과 유리의 7보로 이루어졌으며, 그 못 4면 가에는 다 굽은 난간이 있어 단정하고 아름다웠으며, 또한 다 네 가지 보배인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를 함께 썼다.

그 못 동쪽에는 황금의 굽은 난간이, 그 다음 남쪽에는 백은의 굽은 난간이, 그 다음 서쪽에는 유리의 굽은 난간이, 그 다음 북쪽에는 파리의 굽은 난간이 있었다. 황금 굽은 난간에는 황금 기둥에 백은 창대가, 백은 굽은 난간에는 백은 기둥에 황금 창대가, 파리 굽은 난간에는 파리 기둥에 유리 창대가, 유리 굽은 난간에는 유리 기둥에 파리 창대가 있었다.

아난아, 저 기쁨의 못을 둘러싸고 다라수가 일곱 겹으로 줄지어 있었는데, 그 나무 사이에는 다 그물이 있어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했으며, 그 그물 사이마다 보배 방울이 달렸고, 다라수 밖에 일곱 겹 참호가 있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못 가운데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 갖가지 꽃이 피어 있었고, 그 못 언덕 위에는 첨파꽃ㆍ아타목다꽃ㆍ파리사꽃ㆍ건타파리사꽃 등 뭍에 피는 꽃들이 있었다. 그 기쁨의 못에는 8공덕수가 가득 차 넘쳐 모든 새들이 목이 마를 때 다 언덕에서 마실 수 있었으며, 그 못 밑에는 다 금 모래가 깔렸으며, 일곱 가지 보배 그물이 못 위에 덮였고 묘한 그물의 마디마다 일곱 가지 보배 방울이 달렸다.

아난아, 저 염부단성은 거리와 골목이 평탄하게 정돈되었으며, 그 거리 양 쪽에는 다라수가 있었다. 다라수 사이에는 그물이 있었으며, 그 그물 사이에는 마디마다 일곱 가지 보배 방울이 달렸으며 그 일곱 가지 보배 방울은 실바람이 불면 마치 인간 세상의 다섯 가지 음조1)와 같이 묘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이 즐겨 듣고 기뻐하였다.

아난아, 저 염부단성에 사는 인민들은 모두 다 순직(純直)하였고, 그 모든 인민들은 서로 즐기는 데도 별다른 음악 없이 방울 소리만 듣고도 기뻐하

 

1) 궁상각치우 5음(音)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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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저절로 노래하고 춤추며 그 밖의 다른 음악을 생각하지 않았다. 아난아, 저 염부단성에는 항상 종ㆍ방울ㆍ소라ㆍ북ㆍ거문고ㆍ공후ㆍ필률(篳篥)ㆍ피리ㆍ퉁소ㆍ비파ㆍ쟁ㆍ젓대 등 갖가지 미묘한 음악이 있었다. 다시 한량없이 미묘한 새 소리가 있었으니, 구욕ㆍ앵무ㆍ공작ㆍ구시라새ㆍ명명새 등 한량없고 끝없는 갖가지 모든 새들이 다 잠시도 쉬지 않고 미묘하고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땅 위에는 우발라꽃ㆍ구물두꽃ㆍ파두마꽃ㆍ분타리꽃과 모든 육지의 갖가지 꽃들을 뿌렸다.

아난아, 저 성에는 고통에 쫓기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었으며,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조금도 줄지 않았으며, 갖은 물건이 풍부하고 넉넉하여 먹고 마시기에 모자람이 없어 모든 맛이 구족하였으며, 집이 다 들어 차서 빈 땅이 없었으며, 인민들이 번성하여 위덕이 드높았으며, 머무는 성은 마치 북쪽 비사문왕의 아라가성과 다름이 없었다.

아난아, 그 때 저 세상 가운데 부처 한 분이 출현하였으니, 이름을 보체(寶體)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하며, 10호가 구족하였다. 아난아, 저 보체부처님이 아직 득도하기 전 보살이었을 때, 항상 청정함을 즐겼으며, 그 성의 인민들도 청정함을 즐겼다.

그 때 보체부처님이 머무는 곳은 염부단성과 이웃했으며, 이른 아침에 걸식을 하고자 그 성읍과 촌락으로 들어가려 하면 한량없는 천만의 모든 하늘들이 내려와 에워싸고 공양하며 모셨다. 보체여래가 성에 들어가려 할 때 발로 성문을 누르면 그 때 성 안에 사는 인민들은 모두 하늘들이 두호해 주는 신통력으로 저 보체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쓰레기를 소제하고 향탕을 땅에 뿌리고 향을 반죽하여 땅에 바르고 온갖 향과 꽃을 뿌려 땅 위를 덮은 뒤에 곳곳에 묘하고 좋은 향로를 놓고 값진 향을 사르며 갖가지 당번과 일산들을 드리우고 다는 등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양 도구로 보체여래를 공양하였다.

그 때 성 밖에 촌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성안 사람과 혼인을 하고자 하여 성읍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이 성을 보니 유난히 장엄하고 희유하여 세상에서 아직까지 보지 못하던 바라, 크게 놀랍고 이상해서 성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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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에서 지금 무엇을 하려 하는가?’

그 성 안 사람은 촌사람에게 말하였다.

‘여기 여래 한 분이 출세하셨으니 이름이 보체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이시다. 오래잖아 이 성에 들어와 걸식하시고자 하므로 이렇게 소제하고 장엄했노라.’

다시 촌사람에게 여래의 공덕이 한량없고 끝이 없다고 설명하고, 또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의 10호가 구족하였다’는 것과 다시 법보(法寶)와 승보(僧寶)에도 이런 덕이 있음을 찬탄하였다. 그 사람은 저 3보의 공덕을 듣고 매우 기뻐 뛰고 좋아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보체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이 세상에 어렵게 나타났구나, 나는 지금 보체부처님을 가서 뵈오리라.’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성읍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서로 줄지어 보체부처님 처소에 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여래께서 일체의 지혜를 얻어 내 마음을 보신다면 마땅히 먼저 나와 함께 이야기해 위로해 주시리라.’

그 때 보체부처님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먼저 그 촌사람과 함께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 촌사람은 여래가 그에게 먼저 말한 것에 크게 기뻐서 뛰고 좋아하였고, 이미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므로 여래에게 다음날에 공양을 드리겠다고 청하니, 부처님은 아무 말 없이 그 사람의 청을 받았다. 그 촌사람은 여래가 자기의 청을 받은 것을 다시 기뻐하며 속히 자기 집으로 돌아가 음식을 고루 장만했다.

그 때 사천왕과 범천왕ㆍ제석천왕 등 모든 하늘 대중들은 갖가지 하늘의 모든 공양구(供養具)를 가지고 와서 여래께 바쳤다. 그 때 그 촌사람은 자기 집에 이르러 그날 밤에 씹고, 깨물고, 핥고, 빠는 먹음직스럽고 맛난 음식을 준비하였고,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과 땅 위를 깨끗이 소제하고, 향물을 땅에 뿌리고, 묘한 향수로 거듭 그 위를 씻고, 다시 갖가지 아름다운 꽃을 뿌린 다음에 상과 자리를 깔고 곧 사람을 보내 부처님께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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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시여, 만약 때가 되었음을 아시거든 저의 집에 내려와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그 때 보체부처님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천억의 대중 성문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청을 받은 집에 이르렀고, 그 집에 이르자, 모든 비구들은 각각 높고 낮음에 따라 차례로 앉았다.

그러자 그 촌사람은 보체부처님이 편안히 앉는 것을 보고서 갖가지 맛 좋은 음식을 가지고 손수 공손히 받들고 여래께 여쭈었다.

‘부디 부처님과 모든 비구스님들께서는 마음대로 배부르게 드시옵소서.’

그리고 모든 대중이 음식을 다 받았으나 음식은 다함이 없는지라 그 사람은 생각하였다.

‘이 온갖 맛있는 음식은 아직도 다함이 없구나. 반드시 이는 여래의 거룩하신 덕의 힘으로 넘치게 하시기 때문에 나머지 음식이 이렇게 많은 것이리라. 나는 지금 여래께서 보시는 앞에서 속인[白衣]들을 불러 이 음식을 보시하여 다 배부르게 먹게 하리라. 그런 뒤면 내 마음에 큰 기쁨을 얻으리라.’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희유하고 희유하도다, 부사의한 법이여. 이 보체여래가 가진 위덕의 힘이 크므로 내가 권속들을 부르지 않았으나 스스로 와서 도우며, 나는 또 한 사람도 대신 시키지 않았고, 또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도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 준비되게 하였다.’

그 때 보체부처님은 공양이 끝나고 나서 저 촌사람을 위하여 분에 맞는 법을 설하여 그를 기쁘게 하고 희유한 마음을 내게 하여 정법 가운데 편안히 있게 하였다. 또 그 대중들도 다 법을 듣고 각각 기뻐하여 혹은 도를 얻기도 하였고……(중략)……일어나 본래 처소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그 때 그 촌사람은 보체부처님의 설법 교화를 듣고 법을 받아들이고 나서 매우 기뻐 뛰고 좋아하다가 큰 서원을 내어 이와 같이 말했다.

‘저는 미래에 보체여래께서 얻으신 대로 모든 법을 다 구족하기를 원하옵니다. 또한 저도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설법하여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기쁘게 믿어 받게 하며, 지금 세존 보체여래께서 비구들을 거느리고 조용히 거니시는 것과 다름이 없게 하소서.’

그 촌사람은 여래를 공양하고 존중, 공경하는 마음이 구족해서 부처님을 따라 절에 가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그 때 저 보체부처님은 세상에 머물러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 설하기를 마치고 열반에 들었으며, 열반한 뒤에 한량없고 끝없는 하늘과 사람들이 부처님 몸을 화장하고, 다시 한량없는 공양구로 화장장에서 공양을 베풀었다. 그 비구는 여래가 이미 열반에 들었음을 듣고 크게 걱정하고 고뇌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화장장에 갈 텐데, 만약 내가 그곳에 이르게 되면 기이한 법을 얻으리라.’

그리고는 재빨리 그 화장장에 갔다. 그곳에 이르자마자 기이한 보배를 얻었는데, 처음 얻었을 때 그는 그 보배가 그다지 청정하지 못하고 먼지와 때가 조금 묻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구가 자세히 닦아 보니 백천 금이나 되는 청정한 진짜 유리 보배였다. 그 마니 보배를 두는 곳에는 낮과 밤이 다름이 없고 밤에도 해가 나타나듯 모든 방이며 모든 울 안이 다 광명으로 가득 찼었다.

이 때 하늘과 사람들이 저 보체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서 탑을 만들자, 비구는 또 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마니 보배를 부도의 승로반(承露盤) 위에 두어 보배 병을 만들리라.’

그리고 나서 그 탑 있는 곳에 가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의 이 마니 보배 구슬은 값이 백천 냥이나 되지만 내가 이제 이 마니 보배 구슬을 저 탑 위에 모시는 것은 저 여래께서 나의 스승이시기 때문이다. 이제 이 마니로 탑을 공양하노니, 이 마니 보배 광명은 이 탑을 한량없는 천만 세까지 비추옵소서.’

그리고는 다시 한량없는 갖가지 등을 켜서 천 년이 되도록 그 탑을 공양하고 공경 존중하고, 또 천 년이 지난 뒤에도 마음에 항상 염불삼매를 버리지 않았다. 그 비구는 청정한 계를 가졌기 때문이며, 나아가서 다시 여래의 탑을 공양했으니, 이런 인연으로 목숨을 마친 뒤에 생사 가운데서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만 세에 인간과 천상의 복락과보를 받았으며, 한 번도 악도(惡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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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떨어지지 않았다.

아난아, 그 때의 저 비구는 한량없고 수없는 백천 아승기겁을 지나서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함을 만났으니, 이름을 능작광명(能作光明)여래 라 하였다. 그 때 저 비구는 부처님을 공양하고 금계(禁戒)를 닦고 가져서 범행이 청정하여 앞에서와 같이 출가하고 다시 마음속으로 발원하였다.

‘원하옵건대 저는 미래에 이 공덕으로 세세생생에 악도에 나지 않게 하소서.’

능작광명부처님은 그 비구가 마음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곧 수기를 하시되 ‘어진 이야, 너는 내세에 한량없고 수없는 백천 아승기겁을 지나서 성불하여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가 되어 이름을 연등(然燈)이라 하리라’고 하셨다. 그 연등불이 보살이었을 때 마지막 몸이 도솔천에 났으며, 도솔천에서 내려와 오른쪽 옆구리로 어머니 태 안에 들어가 의탁해서 열 달을 머물렀으며, 열 달이 차고 나서 한마음으로 바로 생각하며 태어나려 할 때 광명을 놓아 저부처님의 나라를 가득히 비추었다.

그 보살이 탄생하려 할 적에 그 어머니는 지자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숲 속 동산에 나가서 유람하고자 합니다.’

왕은 부인의 이런 말을 듣고 칙명을 내려 성 안에 있는 대신과 모든 부호ㆍ장자ㆍ거사ㆍ상인들에게 일렀다.

‘지금 나의 부인이 숲 동산에 나가서 유람하고자 하니, 너희 호주들은 각각 성 안의 거리를 장엄하여 청정케 하고, 눈에 뜨이는 더럽고 나쁜 기왓장이나 쓰레기를 치워 버리며, 향탕을 준비해서 길에 뿌리며 향 진흙을 땅에 바르며, 묘하고 향기로운 꽃을 그 위에 뿌려 놓아라. 곳곳에 묘한 보배 향로를 두고 온갖 유명한 향을 사르며, 또 갖가지 보배 병에 모든 향수를 담고,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병 안에 꽂아라. 곳곳에 파초나무를 두되, 파초나무의 크고, 작고, 높고, 낮은 데 따라서 각각 여러 가지 색깔의 번과 당을 달며, 그 번과 당은 여러 가지 색을 고루 섞어라. 그 짐대 나무[幢樹]에는 다시 각각 7보의 그물과 진주 영락을 드리우며, 그물코마다 다 각각 여러 가지 방울을 달되, 깨끗한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듯하게 하고, 또 곳곳마다 보배 거울을 달아서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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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ㆍ달과 같이 하라. 혹은 온갖 색깔의 수실을 달며, 또는 곳곳마다 금과 은의 보배 띠를 드리우며, 이 성의 거리와 골목을 정미롭고 화려하게 장엄하여서 저 천신(天神) 건달바 성과 다름이 없게 하라.’

그 때 왕의 부인은, 천 명의 좌우(左右)와 함께 보배 연(輦)과 남여(籃輿)를 타고, 갖가지 소리를 내는 풍악에 인도되어 골목을 메운 군중들로 앞뒤에 둘러싸여 궁전에서 나와 4면을 구경하며 조용히 가는데, 위덕이 매우 높고 세력이 엄청나서 무리 가운데 비길 사람이 없었다. 저 동산 숲을 향해 가다가 동산 숲에 이르러서는 점점 강가로 가다가 강 언덕에 이르자 배에 올라타고 놀면서 강으로 들어갔는데, 중류(中流)에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큰 등불이 나타났다. 그 등은 위아래와 가로세로가 20유순이었으며, 그 안에 잔디풀 포기가 있었는데 높이가 4지(指)로서 그 빛이 희고 여리며 야들하게 보드라워 마치 가야린제(迦耶隣提)와 같이 묘한 향기가 났으며, 또 첨파꽃이나 파리사꽃과도 같았다. 그 동산 숲 안에는 갖가지 꽃과 갖가지 과실과 갖가지 나무가 있었는데, 천상과 인간에 있는 나무로서 이름난 꽃, 아름다운 과실은 다 이 동산에 가득 차 있었다.

그 때 보살의 어머니가 허공을 우러러보며 조용히 오른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으려 하자 가지가 곧 내려 드리웠고, 왕의 부인이 오른손으로 그 나뭇가지를 잡자 오른쪽 옆구리에서 한 동자가 나왔다. 단정하고 어여뻐 이름을 연등이라 불렀으며, 저절로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을 한 채였다. 동자가 났을 때는 큰 광명을 놓아 그 부처의 나라를 가득 차게 비추었다. 그러자 천상에서는 만다라꽃ㆍ마하만다라꽃ㆍ만수사꽃ㆍ마하만수사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으로 한량없는 꽃비를 내렸다. 또 한량없는 전단 가루향을 비처럼 내려 20유순 안에 가득 찼으며, 다시 갖가지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하늘의 여러 가지 악기를 비처럼 내렸는데,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다. 또 한량없이 노래하고 찬탄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 가운데서 ‘한량없는 등불을 밝히며, 한량없는 등불을 밝히네’라고 외치는 소리가 났으니, 이것은 그 보살의 상서를 따라[瑞應] 부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연등이라 이름한 것이다.

그 때 연등보살 대사(大士)는 모든 근(根)이 구족하고 상호가 원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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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이 없고 나날이 자라서 누각 위에서 5욕락(欲樂)을 누렸다. 그 동자는 5욕락을 누릴 때 기쁘고 즐거웠으나 문득 스스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애욕이란 헛된 꼭두각시라 잠시뿐이요 곧 허물어지고 오래지 않아 없어지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집안에서 나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몸에 가사를 입고 출가하였다. 출가한 뒤에 보리(菩提)를 구하고자 하여 점차 나무 밑에 나아가 정각(正覺)을 익혔으며, 정각을 증득하고 나서 부처의 눈으로 일체 세간을 살피고는 이런 생각을 했다.

‘누가 맨 처음으로 정법(正法)을 들을 것이냐? 세간을 보니 텅 비어 교화받을 자가 없구나.’

그리고 두 번 살피고 세 번 살펴봐도 세간에 법을 듣고 건질 만한 사람이 없는지라, 그 부처님은 세상에 3천 년을 머물렀지만 혼자뿐이요, 반려가 없었다.

단정히 앉아 3천 년이 지난 뒤에 저 연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5욕에 탐착하여 싫증도 내지 않고 오랜 동안 방일(放逸)과 미혹에 빠져 있으니, 나는 이제 저들을 교화해 깨우치리라.’

이런 생각을 하며 등주성(燈炷城)에서 나와 공중에다 화성(化城)을 하나 만들고 머물렀으니, 이름이 염부단이었다. 그 성 안에는 갖가지 유리로 모든 집을 만들었고, 그 성 밖에는 또다시 일곱 가지 보배 다라수를 만들었으며, 일곱 겹의 행렬과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했는데, 위에서 말한 성의 장엄과 같았다. 그 성은 가로세로와 동서남북이 5천 유순이며, 또 그 성 안에 장엄한 기물도 도리천과 다름이 없었으며, 그 성 안 사람의 목숨은 3천 세였다.

이곳 염부제의 모든 중생들은 멀리서 그쪽 인민들이 환락을 즐기며 5욕을 마음대로 누리는 것을 다 보고 다 알고 다 듣고 부러워하였다.

연등불은 3천 년이 지난 뒤에 생각하고 말하였다.

‘나는 이제 신통 변화로 염부제 사람들이 싫어하고 여의려는 생각을 내게 하리라.’

그 때 염부제 사람들이 연등불이 머무르는 성을 보니 4면 벽에서 사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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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이 일어나 활활 타므로 크게 두려운 마음이 생겨 서로들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저 성은 저절로 타 버리는구나. 오래지 않아 없어지리라.’

그러자 염부제 모든 인민들은 모든 근이 성숙하여 부처님의 교화를 받을 수 있는 때라, 그들은 저 화성(化城)의 4면에서 불이 일어나 사납게 타는 것을 보고 두렵고 놀라서 귀의할 곳을 찾았으나 구해 줄 이가 없으며 해탈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건져 주는 이가 없으므로 말하였다.

‘저 성이 여기 내려오거나 이 성이 저 성에 올라가게 하면 우리들은 모두 저 불을 끄리라.’

그 때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인비인(人非人)들이 그 성에서 나와 우리들에게 말하였다.

‘어째서 이 성이 저절로 불이 나서 타는가?’

그러자 그 성 앞에 문득 세 갈래의 복도가 나왔으니, 첫째는 금으로, 둘째는 은으로, 셋째는 파리로 이루어졌다. 그 복도 사이에는 각각 여러 가지 보배 다라수가 줄지어 있으며, 그 다라수에서 큰소리가 났다.

‘너희 사람들아, 빨리 한 곳에 모여라. 너희들 마음에 연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를 보고자 하느냐?

그 부처님은 곧 염부제로 내려가리라.’

염부제의 인민들은 모두 그 복도 있는 데로 가서 연등불이 성에서 나와 복도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 때 범천왕과 제석천왕과 사천왕들이 앞뒤에서 둘러싸고 호위하였는데, 염부제 사람들은 그 부처님을 보고 크게 기뻐서 각각 이런 마음을 내었다.

‘우리들은 먼 옛날에 여래를 보고자 했더니 이제야 볼 수 있구나.’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먼저 부처님께 이 일을 물어보리라. 이 성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불에 타는지 여래께서는 우리들을 위해 해석해 주소서.’

그 때 연등불의 발이 땅을 밟으니 모든 인민들은 다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홀로 머리 숙여 저 부처님께 정례하리라.’

그리고는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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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부처님 발에 정례하리라.’

그 때 연등부처님은 사자좌에 앉아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였으니, 이른바 보시하는 일, 계를 갖는 일, 욕심을 여의는 일, 누(漏)를 다하는 법을 찬탄했으며 출가하는 공덕의 이익과 청정한 법을 돕는 것을 말하였다. 여래는 이 염부제 사람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즐겨 믿어 받고 기쁜 마음을 내어 뜻이 부드러워졌으며 마음에 걸림이 없어진 것을 보고 다시 법을 설하였다. 옛날 부처님이 중생의 근기를 알고 법을 설하여 그들을 기쁘게 한 법으로서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였다. 세존이 이제 다시 염부제 사람을 위하여 이 4제(諦)의 법을 구족히 설하였다.

연등불이 첫날 설법에서는 6백억 사람을 교화하여 제도하였으니, 모두 누(漏)를 다하고 아라한을 증득하여 마음에 자재를 얻었다. 둘째 날에는 5백억 사람을 교화했고, 셋째 날에는 4백억 사람을 교화했고, 넷째 날에는 3백억 사람을 교화했고, 다섯째 날에는 2백억의 사람을 교화했고, 여섯째 날에는 백억 사람을 교화했고, 일곱째 날에는 50억 사람을 교화하여 모두 위에서와 같이 아라한을 증득케 하였다. 다음 7일까지는 101억 사람을 교화 해탈 시켰으며, 최후로 셋째 7일 안에 다시 75억 중생을 제도했으니, 모두 최상의 이익을 얻어 누(漏)가 다하고 의해탈(意解脫)을 이루어 아라한이 되었다. 저 연등불은 세상에 머문 1겁 동안에 모든 비구 성문 제자와 함께 세간 사람을 위하여 이익을 지었다.[이상은 가섭유사(迦葉遺師)의 말이다.]

아난아, 모든 부처님은 차례로 전하여 수기를 하였으며, 그 연등불은 처음 선근을 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했으며……(중략)……법륜을 굴리고 세상에 머문 1겁 동안 중생을 교화하였다.[이상은 마하승기사(摩訶僧祇師)의 말이다.]

‘아난아, 그 연등불이 보살이었을 때 배[船] 위에 있으면서 비록 5욕락을 누렸으나 세간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떠날 생각을 하여 ’나는 배 위에 앉아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리라’ 하였다. 이 마음을 내자 곧 크고 청정한 연꽃이 나왔다. 연등 동자가 그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앉자 연꽃이 저절로 다시 오므라져 마치 코끼리 연꽃과 같았다. 그 때 모든 채녀(婇女)들이 동자를 찾았으나 있는 곳을 몰라 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곧 사신을 4방에 보내어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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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나 동서남북에 그가 있는 데를 몰랐으며, 4유에도 처소를 알지 못하였다. 연등보살은 큰 위덕과 신통력이 있는 까닭에 저 배 위 연화대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으나 몸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곧 5신통을 얻었으므로 허공을 날고……(중략)……보리수 아래 가서 일체 지혜를 얻었으며, 또 법륜을 굴리고 법을 설하여 68억 백천 사람을 제도시켰으며, 함께 다 세간에 머물러서 중생을 교화하였다.”[이상은 니사색사(尼沙塞師)의 말이다.]

 

 

 

 

 

불본행집경 제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 발심공양품 ③

그 때 세존께서는 사위성(舍衛城)에 계셨는데, 아난에게 이르셨다.

“아난아,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밤낮으로 항상 모든 법을 말씀하신다. 그 중에 네 가지 거둠[四攝]이 있어 중생들을 거두니, 무엇을 넷이라 하는가? 첫째는 아낌없이 베푸는 것, 둘째는 사랑하는 말, 셋째는 이익을 주는 것, 넷째는 일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 때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며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합장하여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지난 옛날에 몇 분의 부처님을 공양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구하였으며, 어떤 부처님 곁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심고 미래세를 위하여 보리(菩提)를 구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받아 잘 생각하고 기억하여라. 이제 너를 위하여 저 여래 모든 부처님의 이름과 선근 심던 곳을 말하리라.

아난아, 내 기억으로는 지난 옛날에 부처님이 출세하였으니 이름을 연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불렀으며, 저 부처님 곁에서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세무비(世無比) 라 이름했으며, 나는 그 때 그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연화상(蓮華上)이라 불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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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1142] 쪽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고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가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최상행(最上行)이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덕상명칭(德上名稱)이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석가모니(釋迦牟尼)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제사(帝沙)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불사(弗沙)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견일체리(見一切利)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비바시(毘婆尸)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시기(尸棄)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비사문(毘沙門)이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구류손(拘留孫)이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고, 나아가 범행을 닦아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고,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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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1142] 쪽

범행을 닦아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다음에는 다시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가섭(迦葉)이라 불렀으며, 나는 그 때 저 불세존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고, 나아가 범행을 닦아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아난아, 나는 저 미륵보살 곁에서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다.”

그리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부처님의 크고 거룩한 덕으로

욕심을 여의고 적정함을 얻었네.

석가모니부처님, 그 님 뵈오려

모두 다 모여 와 공양한다네.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저 모든 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공양하셨는데, 어떤 공양구를 가지고서 저 부처님을 공양하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기억으로는, 한량없는 세상을 지난 옛날에 한 나라에 항원(降怨)이라 불리는 왕이 하나 있었다. 그는 찰제리종(刹帝利種)으로서 관정위(灌頂位)를 이었으며, 그 왕은 복덕 있고 수명이 매우 길고 단정하고 거룩하여 이름을 멀리 떨쳤다.

아난아, 저 항원왕이 거주하는 곳에 연화성이라는 큰 성이 하나 있어 저 왕은 이 성 안에서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하였으며 궁전을 하나 만들었다. 그 성의 동쪽에서 서쪽은 12유순이며, 남쪽에서 북쪽은 7유순이 넘었다. 토지가 알맞고 비가 때 맞춰 와서 오곡이 풍족히 익어 모자람이 없었으며, 사람들이 많아서 가득 차고 빈곳이 없었다. 동산 숲에는 꽃과 과일이 구족하였으며, 샘이나 못이나 늪에 물이 항상 맑았으며, 거리와 골목 양쪽에는 다 점포가 있어 사고 파는 거래가 잠시도 쉬지 않아 마치 북쪽 비사문성의 아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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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羅迦)라 이름하는 곳과 같았다. 동서남북이 한 가지로서 다름이 없었으며, 저 연화성은 이런 장엄을 갖가지로 다 구족하였다.

아난아, 저 항원왕에게 큰 부자 바라문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일주(日主)라 했으며, 용맹스럽고 힘이 세고 재물과 보배가 많았으며, 코끼리ㆍ말ㆍ종[奴僕]과 소와 염소 등 여섯 가지 가축이 갖가지로 다 풍부해서 빠지거나 모자람이 없었다. 그 창고 안에는 순전히 기이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고 황금ㆍ백은ㆍ진주 등 진귀한 보배며 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 등이 모두 갖추어져 한결같이 북방 비사문왕과 똑같았다. 아난아, 그 때 일주 바라문은 특히 그 왕이 애지중지하던 사람이라 항상 서로 짝이 되어 잠시도 떠나지 않고 날마다 만나도 싫증난 적이 없었다.

아난아, 저 항원왕에게 한때 어떤 일이 생겨 일주 바라문에게 부탁해서 판결지어 잘 결단하라 했더니, 일주는 법답게 가려서 판단했다. 그 뒤 왕의 마음에 들어서 왕은 일주 바라문에게 갑절 더 기쁨을 내고 나라를 반으로 나누어주면서 왕으로 봉하여 그곳을 다스리게 하였다. 항원왕은 저 일주 바라문왕을 위하여 따로 성을 세워 이름을 연주(延主)라 했는데, 동ㆍ서ㆍ남ㆍ북의 거리와 골목의 규모나 성곽의 장엄이 연화성과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아난아, 저 일주왕에게 부인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이 월상(月上)이었다. 아난아, 연등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저 일주궁 월상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태에 들어가 단정히 앉았다가 출생하여 성도하고 법을 설하여 사람을 교화시켜 아라한과를 얻게 하였다.[이상의 인연은 『연등보살본행경』에서 말하였다.]1)

그 때 연등불은 저 두 성에 차례로 거주하면서 법을 설하여 사람들을 교화하였다. 그 때 아버지인 일주왕이 항상 네 가지로 저 부처님께 공양하고 존중 공경함은 부처님께서 찬탄한 바와 같다.

아난아, 그 항원왕은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 저 연주성 일주궁 첫 번째 대비 월생 부인이 동자 하나를 낳았는데 이름을 연등이라 하였다. 단정하고 어여쁘기 세간에서 짝이 없었으며 상호가 구족하여 마치 금상(金像)과

 

 

1) [ ] 안은 저본에는 본문에 들어가 있으나 내용상 주석으로 처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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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았다. 동자가 나자마자 관상을 볼 줄 아는 나라 안의 큰 지혜 있는 바라문에게 가서 동자의 이와 같은 상호가 어떤지 점치게 했더니, 상을 보는 이가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동자는 복과 덕으로 장엄되어 있습니다.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려 지상의 큰 주인이 되어 7보를 구족할 것이니,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요, 둘째는 신주보(神珠寶)요, 셋째는 옥녀보(玉女寶)요, 넷째는 상보(象寶)요, 다섯째는 마보(馬寶)요, 여섯째는 주병신보(主兵臣寶)요, 일곱째는 주장신보(主藏臣寶)입니다. 다시 천 명의 아들이 있어 모두 단정하며 장부의 상을 갖추어 원적(怨敵)을 꺾을 것이며, 위엄이 대지, 4해와 산림(山林)을 덮어 모두 항복할 것이며, 국토가 편안하고 비가 때 맞춰 내려 오곡이 풍족하게 익으며, 국민들이 안락하여 고뇌도 없고 질병도 없으며, 군사를 쓰지 않고 법답게 다스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면 마침내 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가 되어 10호가 구족하며 이름이 멀리 퍼질 것입니다.’

아난아, 저 동자가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결국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법륜을 굴리며 이름이 멀리 퍼짐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항원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희유하도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시기 매우 어려워라. 때때로 한 번 듣기는 하여도 만나 보기는 더욱 어렵도다.’

그리고 항원왕은 사람을 일주왕에게 보내 말하였다.

‘내가 이제 들으니 대왕의 부인께서 훌륭한 동자를 낳아 모든 상호가 구족하였다……’ 하고 ‘내가 이제 연등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를 청하오니, 내가 있는 연화성에 와서 나의 적은 공양을 받게 하소서. 왕이 보내 주신다면 피차에 이로울 것이지만, 만일 보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당장 네 가지 군사를 엄하게 갖추어 가리라.’

그 사신(使臣)은 이 말을 듣고 연주성 일주왕에게로 가서 자세히 아뢰었다. 일주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근심과 걱정에 잠겨 마음이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왕은 군신들을 모아 놓고 위의 사연을 갖추어 이야기하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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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생각하라. 그가 이런 말을 해 왔으니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그 때 모든 신하들은 함께 일주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살피소서. 이와 같은 일은 저 연등불께 물으소서. 왜냐 하면 연등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께는 큰 자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일주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대답했다.

‘나도 그 점을 기억한다.’

그런 다음에 일주왕은 모든 신하들을 거느리고 몸소 연등불 처소로 갔다. 그러자 그 부처님께서 왕을 위로하였다.

‘대왕이여, 안심하소서. 놀라지 말고 두려워도 말고 근심 걱정을 하지 마소서. 왜냐 하면 나도 이제 그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서람들을 교화하려 하니 모든 중생을 어여삐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연등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저 나라로 다니며 중생을 교화하려고 한량없고 수없는 백천의 모든 비구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 때 일주왕은 연등여래께 네 가지가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게 공양하여 맨 뒤에 따라가며 부처님을 자기 나라 경계까지 전송하면서 부처님 발에 경례하고 세 번 주위를 돌고 눈물을 흘리며 본궁으로 돌아갔다.

그 때 항원왕은 연등불이 연화성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 한량없는 성문 비구 백천의 무리가 모두 누(漏)가 다한 큰 아라한이라는 사실을 듣자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길에서 더럽고 잡된 것을 다 제거하고 여러 가지로 꾸며 장엄하되 위에 말했듯이 건달바성과 한 가지도 다름이 없게 하였다.

그리고 나서 항원왕은 칙명을 내려 그 성 안팎 20유순에 사는 모든 백성들에게 금지사항을 알렸다.

‘사사로이 모든 향과 꽃다발을 파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있는 데는 내 스스로 사서 저 연등불께 공양하려 한다.’

그리고 항원왕은 네 종류 군사를 이끌고 큰 위덕을 갖추어 성에서 나와 연등불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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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결정기품(受決定記品) ①

“그 때 저 나라 설산 남쪽에 한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을 진보(珍寶)라 했다. 그의 부모는 청정한 바라문종으로서 선조 7세(世) 때부터 잡되고 더러운 적이 없어서 아무도 감히 헐뜯거나 비방하는 자가 없었다. 그 종성(種姓)은 다 지혜 있는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고, 그 나머지 도사(導師)들에게도 공경을 받았으며, 세 가지 행이 구족하여 모든 비타(毗陁:베다)의 논(論)을 가르쳤는데, 네 가지 비타를 다 섭렵하였다. 또 천타론(闡陁論)ㆍ자론(字論)ㆍ성론(聲論)및가소론(可笑論)ㆍ주술론(呪術論)ㆍ수기론 (受記論)ㆍ세간상론(世間相論)ㆍ세간제사주원론(世間祭祀呪願論)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대장부의 상이 구족하여 저절로 좋은 가문에 났고, 다시 5백 선성가(善姓家)의 아이들이 있어 그의 제자가 되어 에워싸고 받들어 섬겼다.

아난아, 그 때의 진보 바라문이 바로 지금의 미륵보살인 줄을 알아야 한다. 그 때 저 5백 여러 제자들은 항상 이 스승에게서 제사(祭祀) 지내는 법과 주술(呪術)하는 법을 독송하였다. 저 5백 제자 가운데 대성 바라문의 아들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을 운(雲)이라 불렀으며, 그 대중에서 상수(上首)가 되었다. 그는 모든 행이 구족하였고 어려서 스승을 따랐으며 나이 열여섯인데, 단정하고 어여쁘며 좋은 종족에 태어나서 부모가 청정하고……(중략) ……7

세(世)가 더러움과 탁함이 없어 비방할 것이 없었다. 그 집 종족은……(중략)……대장부상이 구족하여 세간에 비길 데 없었다. 몸은 황금색이요 머리털도 그러했으며 그의 소리는 범천의 소리같이 청정했다. 저 진보 선인 곁에서 주술을 받아 외우는 데 민첩하고 빨랐으며 진수를 터득하였다. 한 번 들으면 당장 알고 말이 능통하고 자구(字句)가 분명하여 일체 바라문의 집에서 소유한 갖가지 주술과 공교로운 기능을 모두 통달하였다.

통달하고 나서 저 바라문 스승에게 말하였다.

‘대사 화상(和上)이여, 저는 이제 화상이 소유하고 있는 덕(德)과 술(術)을 다 배워 익혔으므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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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상은 마음으로 운(雲) 동자를 연모하였으므로 이별하고 싶지 않아 말하였다.

‘너 마나바(摩那婆:동자)야, 나에게 논(論)이 하나 있으니 이름을 비타라 한다. 이것은 지난 옛날 모든 신선들이 말한 바로서 일체 외도 바라문들은 이제껏 듣지도 알지도 못한 것이다. 하물며 직접 보고 또 남에게 가르치겠느냐…….’

운 동자가 말하였다.

‘화상은 부디 저를 위하여 해설하소서.’

그러자 바라문은 다시 그 동자에게 비밀 주술을 가르쳤다. 동자는 그것도 다 받아서 터득하고 거듭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화상의 주술 방법을 다 알았습니다. 다시 무엇을 하오리까?’

바라문은 동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바라문 종성은 대대로 이어오는 가법(家法)이 있으니, 만약 제자가 있어 스승에게 글을 배우면 반드시 여러 가지 재물을 보시해서 은혜를 갚는 것이다.’

동자는 말했다.

‘화상이여, 저를 위하여 가법을 설명하소서. 무엇을 가지고 은혜를 갚겠습니까? 화상은 지금 마음에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너 마나바야, 나에게 보답하고자 하면 깨끗한 일산 하나와 가죽신과 금 단장[金杖]과 금 삼차목(三叉木)ㆍ금병ㆍ금발우ㆍ상하 내복에다 5백 금전을 달라.’

그 때 동자는 바라문에게 여쭈었다.

‘화상대사여, 저는 지금 말한 것 같은 물건을 화상에게 바칠 수 없습니다. 부디 저를 놓아주소서. 4방에서 찾아서 얻으면 곧 가지고 와서 화상에게 공양하겠습니다.’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네가 만약 때를 알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

그러자 운 동자는 스승의 발에 절하고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하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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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그 때 운 동자는 한 처소가 있다고 들었다. 이 설산을 지나서 5백 유순에 수라파사(輸羅波奢)란 성이 있는데 그 성 안에 제사덕(祭祀德)이라 불리는 큰 종성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 바라문은 큰 부자여서 재산이 매우 많았다. 그 제사덕 큰 바라문은 6만의 바라문을 위하여 1년 동안 무차회(無遮會)를 베풀고자 하여 6만 명의 몫으로 보시할 물건을 갖추어 준비하였는데, 한 사람마다 일산 한 개ㆍ가죽신ㆍ병ㆍ발우ㆍ상하 내복 한 벌씩 또 금전 등 몸에 이바지하는 물건을 다 갖추었다. 그리고 상좌(上座)인 한 바라문을 위해서는 따로 금으로 자루를 만든 일산과 가장 좋은 가죽신과 순금의 단장과 금 삼차목과 금병ㆍ금발우ㆍ상하 내복 등 값이 백천 냥이나 되는 것들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5백의 금돈과 1천 마리 암소에 각각 송아지 한 마리씩, 그리고 한 번에 젖을 한 말씩 짜는 소에는 그 뿔을 금으로 단장했다. 또 5백의 동녀(童女)가 있어 다 구슬 영락으로 몸을 꾸몄으며, 그 모든 여자 가운데 선기(善技)라는 동녀가 있어 상수(上首)가 되어 있었다. 그 무차회를 연 지 한 해가 다 차서 하루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 때 운 동자는 설산에서 내려와 조용히 수라파사성 무차회에 이르렀다. 6만의 바라문들은 멀리 동자를 보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훌륭하다. 이번 무차회에 잘 와 주었구나. 이제 범천(梵天)이 스스로 와서 이 무차회의 보시를 받는다.’

그러자 운 동자는 그 6만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나를 범천이라 부르지 말라. 나는 사람이요, 정말 범천이 아니다.’

바라문들이 물었다.

‘너는 누구냐?’

운 동자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듣지 못했는가? 설산 남쪽에 진보라는 바라문이 하나 있는데, 모든 것을 통달하여 문도 5백 제자를 가르쳤다.’

……(중략)……위와 같은 차례로 말하고 나서 또 말하였다.

‘그 무리들 가운데 상족(上足) 제자가 한 사람 있어 이름을 운이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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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나이 열여섯에 지혜가 총명하고 덕과 재주가 구족하여 저 스승과 다름이 없고……(중략)……그 소리도 범천의 소리 같은데 그대들은 들었는가?

바라문들이 모두 들었다고 하자, 운 동자는 자기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다. 바라문들은 이미 알아차리고 나서 더욱 기뻐 큰 소리로 외쳤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이 무차회를 잘 열었구나. 운 동자가 와서 이 공양을 받게 되었다.’

그 때 제사덕 바라문의 딸 선기(善技)와 모든 동녀들은 누각 위에서 운 동자가 단정하기 짝이 없음을 바라보고 기뻐하여 사방 모든 하늘과 모든 신에게 절하고 속으로 조용히 생각하였다.

‘원컨대 이 동자가 논의를 제일 잘하여 그전 상좌와 모든 바라문을 이겨서 나로 하여금 이 어질지 않은 사람을 떠나게 하고, 이와 같이 어질지 않은 사람과 부부가 되지 않게 하소서.’

그 때 운 동자가 대회장에 이르자 두루 세 번 돌고 상좌 바라문 앞에 나아가 아름다운 말로 위로하고 물었다.

‘어진 이여, 어떤 논(論)을 외우십니까?’

그러자 6만 모든 바라문들은 한결같이 운 동자에게 대답했다.

‘그대는 우리 상좌에게 무슨 논을 외우느냐 묻지 말라. 왜냐 하면 이 상좌는 우리들 바라문의 법과 주술이며, 모든 논을 다 외우기 때문이다.’

운 동자는 말했다.

‘바라문들이여, 그대들의 이 상좌는 바라문들의 의방(醫方)과 기예를 외운다 하지만 우리 사제지간의 바라문학에는 독자적인 법이 있으니, 서로 물을 필요가 있다. 그대들 논 이름에 선유(先有)라는 것이 있는가?’

그러자 그 6만 바라문들은 다 함께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이런 이름도 아직 듣지 못했는데 어찌 하물며 가질 수 있으며 어찌 하물며 외우겠는가?’

운 동자는 말하였다.

‘내 스승은 그의 법 가운데서 나에게 한 비타론을 가르쳤는데 선유라는 논이었다. 나 또한 외우고 있노라.’

그러자 대회의 모든 바라문들을 말하였다.

‘해설해 주면 우리들이 즐거이 듣겠노라.’

그러자 운 동자는 상석의 자리에 서서 범음(梵音)의 소리로 그 선유 비타의 논을 외웠다.

그러자 대회에 있던 6만의 바라문들은 매우 기뻐 춤추며 뛰다가 큰 소리로 한결같이 ‘내 마음에 맞고 내 뜻에 맞다’고 크게 기뻐하며 운 동자에게 말했다.

‘그대 마나바여, 이제 우리를 위해 상좌가 되어 우리의 윗자리에 앉아서 우리 상좌의 가장 훌륭한 물을 받고 우리 상좌의 최초 음식을 받으라.’

그리고 운 동자는 저 상좌를 밀어내어 하좌(下座)에 앉게 하고 높은 자리에서 맨 먼저 물을 받고 먼저 음식을 받으니 음식이 뜻에 맞았다.

식사가 끝난 뒤에 보시로 들어온 물건 중에 상좌의 법에 따라서 필요한 것만 받고 필요치 않은 것은 사양하였다.

그 때 제사덕 큰 바라문은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이 무차회를 세웠지만 성법(聖法)에 의지하지 않았고 보시한 물건도 성교에 따르지 않았나 보다. 왜냐 하면 이 회에서 베푼 모든 보시물은 운 동자를 위한 것이었는데, 그는 내 뜻을 다 받아 주지 않았으니…….’

그리하여 제사덕 큰 바라문은 무릎을 꿇고 운 동자에게 말하였다.

‘대덕 동자여, 그대는 내가 보시하는 모든 물건을 받아서 나의 보시를 구족하게 해 주시오.’

운 동자는 제사덕 바라문에게 말했다.

‘큰 바라문이여, 당신은 보시를 잘 해서 모든 것이 구족하였으니 훌륭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이 무차회는 조금도 빠진 것이 없습니다.

단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받지만 필요치 않은 것은 가져 봤자 이익이 없습니다.’

그 때 먼저 상좌이던 그 바라문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오래도록 이런 보시물을 결정코 먼저 취하길 원했는데, 어찌하여 지금 이 어린 동자가 와서 나를 밑으로 내려 버리고서 나의 이양(利養)을 빼앗게 되었는고? 만약 내가 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온 지계와 정진과 고행의 과보, 이 과보 인연으로 세세생생에 이 아이와 함께 나는 곳마다 만나서 그가 내 이양을 빼앗는 일을 겪어야 한다면 원수를 갚으면서 마침내 서로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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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으리라.’

아난아, 꼭 알아 두라. 그 때 운 동자는 바로 나이며, 제사덕이란 지금의 단타파니(檀陀婆尼)며, 그 때 저 상좌이던 바라문이란 곧 지금 제바달다(提婆達多)이다. 아난아, 이런 인연으로 어리석은 제바달다 그 사람은 지난 옛날부터 나와 함께 세세생생에 항상 원수를 짓고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때 운 동자는 그가 얻은 갖가지 보시물을 가지고 설산으로 가서 바라문에게 받들고자 하여 모든 마을과 촌ㆍ읍ㆍ국성을 지나갔다. 머물다가 가다가 하면서 이렇

게 구경하다가 점점 연화성에 다다랐다. 그 성 안에 들어가 성의 장엄을 보니, 유난히 묘하고 아름다워 불가사의하기가 위에 말한 것과 같은지라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이 연화성은 이와 같이 장엄하여 불가사의한가. 혹 어떤 사람이 이 성에서 무차회를 베푸는가, 혹은 모든 별과 하늘에 제사하는가, 혹은 길한 상서를 짓는가, 혹은 복업(福業)을 짓는가, 혹은 바라문이 법회를 여는 때인가, 또는 마침 이 성 안의 사람들이 내가 많이 이해하고 많이 안다는 명성을 듣고 내가 여기 와 모든 바라문과 함께 논란(論難)한다고 하는 건가. 그러나 한 사람도 나를 생각하거나 또는 나를 공경하고 예배하는 이가 없다.’

그래서 나(운 동자)는 그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이 성은 무슨 까닭에 장엄이 이렇게 미묘한가?’

그는 나에게 대답했다.

‘대지(大智) 동자여,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연등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께서 오래잖아 이 연화성에 와서 설법 교화한다고 하오. 이 일을 위하여 우리 임금 항원왕께서 인민들에게 영을 내려 각각 장엄하게 했으며, 모든 사람들도 복업을 짓고자 이런 갖가지 장식들을 베풀어 연등여래께 공양하려 하기 때문이오.’

아난아, 나는 그 때 생각했다.

‘우리 법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가 32상을 구족했다면 그 사람에게 두 가지 과보가 있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만약 버리고 출가하여 성도(聖道)를 수학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이름을 멀리 날리고 위덕이 자재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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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아, 그 때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먼저 여기 머물러서 연등세존께 예배 공양하고 저 미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리라. 그런 뒤에 따로 바라문 스승의 은혜를 갚으리라.’

나는 또 생각했다.

‘어떤 물건을 가지고 저 부처님을 공양하며, 어떤 사업으로 모든 선근을 심을까?’

그 때 내 마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불세존은 돈과 재물로 공양하는 것을 숭상하지 않는다. 성인은 법 공양만을 칭찬하고 기린다. 그러나 나는 아직 법의 참뜻을 알지 못하고 공(空)에 대한 식견이 없는지라 이제 가장 좋은 꽃을 찾아 사가지고 와서 바치고 미래세의 성불을 원하리라.’

그래서 나는 꽃다발 가게에 가서 꽃 파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이 꽃을 나에게 파시오.’

그 사람은 나에게 대답했다.

‘그대 동자여, 듣지 못했는가? 항원대왕이 모든 꽃다발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칙명을 내렸소. 왜냐 하면 왕이 스스로 가져가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기 때문이오.’

나는 그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다른 꽃다발 가게로 가서 꽃을 사려 했으나 그도 나에게 먼저 사람과 같이 대답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꽃을 사려 해도 얻지 못해 몰래 사려고 저 거리 뒷골목을 가만히 찾아갔다가 푸른 옷을 입고 물을 긷는 여자 노비를 만났는데, 이름이 현자(賢者)였다. 그녀는 가만히 일곱 줄기의 우발라꽃을 병 속에 숨겨 가지고 앞으로 마주 왔다. 나는 그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너는 이 꽃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느냐? 내가 지금 너에게 5백의 금전을 줄 터이니, 병 안에 있는 일곱 줄기의 우발라꽃을 나에게 달라.’

그녀가 말하였다.

‘동자여, 그대는 듣지 못했습니까?

연등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께서 이제 이 성에 들어와 이 땅 주인인 항원왕의 청을 받으려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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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왕은 저 부처님을 존중하는 마음이 나서 다시 모든 공덕을 세우고자 하기 때문에 나라 안 20유순에 영을 내려 모든 향유나 꽃다발 등속을 허가 없이 한 사람도 몰래 팔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파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왕이 사서 스스로 가지고 공양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옆집에 꽃가게가 하나 있는데 주인 이름이 원수(怨讐)라 합니다. 그에게 딸이 하나 있어 나에게 5백 전을 받고 이 꽃 일곱 줄기를 훔쳐 주었습니다.

나는 이미 금령을 어기고 이 꽃을 얻어 스스로 연등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에게 공양하고자 하지만 참으로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말하는 사정은 나도 이제 다 알고 있으니 5백 금전을 받고 나에게 우발라꽃 다섯 줄기만 주고 두 줄기는 네가 가지라.’

그러자 그녀가 물었다.

‘어진 동자여, 그대는 이 꽃을 가져다 무엇에 쓰고자 합니까?’

내가 대답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는 일은 보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운데 이제 만나게 되었으니 이 꽃을 사서 연등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에게 드리고, 모든 선근을 심어 미래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고자 하노라.’

그 때 그녀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내가 동자를 보니, 내외 형용이며 몸과 마음이 용맹하여 법을 사랑하고 정진하는지라, 그대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습니다.
마나바여, 그대가 성도를 이루기 전까지 세세생생에 나를 아내가 되게 허락한다면, 그대가 도를 이루고 나서는 나는 머리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아라한을 구하여 그대의 제자가 되어 사문행을 닦겠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나는 이제 그대에게 다섯 줄기의 꽃을 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주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아가씨여, 이 몸은 바라문이라 종성(種姓)이 청정하여 네 가지 비타론을 통달했는데, 우리 비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고 보살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겨 안락케 해 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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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내어 누구든 와서 구하는 것이 있으면 인색하게 굴지 말며, 심지어는 목숨이나 몸까지도 사람들에게 보시하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아내나 처자나 그 나머지 재물에 대해서 간탐하는 마음을 낼 수가 없다. 아가씨여, 내가 이제 원을 내어 보리를 구함은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기 위함이며,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겨 구제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내 처자를 찾는 사람이 있더라도 나는 보시하리니, 그대의 애련해 하는 마음이 장애가 되면 곧 나는 베어 버릴 것이다. 그러면 원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대에게 한량없는 죄를 짓게 되리라. 모든 재산과 보물을 내가 보시하려 할 때 그대가 방해하지 않겠다고 원을 세우면 나는 그대에게 내 아내가 되라고 허락하리라.’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말하였다.

‘마나바여, 가령 어떤 이가 그대에게 와서 내 몸을 달라 할지라도 나는 간탐하는 마음을 내지 않을텐데 하물며 아들딸이나 또 그 나머지 재물이랴…….’

나는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소원이 반드시 이와 같다면 내세에 내 아내가 됨을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그녀는 나에게서 5백 금전을 받고 우발라꽃 다섯 줄기를 주고, 또 그 나머지 두 줄기도 나에게 보시하면서, 그대와 함께 미래의 인연을 짓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또다시 말하였다.

‘그대가 선근을 심으려는 곳에 이 두 꽃을 그 위에 뿌려서 항상 그대와 생마다 같은 곳에 함께 있고 서로 떠나지 않게 되기를 원하라.’

그 때 연등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가 밖으로부터 연화성 안으로 들어오셨다. 나는 그 때 이 일곱 줄기 연꽃을 사 가지고 오다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았다. 점점 가까이 이르자 부처님 몸을 보니 단정하고 거룩하여 청정한 광명이 세상을 비추고 모든 근(根)을 조복하여서 그 마음이 적정하고 편안히 머물러서 동요하지 않으며, 6근이 유리 못같이 맑고 고요하였다. 나아가고 멈추는 위의가 마치 상왕(象王)과 같은데, 다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모든 하늘 대중이 앞뒤에서 둘러싸고 각각 한량없는 하늘의 온갖 꽃을 뿌렸으며, 또 하늘의 한량없는 전단 가루향과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들을 저 연등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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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 위에 존중히 공양하였다. 그 때 항원왕은 의장대의 네 종류 군사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저 성문에서 나와 연등불을 맞이하였다.

그 때 그곳에 모여든 한량없고 끝없는 다른 종류의 중생과 사람과 비인(非人)인 천룡8부의 모든 귀신들이 향가루와 갖가지 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렸는데, 꽃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모두 연등여래의 머리 위 허공 중에서 큰 보배 일산을 이루어 부처님께서 가면 따라가고, 부처님께서 멈추면 따라서 멈추었다. 나는 그 때 저 연등여래를 보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났고, 은중(殷重)한 마음이 났으며 공경하는 마음이 나서 이 일곱 줄기의 우발라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리고 서원을 하였다.

‘내가 미래에 성불할 때 지금 연등여래처럼 법을 얻고, 대중도 다를 바 없으며, 흩은 꽃이 허공 중에 머물러 꽃잎은 아래로 향하고 꽃줄기는 위로 뻗쳐서 부처님 머리 위에서 꽃일산을 이루어 부처님을 따라가고 멈추게 하소서.’

나는 이와 같은 신통과 위덕을 보고 배나 더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난아, 그 때 저 한량없고 끝없는 사람들은 각각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묘하고 좋은 의상을 가져다가 길 위에 폈다. 즉 가늘고 보드라운 가시가 옷[迦尸迦衣], 가늘고 흰 첩의(氎衣), 세추마 옷[細蒭摩衣] 또 미묘하고 보드라운 구주마 옷[拘周摩衣], 묘한 비단인 교사야 이불[憍奢耶被] 등을 연등불에게 공양하고자 하였으므로 옷이 땅을 가득 덮었다.

아난아, 나는 그 때 저 한량없고 가없는 사람들의 값진 옷들이 다 땅을 덮는 것을 보았으나 내 몸에는 오직 녹피(鹿皮) 한 가지뿐이라, 나도 녹피를 가지고 땅 위에 깔았다. 그러나 내가 녹피를 깐 곳에 저 사람들이 욕하고 화내고 혐오스러워하면서 녹피를 걷어서 멀리 다른 곳에 던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아아! 세존 연등여래여, 저를 어여삐 여기시고 사랑하지 않으십니까?’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부처님은 내 마음을 아시고 나를 어여삐 여기신 까닭에 신통력으로 한쪽 땅을 진흙땅으로 변화시키셨다. 그 때 그 모든 사람들은 진흙길을 보자 각각 피해 가고, 한 사람도 진흙에 들어가는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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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진흙 있는 데로 가서 그 진흙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세존님을 어떻게 이런 진흙 속으로 밟고 가시게 하랴. 만약 진흙 가운데로 가시면 진흙이 부처님 발을 더럽히지 않으랴. 나는 이제 냄새나는 육신을 가지고 저 진흙 위에 큰 다리를 만들어 불세존께서 내 몸을 밟고 가시게 하리라.’

나는 곧 가졌던 녹피를 깔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얼굴을 덮고 엎드려 부처님을 위해 다리를 만들었다.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 못하는데, 오직 부처님이 최초로 내 머리털 위를 밟았다. 이와 같이 연등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를 공양했기 때문에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원컨대 이 연등여래 세존 및 성문들은 발로 내 몸과 머리털 위를 밟고 이 진흙을 건너소서.’

다시 이런 원을 세웠다.

‘원컨대 미래세에 성불할 때는 연등여래와 같이 다름이 없고 이러한 위덕, 이러한 세력으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또 서원하였다.

‘내 이제 이 몸과 목숨이 다하더라도 연등불께서 나에게 수기를 하지 않으시면 결코 이 진흙에서 일어나지 않겠나이다.’

동자가 몸과 머리털을 깔 때 마침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으니, 동쪽이 솟으면 서쪽이 꺼졌고,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꺼졌고,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꺼졌고,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꺼졌고, 가운데가 솟으면 가장자리가 꺼졌고, 가장자리가 솟으면 가운데가 꺼졌다.”

 

   

 

 

불본행집경 제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 수결정기품 ②

“그 때 연등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께서는 내 마음을 아시고 큰 비구 백천 명과 저 하늘과 용 천만억 무리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내 곁으로 오셔서 발로 내 몸과 소라 같은 머리털 위를 밟고 큰 용왕같이 조용히 걸으시며 좌우를 돌아보고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나와 함께 이 길로 가지 못한다. 이 마나바의 몸과 소라 같은 머리털은 한 사람도 감히 밟을 만한 이가 없다. 이 사람의 몸과 머리털은 오직 여래만이 밟을 수 있을 뿐이다. 왜냐 하면 이는 보살의 몸이며 머리털이기 때문이다.’

그 때 연등불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 마나바여, 광대한 마음을 내어 바다 같은 서원을 세웠구나. 네가 구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안락을 짓기 위해서이다. 마나바여, 네가 이미 이런 큰 원으로 일체 세간에게 이익을 주고 안락하게 하려는 것은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을 가련히 여기는 까닭이며, 천상과 인간의 길잡이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크게 정진하는 용맹한 마음을 내어 이와 같은 법을 다 갖추고 금강(金剛) 같은 굳은 뜻을 구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구나. 이런 까닭에 너는 이제 몸으로 여래를 업고 가니, 너는 저 미래에……(중략)……몸과 목숨도 아끼지 않거든 어찌 하물며 나머지 재물이겠느냐. 너 마나바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함은 이것이 처음 모습이라, 너는 이와 같은 큰 원을 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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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네가 소유한 일체 물건을 희사하라.

너 마나바여, 미래의 과보를 구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지 말고 오직 출세간의 무상보리(無上菩提)를 구해야 하니, 탐심을 내지 말고 남의 재물을 보더라도 빼앗지 말라. 너는 금계(禁戒)를 가져 범하거나 결함이 없게 하고 더러운 데 물들지 말며, 상(相)을 내지 말고 스스로를 예찬하고, 남을 비방하거나 또 자기 몸을 헐지 말라. 너는 마땅히 인욕(忍辱)하라. 설사 남이 와서 때리고 욕하고 감금하고 얽어매어 살해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 꾹 참고 받으라.

심지어 너의 신체를 마디마디 찢어발기는 때라도 너는 이런 원수에게 인욕하여 자비심을 내라. 살생하지 말고 남의 신명(身命)이나 재산을 겁탈하지 말라. 남의 재물은 항상 멀리하고 스스로 경영하고 구함에 있어서도 만족한 줄 알라. 남의 부녀자나 처첩을 가까이하지 말고 자기 것도 탐내지 말아야 한다. 망령된 말을 멀리 여의며, 나아가 목숨이 다하도록 남에게 거짓을 말하지 말라. 싸우고 다투어 친한 사람을 멀어지게 하지 말라. 파괴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항상 화합케 하라. 나쁜 말을 하지 말고 항상 아름다운 말을 쓰라. 반드시 이익이 될까 하여 꾸미는 말을 해서는 안 되며, 때에 맞는 말과 법에 맞는 말을 해야 한다. 너는 정견(正見)을 행하여 일체 삿된 길은 다 버려라. 너 마나바여, 이런 모든 일을 감당한다면 너의 발원이 빠짐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너는 저 일체 중생을 외아들같이 불쌍히 여겨야 한다. 마음과 입을 잘 다스려 조복하고 아첨과 곡해를 짓지 말라. 존중할 사람을 공양하라. 너는 오만하여 마음을 방일하지 말라. 항상 적정한 삼매와 정수(正受)로써 무아법(無我法)을 관하여 미래의 보리의 종성(種性)을 끊지 말라. 너는 마침내 이렇게 중생을 이익케 하고 일체를 안락케 하라. 마나바여, 네가 만약 이와 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내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라.’

그래서 나는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할 수 있습니다.’

그 때 연등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즉시 미소를 지으셨다. 저 부처님께 한 시자 비구가 있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무릎을 꿇어 합장하고 여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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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여래께서 미소를 지으시나이까?’

연등불께서 비구에게 대답하셨다.

‘비구여, 너는 이 마나바를 보라. 일곱 줄기의 꽃을 가지고 나에게 공양하고, 몸을 엎드리고 머리털을 펼쳐 진흙 위에 다리를 만들어 나에게 밟고 건너게 했으니, 이런 까닭으로 이 마나바는 아승기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리니, 이름을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할 것이며, 10호가 구족하여 나와 다름이 없으리라.’

아난아, 그 때 연등불께서 나를 위해 확실한 수기를 주셨는데, 나는 그것을 듣고 나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허공 중에 7다라수 높이로 치솟았으며, 청정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절하였다. 아난아, 나는 그 때 온몸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난아, 그 때 연등불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마나바여, 너는 저 동방의 세계를 보라.’

내가 저 동쪽을 보니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나라의 모든 부처님도 다 나를 위하여 확실한 수기를 주셨다.

‘너 마나바여, 미래세에 아승기겁을 지나서 성불하리니, 이름을 석가모니라 할 것이며 10호가 구족하리라.’

이 동방과 같이 남ㆍ서ㆍ북 방과 4유와 상ㆍ하의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아난아, 나는 그 때 공중에서 내려와 조용히 땅에 머물러 서서 연등불의 발에 절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연등불에게 출가하기를 구하리라.’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부처님 곁에서 범행을 닦고자 합니다. 부디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나에게 말하였다.

‘너 마나바여,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나는 곧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았다. 수염과 두발을 깎고 나자 한량없는 모든 하늘들이 내 머리털을 가져다가 공양하려 했기 때문에 10억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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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다 한 가닥씩 얻었다. 아난아,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 이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지 않고서 안락을 얻은 중생을 하나도 보지 못했으며, 그럴 수가 없는 일이다.

아난아, 나는 그 때 아직도 모든 번뇌에 골고루 얽혀 있었고, 탐욕ㆍ진에ㆍ우치를 다 없애지 못했으나 한량없는 백천억의 모든 중생들은 내 머리털을 가져다가 각각 공양하고 해탈을 얻었으니, 하물며 오늘날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난 내 곁에서 모든 공덕을 짓고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냐? 그럴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까닭에 아난아, 일체 중생은 마땅히 발심하여 여래를 공양해야 한다.

아난아, 나는 그 때부터 번뇌 가운데 있으면서 보살행을 행하여 용맹스레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항상 보시를 행하고 항상 공덕을 지었다. 나는 이런 모든 선업 때문에 저 한량없는 백천 세상에 범천왕이 되기도 했고, 제석천왕이 되기도 했으며, 혹은 백천의 전륜성왕도 되었으며, 선근 인연의 힘으로 이제 성불하여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가 되어 위없고 가장 묘한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나의 복덕과 지혜의 힘 때문에 오늘날 모든 찰제리(刹帝利)와 또 바라문ㆍ장자ㆍ거사ㆍ사문ㆍ지인(智人)들이 내 말을 믿어 받고 내 법을 의지해 행한다.

아난아, 너는 내 말에 결코 두 가지 말이 없음을 관하라. 연등불이 나에게 확실한 수기를 하여 가르쳐 보인 대로 그것에 의지해 수행하여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셨다.


하늘이 땅에 떨어지고

이 땅도 변해 무너지더라도

모든 중생들은

오히려 상주(常住)하는 몸을 얻으리.


수미(須彌)의 산왕이 무너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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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아난아, 너는 알아 두라.

모든 부처는 두 말이 없음을.


이렇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시고 나서 다시 아난에게 이르셨다.

“모든 불세존에게는 항상 이 행이 있으니, 가령 광명이 한량없고 끝없으나 모든 중생을 위하여 한 길[尋]에서 주지(住持)하며, 이 한 길에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광명을 나타낸다. 무슨 까닭이냐. 모든 중생들이 낮과 밤을 모르는 것을 두려워해서이며 한 달이나 반달이나, 1년이나 반년이나, 춘ㆍ하ㆍ추ㆍ동의 4시와 8절을 잊어버릴까 두려워해서이다. 아난아, 저 연등불은 10호를 갖추고 밝게 비추는 업을 성취하여 항상 비춰서 어둠이 없으므로 저 부처를 연등이라 이름하니, 항상 광명이 있어 천하를 비추신다. 그 나머지 인연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옛적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했으니 이름이 승일체(勝一切)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나는 금꽃을 저 부처님 위에 뿌리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원하옵건대 내가 미래세에 미묘한 몸을 얻어 상법(相法)이 구족하여 지금 세존과 같이 되게 하소서.’

그러자 그 부처님께서는 내 마음을 알고 미소지으시니 시자 비구가 옷을 정돈하고 부처님께 여쭈매……(중략)……부처님께서 그 시자에게 이르셨다.

‘비구여, 너는 이 사람이 금꽃을 내 위에 흩는 것을 보았느냐?’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저도 보았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1억 겁을 지난 뒤에 마침내 성불하리니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이름하고 10호가 구족하리라.’

아난아,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나서 용맹히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갑절 더 그 마음을 키워서 나머지 복업을 닦았다. 나는 이런 착한 인연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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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에 났으며, 제석천왕과 전륜성왕이 되었다. 한번은 왕이 되어 선견(善見)이라 이름했는데, 그 왕의 성곽에는 성가퀴[却敵]와 문루(門樓)와 궁실과 전당이 순금으로 되어 있었으며, 동산의 나무 숲과 샘과 못들도 다 금으로 장식되었다. 저 업의 인연으로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위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적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을 연화상(蓮花上)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하였다. 나는 은 꽃을 저 부처님 위에 뿌리고 이런 원을 내었다.……(중략)……

‘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물으셨다.

‘너는 이 사람이 은꽃을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비구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미래세의 10만 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할 것이며 이름은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정진하는 용맹한 마음을 버리지 않고 갑절이나 더 그 마음을 키워서 모든 공덕을 지었다. 나는 이러한 선업의 과보 때문에 한량없는 세상에 범천왕과 제석천왕과 전륜성왕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왕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대선견(大善見)이었으며 살고 있는 성은 구시나(拘尸那)였다. 그 성의 망루며 성가퀴와 문들은 다 백은으로 이루어졌고, 동산의 나무 숲과 샘과 못의 모든 물은 다 백은으로 장엄되고 장식되었다. 저 업의 인연과보로써 이제 성불하여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었고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지난 옛날부터 이와 같은 법이 있었으므로 모든 보살이 처음 났을 때 사람이 붙들어 주지 않아도 동ㆍ서ㆍ남ㆍ북으로 각각 일곱 걸음씩 걷는다. 아난아, 저 연화상부처님도 처음 나셨을 때 두 발로 땅을 밟자 그 땅에는 곳곳마다 연꽃이 솟았으며 일곱 걸음씩 걸었고 동ㆍ서ㆍ남ㆍ북 등 밟는 곳은 다 연꽃이 있었으므로 이 부처의 이름을 연화상이라 불렀다. 바로 그 때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만의 무리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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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ㆍ인비인 등이 한꺼번에 곳곳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 큰 보살의 이름이 연화상이시다.’

저 하늘과 사람들이 이런 소리로 불렀기 때문에 저 부처님을 연화상이라 이름하였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옛적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최상행(最上行)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그 때 나는 한 줌의 금 조[粟]를 저 부처님 위에 뿌렸다.……(중략)……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천 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여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듣고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더욱 선업을 길렀으며, 그 공덕과보의 인연으로써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왕ㆍ제석천왕ㆍ전륜성왕이 되었다. 그런 중에 한번은 전륜성왕이 되었는데 이름을 정생(頂生)이라 하였다. 내가 그 때 궁전 안에 있을 때 7일 동안이나 계속해서 금 조의 비가 내려 사람의 무릎이 묻히게 가로와 세로에 가득했다. 이런 선업의 인연으로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저 최상행여래께서 마을이나 성읍에 가서 걸식하시고자 할 적에는 땅에서 여섯 자나 떨어진 허공을 발로 밟고 가셨다.

그래서 그 때 하늘ㆍ용ㆍ인비인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불세존의 이름이 최상행(最上行)이시다.’

이런 인연으로 이 여래를 최상행이라 하였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적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을 상명칭(上名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라 하였다.

나는 그 때 저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방 하나씩을 보시하고 나의 원을 말했다.……(중략)……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5백 겁이 차면 마침내 성불하여 석가모니라 이름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나서 정진을 버리지 않았다. 이런 업의 인연으로 한량없는 세상을 지나도록 범천ㆍ제석천과 전륜성왕이 되었으며, 또 이 과보로 나는 어느 때 선견(善見)이라는 전륜성왕이 되었다. 그 때 제석천의 비수갈마(毘首羯磨)가 내려와서 나를 위해 전각을 하나 지어 줬으니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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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승(一切勝)이었다. 이런 선업 과보의 인연으로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고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적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나와 이름이 같았으며 종성이나 부모 이름과 수명도 모두 다 나와 같았다. 나는 그 때 소마나꽃[蘇摩那華]을 가지고 저 부처님의 위에 흩고[가섭유사는 ‘금 한 주먹을 가지고’라 했다.] 이런 원을 내었다.……(중략)……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이 뒤에 백 겁이 차면 마침내 성불하여 석가모니라 이름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더욱 공덕을 길러서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ㆍ제석천 및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런 선업 인연의 힘으로 보리(菩提)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37조보리분법(助菩提分法)으로 내 몸을 장엄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제사(帝沙)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나는 한 줌의 전단 가루를 그 부처님 위에 뿌렸다.……(중략)……그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95겁을 지나 마침내 성불하여 석가모니라 이름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더욱 공덕을 길러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ㆍ제석천과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런 선업 인연의 힘으로 나는 최고로 계행이 청청하고 구족하다고 일컬어졌으며, 선업 과보의 인연으로 나는 최상의 지견공덕(智見功德)이 구족하다고 일컬어져서[가섭유사는 말하되 ‘나는 선업 인연의 힘으로 최상의 계행공덕을 얻었다고 명성이 멀리 퍼졌고, 마침내 최상의 지견공덕을 얻었다고 멀리까지 이름을 날렸다’고 했다.]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불사(弗沙)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그 때 부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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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 1142] 쪽

서는 잡보굴(雜寶窟) 안에 계셨는데, 나는 저 부처님을 보고 매우 기뻐서 합장하고 한쪽 다리를 들고 이레 낮 이레 밤을 지나면서 이 게송으로 저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천상과 천하에 부처님 같은 이 없고

시방세계에 견줄 이 없네.

세간에 모든 것을 내가 다 봐도

하나도 부처님 같은 이 없네.


아난아, 나는 이런 게송으로 그 부처님을 찬탄하고 이런 원력을 세웠다. ……(중략)……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94겁을 지나 마침내 성불하리니 이름은 석가모니라 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나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더욱 공덕을 길러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과 제석천왕 및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런 선업 인연의 힘으로 나는 네 가지 변재(辯才)가 구족했으므로 나와 논쟁해서 나를 항복시키는 자가 하나도 없었으며,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했으니 이름이 견진리(見眞理)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나는 그 때 갖가지 꽃을 그 부처님 위에 뿌렸다.[가섭유사는 말하되 ‘저 부처님의 이름은 견일체리(見一切理)라 한다’고 하였다.]……(중략)……그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93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리니 이름은 석가모니라고 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나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더욱 공덕을 길러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과 제석천과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이제 최상의 이름과 지계행을 갖추었다는 이름을 얻었으며, 해탈지견(解脫知見) 일체가 구족하였다는 이름을 얻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했으며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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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비바시(毘婆尸)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나는 그 때 한 줌의 팥을 저 부처님 위에 뿌렸다.……(중략)……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91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리니 이름은 석가모니라 할 것이며 10호가 구족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얻고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더욱 공덕을 길러서 한량없는 세상 동안 범천과 제석천과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런 선업 인연의 힘으로 한번은 전륜왕이 되었는데 이름이 정생(頂生)이었다. 4천하를 얻었고, 또 제석천의 자리를 반을 얻어 앉았으며, 이런 과보로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고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시기(尸棄)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나는 그 때 값을 매길 수 없는 옷을 가지고 저 부처님과 성문들을 덮어 주고 이런 원을 내었다.……(중략)……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31겁을 지나서 마침내 성불하리니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나서 용맹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항상 보시를 행하고 복업을 지었다. 나는 이와 같은 선업의 인연으로 한량없는 세상 동안 대범왕과 제석천왕과 전륜성왕이 되었으며, 오늘까지도 가시가 옷ㆍ추마옷ㆍ겁파 옷ㆍ교사야 옷ㆍ구침파 옷 등 갖가지 옷을 얻는다.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고 마침내 위없는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여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비사부(毘舍浮)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이다. 나는 그 때 맛 좋은 온갖 음식을 저 부처님과 성문들에게 보시하고 이런 원을 세웠다.……(중략)……저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 이르셨다.

‘이 사람은 30겁을 지나서 성불하리니 이름은 석가모니라 하리라.’

나는 그 때 수기를 받고 나서 용맹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항상 보시하여 복업을 지었다. 나는 이런 선근 인연으로 한량없는 세상 동안 대범왕이 되기도 하고, 혹은 제석천왕과 전륜성왕이 되었으며, 이제 갖가지 온갖

음식을 얻었으며,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위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린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저 구루손(拘婁孫)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곁에서 범행을 닦은 것은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저 가나가모니(迦那迦牟尼)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곁에서 범행을 닦은 것은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저 가섭(迦葉)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곁에서 범행을 닦은 것은 미래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난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에 나는 저 미륵보살 곁에서 갖가지 미묘한 네 가지 공양 도구를 가지고 부처님을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며 마음대로 바쳤는데, 그것은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난아,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한량없는 공양구를 가지고 가는 곳마다 과거 한량없는 불ㆍ보살과 성문들에게 공양하여 모든 선근을 심은 것은 미래세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난아, 옛날 백 아승기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연등(然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렇게 차례로 백억 겁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일체승(一切勝)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차례로 5백 겁을 지났을 때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최상명칭(最上名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차례로 백 겁을 지났을 때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차례로 94겁 때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불사(弗沙)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와 같은 차례로 93겁 때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견의(見義)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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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타였다. 아난아, 이와 같은 차례로 91겁 때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비바시(毗婆尸)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와 같은 차례로 31겁 때 한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시기(尸棄)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같은 겁 가운데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신문(神聞)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였다.

아난아, 이 현겁(賢劫) 초에 첫 번째로 구루손타(拘婁孫馱)여래 께서 세상에 출현하셨고, 두 번째로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여래 께서 세상에 출현하셨고, 세 번째로 가섭(迦葉)여래 께서 세상에 출현하셨고, 네 번째로 내 몸 석가모니여래가 이 세상에 나와 있다.

아난아, 저 연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의 집에 나셨으며, 일체승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 왕가에 났으며, 연화상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가에 나셨으며, 최상행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 왕가에 나셨다. 덕상명칭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가에 나셨으며, 석가모니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 왕가에 나셨으며, 제사여래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비라문가에 나셨으며, 불사여래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왕가에 나셨다. 견진의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가에 나셨으며, 비바시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왕가에 나셨으며, 시기여래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왕가에 나셨으며, 신문여래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찰제리왕가에 나셨다. 구루손타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가에 나셨으며, 구나함모니불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가에 나셨으며, 가섭여래께서는 세상에 출현하시어

큰 바라문가에 나셨다.

아난아, 나는 이제 찰제리 종성 큰 왕가에 나서 세간에 출현하였다. 아난아, 연등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께서는 8백 4천만억 세 동안 세상에 머무시는데, 모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이다.[니사색(尼沙塞) 논사의 말은 위와 같고, 가섭유사는 ‘연등여래께서는 세상에 1겁을 머무시는데 성문들과 모든 세간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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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아, 일체승여래도 세상에 8만억 년을 머무시는데, 모든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이다.[니사색은 이렇게 말했으며, 가섭유사는 ‘일체승여래는 세상에 1겁을 머무시는데,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하였다.]

연화상불께서는 세상에 8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최상행불께서는 세상에 8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상명칭불께서는 세상에 6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세상에 8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제사여래께서도 세상에 8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다. 불사여래께서는 세상에 5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견진의불께서는 세상에 4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다. 비바시불께서도 세상에 8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신문여래께서도 세상에 6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구루손타불께서도 세상에 4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다. 구나함모니불께서도 세상에 3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요, 가섭여래께서도 세상에 2만 년을 머무시는데 이익을 주기 위해서였다.

아난아, 이제 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 는 80년을 세상에 머무르리니, 이익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부처에게는 신통이 있어

세상에 머물러 공양을 받네.

그 신통과 업이 다하면

조용히 열반에 드네.

“아난아. 연등여래께는 250만억의 성문 제자 대중들이 모였으며, 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법이 7만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그 중에 마지막 10년 동안은 모든 비구들이 공경과 믿음을 내지 않고 참괴심(慚愧心)이 없었으며, 세상일을 경영하여 모든 업을 즐겼으며, 의심이 있어도 서로 묻지 않았으며, 각각 자기 재주만 믿고 서로 교만을 내어 항상 비법(非法)한 모든 악지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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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사람을 모아 벗을 삼아 함께 패를 지어 어울려 다니며 놀았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은 행실이 순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 여래의 불보와 법보와 승보가 빨리 숨어 없어져 세간에 나타나지 않게 되고 모든 경전이 다 없어졌다.

일체승불에게는 1만 4천의 성문 제자 대중이 모였고, 여래 멸도(滅度)후에 정법(正法)이 얼마간 세상에 머물렀다. 연화상불께는 7만의 성문 대중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도 후에 정법이 10만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상행여래께는 6만의 성문 대중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도 후에 정법이 7만 7천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덕상명칭불께는 2만의 성문 대중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도 후에 정법이 5백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석가모니불께는 1,250의 성문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5백 년을 세상에 머물렀고, 상법(像法)이 5백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제사여래께는 6만억 성문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2만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불사여래께는 한량없는 억의 성문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과 상법이 머무르다가 멸했다. 견일체의불께는 32억 나유타 성문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잠시뿐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비바시불께서는 세 차례 설법하여 성문들을 제도하셨는데, 첫 번째 대법회에는 168백천 명, 두 번째 대법회에는 10만 명, 세 번째 대법회에는 8백천 명이 있었으며

, 여래 멸후에 정법이 2만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신문여래께서는 두 번의 법회에서 성문들을 제도하셨는데, 제1회에서는 7만 명을, 제2회에서는 6만 명을 제도하셨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6만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구루손타불께는 4만의 성문 제자가 있었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5백 년을 세상에 머물렀다. 구나함모니불께는 3백만 성문이 모였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29일을 세상에 머물렀다. 가섭여래께는 2만 성문들이 모였으며, 여래 멸후에 정법이 7일 동안 세상에 머물렀다.

아난아, 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에게는 1,250의 성문들이 모였으며 내가 멸도한 후에는 정법이 5백 년을 세상에 머물고, 상법이 또한 5백 년을 세상에 머물 것이다. 이제껏 했던 말을 우타나 게송[優陀那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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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간추려 보리라.”

보시[施]와 또 햇수

종성(種姓)과 수명이며

성문들이 모이는 것

정법과 또 상법

저 모든 불세존께서

세상에 머물고 열반하심을

석가 큰 사자가

다 말하였느니라.

 

3. 현겁왕종품(賢劫王種品) ①

그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죽림정사 가란타조(迦蘭陀鳥) 있는 데서 큰 비구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불법에 의지하셨으며……(중략)……청정한 범행(梵行)을 설하여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자세히 듣고 자세히 받아 세존이 가르친 대로 하라.”

모든 비구들은 여쭈었다.

“저희들은 기쁘게 믿어 받들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이 현겁(賢劫) 초에 땅이 건립되고 나서 가장 높고 호걸스럽고 부귀로운 큰 우두머리 전륜왕의 종성이 있었으니, 이름은 중집치(衆集置)로서 이미 안정된 곳에 자리잡은 뒤였다. 그 때 모든 대중들이 지주(地主)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의 큰 지주여, 우리들을 위하여 나쁜 사람은 벌을 주어 다스리고, 어질고 착한 이는 상을 주소서. 어진 이여, 논과 밭을 저희에게 나눠주면 우리들이 각각 곡물을 심을 것이요, 농사지어서는 할당하여 어진 이에게 바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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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지주는 대중들의 청을 받아 법대로 공평히 살피고 검사하여 나쁜 사람은 벌로 다스리고,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었다. 사람들은 논과 밭을 얻어 각각 잘 수호하여 곡식이 익은 뒤에 몫에 따라 나눠 받았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 때 그 대중들은 이렇게 모여서 화합하여 그 어진 이를 추대하여 지주를 삼았으며 대중들이 의논해 추대했으므로 대중평장(大衆平章)1)이라 일컬었다. 그 지주는 역시 모든 대중들을 위하여 법다이 다스리고 교화해서 그들을 기쁘게 하였다. 한마음으로 사랑하고 즐기며 함께 화합하게 하여 각각 자기 위치를 편히 여겼으므로 이런 뜻에서 그를 왕(王)이라 불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전답을 수호하고, 추수 때 여러 사람의 전답에서 할당

을 받는 까닭에 이름을 찰리왕이라 하는 것이니, 찰리왕이란 전답의 주인이라는 명칭이다. 너희들은 꼭 알아 두라. 이런 인연으로 겁 최초에 대중이 추대해 세운 왕종이 이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 때 대중들이 세운 왕이 뒤에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이름이 진실(眞實)이었다. 그는 전륜왕이 되어 4천하에 왕노릇 하며 큰 지주가 되어 7보가 저절로 생기고 천 명의 아들이 구족했으며, 서른두 가지 대장부의 상호를 갖추었고, 위덕과 용맹은 원적(怨敵)을 꺾었다. 그 왕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을 때는 대지나 바다에 가시 넝쿨이 없었고, 언덕에는 높고 낮은 데가 없었다.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고, 인민들이 안락하여 모든 공포나 어려움이 없었으며,

군사를 쓰지 않아도 모든 지방이 스스로 항복하여 법답게 다스려졌다.

모든 비구들아, 그 진실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큰아들은 의희(意喜)라 하였고, 자용(自用)이라고도 하였다. 이 아들도 전륜성왕이 되어 위에 말한 것과 같이 7보며 천 명 아들이 구족했으며……(중략)……큰 땅을 법답게 다스렸다.

모든 비구들아, 그 자용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은 이름이 지자(智者)라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를 수계(受戒)라 불렀다. 그 지자왕도 아버

 

 

1) 다른 본에서는 대중평등(大衆平等)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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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왕위를 이어 전륜왕이 되었으며, 위에 말한 대로 7보와 천 명 아들이……(중략)……큰 땅들을 법답게 다스렸다.

모든 비구들아, 그 지자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은 이름이 정생(頂生)이었는데, 그도 부왕의 위를 이어서 전륜왕이 되었고, 위에 말한 대로 ……(중략)……큰 땅을 법답게 다스렸다.

모든 비구들아, 그 정생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은 대해(大海)라 했는데, 그도 부왕의 위를 이어 전륜왕이 되었고, 위에 말한 것과 같았다.

모든 비구들아, 그 대해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맞아들의 이름은 구족(具足)이라 했는데, 모든 사람들은 그를 부(敷)라고 불렀으며, 다음 왕위를 이었으니, 위에 말한 것과 같다.

모든 비구들아, 그 구족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의 이름은 양육(養育)이었으며, 다음 왕위를 이었으니, 위에 말한 것과 같다. 그 양육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 이름은 복거(福車)라 했고,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 그 복거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의 이름은 해탈이었고,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 그 해탈왕의 천 명 아들 가운데 맏아들의 이름은 선해탈(善解脫)이었으며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

에 말한 대로이다. 그 선해탈왕의 아들 이름은 소요(逍遙)라 했고,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 그 소요왕의 아들은 대소요(大逍遙)라 불렀으며,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 그 대소요왕에게도 조요(照曜)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 그 조요왕에게도 대조요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다음 왕위를 이은 것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

 

 

 

 

 

불본행집경 제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 현겁왕종품 ②

“모든 비구들이여, 저 대조요왕(大照曜王)의 아들은 이름을 의희(意憙)라 했으며 다음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그 의희왕의 아들은 선희(善喜)라 했고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으며, 그 선희왕의 아들은 만족(滿足)이라 했고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으며, 그 만족왕의 아들은 대만족(大滿足)이라 했고,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대만족왕의 아들은 양육(養育)이었으니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 말한 대로이며, 그 양육왕의 아들은 또 이름을 복거(福車)라 했으며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고, 그 복거왕의 아들은 인수령(人首領)이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 그 인수령왕의 아들은 화질(火質)이라 불렀고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 말한 대로요, 그 화질왕의 아들은 광염(光炎)이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광염왕의

아들은 선비관(善譬冠)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그 선비관왕의 아들은 공관(空冠)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그 공관왕의 아들은 선견(善見)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그 선견왕의 아들은 대선견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대선견왕의 아들은 수미(須彌)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

과 같으며, 그 수미왕의 아들은 대수미라 불렀으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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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전륜성왕이란 4천하의 대지와 바다까지 통치하며 7보가 구족하고……(중략)……법답게 인민들을 다스리는 자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왕은 다 과거의 전륜성왕으로서 한량없는 복업을 구족히 닦았고 모든 선근을 깊이 심었으며, 이런 과보로 이 4천하의 일체 대지에서 받아 먹으며 모든 복락을 누리며 수명도 헤아리기 어려워 계산할 수 없다.

모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꼭 알아 두어라. 나는 이제 다시 저 전륜성왕들의 자손들이 대대로 이어진 것과 또 나머지 작은 왕들의 자손들이 물려받아 온 주처(住處)와 이름과 차서의 적고 많은 것들을 말하리라. 너희들을 위해 간략히 그들 씨족(氏族)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잘 들으라.

모든 비구들이여, 대수미왕의 치세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면서 자자손손 101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 포다나성(褒多那城)에 머물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는데, 그 모든 왕 가운데 마지막 왕의 이름이 사자승(師子乘)이었다. 사자승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에 61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었는데, 모두 다 바라나성(波羅㮈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여승(女乘)이라 이름했으며, 그 여승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56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었는데, 모두 다 아유사성(阿踰闍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엄치생(嚴熾生)이라 불렀고, 엄치생왕으로부터 세세로 이어 자자손손 도합 천 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가비리야성(迦毘梨耶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범덕(梵德)이라 불렀고, 범덕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아사제나부라성(阿私帝那富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상장(象將)이라 불렀고, 상장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덕차시라성(德叉尸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호(護)라 불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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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 1142] 쪽

호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1천2백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사야나성(奢耶那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능항복(能降伏)이라 불렀고, 능항복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도합 90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가나구사성(迦那鳩闍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승장(勝將)이라 했고, 승장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천5백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첨파성(瞻波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용천(龍天)이라 불렀고, 용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왕사성(王舍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작사(作闍)라 불렀고, 작사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구시나갈성(拘尸那竭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대자재천(大自在天)이라

불렀고, 대자재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암바라겁파성(菴婆羅劫波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또 대자재천이라 불렀으며, 그 대자재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단다부라성(檀多富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선의(善意)라 불렀고, 그 선의왕으로부터 세

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다마파파리다성(多摩婆頗利多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무우만(無憂鬘)이라 불렀고, 무우만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8만 4천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매체라성(寐涕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비뉴천(毘紐天)이라 불렀고, 그 비뉴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101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비포다나(毘褒多那)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또 대자재천이라 불렀고 그 대자재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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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손손 합하여 8만 4천의 여러 임금이 다시 저 매체라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으며, 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어왕(魚王)이라 하였다.

비구들아, 꼭 알아 두어라. 이와 같은 작은 전륜왕도 다 복덕이 있으며 다 선근을 심어 세간의 복보(福報)를 구족히 받아 비길 사람이 없으며, 그가 교화를 주는 곳은 대지며 바다며 일체 모든 산을 다 통섭한다. 비구들아, 저 전륜왕들은 각각 좁쌀같이 많은 후왕들을 퍼뜨렸으니, 내 이제 여기에 대해 말하겠다.

모든 비구들아, 어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이름이 진생(眞生)이며, 그 진생왕은 아비와 조부 때부터 선근을 닦아 왕위를 계승하였으나 복보가 다하자 왕위를 잃었다. 그 때 사람들은 그 왕이 교화하는 도를 잃고 복덕이 없음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이 왕은 사람 가운데서 가장 가난하고 용렬하며 사람 가운데서 복이 적으며 사람 가운데서 가장 불쌍하고 사람 가운데서 가장 굴(掘)하다.’

이런 까닭에 세상 사람들은 다 그를 가굴왕(可掘王)이라 했다.

가굴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이름이 평등행(平等行)이요, 평등행왕의 아들 이름은 암화(闇火)요, 암화왕의 아들은 염치(焰熾)요, 염치왕의 아들은 선비(善譬)요, 선비왕의 아들은 허공(虛空)이요, 허공왕의 아들은 계행(戒行)이요, 계행왕의 아들은 무우(無憂)요, 무우왕의 아들은 이우(離憂)요, 이우왕의 아들은 제우(除憂)요, 제우왕의 아들은 승장(勝將)이요, 승장왕의 아들은 대장(大將)이요, 대장왕의 아들은 태생(胎生)이요, 태생왕의 아들은 명성(明

星)이며, 명성왕의 아들은 방주(方主)요, 방주왕의 아들은 진(塵)이요, 진왕의 아들은 선의(善意)며, 선의왕의 아들은 선주(善住)요, 선주왕의 아들은 환희이며, 환희왕의 아들은 대력이요, 대력왕의 아들은 대광이며, 대광왕의 아들은 대명칭이요, 대명칭왕의 아들은 십거(十車)요, 십거왕의 아들은 이십거이며, 이십거왕의 아들은 묘거(妙車)요, 묘거왕의 아들은 보거(步車)요, 보거왕의 아들은 십궁(十弓)이며, 십궁왕의 아들은 백궁이요, 백궁왕의 아들

은 이십궁이며, 이십궁왕의 아들은 묘색궁(妙色弓)이요, 묘색궁왕의 아들은 죄궁(罪弓)이며, 죄궁왕의 아들은 해장(海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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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해장왕의 아들은 난승(難勝)이요, 난승왕의 아들은 모초(茅草)며, 모초왕의 아들은 대모초며, 대모초왕은 세세로 이어 자자손손으로 먼 후손을 합하여 108명의 왕이 있어 모두 저 포다나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며 복락을 받았다.

그 108명의 왕 중 가장 뒤의 왕 대모초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 왕은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윗대부터 나의 종성은 좁쌀같이 많은 왕들이 있었는데, 자신들에게 흰 수염과 흰 머리가 나는 것을 볼 때 각각 모든 아들을 관정(灌頂)시켜 왕을 삼고, 따로 가장 좋은 한 고을을 떼서 보시를 하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그런데 나는 이제 자식이 없으니 누구에게 내 왕위를 계승시키며 누가 우리 종성을 떠 맡아 늘리랴. 혹은 내게서 이제 모든 왕종이 끊길 것인가?’

그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제 출가하여 도를 닦지 않으면 모든 성현의 종자를 끊게 되리라.’ 그리고 나서 대모초는 왕위를 모든 대신들에게 부촉했다. 대중들은 왕을 둘러싸고 전송하였으며, 왕은 성에서 나가 머리와 수염을 깎고 출가자의 옷을 입었다. 왕은 출가하고 나서 청정하게 계를 지키고 전심으로 용맹히 닦아 4선(禪)을 성취하고 5통(通)이 구족하여 왕선(王仙)을 이루었다. 그는 수명이 매우 길었으나 늙고 쇠약해지자 살이 줄고 등이 굽어져서 지팡이를 의지해도 멀

리 가지 못하였다.

그 때 왕선의 모든 제자들은 이리저리 음식을 구하러 가면서 좋고 부드러운 풀을 뜯어 대바구니에 깔고 왕선을 담아서 나뭇가지 위에 걸었다. 왜냐 하면 벌레나 짐승이 왕선을 범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걸식하러 간 뒤에 포수 한 사람이 산과 들에 사냥을 나왔다가 멀리서 왕선을 보고는 흰 새인 줄 알고 쏘았다. 왕선은 살에 맞고서 두 덩이 피를 흘리고 땅에 떨어져 곧 숨이 끊어졌다. 걸식을 하고 돌아온 제자들은 왕선이 살에 맞아 죽은 것을 보

았다. 또 두 덩이 피가 땅에 있음을 보고 그 대바구니를 내려 왕선을 땅에 모시고 장작을 주워 모아 왕선의 시체를 화장한 뒤에 뼈를 거두어 탑을 만들고 또 갖가지 온갖 묘한 향과 꽃으로 그 탑을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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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받들기를 다하였다.

그 때 그 땅에 있던 두 덩이 피에서 두 줄기의 사탕 수수[苷蔗]싹이 솟아나 점점 자라났다. 때가 되어 사탕수수가 익자 햇빛에 타서 쪼개졌으며 그 한 줄기 사탕수수에서는 동자가 나오고, 다른 한 줄기 사탕수수에서는 동녀가 나왔는데, 매우 단정하고 아름다워 세상에 둘도 없었다..

그 때 모든 제자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왕선이 세상에 있을 때 아이를 낳지 못했으나 지금 이 두 아이는 왕선의 씨일 것이다.’

그리하여 보호해 기르고 모든 대신들에게 알렸다. 모든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그 숲에 나아가 두 어린이를 맞아 데리고 궁으로 돌아와서 상을 잘 보는 큰 바라문을 불러 상을 보고 이름을 짓게 하였다.

그 관상쟁이는 말했다.

‘이 동자는 원래 햇빛에 타서 사탕수수가 깨어진 데서 났으므로 첫 번째 이름은 선생(善生)이라 하고, 또 사탕수수에서 나왔기 때문에 두 번째 이름은 감자생(苷蔗生)이라 하며, 또 햇빛에 사탕수수가 쪼여 타서 났으므로 또한 일종(日種)이라 이름하시오. 동녀의 인연도 한가지로 다름이 없으니 이름을 선현(善賢)이라 하고, 다시 수파(水波)라 하시오.’

그리고 모든 대신들은 사탕수수에서 나온 동자가 어릴 적에 관정식을 하고, 그를 왕으로 세웠다. 그 선현녀도 나이 차서 시집갈 만하였므로 첫 번째 왕비로 모셨다. 그 때 감자왕에게는 두 번째 왕비가 있었는데 절묘하고 단정하였으며, 네 아들을 낳았는데, 첫째는 거면(炬面)이요, 둘째는 금색(金色)이요, 셋째는 상중(象衆)이요, 넷째는 별성(別成)이었다.

선현 왕비는 아들 하나만 낳아 이름을 장수(長壽)라 하였는데 단정하고 잘 생겨 세간에 짝이 없었으나 왕이 될 만한 골상(骨相)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현 왕비는 이렇게 생각했다.

‘감자종왕에게는 네 아들이 있는데 거면의 형제들은 모두 굳세지만, 나에게는 이 외아들뿐인데 비록 단정하기는 세상에 둘도 없으나 그 상이 임금이 되지는 못할 것 같으니, 어떤 방편을 꾸며야 내 아들로 왕위를 계승시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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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생각도 했다.

‘감자왕은 지금 나에 대해 한량없이 경애하고 마음 깊이 염착하여 마음껏 정을 쏟고 있으니, 나는 이제 다시 부인들의 화장하는 법을 다해 보리라. 곧 몸을 깨끗이 닦고 만지며 향탕에 목욕하여 향기롭게 하고, 머리에 택란(澤蘭)을 칠하고 얼굴에 연지와 분을 바르고 꽃다발과 영락 등 갖가지로 치장하여 감자왕의 마음이 내 곁에 거듭 빠져서 사랑하고 즐기게 하리라. 만약 마음과 같이 되면 나는 은밀한 곳에서 애원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위에 말한 대로 몸을 치장하여 유난히 다듬고 왕의 곁에 이르렀다.

왕은 왕비가 오는 것을 보자 더욱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나서 그 마음이 혹해졌다. 왕비는 왕에게 이런 마음이 생긴 것을 보고서 두 사람이 함께 누웠을 때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 살펴 주소서. 이제 왕에게 한 가지 원을 비오니 꼭 들어주소서.’

왕은 대답하였다.

‘대비여, 뜻에 따라서 거스르지 않을 것이오, 하고자 하는 대로 나는 부인에게 허락하리라.’

그 때 왕비는 거듭 아뢰었다.

‘대왕은 마음대로 저의 원을 들어주고 마음이 변해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후회한다면 저는 말하지 않겠나이다.’

왕은 왕비에게 일렀다.

‘내가 한 번 부인의 마음대로 소원을 들어주고 뒤에 만약 후회한다면 당장 내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되리라.’

왕비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거면 등 네 왕자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 보내고 제가 낳은 아들 장수로 왕을 삼아 주기 바랍니다.’

그러자 감자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나의 이 네 아들은 허물도 없고 함부로 재물을 구하지도 않고 죄와 근심도 없는데 어찌 허물도 없이 억울하게 멀리 다른 땅에 쫓아내며, 내가 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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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국경 안에 무슨 불상사가 있다고 살지도 못하게 하겠는가?’

왕비는 또 아뢰었다.

‘왕께서 만약 후회한다면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깨어진다고 이미 맹세하지 않았나이까?’

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내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부인의 소원을 들어줄 테니 부인은 때를 기다리시오. 부인의 생각대로 하리라.’

감자왕은 그 밤을 지내고 아침이 밝자 네 아들을 모으고 칙명을 내렸다.

‘너희 네 동자는 지금부터 내가 다스리는 나라 안에서 나가, 거주하지 말라. 멀리 다른 나라로 가라.’

그러자 네 동자는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부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여, 살피소서. 저희들 네 사람은 죄악이 없고 아무 허물도 없고, 바르지 못한 법으로 남의 돈이나 재물도 취하지 않았으며, 그 밖에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부왕께서는 갑자기 저희들을 나라 안에서 쫓아내려 하십니까?’

왕은 왕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도 위에서 말한 대로 너희들이 참으로 과실이 없고 재물을 횡탈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은 내 뜻이 아니라 선현 대비의 뜻이다. 그 비가 원하는 것이라 나는 그를 어길 수 없으니, 너희들은 나라에서 나가도록 하여라.’

그 때 네 아들을 낳은 어머니도 감자왕이 그 아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낸다는 말을 듣고 왕에게 쫓아와 말했다.

‘대왕이여, 저의 네 아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낸다니 그것이 정말입니까?’

왕이 사실이라고 하자, 모든 비들도 각각 왕에게 여쭈었다.

‘좋습니다, 대왕이여. 우리들도 각각 아이들을 따라 가기를 비나이다.’

왕은 모든 비에게 일렀다.

‘너희들 마음대로 따라가라.’

그러자 모든 비의 동생들도 다시 왕에게 여쭈었다.

‘저의 언니와 조카들도 이제 이미 나라에서 나가니 저희들도 따라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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빕니다.’

왕은 각각 대답했다.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그 때 모든 대신ㆍ공경ㆍ보상(輔相)들도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여, 이제 이 네 왕자를 나라 밖으로 나가라 하시니, 저희 모든 신하들도 따라가기를 바라나이다.’

왕은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라.’

그 때 모든 코끼리와 말을 맡고 있는 신하들도 따라가기를 청하자 왕은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했으며, 또 궁장(弓將)ㆍ노장(弩將)ㆍ옥장(獄將)ㆍ모든 양들의 목축을 맡은 장수, 모든 신하의 아들과 그 밖의 주장(主藏), 병장(兵將)ㆍ유군장사(遊軍壯士)ㆍ선사장(善射將)이며,노비(奴婢)ㆍ복사(僕使)와 그 아들들도 감자왕이 네 아들을 쫓아 나라에서 내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왕에게 여쭈었다.

‘저희들도 왕자를 따라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왕은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했다.

또 다시 나라 안의 죽장(竹匠)ㆍ피장(皮匠)ㆍ와사(瓦師)ㆍ전사(塼師)ㆍ조옥목사(造屋木師)ㆍ양조ㆍ요리ㆍ이발ㆍ세탁ㆍ백정ㆍ안마ㆍ의사ㆍ약제사ㆍ어부 등의 기술자들도 말했다.

‘국왕께서 네 아들을 나라에서 나가라 하셨다니 이것이 사실입니까?’

왕이 그렇다고 하자, 그들도 따라가겠다 하므로 왕은 허락하였다.

그 때 감자왕은 여러 왕자에게 교칙을 내렸다.

‘너희들 왕자는 지금부터 혼인을 하고자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외족(外族)을 취하지 말고 자기와 같은 성안에서 취하여 감자종성을 끊지 말라.’

그러자 여러 왕자는 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칙명을 따르겠나이다.’

그 모든 왕자들은 부왕의 교칙을 받고 나서 각각 친어머니와 이모의 자매들과 노비들과 자재(資材)들을 싣고 태워서 곧 북쪽으로 향하여 설산(雪山) 아래 이르렀다. 얼마를 가다가 바기라(婆耆羅)라는 큰 강이 나왔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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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서 설산 꼭대기에 올랐다.

여러 곳에 다니며 놀면서 오래 머물렀다. 그 때 네 왕자는 산꼭대기에서 여러 금수를 잡아먹으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산 남쪽에 이르렀다. 거기서 넓고 평탄한 냇물을 보았으며, 구덩이ㆍ흙무더기ㆍ언덕ㆍ큰 언덕ㆍ골짜기ㆍ구렁ㆍ개굴창ㆍ가시덤불ㆍ티끌ㆍ모래ㆍ자갈 등이 없었다. 그 땅에는 오직 부드러운 푸른 풀이 나서 깨끗하고 사랑스러웠으며, 나무 숲과 꽃과 열매가 울창하고 화려하게 번성해서 마치 검은 구름 같고 빛깔이 검푸르게 빛나고 아람드리 나무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사이 적은 공간에는 사라나무ㆍ다라나무ㆍ나다마라나무ㆍ아설타나무ㆍ니구다나무ㆍ우담바라나무ㆍ천 년 된 대추나무ㆍ가리라나무 등이 서로 가지를 드리워 각각 서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또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으니, 아제목다꽃ㆍ첨파꽃ㆍ아수가꽃ㆍ파다라꽃ㆍ파리사가꽃ㆍ구란나꽃ㆍ구비다라꽃ㆍ단노사가리가꽃ㆍ목진린타꽃ㆍ소마나꽃 등 모든 꽃이 활짝 피었거나 아직 피지 않았고, 혹은 방긋이 피려 하고 혹은 피어 떨어지기도 했다. 또 한량없는

여러 가지 과일 나무가 있었으니, 암바라과ㆍ염부과ㆍ능구사과ㆍ파나바과ㆍ진두가과ㆍ하리륵과ㆍ비혜륵과ㆍ아마륵과 등 가지가지 과일이 혹은 맺히기 시작하기도 하였고, 혹은 익으려 하기도 하였고, 혹은 이미 익어서 먹음직스러웠다.

다시 이니야ㆍ노루ㆍ사슴ㆍ물소ㆍ나라가ㆍ들소ㆍ흰 코끼리ㆍ사자 등 한량없는 여러 가지 들짐승들이 있었고, 게다가 앵무ㆍ구시라ㆍ구욕ㆍ공작ㆍ가릉빈가ㆍ명명새ㆍ교청새ㆍ산닭ㆍ백학ㆍ자마가새ㆍ난마새 등 모든 새가 한량없이 많았다.

다시 한량없는 여러 가지 물의 방죽이 있었는데, 그 못에는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들이 가득 찼으며, 못 언덕 4면에도 여러 가지 꽃이 있어 못 위를 덮었다. 그 물도 깨끗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었고, 맑게 가득 차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아 건너가기도 쉬웠으며, 못 주위를 갖가지 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다. 못 안에는 다시 고기ㆍ자라ㆍ큰 자라ㆍ악어ㆍ거북ㆍ왕자라ㆍ소라ㆍ조개 등 일체의 어류들이 있었고, 물오리ㆍ기러기ㆍ거위ㆍ집오리ㆍ갈매기ㆍ가마

우지[鸕]ㆍ원앙새 등 모든 물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옛부터 한 신선이 살고 있었는데 이름을 가비라(迦毗羅)라 하였다. 여러 왕자들이 이곳을 보고 나서 서로 말하였다.

‘이 안에 성을 만들고 다스릴 만하다.’

그 때 왕자들은 이미 편안히 살게 되자 부왕의 말을 생각하고 감자 성(姓) 가운데서 혼인할 상대를 찾았으나 아내를 구할 수 없어 각각 이모와 그 자매를 들여서 부부가 되어 혼례를 치렀으니, 첫째는 부왕의 명을 따르고자 함이었고, 둘째는 석종(釋種)에 잡종이 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 일종(日種) 감자왕이 국사(國師)인 큰 바라문 한 사람을 불러서 말했다.

‘큰 바라문이여, 나의 네 왕자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국사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네 왕자는 이미 각자 이모와 그 자매들을 데리고 사람과 물건을 싣고 멀리 나라 밖에 나가 북쪽으로 갔으며, 나아가 벌써 예쁜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 때 감자왕은 원래 모든 왕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들을 보고 싶어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 모든 왕자들은 나라의 계획을 잘 세우고 크게 잘 다스렸으니 그들 왕자는 성(姓)을 석가라 하거라. 또 석가가 큰 나무들이 울창한 줄기와 가지 밑에서 살았으니 사이기야(奢夷耆耶)라고 하라. 또 본래 가비라 신선이 살던 곳에 그 이름을 따서 성(城)을 지었으니, 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蘇都)라고 부르라.’

그 때 감자왕의 세 아들이 죽고 하나만 남았으니, 이름이 니구라(尼拘羅)였다[수나라 말로는 별성(別成)이라는 뜻이다]. 그는 왕이 되어 가비라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니구라왕이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구로(拘盧)라 이름했고, 역시 부왕의 가비라성에 머물러 다스렸다. 그 구로왕이 또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름이 구구로(瞿拘盧)였고, 그도 아버지의 성에 있으면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그 구구로왕이 또 아들 하나를 낳았으

니 이름이 사자협(師子頰)이었고, 그도 아버지의 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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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자협왕은 네 왕자를 낳았으니, 첫째는 열두단왕(閱頭檀王)[수나라 말로 정반(淨飯)이라는 뜻이다.]이라 이름했고, 둘째는 수구로단나(輸拘盧檀那)[수나라 말로는 백반(白飯)이라는 뜻이다.]라 했고, 셋째는 도로단나(途盧檀那)[수나라 말로 곡반(斛飯)이라는 뜻이다.]라 했으며, 넷째는 아미도단나(阿彌都檀那)[수나라 말로 감로반(甘露飯)이라는 뜻이다.]라 이름했으며, 또 감로미(甘露味)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사자협왕의 장자인 열두단[淨飯]이

다음 왕위를 이어 다시 아버지의 성에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때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비(天臂)라는 성이 하나 있었다. 그 천비성에 선각(善覺)이라는 석가종의 부호 장자(長者)가 하나 있었는데, 큰 부자라서 재물이 많았고 모든 진기한 보배를 쌓아 재산이 넉넉하고 위덕이 구족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고 세상에 아쉬운 것이 없었으며, 그 저택도 마치 비사문왕(毘沙門王)의 궁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 석종 장자는 여덟 명의 딸을 낳았으니, 첫째 딸은 의(意)요, 둘째 딸은 무비의(無比意)요, 셋째 딸은 대의(大意)요, 넷째 딸은 무변의(無邊意)요, 다섯째 딸은 계의(髻意)요, 여섯째 딸은 흑우(黑牛)요, 일곱째 딸은 수우(瘦牛)이며, 여덟째 딸은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수나라 말로는 대혜(大慧) 또는 범천(梵天)이라는 뜻이다.]이며, 그리고 이 마하파사파제는 여러 딸들 가운데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가 처음 나던 날 관상을 잘 보는

바라문들에게 보였더니 말하였다.

‘이 여아는 출가하여 아기를 낳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요, 7보가 저절로 생기고 천 명의 아들이 구족하며 내지 채찍과 곤장을 쓰지 않고 인민을 다스리리라.’

선각 장자의 그 딸은 점점 자라서 마침내 시집갈 때가 되었다.

그 때 정반왕은 자기 나라 경내에 큰 부자 석씨(釋氏)가 있어 여덟 번째 딸을 낳았는데 단정하기 둘도 없으며……(중략)……관상쟁이가 그녀를 보고 앞으로 귀한 아들을 낳겠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그 여자를 찾아 비를 삼고 우리 감자 전륜성왕의 후손을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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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게 하리라.’[이것은 율가(律家)들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또 말하기를 ‘대혜(大慧)가 보살의 어머니라는 것은 아파타나(阿波陁那) 경문에 따른 것이다’ 하였다. 또 수두단왕(輸頭檀王)은 나의 아버지요, 마야(摩耶)부인은 나의 어머니다’라는 설은 아파타나경(阿波陀那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모든 경문을 상고하건대 이 뜻이 옳으리라.]

그리고 정반왕은 곧 선각 장자의 집에 사신(使臣)을 보내 대혜를 찾아 ‘나를 위해 파사파제를 지어 달라’고 하였다.[파사파제(波闍波提)란 수나라 말로 생활본(生活本)이라는 뜻이다.]

그 때 선각은 그 사신에게 말했다.

‘훌륭한 사신이여, 나를 위하여 대왕에게 이런 말을 올려 주소서. 나에게 딸이 여덟 있는데, 큰 딸은 이름이 의요……(중략)……여덟째 딸의 이름이 대혜인데, 어찌하여 대왕께서는 가장 어린 것을 구하시느냐고. 대왕이여, 잠깐 기다려 주시면 제가 일곱 딸을 처분하고 나서 대왕에게 대혜를 보내어 비를 삼게 하겠습니다.’

그 때 정반왕은 또다시 사신을 장자에게 보내 일렀다.

‘나는 지금 그대가 일곱 딸을 하나하나씩 출가시킬 때까지 기다려서 대혜를 비로 맞을 수 없노라. 그대의 여덟 딸을 내가 다 맞고자 하노라.’

그러자 선각 석종이 대왕에게 대답했다.

‘그러시다면 대왕의 명령에 따르겠사오니 마음대로 데려가소서.’

그러자 정반왕은 곧 사람을 보내 한꺼번에 여덟 여자를 맞아 궁으로 데려왔다.

궁에 이르자마자 두 여자를 비로 삼았으니, 그 두 여자는 큰 딸 의와 여덟째 딸 대혜이며, 나머지 여섯은 세 동생에게 보내어 한 사람에게 두 여자씩 비를 삼게 했다. 정반왕은 의의 자매를 궁중에 들여 정을 쏟고 즐기며 왕의 법에 따라서 사방을 통치하였다.”

 

4. 상탁도솔품(上託兜率品) ①

“어느 때 호명(護明)보살대사(大士)는 가섭불ㆍ세존의 처소에서 금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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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면서 범행을 청정히 닦아 목숨이 다한 뒤에 바른 생각으로 도솔타천에 왕생(往生)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어떤 중생들은 목숨이 끝난 날에 바람 칼에 마디마디가 쪼개지는 고초를 받으며 혹은 기운이 다하려면 숨이 편안치 않다. 이런 인연으로 큰 고뇌를 받아 본래의 마음을 잃고 그 숙행(宿行)을 잊어버리고 자기 마음을 바른 적정(寂定)에 전념하지 못한다. 보살은 그렇지 않아 목숨이 다하려 하는 날에는 바른 마음으로 생각하여 그 전세의 인연으로 날

곳에 태어나니, 이러한 희기(希奇)한 법이 있다. 모든 보살에게는 또 한 법이 있으니,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천상에 나되 높은 곳인지 낮은 곳인지 한 하늘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은 대부분 도솔타천에 왕생하며 마음에 매우 기쁨을 내고 지혜가 만족하다. 왜냐 하면 아래 있는 모든 하늘들은 많이 게으르고 위 하늘들은 선정의 힘이 많아서 고요하고 연약하여 천상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다시 생을 받고 싶어하지 않고,

또 그들은 일체 중생을 위하여 자비를 내지 않는 반면,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다만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도솔천에 나는 것이다. 하계의 모든 하늘들은 법을 듣기 위해서 도솔천에 올라가며, 상계의 모든 하늘들도 법을 듣기 위해 도솔천에 내려온다.

그리고 이 보살이 또 도솔천에 났을 때 그 도솔타천에 살고 있는 모든 하늘들이 그를 호명(護明)이라 불렀으므로 이런 까닭에 이름을 호명이라 하였으며, 모든 하늘들이 계속 호명이라 퍼뜨림으로써 그 소리는 위로 사무쳐 정거천(淨居天)에 이르렀고, 또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 꼭대기까지 이르렀다. 그 때 모든 하늘들은 다 같이 불러 말하였다.

‘호명보살이 이미 도솔천에 났다.’

이 소리는 밑으로 삼십삼천을 거쳐 사천왕천에 도달했고, 또다시 모든 아수라 궁(宮)에 사무치니 각각 서로에게 알렸다.

‘호명 보살이 이미 솔타천상에 나셨다.’

이렇게 맨 밑 아수라 궁에서부터 맨 위 아가니타천까지 모두 다 도솔천에 와서 모였으며, 호명보살 궁전에 함께 모여서 법을 들었다. 호명보살이 도솔천에 나자 그 도솔타천 모든 하늘의 궁전은 광명이 비쳐서 자연히 장엄되었으며, 다시 또 한량없고 끝없는 장엄을 내었으니, 다 호명보살의 공덕 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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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威神力) 때문이며, 대범천왕과 대위덕 아수라들까지 다 도솔천에 모여 와서 앞뒤에서 호명보살을 호위했다.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들이 도솔천에 태어났지만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5욕(欲)을 보고는 마음이 미혹해 잊어버리고 본행(本行)이나 선업(先業)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호명보살은 도솔천에 나서 설사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5욕을 보더라도 마음에 미혹이 없이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본래 인연을 바로 생각하고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도솔천에 머물러서 하늘의 수명으로 4천 세가 차도록 그 모든 하늘을 위하여 법을 설해 교화하고 법의 모습을

나타내 보여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 하늘에 난 다른 중생들은 옛날의 청정하지 않은 업 때문에 그 가운데 났거나 하늘의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횡사하였으나 호명보살은 과거에 수행한 청정한 업 때문에, 그리고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도솔천의 수명을 끝까지 다하였다. 이런 까닭에 ‘희유하고 희유하며 불가사의하다’ 하였으며, 또 다시 ‘부사의법을 얻어서 호명보살은 저 하늘의 수명을 다하였다’고 하였다.

그 때 호명보살대사는 하늘의 수명이 다하자 자연히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나타났으니,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 머리 위에 꽃이 시들고, 둘째 겨드랑 밑에 땀이 나오고, 셋째 의상에 때가 끼고, 넷째 몸에 거룩한 빛을 잃으며, 다섯째 본 자리를 즐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 도솔천들은 호명보살에게 쇠하는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서 큰 소리로 ‘오호, 오호!’ 하며 서로들 탄식했다.

‘괴롭고 괴롭다. 호명보살이 오래지 않아서 이 도솔천궁을 떠나려고 위신이 감퇴한다.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사나.’

그곳 도솔천의 대중들은 오직 곡성뿐이었고 모든 하늘 궁전에도 메아리가 서로 이어져 이 소리는 위로 색계(色界)의 꼭대기인 수타회천(首陀會天)과 아가니타천에 이르러 모든 하늘 대중들은 각각 서로에게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호명보살이여! 이제 이미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났으니 오래지 않아 떨어지지라.’

도솔천에서 아래로 아수라궁에 미치도록 ‘아아!’ 하고 슬퍼하는 소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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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곳곳에 두루 차서 오직 들리는 것은 ‘오래지 않아 떨어지리라’는 소리뿐이었다. 이 때 모든 하늘들은 이 소리를 들었고, 아가니타천ㆍ타화자재천ㆍ색계ㆍ욕계의 하늘들은 모두 다 내려와 도솔천에 이르렀고, 야마천과 사천왕천도 이 소리를 듣고 나서 모두 모여 도솔천에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용과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ㆍ나찰 등 땅에 사는 모든 하늘과 색계ㆍ욕계 모든 하늘들에 포함된 자들까지 모두 날아서 도솔천에 올라가 한

곳에 모였다. 그리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호명 천자(天子)를 보니 도솔천에서 내려가 인간에 나고자 한다.’

그렇게 도솔천의 쇠약한 모양이 나타나는 동안은 곧 인간계의 수로 12년이었다.

그 때 수타회의 모든 하늘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옛날에 보처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인간에 태어날 때를 보았는데 지금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 모든 하늘들은 이제 호명보살 대사에게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을 보고 꼭 염부제로 내려갈 것이 틀림없는 줄 알자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람들아, 그 세계를 장엄하라. 보살대사가 오래지 않아 이 도솔천에서 내려가 그곳에 나리라. 깨끗이 소제하고 다듬어라. 부처님께서 하생(下生)하려 하신다.’

이 때 이 염부제 땅에 5백의 벽지불이 한 숲 가운데서 도를 닦으며 살고 있었는데, 이 소리를 듣고서 허공을 날아서 함께 바라나성에 이르렀다. 그곳에 이르고는 각각 다섯 가지 신통을 나타내어 몸을 허공에 솟구쳐 연기와 불꽃을 내며 차례로 게송을 부르고 수명을 버리고 열반에 들었다.

그 때 호명보살대사는 저 하늘 무리들과 범천(梵天) 제석천[釋天]과 세상을 두호하는 하늘과 모든 용, 비사사(毘舍闍)들을 보고 그들을 관찰하였는데, 마음과 뜻이 태연하여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으며 의심하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은 채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그대들 어진 이여, 모두 알아 두라. 내 지금과 같이 다섯 가지 쇠약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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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나타남을 볼 때는 머지않아 도솔천에서 내려가 인간에 나려는 것이다.’

그러자 범천ㆍ제석천 등 모든 하늘들은 아뢰었다.

‘존자 호명이여, 존자가 보시는 바와 같이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은 존자가 오래지 않아 도솔천에서 내려가 인간에 나려는 것입니다. 존자여, 옛날 본행(本行)의 원(願)을 기억하소서.’

그 때 저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들은 이 말이 끝나자 온몸이 떨리고 몸의 털이 다 곤두서며 마음이 크게 놀랍고 두려워 합장하고 호명에게 정례하였다.

그 때 호명보살은 저 대중들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반드시 내려가는 것은 결정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이제 때가 되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무상을 생각하고 미래의 공포를 생각하라. 너희들은 몸의 더러움과 마음의 굳은 애착을 잘 관하라. 이 모든 욕심이 함께 두루 얽힘으로써 저 생사 가운데서 떠나지 못한다. 이런 냄새나는 몸을 크게 싫어하고 미워하라. 너희들은 모두 두 손을 모아 내 몸과 또 모든 중생을 보라. 모두들 아직 이 법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 때문에

근심하지도 말고 나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말아라.’

그 모든 하늘들은 말했다.

‘존자 호명이여, 부디 존자께서는 자비로 널리 덮어 주시고 다시 그 밖에 여러 가지 마음을 내지 말고, 다만 지난 옛적 본래 서원한 인연을 생각하소서. 억겁 동안 나면서 존자도 하늘과 인간의 업과를 받아 왔으니, 지난 옛적 지은 선업 인연으로 저 선근 법행을 기억하여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소서.’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에게 대답했다.

‘너희들은 꼭 알아 두라. 일체 중생은 세간 가운데서나 또 나는 곳에서 다만 이렇게 있게 되고 이렇게 나게 되어 나뉘고 헤어짐을 면치 못하나니, 하물며 나에게 있어서랴. 또 모든 중생은 다 무상한 것이니, 은혜와 사랑이 마침내 이별이 되는 것을 어찌 벗어나겠느냐.’

이 때 모든 하늘들은 또다시 아뢰었다.

‘희유하고 희유하나이다, 존자 호명이여. 참으로 생각하기 어렵나이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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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한 경계 가운데 목숨을 버리려 할 때도 마음에 변재를 얻어서 통달하고 아는 것이 평시와 다름이 없습니다. 존자 호명이여, 그 밖에 모든 하늘들은 이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을 보았을 때 근심 때문에 바른 생각을 잃었습니다.’

호명보살은 또 거듭 모든 하늘들에게 일렀다.

‘일생보처의 모든 보살은 선근을 더욱 길러 모든 세상을 알아서 공덕 가운데서 그 마음을 고요히 정하고 괴로움이 핍박해 오더라도 모든 번뇌를 내지 않으며,……(중략)……모든 괴로움을 따라가지 않으며, 저 모든 중생 곁에서 큰 자비를 일으킨다.’

그러자 모든 하늘들은 말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존자 호명이여. 일체 중생도 저 인간계에서 모든 선근을 심어 이 천궁에 나고, 이곳에서 복이 다하면 도로 물러갑니다.’

호명보살은 다시 하늘들에게 말했다.

‘나도 이런 까닭에 사람과 하늘 세계에 이런 허물이 있음을 보았으므로 나는 이제 여기서 내려가 인간에 나서 모든 세간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모든 괴로움을 다 없애 주리라.’

그 때 대중 가운데 한 천녀(天女)가 호명보살을 사랑하여 다른 천녀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저 염부제에 가서 우리의 님 호명보살이 어느 곳에 나는지 보자.’

그 천녀도 말하였다.

‘나도 이제 저 염부제를 좋아한다. 왜냐 하면 우리의 님이 그곳에 나려 한다. 그래서 나도 그 사이에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두 천녀는 다시 서로에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님을 따라 저기 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우리의 님이 염부제에 가면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이 있어 모든 선근을 심고, 그 가운데서 믿어 받으며 교화를 행할 것이요, 또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이 있어 모든 복업을 닦아 이곳에 와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불본행집경 제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 상탁도솔품 ②

“그 때 도솔천 대중 가운데 금단(金團)이라는 천자가 있었는데, 오랜 옛날부터 여러 번 염부제 땅에 내려왔었음을 호명보살이 알고 있었으므로 금단에게 물었다.

‘금단 천자여, 그대는 여러 번 염부제 땅에 갔으므로 저 성읍과 마을의 모든 왕의 종족을 알 것이니, 일생보처보살이 어느 집에 났으면 좋겠는가?’

금단 천자는 대답했다.

‘존자여, 내가 잘 알고 있으므로 이야기하겠으니 잘 들으소서.’

존자가 좋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이 삼천대천세계에 보리도량(菩提道場)이 한 군데 있으니 바로 염부제 마가다국 안이며, 거기는 옛날 모든 왕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 곳입니다.

존자 호명이여, 그 가운데 항하(恒河)라는 강이 있으며, 그 강 남쪽 언덕에 산이 하나 있는데, 거기는 옛날 신선들이 머물고 살던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비사라(毘闍羅)라 하기도 하고 또 반도바ㆍ비부라ㆍ기사굴산이라고도 하는 산들이 에워싸서 권속이 되었으며, 그 산은 매우 견고하며 그 빛은 녹색 마니보(摩尼寶) 같습니다. 그 안에 산요(山饒)라는 마을이 있고, 그 산과 멀지 않은 곳에 왕사성(王舍城)이라는 성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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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에는 옛날 우다파리(優茶波梨)라는 왕선(王仙)이 살았는데, 그 종성으로부터 항상 왕이 되어 다스렸고, 왕비는 선견대왕의 씨족으로서 대부인이 되었습니다. 그 아들 바해가(婆奚迦)가 왕이 되어 지금 마가다국을 다스리는데, 저 우다 왕선의 후계입니다. 존자 호명이여, 염부제에 왕생하려면 그 왕의 장자가 될 만합니다.’

호명보살은 금단에게 일렀다.

‘비록 그럴 법하나 다만 저 왕종은 부모가 청정하지 못하고, 그 성 주변에는 땅이 비탈지고 높고 낮음이 고르지 못하며, 모두 개천 구멍ㆍ흙ㆍ모래ㆍ자갈ㆍ돌ㆍ가시덤불ㆍ잡초뿐, 샘과 못과 모든 냇물과 수목(樹木)의 동산이나 화과(花果)의 동산도 적다. 그러니 그대는 다른 왕족들을 살펴보라.’

금단 천자가 다시 말하였다.

‘존자 호명이여, 저 가시국(迦尸國) 바라나성의 선광왕선(善光王仙)에게 선장부왕(善丈夫王)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저 왕이 존자의 아버지가 될 만합니다.’

‘그것도 그럴 듯하나 다만 가시국 선장부왕에게는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삿된 생각에 물들어 있다.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 다 그 밖에 왕종 가운데 내가 나기 적합한 곳을 살펴보라.’

‘존자 호명이여, 교살라국(憍薩羅國) 사바제성(舍婆提城)에 왕이 있으니 이름을 기라야(岐羅耶)라 하며, 이 교살라국의 왕은 그 몸이 크고 힘이 있어 인민이 많습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합니다.’

‘그것도 그럴 듯하나 다만 그 나라 교살라왕은 마등가(摩登伽)의 후손들로서 부모가 청정하지 못하여 잡되고 더러운 데 났으며, 또 상세부터 지금까지 왕종이 아니라 비겁하고 하천하며 의기가 높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 집은 재산도 넉넉하지 못해 금ㆍ은ㆍ유리ㆍ마노ㆍ진주 등 7보가 있다 해도 구족하지 못하다. 그러니 그대는 모든 왕종 가운데 내가 날 만한 곳을 다시 살펴보라.’

‘존자 호명이여, 저 발차국(跋蹉國) 구섬미성(拘睒彌城)에 천승(千勝)이라는 왕이 있는데, 그 왕에게 많은 코끼리와 말이 있으며 일곱 가지 진기한 보배와 네 가지 군사가 구족합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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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그것도 그럴 듯한 말이나 다만 발차왕은 그 어머니가 어질지 못하여 다른 남자에게서 이 아들을 낳았으니 바른 왕종이 아니며, 그 왕도 항상 단견(斷見)을 말한다. 그러니 그대는 다른 왕종에서 내가 어디에 날 만한가를 살펴보라.’

‘저 금강이란 나라에 비야리(毘耶離)라는 성읍이 하나 있는데, 곡식이 풍족하여 배고프고 주림이 없어 인민들이 안락하고 국토가 장엄하여 하늘 궁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그 성의 국왕은 수왕(樹王)의 아들로서 종성이 청정하여 더럽다 할 만한 것이 없으며, 그 나라 왕궁 창고 안에는 많은 금ㆍ은ㆍ진보 등 물건이 있으며 모두가 구족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합니다.’

‘그것도 그럴 듯한 말이나 비야리의 성주는 상세(上世)로부터 참된 왕종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 심성이 억세어, 각각 자기가 왕이라 일컬으며 교만이 대단하고 방탕하고 게으르며 스스로 거드름을 부려 남과 함께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무리와 서로 섞여 높고, 낮고, 크고, 작은 예절이 없으며, 스스로 알았다거나 이해했다고 자처하며, 비록 왕이 있더라도 받들려 하지 않으면서 자기들 법은 원래 남에게서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대는 이제 다른 왕

종에서 내가 어느 집에 날 만한가 다시 살펴보라.’

‘존자 호명이여, 저 마파반제국(摩波槃提國)에 우사야나성(優闍耶那城)이 있는데, 명등왕(明燈王)에게는 만족이라는 아들이 있어 그 성에서 살고 있으며, 그 왕의 신체는 크게 위력이 있으며 좌우의 신하가 많아서 모든 적국과 원수들을 잘 파합니다. 존자께서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합니다.’

‘그것도 그럴 듯하나 그 국왕은 한 가지 법도 모범될 만한 행실이 없으며, 매우 가혹하고 포악하여 인과를 믿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는 다시 다른 왕들 종성 가운데 내가 날 만한 곳을 살펴보라.’

‘존자 호명이여, 저 염부제 마두라성(摩頭羅城)에 한 대왕이 있으니 이름을 선비(善臂)라 하고, 그 아들을 자재건장(自在健將)이라 부릅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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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럴 듯하지만, 그 국왕은 삿된 견해를 가진 집에서 났다. 그러므로 일생보처보살 대사는 그런 삿된 견해를 내는 집에 날 수 없다. 그러니 그대는 다시 다른 왕종들 가운데 내가 날 만한 곳을 살펴보라.’

‘존자 호명이여, 저 백상성(白象城) 반뉴왕종(般紐王種)은 매우 용맹스럽고 단정하기 세상에 둘도 없으며 이웃의 강한 일체 원적들을 잘 부숩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 듯합니다.’

‘그것도 그럴 듯하지만 반뉴왕은 종성이 청정해도 잡된 무리들에게 흔들렸으니, 무슨 까닭이냐? 그 왕의 장자는 유지사치라(踰地師絺羅)인데 범천왕(梵天王)의 아들이요, 둘째는 비마사나(毘摩斯那)인데 풍신왕(風神王)의 아들이며, 셋째는 알순나(頞純那)인데 제석천의 아들이다. 또 두 아들이 있으니 다른 어머니가 낳은 아들로, 첫째는 나구라(那拘羅)라 하고, 둘째는 사하제바(娑呵提婆)라 하는데, 이들은 성수천(星宿天) 아수나(阿輸那)의 아들이다. 그러니

까 그대는 다시 다른 왕종들 가운데 내가 어느 곳에 날 만한지 살펴보라.’

‘존자 호명이여, 저 염부제 매체라성(寐涕羅城), 매체라종의 왕은 선우(善友)라 이름하며, 코끼리ㆍ말ㆍ수레ㆍ소ㆍ양이 풍부하고 재산이 구족하여 한량없는 보배가 창고에 가득 차서 금ㆍ은ㆍ진주가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 왕 선우는 항상 법행(法行)을 부지런히 닦기를 즐깁니다. 존자께서는 그 왕의 아들이 되심이 좋을 줄 압니다.’

‘그도 그럴 듯하다. 그러나 선우왕에게 구족한 법이 있으나 다만 그 국왕은 나이 많고 쇠약해서 더 이상 나라 일을 보살필 수 없으며, 또 그 왕에게는 여러 아들이 있다.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 다시 다른 왕종들 중에 내가 날 만한 곳을 살펴보라.’

‘이들은 다 중앙 국가들의 왕이요, 다시 변두리 국가에는 삿된 견해를 내는 여러 왕이 있습니다. 비뉴해주(毘紐海洲)에 한 국왕이 있으니 바라문종으로서 비뉴의 위에서 다스리고 교화하며, 이름은 월지왕(月支王)이라 합니다. 부모의 종성도 청정하며 모든 하늘에 제사하는 법을 해득했으며, 네 가지 비타론(毘陀論)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존자께서는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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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럴 듯하지만 다만 내가 하생하려는 것은 출가하여 도를 이루기 위해서이니, 찰제리종이 필요하며 그런 바라문 집에 나고자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대는 오직 찰제리 집 가운데서 내가 날 만한 곳을 찾으라.’

그러자 금단 천자는 또 말했다.

‘내가 저 염부제 모든 나라 여러 촌락, 여러 제왕, 여러 성읍, 여러 찰제리에서 각각 모든 성에 머물러 찰제리로서 가지가지 업을 지었습니다만 내가 존자를 위하여 지낸 뒤부터 한량없는 피로와 고뇌가 생겨 마음이 미혹하고 뜻이 어지러워 더 이상 다른 곳을 잘 관찰하지 못하겠습니다. 설사 다시 관찰하더라도 입으로 이렇듯 잘 가려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호명보살은 금단 천자에게 또 말했다.

‘참으로 그대의 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대는 반드시 나를 위하여 청정한 찰제리 집에 내가 날 만한 곳을 하나 가려서 찾아보라.’

그러자 금단 천자가 곧 말했다.

‘내가 존자를 위하여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여러 곳을 관찰하다가 한 찰제리의 집을 깜빡 잊었습니다.’

호명보살이 물었다.

‘그 이름이 무엇이냐?’

금단은 대답했다.

‘한 찰제리가 있으니 본래부터 대중들이 추앙해 받들어 모셨고 세세(世世)로 전륜성왕의 씨족이요……(중략)……감자씨의 후손으로서 자손들이 대대로 저 가비라성에 머무릅니다. 석가종(釋迦種) 출생으로 그 왕의 이름은 사자협이요, 왕의 아들은 수두단왕(輸頭檀王:淨飯)으로서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 크게 이름이 났습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생각합니다.’

호명보살은 대답했다.

‘좋다, 좋아. 금단 천자여, 그대는 모든 왕가를 잘 관찰하였다. 나도 그 집에 나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깊은 마음으로 그대가 말한 대로 하리라. 금단이여, 알아 두라. 나는 결정코 그 집에 가 아들이 되리라. 금단이여, 지난 옛날부터 일생보처보살이 의탁하는 그 집은 60가지 공덕이 구족하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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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득 찼다. 무엇이 60가지인가.

첫째 그 집은 본래 청정하고 훌륭한 종성이고, 둘째 모든 성현이 항상 그 집을 관찰하고, 셋째 그 집은 악한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넷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모두 다 청정하고, 다섯째 그 집의 종성은 잡종이 아닌 정통이고, 여섯째 그 집의 계보는 맏이와 맏이가 이어 끊어짐이 없고, 일곱째 그 집은 옛적부터 왕종을 끊지 않고, 여덟째 그 집에서 태어나는 모든 왕은 다 옛적부터 깊이 선근을 심었고, 아홉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항상 모든 성인이

찬탄하고, 열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큰 위덕을 갖추고, 열한째 그 집에는 단정한 부녀자들이 많고, 열두째 그 집에는 지혜 있는 남자들이 많고, 열세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마음씨가 고르고 순하고, 열네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희롱함이 없고, 열다섯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두려워할 것이 없고, 열여섯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비겁하지 않고, 열일곱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총명하여 지혜가 많고, 열여덟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교묘한 재주를 많이 알

고, 열아홉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다 허물을 두려워하고, 스무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세간(世間)의 교묘한 재주와 섞이지 않으며, 또한 재물을 탐내어 살려 하지 않고, 스물한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항상 벗이 있으며, 스물두째 그 집에서 나는 이는 모든 벌레와 짐승을 죽여서 생활하지 않고, 스물세째 그 집의 자손은 항상 은혜와 의리를 알고, 스물네째 그 집의 자손은 고행을 잘 닦고, 스물다섯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남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스

물여섯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원한을 품은 적이 없고, 스물일곱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치심(癡心)을 맺지 않고, 스물여덟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두려움으로써 남을 따라가지 않으며, 스물아홉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남을 살해함을 두려워하고, 서른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죄환(罪患)이 없고, 서른한째 그 집에 나는 이는 걸식하는 이에게 후하고, 서른두째 그 집에 오는 이를 헛되이 돌려보냄이 없고, 서른세째 그 집은 굳세어 항복시키기 어렵고, 서른네째 그

집의 법칙은 항상 예(禮)ㆍ율(律)에서 나오며, 서른다섯째 그 집은 항상 중생에게 보시하고, 서른여섯째 그 집은 인과를 믿어 부지런하고, 서른일곱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세간에서 용맹하고, 서른여덟째 그 집은 항상 모든 신선과 성현을 공양하고, 서른아홉째 그 집은 항상 신령(神靈)을 공양하고, 마흔째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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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항상 모든 하늘을 공양하고, 마흔한째 그 집은 항상 대인(大人)을 공양하고, 마흔두째 그 집은 대대로 원수가 없고, 마흔세째 그 집의 명성은 위풍이 시방에 떨치고, 마흔네째 그 집은 일체 모든 집의 최상이며, 마흔다섯째 그 집에 나는 이는 고래로부터 모두 성인의 자손이고, 마흔여섯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성인의 종자 가운데서도 제일이고, 마흔일곱째 그 집에 나는 이는 항상 전륜성왕의 종성이고, 마흔여덟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대위덕의 종성이며,

마흔아홉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많은 권속이 있어 에워싸고, 쉰째 그 집에 나는 모든 권속을 파괴할 수 없고, 쉰한째 그 집에 나는 모든 권속은 다른 사람보다 수승하고,쉰두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어머니를 효도로 받들고, 쉰세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다 아버지에게 효순하고, 쉰네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모두 일체 사문을 공양하고, 쉰다섯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모두 모든 바라문을 공양하고, 쉰여섯째 그 집에 나는 이는 5곡이 풍족하여 창고에 넘치고,

쉰일곱째 그 집에 나는 이는 금ㆍ은ㆍ차거ㆍ마노 등이 많이 있어 일체 재물이 모자람이 없고, 쉰여덟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노비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들을 많이 길러 일체가 구족하고, 쉰아홉째 그 집에 나는 이는 남을 섬기지 않고, 예순째 그 집에 나는 이는 이와 같은 모든 것이 구족해서 세간에 모자람이 없다.

금단 천자여, 대개 이 일생보처보살이 어머니 태 안에 들게 되면 그 어머니는 32가지 상(相)이 다 구족해야만 보살이 태중에 있음을 감당하게 된다. 어떤 것을 32가지라 하는가?

첫째 그 어머니 될 사람은 바른 덕으로 나고, 둘째 그 어머니는 사지가 구족하고, 셋째 그 어머니는 덕행에 결함이 없고, 넷째 그 어머니는 정당한 곳에 났고, 다섯째 그 어머니는 행하는 것이 도에 가깝고, 여섯째 그 어머니는 종류가 청정하고, 일곱째 그 어머니는 단정하기 비길 데 없고, 여덟째 그 어머니는 이름이 덕스럽고, 아홉째 그 어머니는 몸과 얼굴이 위아래가 서로 알맞고, 열째 그 어머니는 임신한 적이 없고, 열한째 그 어머니는 큰 공덕이

있고, 열두째 그 어머니는 항상 즐거운 일을 생각하고, 열세째 그 어머니는 마음이 언제나 모든 착한 일을 따르고, 열네째 그 어머니는 삿된 마음이 없고, 열다섯째 그 어머니는 몸과 입과 마음이 자연히 조복되고, 열여섯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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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열일곱째 그 어머니는 많이 듣고 다 기억하며, 열여덟째 그 어머니는 솜씨가 교묘하고, 열아홉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아첨이 없고, 스무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거짓이 없고, 스물한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성냄이 없고, 스물두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질투가 없고, 스물셋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인색함이 없고, 스물넷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급함이 없고, 스물다섯째 그 어머니는 마음을 돌리기 어렵고, 스물여섯째 그 어머니는 몸

에 지극히 덕스러운 상이 있고, 스물일곱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욕됨을 잘 참고, 스물여덟째 그 어머니는 마음에 부끄러워함이 있고, 스물아홉째 그 어머니는 행에 경박하고 음탕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이 적고, 서른째 그 어머니는 행실에 여성으로서의 허물이 없고, 서른한째 그 어머니는 남편에게 공손하게 대하고, 서른두째 그 어머니는 모든 덕과 모든 행을 내어 다 구족해야 한다. 이와 같은 어머니라야 일생보처의 최후 몸인 보살을 감당하고 수용할 수 있다.

보살이 어머니 태중에 들고자 할 때 귀수일(鬼宿日)을 취한 뒤에 어머니 태중에 들며, 그 일생보처보살이 어머니 태에 들기에 앞서 그 어머니가 반드시 8관재(關齋)를 받은 뒤에 보살이 그 태에 든다.’

호명보살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삼계에 생을 받으려 함은 세간의 일체 돈과 재물과 5욕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계에 내려가 이 한 생을 받음은 오직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자 함이며, 모든 고뇌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까닭이니라.’

그 때 대중 가운데 한 천녀(天女)가 다른 한 천녀에게 말했다.

‘우리들의 큰 어른이신 호명보살이 반드시 인간계에 내려가려 한다. 우리들은 이 궁전에서 호명보살 대사와 헤어져 살 텐데 나는 무슨 마음으로 이곳을 즐길 수 있으랴.’

둘째 천녀는 곧 대답했다.

‘어쩌나, 어쩌나. 우리들은 이제 함께 무슨 일을 해야만 인간계에 내려가서 호명보살이 나는 곳을 잘 관찰할 수 있을까?’

셋째 천녀도 말했다.

‘원하건대 우리들은 이제 이 하늘의 수명을 버리고 그곳에 가 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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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리라. 왜냐 하면 우리들도 저곳에 이르러 호명보살과 함께 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넷째 천녀도 말했다.

‘너희는 다들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우리들의 님이신 호명보살도 하늘의 수명을 버리고 인간계에 나거든 하물며 우리들이랴.’

또 다른 천녀가 말했다.

‘존자 호명이시여, 이제 염부제에 내려가 나더라도 부디 우리들을 잊지 마소서.’

그러자 호명보살은 그들 모든 천녀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너무 괴로워하지 말라. 내가 이미 그대들을 위하여 일체의 존재는 모두 다 항상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마치 저 파초 줄기처럼 굳고 실함이 없으며, 또는 빌려 온 물건을 쓰고는 반드시 남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것과도 같으니,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지랑이나 꼭두각시나 물거품과 같아서, 있는 것이란 다 허망한데,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생한다고 말한다.’

그 때 대중 가운데 한 천자가 있다가 슬픈 마음으로 근심스럽게 부르짖었다.

‘이 보살의 말대로 생하는 곳을 보라. 무상하고 참되지 않다. 아아, 우리가 어찌 이런 생처(生處)를 즐기랴. 우리들이 호명보살을 보건대 이와 같이 공덕이 구족한 몸으로 도솔천에 났으나 도솔천궁의 이러한 복덕, 이러한 단정, 이러한 미묘, 이러한 장엄도 호명보살은 내버리고 하생한다. 아아, 우리들은 무엇 때문에 유독 무상한 이 경계에 남아 있을 것이냐.’

그 때 다시 둘째 천자가 첫째 천자에게 대답하였다.

‘옳은 말이요, 천자여. 이렇고 이러함이 그대의 말과 같소.’

그리고는 또 게송을 지어 읊었다.

우리의 호명 큰 보살은

옛부터 모든 세상 가운데서

지극히 사랑하는 처자를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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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나 코끼리ㆍ말ㆍ재물과 보배도.

다시금 몸을 가르고 뼈와 살을 끊었네.

머리며 눈, 뇌수, 피와 살갗까지도

구하는 대로 어김이 없이

백 번 천 번이라도 다 보시하였네.

그 때 대중 가운데 또 한 천자가 있어 게송을 읊었다.

아아, 우리들의 이 몸

이 천궁에 살아 있지만

당장 떨어질까 언제나 두려워

사람이 죽음을 겁내는 것도 그러하네.

남[生]이 있는 법 가운데서

복업이 다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모두 무상한 경계라

중생은 다 죽고 만다네.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하늘[天人]은 알라. 일체 세간은 이별과 생사가 근본이다. 그대들은 나 때문에 근심하고 걱정하지 말라. 무슨 까닭이냐. 내가 지난 옛적부터 속된 일을 짓지 않았으니, 이제 나를 오랫동안 세간에 머물게 하려 해도 결코 되지 않는다.

나는 과거에 불ㆍ법ㆍ승 곁에서 모든 선업을 심고 항상 도심을 내고 큰 서원을 구했으므로 이제 선한 과보를 얻어 마침내 보리를 이룰 것이니, 그대들은 크게 기뻐할지언정 어찌 괴로워하는가?’

그러자 그 모든 하늘들은 이 말을 듣고서 각각 서로 말했다.

‘그대들 모든 하늘아, 호명보살 대사를 자세히 보라. 이 호명보살께서는

이제 오래지 않아 인간계에 내려가리라.’

그리고는 큰소리로 말하였다.

‘존자 호명이여, 존자는 오래지 않아 인간계에 태어날 것이며 이 도솔천궁의 모든 위덕과 모든 하늘의 복은 존자가 가지고 가서 존자는 인간계에 맨 나중 몸을 받으리니, 우리 하늘들은 어떻게 받들어 섬겨야 하나이까?’

호명보살은 저 모든 하늘들에게 일렀다.

‘나에게 먼저 다섯 가지 쇠약한 증상이 나타난 것을 그대들은 무상(無常)한 인연이라 말하지 않았느냐? 이런 법문을 그대들은 반드시 마음에 새겨 두고 항상 잊지 말라. 나는 이제 여기서 인간계에 하생하여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위없이 가장 묘한 법륜을 굴리리라. 그대들 모든 하늘도 각각 서원하여 인간에 내려가 몸을 받으라. 저곳에 나고서야 그대들은 마침내 번뇌로움을 벗어나리라.’

그리고 호명보살은 태어날 집을 관찰하고 나서 도솔타천에 있는 가로 세로 60유순이나 되는 고당(高幢)이란 천궁에 올라갔다. 그 궁은 호명보살이 때때로 도솔천을 위하여 법문을 하던 곳이었다. 호명보살은 그 천궁에 올라 조용히 앉아서 도솔천의 모든 천자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모든 천자는 다 와서 모이라. 내 몸이 오래지 않아 인간계에 내려가므로 나는 이제 한 가지 법명문(法明門)을 설하리니, 그것은 모든 법상(法相)에 드는 방편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대들을 교화하고자 하니, 그대들은 나를 생각하고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이 법문을 듣게 되면 크게 기쁨을 얻으리라.’

그 때 도솔타 모든 하늘 대중들은 보살의 이런 말을 들었고 또 하늘의 옥녀(玉女)들과 일체의 권속들도 모두 다 모여서 그 궁에 올라갔다.

하늘 대중들이 다 모인 것을 보고, 호명보살이 법을 설하려 하자 곧 다시 변화를 부려 하나의 천궁을 나타냈으니, 그 천궁은 고당 천궁 위에 있었다. 높고 크고 넓어서 4천하를 덮었는데 미묘하기 유례 없고 단정하기 짝이 없으며 위덕이 드높아 모든 보배로 장식하여 욕계(欲界) 천궁 가운데 아무 것도 비길 데가 없었다.

색계(色界) 모든 하늘들은 변화로 나타내 보인 그 궁전을 보자 자기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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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은 무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호명보살은 이미 과거에 참된 행을 하고 모든 선근을 심고 복덕을 성취하고 공덕이 구족하여 장엄이 이루어졌으므로 높은 사자(師子)의 자리에 올라가 앉았다. 호명보살이 높은 사자좌에 앉으니, 한량없는 모든 보배가 사이사이 장엄되었고, 여러 가지 하늘 옷이 그 자리에 깔렸다. 갖가지 묘한 향이 그 자리에 피어나고 한량없는 보배 향로에 향을 사르고 가지가지 미묘한 향과 꽃이 그 땅 위에 뿌려졌다. 높은 자리 둘레에는 모든 진기한 보배가 있어 백

천만억으로 장엄되었고 빛을 놓아 그 궁전을 비추었으며, 그 궁전 위아래에 보배 그물이 덮였다. 그 그물에는 많은 금방울이 달렸고, 그 금방울에서는 미묘한 소리가 났으며, 그 큰 보배 궁전에는 천만 가지의 당번과 일산이 갖가지 묘한 빛으로 그 위를 덮었으며, 그 큰 궁전에는 여러 가지 구슬발이 드리워졌다.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갖가지 7보의 음성으로 노래를 지어 찬탄하되, 저 보살의 지난 옛날의 한량없는 공덕을 노래하였으며, 세

상을 두호하는 4대천왕 백천만억 무리가 좌우에서 그 궁전을 지켰으며, 천만의 제석천왕이 그 궁전을 예배하며 천만의 범천왕이 그 궁전을 공경하였으며 또 모든 보살 백천만억 나유타 대중들이 그 궁전을 두호하였으며, 시방의 만 억 나유타나 되는 모든 부처님들께서 그 궁전을 호념(護念)하였으며, 백천만억 나유타겁에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여 복보(福報)가 성취되고 인연이 구족하여 낮과 밤으로 한량없는 공덕이 더욱 자라고 다 장엄되었다는 등 이러이러한 것을

다 말하기 어려웠다.

보살은 그 크게 미묘한 높은 사자좌에 앉아 모든 하늘 대중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모든 하늘들아, 이제 이 108가지 법명문(法明門)은 일생보처보살 대사가 도솔천궁에서 인간계로 하강하려 할 때 하늘 대중들 앞에서 드날려 펴고 모든 하늘 대중에게 남겨 생각하도록 한 뒤에 하생하는 것이다. 그대들 모든 하늘은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받으라. 내 이제 이것을 말하리라. 108가지 법명문이란 어떤 것인가.

바른 믿음이 법명문이니 굳건한 마음을 깨뜨리지 않기 때문이요, 청정한 마음이 법명문이니 탁하고 더러움이 없기 때문이요, 크게 기뻐함이 법명문이니 마음을 편안케 하기 때문이요, 사랑하고 즐김이 법명문이니 마음을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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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게 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깨끗한 행을 함이 법명문이니 3가지 업(業:살생ㆍ투도ㆍ사음)을 깨끗이 하는 까닭이요, 입으로 깨끗한 행을 함이 법명문이니 4악(망어ㆍ양설ㆍ악구ㆍ기어)을 끊는 까닭이요, 뜻으로 깨끗함을 함이 법명문이니 3독(毒)을 끊은 까닭이다.

부처님을 염(念)함이 법명문이니 부처님께서 청정함을 관하는 까닭이요, 법을 염함이 법명문이니 법이 청정함을 관하는 까닭이요, 승(僧)을 염함이 법명문이니 도를 얻어 굳건히 하는 까닭이요, 보시를 염함이 법명문이니 과보를 바라지 않는 까닭이요, 계(戒)를 염함이 법명문이니 모든 원이 구족하는 까닭이요, 하늘을 염함이 법명문이니 넓고 큰 마음을 내는 까닭이요, 사랑[慈]함이 법명문이니 나는 곳마다 선근을 잘 포섭하는 까닭이요, 슬피 여김[悲]이 법

명문이니 중생을 살해하지 않는 까닭이요, 기뻐함[喜]이 법명문이니 기쁘지 않은 모든 일을 버리는 까닭이요, 버림[捨]이 법명문이니 5욕을 여의는 까닭이요, 무상을 관함이 법명문이니 삼계의 욕을 관하는 까닭이요, 괴로움을 관함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원을 끊는 까닭이요, 내가 없음을 관함이 법명문이니 나에게 집착하지 않는 까닭이요, 고요함을 관함이 법명문이니 마음과 뜻이 교란하지 않는 까닭이요, 부끄러워함이 법명문이니 속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까닭이요

, 수치심이 법명문이니 밖의 악함을 없애는 까닭이며, 실(實)함이 법명문이니 하늘과 사람을 속이지 않는 까닭이요, 참[眞]이 법명문이니 자신을 속이지 않는 까닭이요, 법행(法行)이 법명문이니 법의 행을 따르는 까닭이요, 세 가지 귀의(불ㆍ법ㆍ승)가 법명문이니 3악도(지옥ㆍ아귀ㆍ축생)를 깨끗하게 하는 까닭이다.

은혜를 아는 것이 법명문이니 선근을 버리지 않는 까닭이요, 은혜를 갚는 것이 법명문이니 남을 속여 저버리지 않는 까닭이요,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이 법명문이니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는 까닭이요, 중생을 위함이 법명문이니 남을 헐뜯지 않는 까닭이요, 법을 위하는 것이 법명문이니 법대로 행하는 까닭이요, 때를 아는 것이 법명문이니 말을 가벼이 하지 않는 까닭이요, 아만(我慢)을 거두는 것이 법명문이니 지혜가 만족한 까닭이요, 악심을 내지 않는 것이

법명문이니 스스로를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는 까닭이요, 막힘 없는 것이 법명문이니 마음에 의혹이 없는 까닭이며, 믿고 아는 것이 법명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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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제일의(第一義)를 분명히 아는 까닭이요, 깨끗하지 않음을 관하는 것이 법명문이니 욕심에 물든 마음을 버리는 까닭이요, 다투지 않는 것이 법명문이니 진심[瞋]과 소송[訟]을 끊는 까닭이요, 어리석지 않음이 법명문이니 살생을 끊는 까닭이며, 법과 뜻을 즐기는 것이 법명문이니 법과 뜻을 구하는 까닭이요, 법명(法明)을 사랑함이 법명문이니 법명문을 얻는 까닭이다.

많이 듣기를 구함이 법명문이니 법의 상(相)을 바로 관하는 까닭이요, 바른 방편이 법명문이니 바른 행을 갖추는 까닭이요, 명색(名色)을 아는 것이 법명문이니 모든 장애를 없애는 까닭이요, 인견(因見)을 제하는 것이 법명문이니 해탈을 얻는 까닭이요, 원망함과 친함이 없는 마음이 법명문이니 원수와 친한 이 가운데 평등을 내는 까닭이요, 음(陰)의 방편이 법명문이니 모든 괴로움을 아는 까닭이요, 모든 대(大)가 평등함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화합법을 끊

는 까닭이며, 모든 입(入)이 법명문이니 정도를 닦는 까닭이요, 무생인(無生忍)이 법명문이니 멸하는 이치[滅諦]를 증득하는 까닭이요, 신념처(身念處)가 법명문이니 모든 법이 고요한 까닭이요, 수념처(受念處)가 법명문이니 모든 수(受)를 끊는 까닭이요, 심념처(心念處)가 법명문이니 마음이 꼭두각시 같음을 관하는 까닭이요, 법념처(法念處)가 법명문이니 지혜에 가리움이 없는 까닭이다.

4정근(正勤)이 법명문이니 일체 악을 끊고 모든 선근을 성취하는 까닭이요, 4여의족(如意足)이 법명문이니 몸과 마음이 가벼운 까닭이요, 신근(信根)이 법명문이니 남의 말을 따르지 않는 까닭이요, 정진근(精進根)이 법명문이니 모든 지혜를 잘 얻는 까닭이요, 염근(念根)이 법명문이니 모든 업을 잘 짓는 까닭이요, 정근(定根)이 법명문이니 마음이 청정한 까닭이요, 혜근(慧根)이 법명문이니 모든 법을 분명히 보는 까닭이며, 신력(信力)이 법명문이니 모

든 마군의 힘보다 뛰어난 까닭이요, 정진력(精進力)이 법명문이니 물러서지 않는 까닭이요, 염력(念力)이 법명문이니 남과 함께하지 않는 까닭이요, 정력(定力)이 법명문이니 모든 생각을 끊는 까닭이요, 혜력(慧力)이 법명문이니 두 가지 변[邊]을 떠나는 까닭이요, 염각분(念覺分)이 법명문이니 모든 법의 지혜 그대로인 까닭이요, 택법각분(擇法覺分)이 법명문이니 모든 법을 밝게 비추는 까닭이요, 정진각분(精進覺分)이 법명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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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 1142] 쪽

잘 알고 깨닫는 까닭이요, 희각분(喜覺分)이 법명문이니 모든 선정을 얻는 까닭이요, 제각분(除覺分)이 법명문이니 해야 할 것을 이미 다한 까닭이요, 정각분(定覺分)이 법명문이니 일체 법이 평등함을 아는 까닭이요, 사각분(捨覺分)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생을 싫어하여 여의는 까닭이다.

정견(正見)이 법명문이니 누(漏)가 다한 성도(聖道)를 얻는 까닭이요, 정분별(正分別)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분별과 분별 없음을 끊는 까닭이요, 바르게 말함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이름ㆍ소리ㆍ말들을 메아리처럼 아는 까닭이요, 정업(正業)이 법명문이니 업과 보(報)가 없는 까닭이요, 정명(正命)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악도를 없애는 까닭이요, 정행(正行)이 법명문이니 피안(彼岸)에 이르는 까닭이요, 정념(正念)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법을 생각지 않는 까닭이

요, 정정(正定)이 법명문이니 산란하지 않은 삼매를 얻는 까닭이며, 보리의 마음이 법명문이니 3보를 끊지 않는 까닭이요, 의지함이 법명문이니 소승(小乘)을 즐기지 않는 까닭이요, 바른 믿음이 법명문이니 가장 뛰어난 불법을 얻는 까닭이요, 더 나아감이 법명문이니 모든 선근 법을 성취하는 까닭이요, 보시바라밀[檀度]이 법명문이니 생각생각에 상호(相好)를 성취하고 불토(佛土)를 장엄하여 간탐하는 중생들을 교화하는 까닭이요, 지계바라밀[戒度]을 지킴이

법명문이니 악도와 모든 난(難)을 멀리 여의고 파계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는 까닭이요, 인욕바라밀[忍度]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성내고, 거만하고, 아첨하고, 희롱함을 버려 이런 악한 중생들을 교화하는 까닭이요, 정진바라밀[精進度]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착한 법을 얻어 게으른 중생들을 교화하는 까닭이요, 선정바라밀[禪度]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선정과 모든 신통을 성취하여 산란한 모든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이요, 지혜바라밀[智道]이 법명문이니 무명(無明

)의 어두움과 모든 소견에 집착함을 끊어 어리석은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이다.

방편이 법명문이니 중생들이 보는 위의를 따라서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여 모든 불법을 성취하는 까닭이며, 4섭법(攝法)이 법명문이니 일체의 중생을 섭수하여 보리를 얻게 하고는 일체 중생에게 법을 베푸는 까닭이요, 중생을 교화함이 법명문이니 스스로 낙을 받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는 까닭이요, 바른 법을 섭수함이 법명문이니 일체 중생의 모든 번뇌를 끊는 까닭이요,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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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 1142] 쪽

더미가 법명문이니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까닭이요, 선(禪)을 닦음이 법명문이니 10력(力)이 만족한 까닭이요, 적정(寂定)이 법명문이니 여래의 삼매를 구족히 성취하는 까닭이요, 지혜로 보는 것이 법명문이니 지혜의 성취됨이 만족한 까닭이며, 걸림이 없는 변재에 드는 것이 법명문이니 부처의 눈을 성취하는 까닭이요, 다라니(陀羅尼)를 성취함이 법명문이니 모든 불법을 듣고 잘 받아 가지는 까닭이요, 걸림이 없는 변재를 얻음이 법명문이니 일체 중생을

다 기쁘게 하는 까닭이요, 순인(順忍)이 법명문이니 모든 불법을 따르는 까닭이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음이 법명문이니 수기를 얻는 까닭이요, 퇴전하지 않는 자리가 법명문이니 지난 옛날의 모든 불법을 구족하는 까닭이요, 한 지위[一地]로부터 한 지위에 이르는 지혜가 법명문이니 정수리에 물을 부어[灌頂] 일체의 지혜를 성취하는 까닭이요, 정수리에 물을 붓는 자리가 법명문이니 나고 출가함으로부터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까닭이다.’

그 때 호명보살은 이 말을 다하고 나서 또 모든 하늘에게 말하였다.

‘모든 하늘들은 잘 알아라. 이것이 이 108가지 법명문이다. 모든 하늘들에게 남겨 주리니, 그대들은 받아 가지고 마음에 항상 기억하여 잊지 말도록 하라.’”

 

 

 

 

 

 

불본행집경 제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 부강왕궁품(俯降王宮品)

“겨울이 지나고 가장 좋은 첫봄이 오자 모든 수목에는 꽃이 가득 피고 날씨는 따뜻함과 서늘함이 조화되고 온갖 풀이 새로 돋아 미끄럽고 보드랍고 무성하고 곱게 빛나 온 땅에 두루 차고 귀수성(鬼宿星)이 합하는 때였다.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 스스로 억제하지 못할 만큼 기쁨에 겨워 뛰게 하였다.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들을 경계하고 권하여 이 법을 행하게 하고,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유위법(有爲法)을

싫어하고 떠나 위없는 법을 구하게 하였다.

그 때 호명보살 대사는, 사자왕처럼 저 하늘 대중을 관하여 하생하려 할 때 그 마음이 조용하여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어지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거듭 모든 하늘 대중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모든 하늘들은 잘 알라. 이것이 내가 받는 마지막 몸이다.’

그리고 보살은 바른 생각 한마음으로 도솔천에서 내려왔다.

다른 여러 하늘들은 하늘의 수명을 버릴 때 5욕락을 여의기 때문에 큰 근심과 괴로움이 생겨 바른 생각을 잃지만 보살이 내려올 때는 그렇지 않았다. 보살이 내려올 때는 일체의 불가사의하고 희유한 법이 구족하였다.

호명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올 때 모든 하늘들은 보살을 흠모하는 까닭에 일시에 소리내어 울면서 탄식하였다.

‘아아, 괴롭다. 아아, 괴롭다. 우리들은 이미 호명보살을 잃었구나. 우리들은 지금부터 길이 바른 법을 들을 수 없으며, 우리들 공덕의 이익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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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생사의 근본만 이제 더욱 자라게 되었구나.’

그 때 정거천왕이 저 모든 하늘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호명보살이 하생하려는 것을 보고 근심하거나 고뇌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그가 하생하여서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이룬 뒤에는 도로 이 천궁에 와서 그대들을 위하여 법을 말해 줄 것이다. 지난 옛날에 비바시불ㆍ시기여래ㆍ비사부불ㆍ가라가손타불ㆍ가나가모니불ㆍ가섭여래 같은 모든 부처님들은 다 여기서 갔으나 하늘들을 어여삐 여겨 모두 이 천궁에 돌아와서 법을 말하여 하늘들을 섭수하셨듯이, 이제 이 호명보살 대사도 너희

들을 섭수하여 전처럼 교화할 것이다.’

그 때 호명보살 대사가 하강하여 마야부인의 태에 들고자 하던 날 밤에 그 마야부인은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오늘밤부터 여덟 가지 금하는 청정한 재계를 받고자 하옵니다. 말하자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망령된 말을 하지 않고,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고, 나쁜 말을 하지 않고,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탐내지 않고, 성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고, 삿된 생각을 내지 않고자 원하옵니다. 저는 바른 견해로 이 같이 금계하는 재법을 다 받아 가지며, 저는 지금부터 명심하여 항상 부

지런히 행하고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고자 하옵니다.’

그 때 정반왕은 마야부인에게 대답하였다.

‘부인 마음에 좋을 대로 뜻대로 하시오. 나도 이제 국왕의 자리를 버리고 부인이 하는 대로 따르리라.’

그리고 게송을 말하였다.

왕이 보살의 어머니를 보고

자리에서 조심조심 일어나네.

어머님같이 누이들같이

마음에 음욕이 안 나네.

그 때 호명보살은 한마음 바른 생각으로 도솔천에서 내려와 정반왕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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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인 마야의 오른쪽 옆구리로 조용히 들어갔다. 호명보살이 바른 생각, 바른 지혜로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母胎)에 들어갈 때 하늘ㆍ사람ㆍ마군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등 일체의 세간에 광명이 널리 비치고 다시 세계 밖 어두운 곳도 다 밝혔다. 해와 달이 이렇듯 큰 세력이 있고 큰 위신이 있어도 이와 같이 그윽하고 어두운 곳에 광명을 비추지 못하였으며, 저곳에 있는 일체 중생을 다 비추는 이 보살의 빛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다.

‘어찌해 이런 곳까지 중생이 있었단 말인가.’

이 때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동쪽에서 솟으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꺼지며,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꺼지고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꺼지며, 가장자리가 솟으면 가운데가 꺼지고 가운데가 솟으면 가장자리가 꺼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일어나고, 꽝하고, 우르르하는 등 열여덟 가지의 현상이 모두 다 나타났다. 다시 천의 수미산왕(須彌山王)이 모두 다 진동했으며 천의 니민다라산왕(尼民陀羅山王), 천의 지위덕산왕(持威德山王), 천

의 가라가타산왕(佉羅伽陀山王), 천의 비나야가산왕(毘那耶迦山王), 천의 마두산왕(馬頭山王), 천의 미니다라산왕(彌尼陀羅山王), 천의 선견산왕(善見山王), 천의 철위산왕(鐵圍山王), 천의 대철위산왕 등 이러한 산들이 다 진동했다. 아울러 나머지 작은 산도 모두 솟고 꺼지며 낮아졌다 높아졌다 하며 울뚝불뚝하고 큰 연기가 났으며, 4천 대해와 나머지 모든 못에 큰 파도가 높이 끓어 올랐고, 항하(恒河)ㆍ신두(辛頭)ㆍ사다(斯多)ㆍ박차(博叉) 등 4대하

수(大河水)와 나머지 여러 물도 다 거꾸로 흘렀다. 숲과 나무와 약초들과 싹들이 다 걸게 살찌고 길게 자라서 기름지고 무성하였으며, 그 밑으로 아비지옥의 고뇌 중생에 이르기까지 다 쾌락을 누렸다.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이 도솔천에서 처음 내려왔을 때 큰 광명을 놓아 일체 세간을 비추고 어둡고 깜깜한 곳을 다 밝힌 것은, 뒤에 성불하고 나서 4진제(眞諦)의 지혜로운 광명으로 일체의 어리석은 중생을 널리 비추려는 징조로 먼저 상서의 상을 지은 것이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대지가 여섯 가지, 열여덟 가지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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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움직이고 또 모든 산에서 큰 연기를 내고 4천의 큰 바다가 솟구쳐 들끓은 것은, 미래세의 모든 나쁜 중생들이 번뇌의 때[垢]로 흐린 구덩이에 빠져 있는 것을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에 빼내어 열반의 언덕에 두고자 함이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모든 물이 거꾸로 흐른 것은, 번뇌의 흐름에 빠진 미래의 악한 중생들에게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나서 법을 설하여 그들을 건져내어 근본으로 돌아와 생사의 흐름을 거스리게 하고자 함이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일체의 나무와 약초와 숲을 다 기름지고 무성하게 한 것은, 선근을 심지 못한 미래세의 모든 악한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고 선근을 심고는 해탈하게 하려는 것이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아비지옥의 중생들까지 다 쾌락을 누린 것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나서 모든 중생들을 고뇌에서 해탈시켜 쾌락을 누리게 하려고 이런 인연으로 먼저 이런 상서를 나타내 보인 것이다.

또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오른쪽 옆구리로 태에 든 것은, 모든 중생들은 산문(産門)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청정한 법을 말씀하심으로써 삿됨을 돌려 바른 데 들게 하려는 것이니, 이것도 먼저 상서로운 증상을 나툰 것이다.

보살이 생각을 바로하여 도솔천에서 하강하여 정반왕의 첫째 대비인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머물렀는데, 그 때 대비가 잠자는 동안 꿈에 여섯 이빨을 가진 코끼리 한 마리를 보았다. 머리는 붉은 빛이며 일곱 지절[支]로 땅을 버티며 금으로 이빨을 단장하고 허공을 날아 내려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왔다.

부인은 꿈을 꾸고 나서 다음날 아침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제가 간밤에 이런 꿈을 꾸었는데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올 때 나는 전에 없던 쾌락을 느꼈으며, 오늘부터 나는 참으로 세간의 쾌락이 필요치 않습니다. 이 꿈의 상서를 어느 관상쟁이가 나를 위해 해몽하여 줄까요?’

그 때 정반왕은 한 궁감(宮監)인 시종 여인을 불러서 명령했다.

‘너는 빨리 밖에 나가 우리 국사(國師) 대나마자(大那摩子)에게 칙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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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급히 8대 바라문의 큰 점몽사(占夢師) 제덕(祭德)ㆍ귀숙덕(鬼宿德)ㆍ자재덕(自在德)ㆍ비뉴덕(毘紐德)ㆍ범덕(梵德)과 노 가섭 세 사람을 불러오도록 하라.’

‘대왕의 분부대로 어김이 없게 하겠습니다.’

그는 왕명을 받들고 궁문 앞에 이르러 큰 소리로 외쳤다.

‘문 앞에 누구 없소? 혹시 입궁하는 바라문은 없소?’

그 때 문전에는 당직하는 바라문이 한 사람 있었는데 성은 바타(婆陀)요 이름은 나야나(羅耶那)[수나라 말로는 옥실(屋室)이라는 뜻이다]였다. 그가 궁감 시종여인에게 대답했다.

‘내가 여기 있소.’

궁감은 말했다.

‘대왕의 칙명이오. 8대 바라문의 점몽사 제덕ㆍ가섭 등을 부르라 하오.’

그리고 국사 대나마자는 옥실의 말을 전해 듣자 곧 8대 점몽 바라문을 부르고 또 대나마 국사의 아들과 함께 궁중에 들어갔다.

그 때 정반왕은 모든 점몽 바라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밤에 부인이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이것이 어떤 상서이며 어떤 징조인가?’

그 때 그 점몽 바라문들은 왕의 말을 듣고 모든 상을 잘 알아보고 꿈의 상서를 잘 점치고 나서 정반왕에게 자세히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자세히 들으소서. 꿈의 서상을 자세히 말씀하오리다. 저희들이 본 바로는 옛날 신선과 모든 하늘의 경서와 전적에 쓰여 있는 대로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만약 그 어머니 꿈에

해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옴을 보면

그가 낳은 아들은

반드시 전륜왕이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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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어머니 꿈에

달이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옴을 보면

그가 낳은 아들은

모든 왕 중에 제일이 된다네.

만약 그 어머니 꿈에

흰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면

그가 낳은 아들은

삼계에서 더 없이 높은 어른 된다네.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여

친한 이와 원수에 다 평등하며

저 깊은 번뇌의 바다 속에서

수많은 무리들을 건지신다네.

그 때 점몽 바라문은 대왕에게 아뢰었다.

‘부인의 꿈은 매우 좋은 징조입니다. 대왕이여, 이제 부인의 출산을 경사스럽고 다행하게 여기소서. 반드시 성자(聖子)를 낳을 것이요, 그는 뒤에 반드시 성불하여 이름이 멀리 퍼질 것입니다.’

정반왕은 모든 점몽사 바라문들의 이 게송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한없이 춤추고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하여 정반왕은 온갖 맛난 음식으로 입에 맞는 먹음직스러운 것과 떡과 과실 등 여러 가지 요리를 차려 주었다. 그 바라문들이 마음대로 먹고 난 뒤에 정반왕은 다시 한량없는 돈과 재물이며 보물들을 보시하였다.

정반왕은 왕비의 꿈이 매우 길한 상서라는 점몽사들의 해몽을 듣고 난 뒤에 곧 그 나라 가비라성의 4문 밖 거리와 마을까지 사람의 내왕이 있는 곳마다 큰 무차회를 베풀어 사람들이 와서 요구하는 대로 모두 보시하였다.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 먹을 것을 주고, 마실 것이 필요하다면 마실 것을 주고, 의복을 요구하면 의복을 주고, 향을 요구하면 향을 주고, 꽃다발을 요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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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을 주며, 바르는 향ㆍ가루향ㆍ의복ㆍ침상ㆍ와구ㆍ방ㆍ집ㆍ소ㆍ양ㆍ코끼리ㆍ말과 또 수레 등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 주었다. 이렇게 갖가지 보시를 행하는 것은 보살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공양을 베푸는 것이었다.

그 때 어느 곳에 아사타(阿私陀)라는 선인(仙人)이 하나 있었다. 외도의 갖가지 이론을 세우고 5욕을 버렸으므로 큰 위신과 큰 덕력이 있었으며, 다섯 가지 신통이 구족하여 항상 삼십삼천이 모이는 곳에도 마음대로 가서 참례했다. 그 선인은 대부분 남천축(南天竺) 자반저성(遮般低城)의 항하달(恒河怛)이란 마을에 살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증장(增長)이라는 숲이 하나 있었다. 이 선인은 그 숲에 살면서 선도(仙道)를 닦았는데, 마가다국 사람들은

모두 이 아사타 선인은 참다운 아라한이라고 하였다. 마가다국의 모든 인민들은 그 신선을 공경하고 존중히 섬겼으며, 그 선인도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스스로 알고 나면 곧 남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때 그 마을에 나라타(那羅陀)라는 동자가 있었는데, 여덟 살이 되자 그 어머니는 아사타 선인에게 부탁해서 제자를 삼게 하였다. 그 동자는 아사타 선인을 공양 공경 존중하여 스승으로 섬기고 제자의 예를 다하여 잠시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인도 증장숲[增長林]에서 밤낮으로 정진하여 마음을 잡아 좌선하면서 동자와 함께 있었고, 그 나라타 시자 동자는 선인의 뒤에 모시고 서서 불자(拂子)를 가지고 모기와 등에를 쫓았었다.

보살이 도솔천에서 생각을 바로 하고 정반왕궁에 하강하여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에 들어가자 큰 광명을 놓아서 인간과 천상 세계를 두루 비추고 이 대지가 여섯 가지, 열여덟 가지의 모습으로 진동하였는데, 아사타 선인은 미증유의 희귀하고 이상한 광명을 보고 다시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함을 보자 크게 놀랍고 두려워 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 대지가 움직이며 무슨 과보가 있을 것인가?’

그 때 그 선인은 잠깐 동안 생각하다가 말없이 머물러 바른 생각과 바른 정(定)으로 생각하여 알고 나자 기쁜 나머지 한없이 춤추고 뛰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이렇게 부르짖었다.

‘희유하도다, 큰 성인이여, 불가사의로다. 이 세상에 큰 부가라(富伽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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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시겠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 모태에 들어갔을 때 속왕(速往)이라는 한 천왕이 모든 지옥에 이르러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 모든 사람들아, 모두 잘 들으라. 보살께서 지금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에 드셨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속히 서원을 세워 인간계에 나기를 원하라.’

지옥 중생들은 이 말을 들었다. 모든 중생들이 지난 옛적부터 선근을 심었는데 다시 잡된 업을 지어서 악이 더 굳센 까닭에 지옥에 떨어졌으나 그들은 각각 서로 얼굴을 대하자 지옥이 싫어졌고 또 광명을 얻어 몸과 마음이 안락해졌다. 다시 빨리 세간으로 가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자 지옥의 몸을 버리고 곧 인간계에 환생하였으며, 모든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 중에 지난 옛적부터 선근을 심은 이는 다 이 가비라성에 와서 여러 곳에 태어났다.

보살이 모태에 들고 난 뒤에 제석천왕과 사천왕인 제두뢰타(提頭賴吒)ㆍ비루륵차(毘留勒叉)ㆍ비루박차(毘留博叉)ㆍ비사문(毘沙門) 천왕들이 서로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잘 알아두오. 보살께서 이미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에 계십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잘 옹호하고 감시하여 다른 사람과 비인(非人)들이 보살을 어지럽힐 틈을 찾지 못하도록 합시다. 이제 이 보살은 위덕이 매우 크므로 하늘들이라야 잘 수호할 것이며 세간의 사람은 수호하지 못할 것이오.’

이것은 이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는 이 네 가지 보호를 빠짐없이 갖추시는데, 이는 먼저 수호하는 상서였다.

세상의 중생들은 어머니 태에 들 때 생각을 바로하지 못하고, 혹은 모태에 머물러도 온전한 마음으로 생각을 바로하지 못하며, 혹 나더라도 바른 생각을 가지지 못하거니와, 어떤 중생은 모태에 들 때에 온전히 생각을 바로하고 태중에 머물러서도 생각을 바로 하며, 태에서 나올 때도 생각을 바로한다. 혹 어떤 중생은 태에 들 때는 생각을 바로하고, 태에 머물러서도 생각을 바로하지만, 태에서 나올 때는 생각을 바로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살은 태에 들 때도

생각을 바로하고, 태에 머물러서도 생각을 바로하며, 태에서 나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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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도 생각을 바로한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불하시고 나서 법을 설하여 교화하시되 잊어버림 없이 중생의 근기를 알고 말씀하려 함이니, 이는 지난 옛날에 드물게 있는 상서였다.

보살이 모태에 머무를 때 항상 오른쪽 옆구리에 머물러 옮긴 적이 없으나 다른 중생들은 일정하지 않아서 혹은 오른쪽 옆구리에 갔다가 혹은 왼쪽 옆구리에 가기 때문에 그 어머니는 매우 아파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보살이 태에 있을 때는 오른쪽 옆구리에 처해서 옮기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일어서거나 앉고 누울 때 모태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불하신 뒤에 보리법을 행하여 모두 이루게 하심이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모태에 있으면서 놀라지 않고 겁내지 않아 큰 무외(無畏)를 성취하여 나쁜 물건에 물들지 않았으니, 모든 부정(不淨)한 눈물ㆍ침ㆍ고름ㆍ피ㆍ누렇고 흰 가래도 그를 더럽힐 수 없었다. 보통의 중생들이 모태에 있으면 온갖 것이 깨끗하지 못하지만, 보살은 마치 유리 보배를 하늘 옷으로 싸서 부정한 곳에 두어도 더러움이 묻지 않듯이, 태에 있으나 일체의 부정에 더럽혀지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저 일체의 법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시는 것이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모태에 있을 때 그 보살의 어머니가 크게 쾌락을 느끼고 몸이 피로하지 않았다. 보통 중생들은 모태에서 아홉 달이나 열 달이 되면 어머니는 몸이 무거워 편안하지 못하나 보살은 태에 있어도 어머니는 다니고, 앉고, 잠자고, 일어나는 것이 다 안락하여 몸에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이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를 하시고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모든 신통과 일체의 지혜를 증득함이시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는 금계(禁戒)를 받아 마음에 항상 받들어 가지고 계행을 행하지만 보통 중생은 모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가 잡된 행을 한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가 금계를 갖고 잡된 행을 하지 않음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를 하시고서 성문들과 함께 가장 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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륭하게 계를 가지시며 ‘사문 구담은 비길 데 없이 매우 훌륭하게 계를 가진다’고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치신 것이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는 욕심에 물든 생각을 내지 않고 욕심의 불길에 번뇌롭거나 어지러움이 없으며 항상 범행을 행한다. 보통 중생들은 모태에 든 지 오래지 않아 그 어머니는 욕심이 불타 보통보다 배나 더하다. 그러나 보살이 태에 있으면 보살의 어머니는 남편의 곁에서도 스스로 싫어하여 음욕을 행하지 않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에게랴.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고서 안근(眼根)이 잘 조복되어 잘 갈무리하시고, 잘 보호하시

고, 잘 덮으시고, 잘 훈습하시어 다시 이것으로 인해 위와 같이 아는 대로 남을 위해 법을 설하신 것이다. 이와 같이 이근(耳根)ㆍ비근(鼻根)ㆍ설근(舌根)ㆍ신근(身根)ㆍ의근(意根)들도……(중략)……습하여 남에게도 끊게 하시려고 닦아 익혀 법을 설하시나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이상한 맛을 탐내지 않지만 보통 중생들이 모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탐내고 즐겨 싫어할 줄 모른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는 보살의 어머니는 차고, 덥고, 주리고, 목마른 걱정이 없어 몸이 괴롭지 않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자 이미 네 가지 음식을 아셨으니, 이는 지난 옛적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뜻하여 익힘이 법다워 즐겨 보시를 행하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으면 그 어머니는 간탐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재물에 인색하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는 뜻으로 즐겨 보시를 행하고 마음과 뜻이 확 틔어서 자기 집안에 머문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간탐하지 않는 법을 베푸나시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항상 자비로움을 행하여 모든 중생의 곁에서 알음알이가 있고 목숨이 있는 무리들이면 다 불쌍히 생각하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으면 그 어머니는 어질지 않고 위덕이 적은 까닭에 착하지 않은 행을 일삼고 나쁜 말로 욕지거리를 한다. 보살이 태에 있을 때 어머니는 항상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과 안락을 주려는 마음을 갖는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행하시나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여전히 단정하고 여러 가지 상호가 모두 아름답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수척하고 몸이 원만하지 못하여 기력이 보통 사람보다 배나 허약하다. 보살이 태중에 있으면 어머니는 항상 기쁜 마음이 나서 계를 행하는 위덕으로 신색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고 가장 높나니, 이것은 이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나툰 몸이 드높아 정말 우러러볼 수 없으며 황금색 몸에 모든 상호로 장

엄되었으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가 보살을 보고자 하면 곧 태 안에 있는 보살의 몸이 크게 원만하고 모든 근이 구족함을 본다. 마치 거울로 얼굴을 비춰보는 것과 같아서 그 어머니는 보고 나서 기뻐 뛰며 온몸이 두루 기쁨을 참지 못하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으면 가라라(歌羅邏)와 아부타(阿浮陀)에 덮여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살이 처음 모태에 들었을 때는 신체가 충만하고 다섯 지체[五支]와 5근(根) 모두 구족하니,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이다.

보살이 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가 보는 중생이 남자건 여자건 귀신 들린 사람이건 보살의 어머니를 보게 되면 일체의 도깨비와 일체의 귀신이 다 멀리 떨어지고 본마음을 되찾는다. 혹 황달이나, 풍병이나, 간질이나, 천식이나 혹 등분병(等分病) 등 잡된 지병이 몸에 있거나 혹 그 밖에 문둥병ㆍ창병ㆍ악한 종기ㆍ옴ㆍ노점병ㆍ등창ㆍ부스럼ㆍ곱사등병ㆍ목의 종기ㆍ오한과 눈ㆍ귀ㆍ코ㆍ혀ㆍ목과 머리의 모든 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그 중생들이 마야 대부인 곁에 이르러 대

부인이 오른손으로 이마를 만지면 만지자마자 다 안락을 얻고 모든 병이 다 없어진다. 만약 중병이 있어 마야부인에게 직접 와서 보지 못하는 이는 마야부인이 풀잎을 따거나 혹 나뭇잎을 따거나 혹 풀줄거리를 꺾어서 오른손으로 어루만져 그 병자에게 보내 주면 그 병자가 이런 물건을 얻어 먹거나 만지거나 혹 몸 위에 놓기만 해도 모든 병을 끊어 없애고 당장 안락을 얻어 몸이 가벼워진다.

보살이 모태에 머물러 있을 때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위신의 덕택과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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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유한 법이 있었다.”

 

6. 수하탄생품(樹下誕生品) ①

“그 때 보살의 성모 마야왕비가 보살을 잉태한 지 열 달이 차서 낳으려 할 무렵이었다. 마야부인의 아버지 선각(善覺)장자가 곧 사람을 보내어 가비라의 정반왕에게 가서 아뢰게 하였다[마하승기사는 마야부인의 아버지 이름을 선각(善覺)이라고 하였다.].

‘내가 알기로는 내 딸 마야, 왕의 부인이 성인의 태를 배어 위덕이 이미 큰데, 만약 그가 출생하게 되면 내 딸의 목숨이 짧아서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칠 듯합니다. 내 생각에 내 딸 마야를 도로 나의 집으로 맞아들여 저 룸비니 동산에서 함께 즐기며 부녀의 정을 다할까 합니다. 대왕이여, 부디 망설이거나 어렵게 생각 마시고 어여삐 여기시와 놓아 보내 주소서. 나의 집에서 출산하여 편안해지면 곧 돌려보내도록 하겠나이다.’

그 때 정반왕은 선각이 보낸 사자의 말을 듣고 나서 곧 유사(有司)에게 칙명을 내려 그 가비라성(迦毘羅城)과 제바타하(提婆陀訶) 사이에 도로를 편편하게 닦고 모든 가시와 모래며 자갈 쓰레기와 흙무더기를 치우고 향탕을 땅에 뿌리고 갖가지 묘한 꽃과 향을 그 땅에 뿌리게 했다. 다시 마야부인을 빛나게 꾸며 여러 가지 향과 여러 가지 꽃타래와 여러 가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모든 풍악을 갖추고 노래와 기악을 연주했다. 대왕의 힘과 대왕의 위풍을

가지고 궁내의 모든 채녀들을 데리고 그 아버지인 선각의 집으로 보내려고 먼저 사신을 보내 알려서 영접하게 하였다.

그 때 마야부인이 몸을 편안히 하고서 크고 흰 코끼리 위에 단정히 앉자 마침 코끼리 등 위에는 모든 하늘들이 미묘한 보배 장막을 변화로 만들어 냈다. 마야부인은 보배 장막 속에 앉아서 아버지의 집으로 가려고 제바타하성 안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야부인이 처음 제바타하성으로 향하려 할 때 정반왕은 만 마리의 힘센 코끼리에게 다 금 안장을 싣고 7보로 장식하여 그 몸을 장엄하였으니 모두 정미롭고 화려하게 하여 마야부인을 보낼 차비를 차렸다. 만 마리

의 좋은 말이 있었으니 다 검푸른 빛이요 머리는 까마귀같이 검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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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기로 덮였으며, 꼬리는 땅에 닿았고 순금의 밀치[鞦]와 고삐며 안장과 등자 굴레들도 다 금으로 꾸미고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몸을 장엄했다. 또 묘하고 아름다운 보배 수레 만 대를 다 네 마리의 말에 메웠고, 그 수레 둘레에는 당번과 일산을 드리웠고, 여러 가지 보배 방울들이 서로 쟁쟁하게 울렸다. 이와 같이 준비하여 다 마야부인의 뒤를 따르게 했다. 또 2만의 용맹스러운 역사(力士)가 있으니,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할 만큼 힘세고 날래며 위

풍이 늠름하고 단정하게 생겨 강한 원수도 물리칠 정도였다. 이들은 몸에 투구와 갑옷을 입었고, 손에 활과 살ㆍ칼ㆍ막대기와 창이며 갖가지 병기를 들고 부인 뒤를 따랐다. 또 따로 보배 수레 만 대가 있어 만 명의 비빈(妃嬪)들이 그 위에 앉았는데, 여러 가지 영락과 여러 가지 의복으로 그 몸을 장엄하여 좌우에서 마야부인을 에워쌌다. 정반왕은 거듭 은밀히 궁감대신에게 교칙하여 잘 호위케 하되, 유사가 아닌 갑인들은 마야부인의 수레에 얼씬도 못하게

했으며, 또 모든 비빈도 함부로 섞이지 못하게 하고, 오직 동녀들을 시켜 수레를 이끌어 모시게 하였다. 이런 차례로 마야부인의 코끼리 수레는 가운데 있고, 만의 보배 수레에 각각 비(妃) 한 명씩 그 위에 앉아 좌우에서 호위하고 앞뒤에서 이끌고 따르며, 마야부인이 가장 상수(上首)가 되고 그밖에 만의 코끼리에 만의 역사가 투구와 갑옷을 입고 좌우 전후에서 행렬을 따라 각각 코끼리 위에 앉고, 또 다시 만의 보행하는 역사들도 투구와 갑옷을 입고

손에 여러 가지 창과 칼을 들고 부인을 멀리 호위하였다. 이렇게 장엄하고 마야부인이 아버지 계신 데로 나아가니, 한량없는 코끼리ㆍ말이 모두 울어댔으며, 한량없는 용머리를 단 큰 북이며 한량없는 작은 북과 가지가지 악기에서 미묘한 소리를 냈고, 한량없는 장엄, 한량없는 위덕으로 제바타하성으로 향했다.

그 때 그 선각 대신 장자는 자기 권속들을 거느리고 성에서 나와 딸 마야부인을 맞았으며, 또 한량없는 장엄의 도구를 가지고 부인 앞으로 인도하였다. 그 때 선각 대신에게 람비니(嵐毘尼)라는 처가 있었는데, 그 부인이 선각에게 아뢰었다.

‘대성 석자(釋子)여, 짐작하소서. 모든 석종들은 제각기 동산의 과실나무 숲이 있어 유람하고 산보하면서 그 안에서 서로 즐기지 않습니까? 우리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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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께서도 이제 청정한 동산을 만들어서 저도 성자와 같이 즐겁게 환락을 누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석씨 선각, 마야의 아버지는 가비라와 제바타하 두 성 중간에서 자기 경계 가까운 곳에 큰 동산 숲을 만들었다. 선각 부인의 이름이 람비니라 그를 위해 이 동산을 세웠기 때문에 람비니 동산이라 이름했으며 그 동산에는 수목이 빽빽하게 이어져 세간에서 비길 데 없었다. 그 안에는 온갖 꽃나무와 온갖 과실나무가 있어서 장엄했으며, 다시 온갖 도랑과 못이며 늪과 가지가지 온갖 나무와 한량없고 끝없는 마니의 모든 보배가 두루 동산에 가득했다.

선각 대신은 봄 2월 초 8일 귀수(鬼宿)가 합하는 어느 때, 딸 마야부인을 데리고 함께 람비니 동산으로 향하여 크게 길상(吉祥)한 땅을 보고자 했다. 그 동산에 이르자 마야부인은 보배 수레에서 내려와 먼저 온갖 미묘한 영락으로 자기 몸을 장엄하고 다시 온갖 향으로 닦고 발랐으며, 많은 채녀들은 풍류와 음악소리로 앞뒤를 둘러싸인 채 조용히 거닐면서 곳곳을 둘러보고 이 숲에서 저 숲으로 다니며 이런 차례로 두루 거닐었다. 그런데 그 동산 가운데

바라차(波羅叉)라는 특별한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고 위아래가 고르며 가지와 잎이 드리우고 얽혀서 반은 녹색이요 반은 청색이며 비취색과 자색이 서로 빛나 공작의 목과 같았다. 게다가 매우 부드러워 가린제 옷과 같았으며, 그 꽃이 향기롭고 묘하여 맡는 사람은 크게 기뻐했다.

마야부인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점점 그 나무 아래 이르렀다. 그 때 그 나무는 보살의 위신력으로 가지가 자연히 굽어져 부드럽게 내려 드리웠다. 마야부인이 오른손을 들고, 마치 공중에서 묘한 무지개가 서는 듯이 조용히 팔을 펴서 바라차나무의 굽게 드린 가지를 잡고 허공을 우러러보았다. 보살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땅에 서서 손으로 바라차나무 가지를 부여잡았을 때 2만의 하늘 옥녀(玉女)들이 마야부인 앞에 와서 두루 에워싸고 합장하고 함께 마야부인에게

아뢰었다.

부인께서 이제 낳으실 아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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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수레바퀴를 끊으리니

위와 아래, 하늘과 인간의 스승으로

정녕코 짝할 이 없어라.

그는 모든 하늘의 태(胎)로서

중생의 괴로움을 뽑으리다.

부인이여, 고달퍼 마시라.

우리들이 함께 부축하리라.

그 때 보살은 그 어머니 마야부인이 땅에 서서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은 것을 보고 태중에서 생각을 바로 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통 모든 중생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낳으려 할 때 몸이 두루 아프고, 그 때문에 큰 괴로움을 받아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지만 그 보살의 어머니는 즐겁고 태연하며 안정되고 기뻐서 몸에 큰 낙을 느꼈다.

그 때 마야부인은 땅에 서서 손으로 바라차나무를 잡자마자 보살을 낳았으니, 이것은 이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다.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피로함도 없고 권태로움도 없으며 일체 번뇌의 모든 뿌리를 뽑고 일체 모든 번뇌의 맺힘을 끊음이 마치 다라수나무의 뿌리를 잘라 다시는 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아서 모양도 없고 형용도 없으며 뒤에 나는 법이 없나니, 이것도 여래의 지난 옛날의 상서로운 징조였다.

일체 중생들은 생(生)의 괴로움이 닥쳐오기 때문에 태 안에 있으면서 이리저리 옮기고 움직이나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오른쪽 옆구리에 머무르고 태 안에 있으면서 옮기거나 움직이지 않으며, 나오려 할 때도 오른쪽 옆구리로 나와서 모든 괴로움에 쫓기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보살의 일은 희귀하고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는 성도하시자 그 후제(後際)를 다하도록 범행을 수행하여 길이 두려움이 없으며 항상 쾌락을 받고 다시는 모든 괴

로움이 없었으니, 이것은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로운 징조였다.

보살이 처음 모태에서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생각을 바로 하고, 날 때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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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을 놓아서 모든 하늘과 사람ㆍ마군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등 세간을 모두 두루 비췄다.……(중략)……서로에게 말하기를 ‘어인 일로 이런 곳까지도 중생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무명(無明)의 어두운 그물을 찢고 밝고 깨끗한 큰 지혜의 빛을 내신 일로서, 이것도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자 바른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그 때 보살의 어머니는 몸이 평안하여 손상이 없고 상처도 없고 아픔도 없으며 그 몸이 본래와 다르지 않았으니, 보살이 날 때 갖가지로 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어머니는 근심이 없고 몸과 입과 마음에 한 가지 번뇌도 없었다. 마치 몸이 커서 큰 위덕과 큰 기력을 가진 중생이 땅 위에 누워 이리저리 구르고 버둥거리더라도 그 땅은 손상되거나 줄어들거나 깨어짐이 없는 것과 같

다. 이와 같이 보살이 어머니 오른쪽 옆구리에 있으며 생각을 바로 하고 났을 때 그 어머니는 이런 인연으로 흠집도 없고 손상도 없었다.

그 때 그곳에 한 부인이 있어 합장하고 보살의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대덕 부인이시여, 아기를 낳으실 때 몸에 고통이 없었습니까?’

보살의 어머니는 말했다.

‘이 대인의 위신력으로 내 몸에는 아픔이 없었으며 나는 지금 몸에 아무런 결함도 손실도 없노라.’

이러한 인연으로 이는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고서 범행을 행하되 빠지거나 부족한 것이 없으셨으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모태에서 났을 때 고뇌가 없이 조용히 일어났으며, 모든 더러움이 더럽게 물들이지 못하였으며, 혹 대변ㆍ오줌ㆍ가래ㆍ고름ㆍ피가 다 더럽게 묻히지 못하였다. 보통 중생들은 모태에서 나올 때 모든 나쁜 것이 더럽게 섞여지거니와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모든 중생의 무리와 같지 않고 모든 더러움이 다 물들지 않았으며,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바로 하여 조용히 일어나 태에서 나옴이 마치 여의주나 유리 보배를 가시가 옷에 쌀 때에 서로 물들지 않

듯이 이와 같아서 보살이 모태에 있을 때 한마음으로 생각을 바로 하여 조용히 일어나 청정하게 출생하므로 아무 더러움이 없었으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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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ㆍ피ㆍ대변ㆍ오줌ㆍ냄새나는 것에도 더럽게 물들지 않았다.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세간에 있고 세간에 머무르되 세간의 모든 법과 세간의 더럽고 탁함에 물들지 않음이니, 이는 여래의 지난 옛적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모태에서 났을 때 제석천왕이 묘하고 보드라운 하늘의 가시가 옷으로 자기 손을 싸고 먼저 보살의 몸을 받든 것은 이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먼저 여래께 법을 설하시기를 권하고 청함이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을 때 사대천왕이 보살을 안고 어머니에게 향하여 보이고,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세상에 큰 부인이시여, 이제 기뻐하소서. 부인께서 아들을 낳으시니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사오며, 모든 하늘들도 기뻐 찬탄하는데, 하물며 인간들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보살의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은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한량없이 많은 일체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들이 다 여래를 향하여 법을 들어 받고 여래의 가르침에 따라 어김이 없고 배반함이 없었으니, 이것은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출생하고 나서 땅에 서서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를 우러러보면서 입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내 이 몸은 오늘부터 다시 받지 않을 것이며,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 들어가서 태에 눕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내 마지막 몸이니, 나는 마침내 성불하리라.’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어 입으로 ‘나는 이제 생(生)할 분수가 다했으며 범행이 섰고 할 바를 다하여 뒤에 몸을 받지 않으리라’ 하셨는데,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불본행집경 제8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6. 수하탄생품 ②

“보살이 탄생하자마자 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사방으로 걸었다. 각 방면으로 일곱 걸음을 걸었고, 걸음마다 발을 들면 큰 연꽃이 솟아났다. 일곱 걸음씩 걷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고 눈을 깜짝이지도 않으며 입에서 절로 말이 나왔다. 먼저 동쪽을 바라보며 갓난아기의 말답지 않게 스스로 글귀에 맞게 바른 말로 게송을 읊었다.

이 세간 가운데

내가 가장 높구나.

나는 오늘부터

목숨 받는 일이 끝났네.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며, 다른 방위를 향해서도 다 그렇게 하였다. 처음 탄생했을 때 사람의 부축 없이 사방으로 각각 일곱 걸음을 걸었는데, 이는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도를 돕는 일곱 가지 보리법[七助道菩提分法]을 성취할 징조로서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탄생하자 사방을 바라봄은 여래께서 성도하시고 네 가지의 두려움이 없는 법을 구족하심이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탄생한 뒤에 스스로 ‘내가 세간에서 가장 높다’고 외친 것은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일체 세간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다 존중하고 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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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섬길 징조로서 곧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탄생하자 스스로 ‘나는 생사를 끊고 이것이 마지막 몸이라’고 외친 것은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한결같이 말한 대로 행할 징조로서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탄생하자 모든 권속들이 물을 구하려고 동ㆍ서ㆍ남ㆍ북으로 달려갔으나 마침내 얻지 못하였다.

그러자 곧 그 동산에서 보살의 어머니 앞에 문득 두 개의 못물이 솟아났는데, 하나는 차고 하나는 따뜻하였다. 보살의 어머니는 이 두 가지 못물을 퍼서 마음대로 썼다. 또 허공에서 두 줄기 물이 쏟아졌는데, 하나는 차고 하나는 따뜻하였다. 이 물로 보살의 몸을 씻었으니,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었다. 이는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사마타(奢摩他)ㆍ비바사나(毘婆舍那)를 얻어 욕심을 멀리 여의고 재물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것

이 자연히 생길 징조로서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탄생하였을 때 모든 하늘들이 금상(金床)을 받들어 보살을 앉히고, 앉히고 나서는 보살의 몸을 씻었으니, 비록 사람의 몸이나 모든 하늘이 부축했다는 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네 가지의 연꽃자리가 여래를 부축할 징조였으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자 큰 광명을 놓아 다른 모든 광명을 가렸으니,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며,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법을 논하는 일에 여래보다 나을 이 없을 징조로서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탄생했을 때 몸에서 광명을 놓아 햇빛을 가린 것이 마치 낮에 뜬 별과 같았으니,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며,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모든 성문 제자들 가운데 마음대로 가장 좋은 공양과 최상의 명성을 얻을 징조로서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자 모든 수목과 약초가 때맞춰 피었으니,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며,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믿음과 이해를 얻지 못한 중생을 믿어 이해하게 하고 이미 믿어 아는 이는 더 기르게 하려는 징조로서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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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이 처음 탄생하였을 때 상계(上界)의 모든 하늘들이 흰 일산자루를 순금으로 만들어 큰 수레바퀴만한 일산을 가지고 모셨으니,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성내지 않음으로써 해탈을 얻고, 욕심을 떠남으로써 이익을 얻으며, 애써 수고하지 않아도 재물을 얻을 징조이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여 허공에 오르매 모든 하늘들이 각각 여러 가지 보배로써 자루를 만든 흰 총채를 가지고 보살 위를 털었으며, 보살이 처음 탄생하였을 때 허공이 청정하여 연기와 구름이 없고 티끌과 안개도 없으며 다만 우렛소리가 들렸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였을 때 허공에는 구름과 안개 한 점 없었으며, 가늘고 청정한 향수와 가는 비가 내려 8공덕(功德)이 갖추어져 모든 중생들이 다 쾌락을 받게 하였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였을 때 사방 허공에서 부

드러운 바람이 일어 맑고 서늘하여 번뇌로움이 없고, 8방 어느 곳이든 청정한 빛이 빛나고, 연기ㆍ구름ㆍ티끌에 가려지지 않았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였을 때 허공에서 사람의 소리도 아닌데 자연히 미묘하고 청정한 소리가 났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였을 때 허공 가운데서 저절로 갖가지 하늘 음악과 온갖 노래 소리가 났고, 갖가지 꽃과 온갖 향이 비처럼 내렸고, 햇빛에 쪼여도 시들지 않았다.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며,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모든 세간을 위하여 모든 지혜로 큰 신변(神變)과 청정한 모든 신통을 나타내어 세간에 비길 데 없이 여래가 제일이 되리라는 징조였으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허공 위에서 모든 하늘들이 각각 한량없는 우담바라꽃ㆍ발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과 같은 여러 가지 꽃과 또 여러 가지 미묘한 향과 갖가지 보배 꽃다발을 보살 위에 계속해서 뿌리고 뿌리고 또 뿌렸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5백의 하늘 옥녀(玉女)들이 하늘의 모든 꽃향을 쏘인 기름을 가지고 보살의 어머니 앞에 서서 안부를 물었다.

‘보살을 잘 낳으셨습니다.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5백의 하늘 옥녀들이 하늘의 바르는 향을 가지고 보살의 어머니 앞에 서서 안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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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을 잘 낳으셨습니다.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5백의 하늘 옥녀들이 온갖 보배로 지어진 하늘의 미묘한 옷을 가지고 보살의 어머니 앞에 서서 안부를 물었다.

‘보살을 잘 낳으셨습니다.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갖가지 하늘의 보배 영락을 가지고 보살의 어머니 앞에 서서 안부를 물었다.

‘보살을 잘 낳으셨습니다.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갖가지 미묘한 하늘 음성으로 보살의 어머니 앞에 서서 안부를 물었다.

‘보살을 잘 낳으셨습니다.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보살이 처음 탄생하셨을 때 이 대지가 열여덟 가지 모습, 여섯 가지로 진동을 갖추어 일체 중생들이 다 쾌락을 느꼈다. 바로 그 때는 욕심을 내는 중생이 하나도 없었고, 또 성내고 어리석고 교만하고 두려워하고 악업을 짓는 중생이 아무도 없었다. 모든 병자는 다 나았으며, 주린 이는 먹을 것을 얻고 목마른 이는 마실 것을 얻어 배부르고 모자람이 없었으며, 혼미하게 취한 중생이 다 깨어났다. 미친 사람은 정상이 되고, 눈 먼 사람은 보게 되고, 귀

먹은 사람도 듣게 되고 불구자도 모두 온전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은 재물을 얻었으며, 감옥에 갇힌 사람도 다 풀려났으며, 지옥 중생들도 다 쉼을 얻고. 축생 중생들도 모든 공포를 없앴으며, 아귀 중생도 다 충족을 얻었다.

보살이 처음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할 때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이 있었다.”

 

7. 종원환성품(從園還城品) ①

“그 때 한 대신(大臣) 국사(國師)가 있었으니, 성은 바사타(婆私吒)요 이름은 마하나마(摩訶那摩)였다. 모든 국사 바라문들과 함께 람비니 동산에 이르러 그 동산 문 밖에 섰을 때, 바사타가 모든 국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보았는가? 이 대지가 무슨 까닭에 이렇게 진동하여 마치 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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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탄 것 같으며, 해ㆍ달이 가리워져 제 빛을 잃고 낮에 뜬 별과 같이 그림자만 남았으며, 일체의 수목이 때맞춰 피었으며, 허공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우렛소리만 들리는가? 또 어째서 허공은 고요히 맑고 빛나면서 특별히 묘한 가는 향비를 내려 공덕이 구족하고 자연히 여덟 가지 맛을 포함했으며, 팔방에서 미묘한 바람이 일어나되 그 바람은 서늘하여 차고 따뜻함이 적당한가? 또 어째서 어느 곳이든 연기ㆍ구름ㆍ티끌ㆍ안개ㆍ어둠이 없이 다 깨끗하며

, 아무도 외치는 이가 없는데 허공에서 자연히 깊고 청정한 소리가 들리며, 갖가지 하늘 음악이 들리며, 허공에서 하늘의 노래와 하늘의 찬탄과 하늘의 읊조림이 들리며, 하늘의 향과 꽃을 비처럼 내려 햇빛이 쪼여도 시들지 않는가?’

그 때 한 국사가 그 대신 바사타에게 대답하였다.

‘그렇더라도 괴이한 일은 아니다. 왜냐 하면 땅의 성질이 그러한데 무슨 상서롭지 않은 일이 있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이제 이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허공이 트이고 빛나 햇빛을 가렸으매 마치 낮에 별을 보던 것과 같고 또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려 뭇 빛이 비쳐도 시들지 않으니, 매우 희한한 일이다.’

바사타가 국사들과 이런 일을 의논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 동산에서 한 여인이 람비니로부터 빨리 나와 문 밖에 이르러 바사타와 국사들을 보고 기뻐 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석가족들이여, 그대들은 속히 대왕에게 가소서.’

이 때 대신과 국사들은 그 여인의 말을 듣고 다시 기쁨을 참지 못해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우리들을 대왕에게 가라고 하니 무슨 기쁘거나 괴이하거나 두렵거나 상서롭지 않은 일을 아뢸 것이 있는가?’

‘석가족들이여, 나는 이제 당신들에게 매우 경사스럽고 다행한 일을 하나 말하겠습니다.’

마하나마와 국사들이 무슨 경사가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나라의 대부인께서 동자 하나를 낳으셨는데 단정하고 어여뻐 세상에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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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그러니 이 동자는 참으로 하늘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처처에 하늘 꽃을 흩으며 하늘의 광명을 놓습니다.’

그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 뛰며 기쁨을 참지 못하였다. 대신은 그리하여 여러 가지 보배와 아름다운 영락을 풀어 그녀에게 주었으니, 이와 같이 기쁜 일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영락을 풀어 준 뒤에 생각하였다.

‘이제 이 여인은 왕궁에서 대왕을 모시는 사람이라 왕이 그녀를 보고 지극히 사랑하는 터인데, 내가 이제 몸에 가졌던 영락을 풀어 줬다가 뒤에 우환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곧 도로 거두어 가지고 다른 국사에게 주고 나서는 주문을 외우고 축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영락을 국사에게 베풀어 준 모든 공덕을 그녀에게 돌리고자 하노라. 무슨 까닭이냐? 기쁜 일을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 때 대신 마하나마는 국사 바라문에게 일렀다.

‘대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대왕에게 돌아가 이 기쁜 일을 보고하라.’

마하나마는 바라문을 보내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그대가 먼저 내게 말하기를, 나라의 대부인께서 동자를 낳으셨는데 하늘 같고 하늘의 광명을 놓는다고 하였거니와 그대는 또 어떤 기이한 상을 보았는가?’

그녀는 대신에게 대답하였다.

‘자세히 들으소서. 그 동자는 얼굴이 남보다 훨씬 잘났고 큰 위덕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야부인께서 땅에 섰을 때 동자가 스스로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는데, 대부인의 가슴ㆍ옆구리ㆍ허리는 터지지도 않고 흠도 없었습니다. 동자가 탄생했을 때 모든 하늘들은 허공에서 좋고 아름다운 가시가 옷을 가지고 동자의 몸을 두루 싸가지고 어머니 앞에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나라의 대부인이시여, 두 배나 경사스럽게 여겨 기뻐하소서. 왜냐 하면 이제 대부인께서 성자(聖子)를 낳으셨기 때문입니다.)

이 동자가 처음 나오려 할 때 어머니의 옆구리를 바라보면서 말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어머니의 태를 받지 않겠노라. 이 몸이 나의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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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몸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부처가 되리라.)

그리고는 땅에 서서 사람의 부축이 없이도 바로 일곱 걸음을 걸었는데, 밟는 곳마다 연꽃이 솟았으며, 사방을 바라보며 잠깐도 눈을 깜짝이지 않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동쪽을 향해 말을 했는데, 말씀이 깨끗하고 글귀가 원만했으며, 갓난아기 같지 않게 말하였습니다.

(이 모든 세간에서 내가 가장 훌륭하도다. 나는 나고 죽는 번뇌의 근본을 모두 뽑아 버리리라.)

그리고 동자가 서 있는 곳에는 동자의 몸을 씻기기 위하여 허공에서 두 줄기 물이 떨어졌는데 하나는 따뜻하고 하나는 찼으며, 또 황금 평상을 가져다가 동자를 앉히고 몸을 씻었습니다. 동자가 탄생하자 몸으로 광명을 놓아 해와 달을 가렸으며, 상계의 모든 하늘들이 그 흰 일산에 금으로 자루를 만들었고, 큰 수레 바퀴와 같은 것을 가지고 허공에 머물렀으며, 또 모든 하늘들이 온갖 보배로 자루를 만든 총채를 손에 들고 동자 위에서 흔들었습니다. 또 풍악

을 울리지 않아도 허공에서 모든 음악이 스스로 울렸으며,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미묘한 노래와 읊조림이 들렸으며, 또 향기 꽃을 비처럼 내려 곳곳이 가득 차서 햇빛이 쪼여도 여전히 곱고 깨끗하였습니다.’

대신 마하나마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희유하고 희유하도다. 이렇게 악한 세상에 대사(大士)께서 출현하심을 만났으니, 나는 이제 정반대왕에게 가서 이 희유한 일을 보고하리라.’

그 대신은 잘 조련되어 질풍과 같이 달리는 말을 가려내어 보배 수레를 끌게 하며 람비니 동산 문 밖에서 출발하여 가비라성에 이르렀다. 그는 아직 왕을 만나기 전에 먼저 기쁨의 북을 힘껏 두드렸다.

그 때 정반왕은 보전 위에 앉아 보필하는 재상들과 나라 정사를 처리하는데 여러 신하와 경사(卿士)와 모든 관료들이 전후 좌우로 호위하였다. 모두 다 환희의 북소리를 들었으며, 왕은 놀라 모든 신하들에게 물었다.

‘제신들이여, 갑자기 누가 감히 우리 감자종문의 환희의 북을 이렇게 큰 소리가 나도록 힘껏 치는가?’

그 때 수문장이 왕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의 대신 바사타 마하나마가 네 마리 말에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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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한 수레로 질풍같이 빨리 달려 람비니 동산 문 밖에서 와서 수레에서 내려 대왕의 환희 북을 힘껏 치고는 다른 말 없이 다만 대왕을 뵙고자 하노라 합니다.’

그 때 정반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무슨 기쁜 일이 있는지, 저 바사타 석종 대신 마하나마를 급히 내 앞에 불러 오라.’

신하가 왕명을 받들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하교대로 빨리 저 석종 대신 마하나마를 불러 급히 어전에 이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 마하나마는 왕의 칙명을 듣고 곧 왕 앞에 와서 큰 소리로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대왕이시여, 항상 훌륭하소서. 원하옵건대 대왕이시여, 항상 존귀하소서. 이제 말씀을 받들어 올려 기력을 더욱 돋우게 하오리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마하나마 석종 대신에게 일렀다.

‘그대 석종 대신이여, 무엇 때문에 총총히 와서 힘을 다해 환희 북을 쳤느냐?’

마하나마는 아뢰었다.

‘저 천비성 람비니 동산에서 대왕부인께서 노니시다가 저 나무 아래서 한 동자를 낳으셨는데, 몸은 황금빛이었으며, 그 형상이 천인(天人)과 같았고……(중략)……단정하고 하늘 광명을 놓았습니다.’

그 때 정반왕은 거듭 자세하게 상호를 물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 대신은 다시 아뢰었다.

‘부인께서 땅에 섰을 때……(중략)……오른쪽 옆구리는 찢어지지도 갈라지지도 않았고 동자가 탄생하자 스스로 땅에 서 계셨고, 모든 하늘들이 각각 가시가 옷을 가지고 와서 몸을 두루 쌌으며, 어머님의 오른쪽 옆구리를 우러러보면서 말하기를 (나는 마침내 부처가 되어 나고 죽는 고뇌의 근본을 끊어 버리리라)라고 하였고, 몸을 씻자 빛을 놓아 해와 달이 가려지고 수목과 약초가 때맞춰 꽃을 피웠으며 허공의 모든 하늘들이 흰 일산과 총채를 들고 동자 위에서

흔들었습니다. 허공에서 우렛소리가 나고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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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었으며, 형상은 보이지 않으면서 범천의 음악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고 꽃이 햇빛에 쪼여도 시들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낱낱이 차례대로 갖춰 왕에게 아뢰고 또 말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신은 이런 희유한 일을 보았기에 이제 기쁨에 겨워 환희의 북을 쳐서 감히 두루 알린 것입니다.’

그 때 그는 또 모든 하늘들이 공양하고 남은 꽃을 가져다가 대왕에게 바치고 일어났던 일을 빠짐없이 말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대신에게 일렀다.

‘이런 기쁜 일을 짐에게 알려 주었으니, 그대의 깊은 마음에 무슨 소원을 구하느냐? 짐은 그대가 원하는 대로 어김없이 다 주겠다.’

바사타 대신은 대답했다.

‘신은 대왕의 은혜를 입어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다시 대신에게 일렀다.

‘법대로 원해야 한다. 반드시 주리라.’

대신은 거듭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대왕이시여, 기뻐하소서. 신은 대왕의 은혜를 입어 아무것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정반왕은 또 대신에게 일렀다.

‘그대는 지금 나의 명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꼭 요구하라. 나는 그대에게 주리라.’

바사타 대신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반드시 기뻐하옵소서. 신이 원하는 것은 오직 태자의 좌우에서 받들어 섬기며 때를 따라 모시는 것이니, 허락하소서. 왜냐 하면 이 동자는 이미 탄생하였으니, 반드시 감자일종(苷蔗日種)을 계승하여 전륜성왕의 후대를 끊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반왕은 대신에게 일렀다.

‘때를 잘 아는 이여, 하고 싶은 대로 따르리라.’

그리고 정반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대신은, 저 바사타 대신이 맡은 일을 국법대로 이 좋은 상서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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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로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하여라.’

정반왕은 마하나마 대신에게 일렀다.

‘그대여, 오라. 우리 나라에 이미 이러한 태자가 탄생하였도다. 이제 당연히 이 가장 훌륭한 태자를 위하여 탄생의 법식을 마련하라.’

그 때 정반왕은 큰 위덕의 힘이 있어서 왕의 위신으로 모든 신하와 백관에게 좌우로 반달 모양같이 호위를 받았다. 좌우에 모신 이들과 마하나마 등 모든 대신들이 보살을 맞이하러 람비니 동산을 향해 떠났는데, 중간쯤 가서 정반왕은 마하나마와 대신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대신이여, 나는 태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이렇게 희유한 일과 미증유한 법을 보았으니, 어찌 기뻐하지 않고 스스로 근심과 걱정에 덮이랴.’

마하나마 대신은 왕에게 아뢰었다.

‘마땅히 경축할 일이지 근심을 품을 일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하늘 사람이 태어날 적에 이러한 법이 있으며, 불가사의하고 크게 희유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지난 옛날에 다슬타가화생(多虱吒迦華生)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태어나자마자 남에게 배우지 않고도 네 가지 비타(毘陀:베다)를 저절로 알았습니다. 또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지난 옛날에 정생왕(頂生王)이 있었는데, 부왕의 정수리[頂]에서 났[生

]으며 나서는 어린아기 같았으나 점점 자라서 4천하에 왕노릇을 하였습니다. 또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지난 옛날에 비가(毘迦)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아버지 손바닥에서 났으며 어머니 배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지난 옛날에 유바(留婆)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넓적다리에서 났습니다. 또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지난 옛적에 가치바(迦婆)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아버지 팔에서 났습니다

. 또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대왕의 선조는 옛적부터 감자왕이라 이름했습니다. 감자에서 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든 왕은 비록 인간에 났어도 불가사의합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다시 마하나마 석종 대신에게 일렀다.

‘그대 마하나마여, 그들 모든 왕은 다 크게 밝으며 큰 위덕이 있지만 이는

거기에 비할 것이 아니다.’

마하나마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이 태자는 반드시 저 모든 왕들보다는 더 훌륭하실 것입니다.’

정반왕은 말했다.

‘어떠한 훌륭한 상이 있었느냐?’

마하나마 대신은 대답했다.

‘그들의 출생과 이 태자의 탄생을 신이 비교해 보건대, 태자가 훨씬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왕은 다시 말했다.

‘그대는 희롱조를 말라. 어째서냐? 남의 아버지된 이 중에 누가 자식이 남보다 뛰어나기를 원치 않으랴. 견문이 넓거나 이해력이 뛰어나거나 수행을 잘하거나 예의를 갖추거나 정치하는 도에 밝거나 혹 정진을 부지런히 한다면 기쁘겠구나.’

정반왕은 이런 말을 하면서 점점 저 람비니 동산에 이르렀다. 동산 대문 밖에 이르자 사람을 보내 부인에게 말하였다.

‘부인의 복덕으로 성인의 종성을 잘 낳았도다. 부인이여, 마땅히 태자가 출생한 곳에 길하고 상서로운 일을 마련하여 장엄한 배치를 속히 마치시라. 내 친히 태자의 얼굴을 보고자 하노라. 이 아들이 태중에 있을 때 내가 먼저 갖가지 희귀한 상서와 미증유한 법을 보았다고 하지만, 내 이제 마음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까닭에 스스로 가서 보고자 하노라.’

그 때 마야부인은 동자를 위하여 세상에서 하는 길하고 경사스런 갖가지 예를 차려 놓고는 사람을 대왕에게 보내 때가 되었으니 동산에 드시라고 알렸다.

정반왕이 이미 동산 안에 들어온 것을 보고 한 여인이 보살을 안고 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동자여, 이제 부왕에게 경례하소서.’

왕은 말하였다.

‘아니다. 먼저 나의 스승인 바라문에게 예를 시키고 나서 나를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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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여인은 보살을 안고 먼저 바라문 앞에 나아갔다.

국사 바라문들은 보살을 보고 나서 정반왕에게 축원하였다.

‘대왕이시여, 부디 항상 존귀하시고 항상 훌륭하심이 아드님의 훌륭함과 같으소서. 왕의 석종의 후예가 항상 흥하소서. 대왕이여, 이 아드님은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은 또 국사 바라문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그런 줄 아는가?’

국사 바라문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본 바로는 비타론에 말한 대로 모든 상이 이 아드님의 법과 맞사옵니다. 이 일은 사실입니다.’

정반왕은 또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석가씨 전륜성왕의 감자종은 반드시 더욱 커지리라. 왜냐 하면 금세의 모든 왕은 그 복덕과 고행과 정근이 다 모자라지만 이제 난 동자에게는 이런 복력이 있어 옛 겁초(劫初)의 모든 왕과 같이 복덕ㆍ대력(大力)ㆍ용건(勇健)의 상이 구족하니, 이는 우리 가문이 반드시 흥성하여 겁초의 모든 전륜왕들과 같을 것이다.’

그 때 보살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정반왕과 국사 바라문들의 얼굴에서 기쁜 빛을 보고 곧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전륜성왕의 용모가 어떻게 잘났는지 대략 내게 말하여 내 마음을 기쁘게 하소서.’

그 때 정반왕은 국사 바라문에게 물었다.

‘어진 스승이여, 전륜성왕의 특징과 생김새를 설명하소서.’

그러자 국사 바라문은 정반왕 및 부인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신의 말을 부디 자세히 들으소서. 신은 옛 성현들의 모든 논에서 전해 내려오는 대로 전륜왕이 갖춘 모든 자재 공덕을 말하리다. 국민을 다스릴 적에 전륜왕은 반드시 허공을 날아가서 땅 위에 머무르고, 큰 가뭄이 들면 마음대로 비를 내리게 합니다. 왕의 국경 안에서 성내는 나쁜 중생들이 서로 싫어하여 원한을 품는 자가 있으면 전륜왕이 위덕의 힘으로 나라 안의 중생들을 기쁘게 합니다. 전륜성왕은 금륜(金輪)ㆍ신주(神珠)ㆍ코끼리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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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ㆍ옥녀(玉女)ㆍ주장(主藏)ㆍ전병신(典兵臣)들의 7보를 구족하며, 전륜성왕은 수명이 길어 결코 횡사하는 일이 없고, 병과 번뇌가 적으며, 신체가 단정하기 세간에 비길 데 없습니다. 그 경내의 모든 국민들은 외아들같이 왕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전륜성왕은 인민을 갓난아기보다 더 아끼고 보호합니다.’

정반왕은 또 국사 바라문에게 일렀다.

‘대바라문이여, 그대 말대로 전륜성왕이 되는 이에게는 다 이런 일이 있도다.’

‘그렇지만 나는 안 그렇지 않은가?’

그 때 보살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다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일은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 동자는 오늘 감자종 찰제리 집에 났기 때문입니다.’

정반왕은 다시 이런 말을 했다.

‘희유한 일이로다. 전륜성왕이 인간에 나면 저 전륜성왕의 위덕만으로 이렇게 큰 과보와 훌륭한 업을 받는지 괴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전륜성왕에게는 아무도 이렇게 기특한 상이 없었다. 즉 저 감자일종(苷蔗日種)에서 태어난 왕인 니구라왕(尼拘羅王)ㆍ교구라왕(憍拘羅王)ㆍ구구라왕(瞿瞿羅王), 혹은 또 부왕인 사자협왕(師子頰王)과 내 몸에는 이렇게 기특한 상이 없었다. 어찌된 일이며 또 무슨 원인이 있는가?’

그러자 국사와 바라문은 다시 정반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앞에 있건 뒤에 있건 괴이할 것은 못 됩니다. 대왕이시여, 듣지 못하셨습니까? 옛날에 야야지(耶耶坻)라는 국왕이 있었는데 모든 공덕을 갖추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이름은 바류(婆流)였는데, 그에게 불류(不流)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불류에게 둔두마라(屯頭摩囉)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둔두마라에게 가차복(迦叉福)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가차복에게 아라기불(阿羅祇不)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아라기불에게 만제예야니(曼帝隸耶

尼)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만제예야니에게 인라바비라(因羅婆毘羅)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인라바비라에게 두소반나(頭疏般那)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왕들은 큰 위덕을 갖추었으나 전륜성왕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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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하였습니다. 그들 중 마지막 두소반나왕이 바라타(婆羅陀)라는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그 바라타가 바야흐로 처음 전륜성왕이 되었습니다.

지난 옛날 겁초(劫初)에 찰제리종이 있었으니, 이름이 마하삼마다(摩訶三摩多)이며, 하늘에서 내려왔지만 전륜성왕은 되지 못했으며, 그 뒤 차례로 이어 내려오면서 정생 전륜성왕에게 이르러서는 왕이 삼십삼천까지 거느렸고, 조ㆍ부ㆍ자손들 후예가 이어졌으나 스스로 감퇴(減退)되어 전륜성왕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말했다.

‘큰 바라문이여, 그 말이 옳도다. 무슨 까닭이냐? 나도 나의 아들이 이와 같이 되었으면 하고, 또한 나의 아들이 그대의 말과 같이 되기를 바라노라.’ 그 때 정반왕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이제 동자를 데리고 성에 들어갈 터인데 무슨 수레[輦轝]를 만들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때마침 공장(工匠) 비수갈마(毘首羯磨)가 7보로 된 수레를 변화로 지어냈는데,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요 사람의 조작이 아니며 단엄하고 미묘하여 특별하기 짝이 없었다.

그 때 정반왕은 엄한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을 수리하고 일체의 가시덩굴ㆍ모래ㆍ자갈ㆍ조약돌ㆍ쓰레기ㆍ흙무더기들을 쓸어 없애고, 보기 흉하고 향기롭지 않은 것을 모조리 깨끗이 치웠다. 가비라성은 갖가지로 장엄되어 건달바성과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그 성에는 갖가지 유희와 오락이 있었으며, 모든 재주꾼들이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요술을 교묘히 부려 환상을 지어내기도 하였다. 혹은 구슬을 희롱하기도 하고 물을 내기도 하고 몸을 장엄하여 부녀자로 분장

하는 등 이와 같이 갖가지 변화를 잘 부리는 이들이 다 구름 모이듯 하였다.

그 때 그 대중들은 몸을 솟구쳐 허공에 던지기도 하고, 혹은 방울을 울리거나 북을 치고, 혹은 높은 나막신을 신고, 혹은 막대기 끝에 오르고, 혹은 물구나무서서 걷기도 하고, 수레바퀴 돌 듯 거꾸로 재주를 넘으며, 혹은 허공에 매달려 새끼줄 위에서 걷고, 혹은 창으로 춤추거나 칼 위에서 뛰었다.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갖가지 놀이와 웃음거리를 나타내며, 큰 소리로 외치거나 손가락으로 피리를 불며, 혹은 옷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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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상을 두호하는 사대천왕은 각각 그 몸을 변화하여 바라문이 되었는데, 다 어리고 단정하고 어여쁘며 머리에 소라상투를 틀고 몸소 보살의 보배 수레를 메고 갔다. 그 때 제석천왕도 본래 모양을 숨기고 동자 바라문이 되었는데, 단정하고 어여쁘며 머리에는 소라 상투가 있고, 몸에 누런 옷을 입고, 왼손에는 금으로 된 물병을 들고, 오른손에는 보배 궤를 받들어 가지고 보살 앞에서 사람들의 내왕을 막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모두 길을 피하라. 최고의 중생이 이제 성에 들어가고자 하신다.’[범본에서는 이 네 마디를 반복하여 강조하였다.]

그 때 색계(色界)의 대범천왕은 지난 옛적부터 전하는 게송을 읊어 보살을 찬탄하였다.

하늘 위나 하늘 밑에 부처님 같은 이 없고

시방세계도 역시 그러하여라.

세간의 모든 것 내가 다 보아도

아무도 부처님 같은 이 없네.

보살이 천비성 람비니 동산에서 처음 가비라성에 들어가고자 할 때 모든 하늘들이 도로를 깨끗이 쓸었다. 또 5천의 하늘 옥녀(玉女)가 각각 손에 금병 한 개씩 들고 향수를 가득 담아서 땅에 뿌리며 보살 앞에서 차례로 걸었다.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모든 하늘의 미묘한 빗자루를 들고 보살 앞에서 땅을 쓸고 갔으며,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모든 하늘의 보배 향로를 들고 갖가지 미묘한 향을 사르고 보살 앞에서 보살에게 공양하며 인도해

갔고,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금 병에 미묘한 향을 가득 담아 들고 보살 앞에서 길을 인도해 갔다.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하늘의 미묘한 다라수 잎 부채를 들고 보살 앞에서 인도해 갔으며,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공작왕의 꼬리로 불자(拂子)를 만들어 가지고 보살 앞에서 길을 인도해 갔으며,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다라수 잎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가지고 보살 앞에서 인도해 갔다. 다시 5백의 하늘 옥녀들이 각각

손에 하늘 평상[胡床]을 들고 보살 앞에서 인도해 갔다. 다시 5천의 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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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女)들이 각각 금 방울을 들고 때때로 흔들며 큰 소리로 길상스러운 노래를 부르며 보살 앞에서 인도해 갔다.

또 2만 5천의 큰 코끼리가 있어 다 황금으로 밀치와 고삐를 만들고 금 안장에다 금 갑옷을 입히고 순금으로 장식했으며, 그 장엄구 위에 금 그물을 씌워 가지고 보살 뒤를 차례로 따라갔다.

게다가 2만 마리나 되는 보배 말이 있었다. 푸른색에 머리는 까마귀같이 검고 갈기가 땅에 드리웠으며, 밀치와 고삐, 안장과 등자들도 순금으로 장엄했고, 하늘의 금 그물을 그 위에 덮은 말이었는데, 보살 뒤를 차례로 따라 갔다. 또 2만의 보배 수레를 네 마리 말에 멍에했고, 당번과 일산으로 장엄하고 하늘의 금 그물로 그 위를 덮었는데, 보살 뒤를 차례로 따라갔다. 다시 4만의 보병 장사들이 있었으니, 다 각각 천 명을 대적할 만큼 용감하고 잘생

긴 사나이요, 억센 근력이 있어 원적을 잘 파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몸에 투구ㆍ갑옷을 입고 손에 활과 칼을 들고, 혹은 쇠바퀴나 창을 들고서 이렇게 차례로 보살 뒤에서 호위해 갔다.

다시 한량없는 색계 중에서 가장 큰 위덕 있는 하늘 무리들이 보살의 수레 오른편에서 갔으며, 다시 한량없는 욕계 중에서 가장 큰 위덕 있는 하늘 무리들이 보살의 수레 왼편에서 갔다. 또 한량없는 용왕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ㆍ나찰ㆍ비사차들이 반몸을 나타내어 각각 온갖 묘한 꽃을 허공에 가득 찰 만큼 들고서 보살을 따라갔다. 또 한량없는 억천만의 모든 천신(天神) 왕들이 기뻐 뛰고 다 두루 가득하여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를 내어 부르짖기도 하고, 손가락 피리를 불기도 하고, 혹은 춤추고 노래하여 이상한 소리를 내고, 혹은 옷을 가지고 장난하고, 혹은 손발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혹 갖가지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꽃다발과 영락과 만다라 등 모든 꽃을 가지고 각각 손으로 보살 위에 받들어 들고 허공으로 다니면서 보살에게 뿌리고 또 뿌리고 하였다.

모든 하늘들은 이 보살의 위덕력을 입은 까닭에 인간의 냄새를 맡지 않았으며, 모든 사람들도 하늘들의 광채를 보고도 놀라거나 찬탄하지 않았으며, 또한 방일하지도 않았다.

그 때 일체의 석가족 권속들은 네 가지의 군사인 거병(車兵)ㆍ마병(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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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ㆍ상병(象兵)ㆍ보병(步兵) 들을 거느리고 보살을 에워싼 채 전후좌우에서 보살을 따라가니 가비라성에 가득하였다. 정반왕은 대왕의 힘과 대왕의 위덕을 가지고서 한량없는 북, 큰 북과 작은 북을 치며, 또 한량없는 소라와 고동을 불며, 이와 같은 한량없는 갖가지 종류들이 다른 미묘한 음악으로 보살을 즐겁게 하며 인도하여 가비라성에 들어가려 하였다.

그 때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늘에 제사 지내는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 천신을 증장(增長)이라 불렀다. 그 신사(神舍)에는 항상 한량없는 모든 석가 종족이 있어 동남ㆍ동녀들이 무릎을 꿇고 절하며 항상 바라던 것을 성취했다. 그 때 정반왕은 보살을 데리고 돌아오다가 그 사당에 이르자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이제 나의 동자를 이 대천신에게 예배시키리라.’

그리하여 유모가 보살을 안고 그 사당에 가려는 차였다. 거기에는 무외(無畏)라는 여자 천신이 하나 있었는데, 그 여자 천신의 상(像)이 당에서 내려와 보살을 맞아 공경히 합장하고 머리로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유모에게 일렀다.

‘이 높으신 중생을 침범하지 말라.[이 위에 두 마디가 범본에는 반복되어 있다.] 결코 그로 하여금 우리들에게 무릎을 굽혀 절하게 하지 말라. 우리들이 그에게 절해야 한다. 그에게 절을 받게 되면 사람의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나기 때문이다.’”

 

 

   

 

 

불본행집경 제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7. 종원환성품 ②

“그 때 가비라성에 석가종 5백 대신이 있었는데 모두 보살의 권속들이었다. 그들은 5백의 정사(精舍)를 세워 보살이 앉을 데를 준비하였다. 보살이 처음 성에 들어올 때 각각 자기 집 앞에 서서 기쁜 마음으로 합장 공경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하늘 중의 하늘이여, 부디 나의 정사(精舍)에 드시옵소서. 큰 뱃사공[船師]이여, 부디 나의 정사에 드시옵소서. 금색 몸을 가진 청정한 중생이여, 부디 나의 정사에 드시옵소서. 모두에게 기쁜 마음을 베푸는 이여, 부디 나의 정사에 드시옵소서. 명성이 자자하고 헐뜯음을 당하지 않는 이여, 부디 나의 정사에 드시옵소서. 덕이 가장 높아 견줄 이 없는 이여, 부디 나의 정사에 드시옵소서.’

그 때 정반왕은 이와 같은 5백의 권속들을 가련히 여겼으므로 보살을 데리고 차례로 빠짐없이 그 정사에 들러 두루 돈 뒤에 비로소 자기 궁전으로 들어갔다.

보살이 탄생하던 날 석가종의 아들 5백 명이 동시에 출생하였는데, 보살이 드높아 가장 첫머리가 되었고, 또 석가종의 딸 5백 명이 같은 날에 났는데 야수다라(耶輸陀羅)가 우두머리가 되었고, 또 석가종의 노복 5백 명이 같은 날에 났는데 정반왕궁의 차닉(車匿)이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석가종 여종 5백 명이 또한 같은 날에 나서 정반왕궁에서 태자를 시위했다. 흰 망아지 5백 마리가 또한 같은 날에 났는데 정반왕궁 마구간에 건척(揵陟)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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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머리가 되었으며, 다시 큰 코끼리가 5백 마리 있었으니, 몸빛은 흰 눈과 같고 여섯 이빨이 가지런한데 궁문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또 5백의 큰 복장(伏藏)이 두루 사면으로 가비라를 둘러싸고 저절로 나타났으며, 또 5백의 묘하고 아름다운 동산 숲이 있는데 흐르는 샘이며 목욕하는 못이며 가지가지 꽃과 과일이 다 가득 차서 가비라성 사면에 빙 둘러 나타났으니, 모두 태자의 위덕에서 나온 힘 때문이었다. 또 큰 상인 5백 명이 모든 돈과 재물과 많

은 진기한 보배를 쌓아 가지고 함께 가비라성으로 왔으며, 또 5백 자루의 미묘한 일산과 5백 개의 금 병을 좁쌀같이 번성한 왕들이 사신을 보내 정반왕에게 올리고,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이 물건들을 대왕에게 바쳐 태자님을 경축코자 합니다.’

또 5천의 모든 바라문과 찰제리종과 큰 부자 장자들은 각각 자기의 딸을 정반왕에게 바쳤다. 그리하여 정반왕은 필요한 것은 모두 다 갖추었다. 그 때 정반왕은 생각하였다.

‘내가 태자를 낳았으니, 이제 무엇이라 이름 지을까?’

그러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그가 나던 날에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졌으니 이제 나는 태자의 이름을 성리(成利)라고 지으리라.’

정반왕은 곧 창고에서 금 백억 냥을 풀어 성리를 공양하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이렇게 왕궁 안에는

모든 것이 다 풍족하네.

이제 태자의 이름을 짓노니

마땅히 성리라 하리라.”

 

8. 상사점간품(相師占看品) ①

“그 때 정반왕은 점 잘치는 관상쟁이[相師]를 앞으로 불러 태자를 보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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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상을 보는 바라문은 이 태자가 우리 석가족 가운데서 좋을 지 나쁠 지 길흉의 상을 점쳐 보라.’

그 때 상을 보는 바라문들은 왕의 칙명을 듣고서 일심으로 태자의 얼굴을 우러러보고 각각 옛 성인들이 전하는 모든 논(論)에 의거하여 서로 의논하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크나큰 온갖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태자에게는 큰 위덕이 있어 큰 중생이 이제 왕가에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이 태자의 몸에는 32대장부상(大丈夫相)이 있습니다. 32장부상을 갖춘 이는 누구나 틀림없이 이 세간에 두 가지 과보가 있습니다. 다른 과보가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두 가지냐 하면, 첫째 집에 있어 세상 낙을 받는 경우에는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에 왕노

릇을 할 것입니다. 대지를 두호하며 7보가 구족하고……(중략)……칼과 창을 쓰지 않고 인민을 교화하되 사해 영토 어디든 법대로 저절로 다스려질 것입니다. 둘째로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울 경우, 여래ㆍ응공[應]ㆍ정변지(正遍知)를 이루어 온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은 이 예언을 듣고서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태자의 어느 곳에 대장부의 32상(相)이 있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서른두 가지 대인상(大人相)이라는 것은 이렇습니다. 첫째 태자의 발바닥이 안정되어 평평하며, 둘째 태자의 두 발바닥 중앙에 천복(千輻)의 수레바퀴 모양이 단정하게 자리하여 어여쁘게 청정하며, 셋째 태자의 손가락이 가늘고 길며, 넷째 태자의 발뒤꿈치가 둥글고 아름다우며, 다섯째 태자의 발등이 높고 불룩하며, 여섯째 태자의 손발이 부드러우며, 일곱째 태자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그물막이 구족하며, 여덟째 태자의 장딴지가 사슴왕과 같으며, 아홉째

태자는 몸을 굽히지 않고 바로 섰을 때 두 손이 무릎을 넘으며, 열째 태자의 음부는 말의 그것처럼 오므라들어 숨어 있으며, 열한째 태자의 피부는 구멍마다 털 하나씩 나선형으로 나 있으며, 열두째 태자는 몸의 털이 위로 뻗어 오르며, 열셋째 태자의 피부는 도라솜같이 부드러우며, 열넷째 태자는 몸의 털이 금빛이며, 열다섯째 태자의 몸은 순박하고 청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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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째 태자의 입 안은 깊고 좋아 어여쁘고 반듯하며, 열일곱째 태자의 뺨 둘레가 사자왕같이 반듯하며, 열여덟째 태자의 두 종아리가 넓적하며, 열아홉째 태자의 몸은 니구다나무[尼拘樹]와 같이 위아래와 가로세로가 모두 같으며, 스무째 태자는 일곱 곳이 원만하며, 스물한째 치아가 40개나 되며, 스물두째 모든 치아가 가지런하고 빽빽하며, 스물셋째 치아가 성글지 않고 빠지지도 않고 덧니도 없으며, 스물넷째 네 개의 어금니가 희고 깨끗하며, 스물다섯째

몸이 청정하고 순 황금색이며, 스물여섯째 목소리가 범천왕과 같으며, 스물일곱째 혀가 넓고 길고 크고 부드럽고 붉고 엷으며, 스물여덟째 자시는 음식은 다 최상의 맛이 되며, 스물아홉째 눈이 검푸르며, 서른째 태자의 눈썹과 속눈썹이 소[牛王]와 같으며, 서른한째 미간에 흰 털이 오른쪽으로 돌아 부드럽고 청정하고 빛나고 고움을 구족했으며, 서른두째는 머리 위에 살 상투[肉髻]가 높고 넓고 평평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는 태자의 32가지 대장부상이니, 이와 같이 구족합니다. 만약에 어떤 사람에게 이런 장부의 상이 구족하다면 이 사람은 두 가지 과보를 얻을 것이니, 집에 있거나 출가하거나 위에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정반왕은 상을 보는 이들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 어쩔 줄 몰랐다. 그리하여 온갖 맛이 구족한 음식을 상을 보는 바라문들에게 베풀어 마음대로 배불리 먹게 하고, 갖가지 아름다운 의복과 모든 보배와 재물을 보시하였다. 그 때 정반왕은 가비라 큰 성 안 네거리와 모든 골목까지 어디든 빠짐없이 무차회를 베풀어 요구하는 물건을 모두 다 주었다. 먹을 것을 찾으면 먹을 것을 주었고, 마실 것을 찾으면 마실 것을 주었고, 옷을 찾으면 옷을 주었고

, 향을 찾으면 향을 주었고, 와구를 찾으면 와구를 주었고, 방과 집을 찾으면 방과 집을 주었고, 재물을 요구하면 재물을 주었고, 낙타나 수레를 요구하면 낙타나 수레를 주었으니, 모든 공덕을 다 회향하여 태자의 몸을 이롭게 하려는 베풂이었다.

보살이 천비성(天城) 람비니 동산에서 어머니 태에서 탄생할 때, 뜻을 바로 하고 생각을 바로 하여 큰 광명을 놓아 빛이 세계에 가득 찼다. 또 이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18상(相)을 갖추었다. 그 때 땅에 있는 모든 하늘과 모든 선인(仙人)은 이 상서를 보고 온몸에 기쁨이 가득 차 어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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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하면서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오늘 염부제 람비니 동산에서 보살이 탄생하여 일체 하늘과 사람의 세간에게 큰 안락이 되고, 어둠에 싸인 모든 무명(無明)중생에게 큰 빛이 되셨다.’

그 때 사천왕은 저 땅에 있는 모든 하늘과 모든 선인들의 큰 소리를 들었으며, 그 사천왕천에 있는 모든 하늘은 이 말을 전해 듣고는 매우 기뻐서 큰 소리를 내어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제 인간 가운데 보살이 탄생한 것은 모든 세간을 안락하고 밝게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삼십삼천은 사천왕이 부르짖는 음성을 듣고 또 크게 기뻐했으며, 이렇게 수야마천에 이르고 도리천으로부터 도솔타천에 들리고, 야마천으로부터 화자락천(化自樂天)에 들리고, 도솔타천으로부터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들리고, 화락천으로부터 전전하여 다시 색계(色界)의 범천(梵天)에 들리고, 타화자재천으로부터 범중천(梵衆天)에 들리고, 범천으로부터 범보천(梵輔天)에 들리고, 범중천으로부터 대범천(大梵天)에 들리고, 범보천으로부터 광천(光天)에 들리고, 대

범천으로부터 소광천(少光天)에 들리고, 저 광천으로부터 무량광천(無量光天)에 들리고, 소광천으로부터 광음천(光音天)에 들리고, 무량광천으로부터 정천(淨天)에 들리고, 저 광음천으로부터 소정천(少淨天)에 들리고, 정천으로부터 무량정천에 들리고, 소정천으로부터 변정천(遍淨天)에 들리고 무량정천으로부터 광천(廣天)에 들리고, 변정천으로부터 광천에 들려 소광천에 이르고, 소광천에서 무량광천에 이르고, 무량광천에서 광과천(廣果天)에 이르고, 광과천에서

열천(熱天)에 이르고, 열천에서 무열천에 이르고, 무열천에서 무비천(無比天)에 이르고, 무비천에서 선현천(善現天)에 이르고, 선현천에서 이런 차례로 한 찰나 사이에 아가니타 일체 모든 하늘에 이르도록 각각 부르짖었다.

‘오늘 보살께서 세간에 탄생하시어 천상과 인간에게 큰 안락이 되시고 어둡고 눈먼 중생에게 큰 등불이 되셨다.’

그 때 한 아사타(阿私陀) 선인이 삼십삼천에서 안거(安居)하다가 저 모든 하늘들이 기뻐 어쩔 줄 모르고 뛰면서 앞서 말한 대로 옷자락을 펄럭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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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소리내는 것을 보고 모든 하늘들에게 물었다.

‘어진 대덕 삼십삼천이여, 이제 무슨 까닭에 온몸에 기쁨이 가득하여 어쩔 줄 모르고 뛰며 또 크게 부르짖으며 손으로 의관을 흔듭니까?’

질문이 끝나자 삼십삼천이 대답했다.

‘아사타 신선 대덕이여, 듣지 못하였습니까? 이제 세간 염부제 땅에 북쪽 설산(雪山) 밑에 가비라라고 하는 석가종의 성(城)이 있고, 그 성에 정반이라는 왕이 있습니다. 그 왕의 가장 큰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매우 단정하고 어여뻐서 특출납니다. 황금색 몸에 머리는 일산과 같으며, 코가 높고 둥글고 바르며, 두 팔이 밑으로 드리워 형체가 단엄합니다. 6근이 구족하여 여러 곳이 다 충만하여 금으로 끓여 부은 것 같으며, 32대장부상을 갖추고, 8

0가지 미묘한 상호가 원만합니다. 대선이여, 그 보살은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이루고 나서 결정코 위가 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살은 일체의 하늘ㆍ사람ㆍ마군ㆍ사문ㆍ바라문 등 모든 세간 가운데 스스로 모든 신통을 증득하고, 모든 신통을 증득한 뒤에는 정법을 드날릴 것입니다. 그 법은 비밀하며,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다 훌륭하며, 뜻이 깊고 묘하고 구족합니다. 그가 청정한 범행을 설할 때 모든 중생들은 법을

들음으로써 나는 법[生法]을 가진 이는 나는 법을 끊으며, 늙는 법을 받은 자는 늙는 법을 끊으며, 병드는 법을 받은 자는 병드는 법을 끊으며 죽는 법을 받은 자는 죽는 법을 끊고, 근심과 걱정과 고뇌도 다 끊어 그 근본을 멸하게 될 것입니다.’

아사타 선인은 삼십삼천들의 말을 듣자 마음에 두터운 믿음이 솟아 곧 저 하늘에서 몸을 감추어 증장(增長) 숲으로 내려와 현신하였다.”

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1)

“남천축 땅에 우선야니(優禪耶尼)라는 성이 하나 있었는데,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빈타(頻陀)산이 있었으며, 그 중간에 다시 아사타(阿私陀)라는 산이 있었다. 그 때 선인이 그 산에 살았으므로 산을 인연하여 그 선인을 아

 

1) 이 문장은, 같은 이야기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전해 내려오는 설을 경을 편찬한 사람이 소개하는 대목으로서, 주의 내용에 해당한다. 이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들려 주시는 말씀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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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라 일컬었다.”

그 선인은 도리천에서 내려왔다. 그 산에 살 때 시자 나라타(那羅陀)를 데리고 있었는데, 그 산에서 몸을 숨겨 이 가비라성에 왔으며,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려와 서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전에 이 가비라성에서 여러 국사와 바라문의 말을 들었다. 정반왕이 보살 아들을 낳았는데, 그는 이 하늘과 인간과 우리들의 스승이니 가벼이 하거나 소홀히 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이제 신통을 나타내어 가비라성에 들어간다면 이치에 맞지 않노라. 왜냐 하면 가비라성은 옛날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갈 것 같으면 반드시 그 여러 가지 기이한 상이 나타날 것이며, 나는 그를 높은 신을 섬기듯 존경해야 할 것이니 차라리 걸어서 저 성 안에 들어

가리라.’

그 아사타와 시자 나라타는 걸어서 함께 가비라성에 들어갔다. 좁은 뒷거리로부터 가만히 정반왕궁에 향하고자 하여 궁문 앞에 왔는데, 그 때 가비라 인민들이 어디나 가득 차서 빈틈이 없었으니 보살을 위하여 큰 장엄을 지은 것이었다.

그 때 모든 대중들은 아사타 선인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가 가비라에 들어와 좁은 골목에서 정반왕 궁전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한량없는 국민들이 구름같이 모여서 선인을 따랐다. 그들은 놀랍고 괴이해도 무슨 이유로 선인이 이렇게 오느냐고 감히 묻지도 못하였다. 그 대중과 성내 인민들은 혹 자기 집 문 앞에 서기도 하고, 혹은 창가에 있으며, 혹은 굽은 난간에 의지하고, 혹 높은 망대 위에 있으며, 혹은 지붕 위에 있으면서 그 선인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전에는 이 선인이 가비라성에 들어올 때 큰 신통을 타고 허공을 날아 정반대왕 궁중에 이르더니, 오늘은 걸어서 성에 들어온다. 우리는 알 수 없다. 무슨 뜻으로 걸어서 오는가?’

그 때 아사타는 정반왕궁 문 앞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바라문은 옛날에는 할아버지같이 늙었었지만 오늘 걸어와 보니 되려 스무 살도 안 된 것 같다. 나라타 동자와 함께 왔는데 이 나라타는 이제 겨우 여덟 살이다. 그대는 나를 위하여 정반왕에게 아뢰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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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가 말하였다.

‘존자의 말씀대로 아뢰겠습니다.’

그리고는 궁문으로 들어가 왕 앞에 이르러 갖추어 아뢰었다. 정반왕은 그 말을 듣고 존경심이 우러나고 한량없이 기뻐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서며 문지기 전령에게 일렀다.

‘너는 조금도 지체 없이 어서 선인을 모셔 오라.’

문지기는 도로 선인에게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여, 때가 되었습니다. 빨리 궁에 드시옵소서.’

그리하여 아사타는 시자 나라타와 함께 정반왕궁으로 들어갔다.

정반왕은 멀리 궁전에서 아사타 선인이 점점 가까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 앞에 나와 받들어 영접하고, 그의 겨드랑이를 부축하여 가장 좋고 제일 희유한 보배 자리에 앉히고 절하며 이렇게 외쳤다.

‘내 이제 공경히 존자에게 예배드리오.’

그 선인은 정반왕에게 축원하였다.

‘오직 비옵나이다. 대왕이여, 항상 안락하소서.’

그 때 정반왕은 선인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무엇을 구하시려고 여기까지 굽혀 오셨습니까? 옷이 필요하신지, 음식이 필요하신지, 또는 그 밖에 어느 것을 필요로 하시는지, 필요한 대로 일러 주시면 어김없이 모두 갖추어 드리겠습니다.’

아사타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무엇이 모자라서 온 것도 아니며 옷이나 음식을 구하러 온 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다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제 일부러 멀리서 온 까닭은 대왕의 가장 뛰어난 동자를 뵈옵고자 해서입니다. 대왕의 자비로운 은혜로 저에게 착하고 뛰어난 동자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 때 태자는 보배 자리에서 잠들고 있었으므로 정반왕은 아사타에게 말했다.

‘존자 대선이여, 잠깐 동안 마음을 쉬소서. 동자는 지금 잠이 들어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니 잠깐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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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타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동자가 주무신다는 말씀은 하지 마소서. 왜냐 하면 우리들은 깨어 있어도 마치 잠자는 사람 같지만 대왕의 동자는 오래 전부터 잠을 끊어 없애 다시는 잠들지 않고, 밤낮으로 항상 모든 중생을 위하여 안락을 얻게 하며 큰 이익을 주려고 선정에 들어 계신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은 태자가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음을 알고 곧 궁 안에 들어가 칙령을 내려 궁사(宮舍)와 전당(殿堂)을 장엄시켰다. 깨끗한 물을 땅에 뿌리고 똥과 먼지를 쓸어낸 뒤에 향수를 거듭 뿌리고 그 위에 꽃을 흩고 곳곳마다 향로를 놓고 여러 가지 묘한 향을 피웠다. 또 갖가지 비단 당번과 일산을 달고 모든 수술을 드리우고 큰 보배 깃대를 세우고, 또 한량없는 진주 영락과 진주 그물과 갖가지 보배 방울을 달아 그 위에 덮고, 뭇 보배들을 달

아서 해와 달과 별이 빛나듯 꾸몄다. 또 갖가지 묘한 보배 의상을 걸었으니, 마치 비천(飛天)이 손에 꽃과 영락을 쥐고 나는 듯하였으며, 게다가 빨강ㆍ자주ㆍ분홍ㆍ노랑 등 갖가지 빛깔의 상모를 달아 이렇게 정미롭고 화려하게 꾸며 궁중을 장엄하니, 건달바성과 다름이 없었다.

다시 석가족의 내외 권속 가운데 가장 뛰어나 위덕이 높은 이를 궁 안에 들게 하여 마야부인과 한 곳에 있게 했다. 그 때 마야부인은 동자의 처소에 가서 손으로 동자를 안고 머리를 선인에게 돌려 선인의 발에 절을 시키는 것처럼 했다. 그러자 동자의 위덕력으로 그 몸이 스스로 돌아 발이 선인을 향했다. 정반왕이 다시 동자의 머리를 돌려 선인에게 예배시키려 하였으나 동자의 힘으로 다시 발이 스스로 돌아서 선인을 향했다. 정반왕은 다시 동자를 돌려 머

리를 선인에게 향하려 했으나 또다시 발이 돌았으며, 이렇게 세 번을 하였다.

아사타가 멀리서 동자를 보니, 동자는 영원한 광명을 놓아 대지를 비추었다. 동자의 위덕이 단정하고 훌륭하며, 몸빛은 순일한 황금이요, 머리는 보배 일산 같으며, 코는 반듯하면서도 둥글고, 긴 팔이 내려 드리우고 지절이 바르고 균등하여 아무 결함 없이 구족하게 장엄하였다.

아사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동자의 거룩하신 머리를 저에게 돌리지 마소서. 왜냐 하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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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머리로 제 발에 정례할 것이 아니라 제 머리로 그 발에 정례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다시 이런 말을 했다.

‘희유하고 희유합니다. 대인이 세상에 나셨습니다. 가장 희유합니다. 대인이 세상에 나셨습니다. 제가 하늘에서 들은 그대로 이 동자가 틀림없으며 그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사타는 의복을 정돈하여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내밀어 동자를 안아 그의 머리 위에 올리고 다시 본래 자리에 돌아와 앉은 다음에 동자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 때 마야부인은 아사타에게 말하였다.

‘어지신 존사(尊師)여. 동자로 하여금 대선의 발에 절하게 하여지이다.’

아사타는 대답했다.

‘국대부인이시여, 그런 말씀 마소서. 이제 이 동자는 저에게 절해서는 안 됩니다. 저와 모든 하늘들과 세상 사람들이 동자의 발에 예배해야 할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이 갖가지 진기한 보배를 아사타 선인에게 보시하자, 아사타는 스스로 물병을 드리워 손을 깨끗이 씻고 그 보시물을 받았고, 받고 나서 곧 도로 동자에게 바쳤다. 그러자 정반왕은 아사타 선인에게 말했다.

‘존자 대선이여, 내가 이 물건을 존자에게 베푸는 것이니 부디 받아 주소서.’

선인은 대답했다.

‘대왕께서 저에게 베푸신 것을 제가 이제 가장 높으신 동자께 돌려 베풀었습니다.’

정반왕은 말했다.

‘나는 대선의 복전(福田)이 훌륭함을 알기 때문에 대사에게 공양하는 것입니다.’

아사타 선인은 다시 대답했다.

‘저는 이제 이 훌륭한 인연을 보았기 때문에 동자께 돌려 베푼 것입니다.’

정반왕은 또 말했다.

대성(大聖) 존선(尊仙)이여, 저는 이제 존사의 이 뜻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인은 다시 대답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이제 몸과 마음으로 이 동자께 깊이 귀복(歸伏)하였습니다.’

정반왕이 말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그리하시는지 저를 위해 설명하소서.’

그러자 아사타가 대답했다.

‘대왕이여, 지극한 마음으로 이 뜻을 잘 들으소서. 대왕을 위하여 그 본말(本末)을 말하겠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옛적에 도리천에서 안거하며 도를 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이 온몸 가득 기쁨에 차서 어쩔 줄을 모르고 춤추고 의관으로 희롱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모든 하늘의 어진 이여, 무슨 인연으로 어쩔 줄 모를 만큼 기뻐 뛰며 의관을 가지고 춤추고 희롱하며 뛰나이까?)

이 말을 하고 나자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나에게 대답했습니다.

(대덕 선인이여, 그대는 아직 알지 못하십니까? 저 아래 세간 북쪽 지방 설산 밑에 가비라라는 석가종의 성(城)이 있고, 그 성에 정반이라는 왕이 있답니다. 그 왕의 첫 번째 부인이 동자 하나를 낳았는데, 어여쁘고 단정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몸은 황금색이요 머리는 둥글고 코는 바르며 발이 원만하고 팔이 길어 마치 금상(金像)과 같으며, 32대인상과 80종호(種好)를 갖추었으니,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마땅히 위없는 청정한 법륜

을 굴릴 것입니다.)

이제 이 동자는 상모가 구족하여 결정코 의심할 데 없습니다. 이 동자는 스스로의 신력(神力)으로 이 세상과 또 과거와 미래 세상들과 하늘ㆍ인간ㆍ마군ㆍ사문ㆍ바라문 등 일체 세간을 알며 법상(法相)을 분별하고……(중략)……갖가지 고뇌의 요점을 말하여 해탈할 이를 해탈시킬 것입니다.

대왕이여, 저는 그 때 이 말을 들었으므로 여기 와서 동자를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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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정반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크게 어여삐 여기고 나를 크게 이롭게 하여 걱정과 근심을 없게 하소서. 다시 어떤 법이 네 가지 행보다 나으며, 네 가지 행보다 나아서 훌륭하고 높습니까? 이제 이 동자는 이미 인간에서 나왔는데 미래에 위없는 대도를 이룰 수 있습니까?’

아사타 선인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그 모든 바라문들은 각각 어디서 어떻게 수승한 도를 얻고 증득해 알았겠습니까?’

그 때 정반왕은 다시 물었다.

‘나는 이제 대선의 앞에 있으니 내가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해설해 주소서.’

아사타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우리 바라문의 집에 대대로 내려오는 4비타경대로 말하겠습니다. 지난 옛날에 바라문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은 고양(羖羊)이라 했으며, 또 발가리(拔迦利)라는 바라문이 있었고, 발가바(拔迦婆)라는 바라문이 있었고, 말단지(末檀地)라는 바라문이 있었고, 가타라리(迦吒囉唎)라는 바라문이 있었고, 반적시기(般適尸棄)라는 바라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 아수라왕에게서 산술하는 법을 배워 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또 아제리야(阿帝利耶)라는 선인이

있었으며, 발라마단나(鉢羅摩檀那)라는 왕이 있었으며, 사나가(闍那迦)라는 왕이 있었는데, 이들은 다 몸의 괴로움을 없애는 방편을 얻었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러이러하오니 이제 이 동자는 비록 인간계에 났으나 사람을 초월해서 사람보다 훌륭한 법을 얻었습니다.

대왕이여, 지난 옛날에 또 왕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을 바가라(婆迦羅)라 하였습니다. 큰 바다에 성난 파도와 물결이 산더미 같아서 매우 건너가기 어려웠으나 그 할아버지도 못하고 그 아버지도 못하던 것을 그 몸은 건널 수 있었습니다. 대왕이여, 이런 이들은 비록 인간계에 났으나 큰 위덕이 있었으며, 위덕이 있었으므로 모든 하늘과 인간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정반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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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존사의 말씀과 같다면 나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나는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좁고 낮아져 놀랍고 두렵습니다.’

아사타 선인은 또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마음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시면 이제 마음대로 물으소서. 그것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정반왕은 말하였다.

‘대사여, 나는 참으로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저 지난 옛날에 있었던 조부왕(調浮王)ㆍ다라구왕(多羅求王)ㆍ지리파왕(知離婆王)ㆍ달리파왕(達離波王) 등 이런 이들은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는데, 나의 이 동자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을 보고 압니까? 그 인연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사타는 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저도 대왕께 이런 의심이 있을 줄 아니, 의심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대왕께서는 남이 말하는 것을 듣고 뜻으로 짐작해 헤아려서 스스로 의심을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이나 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다른 왕들은 반드시 증험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왕이여, 그 모든 왕자들 및 아버지ㆍ할아버지들은 우열이 같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종성만으로는 최고가 되지 못하며 가문만으로도 최고가 되지 못하며, 먼저 났다고

해서 훌륭하고 뒤에 났다고 해서 그렇지 못하다거나 혹은 뒤에 났다고 해서 먼저 난 것보다 낫지도 않습니다. 대왕이여, 비유하면 날이 샐 적에 먼저 밝은 상이 나타나고 그런 뒤에 해가 뜨는 것과 같이, 그 밝은 상으로 치자면 밝게 비추지는 못하다가 해가 나온 뒤에 널리 대지를 비추어 모든 어둠을 남김없이 깨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세상도 때로는 이러하여 아들이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훌륭하기도 합니다.’

그 때 정반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대덕 존사여, 비유를 들어서 저 일을 잘 증명하여 나를 일깨우고 의심을 풀어 주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대선 존사여, 나를 잘 받아 주소서.’

아사타는 다시 말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제가 늙고 쇠약하여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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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자는 나이 어린 소년으로 점점 장성하여 마침내 산림에 출가해 도를 닦을 것이니, 제가 늙고 쇠하여 자비로운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 한스럽습니다.’

그 때 정반왕은 선인에게 물었다.

‘대선 존사여, 이제 이 동자는 결정코 출가하게 됩니까?’

아사타 선인은 대답했다.

‘대왕이여, 이젠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 때 정반왕이 머리를 돌려 국사(國師)의 얼굴을 바라보자 아사타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마음으로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십니까?’

‘대덕 존사여, 우리 국사 바라문들은 나에게, 이 동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사타 선인은 다시 말했다.

‘대왕이여, 제 생각과 같이 될 것이며, 결코 헛소리가 아닙니다. 이제 말한 것은 진실하고 지극히 참됩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말했다.

‘대선 존사여,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더욱 큰 걱정입니다. 내 심장을 칼로 끊어내는 듯, 내 간장을 끓이듯 합니다.’

그 때 아사타는 또 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지혜 있는 이여, 그런 말씀 마소서. 대왕이여, 지난 옛날 대왕의 고증조부께서는 복업을 행한 공덕의 인연으로 중생을 제도하며 피안(彼岸)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렇게 큰 인도자가 왕의 아들로 태어난 것은, 인민들을 다스려 안락을 얻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정반왕은 또 선인에게 물었다.

‘대사여, 나도 생각은 그렇게 합니다만, 이제 이 동자가 나의 왕통(王統)을 이어 무거운 짐을 지고 나의 걱정을 대신해 준다면 나는 늙어서 출가하여 산에 들어가 마땅히 옛 도를 닦고자 합니다.’

정반왕은 또 선인에게 일렀다.

‘대사여, 나는 내 아들을 항상 집에 있게 할 생각인데, 어떠한 방편을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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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릴 때부터 나를 버리지 않겠습니까?’

아사타 선인은 다시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저는 참으로 이런 방편을 결정적으로 말해서 장애를 짓고자 하지 않습니다.’

정반왕은 선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사여, 잘 들으소서. 나는 이제 갖가지 방편을 써서 나의 아들이 지금 어릴 때부터 한창 나이에 이르도록 잠깐도 떠나지 못하게 하고 나를 버리고 출가하지 못하게 하렵니다.’

아사타 선인은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이제 무슨 일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정반왕은 대답했다.

‘존사여, 짐작하소서. 우리 국내의 상을 보는 바라문들은 다 나에게 말하기를, 이 동자가 만약 집에 있으면 마침내 전륜성왕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그런 말을 합니다.’

아사타 선인은 다시 말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그 상사들은 모두 크게 헛소리를 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이렇게 훌륭한 상은 전륜성왕의 상호가 아닙니다. 이제 이 동자는 백 가지 훌륭한 상과 거기에 따른 80가지 뛰어난 형상이 있어 빼어나게 특수하고 좋으며 분명하게 드러나서 모두 구족합니다.’

정반왕은 선인에게 물었다.

‘대사여, 어떤 것이 이 동자의 80가지 뛰어난 형상입니까?’

아사타는 왕에게 갖춰 말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제 이 동자는 두 손바닥에 금강문(金剛文)이 있으며,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모든 손톱은 엷고 부드러우며,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모든 손톱은 그 빛이 구리 조각 같이 붉으며,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모든 손톱에는 윤택이 있으며,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모든 손가락은 빛이 묘하며,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모든 손가락은 다 통통합니다.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복사뼈는 나타나지 않으며, 대왕이여, 이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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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의 두 무릎은 둥글고 큰 광택이 있으며,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의 행동은 조용하여 서서히 걸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걸음은 사자왕(獅子王)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걸음은 마치 소[牛王]와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걸음은 마치 거위왕[鵝王]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걸음은 조용하고 서서히 걷는 것이 마치 귀걸이[耳璫]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걸음은 조용하여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 형체는 우뚝하게 곧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 형체는 부드러우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 형체는 매끄럽게 윤택이 있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의 피부는 충실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에서는 묘한 향내가 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을 능가할 이가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정숙(整肅)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지절이 각각 분명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이 드러날 때는 대범천왕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일그러짐이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 피부는 청정하여 검은 점이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에는 아무 병도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원만하고 반듯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일곱 곳이 가지런히 원만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모든 상호가 구족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두루 단정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이 가는 곳은 어디나 깨끗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가장 휼륭하여

때[垢]가 없고 모든 털이 청정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은 때의 장애가 없이 청정한 빛을 내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에는 늘 있는 광명이 한 길이 됩니다.

대왕이여, 이 동자의 허리는 마치 활통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배는 흠이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배꼽은 깊이 가려져 묘하고 좋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배꼽은 단단하고 둥글어 흩어지지 않았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배꼽은 마치 수레바퀴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배꼽은 분명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하였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손은 거칠지도 않고 껄끄럽지도 않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손은 도라솜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

의 손바닥에는 손금이 깊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는 손금이 죽책에 그은 것과 같고 부드럽고 빛나며, 대왕이여, 이 동자는 손금이 지워지거나 흩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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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손금은 차례가 분명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두 팔은 넓고 크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는 마치 복사뼈같이 둥글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입술 빛은 마치 빈바라 과실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얼굴 모습은 고요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혀는 얇고 길어서 붉은 구릿빛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목소리는 깊고도 맑습니다.’”

 

 

 

 

 

불본행집경 제1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8. 상사점간품 ②

“대왕이여, 이 동자의 말소리는 애잔하고 아름다워 맑게 퍼지고 멀리 울리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네 개 어금니는 넓고 크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어금니는 다 날카로우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어금니는 빠지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코는 단정하여 둥글고 곧아 앵무새 같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눈썹은 가지런하고 평평하고 빽빽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귀는 구멍이 깊고 바퀴가 둥글고 귓밥이 길게 내려왔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귀는 어긋나거나 일그러짐이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귀는 거칠거나 껄끄럽지 않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눈에는 결함이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눈에는 손상이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몸에는 모든 근(根)이 적정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얼굴과 이마는 가장 훌륭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검푸른 빛이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빛이 윤택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거칠거나 껄끄럽지 않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빽빽하지 않고 두터우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가지런하고 세밀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모자람도 흠도 없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구불구불 말려 돌아갔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털은 만(卍)자 같이 오른쪽으로 둥글게 말려 있으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 위에는 산꼭대기 같은 살 상투가 있으며,대왕이여, 이 동자의 머리와 이마는 나막신같이 단단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정수리는

사람이나 비인(非人)이 파괴하지 못하며, 대왕이여, 이 동자의 정수리는 매우 드높아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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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볼 수 없습니다.[세 가지 상호는 원래는 빠졌었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몸에 32대장부상(大丈夫相)을 구족한 데다가 이러한 80종호(種好)가 있으면, 그 사람은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위없고 가장 묘한 법륜을 굴릴 것입니다.’

아사타 선인은 왕에게 다 말해 주고 나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이 동자는 어느 때 출가하여 성불하며, 가장 훌륭한 법륜을 굴릴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할 때 그는 저절로 마음에 지혜가 생겨 지금부터 35년이 지나서 이 동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가장 훌륭하고 위없이 높은 법륜을 굴리리라는 것을 알았다.

선인이 이런 생각에 전념해 있을 때, 다시 자기의 모든 근이 다 성숙되었음을 보고 스스로 가책에 싸여서 탄식했다.

‘아아, 아아, 나는 이제 이 동자가 교화하는 법 바깥에 있어서 그 때를 만나지 못하겠구나.’

이렇게 관하고 매우 슬퍼서 탄식하고 목메어 울어 눈물이 얼굴을 적셨다.

그 때 아사타 선인이 고민을 주체하지 못해 이렇게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정반왕도 슬퍼서 목놓아 울었다. 마야부인도 이 광경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목메여 흐느꼈으며, 모든 석가족 대신 권속들도 다 각각 어린애처럼 따라 소리내어 울부짖었으므로 궁 안의 높고 낮은 이도 다 슬피 울어 비오듯 눈물을 쏟았다. 정반왕은 눈물이 번진 얼굴로 아사타 선인에게 말했다.

‘대덕 존사여, 이 동자가 처음 났을 때 석가족 동자 5백 명이 같은 날에 났으며……(중략)……5백의 동녀도 같은 날에 났고, 5백의 노복, 5백의 여종, 5백의 말 망아지, 여섯 개 어금니가 있는 5백 마리 흰 코끼리가 모두 같은 날 궁문 밖에 모였으며, 5백의 복장(伏藏)이 저절로 솟아나고, 5백의 동산 숲이 가비라성 4면에 자연히 나타났으며, 큰 상인들 5백 명이 여러 곳에서 가비라성에 왔고, 일산 5백 개, 금병 5백 개를 나라 밖 모든

왕들이 인접한 경계의 진기한 보배 구슬과 함께 다 나에게 보내 왔고, 또 무릎을 꿇어 나에게 절했으며, 다시 하늘 동녀 만 명이 모두 다 장자와 바라문과 찰제리의 집에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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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 1142] 쪽

대선 존사여, 이 동자가 난 날에 나는 모든 이익을 다 얻었고, 내 마음에 바라는 것은 다 구족하였습니다. 내가 나라 안에 상 잘 보는 바라문들과 길흉을 밝히는 자들을 다 불러 모았더니, 그들은 이 동자의 형용을 보고 다 크게 춤추고 뛰며 어쩔 줄 몰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직 존사만은 이제 동자를 보고 왜 슬피 울며 왜 눈물을 흘려 우리들 권속에게 의심을 내게 하십니까? 대사는 나를 위해 그 까닭을 설명해 주시오. 나의 동자에게 어떤 재앙이나

불길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이 자신의 탈인지 혹은 밖에서 오는 것인지요?’

그 때 아사타는 정반왕이 눈물을 흘리며 근심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근심도 걱정도 하지 마소서. 왜냐 하면 제가 지금 이 동자에게 재앙이나 변고가 있음을 본 것도 아니며, 또 그 밖에 고뇌가 있음을 본 것도 아니며, 몸 안팎에 상서롭지 못한 일을 본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금 이 동자는 수명이 길고 어마어마한 위덕이 있으며, 단정하고 어여쁘며 황금빛 얼굴이며, 정수리는 일산 같고 코는 대통을 자른 듯하고 몸이 원만하고 지절이 알맞아 마치 금으로 만든 상(像)과 같으며 몸에 32장부상이 있습니다. 대왕이여, 이 동자에게 겸하여 80가지의 미묘한 상호가 있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모든 상은 전륜성왕의 종자가 아닙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상은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상입니다.

대왕이여, 이런 까닭에 저는 동자를 보건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위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릴 것이며, 저 모든 하늘과 인간들을 위하여 법을 설해 일체 중생을 안락하게 할 것이며, 그 법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훌륭하며……(중략)……청정한 범행(梵行)을 설할 것입니다. 만약 이 곁에서 법을 듣게 되면 태어날 중생은 나는 법을 끊을 것이며, 늙을 중생은 늙는 법을 끊을 것이며, 병들 이는 병을 끊을 것이며, 죽을 이는 죽음을 끊을 것이

며, 걱정 근심과 고뇌에 빠진 일체 중생이 다 해탈하는 은혜를 입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제가 이제 스스로 한탄하는 것은 늙어서 모든 근이 익어 병들고 쇠약해져서 그 때를 만나 볼 수 없으니, 큰 이익을 잃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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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 1142] 쪽

그러므로 제가 이제 스스로 슬퍼 상심하는 것이지, 동자가 길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리고는 대왕을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나에게 커다란 전도(顚倒)가 있어

동자가 성도할 그 때를 못 만남이 한이로다.

헛되이 한평생 들음 없이 지내니

내 큰 이익 잃음을 어이하랴.

내 이제 늙고 병들어 근(根)이 노후하니

죽음만 기다릴 뿐 다시 젊어질 수 없도다.

이 생에 이나마라도 만난 것을 생각하니

한편은 기쁘고 한편은 걱정과 두려움일세.

대왕이여, 석가족이 한창 흥하여

복덕이 많은 동자가 나시었네.

모든 괴로움이 핍박하는 세간을

이 동자가 모두 다 안락 얻게 하시리.

‘대왕이여,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이 탐ㆍ진ㆍ치의 모든 불로 괴로워할 때, 이 동자가 멸하여 버리고 미묘한 감로의 법수(法水)를 줄 것이며, 한량없는 모든 악한 중생들이 이미 삿된 견해의 넓은 들 가운데 들어가서 바른 길을 보지 못하고 미혹할 때, 이 동자가 순직한 열반의 평탄한 길을 줄 것이며,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중생들이 번뇌의 뇌옥 가운데 갇혀 있을 때 이 동자가 모든 얽매임을 풀어 줄 것이며, 한량없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기나긴 밤 어둠

에 가리어 눈이 멀었을 적에 이 동자가 큰 지혜의 눈을 내게 할 것이며, 한량없는 물들고 집착하는 중생들이 번뇌의 독한 화살에 맞았을 때, 이 동자가 그것을 빼내고 건져 그 괴로움을 면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나이 많고 몸과 마음이 퇴패(退敗)하여 그 때의 이런 법을 보지 못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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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1142] 쪽

니, 그것이 개탄스럽고 한이 되어 눈물을 흘리고 울었습니다.

대왕이여, 저 우담바라꽃이 한량없는 억천만 년을 지나고야 한 번 나타나듯, 모든 부처님도 이와 같이 천만억 겁에도 세상에 나오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이 동자는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이나 저는 그 때를 만나지 못함을 상심하고 이제 그와 이별할 것이므로 슬피 울었습니다.

대왕이여, 그 중생들은 큰 재물로 이익을 얻고 큰 복업(福業)을 얻을 것입니다. 만약 이 대성인 동자가 저 지방 보리수 아래 앉아서 네 가지 마군을 항복받는 것을 볼 수 있다면, 그 중생은 아주 좋은 이익을 얻고 크게 제도받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약 이 대성 동자가 보리를 이루고 나서 차츰 바라내국에 이르러 위없이 가장 묘한 법륜을 굴리는 것을 보면, 일체 중생은 크게 훌륭한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 동자는 이 염부제를 청정하게 장엄할 것이며, 모든 성스러운 사문을 다 가르쳐 아라한을 이루어 그 제자가 되게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운 것입니다.

대왕이여, 그 중생들은 사람의 몸을 잘 얻고 이 세상에 잘 와서 크게 재물로 이익을 얻고 복업을 심을 것입니다. 또 동자가 삼십삼천에 이르러 모든 하늘에게 에워싸이고 7보 사다리를 타고 그곳에 내려오는 것을 보면 한량없는 중생들이 예배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대왕께서도 이제 사람의 몸을 잘 얻고 재물과 법으로 이익을 크게 얻을 것입니다. 만일 대왕께서 아들이 득도하여 하늘과 인간 가운데서 이 묘한 법 설하는 것을 보면 깨달을 것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9. 사타문서품(私陀問瑞品)

“그 때 정반왕은 그 선인 아사타에게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였다. 선인을 향한 기쁨이 배나 더하여 미증유를 얻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서 그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가장 좋은 옷 스무 벌을 그에게 보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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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 1142] 쪽

아사타 선인은 보시받은 스무 벌 가운데서 한 벌만 자기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정반왕에게 도로 보시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출가한 바라문으로서 많은 위덕이 없으며 욕심이 적어서 구하는 것이 없고 만족할 줄 압니다. 대왕은 나라의 주인으로서 하사할 곳은 많고 재물에는 한계가 있으니 임의로 쓰소서. 자타(自他)가 이미 그러합니다.

대왕이여, 동자가 모태에 있을 때 희유한 일이 반드시 한없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탄생하기 전의 모든 상서로운 상을 대왕은 저를 위해 설해 주소서. 제가 듣는다면 이것이 큰 보시입니다. 제가 기쁨에 겨워 춤추고 뛴다면 이것이 바로 제가 크게 재물과 보배를 얻는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성사여, 잘 들으소서. 마음을 집중하여 잘 들으소서. 내가 성스러운 스승을 위하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일어났던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과 또 동자가 탄생할 적에 나타났던 기이한 상을 차례대로 설명하리다.

대선 존사여, 제가 생각하건대 어느 때 동자의 어머니가 누각 위에서 묘한 침상에 누워 잠자다가 조용히 일어나 나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내가 꿈에 본 일을 들으소서. 이제 대왕께 이야기하리다. 지난밤 꿈에 흰 코끼리를 보았는데, 어금니가 여섯 개이고 몸이 곱고 머리가 붉으며 일곱 지절로 땅을 디뎠으며 형체가 단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여섯 개 어금니는 금으로 장식되었으며 공중으로 날아 북쪽에서 내려와 제 오른 쪽 옆구리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제 몸은 쾌락을 느꼈습니다. 그 희한한 쾌락은 세상에 있는 물건으로 비유할 수 없고 귀로 들은 적도 없었습니다. 또 쾌

락을 느낀 뒤로는 세상 일에는 제 마음이 즐겁지 않았으며, 대왕과 함께 한 곳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도 다시는 원하지 않사오며, 모든 5욕락을 다 버리고자 합니다.)

대선이여, 나는 그 때 점 잘 치고 상 잘 보고 옛 경전을 잘 외우고 경서에 의지해서 가르치고 변용해 내는 바라문들을 불러들여 그들에게 나의 큰 부인이 지난밤 꿈에 본 일을 앞서와 같이 이야기하고, 어떤 과보(果報)를 받을지 나를 위해 말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바라문들은 옛날 경서에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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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한 대로 꿈의 징조를 점쳐 나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특별히 기뻐하소서. 이 꿈은 매우 좋고 크게 길상이 있습니다. 이 큰 부인께서는 반드시 동자를 낳으시되 세간에서 크게 명예를 얻을 것이며, 천하에서 가장 높아 짝이 없을 것입니다.)

나는 바라문들의 말을 듣고서 맛난 음식을 마련하고 좋은 재물과 보배를 그들에게 보시한 뒤에 떠나보냈습니다.

나는 그 때 성 안의 모든 거리와 골목과 네거리의 길목에 곳곳마다 큰 무차회를 베풀어 모든 재보를 보시하되, 음식을 찾으면 음식을 주고……(중략)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다 만족케 하여 이 공덕을 동자에게 돌려 그 몸이 장엄하기를 원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사천왕이 와서 우리 집 사방에 있으면서 동자의 어머니를 엄하게 수호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동자의 어머니는 큰 쾌락을 느껴 몸이 유쾌하여 피로하거나 권태롭지 않았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항상 계를 지키고 모든 근이 조복되어 화를 내거나 한탄하는 마음이 없없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동자의 어머니는 욕심이 없었습니다. 욕심 때문에 번뇌로운 적이 없었고,

몸과 입으로 오직 청정한 범행을 행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동자의 어머니는 추위와 더위를 걱정하지 않았고, 주리고 목마름에 괴롭지도 않았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모든 돈과 재물과 진기한 보물들을 사람들이 요구하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주고는 기뻐하며 간탐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항상 자비를 행하여 모든 생명을 어여삐 여겼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단정하고 어여쁘기가 세상에 둘도

없었으며, 보통 때보다 배나 더 윤기가 났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그 어머니가 동자를 보려 하면,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듯, 몸이 원만하고 모든 근이 완전히 갖추어져 단정하고 어여쁜 동자가 태 안에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이것을 보고는 기쁨에 겨워 춤추고 뛰며 어쩔 줄 몰랐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모든 병자들이 동자의 어머니에게 와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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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어머니가 손으로 만지거나 풀잎이나 혹은 나뭇잎을 따서 그에게 주면, 그 중생들은 다 안락을 얻고 몸에 병이 없어지고 모든 고뇌도 없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이렇게 한량없는 갖가지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이 있었습니다.

다시 대사여, 그 때 동자의 어머니 마야부인의 아버지인 선각 석종이 사신을 내게 보내 말하였다.

(대왕이여, 때를 아소서. 저의 딸이 훌륭하고 위덕이 큰 중생을 가졌다 합니다. 만약 그가 탄생하면 저의 딸은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목숨이 다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제 딸을 불러다가 저의 람비니(嵐毘尼) 동산 가운데서 저와 함께 즐기며 쾌락을 누리고자 하오며, 또 이곳에서 길상을 보전키를 바랍니다. 대왕이여, 부디 선처하여 잘 보내 주소서.)

나는 사신의 이런 말을 듣고서 즉시 칙명을 내려 수레를 장엄하게 꾸며 마야부인을 보냈으며……(중략)……이 가비라성에서 저 천비성에 이르는 중간에는 모든 가시덩굴이며 돌 자갈 등 갖가지 쓰레기를 소제하여 다 청정하게 하고, 향탕을 땅에 뿌리고, 모든 묘한 꽃을 그 위에 뿌린 뒤에 여러 가지 묘한 향과 여러 가지 꽃타래로 그 어머니의 몸을 장엄하고, 모든 음악을 지어 왕의 세력과 왕의 위신으로 그 궁내의 모든 채녀들이 앞뒤에서 에워싼 가운데 크고

흰 코끼리를 타고서 선각의 천비성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그 동자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멀리서 영접하러 오는 것을 보고 갖가지 한량없는 장엄구를 가지고 함께 람비니 동산에 들어가 소요하며 즐겼습니다.

그 때 동자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에서 내려 궁내의 채녀들이 좌우에 호위하며 앞뒤에서 시위한 가운데 조용히 걸어 람비니 동산에 들어가 나무 숲을 구경하였습니다. 이 나무 아래서 저 나무 아래로 차례차례 가다가 바라차나무[婆羅叉樹] 밑에 이르렀을 때 오른손을 펴서 그 나뭇가지를 잡고 조용히 쉬었습니다.

그 때 동자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손으로 나뭇가지 잡은 것을 보고 태중에서 한마음으로 생각을 바로 하여 조용히 일어나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는데,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는 아프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았으며 쪼개지거나 찢어지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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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가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는 순간 몸에서 광명을 놓아 세간을 비췄습니다. 대사여, 이것은 동자가 어머니 태 안에 있다가 처음 났을 때 일어났던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입니다.

다시 대사여, 동자가 태중에 있을 때 근심도 없고 걱정도 없이 그 태 안에서 조용히 일어났는데, 몸이 곱고 깨끗하였으며, 갖가지 콧물ㆍ침ㆍ가래ㆍ소변ㆍ대변ㆍ엉킨 피들의 오물에 더럽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처음 태중에서 나왔을 때 모든 하늘들이 가시가 옷으로 몸을 싸서 안아 가지고 어머니 앞에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대덕 부인이여, 기뻐하소서. 오늘 부인께서 하늘과 사람 가운데 높은 성자를 낳으셨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처음 났을 때 사람의 부축 없이 땅 위에 서서 사방으로 각각 일곱 걸음씩 걸어갔는데 밟는 곳마다 연꽃이 솟았습니다. 사방을 돌아보면서 눈도 깜짝이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놀라지도 않고 동쪽에 서서 다른 아이들처럼 울지도 않았으며 또렷한 목소리에 바른 어조로 말하였습니다.

(일체 세간에 오직 나만이 높도다. 오직 나만이 가장 훌륭하도다. 내 이제 나고 늙고 죽는 뿌리를 끊을 것이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그곳에 두 개의 못이 있었는데, 하나는 따뜻하고 하나는 찬 것이었습니다. 동자의 어머니는 마음대로 떠서 썼으며 또 상계의 허공에서 두 줄기 물이 흘러내렸는데, 차고 따뜻함이 먼저 것과 같아 동자를 목욕시켰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순금으로 된 평상이 있어 동자를 앉히고 목욕시켰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몸으로 광명을 놓아 모든 보배의 불꽃이며 일체의 광명을 덮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몸으로 광명을 놓아 햇빛과 달빛을 가려 별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모든 수목들이 때맞춰 우거지고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으며, 때 아닌 모든 나무들도 싱싱하고 푸르게 되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허공의 모든 하늘들이 순금으로 자루를 만든 하얀 일산을 가지고 동자의 위를 덮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허공의 모든 하늘들이 또 마니로 자루를 만든 흰 총채를 가지고 동자의 위를 털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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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허공이 운무 한점 없이 깨끗했으며, 안개나 연기나 티끌도 없고 우렛소리만이 들렸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허공에는 구름도 없는데 가랑비가 내리니, 청정하고 묘한 물에 여덟 가지 맛이 구족하였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여러 곳에서 쾌적하고 시원한 바람이 문득 일어나 번뇌로운 근심이 없었으며 어디나 청정하여 연기와 구름과 탁한 기운이 없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허공에서 큰 범천(梵天)의 소리가 났는데, 사람이 낸 소리가 아니었고 저절로 울렸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동자 위에서 저절로 한량없는 음악소리가 났는데 사람이 낸 소리가 아니었고, 한량없는 노랫소리도 들렸습니다. 또 한량없는 여러 가지 향기로운 꽃을 비처럼 내렸는데, 햇빛에 쪼여도 항상 곱고 시들지 않았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허공에서 모든 하늘들이 우발라꽃ㆍ분타리꽃ㆍ구물두꽃ㆍ파두마꽃 등 갖가지 하늘의 묘한 꽃을 비처럼 내렸고, 또 한량없는 갖가지 가루향과 또 한량없는 갖가지 묘한 꽃타래를 동자 위에 뿌리고 또 뿌렸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저절로 한량없는 하늘의 옥녀(玉女)가 나타나 갖가지 향과 갖가지 기름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묘한 하늘의 의복을 가지고 갖가지 하늘 음악으로 노래하고 춤추며 갖가지 소리를 내면서 점점 동자 어머니 앞에 나와 다음과 같이 위문하였습니다

(동자를 잘 낳으셨습니다.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열여덟 가지 상을 갖추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중생들이 일시에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났을 때 나는 온갖 큰 이익과 갖가지 길상을 성취하여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 구족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대사여, 그 때 나의 신하인 바사타(婆私吒)의 아들 마하나마(摩訶那摩)가 나한테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여, 부디 높으시고 항상 훌륭하소서. 왕비께서 청정하고 가장 훌륭한 동자를 낳으셨습니다.)

다음에 한 사람이 나한테 와서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여, 부디 훌륭하시며 집안이 융성하소서. 모든 석종 권속 가운데서 각각 5백의 동자를 낳았습니다.)

다음 사람이 또 내게 와서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부디 항상 모든 것이 충만하소서. 오늘 석종 권속 가운데서 다시 각각 5백의 동녀를 낳았습니다.)

다음 사람이 또 나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중략)……궁중에서 일시에 5백의 노복을 낳았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또 내게 말했습니다.

(……(중략)……5백의 여종을 낳았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또 나에게 낳았습니다.

(……(중략)……5백의 망아지를 낳았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중략)……자연히 5백의 향기로운 코끼리가 있는데, 몸이 눈같이 희고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으며 궁문 밖에 있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중략)……5백의 숨었던 황금 독이 저절로 나타났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중략)……이곳 가비라성에 저절로 5백의 동산 숲이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다른 지방의 5백 상인이 많은 재물과 보물을 가지고 이 가비라성에 모여 왔습니다.)

다음 사람이 와서 또 말했습니다.

(5백 개의 흰 일산과 5백 개의 금병을 좁쌀같이 많은 왕들이 사신을 보내어 바쳤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사람을 보내 나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다 대왕의 분부를 기다려 명령을 따라 행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사람이 와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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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여, 부디 항상 훌륭하옵소서. 만 명의 동녀가 찰제리와 바라문 장자의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대사여, 나는 그 때 속으로 어떤 탈것을 만들어서 나의 동자를 데리고 편안히 가비라성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때 공중에서 사람이 만들지 않은, 7보로 된 하늘 가마가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그 가마는 단정하고 어여쁘며 갖가지로 장엄된 것이었습니다.

대사여, 나는 그 때 누가 이 가마를 멜 것인가를 생각했는데, 마침 사방에서 자연히 네 천자가 와서 각각 보배 가마를 메고 땅에서 얼마 높지 않게 허공을 타고 갔습니다.

나는 이 동자를 데리고 궁전에 들어와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제 내 동자에게 무엇이라 이름을 지어 줄 것인가?)

그리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가 나던 날 내 모든 이익이 저절로 이루어졌다.)

나는 그것을 알고는 이름을 실달다(悉達多)라고 지어 불렀습니다.

대사여, 그 때 나는 또 이 성 안에 있는 관상쟁이와 길흉을 점치는 이들을 모조리 불러서 이 동자를 보인 뒤에 말했습니다.

(그대들 모든 바라문이여, 나를 위하여 이 동자를 관하라. 어떤 상모가 있는가? 그리고 어떤 괴이함이 있는가?)

그 때 상을 보는 이들은 내 말을 듣고 함께 동자를 우러러보며 서로 의논한 뒤 나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당신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 동자는 큰 위덕이 있어 대왕의 집에 났으며. 32대인상(大人相)을 구족했습니다. 이렇게 장부상을 구족한 사람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집에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서 4천하에 왕노릇할 것이며, 7보가 구족하고……(중략)……모든 무기를 쓰지 않고 법답게 다스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집을 버리고 나가서 성도(聖道)를 수행한다면 반드시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룰 것이며, 이름

이 일체 세간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대사여, 나는 그 때 온갖 맛있는 음식을 그들 바라문에게 베풀어 마음대로 먹게 하고 갖가지 의복을 보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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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여, 나는 그 때 이 성 안에 있는 모든 거리와 골목과 네거리 길가에서 보시를 행하여 먹을 것을 찾는 이에게는 먹을 것을 주었고, 재물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다 베풀어 주었으니……(중략)……그렇게 해서 얻어진 모든 공덕은 동자에게 돌리기 위한 공양이었습니다.

대사여, 동자가 태 안에 있을 때와 처음 났을 때 이와 같이 갖가지 상서와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이 있었습니다. 태중에 있을 때와 났을 때의 이러한 일들을 나는 이제 대사에게 상세히 알리고 대사에게 이와 같이 받들어 보시하니, 대사여, 받으시고 기뻐하소서.’

그 때 존자 아사타 선인은 동자의 아버지 정반왕에게서 이런 미묘한 여러 가지 상서를 듣고 매우 기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왕에게 하직하고 궁에서 나가 걸어서 문 밖에 이르자, 오른손으로 나라타(那羅陁) 동자의 왼팔을 잡고 문에서 몸을 감춰 허공을 날아 남천축을 향하여 아반제(阿槃提) 마을에 내렸다.

그 때 아사타 선인은 나라타 동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 나라타 동자야, 꼭 명심하라. 부처님께서 이제 이 세간에 출현하셨다. 네가 그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는다면 영원토록 큰 이익을 얻고 큰 안락을 얻으리라.’

그 때 아사타는 거듭 생각했다.

‘내가 죽은 뒤에 모든 이양(利養)과 세간의 명예를 다 이 나라타 동자가 거두어 가지리라. 그러므로 나라타 동자는 이양과 세상의 명예 때문에 도행(道行)을 중지하여 정진하지 못하고 생각을 바로 하지 못하고 믿고 행하지 못할 것이다. 3보에 대해서도 이것이 불타, 이것이 달마, 이것이 승가라는 분별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명예는 그 자신을 손상할 것이다.’

그리고 존자 아사타 선인은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정반왕의 실달(悉達) 동자는 어느 나라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또 어느 곳에서 청정하고 위없는 법륜을 굴릴 것인가?’

이렇게 잠깐 생각하자 마음으로 밝게 보고 알았다.

‘이 동자는 그 뒤에 저 마가다국에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바라내국에서 법륜을 굴릴 것이다. 나는 이제 이 나라타 동자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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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바라내에 나아가 정사를 한 채 지어 두고, 거기서 낮 세 때 밤 세 때로 그를 향하여 부처님의 이름을 설하리라.

(그대 나라타여,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대 나라타여,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이렇게 세 번씩 부를 것이다.

(너는 그 곁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범행을 부지런히 행하라. 너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이익을 얻고 큰 안락을 얻으리라.)’

아사타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나라타를 데리고 바라내에 가서 정사를 짓고 그와 함께 있으면서 밤낮 여섯 때로 이렇게 외쳤다.

‘그대 나라타여,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이렇게 밤낮 여섯 차례 세 번씩 부른 뒤에 말하였다.

‘너는 출가하여……(중략)……나중에 큰 안락을 얻으리라.’

아사타는 이런 방편으로써 세상에 한량없이 머물다가 목숨을 거두었다. 아사타 선인이 목숨이 다한 뒤에 나라타 동자는 세간에서 큰 이양과 큰 명예를 얻었다.

나라타는 세상 이양에 집착하고 명예를 탐냈기 때문에 마음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여 정진하지 못하며, 이양을 구해도 족한 줄 모르는 까닭에 ‘이것은 부처요, 이것은 법이요, 이것은 승(僧)이다’라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스스로 믿지 못하고 스스로 분별하지 못하였다. 그 아사타가 목숨을 마친 뒤에 정반왕은 모든 국사 바라문에게 말했다.

‘대사여, 알고 있는가? 이 태자는 왕궁에 나기는 했으나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성인의 행을 닦아 성도(聖道)를 증득하리라는 것은 존자 아사타 선인이 예언한 대로요. 이 말은 진실하여 아마 헛되지 않을 것이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대사여, 내 왕족으로서 대를 이어 세우지 못하면 마침내 큰 손실이 될 것이오.’

그 바라문 국사들은 정반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이젠 그런 생각을 하지 마소서. 저희들의 예언대로라면 이 태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며, 결국 우리가 말한 대로 될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은 국사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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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 1142] 쪽

‘어진 대사들이여, 지금 그대들이 하는 말은 아사타 성사의 말이 아닙니다. 그 말은 헛되고 틀린 것입니다.’

국사 바라문들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그 선인의 말이 헛되지 않고 진실하다 하더라도 대왕이시여, 이제 방편을 쓰소서. 어릴 때부터 세상일을 더욱 늘려서 태자가 어떤 것에 애착하는가를 보고 점점 더 하소서. 이렇게 하면 그는 저절로 집에 있기를 좋아하고 산림에 가서 고행을 닦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정반왕은 국사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국사들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옛적의 모든 선인들도 바람과 이슬을 마시고 혹은 꽃과 열매를 먹고 혹은 약 뿌리를 먹고 나무껍질로 옷을 만들어 입고 욕심을 줄여 족한 줄 알지만, 그 모든 신선들도 오히려 세속 일을 사랑하여 한 번 세상에 애착을 내면 방일하였습니다. 하물며 태자가 나날이 가까이 익히면 모든 근이 자연히 물들 것이며, 대왕의 세력으로 공덕을 구족히 하여 집안에서 살게 되면 이것을 버리고 출가할 리가 없습니다.’

그 때 정반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은 대사의 말대로 그러하며, 세간에 방편이 있는 것도 대사의 말과 같습니다. 다만 그 대선 아사타가 말한 것이 반드시 헛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내 마음에 항상 의혹이 생깁니다.’

그리고 정반왕은 이러한 미래의 일을 생각하고 마음에 의심이 나서 곧 모든 신하와 모든 석가족들을 모아놓고 알렸다.

‘내 그대들에게 명하노니, 태자가 더 자랐을 때 그의 앞에서 아사타가 예언한 일을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이냐? 태자가 이 말을 듣게 되면 그것을 기뻐하여 보리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반왕은 또다시 모든 신하들에게 일렀다.

‘경들 모든 신하는 나의 태자를 위하여 나라 안에 구금된 죄수들을 다 풀어 주고, 모든 새ㆍ짐승들까지도 놓아주도록 하라.’

또 국사 바라문에게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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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 1142] 쪽

‘대사여,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바라문들이 모여 정진하는 곳을 알거든 필요한 대로 물건을 다 보시하시오. 모든 하늘 사당과 귀신의 묘당(廟堂)을 다 수리하고 법에 따라 제사하여 태자가 큰 복을 얻게 하시오.’

그 때 국사 바라문들은 왕의 칙명에 따라서 사방에서 3만 2천의 바라문들을 불러 날마다 정반왕궁에 들게 하고, 모든 재물을 다 보시하여 7주야를 채워서 모든 공덕을 태자에게 돌려 베풀어 증진하도록 원하였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정반왕의 마음은 매우 기쁘니

복덕 있는 태자를 낳으신 까닭이라네.

모든 신하들을 다 모으시고

은혜를 베풀어 천하의 죄수를 풀어 주셨네.

탄생하심도 이미 마음에 흐뭇하시고

축하하는 절차도 정중히 하셨네.

저 백천의 젖소와 송아지들

금으로 뿔을 싸고 은으로 발굽 꾸미셨네.

한창 나이라 털빛도 고운데

각각 송아지들 그 뒤를 따랐네.

소마다 살이 찌고 젖이 많아서

한 마리를 한 번 짜면 열 말을 얻었네.

다시금 한량없는 갖가지 진기한 보배

돈ㆍ재물ㆍ곡식ㆍ비단, 온갖 물건으로

태자의 이익을 돕기 위하여

그들 바라문에게 보시하셨네.”

 


불본행집경 제11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0. 이모양육품(姨母養育品)

“태자가 탄생한 지 꼭 7일이 되었을 때였다.

태자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모든 하늘들의 위신력을 다시는 얻지 못하고, 또 태자가 태중에 있을 때 받던 쾌락을 얻지 못하여 기운이 쇠잔하고 몸이 야위어 드디어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어떤 논사는 이렇게 풀이하였다.

‘마야부인의 수명이 오직 7일 뿐이었므로 목숨을 마쳤다. 그런데 옛적부터 항상 보살이 탄생하여 7일이 찬 뒤에는 그 보살의 어머니는 으레 목숨을 마쳤다. 왜냐 하면 모든 보살은 어려서 출가하게 마련인데 그 어머니가 이런 일을 알고는 마음이 괴로워 찢어질 것이기 때문에 목숨을 거두는 것이었다.’

살바다 논사는 이렇게 풀이하였다.

‘그 보살의 어머니가 탄생한 태자를 보니 몸이 원만하고 단정하고 어여뻐서 세상에 짝이 없는지라 이런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을 보고 온몸 가득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몰랐기 때문에 목숨을 거두었다.’]

그 때 마야부인은 목숨을 마친 뒤에 곧 도리천에 왕생(往生)하였다. 그 하늘에 태어나서는 가장 묘한 한량없는 하늘의 채녀들이 좌우에서 에워싸고 앞뒤에서 호위하여 따라다니며 각각 한량없는 공양구와 만다라(曼陀羅) 등

 

1) 위 두 논사의 해설은 저본에 본문으로 되어 있으나 경가(經家)의 주석에 해당하는 내용이므로 [ ]에 넣어 주석으로 처리하였다. 아래로는 계속해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들려 주시는 말씀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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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 1142] 쪽

을 가지고 보살의 처소로 가서 곳곳에 두루 뿌리며 보살에게 공양하고자 하여 허공에서 내려와 점점 인간계의 정반왕궁에 이르렀다.

왕궁에 이르고는 정반왕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좋은 이익을 얻어 인간 세상에 잘 태어났었습니다. 저는 지난 옛날 저 청정한 중생인 대왕의 동자를 가져 열 달이 차도록 쾌락을 누렸으며, 지금 저는 삼십삼천에 나서 다시 쾌락을 누리는데 그 때의 낙과 지금의 낙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바라옵건대 이제부터는 저를 위해 크게 걱정하거나 근심하지 마소서. 이제부터 저는 다시 태어나지 않으리다.’

그리고 마야부인은 하늘의 몸으로 게송을 읊었다.

원수든 친한 이든 모두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잠깐도 쉬지 않고 용맹하게 정진하노라.

진여(眞如)의 참뜻을 잘 생각하니

산란한 생각 없고 두서가 분명하도다.

찬란한 몸과 순금빛 얼굴에

모든 근이 조용하고 조어(調御) 잘 되었네.

내 아들 솜씨 좋게 모든 법을 설하니

선행으로 높은 이께 정례하리라.

마야부인은 이런 게송을 읊자마자 몸을 감추어 나타나지 않고 저 천궁에 돌아갔다.

그 때 정반왕은 마야부인이 목숨 마친 것을 보고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석가족 장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권속은 모두 나라의 친척이다. 이제 이 동자는 갖난아기로 어머니를 잃었으니 젖 먹이는 일을 장차 누구에게 부탁하여 양육하고 살릴 것인가? 누가 때맞춰 보살펴 줄 것이며, 누가 지극한 마음으로 잘 키울 것이며, 누가 자기가 낳은 자식같이 사랑하고 안아 주며, 자비심과 공덕심과 환희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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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들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 때 석가족에 5백 명의 신부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외쳤다.

‘제가 잘 양육하고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러자 석가족들은 그 신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나이 한창때라 색욕을 탐낼 것이며, 너희들은 때맞춰 양육할 수도 없을 뿐더러 법답고 자애롭게 사랑하지도 못할 것이다. 오직 이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는 동자의 친이모이니 장차 동자를 양육하기에 적임일 것이요, 또 대왕을 받들어 섬기기에 적합한 분이다.’

그 석종들은 모두 화합하여 마하파사파제가 어머니가 되어 양육하도록 권했다. 그리하여 정반왕은 태자를 이모인 마하파사파제에게 부탁하면서 그녀가 태자의 친이모이므로 이렇게 말했다.

‘잘 왔도다, 부인이여, 이 동자를 맡아 양육하되 잘 보살피고 때에 따라 목욕을 시키라.’

그리고 따로 여자 서른두 명을 뽑아 양육을 돕게 했으니, 여덟 명은 태자를 안고, 여덟 명은 태자를 목욕시키고, 여덟 명은 태자에게 젖을 먹이고, 여덟 명은 태자를 어르고 놀아 주도록 하였다.

그 정반왕은 두 아들을 낳았으니, 첫째는 태자인 실달다요, 둘째는 난타(難陁)이다. 백반왕(白飯王)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난제가(難提迦)요, 둘째는 바제리가(婆提唎迦)라 불렀다. 그리고 곡반왕(斛飯王)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아난다(阿難多)요, 둘째는 제바달다(提婆達多)라 불렀다. 감로반왕(甘露飯王)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아니루다(阿尼盧豆)요, 둘째는 마하나마(摩訶那摩)라 불렀다. 또 정반왕의 누이는 이름이 아미다질다라

[阿彌多質多囉][수나라 말로는 감로미(甘露味)라고 한다]인데,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름을 저사(底沙)라 했다.

이 때 마하파사파제인 태자의 이모는 정반왕에게 이와 같이 아뢰었다.

‘삼가 왕의 칙명에 따르고 감히 거스르거나 어김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파사파제는 왕명에 따라서 태자를 양육하되, 마치 해와 달이 초하루에서 보름이 되면 맑고 둥글고 원만하듯, 태자도 이와 같이 점점 자랐다. 또 니구다나무가 좋은 땅에 심어지면 점점 자라서 곧 큰 나무가 되듯,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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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이와 같이 날로 자랐다.

그리고 태자가 나면서부터 정반왕가에는 날로 더욱 재물과 이익이 늘어나 금ㆍ은ㆍ진보와 사람과 짐승이 모자람이 없었으며, 이런 게송이 있었다.

오곡과 재물과 보배

금ㆍ은에 모든 의복이며

만든 것이든 안 만든 것이든

저절로 가득 찼네.

동자와 그 어머니들도

젖과 낙(酪)과 소(酥)가 항상 풍족했네.

젖이 적은 어머니들도

모두 다 차서 넘쳤네.

그리고 정반왕의 모든 원수는 자연히 다 평등한 마음을 내었으며, 평등한 마음을 내고는 점점 독실하게 친해졌고, 친해지고는 왕과 같은 마음이 되어 굳게 한마음 한뜻으로 원을 같이하고 행을 같이했다. 비 바람이 때맞춰 오고 재앙과 우박이 없고 난리도 없었다. 농사는 조금 뿌려도 많이 거두었고, 모든 약초와 수목과 동산 숲이 갈수록 제 빛을 더하고 모든 향기가 풍족하며 갈수록 제 맛을 내며 기한이 되면 성숙하여 마침내 때를 놓치는 일이 없었다. 이

모두가 태자의 거룩한 힘 때문이었다.

또 성안에서 애기를 밴 사람은 모두 편안히 낳았으며, 또 모든 인민들은 온갖 질병이나 횡액도 없었고 요절하는 이도 없었으니, 이것도 태자의 거룩한 힘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일체 인민들과 장자ㆍ거사들은 각각 자기 분수를 지키고 남에게 구하지 않았으며, ‘여기 없는 것을 그에게 구한다면 그는 마땅히 나에게 줄 것이다. 가령 일에 따라서 필요한 것을 얼마든지 꾸거나 빌리려면 그는 반드시 나에게 많이 주리라’는 생각을 내지 않았으며, 얼마를 구하면 그만큼 주었다. 성 안의 인민들은 각각 서로 존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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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했으니, 이것도 태자의 거룩한 힘 때문이었다.

또 지난 옛적에 법답게 행하던 것같이 일체 모든 왕과 인민들도 다 법대로 행했으며 다 10선(善)을 지녀 구족히 행했으며, 나라 안에는 두려움이 없고 오곡이 풍년들고 주림과 가난을 멀리 떠났다.

이와 같이 정반왕국의 모든 경계 안에는 주림과 가난과 두려움이 없었다. 오곡이 풍족하며 모든 인민들은 법답게 행했으며, 가지가지로 보시하여 모든 공덕을 지었으며, 동산 숲을 만들고 모든 대의(大義)를 지었다. 우물ㆍ샘ㆍ못ㆍ도랑들이 다 저절로 나타났고, 천신의 사당ㆍ귀신의 사당이며 관청 집들도 저절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에게는 억울함과 횡액이 없어 일체 인민들이 다 기뻐함은 마치 천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모든 일이 태자의 거룩한 힘으로

성취되었으니, 다음 게송에 설함과 같았다.

인민들은 높은 가르침 따라

간탐하지도 않고 아낌도 없었다.

모든 행을 법에 맞게 하여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았도다.

기갈도 이미 풀어져

음식이 다 충족하였으니

일체가 다 기뻐하여

하늘과 같은 낙을 누렸도다.

그 때 정반왕은 진수(軫宿)의 때를 지내고 각수(角宿)의 날을 맞아서 태자를 위하여 모든 보배의 영락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손과 팔, 손가락과 종아리에 끼는 깍지와 고리 장식과 머리 장식과 온갖 보배로 만든 묘한 꽃관과 목걸이 등 갖가지 영락과 구슬에 무늬를 새긴 가락지ㆍ팔찌ㆍ허리에 차는 패물ㆍ금실로 만든 허리띠ㆍ금방울ㆍ보배 그물 등을 갖가지 마니 보배로 장엄하였고, 가죽신과 짚신도 갖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그 중에 하늘 보관은 가장 뛰어나

고 유난히 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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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5백의 석가족 친척들도 태자를 위하여 각각 여러 가지 기묘한 영락을 하나씩 만들었으니, 그 장엄도 위에 말한 것과 같았다. 그런 것을 만들어 가지고 정반왕의 처소에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대왕이여, 저희들이 이 묘한 영락을 7일 7야에 만들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영락으로 태자를 장엄하여 부디 저희들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옵소서.’

그 때 정반왕은 그 귀수(鬼宿)날 아침에 일찍 우타이(優陀夷) 비구의 아버지인 우타야나(優陀耶那) 국사(國師) 바라문과 5백의 모든 바라문들과 다 같이 외치기를 ‘매우 길하고 상서롭도다’ 하고는 함께 태자를 데리고 저 무구청정장엄이라는 동산에 갔는데, 옛적부터 이 동산은 탑과 같이 귀하게 여겨지던 곳이었다.

그 때 그 동산 안에는 한량없이 수많은 중생들이 있었으니, 남자ㆍ여자ㆍ동남ㆍ동녀들이 서로 불러 구름처럼 그 동산에 모여서 태자를 보고자 했다. 또 갖가지 영락과 금ㆍ은이며 음식과 의복을 가득 실은 큰 수레에 모든 것을 다 갖춘 뒤, 저 가비라성 안 네거리 길목과 모든 골목 등 곳곳에 큰 보시를 베풀고, 큰 소리로 외치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다 주리라’ 하고 태자 앞에서 나아갔다.

또 8천의 여러 가지 음악이 있어 갖가지 소리를 냈고, 허공에서는 한량없는 갖가지 묘한 꽃비가 저절로 내렸다. 또 한량없이 수많은 여자들이 갖가지 모든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누각 위에 있기도 하였고, 혹은 높은 망대나 성가퀴[却敵]나 성 위나 담장 옆이나 성루(城樓) 위나 미닫이 안이나 대들보 위에나 지붕 위에 서서 손에 온갖 꽃을 들고 태자를 바라보며 태자 앞에 꽃을 뿌렸다.

또 8천의 모든 하늘 아씨들이 손에 빗자루를 들고 몸을 장엄하여 태자 앞에서 길을 쓸고 갔으며, 일체 석가족 권속과 모든 친척들이 정반왕 곁이나 태자 앞에서 차례로 갔다.

이 때 마하파사파제는 가마 속에서 태자를 안아 무릎 위에 놓은 채 이렇게 갖가지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고서 태자를 인도하여 그 동산으로 갔다.

그 때 국사 우타이의 아버지와 그 5백 바라문들은 각각 한량없는 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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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로운 말로 태자를 칭찬하며 모든 영락을 태자 몸에 걸었다. 영락을 걸자 태자의 몸 상호가 그것을 가려 그 영락들은 모두 어둠침침해져 다시는 정미로운 빛이 없고 숯덩이가 빛나지 못하듯 빛을 잃었다. 마치 값을 칠 수 없는 염부단금(閻浮檀金) 옆에 숯덩이를 놓으려는 것과 같았다. 이러한 모든 영락을 태자에게 걸자 대낮의 개똥벌레가 스스로 나타나지 못하듯이 모든 영락이 태자의 몸에 가서는 나타나지 못하고 빛나지 못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이 태자에게서 이렇게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을 보고 각각 ‘아아, 희유하고 희유하도다’ 하고 외치고는 매우 기뻐서 손뼉을 치고 노래하고 춤추며 휘파람도 불고 옷을 던지면서 놀았다.

그 때 그 동산에는 이구(離垢)라는 하늘 신이 하나 있었는데, 그 천신은 허공에서 몸을 감추어 나타나지 않고 게송을 읊었다.

가령 이 대지(大地)와

또 성읍과 마을들이며

산과 물 모든 나무들이

모두 염부단금이 되었더라도

부처님 한 털구멍의 광명이

위덕의 상을 구족하여

이것을 가려 먹과 같이 만드니

백복(百福)으로 원만히 장엄했기 때문이네.

영락의 빛은 다 꺼지니

누군가 모든 상호를 다 갖추고

과보가 제일 높은 사람이라면

영락의 장엄도 필요가 없네.

그 천신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갖가지 한량없는 하늘 꽃을 태자 위에 뿌린 뒤에 본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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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석가족 친척들은 곧 값진 전단향 가루와 부드럽게 갈아진 향과 온갖 빛의 아석(牙席)과 여러 가지 약을 여러 가지 그릇에 가득 담아 가지고 태자에게 바치고 그 몸을 장엄하게 했다.

다시 사슴 수레와 순금으로 만든 갖가지 배와 온갖 들짐승과 내지 말과 망아지와 온갖 보배로 만든 것들을 태자에게 베풀어 기쁘게 하였으며, 8세가 되도록 이러한 환락으로 태자를 즐기게 하고 자라도록 양육하였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갓난아기들처럼 깨끗하지 못한 눈물이나 오물을 싸는 일이 없었고, 빽빽거리고 신음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으며, 주리거나 목말라 하지도 않아서 기르는 여러 어머니들을 항상 기쁘게 하였다.

그 때 정반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의 태자는 단정하기 짝이 없으나 아직 그 힘을 모른다. 어떻게 해야 그가 강한 지 약한 지 시험해 볼 수 있을까?’

그리하여 대왕은 한량없는 석가족 동자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하게 했다. 순금에 조각하여 새긴 발우에다 환희환(歡喜丸)을 가득 차게 담고, 또 순금으로 쇠사슬을 만들어서 여러 동자들 앞에 놓고 다투어 먹도록 했다. 그리고 또다시 작은 흰 코끼리를 모아서 동자들과 함께 다투어 먹도록 하고 여러 동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알아 두라. 이 흰 코끼리가 너희들 먹을 것을 빼앗으려 한다.’

모든 동자들은 흰 코끼리를 막으려 하였으나 힘을 당할 수 없어 코끼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 뒤에 비로소 태자에게 일렀다.

‘태자야, 네가 먹을 것을 이제 코끼리에게 빼앗길 것이냐?’

그러나 태자는 곧 두 손에 그 금발우를 쥐고 몸에서 힘을 조금 내어 그 쇠사슬을 끊고 코끼리를 물리치니, 코끼리가 도리어 태자를 당하지 못했다.

그 때 정반왕은 또 태자를 위하여 많은 숫양을 궁 안에 모아 놓고 태자를 기쁘게 하려고 순금으로 안장을 만들고 온갖 보배로 장식하여 갖가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금 그물을 씌웠다. 태자는 그 양 수레를 타고 동산에 이르렀다.

그 때 그 숙부인 감로반왕과 모든 석가족 친척들이 각각 그 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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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양을 모두 앞에서와 같이 구족하게 장식하였고, 모든 동자들 또한 양 수레를 타고 마음대로 놀게 하였다.”

11. 습학기예품(習學技藝品)

“그 때 정반왕은 태자의 나이 이미 8세가 되었음을 알고, 백관ㆍ군신ㆍ재상들을 모으고 말했다.

‘경들은 생각해 보라. 이제 우리 나라 안에서 누가 가장 지혜가 있고 누가 기능을 갖추고 갖가지를 다 통달하여 태자의 스승이 될 만하며, 태자에게 글과 그 밖에 모든 논(論)을 가르칠 만한가?’

모든 대신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금 비사바밀다라(毘奢婆蜜多羅)가 있으니, 모든 논을 잘 알며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다. 이런 대사(大師)면 태자에게 갖가지 글과 논을 가르칠 만합니다.’

정반왕은 곧 사람을 보내서 그 비사바밀다라를 불러 그에게 일렀다.

‘존자 대사여, 그대가 나를 위하여 이 태자에게 일체의 기예와 모든 경ㆍ논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밀다라는 곧 대답했다.

‘대왕이여, 삼가 왕명에 따라 제가 감당하리다.’

정반왕은 크게 기뻐하며 좋은 날, 일진이 길한 때를 가려서 석가족 종친 중에 덕이 있는 노인들을 모아 그를 장식하고 모든 예의와 갖가지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또 석가족 동자 5백 명을 장엄하여 전후좌우를 에워싸게 하고, 한량없는 동남ㆍ동녀들에게 태자를 따르게 하여 학당(學堂)에 오르게 하려 했다.

그 때 대사 비사밀다는 멀리서 태자의 위덕의 힘이 큰 것을 보고

서판(書板)을 만들되 순전히 7보로 네 가장자리를 장엄하고 유난히 묘한 갖가지 하늘 향을 그 표면에 발랐다. 태자는 이것을 가지고 비사바밀다라 아사리 앞에 이르러 이렇게 말했다.

‘존자 사리여, 나에게 무슨 서(書)를 가르치려 하오? [원래는 서(書)자가 빠졌다] 『범천(梵天)이 설한 서』[지금 바라문서의 정14음(正十四音)이 이것이다]인가, 『카로슬타서(佉盧虱吒書)』[수나라 말로는 여순(驢脣)이라 한다]인가, 『부사가라(富沙迦羅)선인이 설한 서』[수나라 말로는 연꽃이라 한다]인가, 『아가라서(阿伽羅書)』[수나라 말로는 절분(節分)이라고 한다]인가, 『맹가라서(瞢伽羅書)』[수나라 말로는 길상이라고 한다]인가, 『야매니서

(耶寐尼書)』[수나라 말로는 대진국서(對秦國書)라고 한다]인가, 『앙구리서(鴦瞿梨書)』[수나라 말로는 지서(智書)라고 한다]인가, 『야나니가서(耶那尼迦書)』[수나라 말로는 태승(駄乘)이라고 한다]인가, 『사가바서(娑伽婆書)』[수나라 말로는 자우(牸牛)라고 한다]인가, 『바라바니서(波羅婆尼書)』[수나라 말로는 나뭇잎이라 한다]인가, 『파류사서(波流沙書)』[수나라 말로는 악언(惡言)이라고 한다]인가, 『비다다서(毘多荼書)』[수나라 말로는 시체를 일

으킴이라고 한다]인가, 『디비다국서(陀毘荼國書)』[수나라 말로는 남천축이라고 한다]인가, 『지라저서(脂羅低書)』[수나라 말로는 나체수행자이라고 한다]인가, 『도기차나바다서(度其差那婆多書)』[수나라 말로는 우선(右旋)이라고 한다]인가, 『우가서(優伽書)』[수나라 말로는 엄치(嚴熾)라고 한다]인가, 『승카서(僧佉書)』[수나라 말로는 계산(計)이라고 한다]인가, 『아바물다서(阿婆勿陀書)』[수나라 말로는 부(覆)라고 한다]인가, 『아누로마서(阿盧摩書)

』[수나라 말로는 순(順)이라고 한다]인가, 『비야매사라(毘耶寐奢羅書)』[수나라 말로는 잡(雜)이라 한다]인가, 『다라다서(陀羅多書)』[수나라 말로는 오장변산(烏場邊山)이라고 한다]인가, 『서구야니서(西瞿耶尼書)』[수나라 말에는 번역어가 없다]인가, 『가사서(珂沙書)』[소륵(疏勒)]인가, 『지나국서(脂那國書)』[대수(大隋)]인가, 『마나서(摩那書)』[두승(斗升)]인가, 『미도차라서(未荼叉羅書)』[중자(中字)]인가. 『비다실저서(毘多悉底書)』[척

(尺)]인가. 『부수파서(富數波書)』[꽃(花)]인가, 『제바서(提婆書)』[하늘(天)]인가, 『나가서(那伽書)』[용(龍)]인가, 『야차서(夜叉書)』[수나라 말로는 번역어가 없다]인가, 『건달바서(乾闥婆書)』[하늘 음성(天音聲)]인가, 『아수라서(阿脩羅書)』[불음주(不飮酒)]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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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루라서(迦婁羅書)』[금시조]인가, 『긴나라서(緊那羅書)』[비인(非人)]인가. 『마후라가서(摩睺羅伽書)』[큰뱀(大蛇)]인가, 『미가차가서(彌伽遮迦書)』[모든 짐승의 음성(諸獸音)]인가, 『가가루다서(迦迦婁多書)』[까마귀 소리(烏音)]인가, 『부마제바서(浮摩提婆書)』[지거천(地居天)]인가, 『안다리차제바서(安多梨叉提婆書)』[허공천(虛空天)]인가, 『울다라구로서(鬱多羅拘盧書)』[수미산의 북(須彌北)]인가, 『보루바비제하서(逋婁婆毘提呵書)』[

수미산의 동(須彌東)]인가, 『오차파서(烏差波書)』[거(擧)]인가, 『니차파서(膩差波書)』[척(擲)]인가, 『사가라서(娑伽羅書)』[바다(海)]인가, 『발사라서(跋闍羅書)』[금강(金剛)]인가, 『리가파라저리가서(梨伽波羅低梨伽書)』[왕복(往復)]인가, 『비기다서(毘棄多書)』[식잔(食殘)]인가,『아누부다서(阿浮多書)』[미증유(未曾有)]인가, 『사사다라발다서(奢娑多羅跋多書)』[여복전(如伏轉)]인가, 『가나나발다서(伽那那跋多書)』[산전(算轉)]인가,『우

차파발다서(優差波跋多書)』[거전(擧轉)]인가, 『니차파발다서(尼差波跋多書)』[척전(擲轉)]인가, 『파다리카서(波陀梨佉書)』[발(足)]인가, 『비구다라파다나지서(毘拘多羅波陀那地書)』[종이증상구(從二增上句)]인가, 『야바타수다라서(耶婆陀輸多羅書)』[증십구이상(增十句已上)]인가, 『미도파신니서(未荼婆哂尼書)』[중류(中流)]인가, 『리사야사다파치비다서(梨沙耶娑多波恀比多書)』[모든 신선의 고행(諸仙苦行)]인가, 『다라니비차리서(陀羅尼卑叉梨書)』[관지(觀

地)]인가, 『가가나비려차니서(伽伽那卑麗叉尼書)』[허공을 관한다]인가, 『살포사지니산다서(薩蒱沙地尼山陀書)』[모든 약의 과인(果因)]인가, 『사라승가하니서(沙羅僧伽何尼書)』[총람(總覽)]인가, 『살바루다서(薩婆婁多書)』[모든 종류의 소리(一切種音)]인가?’

태자는 이런 서를 말하고 나서 다시 밀다라 아사리에게 물었다.

‘이런 서는 대개 64가지가 있는데, 존자는 나에게 어떤 서를 가르치려 하시오?’

이 때 비사바밀다라는 태자가 이런 서를 말함을 듣고 내심으로 매우 기뻐서 희희낙락했으나 은근히 부끄러웠다. 그리하여 높은 체하고 거만하던 마음을 꺾고 태자를 향하여 이런 게송을 읊었다.

희유하도다, 청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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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간의 법에 잘 따르는구나.

스스로 이미 일체 논을 통달하였건만

다시 나의 학당에 들어오도다.

이러한 서의 이름 나도 아직 모르거니

그는 이제 다 외워 가졌구나.

하늘과 사람의 크고 높은 도사(導師)인데도

이제 다시 스승을 찾으려 하도다.

그 때 모든 석가족 신하의 동자 5백 명이 태자와 함께 학당에 들어가 서를 배우고 글자를 외웠다. 그러나 이 태자에게 위덕력이 있는 데다가 모든 하늘이 신력을 더했기 때문에 모든 음성과 메아리 속에서 갖가지 소리가 났다.

아(阿)자를 읽을 때 ‘모든 행이 항상하지 않다’는 소리가 났고, 이(伊)자를 읽을 때 ‘모든 근의 문과 창이 닫히고 막힌다’는 소리가 났고, 우(優)자를 읽을 때 ‘마음에 적정(寂靜)을 얻는다’는 소리가 났고, 에()자를 읽을 때 ‘모든 6입(入)의 길을 다 증득해 알기 때문이다’란 소리가 났고, 오(嗚)자를 읽을 때 ‘마침내 큰 번뇌의 바다를 건널 것이다’란 소리가 났다.

카(迦)자를 읽을 때 ‘업보를 지은 대로 받을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카(佉)자를 읽을 때 ‘일체 번뇌의 근본을 뽑도록 하리라’는 소리가 났으며, 가(伽)자를 읽을 때 ‘12인연은 매우 깊어서 건너기 어렵다’라는 소리가 났고, 갸()자를 읽을 때 ‘모든 무명에 매우 두텁게 덮이고 가리웠으니 깨끗이 없애 버리리라’는 소리가 났으며, 가(俄)자를 읽을 때 ‘여래께서는 성도하시고 나서 여러 곳에 이르러 두려워하는 중생에게 두려움이 없도록 베풀어주

실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

자(遮)자를 읽을 때 ‘4성제(聖諦)를 증득해 알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차(車)자를 읽을 때 ‘모든 첨곡과 사견과 의심과 미혹을 다 없앨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자(闍)자를 읽을 때 ‘생사의 바다를 초월할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자(社)자를 읽을 때 ‘마군의 번뇌 깃대를 쳐부수고 거꾸러뜨릴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다. 나(若)자를 읽을 때 ‘4부 대중에게 다 가르침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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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행하게 하리라’는 소리가 났고, 타(吒)자를 읽을 때 ‘그 모든 범부와 일체 중생은 어디서든 이것은 무상하다는 말을 두려워하고 공경한다’는 소리가 났고, 타(咤)자를 읽을 때 ‘이 타자를 기억하라. 근이 순일하게 익고 보면 모든 법을 듣지 않아도 증득해 알 것이다’란 소리가 났다.

다(茶)자를 읽을 때 ‘저 4여의족(如意足)을 얻어 잘 날아갈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다(嗏)자를 읽을 때 ‘합환화(合歡花)가 다(嗏)와 같다는 말을 하며 모든 행과 12인연의 생멸법이 무상하게 나타남을 노래하리라’는 소리가 나고, 다(拏)자를 읽을 때 ‘득도한 사람이 이양을 받을 때 티끌 하나만큼의 번뇌도 다 없어져야 남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는 소리가 났고, 타(多)자를 읽을 때 ‘고행을 행할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타(他)자를 읽을

때 ‘모든 중생의 마음은 도끼와 같고 외부의 모든 경계는 대나무와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관하라’는 소리가 났고, 다(陀)자를 읽을 때 ‘보시를 행하고 모든 고행을 닦으면 화합을 얻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다(咤)자를 읽을 때 ‘마땅히 법의 소리가 있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나(哪)자를 읽을 때 ‘저 음식으로 목숨을 살리게 하라’는 소리가 났다.

파(簸)자를 읽을 때 ‘진여는 실다운 이치[實諦]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파(頗)자를 읽을 때 ‘앞으로 성도하여 묘과를 증득하리라’는 소리가 났고, 바(婆)자를 읽을 때 ‘모든 속박을 풀리라’는 소리가 났고, 바()자를 읽을 때 ‘이 세간의 뒤에는 다시 생명을 받지 않으리라고 설하리라’는 소리가 났고, 마(摩)자를 읽을 때 ‘공포 중에 생사의 공포가 가장 두렵다고 설하리라’는 소리가 났고, 야(耶)자를 읽을 때 ‘일체 법의 문을 열어제치고 사람

을 위해 연설하리라’는 소리가 났다.

라(囉)자를 읽을 때 ‘3보가 있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라(邏)자를 읽을 때 ‘모든 애착의 가지를 끊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바(婆)자를 읽을 때 ‘일체 몸의 근본 종자를 끊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사()자를 읽을 때 ‘사마타와 비바사나를 얻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사(沙)자를 읽을 때 ‘6계(界)를 알 것이다’라는 소리가 났고, 사(娑)자를 읽을 때 ‘모든 지혜를 얻으리라’는 소리가 났고, 하(荷)자를 읽을 때 ‘일체 번뇌를 물리쳐 버리리

라’는 이런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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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5백 명의 동자들이 이런 모든 글자를 부를 때, 이 태자의 위덕력 때문에, 그리고 모든 하늘이 가호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밀하고 미묘하고 깊은 모든 법문 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 때 정반왕은 또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의논했다.

‘모든 신하들이여, 그 모두를 누가 아는가? 가장 우수한 무예와 기술과 솜씨 좋은 방편과 병장기와 전략을 갖추어 우리 실달다태자를 가르치기에 적당한 스승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여기 선각이라는 석가족이 있는데 그 선각의 아들 찬제제바(羼提提婆)[수나라 말로는 인천(忍天)이라고 한다]가 태자에게 병술법을 가르칠 만합니다. 그는 29가지 병법을 알고 있는데, 기술과 방편이 매우 교묘하고 정밀하며 행동이 날래고 민첩하고 용맹스럽습니다.

29가지란, 코끼리 타는 것, 수레에 걸터앉음, 함정에서 뛰어오름, 말을 건너 뜀, 활쏘는 묘기, 빨리 달림, 뜻이 맹렬하고 성질이 강함, 몸이 날램, 자세히 살펴 아는 것, 코끼리를 잡고 쇠갈고리를 던질 만큼 능숙히 조련되는 것, 교묘히 알고 조용히 베풀며 코끼리에게 그물줄을 던지는 것, 또 축생을 잘 먹이고 기르는 것, 지휘하고 처분하는 것, 병마(兵馬)를 잘 통솔하는 것, 산천의 지형이 굽은지 곧은지 비탈졌는지 평평한지를 몰래 잘 익혀 두

는 것, 손으로 주먹을 굳게 쥐는 것, 다리로 땅을 단단히 밟는 것, 머리를 빗질하고 상투를 단단히 트는 것, 부수고 열고 쪼개고 베는 데 능숙한 것, 화살을 헛 쏘지 말 것, 활 당기기를 잘하며, 멀리서 소리만 듣고도 쏘아 맞히며, 살을 쏘는 대로 활이 깊이 박히며, 지혜롭고 총명하여 말이 맑고 언변이 민첩하며, 지략과 계산에 밝고, 이해력이 뛰어나고 지식이 많으며, 고금의 일을 토론할 때 방편을 써서 상대를 속이는 것 등입니다. 그는 이러한

병가(兵家)의 신비롭고 긴요한 재주를 다 통달했습니다. 대왕의 태자에게 일체 무예를 가르치기에 적당한 자는 그 사람뿐입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서 모든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려 찬제제바를 부르게 했다.

찬제제바가 이르자 왕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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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제제바여, 그대가 우리 실달다태자에게 군사의 무예와 지략을 잘 가르칠 수 있는가?’

찬제제바는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잘 가르치리다.’

왕은 다시 말했다.

‘그대가 만약 때를 잘 안다면 나의 아들을 잘 가르쳐 성취시키라.’

그리고 정반왕은 태자가 놀도록 꽃동산을 하나 만들고 근구(勤劬)라 이름했다. 태자는 그 동산에 들어가서 즐겨 놀면서 혹 안마도 하게 하였다. 5백의 석가족 신하들도 다 자기 아들에게 각각 동산을 만들어 주고 거기서 웃고 안마하며 맘대로 놀게 했다.

그 때 찬제제바는 태자를 인도하여 근구 동산에 들어가 군사의 무예와 지략을 가르쳤다. 그러자 그 모든 석가족들도 각각 자기들 동산에 들어가 유희하고 배워 익혔다.

찬제제바는 몇 가지 무기를 가지고 태자를 가르치고자 했었다. 그러나 태자는 이것을 보고는 모두 다 버리고 찬제제바에게 말했다.

‘그대는 다른 석가족의 아들들을 가르치라. 나는 이것을 저절로 알았으니 다시 배울 필요가 없노라.’

찬제제바는 곧 다른 석가족에게 이 군사의 지혜를 가르쳤다.

그리고 그들도 오래지 않아서 모든 사람들은 다 29가지 병법을 성취하고 통달하였다. 곧 코끼리와 수레와 말에 뛰어 오르고……(중략)……굳센 활을 당기고, 모든 방면에서 다 최고의 지략과 날쌤과 능숙함과 총명함과 지혜를 성취하였다.

왕이 익히는 이런 모든 기술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 있었다. 즉 수를 헤아려 계산을 잘하는 것, 도장에 무늬를 조각하는 것, 궁상(宮商)의 음악, 무용하고 유희하는 것, 연극하고 만담하는 것, 혹은 진기한 것을 만드는 것, 옥돌로 기이한 보배를 만드는 것, 옷에 물들여 색을 내는 것, 초목을 그리는 등 여러 가지 일이다. 또 향기로운 향을 화합하는 것, 혹은 손으로 붓을 잡아서 초서며 정자를 쓰는 것, 문장을 잘 짓는 것이며, 또 흰 코끼리

등 위에서 잘 돌고 잘 구르는 것, 안장을 돌리고 말에 뛰어오르는 것, 모든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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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낙타의 머리ㆍ목ㆍ꼬리ㆍ다리에서 익히는 여러 가지 재주에 능통하는 것, 또 수레 옆에서도 공교로이 희롱하여 모든 기이한 법을 내며, 칼ㆍ창ㆍ활ㆍ살을 몸 가운데서 마음대로 하며, 의기가 태연하여 서로 치고 팔을 꺾으며, 힘을 겨루어 무거운 것을 들고, 앞뒤로 밀치고 누르고 만져 종아리를 꺾고 팔을 비틀며, 잘 던지고 잘 달리며……(중략)……화살을 헛쏘지 않고 소리만 듣고 쏴도 적중하며, 굳센 활을 비오듯 연달아 쏘는 것 등이었다. 태자는 이 모

든 기술을 다 물리치고 다시 배우려 하지 않고는 말하였다.

‘나는 본디 아는데, 어찌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

찬제제바는 다시 모든 왕에게 필요한 법을 가르치려 했다. 이른바 천문(天文)ㆍ제사ㆍ점을 쳐서 다가올 일을 미리 아는 것ㆍ어지러운 말ㆍ교묘하게 외움ㆍ모든 짐승의 소리를 아는 것ㆍ성론(聲論)을 통달함ㆍ모든 기술을 지음ㆍ재주에 따라 보답함ㆍ주술(呪術)의 10가지 잡사(雜事)를 말한다. 옛 성현들이 다스리고 교화하던 일체의 서전(書典)을 태자에게 가르치고, 또 그 밖의 석종들에게도 이와 같이 가르쳤다.

또 세상 사람들 같으면 몇 달, 몇 년을 계속 배우더라도 이룰까 말까 한 그 모든 기예와 모든 논을 태자는 4년 동안에 능통했으며, 그 밖의 석가족들도 다 배워 걸림없이 통달하여 모든 방면에 자재했었다.

이 때 찬제제바는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그대는 어릴 때부터

조용히 글을 배우되

많은 공력을 들이지 않고

잠깐 동안에 절로 아셨다.

짧은 세월에 배웠지만

여러 해 배운 남보다 나으시네.

성취한 모든 기예는

모든 사람보다 나으시다.”


 

 

불본행집경 제1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2. 유희관촉품(遊戱觀矚品)

“태자가 왕궁에서 자라던 어린아이 때는 놀기만 하고 배우지 않다가 여덟 살이 되어서야 문을 나와 스승에게 가서 학당(學堂)에 들어갔다.

비사바밀다라와 인천(忍天:찬제제바) 두 높은 스승 곁에서 모든 서적과 일체 논(論)과 병법과 온갖 잡술을 배워 읽은 지 4년이 지나 열두 살이 되자 갖가지 기능을 두루 다 섭렵하여 이미 통달했으며, 세간에 따라서 눈으로 즐기고 마음에 맞추어 뜻대로 노닐고 노래와 색(色)을 따라다녔다.

한번은 근구 동산에 있으면서 마음대로 놀며 활 쏘는 장난을 했으며 다른 석가족 동자 5백 명도 각각 자기들 동산 안에서 유유히 놀았다.

그 때 마침 기러기 떼가 허공을 날아가는데, 동자 제바달다(提婆達多)가 활을 쏘아 기러기 한 마리를 맞혔다. 그 기러기는 화살이 꽂힌 채 실달다의 동산에 떨어졌다.

태자는 그 기러기가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고 땅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곱게 받들어 가지고 가부좌한 무릎 위에 놓고는 묘하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손, 물결 무늬와 만자 무늬가 있는 복덕스럽고, 파초의 연약한 잎같이 부드러운 손을 펴서 왼손에 받쳐들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빼고 곧 소밀(酥蜜)로 그 상처를 봉하였다.

그 때 제바달다 동자는 사람을 태자에게 보내어 말했다.

‘내가 기러기 한 마리를 쏘았는데 당신의 동산에 떨어졌으니 거기 두지 말고 빨리 보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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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그 심부름꾼에게 대답했다.

‘만약 기러기가 죽는다면 곧 너에게 돌려줄 것이나 죽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수 없노라.’

제바달다는 또 거듭 사람을 보내어 말했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반드시 돌려주시오. 먼저 내 손으로 잘 쏘았는데 우연히 거기 떨어졌거늘 어째서 갑자기 거기에 두고자 합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내가 먼저 이 기러기를 거두었노라. 그 까닭은, 나는 스스로 보리심을 내어 일체 중생을 다 섭수했기 때문이니, 하물며 이 기러기인들 나에게 속하지 않겠느냐?’

이런 인연으로 서로 다투는지라 모든 석가족의 원로 중에 지혜로운 이들이 모여 이 일을 판결하게 되었다. 이 때 한 정거천왕이 원로 장자로 자기 몸을 변화시켜 석가족이 회의하는 장소에 들어가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키우고 싶은 사람이면 거두어 두고, 쏘아 맞힌 이는 놓아주라.’

그러자 모든 석가족 원로들은 동시에 옳다고 인정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렇소, 어진 이의 말과 같소.’

이것이 제바달다 동자와 태자가 처음으로 원수를 맺은 인연이었다.

또 어느 때 정반왕은 석가족 모든 동자들과 함께 태자를 데리고 들에 나가 놀면서 밭갈이하는 것을 구경했다. 그 때 그 들에 모든 농부들은 발가숭이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소에 보습을 매어 밭을 가는데 소가 늦게 가면 때때로 고삐를 당겼다. 해가 길고 날이 뜨거워 헐떡거리고 땀을 흘리며 사람과 소가 다 고달퍼 주리고 목말랐다. 게다가 몸이 수척하여 뼈만 남았으며, 보습으로 흙을 뒤집자 그 밑에서 벌레들이 나왔으며, 사람과 보습이 지나간 뒤에는 뭇

새들이 다투어 날아와 그 벌레들을 쪼아먹었다.

태자는, 보습을 끄는 소가 피로할 대로 피로한데 또 채찍에 얻어맞고 멍에에 목을 갈리고 고삐로 목이 졸려서 피가 흘러내리고 가죽과 살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또 농부도 햇빛에 등이 타서 발가숭이 몸에 먼지와 흙이 엉겨붙고 까마귀와 새가 날아와 다투어 벌레를 주워 먹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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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이것을 보고 나서 마치 자기 친족들이 얽매임을 당하였을 때 사람들이 크게 걱정을 하듯이 그것들을 불쌍히 여겼다. 이런 것을 보고 나서 큰 자비심을 내어 건척이란 말에서 내려 조용히 거닐며 모든 중생들에게 이런 일이 있음을 생각하고 다시 부르짖었다.

‘아아, 아아, 세간의 중생들은 극심한 괴로움을 받는구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갖가지 고뇌를 받으면서 그 속을 뱅뱅 돌며 떠나지 못하는구나. 어찌하여 이 모든 괴로움을 버리려 하지 않으며 ,어찌해서 괴로움을 싫어하고 고요한 지혜를 구하지 않으며, 어찌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운 원인을 벗어나기를 생각지 않는가? 나는 이제 어느 고요하고 한가한 곳을 찾아서 이러한 모든 고뇌의 일을 생각할꼬?’

그 때 정반왕은 농사짓는 것을 구경하고 모든 동자들과 함께 한 동산에 들어갔다. 이 때 태자는 조용히 둘러보며 여기저기 거닐면서 고요한 곳을 찾으려다 문득 한 곳을 보니, 염부나무가 있는데 줄기와 가지가 윤택하고 단정하고 어여쁘며 울창하고 무성하여 사람들이 즐겨 볼 만했다. 그는 곧 시중하는 사람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각각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가거라. 나는 혼자 있고자 하노라.’

태자는 좌우로 따르는 시중들을 다 헤쳐 보내고 점점 그 나무 아래 이르러 곧 풀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앉아 진실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중생들에게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갖가지 괴로움이 있으니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면 곧 마음의 안정을 얻을 것이며, 그 때는 모든 욕(慾)을 여의고 착하지 않은 모든 법을 버리게 될 것이니, 생각하는 경계와 분별하는 경계와 욕계의 누(漏)가 다하면 곧 초선(初禪)을 얻을 것이다. 내 몸에도 본디 이와 같은 법이 있거늘 아직 이 법을 면하지 못했으며, 아직 이 윤회를 넘지 못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다섯 신선이 있었는데, 그들은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큰 위덕이 있고 큰 세력이 있어 완전하고 능숙하게 비타론을 통달하고 모든 술법을 잘 터득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면서 그 동산의 염부나무 위로 날아서 지나가려 했으나 갈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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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 1142] 쪽

‘우리들은 옛적부터 자재하게 마음대로 수미산도 뚫고 지나며 모든 신통을 부려 온갖 것을 나타내 보였고……(중략)……저 비사문궁의 대천왕이 있는 데도 이르고, 혹은 아라가반다성(阿羅迦槃多城)까지 가서 그 성도 뚫고 지나갔다. 갖가지 야차며 모든 악신(惡神)들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 위를 지났으며, 이 나무 끝도 한량없이 지나갔어도 한 번도 걸림이 없었고 신통을 잃지 않았는데, 오늘은 누구의 위덕력으로 우리들의 신통을 잃게 하여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가?’

그 선인들이 그 나무를 보다가 드디어 나무 그늘 밑에 가부좌를 맺고 앉은 태자에게서 위엄의 빛이 드높아 눈이 부셔 바로 볼 수 없음을 보았다. 그들은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 앉은 이는 누구인가? 대범천왕이신 세간의 주인이 아닐까? 혹은 저 흘사(吃沙)나 천인 욕계의 주인이 아닐까? 혹은 제석천왕인가? 혹은 비사문인 큰 보배 창고의 주인인가? 혹은 월천자인가? 혹은 일천자인가? 혹은 또 전륜성왕인가? 혹은 여기 앉은 이가 세상에 출현했다는 부처가 아닐까? 어쨌든 지금 이 분은 위덕이 매우 크구나.’

그 때 그 숲을 수호하는 신이 선인들에게 일렀다.

‘여러 선인들이여, 이는 대범천인 세간의 주인도 아니요, 흘사나 천인 욕계의 주인도 아니요, 또 제석천왕도 비사문 큰 창고의 주인도 아니요, 또 일천자 월천자도 아니다.

이 태자는 이름이 실달다이며 석씨 종족 정반왕의 아들이다. 모든 선인들은 꼭 알아 두라. 대범천왕이 가진 위덕이나 그 흘사나 천주나 제석이나 비사문왕 창고의 주인이나 월천자나 일천자나 전륜성왕이 가진 위덕들은 실달다태자가 지닌 털 하나의 위덕에 비해도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그대들이 이 숲에 이르러 위로 날아가려 해도 신통에 한계가 있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 신선들은 숲을 수호하는 신에게서 이 말을 듣고 나서 허공에서 내려와 태자 앞에 서서 각각 게송을 설하여 태자를 찬탄했다.

그 때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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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 1142] 쪽

세간의 번뇌 불같이 활활 타도

이 사람은 법못[法池]의 물 솟게 하네.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그 번뇌의 불도 꺼서 없애리라.

다시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세간은 어리석고 어두운데

이 사람은 지혜 광명을 내도다.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그 어둡고 눈먼 일체 세상을 비추리라.

다시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걱정과 번뇌의 넓은 들과 큰 못을

이 사람은 큰 짐 싣고 능히 건너리.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삼계[三有]의 모든 중생을 건지리.

다시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일체 세간이 번뇌에 얽혀 있는데

이 사람이 방편으로 풀어 주리라.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일체의 모든 속박 벗게 하리라.

다시 한 신선이 또 게송을 읊었다.

나고 죽는 세간의 모든 병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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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 1142] 쪽

이 큰 의사는 잘 구제하리.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일체의 생사 병을 고쳐 주리.

그 때 모든 선인들은 각각 게송을 읊어 태자를 찬탄하고 나서 발에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허공을 날아서 서로 따라갔다.

그 때 정반왕은 잠깐 동안 태자를 보지 못하자 마음이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아 좌우 사람들에게 물었다.

‘우리 태자는 지금 어디 있기에[이 말이 범본(梵本)에는 반복되어 있다] 문득 보이지 않는가?’

그 때 모든 대신들은 사방으로 쫓아다니며 태자를 찾았으나 있는 곳을 모르다가 마침 한 대신이 멀리서 태자가 그 염부나무 그늘 아래서 생각하고 앉아 선(禪)에 들어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모든 나무의 그림자가 염부나무 쪽으로 옮겨져 오직 태자에게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대신은 태자에게 이런 희귀하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있음을 보고 크게 기뻐서 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급히 왕의 처소에 달려와 무릎을 끓고 본 일을 게송으로 읊었다.

대왕이시여 태자님은 이제 저기

염부나무 그늘 밑에 단정히 앉아

가부좌하고 사유하여 삼매에 드니

돋는 해처럼 빛이 찬란하였소.

그는 참으로 대장부이라

나무 그늘도 움직이지 않소.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스스로 관찰하소서.

태자가 앉으신 모습이 어떠한지.

마치 대범천의 모든 천왕과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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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 1142] 쪽

도리천이나 제석천왕과도 같이

드높은 위신과 혁혁한 그 빛이

저 모든 나무 숲을 두루 비추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염부나무 있는 데로 가서 멀리서 그 나무 사이에서 가부좌를 맺고 있는 태자를 보았다. 어두운 밤 산마루에 큰 불덩어리가 이글거리며 불꽃을 내는 것같이 위덕이 드높게 빛났으며, 겹겹의 구름 사이에 문득 밝은 달이 나온 것 같았으며, 또 어두운 방에 큰 등불을 켠 것과 같았다.

왕은 이것을 보자 매우 희유하고 기특하다는 마음이 나서 온몸이 떨리고 털이 곤두서 머리로 태자의 발에 정례하고 기뻐 뛰다가 이런 말을 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해. 우리 태자에게 이렇게 큰 위덕이 있구나.’

그리고는 게송으로 찬탄했다.

어둔 밤 산마루의 큰 불덩이 같고

가을의 밝은 달이 구름 사이로 나온 듯

이제 태자가 앉아 생각에 잠김을 보니

나도 모르게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리네.

정반왕은 게송을 읊어 찬탄하고 다시 태자의 발에 정례하고 거듭 게송을 읊었다.

내 이제 두 번 이 몸을 굽혀서

천복(千福) 무늬 있는 거룩한 발에 정례하노라.

나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시 골똘히 앉아 생각함을 보노라.

그 때 바구니를 든 어린애가 대왕을 따르며 킬킬거리고 웃자 한 대신이 그 어린애를 나무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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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 1142] 쪽

‘너희 어린애들아, 함부로 떠들지 말아라.’

아이들은 그 대신에게 대답했다.

‘어째서 우리들에게 떠들지 말라 하십니까?’

그 대신은 모든 아이들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햇볕이 비록 심하게 뜨거워도

저 나무 그늘의 시원함은 어쩌지 못하네.

또 한 길이나 되는 가장 묘한 빛이여,

그 위덕은 세간에서 짝이 없다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생각하니

수미산같이 요동치 않네.

실달다태자의 속깊은 마음은

이 나무 그늘이 즐거워 떠나지 못하네.”

 

13. 각술쟁혼품(捔術爭婚品) ①

“태자가 점점 장성하여 19세가 되자 정반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때에 기거할 궁전을 지었다.

첫째는 난전(暖殿)이니 겨울을 지내려는 것이요, 둘째는 양전(凉殿)이니 여름 더위에 쓰려는 것이요, 셋째 전각은 봄ㆍ가을 두 철에 거처하려는 것이었다. 겨울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따뜻하기만 하고 여름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시원스럽기만 하고, 봄ㆍ가을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온화함이 알맞아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또 그 궁궐 뒷동산에는 봇물이 도랑에 흘러 못과 늪을 만들고,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 갖가지 이름난 꽃들을 재배했는데, 태자를 기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 한량없는 사람들을 두어 각각 태자를 시중들고 호위하는 직책을 맡겼다. 어떤 이는 태자를 안마하고, 어떤 이는 태자를 부드럽게 맞이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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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 1142] 쪽

어떤 이는 모든 향유를 태자에게 바르고, 어떤 이는 목욕할 때 태자를 닦아주고, 어떤 이는 목욕할 때 향탕을 받들고 머리를 물들이고 빗질해 상투를 틀고, 혹은 거울을 들어 보여 주고, 혹 바르는 향을 들고, 혹 눈약을 들고, 혹 옷에 풍기는 향을 들고, 혹 우황(牛黃)을 들고, 혹 꽃다발을 들고, 혹은 또 온갖 색깔로 지은 미묘한 옷을 들고 태자 앞에 서서 항상 받들게 하였다.

태자가 입는 옷은 모두 가시가 옷으로서 몸을 굽혀 들고 있다가 필요하면 곧 받들었다. 태자의 부왕 정반왕이 입는 옷도 속은 가시가였지만 겉은 그 밖의 다른 물건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태자가 입는 옷은 안팎이 모두 가시가로 만든 것이었다.

태자의 좌우 시종과 잡역을 맡은 사람과 동복(僮僕) 남녀와 뒤따르는 모든 시종들은 다 식사에 멥쌀밥과 어육과 초장과 혹은 전골이나 죽을 먹었으나 태자의 한 몸에는 따로 가장 좋고 맛난 멥쌀을 정미롭게 가려 뽑아 밥을 짓고 국과 전골과 여러 가지 차반이며 온갖 맛난 반찬과 갖가지 진수(珍羞)와 떡과 과일 등 이렇게 한량없는 것들을 날마다 따로따로 드리며 밤낮으로 힘을 들여 각각 새로 만들어서 태자에게 드렸다. 또 밤에 유희할 때 이슬이나 서리나

바람을 탈까 해서, 혹은 낮에 유희할 때도 먼지와 티끌이나 햇빛을 막기 위해서 태자 위에 흰 일산을 덮었다.

그 때 정반왕은 점점 자라나는 태자를 보고 마음속으로 아사타 선인이 수기하던 말을 다시 생각하고, 모든 석가족 원로 대신들을 모아 이런 말을 하였다.

‘그대들 친척들은 듣지 못했는가? 나의 태자가 처음 났을 때 상을 보는 바라문과 아사타를 불렀더니, 태자가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성취하리라 수기하지 않았는가? 우리들은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 동자를 출가하지 못하게 하겠는가?’

석가족 친족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제 빨리 태자를 위해서 따로 궁실을 짓고 모든 채녀들과 즐겨 놀도록 하소서. 그러면 태자는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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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 1142] 쪽

아사타가 수기한 것은

결정코 어김이 없어라.

모든 석가족이 궁전 짓기를 권하여

출가하지 않도록 바랐노라.

‘이러한 방편으로 우리들 석가족이 흥성하면 모두가 공경하고 존중하여 좁쌀같이 많은 왕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반왕은 또 그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잘 살펴보라. 어느 석가족의 딸이 우리 태자 실달다의 비가 될 만한가?’

그 때 5백의 석가족들이 각각 소리내어 외쳤다.

‘내 딸이 태자의 비가 될 만합니다[이 말은 범본에는 모두 두 번씩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정반왕은 다시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오늘 태자와 함께 이런 의논을 하지 않고 어떤 여자를 취하여 그의 비를 삼았다가 만약 뜻에 맞지 않으면 어기고 저버릴 것이요, 그렇다고 내가 이제 태자와 함께 의논하자니, 태자는 뜻이 깊어서 마침내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의심이 생긴다. 어떤 방편을 쓸 것인가?’

또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제 갖가지 보배로 태자에게 노리개[無憂器]를 만들어 주어 태자가 여러 여인들에게 보시하게 하고 가만히 사람을 시켜 그의 마음을 살피게 하리라. 저 태자의 눈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보아서 나는 그를 비로 맞아주리라.’

정반왕은 즉시 금ㆍ은과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한 노리개를 만들게 하고 나서 가비라성에서 요령을 흔들며 말하였다.

‘지금부터 7일 만에 우리 태자가 석가족의 모든 처녀들을 보고자 한다. 보고 나서 온갖 보배로 된 갖가지 노리개를 주고자 하니, 성안의 모든 처녀들은 나의 궁문에 다 모이라.’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어 태자가 먼저 궁문 앞에 나가 바구니를 끼고

앉았다. 이 때 성안의 모든 처녀들은 다 갖가지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궁문에 모여 와서 태자를 보고 난 뒤에 갖가지 보배로 된 노리개를 받고자 했다. 태자는 모든 처녀들이 오는 것을 보고 곧 갖가지 보배로 된 기물을 그 처녀들에게 베풀었다.

사방으로부터 태자를 보러 온 여자들은 이 태자의 위덕에 눌려 태자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그저 보배 기물만 받고 각각 머리를 숙인 채 빨리 지나갔다. 보배 기물도 다하려 할 무렵 마지막으로 어떤 바사타족으로 석가족 대신 마하나마의 딸 야수다라가 앞뒤로 모든 시종과 많은 여종들에게 에워싸여 왔다.

그녀는 멀리서 태자를 보면서 꼿꼿하게 눈길을 쏟고 눈을 들어 아담하게 걸으며 곁눈질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본 채 점점 태자 앞으로 가까이 왔다. 그리고는 서로 아는 사이같이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이 태자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태자여, 이제 저에게 온갖 보배로 된 노리개를 주소서.’

태자는 대답하였다.

‘그대는 너무 늦게 왔으므로 모두 다 주고 없노라.’

그녀는 다시 태자에게 아뢰었다.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당신은 이제 저를 속이고 보배 기물을 주지 않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대를 속이지 않노라. 다만 그대가 뒤늦게 와서 받지 못하였을 뿐이다.’

그 때 태자의 손가락에는 만 냥이나 되는 가락지가 있었는데 손가락에서 빼어 야수다라에게 주었다.

야수다라는 태자에게 여쭈었다.

‘제가 당신에게 겨우 이 정도의 가치밖에 없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입고 있는 대로 그 밖에 영락이라도 마음대로 가져가라.’

그녀는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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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 1142] 쪽

‘제가 어찌 태자님 것을 벗기겠습니까? 다만 태자님의 몸을 장엄해 드려야 할 뿐입니다.’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기쁘고 즐겁지 않아 곧 되돌아갔다.”

어느 때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 존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왕궁에 계실 때 몸에 있는 값진 영락을 벗어 야수다라에게 주었으나 어째서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존자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 이제 말하리라. 야수다라에게 영락을 주어도 기뻐하지 않은 것은 금세뿐이 아니다. 옛적부터 조그마한 인연으로 진심과 원한심을 내었기 때문에 계속 여러 가지 진기한 보배를 보시했지만 기뻐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타이는 말하였다.

“매우 기이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일이 어찌된 까닭인지 저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 기억에 지난 옛날 한량없는 세상에 가시국 바라내성에 왕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삿된 소견을 믿고 나라를 다스렸다. 그 왕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적은 허물을 지었으나 부왕은 그를 나라 밖으로 쫓아냈다. 그는 점점 가다가 한 천사(天寺)에 이르러 아내와 함께 머물러 살았다.

그 때 그 왕자는 가지고 있는 식량이 다 없어지자 사냥을 하여 목숨을 이었다. 한번은 사냥하는 곳에서 자라 한 마리를 보고 쫓아가 잡아서 껍질을 벗기고 살코기를 물에 넣고 끓였다. 그런데 고기가 익으려던 차에 국물이 다 말라 버리자, 왕자는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고기가 푹 익지 않았으니 그대는 다시 물을 길어 오라.’

부인이 물 길러 간 뒤에 왕자는 주림을 참을 수 없어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자라 고기를 다 먹어 버렸다.

그 때 물을 길어 온 부인이 왕자에게 물었다.

‘여기 있던 자라 고기는 이제 어디 갔습니까?’

왕자는 자라가 도로 살아서 달아나 버렸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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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 1142] 쪽

부인은 믿지 않았다.

‘이렇게 삶은 자라가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

그녀는 마음으로 믿지 않고 생각했다.

‘반드시 나의 남편이 주리고 급해서 다 먹어 버리고 나에게 달아났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성내고 원한을 품어 마음이 항상 기쁘지 않았다.

그 뒤 몇 해가 지나서 부왕의 목숨이 다하자 모든 대신들은 왕자를 맞아 관정식을 하고 왕을 삼았다. 그는 이미 왕이 되어서 얻은 모든 보배와 진기한 물건과 갖가지 의상 등 값진 물건을 다 왕비에게 주었다. 왕비는 그것들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얼굴빛이 기쁘지 않자 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내가 모든 보배와 값진 물건을 그대에게 주었는데 어째서 얼굴빛이 여전히 기쁘지 않은가?’

왕비는 게송을 읊어 왕에게 대답했다.

가장 높은 대왕은 들으소서.

옛적 우리가 사냥하고 있을 때

화살과 혹은 칼을 쥐고

자라를 쏘아 죽였소.

가죽을 벗기고 삶아 익으려 할 때

나에게 물 떠오라 보내 놓고

고기를 남김없이 다 먹고서

나에겐 달아났다고 거짓말했소.”

부처님께서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알아 두라. 그 때의 왕이 바로 내 몸이었고, 그 왕후는 오늘의 야수다라이다. 내가 그 때 조그만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그 뒤로는 많은 재물과 보배를 주어 화해코자 했으나 한을 품은 그 마음은 기뻐하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그러하여 한량없는 돈과 재물을 주더라도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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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 1142] 쪽

하였다.”

“그 때 정반왕이 보낸 밀사는 태자의 눈이 가는 데와 모든 처녀들과 상대하여 대화하는 것을 일심으로 살펴보고는 자세히 알았다. 알고 나서 곧 왕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석가족 대신 마하나마의 딸이 마지막으로 왔는데 태자와 몇 번씩이나 말을 주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소지으며 잠깐 머물러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태자와 그녀의 두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으며, 피차 말하고 대답할 때 네 눈이 서로 마주쳤습니다.’

정반왕은 밀사의 이런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그녀를 얻고자 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정반왕은 길한 별[宿]자리에 가장 좋은 날을 택하여 국사 바라문들을 불러 석가족 마하나마 대신의 집으로 가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게 했다.

‘경에게 딸이 있는 줄 아니 이제 나의 태자비로 삼고자 하노라.’

국사는 왕의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석가족 마하나마 대신의 집에 가서 왕의 칙명이 이러하다고 알렸다.

그러자 그 대신은 국사에게 일렀다.

‘우리 석가족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법이 있으니, 만약 기능이 누구보다도 우수하면 그 사람에게 딸을 주지만, 기능이 없다면 딸을 줄 수 없습니다. 대왕의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유희에 빠져 학문을 익힌 적이 없고 기능이 없습니다. 활쏘기ㆍ천문ㆍ병서ㆍ무기 다루는 법ㆍ일체 전투며, 힘으로 밀치고 주먹으로 치는 것들에 다 익숙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기예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내 딸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국사는 이 말을 듣고 왕의 처소에 돌아와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수심에 차서 이렇게 생각했다.

‘마하나마의 이 말은 법다운 것이며 나에게 참말을 한 것이지 헛소리는 하나도 없도다.’

생각은 이렇게 했으나 왕은 내심 걱정스럽고 못마땅하여 말없이 번민하고 있었는데, 그 형상이 마치 좌선하며 생각에 빠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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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 1142] 쪽

태자는 이 때 부왕의 얼굴빛이 좌선하며 생각에 빠진 사람처럼 근심에 차 기뻐하지 않는 것을 보자 천천히 왕 앞에 가까이 가서 물었다.

‘부왕이여, 어떤 연고로 이렇듯 근심하시고 홀로 앉아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말하자 정반왕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태자는 나에게 이런 일을 물을 필요가 없다.’

태자가 다시 물었으나 부왕은 거듭 막았다.

태자가 이렇게 세 번 물었다.

‘부왕이시여, 그 이유를 꼭 저에게 알려 주셔야 제 마음에 의심이 풀리겠습니다.’

정반왕은 세 번이나 태자가 이 일을 묻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앞에 있었던 사연을 말해 주었다.

태자는 알고 나서 부왕에게 아뢰었다.

‘부왕이여, 걱정마옵소서. 부왕의 성안에 누가 나와서 저와 기예를 시험할 자가 있는지를 아십니까?’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 온몸으로 뛰놀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시 태자에게 이런 말로 물었다.

‘훌륭하다, 태자여. 너는 참으로 저 모든 기예를 다툴 수 있겠는가?’

태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들으소서. 제가 실지로 할 수 있사옵니다. 대왕이여, 다만 속히 모든 석가족 동자들을 모아서 저와 함께 모든 기예를 시험해 겨루도록 하소서.’

그 때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 네거리 길목마다 요령을 흔들고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

‘지금부터 7일째 되는 날 우리의 동궁 실달다태자께서 모든 기예를 다 보여 주려 하니, 그런 기예를 할 줄 아는 이가 있거든 다 모여서 함께 겨루도록 하라.’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자 5백의 석가족 모든 동자들은 실달태자를 우두머리로 하여 다 모였다. 다 모이자 함께 성에서 나와 넓은 터에 이르렀으니, 이는 모든 동자들이 기예를 보여 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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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 1142] 쪽

그 때 석가 대신은 야수다라를 가장 훌륭하게 장엄하고 이런 말을 하였다.

‘누가 모든 기예에 능통한가?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이 딸을 주어 그의 처를 삼게 하리라.’

그 때 정반왕은 모든 석가족 원로의 장자들과 먼저 나오고, 또 한량없는 여러 성(姓)의 남자와 여자와 동남ㆍ동녀들도 구름처럼 모여서 그 시험장인 넓은 터에 나와 태자와 모든 석가족 동자들이 기능을 겨루어 누가 가장 우수한가를 보고자 했다.

이 때 모든 석가족 동자들 중에 문학에 능한 자는 먼저 태자와 글씨 쓰기를 겨뤘는데, 그 때 석가족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다.

‘이제 비사바밀다라로 시관을 삼으리라.’

그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모든 동자들의 글씨 중에 누가 가장 막힘 없이 쓰는지, 빨리 쓰는지, 잘 쓰는지, 여러 가지 서법을 아는지를 관찰하여 가려내시오.’

그 때 비사바밀다라 선생은 태자가 그 모든 글씨 가운데 가장 우수하고 가장 높은 줄을 미리 알고 미소를 머금고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인간과 천상계나

건달바나 아수라, 가루라에게 있는

모든 문자와 모든 경전을

그는 두루 알아 다 통달하였네.

내 몸이나 또 그대들로서는

이러한 서적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리.

인간이 아는 것을 내가 다 시험해 보았지만

정녕코 그의 훌륭함은 따르지 못하리라.

그 때 그 석가족들은 자세히 함께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이미 알았습니다. 대왕의 태자가 글씨 쓰기에 가장 우수합니다. 이제 누가 계산에 밝은지를 시험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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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 1142] 쪽

이 때 대중 가운데 알수나(頞誰那)라고 하는 큰 산수 선생이 있었는데, 모든 계산에 가장 뛰어났으므로 석가족 대중들은 그를 불러 시험관을 맡기면서 말했다.

‘존자여, 그대는 모든 동자 가운데 누가 가장 산수를 잘 하는지 보라.’

그 때 태자가 셈하는 것을 산대 잘 놓는 석가족 동자 하나를 시켜 산대를 놓게 했으나 그 동자는 따르지 못했다. 다시 두 동자를 시켰으나 감당하지 못했고, 세 동자가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으며 열 동자가 함께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다. 20, 30, 40, 50 그리고 백 명이 함께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으며, 2백, 3백, 4백, 5백이 동시에 다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다.

그러자 태자가 말하였다.

‘이제 너희들이 셈을 하라. 내가 산대를 놓으리라.’

그 때 석가족 동자 하나가 셈을 부르고 태자가 놓았더니 동자가 미처 부르지 못했다. 태자가 이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세어 보라 했으나 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태자가 다시 백 사람이 동시에 함께 세어 보라 했으나 또 미치지 못했다.

태자는 또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렇게 서로 다툴 필요가 없다. 다만 너희들 모두가 동시에 각각 계산해 부르라. 내가 놓으리라.’

그리하여 5백 동자가 모두 동시에 불렀으나 태자는 한 번에 모두 놓았다.

이렇게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가 다하도록 계산해도 태자는 한 번에 모두 놓았다.

이렇게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가 다하도록 계산해도 태자는 틀림이 없었으며, 또한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조용조용히 차례로 놓았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이 힘을 다해서 함께 계산했으나 실달태자에게 만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

그 때 나라에서 가장 큰 산수 선생인 알수나는 내심 놀랍고 괴이하여 지극히 기쁜 마음으로 게송을 읊었다.

훌륭하다. 민첩하고 정확하게 기억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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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1142] 쪽

분명히 수를 부르고 산가지 놓아 착오가 없도다.

5백 석가 동자들 산수를 안다고들 하지만

한꺼번에 대적해도 당하지 못하네.

이렇듯 지혜롭고 바로 생각하는 마음

그의 산수는 매우 빠르고 심오하도다.

이런 산수의 스승은 천하도 계산해

큰 바다의 물방울도 모두 알리라.

너희들은 잠자코 소리도 내지 말라.

태자와 서로 다투고 겨루려 말라.

그는 이미 이러한 술법을 알았으니

나와 서로 비교할 수 있으리라.

그 때 석가족 모든 대중들은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태자에게 정례하고 말했다.

‘실달다태자께서 크게 이겼습니다. 진실로 크게 이겼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큰 선리(善利)를 얻었소이다. 인간에 잘 나셨소이다, 대왕이시여. 이제 이런 총명하고 큰 복덕을 지닌 아들, 지혜로운 아들을 낳으셨소이다. 설근(舌根)이 이렇듯 빠르고 민활하게 굴러 입의 업(業)을 성취하였소이다.

그 때 정반왕은 기쁜 웃음을 머금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태자여. 너는 이제 이 알수나 산수 스승과 함께 세간을 계산하는 방편의 지혜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태자는 부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할 수 있습니다.’

정반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네가 만약 할 수 있거든 스스로 때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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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 1142] 쪽

그 때 알수나 산수 스승은 태자에게 말했다.

‘어지신 태자여, 당신은 억 이상의 산수를 아십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나는 다 알고 있습니다.’

알수나 산수 스승은 또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아는지 나를 위해 말해 보시오.’

태자는 대답했다.

‘억 단위 계산법을 그대는 자세히 들으시오. 내 이제 말하리다. 백이 백천이면 이것을 구치(拘致)[중국에서는 천만]라 하고, 그 백 구치는 아유다(阿由多)[중국에서는 10억]요, 백 아유타는 나유타(那由他)[중국에서는 천억]요, 백 나유타는 파라유타(波羅由他)[중국에서는 10만억]요, 백 파라유타는 항가라(迦羅)[중국에서는 천만억]요, 백 항가라는 빈바라[중국에서는 10조]요, 백 빈바라는 아추파(阿蒭婆)[중국에서는 천조]요, 백 아추파는 비파

사(毘婆娑)[중국에서는 10만조]요, 백 비파사는 울증가(鬱曾伽)[중국에서는 천만조]요, 백 울증가는 파하나(婆訶那)[10경(京)]요, 백 파하나는 나가바라(那伽婆羅)[천경]요, 백나가바라는 이름이 제치바라(帝致婆羅)[10만경]요, 백 제치바라는 비파사타나바야제(卑婆娑他那波若帝)[천만경]요, 백 비파사타나바야제는 혜도해라(醯兜奚羅)[10기(旗)]요, 백 혜도해라는 가라보다(迦羅逋多)[천해(千)]요, 백가라보다는 혜도인타라타(醯都因陀羅陀)[중국에

서는 만해]요, 백 혜도인타라타는 삼만다라바(百三蔓多羅婆)[천만해]요, 백 삼만다라바는 가나나가니다(伽那那伽尼多)[10시(柿)]요, 백 가나나가니다는 니마라사(尼摩羅闍)[천사]요, 백 니마라사는 목다바라(目陀婆羅)[10만자]요, 백 목다바라는 아가목다(阿伽目陀)[천만자]요, 백 아가목다는 살바바라(薩婆婆羅)[10양(壤)]요, 백 살바바라는 비살사파제(毘薩闍波帝)[천양]요, 백 비살사파제는 살바살야(薩婆薩若)[십만양]요, 백 살바살야는 비부등가마

(毘浮登伽摩)[천만양]요, 백 비부등가마는 바라극차(婆羅極叉)[10구(溝)]입니다. 이런 계산 수에 들어가면 수미산을 만약 근량으로 달거나 아주 작은 치수로 계산하려 해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이것 위에 또 한 가지 산법이 있으니 다바사가니민나(陀婆闍伽尼民那)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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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 1142] 쪽

합니다. 이 위에 또 사반니(奢槃尼)라는 산법이 있으며, 그 위에 파라나타(波羅那陀)라는 산법 그 위에 이타(伊吒)라는 산법, 그 위에 또 가루사타비다(迦樓沙吒啤多)라는 산법, 그 위에 또 살파니차파(薩婆尼差波)라는 산법이 있으니, 여기 이르면 항하의 모래알을 다 셀 수 있습니다. 이 위에 아가사바(阿伽娑婆)라는 산법이 있는데, 이 수는 1항하사로 억백천만 항하사수를 다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또다시 파라마누비바사(波羅摩毘婆奢)라는 산법

이 있습니다.

그러자 알수나 산수 스승은 태자에게 말했다.

‘이런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미진수 계산법에 들어가면 또 어떠한지 그것도 알고 있는지요?’

태자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시오. 내 이제 이것을 말하리다. 7미진(微塵)은 1창진(窓塵)을 이루고, 7창진을 합하면 1토진(兎塵)을 이루며, 7토진을 합하면 1양진(羊塵)을 이루며, 7양진을 합하면 1우진(牛塵)을 이루며, 7우진을 합하면 1기(蟣)를 이루며, 7기를 합하면 1슬(虱)을 이루고, 7슬을 합하면 1개자(芥子)를 이루고, 7개자를 합하면 1대맥(大麥)을 이루고, 7대맥을 합하면 1지절(指節)을 이루며, 7지절을 합치면 반자[半尺]를 이

루고, 두 반자를 합하면 1자를 이루며, 2자는 1주(肘)요, 4주는 1궁(弓)이요, 5궁이 1장(杖)이요, 그 20장을 1식(息)이라 하고, 80식을 구로사(拘盧奢)라 하며, 8구로사를 1유순이라 합니다. 이 대중 가운데 미진이 얼마큼 모여야 1유순(由旬)이 되는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중국식 계산법으로는 384리(里) 103천 보(步)가 된다.]

그러자 알수나 산수의 스승은 태자에게 일렀다.

‘대덕 어진 이여, 나조차 이러한 숫자를 알지 못하였소. 나도 이제 말씀을 듣고 마음이 답답한데 하물며 지혜와 지식이 적은 어리석은 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렇긴 하나 부디 태자님은 우리들을 위하여 얼마만큼의 미진이 모여야 1유순이 되는지 말씀해 주소서.’”

 

 

 

 

 

불본행집경 제1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3. 각술쟁혼품 ②

“그 때 태자는 알수나 산수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시오. 얼만큼의 미진(微塵)이 1유순이 되는가? 점점 쌓여서 1아추파(阿蒭婆)가 되고, 이렇게 다시 1나유타(那由他)가 되며, 다시 또 20억 나유타에 백천을, 다시 60억에 백천을, 다시 32억에 또 5백의 천을, 다시 백 천을 곱해 이런 수로서 미진이 얼마인가를 총계하면 1유순이 되는 것이다. 이런 차례로 계속 셈하여 유순의 크기[大小]를 세는데, 이를테면 이 염부제는 가로세로가 똑같이 7천 유순이요, 서구야니(西瞿耶尼

)는 8천 유순이며, 동불바제(東弗婆提)는 9천 유순이며, 북울단월(北鬱單越)은 1만 유순이다. 이 한 삼천대천세계 유순의 수도 가로세로의 너비가 이러하며, 차례와 대소 등을 이 유순에 따라 이렇게 셈하면 약 백 유순, 약 천 유순, 약 백천 유순이 이루어지며, 그 1유순에 있는 대략의 미진수도 합계를 낼 수 있소.

무슨 까닭인가. 이 계산은 일체 수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헤아릴 수도 없고 계산해 알 수도 없는 것이라 이름하는데, 이러한 미진수가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 때 알수나 산수 스승 및 모든 석가족 친척들은 크게 기뻐 뛰며 이런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몸에는 오직 홑옷 한 벌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벗어 태자에게 보시하고, 또 한량없는 영락을 벗어 태자에게 뿌려 주며 찬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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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태자님은 매우 깊으사 잘 알고 잘 이해합니다. 이런 차례로 산수에서도 태자가 또 이겼으며, 서(書)와 수(數)에 지혜와 계량이 매우 깊어 태자와 비길 자가 없습니다.’

그들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이 태자님이 글쓰기와 산수에서 가장 우수하여 비길 데 없음을 이미 알았습니다. 그 다음에 무술(武術)과 병법은 누가 가장 우수하고 누가 가장 능한지 시험해 봅시다.’

그 때 석가족들은 자기 종족 중에 사하제바(娑呵提婆)란 대신을 추대해서 심판을 보도록 하고 말했다.

‘대덕 화상이여, 마음을 잘 써서 어느 동자가 무술에서 가장 우수하고 묘한지 관찰해 주소서. 이른바 누가 빈틈이 없는지, 누가 소리를 잘 듣는지, 누가 멀리 쏘고 강하게 쏘는지, 굳세게 잡아당기며 팔로 제치는지를 말입니다.’

그 때 시험장에 아난타(阿難陀) 동자를 위해 세워 놓은 쇠북은 쏘는 장소에서 2구로사 떨어져 표를 삼았다. 제바달다 동자는 4구로사 되는 곳에 쇠북을 세워 과녁을 삼고, 난타 동자는 쇠북을 세운 데서 6구로사, 저 대신 바사타 마하나마가 쇠북을 세운 데는 8구로사였으며, 이런 차례로 그 밖의 동자들은 각각 거리가 멀고 가까웠으나 실달태자는 10구로사에 강철 쇠북을 세워 과녁을 삼았다.

그 때 아난타는 활시위를 메워 2구로사에 놓은 쇠북을 겨우 맞추고 더 멀리 가지는 못했으며, 제바달다는 4구로사에 세워 둔 쇠북을 쏘아 맞추고 더 지나가지 못했다. 마하나마 대신도 8구로사의 쇠북을 쏘아 맞췄으나 멀리는 지나가지 못했으며,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도 쇠북을 세운 원근에 따라 다 쏘아 맞췄으나 그 한계 밖에는 지나가지 못했다.

그 다음 실달태자의 차례가 오자 태자가 쏘고자 하여 유사(有司)가 활을 올렸다. 태자가 잠깐 손으로 당겨 활의 강약을 시험하였더니 억센 줄과 굳고 튼튼한 그 활이 부서지고 끊어졌다. 그러나 태자가 물었다.

‘이 성 안에 내가 기력을 다해 힘껏 당겨볼 만한 좋은 활을 누가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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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정반왕이 매우 기뻐하면서 있다고 대답하자 태자는 물었다.

‘대왕이여,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어디 있습니까?’

왕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너의 조부인 사자협왕에게 활이 한 대 있는데 지금 하늘에 제사 드리는 사당에 두고 항상 향과 꽃을 공양한다. 그러나 그 활은 성안의 어떤 석가족도 펴지도 못했는데 하물며 그것을 당길 수 있겠느냐?’

태자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빨리 그 활을 가져오도록 사람을 보내소서.’

그리하여 사람을 시켜 그 활을 가져왔다. 활이 대중에 이르자 일체 석가족 동자들에게 먼저 주었더니 받아 가진 자들이 펼 수도 없었는데 하물며 당길 수 있었겠는가. 그 뒤에 마하나마 대신에게 주어 그 대신도 온 힘을 다했지만 저 활 줄을 펴지도 못했으니, 하물며 당길 수 있었을까?

그런 뒤 드디어 태자에게 올렸다. 태자는 받고 나서 앉은 그대로 동요하지 않고 힘을 조금 들여 몸을 움직이지 않고 왼손으로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줄을 잡은 채 손가락으로 당기자마자 퉁겨져 소리가 났으며, 그 소리는 가비라성에 두루 진동하였다.

그 때 성 안에 있던 모든 인민들은 다 공포에 떨며 각각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어떤 사람이 들은 대로 말했다.

‘실달태자가 그 조부 사자협왕이 쓰던 활을 쥐고 잠깐 잡아당겨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정반대왕은 한량없는 모든 물건을 태자에게 공양했다.

이 때 태자는 그 활을 펴서 오른손으로 살을 잡고 미묘한 신력(身力)을 내어 그 살을 잡아당겨 가슴을 쭉 펴고 쏘았다. 그러자 화살은 아난타와 제바달다 내지 대신 마하나마 세 사람들의 북을 지나서 10구로사에 세워 놓은 과녁을 다 꿰뚫고 나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 때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서 게송을 읊었다.

이렇듯 가장 훌륭한 좋은 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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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옛날 모든 부처가 앉던 곳이다.

마가다 나라의 모든 인민들은

이제 예리한 살과 좋은 활을 보았네.

6바라밀 성취한 지혜의 힘으로

일체의 모든 원수와 적군이며

하늘 마군 번뇌와 5음(陰)도 항복 받고서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인(因)을 얻으리.

진실한 보리의 도에서 물러나지 않고

생과 사의 괴로운 뿌리를 길이 끊네.

병 들고 죽는 근심과 두려움도 덜어 버리고

저 열반의 미묘한 지혜를 증득하리라.

모든 하늘들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각각 갖가지 묘한 하늘 꽃을 태자 위에 뿌리고 문득 몸을 숨겼다.

이 때 태자가 쏜 화살은 하늘에서 제석천왕이 잡아 가지고 삼십삼천을 향하여 천상에 이르고 나서 이 살을 기념하기 위하여 저 하늘 세계에 화살 명절[箭節]을 세웠다. 항상 길한 날로서 모든 하늘들이 모여 모든 향과 꽃으로 이 화살을 공양했으며, 지금에 이르도록 모든 하늘에 아직도 이 화살 명절이 있는 것이다.

그 때 석가족의 모든 권속들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실달태자가 가장 멀리 쏘아 활쏘기에서 이미 모든 사람을 이겼습니다. 이번에는 누가 가장 두꺼운 것을 잘 쏘아 뚫는지 시험해 봅시다.’

이 때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래부터 다라수나무가 줄지어 있었다. 그 가운데 모든 석가족 동자들은 혹 살 하나를 쏘아 다라수 한 그루를 뚫고, 혹은 두 그루를 뚫고, 혹은 셋, 넷, 다섯 그루를 뚫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 태자가 화살을 쥐고 한 번 쏘자 일곱 다라수를 뚫고 나갔다. 일곱 그루를 뚫고 지나서 땅에 떨어지자 그 살은 부서져 백 조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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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모든 석가족들은 다시 따로 쇠[鐵]로 돼지 모양을 만들어 세웠다. 그 가운데 혹 어떤 동자는 화살 한 대를 쏘아 쇠 돼지 모양 하나를 뚫었고, 혹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개를 뚫은 이가 있었다. 태자가 살 하나를 잡고 쏘자 일곱 개의 쇠 돼지를 뚫었다. 일곱 개 쇠 돼지를 뚫고 나서 그 화살은 땅에 들어가 저 황천(黃泉)에 이르렀다. 그 화살이 뚫고 들어간 곳에는 우물 한 정이 생겼는데, 지금도 인민들은 이를 항상 화살 우물이라고 일

컫는다.

그 때 모든 석가족들은 다시 일곱 개 쇠[鐵] 독을 세워 두고 그 가운데 물을 가득 채웠다. 그 가운데 혹 어떤 석가족 동자는 불에 발갛게 달군 화살촉으로 쏘아 쇠 독 하나를 뚫기도 하였고, 혹은 둘, 혹은 셋이나 넷, 다섯에 그쳤으나 태자는 그 발갛게 달군 화살 하나를 쏘아 일곱 개 쇠 독을 뚫었다. 쇠 독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사라나무 숲이 있었는데 그 살이 거기 떨어져 한 번에 그 숲을 다 태워 없앴다.

그 때 모든 석가족들은 또 이렇게 말했다.

‘두꺼운 것을 쏘는 기술에서도 태자가 이겼습니다. 이제는 한 번 내리쳐서 끊는 것을 시험합시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 가운데서 어떤 동자는 손에 날카로운 칼을 잡고 한 번 내리쳐 다라수 한 그루를 끊었고, 혹 둘, 셋 내지 넷, 다섯을 끊었으나 태자가 손으로 칼을 잡고 한 번 내려치자 일곱 그루를 끊었다. 그런데 그 다라수 일곱 그루는 끊기긴 했으나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러자 석가족들은 이런 말을 했다.

‘태자는 한 그루도 끊지 못했다.’

이 때 색계(色界)의 정거천들이 문득 사나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 그 나무를 넘어뜨렸다. 그 다음에 난타가 대 한 묶음을 가지고 태자 앞에 나왔는데, 그 안에는 안마에 쓰이는 쇠 막대를 몰래 꽂아 놓았다. 이것을 태자에게 바치자 태자는 이 대 한 묶음을 보고서 그 속에 철봉이 들어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많은 힘을 들이지 않은 채 왼손에 칼을 들고 한 번 찍어 싹 끊었다. 마치 장사가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한 줄기 대를 끊거나 화살 한 대를 끊

는 것 같았다. 태자가 안마 철봉을 끊을 적에 대묶음이라고만 생각하고 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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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칼을 잡고 힘도 들이지 않고 한 번 내리쳤는데 즉시 끊어진 것이었다.

그 때 모든 석가족들은 이런 말을 했다.

‘베고 끊는 시합에도 이미 태자가 가장 우수합니다. 이제 누가 가장 코끼리에 잘 뛰어오르고 내리는지 겨루어 봅시다.’

모든 석가족 동자 중에 어떤 이는 코끼리 코 앞에서 코끼리 등 위에 뛰어올랐고, 어떤 동자는 다리에서 뛰어 올랐고, 어떤 동자는 꼬리에서 뛰어올랐다. 그들이 뛰어오를 때 손에 썩 굵은 철봉을 쥐기도 하였고, 혹은 쇠바퀴나 철판이나 창이나 긴 칼을 쥐기도 하였으며, 왼손에 쥐고 뛰어올라서는 오른손에 옮겼다가 곧 땅에 던지기도 하였다.

태자가 뛰어오를 때는 돌아서서 뒤로 달려 코끼리 어금니를 밟고 정수리에 올라서서 왼손으로 철봉이나 쇠바퀴나 창이나 긴 칼 등 갖가지 무기를 쥐었다. 왼쪽에 쥔 것을 오른쪽에 던지고 오른쪽에 쥔 것을 왼쪽에 던지다가 땅에 내어 버렸는데, 석가족 동자들 중에 아무도 그를 따를 수 없었다.

그들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이번에는 말 위에서 기예를 겨룹시다.’

그들 가운데 어떤 동자는 손에 창을 쥐거나 화살을 잡고 뛰어서 한 말[馬]에서 둘째 말을 타고 창을 놀리고 칼을 놀리며 화살로 가락지를 쏘아 맞추기도 하고 맞추지 못하기도 하였다. 혹 어떤 동자는 두 말을 뛰어서 셋째 말에 타고……(중략)……쏘아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하였으며, 혹은 세 말을 뛰어 건너 넷째 말을 타고 쏘아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하였으며, 혹은 네 말을 뛰어 건너 다섯째 말을 타고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했다.

이 때 태자는 손에 창이나 활과 살을 쥐고 여섯 말을 뛰어넘어 일곱째 말을 타고 화살로 쏘아……(중략)……머리털 끝까지도 다 맞추었다.

이런 차례로 혹은 수레 위에서 민첩한 기능을 나타내 보이고, 혹은 곤두박질을 하는 등 이런 갖가지 재주를 나타내어 보였다. 음성을 시합하기도 하고, 혹은 노래와 춤도 시험하며, 혹 서로 조롱하고, 혹은 만담ㆍ해학ㆍ재담도 시합하며, 혹은 옷에 물들이는 시합이며, 혹은 진기한 보배와 진주들을 만드는 시합이며, 풀잎을 그리기며, 온갖 향을 화합하는 것이며, 장기ㆍ골패ㆍ바둑ㆍ쌍륙ㆍ창잡기ㆍ병에 살꽂기ㆍ메어치기ㆍ함정에서 뛰어넘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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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갖가지 기술을 빠짐없이 했는데, 이러한 기술 시합에서도 모든 것에 태자가 다 이겼다.

그 때 모든 석가족들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들은 이제 실달태자가 모든 기술에서 다 이겼음을 알았습니다. 이제 서로 씨름을 하여 누가 잘하나 알아봅시다.’

이 때 태자는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은 쌍쌍이 나와 각각 서로 씨름을 하였다. 이런 차례로 서른두 번째까지 모든 동자들은 씨름을 하고 나서 각각 쉬느라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다음에 아난타가 앞으로 나와 태자를 상대로 씨름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태자가 손으로 난타를 잡으려 하자마자 태자의 기운과 위덕의 힘 때문에 그는 견디지 못하고 곧 땅에 넘어졌다.

그 뒤 차례로 제바달다 동자가 앞으로 나왔다. 거드름을 빼는 마음과 아만한 마음 때문에 이제껏 실달태자와 비교가 될 만한 적이 없었음에도 위력을 겨루어 태자와 같은 등급이 되려 하였다. 몸을 일으켜 씨름판을 돌아 태자 앞으로 질주해 와서 태자를 메어치려 했다. 그러나 태자는 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편안히 마음을 써서 오른손으로 제바달다 동자를 잡고 걸으며 그 몸을 번쩍 들어 발이 땅에 닿지 않게 했다. 그리고 세 번 시합장을 돌고 공중에

세 번 돌렸는데, 그의 거만한 마음을 항복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해칠 마음은 내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조용히 밀쳐 땅 위에 눕혀 그 몸을 손상치 않게 하였다.

태자는 다시 말했다.

‘귀찮다. 너희들은 한 사람씩 와서 나와 씨름할 것 없다. 여럿이 동시에 다 대들어 나와 씨름하자.’

그 때 저 모든 석가족 동자들은 모두 다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고 각각 달려들어 태자를 치려고 하였다. 이 모든 동자들은 각각 손으로 쳤으나 그들은 이 태자의 몸에서 나오는 힘과 또 위덕의 힘 때문에 각각 어쩌지 못하고 땅에 거꾸러졌다.

그 때 석가족들은 다 기특한 마음이 나서 서로에게 말했다.

‘희유하고 희유합니다. 나면서부터 배워 익힌 것도 없이 오늘 이러한 갖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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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모든 기술을 냅니다.’

그 때 장내에 있던 구경꾼들은 모두 다 아우성 치고 갖가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구슬과 영락과 옷자락을 흔들었다.

허공 위에는 한량없는 모든 천인들이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시방 일체의 세계 가운데

힘 세고 용감한 모든 장사를

모두 다 힘으로 대적하는 조달(제바달다)도

태자의 거룩한 털 하나만도 못하네.

대인의 위덕의 힘은 끝도 없어라.

잠깐 손만 부딪쳐도 모두 넘어지네.

성자의 위신력이 넓고 크거니

너희들이 어찌 비기려느냐.

가령 움직이지 않는 수미산과

크고 작은 철위산(鐵圍)의 견고함과

또 시방의 모든 산까지라도

한 번 부딪치면 깨어져 티끌이 되네.

쇳덩이나 금강주(金剛珠)

그 밖에 모든 보배까지도

큰 지혜의 힘 앞에서는 가루가 되는데

하물며 보잘것없는 인간들이랴.

모든 하늘들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갖가지 꽃을 태자 위에 뿌리고 허공 가운데서 몸을 숨겼다.

이런 차례로 실달태자가 모든 기예에서 이기자, 정반왕은 태자가 지닌 기능이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것을 알았다. 자기 눈으로 이미 보았고, 마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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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확인해 알고 기뻐 뛰며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고 마음과 뜻이 유쾌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칙명을 내려 흰 코끼리에 영락을 장엄하게 하고 장엄이 끝나자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 태자가 흰 코끼리를 타고 성 안에 들어가게 하라.’

그 큰 흰 코끼리는 태자를 태우고자 성문에서 나왔다. 이 때 제바달다 동자가 성 밖에서 들어오다가 그 흰 코끼리를 보고 사람에게 물었다.

‘이 코끼리는 누구의 것이며 장차 어디로 가느냐?’

그 사람은 대답했다.

‘장차 성을 나가 실달태자를 태워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오려 합니다.

그 때 제바달다는 석가족이라는 호기에다가 종성이 높고 귀하여 교만함이 대단해서 힘센 것을 믿고 함부로 방탕하여 거리낌이 없었으며, 게다가 질투까지 심했다. 그는 코끼리 바로 앞에까지 달려가서 왼손으로 코끼리 코를 쥐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한 번 치자 코끼리는 단번에 땅에 거꾸러져 세 번을 뒹굴다가 곧 목숨을 마쳤다. 흰 코끼리가 땅에 누우니 그 성문에는 뭇 사람의 왕래가 막히고 출입하는 도로가 막혀 통과할 수 없었다.

조달이 지나가고 난 뒤를 이어 난타라는 동자가 와서 성 안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흰 코끼리가 죽어 성문에 누웠는데 몸이 커서 도로가 막혀 모든 인민들이 지나갈 수 없음을 보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

사람들은 대답했다.

‘이 큰 코끼리는 제바달다가 죽인 것입니다. 왼손으로 코를 잡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치자 단번에 땅에 넘어져 세 번 돌다가 목숨이 끊어졌습니다.’

난타는 생각하였다.

‘제바달다 동자가 자신의 힘을 시험하고자 흰 코끼리를 죽였구나. 그러나 이 코끼리는 몸이 너무 크고 엄청나서 성문을 더럽히고 사람의 출입을 방해하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그 코끼리 꼬리를 잡고 문에서 7보쯤 끌어냈다.

그 난타 뒤에 태자가 와서 성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흰 코끼리가 성문에 있는 것을 보고 모든 행인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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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코끼리를 죽였느냐?’

여러 사람은 대답했다.

‘제바달다가 한 번 쳐서 죽였습니다.’

태자는 말했다.

‘제바달다는 이렇게 착하지 못한 짓을 했구나. 무슨 까닭으로 죽였는가?’

태자는 또 물었다.

‘누가 문에서 끌어내었느냐?’

뭇 사람은 또 말했다.

난타 동자가 오른손으로 코끼리 꼬리를 잡고 문에서 7보쯤 끌어냈습니다.

태자는 다시 말했다.

‘착하다, 난타여. 좋은 일을 했구나.’

태자는 생각하였다.

‘그들 두 사람은 비록 자기들의 기력을 나타냈으나 이 코끼리 몸은 매우 크고 엄청나서 뒤에 썩게 되면 냄새가 이 성에 진동하리라.’

그리고는 왼손으로 코끼리를 들고 오른손으로 받쳐서 공중으로 성 밖에 내던지니 일곱 겹 담장을 넘고 일곱 겹 참호를 지나 떨어졌다. 성에서 1구로사를 지나 코끼리가 떨어진 땅에는 큰 구덩이가 패였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코끼리가 떨어진 구렁[象墮坑]이라 하는 것이 곧 이곳이다.

그 때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중생들은 일시에 부르짖었다.

‘희유하고 희유하다. 이와 같은 일은 매우 괴이하도다.’

또 각각 외쳤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대인 대사여, 희유하고 희귀하옵니다. 아직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게송을 읊었다.

조달이 흰 코끼리를 때려 죽이자

난타는 7보쯤 문에서 끌어냈고

태자는 손으로 허공에 들어 올려

흙덩이 던지듯 성 밖으로 내던졌다네.

 

그 때 대신 마하나마는 태자의 모든 기술과 뛰어나고 묘한 지혜와 능력이 가장 상수가 됨을 보고 이런 말을 하였다.

‘태자시여, 저의 참회를 받으소서. 제가 먼저 태자님이 여러 가지 기술과 예능을 모른다고 의심을 내어 딸을 주지 않았으나 저는 이제 다 알았으니 부디 제 딸을 받아 비를 삼으소서.’

그 때 태자는 좋은 날 길한 때를 가려 자기 집안의 재력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하여 대왕의 세력과 대왕의 위엄을 가지고 야수다라를 맞아들였다. 야수다라는 모든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또 5백의 채녀들이 궁에 따라 들어온 뒤 함께 5욕락(欲樂)을 즐겼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었다.

대신의 딸 야수다라는

이름이 드날려 온 나라가 다 알았네.

좋은 날을 가려 비로 취하여

궁 안으로 맞아들였네.

태자가 함께 욕락(慾樂)을 누리니

마음껏 즐기느라 싫증을 몰랐네.

마치 교시가 천주(天主)가

사지(舍脂) 부인과 노는 양 같네.”

어느 때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에 존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 여래시여, 어째서 오래전 처음 야수다라를 맞으려 할 때, 대가(大家)에 났다 해서, 종성(種姓)이 크다 해서, 부귀하고 재물이 많다 해서, 단정하고 아름답다 해서 취한 것이 아니라 오직 기예를 나타내어 야수다라를 맞아 비를 삼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잘 들으라. 야수다라를 내가 취함에 대성이나 부호였기 때문이 아니며……(중략)……단정했기 때문도 아니며 오직 기예를 써서 취했는데, 그것은 비단 지금뿐만 아니라 지난 옛적부터 그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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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타이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한량없는 세상을 지난 그 때 바라내성에 쇠로 세공(細工)을 잘하는 장인이 한 사람 있었다. 그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단정하고 어여쁘며 몸이 바르고 얼굴이 훤칠하기 세상에 짝이 없어 모든 사람이 공경하고 사랑했었다.

그 때 그 바라내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 아들이 어여쁘고 단정함이 앞서 말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느 때 그 장자의 아들이 그 철 세공하는 장인의 딸이 다락 위 창 안에서 얼굴을 내밀어 밖을 향해 보는 것을 보았다. 그 장자의 아들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마음속에 이 여자를 기억하고 속히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어느 세공장이의 집에 딸이 하나 있으니 제 마음에 탐이 나고 사랑하여 아내로 맞고자 합니다.’

그 부모는 말했다.

‘너는 이제 그런 철 세공장이의 딸을 취해 우리 가문을 더럽히려 말라. 내가 달리 장자의 딸이나 대신의 딸이나 거사의 딸을 찾아서 너의 처를 삼아 주리라.’

그러나 장자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영원히 다른 여자를 저의 아내로 삼지 않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직 이 세공장이의 딸만 취하고자 합니다. 만약 이 여자로 아내를 삼지 못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몸을 해쳐 마침내 죽고 말겠습니다.’

그 때 그 부모는 아들이 죽을까 두렵고 걱정이 되어 곧 철 세공장이를 불러 그 집에 오게 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그대의 딸을 이제 내 아들에게 출가시켜 아내를 삼도록 하라.’

그러나 그 세공장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세공장이가 아니면 혼인을 맺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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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들의 부모인 장자가 말했다.

‘어진 사람아, 왜 세공장이와 혼인을 맺겠다고 하는가? 그대의 딸이 기한(飢寒)에 고생할까, 의식이 풍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

세공장이는 또 말했다.

‘그런 줄은 압니다만, 같은 무리의 사람을 찾을 뿐입니다. 만약 세공할 줄 안다면 나는 그에게 딸을 줄 것입니다. 가령 큰 재물은 없더라도 세공 기술만 있으면 집의 형편을 따라서 나는 그에게 딸을 줄 것입니다.’

그의 부모는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곧 아들에게 그가 말한 대로 일러 줬다.

그러나 장자의 아들은 이미 그녀와 마음이 맞았고, 또 세공하는 기술을 알고 있는지라 정미로운 마음과 세밀한 뜻으로 쾌히 바늘을 만들었다. 또 다른 시각에 많은 바늘을 만들어 기름으로 씻어 깨끗하고 반짝이는 바늘로 큰 묶음을 만들어 대통 안에 넣어 가지고 그 철 세공장이 집의 거리 가까이 이르자 길가에서 그 바늘을 팔면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껄끄럽지 않고 매끄러운 쇠라

깨끗이 씻어서 밝게 빛나네.

솜씨 좋은 이가 만든 물건이로세.

그 누가 이 바늘을 사려는가.

그 때 그 철 세공장이의 딸이 다락 위 창문 안에서 장자 아들의 게송을 듣고 게송으로 장자의 아들에게 대답했다.

에라, 이 미친 사람아.

그대는 아무 생각도 없구나.

철 세공장이 집에 갑자기 와서

바늘을 팔겠다 외치는구나.

그 때 장자의 아들은 또다시 게송을 읊어 그녀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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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쁘고 단정한 아가씨여

나는 참으로 미친 게 아니다.

본래 솜씨 좋고 지혜로운 사람이라

바늘을 잘 만들어 낸다네.

그대 아버지가 만약 내가

이런 일 묘하게 하는 줄 알면

반드시 그대를 내 아내로 줄 것이요

겸하여 한량없는 재물도 보내리.

그 때 철 세공장이의 딸은 장자 아들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얼른 그 부모 앞에 가서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여, 들으십시오. 밖에 어떤 사람이 와서 저러한 게송을 부모님을 향해 부르고 바늘을 잘 만든다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 때 철 세공장이 부모는 그 장자의 아들을 불러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물었다.

‘훌륭하다, 동자여. 그대가 참으로 바늘을 잘 만들 줄 아는가?’

그는 대답했다.

‘매우 잘 할 수 있습니다.’

철 세공장이는 또 말했다.

‘그대의 바늘을 내 보아라. 내 시험해 보리라.’

그러자 장자의 아들은 대통 속에서 바늘을 한 개 빼어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것을 한 번 보시오.’

그러자 철 세공장이는 바늘을 보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

‘훌륭하다, 동자여. 그대는 바늘을 잘 만들었구나. 구멍 뚫는 솜씨가 대단히 능숙하구나.’

그 때 그 동자는 대통에서 나온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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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고 나서 또 찬탄했다.

‘대단히 잘 뚫었구나.’

동자는 또 말했다.

‘이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또 더 나은 것이 있습니다.’

세 번째 또다시 바늘 하나를 내어 그에게 보였다.

철 세공장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말로 좋다고 칭찬했다.

그 장자의 아들은 또 말했다.

‘이것은 아직 정미로운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이 있습니다.’

네 번째도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이자 그는 보고 나서 또 찬탄했다.

‘매우 좋다.’

동자는 또 말했다.

‘이것도 아직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가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이자 철 세공장이는 또 말했다.

‘잘 만들었다, 잘 뚫었다.’

그 동자가 이것도 정밀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여섯 번째 다시 바늘 하나를 내보이자 그는 또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가장 우수하고 가장 묘하다. 바늘귀를 가장 잘 뚫었구나.’

그 때 장자의 아들은 도로 그 바늘을 받아 손 위에 놓고 하나하나 차례로 물 속에 던졌으나 바늘은 다 물 위에 떴다. 그 때 철 세공장이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희유한 광경을 보고 기뻐 뛰며 장자의 아들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나는 아직 이런 일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네.

이렇게 바늘을 잘 만드는 사람을.

이제 기쁜 마음으로

내 딸을 너에게 주리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우타이여, 아는가? 그 때 장자의 아들이 지금 나의 몸이고, 철 세공장이의 딸은 지금의 야수다라이다. 그 때도 내가 그를 아내로 삼는 데는 큰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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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서도 아니고 종성이 좋아서도 아니고……(중략)……단정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교묘한 기술을 시험해서 얻은 것이다. 지금도 그러하여 야수다라는 종성이나 단정함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중략)……기예로 얻은 것이다.”

 

14. 상식납비품(常飾納妃品) ①

“그 때 석가족 동자들은 모두 단정하고 유난히 묘하기 세상에서 짝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흠앙을 받았으며, 아울러 글씨 쓰기와 그림, 산수, 도장 파기, 소리를 듣고 알아맞히기, 여러 신(神)들을 부르기, 활쏘기 등 모든 기예를 남보다 앞서 통달하여 그들을 이길 자가 없었다. 그들은 모든 기예를 다 알고 민첩하고 솜씨 좋고 총명하고 영리한데, 그 동자들 가운데서 실달다가 가장 수위요, 둘째가 난타이며, 셋째는 제바달다였다. 이 세 동자 외에는 뛰

어난 자가 없었다.

그 때 가비라성 안에 석가족 대신이 하나 있었는데, 성은 단다(檀茶)요 이름은 파니(波尼)였다. 그는 큰 부자라서 돈과 비단이 풍족하고 모든 것을 구비하였으되 법답게 얻은 것이요, 이치에 어긋나게 구한 것이 아니었다. 5곡과 7보가 산과 같이 쌓였고, 두 발 네 발 가진 짐승과 코끼리ㆍ말ㆍ소ㆍ양과 모든 노복이며 일꾼들과 모시는 사람들이 저절로 가득 차 넘쳤다. 게다가 한량없는 금ㆍ은ㆍ유리ㆍ마니ㆍ진주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 등 이런 보배가 필요한

대로 마음에 흡족할 만큼 모자람이 없었다. 그 대신의 집은 마치 비사문궁과 다름이 없었으며, 그에게 딸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은 구다미(瞿多彌)였다. 그녀는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었으며, 작거나 크지도 않고 살찌거나 야위지도 않고 희거나 검지도 않으며 딱딱하거나 섬약하지도 않아서 어릴 때부터 국내의 보배라고 일렀다.

그 때 정반왕은 그 국내의 석종 대신 단다파니에게 이런 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길일을 가려서 모든 국사 바라문들을 불러 파니 대신의 집에 가 이런 말을 하게 했다.

‘그대에게 구다미라는 딸이 있다고 들었노라. 그녀를 내 태자 실달에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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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비를 삼게 하라.’

난타의 아비도 단다파니 대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또 실달태자가 맞아 비를 삼으려 한다는 것을 듣고 역시 사람을 시켜 단다 대신에게 일렀다.

‘그대의 구다미를 나의 아들 난타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 하라. 만약 주지 않는다면 나는 반드시 그대에게 손해를 주리라.’

제바달다도 단다파니 대신에게 딸이 있는데 실달태자가 맞아 비를 삼으려 한다는 것을 듣고 역시 사람을 보내 단다에게 일렀다.

‘그대의 구다미를 이제 출가시켜 나의 처를 만들라. 만약 나에게 주지 않는다면 그대에게 큰 화를 입히리라.’

그 때 단다파니 대신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들 석가족 동자 세 사람은 다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으며 모든 기예를 다 각각 갖추었는데, 그 중에 실달태자가 첫째 가고, 그 다음에 난타요, 제바달다는 셋째가 아닌가. 내 딸은 하나뿐이니 이제 실달태자에게만 준다면 그 두 동자가 반드시 나와 큰 원수를 맺을 것이다. 그렇다고 난타에게 줘도 실달다나 제바달다와 틈이 생길 것이며, 만약 제바달다에게 준다 해도 실달다와 난타에게 원수를 맺을 것이다.’

단다파니 대신은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근심 걱정에 싸여 안색이 온화하지 못한 채 앉아서 ‘나는 이제 어떤 방편을 쓸 것인가?’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 때 구다미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 곁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어째서 즐거움 없이 근심에 잠겨 앉아 계십니까?’

아버지는 구다미에게 일렀다.

‘너 구다미야, 아무것도 묻지 말라. 네가 알 일이 아니다.’

그녀가 다시 물었으나 아버지는 대답했다.

‘네가 들을 것이 아니다.’

세 번째 또 물었으나 그 대답은 앞에서와 같았다.

네 번째 그녀는 거듭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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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반드시 이 딸에게 말해 알게 하시고 숨기지 마소서.’

단다파니 대신은 딸이 네 번씩이나 간절히 묻자 그녀에게 대답했다.

‘너 구다미야, 세 번이나 나에게 물었으니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 말하리라. 이제 정반왕이 사람을 보내 ‘너의 딸 구다미를 나의 태자에게 출가시켜 비를 삼게 하라’ 하고, 난타 동자도 사람을 보내 구다미로 처를 삼으려 하면서 만약 주지 않는다면 나에게 손해를 보인다고 하며, 제바달다도 사람을 보내 구다미를 아내로 삼겠다 하면서 만약 주지 않는다면 화를 당하게 하리라 한다. 그 세 사람이 사람을 보내 이렇게 너를 요구하니 내가 듣고 이렇게 생각

하고 고민하노라. 태자 한 분에게 주면 곧 두 동자는 나와 원수를 맺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슬퍼서 즐거움 없이 근심에 싸여 앉았노라.’

그 때 구다미는 부친에게 말했다.

‘아버님 아무 걱정 마옵소서. 제가 지혜로운 방편을 써서 반드시 한 사람만 저의 주인으로 삼겠으니 아버님은 그저 이 딸이 하는 대로 놓아 두소서. 제가 스스로 출가하겠습니다.’

단다파니 대신은 구다미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곧 왕에게 보고했다. 그런 뒤에 이어 가비라성 네거리 길목에서 요령을 흔들며 멀리, 또는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 광고했다.

‘오늘부터 7일째 되는 날 구다미라는 석가족 딸이 스스로 출가하겠다고 한다. 누구든지 취하고자 하는 사람은 6일이 지나고 7일째 되는 날 함께 모이라.’

이 말을 들은 지 7일째 되는 날 5백의 석가족 모든 동자들이 실달을 비롯해 다 궁문에 모였다. 그리고 정반왕은 모든 석가족 원로 대신들을 거느리고 또 한량없는 남녀노소가 다 궁문에 모였다.

실달의 모든 시종들과 그 밖에 동자의 시종들도 다 함께 구다미가 누구를 남편으로 취하는가를 구경했다.

그 때 석가족의 딸 구다미는 6일이 지나고 7일째 이르자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갖가지 미묘한 향을 몸에 바르고, 또 갖가지 잡색 의복을 입고,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다시 갖가지 향기로운 꽃관을 썼다. 그리고는 많은 시종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였으며, 또 유모와 궁감(宮監)과 부령(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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領)들의 인도로 앞뒤에 호위를 받으며 점점 궁문에 이르러 조용히 걸어서 궁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 중에 난타와 제바달다가 가장 상수가 되었으며, 모두가 이른 아침에 향탕으로 목욕하고 갖가지 향을 몸에 바르고 여러 가지로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장식하였다.

그런데 오직 실달만은 몸치장을 하지 않고 보통 옷을 입은 채 귀걸이만 달고 머리에 세 겹의 가는 금으로 만든 꽃관을 썼다.

그 때 구다미의 한 유모가 구다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가는 누구를 취하여 남편을 삼고자 하느냐?’

구다미는 차례로 5백 동자를 둘러보고 유모에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잘 보시오. 이 모든 동자들은 매우 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여 마치 부녀자 같습니다. 여자인 내 생각과 소견으로는 이 모양은 다 겁약하여 남아 대장부의 상이 아닙니다. 이런 것은 부녀자들이 교태를 부리는 장식이요, 남아는 몸을 장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부상이란 스스로 복식이 있습니다. 실달태자는 자신의 위광만 있을 뿐,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지 않았고 바깥 물건을 빌려 꾸미지 않았지만 스스로 안에 윤택한 장부의 상이 있습니다. 그

런 까닭에 내 마음에는 실달로써 남편을 삼고자 합니다.’

그 때 구다미는 오른손으로 수마나(須摩那) 꽃다발을 들고 대중 앞을 두루 지나서 실달앞에 이르러 그것을 태자의 목에 걸고 나서 목을 안고 이런 말을 했다.

‘실달태자여, 나는 이제 당신을 나의 남편으로 삼고자 합니다.’

실달은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그대의 말과 같다.’

태자는 도로 수마나 꽃다발을 그녀 구다미의 목에 걸어 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제 그대를 비로 삼겠으니 그대는 이제 나의 비가 되어 주시오.’

그 때 정반왕은 이와 같이 희유한 일을 보자 기쁨이 온몸에 가득 차서 한량없이 뛰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임 가운데 있던 사람들 중 혹 마음속으로 실달을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들 큰 소리로 외치며 뛰어오르고 구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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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부르고 크게 기뻐하고 크게 즐겨 영락과 의관을 가지고 춤추고 놀았다.

그 밖의 석가족 5백 동자들 및 그 시종들과 두루 에워쌌던 그들의 권속들은 얼굴빛을 잃고 무참할 뿐이었다. 그들은 빛이 없이 다 기뻐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 각각 슬퍼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돌아갔다.

이 때 실달은 마음에 드는 모든 진기한 보배와 재물로 온갖 예식에 쓸 것을 빠짐없이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갖가지 가장 묘한 영락으로 구다미의 몸을 찬란하게 장식하고 채녀 5백 명을 보내 에워싸고 궁중으로 맞아들여 비를 삼고는 5욕락을 즐겼다.”

 

 

 

불본행집경 제1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4. 상식납비품 ②

그 때 세존께서 처음 성도하신 뒤에 우타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전에 구다미 석가족 딸이 어떤 인연이 있었길래 다른 동자들을 버리고 꼭 여래를 남편으로 삼아 마음으로 즐겼습니까? 어찌하여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듣거라. 그 구다미 석종의 딸이 모든 석가족 동자를 싫어하고 나를 좋아한 것은, 금세뿐만 아니라 저 과거세에도 또한 그러했다. 그들 석가족 모든 동자들을 취하지 않고 나를 맞아 남편을 삼았다.”

우타이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소서. 저는 이제 기꺼이 듣겠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가 기억하건대 지난 옛날 저 설산 밑에 온갖 종류의 한량없는 짐승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마음대로 먹을 것을 취하였다.

그 때 그 짐승들 가운데 암범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잘 생기기 짝이 없었고, 모든 짐승들 가운데 비길 자가 없었다. 그 범이 이렇듯 고운 털빛을 빛내며 저 한량없는 짐승들 중에 짝이 될 만한 자를 찾았더니 각각 다들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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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따라오라. 너는 나를 따라오라.’

다시 모든 짐승들이 서로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잠깐 기다리라. 서로 다투지 말고 저 암범에게 스스로 누구든 골라서 짝을 짓도록 하자. 그는 우리들의 왕이다.’

그 때 모든 짐승 가운데 소의 왕이 있어 그 암범에게 나가 게송을 읊었다.

세상 사람들은 다 내 똥을 취하여

땅에 바르고 청정하다고 하네.

그러니 어여쁘고 어진 암범이여,

마땅히 나를 취해 남편을 삼으라.

그 때 암범은 소왕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 목덜미는 매우 높고 커서

겨우 수레를 메고 보습이나 끌지

어찌 그런 추한 몸으로

나의 남편이 되려 하느냐.

그 때 큰 흰 코끼리 한 마리가 암범 앞에 나가 게송을 읊었다.

나는 설산의 큰 코끼리 왕이라

싸움에 나가도 지는 법 없다네.

내게 이렇게 큰 위력 있거니

그대는 왜 내 아내가 안 되느냐.

이 때 암범은 또 게송으로 답했다.

그대는 사자 왕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담이 서늘하여 놀라 도망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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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오줌을 싸면서 어지러이 갈 것이

어찌하여 내 남편이 될 수 있겠느냐.

그 때 그 가운데 모든 짐승의 왕 사자가 있어 그 범 앞에 나가 게송을 읊었다.

그대는 이제 내 모습을 보라.

앞은 넓고 크며 뒤는 가늘다.

이 산중에서 마음대로 살며

다른 모든 중생을 보호한다.

나는 이 모든 짐승 가운데 왕이니

나를 이길 자 아무도 없노라.

만약 나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모든 짐승은 다 도망친다네.

나에게 이런 힘과 용맹이 있거니

위신이 매우 큼은 말할 것도 없네.

그러니 어진 범아, 너는 알리라.

나를 위해 아내가 되어 다오.

그러자 암범은 사자 왕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용맹스런 큰 힘과 그 위신

몸의 형상도 매우 단정하오.

이렇게 나는 남편을 얻었네.

반드시 받들어 정성껏 섬기리.”

그 때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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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 1142] 쪽

“너 우타이는 알았으리라. 그 때 모든 짐승의 왕 사자는 내 몸의 전신(前身)이고, 그 때 암범은 지금 석가족 구다미의 전신이며, 그 때 모든 짐승이란 현재 5백 석가족 동자들의 전신이다. 그 때도 구다미는 이미 모든 짐승을 싫어하여 뜻에 원하며 즐기지 않고 내 게송을 듣고 곧 내 아내가 되었듯, 오늘도 그러하여 모든 5백의 석가족 동자를 버리고 그들을 싫어하고 나를 취해 남편을 삼은 것이다.”

“그 때 정반왕은 그 태자를 위하여 세 가지 궁을 세웠는데, 태자를 그곳에 붙들어 두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궁의 모든 채녀들은 초저녁[初夜]에 태자를 모시고, 두 번째 궁의 모든 채녀들은 밤[中夜]에 태자를 받들고, 세 번째 궁의 모든 채녀들은 늦은 밤[後夜]에 태자를 시봉했다.

그 중 첫 번째 궁에는 야수다라가 가장 상수(上首)가 되어 2만의 채녀들이 에워싸 모셨고, 두 번째 궁에는 마노다라(摩奴陀羅)[수나라 말로는 의지(意持)라 한다.]가 상수가 되었다.[어떤 논사들은 ‘이 마노다라 비(妃)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었을 뿐 현재와 과거의 인연은 알려진 바 없다’고 말했다.]1)

세 번째 궁에는 구다미가 상수가 되어 이런 차례로 태자를 시종하였는데, 모든 채녀들은 합하여 6만이나 되었다.[또 어떤 논사는 말했다. ‘태자를 모시는 모든 채녀들은 세 궁을 합하여 10만이 있었는데, 2만은 다 석가 찰제리종이고, 나머지 8만은 모두 잡종성의 여자들이었다.’고 말했다.]2)

그 때 정반왕은 아사타 선인의 말을 기억했기 때문에 궁 안에 다시 큰 전각을 별도로 지었다. 그 전각은 마치 가을 구름에 노을빛이 서린 것같이 지어져 참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하게 꾸몄으며, 언제든 때에 맞게 쾌락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굽은 난간이며 복도들은 한 곳도 치우치지 않고 반듯했으니, 무슨 까닭이냐 하면, 태자가 여기저기 거닐고 노닐 때 모든 탁하고 더러움을 볼까 두려워해서였다.

또 그 안에는 색다른 온갖 음악을 갖추었는데 각각 천 가지씩 되었다. 그 가운데는 공후 천 대, 쟁(箏) 천 대, 5현금 천 대, 작은북 천 대, 축(筑)

 

 

1) [ ] 속이 고려대장경에는 본문으로 되어 있으나 주의 내용이 분명하므로 원주로 처리하였다.

2) 위의 각주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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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대, 거문고 천 대, 비파 천 대, 세고(細鼓) 천 대, 대고 천 대, 젓대 천 자루, 생(笙) 천 자루, 동발 천 대, 퉁소 천 자루, 필률(筆篥) 천 자루, 호(箎) 천 대, 소라 천 개가 있었다. 이러한 악기들이 천 가지며, 천 가지 노래와 천 가지 춤으로 그 손과 소리가 항상 궁내에 밤낮으로 끊임이 없었으며, 마치 큰 구름 속에서 은은히 매우 깊은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태자는 가장 묘하고 가장 우수한 채녀 만 명 가운데 앞뒤로 에워싸여 모든 쾌락과 공경과 시봉을 받았다. 그들 모두는 다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했으며, 또 금 팔찌와 7보 가락지를 손과 팔에 끼고 음성을 냈는데, 마치 제석천왕이 모든 옥녀(玉女)들과 오락을 누리는 것과 같았다. 노래와 춤이 가장 묘하고 말과 자태가 아리따워 서로 보고 웃으며 서로 안고 서로 어르며 서로 보고 곁눈질하여 혹은 기웃거려 옆으로 돌아보며 혹 목을 틀고 보며

이마를 예쁘게 찌푸리며 교묘하게 눈을 깜작거려 다섯 빛깔이 화려하고 네 눈이 고왔다. 그들은 태자가 기쁘고 즐겁게 놀면서 멀리 궁 밖에 나가 놀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석천왕이 옥녀들과 놀듯 하였다.

태자는 이렇게 보석 같은 여자들 속에서 모든 환락을 누렸고,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여러 채녀들은 5욕을 잘 알아 항상 태자가 탐닉하고 즐겨 다시 궁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 정반왕은 태자에게 모든 공덕을 더하려고 고행을 행하여 모든 사악한 법을 끊고 모든 선법을 행하였으며, 모든 물건을 보시해서 복업(福業)을 지었다. 고행을 갖추어 행한 이 선근을 태자에게 돌려, 모든 공덕을 더 길러 태자가 출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므로 이런 게송이 있었다.

대왕은 태자의 공덕을 기르고자

또 아사타가 수기한 것 때문에

고행으로 모든 악을 버리고 조복하시며

항상 지혜로운 신하와 함께 앉아 생각하시네.

이런 차례로 부왕의 궁 안에서 오직 태자 한 사람만이 5욕이 구족하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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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하고 소일하며 마음대로 놀면서 10년이 다 차도록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 때 남쪽으로 마가타국에 대왕이 하나 있었으니, 성은 전련니(羶連尼)요 이름은 빈비사라(頻婆娑羅)였다. 그는 원적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항상 근심을 품어 모든 신하들을 모아 놓고 노상 서로 이렇게 의논했다.

‘너희 모든 신하들아, 출입하고 왕래할 때 경계 안팎을 잘 살펴 나보다 나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하라. 만약 나보다 나은 사람이면 그가 와서 내 왕위를 빼앗을까 두렵구나.’

그러자 모든 신하들은 두 사람을 뽑아 국경을 순찰하게 했다.

그 두 사람은 왕의 칙명을 듣고 나서 자기네 경계 안과 이웃 경계를 두루 돌다가 돌아가고자 할 때 어떤 사람의 말을 들었다.

‘여기서 북쪽으로 크고 높은 설산(雪山)이 있고, 그 산기슭에 특별한 족성이 있으니 석가(釋迦)라 한다. 그 족성에 새로 한 동자가 태어났는데, 그 사람은 단정하여 날 곳을 잘 택했으며, 성씨도 으뜸인 데다가 권속도 부유하고 강건하여 모든 것이 구족하며, 몸에 32장부상과 80종호를 갖추었다.

그가 나던 날 상을 잘 보는 바라문들이 이렇게 수기하였다.

(이제 이 동자 몸에는 32상과 80종호가 구족해 있어 분명히 빛나니, 그가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통솔하고 10선(善)으로 백성을 교화할 것이며 7보가 충만하고 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자연히 항복받을 것이요, 만약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면 마침내 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어 10호가 구족하며……(중략)……청정한 범행을 설할 것이다.)’

그 사람들은 도로 돌아와 빈비사라왕에게 들은 대로 이 일을 아뢰고 나서 말하였다.

‘대왕이여, 그런 까닭에 그가 어렸을 때 속히 군사를 일으켜 그 동자를 없애서 뒤에 와서 우리들 대왕의 자리를 빼앗지 못하게 하소서.’

마가타 빈비사라왕은 그 두 사람에게 일렀다.

‘경들 두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너희들 말과 같다면 그 동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법답게 다스릴 것이니, 나는 공경히 받들어 따를 것이며, 그 위신을 입어 우리들도 낙을 누리며 편안히 다스릴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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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가 출가하여 성불한다면 자비와 연민으로 중생을 제도할 것이니 우리들은 그에게 법을 받는 성문(聲聞) 제자가 되리라. 이제 이런 두 가지 과보의 복된 인연을 관찰하니 그에게 가해할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겠다.”

그 때 정반왕은 태자가 살고 있는 궁전 둘레에 작은 성[子城]을 별도로 만들어 문을 하나만 내놓고 이름은 들짐승이라 하였다. 그 문 밑에는 기계를 설치하여 5백 명이 붙들고 옹위해야 그 문짝을 여닫을 수 있고 그 소리가 반 유순까지 들리게 했다. 둘째 궁전에도 역시 문이 하나뿐인데 빗장과 열쇠 자물쇠에는 모두 기계를 장치하여 여닫을 때는 3백 명이 있어야 하고, 그 소리는 1구로사까지 들리게 했다. 다음에 내궁에 이르러 태자 좌전(坐殿)에도 문

이 하나 있는데, 자물쇠와 빗장에 또 기계를 달아 여닫을 때 2백 명이 있어야 하고, 방비를 더욱 엄중히 하여 인간에 비할 나위도 아니고 그 소리도 반 구로사까지 들렸다.

그 세 곳의 문 안팎에는 다 장사들을 늘어 세워 지키게 했는데, 몸에 투구와 갑옷을 입어 날래고 굳세며, 손에는 화살ㆍ도끼ㆍ긴 칼ㆍ검ㆍ창ㆍ3지창ㆍ철퇴ㆍ철봉ㆍ쇠바퀴 등 갖가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엄하게 궁궐문을 지킨 이유는, 태자가 집을 버리고 성을 넘고 출가하여 산숲으로 도망할까 두려워해서였다.”

 

15. 공성권염품(空聲勸厭品)

“그 때 허공에는 작병(作甁)이라는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이 태자가 10년 동안 궁 안에서 5욕락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 호명보살 대사는 오랫동안 궁중에 있으면서 모든 5욕락을 누렸는데, 거기에 탐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 5욕 때문에 마음은 술 취한 듯 거칠고 미혹하며, 정(情)은 제멋대로 넘쳐 흐르니, 백 년이 빠르고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호명보살은 이제 각성하여 빨리 버리고 출가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만일 먼저 그를 위하여 싫어하고 떠나게 할 상을 짓지 않으면 그는 탐닉에서 깨어나 출가할 마음을 내지 않으리라. 그러니 나는 이제 마땅히 그

일을 도와 성취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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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작병 천자는 밤중에 게송을 읊었다.

제 몸이 얽혔으면서 남을 풀어 주려 함은

장님이 뭇 장님을 끌고 가는 격이라네.

자기 몸부터 해탈해야 남을 면해 주나니

눈 있는 자가 남을 인도함과 같네.

착하다, 어진 이여. 이제 한창때

빨리 출가해 발원했던 것 성취하여라.

마땅히 하늘과 인간을 이익되게 하리니

5욕을 행하는 자는 싫어할 줄 모르네.

6진(塵) 경계에 빠지면 버리기 어려우니

세간을 벗어나는 큰 지혜 행하는 이라야

이 5욕이 싫어 떠나리니

그러므로 어진 이여, 이제는 버리라.

중생에게 번뇌의 병 하도 많으니

당신이 마침내 큰 의사 되시라.

갖가지 묘한 법약 설하는 왕이 되어

열반의 언덕으로 빨리 데려가시라.

무명의 어두움이 가리고 덮여

모든 견(見)의 그물이 갖가지로 얽혔네.

지혜의 큰 등에 속히 불을 밝혀서

천상과 인간들 빨리 정안(淨眼) 얻게 하라.

그 때 공중에서 작병 천자가 이 게송을 읊고 나자 위신(威神)에 감동되어 권하는 인연을 내었다. 또 태자가 숙세에 지은 선근 복덕의 힘 때문에 궁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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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는 채녀 악사들의 음성 가곡도 5욕을 따르지 않고 오직 열반에 머물러 법을 지니고 믿고 이해하는 미묘한 소리만을 전하게 되었으며, 저절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세상 일은 항상한 것 없어서

구름 속에서 번개가 치듯 하네.

존자여, 이제 때가 되었으니

마땅히 집을 버리고 출가하소서.

일체의 행은 항상함이 없어서

기왓장이나 질그릇 같소.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것 같고

마른 흙으로 성을 쌓는 것 같소.

오래잖아 문득 깨어지고 무너져

마치 여름의 진흙 벽 같고

강(江)의 양쪽 모래언덕 같아서

인연으로 생긴지라 오래가지 못하오.

마치 등잔에 이는 불꽃이

일었다가 빨리 꺼지듯

바람이 잠시도 머물지 않듯

급하고 빨라서 잠시도 머물지 않소.

항상 진실함이 없어서

마치 파초의 속과 같소.

꼭두각시가 사람의 마음을 속이듯

빈주먹으로 어린이를 꾀임과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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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모든 행이란

다 인연으로 생긴 것이라

각각 인연이 있다는 것을

어리석은 이들은 알지 못하오.

마치 사람이 새끼줄을 꼴 때

손과 나무로 인연을 이루듯

씨앗이 인(因)이 되어 싹이 나오듯

씨앗이 없으면 싹은 안 나오.

인과 연이 서로 떠나면 이루지 못하고

항상한 것도 무상한 것도 아니네.

모든 행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생기나

그것은 무명에도 머물지 않네.

무명 또한 그것 아니라

본성은 본래 공적하다오.

생멸(生滅)이 체(體) 없음은

도장 찍어 나타난 글자와 같소.

저것도 아니며 저것을 떠남도 아니라

모든 행은 모두 이와 같다네.

눈[眼]은 색(色)을 떠나지 않으니

식(識)은 안(眼)과 색(色)을 인(因)하여 나오네.

이 세 가지는 서로 떠나 있지 않고

그렇다고 진실한 것도 아니라네.

정법(淨法)ㆍ부정법(不淨法)이 다 공한데

눈 등은 분별에서 생한다네.

이 전도된 분별은

모두 다 식(識)에서 나온 것이라네.

만약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

식이 생긴 데를 따져 본다면

그것이 가고 옴이 없음을 알 것이며

나도 환술로 만들어 낸 것임을 알리라.

양쪽에 나무를 잡고 불을 낼 때

셋째의 손이 인(因)이 되나니

만약 이 세 가지 인(因)이 없으면

불을 피워 쓰지 못하리.

지혜로 그것을 찾으려 해도

그것 또한 가고 옴이 없고,

여러 곳을 두루 찾아봐도

불이 가고 옴을 보지 못하오.

음(陰)과 입(入)과 모든 계(界)는

탐ㆍ치의 업을 인해 생긴 것이라.

화합의 인(因)으로 여럿이 생기나

진여에는 여럿이 생하는 일 없다네.

목과 입술과 입과 혀로

모든 글자를 내지만

글자는 목이나 입술이 아니며

그것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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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이 화합하기 때문에

말을 낼 적에 지혜에 따르지만

말은 지혜에 있지도 않고

또한 빛과 모양도 없다네.

나는 곳과 또 멸하는 곳은

지혜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없네.

보는 것이 모두 다 공적하여

말과 말이 메아리 소리 같소.

나무와 줄[絃]과 사람의 지혜

세 가지가 인이 되어 합한 까닭에

공후에서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는 세 곳에 없소.

만약 지혜 있는 사람이

그 소리가 오간 곳을 찾느라

여러 곳을 다 찾아도

오고 감은 얻지 못하오.

인(因)이 있고 또 연(緣)이 있으면

모든 행이 이렇게 생겨나니

깨달아 알아 버린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이런 줄을 공한 데서 관찰하리.

음(陰)과 입(入)과 모든 계(界)는

안과 밖이 모두 다 고요해

일체처에서 나를 찾아도

아무 형상 없는 허공과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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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든 법의 상은

당신이 저 정광불(定光佛)에게서

지난날에 이미 증득해 알았으니

이제 하늘과 사람을 위해 말해 주소서.

전도되게 분별하는 까닭에

욕심의 불이 타고만 있으니

마땅히 자비의 구름을 일으켜

감로의 법비를 베푸소서.

당신은 옛날 억 겁에

보시와 계율 가짐을 생각했소.

내가 위없는 높은 도를 얻으면

성재(聖財)를 모든 세상에 나눈다고.

존자여, 지난날을 생각하소서.

성재를 궁한 자에게 베풀고

성재로 품어 주리라 하셨으니

조어(調御)시여, 간탐하지 마소서.

당신은 지난날 정계(淨戒)를 지키고

궁하고 급해도 재물을 훔치지 않았네.

부디 감로(甘露)의 문을 열어서

모든 중생을 위해 말씀하소서.

지난 옛날의 행을 기억하시어

지옥문은 닫아 걸고

해탈의 길 잘 열어서

계행의 마음에 바라던 바 이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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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 1142] 쪽

지난날 인욕을 닦으셨으니

남의 비방을 듣더라도

인욕을 세웠기 때문에

모든 행이 다 공함을 관하소서.

지난날 행을 생각하기 때문에

세간에 화나는 일 많아도

인욕에서 머무르게 하시고

그 원력을 버리지 마소서.

당신은 정진을 행하시매

마침내 청정한 지혜를 얻어

저 번뇌의 바다에서 중생을 건져

저 언덕에 이르게 하소서.

4고(苦)의 강물에서 중생을 건지려던

지난날 세운 큰 원을 생각하여

정진의 힘을 크게 내어서

횡액과 고난을 건너게 하시라.

지난날 선정을 닦고 익혀서

모든 번뇌를 끊으심은

모든 근(根)을 조복하지 못한 이도

모두 다 조복시키려 하심이었소.

당신은 지난날을 생각하소서.

번뇌에 빠진 중생 불쌍히 여겨

갖가지 적정(寂靜)한 지혜를 써서

그 모든 근을 조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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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난 옛날 지혜를 닦되

번뇌의 어둠을 깨고

무명에 빠진 중생 불쌍히 여겨

진여의 눈 열어 보이기 서원했었네.

당신은 지난 옛날을 생각하여

번뇌로 눈 먼 중생들

탁하고 더러움 없는 밝음을 열어 주소서.

당신의 가장 훌륭한 지혜로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사

방편으로 가르쳐 건지옵소서.

삼계는 생ㆍ노ㆍ병의 불에 타서

주리고 목마른 불꽃은 꺼질 길 없네.

마땅히 세상을 위해 큰 다리가 되어

그들을 건져 피안에 이르게 하소서.

중생이 번뇌 바다에 떠도는 것이

대통 안에 들어간 벌과 같다네.

3유(有)에 도는 것 가을 구름과 같이

위아래 오가며 쉴 사이 없네.

극장의 꼭두각시와 같이

산골에 흘러가는 물같이

중생의 노ㆍ병ㆍ사도 그러하여

하늘이나 인간이나 3악도(惡道)에 나네.

모든 존재는 욕심과 치심으로 자유롭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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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道)에 전전해서 깨달음 없네.

마치 옹기장이가 불바퀴 굴리듯

곳곳에서 5욕으로 스스로 얽히네.

마치 나는 새가 그물에 걸리듯

사냥꾼이 끈끈한 아교를 발라 놓듯

남의 재물 탐내어 지칠 줄 모름이

물고기가 미끼 꿴 낚시 물듯 하네.

다투고 성내어 원수만 맺고

번뇌에 물들어 갖은 괴로움 받나니

5욕의 허물은 드는 칼날과 같고

묘한 그릇에 독약을 담은 듯하네.

더러운 똥같이 내어 버리라.

애련하고 탐착하여 바른 마음 잃고

이 모든 유(有)로 인해 계속 태어나니

욕의 때만 더 길러 끊을 길 없네.

6진 경계는 불꽃같이 타올라

마치 마른 풀에 불 붙음 같네.

빨리 일어나 내버리고 출가하시라.

지혜 있는 사람은 모든 탐욕 경계를 보되

마치 맹화(猛火)의 구덩이같이 두려워하고

백정의 칼도마같이

진흙 구덩이에 빠진 사람같이

칼날 위에 발린 꿀을 혀로 핥듯

독사의 머리를 밟고 도망치듯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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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 1142] 쪽

성인이 욕(慾)을 관할 때도 마찬가지로

화살 같고 창 같고 칼끝같이 보며

독으로 쏜 고기를 먹지 못하듯

모든 원수 중에 탐욕이 가장 심하다고 본다네.

5욕의 특성은 물 속의 달과 같고

그림자 같고 산골의 메아리 같으며

연극하는 배우들 같고

마치 꿈에 기쁜 일 보는 것같이

지혜 있는 이 욕을 관하되 그렇게 본다네.

경계의 모든 티끌 다 비고 거짓이나

두려워 마음대로 하지 못하네.

마치 실체가 없는 아지랑이 같고

또한 물 위에 뜬 거품 같다네.

이런 일이 모두 다 분별에서 나온 줄을

지혜 있는 이라면 그렇게 관하리.

사람이 세상에서 젊었을 때는

단정하고 어여뻐 모든 욕심에 물들다가

늙어서 머리 수염 희게 되면

남에게 박대 받기 마른 강 같네.

부귀하여 재물 많고 방일함이 많으니

이런 사람은 욕심을 너무 즐기다가

뒤에는 재물 잃고 궁하여 고생하나니

자재롭게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세.

나무에 꽃과 열매 많이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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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 1142] 쪽

뭇 사람이 다투어 꺾고 따듯이

사람이 보시함도 역시 그러해

남에게 의지되어 싫어할 줄 모르다가

그 사람이 늙고 재물이 다하여

남에게 구걸하면 쳐다보지도 않네.

얼굴 아름답고 재물 많고 기력 있을 땐

사람들이 보고 싶어 모여들지만

재물 다해 구걸하면 사람들이 싫어해

나이 많아 허리 굽고 지팡이를 짚으니

우박에 꺾인 나무 사람이 사랑하지 않듯

노쇠한 것 이렇듯 두려운 법이라네.

당신은 속히 나와 정각을 구하여

스스로 증득하고 사람에게 가르치시라.

늙고 병들어 수척한 모든 사람들은

마루를 둘러싼 큰 나무같이

쇠하고 늙은 몸은 정진도 못해

썩은 나무와 같이 바싹 말랐네.

늙음은 예쁜 얼굴 빼앗고 추한 얼굴 만들어

활짝 폈던 그 얼굴에 주름이 지네.

늙음은 꽃다운 자태 초췌하게 만드니

즐기려 해도 즐거움 빼앗아 즐거움 없게 하네.

늙음은 위세를 빼앗고 목숨이 다할 때

온갖 병이 찾아와 함정에 빠진 사슴 같네.

당신은 세간의 백 가지 병을 보았으리니

속히 해탈하는 방편을 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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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 1142] 쪽

마치 겨울날 바람과 눈비가

약한 나뭇가지를 꺾어 버리듯

세간의 늙고 병듦 갖가지로 닥치어

모든 근이 쇠약함도 또한 그러하다네.

늙음은 사람의 창고를 다하게 하니

세간의 괴로움 중 늙음보다 더한 것 없네.

죽음의 귀신이 사람 기운을 뺏어 가서

해가 서산에 지면 다시 뜨지 않음과 같네.

죽은 목숨은 사람의 사랑을 떠나게 하여

사람들이 싫어하여 만나려 하지 않네.

사랑하는 사람과 합하려 해도

잎새가 큰 물에 떨어지듯 잃어진다네.

죽음이 찾아오면 사람은 자유를 잃어

죽는 목숨 풀잎이 물 위에 떠가듯

저 세상에 이르면 벗이 없고

자기 업연을 따라 후생을 받을 뿐일세.

죽음의 귀신이 한량없는 중생을 마심이

고래가 바다의 배를 삼키듯

금시조가 큰 용을 먹어 버리듯

모진 불길이 마른 풀밭을 태우듯 하네.

이런 고뇌가 핍박해 오니,

대사여, 옛적에 일으킨 큰 서원으로

그 원력 지금에 때가 이른 것 생각하여

욕심을 버리고 속히 출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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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 1142] 쪽

지난 옛날에 보시 행한 일

지계와 인욕과 정진이며

선정(禪定) 지혜(知慧)를 행할 적에

남 위하고 자신 위하지 않았네.

그 소원의 시기 이르러 이제 찼으니

속히 출가하고 남을 해탈시키소서.

당신은 옛날 모든 보배를 베풀어

금과 은과 또 많은 영락으로

항상 무차회(無遮會)를 차려

남의 필요와 원에 따라 주었네.

자식을 요구하면 자식을 주고

손자를 달라면 손자도 주고

딸을 달라면 딸을 주고

왕위를 구하면 왕위도 버리고

재물을 빌면 어김없이 주었소.

당신은 옛날 한 왕이 되어서

이름을 대문덕(大聞德)이라 했소.

다시 한 대덕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니민다라(尼民陀羅)라 했고

다시 이름을 아사타(阿私陀)라 했고

또 이름을 사자(師子)라 했소.

이런 모든 왕으로서

천 가지 재물을 보시하였소.

옛적 또 대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상사제법(常思諸法)이요,

또 한 대덕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진실행(眞實行)이었는데

이들은 법을 생각했었소.

옛적에 한 대왕이 있었으니

정진명문월(精進名聞月)이었소.

또 한 왕자가 있었으니

이름을 복업광(福業光)이라 했소.

매우 큰 위덕이 있어

은혜를 알고 의리를 알았소.

당신은 옛적 대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월색선(月色仙)이라 일렀고

다음에는 건맹장(健猛將)이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실증장(實增長)이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구선언(求善言)이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유선의(有善意)라 했으며

그 다음 이름은 조복근(調伏根)이라 했소.

이런 모든 왕들은

법답게 크게 정진을 행했으니

당신은 지난날부터 지어왔소.

당신은 옛날 대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월광(月光)이라 했소.

그 다음 이름은 승행(勝行)이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연토(連兎)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방주(方主)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건시(健施)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가시왕(迦尸王)이라 했고

그 다음 이름은 보계왕(寶髻王)이라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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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 1142] 쪽

이런 모든 대왕들은

바로 당신이지 다른 이가 아니었소.

가지가지 진귀한 보배를

와서 빌면 다 주었소.

당신은 저 세상에서 재물로 보시했으니

이제 법의 재물로 보시하기 권합니다.

당신은 지난 과거세에

항하의 모래처럼 불타를 보았소.

그 모든 불세존들을

당신은 모두 다 공양했습니다.

한량없는 공양구로

아낌없이 보시하고

쉬지 않고 도를 구했으니

중생을 해탈시키려 함이었습니다.

이제 바로 그 때가 왔소.

집에 있지 말고 속히 출가하소서.

당신이 옛날 처음 뵌 부처님

이름을 불공견(不空見)이라 했소.

비사가(毘奢迦) 꽃을 가지고서

기쁜 마음으로 공양을 드렸소.

지난 옛날 한 부처님 계서

이름을 비로자나(毘盧遮那)라 했으니

한때 기쁨에 차서 바라보았소.

지난 옛날 한 부처님 계셨으니

이름을 미묘음(微妙音)이라 불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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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 1142] 쪽

한 개의 하리륵(呵梨勒) 과일을 가지고

그 세존께 공양했었소.

지난 옛날 한 부처님 계셨으니

이름을 백전단(白栴檀)이라 불렀고

그 부처님 앞에 서서

가만히 풀 한 줄기를 태웠소.

지난 옛날 한 부처님 계셨으니

이름을 연토(連兎)라 불렀고

대성에 들어오려 할 때

한 줌의 가루향을 뿌렸소.

다음 부처님 이름은 법주(法主)라 했고

법을 설하매 착하다 하니

법을 듣고서 쾌한 말씀이라 하여

당신은 한량없이 일컬으며

부처님께 공양을 드렸소.

그 다음에 뵌 부처님은

보시현(普示現)이라 이름했고

당신은 그 부처님을 뵙고 찬탄했소.

또 그 다음의 부처님은

이름을 치성분(熾盛分)이라 일렀고

당신은 기쁨 마음으로

그 부처님 몸을 관찰했으며

황금 꽃다발을 가지고

그 부처님께 공양했었소.

이제 그 때를 생각하여서

마음으로 잊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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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 1142] 쪽

또 그 다음 부처님은

이름을 광명당(光明幢)이라 했는데

한 줌의 팥을 가지고

그 부처님을 공양했었소.

또 그 다음 부처님은

이름을 지당(智幢)이라 일렀고

당신은 수가꽃[輸迦華]을 가지고

그 부처님을 공양했었소.

또 그 다음 부처님은

이름을 조복거(調伏車)라 불렀고

당신은 그 부처님을 보자

그 앞에서 찬탄했었소.

또 그 다음 부처님은 보승(寶勝)이었으니

그 앞에서 수많은 등을 밝혔고

한량없는 묘한 음악을 베풀었소.

그 다음 부처님은 일체승(一切勝)이었는데

진주 영락을 보시했었소.

다음에 대해불(大海佛)을 뵙고

모든 연꽃을 보시했었소.

연화장(蓮花藏)부처님 때 이르러서

큰 장막 일산을 보시하였소.

두 사자(師子)부처님께는

부드러운 풀을 깔아드렸소.

저 사라왕(娑羅王)부처님께는

필요한 모든 것을 보시하였고

부화(敷華)부처님 앞에 이르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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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 1142] 쪽

미묘한 젖을 보시하였소.

야수타(耶輸陀) 부처님 처소에서는

구다라꽃[拘陀羅華]을 보시하였고

그 실견(實見)부처님을 뵙고 나자

기뻐서 음식을 보시했소.

옛날 지산(智山)부처님 앞에서

몸을 굽혀 예배하였고

용덕(龍德)부처님 앞에서는

자기 아들을 드렸으며

고비공행(高飛空行)부처님 앞에서는

전단 가루향을 보시했었소.

그 다음 제사(帝沙)부처님께는

진기한 보배와 붉은 꽃으로

그 부처님을 공양하였소.

대장엄(大莊嚴)부처님을 뵙고는

향기로운 첨복꽃[瞻蔔華]을 가지고

그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광왕(光王)부처님을 뵙고서

모든 보배로 공양하였소.

일찍이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을 뵙고서는

아름다운 은꽃을 많이 가지고

그 부처님을 공양하였소.

그 다음 제석상(帝釋相)부처님께는

뵙고 나서 기쁨으로 찬탄하였소.

그 다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광대일천면(廣大日天面)부처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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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 1142] 쪽

모든 꽃장식을 가지고

그 세존께 공양하였소.

또 그 다음 부처님은

이름을 승존(勝尊)이라 불렀고

아름다운 은꽃을 가지고

그 부처님 위에 장엄하였소.

지난 옛날 여래께서 계셨으니

용승(龍勝)이란 이름이었고

그 부처님께 등불을 밝혀 주었소.

부사(富沙)여래께는

흰 담요를 보시하였고

약사왕(藥師王)부처님께는

보배 일산을 공양하였소.

한 부처님 이름은 대모니(大牟尼)요

다시 사자상(師子相)부처님 계신 데는

세존의 뛰어난 공덕을

보배 그물로 공양하였소.

가섭부처님 앞에서는

온갖 음악을 공양하였고

해탈(解脫)부처님 앞에서는

온갖 가루향을 공양하였고

실상(實相)불세존께는

하늘 꽃으로 공양하였소.

아추파(阿蒭婆) 여러 부처님께

수레에 앉기를 권청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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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 1142] 쪽

세간왕(世間王)부처님께는

꽃다발을 가지고 공양했으며

시기(尸棄)불세존께는

왕위를 버려 보시했소.

난항(難降)부처님 앞에서

일체의 향을 공양했고

대연(大然)여래 앞에서는

자신의 몸을 보시했고

연화상(蓮花上)부처님 앞에서는

모든 영락을 보시하였소.

법당(法幢)여래의 위에는

묘한 꽃과 향을 뿌렸고

연등(然燈)세존께는

다섯 송이 푸른 연꽃을 바쳤소.

이러한 모든 부처님들

그 밖에도 한량이 없었소.

말하기도 어렵고 불가사의한

지난날 여러 세상 가운데

당신은 다 공양하였고

또 한량없는 여러 가지

가장 묘한 공양구로

그 과거 부처님을 공양하되

피로하고 권태로운 마음이 없었소.

이제 그 공양하던 것 생각하시어

지난 모든 부처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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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자비로 해탈케 하던 일 생각하여

깨치시고 집에 애착하지 마소서.

당신은 저 과거세에

연등불 곁에 있으며

그 부처님을 공양하고서

가장 높은 상등 무생(無生)을 깨달았고

또 5신통을 얻었고

순법인(順法忍)을 증득했소.

그 뒤 당신 존자는

높으신 부처님 앞에 공양하면서

아승기수의 아승기

이런 모든 겁수를 지냈소.

그 모든 겁이 다하고

모든 부처님도 열반하시고

당신의 지난날 몸도

저 세상 가운데서 받은

종족이나 이름자도

또한 다 멸해 없어졌소.

모든 법은 항상함 없고

세간 상(相)도 정해진 것 없소.

허망한 경계를 속히 버리고

어서 빨리 성을 나가소서.

생ㆍ노ㆍ병ㆍ사가 따름은

감당하기 어렵고 두려워

마치 겁화(劫火)가 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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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간을 불살라 버리듯

무상의 불도 또한 그러해

일체의 세상을 다 태우오.

이런 모든 고가 핍박하는데

어찌 잠시인들 머물 수 있소.

모든 중생을 관하시오.

번뇌의 어둠에 빠져 있으며

어리석고 지혜의 눈 없어

스스로 깨쳐 알지 못하오.

큰 정진의 마음을 내셔서

공덕이 원만케 하소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집에 머물지 말고 속히 나오소서.

이 때 궁 안의 모든 채녀들이 음악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 속에 다 이러한 법문 소리가 나서 태자에게 세간이 싫어 떠날 마음을 내고 깨닫게 하였다.”

 

16. 출봉노인품(出逢老人品)

“그 때 작병 천자는 태자가 동산 숲에 나가 좋고 나쁜 일을 보고, 싫은 마음을 내서 점차 그 궁중을 버리고 떠나게 하려 하였다. 그 때 궁중의 모든 채녀들은 모든 음악과 노래를 부르느라 매우 피로했으므로 자연히 이번에는 차례로 동산 숲의 공덕을 찬탄했다. 그 소리는 이렇게 일컬었다.

‘성자(聖子)여, 자세히 들으소서. 동산 숲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곳에는 푸르고 부드러운 풀이 깔렸고 수목들도 어여쁘며 나뭇가지와 잎새가 가지런하고 꽃과 열매가 가득 달려 무성합니다. 또 기러기ㆍ학ㆍ공작ㆍ앵무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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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욕ㆍ구시라ㆍ원앙 등 온갖 새가 미묘한 소리를 냅니다.’

그 때 태자는 이 소리를 듣고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이 나서 말몰이꾼을 불러 말했다.

‘너 착한 말몰이꾼아, 이제 빨리 좋은 수레를 장엄해 차비하라. 나는 곧 저 동산 숲에 나가 좋은 곳을 구경하고자 하노라.’

말몰이꾼은 이 말을 듣고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어김없이 명령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빨리 정반왕에게 알렸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지금 동산 숲에 나가서 좋은 곳을 구경하고자 합니다.’

그 때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장엄하게 하였다. 흙 무더기ㆍ돌 자갈ㆍ더러운 쓰레기 등을 치우게 하고 다 평탄히 만든 뒤, 묘한 향탕을 땅 위에 뿌려 모든 먼지와 티끌을 없애고 또 향 반죽을 땅에 바르게 했다. 또 갖가지 향기로운 꽃을 그 거리와 골목에 뿌리고, 곳곳에 온갖 묘한 향을 사르고, 그 모든 길거리며 네거리에 물병을 놓고 온갖 꽃을 꽂았다. 파초나무로 곳곳에 장엄하고, 모든 나무 사이에 여러 색깔의 깃발을

달고, 또 그 나무 위에 보물이나 비단으로 일산과 당번을 만들어 장식했다. 나무 사이에 또 진주로 된 영락과 7보로 된 보배 그물을 달아 그 위에 덮었으며, 그 그물 구멍마다 금과 은으로 만든 보배 방울을 달아 바람이 불면 미묘한 소리가 나게 했다. 혹은 7보로 해ㆍ달의 모양과 모든 하늘들의 형상을 만들었으니 각각 영락을 그물 사이에 늘어놓았으며, 그 그물 사이에 또다시 흰 소 꼬리와 온갖 깃을 달았다. 정반왕은 이렇게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을

건달바성과 다름없이 묘하게 장엄하여 정미롭고 화려하게 꾸몄다.

성을 장엄하고 나서 또 동산 숲을 장식하되 모래와 자갈과 모든 더러운 쓰레기를 소제하고……(중략)……영락과 모든 보배 방울을 위에 말한 것과 같이 달고, 그 모든 나무 가운데 남자 이름이 있는 곳은 남자의 영락으로 장엄하고, 여자 이름이 있는 곳은 여자의 영락으로 장엄하였다.

또 북을 치고 방울을 흔들며 성안의 사람들에게 두루 일렀다.

‘너희들은 다 길을 치워 혹 늙고 병들고 죽었거나 장님ㆍ벙어리같이 6근

 

에 결함이 있는 불구자는 다 쫓아내고, 마음에 즐겁지 않은 것과 길상하지 못한 것을 모두 치워서 태자가 길에서 보지 않도록 하라.’

그 때 말몰이꾼은 수레를 장식하고 잘 조련된 말을 멍에하여 장엄을 마치고 나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께서는 굽어살피소서. 이제 거마가 준비되었으니 바로 나갈 만한 때입니다. 수레를 타고 나가 아름다운 곳을 구경하소서.’

그 때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레 타는 곳에 이르러 보배 수레에 올랐다. 대왕의 위신과 드높은 세력으로 성 동문에서 인도되어 나와 동산 숲을 향하여 복된 곳을 구경코자 했다.

이 때 작병 천자는 그 길거리에 있다가 태자 앞에서 늙어 빠진 사람으로 몸을 변화하여 나타났다. 허리는 구부러지고 머리는 숙인 채, 이빨이 빠졌고 귀밑과 수염이 서리 같았으며, 얼굴은 검게 주름지고 살빛은 주근깨투성이었다. 허리가 굽어 비딱하게 걸었으며 뼈와 가죽뿐 살이 없었으며, 목줄띠가 밑으로 늘어져 소 목의 턱살이 처진 것과 같았다. 몸이 시들고 쇠하고 오직 지팡이 힘을 의지했으며, 가래가 끓고 숨이 차 목 안에서 톱질하는 듯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지가 떨려 걸음이 불안한 채로 넘어지고 붙들면서 지팡이를 잡고 이런 모양으로 태자 앞에서 길을 걸어갔다.

태자는 위에서 묘사한 대로 그 노인이 이렇게 몸을 떨며 상서롭지 않은 쇠약한 모양으로 그의 앞에서 괴롭게 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이 자는 어떤 사람인가? 몸은 주름뿐 살이 없고, 가죽은 늘어지고, 충혈된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니 매우 추하고 유독히 더러워 다른 사람 같지 않으며, 게다가 머리털까지 빠졌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또 눈이 쑥 들어가 보통 사람보다 특이하고 이가 빠져 볼품이 없구나.’

그리고는 말몰이꾼에게 게송을 읊었다.

수레를 잘 모는 말몰이꾼, 너는 들으라.

웬 사람이 내 앞에 있느뇨?

몸도 굽고 머리털도 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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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면서부터 그런가, 늙어서 그런가?

그 때 말몰이꾼은 작병 천자의 신력을 입어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이 같은 사람을 세상에서는 늙었다고 합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세간에서 무엇을 늙었다고 하느냐?’

말몰이꾼은 곧 태자에게 아뢰었다.

‘늙었다 함은 사람에게 쇠하고 혼미함이 닥쳐와 자기도 모르는 결에 모든 기관이 점점 쇠퇴하여 기력이 줄어들고 몸이 수척하여 이미 괴로운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는 친척에게도 구박을 받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으며, 이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침 아니면 저녁에는 그 목숨을 마치게 됩니다. 이런 인연으로 늙어 빠졌다 합니다.’

그리고는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이 늙음을 큰 고생이라 하니

아름다운 자태와 즐거움을 앗아가네.

모든 기관이 헐어서 생각도 잃고

팔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네.

태자는 이 게송을 듣고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이 사람 하나만 이렇게 된 것이냐, 아니면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이런 것이냐?’

말몰이꾼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굽어살피소서. 이 사람 하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간의 모든 중생도 다 이렇게 되는 법입니다.’

태자는 또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지금 내 몸도 장차 이 늙는 일을 겪게 되는가?’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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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성 태자여, 귀천은 다르나 태어난 일이 있으면 다 이런 늙는 법을 면치 못합니다. 사람의 몸에는 처음부터 이런 늙고 쇠퇴하는 상을 갖추고 있으나 다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태자는 말몰이꾼에게 일렀다.

‘만약에 내 몸도 이 늙는 일을 피할 수 없고 이런 추하고 더러운 쇠악상(衰惡相)을 면치 못한다면, 나는 이제 동산 숲에 가서 놀고 웃을 겨를이 없다. 빨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들어가자. 나는 어떤 방편으로든지 이 괴로움을 멸할 도리를 생각해 보리라.’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성자의 칙명대로 저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수레를 돌려 성에 돌아왔다.

이 때 태자는 궁 안에 이르자 그의 자리에 앉아서 마음을 바로 하여 생각했다.

‘나도 마침내 늙을 것이요 늙는 법은 면할 수 없으니, 어찌하여 게으름을 피우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방종할 것인가.’

그 때 정반왕은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너 착한 말몰이꾼아, 이제 태자가 궁에서 나가 동산에 가서 놀고 구경할 때 기쁜 것을 많이 보고 마음대로 즐겼느냐?’

말몰이꾼은 무릎을 꿇고 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는 놀러 나가시다가 중도에서 수레를 돌리고 동산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태자가 어찌하여 동산에 가지 않고 중도에서 도로 돌아왔느냐?’

말몰이꾼은 또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동산 숲에 놀러 나가시던 중 중간 지점에 이르렀을 때 문득 길옆에서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중략)……그는 몸을 떨고 지팡이를 짚었으나 넘어지고 일어나며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태자는 이렇게 그 사람을 보고 나서 당장 수레를 돌리라 명하시고 궁에 들어오시자 가부좌를 맺고 앉아 마음을 바로 하여 생각에 잠겨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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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정반왕은 마음으로 생각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이런 형상을 보니 아사타 선인의 수기가 반드시 진실하구나. 태자가 집을 버리고 출가할 것이 진짜 두렵다. 나는 이제 다시 태자에게 5욕을 더하게 하리라. 만약 그가 5욕의 일을 널리 본다면 마음과 눈이 충족하고 정이 미혹하여 출가하지 않고 내 뜻대로 되리라.’

그리하여 정반왕은 실달태자를 위하여 5욕을 충족시킬 만한 일을 더욱 늘려 태자의 마음이 애락에 물들어 출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궁 안에서 많은 낙을 누렸지만

나가 놀려다 노인을 보고 나서

도로 궁 안에 돌아와 근심에 잠겼네.

아아, 나도 이 늙음을 면치 못한다.

부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태자가 출가할까 두렵게 생각하고

5욕과 궁인들을 더욱 늘려

애정에 얽혀 왕위를 잇게 하였네.

그 때 궁 안에서 5욕락을 충족할 만큼 오락과 유희에 빠져 지내며 의심과 고뇌 없이 존중받는 사람은 태자 한 사람뿐이었다.”

 

 

 

 

불본행집경 제1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7. 정반왕몽품(淨飯王夢品)

“그 때 작병 천자는 신통력으로 태자에게 출가할 마음을 내게 하려고 그날 밤에 정반왕에게 일곱 가지 꿈을 꾸게 하였다.

정반왕이 침상 위에 누워 자다가 이런 꿈을 꾸었다. 첫째는 꿈에 제석천의 큰 깃대를 보았는데 그 깃대 주위에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것을 들고 가비라성 동쪽 문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둘째는 꿈에 태자가 열 마리의 큰 코끼리로 멍에한 수레를 타고 가비라성 남쪽 문으로 나가는 것을 본 것이었으며, 셋째는 꿈에 태자가 네 말이 끄는 수레에 단정히 앉아 가비라성 서쪽 문으로 나가는 것을 본 것이었고, 넷째는 꿈에 온갖 보배로 장엄한 큰 수레

바퀴가 가비라성 북쪽 문으로 나가는 것을 본 것이었다. 다섯째는 꿈에 태자가 가비라성 중앙 큰 거리에서 손에 큰 북채를 들고 큰 북을 치는 것을 본 것이었다. 여섯째는 꿈에 이 가비라성의 중앙 높은 누각에 태자가 단정히 앉아 사방으로 한량없는 보배를 던지매 사방에서 또 한량없는 수억의 중생들이 와서 그 보배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본 것이었다. 일곱째는 꿈에 이 가비라성 밖 멀지 않은 곳에 여섯 사람이 있어 대성통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각각 두

손으로 자기 머리털을 뽑으며 땅에 뒹구는 것을 본 것이었다.

정반왕은 꿈에서 이런 장면을 보자 크게 두렵고 놀라워 털이 곤두서고 온몸이 떨렸다. 놀랍고 괴이하고 의심스러워하다가 문득 잠을 깼다. 잠을 깨고 나서 궁내에 당직하는 모든 대신들을 불러모으고 이렇게 말했다.

‘경들은 아는가? 내가 오늘 밤 꿈에 이런 크게 두려운 일을 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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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에 말한 일곱 가지를 차례차례 이야기하고는 또 명령했다.

‘그대들은 이 꿈들을 잘 기억하고 잊지 말았다가 내일 조회 때 모임 가운데서 나에게 알려 달라.’

모든 신하들은 왕의 칙명을 듣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삼가 대왕의 칙명대로 어김없이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날이 밝아 왕이 자리에 앉자마자 모임 가운데서 지난밤 꿈을 왕에게 자세히 아뢰었다.

정반왕은 신하의 아룀을 듣고서 나라에서 꿈 해몽 잘하는 바라문들을 불러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큰 지혜로 내 꿈을 풀이해 보라. 어떤 과보가 있을지. 내 꿈은 이러했다.’

그리고는 앞에서와 같이 말했다. 그들 큰 지혜 있는 바라문들은 왕의 칙명을 듣고 나서 함께 생각하여 가부를 헤아려 보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저희들은 아직 이런 꿈은 듣지도 못했습니다. 저희들이 듣고는 마음이 어지러워 이 꿈에 어떤 과보가 있을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정반왕은 그들의 이런 말을 듣고 더욱 근심하여 이런 생각을 했다.

‘혹 태자가 전륜성왕이 되지 못하거나 또 전륜왕이 되었다가 도로 떨어지지 않을지, 이제 내 마음에 큰 걱정이 생겼으니 누가 나의 의심을 풀어 줄 것인가?’

그 때 작병 천자가 정거천궁에서 멀리 정반대왕이 이렇게 걱정하며 즐겁지 않은 것을 보고 문득 그 천궁에서 몸을 감추어 내려왔다. 그는 바라문으로 변신했는데, 머리에는 소라 상투가 있었고 꽃타래로 갓을 만들어 썼다. 총명하고 지혜롭고 단정하고 한창 젊었으며 검은 사슴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정반왕궁 문 밖에 서서 이렇게 말하여 외쳤다.

‘내가 정반왕의 꿈을 해설하여 의심을 풀어 주리라.’

그 때 당번 문지기는 바라문의 이런 말을 듣고 빨리 정반왕의 처소에 나아가 꿇어앉아 절하고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밖에 어떤 바라문이 서서 (내가 모든 꿈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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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다) 하옵니다.‘

정반왕은 곧 그 바라문을 궁중으로 불러들였고, 그가 들어오자 매우 기뻐서 이렇게 물었다.

‘그대 매우 지혜로운 큰 바라문이여, 이제 알았는가. 내가 지난밤 꿈에 이런 일곱 가지 현상을 보았소. 첫째는 제석천의 깃대가 하나 있고 한량없는 수만의 인민들이 둘러싸 그 깃대를 들고 가비라성 동문으로 나가는 것을 본 것이며……(중략)……이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섯 사람이 크게 통곡하며 손으로 머리털을 뽑는 것을 본 것이오. 나는 이제 공포로 마음이 창황하여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모르겠으니, 그대는 나를 위해 낱낱이 해설해 주시오

.’

정반왕은 이 말을 하고 나서 말없이 앉아 그 해몽을 듣고자 하였다.

그 때 작병 천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대왕의 꿈에 제석의 깃대를 한량없는 인민들이 들고 성 동문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대왕의 실달태자가 한량없는 수만의 모든 하늘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궁전으로부터 성을 넘어 출가할 것으로서 이 꿈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또 대왕께서 보신 대로 태자가 열 마리 코끼리로 멍에한 수레를 타고 성 남문으로 나간 것은, 그가 출가하고 나서 곧 살바야(薩婆若)와 10력

(力)을 증득하는 것으로서 이 꿈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또 대왕이 보신 대로 태자가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서문으로 나간 것은, 그가 출가하여 살바야를 증득하고 4무소외(無所畏)를 얻는 것으로서 이 꿈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또 대왕의 꿈과 같이 온갖 보배로 장엄한 수레바퀴가 성 북문으로 나간 것은, 그가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뒤에 천상과 인간 앞에서 위없이 미묘한 법바퀴를 굴리는 것으로서 이 꿈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또 대왕의 꿈과 같이 태자가 가비라성 네거리 한복판에서 손에 북채 하나를 들고 큰 북을 친 것은, 그가 출가한 뒤 보리를 증득하고 법바퀴를 굴릴 때 모든 하늘들이 각각 소리 높여 전한 소리가 위로 범천까지 사무쳐 서

로 전해 알게 되고, 메아리가 색계(色界)에 두루할 것이니 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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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또 대왕의 꿈에 태자가 가비라성 누각 위에 앉아서 사방으로 갖가지 보배를 던진 것은, 그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나서 저 모든 천상과 인간 8부 대중들 앞에서 4념처(念處)ㆍ4정근(正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正道) 등 온갖 미묘한 법보를 펼칠 것으로서 이 꿈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또 대왕의 꿈과 같이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섯

사람이 크게 울며 제 손으로 머리털을 뽑는 것을 본 것은, 태자가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보리를 이루면 그 때 부란나 가섭(富蘭那迦葉)ㆍ마바가라 구사자(摩婆迦羅瞿奢子)ㆍ아기나 지사감바라(阿耆那只奢甘婆羅)ㆍ바라부다 가다야나(波羅浮多迦吒耶那)ㆍ나사이비야사치지자(那闍夷裨耶私致只子)ㆍ니건타야저자(尼乾陀若低子) 등 여섯 학파의 우두머리[六師]들이 매우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니, 이 꿈은 그것이 먼저 나타난 상서로운 현상입니다.”

작병 천자는 정반왕을 위하여 꿈을 해몽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기뻐하시고 공포나 근심 걱정을 품지 마소서. 왜냐 하면 이 꿈은 길한 상서라 좋은 과보를 얻을 것이니, 스스로 경축할 일이라 염려하지 마소서.’

이렇게 정반왕을 위로하고는 문득 몸을 숨겼다.

정반왕은 자기 꿈이 길한 상서이며 좋은 과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바라문의 해몽을 듣고 곧 태자를 위하여 다시 5욕의 도구를 늘리고 태자의 마음이 애정에 물들고 집착하여 출가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 때 태자는 궁중에 있으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5욕락을 마음껏 받았다.”

 

18. 도견병인품(道見病人品)

“그 때 작병 천자는 다시 생각했다.

‘이 호명보살은 저 궁중에 있으면서 5욕에 애착하여 방일하고 정을 쏟으면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세간은 무상하고 한창 나이는 잃기 쉽구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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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보살은 빨리 궁중을 버리고 출가해야 할 것이니, 내가 먼저 그에게 상을 나투어 그가 각성해서 빨리 떠나도록 권청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작병 천자는 자신의 신통력과 호명보살의 숙세 복덕 인연으로 궁중에 앉았다가 문득 동산에 나가 구경하면서 놀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 때 태자는 말몰이꾼을 불러서 일렀다.

‘착한 말몰이꾼아, 너는 빨리 좋은 수레를 장엄하라. 나는 성에서 나가 동산에 가서 노닐며 숲을 구경하고자 하노라.’

이 때 말몰이꾼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의 칙명대로 어김없이 하겠습니다.’

말몰이꾼은 태자의 이런 명을 듣고 나서 정반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동산에 나가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자 합니다.’

정반왕은 국내 인민들에게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을 깨끗이 청소하고 꾸미게 하였다. 또 일체의 풀이며 돌ㆍ자갈ㆍ가시덤불ㆍ썩은 나무ㆍ흙 무더기ㆍ쓰레기 등 냄새 나는 것을 치워 버리고 평탄하게 하며……(중략)……동산 안에도 모든 여성의 이름이 붙은 나무에는 여자의 영락 도구로 장엄하고, 남성의 이름이 붙은 나무는 남자의 영락으로 장엄하게 하였으며……(중략)……길에서 태자 앞에는 늙은이나 병자들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태자가 그것을 보고 싫증을

내어 떠날 생각을 내지 않도록 함이었다.

그 때 말몰이꾼은 수레를 장엄하고 태자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를 장엄하여 대령하였습니다. 바라옵건대 성자께서 때를 잘 아시옵소서.’

이 때 태자는 보배 수레를 타고 대왕의 위신과 드높은 성덕을 가지고 성 남쪽 문에서 점점 나가 동산 숲에 가서 구경하고 유희하고자 했다. 그 때 작병 천자는 태자의 앞길에서 한 병자로 변해서 나타났다. 뼈마디까지 괴로워하며 배에 난 종기에서 물이 흘러 매우 고통스러워하였다. 몸이 파리하고 팔과 다리가 가늘며 혈색이 누렇게 떴고, 숨을 가늘게 헐떡이며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으며, 쓰레기 가운데 뒹굴면서 신음하는 중이었다. 일어나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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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입을 열어 말을 하려 하나 겨우 소리를 내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나를 좀 붙들어 앉혀 주소서.’

태자는 그 병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붙들어 앉혀 달라고 겨우 말하는 것을 보고서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착한 말몰이꾼아, 저 자는 어떤 사람인데 배가 저렇게 큰 솥같이 부풀었는가? 헐떡이며 숨을 쉴 때 온몸이 떨리며 팔과 발목이 가늘고 안색이 누렇게 떴구나. 그리고는 (아아, 어머니) (아아, 아버지) 하고 부르며, 슬프고 간절하고 신산해서 차마 보고 들을 수 없으며 또 남의 몸을 의탁해 겨우 일어나는구나.’

그 때 작병 천자는 신통력으로 말몰이꾼을 시켜 태자에게 대답하게 했다.

‘원하옵건대 성자는 들으소서. 이런 이를 병자라 합니다.’

태자는 다시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어째서 병자라고 하느냐?’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대성 태자여, 이 사람은 몸이 편안하지 못하고 위덕이 이미 다했으며 매우 곤하고 힘이 없습니다. 죽을 때가 되어도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으며, 부모도 모두 죽고 없어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이미 돌아가 의지할 곳도 없고 호소할 곳도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이 다할 것입니다. 살고자 해도 매우 괴로워 결코 잘 살 수 없고, 낫기를 바라도 그럴 수가 없으며, 오직 때를 기다릴 뿐입니다. 대성 태자여, 이런 인연으로 병자라고

합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태자님은 말몰이꾼에게 물으셨네.

이 사람은 이런 고통 왜 받느냐고.

말몰이꾼은 태자에게 대답했다네.

4대(大)가 고르지 못해 병이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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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또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하나만 이렇게 된 것이냐, 세간의 모든 중생에게도 다 이런 법이 있느냐?’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이 병이라는 법은 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체 하늘과 인간과 중생 잡류도 다 이런 법을 면하지 못합니다.’

태자는 또 말했다.

‘나도 이 병을 벗어나지도 면하지도 못하고 저와 같은 일을 당하게 되리라. 아아, 두렵구나.’

그리고 태자는 그 말몰이꾼에게 일렀다.

‘너 말몰이꾼아, 내 몸도 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갖 병을 면하기 어렵다면 나는 이제 동산 숲에 나가 유람하고 즐길 겨를이 없다. 수레를 돌려 궁중에 들어가서 생각해 보리라.’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태자의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명령대로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왔다.

이 때 태자는 도로 궁중에 들어와 단정히 앉아 생각했다.

‘나도 역시 병을 만날 것이다. 병이란 것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어찌 정욕을 마음대로 할 것인가?’

그 때 정반왕은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태자가 동산에서 유람하고 환락을 누렸느냐?’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성 밖에 나가 못과 늪을 구경하고자 하는데, 길 중간쯤 이르렀을 때 한 병자를 보았습니다. 그가 붙들어 일으켜 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태자께서 명령을 내려 수레를 돌려 돌아와 궁중에 고요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그 때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사타 선인의 수기가 결정코 진실하구나. 태자가 집을 버리고 출가하지나 않을지, 나는 이제 태자를 위하여 5욕락의 일을 더 늘려 태자가 5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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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애착하여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지 못하게 하리라.’

정반왕이 태자에게 5욕의 도구를 두 배로 만들어 주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태자가 오래 궁전 안에 머물다가

동산에 나가 5욕락을 누리고자 했네.

길에서 비쩍 마른 병자 하나를 보자

5욕락에 싫증을 내고 수레를 돌렸네.

단정히 앉아 늙고 병드는 원인을 생각하되

면하지 못했으니 내 이제 무엇이 즐거우랴.

그러나 색과 소리, 향기와 맛과 모든 촉감은

가장 묘하고 가장 좋아 싫어할 수 없네.

보살[大士]의 지난날 착한 업연으로

이제 비길 데 없이 지극한 향락을 받도다.

이런 차례로 태자는 궁 안에 있으면서 밤낮으로 끊임없이 5욕의 공덕을 빠짐없이 누렸다.”

 

19. 노봉사시품(路逢死屍品)

“그 때 작병 천자는 또 어느 때 이런 생각을 내었다.

‘이 호명보살 대사는 궁중에 있으면서 마음껏 기쁘게 즐긴다. 지금 때가 되었으니 호명보살은 빨리 출가해야 한다. 나는 이제 그 대사를 위해 5욕락을 싫어하여 집을 버리고 출가하게 권청하리라.’

작병 천자는 마음으로 호명보살을 권해 발심시키기 위해 그가 궁중에서 나와 동산 숲에 나가 좋은 경치를 구할 마음을 내게끔 했다.

그러자 태자는 말몰이꾼에게 일렀다.

‘착한 말몰이꾼이여, 너는 속히 네 말이 끄는 보배 수레를 멍에하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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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나가 동산에서 노닐고자 하노라.’

이 때 말몰이꾼은 태자의 명령을 듣고 빨리 정반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동산 숲에 나가 유람하시고자 합니다.’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을 장엄하도록 했다. 길거리를 쓸어 가시덤불ㆍ돌 자갈ㆍ썩은 나무ㆍ흙 무더기ㆍ쓰레기며 기왓장과 돌을 다 깨끗이 치우고……(중략)……동산 안에 있는 나무 중에 여자의 이름이 있는 것은 여자의 영락으로, 남자의 이름이 있는 것은 남자의 영락으로 장식하고 또 요령을 흔들고 이렇게 외쳤다.

‘상서롭지 못한 이는 하나라도 태자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라. 늙었거나 병들었거나……(중략)……태자가 본 뒤에 싫어 떠날 생각을 내지 않도록 하라.’

그 말몰이꾼은 곧 태자를 위하여 좋은 수레를 장엄하고 나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잘 들으소서. 수레를 장식해 대령하였으니 때를 아소서.’

태자는 수레에 앉아 위신과 큰 덕으로 서문에서 나와 동산 숲으로 유람을 떠났다.

그 때 작병 천자는 태자 앞에서 한 시체로 변하여 나타났는데 상여 위에 누웠고, 여러 사람이 메고 갔다. 갖가지 묘한 빛깔의 추마의(蒭摩衣)로 휘장을 쳤으며, 수많은 친척들이 좌우 전후에서 에워싸고 통곡하며 울었다. 혹은 머리털을 풀었으며, 혹은 가슴을 치며 머리를 두드리고 두 팔을 비비꼬며, 혹은 또 두 손으로 흙을 쥐어 얼굴에 끼얹었다. 혹은 갖가지 흐느끼는 소리를 내거나 눈물을 비오듯 쏟거나, 크게 부르짖고 통곡하는데, 애처러운 흐느낌

은 듣기 어려웠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 비참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착한 말몰이꾼이여, 이는 누구이길래 상여 위에 누워 가지가지 꽃으로 둘러싸 장엄하고……(중략)……잡색 추마의복으로 휘장을 치고 사람들이 메고 가며 여러 사람이 두루 에워싸고 원통하다고 부르짖으며 통곡하는가?’

게송으로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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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묘한 자태 신체도 단정한데

말몰이꾼에게 물었네. 이것이 누구이기에

상여에 누워 네 사람이 메고 가며

모든 친척들이 둘러싸고 통곡하는가.

그 때 작병 천자는 신통력으로 말몰이꾼을 시켜 태자에게 대답하게 했다.

‘대성 태자여, 이것은 죽은 시체라고 합니다.’

태자는 다시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죽은 시체란 어떤 것이냐?’

‘대성 태자여, 이 사람은 이미 세상의 목숨을 버리고 위덕이 없으며, 이제 돌이나 나무, 담벼락과 다름이 없습니다. 일체 친족과 아는 이를 버리고 오직 정신만이 스스로 저 세상으로 향하여 지금부터는 다시 볼 수 없습니다. 부모ㆍ형제ㆍ처자ㆍ권속들과 이별하여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이라 합니다.’

태자를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이미 마음과 뜻과 모든 근을 버리니

시체는 앎이 없어 나무나 돌과 같네.

친척들 에워싸 울고 뛰는 것도 잠깐일 뿐

은혜도 사랑도 여기서 영영 이별이라네.

태자는 또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착한 말몰이꾼이여, 나에게도 죽는 법이 있느냐? 또 이 죽는 법은 내가 초월할 수 없느냐?’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대성 태자여, 태자의 높으신 몸도 역시 죽는 법에서는 면하거나 벗어나지 못합니다. 세간의 일체 천상이나 인간은 모든 친족이나 권속이나 아는 이들과 각각 이별하는 일이 있어서 그는 이를 보지 못하고 이도 그를 보지 못합니다.’

 

그 때 게송을 읊었다.

일체 중생들은 이 업이 다하면

천상이나 인간이나 귀천이 평등하다네.

선한 세간, 악한 세간에 달리 처해도

죽음이 이를 때는 다름이 없어라.

태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말몰이꾼에게 일렀다.

‘내 몸도 똑같이 죽음이 있고 죽음의 법을 면하지 못한다면, 또 이제 하늘과 하늘 가운데 모든 권속을 내가 보지 못하며, 그들 또한 나를 보지 못한다면, 나는 이제 어느 겨를에 저 동산 숲에 나가 유람하고 즐길 것인가. 속히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들어가자. 나는 생각하리라.’

말몰이꾼은 태자의 명령을 듣고서 곧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향하였다. 태자는 궁중에 이르자 단정히 앉아 생각했다.

‘나는 마침내 반드시 죽는구나. 죽음의 법을 초월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말없이 이런 생각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세간의 과보는 마침내 무상으로 돌아가는구나.’

그런데 태자가 처음 궁 안에 들어오려 할 때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 관상쟁이 하나가 대왕의 궁문 밖에 서서 태자의 얼굴이며 상하의 형용과 장부상을 자세히 우러러보다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든 사람들아, 모두 알아 두라. 오늘부터 7일 안에 이 태자는 7보가 자연히 성취되어 오게 될 것이다.’

정반왕은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너 착한 말몰이꾼이여, 태자를 인도하여 동산 숲에 가서 자못 마음에 맞는 환락을 즐겼느냐?’

말몰이꾼은 무릎을 꿇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이번에 나가 동산 숲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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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왕이 어째서 동산에 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말몰이꾼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잘 들으소서. 태자가 궁에서 나가 중간쯤 갔을 때 죽은 사람 하나를 상 위에 누이고 네 사람이 들어 메고 가는데……(중략)……친척들이 에워싸고 통곡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고 나서는 도로 궁중에 들어와 생각에 잠겨 즐겨 하지 않았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아사타 선인의 수기가 반드시 진실하도다. 태자가 나를 버리고 출가하지 않을는지. 나는 이제 다시 태자에게 5욕락을 더해 주어 그가 여기에 애착하고 출가하지 않도록 하리라.’

그 때 정반왕은 다시 태자에게 갖가지 의복과 놀잇감을 더욱 충족하게 공급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한량없는 겁해(劫海)의 공덕행으로

태자는 목숨이 다한 사람을 보고 나자

마음으로 크게 슬퍼 우수에 잠기고

도로 궁중에 들어와 죽을 일 생각하네.

옛부터 이 성에는 궁전이 묘하고

태자는 한창 나이에 매우 아름다웠네.

마음에 찰 때까지 5욕을 스스로 즐겨

천목환희원(千目歡喜苑)에 놀듯 하였네.

이런 차례로 태자는 궁중에 있으면서 5욕락을 빠짐없이 받으며 마음대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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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야수다라몽품(耶輸陁羅夢品) ①

“그 때 작병 천자는 태자가 나가 유람하려다 시체를 보고 세간의 5욕락에 대해 싫증을 느껴 궁 안에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6일이 지난 뒤에 다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이 호명보살 대사는 5욕락에 집착하여 마음이 미혹하고 방일하여 버리려 하지 않는구나. 이제 때가 되었으니 호명보살이 빨리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도록 나는 이제 권청하는 인연을 지으리라.’

작병 천자가 태자에게 출가할 마음을 내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작병 천자의 숙세 복덕 인연에 감응하여 태자는 동산 숲에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래서 태자는 말몰이꾼을 불러 칙명을 내렸다.

‘착한 말몰이꾼이여, 급히 탈것을 장엄하라. 내가 동산에 나가고자 하노라.’

말몰이꾼은 명령을 받고 곧 정반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이제 동산에 나가 유희하고 구경하고자 하십니다.’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전과 다름없이 갖가지로 가비라성을 청소하고 장엄하게 하였다.……(중략)……그리고 요령을 흔들며 성 안 사람들에게 알렸다.

‘늙고 병들거나 죽은 이나 6근이 온전치 못한 불구자는 한 사람도 태자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라. 태자가 보면 싫어하는 마음을 낼 것이다.’

말몰이꾼은 명을 받고 좋은 보배 수레를 대령하였다. 태자는 때를 알고 수레 위에 앉아 존중한 위덕으로 성 북문에서 나와 수레를 몰고 갔다.

그 때 작병 천자는 신통력으로 수레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태자 앞에 한 사람으로 화하여 나타났다. 그는 머리와 수염을 깎고 승가리를 입고 오른쪽 어깨를 내려 드러내고 손으로 석장을 짚고 왼손바닥에 발우를 받쳐 들고 길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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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이것을 보고 나서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착한 말몰이꾼이여, 이건 어떤 사람인가? 내 앞에 있으면서 위의가 정숙하고 행보가 조용하며 한 길[尋] 앞만 보고 좌우를 돌아보지 않으며 마음을 집중하고 가는 것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구나. 또 머리와 수염을 깎았으며, 옷 색을 순전히 붉게 나무껍질로 물들여 흰 옷과 같지 않으며, 발우는 보랏빛으로 마치 흑연(黑鉛)과 같구나.’

그 때 작병 천자는 신통력으로 그 말몰이꾼으로 하여금 태자에게 말하게 하였다.

‘대성 태자여, 이 사람은 출가한 사람이라 합니다.’

태자는 또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출가라 하는 것은 어떤 행을 행하는 것이냐?’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이 사람은 항상 착한 법을 행하고 비행을 멀리 떠나며 평등행과 보시행을 잘합니다. 모든 근(根)을 잘 조복하고 자신을 잘 조복하며 두려움 없음을 잘 베풀며 모든 중생들에게 큰 자비를 냅니다. 모든 중생들을 공포스럽지 않게 하며 모든 중생들을 살해하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을 잘 보호해 생각합니다. 태자여, 이러한 까닭에 출가라 합니다.”

태자는 또 말몰이꾼에게 물었다.

‘너 착한 말몰이꾼이여, 이 사람은 모든 업을 잘 짓는구나. 왜냐 하면 법을 행한다는 것은 좋은 행이며……(중략)……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이제 수레를 몰아 저 출가한 사람 곁으로 가자.’

말몰이꾼은 명령을 받고 태자에게 아뢰었다.

‘태자의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수레를 끌어 출가인의 곁으로 갔다.

그 때 태자는 그 출가인에게 물었다.

‘존자 대사여, 그대는 무엇하는 사람입니까?’

작병 천자는 신통력으로 그 출가 삭발한 사람으로 하여금 태자에게 대답하게 했다.

‘태자여, 저는 출가한 사람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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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또 물었다.

‘어진 이여, 무엇 때문에 출가한 사람이라 합니까?’

그는 또 대답했다.

‘제가 일체 세간의 모든 것을 보니 다 무상합니다. 이런 것을 관하고 나서 세속의 모든 일을 버리고 친족을 멀리 여의고 해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어떤 방편을 행하여 모든 목숨을 살릴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일은 족함을 알고 법다운 행을 잘 행하며……(중략)……일체의 모든 생명을 살해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태자여, 이런 까닭에 저는 출가라 이름합니다.’

태자는 또 말했다.

‘어진 이여, 이런 업을 짓는다니 매우 훌륭하시오. 그대가 만약 모든 것이 다 무상한 법이라고 보았다면, 이와 같이 알고……(중략)……일체 중생에게 두려움 없음을 주며……(중략)……마음으로 모든 중생에게 살해할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며, 또는 목숨을 살리고 그에게 편안함을 베풀 것입니다.’

그 때 게송을 읊었다.

세간이 멸하는 법인 줄을 관찰하고

다함 없는 열반을 구하려고 하는구나.

원수나 친한 이나 평등한 마음 내고

세간에서 욕락을 즐기는 일을 행하지 않는구나.

산 숲이나 나무 아래 의지해

혹 무덤 사이나 맨땅에 거처하며

일체 모든 유위법을 버리고

진여(眞如)를 관하며 밥을 빌어 사는구나.

그 때 태자는 법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수레에서 내려 출가인 앞에 걸어가서 머리와 얼굴을 숙여 그에게 정례하고 세 번 돌고서 도로 수레 위에 앉았다. 그리고 말몰이꾼에게 명하여 도로 궁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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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궁중에 사슴 아가씨라 불리는 여자가 있다가 멀리 태자가 궁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애욕으로 게송을 읊었다.

정반대왕이 쾌락을 즐기시니

마하파사(摩訶波闍)는 근심이 없네.

궁 안의 채녀들 매우 고운데

뉘라서 이 성자의 곁에 당하랴.

그 때 태자는 이 게송 읊는 소리를 듣자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비오듯 했다. 다만 마음속으로 열반의 즐거움을 사랑하고, 청정한 모든 근은 열반을 향했으며,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제 저 열반을 취할 것이요, 나는 이제 저 열반을 증득할 것이요, 나는 이제 저 열반을 행할 것이요, 나는 이제 저 열반에 머물 것이다.’

그 때 정반왕은 궁정에 앉아 문무백관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있었는데, 문득 태자가 와서 합장하고 몸을 굽히고 서서 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제가 출가하여 열반을 구하고자 하니, 부디 허락하소서.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일체 중생에게는 다 이별하는 일이 있습니다.’

정반왕은 태자의 이런 말을 듣고 나자 코끼리가 나무를 흔들 듯 온몸이 벌벌 떨리고, 팔다리에 맥이 빠지며 눈에 가득 눈물이 고여 흐느끼는 소리로 태자에게 일렀다.

‘내 아들 태자여, 그 생각은 중지하라. 너는 지금이 출가할 때가 아니다. 나도 젊어서 모든 근이 움직일 때에는 아직 세간의 모든 근심을 알지 못했으며 법행을 행하지 않았다. 또 나쁜 욕심을 보지 않았고 고행을 하지 않았다. 네가 이런 마음을 내니 심히 참을 수 없도다. 내 아들 동자여, 어릴 때는 마음과 뜻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근이 조복되지 못하여 조용한 수행처에 머물고자 하나 때로 고행을 감당하지 못하리라. 내 아들 동자여, 나도 늙어

서 때가 되면 법행을 하고자 나라를 버리고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는 고요하고 한적한 데 들어가 고행을 하려 하노라.

내 아들 동자여, 만약 네가 내 마음을 따르지 않고 내 말을 어기고 법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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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 1142] 쪽

한다면 너는 어른의 말을 어긴 대가로 현세에 불선법(不善法)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이 정진하려는 마음을 급히 버리고 궁중에 머물며 집안에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속법(俗法)을 행하라. 내 아들 동자여, 세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저 5욕락을 누린 뒤에 뜻을 세워 출가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태자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이제 이 자식의 출가할 마음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불이 붙어 사납게 불꽃이 이는 집에서 뛰쳐나가려 하는 것처럼, 그것은 힘센 사람이라도 막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태어난 적이 있는 사람은 모두가 마침내 이별하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 세간에 필연적으로 헤어짐이 있음을 깨닫고도 헤어지는 법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착하고 이로운 것이 아닙니다. 또 어떤 사람이 일을 하다가 이루지 못한 채 죽을 때가 이

르러도 빨리 하지 못하면 이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부왕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만약 모든 것이 결정코 무상함을 본다면

존재하는 모든 법이 마침내 부서짐을 본다면

차라리 세간의 모든 친족과 떠남을 참을지언정

죽음이 이르려 하니 할 일 속히 이루어야겠네.

그 때 정반왕은 다시 간절히 태자에게 일렀다.

‘나의 아들 동자여, 결정코 나를 버리고 출가하지 못하리라.’

또 모든 대신들도 옛부터 내려오는 논(論)에 따라 각각 본 대로 태자에게 간하였다.

‘대성 태자여, 듣지 못하였습니까? 겁초 이래로 위타론(韋陀論) 가운데 옛날 모든 왕들은 젊었을 때는 각기 자기 나라에서 법답게 다스리다가 늙어서는 맏아들로 이어 각각 세자를 삼아 왕위를 전한 뒤에 산에 나가 법행을 닦았습니다. 이런 까닭에 대성 태자만 유독 선왕의 법을 어기지 못할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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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 1142] 쪽

다.’

그 때 정반왕은 모든 대신들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눈물을 비오듯 흘리며 한마음으로 눈도 깜짝하지 않고 태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때 태자는 마음속에 의심과 걱정 때문에 즐겁지 않아 태자궁으로 돌아왔다. 태자가 궁에 이르자 모든 채녀들은 멀리서 태자를 보고 다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합장하고 혹은 얼굴에 교태를 지으며 혹은 춤추고 노래하며 혹은 몸으로 받들기도 했다. 태자가 앉은 것을 보자 각각 욕심을 내어 교태를 부리며 태자를 에워싸고 함께 즐기니, 자재천이 궁 안에 있을 때와 같이 위덕이 드높고 모든 것이 황홀하게 빛나고 즐기는 것도 그러하였다.

그 때 태자가 같이 태어나고 상호가 다 같은 형제들과 함께하며 항상 장엄하여 밤낮으로 유희하였더니, 태자의 모든 상호가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속으로 희유한 생각을 내어 ‘월천자(月天子)가 스스로 땅에 내려오셨다’ 고 하였다.

저 채녀들은 태자의 이러한 상호를 보고 매우 부러운 마음을 내어 혹은 눈썹을 쳐들고 혹은 눈을 마주치고 혹은 입으로 소근거리고 혹 손짓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태자의 위신력 때문에 그들의 욕심은 치성하지 못하고 또 웃지도 못하였다.

태자가 부왕 곁에서 나오자 정반왕은 말몰이꾼을 불러 말했다.

‘착한 말몰이꾼이여, 태자가 저 동산 숲에 가지 않았느냐?’

말몰이꾼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태자께서 저 동산 숲에 가려 하였는데, 중도에 이르러서 한 사람이 머리와 수염을 깎고 몸에 물든 옷을 입고 지팡이와 발우를 든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을 보고서 수레를 돌려 궁중에 들어와 단정히 앉아 생각하고 계십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대선(大仙) 아사타의 말은 허망하지 않도다. 반드시 태자가 집을 버리고 출가할까 걱정이다. 나는 이제 다시 5욕을 증가하여 그가 물들고 애착하여 출가하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

그리하여 정반왕은 다시 5욕을 증가하여 태자가 궁 안에 머물며 쾌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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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 1142] 쪽

누리게 하고, 출가하겠다는 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거듭 게송을 읊었다.

태자가 길에서 출가한 사람을 보니

몸에 나무껍질에 물들인 옷 입었네.

그것을 보고 무상도(無上道)를 구하고자

마음 깊이 오직 출가를 즐기네.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 끝없음을 보았고

출가해 밥을 빌어 사는 것을 보았네.

세간을 싫어하여 세 가지 우환을 버리고자

해탈을 사모하고 무위(無爲)를 구하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상처투성이

태자는 그런 괴로움을 여의고자 하네.

길에서 출가한 사람을 보고 나서

이야말로 참되다고 크게 기뻐했다네.

탐내고 성내는 모든 뿌리 버리고서

나도 삭발하고 산 숲에 들리라고

태자는 지극히 참된 법을 구하고자

그 사문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삼계를 벗어나려고 짐짓 동산을 구경했어라.

중도에서 속복을 벗은 사문을 보고

최상의 보리라고 크게 기뻐했다네.

정반왕은 다시 태자를 위하여 5욕락을 즐길 일을 더 많이 준비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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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 1142] 쪽

갖가지를 더욱 늘렸고, 또 궁전의 성곽 밖 사방을 빙 둘러 지키고 더욱 굳게 방비하였다.

높고 큰 토성을 따로 쌓고 궁전 둘레에는 깊은 참호를 파고 그 성가퀴에는 갖가지 7보 그물을 두르고, 그물 코마다 방울을 달아 울리게 만들었다. 궁궐 문을 엄중히 단속하여 아침 저녁 출입하며 여닫을 때 큰 소리가 나서 사방의 문 밖에까지 들리게 했다.

또 한량없는 군사와 수레ㆍ코끼리ㆍ말을 두고 사람들로 대오를 지어 서로 지키도록 하였는데, 그들에게 모두 잘 만든 튼튼한 갑옷을 입혔다. 그 다음 궁궐 밖에도 백천의 장사들을 두었는데 모습이 단정하여 볼 만하기 짝이 없었으며, 모두 다 모든 원적(怨敵)을 물리칠 인물들로서 몸에 갑주를 입고 손에 삼지창ㆍ화살ㆍ긴 칼ㆍ창ㆍ작은 창ㆍ철봉 등의 무기를 들고 안팎 성문에서 태자를 지키고 보호하였다.

그리고는 궁 안도 엄중히 단속하여 모든 채녀들은 밤낮으로 끊임없이 모든 음악을 연주하며 일체 오락을 제공하였고, 모든 여인들은 매혹시키는 재주를 펼쳐 5욕의 쇠사슬로 얽어 욕심에 애착하여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지 못하게 하였다.”

 

 

 

불본행집경 제1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0. 야수다라몽품 ②

그 때 국사(國師)에게 우타이(優陀夷)[수나라 말로는 총변(聰辯)]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로워 모든 의론(論)과 변재에 능하였다. 정반왕은 사람을 보내 우타이를 불러놓고 일렀다.

“우타이야, 너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니 이제 실달(悉達)태자에게 가서 모시되 방편의 힘을 써서 우리 태자가 마음 편히 궁중을 애락케 하고 애욕에 염증을 느껴 출가하지 않도록 하여라.”

그리고 일체 석가족 권속들을 불러모으고 말하였다.

“그대들아, 실달태자가 집에 머물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대들은 이제 나를 도와 어떤 방편을 써서라도 그가 떠나지 않게 하라.”

모든 석가족들은 대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이 다 같이 태자를 보호하고 지킨다면 그가 무슨 수로 굳이 출가 하겠습니까?”

그 때 정반왕과 석가족들은 가비라성 동(東)문 밖에 5백의 용맹스러운 젊은이를 두었다. 그들은 용병술과 활쏘기에 능하고 많은 방편을 부리며 대적할 자 없는 장사처럼 힘이 센 자들이었다. 하나하나의 젊은이마다 5백의 수레가 스스로 에워싸고, 하나하나의 수레 곁에 또 5백의 힘센 장부가 각각 에워쌌다. 이런 차례로 남ㆍ서ㆍ북문도 마찬가지로 위에서 말한 대로 5백 명이 방어하였다.

또 석가족 원로 대신들도 다 각각 십자(十字) 네 거리에서 서로 교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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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실달 태자를 수호했다.

그리고 정반왕은 따로 가장 건장한 석가족 5백 명을 시관(侍官)으로 두었다. 그들 모두 몸에 갑옷을 입고 코끼리도 타고 말도 타고 정반왕궁의 사면을 에워싸서 각각 궁문 안팎서 밤새도록 지키게 했다.

이 때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 교담미(憍曇彌) 왕비가 궁중의 모든 채녀들을 모아놓고 일렀다.

“너희들은 잘 알아 두라. 지금부터는 낮이나 밤이나 잠자지 말라. 여러 밝은 보배 구슬을 높은 깃대 위에 놓고 밤을 밝히며 또 곳곳에 따로 소유(蘇油)의 향등과 납촉에 항상 불을 켜서 꺼지지 않도록 하라. 모든 문을 자물쇠로 잘 단속하여 굳게 닫아 함부로 아무나 열지 못하게 하라.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각각 손을 잡아 쇠사슬 처럼 서로 이어서 태자를 에워싸고 함부로 다니지 말게 하라.

활과 칼을 쥐거나 깍지와 방망이를 들거나 혹은 창을 든 채 앉거나 서거나 그것들을 잡거나 갖다대면서 갖가지 병기로 밤낮없이 주의하여 태자의 행동에 모르는 일이 없게 하라. 그가 만약 출가하면 우리 궁중은 텅 비어서 즐거울 것이 없으리라.”

그 때 국사의 아들 우타이는 태자를 시위하고자 동궁 안에 들어 갔다. 태자를 보니 궁전 가운데에서 생각에 잠겨 앉아 있고 궁내의 채녀들도 다 묵연히 말이 없었다. 이런 것을 보고 그 모든 여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모든 담론과 이야기와 농담으로 남의 뜻을 잘 맞춰줄 줄 안다. 슬픈 일을 기쁨으로 변화시키고 세상에 비할 데 없이 예쁘다. 각각 이러한 재능이 있는데 오늘은 어째서 가만히 있느냐. 잊어버렸느냐?

이러한 재주로 응당 저 북울단월 국토의 장엄같이 할 수 있을 것이며, 북방 비사문천의 호세(護世)대왕의 후비(后妃)라도 될 만한데 하물며 인간의 궁전을 감당하지 못하느냐. 너희들 채녀는 어찌 이 태자에게 욕락을 여의게 하려느냐. 너희들과 같은 이는 진정한 성인에게도 5욕을 행하게 하겠거든 하물며 오늘날 이 석가 태자로 하여금 세간에 빠지게 하지 못하느냐?

너희들은 말을 예쁘게 해서 성난 사람도 기쁘게 하고 교묘히 그의 마음을 빼앗을 것이며, 여자의 몸에 지닌 방편과 매혹하는 기술로, 가령 여자에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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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욕락을 행하게 하겠거든 하물며 남자를 빠지게 하지 못하겠는가? 너희들과 세간 사람이 함께 한 곳에 있으면서 욕락을 행하지 않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너희 모든 채녀들아

큰 방편의 힘이 있어서

교묘히 남을 현혹케 하며

너희들 경계를 잘 보이리니.

비록 애욕을 여읜

진정한 모든 선인들이라도

너희들을 보게 되면

반드시 욕심을 내겠거든.

하물며 이 태자는

너희들 오락(娛樂)을 보고도

5욕을 행하지 않는다니

그럴 이치가 어디 있느냐.

 

“이렇게 너희들은 자기 경계에서 교묘히 방편을 쓴다. 내가 보기에 너희에게 이러한 방편이 구족한데도 왕태자가 너희들에게 애욕의 마음이 물들게 하지 못함을 나는 매우 못마땅히 생각하노라. 너희들은 다시 제각기 더욱 마음을 써서 공교로운 방편을 내어 실달 태자가 너희들에게 특별히 욕심을 내도록 하고 싫어서 떠날 생각을 내지 않게 하라.

너희들 채녀는 듣지 못했느냐. 옛날 가시국(迦尸國)에 제바야나(提波耶那)[수나라 말로는 연상생(埏上生)이라 함]라는 선인이 하나 있었는데 손타리(孫陀梨)라는 음녀에게 홀렸다. 그 선인은 하늘과 다름이 없었고 모든 하늘도 어찌하지 못했으나 손타리 음녀의 꼬임에 끌린 까닭에 그를 따라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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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으로 들어 왔다. 또 옛날 독각(獨角) 선인의 아들이라 부르는 선인이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아직 음행이 없었으나, 그 때 상다(商多)[수나라 말로는 적정(寂定)이라 함]라는 음녀에게 홀려 드디어 선(禪)과 5신통을 잃었다.

또 옛날에 비상밀다(毘商蜜多)[수나라 말로는 화지(化支)]라는 선인이 있었는데 오래도록 고행을 하여 10년이 지나도록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미가나(彌迦那)[수나라 말로는 일자(一者)라고 함]라는 아주 예쁜 음녀가 있었는데 그 선인도 그녀에게 매혹을 당했다.

이런 모든 큰 신선들도 저 음탕한 여자들에게 홀려 얽매여 세상 욕락을 배우고 행했는데, 하물며 오늘 실달다 태자는 한창 젊은 나이로 몸도 부드럽고 대왕의 아들로서 모든 일을 잘 알고 있으니, 너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섬기고 받들어서 너희들에게 애착심을 내게 하여 왕의 혈통을 끊지 않도록 하라.”

그 채녀들은 국사의 아들 우타이에게 이 말을 듣고 나서 태자에게로 나아갔다. 그리고 갖가지 추파와 교태를 부려 가장 강렬하고 묘한 욕심이 나도록 했다. 어떤 채녀는 춤을 추어 보이고 어떤 채녀는 미묘한 소리로 노래하고 찬송하며 혹은 음악을 하며 혹은 웃음과 기이한 얼굴을 내며 혹은 갖가지 말과 글귀를 지으며 혹은 태자 앞에서 빙빙도는 교묘한 걸음을 나타내며 혹은 온갖 기이하고 미묘한 좋은 꽃을 태자에게 바치며 혹은 백 가지로 화합한 갖가지 향을

만들어 태자의 몸에 바르며 혹은 손가락을 입 안에 대어 온갖 새소리를 내며 또 이런 말을 아뢰었다.

“성종(聖種) 왕자여, 저희들이 갖가지 세속의 욕정으로 지어서 희롱하는 말을 들으소서.”

그러나 태자는 궁중에서 이런 여러 가지 음욕으로 희롱하는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을 했다.

‘세간에 살면 생ㆍ노ㆍ병ㆍ사의 괴로움에 시달린다. 이미 그러하거든, 그들은 괴로움을 버리고 떠나서 돌아가 의지할 곳을 찾을 줄 모르는구나. 나는 이제 어떻게 교묘한 방편을 지어서 이런 세간의 모든 괴로움인 생ㆍ노ㆍ병ㆍ사를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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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든 채녀들은 여러 가지로 노래와 춤과 음성을 나타내고 혹은 갖가지 온갖 욕락의 일을 지었으나 실달 태자는 그것을 보아도 희한하다거나 애착하는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 때 궁녀들 가운데 한 채녀가 자수로 말리(末利) 꽃다발을 가지고 앞에 나와 태자의 목에 걸었다. 그러자 태자는 뚫어지게 보면서도 눈을 깜짝이지 않고 그 여자를 보며 곧 도로 말리 꽃다발을 풀어서 손수 창문 밖에 내던져 버렸다.

그러자 국사의 아들 우타이는, 태자가 단정히 앉아 골똘히 생각하며 세간의 함이 있는 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또 묘한 빛과 소리와 향기에 물들지 않음을 보았다. 이것을 보고 난 우타이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갖가지 특수한 방편과 훌륭한 논변을 알고 있었으므로 태자에게 간하였다.

“대성 태자여, 저는 대왕의 명령으로 여기 와서 태자님과 벗하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제 말씀드리겠으니 태자님은 들으소서. 저는 태자님이 세상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에 게송을 읊겠습니다.”

벗이 무엇임을 내 간략히 말하리다.

악은 간하고 선한 일을 권하며

온갖 액난에서 서로 구제하나니

이것을 참된 벗이라 이름하나이다.

그리고 우타이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대성 태자여, 나는 이제 태자의 벗입니다. 좋고 나쁜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할 것입니다. 다름을 보고도 말이 없이 나를 버리고자 함은 벗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태자께 말씀하겠습니다. 벗의 마음으로 원하오니 부디 받아들이소서. 태자는 이제 한창 나이로 젊습니다. 내가 이제 태자의 마음을 보니 좋은 일을 하지 못하고 모든 채녀들을 버리고 곁에 가기도 싫어하니 그들에게 무슨 미운 구석이 있습니까? 무릇 마음의 얽힘은 따르는 것이

옳습니다. 애착의 정은 욕구로서 근본을 삼으며 부녀의 몸은 오직 장부가 존경하고 소중히 여김으로 기쁨을 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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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태자의 마음이 결코 5욕의 일에 애착하지 않고 세간의 부귀영화를 환란이라 한다면 다만 아름다운 말과 좋은 말로 궁인들을 위유(慰喩)하여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부인의 공경이 즐겁고

공경하는 것이 제일 큰 낙이네.

공경없이 오직 색만 있는 부인은

꽃 없는 나무와 다름 없네.

그 때 태자는 국사의 아들 우타이에게 이런 말을 듣고 갖가지 훌륭한 말과 불쌍히 여기는 소리를 냈는데, 마치 겹겹 구름 속에서 울려나오는 우레같이 미묘하였으며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소리였다. 그런 소리로 우타이에게 대답했다.

“그대 우타이여, 나도 그대가 나의 어진 벗이요 나의 착한 벗이 되어 좋은 마음으로 일러 주고 내 뜻을 깨우치도록 간하는 것을 안다. 나를 향한 그대 마음이 친밀하고 두터운 줄 알겠으니 내 이제 그대의 마음을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겠다. 그대는 나에게 이런 허물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이제 그대를 따르겠다.

그러나 내가 이 세간의 5욕락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을 관찰하여 분명히 알았노라. 나는 이 세간이 무상하여 파괴됨을 알았노라. 이런 까닭에 이곳이 두려워 마음과 뜻이 즐겁지 않노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세상 영화 즐거우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네.

이 네 가지가 없다면

어찌 내 마음인들 기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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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태자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다시 우타이에게 말했다.

“그대 우타이여, 여기 있는 모든 채녀들을 보아라. 이미 늙어서 젊은 빛을 빼앗겼으면 서로 보아도 마음에 즐겁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여기서 사랑하고 즐길 마음이 날 것인가?”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는 법

이 네 가지 법에 머물러

즐거운 마음이 난다면

새나 짐승과 다름 없으리.

이렇게 태자가 국사의 아들 우타이와 말을 주고 받을 때 드디어 해가 넘어갔다. 태자는 해가 이미 진 것을 보고 곧 궁중에 들어가서 모든 채녀들과 함께 5욕을 행하고 쾌락과 환희에 젖어 서로 모여 에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태자의 비(妃) 야수다라(耶輸陀羅)는 그날 밤 문득 임신한 줄을 알았다.

그날 밤에 태자의 이모 교담(憍曇) 성씨의 마하파사파제도 잠을 자다가 흰 소 한 마리가 성안에서 큰소리로 울면서 조용히 걸어가는데 한 사람도 그 앞을 가로막는 이가 없는 꿈을 꾸었다.

그날 밤에 정반대왕도 꿈을 꾸었다.

성안 복판에 제석천왕의 깃대가 우뚝 섰는데 여러 가지 온갖 보배로 장엄했으며 또 갖가지 영락을 가지고 꾸미고 장엄해서 마치 수미산이 땅에서 솟아 허공 가운데 있는 것과 같았다.

그 제석천왕의 깃대 가운데서는 또 큰 광명이 나와서 사방을 두루 비췄으며 또 사방에서 큰 구름이 일어나 그 제석천왕의 깃대 위에 모여 큰비를 내렸는데 큰 빗줄기가 쏟아져 그 깃대를 씻었다. 또 공중에서 갖가지 한량없는 묘한 꽃을 비 내리고 그 깃대 둘레에는 또 한량없는 갖가지 미묘한 음악이 있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다. 또 다시 곱고 흰 일산이 하나 있었는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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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 보배로 대[竿]를 만들고 황금으로 살을 만들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저절로 그 깃대 위의 사방을 덮었다. 또 사대천왕과 모든 권속들이 성 가운데 로 와서 문을 열고 그 제석천왕의 깃대를 가지고 나갔다.

또 그날 밤에 야수다라 태자비가 아무 것도 모른 채 피곤하게 잠을 자다가 스무 가지 무서운 꿈을 꾸고는 마음과 몸이 떨리고 공포와 불안에 싸여 놀라서 문득 잠을 깼다.

그 때 태자가 야수다라에게 물었다.

“그대 야수다라여, 어째서 이렇게 놀라 떨며 숨이 가쁘고 마음이 불안해서 일어나는가? 그대 야수다라여, 지금 시다림에 있는 것도 아니며 시체에 둘려 싸인 것도 아니며 산에 있는 것도 아니며 빈 들판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이 성 안에는 한량없는 군사들이 왕궁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이곳은 깊고 견고하여 들짐승의 두려움도 없고 도적이 침범할 걱정도 없이 안락하고 두려움이 없는데, 내가 지금 보니 그대 야수다라는 마음이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걱정과 근심이 있고 마음이 의심스러워 문득 깨어나니 무슨 일로 그러는가?”

그러자 태자비 야수다라는 눈물을 비 오듯 흘리고 공포로 슬피 흐느끼며 태자에게 대답했다.

“대성 태자여, 내가 간밤에 스무 가지 변괴의 꿈을 꾸었사오니 부디 자세히 들으소서 내가 말하겠나이다. 성자여, 나는 꿈에 온 대지가 두루 진동하는 것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은 꿈에 제석천왕의 깃대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 꿈에 허공의 해와 달과 모든 별들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성자여, 다음 꿈에 가장 크고 깨끗한 일산이 하나 있으니 이것은 그전부터 나에게 그늘을 지어 나를 수호하고 나를 연민히 여기던 것인데 저

종이 낳은 차닉(車匿)이 건장한 힘으로 나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 꿈에는 모든 보배로 장엄한 내 머리털을 칼로 끊는 것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 꿈에는 내 몸에 있던 영락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 꿈에는 내 몸이 아름답고 단정한데 문득 추하고 더러워짐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에는 내 몸에서 손발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고, 성자여, 다음에는 내 몸이 문득 벌거숭이가 되는 꿈을 꾸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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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여, 다음에는 내가 그전부터 항상 앉던 상(床), 내가 앉아 태자님을 섬기던 그 상이 문득 저절로 땅에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또 다음에는 내가 항상 태자님과 함께 누워 자며 쾌락을 누리던 침대의 네 다리가 부러지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많은 보배로 이루어진 큰 산의 가늘고 날카로운 네 모서리와 한량없이 높은 봉우리가 불에 타서 무너져 땅에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정반대왕 궁전 안에 미묘한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거꾸러지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또 다음에는 밝고 둥근 달이 뭇 별에 에워싸여 이 궁중에 있다가 문득 꺼지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밝은 해가 환하게 비추어 천 가지 빛으로 이 궁전을 에워싸고 있다가 문득 꺼지자 세간에 빛이 없어 어두워진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이 궁성 안에서 한 개의 큰 횃불이 성 밖을 향해 나가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이 성을 그전부터 수호하던 신(神)이 온 몸에 갖가지

영락으로 장엄하여 아름답고 단정했는데, 그가 문득 슬피 울다가 큰소리로 통곡하면서 문 밖에 서있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가비라성이 문득 빈 들판이 되어 두렵기 밤과 같아서 마음에 즐거워할 곳이 없는 꿈을 꾸었고, 성자여, 다음에는 가비라성의 모든 못의 물이 다 흐리고 모든 나무의 꽃과 과실과 가지와 잎이 다 떨어져 땅에 흩어지고 하나도 볼 것이 없게 되는 꿈을 꾸었으며, 성자여, 다음에는 모든 장사들이 손에 칼과 창을 들고 몸에 갑옷

을 입은 채 사방에서 이리저리 뛰어가는 꿈을 꾸었나이다.

성자여, 저는 이런 스무 가지 꿈을 꾸고 마음이 크게 두렵고 놀랍고 의심스럽고 편치 않나이다. 이 무슨 징조, 길한지 흉한지, 이것이 어떤 과보인지 또 내 몸의 목숨이 다하려 함인가, 태자님의 사랑과 이별할 것인가?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마음이 절구질하듯 겁나서 떨며 어쩔 줄 모르다가 잠에서 문득 놀라 깨었습니다.”

그 때 태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오래지 않아 세상을 버리고 출가하리라. 그런 까닭에 지금 야수다라가 이렇게 무서운 꿈을 꾼 것이다.’

그리고 태자는 야수다라에게 대답했다.

“야수다라여, 그대가 비록 천 개의 제석천 깃대가 무너져 땅에 자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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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보았으나 그대와 무슨 관계가 있으며, 설사 또 천 개의 해와 달과 모든 별들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해도 그대가 괴로울 것이 무엇인가? 비록 천 개의 일산을 종 차닉이 힘으로 강탈해갔지만 이것은 이미 꿈에서 빼앗은 것인데 백일하에 무슨 상관이 있어 그대의 마음이 어지러운가? 근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대 착한 대비여, 놀라지 말고 두려워도 말고 여러 생각을 말라. 세간법 가운데는 원래 이런 허망한 꿈이 있으니 근심을 품지 말고

편안히 보통 때와 같이 잠이나 자라. 그대 착한 대비는 나이 젊고 몸이 부드러우니 그렇게 걱정을 하면 피로할까 두렵노라.”

야수다라는 쾌락을 누리기만 하던 몸으로서 아직 괴로움을 겪지 않았는지라, 태자의 이런 말을 듣고 도로 누워 잠들었다. 태자는 야수다라를 편안히 위로하고자 하여 5욕락으로 함께 즐기며 다시 같이 누워 잤다.

그 때 태자는 그날 밤에 몸소 다섯 가지 꿈을 꾸었다.

첫째 꿈에는 이 대지로 침상을 삼고 수미산을 베개로 삼고 동쪽 대해를 왼팔에 놓고 서쪽 대해를 오른팔에 놓고 남쪽 대해를 두 발에 놓는 것을 보았다. 둘째 꿈에는 건립(建立)이란 풀이 한 줄기 배꼽에서 솟아나 그 머리가 위로 아가니타 천에 이른 것을 보았다. 셋째 꿈에는 여러 가지 빛을 가진 네 마리의 새가 사방에서 날아와 태자의 두 발 아래 있었는데 자연히 변하여 순전히 한 가지 흰빛이 되는 것을 보았다. 넷째 꿈에는 네 마리의 흰 짐승이 있

는데, 머리는 다 검은 빛이며 발 위에서 무릎에 이르도록 태자의 다리를 핥는 것을 보았다. 다섯째 꿈에는 높고 큰 똥무더기 큰 산이 있었는데 태자 자신이 그 산 위에서 두루 걸어다니나 똥이 묻지 않는 것을 보았다.

21. 사궁출가품(捨宮出家品) ①

그 때 태자가 궁중에서 밤에 잠잘 때 숙직하며 궁을 지키는 한 대신이 모든 야경꾼에게 일렀다.

“너희 모두는 서로 시각을 알릴 때는 각자가 꼭 이렇게 부르라. ‘금비라(金毘羅)[수나라 말로는 가외(可畏)라고 함]야, 또는 목제라(目帝羅)[수나라 말로는 해탈(解脫)이라 함]야, 또 앙가나(鴦伽那)[수나라 말로는 낙이(落裏)라

함]야, 너희 모두 여기 있느냐?’라고 하라. 그러면 그들은 ‘여기 있노라.’고 대답하리라”

대신은 다시 그 모두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당직할 때 꼭 조심하라. 너희들은 당직할 때 꼭 조심하라.

오늘 밤도 이미 깊었다. 모든 무리들이 물이나 육지나 나무나 굴 속이나 산골 곁에서나 집 안에서 다 피로하여 잠에 빠졌다.

너희들 모두는 오늘 밤 야경에 다 병기를 가지고 함께 궁문을 지키되 각별히 경비를 삼엄히 하라. 그 밖에 점포에서 경호하는 사람들도 잠자지 말도록 하라. 대왕께서 이렇게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왜냐 하면 태자께서 이 궁성을 버리고 삭발 출가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성태자가 궁내에 계시도록 지킨다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통치하리라. 대선국사가 이렇게 예언 하였다.”

이렇게 말할 때 초저녁이 이미 지나고 밤이 되었다.

시각을 알리는 사람이 크게 외쳤다.

“우리 성인께서는 항상 존승하소서. 원컨대 우리 태자는 장수하고 편안하소서.”

초저녁이 지나고 밤중에 접어들어 자정이 못 되었을 때 색계(色界)의 모든 정거천왕들이 가비라성에 내려왔다.

이 때 성 안의 모든 인민들은 다 까맣게 잠이 들었고 정반왕과 좌우들과 태자의 마구간에 말 지키는 모든 신하들과 궁인 채녀들도 다 혼미하고 피로하여 깊은 잠에 들었다.

이 때 하늘 무리들 가운데 법행(法行)이란 천자가 궁 안에 이르러 신통력으로 모든 채녀들 몸의 의복과 장엄을 안정치 못하게 이리저리 흩트려 놓았다. 혹 팔다리가 드러나도 수습하지 못하고 혹 어떤 채녀들은 손으로 불을 받치고 차며, 어떤 채녀들은 공후(箜篌)를 한쪽에 내 던지고 몸을 기대고 누웠으며, 어떤 채녀는 두 팔로 북을 안고 자며, 혹은 두 손을 창문에 내놓고 반신을 드러낸 채 자고 있었다. 또는 각각 두 팔로 서로 껴안고 자며, 어떤 채

녀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채 쳐다보면서 자며, 어떤 채녀는 모든 영락을 내려뜨리고 자며, 어떤 궁인은 용모가 단정하고 평소 행동에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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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잘 알고 모든 공능이 구족하였으나, 이제 깊은 잠에 빠져 방귀 소리를 내고 몸의 여러 부분에 냄새를 풍겨도 도무지 알지 못했다. 혹은 몸의 모든 영락을 벗고, 혹은 온갖 꽃타래를 내던지고, 혹은 옷을 버리고 눈을 부릅뜨고 자는 것이 마치 죽은 시체와 다름이 없어, 옆 사람이 본다면 산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정도였다. 혹은 쳐다보고 누워 길게 팔다리를 뻗고 입을 벌리고 자며, 혹은 발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한쪽에 포개고 자며, 혹 주먹을 쥐

고 손과 팔을 오그려 몸뚱이를 비틀고 비비며 자고, 혹은 벽에 기대서서 술 취한 사람처럼 흔들거리면서 자고, 혹은 머리를 덮고 코를 골고 자며, 혹은 쭈그리고 앉아 목을 움추리고 자며, 혹은 얼굴이 창백하고 빛을 잃어 매우 추하게 잤다. 어떤 채녀는 장고를 목에 걸고 겨드랑이를 뒤틀고 자며, 어떤 채녀는 공후에 목을 걸치고 자며, 어떤 채녀들은 이를 갈고 울부짖으며 자고, 어떤 채녀들은 고개를 드리우고 중얼대고 자며, 어떤 채녀는 엎드려 얼굴을

땅에 대고 마치 무덤 사이의 시체와 같이 자며, 어떤 채녀들은 더러운 대ㆍ소변을 흘리면서 자고 있었다.

그 때 태자는 문득 잠이 깨어 궁전 안을 보았다.

주먹덩이 같고 팔뚝 같은 촛불과 등불이 휘황하게 빛나 매우 밝았으므로 궁인들이 이렇게 누워 자는 꼴을 보았다. 혹 동발(銅鉢)ㆍ생(笙)ㆍ큰 거문고ㆍ갈잎 피리ㆍ퉁소ㆍ거문고ㆍ축(筑)ㆍ비파ㆍ저ㆍ고동들을 가지고 입으로 흰 거품을 내고 콧물과 침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갖가지 얼굴과 모양을 보고 태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부인들의 형용은 다만 이런 것이로구나. 부정하고 추악한데 무엇을 탐낼 것이 있는가. 겉으로 분과 연지며 영락과 의복이며 꽃타래와 비녀 팔찌로 꾸며 거짓 몸을 장엄했도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런 줄 몰라서 색 경계에 속고 미혹하여 망령되이 욕심을 내지만 지혜로운 사람이면 바른 생각으로 이렇게 관찰할 것이다. 부인의 몸과 체성이 이렇게 공하여 꿈이나 꼭두각시 같이 주인이 없구나, 이 가운데서는 사람이라고 할 것 조차 없는데 방일하고 탐을 내는구나.

이러한 사견 때문에 무명에 얽히는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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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부정과 온갖 미혹 가운데

부인의 몸보다 더한 것이 없도다.

의복과 영락으로 꾸미기 때문에

미련한 이 여기에 탐욕을 내지만

그림자 같고 꿈 같아 참이 아니라.

사람이 능히 이렇게 관하여

속히 무명을 버리고 방일하지 않으면

반드시 해탈한 공덕의 몸 되리라.

그리고 태자는 다시 집중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아, 세간에는 이런 큰 우환이 있도다. 아아, 두렵구나. 무엇을 탐낼 것이 있는가?’하고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불쌍히 여긴 까닭에 소리를 내어 크게 울었다.

‘여기는 얽어매는 곳인데 어리석은 이는 마치 백정의 손에 목숨이 끊기는 짐승 같은 처지다. 여기는 더러운 곳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망령되이 애락을 낸다. 꽃병에다 똥오줌을 가득 채운 것처럼. 여기는 헛된 거짓 뿐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코끼리가 진흙 구덩이에 빠지듯 매몰되어 있다. 여기는 더러운 냄새뿐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돼지가 뒷간에 살 듯 향기롭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허황된 거짓 뿐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개가 살없는 뼈다귀를 붙들 듯 함부로 염착을 낸다. 여기는 손해뿐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하루살이가 등불에 덤비듯 다투어 들어간다. 여기는 독이 있는 곳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고기가 미끼를 삼키듯 탐착하고 좋아한다.

여기는 누렇게 마른 곳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즐겨 집착하고 가까이한다. 마치 물 속의 꽃이 물을 떠나 햇빛에 쪼여지듯. 여기는 위태로운 곳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늙은 소가 깊은 수렁을 오가듯 밟고 지나다닌다. 여기는 험한 벼랑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장님이 큰 벼랑에서 떨어지듯 추락하여 빠진다.

여기는 순환(循環)뿐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생사(生死)에 유전(流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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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치 옹기장이가 그릇 돌리는 물레와 같이. 여기는 얽매임뿐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거기에 감긴다. 마치 개가 사슬에 얽혀 자유가 없듯이. 여기는 윤택이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마치 여름날 더위에 마른 풀처럼 바싹 말라 있다.

여기는 쇠하고 소모되는 곳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달이 이지러져서 없어지듯 날마다 소멸해간다. 여기는 이익이 없는 곳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노름꾼들이 남에게 돈과 재물을 잃는 것처럼 선근(善根)을 다 써버린다.’

그 때 태자는 이렇게 모든 채녀들의 몸을 관찰하고 나서 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제 분명히 이런 모양을 보았다. 응당 기뻐하고, 용맹하게 부지런히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복덕을 기르고 큰 서원을 일으켜 세간을 건지리라. 구할 이 없는 중생에게 구호가 되며 양육할 이 없는 사람들에게 귀의할 데가 되고 집이 없는 중생에게 집이 되리라. 이제 해야 할 일이 이미 내 앞에 나타났으니 오래잖아 결정코 이 뜻을 이루리라. 왜냐하면 이 모든 채녀들이 다 부끄러움을 버리고 깊이 잠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때 작병천자(作甁天子)는 밤중이 되어서 이미 태자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보고 조용히 다가와 태자에게 아뢰었다.

“태자여, 지난 날 진실한 일을 구족히 성취하였나이다. 또 태자께서는 옛날 인간세상에 있을 때, ‘내가 몸을 버리고 도솔천에 나고자 합니다’하는 마음을 냈는데, 발원했던 때가 이미 지났습니다. 또 옛날 도솔천에 있을 때 ‘인간세상에 나서 모태를 받겠습니다’하였는데 그 원도 원만히 이루어졌습니다. 태중에 있을 때 빨리 나기를 원했는데, 그 원도 이루어졌습니다.

또 ‘나서 자라고 궁중에 있으면서 동자로서 자재하게 쾌락을 누리고 놀게 하여지이다.’하였는데, 그 원도 지났습니다. 약관(弱冠)인 때 정근하여 모든 기예를 배우고자 하던 그 원도 이미 이루어졌으며, 장년(壯年)으로서 마음대로 세상 낙을 누리고자 하던 그 원도 현재에 시험해 보았습니다. 오래 탐할 것이 못 된다고. 오늘 모든 하늘과 모든 사람들은 태자께서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여 성도(聖道)를 수학하기를 원합니다.”

그 때 태자는 작병천자의 이런 말을 듣고나서 곧 스스로 금 8천억 근(斤) 값의 온갖 보배로 만든 가죽신을 신고 발에 꿰고 일어나려다가 그가 앉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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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침대를 돌아보고 이렇게 큰소리로 말하였다.

“이것은 내 몸이 최후에 5욕락을 받던 곳이다. 이제부터는 다시 받지 않으리라.”

그 때 태자는 오른손으로 온갖 보배로 만든 그물 휘장을 들치고 궁전에서 나와 조용히 걸어 처음으로 조금 땅을 걸었다. 궁전 안에서 동쪽으로 향해 서서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생각하고 나자 머리를 들어 허공과 모든 별들을 우러러 보았다.

그 때 세상을 호위하는 4대천왕과 제석천왕이 태자가 출가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서 각각 힘닿는 대로 도구를 갖추고 왔다.

그 때 제두뢰타천왕이 관할하고 있는 건달바들과 일체 권속 백천 만의 무리들은 앞뒤에 인도하고 따르며 모든 음악을 울리며 동쪽에서 와서 가비라성을 세 번 빙 돌고 땅 위에 내려 동쪽에 물러나 서서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태자에게 얼굴을 향했다.

그 때 비류륵차 천왕이 관할하는 구반다들과 일체 권속 백천 만의 무리는 앞뒤로 늘어서서 손에는 보배 병에 갖가지 미묘한 향탕을 가득 담아 들고 남쪽에서 와서, 세 번 가비라성을 빙 돌다가 땅 위에 내려와 물러나 남쪽에 서서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태자에게 얼굴을 향했다. 그 때 비류박차 천왕이 관할하는 모든 용왕과 일체 권속 백천 만의 무리들은 앞뒤에 인도하고 따르며, 손에 갖가지 미묘한 진주 꾸러미와 갖가지 온갖 진기한 보배를 가

지고, 갖가지 향기 구름과 꽃 구름과 보배 구름을 일으키고, 또 미묘하고 보드러운 향기 바람을 일으키며 서쪽에서 와서, 세 번 가비라성을 빙 돌다가 땅 위에 내려 물러나 서쪽에 서서 합장한 채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태자에게 얼굴을 향했다. 그 때 비사문 천왕이 관할하는 모든 야차들과 일체 권속 백천 만의 무리들은 앞뒤에 인도하고 따르며, 손에 불구슬이나 등촉이나 횃불을 들어, 불길이 휘황하며, 몸에 갑주를 입고 혹은 활ㆍ살ㆍ칼ㆍ창의 무기들

을 쥐고 북쪽으로부터 와서, 세 번 가비라성을 빙 돌다가 땅 위에 내려 도로 북쪽에 서서 합장하고 머리를 숙인 채 허리를 굽혀 태자에게 얼굴을 향했다. 그 때 천주(天主) 석제환인(釋提桓因)은 그 권속 일체의 모든 천자들 백천 만의 무리들과 앞뒤에 인도하고 따르며 하늘의 꽃다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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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향ㆍ바르는 향을 가지고, 혹은 번당과 보배 일산을 가지고 혹은 갖가지 온갖 미묘한 영락을 가지고 저 33천에서 내려와 세 번 가비라성을 빙 돌다가 도로 위의 허공에서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태자에게 얼굴을 향했다.

그 때 태자는 여러 방면을 보고 허공과 모든 별들을 우러러보았다. 아울러 세상을 수호하는 4대천왕이 가장 묘한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머리에 하늘관을 쓰고 차례로 조용히 걸어가고, 건달바ㆍ구반다ㆍ모든 용과 야차 등 백천의 권속들이 좌우로 에워싸고 각각 동ㆍ서ㆍ남ㆍ북에서 여기 이르러 각각의 방위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또 천주 석제환인이 백천의 모든 하늘 권속들을 거느리고 앞뒤로 늘어서 허공에 있는 것을 보았으며 또 귀수 별[鬼星]이

달과 합한 것을 보았다.

그 때 모든 하늘들은 큰소리로 외쳤다.

“대성 태자여, 귀수 별이 이미 합하였으니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뛰어난 법을 구하려거든 여기 머물지 마소서. 인간의 왕 사자는 때가 되었으니 빨리 떠나 출가하소서.”

모든 하늘들도 도와서 찬탄해 말했다.

“머물지 말고 속히 나가소서.”

그 때 태자는 허공을 우러러 보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밤중이라 고요하여 귀수 별[鬼星]이 이미 합했으며 모든 하늘 대중들과 땅과 허공도 다 도와주니 결정코 나에게 이제 때가 왔다는 말이 헛되지 않도다. 마땅히 출가하리라.’

태자는 이렇게 마음으로 생각하고서 같은 날 태어난 종 차닉을 불러 말했다.

“차닉아, 너는 어서 와서 나를 거역하지 말라. 나와 한날 태어난 큰 말 건척을 끌고 빨리 내 앞에 나오되 우리 집 모든 권속과 석가족들이 그 말 울음을 듣지 못하게 하라.”

차닉은 태자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허공을 우러러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아직 밤중인데.’

마음에 의심이 나고 온몸이 두루 떨리고 몸의 털이 곤두서고 송구하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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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러워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어찌하여 밤중에 저를 보내 큰 말 건척을 끌고 오라 하시나이까, 무슨 무서운 일이라도 있나이까, 무슨 원수라도 있나이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이까, 혹은 성 밖이나 성 안에 좋고 나쁜 일이라도 있사옵니까.”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차닉아, 내게는 지금 급한 일과 공포와 원수가 있고, 모든 고뇌에 핍박 당하는 줄을 네가 어찌 알랴. 다만 속히 나와 함께 태어난 말 건척을 끌어오너라. 빨리 끌어오너라.”

 

 

 

 

 

불본행집경 제1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1. 사궁출가품 ②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이런 말을 듣고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성자께서는 이제 꼭 출가하려 하시고, 머물고자 하시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자 짐짓 큰 목소리로 태자에게 물었다. 궁인들이 깨어나 알기를 바란 까닭이었다.

“태자 성자여, 항상 모든 시절과 할 바를 아시고 항상 때를 따르시는데 지금이 어느 때라고 말을 찾으십니까? 성자여, 동산 숲에 나가 경치를 구경하시고자 하여도 그 때가 아니오니 말을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성자여, 오늘은 원수도 없고 어기거나 반역하는 사람도 없어 사방이 편안하고 고요합니다. 또 야료나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없고 국경 어디에도 도망하는 자 하나 없으며 외방이나 이웃 나라도 침략하거나 성자와 싸우고자 하는 자도 없습니다. 성자께서는 온누리를 다해서 오직 하나뿐 둘도 없는 분인데 이제 무엇 때문에 말 건척이 필요하시나이까?

성자여, 오늘 이 궁전 안에는 마치 천주(天主)의 환희동산에서 석제환인이 모든 천녀들에게 에워싸여 있는 것과 같이 성자도 모든 채녀들에게 에워싸여 즐겁게 놀며 쾌락을 누리시는데 이 궁전 안 보배 상 위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시나이까? 부디 안심하시고 여기 백천의 채녀들 가운데서 음악을 들으시고 즐거이 계시옵소서.”

차닉은 이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모든 채녀들의 머리털을 잡아당겨 잠을 깨우고자 했으며 다시 발로 모든 채녀들의 몸을 밟았으나 채녀들은 알아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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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했으니 이것은 모든 하늘들의 신통력 때문이었다.

그 때 태자는 마음속으로 여러 사람들이 깨어날까봐 가만히 작은 목소리로 게송을 읊어 차닉에게 일렀다.

동갑내기 차닉아, 너는 알아라.

내가 보니 궁 안은 무덤과 같고

구더기 구멍과 다름이 없고

나찰과 함께 사는 것 같다.

동서남북에 어지러이 자는 꼴이

처음 태(胎)를 받을 때의 거품물 같다.

차닉아, 나는 5욕의 괴로움을 보았기에

이 궁 안에 있길 원치 않는다.

내가 여러 곳 유람해도 즐겁지 않음은

늙고 병들고 죽은 시체를 보았음이라.

차닉아, 빨리 가 건척을 몰고 오라.

나는 이제 꼭 출가하리라.

그 때 차닉은 태자의 이런 말을 듣자 마치 사나운 짐승이 독화살에 맞은 듯 고통스러워 큰소리로 통곡하며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이제 모든 높은 자리를 버리려 하십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착한 차닉아, 나는 이제 가장 높은 자리를 구하고자 한다. 차라리 눈앞의 모든 높은 이와 친족을 버릴지언정 미래세에 나와 권속들이 사람 죽이는 귀신의 입 속에 들지 않도록 하리라.”

다시 차닉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나는 열반을 구하고자 하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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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친족을 버리고 출가하려 하노라.

미래에, 죽이는 귀신이 사람을 겁탈할 적에

숨이 한번 그 입에 들어가면 다 먹히느니라.

차닉은 거듭 태자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다시 태자에게 간곡히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세상 사람들 모두가 태자께서는 결정코 큰 전륜성왕이 되신다고 하였는데 왜 태자는 이를 버리시려 하십니까.”

태자는 차닉의 말을 가로 막고 일렀다.

“애닯다. 너 차닉아, 그렇게 말하지 말라. 내가 옛날 도솔천 위에 있을 때는 이곳 보다 뛰어났다. 일찍 천왕이 되어 저 33천을 거느렸으나 나는 그 때도 오히려 그곳의 낙을 즐기지 않았으니 왜냐 하면 생사에는 항상하지 않음[無常]이라는 우환이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오늘 이 인간에 있어서랴.

잠깐만 이 인간의 경계에 있어도 환란이 많으며 이 왕위에 처하여 비록 세상을 다스려 잠시 자재하더라도 병들고 죽는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하니 다만 세간에는 살귀[死命鬼]가 다스리는 곳만 있을 뿐이다. 저 모든 왕들도 곧 자재 안락을 얻지 못할 것이다.”

차닉은 또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비록 태자께서는 세상의 왕위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다만 정반왕께서 이제 나이 많으며, 태자께서는 한창이신데 대왕의 마음에 고뇌가 생기지 않게 하소서.”

태자는 대답하였다.

“착한 차닉아, 나는 마음속으로 부왕을 사랑하고 공경한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는 것같이 나도 몇배나 아버지를 사랑하며, 대왕께서 특별히 친족들을 경애하듯 나도 모든 친족을 버리고자 하지 않으며, 나도 친족이나 권속에게 다른 마음을 내지 않는다. 나는 다만 모든 생사 가운데서 나고 죽는 괴로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두려울 뿐이다. 오늘 해탈하는 법을 구하고자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친족을 잠깐 버리고 떠나려 하니, 다음 세상에 모든 권

속을 불쌍히 여겨 구하기 위해서이며 또 미래세에 서로 떠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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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위해서이다.”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마음을 결정하셨나이까? 꼭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시렵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착한 차닉아, 나는 이미 결심했노라.”

차닉은 또 말했다.

“어찌된 까닭입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나는 세상의 무상한 허물을 보았기 때문에 저 훌륭한 곳을 찾는데 전념하고자 하노라.”

차닉은 또 물었다.

“어떤 연유로 저 훌륭한 곳을 찾으려 하십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만약 세상에 생노병사가 없고 사랑하는 이를 이별하는 일과 원수를 만나는 일도 없으며, 왕위를 얻고 나서 모든 공덕을 받고 무상함이 없이 경계가 진실하며, 한번 사람으로 태어나면 탁하고 더러움이 없다면, 만약 이러할 수 있다면 나도 이곳에서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 너 착한 차닉아, 내 마음을 어기지 말라. 내 너에게 명령하노니 급히 나와 같은 달에 난 큰 말 건척에 안장을 차려라.”

차닉은 아뢰었다.

“태자의 명령대로 감히 어김이 없겠나이다.”

차닉은 태자의 이런 명령을 듣고 나서 태자의 깊은 뜻을 알았다. 엄중히 경계하라는 정반왕의 칙명도 알고는 있었으나 다만 모든 천신(天神)들의 가호를 입었기 때문에 마음을 내어 태자 앞에 건척을 몰고 오고자 하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차닉은 천신들의 신력을 입어

대왕의 칙명을 차마 어기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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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지난 원력 원만해지기에

드디어 건척을 치장할 마음을 내려 하네.

그 때 차닉은 즉시 마구간에 가서 마판 위에서 건척을 끌어 냈다. 순금으로 가비차를 만들고 7보로 장엄하여 자갈을 물리고 말구유에서 끌어내어 다른 말뚝 맨 뒤에서 솔로 등을 쓸고 먼저 부드럽고 가는 천을 등 위에 깔고 금과 7보로 장식한 안장을 얹고 그 위에 금 그물을 덮었다. 이렇게 구족히 말을 단장하고 나서 곧 태자 앞에 끌고 왔다.

그 때 함께 태어난 말 건척은 멀리서 태자의 신력(身力)이 장한 것을 보고 온몸으로 매우 기뻐하며 크게 울부짖었는데 건척이 울부짖는 소리는 반유순까지 들렸다.

그 때 수타회의 모든 천왕들은 신통력으로 말 소리를 숨겨 들리지 않게 했으니, 사람들의 방해로 태자가 출가하지 못할까 두려워해서이다.

이 때 태자는 온몸 가득 기쁨에 차 뛰었다. 부드러운 그물 무늬의 손가락은 마치 연꽃잎 같았고 자광(紫礦)과 같은 오른손으로 말 등을 쓸면서 말하였다.

“너, 같은 날에 난 건척아, 내 이제 감로법을 구하고자 하노니 너는 반드시 노력하라. 잘 달려서 다른 사람이 나를 막지 못하게 하라. 너 착한 건척아, 싸울 때도 오히려 죽을 힘을 내어 남을 이기려 하였으니 오늘은 나를 잘 도와 출세간의 낙을 구하게 하라. 세간의 낙은 잠시의 기쁨이라 오래지 않아 모두 잃어버리고 큰 근심과 고뇌를 내지만 법을 위해 힘을 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나는 이제 일체 세간을 위하여 해탈을 구하고자 하기 때문에 출가 수도하리니 너는 잘 노력하고 용맹한 힘을 내어 민첩하게 빨리 가자. 나는 이제 모든 세간과 너희들 무리를 위하여 큰 이익이 되고자 출가를 하련다.”

그리고 태자는 땅에 서서 생각을 바로 하여 크게 서원을 내어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집에서 타는 것이며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이런 것을 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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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 1142] 쪽

서원을 세우고 나서 고삐를 당겨 말 위에 올랐다. 오르고 나서 거듭 건척에게 일렀다.

“너 건척아, 힘써 나를 태우라. 마지막으로 태우는 것이다. 나는 이제 모든 천상과 인간을 위하여 이익을 짓고자 마음을 내어 출가하노라.”

태자가 말 건척의 안장 위에 앉을 때 일체 한량없는 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나찰 등과 비사차와 땅에 사는 모든 천인들과 또 수타회와 내지 아가니타 하늘 사람들이 건척의 뒤를 쫓아 갔다.

이 때 모든 하늘 사람들은 손에 흰 일산을 들었는데 갖가지 모든 보배로 일산 자루를 두루 장엄하였고 모든 보배와 진주 그물을 그 위에 달았으며 그물코 사이에 금방울을 달아 공손히 떠받들어 태자의 위를 덮었다.

이 때 태자는 건척을 타고 점점 궁문을 향해 갔다. 건척이 걸어갈 때 말굽 소리가 1구로사에 들렸으나 수타회천왕이 신통력으로 그 말굽 소리를 숨겨 멀리 들리지 않게 하였으니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있을까 두려워 함이었다.

태자가 출가할 때 그 허공 가운데 발족이라는 야차가 있었다. 그 발족 등 모든 야차들이 허공 가운데서 각각 손으로 말의 네 발을 받들고 조용히 걸었다.

태자가 처음 출가하고자 할 때 한 천자가 이렇게 외쳤다.

“원컨대 선하고 길하고 이로우소서. 법을 나르는 큰 뱃사공께서 이제 한량없는 중생을 번뇌의 바다에서 건지고자 하신다.”

또 한 천자가 이렇게 부르짖었다.

“대성세존께서 이제 출가하여 생사의 바다를 건너는데 장애가 없기를 원하옵니다.”

이 때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착한 차닉아, 너는 이제 내 앞에서 길을 인도하여 궁문을 나가도록 하라.”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려 하자 그 소리가 1구로사에 들렸다. 비인(非人)이 문에 이르러 열쇠를 열고 문을 열어제칠 적에 수타회천왕이 신통력으로 소리를 감추어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였으니 태자가 출가할 때 모든 장애가 있을까 두려워함이었다. 이 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궁문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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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1142] 쪽

태자는 대답했다.

“문이 열렸구나. 결정코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 이익을 구하여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희유하고 매우 기특하나이다. 이 궁문은 전에 열 때는 크게 기운을 써야 겨우 열렸는데 성자께서 이르자마자 열렸습니다. 대성태자께서 문 가에 이르자 마치 사나운 바람이 불어 구름덩이를 두 쪽으로 연 것과 같사옵니다.”

이 때 태자는 궁문에서 밖으로 나와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것은 내가 최후로 궁문에서 나온 것이며 이제부터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

그리고 태자는 궁에서 나와 조용히 비야라문에 이르렀다.

그 문 곁에 선입(善入)이라는 야차 대장이 있었는데 그는 5백의 야차들과 함께 이미 태자가 조용히 문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자기들끼리 말했다.

“이제 이 실달 대성태자께서 때아닌 밤중에 문을 향해 오시니 우리들은 이제 그를 위할 것인가.”

그 때 여러 야차들이 말했다.

“우리들은 태자를 위해 문을 열어서 그의 뜻에 맞게 가고 싶은 대로 가게하자. 만일 그가 원하는 대로 성취하면 감로의 길을 얻고 스스로 증득한 뒤에는 천상 세간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게 되리라.”

그리고 야차 대장 선입은 급히 비야라 문을 열었다.

그 문도 전에는 여닫을 때 그 소리가 울려 반 유순까지 들렸으나, 이 때는 정거천왕이 신통력으로 문소리를 가려 모든 사람들이 그 울림을 듣지 못하게 하였으니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될까 두려워해서였다. 태자가 가비라성 비야라문에서 처음 나올 때 혹 자물쇠를 잡은 수문장도 있었으나 그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태자가 궁에서 나가는 때를 알지 못했다. 모든 야차신들에게 홀리기도 하고 혹은 모든 하늘사람들의 신통력 때문에 가장 조심스럽게 파수를 보는

이들조차 다 깊은 잠에 빠져 사람이 나가는 줄을 몰랐다.

그 때 욕계의 마왕 파순은 태자가 처음 출가할 때를 보고서 태자에게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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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주려고 신통력으로 모든 소리를 만들어냈다. 허공에 큰 우렛소리와 벽력소리를 내고 또 큰 강물을 만들고 큰 돌을 급류에 구르게 하였다. 또 태자 앞에 높고 험한 큰 벼랑이 있는 큰 산을 지어냈으며 또 사납게 타는 불덩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거천왕들이 신통력으로 그 큰 구름과 뇌성벽력의 모든 소리를 감추고 또 그 큰 산과 강물ㆍ돌ㆍ높고 험한 언덕이며 사나운 불을 다 나타나지 않게 하였다. 그 마왕 파순을 한량없는 백천 유순 밖에 내던져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되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 태자는 성문에서 나와 바깥에 이르자 몸을 돌려 가비라성을 바라보면서 사자후를 내어 이렇게 외쳤다.

“나는 이제 차라리 스스로 이 몸을 던져 큰 바위 벼랑에 떨어지거나, 모든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마치거나, 먹고 마시지 못할지언정, 만약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 중생들을 생사의 바다에서 해탈시키지 못하면 나는 마침내 가비라성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 모든 하늘 사람들은 태자의 이런 사자후를 듣고 모두 따라 기뻐했다. 태자가 이 사자후를 낼 때 모든 가비라성을 수호하는 귀신들과 성문을 지키고 담을 지키고 혹 망루를 지키는 이들이 모두 다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태자께서 두려움 없는 사자후를 내신 대로 만족히 성취하시기를 빕니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각각 두 손을 들고 태자에게 아뢰었다.

“크게 용감하고 건장한 이가 나가서 가비라성을 돌아보시나이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매우 기쁜 마음에 몸의 털이 곤두서며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성에 결코 다시 들어가지 않으리라. 내가 감로의 글귀를 모든 성인들이 찬탄한 대로 얻고 이미 생사와 번뇌의 흐름을 끊어 열반의 길을 증득한 뒤라면 들어가리라.”

태자가 성 밖에서 이 사자후를 내어 맹세코 그 진실한 진여 보리를 증득한 뒤에야 도로 성에 들어가 교화하겠다고 사자후를 하던 곳에, 나중에 사람들이 탑을 세우고 ‘태자가 사자후를 낸 곳’이라고 이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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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 있는 니구다수 큰 나무에 신(神)이 있었는데 그 신은 태자에게 게송을 읊어 주었다.

누군가 나무를 베려 한다면

반드시 뿌리를 벨 것이요,

물건을 찍으려거든 끊어버려야 하고

물을 건너려거든 저 언덕에 닿아야 함과 같네.

말이 한번 끝나면 헛됨이 없고

원한을 지었거든 다시 기뻐하지 마소서.

그 때 태자는 그 나무신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설산이 제 자리를 옮기더라도

바다 물이 혹 마를지라도

허공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내가 한 말은 마침내 헛되지 않네.

그 때 모든 정거천인들도 게송을 읊었다.

여기 지금 큰 약왕(藥王)이 나오셨으니

중생들의 번뇌독을 낫게 하리라.

애착의 화살에 맞은 이 있으면

이 의사는 다 빼어 주리라.

여기 이제 큰 의왕이 나오셨으니

일체 중생의 병환을 잘 낫게 하리라.

늙고 병들고 죽는 증세가 있다면

이를 치료해 다 낫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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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제 큰 지혜의 횃불이 나오셨으니

저 뒤바뀐 어리석은 중생을 비춰 주겠네.

어리석은 암흑속에 있는 이는

밝게 비치는 큰 빛을 보리라.

여기 이제 크게 빛나는 이 나오셨으니

세간을 위해 큰 광명이 되시리라.

원만한 지혜 눈빛으로써

널리 시방의 모든 경계를 비추리.

여기 이제 큰 뱃사공이 나오셨으니

건너지 못한 중생을 건네 주시리라.

굳게 차린 방편 지혜의 돛대로

한량없는 천상과 인간을 건지시리라.

여기 이제 큰 장사꾼이 나오셨으니

모두에게 큰 사막을 건너게 하리.

한량없는 미혹한 중생들 모두를

바른 길로 인도해 가게 하리라.

여기 이제 큰 왕이 나오셨으니

세간의 법왕이요, 위없는 왕이네.

법의 깃대 큰 법상(法相)을 세우고

바른 법과 아닌 법을 알게 하시네.

여기 이제 큰 도사가 나오셨으니

일체 모든 세간을 조복하시네.

조복하지 못한 모든 하늘과 인간

일체를 다 잘 조복하시네.

 

여기 이제 큰 왕이 나오셨으니

세간을 벗어난 법주(法主)요, 위없는 왕이시네.

미묘한 큰 법바퀴를 굴려서

일체 모든 외도를 꺾어 항복받으리.

여기 이제 크게 깨친 이 나오셨으니

세간에 깨치지 못한 이를 깨치게 하리.

그 모든 번뇌에 얽혀 있으면

일체 얽힘을 끊어 벗게 하시네.

여기 이제 큰 제석의 깃대가 나셨으니.

끝없는 큰 법비를 내리시리.

10력이 구족해 세상에 둘도 없고

모든 외도를 항복 받으시네.

여기서 이제 크고 흰 코끼리를 타고

무명의 넓은 사막을 건너

예리한 지혜 금강저를 가지고

외도의 모든 사견을 타파하시리.

여기 이제 큰 범왕(梵王)이 나오셨으니

세간의 일체 중생들을 가련히 여기시리.

어리석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자

큰 법의 쇠북과 소라와 북을 울리시네.

여기 이제 큰 용이 나오셨으니

세간에 큰 법비를 내리시리.

3계의 모든 중생들을 적셔 이롭게 하고

뜨거운 괴로움과 삿된 병을 덜어 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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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모든 정거천들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태자에게 예배하고 태자를 따라가며 말하였다.

“존자 대장부의 몸에 귀의합니다.”

정거천들은 먼저 지은 업의 과보에 따라서 미묘한 몸을 얻어 위엄과 덕성을 갖추고 용맹하며 의지력으로 정진하여 하기 어려운 것을 해냈다. 이들은 태자를 위하여 몸에서 광명을 놓아 어둠을 없애고 길을 나타내 보였다. 마치 두꺼운 구름 속에서 햇빛이 나와 광명을 놓는 듯, 정거천들도 몸에서 모든 광명을 놓아 태자를 위하여 길을 나타내 보였다.

그 때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은 다 각각 단정하고 어여쁜 학동(學童)의 몸을 지어 내어 태자 앞에서 태자를 평탄한 길로 인도했으며, 대범천왕은 모든 범천들의 권속과 함께 태자의 오른편을 에워싸고 갔으며, 도리천왕은 모든 제석천들과 33천의 권속들과 함께 태자의 왼편에서 에워싸고 갔으며 4대천왕은 각각 갖가지 미묘한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미묘한 하늘관으로 머리를 장엄하여 모든 영락을 드리우고, 한량없는 건달바ㆍ구반다ㆍ모든 용ㆍ야차 등 한량없

는 무리들과 좌우에서 에워싸고 몸에 갖가지 투구 갑옷을 입고 손에 활과 살을 쥐거나 날카로운 칼이나 긴 칼ㆍ철봉ㆍ창ㆍ삼지창ㆍ갈고리를 들거나 방패를 받쳐 들고서 태자 앞에서 인도하고 가며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머물지 말고 이 길을 따라 빨리 가소서.”

허공에 한량없는 백천억의 하늘 무리들은 온몸 가득 기쁨에 겨워 날뛰면서 하늘의 물과, 뭍에서 나는 꽃을 가지고 태자 위에 뿌렸다. 또 전단이며 묘한 침수향 다가라 등 모든 가루향과 그 밖에 갖가지 온갖 향을 가지고 태자 위에 뿌렸으며 또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태우는 향을 가지고 태자가 갈 때 각각 손으로 태자 위에 뿌렸는데, 이는 태자에게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태자의 궁안에 있는 모든 채녀들은 잠을 깨고 나서 문득 소리쳤다.

“태자님이 보이지 않는다. 태자님이 보이지 않는다.”

야수다라 태자비도 누운 자리를 보았으나 자기 한 몸뿐 태자는 보이지 않자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아아, 아아, 우리들은 성자에게 속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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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대성통곡을 하며 몸을 땅에 던졌다. 먼지와 흙을 쥐어 머리 위에 뿌리며 두 손을 들어 자기 머리털을 뽑으며, 몸에 있던 영락을 뜯어내 땅에 내던지고, 손톱으로 사지와 살가죽을 할퀴며 입고 있던 옷을 다 찢었다. 소리내어 크게 울며 갖가지 신산하고 괴로운 말을 쏟아놓으니 여러 가지 고통이 자신의 몸뚱이를 핍박하고 휘감겼다.

그 때 궁내의 채녀와 시녀들은 정반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오늘 밤 잠을 깨어보니 태자님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그 때 마구간지기도 이미 건척을 잃었는지라 역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오늘 밤 마구간에 큰 말 건척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아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렇게 부르짖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마침 곁에 있던 시신(侍臣)이 전단향 찬물을 그의 위에 뿌리니, 조금 지나서 깨어나 본 정신에 돌아오자 곧 성을 지키는 대장들을 불러서 칙명을 내렸다.

“경들은 속히 4병(兵)을 장엄하여 갑옷을 갖추고 빨리 태자를 찾아서 있는 곳을 알아 오라.”

그 대장들은 왕의 이런 엄중한 칙명을 듣고 궁에서 나와 널리 여러 대장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모든 장수들은 각각 잘 들으라. 정반대왕께서 이런 칙명을 내리셨다. ‘나라 경계 안의 백관 대신들과 나의 봉록을 받는 이나 혹은 나를 의지해 사는 사람들은 다 모여 속히 패를 나누어서 태자를 찾으러 가라. 만약 만나게 되거든 잘 위로하고 달래어 그 산숲 골짜기에 머물지 않도록 도로 모셔 오라.”

그 때 백관과 모든 신하들은 그 성 지키는 장군의 말을 듣고 즉시 각각 가비라성 안팎 네거리에서 요령을 흔들고 외쳤다.

“정반대왕의 봉록을 먹는 그대들 모든 신민(臣民)들과 또 대왕을 의지해 사는 모든 신하들과 백관들은 다 가비라성에서 나와 태자를 찾으라. 만약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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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게 되면 위로하고 달래어 도로 궁중으로 돌아오게 하라.”

석가족 모든 대신과 백관들은 물론, 가비라성에 살고 있는 국민들로서 그 녹을 먹는 이나 먹지 않는 이나 다 성에서 나와 태자를 찾았다.

그 때 성을 지키던 대신은 널리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이르고 나서 점점 태자의 말을 맡은 대신의 집에 이르러 그에게 일렀다.

“정반대왕께서 칙명을 내려 속히 태자를 찾으러 성에서 나가라 하십니다.”

그러자 대신은 말했다.

“나는 태자 있는 곳에 갈 수 없습니다.”

성지기 대신은 거듭 이렇게 말했다.

“정반대왕께서 태자 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다 잡아 가두라고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말을 맡은 대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인자(仁者)여, 만약 나를 잡아 가두고자 하거든 먼저 그대의 모든 처자ㆍ형제ㆍ자매ㆍ친척 권속을 다 잡아 가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 때 성안 국민 대중들이 다 나와서 태자를 찾아 나섰으나 모든 천신들이 위력으로 막은 까닭에 태자를 찾을 수 없었다.

 

22. 체발염의품(剃髮染衣品) ①

그 때 태자는 가비라성 문에서 나오자 차닉에게 이렇게 일렀다.

“너 차닉아, 내 이제 너에게 말하노니 너는 내 앞에서 인도하여 바로 라마촌으로 향해 가라.”

이 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태자님, 명령대로 감히 어김이 없겠나이다.”

앞에서 인도하여 바로 라마촌으로 향했다. 말 건척도 가볍고 빠르게 갔는데, 발걸음이 편안하여 밤중부터 아침 샛별이 뜰 때까지 12유순을 갔다.

마하승기사(摩訶僧祇師)는 말이 반야(半夜)에 12유순을 갔다 하였고, 여러 사(師)들은 밤중에서 아침 샛별이 돋을 때까지 백 유순을 갔다고 하였다.1)

 

1) 이 부분은 각주로 처리되어야 할 부분이나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본문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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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 이르니 미니가(彌尼迦)라 이름하는 곳이었다. 해가 돋을 때 발가바(跋伽婆) 선인이 사는 곳에 이르렀으며 그곳에 이르고 나서 차닉에게 물었다.

“너 차닉아, 여기가 어디냐?”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대성 태자여, 여기는 라마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 때 태자는 이 숲이 과거 선인이 살던 곳임을 알았다. 또 모든 새 짐승이며 흐르는 물ㆍ우물ㆍ샘ㆍ못ㆍ도랑ㆍ냇물을 보았다. 그리고 차닉과 말 건척이 걸어와서 피로함을 알고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착한 차닉아, 이제 때를 알거든 여기 머물러 쉬도록 하라.”

태자는 말에서 내려서 이렇게 큰 서원을 세웠다.

‘이것이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탈 것에서 내린 곳이 되어지이다. 이것이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탈 것에서 내린 곳이 되어지이다.’

태자는 건척에서 내려 아름다운 말로 차닉을 위로하고 달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차닉아, 세상에 어떤 종은 마음이 비록 주인에게 효순하더라도 자유가 없고, 어떤 종은 마음은 자유로우나 효순하지 않고, 어떤 종은 마음에 효순함도 없고 능력도 없으며, 어떤 종은 마음도 효순하고 큰 능력도 있느니라. 착하다 차닉아, 너는 오늘 희유하게도 공경 효순하여 좋은 마음으로 나를 향하고 능력도 있구나. 차닉아, 나는 지금 너 때문에 매우 기쁘다. 이런 업으로 너는 내 곁에서 마음이 크게 효순하여 나를 크게 애경하며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나를 섬기되 이익을 구하고자 하지 않았도다. 무릇 세상일이란, 부귀한 사람일수록 애착이 심해 남을 섬기지만, 네가 나를 섬기는 뜻은 그렇지 않도다. 세상에 또 어떤 사람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 부귀한 자를 섬기고, 빈천한 사람을 보면 등져버리지만 너는 이제 그렇지 않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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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길러 살림을 마련해 주고

부모를 섬겨 양육에 보답하네.

이익을 위해 농사를 짓는 것도

다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라네.

차닉은 이 게송을 듣고서 태자에게 물었다.

“대성태자여, 종이란, 부귀한 사람이 마음을 내어 일을 하고자 할 때 낱낱이 그 까닭을 묻지 못하는 법입니다만 저는 오늘 이미 성자께서 이 산에 들어오신 것을 보았기에 성자께서 무슨 인연으로 이런 마음을 내어 여기까지 왔는지 감히 묻고자 하나이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차닉에게 대답하였다.

“너 착한 차닉아, 내 너에게 말하고자 한다. 너는 이제 무엇 때문에 알려하느냐.”

차닉은 또 말하였다.

“대성태자여, 저는 비록 이렇게 천하오나 성자님과 같은 날 태어났으며 성자님의 종으로서 성자님께 따르고 뜻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착한 차닉아, 내 이제 너에게 말하리니 네가 할 수 있겠느냐.”

“대성 태자여, 저는 이미 성자님의 종이며 친히 성자를 섬기는데 어찌 감히 하지 않겠습니까?”

태자가 다시 말하였다.

“너 착한 차닉아, 내 이제 성왕의 지위를 버린 것은 그 밖에 다른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직 얽매임에서 해탈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차닉아, 나는 이제 이런 왕위를 취하지 않으니 마음이 크게 기쁘다. 차닉아, 모든 왕위란 크게 두려운 것이니 나는 이제 속마음으로 이렇게 분명히 보았다. 차닉아, 나는 출가에 이런 이익이 있음을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끊어버리고 산 숲에 들어왔으며 다시는 생사에 매이지 않는다. 나는 이제 생사에서 해탈하고자 하노

라. 너 착한 차닉아, 이제 도로 건척을 돌려 왕궁으로 돌아가라. 나는 이제 출가할 것이다. 이미 마음을 정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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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더이상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내 뜻을 알아주는 네 마음을 사랑하노라.

나는 사랑하는 이와 친척을 끊고 왔으니

너는 빨리 건척을 데리고 가거라.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출가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네 가지 일을 본 후에 버리고 떠납니다. 무엇이 네 가지냐 하면, 몸이 늙거나 병이 나거나 혹은 고독하거나 재산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자께서는 이 네 가지 가운데 한 가지도 해당하는 게 없습니다. 또 성자께서 처음 나셨을 때 관상 잘 보는 바라문들과 재주 있고 지혜로운 점장이와 경서를 많이 읽고 온갖 논(論)을 잘 아는 이들이 모두 ‘이런 동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통치하여 큰 지주(地

主)가 되어 7보가 구족하리라’고 수기를 했습니다. 7보란 바퀴의 보배ㆍ구슬의 보배ㆍ코끼리 보배ㆍ말 보배ㆍ여자의 보배ㆍ창고를 주관하는 신하의 보배ㆍ군사를 주관하는 신하의 보배입니다. 또 천 명의 성자(聖子)를 낳으시되 다 용맹하여 다른 원적을 물리치며 그 전륜왕은 이 대지와 모든 바다들을 통솔하고 법답게 항복받고 다스리리라 하였습니다. 성자여, 만약 금 바퀴의 보배를 얻게 되면 그것은 천연적인 것이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예쁠 것입니다. 공

중에서 앞으로 가면 왕은 허공을 타고 그 보배 바퀴를 따르고 모든 친척들은 좌우에서 에워싸고 허공에서 날아가니 이것은 전륜성왕의 지위에 올라 큰 공덕을 받는 것입니다. 이 때 성자께서는 명월주 마니보배로 어두운 밤에 7유순이나 되는 땅을 빠짐없이 비출 것이며 이 때 성자께서는 이렇게 한량없는 왕위의 낙을 받을 것입니다.

대성태자여, 당신께서 만약 흰 코끼리를 타실 때면 그 코끼리의 7지(支)가 다 땅에 버티고, 흰 여섯 어금니는 다 금으로 장식하고 금 안장이며 고삐들을 얹고 금 영락으로 그 위를 장엄하고 그물로 덮으며 신통이 구족하여 자유롭게 날아갈 것이니, 이 코끼리를 타면 온누리를 두루 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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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께서는 이 때 그 왕위에서 매우 큰 쾌락을 받을 것입니다. 또 성자께서 때가 되어 큰 말을 타신다면, 그 말은 온몸이 짙푸르고 머리는 검고 꼬리가 매우 길며, 금 안장을 씌우고 보배로 새긴 멍에와 순금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금 그물을 그 위에 가득 덮을 것입니다. 그 말도 신통이 자재하고 걸림이 없어 허공을 잘 날 것입니다. 가고자 할 때는 성자께서 위에 타고 이 대지를 두루 다닐 것이며 성자께서는 그 때 왕위를 받고 매우 큰 쾌락을 얻을

것입니다. 또 성자께서 만약 때가 되어 여보(女寶)를 얻는다면 안목이 단정하고 얼굴과 목이 어여쁘며 걸음이 조용하고 가장 묘하여 마치 하늘의 옥녀(玉女)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을 것입니다. 그 때는 다 받아들여 5욕을 맘껏 누릴 것이며 전륜왕위로서 쾌락이 풍족할 것입니다.

또 성자께서 때가 되어 창고를 주관하는 보배를 얻는다면, 그 주장신(主藏臣)은 하늘눈을 얻었기 때문에 금과 은이 묻힌 땅에서 모든 보배를 찾아내어 성자에게 바칠 것이니, 그 때 5욕이 구족한 공덕을 받을 것입니다. 또 성자께서 때가 되어 군사를 주관하는 보배를 얻는다면, 그 주병신(主兵臣)은 기술이 좋고 지혜가 많으며 총명하고 영리하여 4병의 무리들을 잘 거느릴 줄 알아서, 한 생각 동안에 성자의 마음을 알고 다 갑옷을 입혀서 빠짐없이 다 갖추

어 부대를 정비하여 성자 앞에 나와 마음대로 쓰게 하리니, 성자는 그 때 왕위에서 매우 큰 쾌락을 받을 것입니다.

이렇게 성자께서 때가 되어 일곱 가지 보배가 구족해지면 그 때는 이 대지와 모든 4해와 일체 산하와 숲과 샘들이 성자께 소속될 것입니다. 모든 원적과 천하가 두루 다 돌아와 항복하므로 두려울 것도 없고 의심할 것도 없습니다. 일체 국민들이 다 각각 풍족하여 가난하고 험난과 어려움이 없으며 칼과 창의 병기를 쓰지 않고 법답게 행할 것입니다. 이미 법답게 행하여 천하를 다스리게 되면 그 때 성자께서는 성왕의 자리에 올라 한없는 쾌락을 누릴 것입니

다.”

그 때 태자는 이런 여러 가지 말을 듣고나서 도로 차닉에게 물었다.

“너 착한 차닉아, 관상 보는 바라문들은 나에게 이런 수기만 하였느냐, 아니면 다른 수기도 있었느냐?”

“그 밖에 다른 수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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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기냐?”

“그 관상 보는 바라문들은 또 이렇게 수기했습니다. ‘이 동자가 만약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게 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보리를 이루고 나서는 위없이 미묘한 법바퀴를 굴릴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차닉아, 망녕된 말을 삼가고 진실만을 말해라. 그 때 아사타 선인은 ‘이 동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했으며 내가 마침내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이라고 한결같이 수기하지 않았더냐.”

차닉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놀랍고 두려워 몸의 털이 곤두서며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어찌 수기를 기억하십니까. 이 수기는 석가족 모든 권속들이 사사로이 가만히 들었을 뿐 성자에게는 알리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성자께서 보리심을 낼까 두려워해서였습니다.”

이 때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차닉아, 나는 옛적 저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에 들고 또 태중에 있을 때의 일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하물며 난 뒤에 나에게 내린 수기를 잊을 리가 있느냐. 차닉아, 모든 하늘 사람들은 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진 태자여, 빨리 출가하소서. 반드시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보리를 이루고 나서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입니다’라고.

차닉아, 이런 까닭에 나는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을 아노라. 나는 이제 실다운 말로 너에게 이르노라. 차닉아, 나는 이제 차라리 칼로 몸과 살을 도려내고 차라리 독약을 먹고 죽을 지라도, 차라리 큰 불에 들어갈지라도, 차라리 큰 벼랑에서 떨어질지라도, 차라리 스스로 목을 찔러 죽을지라도 나는 이제 생사를 여의는 법을 얻지 못하고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러한 세간의 5욕 경계는

모두 다 무상하여 오래 머물지 못하며 파괴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불본행집경 제18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2. 체발염의품 ②

 

그 때 태자는 손으로 그의 천관(天冠)과 상투에서 하늘의 값진 마니보배를 풀어가지고 차닉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차닉아, 내 이제 너에게 이 마니보배를 주노니 너는 이 보배를 가지고 부왕인 정반대왕 앞에 돌아가 한량없이 정례하라. 너는 내 뜻을 알므로 나는 너에게 부촉하노니 너는 나를 믿으라. 나는 이제 너에게 이 보배를 돌리노라.

부왕 앞에 나아가 모든 걱정과 고뇌를 놓으라 전하고, 또 나를 위하여 대왕에게 이 말을 잘 아뢰어라.

‘나는 이제 남에게 속아서 문득 부왕의 슬하를 떠난 것도 아니며 또 진심과 원한 때문도 아니며 재물을 구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봉록이 적어서도 아니며 천상에 나고자 해서도 아닙니다. 오직 일체 중생들이 바르지 못한 어둡고 미혹하고 삿된 길로 가는 것을 보고 빛이 되어 주어 이러한 생사의 법을 없애주기 위해, 세간을 이익되게 하고 걱정과 근심 없는 곳을 구하기 위해, 무상한 유루(有漏)의 행을 끊기 위해 출가하였습니다. 크게 자비로운 부왕이시여,

제가 이렇게 즐거이 출가함을 아시고 근심 걱정을 마시옵소서’라고 하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비록 은혜와 사랑으로 오래 함께 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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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마침내 반드시 이별이 있는 것

이렇게 무상이 잠깐 동안임을 보았으므로

나는 이제 해탈을 구하고자 하나이다.

태자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차닉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 근심 괴로움을 떠나고자 세속을 버리고 출가했으므로 부왕에게 ‘근심과 걱정을 마시라’고 아뢰어라. 만약 세상에 근심과 걱정 때문에 5욕에 얽매이게 된 이가 있다면 그들은 응당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자식을 낳아 재물을 구하여 양육하지만 부모에게 은혜를 갚는 데 법의 재물을 베풀 이는 세상 자식 중에 있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부왕이 마음속으로 ‘내 아들은 이제 출가할 때가 아니다’

하신다면 ‘부디 그런 생각을 하지 마소서’라고 하라.

법을 구하는 일에는 시절이 없다. 무슨 까닭이냐? 사람이 세상에 머무는 수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런 줄 알기 때문에 결정코 버리고 가장 위로 행하는[上行] 곳을 찾는다. 이것이 내 마음에 결정한 말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죽음이란 원수와 한 방에 같이 있으면서 ‘내 목숨은 길 것이다’라고 하는 격이니 그런 이치는 없다. 차닉아, 너는 나의 부왕인 정반왕께 이르러 이렇게 여러 말로 왕의 뜻을 안정시키도록 하라. 너는

그곳에 이르러 이런 방편을 잘 지어서 위로하고 달래어 내 생각이 나지 말게 하라. 차닉아, 그리고 내 또 너에게 말하리니, 부왕께 가면 다만 내가 거역한 일과 덕행이 없음을 들어서 ‘태자는 이렇게 의리가 없고 애착심이 없다’고 하고 내가 효순했던 일은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이냐? 사랑을 버려야만 모든 생각과 근심 걱정을 버리기 때문이다.”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이런 여러 가지 말을 듣고서 온몸이 뜨겁게 괴로워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며 합장하고 태자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대성태자시여, 태자께서 말씀한 대로 전하면 저 모든 친족들과 부왕께서 크게 근심과 걱정을 할 것이니 저의 마음은 기쁘지 않고 마음이 끊어지는 듯합니다. 큰 코끼리가 깊은 진흙에 빠져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 말을 듣고 뉘라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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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런 말을 하였다.

“정진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남을 통해 들어도 크게 놀랄 일인데, 하물며 제 자신은 어릴 때부터 성자와 같은 날 같은 때에 나서 함께 자라면서 사랑과 존경심으로 끊임없이 서로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가령 쇳덩이로 된 마음이라도

이렇게 맹세하는 말씀을 듣게 되면

뉘라서 마음이 쓰리고 아프지 않으리.

하물며 같은 날 태어나 사랑을 바친 나임에랴.

차닉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저는 큰 말에 태자님을 태웠으나 모든 하늘들의 신통력을 입었기 때문에 강제로 내 마음이 끌려 왔을 뿐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제 어떻게 성자께서 출가하는 일을 중단하게 하오리까? 그러나 저는 이미 같은 날 태어난 종이요, 이 말도 다름이 없습니다. 어찌 태자님을 잠시인들 떠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겠습니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성자여, 또한 저와 건척을 놓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근심과 슬픔을 내게 하는 이별의 말을 이렇게 부왕이신 대왕에

게 전하라 하심은 합당치 않습니다. 그리고 성자께서 이제 늙으신 부왕을 등져버리고 출가하심도 합당치 않으니 그 법이 옳지 않습니다. 낳아주신 부모에게 효성으로 봉양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묘법은 다시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모이신 마하파사파제 왕비께서 젖먹여 길러주신 은혜도 버리지 못하옵니다. 이렇게 따지자면 성자께서는 길러주신 옛 은혜를 기억하지 않는, 은혜와 의리를 모르는 자가 되나이다. 성자여, 정비(正妃)인 야수다라께서도 정결한 여자로

서 모든 덕이 구족하오니 역시 버리거나 떠나서는 안됩니다. 뿐만 아니라 성자께서 이제 모든 석가족 친척들을 버리신다 하더라도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종인 저를 버리시면 안됩니다. 다만 성자께서 발로 밟으시는 땅은 제가 항상 따를 것이요, 등져버리지 못하겠나이다.

대성태자여, 이런 까닭에 저는 이제 차마 마음속에 근심과 슬픔의 불이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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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게 타는 심정을 가지고 도로 성내로 들어가고 성자님만 여기 쓸쓸한 숲에 홀로 계시게 할 수 없습니다. 저만 스스로 빠져서 돌아가면 정반대왕께서 어떤 말씀으로 꾸짖겠습니까? 또 성자께서 이미 집에 돌아가지 않는데 저 홀로 간다한들 성자님의 벗과 친지들이며 또 궁 안의 채녀며 후비들이 무어라 묻겠습니까? 성자님께서 저에게 ‘너는 이제 권속들에게 나를 나쁘게 말하고 비방하고 법답지 못하게 말하여 나의 권속들이 나를 잊고 나를 미워하게 하라’고 하

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찌 감히 이런 헐뜯는 말과 욕된 말을 망녕되이 하겠습니까?

제 마음 스스로 부끄럽고 수치스럽지 않겠습니까? 만약 저의 마음과 뜻 및 입과 혀로써 성자에게 나쁜 말을 하고자 한다면, 비록 제가 성자에 대해 망언을 한다 하더라도 누가 저의 망언을 믿겠습니까? 성자여,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저 달을 갖가지 나쁜 일로 헐뜯고 욕된 말을 한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이런 일을 믿겠습니까? 다만 성자께서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익혀 행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촉탁하심은 좋지 않습니다. 성자께서는 이미 대자비행을 행

하고 항상 아름다운 말로 중생을 달래고 위로하셨는데 이제 모든 친척을 버리심은 옳은 일이 아니옵니다. 이런 까닭에 어지신 성자께서는 마음을 돌이켜 집으로 돌아가 낙을 누리소서.”

그 때 태자는 이렇게 근심하고 슬퍼하고 고뇌하는 차닉의 말을 듣고 그에게 일렀다.

“차닉아, 너는 이제 이별하는 괴로움을 버리고 근심과 걱정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일체 중생에게는 남도 있고 늙음도 있고 모두 이별하는 일도 있느니라. 차닉아, 일체 중생의 애착하는 마음과 혹에 물드는 마음은 태중에 있을 때건 양육받을 때건 다 헛되어서 마침내 이별이 있다. 그는 내가 아니요, 나는 그가 아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큰 나무에 모인 새떼와 같이

각기 여러 곳에서 와서 함께 자다가

뒷날 각각 따로 날아가버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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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의 이별도 그러하니라.

한여름에 일어나는 큰 구름처럼

잠깐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나니

중생이 이별하는 법도 다 그러해서

잠깐 모였다가 다시 떠나느니라.

이미 함께 와서 이 세상에 났다가

이제 각각 근본으로 돌아가나니

너와 내가 다르다 말하지 말라.

부질없이 가고 오는 정을 짓느니라.

오고 가는 일 의지할 곳 없건만

다만 중생에 따라 애착이 있을 뿐

구태여 자기니 남이니 분별내는 뜻은

한 나무에 가지와 잎새와 줄기 같은 것

각각 따로 빛과 형용이 있지만

이 인연은 본래 더럽고 물듦이 없거든

하물며 무상한 중생의 무리들이랴.

나무와 넝쿨에 여는 과일같이

익으면 떨어지고 마는 것

인명의 길고 짧음도 마찬가지라

오래 사나 빨리 죽으나 끝내는 없어지는 것

지난 옛날 모든 선인들도

항상 이런 무상한 일 말하였다네.

가령 수명이 8대겁(大劫)이라도

무상으로 파괴될 때 이르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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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 1142] 쪽

반드시 죽는 것 의심할 여지 없도다.

마치 여러 곳에서 저마다 와서

냇물에 이르러 함께 물을 마시거나

혹 배를 타고 저쪽 언덕으로 건너다가

언덕에 오른 뒤에 다시 흩어지듯.

부모가 자식을 낳음도 그러하나니

권속들이나 모든 벗들 까지도

어려서 비록 한 곳에서 자라더라도

장성하면 잠깐 사이에 각각 떠나네.

비록 같은 업과(業果)로 같은 집에 태어나도

고락의 보는 같이 받지 않으니

무상한 일이 재촉할 때가 되면

각각 서로 버려 친소(親疎)가 없다네.

이렇게 태자는 게송을 읊고 나서 차닉에게 일렀다.

“착한 차닉아, 그러므로 너는 이제 스스로 고뇌하지 말고 반드시 돌아가라. 왜냐 하면, 네가 이제 주인에게 애착을 버리지 못한다면 집에 돌아 갔다가도 다시 와서 나를 찾으리라. 만약 네가 가비라성에 돌아가 나를 위해 근심하는 친족을 보거든 너는 그들에게 이렇게 일러주라.

‘당신들 권속들은 태자에게 애착하는 마음을 끊어버리시오. 왜냐 하면 나는 이제 그의 맹세를 알기 때문이오’라고.”

태자는 게송을 읊어 차닉에게 부탁했다.

가령 이제 내 몸과 피와 살과

사지의 골절과 힘줄 가죽까지

모든 것이 다 녹아 없어지더라도

목숨을 보전하지 못하더라도

내 만일 이 무거운 짐 못 벗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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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괴로움 뛰어넘어 근본에 이르러

해탈을 증득하여 도량에 앉지 못하면

마침내 헛되이 돌아가 서로 만나지 않으리.

그 때 차닉은 태자의 이 게송을 듣고 나서 곧 자신을 땅에 던져 사지를 펴 엎드리고 두 손으로 태자의 두 발을 안고 이렇게 말했다.

“어지신 성자여, 이제 비옵나이다. 크게 기뻐하시옵고 이렇게 괴롭고 간절한 맹세의 말씀을 하지 마소서. 대성태자여, 제게 무슨 힘이 있고 무슨 신덕(神德)이 있어 성자님을 본궁에 돌아가게 하겠습니까? 다만 제가 여기서 혼자 집에 돌아가게 되면 성자님의 권속들은 반드시 저를 때릴 것이며, 혹은 성자님의 부왕인 정반왕과 이모인 마하파사파제께서 반드시 저에게 ‘미묘한 범천의 음성을 가진 총명한 내 아들을 너는 이제 어디에 갖다 버리고 왔느냐’고 물으

실 것입니다.”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차닉아,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나의 부모와 모든 권속들은 네가 여기서 홀로 돌아온 것을 보더라도 결코 너를 때리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나의 권속들은 모두 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차닉아, 속히 일어나라, 속히 일어나라. 위에서 말한 것같이 이런 법이 있느니라. 세상에 어떤 사람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말과 뜻을 그에게 일러주면 반드시 상을 줄 것이다. 너는 어김없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 나의 부왕께서

네가 돌아오는 것을 보면 마음이 소생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부왕께서 내가 집을 버리고 도를 얻고자 출가한 것을 알고는 크게 고뇌를 내어 부왕 자신과 모든 권속들은 다 흐느끼며 슬피 울 것이며, 성 안의 크고 작은 모든 인민들도 나를 위해 큰 고뇌를 내었다가, 네가 돌아오는 것을 보면 조금은 기뻐하리라.”

그 때 차닉은 땅에서 일어나 합장하는데 눈물이 비오듯 하고 큰소리로 울면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제 성자님을 모시고 집에 돌아가 대왕의 종성을 끊지 않게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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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 1142] 쪽

이 때 차닉이 땅에서 일어나자 큰 말 건척도 앞 무릎을 꿇고 엎드려 혀를 내어 태자의 두 발을 핥으며 (두 눈에 눈물을 흘렸다. 그것을 본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1)

“대성 태자여, 이 말이 비록 축생의 몸이지만 슬프게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우는데 하물며 성자의 모든 권속들의 마음은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성자여, 부디 이 건척을 바로 보시옵소서. 이제 성자께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시려는 것을 보고 이렇듯 두 무릎을 꿇고 혀를 내밀어 성자의 발을 핥으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두 눈에 눈물을 흘리옵니다.”

그 때 태자는 모든 공덕으로 이루어진 만자(卍字)로 장엄한, 천 개의 바퀴살이 달린 바퀴 모양의 손, 마치 파초의 속심같이 부드러운 금빛의 오른손바닥과 그물 무늬 손가락으로 그 말 건척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건척아, 너는 이제 말의 구실을 다했고 크고 무거운 임무를 다했다. 이제부터 너 건척은 집에 돌아가 스스로 자라거라. 이번이 나를 마지막으로 집에서 태우고 나온 것이다. 먼 길을 네 덕분에 오늘 여기까지 왔다. 건척아, 너는 걱정 근심을 말고 울지 말고 슬퍼 말라. 너는 나를 태운 일로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내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여 훗날 증득할 때에는 감로를 너에게 나누어 주고자 한다.”

그 때 이런 게송이 있었다.

태자는 그물 무늬 오른 손가락과

만자(卍字) 천복 바퀴상을 나타낸

부드럽고 청정한 금빛 손으로

큰 말 건척의 머리를 쓰다듬었네.

마치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말하듯 했네.

 

1) ( ) 안은 고려대장경 제20권 705中에 원문이 빠져 있어 신수대장경을 참고로 끼워넣었다. 빠진 원문은 “유루 시시차닉백태자언 대성태자(流漏 是時車匿白太子言 大聖太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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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 1142] 쪽

같은 날에 함께 난 말 건척아

슬피 울며 괴로워하지 말라.

너는 말의 책임을 다했구나.

내 만약 감로의 맛을 증득한다면

나를 실어다 준 너에게

비밀한 가르침의 깊은 법을 나누어

결코 헛되지 않게 너에게 보답하리라.

그 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오늘 이미 광대한 왕위를 얻으셨습니다. 성자께서는 모든 상을 갖춘 옥녀(玉女) 보배가 구족하고 장엄한 궁전이 으리으리하며 그 밖에 여러 가지 5욕의 일도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여 인간으로서 갖추기 어려운 것을 이제 이미 얻으셨는데 어찌하여 성자께서는 이 묘한 낙을 버리고 온갖 새와 짐승들이 가득 찬 넓은 벌판을 사랑하십니까? 또 이곳에는 악한 도적들을 만날 공포가 있는데 홀로 다니고 홀로 앉아 모든 낙을 멀리 버리고 어떻게 마음

이 즐겁겠습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너 착한 차닉아, 하는 말이 헛되지 않고 그 이치가 비록 그럴 듯하나 너는 이제 자세히 들으라. 내 너를 위해 말하리라. 세간의 5욕이란 마침내 무상으로 돌아간다. 구경의 법은 아니니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 못한다. 만약 얻는다 하더라도 빠르게 흐르는 물과 같이 다시 잃고 풀 위의 이슬과 같이 잠시도 머물지 않아서 곧 흩어지니 마치 빈 주먹으로 어린애를 속이는 것과 같고, 파초의 속과 같이 참됨이 없으며, 가을 구름이 일어나 듯 잠깐 퍼졌다 도

로 걷히고, 번개불같이 문득 났다 곧 꺼지며, 물 위의 거품같이 정해진 자리가 없으며, 더운 볕에 생기는 아지랑이같이 사람을 속이고 미혹하게 하느니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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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 1142] 쪽

5욕의 일이란 모두가

마치 백정의 도마와 같고

칼날 위에 바른 꿀과 같으며

남의 그릇을 빌린 것 같고

초상집 곡하는 소리 같으며

꿈에 쾌락을 보는 것 마냥

깨어나 찾을 길 없노라.

마치 깎아 맞춘 인형과 같고

나무의 과일이 익은 것 같아

오래잖아 땅에 떨어지는 것이며

악인의 칼과 창같이

원수를 죽여 자비심이 없노라.

마치 다져지는 고기처럼

큰 고뇌를 받으며

큰 횃불을 잡았다가

잘못해 몸을 태우듯

인천의 과보로 묘한 색신 얻어서

오래도록 낙을 받아도

싫증내고 떠날 마음이 없어

이미 얻고도 또 찾으리라.

마치 사람이 목이 탈 때

또다시 소금물을 마시듯

모든 5욕을 구하여

싫어 떠나지 않음도 그러하다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모든 5욕을 떠나려 하리,

마치 독사의 머리를 보듯이.

오래 살기를 구하거든

독약을 보듯이 5욕을 멀리 떠나고

큰 불더미를 보듯 하리라.

만약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면

응당 멀리 버리고 떠나리.

나고 죽는 모든 것은

무엇이든 견실치 못해

생각마다 잠시도 머물지 않나니

세상 법은 응당 이와 같아서

수명에는 자유가 없고

결정코 죽음에 이르게 되리.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세간에 머물지 못하리라.

그 때 태자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차닉에게 일렀다.

“차닉아, 5욕의 일에는 이렇게 갖가지 우환이 있다. 차닉아, 왕위도 역시 그러하여 갖가지 고와 온갖 환란이 있다. 나는 이런 두려운 현상을 보았기 때문에 차라리 이 광야에 머물면서 온갖 새와 짐승과 도적의 공포가 있는 곳에서 홀로 일어나고 홀로 거닐며 멀리 욕락을 여의고자 하니 내 뜻은 여기를 즐기는 것이지 저기서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차닉아, 너는 나의 이런 말을 듣고, 나의 이 큰 일을 어기지 말라. 나는 이런 법행 속에서 마땅히 법의

눈을 열 것이니 너는 따라 기뻐하고 나를 막지 말라.”

차닉이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태자께서 이미 마음을 결정하셨으니 저는 이제 감히 성자의 명령을 어기지 않겠으며 성자의 가르침대로 저는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태자가 차닉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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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 1142] 쪽

“착하다, 착하다. 착한 차닉아, 너는 이제 내 뜻을 순종하니, 크게 이익을 얻을 것이다. 너는 좋은 일을 했도다.”

태자는 몸에 걸쳤던 모든 보배 영락을 다 풀고 나서 입으로 이렇게 큰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집에 있을 때 몸을 장엄했던 것이다. 이것은 내가 최후로 집에 있을 때 몸을 장엄했던 것이다.”

그것을 풀어 차닉에게 주고 이렇게 말하였다.

“차닉아, 너는 이 모든 보배 영락을 가지고 돌아가 나의 여러 권속들에게 주라.”

차닉은 곧 그 영락을 받아 들고 다시 태자에게 물었다.

“성자시여, 만약 제가 집에 이르러 이 영락을 성자의 모든 권속들에게 드릴 때, 만약 그 권속들이 저에게 ‘차닉아, 너는 이제 무슨 까닭에 우리 태자를 다른 나라에 가서 버리고 홀로 왔느냐. 차닉아, 실달태자가 다시 우리들에게 무어라 부탁하시더냐’하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하오리까?”

태자는 또 말하였다.

“차닉아, 네가 만약 집에 이르거든 나를 위하여 정반대왕과 이모 마하파사파제에게 정례하고 그 밖의 어른들과 일체 권속들에게 모두 문안을 드리라. 차닉아, 나를 위하여 정반대왕께 이렇게 말씀드려라.

‘저는 이제 참으로 부왕의 은혜가 깊은 줄 압니다. 다만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기 위하여 어기고 떠났습니다만, 만약 증득하면 곧 집에 돌아가 부왕을 받들어 뵈옵겠나이다’

또한 따로 나를 위하여 이모인 마하파사파제에게 아뢰어라.

‘저 때문에 크게 걱정과 근심을 하지 마소서. 저는 반드시 크고 착한 이익을 이루고 돌아와 어머님과 함께 기쁘게 만날 것입니다.’

또 우리 궁내 모든 채녀와 모든 친족들과 생일이 같은 동자와 그 밖의 석가족들에게는 ‘나는 무명(無明)의 어두운 그물을 깨뜨리고자 하니 마침내 지혜의 밝음을 증득하고 나서 다시 가비라성에 돌아가리라’고 일러라.”

그 때 태자는 차닉에게서 마니로 장식한 7보 칼을 찾아서 스스로 오른손으로 칼을 잡아 칼집에서 빼내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짙푸른 우발라 빛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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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 1142] 쪽

라 상투의 머리털을 잡고, 오른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어 베어내 왼손으로 받아 공중에 던져버렸다.

그 때 제석천왕은 희유한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태자의 상투를 받들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고 하늘의 묘한 옷으로 받들어 받았다. 그 때 모든 천왕들은 자기들 하늘에서 공양구를 가지고 공양했다.

그 때 모든 정거천의 대중들은 태자와 그리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곳에 있었고, 수만나라는 한 꽃타래가 있었는데, 그 수만나 꽃이 내려와 한 이발사로 변화(化作)하여 손에 날카로운 삭도(削刀)를 쥐고 섰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 나서 이렇게 이발사에게 일렀다.

“그대는 내 머리를 깎을 수 있는가?”

그 이발사는 태자에게 대답했다.

“제가 잘 깎을 수 있습니다.”

“그대가 만약 잘 할 수 있다면 지금이 그 때다.”

그러자 그 이발사는 날카로운 칼로 태자의 머리 위 검푸른 소라 상투의 머리털을 깎았다. 마침 머리를 깎을 때 제석천왕은 희유한 마음을 내어 깎는 머리털을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나씩 하늘 옷에 받아서는 33천을 향해 올라가 이를 공양했다.

이 때부터 모든 천상에는 명절을 세우고 ‘보살의 머리털관을 공양하는 날’이라 이름하여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때 태자는 자기 몸에서 모든 영락과 천관을 벗고 머리와 수염을 깎은 뒤 몸을 돌아보니 오직 천의(天衣)뿐이었다. 그는 이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옷은 출가한 사람의 옷은 아니다. 출가한 사람은 산간에 있는 법이니 누가 나에게 물들인 가사를 줄 것인가? 출가한 법대로 산 숲에 있자면 마땅히 법의(法衣)라야 한다.”

그 때 정거천은 태자의 이런 마음을 알고 때를 맞추어 사냥꾼의 몸을 변화로 지어서 물든 가사를 입고 손에 활과 살을 쥔 채 점점 태자 앞에 이르러 멀지 않은 곳에 말없이 섰다. 태자는 몸에 가사를 입고 손에 활과 살을 들고 있는 사냥꾼을 보고 말했다.

“산과 들에 사는 어진이여, 그대는 그 물든 가사를 나에게 줄 수 있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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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 1142] 쪽

가? 그대가 나에게 준다면 나는 그대에게 가시가 옷을 주리라. 이 옷은 값이 백천억 금이나 되고 또 갖가지 전단향에 쏘인 것이니, 그대는 이런 추하고 떨어진 가사를 어디에 쓰겠는가? 이런 가시가(迦尸迦) 옷을 가지라.”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그것은 해탈한 성인의 옷인데

활과 살을 쥐고는 맞지가 않네.

그대는 기꺼운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

아까워 말고 나의 천의와 바꾸라.

그 때 사냥꾼은 보살에게 대답했다.

“내 이제 당신에게 주겠으니 참으로 아깝지 않나이다.”

그 때 화인(化人)은 보살에게 가사를 주고 보살에게서 백천억 금이나 나가는, 갖가지 전단향을 쏘인 가시가 옷을 받으려 했다. 보살은 그 때 크게 기뻐 가사를 받고, 그것을 스스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몸에 입고 있던 가시가 옷을 벗어 그 사냥꾼에게 주었다.

그 때 정거천에서 온 화인은 보살에게서 가시가 옷을 받고 나서, 곧 그 땅에서 신통력으로 허공에 날아올라 한 생각 동안에 범천궁에 이르렀다. 그 미묘한 옷을 공양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보살 앞에서 하늘의 신통으로 허공을 타고 갔다. 보살은 이것을 보고 나서 기쁘고 희유하고 가장 좋고 기특한 마음이 났다. 이 물든 가사에 대하여 거듭 애중함이 배가하고 기쁜 마음이 지극하였다.

그 때 보살은 삭발하고 몸에 물든 가사를 입자 모습이 변하였다. 차림을 마치고 나서 이런 큰 서원을 내었다.

“나는 이제 비로소 참으로 출가했다 하리라.”

이 때 보살은 차닉을 돌려보내면서 얼굴 가득 눈물을 흘렸다. 차닉을 이별한 뒤 오직 홀로 짝이 없이 몸에 가사를 입은 채, 조용히 걸어 발가바 선인의 거처로 향하였다.

그 때 차닉은 몸을 굽혀 보살의 두 발에 정례하고 보살을 에워싸고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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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았다. 차닉은 이미 보살이 사랑을 버리고 집에 돌아가려 하지 않으며, 몸에 가사를 입고 머리에 천관이 없으며, 수염과 머리를 깎았고 몸에 더 이상 모든 보배 영락과 미묘한 가시가 옷이 없는 등 이렇게 갖가지 모두가 없음을 보았다.

이미 이런 것을 멀리서 보고, 두 손을 들어 크게 울부짖으며 하늘을 부르고 통곡하며 몸을 땅에 던져 기절하였다. 얼마 후에 깨어나 땅에 서서 자세히 살피니 보살이 가는 것이 보이자, 다시 소리를 내어 원통하게 울다가, 두 손으로 건척의 목을 안고 흐느끼다 소리내어 한참 동안 울었다. 얼마 지나 이미 보살의 마음을 돌이킬 가망이 없음을 알고 모든 영락과 의상을 가지고 건척을 끌고 도로 집으로 향하였다.

그러자 몸만 돌아가는 것이지 참으로 마음까지 떠난 것은 아니라, 그는 길을 가면서 어떤 때는 생각하고 어떤 때는 소리내어 울고, 어떤 때는 기절해 땅에 넘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우뚝 서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며, 혹은 사모하는 마음에 쓸쓸히 앉기도 했다. 차닉은 이렇게 마음에 근심을 품고 여러 가지 괴로운 현상을 나타내면서 점점 가비라성에 이르렀다. 건척도 자주자주 머리를 돌려 보살을 보다가 소리내어 울부짖으며 차닉의 뒤를 따라서 눈물을 흘리며

걸었다.

그 말은 이전에는 기력이 세고 기쁘면 마음대로 뛰었으나 이제 보살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머리와 수염을 깎은 것을 보았기 때문에 괴로움에 시달려 항상 근심과 걱정으로 고뇌에 빠져 몸이 초췌하고 기력이 소진했다. 아직 몸에 영락을 장엄했으나 보살과 이별했기 때문에 위신이 없고 위덕이 없으며 몇번이고 보살을 되돌아보려 하고 큰소리를 내어, 온 얼굴을 눈물로 적시고 슬피 울며 걸어갔다. 길에서 물이나 풀도 먹지 않아 기갈에 시달린 까닭에 걸음걸이가

약하고, 위력과 위신이 다 줄어 더 이상은 잘 가지 못하고, 눈에는 눈물이 항상 마르지 않았다.

보살이 처음 타고, 출발에서 도착까지가 겨우 반야(半夜)밖에 안 되었으나, 지금은 괴로움에 시달려 몸이 쇠약해졌으므로 돌아올 때는 8일이 걸려서야 겨우 집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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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이 처음 나갈 땐 반야에 갔지만

차닉이 하직하고 건척을 몰고 올 땐

괴로움이 핍박해 위세를 잃었으므로

돌아올 때는 8일이 걸려서야 집에 왔다네.

 

23. 차닉등환품(車匿等還品) ①

그 때 차닉은 말 건척을 데리고 태자를 이별하고 돌아와 가비라성에 이르렀다. 처음 들어갈 때는 마치 어떤 사람이 빈 집에 들어가는 듯하였다. 가비라성의 안팎과 사면 둘레의 동산 숲이나 샘이나 혹은 시냇물이며 정원까지도 태자가 버리고 출가한 까닭에 아무 위신(威神)도 없고 시들고 메말랐으며, 가비라성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 어른이나 아이들은 멀리 차닉이 말 건척만 데리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태자는 보지 못했다. 태자가 보이지 않으므로 모두 차닉

과 건척의 뒤를 따라 가면서 차례로 차닉에게 물었다.

“실달태자님은 이제 어느 곳에 있는가?”

그 때 차닉은 눈물이 흘러 온 얼굴을 적시고, 흐느껴 우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성 안의 모든 국민들은 슬피 울고 통곡하며 차닉과 건척의 뒤를 따라가면서 마음에 의혹을 내어 차닉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왕자는 이제 어디 있는가, 우리 나라 안에서 큰 기쁨을 받았는데 이제 너는 어디에 버리고 왔느냐?”

차닉은 걸어가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대답했다.

“나는 참으로 감히 성자를 등진 것이 아닙니다. 성자께서 스스로 궁을 버리고 속세의 옷과 형상을 버리고, 나와 건척을 돌려보내시고 홀로 산에 가서 출가하셨나이다.”

성 안의 모든 국민들은 이 말을 듣자 기특하고 희유한 일이라는 생각에‘미증유한 법이로다 ’하고 찬탄하면서 각각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속삭였다.

“실달태자께서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셨습니다.”

그들은 입으로는 비록 이렇게 찬탄을 했으나 흐르는 물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각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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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는 이제 그를 따라 함께 출가하여, 그곳에 이르러 사람 사자가 걸어 다니는 것을 보리라. 나는 이제 차라리 거기 가서 그를 따라 다닐지언정, 하루도 성자를 이별하고는 살 수 없구나. 무엇 때문이냐? 이 성에는 저 성자가 없기 때문에 위엄도 없고 세력도 없다. 이 성에는 태자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광야나 다름없이 적막하다. 그가 있는 곳은 태자의 위신력이 있기 때문에 산천과 총림조차도 마을을 이룰 것이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성 안의 인민들은 이 말을 듣고

이런 일이 희유하다 찬탄했네.

여기는 실달이 없으니 광야가 되고

태자가 있는 곳은 도성과 같으리.

그 때 말 건척이 소리내어 우니 성 안의 모든 인민들은 다 자기 집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듣고 나서는 모든 인민들과 또 두 궁내의 모든 채녀들은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태자가 도로 돌아와 성에 들어오는구나.”

이 때 인민들과 궁내의 모든 채녀들은 혹은 창문을 열고 혹은 주렴을 들고 크게 기쁜 마음으로 멀리 태자를 바라보니, 오직 말과 차닉만이 태자를 이별하고 홀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이것을 보고 각각 도로 창문을 닫고 집안에 들어가 원통하다고 부르짖으며 크게 울었다. 이 때 정반왕은 사랑하는 고뇌가 몸을 핍박하는 까닭에, 오직 실달태자를 볼 생각에, 곧 재실에 들어가 목욕 재계하고 마음을 깨끗이하여 고행을 닦으며 걱정 근심으로 지냈다. 밤낮으

로 속마음에 모든 하늘과 모든 신들에게 수호(守護)하여 주기를 원하고 또 갖가지 방편과 인연을 지었으니, 태자를 찾아보고 마음을 위로하고자 함이었다.

그 때 차닉은 슬피 근심하고 괴로워 눈물을 비오듯 쏟으며 손에 건척의 고삐를 끌고, 태자 몸에 장엄했던 영락과 값지고 귀한 보관을 받들고 정반왕궁에 들어갔다. 마치 태자가 전쟁에서 적에게 죽고 그 좌우 신하들이 영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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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왕궁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 종 차닉이 태자를 이별하고 말과 의복 완구를 가지고 눈물을 흘리며 대왕 궁중에 들어온 일도 역시 그러하였다.

차닉이 들어올 때, 말 건척은 정반왕궁 문 밖에서 문 안으로 들어가 태자를 보고자 하였으나, 좌우로 다니며 눕고 앉던 곳에서 태자를 보지 못하자 눈물이 비오듯 흐르며 땅을 파 뒤지며 크게 우는데, 마치 어떤 사람이 대중 가운데서 괴로운 일을 말하는 것과 같았다.

그 때 정반왕궁 안의 공작ㆍ앵무ㆍ구욕(鸜鵒)ㆍ명명조[命命]ㆍ구시라(俱翅羅) 등 갖가지 새들은 건척이 우는 소리를 듣고 태자가 귀가하는 줄 알고 매우 기뻐하며 각자 청아한 소리를 내어 울었다. 이렇게 건척이 우는 소리를 내자 그 때 대왕의 마구간의 여러 말들도 그 소리를 듣고, 태자가 귀가한 줄 알고 모두 크게 기뻐 소리를 내었다.

그 때 정반왕궁 안의 수많은 백천 명의 채녀들과 마하파사파제 부인과 또 태자궁의 채녀 6만 여명과 대비 야수다라도 태자 생각에 크게 근심하고 걱정했다.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각각 본 모양 그대로 세수도 빗질도 하지 않고 몸에는 때가 낀 옷을 입었으며 일체 묘하고 좋은 영락도 버리고, 창황히 수심에 잠겨 혹 통곡하고 흐느끼며 혹 생각하며 앉았다가 건척이 우는 소리를 듣고는, 이렇게 건척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은 틀림없이 태자가 귀가한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건척의 소리를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목마르게 태자를 보고자 하였다.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 등 수많은 채녀들은 각각 자기 방에서 혹은 누각 위에서 혹은 전각 가운데서 혹은 실내에서 태자를 보려고 얼른 일어나 급히 쫓아와 차닉과 건척의 곁에 모였다. 모든 채녀들은 오직 차닉과 말 건척이 태자와 이별하고 궁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각각 두 손을 들어 부르짖고 크게 통곡하며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면서 입으로는 갖가지로 태자의 모든 덕을 칭송하여

외쳤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그들 채녀는 절절히 괴로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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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가 돌아오기만 목마르게 기다렸으나

차닉과 말만 돌아오는 것을 보고

눈물을 쏟으며 울부짖었네.

영락과 미묘한 의상을 벗어버리고

풀어 헤친 머리에 몸도 야위어

저마다 두 손을 들어 받들 데 없어

통곡하며 잠 못 자고 밤을 세우네.

 

 

 

   

 

 

불본행집경 제1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3. 차닉등환품 ②

그 때 마하파사파제와 구다미는 이미 태자의 머리에 꽂는 구슬이며 일산ㆍ차는 칼ㆍ마니보배로 장엄한 총채와 그 밖의 영락과 말 건척과 차닉을 보았다. 이런 것을 보자 크게 놀랍고 두려워 두 손을 각각 들어 몸을 치고 두드리며 근심스럽게 차닉에게 물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 실달다를 어디 두고 너만 홀로 돌아왔느냐?”

차닉은 아뢰었다.

“황후마마여, 실달태자께옵서는 5욕을 버리고 도를 구하고자 출가하여 산에 들어가, 멀리 친족을 여의고 머리를 깎고 물든 옷을 입고 골똘히 깊이 생각하며 고행하시나이다.”

그 때 마하파사파제는 차닉에게 이런 말을 듣자 마치 암소가 송아지를 잃고 슬픔을 참지 못해 울부짖듯, 두 손을 들어 저으며 마음이 놀라 찢어지는 듯 부르짖었다.

“아아 내 아들아, 아아 내 아들아!”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문득 기절하여 몸이 땅에 넘어져 흙 가운데 뒹굴었다. 고기가 물에서 육지에 나와 팔딱거리고 괴로워하듯, 마하파사파제도 그러하여 땅에 뒹굴고 흐느끼면서 차닉에게 물었다.

“나는 아직 내 몸에 허물이 없고, 마음과 입에 실수 없이 너를 거두었는데 너는 지금 무슨 까닭에 내 아들을 데려다 나무 토막 버리듯 빈 벌판에 던져 버렸느냐? 너는 내 아들을 데려다가 온갖 악충(惡虫)과 짐승들의 공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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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숲 속에 홀로 버려두고 왔으니, 내 아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몸으로 배반하였느냐?”

차닉은 대답했다.

“왕후마마여, 종의 몸으로 어찌 감히 태자님을 버리겠습니까? 태자께서 이 종을 버리셨습니다. 태자님께서는 저에게 말 건척과 모든 영락을 주시고 속히 집으로 돌아가라 하셨습니다. 왕후마마께서 걱정하실까 두려워, 근심없이 편안하게 해드리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궁중의 모든 채녀들도 각각 울며 외쳤다.

‘아아, 아버지여’하기도 하고 혹은 ‘아아, 형제여’, ‘아아, 마마시여’, ‘아아, 우리 낭군이여’라고도 하며, 사랑과 고통에서 나오는 갖가지 말로 애욕이 근본이 되어 부르짖고 몸을 괴롭혔다. 어떤 채녀는 눈을 굴리며 울고 어떤 채녀는 서로 보고 울며, 어떤 채녀는 몸을 돌리고 울고 어떤 채녀는 머리를 들고 울며, 혹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울고 두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울며, 혹은 두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고 울고 두 팔로 팔짱을 끼고 울며,

혹은 두 손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울고 혹은 재와 흙을 머리에 뿌리고 울며, 혹은 머리털을 풀어 헤쳐 얼굴을 가리우고 울고 어떤 이는 귀밑털을 빼고 머리를 숙이고 울며, 혹은 두 손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고 어떤 채녀들은 슬픔과 괴로움에 동서남북으로 이러저리 쫓아가기도 하여 마치 사슴이 독한 살을 맞은 것 같았다. 어떤 채녀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르짖고 울고 어떤 채녀는 온몸을 덜덜 떨어 마치 바람이 파초잎에 불듯 숙였다 쳐들었다 하고

울며, 어떤 이는 땅에 넘어져 기절했다가 조금 남은 목숨으로 겨우 소리를 내어 울며, 어떤 채녀는 고기가 물에서 나와 뭍에 던져지듯 뒹굴고 누워 겨우 숨만 헐떡거리면서 얼마 남지 않은 가느다란 목숨으로 흑흑 느껴 울며, 어떤 채녀는 마치 나무가 뽑혀져 넘어지듯 땅에 넘어져 뒹굴며 울어서 갖가지 고뇌로 이렇게 몸을 핍박하여 태자를 부르고 울었다.

이 때 차닉과 말 건척과 한량없는 채녀들이 통곡하고 우는 소리는 차마 들을 수 없었다.

마하파사파제도 눈물을 흘리고 울다가 기절하여 얼마 뒤에 깨어나자 곧 태자를 부르고 큰소리로 울며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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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내 아들아, 아아 내 아들아, 네 몸은 본래 온갖 향으로 문지르고 바르고 씻고 닦아 위신(威神)과 큰 덕으로 장엄했었는데, 이제 어째서 산골에 있으면서 온갖 모기와 등에와 자질구레한 독벌레들에게 네 몸을 쏘이고 빨리며, 이런 괴로움을 어찌 참고 빈 벌판에 머물겠느냐? 아아 내 아들아, 네 몸에는 항상 향기 쏘인 가시가 옷이 덮였었는데 이제 어떻게 굵고 껄끄럽고 냄새나는 옷을 차마 몸에 걸치겠느냐? 아아 내 아들아, 네가 집에 있을 때는

청정하고 묘하고 향기로운 백 가지 맛으로 만든 갖가지 고깃국과 깨끗하고 흰밥을 먹었고, 그 밖에 추악하고 잡된 것은 입에 대지도 않았었는데 이제 어찌 거칠고 떫고 차고 싱거운 음식, 밥, 빵, 보리떡, 장물 같은 것을 차마 먹으며 맨밥이 목에 내려가느냐?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궁 안에 있을 때는 매끄러운 침상에 부드러운 담요나 하늘 옷을 덮었으며 혹은 양 옆에 기대는 베개를 놓고 눕고 기대며 마음대로 했는데, 지금 맨 땅 위나 가시밭 억센

풀 위에서 어떻게 누워 잔단 말이냐?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집에 있을 때는 노비도 있고 좌우에 시위하는 사람도 있어 항상 받들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몸을 의지하거나 무릎을 꿇거나 서서 네 얼굴을 향하여 모자람 없이 섬겼는데, 지금은 심술궂은 사람이며 빈궁한 사람이며 혹은 초췌한 것들이 너에게 자비가 없으리니, 너는 어찌 그것을 보며 그 비위를 맞추겠느냐?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집 안에 있을 때는 꽃답고 아름다우며 단정한 채녀들이 무리를 지어 좌우에서 에워싸고 쾌락을 누렸

는데, 너는 지금 어째서 황량한 산에서 들짐승들처럼 항상 공포 가운데 홀로 앉고 홀로 다니며 마음이 즐겁단 말이냐?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좋은 그물 무늬가 덮인 곧고 긴 다리와 부드러운 손가락과 발뒤꿈치ㆍ복사뼈ㆍ종아리들이 마치 사슴과 같고, 손바닥이 부드러워 연잎과 같고 두 바퀴의 장엄이 분명히 나타나는데 지금 너는 어찌하여 이런 발로 버선도 없이 땅을 밟으며 가시밭이나 자갈밭이나 혹은 얼음판이나 혹은 불꽃같은 더운 흙과 티끌을 참고 이리 저리 밟고 다닌단 말이냐?”

마하파사파제는 이런 한량없는 말로 태자를 부르고 울고 나서 마음이 점점 회생하여 제 정신이 들자 땅에서 일어나 차닉에게 물었다.

“차닉아, 일이 이미 그렇게 되었다고 하나 내 아들 실달이 길을 갈 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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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무슨 부탁을 하더냐? 차닉아, 부드럽고 푸르고 검붉은 내 아들의 머리털을 누가 깎았단 말이냐? 차닉아, 그래 내 아들의 머리털은 지금 어디 있단 말이냐?”

차닉은 대답했다.

“왕후마마여, 태자 실달께서 소인에게 위촉해 말씀했습니다.

‘차닉아, 네가 집에 가거든 나를 위하여 정중히 우리 어머니 마하파사파제 왕후마마에게 두 번 절하고 문안하고 나서 이렇게 여쭈어라. 어머님은 바라옵건대 크게 근심하지 마시고 저를 생각하지 마소서. 저는 오래지 않아 마음에 소원을 이루고 곧 돌아가 어머님을 받들어 뵈옵겠습니다’라고. 그리고 태자님은 손수 칼을 빼서 왼손에 상투를 쥐고 오른손으로 칼을 들고 끊어 허공에 던지자 모든 천왕들이 받들어 가졌으니 장차 천궁으로 돌아가 공양하기 위해서 입니

다.”

마하파사파제 왕비는 차닉에게 이 말을 듣고 다시 통곡했다.

“태자의 머리 상투를, 아아 내 아들의 머리털은 매우 길고 부드러우며 소라 상투는 매우 단정하여 낱낱 털이 털마다 바로 돌았으되 어지럽지 않고 끊어짐도 없었다. 왕관을 쓰고 왕위를 받을 것인데 너는 이제 어찌 그렇게 끊어 버렸단 말이냐? 아아 슬프다. 내 아들의 두 팔은 매우 길고 걸음걸이도 편안하고 절도가 있어 사자왕 같고 두 눈이 원만하여 우왕(牛王)과 같으며 몸은 황금빛이요, 가슴과 어깨가 넓고 크며 목소리가 은은하여 북소리 같고 우렛소리

같았는데 이런 사람이 어찌 출가하여 산야에 있단 말이냐? 이제 우리 이 땅은 복상(福相)이 없도다. 이러한 사람은 법행을 행하련마는 이 땅이 거꾸러지면 다시 일어나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으리라. 내 원하노니 일체 유덕한 사람으로 모든 공덕을 갖춘 법왕이 세상에 출현하여 모든 중생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반드시 이 땅에 복이 없다면

지혜 있는 이 사람을 내지 않았으리라.

이미 이런 공덕의 몸을 나투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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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위하여 성주(聖主)가 되시라.

그 때 야수다라는 대성통곡을 하고 성을 냈다가, 욕을 했다가 하면서 여러 가지 말로 차닉을 꾸짖고 이렇게 말했다.

“차닉아, 나는 젊은 부녀자의 몸으로 밤중에 깊은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했지만 너는 내 마음으로 사랑하는 거룩한 지아비를 데려다가 어디에 두었단 말이냐? 차닉아, 여기서 얼마나 되느냐? 우리 성주(聖主) 착한 대장부께서 너와 말과 셋이 함께 갔는데 차닉과 건척 둘만이 내 앞에 왔고, 내 마음으로 사랑하는 성주는 보지 못하니 이런 까닭에 나는 지금 몸과 마음이 떨린다.

차닉아, 너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는구나. 차닉아, 내 이제 말하거니와 가령 혹독하고 포악하고 극히 미워하는 원수라도 이렇게까지는 손해를 끼치지 못하는데 너는 오늘 이렇게 나를 밟아버린단 말이냐? 차닉아, 너는 내가 의지하는 사람이다. 응당 나를 보호하고 나를 봉양해야 할 것인데, 너는 지금 어째서 내가 밤중에 정신없이 자는 것을 보고 가만히 우리 성주를 훔쳐 가지고 어느 곳에 두었단 말이냐.

차닉아, 너는 이제 가장 큰 원수가 하는 일을 끝냈으면서 어찌 괴로워하고 우느냐. 얼굴을 닦아라. 어찌 억지로 슬퍼하여 헛눈물을 짜느냐?

차닉아, 너는 착하지 못한 일을 이제 다 끝냈으니 슬퍼할 필요가 없다. 차닉아, 너는 나의 거룩한 남편의 착한 벗이므로 출입을 통제하여 갈 만하면 가게 하고 그렇지 못하면 막을 일인데 ,이제 도리어 우리 성주를 마음대로 가게 하였단 말이냐! 차닉아, 너를 이제 무엇에 쓴단 말이냐. 너는 착하지 못한 일을 했으니 응당 크게 기뻐하라. 나는 네가 지금 큰 과보와 큰 보리를 얻은 줄을 알았다. 차닉아, 무릇 세간 사람은 차라리 지혜로운 이와 원수가

될지언정 어리석고 미련한 자와 벗이 되지 않는 법이다. 차닉아, 너는 비록 내 남편의 벗이 되었지만 네가 한 일을 일찍 생각지 못했구나. 무슨 까닭이냐. 차닉아, 너는 우리집에 이롭지 못한 일을 했으니 너에게 큰 경사와 행복이 생기겠구나. 차닉아, 이 모든 궁전의 드높은 장엄이 마치 구름더미 같고 또 갖가지 영락으로 가득 차고 재물과 보배가 충만하지만 이젠 너 때문에 모두가 공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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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 1142] 쪽

그리고 차닉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사람은 지혜있는 이와 원수가 되더라도

어리석은 자와는 벗이 되지 않는 법.

너는 일을 하면서 생각하고 살피지 못해서

나의 집안이 모두 고뇌로 들끓게 했구나.

야수다라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거듭 차닉에게 이렇게 말했다.

“차닉아, 지금 어찌 내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없겠는가? 지난날 나의 남편과 상대할 때는 오늘의 이 모든 채녀들은 몸이 눈같이 희고 입술이 주홍같이 붉어 어여쁘기 짝이 없고 단정하기 제일이었다. 몸에 영락을 풀고 묘한 의상을 벗고 함께 모든 욕락을 누렸는데 하루아침에 외로운 과부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주인이 없는 까닭에 흐르는 물같이 밤낮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불고 한다. 차닉아, 또 이 건척도 나에게는 오래도록 항상 원수를 짓고, 이익이 되

지 못하리라. 내가 밤중에 아무 것도 모르고 자는 것을 보고 내 마음에 사랑하는 주인을 업고 성에서 나갔으니 이 말이 한 짓은 매우 착하지 못한데 어째서 지금 내 앞에서 고통스레 울어 그 소리가 왕궁 안에 가득 차게 하느냐? 먼저 우리 성자를 태우고 나갈 때 이 착하지 않은 말이 어째서 묵묵히 기운을 죽이고 갔던가? 만약 처음 나갈 때 이렇게 울었다면 그 때 그 소리를 듣고 모든 사람들이 잠이 깨었을 것이며 나도 이렇게 큰 고통을 맛보지는 않았

을 것이다. 이 착하지 못한 말은 가령 활을 쏘아 몸에 구멍을 뚫거나 혹은 지팡이로 때려죽이더라도, 떠나서 산 숲을 향해 나가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니 이 말은 우리집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다름이 아니라 조금의 회초리가 두려워 내 사랑하는 가장 거룩한 남편을 산 숲으로 나가게 한 것이다. 지금 우리 궁전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전각이나 방실(房室)이나 마을ㆍ성황ㆍ나라ㆍ서울ㆍ거리ㆍ누각의 창문ㆍ성문의 난간ㆍ굽은 난간과 반달 모양의 전각 등 가장 미

묘하고 가장 화려한 것들이 모두 텅 비고 말았다. 이 악한 말 건척 때문에 우리 왕실의 규방은 마치 쓸쓸한 들판과 같아서 눈을 들어 땅을 씻어 봐도 탐나는 것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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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 1142] 쪽

야수다라는 이런 온갖 쓰라리고 슬프고 애끊는 말을 하면서 잠깐이라도 번민을 멈출 수 없었다. 차닉은 야수다라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머리를 숙이고 숨을 죽이고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며, 성자의 비 야수다라에게 대답했다.

“왕비마마여, 건척을 꾸짖지 마소서. 또 소인도 꾸짖으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소인은 허물이 없습니다. 소인과 건척은 참으로 죄과가 없습니다. 태자께서 처음 나가시려던 밤에 소인은 여러 가지로 방해를 했으니, 즉 크게 소리쳤습니다. 소인은 그 때 큰소리로 마마를 부르면서 갖가지 말을 했습니다.

‘대비여, 속히 일어나소서. 대비여, 속히 잠을 깨소서. 오늘 밤 이 궁에는 대비의 사랑하는 태자께서 나와 건척을 데리고 나가시려 하옵니다.’”

그 때 손에 머리털을 쥐고 낱낱이 야수다라에게 보이면서

“이 머리털은 그 때 소인이 아무 채녀에게서 뽑은 것이요, 이것은 갑 채녀의 머리털이요 이것은 을 채녀의 머리털입니다.”

각각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그들은 그 때 몰랐으며 다른 채녀들도 모두 다 그러했습니다. 이 건척도 태자님이 가시려 하자 막아서며 천여 번이나 소리를 내어 울었으며, 발꿈치로 땅을 구르고 나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았습니다. 또 턱짓을 하며 코를 벌름거리고 흐르렁거렸습니다. 이 말이 울 때 그 소리는 반 유순에 들리고 발굽소리는 1구로사에 들렸습니다. 소인도 그 때 마마의 사랑하는 남편이 오늘밤에 간다고 소리쳤습니다. 마마와 그 밖의 채녀들은 모두 이런 소리들을 듣지 못했습니

다. 또 모든 천왕들의 신통력으로 그 소리를 감추어 듣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대비여, 굽어살피소서. 소인과 건척은 참으로 감히 태자님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헤아려 주소서. 마마의 성주(태자)께서 소인의 말을 듣겠습니까? 성자께서 소인의 말을 따라 행하시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저는 아직도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습니다.

합장하고 머리 숙여 다시 아뢰옵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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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께서는 정말 이 말을 꾸짖지 마시고

또 저에게도 성을 내지 마시옵소서.

“대비여, 소인도 일찍부터 일체 좌우 시종들은 조심하여 태자를 수호하라는 정반대왕의 엄한 칙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소인도 비록 먼저 이런 명을 알았으나 다만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하늘들의 힘이 강하여 소인의 마음과 뜻을 혼미하게 하여,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며 성자께서 행하는 일에는 모든 천신들이 신통력으로 출가하라고 외쳤습니다. 그 때 마음으로 생각하시자 성문도 절로 열렸습니다. 저 모든 궁문에는 본래 각각

수천의 무리들이 방심하지 않고 지켰으나 그들도 다 곤한 잠에 취해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성자께서 처음 궁문을 나가실 때는 해가 처음 돋을 때처럼 큰 광명을 놓아 모든 어둠을 깨었습니다. 소인은 그 때 이 모두가 하늘이 하는 일임을 알았습니다.

대비여, 성자께서 성에서 나가 길을 가실 적에 소인이 앞에서 걸어갔지만 몸이 피곤한 줄도 몰랐습니다. 대비여, 이 건척도 길을 갈 때 마치 어떤 사람이 떠메고 가는 것처럼 발이 땅에 닿지 않았고, 소리를 낼 때도 멀리 들리지 않았습니다. 대비여, 소인은 그 때도 속으로 역시 모든 하늘이 하는 일임을 알았습니다. 대비여, 그 때 성자께서 법대로 사문의 물든 가사 옷을 즐기셔서 남에게 빌려 입고, 자신의 옷을 벗어 소인에게 주시고 수발을 깎아 허공

에 던졌는데, 땅에 떨어지지 않고 모든 하늘들이 받았습니다. 소인은 그때도 속으로 모든 하늘이 하는 일임을 알았습니다. 대비여, 이런 까닭에 저희들에게 미움이나 원한을 내실 것이 아닙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성자께서 출가하심은 소인 때문도 아니요 말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그 때 태자비 야수다라는 땅 위에 누워 잠깐 생각하다가 갖가지 말로 슬피 울며 이렇게 말했다.

“아아 슬프다. 내 주인이여, 어째서 지금 나도 법대로 행하여 남편에게 효순했는데 나를 버리고 갔단 말인가. 그를 의지해 법행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그는 정법이 없으니 그는 법행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오.

아아 나의 주인이여, 듣지 못했나이까? 지난 옛날 모든 왕들은 산 숲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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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법을 구하려 할 때, 처자를 데리고 함께 갔으나 성도(聖道)를 성취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아 슬프다. 나의 주인이여, 어찌 이런 법이 있음을 알지 못하십니까. 모든 사람들은 오히려 부인과 같이 머리를 깎고 출가 수도하며 정진 고행하였고, 좋은 말을 가지고 모든 하늘에 제사하며 무차회를 베풀어 미래세에 두 사람이 함께 가장 묘한 과보를 받지 않았습니까?

만약 위타론의 설법을 알면 어째서 지금 유독 내 곁에서만 법행을 아끼고 함께 법을 행하지 않는가? 아아, 헛되이 가서 한갖 사람 가운데 산단 말인가?

만약 세간에 부인과 은애의 정이 있음을 안다면 어찌 버린단 말이오. 저 33천에 나서 옥녀(玉女)를 탐하려 하시오? 내 생각에는 이런 일을 볼 때 그 하늘의 옥녀들은 무슨 탐낼 것이 있으며 무슨 단정함과 무슨 5욕의 쾌락이 있겠소. 만약 그런 쾌락을 탐내지 않는다면 이 왕위의 위신 공덕이며 우리들 모든 채녀를 버리고 출가하여 쓸쓸한 산 숲에 들어가 고행을 한단 말이오. 나는 지금 천상의 과보를 취하지도 않으며 하늘 옥녀의 몸을 부러워하지도 않습

니다. 내 마음은 만족할 줄 알고 나는 이런 힘이 있고 나는 여기 있으며 하늘에 나고자 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고행을 닦기가 소원입니다. 인간에 있든지 천상에 있든지 오직 당신 같은 남편을 법답게 섬기기가 소원입니다. 그의 마음은 결정코 이렇듯 강인하게 우리들을 버리고 빈 산의 한가하고 고요한 숲에 들어갔으니 내 마음도 그러합니다. 견고하여 구르지 않음은 반석과 다름이 없어 가장 굳고 가장 실합니다. 내 지금 남편 없는 여자라 주인이 집에

서 나가 산 숲에 간 것을 보았으며, 나로 하여금 외로이 홀로 빈집에 있게 하니 어찌 마음이 찢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나는 이제 몸과 마음이 매우 억세어

쇠나 돌과 다름이 없노라.

주인이 산에 들어가고 궁실은 비었으니

어찌하여 내 마음 깨어지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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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야수다라는 이 일로 태자를 위해 절절히 고뇌하다가 마음이 혼미해져 문득 땅에 쓰러졌다가 겨우 도로 깨어났다. 어떤 때는 소리를 내어 슬피 울고, 어떤 때는 아무 말 없이 앉아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며, 어떤 때는 문득 놀라 미친 듯한 말과 실없는 말을 했다.

“내 남편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나의 거룩한 남편은 지금 어느 곳에 있길래 나 홀로 궁안에 외로이 있게 하고, 나를 버리고 나를 등지고 갔는가? 나는 오늘부터 성자를 찾지 못하면 본 자리에 눕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향탕으로 목욕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이 몸을 꾸미지 않을 것이며, 매만지고 닦지도 않고 연지분을 바르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여러 가지 빛깔 옷을 입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여러 가지 영락을 걸치지 않으며 향과 꽃을, 몸에 풍기거나 차지 않으며 맛좋은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요, 맛있는 국이나 일체 술도 마시지 않을 것이며, 항상 좋은 음식을 먹었으나 이젠 다시 먹지 않을 것이다. 머리카락도 다시는 장식하지 않을 것이며 집에 있더라도 항상 산 숲만 생각하여 고행을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높고 훌륭한 장부를 보지 못하니 나에게는 모든 동산 숲과 샘물과 못과 전당이 모두 티끌과 흙이 차서 마치 광야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비라성에는 성자가 없기 때문에 어느 궁전, 어느 누각이나 모두 정기와 빛이 없어 마치 자갈 무더기와 같다.”

이렇듯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웠기 때문에 스스로 바른 생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부끄러움도 없었다.

야수다라가 땅 위에 누워서 이렇게 괴로워 뒹굴며 완전히 미친 듯 중얼거릴 때, 궁 안의 모든 채녀들도 다 같은 소리로 울며불며 얼굴 가득 눈물을 흘렸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이와 같은 고뇌가 그를 괴롭힐 때

모든 채녀들과 야수다라는

각기 마주 보며 눈물을 흘려

한여름에 큰비 오듯 하였네.

 

그 때 차닉은 야수다라가 이렇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아뢰었다.

“대비여, 이렇게 쓰리게 괴로워하지 마시고 너무 슬퍼 고민하지 마시고 잠깐 진정하고 성자님을 생각하지 마소서. 성자께서 출가하실 때 비록 인간에 있으나 하늘과 다름이 없었으며 위신과 기력도 하늘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성자께서 나가실 때 모든 하늘이 에워쌌는데 오른편에는 모든 범천왕과 그 권속들, 왼편에는 제석천왕과 33천의 권속들, 동쪽에는 제두뢰타ㆍ건달바왕, 남쪽에는 비루륵차ㆍ구반다왕, 서쪽에는 비루박차 및 모든 용왕들, 북쪽에는 비사문천이

모든 야차들을 거느리고 이렇게 좌우에서 에워쌌습니다. 몸에는 금강의 투구와 갑옷을 입고 화살을 잡거나 창을 들고 성자님 앞에서 길을 인도했으며, 혹은 뒤에서 성자님을 호위했으며 혹은 왼편에서 혹은 좌우로 따라 갔습니다. 허공 가운데는 항상 한량없는 백천만의 하늘 옥녀 무리들이 모두 온몸에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의 온갖 꽃을 성자님 위에 뿌리고 또 뿌렸습니다. 그러나 성자께서는 하늘의 옥녀들을 보시고 내심 기뻐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았으며

사랑하지도 않고 성내지도 않았으며 잡거나 부딪치지도 않았사오니, 성자님의 정은 이렇듯 그들에게 집착이 없었나이다. 국모 대비여, 성자께서 출가하실 때 모든 하늘들이 이렇게 신통을 나타내고 모든 것으로 성자님께 공양했사오나 소인은 지금 낱낱이 갖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을 마치자 그 때 제2비인 구이성녀(鸜姨聖女)는 부러져 내린 나뭇가지처럼 스스로 몸을 들지 못했다. 구이성녀는 태자 때문에 매우 고통스럽고 마음이 번민에 싸였다. 근심 걱정의 치열한 불이 타서 온몸을 후들후들 떨면서 땅위에 누워 뒹굴며 크게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내 님의 마음은 항상 기뻤다. 아아, 내 님의 얼굴은 둥근 달 같았다. 아아, 내 님은 단정하기 짝이 없었다. 아아, 내 님은 가장 우수한 모든 상호가 구족하였다. 아아, 내 님은 청정한 몸이 세간에서 비길 데 없었고 뼈마디가 결함이 없이 차례로 잘 생겨 마치 황금의 상(像)과 같았다. 아아, 내 님의 공덕은 가장 뛰어났다. 아아, 내 님은 용맹스럽고 힘이 세서 나라연과 같아 어떤 원적도 그를 굴복시킨 이가 없었다. 아아, 내 님의 청

정한 음성은 미묘하여 가릉빈가 같은 소리를 냈다. 아아, 내 님의 명성은 멀리까지 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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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아, 내 님은 백 가지로 장엄한 복덕의 모임이 천상과 인간 세상에 한가지도 비길 데 없었다.

아아, 내 님의 공덕은 원만하여 보는 신선들마다 모두 기뻐했다. 아아, 내 님의 명성은 상하와 사방에 퍼져 공경하고 공양하는 모임이 지혜의 숲과 같았다. 아아, 내 님은 저 세간 가운데 입맛이 최고였다. 아아, 내 님의 입술은 빈바과일같이 붉었다. 아아, 내 님의 두 눈은 푸른 연꽃같이 짙푸른 색이었다. 아아, 내 님의 입에 난 40개의 치아는 젖과 같고 비단과 같고 눈과 같고 서리같이 희고 깨끗했다. 아아, 내 님의 코는 높고 곧아서 마치

황금으로 만든 대롱 같았다. 아아, 내 님의 미간에는 흰 털이 바르고 청정하였다. 아아, 내 님의 두 어깨는 둥글고 넓으며 허리는 가늘고 길어 마치 활통 같고 손발도 부드러웠다.

아아, 내 님은 넓적다리ㆍ종아리ㆍ팔ㆍ팔꿈치가 마치 코끼리 코 같고 손발이 반듯하며 손톱이 다 붉었다. 아아 나의 님이여, 길한 날 길한 시를 가려 이 영락을 만들었을 때 정반대왕께서 크게 기뻐하셨는데 지금 어찌 해 이별이란 말이오. 나는 이제 영락이 보기도 싫구나.”

그 때 구다미는 고뇌하는 마음으로 자주 두려워하고 자주 놀랐다. 마치 들사슴이 쫓기다가 포위망에 떨어져 칼이나 창이나 혹은 화살을 맞고 매우 고통스러워 동서로 달아나며 사방을 관찰해도 구호되고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구다미의 마음도 그러하여 말이 똑똑하지 않고 궁내에 있으면서 동ㆍ서ㆍ남ㆍ북으로 두루 찾아도 찾지 못하고 슬피 소리내어 울며 눈물이 온 얼굴에 흘러도 구호할 이가 없어서 고통스러워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성자께서 여기 계실 때는 이곳이 마치 도리천궁과 다름없이 모든 물건이 구족했으며 또한 제석천왕처럼 위덕이 드높고 광명이 치성하더니 지금은 다 잃어버렸구나. 이제 성자께서 문득 없어졌기 때문에 이 성은 시다림과 같고 산에 있는 못과 같고 쓸쓸한 벌판과 같다. 내가 이 궁전에 성자와 함께 있을 때는 비길 데 없는 낙을 누리고 큰 기쁨을 내어 싫증이 없었는데 이제 성자가 없으니 즐길 마음이 없다. 고기와 자라가 물에서 육지에 나와 있으면 잠시도 즐

거움이 없는 것과 같으니 어찌 하물며 즐길 마음을 내랴. 나도 그러해서 성자가 없으니 무슨 기쁜 마음이 있으랴. 봄이 지나면 모든 꿀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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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꽃이 없는 까닭에 숲에 애착하지 않고 나무를 탐내지 않으니 나도 이제 그렇다. 성자가 없으니 이 방 안에 무슨 즐거움이 있으랴.

아아 나의 님이여, 앉고 일어나는 곳에 항상 음악소리를 내어 궁중의 채녀들도 매우 기쁜 마음으로 크게 노래하고 춤추었으나, 이제 이 궁전은 한 가지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문득 근심과 괴로움을 내어 마음이 기쁘지 않으니 어찌 하물며 기악이겠느냐. 아아 나의 주인이여, 몸에 미묘한 갖가지 향기로운 꽃과 영락을 달고, 바르는 향과 가루 향으로 꾸미고 때맞춰 충분히 공양을 받아 낙을 누리고 마음대로 기뻐했는데 어찌 문득 버리고 갔는가. 마치 허공에

큰 구름 떼가 일어 번개가 치고 우레가 나며 큰 우박이 쏟아지다가 문득 없어져 버리듯 성자도 그러하다.

다음에 왕위를 이어 낙을 누리면서 아무런 모자람도 없을 것인데, 내버리고 갔구나. 필시 내가 지난 옛날에 정성으로 보시하다가 다시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리라. 후회하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이제 이 과보를 받는구나. 한량없이 좋은 과보를 받았다가도 문득 다시 잃어 버렸다. 후회한 업 때문에 이제 과부의 몸이 되었구나. 나는 이제 박복하여 이렇게 가장 훌륭한 사람을 잃었구나. 아아, 이 은애는 마침내 오래가지 못하고 잠깐 동안에 잃어버렸다. 마

치 연극장에서 큰 환락을 지었다가 문득 도로 흩어지는 것과 같이 지금 일이 이러하다. 또 전하는 말을 듣건대, 지난 옛날 왕선(王仙)이 적정(寂靜)을 수행하며 모든 근(根)을 조복받고 선정을 증득하여 저 빈 숲에 이르러 모든 살생을 끊고 고행에 전념하면서, 모든 묘한 약과 단 과실을 먹으며 산 숲에 은거하면서도 부부가 함께 범행을 하였다는데, 이제 그는 무슨 까닭에 산야에서 홀로 정근하는가?”

그 때 구다미는 건척의 목을 안고 큰소리로 통곡하였다.

“아아 슬프다. 건척아, 자비가 없는 말아, 너와 같은 때에 난 성자는 이제 어디 있느냐? 너는 또 어찌하여 밤중에 모시고 나가면서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느냐?”

차닉을 꾸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 차닉아, 그리도 자비로운 마음이 없느냐. 내가 잠들었는데 왜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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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느냐. 그이는 내 마음 속에 사랑하는 님인데 이제 나를 버리고 가셨거늘 너는 무슨 까닭에 나에게 알리지 않고, 나로 하여금 오래 홀로 자고 홀로 앉게 하니 참으로 괴롭다. 차닉아, 나를 위해 말하여라. 성자께서 가실 때 어떻게 갔으며, 또 누가 길을 인도했으며, 이 궁에서는 누가 인도해 나갔으며, 어느 방향으로 갔으며, 지금 어느 곳에 이르렀느냐?”

왕비 구다미는 이렇게 차닉을 꾸짖고 나서 또 다시 차닉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일이 이제 이리 되었는데 너 착한 차닉아, 네가 친히 보내고 왔으니 너는 성자의 거처를 알 것이다. 너는 우리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자. 우리들은 마땅히 성자를 따라 고행을 닦으며 정진에 전념하여 도를 구하여 내생에나마 성자와 함께 천상에 나기를 바란다.”

그 때 차닉은, 고오다미가 성내다가 기뻐하다가 하는 갖가지 말을 듣고서 슬프고 미안하여 배나 더 번민하였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고통이 몸을 핍박하며 얼굴 가득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조용히 구다미의 마음을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왕비마마께서는 부디 잘 들으소서. 다만 근심과 걱정을 마소서. 또 이렇게 울지도 마소서. 아마도 머지 않아 성자를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성자께서 소인을 돌려보낼 때 소인에게 말했습니다.

‘너 차닉아, 궁에 돌아가거든 나를 위해 모든 권속들과 나의 비(妃)들과 모든 석가족 친척들에게 문안 드려라. 내가 짐짓 너를 궁으로 돌려보내 그들을 위로하리니 나를 위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이제 이미 탐(貪)ㆍ에(恚)ㆍ치(痴)의 그물을 제거하였으니 오래지 않아 지혜등각(智慧等覺)을 이룰 것이며, 이루고서 곧 가비라성에 돌아갈 것이다)라고. 소인은 성자께서 결정코 날카로운 지혜를 원하는 대로 얻어서 돌아오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

게 가장 수승한 중생은 허망한 말을 하지 않을 줄 확실히 아나이다.”

그 때 정반왕은 이렇게 고민하면서 궁 안에서 모든 하늘에 제사하려고 준비를 갖추었다. 멀리 태자 궁전에서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왕은 곧 궁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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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 1142] 쪽

이 때 차닉은 태자의 영락과 일산을 가지고 말 건척을 몰고 대왕 앞에 나아가 낱낱이 보이며, 태자에게 간곡하고 중한 부탁을 받은 까닭에 머리로 정반왕의 발에 정례하고, 얼굴 가득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흐느껴 울며 자세히 아뢰었다.

그 때 정반왕은 태자의 모든 보배 영락과 일산과 말 건척 등을 보고, 태자가 부촉한 애정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크게 울부짖고 소리 놓아 통곡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아 나의 아들아, 마음속에 사랑하던 것이 이리 될 줄 뉘라서 기약하였으랴.”

그 때 정반왕은 태자 생각에 근심하고 괴로워한 까닭에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왕은 보살의 중한 서원을 듣고

차닉과 건척이 돌아온 것을 보고

마치 제석천왕의 깃대가 부러지듯

문득 기절해 몸이 쓰러졌다네.

그 때 정반왕궁의 모든 석가족 친척들은 정반왕이 땅에 쓰러진 것을 보고 모두 매우 걱정하고 괴로워했다. 잠깐도 마음에 즐거움이 없이 각각 소리높여 울부짖으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갖가지 슬프고 괴로운 말을 외치며 크게 고함치고 크게 불렀다.

그 때 가비라성 안의 남녀노소 인민들도 성태자를 이별했기 때문에 원통하다고 큰소리로 각각 통곡하며 태자를 생각하여 차례로 모두들 함께 정반왕을 위로했다.

그 때 정반왕은 태자 생각에 걱정과 번뇌를 잠깐도 버리지 못하였다. 모든 친족들은 말로 왕을 달래고 혹 어떤 이는 왕을 부축하여 앉혔다. 왕은 비록 앉았으나 잠시 후에 도로 쓰러져 기절하고 깨어나지 않았다. 얼마 뒤에 겨우 깨어나 온 얼굴에 눈물을 가득 흘리며 차닉에게 이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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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 1142] 쪽

“너 차닉아, 어째서 태자를 데리고 환궁하지 않았느냐?”

그 때 차닉은 아뢰었다.

“대왕마마여, 굽어살피소서. 소인도 매우 은근히 방편을 지어 성자의 뜻을 굽혀 돌아오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성자님 마음이 세간의 모든 속된 법에 물들지 않아 일체를 모두 버리고 즐겨하는 마음이 없으셨습니다. 소인에게 말씀하시되 ‘너는 나에게 간하지 말라. 나는 이제 일체 5욕이 필요하지 않으며 모든 권속과 나라와 성도 버리고 오직 산숲 샘물 흐르는 조용한 곳을 즐기노라’고 하였습니다.”

정반왕은 거듭 차닉에게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또 태자의 모든 영락 도구들이 땅 위에 있음을 보고, 몸으로 정례하고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며 큰소리로 통곡하여 차닉에게 일렀다.

“내 이제 힘이 다하여 더 이상은 기운도 마음도 없다. 손발도 다 꺾여 마치 부러진 나무등걸과 같다. 나는 지금 사랑하는 아들과 이별했기 때문에 가지는 없고 오직 뿌리와 줄기만 남은 나무와 같다. 밖의 모든 나라에게 지금 경멸을 당하여도 또 나는 혼자 몸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우박 맞은 나무가 모든 어린이들에게 희롱거리가 되는 것과 같다.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가장 미묘한 장부로서 어여쁘고 단정한 모습이 비길 데 없었는데, 부드러운 동자가 내 소원을 어기고 무슨 까닭에 출가하여 마음에 즐기는 5욕을 버리고 나를 등지고 갔느냐? 아아 내 아들아, 모든 상호가 구족하여 백복의 장엄을 낱낱 상호 가운데 빠짐없이 갖추었다. 아아 내 아들아, 몸에 모든 상호가 두루 찼다. 아아 내 아들아, 모든 채녀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틈을 타서 문득 나갔구나.

아아 내 아들아, 지난날 궁 안에 있을 때 나는 한 가지 근심도 없었다. 아아 내 아들아, 모든 왕가 중에 수승하였다. 아아 내 아들아, 위로부터 항상 훌륭한 왕족 가운데 태어났다. 아아 내 아들아, 어찌하여 문득 왕위를 버리고 출가했느냐? 아아 내 아들아, 많은 사람들이 너를 볼 때 항상 기뻐했으니, 젊은 남자나 젊은 여자나 노파나 장부들이 눈으로 보기만 해도 기뻐했었다.

아아 내 아들아, 재주 많고 지혜로웠다. 아아 내 아들아, 사방의 모든 7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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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 1142] 쪽

(寶)와 일체 권속을 버리고 홀로 출가했구나. 아아 내 아들아, 마치 흰 코끼리가 큰 나무를 꺾듯 궁을 등지고 출가했구나. 아아 내 아들아, 모든 성문은 열기도 어렵고 닫기도 어려우며 열고 닫을 때에는 그 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데, 네가 궁에서 나갈 때는 어찌 내가 듣지 못했더냐. 아마도 모든 하늘들이 그 소리를 숨겨 덮었겠구나.

아아 내 아들아, 지금 이 곳 가비라성의 모든 석가족들은 너 실달이 출가했기 때문에 아무런 희망이 없구나. 아아 나의 아들아, 가비라성 모든 석가족의 모든 재산이며 금은 진보와 곡물 창고며 그 밖의 재물을 다 버리고 마치 침을 뱉듯이 등지고 출가했구나.

아아 내 아들아, 내 너를 위해 모든 철에 맞춰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전각을 지었는데, 너는 어찌 버리고 가서 사람 없는 쓸쓸한 벌판을 즐기며 온갖 짐승과 산 숲만을 좋아하느냐?

아아 내 아들아, 지난날 모든 선인들이 두 가지로 수기했었다. 이 일로 나는 그 때 기쁨을 참지 못해 너의 두 발에 정례했었다. 아아 나의 아들아, 너는 이제 출가하였으니 성을 지키는 모든 신도 모두 성을 버리고 갔구나. 아아 내 아들아, 얼굴이 둥글어 달과 같았지. 아아 내 아들아, 치아가 희고 깨끗하며 눈은 우왕(牛王)과 같았구나. 아아 내 아들아, 지난날 네 말을 들으면 마음으로 기뻐했지만 오늘에 와 생각하니 도리어 걱정과 괴로움이 되었도

다.

아아 내 아들아, 항상 묘하고 좋은 다가라향ㆍ전단침수향ㆍ우두전단향을 몸에 바르고, 갖가지 영락으로 장엄했으며 가루 향ㆍ쏘이는 향ㆍ태우는 향을 풍기던 부드러운 몸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구나. 아아 나의 아들아, 사랑하는 마음이 내 살ㆍ가죽ㆍ근육ㆍ맥ㆍ골수에 사무쳐 그 속에 머물더니, 이제 문득 버리고 출가하여 산숲에 들어갔구나.”

 

 

 

 

 

 

불본행집경 제2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3. 차닉등환품 ③

그 때 정반왕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음으로 원하노니 사방의 모든 호세천왕(護世神王)들이여, 이제 내 아들이 이익을 이루도록 항상 도와주소서. 천상의 제석이며, 천안천주(天眼天主)인 사지(舍脂)의 부군[夫] 대력천왕과 모든 하늘 대중들이여, 좌우에 호위하였으니 부디 내 아들이 마음에 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도와주소서. 또 세상의 모든 신(神)인 풍신(風神)ㆍ수신(水神)ㆍ화신(火神)ㆍ지신(地神)이며 사방 4유의 모든 신이여, 다 도와주소서.

너는 가장 뛰어나고 위없는 장부인데 무엇 때문에 이 4천하를 버렸는가?

그런 내 아들이 이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극히 묘한 성과(聖果)를 사모하니 그가 구하고자 하는 대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빨리 증명하도록 해주시기 바라나이다.”

정반왕은 땅 위에 누운 채 갖가지 말로써 건척을 꾸짖었다.

“너 착하지 못한 말아, 본래 여러 가지로 나를 위해 즐거운 일을 해왔는데 오늘은 무슨 인연으로 갑자기 이익을 주지 않고 이렇게 우리 석가족 집에 손해를 끼치느냐. 나의 태자는 항상 너를 사랑했고 내 마음에 맞게 항상 기쁨을 주었는데, 너는 지금 이렇게 모두 없애버렸구나. 너는 나를 데리고 태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 나도 사랑하는 아들과 같이 고행을 하리라.

나는 지금 사랑하는 아들을 이별했기 때문에 목숨이 경각에 달려 오래 살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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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을 읊었다.

건척아 너는 말이니 빨리 달려가자.

나를 데리고 그리로 되돌아 가자.

나는 자식이 없어 살 수 없나니

중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못한 격이네.

정반왕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아들을 사랑하는 탓으로 괴로움이 몹시 핍박하여 땅 위에 누워서 이렇게 괴로워하며 소리를 내어 통곡하고 쓰러졌다 일어났다 하며 목메어 흐느꼈다.

그 때 한 지혜로운 대신이 국사 바라문들과 같이 정반왕이 땅에 뒹굴며 이리저리 넘어졌다 일어나며 근심과 슬픔 때문에 괴로움에 얽혀서 잠시도 즐겁지 못하며 몸과 마음이 일시에 크게 열뇌(熱惱)를 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왕의 뜻을 풀어주고자 짐짓 스스로 걱정과 근심이 없는 척 얼굴빛을 지어 함께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모든 걱정 근심과 고뇌를 버리시고 마음을 안정하시어 생각을 굳게 하소서. 이렇게 범인(凡人)들처럼 기절하고 스스로 넘어져 눈물을 흘리지 마소서.

왜냐 하면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난 옛날에도 많은 왕들이 시든 꽃다발을 보듯 왕위를 버리고 입산하였습니다.

또 대왕이시여, 태자 실달께서는 지난 인연으로 마침내 이런 업과(業果)를 받았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지난날 아사타 선인이 했던 수기를 기억하소서. 그가 대왕께 아뢰지 않았습니까?

‘이 동자는 인간이나 천상의 과보나 전륜성왕의 지위로 구속할 수 없을 뿐더러 그가 잠깐이라도 세상에 머물까 기대하지 못하리라.’

대왕이시여, 이제 태자님을 불러 돌아오게 하시려거든 다만 저희 두 사람에게 칙명을 내려가게 하시면 어김없이 왕명을 따르겠나이다.”

그러자 정반왕이 대답했다.

“경들 두 사람이 만약 내 마음을 안다면 속히 태자에게 가라. 그래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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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면 내 이제 신명(身命)에는 길상이 없으며 온갖 고뇌로 얽혀 핍박되리라.”

이 때 대신과 국사 바라문들은 정반왕의 이런 명령을 듣고 곧 출발하여 태자의 처소로 나아갔다.

이런 게송을 읊었다.

태자는 마땅히 이런 업과를 받으리라.

왕은 지난날 아사타의 말을 생각하소서.

그는 천상이나 전륜성왕도 탐내지 않거니

어찌 인간의 5욕락을 즐기리오 하던 수기를.

대신과 국사들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함께 떠났다.

말 건척은 곳곳에서 쓰라린 꾸짖음을 듣고 근심과 걱정으로 큰 번뇌를 내고, 번뇌를 내는 까닭에 잠시도 기쁨이 없으며, 마음이 기쁘지 않은 까닭에 곧 숨을 거두었다. 목숨을 거둔 뒤 바로 위의 33천에 났으며 이미 그 하늘에 났다가 뒤에 여래께서 성도한 것을 알고 곧 하늘에서 중천축(中天竺) 나파성에 인간으로 하생(下生)하였다.

그 성에 한 바라문이 있어 6법을 구족히 행하였는데 그 집 아들이 되었다가 점점 장성하여 여래 곁에 이르렀다.

여래께서는 그가 지난날 말(馬)의 몸이 되었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났던 것을 아시고 그 말의 인연을 말씀하셨다. 그는 법을 듣고 나자 누(漏)가 다하고, 해탈을 얻어 열반에 들었다.

 

24. 관제이도품(觀諸異道品)

그 때 태자는 자기 손에 칼을 들고 머리의 상투를 베고 머리털과 수염을 깎고 몸에 가사를 입었다.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하늘 사람들은 온몸에 가득 기쁨을 이기지 못하다가 함께 소리를 내어 크게 노래하고 크게 휘파람을 불며 모든 의상을 희롱하면서 크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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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달태자께서 이미 출가하셨다. 실달태자께서 이미 출가하셨다. 그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이루고 나면 태어나는 법이 있는 모든 중생은 남[生]에서 해탈을 얻을 것이요, 나아가 고뇌와 이별을 겪는 중생들도 모두 이 얽매임에서 해탈하리라.”

그 때 보살이 상투를 베던 곳에는 그 뒤 탑을 세워 ‘상투를 벤 탑’이라 이름했고, 보살이 몸에 가사를 입던 곳에는 그 뒤 탑을 세워 ‘가사를 받던 탑’이라 일컬었으며, 차닉과 건척이 이별을 고하고 궁으로 돌아가던 곳에는 뒤에 탑을 세워 ‘차닉과 건척이 되돌아간 탑’이라고 불렀다.

보살이 길을 가면서 자세히 보고 조용히 걷는데, 어떤 사람이 물었으나 묵묵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그들 인민은 각각 서로 말하였다. ‘이 선인은 반드시 석가족일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때 보살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이미 왕위를 버리고 권속과 나라, 성을 버리고도 후회를 하지 않노라. 이 일이 이루어졌으니 이것은 상(相)을 멸하는 법이로다.’

이렇게 생각하자 더욱 용맹심이 났다.

그 때 보살은 그 아니미가 마을에서 점점 비야리 쪽으로 향하였다. 그 길에 한 선인의 거처가 있었으니 그는 발가파[수나라 말로는 와사(瓦師)]라는 옛 선인이었다.

보살이 그 선인의 처소에 들어갈 때 광명이 빛나 그 산숲을 비추었다. 보살은 이미 모든 영락과 모든 가시가옷을 버렸으나 자기 몸의 위덕으로 오히려 광명이 솟아 그 산숲과 모든 선인들의 눈을 비추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의 상왕(象王)은 사자 걸음으로

가시가옷과 모든 영락을 버리고

거친 법복 가사를 입었으나

몸의 위엄은 여러 선인에게 비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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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수풀 안에서 수행하는 바라문 선인들은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에 혹은 손을 잡고 위의를 따라 머물렀다. 그들은 모두 보살의 얼굴을 향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애락하고 존중했으며 혹은 의심을 내어 보살을 우러러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원로 바라문인 선인들이 있었는데 꽃ㆍ과일ㆍ약 나무ㆍ풀 뿌리를 캐러 가고 나머지는 다른 행을 하느라고 모이지 않았다. 그들은 보지 않고 의심도 없었으나 다만 멀리서 보살의 소리만 들었다. 소리를 듣고는 놀라서 빨리 숲 속에 있는 처소로 왔다. 일을 하던 자는 다시 일하지 않았으며 채취하던 자 역시 그 밖의 꽃 열매와 약뿌리를 채취하지 않고 채취했던 것도 다 버리고 다만 보살 앞에 빨리 오려는 마음뿐이었다.

그 때 그 숲 안에 있던 온갖 기러기ㆍ학ㆍ거위ㆍ오리ㆍ앵무ㆍ구욕ㆍ원앙ㆍ명명조ㆍ공작과 가릉빈가ㆍ구시라 등 모든 새들은 보살이 숲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저마다 화아(和雅)한 소리를 내고 미묘한 소리를 지었다. 그 숲 속의 벌레와 짐승들도 모두 물과 풀을 버리고,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크게 기뻐 보살 앞으로 왔다.

그 때 숲에 있던 바라문들은 제사를 지내려고 젖짜는 암소에게서 젖을 짜고자 했다. 그 암소들은 젖을 다 짜고도 오히려 처음과 같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그 때 모든 바라문들은 자기들끼리 말했다.

“8바사바천이 있다더니 이 사람이 그 하나가 아닌가?”

혹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누수천이 있다더니 이 분이 바로 그 하나이다. 왜냐하면, 그가 이 숲 속에 들어오자 마치 해가 떠올라 세간을 비추듯 숲이 빛을 놓아 다 밝게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 분은 혹시 8바사바천(天)의 하나인가,

아니면 두 누수천 가운데 하나인가?

그렇지 않고야 이 숲이 어찌 광명을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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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해가 처음 솟음과 같으랴.

그 때 그 모든 바라문들은 선법(仙法)을 닦아 익혔는데 그 숲에 있던 자들이 숲에서 나는 대로 모든 공양물을 가지고 보살에게 청하면서 각각 한 마음으로 가지런히 발에 정례하고 함께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거룩한 이여, 저희들 모든 선인은 성자께서 이곳에 머무르시기를 청하나이다. 이곳에는 모든 꽃 과일과 숲 나무며 약초의 뿌리와 잎이며 흐르는 샘과 찬물 등 수시로 충당할 만합니다. 이곳은 옛 신선이 살던 곳으로 해탈을 구하고자 하면, 안심을 얻기 쉬우며 한가하여 경행(經行)하기에 고요합니다.

그 때 보살은 말과 말씨와 소리 구절이 미묘하고 미려(美麗)하여 볼 만하였다. 은은하고 깊은 것이 마치 우레와 북소리 같은 음성이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대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 때 그 선인들 가운데 한 바라문 선인이 숲에 살면서 고행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그는 보살의 좋은 용모를 보고 다른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는가? 이 하늘 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환히 알고 방편을 잘 아네. 왜냐 하면, 무릇 세간 사람은 서로들 이렇게 말한다네.‘내가 자식을 낳았으면 마땅히 양육할 것이요 그들이 장성하면 나를 위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장사하여 재물을 구하고 생활을 마련할 것이요. 나는 그 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도를 구할 것이며 만약 남에게 부채를 졌으면 다 갚게 할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은애를 생각하므로 자식을 양육하지만,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남을 위해 도를 구하고 자기의 죽음도 헤아리지 않고 자기의 이익도 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네.”

그 때 대중 가운데 또 다른 바라문이 먼저 말하던 바라문에게 일렀다.

“인자여, 그렇다. 그렇다. 그대의 말과 같이 세간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여 항상 족한 줄을 모르고 다만 ‘나는 오늘은 이렇게 하고 내일은 또 이렇게 할 것이다. 내가 법을 행할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세간 사람들은 이렇게 미혹하기 때문에 이미 이 세상에서 자기의 이익도 판단하지 못하며 미래세에도 모든 이익을 성취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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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그 때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석가족 모태에 들었다가 탄생하려 하던 날 이 발가바 선인의 숲 속 거처에 저절로 두 개의 금빛 나무가 솟아났다. 그 두 나무는 높고 장대하였는데 보살이 출가하던 날 밤에 문득 땅에 들어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발가바 선인은 그 두 나무가 같은 날 밤에 없어져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 근심 걱정으로 쓸쓸하게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였다.

“필시 내가 쇠잔할 때의 모습이 온 것인가. 혹은 악한 상(相)이 나타난 것인가?”

보살은 그 발가바 선인이 이렇게 근심 걱정하며 머리를 숙이고 슬퍼하여 즐겁지 않은 것을 보고 점차 선인 곁에 이르러 말하였다.

“존자여, 무슨 까닭에 얼굴빛이 근심스러우며 머리를 숙이고 앉았습니까?”

그 선인은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하늘의 착한 동자여, 지난날 여기 내 거처에 금나무 두 그루가 땅에서 솟아나 높고 장엄하고 화려하였으나, 이제 갑자기 없어져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지금 근심하고 걱정하고 즐겁지 아니하여 이렇게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며 앉았나이다.”

보살은 다시 물었다.

“존자여, 그 두 그루 나무가 언제쯤 나왔습니까?”

“지금으로부터 29년 됩니다.”

“그 나무가 없어진 것은 언제쯤입니까?”

선인은 대답했다.

“지난 밤중에 없어져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살은 그 선인에게 말했다.

“그 두 나무는 모두 나의 복력 과보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만약 내가 전륜성왕이 되었다면 나는 여기에 좋은 동산 숲을 하나 만들었을 것이나, 나는 이미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 나무는 지난 밤에 없어져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존자는 더이상 걱정 근심을 하지 마소서.”

그 때 보살은 그들 모든 선인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앞으로 걸어 그들 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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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르렀다. 마음대로 유행(遊行)하면서 여러 가지로 앉고 일어나고 편안히 선(禪)에 들고 고행하고 정진하여 도를 구하는 곳을 구경하였다. 그 때 그 숲 안에 항상 고행하는 선인이 하나 있었으니 보살 뒤에서 쫓아갔다.

그 때 보살은 그 숲에 들어가 선인의 거처에 이르러 동서남북으로 그들이 여러 가지로 고행하는 처소를 돌아보고 그들에게서 가장 뛰어난 점을 구하고자하여 그들 모든 선인들에게 물었다.

“나는 이제 처음 들어와 도를 구한 지가 오래지 않으므로 내 여러분들에게 묻노니 법답게 나를 위해 그대들의 법행(法行)을 해설하라.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그대들이 보여주고 나를 위해 말해 준다면 내가 듣고 법답게 받들어 행하며 이곳에서 이익을 구하는 참다운 행자로서 그대들의 모든 고행을 나도 따라 행하겠노라.”

그들 선인은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어진 이여, 우리들에게 일체 고행과 도를 구하는 법을 물으니 우리들은 어진 이를 위하여 차례로 해석하리다. 무릇 고행을 하는 무리들 가운데는 나물을 먹거나, 어떤 이는 어린 싹[荑]을 먹으며, 니구다나무 가지를 먹거나 두구라나무 가지를 먹습니다. 혹은 나무 가지 하나만 먹고 혹은 쇠똥을 먹으며, 깻묵과 여러 가지 과실과 연뿌리를 먹으며, 혹은 여러 가지 나무의 부드러운 가지를 먹습니다. 혹은 물만 마시고 살며 혹은 말똥구리 벌레같이 살며, 혹

은 노루나 사슴과 같이 풀을 먹고 살며, 혹은 땅에 서서 마음에 맞도록 하며 혹은 땅에 앉아 소요하고 노닐며 혹은 4구식(口食)을 먹고 삽니다. 혹은 삼으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검은 양털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풀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사슴의 가죽으로 만들고, 혹은 낡고 찢어진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혹은 흩어진 머리털로 만들며 혹은 털담요로 만들고 혹은 죽은 사람의 명정으로 옷을 만들며 혹은 걸레 옷을 입습니다. 혹은 발가벗고 가시 위에 누우며

혹은 판자 위에 누우며 혹은 절구공이 위에 누우며 등걸 나무 위에 누우며 혹은 공동 묘지 가운데 머물며, 어떤 이는 개미집에 머물러 마치 뱀과 같이 삽니다. 혹은 맨 땅에서 살며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불을 섬기며 혹은 해를 따라 다니며 혹은 두 손을 들고 편안히 서 있으며 혹은 땅에 쭈그리고 앉았으며 혹은 세수를 않고 몸에 먼지와 흙을 끼얹으며 혹은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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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를 틀며 혹은 머리털을 뽑으며 혹은 수염을 뽑습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행하고 머물러 있으며, 혹은 때를 관하여 생각하고 행하며 혹은 천상에 태어나기를 원하며 혹은 인간에 나고자 하여 고행하는 것이며, 그런 다음 그 몸이 안락을 얻나이다. 왜냐 하면 법을 구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고행을 닦아 근본을 삼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렇게 고행을 닦을 때

저절로 33천의 과보가 있다.

고행으로 정진한 뒤라야 낙을 얻나니

그러므로 고행은 낙의 근본이 되네.

그 때 보살은 여러 선인들의 이런 고행을 들었으나 눈으로 그 법의 지극한 곳을 보지 못해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그들의 말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느긋한 소리로 그 선인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그대들의 법을 보니 그럴듯하나 고(苦)가 멸한 뒤에 과보가 더 갈 데가 없다. 천상에 난다고는 하나 모든 하늘 궁전에 나는 과보 역시 무상한 법이다. 그렇게 작은 과보를 받기 위해 이런 고행을 하고 이미 사랑하는 친족들을 버리고 세간의 모든 낙을 떠나 고행을 하며 낙을 떠나는 것으로 낙을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큰 지옥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그대들은 사랑하는 친족과 세상 낙을 버리고

고행을 하여 천상에 나고자 하니

이렇게 해서 승천한다고 하나

미래에 도로 지옥에 들어가는 줄 모르네.

그 때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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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사람이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좋은 곳을 찾아 천상에 나고자 한다면 천상에서 받는 5욕락을 싫어하고 떠날 줄 모르다가, 미래세에 번뇌의 근심과 해(害)를 면치 못하리라. 저들 선인은 고행을 통해 도로 큰 괴로움을 구한다. 이 모든 중생들은 목숨을 마칠 때 큰 공포를 보기 때문에 뒷세상에 좋은 데 나기를 구한다. 그러나 나기를 구하므로 다시 그 무상함을 떠나지 못한다. 왜냐 하면 어느 세간이라도 공포가 있다면 또 다시 그곳에 물들고 집착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괴로움에 시달리기 때문에 하늘에 나기를 구한다. 낙을 받기 위하여 목마르게 그곳에 나기를 원하지만 할 일을 못다 하고 다시 이익이 없는 곳에 떨어진다. 그래도 고행이 싫어 떠나려 하지 않고 또 몸을 괴롭히는 법을 떠나려 하지 않으면서 천상락보다도 더 좋은 곳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 5욕을 여의고 발로 걸어 앞으로 나가듯 점점 좋은 곳을 찾아가리라. 좋은 곳을 증득하고 거기보다 더욱 좋은 곳을 찾

으리라. 만약 자기 몸을 괴롭힘으로써 법을 얻으려 한다면 몸을 괴롭히는 이 법을 비법(非法)이라 할 것이다. 만약 몸을 괴롭혀 천상의 낙을 얻으려 한다면 이런 인행(因行)으로는 비법을 얻을 것이다. 다만 이 몸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움직이는 것이니 그러므로 먼저 마음을 조복하고 몸을 괴롭히지 말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 몸이 움직일 때는 마음을 따라 움직이니

먼저 마음을 조복하고 몸을 괴롭히지 말라.

몸은 목석과 같아서 아는 것이 없나니

무엇 때문에 마음을 따르면서 몸을 괴롭히느냐.

그 때 보살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만약 먼저 말한 대로 음식을 끊어서 복을 얻는다면 저 들짐승들도 큰복을 얻어야 할 것이다. 또 가난한 사람은 그 선업(先業)과보가 미천하여 깊이 심지 못했기 때문에 재물이 모자라고 적을 것이다. 마치 세간에 공덕 없는 사람이 항상 땅 위에 일체 귀신들에게 공덕수를 구하여 몸을 씻고 소원대로

되기를 희망하는 격이나 그 일은 그렇지 못하다.”

그 때 고행하는 선인들은 보살에게 물었다.

“매우 지혜로운 어진 이여, 당신께서는 여기서 무슨 허물을 보았습니까?” 보살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이 고행으로 뒷날 도로 이 유처(有處)에 들어오게 되리라.”

고행하는 사람들은 다시 보살에게 물었다.

“우리 여기에는 이런 법행(法行)이 있지 않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이런 고행으로 도로 유처(有處)에 들어갈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그대들의 이런 행은 궁극적인 깨달음[究竟入]이 아니요, 두려움 없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 그들은 다시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덕 어진 이여, 당신은 부디 그렇게 말하지 마소서. 지금 우리들이 행하는 길은 두려움이 없는 곳이며 큰 공덕이 있는 곳이니, 누군가 이 길을 따라 행하면 이 악한 형상을 버리고 가장 묘한 몸을 얻나이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비록 악한 형상을 버린 뒤에 묘한 몸을 얻는다고 하나 참으로 유(有)를 떠나는 법이 아니다. 이제 몸을 괴롭혀서 뒤에 몸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뒤의 몸 또한 괴로움을 여의지 못한다. 무슨 까닭이냐. 비록 여러 가지 고행을 행하여 낙을 구하고자 하나 괴로움을 여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때 고행하는 선인들은 다시 자기들의 이치를 고집하여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여, 그렇지 않사옵니다. 고행을 한 뒤에는 다시 괴로움을 얻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들은 이 몸을 괴롭히는 까닭에 후세에는 결정코 쾌락을 얻나이다.”

보살은 또 대답하였다.

“그런 말도 지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왜냐 하면 이익을 구하는 사람의 그 속에 큰 손실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격이니 손실을 알면서 이익을 구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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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 때 한 바라문이 대중 가운데서 큰소리로 외쳤다.

“희유하고 희유하나이다. 이 왕자는 진실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얻었으나 독이 섞였다면 누가 즐겨먹으려 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뒤에 비록 낙을 얻는다 하더라도 생ㆍ노ㆍ병ㆍ사 하는 유위를 여의지 못하나니, 이 어찌 도로 후생(後生)을 구함이 아니겠습니까?”

그 때 보살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괴롭고 괴로운 세간에서 죽음의 귀신을 미워하면서 또 후생을 구하는 것은 큰 어리석음이다.”

고행사는 또 말하였다.

“착하신 왕자시여, 당신께서는 부디 이 행을 그렇게만 보지 마시오. 이 행은 과거 한량없는 대덕들께서 모두 행하신 것이며 이곳에는 지난 옛날 한량없는 모든 왕선(王仙)들 백천만억이 이 고행을 하여 함께 후세의 낙을 구하였나이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그대들이 말하듯 천만세(千萬歲)라는 것은 세상에 드물게 매우 어리석다. 아, 망령된 말이로다. 이곳에서 대덕들이 고행했다는 것은 경계를 분별하여 후세의 낙을 구한 것이다. 미래세에 생사의 유(有)를 받아도 족함을 알지 못하고 번뇌 가운데서 할 것을 하지 못하고 전전했으니 세간에서 낙을 구했기 때문에 도리어 괴로움을 많이 얻은 것이다.”

그 때 고행사는 또 이렇게 말했다.

“어진 왕자시여, 이 땅의 주인인 매이라성의 왕은 무차회를 열어 모든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해 적지 않은 중생을 죽였고, 그것으로 후세에 낙을 받고자 하나이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살해함으로써 법을 얻는다면 그것을 행이라 이름할 수 있는가?”

그 고행사는 또 말했다.

“우리들은 대대로 모든 하늘에 제사하는데 이런 법을 쓰나이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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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남을 괴롭히는 것을 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티끌이 몸에 묻었는데 도로 티끌로 닦는다고 어찌 청정해질 수 있으며, 피가 몸에 묻었는데 도로 피로 씻는다고 어찌 청정해질 수 있는가. 비법을 행하여 법을 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행사는 말하였다.

“참으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무슨 인연이 있느냐?”

고행사는 말했다.

“위타론에 지난날 선인들이 말한 대로 따른 것입니다.”

보살은 또 말했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고행사는 말했다.

“누구든 모든 하늘에 제사한다면 그것을 법이라 이름하나이다.”

보살은 또 말했다.

“내 또 그대들에게 가까운 세간법을 가지고 묻겠다. 어떤 사람이 양(羊)을 죽여 하늘에 제사지내고 법을 얻는다면 어찌하여 사랑하는 친족을 죽여서 하늘에 제사하지 않는가? 이런 까닭에 나는 양을 죽여 제사하는 일에 공덕이 없음을 안다. 그대들이 잡된 법을 행하는 욕심도 이러하다.”

그 때 보살이 멀리 보니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나무숲이 하나 있었는데 공동묘지와 같았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존자여, 저기 보이는 곳이 무어라 하는 고행처이기에 그 숲 아래 어떤 시체는 모든 새들에게 쪼아 먹히며 어떤 시체는 백골만 모여 나타나 보이며 어떤 시체는 불에 타 한 무더기 뼈가 되었으며 어떤 시체는 나무 위에 걸렸으며, 어떤 시체는 그 권속들에게 살해되었는데 그 자리를 장엄하여 법에 따라 장례하고 뒤에 부끄러움을 내며, 혹 어떤 시체는 권속들이 에워싸고 시다림에 호송하여 땅에 두고 도로 집으로 돌아가는가?”

그 고행사는 다시 말했다.

“어진 왕자시여, 그 시다림은 네 가지 무리들이 가림없이 평등하게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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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복덕의 땅이요, 쓸쓸한 들판이라 이름하나이다. 이곳에 몸을 보시하는 사람은 괴로운 힘을 들이지 않고 빨리 천상에 나서, 세상의 좋은 곳을 찾아 속히 낙을 받게 되나이다. 어떤 어진 이는 벼랑에서 몸을 던지거나 몸을 태우거나 보시하여 천상에 나게 됩니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이렇게 수행하는 이가 뒤에 부귀를 구한다면, 아아, 크게 어리석다. 아아, 무상하다. 뒷세상에 원수 지을 짓만 많이 하면서 후세에 부귀를 바라니 아, 큰 괴로움으로 도리어 큰 괴로움을 찾는구나. 어리석고 미련하고 지혜 없는 그들은 큰 불무더기에 뛰어들고 큰 뱀의 입에 들어가는 격이다.”

보살이 이런 말솜씨로 모든 선인들에게 해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묘한 말을 할 무렵에 해가 장차 저물려고 하였다.

이 때 보살은 그 선인들 거처에서 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새벽에 다른 곳으로 가는데, 모든 선인들은 차례로 보살의 뒤를 따랐다. 보살이 조금 걷다가 그 선인들이 따라 오는 것을 보고 나서 나무 밑에 앉으니 그들은 보살을 에워싸서 앉기도 하고 서 있기도 했다.

이 때 그 모든 선인들 가운데 가장 늙은 선인이 보살에게 희유한 마음을 내어 아뢰었다.

“어진 왕자시여, 당신께서 우리 거처에서 오시면서 저 곳이 저절로 장엄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나가신다면 저기는 빈 들판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디 당신은 우리가 앉았던 곳을 버리지 마소서. 무슨 까닭이냐 하면 빨리 천상에 나고자 하여 이 복된 땅에서 수행하는 이는 오래지 않아 곧 천상에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렇듯 미묘한 선성(先聖)들이 수행하던 청정한 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지 마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당신이 오시자 이 숲은 위덕이 드높았으니

이제 가신다면 여기는 빈 들판이 되리라.

그러니까 이곳을 등져 버리지 마시라.

사람이 목숨을 아껴 몸을 버리지 않듯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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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모든 선인은 이렇게 게송을 읊고 나서 다시 아뢰었다.

“어진 왕자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여기서 은혜와 의리를 모르는 더럽고 악한 사람을 보시거나 혹은 잡된 행에 떨어진 사람을 보셨거나 혹은 청정하지 못한 사람을 본 것은 아닙니까? 만약 그렇지 않으시다면 당신은 어째서 우리가 사는 곳을 즐겨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모든 선인들은 당신을 따라 착한 벗이 되어 거스르지 않고 따를 것이며, 가르침을 따라 행하며 당신과 함께 가장 미묘한 곳을 구하고자 하나이다. 가령 세성(歲星)을 당신과 함께 있게 하여도

뛰어난 곳을 얻을 것인데, 하물며 우리들 고행하는 선인들이겠나이까?”

선인들의 상수(上首)가 함께 해탈을 구하고자 하는 청을 받고 그의 마음을 보고서 자기 마음에 세웠던 서원을 말하고 겸하여 고행하는 선인들을 찬탄하였다.

“그대들 모든 선인은 이제 걸림없는 변재를 얻었고 몸으로 오래도록 법답게 익혀 마음이 깨끗한 까닭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크게 은중히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이제 떠나려 하니, 마치 친애하는 이와 같이 크게 근심을 하는구나. 그러나 당신들이 구하는 법은 단지 하늘에 나는 과보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 뜻은 해탈을 구하는 것이지, 있음을 취하고자 함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결정코 이러한데, 내 마음에 이미 이런 상을 보았으므로 그대들이

거처하는 데를 보니 마음이 기쁘지 않다. 하나[仙人]는 도로 있어 주기를 원하고, 하나[菩薩]는 가려고 하니 이 두 가지는 매우 먼 것이다. 그러나 나도 이곳을 즐기지 않는 것이 아니요, 다른 이를 미워하거나 다른 이의 허물을 보았기 때문에 여기 머물지 않고 버리고 가는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그대들은 다 법에 머물러 옛날 선성(仙聖)들이 말한 대로 따르니 그대들은 모두 대선(大仙)의 법을 얻었도다.”

이 때 그들 모든 선인은 보살이 뛰어나고 높은 해탈을 구하는 것을 보고 다시 보살에게 은중히 애경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 때 그 대중들 가운데 바라문 선인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항상 재 가운데 눕거나 서까래 위에 누우며 몸에 송장의 분소의(糞掃衣)를 입고 있었다. 귀와 눈이 푸르고 누르며, 코가 길고 몸이 희며 손에 물병을 쥐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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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이런 말을 듣고서 보살을 향하여 기쁜 마음으로 찬탄하였다.

“당신의 말은 매우 미묘하고, 가장 위대한 서원입니다. 당신은 지금 젊은 나이에도 5욕락을 받지 않고 모든 허물과 근심을 봅니다. 천상에 나기를 목마르게 바라지 않는 자라면 천상에 난 뒤의 후환을 어찌 알리오. 이렇게 관하고 해탈을 구하면 저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곧 해탈을 얻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이런 뜻이 있어 결정코 해탈을 구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지금 빨리 가소서.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선인의 거처가 있으니 일천장(日穿藏)이라

부르고 그 선인을 아라라라고 이름하나이다. 그 선인은 이미 확고히 바른 지혜와 청정한 눈을 얻었습니다.

당신이 그에게 가서 묻는다면 지극히 참된 방편의 길을 듣게 될 것입니다. 당신께서 이런 방편을 들으면 반드시 그 진리에 이를 것입니다. 내 생각 같아서는 당신의 소견이 반드시 그보다 나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과 몸과 모든 모양은 결정코 모든 지혜의 피안(彼岸)에 건너가 지난날 모든 선인들보다 뛰어나 아무도 증득하지 못한 것을 이제 얻을 것입니다.”

그 때 보살은 그 바라문 선인에게 일렀다.

“원하건대 그대의 말과 같이 되리라.”

그 때 보살은 그 선인을 버리고 은근히 만류함을 등지고 마음은 아라라 처소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하 석가족 성(聖) 왕자께서

교묘하고 아름다운 말로 선인을 위안하고

아라라 곁으로 가려고 결심하니

모든 선인들은 다 도로 머무네.

 

25. 왕사왕환품(王使往還品) ①

그 때 국사(國師) 바라문과 대신, 두 사람은 함께 정반왕이 슬픈 눈물을 흘리면서 내린 칙명을 받고 좋은 수레와 멍에를 갖추고는 대왕의 위덕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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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 받들어 가비라성에서 나와 보살의 발자취를 따라 빨리 갔다. 점점 발가바 선인의 처소에 이르자 발가바는 멀리서 사신이 점점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나가서 맞으며 말하였다.

“잘 오셨소. 어찌하여 몸을 굽혀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선 쉬십시오. 잠깐 이 풀자리 위에 앉아 쉬십시오. 내가 과일과 찬물을 준비해 오겠으니 마음대로 드소서.”

그 때 두 사신은 발가바 선인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 쪽에 편히 앉았고 발가바 선인은 갖가지로 왕의 두 사신들을 위로하였다.

그 때 대신이 발가바의 말을 가로 막고 물었다.

“대선 존자여, 우리들은 지금 감자종(苷蔗種) 대정반왕의 칙명을 받고 왔으며 나는 그 왕의 대신이오.

(국사를 가리키며) 이분은 왕의 국사 바라문이올시다. 그 감자왕에게 실달이라는 태자가 있는데 생ㆍ노ㆍ병ㆍ사를 두려워해서 해탈을 구하고자 궁을 버리고 산에 들어왔습니다. 전해 들은즉 이곳에 왔다기에 우리들이 그를 찾아 여기 왔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발가바 선인은 그 두 사자에게 일렀다.

“사실 그런 일이 있습니다. 팔이 길고 공덕이 구족한 훌륭한 장부가 여기 왔었습니다. 여기 와서 우리들에게 수행하는 법을 묻기에 실제대로 말했더니 그는 이미 알고 나서 ‘이것은 비록 인간보다는 수승하나 그 뒤에 도로 생사 가운데 들어갈 것이요, 마지막 해탈처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싫다고 버리고 가서 생사의 해탈을 구하고자 지금 아라라 선인의 처소에 갔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팔이 긴 대장부 공덕이 구족하신 이

우리 법을 듣고 진실하지 않다고

지극한 큰 열반을 구하고자 하여

나를 버리고 아라라 처소에 갔다오.

그 때 두 사신은 발가바선인의 말을 듣고, 정반왕에게 충성이 지극한 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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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피로한 것도 잊고 게으름도 없이 과일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발가바 선인의 말에 따라 보살의 처소를 찾아 점점 보살 곁에 이르러 멀리서 보살이 숲 가운데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 아래서 풀을 깔고 모든 보배 영락을 버리고 앉았으나, 몸에서는 드높이 빛을 놓아 스스로 장엄했으니 마치 두꺼운 구름 가운데 문득 해가 나와 천하를 비추듯 온 숲 사이에 가득했다.

그것을 본 그들은 수레에서 내려 조용히 보살 곁으로 걸어가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입을 모아 말하였다.

“부디 성자께서는 모든 것이 항상 뛰어나시옵소서.”

다시 보살 곁에 가까이 가서 섰다.

그 때 보살은 그들을 위로하며 그들에게 알맞도록 수고에 대한 위로의 말을 한 뒤 서로 가까이 앉으라 하였다.

두 사신은 앉고 나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크게 지혜로운 태자시여, 성자의 아버지이신 정반대왕은 성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크게 괴로워하십니다. 어찌된 일이냐 하면, 성자께서 궁에서 나가신 날 대왕께서 듣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하셨습니다. 깨어날 기색이 없어 물을 뿌리고 뿜자 한참만에 겨우 깨어나셨으며, 또 본심에 돌아오자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셨으니 성자를 생각하는 형상이 이러하옵니다.

이제 저희들을 성자의 곁에 보내셨으니 부디 마음을 가다듬고 이 칙명을 들으소서.

‘나는 네가 바른 뜻으로 법을 즐기는 줄 알며, 내 궁전에 머물지 않고 반드시 출가하여 위 없는 도를 찾을 줄 아노라. 이치는 그러하나 다만 지금은 네가 입산할 때가 아니다. 나는 이미 네가 입산할 때가 아님을 보았으므로 이제 사나운 불에 큰 숲이 타듯 걱정과 근심과 독한 괴로움에 온몸이 불탄다. 너는 이제 다시 뜻을 끊고 나의 궁으로 돌아와, 잠시 법을 사랑하는 네 마음을 버리고 나의 사랑을 받으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너의 법행이니라. 만약

네가 내 눈앞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더욱 괴로울 것이다. 마치 큰 강물이 길게 흐르다가 일시에 두 언덕이 무너져 그 물이 막혀 끊어진 것과 같다. 또 사나운 바람이 큰 구름덩이를 부는 것 같고, 뜨거운 여름에 불이 마른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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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태우는 것 같고, 큰 가뭄에 모든 샘물이 쪼여 마르는 것 같으며, 우박이 봄의 모종을 꺾어버리는 것과 같으리라.

착한 아들아, 지금 내 마음도 이러하노라. 너를 생각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크게 번뇌로우며 타고 부서지니 너는 궁에 돌아와서 왕위를 받아 천하를 다스리라. 그런 뒤에는 선한 일이나 악한 일을 보거든 네 마음대로 입산하여 법을 찾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불본행집경 제21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5. 왕사왕환품 ②

“그 때 정반왕께서는 또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내 지혜로운 아들아, 너는 이제 모든 친족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없겠으나 다만 내 뜻을 따라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이제 너 때문에 근심 걱정하고 고민하여 목숨을 마치게 하지 말라. 착한 아들아, 법행(法行)을 행하는 자는 다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낸다. 이를 법행이라 하는 것이니 어찌 자기만 깊은 산에 들어가야 비로소 법행이라 하겠느냐. 왜냐 하면 내 지난날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옛적부터 이떤 사람들은 자기 집에 있으면서, 영락과 몸에 단 장신구를 벗지 않고 머리와 수염을 길게 길렀어도 공덕이 구족해서 해탈을 구한 까닭에 해탈의 법을 얻었다. 해탈의 법을 닦아 익히는 데는 오직 지혜와 정진만 필요로 하니 이런 것이 곧 해탈의 바른 원인이다. 네가 이제 나를 어기고 입산한 것은 이렇듯 놀랍고 두려운 5욕의 법을 피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집에 있으면서 모든 영락으로 자기 몸을 장엄하고도 해탈을 얻었으니 이제

너를 위해 간략히 말하리라. 옛날에 수상(隨常)이라는 인자(仁者)가 있었으며 인자 역금강(力金剛)ㆍ인자 다유(多有)ㆍ인자 유행(流行)ㆍ인자 대부(大富)ㆍ인자 변천(邊天)이 있었다. 또 비제하국왕인 능생야야지왕(能生耶耶厎)[수나라 말로는 행행(行行)이라 함]과 인자 정선(淨仙)과 나마왕(羅摩王)[수나라 말로는 작희(昨喜)라 함]등 이러한 한량없는 재가의 모든 왕들도 다 해탈을 얻었으니, 너는 지금 집에 있으면서도 해탈법을 구할 수 있고, 얻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출가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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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너는 반드시 속히 집으로 돌아와 두 가지의 원을 이루라. 하나는 네가 5욕락을 받는 것이요, 둘째는 내 마음을 항상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세간에서 왕위를 받는 자가 마음에 원하는 대로 공능(功能)을 얻으면 이런 이를 참왕이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네가 이 원을 이루게 할 것이다. 왕위는 버리기 어려우나 나는 너를 위하기 때문에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려 너에게 왕위를 전하리라. 네가 만약 이런 인연을 이룬다면 나는 매우 기뻐할 것이며

곧 사퇴하여 세간을 버리고 출가하여 산에 들어가 도를 구하리라’는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왕위는 cls밀하여 버리기 어려우나

이제 다 끊어 버리고 너에게 전하리니

네가 세간을 잘 다스릴 것을 알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입산하리라.

그 때 대신과 국사 바라문은 정반왕의 이런 칙명과 게송을 자세히 전하면서 보살에게 간곡히 아뢰고 따로 세 가지 일을 보살에게 간하였다.

“크게 지혜로운 성자여, 이것은 성자의 부왕이신 정반왕께서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며 저희들에게 내리신 쓰라리고 간절한 칙명의 말씀입니다. 이런 까닭에 성자여, 이제 부왕의 이런 괴로운 칙명을 들으시고 공경하소서. 부왕의 칙명은 어기고 거역하지 못하나이다. 성자의 부왕께서는 지금 크고 깊은 괴로운 강물에 빠져 아무도 지혜의 언덕으로 건져낼 수 없습니다. 오직 성자만이 구호하여 그 괴로움을 없애줄 수 있습니다. 마치 가장 크고 깊은 물에 빠진 이는

오직 큰 뱃사공이라야 건져낼 수 있듯이 이렇듯 성자의 부왕께서도 이제 깊은 고뇌의 바다에 빠져 아무도 건져줄 사람이 없고 오직 성자뿐이옵니다.

또 성자님께서 어릴 때 길러주신 이는 오직 교담미(憍曇彌)이신 성자의 이모이니 외롭고 쓸쓸하게 목숨을 마치지 않게 하소서. 지금 성자님 생각에 매우 괴로워하십니다. 마치 암소가 송아지를 잃고 슬피 울듯, 교담미도 눈으로 성자님을 보지 못하는 슬픔에 오열하며 항상 울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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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님은 그들을 버리고 떠나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지난날 길러주신 은혜는 마치, 저 소가 새끼를 사랑하고 생각하듯 합니다.

또 궁내의 부녀 권속들도 역시 괴로워합니다. 또 가비라성 안의 일체 석가족 남녀노소의 인민들도 성자님을 사랑하여 마음이 타고 조이는 까닭에 고뇌의 불에 타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성자께서 지금 돌아가서 그들을 보신다면 마치 대지가 불타고 있을 때 모든 하늘에서 크고 단비를 내려 처참하게 타는 불을 끄듯 할 것입니다.”

그 때 보살은 부왕 사신의 이런 말을 듣고 잠깐 생각에 잠겨 몸과 마음을 조복하고 숨을 돌려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된 자는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느니라. 나의 부왕인 정반대왕께서 나를 매우 어여삐 여기고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 헤어져도 잊을 수 없는 줄을 알지만, 나는 이제 세간의 생ㆍ노ㆍ병ㆍ사가 두려울 뿐이다. 자신이 빠졌는데, 어찌 빠진 이를 구하겠는가?

도탈(度脫)에서 구하고자 하므로 그 모든 권속들을 버리고 떠났을 뿐이다. 누가 친애하는 이를 기꺼이 항상 보고싶어 하지 않을 것인가. 만약 세간에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일이 없다면 누가 세상을 즐겨하지 않을 것인가. 비록 모든 친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있더라도 마지막에는 이별해야 하니 그러므로 나는 이제 사랑하는 친족과 부모님을 모두 버리고 뜻을 세워 보리를 구하는 것이다.

만약 그대들의 말대로 나를 사랑하는 까닭에 부왕께서 크게 고통스럽다 하면, 나는 이 말을 듣고 참으로 이런 은혜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잠을 자다가 꿈에 친족들과 모인 것을 보았으나 깨고 나면 이별하는 것과 같다. 만약 범인(凡人)이라면 방편을 모르고 마음에 고뇌를 낼 것이니, 그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중생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친애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일은 동행이 되어 함께 길을 가다

가 목적지에 이르면 각각 흩어져 제 갈 데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친애하는 권속도 모이면 이별이 있으니 어찌 근심하고 괴로워 하랴. 또 전세(前世)에 권속이 되었다가 버리고 이생에 왔으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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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권속들도 버리고 후세에 갈 것이며 후세에서 버리고는 다시 후세에 이른다. 이렇게 점점 번갈아서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권속에 미련을 두고 애착하는 마음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무릇 세간 사람이란 처음에 태에 들 때부터 어디를 가나 이런 생각생각의 찰라 시간마다 모두 죽음의 귀신에게 쫓기는 존재다. 이런 것을 어찌하여 때가 되었느니 때가 아니니 하면서 ‘내 아들은 지금 입산하여 도를 구할 때가 아니라’ 하는가. 어찌 하물며 집

에서 5욕을 받을 때이겠느냐? 만일 나에게 때인가 아닌가를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지 않겠다.

무엇 때문인가? 그 죽음의 귀신은 언제든 모든 중생을 잡아가지 않는 때가 없으니 이런 까닭에 내 이제 그 생ㆍ노ㆍ병ㆍ사를 여의고자 하므로 때와 때 아님이 없다 하노라”

보살은 또 말하였다.

“만약 나의 부왕께서 나를 불러 ‘네가 오기만 한다면 내가 반드시 너에게 관정위(灌頂位)를 주겠다’하니 나의 부왕은 반드시 큰 서원의 마음이 있어 이렇게 어려운 일을 쉽사리 나에게 주겠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도를 닦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나는 이 왕위를 받을 수 없다. 친애로 얽매임은 해탈하는 길이 아니다. 마치 병자가 맛난 음식을 생각하지 않듯이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 이 세상 낙을 탐낼 것인가. 그러나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 몸은 큰 고뇌가

있는 까닭에 왕위를 받는 것이다.

이미 왕위에 있으면 마음대로 방일하고 주색에 빠져서 버리지 못한다. 마치 황금 집에 사나운 불이 타는 듯, 맛있는 국에 독약이 섞인 듯, 꽃 연못에 교룡(蛟龍)이 있는 듯하다. 이렇듯 왕위는 쾌락으로 뜻대로 즐길 수 있으나 모든 환란이 따라 다녀도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지금 즐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옳은 법도 아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마치 황금 집에 불길이 타는 것 같고

맛있는 음식에 독약이 섞인 듯하고

꽃이 가득 핀 못에 교룡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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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에 올라 낙을 받음은 뒤에 크게 괴로우리.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까닭에 지난 옛날 모든 왕은 왕위를 받아 젊었을 때는 다스리고 낙을 누리다가, 노년에 이르면 5욕을 떠나 궁전을 버리고 산 숲에 들어갔다. 사람이라면 차라리 산 숲에 있으면서 풀을 먹고살지언정 궁전에 있으면서 5욕락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검은 뱀을 기르다가 뒤에 재앙을 받듯이 처음에 낙을 받을 때는 근심거리가 되고 해가 되는 줄 모르지만, 뒤에 성을 내면 드디어 사람을 무는 것이니, 차라리 집을 버리고 산 숲에 들어갈지언정 산 숲을 버리

고 도로 집에 가 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선성(先聖)들이 나무라고 싫어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 이미 착한 집에 났으니 응당 선한 법을 닦을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불선법을 행하거나 마음대로 방일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산 숲에 머물러 학문하고 수도하다가 뒤에 가사(袈娑)를 벗고 부끄러움을 품지 않는다면, 그는 부끄러움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탐심이나 진심이나 치심 때문에 혹은 남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도로 물러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제석천궁도 부러워하지 않는데 하물며 또 내 집에 되돌아가겠는가.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맛난 음식을 먹고 난 뒤에 그 음식을 땅에 토해놓고 도로 먹으려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누군가 5욕을 버리고 출가하였다가, 혹 모든 인연을 위해 도로 집에 들어가고자 하는 일도 그러하다. 마치 어떤 사람이 이미 불타는 집에서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는 것과 같이 이미 세속이 우환덩어리인 것을 보고 속인의 모양

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도를 닦다가 되돌아감도 그러하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사람이 화택(火宅)을 버리고 나갔다가

뒤에 다시 돌아오는 것같이

속세의 환란을 보고 출가하였다가

숲에서 되돌아감도 그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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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두 사신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먼저 부왕의 말씀이라 하면서 옛날 모든 왕들이 재가인으로 법을 닦으며 해탈을 얻었다 했으나 이 일은 그렇지 않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두 가지 일은 인연이 서로 어긋나 매우 큰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해탈을 구하는 사람은 마음이 적정하여 미묘한 곳이라야 머무르는데, 만약 궁중에 있으면 5욕의 정이 방탕할 것이며 밖으로 인민을 다스리려면 반드시 채찍으로 때리고 죄를 꾸짖고 벌주어야 할 것이니 이런 마음으로는 해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무위(無爲)의 적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세간의 왕위를 탐내지 않을 것이요, 왕위에 있다 하더라도 버리고 떠날 것이다. 만약 왕위를 즐긴다면 그의 마음은 적정하지 못할 것이니 적정을 즐기면서도 세상일을 탐낸다면, 이 두 가지는 천지차이로 어긋나 마치 물과 불이 함께 있을 수 없는 것 같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해탈법을 구하면서 또 5욕에 애착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확실히 안다. 그들

옛날 모든 왕은 왕위를 버린 뒤에 적정한 법을 얻은 것이지 있으면서 교화할 때는 지혜가 아직 완성되지 못해 그저 배우면서 마음을 쓰고 인민을 다스렸을 뿐이요 반드시 해탈법만 구한 것은 아니다. 그들 모든 왕은 각각 자기 뜻대로 해탈을 구하거나 5욕을 누렸지만 나는 이제 그렇지 않아서 그들을 배우지도 않으며 다시 이런 마음을 내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집에 머물려는 욕심의 쇠사슬을 끊고 해탈을 얻으려고 다시 세간의 5욕락을 탐착하지 않는데

어찌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 때 두 사신은 이렇게 염착이 없는 말과 오롯하고 바르고 확고한, 지극히 참된 말을 보살에게 듣고 자세히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왕자여, 지금에 서원을 해서 위없는 법을 구하는 이것이 참다운 이치이긴 하나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성자의 부왕께서 이렇게 근심과 고뇌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성자께서 이 마음을 어기고 등지심은 바른 법이 아니옵니다.”

하고는 게송을 읊었다.

이제 법장(法藏)을 구하는 것은 이로운 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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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바른 이치가 있으나 때가 맞지 않소.

부왕은 수심의 독으로 심장을 에이니

효도를 어기면 이 무슨 도리입니까?

그 두 사신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거듭 성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왕자시여, 저희들 소견 같아서는 이 뜻은 자세하게 법행을 관찰함이 아니며, 세간의 재리(財利)와 5욕에 대해서도 교묘한 방편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성자께서는 아직 인(因)도 보지 못하셨는데 어찌 과를 구하시며, 현재 얻은 과보를 버리시고 바야흐로 미래를 구하시나이까? 대성 왕자여, 이 세간 일체 서전(書典)에는 각각 주장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뜻에 ‘미래가 있다’ 하고, 어떤 사람은 ‘미래가 없다’ 하니, 이런 뜻에 사람들은

의심이 많습니다. 이런 까닭에 성자께서는 과보를 현재에 받을 것이며 만약 내세가 없다면 어찌 정근하여 해탈을 구하려 하시나이까? 또 어떤 사람은 ‘세간에는 선도 결정되어 있고 악도 결정되어 있어서 미래세에 받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부지런히 수행하여 해탈의 도를 구하는 것은 어리석다 할 것입니다. 만약 모든 근이 결국 파괴되면 친한 이와 헤어지고 원수와 만나지며 경계가 합해졌다 자연히 떨어지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데, 어느 겨를에 애써 수

행하고 방편을 쓰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이치에는 진실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 태중에 있을 때 손ㆍ발ㆍ가슴ㆍ등ㆍ배ㆍ머리털ㆍ손톱이며 모든 골절과 힘줄들이 자연히 이루어집니다. 어떤 사람은 ‘몸을 이루었다가 다시 파괴된다’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파괴되었으나 도로 자연히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선전(先典)가운데도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시의 침이 뾰족한 것은 누가 갈아서 만들었으며 새 짐승의 여러 가지 빛깔은 누가 그렸느냐. 이것은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지 사람의 짓이 아니다. 또한 이루고자 해도 되지 않는 것이며 세간의 모든 물건은 마음을 따라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고 하나이다.”

그래서 게송이 있었다.

뾰족한 가시의 침은 누가 간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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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ㆍ짐승의 온갖 빛은 누가 그린 것인가.

각각 그 업을 따라 돌고 변하는 것

세간에 아무도 만든 사람 없다.

“또 어떤 사람은 말했습니다. ‘세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다 자재천이 짓는 것이다. 만약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사람이 무엇 하러 부지런히 수고롭게 업을 짓겠는가. 이것은 유전(流轉)에 따라 스스로 오거나 또 그것이 갈 때에도 역시 유전에 따라 스스로 가는 것이 아닌가’

또 어떤 사람은 ‘분별하는 까닭에 아상(我相)이 생겨 유(有)를 받고 유가 다함도 그러하니라. 유를 받을 때도 부지런히 구할 필요 없이 저절로 받으며 유가 다할 때도 저절로 다할 것이요, 멸하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세간에서 사람의 몸을 받으려 할 때 그 아버지가 남에게 빚을 지지 않았으면 곧 태어날 수 있다. 천상이나 신선에 태어나는 것도 다 그러하다. 만약 이 세 곳에서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은 부지런히 수고하여 구하

지 않아도 저절로 그곳에서 해탈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차례로 모든 경전에는 저마다의 주장대로 해탈을 얻는다고 하니 지혜로운 사람이 정근하여 수승한 곳을 구할 때는 반드시 자기 마음만 손상할 뿐입니다. 이런 까닭에 저희들이 생각하기에는 성자께서 해탈을 구한다면 이치에 따르고 법에 따라 이렇게 옛 경전 말씀대로 하소서. 이렇게 하시면 반드시 얻을 것을 의심치 않나이다.

성자의 자부(慈父)이신 정반대왕이 태자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받는 괴로움을 낫게 해야 합니다. 성자시여, 지금이 바로 환궁하실 때입니다. 속으로 궁전에 대해 우환과 염증을 보더라도 생각하지 마소서. 왜냐 하면 옛날 모든 왕선(王仙)께서도 집을 버리고 산 숲에 나갔다가 뒤에 환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왕들은 각각 이름이 있습니다. 암바리사(庵婆梨沙)[수나라 말로는 허공전(處空箭)]왕은 출가하여 산 숲에 있었으나 모든 신하와 백관들이 간하고 달래므로 전후 좌우에 에워싸여 돌아갔고, 라마(羅摩)[수나라 말로는 능희(能喜)]왕은 온 천하를, 나쁜 사람들이 무너뜨리고 깨뜨리고 서로 뺏고 서로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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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산에서 나와 법답게 막고 보호하였으며, 또 옛날 비야리성에 도로마(徒盧摩)[수나라 말로는 수(樹)]라 하는 대왕이 있었는데 역시 산에서 내려와 본국에 돌아온 뒤 세간을 보호했습니다.

지난 옛날에 또 이름이 사지리저(娑枳梨低)[수나라 말로는 이언(離言)]라는 범선왕이 있었고 또 라지제바(羅枳提婆)[수나라 말로는 희천(喜天)]왕, 달마야사(達摩耶舍)[수나라 말로는 법칭(法稱)]왕 등 이렇게 한량없는 모든 범선왕들이 각각 산 숲을 버리고 본궁에 돌아와 천하를 평안히 다스렸습니다. 성자께서는 지난 옛날 모든 왕들의 본사(本事)를 이와 같이 들으셨으니 지금 환궁하셔도 근심과 괴로움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런 이름의 모든 왕들도

각각 채녀를 버리고 입산하였다가

뒤에 산을 버리고 환궁하였는데

성자도 이제 돌아가신들 무슨 허물 있으랴.

그 때 보살은 두 사신의 이런 말을 듣고 그들에게 일렀다.

“있고 없는 뜻이며 의심되고 의심되지 않음을 나는 다 안다. 다만 이 두 가지 뜻이 가진 진리의 숨은 뜻과 나타난 뜻을 나는 확실히 알고자 할 뿐이다. 그것을 전해 듣는 사람이 이미 인연이 없는데 무슨 수로 믿겠는가.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헛된 말에 따라 행하지 않을 것이니, 눈먼 사람이 길을 가려 해도 인도자가 없으면, 참다운 것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겠는가. 또 마음에 스스로 좋고 나쁜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눈멀고 어리석은

그 사람은 청정한 법이라 해도 마음으로 부정하다고 보나니 무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정진하는 마음을 내었다가 비록 과보를 달게 얻지 못하고 길이 고뇌를 받을지언정 5욕의 진흙 구덩이에 빠져서 모든 성인들에게 꾸짖음을 들으며 잠시 쾌락을 받는 짓은 차마 할 수 없노라.

또 그대들은 옛날 허공전왕과 능작희왕 등이 산 숲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하나 그러한 왕들은 내가 해탈법 가운데 증명을 삼지 않겠다. 왜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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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그 왕들은 신통을 통달하기 위해 배운 것이라 더 이상 고행의 법이 없어서 환궁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이런 마음을 내지 말라. 나는 서원을 세웠다. 가령 해와 달이 땅에 떨어지거나 이 설산이 제자리를 옮긴다 하더라도, 내가 만약 정법(正法)의 보배를 얻지 못하고 세상일을 탐하여 범부의 몸으로 도로 본궁에 들어가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이제 차라리 사납게 타는 불 구덩이에 들어갈지언정 자신의 이익을 얻지 못한 채 환궁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노라.”

그 때 보살은 이런 서원을 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 숲을 떠나 두 사신을 뒤에 두고 홀로 걸어갔다.

그 때 두 사신은 보살의 이런 말을 듣고 또 결정코 모든 친족을 버리고 이런 서원을 말하는 것을 보고 결코 환궁하지 않을 것을 알자 몸을 들다가 스스로 넘어지고 땅에서 일어나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큰 소리로 통곡하고 보살을 따라 가까이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때 보살의 위덕이 매우 커서 그들은 더 가까이 할 수 없었고 마치 햇빛이 그들 눈에 쏘이듯 보살의 몸을 바로 볼 수 없었다.

그들은 다시 보살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부디 이렇듯 굳센 뜻을 짓지 마소서. 원하옵건대 저희들의 연모하는 마음을 진정시켜 주소서. 저희들의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 끊어지지 않아서 차마 성자님을 버리고 가지 못하겠나이다.”

그들 두 사람은 보살을 사랑하고 정반왕을 애중히 섬겼으므로 보살의 뒤를 따라 동ㆍ서로 가면서 멈춰 서다가 보다가 걷다가 달려가기도 했다.

그 때 그들은 다시 따로 네 사람에게 일렀다.

“몸을 숨겨 보살의 뒤를 따라 좌우로 가되 너희들은 성자에게서 떠나지 말고 어느 곳으로 가시는지 잘 보라.”

이렇게 이르고 나서 그들 두 사람은 매우 슬프고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며 서로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성에 돌아가 대왕의 얼굴을 보랴. 대왕의 심정은 성자 때문에 크게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리들은 이 말을 어떻게 아뢸 것이며, 대왕의 곁에 이르러 무슨 말로 왕의 마음을 풀어줄 것인가?”

이런 게송이 있었다.

그들 두 사신(使臣)은 성자가 결코

본궁에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따로 네 사람에게 뒤쫓게 한 뒤

돌아가 왕에게 어떻게 아뢸까 하였네.

 

26. 문아라라품(問阿羅邏品) ①

그 때 보살은 부왕이 보낸 대신과 국사 바라문을 떠날 때 서로 눈물을 흘리고 헤어진 뒤 점점 앞으로 나가 조용히 비사리성으로 향하였다.

그 성에 이르기 전 중도에 한 선인이 도 닦는 곳이 있었으니 이름은 아라라요 성은 가람이었다.

그 선인에게 한 제자가 있었는데 멀리 보살이 자기를 향해 오는 것을 보고 크게 희유한 마음이 생겼다. 나면서부터 일찍 이런 일을 보지 못했는지라 빨리 그 스승이 앉은 곳에 가서 함께 배우는 동자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각각 외쳤다.

“어진 발가바(跋伽婆)야, 어진 미다라마(彌多羅摩)야. 어진 설마(設摩)야.”

이와 같은 동자들 모두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제 각각 크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제사하는 법을 버리라. 이제 여기에 멀리서 어진 대덕(大德)이시니 모두 다 영접하라. 이 어진 이는 이미 맺힌 번뇌를 모두 떠나 지극히 참된 최상의 해탈을 구하는 이로서 석가족 정반왕의 아드님이시다. 모든 상이 금기둥같이 단엄하고 몸에서는 밝은 빛을 뿜고 위풍당당하시다. 긴 팔이 아래로 드리워 손이 무릎을 지나며 발바닥에 천 복 바퀴 무늬가 있고 걸음이 조용하여 우왕(牛王)같이 보인다. 둥근 빛의 위

덕이 마치 햇빛과 같고 몸이 황금과 같은데 가사를 입으시고 우리들에게 복과 이익을 가장 많이 주실 높은 분이 점점 우리들 곁으로 가까이 오신다. 우리들은 이제 힘껏 모든 것을 주선하여 모자람 없이 공양해 섬기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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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하고 존중히 받들어 모시자.”

그 동자는 보살을 찬탄하여 게송을 읊었다.

조용히 교묘롭게 잘 걸으시며

돌아다봄이 마치 소왕[牛王]과 같네.

모든 상이 만족한 장엄한 몸에

모든 털이 위로 쏠리었네.

발바닥에 천복 바퀴 무늬도 갖고

미간에는 흰 털이 묘하게 말려 있네.

긴 팔은 크고 곧아 자재롭게 드리웠으니

이 분은 사람 가운데 큰 사자일세.

그 동자는 입으로 이 게송을 읊어 보살을 찬탄하고 나서 거듭 모든 동자들에게 일렀다.

“너희들 모든 동자들은 함께 따라 스승님의 처소에 가서 이 일을 아뢰어라.”

모든 동자들은 함께 그 스승 아라라 곁에 가서 이런 일을 갖춰 아뢰는데, 그 떄 보살이 조용히 걸어 문득 아라라 곁에 이르렀다. 그 아라라 선인은 멀리서 보살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잘 오소서, 성자님이시여.”

보살이 아라라 앞에 이르자 두 사람이 얼굴을 대하여 서로 문안했다.

‘병이 없고 괴로움이 없고 안온하신가?’

서로 안부를 물은 뒤 아라라는 보살에게 풀 자리 위에 앉기를 청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보고 크게 기뻐

각각 병이 없느냐고 문안했네.

서로 인사하고 얼마 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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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풀 자리를 곧 깔았네.

그 때 보살이 풀자리 위에 앉으니 아라라는 그의 몸을 위아래로 자세히 관찰하고 크게 기쁜 마음과 희유하다는 생각이 나서 보살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고받으며 보살을 칭찬하였다.

“어진 구담이시여, 나는 오랫동안 익히 들어왔습니다. 어지신 장부께서 왕위를 버리고 성을 넘어 출가하사 친애에 물든 그물을 끊으셨다는 것을. 마치 큰 코끼리가 굳센 쇠사슬이나 억센 가죽 고삐를 끊어버린 뒤에 자유롭게 달아나 마음대로 다니는 것처럼, 이와 같이 어진 당신도 오늘 용맹한 마음으로 궁을 버리고 입산하여 어느 곳에서나 족함을 알고 욕심이 없으며 크게 지혜가 있습니다.

어진 구담이시여, 당신은 이미 이렇게 희유한 일을 얻었습니다. 세간의 부귀와 과보와 공능을 가졌다가 버리고 삭발하고 입산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옵니다. 지난 옛날 모든 왕들은 왕위의 과보가 구족하고 5욕락을 누리다가, 늙어서야 세자에게 왕위를 부촉하여 관정(灌頂)을 시킨 뒤에 겨우 궁을 버리고 나와 산 숲에 와서 도를 닦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희유한 일도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젊은데도 5욕락을 받지 않고 부귀 공

덕을 버리고 이 마음을 결정하여 여기 와서 도를 구하십니다. 이미 이런 불가사의한 대성 왕위의 수승한 경계를 얻고도 한창나이에 마음을 수습하여 모든 애욕에 집착하지 않고 해탈을 구하여 얽매이지 않고 모든 근(根)과 경계에 물들지 않고 유(有) 가운데의 모든 환란을 알고 어떤 유에도 얽매이지 않나이다. 무슨 까닭입니까?

옛날에 정생(頂生)이란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4천하를 통솔했으나 오히려 족한 줄 모르고 33천에 올라가 제석천왕의 반좌(半座)를 얻어 앉았지만 그것도 마음에 족한 줄 알지 못하여 5욕 경계를 다 잃어버리고 땅에 떨어졌습니다. 또 나후사라는 왕이 있어 4천하를 거느리다가 다시 33천에 이르러 모든 천상을 다스렸으나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다가 역시 왕위를 잃고 땅에 떨어졌습니다. 또 이런 무리로 라마왕ㆍ타로호미왕ㆍ아사라타가왕 등 많은 전륜성왕이 있

었는데 이들 역시 왕위를 얻고도 족한 줄 몰랐기 때문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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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잃어 부귀와 왕위가 없어졌습니다. 세간에 한 사람도 경계를 얻고 마음에 족한 줄 아는 이가 없으니 마치 큰불이 섶을 만나 타는 것과 같습니다.”

아라라 선인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살은 대답하였다.

“어진 대선이여, 내 세간의 이런 상을 보았으며 또 모든 것이 파초와 같이 속이 굳지 못하여 뒤에 도로 파괴되는 것을 보았소. 경계를 얻어도 족한 줄 모를까 걱정이며 스스로 이익되는 길을 구하지 않고 욕사(欲事)에 염증을 내지 않을까 걱정이오. 나는 이것을 알았으므로 바른 길을 찾아서 여기저기 다닙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빈 들판에 다닐 때, 짝을 잃고 길이 아득하여 마음이 여러 방향에 미혹하나, 길잡이를 만나지 못해 길잡이를 구하느라고 여기

저기 다니듯 지금의 나도 그러하나이다.”

보살이 이렇게 말하자 아라라는 보살에게 거듭 말했다.

“어진 구담이시여, 내 오래도록 대사(大士)의 심상(心相)을 보았거니와 당신은 충분히 해탈할 만한 큰그릇이 되겠습니다.”

그 때 대중 가운데 한 동자가 있었는데 아라라 선인의 제자였다. 그는 합장하여 스승에게 아뢰고 보살을 찬탄하여 이런 말을 하였다.

“희유하옵니다. 이 분은 불가사의하게 이 마음을 결정하였습니다. 옛날 모든 왕들은 젊을 때 궁 안에 앉아 5욕락을 받다가 뒤에 나이 들어 머리가 희어지면 각각 태자를 불러 왕위를 부촉하여, 관정식을 하고 왕을 삼은 뒤에 집을 버리고 산 숲에 들어가 도를 닦아 왕선(王仙)이 되었으나 이 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라 쾌히 5욕을 받을 때이며 병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기력이 충족하고 머리털이 검고 몸이 부드럽고 용맹이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으며 부왕께서 나이 많은데도 왕위를 탐내지 않고 세간을 싫어하여 과보를 탐하지 않고 출가하여 산에 들어와 도를 구하십니다.”

그 때 아라라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은 발심하여 무엇을 구하려 하십니까? 무슨 도(道)를 성취하고자 발심하여 여기 오셨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존자 대사여, 나는 이 세간 중생이 생ㆍ노ㆍ병ㆍ사에 얽매어서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정근하려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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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아라라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어진 구담이시여, 이제 이런 혜안을 내었고 이런 생각을 내었으니 이 뜻이 참되나이다. 무슨 까닭입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수승한 모든 법 중에 오직 행이 있으니

청정과 적정만이 마음에 허물될 것 없네.

은애에 물드는 것이 가장 원수요,

모든 공포는 이 늙고 죽음이라네.

아라라가 이 말을 하자 그 아라라 선인의 제자인 한 마나바가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이여, 무슨 마음에서 이제 친애하는 권속을 버리고 여기 오셨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세계에서 모이고 만나는 모든 것은 결정코 이별이 있다. 나는 이런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뜻을 내어 지극한 진리를 구하고자 하노라.”

아라라 선인은 거듭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여, 이제 해탈을 얻으셨습니다. 왜냐 하면 중생들은 헤어나기 어려운 이 진흙에 빠졌으며 세간의 굳센 밧줄에 얽매이지만 당신은 이미 홀로 마음을 결정하셨으니 나는 이 해탈법문을 말하겠나이다. 이른바 사랑하는 마음을 당신은 멀리 버리시오. 사랑하는 마음이란 이 세간에서도 아주 악한 교룡(蛟龍)이 깊은 마음의 물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모든 이익을 잃게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세간 사람들의 행은 바른 행이 아님을 보았습니다. 오직

지혜로운 자라야 바른 행법을 선택하여 애착에 물든 마음을 멀리 떠납니다. 그러므로 발심하여 유상(有相)보는 것을 끊고 무상을 지으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존자 대선이여, 존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 이 말을 알아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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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라선인은 또 보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알아들었다 하시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세간의 사람이란 서로 얽매이게 됩니다. 그 서로 얽매임이란 이런 것입니다. 부모 된 자는 집을 세우기 위해 자식을 낳아 기르며 길러낸 자식이 장성하면 집안을 성취합니다. 이 인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기르는 것입니다. 만약 인연이 없다면 자기 권속들도 가까이하지 않을텐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는가. 사람을 가까이 하는 것은 이익을 탐하기 때문인데, 사람에게 친근하고자 해도 마침내 찾을 데가 없습니다.”

아라라 선인은 다시 찬탄했다.

“착하다, 어진 이여. 당신은 지금 이미 세간의 모든 법을 아십니다. 구담 사문(沙門)은 모든 지혜를 밝게 증득하셨습니다.”

그 때 대중에 동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도 아라라 선인의 제자였다. 그가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구담이시여, 당신은 이제 이미 최상락을 얻었나이다. 왜냐 하면 일체 사랑하는 상(相)을 점점 떠나 세간의 모든 번뇌 없는 법을 얻으셨기 때문입니다. 어찌된 일인가? 제가 세간을 보건대 처자를 불쌍히 생각하지 않고 재물을 구하지 않고 두 손을 들고 세간에서 곡하지 않는 이가 적으며, 욕심을 줄일 줄 모르고 족한 줄 모르고 재물을 아끼고 항상 탐심을 일으키고 세간 이익에 물들고 집착하여 집집마다 손을 들고 크게 통곡하는 이는 많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세간에 족함을 아는 사람 보기 드무니

욕심 적고 구함 없어야 괴로움 받지 않으리.

은혜와 애욕에 통곡하는 여러 사람들

거의가 탐착하여 재물 모으려 하네.

그 때 아라라선인은 보살에게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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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유합니다. 어지신 구담이시여, 이렇듯 지혜가 넓고 큽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은 이제 이 용맹심을 갖추어 모든 근을 조복하여 더 자라지 않게 하고 모든 욕에 끌려가지도 않사옵니다.”

이 때 보살은 존자 아라라에게 물었다.

“존자 대선이여, 모든 근(根)은 어째서 이렇게 일정하지 않으며, 항복시키고자 하면 어떤 방편을 써야 합니까?

부디 나를 위해 설명해 주소서.”

아라라 선인은 대답했다.

“사문 대사(大士)시여, 세간에 있으면서 생을 싫어하여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내 이제 대사를 위해 방편의 상(相)을 간략히 말씀하리니 대사는 자세히 들으소서.”

게송이 있었다.

존자 대선 아라라는

보살이 신통과 지혜를 낼 수 있도록

자기 논(論) 가운데 있는 이치를

간략히 분별하여 말하네.

“구담 대사여, 모든 근의 체상(體相)과 근의 경계를 없애고자 하면 이렇게 생각하고 분별하소서.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이 모든 근과 일체 경계를 이미 분별해 알았다면 다 버려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근과 경계 안에 모든 사랑과 물듦이 있으니 애욕에 물드는 그것이 집착을 내게 합니다. 이 애착이 중생을 세간에 빠뜨려 헤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모든 범부들이 사랑을 탐하고, 얽매이는 괴로움을 받는 까닭은, 일체가 다 경계로 말미암아 얻어지기 때

문입니다. 대사는 살피소서, 무슨 인연으로 그러하겠습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산양(山羊)이 죽음을 당함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요

나비가 등불에 뛰어듦은 불빛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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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낚시에 걸림은 미끼를 물기 때문이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은 경계에 끌리기 때문일세.

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다시 물었다.

“존자여, 이제 모든 근을 조복하는 방편상을 말씀하시되 모두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라 하였으니, 체성(體性)이 비어서 참이 없는 헛것입니다. 마치 불구덩이 같고 몽환(夢幻)과 같고 풀 위의 이슬과 같습니다. 내 이제 마음으로 생각하여 이런 줄을 알았습니다.”

그 때 아라라 선인은 또 보살에게 물었다.

“대사여, 당신은 무엇 때문에 모든 경계 속에 이로운 일이 없다고 말씀하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사람이 모든 경계를 따라 머물러 과보를 받으려 함은, 어떤 사람이 집을 세워 햇빛을 가리거나 비바람을 피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을 찾는 것 같고, 배고프기 때문에 먹을 것을 찾는 것 같고, 때가 묻었기 때문에 몸을 씻으려는 것 같고, 벌거벗었기 때문에 몸 가릴 옷을 찾는 것 같고, 피곤하기 때문에 타고 갈 말을 찾는 것과 같고, 추위를 덜고자 따뜻함을 찾으며 더움을 덜고자 시원함을 찾으며, 피로를 풀고자 자리에 앉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다 괴로움이 몸을 핍박하기 때문에 애써 찾으려는 것입니다. 병든 사람이 고통이 심해서 좋은 의사를 찾듯이 세간 사람들은 다 이렇게 희망합니다.”

그 때 아라라는 찬탄했다.

“구담이시여, 이 마음은 희유하나이다. 대덕이시여, 어찌 세간 가운데서 이렇게 빨리 무상(無常)한 생각을 내셨습니까? 희유하고 희유하옵니다. 참된 것을 보았습니다. 대덕은 근기가 날카롭고 총명하고 민첩하여 깨닫기 쉬웠습니다. 이렇게 밝게 보는 이야말로 참되게 본다 할 것이며, 만약 달리 본다면 속이고 미혹하다 할 것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주리면 먹을 것을 찾고 비바람을 피하나, 이 차고 더움이 잠시 바뀌는 까닭에 세간 사람의 마음에는 곧 즐

겁다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다시 찬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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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신 구담이시여, 참으로 법의 다리[法橋]요 법을 떠맡을 큰그릇입니다. 내 전해 듣기로는, 먼저 제자가 법을 감당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관찰해서 만약 잘 감당한다면 그 뒤에 갖가지 모든 논을 설하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내 소견 같아서는 당신께서는 이제 더 이상 그럴 것이 없습니다 굽히고 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깊이 법을 얻었기에 관찰할 필요까지 없으니 우리 논(論)에 나오는 참다운 뜻을 당신을 위하여 다 말한 것입니다.”

그 때 보살은 아라라 선인의 이런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거듭 물었다.

“존자 대선이여, 오늘 나의 효심을 알지 못하고, 나를 위해 이런 묘한 말씀을 하셨습니까?

내 이 상(相)을 안다 하나 아직 이익이 되지 못하다가 이제야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색을 보고자 하는데 광명을 얻은 격이요, 먼 길을 가는데 좋은 인도자를 만난 격이요, 저 언덕에 건너가는데 뱃사공을 만난 격이니 존자가 오늘 내 마음을 보여주신 일도 그렇습니다. 부디 존자에게 원하나니 다시 나를 위해 존자가 아는 대로 말해주소서. 어떻게 하면 생ㆍ노ㆍ병ㆍ사를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불본행집경 제2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6. 문아라라품 ②

그 때 존자 아라라 선인은 보살의 마음에 지극한 덕이 있음을 잘 알고 다시 자기들의 논(論)에서 주장하는 정설을 말해 주고 게송을 읊었다.

 

구담 사문이여 자세히 들으소서.

우리 논에서 주장하는 이론을 말해주리니

지금은 비록 번뇌 가운데 있으나

뒷날 자연히 도로 해탈하리라.

아라라는 이런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중생이란 두 가지 뜻이 있으니 첫째는 본성(本性)이며 둘째는 변화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을 중생이라 부릅니다.

본성이란 5대(大), 즉 지(地)ㆍ수ㆍ화ㆍ풍ㆍ공을 말합니다. 나[我]와 무상(無相)은 본래의 체성[本體性]이라 이름합니다. 변화란 모든 근의 경계를 말합니다. 즉 손ㆍ발ㆍ언어ㆍ움직이고 오가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을 변화라 합니다. 만약 이런 모든 경계를 안다면 그것을 두고 경계를 안다고 이름하나이다. 그 모든 경계를 안다고 말할 때 그것은 내가 아는 것이며 나를 생각한다는 이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말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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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든 근(根)과 진(塵)을 안다면

그 경계를 안다고 이름하리.

모든 경계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 생각하고 아는 것이라 하리.

그 때 아라라는 이런 말을 하였다.

“나를 생각한다는 말에 해당하는 사람은 가비라선인과 그 제자들이니 그들은 이 마음 경계를 스스로 헤아립니다. 바사바제 선인의 아들은 이름이 심의(深意)인데, 보는 것 또한 그러합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생ㆍ노ㆍ병ㆍ사하면서 모든 괴로운 독을 받는 것을 깊이 살펴 알고는 남을 위해 해설하고 그것을 멀리 여의려고 이 이치를 생각하면 응당 일체가 상(相)이 없음을 알 것입니다.”

그리고 또 말했다.

“인번뇌(因煩惱)란 것은 지혜가 없어 모든 업(業)에 애착함을 말하니 이런 업은 번뇌의 인(因)에 속합니다. 이 번뇌의 인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이 사람은 생사를 해탈하지 못하니 그것은 모든 번뇌를 떠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네 가지라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믿음이 없고 둘째는 나에 집착하고 셋째는 의심이 있고 넷째는 정함이 없는 것이며, 여잔(餘殘)이 있으면 방편이 없어 세간에 깊이 염착(染着)하여 항상 떨어집니다. 이런 까닭에 곳곳에서 생을 받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다는 것은, 항상 전도(顚倒)를 행하여 응당 알아야 할 것을 도리어 알지 못함이니 이것을 믿음이 없다고 합니다.

나에 집착한다는 것은, 이것은 나요 저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나는 이렇게 받으며, 나는 가고 나는 머물며, 내 모양이요 내 몸이라, 이런 것을 나라고 이름하면서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니 이것을 나에 집착한다고 합니다.

의심이 있다고 함은, 미혹하지 않음으로써 일체를 의심하여 다만 한 물건에 멈춰 마치 진흙덩이같이 되는 것이니 이것을 의심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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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함이 없다고 함은, 이러이러하다 이것도 그렇고 이것 아닌 것도 그렇다 하여 마음ㆍ뜻ㆍ알아차림ㆍ생각함의 일체 모든 업이 여러 사람[衆]도 되고 나도 되며 저것이기도 하고 이것이기도 하다 하니 이것을 정함이 없다고 합니다.

또 여잔(餘殘)이란 것은 수승한 경계를 알지 못하면서 깨닫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하고 자성을 증득하지 못했다가 비로소 증득해 알았다고 하는 것이니 이것을 여잔이라 합니다.

또 방편이 없다고 한 것은 지혜가 없다는 뜻입니다. 지혜가 없기 때문에 방편을 모르며 방편이 없으므로 나타내 보이지 못하니 이런 까닭에 방편이 없다고 합니다.

또 염착(染着)한다는 것은 무지한 사람이 보고 듣고 부딪치고 알아차리는 것마다 물들고 집착함을 뜻합니다. 때로 뜻이 집착하고 몸이 집착하고 말이 집착하고 혹은 의업(意業)이 집착하며 집착하지 않을 모든 경계에 미혹하여 집착하므로 이것을 염착이라고 합니다.

또 떨어진다는 것은 내가 바로 저곳이요 저곳이 바로 나라고,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인연으로 번뇌에 떨어지니 이것을 덕이 없다, 지혜가 없다 하고, 이것을 5처(處)라고 하나이다. 고뇌롭고 낙이 없으며 낙이 없는 곳을 어둡고 어리석다 합니다. 큰 어리석음에는 두 가지 잡주(雜住)가 있으니 이것을 5처라 합니다.

어둡다는 것은 게으름을 뜻하고 어리석음이라는 것은 생사를 뜻하며 큰 어리석음이란 욕을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기 가령 큰 덕이 있는 사람도 미혹하여 각성할 줄 모르는 까닭에 크게 어리석다 합니다. 두 가지 잡주는 성냄을 말하거나 또 해태(懈怠)를 말합니다. 무명(無明) 중생은 이렇게 닦지 못하고 이 5처에 미(迷)하고 빠져 물들고 집착하며 번뇌 고해 가운데 머물러 생사의 흐름을 따릅니다.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증득하고

내가 짓고 내가 남을 시켜 짓게 하고 나는 이렇게 이른다고 하여 이런 마음과 이런 뜻 때문에 번뇌의 바다에 빠져 윤회(輪廻)합니다. 이런 네 가지가 얽히고 맺혀서 번뇌 가운데서 인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대덕 구담이여, 당신은 응당 이런 일을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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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만약 바른 지견을 얻으려 하면

4선(禪)이 청정한 해탈처일세.

마음에 만약 저 지혜를 깨닫고 나면

진짜 성인과 가짜 성인을 알리라.

이런 분별로 응당 베풀게 되면

이것을 4선을 안다고 이르네.

모든 행과 무행(無行)을 버리면

자구명(字句名) 없음을 아는 것이네.

그러므로 그곳의 대범천왕이

세간의 모든 범행을 말씀하나니

만약 이 범행을 행한다면

곧 범천궁에 태어날 수 있으리라.

그 때 보살은 아라라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거듭 그 방편행을 물었다.

“방편을 행하여 이르는 곳과 범행을 수행할 때 행하는 곳과 행하는 법을 존자는 나를 위해 모두 해설해 주소서.”

아라라는 자파의 모든 논에 예시된 종체(宗體)에 따라 모든 것을 보살에게 말해주었다.

“어지신 구담이시여, 수행하고자 하면 궁과 집을 버리고 출가 의식에 따라 밥을 빌어 살고, 큰 서원을 내어 계행을 닦아 가지고 지족(知足)에 머물러 곳에 따라 의식과 와구(臥具)를 마련하고 한가롭고 고요한 곳에 홀로 거닐고 홀로 앉습니다. 모든 논 가운데 지혜로 알고 본 대로 탐욕(貪欲)ㆍ진에(瞋恚)ㆍ우치(愚痴)의 허물을 보고서 멀리 떠나며, 모든 욕으로 받는 쾌락을 싫어하고 모든 근을 조복하여 선정(禪定)에 듭니다. 바로 이 때 모든 욕을 멀

리 떠나고 근심을 여의고 한가로운 곳에 여의는 분별[離分別]을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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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초선(初禪)을 얻습니다. 초선을 얻고 나서 다시 사유하여 이와 같이 분별하면 점점 낙을 얻고 낙을 얻고서는 고요한 정(定)에 머뭅니다. 또 이 고요한 정의 힘에 따라 뜻으로 거듭 욕심과 진에(瞋恚) 등을 싫어 여의며, 이미 자주 싫어 여의므로 마음이 점점 더 기쁘고 이미 더 기쁘므로 지혜를 더욱 기르면, 이 때 대범천궁에 태어납니다. 그곳에 난 뒤에 다시 이것은 나의 지혜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하고 분별하여 또다시 버립니다. 버리고 나면 곧 제

2선을 얻어 큰 기쁨을 냅니다.

기쁨을 얻고서 마음이 큰 기쁨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더 훌륭한 곳을 구하면 곧 광음천에 이릅니다. 광음천에 이르러 광음천에서 낙을 받다가 희락이 싫어 떠나고자 하고 이미 희락을 떠났으면 곧 제 3선을 얻습니다. 제3선천에 이르면 아래의 변정제천(遍淨諸天)보다 점점 뛰어나 한결같이 낙을 받습니다. 만약 이렇게 낙을 얻고 나서 버린다면, 받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아서 모든 고락의 경계를 멀리 여의고 제4선을 얻어 이미 고락과 반연하는 마음을 여의고

일체를 다 버립니다. 또 어떤 사람은 아만심 때문에 해탈상을 구하여 4선보다 나은 과보를 얻기 위해 속으로 생각하되, 이 4선법은 광과천(廣果天) 가운데서 받는 과보이므로 조잡한 지혜라고 생각하여 관찰합니다. 그 사람은 이런 일을 생각하고 나서 삼매에서 일어나 그에 여러 가지 허물과 근심이 있는 것을 보고, 색신(色身)을 버리고 더 훌륭한 지혜를 구하고자 이런 마음을 냅니다. 그 사람이 이렇게 모든 선(禪)을 버리고 더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

은 먼저 말한 것과 같이, 모든 욕심을 버리고 추한 색신을 버리기 때문에, 싫어 떠나려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그 때 곧 몸 가운데 모든 허공이 가없는 분별을 얻고 저 일체 색상(色相)이나 또는 색상 안에 나무 등 모든 물건에서 모두 가없는 허공이라 분별하니 이렇게 일체 색처를 밝게 분별하여 가없는 허공을 얻고 나서는 수승한 곳을 증득합니다.”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렇게 미묘한 대범천궁은

아무런 상이 없고 항상 말이 없네.

지혜로운 이 그 해탈의 인(因)을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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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열반의 과라고 하더이다.

그 때 아라라는 이 말을 하고 나서 또 보살에게 말했다.

“어지신 구담이시여, 이것이 바로 내가 해탈하는 곳이자 또 그 방편입니다. 내 이제 당신에게 나타내 보였으니 당신 생각에 이 법을 기뻐하고 즐겨하신다면 나의 말대로 받아주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렇게 청정한 해탈의 법을

내 이제 아는 대로 널리 펴오니

당신 마음에 기쁘시거든

이대로 받아 주소서.

그 때 아라라는 다시 말하였다.

“지난 옛날 기사(耆沙)[수나라 말로는 구승(求勝)] 선인과 비유사나(毘踰闍那)[수나라 말로는 이별자(離別者)] 선인과 파라사나(波羅闍那)[수나라 말로는 타전(他箭)] 선인 등 그 밖의 모든 선인들은 다 함께 이 해탈법을 설하였으며, 함께 이 해탈법을 타고[乘] 해탈을 얻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이미 매우 지혜로운 장부이시니, 이 법을 감행하실 만합니다. 이 법을 행하고 나면 좋은 곳의 해탈 과보를 얻으실 것입니다.”

그 때 보살은 아라라 선인이 말한 대로 범행하는 법을 받아 가지고 행하였다. 사문행을 행하고 사문과를 구하고자 이 법을 행하여 곧 증득해 알았다. 보살은 아라라의 입에서 이 설법을 듣고 이 법을 믿고 행하여 어기지도 않고 등지지도 않았다. 또 ‘나는 먼저 스스로 알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다만 받아 가지고 이 법을 생각하고 증진하며 더욱 견고한 지혜의 마음을 내서 뛰어난 곳을 구하였다. 이미 뛰어난 곳을 보고는 거만하게 그 선인을 헐뜯지 않고

다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라라에게만 이와 같은 믿음과 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런 믿음과 행이 있으며 아라라에게만 정진의 행과 바로 생각하는 삼매와 모든 지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런 …… 지혜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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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나도 이제 아라라가 증득해 안 법을 그대로 구하고는 남을 향해 분별하고 나타내 보이며 또 뛰어난 곳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고.

그 때 보살은 아라라가 말한 대로 법행을 다 증득하여 알고 보고 행하였다. 그러나 보살은 그런 모든 법을 듣고는 많이 노력할 필요도 없이 잠깐 동안에 다 얻었으며 행한 대로 하나도 다름없이 말하고 나타내 보였다.

그 때 보살은 아라라 선인 곁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아라라여, 존자는 이렇게 스스로 법의 지혜를 증득하고 이른바 생각[想]이 없는 곳에 나기를 구한다는 것을 남을 위해 설하십니까?”

이렇게 말하자 아라라는 보살에게 말하였다.

“장로 구담이시여, 이런 법의 지혜는 내가 스스로 증득하고서 남에게 나타내 말하고 베풀어 보인 것입니다.”

보살은 또 말했다.

“나는 존자에게 이 법을 듣고서 존자의 말대로 믿고 알고 행하여 이 법을 증득하였으니, 만약 지혜 있는 이가 알고 행하는 경계가 있다면 이런 법을 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내가 본 바로는 이 법이 비록 묘하나 구경(究竟)을 다한 것은 아닙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내가 이렇게 관찰하고 생각하니 이 법은 오히려 변동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경계의 본성이 이와 같으니 알고 난 뒤 이 지(智)는 비록 지혜가 없다 하더라도 다시 그 밖

의 다른 법을 내려 할 것입니다.

그러니 존자가 비록 ‘나는 청정한 해탈을 얻었노라’고 말하지만, 만약 분별하여 관하면 이것은 인연법이라 인연을 만나면 도로 생기므로 참 해탈이 아닙니다. 마치 씨앗을 때아닌 때 심으면 땅 속에 묻힌 채 때를 따르지 못하고 물과 비가 없어 싹이 나지 않지만, 만약 때에 따라 심고 물 조절을 잘 하여 모든 인연이 구족히 화합하면 곧 나는 것같이, 이것도 그렇습니다. 다만 지혜가 없기 때문에 사랑의 업에 집착하니, 이런 법들을 버리고는 분별하여 ‘나

는 해탈하였다’고 말하지만 나에 대한 집착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곧 무지와 사랑의 업을 버려 합할 곳이 없게 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버리고서 비록 앞에보다 나은 것을 얻었다 하더라도 아직 참된 곳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나[我]라는 것이 있는 곳을 분별하면 저 미세한 세 가지는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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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니 그 미세한 모든 번뇌 때문에 따로 쓰지 않은 곳이 있어 수명이 길다고 분별해서 ‘나는 해탈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미세한 과환(過患) 때문에

쓰지 않은 곳의 몸을 받나니

수명의 겁수(劫數)가 오래고 긴 것을 두고

나는 해탈을 얻었다고 말하는구나.

보살은 다시 말하였다.

“존자는 전에 ‘나는 이미 나를 버렸다’하였으나 이미 ‘나는 나를 버렸다’ 고 자칭하므로 이것은 진실하게 나를 버린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만약 분별에 의지하면서 아직 해탈하지 못한 이는 근심의 얽매임이 없다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심의 얽매임이 있는 곳에서는 내[我]가 없는 해탈처를 얻었다고 해서는 안 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있는 근심은 달라지지 못합니다. 마치 뜨거운 불빛과 같아서 뜨거움은 빛을 떠나지 못하고 빛은 뜨

거움을 떠나지 않아서 이 두 가지 체성(體性)은 선후가 없기 때문에 합한 것이요 만약 있다면 말이 안 됩니다. 나라는 것이 그런 것같이 모든 근심도 다 그러하여 여기서 해탈했더라도 저기에서는 또다시 얽매이니 지혜로써 경계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색(色)을 멸했어도 식(識)은 있으며 그는 나의 식(識)을 알므로 이것을 유(有)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유 때문에 ‘나는 해탈을 성취했다’고 하지 못할 것입니다. 경계의 대소를 이와 같이 알면 도로

이와 같이 더 좋은 곳을 구하리니, 그렇다면 이것이 나인지 나가 아닌지를 어찌 분별할 것인가. 나무와 같고 벽과 같이 거듭거듭 서로 버리며 이미 각각 거듭거듭 지혜가 있으므로 나는 생각하여 일체 경계를 다 버리고 스스로의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거듭거듭 차례로 모두 다 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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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일러 경계를 버린다 하느니라.

일체 근(根)과 진(塵)을 버리기 때문에

자리(自利)와 이타[利人]라 이르느니라.

그 때 아라라의 무리들 가운데 한 제자가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덕 구담이시여, 이제 여기 우리들이 사는 곳에 오셔서 좋은 그릇을 이룰 것이요, 또 여덟 가지 자재(自在)를 얻을 것입니다.”

보살은 대답했다.

“여기서 어떻게 자재를 얻는단 말이냐.”

그 때 아라라는 제자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너는 이제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무엇 때문이냐, 자재라는 것은 모든 일 가운데 잘 결정을 지어 다른 이와 함께하지 않고 짝도 없으며 내신(內身)으로 스스로 적정(寂定)을 증득해서 기쁨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살은 대답했다.

“이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라라는 말했다.

“무슨 뜻에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보살이 이러이러하다고 대답하자 아라라는 또 말했다.

“어진 이시여, 숨기지 말고 말씀해 주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만약 존자의 말대로라면 이 행은 돌아올 곳이 없습니다.”

아라라는 말하였다.

“어지신 이여, 어찌하여 이런 물음을 하시며 어디에 의심이 있사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이제 내 마음은 생이 싫어 떠나려 하기 때문에 참되고 바른 것을 묻고자 합니다.”

아라라는 말하였다.

“어지신 구담이시여, 듣고자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세간을 개화(開化)하고자 하는 것은 아(我)입니다. 오직 명자(名字)만 있을 뿐, 나지도 않고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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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않으며 물러남도 없고 돌아감도 없으며, 가에도 없고 가운데도 없으며 앞도 없고 뒤도 없으니 이것을 나라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윤회(輪轉) 가운데 자재로이 들어가고 생사 가운데 있으나 잠깐도 머물지 않습니다. 저 법과 비법(非法)과 하늘과 사람과 모든 갈래[有趣]를 그는 멀리하며 탈 것[乘]을 짓나이다.

그 타는 것을 타는 이는 깊은 유(有)의 바다를 잘 건너 유전(流轉)하고 오가며, 자재로이 생사를 짓고 잘 변화하여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고 가장 커서 세상의 주인이 되어 일체를 포섭하고 교화합니다.”

보살은 물었다.

“이렇게 교화하는 까닭이 있습니까?”

아라라는 말하였다.

“당신이 묻는 소리를 들으니 필시 이런 이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거나 아니면 당신 뜻에 탐탁지 않은가 봅니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근심이 없습니다.”

아라라는 말하였다.

“대덕 구담이시여, 의심을 내지 마시고 마음에 즐거운 대로 하소서. 다만 스스로 지향하는 뜻을 이야기하며 잘 사유해 들어가 스스로 밝게 비춰 보소서. 만약 스스로 보고 알아 남에게 속지 않으며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으며 남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이렇게 증득한 이를 스스로 이익을 얻은 이라 하니 그 밖의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만약 마음을 정(定)하지 못하고 모든 논사(論師)를 따라 뜻을 취한다면 그 지혜는 줄어들 것이니 당신은 들으신

뒤에 참되게 생각하고 각각 독송하여 깊은 뜻을 관찰하고 자세히 스스로 증득해 아소서. 알고 난 뒤에도 의심이 있거든 마음대로 나에게 물으소서. 제가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보살은 또 물었다.

“존자는 세상을 교화하여 자재를 얻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이 나는 의심스럽습니다.”

아라라는 말했다.

 

“이 뜻은 당신의 뜻과 같지 않습니다.”

보살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그렇게 봅니다.”

아라라는 말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보살은 다시 말하였다.

“이 인연은 오직 하나 뿐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만약 자재로이 이 세간을 변화해낸다면, 서로가 서로를 차례로 발생시키면서 현재 보여지는 것이 성립할 수 없을 뿐더러 그 번뇌의 바퀴도 이렇게 차례로 구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중생은 이익을 기뻐하지 않고 자연히 얻을 것이며, 한 중생도 잡된 근심이 없을 것이며, 모든 세상 사람이 부모에게 하듯 자재천에 공양할 것이며 그 밖의 모든 하늘에는 공양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그 모든 헐

고 욕되고 착하고 악한 업이 다 자신에게 있음을 말하지 못합니다. 모든 중생은 의착(依着)할 곳이 없고 구할 곳도 없고 지을 것도 없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응당 이렇게 자재함이 있느니 없느니 하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이 이렇게 분별하여 있다 없다 한다면 지을 것을 짓지 않아도 모든 업이 성립되어 응당 자연히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저 자재천이 고행을 하여 자재를 이룬다면 세간도 함께 이 업을 받아서 일체를 함께 자재라 이름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인(因)이 없이 자재를 짓는다면 자재하지 않은 곳이 없고 자재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요, 반면, 그가 자재로이 건립(建立)한 것이 아니라면 유(有)라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니 어찌 자재로이 건립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아라라는 보살을 찬탄했다.

“대덕 구담이시여, 지혜가 깊고 멀어 잘 나타내 보이며 모든 논의 총체(總體)를 받아들여 다 지혜의 힘으로 분별해 아십니다. 이런 까닭에 갖가지 이론의 진실한 길을 평등하게 보십니다. 부디, 피로하다고 법보(法寶)를 아끼지 마시고 나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보살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존자에게 공양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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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 1142] 쪽

아라라는 말하였다.

“스승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당신이 무슨 까닭에 공양을 두루하겠습니까? 이제 그대는 이미 상수(上首)가 되었으니, 그들의 공양을 감당할 만합니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존자여, 나를 위해 이런 뜻을 해설해주십시오.”

아라라는 말하였다.

“그들은 참으로 일체 세간에서 뛰어나 아직 그들에게는 선생이 없습니다. 어지신 이여, 좋은 뜻으로 깊이 스스로 생각하소서. 업이 먼저 있습니까, 몸이 먼저 있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아라라는 말하였다.

“이것은 큰 근심이올시다. 무엇 때문인가, 만약 업(業)이 먼저 있고 몸이 먼저가 아니라면, 몸을 받지 않았으므로 몸에는 업이 없을 것이며, 업이 스스로 나지 않았을 것이니 누가 이 업을 지었겠습니까? 반면 몸이 먼저 있고 업이 먼저가 아니라면 응당 업이 없을 것이며, 만약 업이 없다면 어찌하여 중생은 또 몸을 받겠으며 누가 있어 또 세상을 개화(開化)하겠나이까? 그는 응당 일정하게 상존하는 삼계의 얽힘을 덜지 않으리니 이것이 모든 중생이 나는

근본이라 응당 스스로의 몸을 나게 할 것이며, 만약 자재하지 못하다면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즐기는 몸을 응당 스스로 갖출 것이며, 만약 스스로 갖추게 되면 어디에나 스스로 있을 것입니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는 병자와 같아서 의사의 치료를 구할 뿐이오, 이제 다시 이 뜻을 논란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 아라라의 제자 가운데 고행하는 사람이 보살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구담이시여 존사의 말씀을, 어지신 이여 부디 이 뜻을 논란하지 마소서. 이런 뜻은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논쟁을 한다면 이익될 것이 없습니다. 당신께서는 다만 존사의 말씀대로 받아 가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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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 1142] 쪽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는 논란하지 않노라. 다만 맥락을 물어 그 뜻을 알고자 하노라.”

그 선인은 말했다.

“이 인연을 따라 그대는 받아 그 참 뜻을 취하소서. 만약 마음에 의심이 생겨 쟁론한다면 매우 법답지 못할 뿐더러 미래에 죄를 얻을 것입니다.”

그 때 그 고행하는 선인 제자가 게송을 읊었다.

무릇 사람이 묻고 들을 때

마음이 어지럽지 않아야 뜻이 결정되네.

만약 의심 내어 굽은 생각 품으면

다투어 남의 허물 찾는 짓일세.

둘이 제각기 허물을 찾으면 원수가 되고

두 원수가 다투면 말이 악해지네.

지혜로운 이 구업(口業)의 허물을 끊으려면

이치를 말할 때 다투는 마음 내지 않네.

논란에 이기려 하는 것을 탐이라 하고

명예를 다투어 남을 굴복시킴은 치욕스럽게 하는 것이네.

말이 많아 허물을 드러내면 큰 병통이 되고

굽은 마음으로 뜻을 들으면 교만해지네.

거만한 마음 성내는 마음은 죄만 더해

각각 시비만 가리느라 서로 헐뜯을 뿐

할 것은 안 하고 하지 않을 것을 하며

둘이 서로 다투어 큰 원수가 되네.

그 때 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서 그 선인에게 말하였다.

“실로 이와 같이 서로 다투는 허물이 있었습니다. 없다 말하는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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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다만 나는 본래 이어져 오던 이론의 맥락을 찾고자 한 것이지 고의적으로 추궁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말을 하고 나자 그 선인이 오히려 참지 못하였다.

아라라는 말하였다.

“대덕 구담이시여, 해탈하는 길을 당신께서는 미워하시나이까? 이러한 사연은 본래가 아니옵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만약 해탈의 길을 구하려거든 이와 같이 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 때 아라라 선인의 제자가 말했다.

“사문 구담이시여, 당신께서 이것을 떠나 해탈을 구하고자 하면 한갓 몸만 손상될 뿐입니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사람이 세간의 무상(無常)한 낙을 구하고자 하는 데에도 오히려 모자람이 있는데, 하물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해탈을 구함이랴.”

그 때 아라라 선인의 제자는 또 다시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이제 이미 돌아오지 않는 해탈을 말하셨는데, 항상 행하시겠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지금 행하는 곳에 이미 뜻이 즐겁다면 이제 저곳에 이르러 어찌 또 돌아올 것인가?”

아라라는 말하였다.

“그곳에 가지도 않고 이곳에 돌아오지도 않는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지 않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이 일은 희유합니다. 존자가 먼저 말한 대로 뒤에 유(有)를 받는다면서 어찌 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하십니까?”

아라라는 말했다.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어지신 이여, 이것은 크게 희유하나이다. 그 진여(眞如)의 적정한 체(體)는 처음도 없고 마지막도 없으며 한계도 없으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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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고 뒤도 없어서 그 행을 정할 수 없으며 형상을 다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상사(無相師) 선정주(禪定主)가 세운 것이니 대범천(大梵天)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살은 다시 말하였다.

“내 이제 다시 묻노니 대선 존자여, 겁(劫)이 다할 때 이 모든 대지와 수풀과 수미산과 제석천의 궁전도 모두 겁화(劫火)에 타는데, 그 때 그 하늘은 어느 곳에 있습니까? 이는 누구며 자(字)가 누구며 어떻게 말하며 공덕의 과보는 어떻게 머뭅니까? 또 겁이 다한 때 모든 것이 다하는데 그라고 어찌 타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아라라는 묵묵히 웃기만 하였다.

그 때 아라라 선인의 제자가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의 지혜는 이제 가장 훌륭합니다. 당신은 스스로 과거에 바른 길을 얻은 선인들을 알지 못하나이까? 곧 존자 바라사라(波羅奢羅)선인ㆍ파라타(頗羅墮)선인ㆍ아수리야(阿須梨耶)선인ㆍ발타나(跋陀那)선인ㆍ가투바타나(迦妬婆陀那)선인ㆍ타나달다(陀那達多)선인ㆍ달리다야나(達利多耶那)선인ㆍ반차라파제(般遮羅波帝)선인ㆍ아사타(阿沙陀)선인ㆍ발마달다(跋摩達多)선인ㆍ나후사왕자야야지(那侯沙王子耶耶低)선인ㆍ소파리(韶波梨)선인ㆍ파라바자나(波羅婆遮那)선인ㆍ비제아(脾提阿)선인

ㆍ사나가(闍那迦)선인ㆍ아반저국라저제바(阿槃低國羅低提婆)선인ㆍ사기사비야(闍祁沙毘耶)선인ㆍ제비라(提毘羅)선인ㆍ비타하비야(毘陀呵毘耶)선인ㆍ파노(婆奴)선인ㆍ제바야나(提婆耶那)선인ㆍ니사다나야(泥沙多那耶)선인ㆍ야야다나(耶若多那)선인ㆍ니야박도(尼耶薄都)선인ㆍ하리저(呵梨低)선인ㆍ발사라바후(跋闍羅婆睺)선인, 이런 모든 선인들은 다 햇빛에 들어가 바른 길을 취했습니다.”

그러자 보살은 그 선인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말한 대로 햇빛에 들어가 해탈을 구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나는 이제 응당 그 모든 유(有)에 절할 것이나 나는 참으로 이런 자재(自在)를 쓰지 않겠습니다.”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속으로 ‘아라라의 법은 구경(究竟)이 아니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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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생각하고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그 때 아라라 선인의 제자는 보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지금 이 법 외에 더 뛰어난 해탈을 구하고자 하시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내 뜻에는 이러한 법, 곧 땅도 없고 물도 없고 불도 없고 바람도 없고 허공도 없고, 색도 없고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고 감촉도 없고, 상(相)도 없고 편안함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죽음도 없고 병듦도 없고 늙음도 없고 남도 없고 있음도 없고 있지 않음도 없고 항상함도 없고 항상하지 않음도 없고, 말함도 아니요, 끝도 없는 법을 증득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본래 생로병사의 허물도 없고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도 없다.

깊고 고요한 3세에 스승의 가르침도 없이

항상 청정하여 저절로 해탈을 증득하리라.

아라라 선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진 구담이시여, 내 이제 스스로 증득하는 모든 법을 남에게 말해주었으니 당신께서도 이제 스스로 이 법을 증득하고 남에게 말해주소서. 내가 해득한 법을 당신께서도 알았습니다. 내 오늘 이 대중의 스승이 되듯 당신도 이와 같이 스승이 될 만합니다. 구담이시여, 이제 나와 마음을 같이하여 우리 두 사람은 함께 이 대중을 이끌어 교화하고 법을 나타내 보입시다.”

이 때 아라라는 스승이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보살과 평등하게 하고자 자기 자리를 보살에게 반 나누어주고 보살에게 공양하였다. 보살의 뜻에 맞추어 공양 도구를 수용케 하고 매우 기뻐했다.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한 마음이 되어 온몸에 차 오르는 기쁨을 어쩌지 못했다.

그 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법은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지 못할 뿐더러 다시 모든 욕을 멀리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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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번뇌를 건너게 하지도 못한다. 적정(寂定)으로 모든 누(漏)를 없애 신통을 얻게 하지도 못하며 스스로 깨치고 남을 깨우쳐 사문행(沙門行)을 할 수도 없게 하며 모든 악의 번뇌를 멸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이 법을 행하면 오직 비상천(非想天)에 나서 모든 업(業)을 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법은 마침내 지극한 과보가 아님을 알겠다.’

이 생각을 하고서 곧 아라라를 등지고 떠나갔다.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이 모든 법을 생각하고

마음이 크게 기쁘지 않으셨네.

궁극적으로 해탈하는 좋은 법 아님을 알고

곧 아라라 선인을 등지고 가셨네.

그 때 아라라 선인의 제자 무리들은 보살과 헤어지며 이런 말을 했다.

“어지신 이여, 부디 가시는 곳마다 항상 길상을 얻으소서.”

 

27. 답라마자품(答羅摩子品)

그 때 이 염부제 땅에 라마(羅摩)라 불리던 또 다른 큰 도사[大導師]가 한 분 있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 무리들의 주인이었던 라마의 큰아들 우타라라마자(優陀羅羅摩子)가 대중을 영도하였다. 우타라는 항상 대중을 위하여 비상비비상천에 나는 법을 설했으며 왕사성 근처 아란야 숲에 머물렀다.

이 때 보살은 아라라보다 그가 말하는 법이 더 낫다는 명성을 듣고서 ‘나는 지금 곧 우타라라마자에게 가서 범행을 행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보살은 아라라의 거처에서 나와 조용히 걸어서 항하를 건너 여기 저기 물어서 그곳을 알고 거기 이르러 그에게 말했다.

“어지신 우타라여, 나는 당신의 곁에서 가르침을 받고 범행을 행하고자 합니다.”

그 때 우타라는 보살에게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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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 구담이시여, 내 소견으로 당신을 보니 이미 지혜로운 분이라. 내 법을 받아 범행을 행할 만하십니다. 만약 법을 받아 범행을 행할 때, 내 법의 청정한 업과를 따른다면 행의 갚음을 얻을 것입니다.”

보살은 우타라라마자 곁에서 법을 받아 행을 하고 사문의 법과 사문의 일을 구하고자 공경히 합장하고 아뢰었다.

“어진 이여, 당신의 행하는 법으로 어떤 경계에 이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위해 설명해 주소서.”

우타라는 보살에게 일렀다.

“대덕 구담이시여, 무릇 상(相)과 상 아님을 취한다면 이것은 큰 근심이요 큰 종기요 큰 부스럼이요 큰 어리석음이요 큰 어둠입니다. 만약 세밀하게 생각하면 저 미세한 체(體)를 받으며, 이런 차례로 알게 되면 이것을 적정하고 미묘하고 가장 뛰어난 최상의 해탈이라 이름하나이다. 그 해탈의 과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이르는 것이니, 나는 이 가장 뛰어나고 묘한 법을 행하나이다.”

우타라는 다시 말을 이었다.

“과거 세상에도 이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보다 뛰어난 적정(寂定)이 없고 현재에도 없으며 내세에도 없을 것입니다. 이 행은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고 가장 위이므로 나는 이 행을 행하나이다.”

보살은 이 법을 듣고서 생각한 지 오래지 않아 이 법을 증득하였다. 이 때 보살은 그 곁에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듣고 나서 마음으로 믿고 그 말끝에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법은 나도 얻을 수 있고 나도 알겠다. 참된 말이라 헛됨이 없거니와 나는 이제 보려면 곧 볼 수 있고 알려면 곧 알 수 있다.’ 그리고는 다시 우타라에게 말했다.

“그대의 옛날 아버지 라마(羅摩)만 믿고 행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제 나도 믿고 행할 수 있습니다. 그만이 홀로 정진ㆍ정념ㆍ선정ㆍ지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제 ……(중략) …… 지혜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그 법행(法行)을 행합니다. 라마의 법을 배워 스스로 증득하고 남을 위해 설명합니다. 그 법을 알기 때문에, 그 법을 보았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을 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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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보살은 이 법을 증득하고 나서 우타라라마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아버지도 옛날 이 비상비비상처를 스스로 증득해 알고 남을 위해 말했습니까?”

우타라는 말하였다.

“대덕 구담이시여, 우리 아버지도 그러하였습니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어진 우타라여, 내가 이제 이미 통달하여 증득해 알고 받들어 행하였습니다.”

우타라는 대답했다.

“대덕 구담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 아버지와 다름없나이다. 대덕 구담이시여, 당신이 지금 만약 이런 모든 법을 알고 이미 받들어 행했거든 우리 아버지인 라마가 그랬듯이 이 대중을 영도하여 가르치고 펼쳐 주시겠나이까?”

그 때 우타라는 이미 스스로 닦아 빠짐없이 범행(梵行)을 행했으나 다만 보살과 함께 자종(自宗)을 건립하고자 ‘보살께서 함께하면서 법의 지혜를 더하고자 하면 가장 뛰어난 것을 보살에게 공양하리라.’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기뻤다.

그 때 보살은 우타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진 이여, 이 법으로는 마침내 모든 욕(欲)을 해탈하여 번뇌를 멸하고 적정한 한 마음으로 모든 번뇌의 누(漏)를 다하고 모든 신통으로 사문의 행을 이루어 큰 열반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생사에 들어갑니다. 왜냐 하면 비상비비상처에 나도 과보가 다하면 도로 번뇌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자 우타라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덕 구담이시여, 들어 알지 못하였나이까. 우리 아버지 라마께서는 비록 이 법을 증득하였으나 아무도 모르게 이미 비상비비상처에 났기 때문에 도로 생사에 돌아온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나이다. 후생을 선택하지도 않았으며 태어난 곳도 더 이상 보지 못하였나이다.”

우타라는 이런 적정한 법, 사마타행을 얻었으나 가장 뛰어난 법을 구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말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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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 라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살은 속으로 ‘이 법은 구경이 아니니 나는 이제 이 법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로다’ 하고서 우타라를 버리고 떠나갔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이 법을 생각해 보았다.

라마가 지난날 비록 행했다 하나

마침내 해탈하는 궁극의 법이 아니라 하여

곧 그곳을 떠나 버리고 가셨네.

 

28. 권수세리품(勸受世利品) ①

그 때 보살은 우타라라마자 처소에서 이별하고 떠나 조용히 반다파(般茶婆)[수나라 말로는 황백색(黃白色)]산으로 향했다. 그 산에 이르자 산기슭 편편한 곳을 찾아 한 나무 아래 가부좌를 맺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세우고 바로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어떤 사람이 머리에 불이 붙으면 급히 꺼서 땅에 던지듯, 이 때 보살이 번뇌의 끝간데를 끊어 버리려는 마음도 이와 같았다.

이 때 보살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헤아렸다.

‘나는 어느 때에나 이 큰 번뇌의 무더기를 흩어버릴 수 있을까? 나는 어느 때에나 크게 어리석고 미련한 창고를 부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 있을까? 또 모든 중생이 생사에 빠져 있으니 어느 때에나 다 해탈시킬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위덕이 엄연하였다. 그 때 그 산에는 많은 잡인들이 있었는데 풀과 땔나무를 캐거나 마른 쇠똥을 줍거나 사냥을 하거나 밭을 갈거나 혹은 짐승을 놓아먹이거나 길을 가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멀리서 보니 보살이 반다파산 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마치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 금상(金像)의 빛과 같았다. 그들은 보고 나자 각각 희유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희들끼리 말했다.

“그대들 모든 어진 이여, 이 분은 보통 사람이 아닌데, 어디서 여기 왔을까?”

그리고는 이렇게들 말하였다.

“이 분은 반다파 산의 산신(山神)이다.”

“아니 이 분은 반다파 산에 사는 선인이다.”

“이 분은 어느 곳의 신명(神明)이실까?”

“이 분은 비부라산을 수호하는 신(神)이다.”

“이 분은 기사굴산을 수호하는 신이다.”

“이 분은 대지(大地)의 신인데, 땅에서 솟아난 것이다.”

“허공 상계의 천자(天子)가 여기 하강한 것이다.”

“우리들은 이렇게 마음으로 각각 의심을 품는다. 무엇 때문이냐. 이 신(神)의 몸은 번쩍번쩍 빛나고 위덕이 드높아 널리 이 산을 비춘다. 마치 햇빛과 달빛이 널리 이 사라수를 비춰 꽃을 피게 하는 것 같구나. 이는 분명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광명은 이런 일을 나타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본행집경 제2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9. 권수세리품 ②

그 때 보살은 이 밤을 지내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옷을 바로 입고 반다산에서부터 조용히 걸어 밥을 빌기 위해 왕사성에 이르렀다. 모든 음(陰)이 괴롭고 공하고 무상함을 관하여 남음이 없는 큰 열반[無餘涅槃]을 구하고자 하여, 한길 앞의 땅만 보고 모든 근(根)을 조복하고 염착한 것을 다 끊어 더럽히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밥을 빌고자 하나 발우가 없으니 만약 밥을 얻으면 어디다 받을 것인가?’

그 때 보살은 전후 좌우를 둘러보았으나 그릇을 구할 수 없었는데, 문득 한 곳에 큰 연못을 보고 나서 그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께 비노니 이 못 가운데 연잎을 하나 줄 수 없는가?”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못에 들어가 연잎을 따서 보살에게 바쳤다.

보살은 그 연잎을 받아 가지고 성을 향해 밥을 빌러갔다.

그 때 왕사성 안팎 인민들은 이 보살을 관찰했다. 이렇게 자세히 살펴 보살의 위신이 드높은 것을 보고 각각 크게 희유하다는 마음이 나서 자기들끼리 일러 말했다.

“이 분은 세 눈을 가진 대자재천인데 여기 오신 것입니다.”

그 가운데 혹 멀리 가던 사람들은 일을 하려고 다른 곳으로 가다가 보살을 보고는 보살에게 되돌아오며, 혹 어떤 이는 일을 하던 중에 보살의 형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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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그것을 버리고 보살께로 오며, 혹 어떤 이는 앉았다가 보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보살께로 빨리 달려오며, 어떤 사람은 합장하고 공경하여 일심으로 보살에게 향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머리로 보살께 예배도 하고, 어떤 이는 미묘한 소리로 보살을 찬탄하며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그 때 보살을 본 왕사성의 인민들은 누구나 매우 기뻐했고, 사랑하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을 냈다.

그 왕사성에 혹 말많은 사람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나 말을 잘 하던 사람들도 보살 앞에서는 아무 말없이 섰거나 보살을 따라갔다. 또 왕사성 둘레 사방에서 다른 일들을 하던 남녀노소들도 모두 일을 팽개치고 와서 보고는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보살만을 쳐다보았다. 보살의 팔 다리와 얼굴이며 눈썹과 눈과 어깨 목이며 손발이며 걸음걸이 등 그 하나 하나를 보고는 각각 다 사랑스럽고 좋아서 그 밖의 여러 가지 모습은 볼 수도

없었다.

그 때 보살은 한창 나이로서 매우 어여쁘고 단정하며 꽃빛을 즐길 때 였으나 궁을 버리고 출가했다. 미간의 백호상은 완전히 오른쪽으로 돌았으며, 눈썹이 가늘고 길게 올라갔으며 눈이 크고 길고 넓었다. 위덕이 꽉차서 빛이 드높고 당당하여 원근을 두루 비추며 손발의 그물 무늬가 스무 손가락에 다 있었다. 일체의 하늘과 인간을 잘 교화하여 보살의 위신은 세간에 비길 데가 없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이 길을 가면

모든 사람이 그를 본다.

몸에서 한 부분만 빛을 보아도

곧 애착의 마음을 내네.

두 눈썹 초승달 같이 가늘고

두 눈은 우왕(牛王)같이 검푸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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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선 항상 큰 광명을 놓으며

모든 손 발가락에 그물 무늬가 있네.

보는 이들 미묘한 빛에 취해

모든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뒤를 따르네.

이 유난히 고운 상(相)의 장엄을 보며

누구라도 다 크게 기쁜 마음을 내네.

그 때 왕사성의 성지기 신장들이 보살의 이러한 위의를 보고는 놀랍고 두려워 불안에 떨며 말하였다.

“이 분은 어느 곳의 대신(大神)이신데 우리들이 거처하는 이곳에 오고자 하는가?”

그 때 보살은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앞뒤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조용히 걸어 점점 왕사성으로 나아가 걸식을 하려고 했다. 구부리고 펴고 가고 서는 거동이 조용하여 발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되,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정면을 보고 걸어갔다. 모든 근을 조복하여 팔과 팔꿈치가 가지런하고 옷매무새도 정숙한데 연잎 그릇을 받들어 들었으나 그 잎도 시들지 않았다. 적정한 한 마음을 사람들이 보고 기뻐하였다. 가장 높고 가장 뛰

어나게 사마타를 얻어서 부드럽고 조화되어 길들여진 코끼리 같고, 탁함과 더러움이 없어 마치 청정한 못과 같고, 몸에서 한 길 정도로 상광(常光)이 빛나 사라수에 많은 꽃이 핀 것 같고, 금상(金像)이 땅에서 솟아난 듯하여 모든 상호의 장엄이 구족히 원만하며 밤 허공을 뭇별이 둘러싸듯 보살의 해와 달이 세간을 비추었다.

그 때 왕사성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 크게 기쁘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보살이 거리를 가는 것을 보았다. 성 안의 상점들이며 무역하는 사람들도 모두 스스로 멈추고 팔고 사는 것이 없었으며, 술집에서 취하여 마음이 어지러운 이도 다 깨어나서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며, 각기 연회의 소리를 버리고 분주히 보살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좌우로 따라가면서 보거나 앞에서 돌아보거나 혹은 뒤에서 보살을 따라갔다. 왕사성의 한량없는 모든 부녀들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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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기대거나 혹은 창가에 서거나 다락이나 집 위에서 전에 하던 일을 하지 않거나 아예 팽개치고 멀리서 보살을 바라보며 집집마다 문에 나와 각각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에게 말했다.

“지금 이 분은 누구시며 어디서 왔는가? 이 분은 어떤 종족이며 이름은 무엇인가? 이렇게 단정하고 어여쁜 행동을 우리들은 본 적이 없다. 사문인가, 아니면 바라문인가? 상호가 이렇듯 생김이 보통이 아니구나.”

이렇게 찬탄하는 소리가 성 안팎에 두루 찼다.

이 때 마가다국 왕사성의 주인은 성이 시니(施尼), 이름은 빈두사라였다. 그가 아직 왕이 되지 않았을 때 일찍이 다섯 가지 원력을 발했으니, 첫째 그의 나이 젊어서 일찍 왕위를 얻기가 원이요, 둘째는 왕위를 얻고 난 뒤에 그의 나라 안에 불ㆍ세존이 천하에 출현하기가 원이요, 셋째는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그가 직접 섬겨 받들고 공양하기가 원이요, 넷째는 섬겨 받든 뒤에는 오직 그를 위해 법을 설해주기가 원이요, 다섯째는 부처님이 그를 위해

법을 설할 때, 법을 듣고서 비방하거나 헐뜯지 않으며 법을 증득하고서 따라 받들어 행하기가 원이었다.

그 때 빈두사라왕은 높은 다락 위에서 모든 대신들에게 에워싸여 앉아 있다가 멀리서 보살이 모든 대중들에게 앞뒤로 인도되어 조용히 왕사성에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빈두사라왕은 보살을 보자 큰 의심이 생겨 곧 다락에서 내려와서 궁문 밖에 나와 보살의 몸을 보니 위의와 거동이 단정하고 비길 데 없으며……(중략)……마치 밤하늘의 뭇별과 같아, 보는 이가 모두 좋아했다. 마니보배가 안팎으로 빛나서 겉과 속이 환히 보이듯, 보살의 몸도 그러하여 위덕이 매우 성하고 빛나고 드높았다. 빈두사라왕은 보살의 이러한 상호를 보고 나서 모든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아직 사람에게서는 이런 형상을 보지 못했노라. 몸빛과 면목이며 이마가 넓고 반듯하고 깨끗하고 분명하며 훤히 빛나 물 속에 있어도 물 묻지 않는 연꽃 같구나. 그 몸의 위덕을 보니 털이 다 오른편으로 돌았고 눈썹 사이의 털 모양은 유리 같이 깨끗하고 흰구슬 같고 거품 우유빛 같으며 맑은 빛은 보름달같이 구족하다. 그 두 발이 땅을 밟으면 천복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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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가 나타나고, 발자국을 어긋나게 옮기지 않으며,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않고 벌벌 떨지 않으며 지혜롭고 안정되어 마치 수미산과 같은데, 어디서 갑자기 여기 이르렀는가? 그대들 신하들은 자세히 관찰하라. 이 분은 어느 종성이며 누구의 아들인가. 어느 나라에 났고 이름이 무엇이기에 단정하고 어여쁘며 여기에서 유행(遊行)하는가?”

그 때 모든 대신들은 각각 말했다.

“이는 천왕이십니다.”

“아니 제석천왕이올시다.”

“이는 용왕이로소이다.”

“비마질다아수라왕이로소이다.”

“이는 바리아수라왕이올시다.”

“비사문호세천왕이올시다.”

“이는 일천자(日天子)이십니다.”

“이는 월천자(月天子)이십니다.”

“대자재천왕이올시다.”

“이는 대범천왕이십니다.”

또 점치고 상을 보는 바라문은 말했다.

“대왕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저희들의 논전(論典)에 의하건대 이 사람은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이제 이 대사(大士)의 몸은 그 모든 상호가 원만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모든 신하 무리 중에 따로 한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진실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면, 여기서 멀지 않은 10유순 안팎 바로 북쪽 설산 밑에 석가씨라 하는 종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석가씨의 나라를 가비라성이라 부릅니다. 그 나라에 정반왕이란 석가족 왕이 있어 아들을 낳았으니 이름을 실달다라 하고 석가족에서 났으므로 성은 구담이라 하옵니다. 그 태자가 처음 나던 날 부왕은 상을 잘 보는 바라문들을 모아 점을 치게 하였더니 그들은 점치고 나서 왕에게 아뢰

었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제 이 태자는 두 가지 상이 구족하였으니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의 왕이 되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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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를 수호하며 ……(중략) …… 법답게 세간을 다스릴 것이요, 만약 왕위를 버리면 반드시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이루어 이름이 시방에 두루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틀림없이 그 사람이 그 태자일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사람은 현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몸은 황금색인데 가사를 입고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유행하다가 여기 이른 것이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그 나라의 상사들은 이렇게 말했네.

왕위에 오르지 않으면 꼭 성불하리라고.

이는 결정코 그 석가족의 왕자가

출가 고행하며 보리를 구함이외다.

대신이 이 말을 하고 나자 빈두사라왕은 속마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일찍이 서원을 내었더니 그렇다면 내 원이 성취된 것이로다.’

그리고 왕은 두 대신에게 명하였다.

“경들이 안다면 속히 저곳에 가서 그 출가인이 어느 방위에 머물며 어느 곳에 있는지 보고 나서 나에게 알리도록 하라. 그런 뒤에 내가 직접 거기 가서 뵈옵고 공양하고 듣지 못한 것을 물으리라.”

그 두 신하는 왕의 칙명을 받들어 보살이 가는 곳을 따르며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 때 보살은 왕사성에서 걸식하며 그 대중들이 곳곳마다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속마음으로 이와 같은 방편을 생각했다.

‘이 모든 대중들은 귀의할 데도 없고 구호해줄 이도 없으며 항상 생로병사에 얽혀 있으면서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는구나. 또한 구경(究竟)의 길을 알지 못하고 인도하는 스승이 없어 우매하고 어두워 번뇌에 빠져있다. 어리석고 지혜가 없이 나날이 감손되고 모든 음(陰)에 물들어 괴롭고 공하고 무상함을 싫어해서 버릴 줄 모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자비심을 내어 두 배로 용맹 정진하여 자기 마음을 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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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이런 생각을 내었다.

‘내 이제 일체 세간의 귀의처가 되고, 고뇌의 세간을 구호할 것이며 세간을 위해 생로병사가 다한 자리를 설교하리라.’

그 때 보살은 눈을 들어 오직 앞으로 한 쟁기 쯤 간격을 두고 말없이 자세히 보며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위의를 갖추어 왕사성을 차례로 두루 걸식하여 이미 밥을 얻고 왕사성에서 조용히 나와 점점 반다파산에 이르렀다. 그 산기슭에 샘못이 하나 있었다. 그 물가에 앉자 생각을 바로하고 맛없거나 맛있거나 얻어온 대로 법답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옷을 걷고 손과 발을 씻은 다음 반다파 산꼭대기에 올라 산 남쪽을 바라보았다. 나무숲에서 예쁜 가지가 울

창하게 드리워 모든 새 짐승들이 깃들고 뛰고 노닐며 꽃과 과일이 피고 샘이 흐르는 곳을 찾아 좋은 나무 사이를 가려서 풀자리를 깔고 동쪽을 향해 단정히 가부좌를 맺고 엄연히 앉았다. 마치 사자가 굴 안에 들어가듯 두려워도 않고 놀라지도 않았다. 가사를 입은 채 그 빛이 번쩍이며 드높고 당당하여 막 떠오르는 해처럼 환히 빛났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그 산에 울창한 숲이 많은데

새나 짐승도 서로 즐겨 낙을 받네.

몸에 가사 입은 사람 중의 달님[人月]

환한 빛이 해가 처음 솟는 듯하네.

그 때 보살은 그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이제 여기서 배우리라. 더 이상 사람도 없고 부가라(富伽羅)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자(壽者)도 없고 명자(命者)도 없고 선도(禪兜)도 없고 마누사(摩闍)도 없고 마나바도 없고 양육할 이도 없다. 이 5음은 다 공하여 목숨도 없고 앎[識]도 없어 일체 법이 오직 거짓 이름뿐이니 중생이라 이름할 뿐이다.’

그 때 빈두사라왕의 두 사신은 항상 떨어지지 않고 보살을 뒤쫓아 다녔다. 한 신하는 보살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앞에 앉았고 한 신하는 속히 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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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 빈두사라왕에게 가서 길게 무릎을 꿇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그 출가인은 왕사성에서 걸식하여 먹고 나서 반다파 산에 이르러 몸을 단정히 하고 남쪽을 향해 앉았으니 대왕께서는 지금 그를 보고자 하거든 속히 행차하시옵소서.”

빈두사라왕은 그 사신의 말을 듣고 나서 좋은 수레를 꾸며서 그 위에 앉아 엄하게 차리고 반다파산으로 갔다.

그 때 빈두사라왕이 그 산에 이르러 보살을 멀리서 바라보니 어여쁘고 단정하여 마음에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웠다. 마치 밤하늘의 뭇 별과 같고 어두운 산 머리에 큰 불무더기와 같고 큰 구름 속에서 번갯불이 나온 것같이, 마가다왕이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보살을 보는 것도 그러하였다. 보고 나서는 크게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온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기뻐하며 수레에서 내려 보살 곁에 이르러 보살에게 아뢰었다.

“병이 없으시고 괴로움 없으시고 4대가 편안하시옵니까?”

게송이 있었다.

왕은 보살이 제석천왕같이

몸에 빛이 남을 보고 기뻐서 문안드리네.

4대가 화평하여 병 없으신가,

괴로움 없으시고 몸에 근심 없으신가고.

그 때 보살은 미묘한 입에서 부드러운 소리로, 범천왕의 소리 같은 말솜씨로, 구절구절 물듦 없고 집착 없이, 마가다왕 빈두사라를 위로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잘 다스리는 대왕이여, 크게 길하고 크게 상서로우신가. 어디 멀리서 왔는지, 잠깐 앉아 쉬소서. 무엇을 구하고자 여기 나왔는가?”

빈두사라왕은 보살의 이런 말을 듣고 보살 앞에 나아가 돌 위에 편안히 앉았다. 그리고 왕은 보살의 뜻을 헤아리고자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는 지금 피로하다 사양하지 마시고, 내 마음속의 의심을 묻고자 하오니 부디 나를 위해 결단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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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분이시오. 하늘입니까, 용입니까, 범천왕입니까, 제석천왕입니까, 사람입니까, 귀신입니까?”

그 때 보살은 교만과 탐욕과 성냄 없이 일체 번뇌의 가시를 끊고 아첨과 왜곡 없이 빈두사라왕에게 일렀다.

“대왕은 아소서. 나는 하늘이나 용이나 범천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대왕이여, 나는 적정을 구하기 위해 출가하였소.”

빈두사라왕은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비구여, 내 이제 당신을 보니 매우 기쁩니다. 그러므로 내 이제 당신에게 묻고자 하나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한 마디 여쭙고자 하오니 부디 들어주소서. 무엇이냐 하면, 당신은 지금 한창 젊은 나이로 단정하기 비길 데 없고 신체가 미묘하여 환락하고 즐기기 좋은 때 입니다.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런 뜻을 내어 사문의 행을 하며, 왕실을 떠나 빈 산에 홀로 앉았습니까. 또 당신의 몸의 이런 상호에는 붉은 전단향을 바르는 것

이 합당하고 가사를 입을 것이 아니며 당신의 두 손은 세간을 다스리고 가르칠 것이며, 백 가지 맛이 앞에 가득 있어 언제든 마시고 먹을 것인데 어찌 그릇을 들고 남에게 밥을 빌겠습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당신은, 몸엔 붉은 전단가루를 바를 것이요

이런 떨어진 가사를 입을 것이 아니오이다.

손으로는 바로 세간을 다스릴 분이

어찌 남에게 밥을 빌어 살고자 하나이까.

빈두사라왕은 이 말을 마치고서 또 보살에게 아뢰었다.

“당신께서 이제 만약 아버지를 사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였다면 나는 이제 당신에게 내 나라에서 5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겠으며 당신 마음대로 재물과 채녀들을 주리다. 만약 나를 돕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나라의 절반을 나누어 다스리게 하겠으니 내 경계에 있으면서 나의 왕위를 받으소서. 나는 당신을 섬기고 받들어 모자람이 없게 하리다.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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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인가 하면, 당신 사문의 몸은 부드러워 한적하고 텅빈 난야(蘭若)에 살 수 없습니다. 만약 땅바닥에 풀 자리 깔고 앉아 있으면 당신의 몸이 축나서 병이 될까 두렵습니다. 조금만 지내다가 당신의 아버지가 늙고 쇠하거든 돌아가 본국의 왕위를 받으소서. 그러므로 당신이 지금 나를 사랑하고 나를 어여삐 여기거든 나의 왕위를 받아 우리 나라에 머무소서. 당신은 큰 종성이라서 우리 나라 땅이 좁고 더럽고 잡되다고 싫어하시면 나와 모든 신하들은 다시 따

로 당신을 위하여 다른 나라를 개척하여 넓히고 당신과 함께 다스리겠나이다. 또 나는 당신 같은 귀족을 얻어 함께 인연을 맺고 친한 권속이 되기가 소원이옵니다. 부디 내가 하는 말을 참말이 아니라고 의심치 마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당신이 큰 종성이라 하여

내 나라가 좁다고 머물기 싫다면

나는 모든 신하와 백관과 함께

다른 나라를 합병하여 넓히리다.

마가다왕은 거듭 보살에게 아뢰었다.

“나는 당신에게 애경하는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밥을 빌어 살지만 다만 힘써 넓은 마음을 내서 법을 받고 재물을 받고 5욕락을 받으소서.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세 가지를 받으면 궁중에서 모든 채녀들을 보며 즐기고 낙을 받을 것이요, 또한 사람들에게 현세의 보를 얻게 하고 미래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세 가지 법을 받지 않고 한 가지만 버리더라도 그 사람은 현세나 혹 미래에도 마침내 구족한 과보를 얻을 수

없으며, 가령 그것을 받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결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마음을 크게 넓힌다면 이 세 가지 낙을 전부 받아야 할 것이요, 세 가지 낙을 받으므로 젊었을 때 단정한 과보로 법도 받고 재물도 받고 모든 5욕을 받습니다. 세간의 장부로서 욕락을 받을 때 아들을 낳아 왕위를 계승시키면 이것이 큰 재물이니 이런 까닭에 당신은 헛되이 지내지 마소서. 또 당신은 이와 같은 팔과 어깨로 활을 당길 수 있는데, 이렇게 한 세상을 허비하지 마

소서.

또 지난 옛날 정생왕은 용맹하고 건장하여 4천하와 도리천궁의 왕노릇을 하였으니 당신도 이 일을 감당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내 이제 일체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까닭에 이렇게 권청하나이다. 나는 나의 왕위를 위해 당신에게 권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이제 당신의 단정한 몸을 보니 슬픈 눈물이 흘러 감정을 참을 수 없고 갑절이나 희유하다는 마음이 납니다. 그러므로 이렇듯 간절히 청하나이다. 당신은 지금 한창 나이라 아직 세상의 욕락을 행하

다가, 늙고 쇠한 뒤에 법을 행할 만한 때 집을 버리고 출가하소서.

또 당신의 선조들도 본래 자기 종성 안에서 국법에 따라 늙어서야 나라 다스리던 왕의 일을 태자에게 부촉하든지 혹은 대신에게 맡기고 바야흐로 왕위를 버리고 출가 입산하였습니다.

또 어진 이여, 지난 옛날 모든 선인들도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젊어서는 먼저 5욕사를 행하고 중년에는 재물을 구하여 스스로 생활하다가 노쇠한 때가 되어서야 버리고 법을 닦고 배워야 하니 이렇게 해야 일체를 세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젊어서 모든 욕을 행하지 않고 재물을 구하지 않으면 몸에게 원수가 되고 도적이 됩니다. 모든 근이 허물어지고 나면 섭수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어진 이여, 가령 젊어서는 법을 구하고자 하여도 모든 근이 5욕에 끌려갈 뿐입니다. 늙어야 마음 속으로 생각하여 모든 일을 끊고 모든 근을 수습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적정을 얻으려 할 것입니다.

또 어진 이여, 세간의 소년들은 한창 방일할 때라 먼 도리를 보지 못하고 허물이 많다가 중년이 되어서야 혈기가 점점 약해지고 방일할 때가 지납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빈 들판을 지나가서 멈추고 ‘내가 이미 이곳을 지났구나’하고 탄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은 지금 젊어 한창 방탕할 때이니 아직은 마음대로 얼마든지 욕락을 누리기 바랍니다.

또 어진 이여, 젊어서는 모든 근을 돌리기 어렵습니다. 당신이 법다운 일을 행하고자 하여 법을 좋아하고 즐기고자 한다면 당신의 가문의 법도에 따라 모든 하늘에 제사하소서. 제사를 통해서도 천상에 날 수 있으며 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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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더라도 자기 몸을 장엄하여 금은 모든 보배로 두 팔을 장식하면 온갖 보배가 빛을 놓아 마치 밝은 등불과 같을 것입니다.

또 어진 이여, 지난날 모든 왕들은 머리에 보배관을 쓰고 몸을 장엄하여 항상 집안에 있으면서 모든 하늘에 제사하고 법행을 하여 무차회를 베풀고 혹은 입산하여 대선의 행[大仙行]을 하며 해탈을 구하였나이다. 당신도 이제 그들을 본받아 때에 맞게 행하소서.”

마가다 왕은 이와 같이 갖가지 비유를 들어 언어의 방편으로 보살에게 권청하였다.

그 때 보살은 왕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고 괴이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마치 산왕(山王)이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적연히 편안하게 머물듯, 모든 근을 지키고 거두어 다른 뜻을 내지 않고 3업을 청정이 하면서 왕에게 응수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가다 왕은 보살에게 간청했네

마치 벗들끼리 서로를 이익케 하면서 가르치듯이.

보살은 3업이 청정하여서

연꽃에 물이 묻지 않듯이 그에게 답하네.

“마가다 대왕이여, 하는 말이 착하지 않아 마치 무지한 사람의 말과 같고 천하에 왕노릇하는 자의 법담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왕이 만약 나에게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이 말은 참으로 깊은 이익을 주는 말이 아니요, 나를 불쌍히 여기는 말도 아니며 나에게 매우 손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세상 악인에게 자비로운 마음이 없는 것이 마치 부귀하면서도 비겁하고 약한 사람과 같습니다. 만약 세간에 이익을 주고자 한다면 옛부터 그래왔듯이 서로 가르쳐 보여주어야

하니 이런 이를 벗이라 하며 길러주는 것[增長凡人]이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액난에 이르는 것을 보고서 버리고 떠나지 않아 3업을 같이하면 이런 이를 지식(知識)이라 이름하니 내 뜻도 그렇습니다. 부귀할 때는 누군들 벗과 지식이 되지 못하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재물을 얻었을 때 법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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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하고 산실되지 않게 하면 이것을 선지식이라 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뒷날에 재보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가르쳐 줄 때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가 혹은 지난 업[先業] 때문에 스스로 재물을 잃더라도 후회를 내지 않습니다. 왕이 만약 나를 위해 지식이 되려 하고 마음으로 나를 애경한다면 이 일을 나타내 보이소서 내 왕을 찬탄하게 될는지, 아니면 왕을 찬탄하지 않을는지.”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또 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내 이제 도를 구하려 함은 다만 생로병사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뜻으로 해탈을 구하고자 하니, 그러므로 이 형상을 받았습니다. 친족과 권속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공경스러워 버리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면서 오뇌하고 혹은 나를 위해 목숨도 버립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등지고 여기 왔으니 세간 5욕의 일에 탐하고 물들면 착하지 못한 데 인연이 됩니다.

또 대왕이여, 내 이제 참으로 저 독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하늘의 벼락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진 불길이 큰바람과 만나 들숲을 태우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나, 다만 5욕의 경계에 시달리는 것이 두렵습니다. 무엇 때문이냐 하면,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모든 욕이란 항상함이 없으며 마치 강도와 같아서 모든 공덕을 강탈하여 공허하게 만들고 진실이 없게 합니다. 마치 꼭두각시가 이 세간에 나타나는 것같이, 진짜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속는 것인데 세상

사람은 알지 못하고 억지로 마음에 집착하니 하물며 바로 그 5욕을 행하는 사람이겠습니까?”

그 때 보살은 게송을 읊었다.

5욕은 무상하여 공덕을 해치며

6진(塵)의 허깨비는 중생에게 손해를 끼치네.

세간의 과보는 본래 사람을 속이는 것

지혜로운 이라면 뉘라서 잠깐인들 머물랴.

어리석은 이는 천상도 마음에 차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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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인간이 마음에 맞으랴.

욕의 더러움이 물들여 알아차리지 못해

사나운 불길이 마른 풀 태우듯 하네.

지난날 거룩한 정생왕은

사방을 항복 받고 금바퀴를 날리고

다시 제석천왕의 반자리를 차지하고도

문득 탐심을 내자 다시 떨어졌다네.

가령 이 대지 전부의 왕노릇을 해도

마음에 다시 타방을 점령하고자 하네.

세상 사람은 욕심에 만족할 줄 몰라서

큰 바다가 모든 물을 받는 것과 같네.

그 때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다시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난 옛날 나후사(那睺沙)왕이라는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그는 4천하와 도리천을 통솔하여 천상과 인간을 모두 교화하고도 족한 줄 몰라 다시 세간에 떨어졌습니다. 또 이라라는 전륜성왕도 역시 4천하와 도리천에 왕노릇을 하였으나 족한 줄 몰랐기 때문에 목숨을 마쳤습니다. 또 바리아수라왕은 이미 왕위를 얻었으나 제석천왕과 싸워 못 이겨서 왕위를 빼앗겼고, 제석천왕은 얻은 뒤에 다시 나후사전륜성왕에게 빼앗겼으며, 나후사왕은 얻

은 뒤에 도로 제석천왕에게 빼앗겼습니다. 이렇게 하늘과 인간의 경계는 무상하게 번복되니 누구의 공덕이 훌륭하여 저들 곁에 가겠습니까?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상한 경계는 잠깐사이에 변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고 관찰합니다. 산 숲에 사는 모든 선인들만이 약초의 뿌리와 과일과 꽃과 잎을 먹고 몸에 나무 껍질이나 죽은 짐승의 털과 가죽을 입으며 몸이 야위어 오직 피골만 남았으나, 세간의 일체 괴로움을 도탈하고자, 함이 없는

열반의 해탈을 희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5욕이 핍박하는 대로 놔두면 타락해서 인간세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므로 지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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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 1142] 쪽

는 사람이라면 누가 이것에 탐착하겠습니까?

만약 5욕에 탐착하면 스스로 원수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때 보살은 다시 게송을 읊었다.

 

산골에 사는 선인들은

과일 먹고 물 마시고 나무 껍질을 입으며

비록 소라상투에 몸은 야위었어도

해탈을 구하고 5욕을 떠나려 하네.

그들은 스스로를 조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5욕에 끌려 다니니

이렇게 무상한 모든 욕심의 원수를

지혜 있는 사람은 집착하지 않느니라.

그 때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거듭 말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시라. 욕계 안에서 맛을 취하려 하기 때문에 화합을 지으나 그것을 얻은 뒤에는 족한 줄을 모릅니다. 지혜 없는 사람은 현재 모든 욕락을 누리면서도 족한 줄 모르기 때문에 큰 고뇌를 받고 다시 내생에 그 재앙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욕락의 생각을 취하지 않으며, 받는 사람들은 흑업(黑業)의 법을 행하여 큰 괴로움을 받음을 보면 스스로 편안하고자 하여 짓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고 모든 욕락을 버릴 것이며, 만남이 있

으면 이별이 있음도 압니다. 정욕을 마음대로 하면 마음이 방일하고, 방일함이 더하면 불선업을 짓고 불선업이 차면 곧 지옥에 떨어집니다. 과거세에 큰 고행을 지어서 현재 모든 욕락을 얻으며, 모든 욕락을 얻은 뒤에는 애써 지키려 해도 지키지 못하고 모두 잃게 됩니다.

또 대왕이여, 만약 지혜 있는 이라면 모든 욕을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세간의 하늘과 인간도 잠시 빌린 것 같아서 이미 항상한 물건이 아니니 어찌 마음으로 이 하늘과 사람의 일체 과보를 탐내랴. 풀 위의 이슬과 같고 독사의 머리와 같고 저 빈 숲의 시체나 해골 같으며 부녀가 처음 임신한 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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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덩이 같고 꿈과 같고 허깨비 같고 불무더기와도 같다. 이렇게 갖가지 재앙이 많아 항상 일체 고뇌에 시달리게 되니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에 애착하지 않을 것이다.’

또 대왕이여, 모든 논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매제라성(寐梯羅城)이 있고 그 성 안에 눈먼 왕이 하나 있었으니 그 왕의 이름은 제두뢰타왕(提頭賴吒王)이었습니다. 비록 눈이 없으나 여러 아들을 길러 백 사람이 찼는데 재주와 지혜를 겸비했으며 왕의 동생도 따로 아들 다섯을 두었습니다. 그 사촌 형제가 백다섯이 되었는데 그들의 아버지가 각각 죽어버리자 서로 국왕이 되려고 싸우다가 탐욕을 부린 과보의 인연 때문에 서로 다 살해하였습니다.

또 대왕이여, 텅 빈 단도가(檀荼迦)의 넓은 들판이 불에 탈 때 알수나(頞誰那)는 각종 짐승들을 살해했습니다.

또 저 수미산 아래 아수라 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탐심 때문에 한 옥녀(玉女)를 둘이 사랑하여 다투다가 다쳐서 함께 죽었습니다.

또 저 세간의 도살장에서 모든 나무를 세우고 여러 가지 축생들의 몸을 달아 놓고 살육을 행하듯이, 모든 욕이란 이와 같거늘 지혜로운 이라면 어떻게 탐하고 즐기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문득 게송을 읊었다.

지난 옛날 아수라의 두 형제가

한 옥녀 때문에 서로 살해하였네.

골육의 사랑도 탐욕으로 미워지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알아보고 탐욕하지 않느니라.

보살은 또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어떤 사람은 5욕을 받기 위해 천상이나 인간에 나려 하며, 나고 나서는 5욕을 탐해서 몸을 물에 던지기도 하고 불에 뛰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상하고 속이는 경계를 5욕 때문에 스스로 원수를 구하니 무슨 생각으로 사랑하고 즐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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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 1142] 쪽

또 게송을 읊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애욕 때문에 빈궁하고

얽어매고 살상하여 모든 괴로움 받나니

이 욕심 이루기 바래 모든 일을 만들어 내니

힘 다한 후세에 재앙이 되는 줄 모르네.

보살은 또 말했다.

“마가다 왕이여, 나는 5욕의 이러한 갖가지 허물과 근심을 아나니 왕은 이제 이 5욕을 나에게 권하지 마소서. 나는 지금 두려움 없는 길을 가고자 하니, 왕이 나의 진짜 좋은 벗이라면 이렇게 자주 나에게 권하고 충고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세운 큰 맹세와 큰 원을 속히 성취하고 빨리 번뇌를 떠나소서.’

왜냐하면 내 이미 타인에게 쫓겨 산 숲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원적에게 쫓겨서도 아니며, 남에게 왕위를 빼앗겨 도망해 온 것도 아니며 또한 지난 옛날의 옛 선인을 구하다가 도로 물러나려 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왕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성난 독사의 머리를 잡았다가 놓아 버리고 나서 다시 잡으려 하겠습니까? 사납게 타는 불에 손을 데인다고 놓았다가 다시 잡으려는 것과 같이,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내 이미 그 5욕을 버리고 출가했는데 이제 다시 취한다는 것도 그런 격입니다.

또 대왕이여, 눈 밝은 사람이 어찌 눈먼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해탈하여 일 없는 사람이 어찌 감옥에 얽매여 고역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재물이 넉넉한 큰 부자가 어찌 빈궁하고 주리고 비럭질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밝게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미친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그들이 설사 부러워하는 수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이러한 5욕을 떠났으니 하나도 탐낼 것이 없습니다.

또 대왕이여, 왕이 먼저 ‘내 경계에 머물러 나의 5욕을 받고 마음대로 즐기라. 내가 많은 재물과 채녀를 준다’고 하였으나,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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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다 말했듯이 나는 이제 세간의 5욕을 취하지 않으렵니다.

또 대왕이여, 내 본궁에 있을 때 5욕이 넉넉했으나 이미 6만의 채녀들도 버리고 출가 입산하였습니다. 대왕이여, 모든 욕락에는 이렇게 한량없는 걱정과 해로움이 있어서 사람을 큰 지옥으로 이끌며 나머지 과보로 다시 축생 아귀에 와서 몸을 나타내게 합니다. 또 일체 선근(善根)을 떠났으므로 성인이 찬미하지 않으십니다.

또 대왕이여, 세간의 모든 욕락이란 뜬구름같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맹풍이 일어난 것같이 잠깐도 머물지 않고 계곡을 흐르는 물살이 급히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5욕에 물들어 본고장[本際]을 모른 채 생사에 빠지고 번뇌에 얽매어 벗어날 수 없다면, 멀리 가는 사람이 피로가 극심해 짠물을 마시고 목마름이 더하는 격입니다. 5욕을 받는 사람이 그 환란을 모르는 것도 그렇습니다.

또 대왕이여, 내 이제 요약해 말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천상의 5욕락과 인간의 가장 묘한 5욕을 얻어 구족히 얻었는데, 혼자서 이런 모든 욕락을 얻고 나서도 만족을 모르고 ,더 불리느라고 여러 곳에서 찾고 구합니다.

또 대왕이여, 왕께서는 앞에서 ‘나와 같이 마가다국을 다스리면 나는 천하를 반으로 나누어 다스리게 하겠다’, ‘나에게 욍위를 받으라. 나는 다 버리고 줄 것이며, 나는 또한 섬기고 받들며 혹은 군사를 일으켜 국토를 개척하고 청정하고 넓게 장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왕이여, 나는 이미 모든 것이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는 4천하도 버렸고, 전에 가졌던 7보도 버리고 출가했으니 내가 이제 어찌 다시 이 작은 나라의 작은 왕위를 탐내고 부러워하

겠습니까?

또 대왕이여, 마치 큰 바다 사가용왕의 과보와 같이 이미 큰 바다 물을 얻어 궁전을 삼아 드넓고 풍족하며 7보로 장엄되었는데, 어찌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을 탐내겠습니까?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렇고 이렇습니다. 나는 이미 용맹한 마음을 내어 4천하와 7보 궁전을 버리고 물든 옷을 입고 머리를 깎고 출가 입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도로 세간의 왕위를 탐낸다면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불본행집경 제2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9. 권수세리품 ③

그 때 보살은 또 왕에게 일렀다.

“왕은 앞서 말하기를 ‘당신 비구여, 몸이 부드러우니 난야나 고요한 숲 풀 자리 위에 누워 자거나 앉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는데 대왕이여, 나는 궁중에 있을 때 갖가지 미묘한 모든 보배들로 침상을 만들어 기대 앉던 것도 이미 싫다고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대왕은 꼭 아셔야 합니다. 이 몸은 위태롭고 파괴되고 무상하여 견고한 형체가 아니라 부서지고 흩어지는 법이니 곳을 따라 버리고 가는 것이 진흙덩이와 하나도 다를 것 없습니다. 또

대왕이여,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미 내 버린 시체를 도로 주우려 하겠습니까? 다시 주우려 해도 그럴 수 없습니다.

또 대왕이여, 먼저 말했듯이 만약 나를 어여삐 여긴다면 따라 기뻐하고 내가 걸식하여 사는 것을 싫어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를 사랑하거든 이런 마음을 내지 마소서.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제 생로병사의 괴롭고 근심스런 바다를 지나 계속 가서 도(道)에 들어가고자 이 비구의 모양을 했기 때문입니다. 적멸 안락한 곳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좋은 복색과 형상을 헐어야 했으며 또 미래세에 모든 허물과 근심

을 제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만약 현세에서 저 5욕의 공덕 과보를 받아 사랑에 깊이 집착한 이가 있다면 그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야 하며, 만약 어떤 사람이 현세에서 적정 안락한 마음을 얻지 못하면 미래생에 결정코 모든 괴로움을 받으리니, 그들 중생을 마음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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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또 대왕이여, 내 이제 번뇌의 괴로움이 두려워 애욕을 버리고 출가하여 적정한 열반의 참됨을 구하고자 하니 가령 나에게 제석천궁을 얻도록 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즐겁지 않겠거든 하물며 추하고 번거로운 인간의 과보이겠습니까?”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나는 번뇌의 화살에 맞아

적멸의 고약을 바르고자 하노라.

가령 제석천궁을 얻는다 하더라도

탐할 뜻이 없는데 하물며 왕위겠는가.

보살은 또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이 먼저 ‘천하 사람들은 세간에서 일체 세 가지 이익을 취한다’ 고 했으나, 내 생각에 이것은 참된 이익을 주는 말이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재물은 구해서 많이 얻는다 하더라도 마침내 다함이 있으며 탐욕은 구할수록 욕심이 더해 싫증날 때가 없기 때문입니다. 법을 구한다면 진실로 이익이 됩니다. 이익에 깊고 옅음이 있으나 반드시 구할 것이며, 구하면 다섯 가지 공능(功能)이 있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생로병사의 근심이 없으면

그는 진실로 대장부로다.

재물과 애욕은 모두 세상 정이니

나는 둘을 버리고 오직 법만 취하네.

보살은 또 말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이 먼저 ‘다만 백성을 다스리고 왕위를 취하며 ……(중략)…… 늙기 전에 어서 5욕의 법을 받으라’ 하나 이것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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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만약 소년시절이 항상 머문다면, 일체 중생에게는 늙는 일이 없고 어디든 죽음의 귀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끌려가지 않겠지만, 모든 중생의 수명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지혜로운 사람이 적정 해탈의 법을 구하고자 하면 세간의 왕위와 5욕락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누구라도 다만 빨리 할 일을 찾아 미리 성취해야 합니다. 해탈을 구하든지 선정(禪定)을 구하든지 지체하지 말고 빨리

해야 될 것입니다.

또 대왕이여, 왕이 먼저 ‘꼭 가법(家法)에 따라서 제사 지내고 또 보시를 행하여 마음대로 미래 세간의 과보를 구하라고 했으나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지금 이런 낙을 취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괴로움이 지극히 핍박하는 까닭에 낙을 구하여 얻는다면 이것은 참된 낙이 아닙니다. 범부가 후세의 보를 구하여 모든 하늘과 화신(火神)에게 제사하려면 반드시 다른 중생의 목숨을 살해하니 이것은 이치가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자비를 행하는 사람은 남

의 몸이나 목숨을 결코 해치지 않는 법입니다. 가령 모든 하늘과 화신(火神)에 제사하려고 중생을 살해하여 정해진 상락(常樂)의 과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목숨을 죽여 제사해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얻어지는 과보는 견고한 것이 아니어서 모두 무상하고 파괴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왕이여, 해탈법을 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이익이 없나니, 행함이 없거나 지계(持戒)가 없거나 선정이 없더라도 오히려 남의 목숨을 다쳐 미래의 이익 과보를 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세간에 사는 범부가 살생을 해서 가령 안락한 과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불선이 됩니다. 왜냐 하면 자비가 없기 때문이니 하물며 미래에 착한 보를 바란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가령 사람이 세간에 살면서

딴 목숨을 죽여 낙을 얻는다 하여도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착함이 아니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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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내세에 하늘과 인간에 나기를 구하랴.

이 때 마가다국 빈두사라왕(頻頭娑羅王)은 보살에게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희유하고 특별하다는 마음으로 보살 앞에서 자비심을 내서 이렇게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어려운 고행(苦行)을 하신 덕이 커서 세간에서 모든 욕락을 버리셨습니다. 어지신 비구여, 어디서 문득 오셨으며 어느 나라에서 나시고 종성(種姓)은 무엇이며 부모님은 어디 계시며 자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말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었다.

그 때 보살은 마음을 바로 하여 바로 보고 온화한 말로 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여기서 북쪽인 설산(雪山) 밑에 큰 나라가 있는데 석가종이라 합니다. 거기에 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蘇都)[수나라 말로 황두거처(黃頭居處)]라 하는 성이 하나 있는데 성에 정반이라는 석가족 왕이 계십니다. 이분이 내 아버지요, 나는 그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마야(磨耶)[수나라 말로 환(幻)]요 내 이름은 실달(悉達)[수나라 말로 성리(成利)]이라 합니다.”

빈두사라왕은 이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다가 얼마 지나서 얼굴에 눈물을 닦고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비구여, 이미 이런 큰 종성의 집에서 태어났는데 어찌 이 숲에 홀로 지내십니까? 무섭고 사나운 짐승들이 있어서 이 숲은 좋지 않은데, 벗도 없이 홀로 즐기면서 어찌 편안히 앉고 일어나고 하시겠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지금 모든 악한 새 짐승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나니, 설사 온다 하더라도 내 터럭하나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오직 생로병사에 쫓기는 것이 두려워서 여기 왔으므로 놀랍고 두려운 모든 악한 짐승들이 사는 숲 속에서 혼자 벗도 없이 스스로 즐깁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늙음이 가장 두렵습니다. 왜냐 하면 늙음이 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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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 올 때는 젊음의 건장함을 빼앗고 몸의 형상을 꺾어 허리와 등이 굽어 잘 걷지도 못하고 마치 마른 나무와 같은데 누가 즐겨 기쁘게 보겠습니까? 이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또 대왕이여, 병이 온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통 건강할 때에는 몰랐다가 하루아침에 몹시 아프면 완연히 신음하게 됩니다. 꽃빛이 매우 곱다가 문득 초췌하게 시들듯 번뇌라는 원수가 매서운 독이 되어 눕고 앉음이 편치 않으니 이 때가 되면 누가 자기를 대신해 주겠습니까. 자리에 누운 채 행동이 마음을 따르지 못하니 이런 이유로 병이 가장 두렵습니다.

또 대왕이여, 죽음이 가장 두렵습니다. 왜냐 하면 죽음이 오는 날에는 나의 수명을 감하여 문득 걷어가기 때문입니다. 4천하를 거느리고 금바퀴로 항복받고 7보가 앞에 인도하며 날카로운 칼과 굳센 군사를 부릴 힘이 있더라도 죽음을 막고 제지하거나 싸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가장 사람을 두렵게 합니다.”

빈두사라왕은 거듭 보살에게 물었다.

“대성 태자여, 당신은 지금 무엇을 구하려 하시나이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마가다대왕이여, 내가 지금 구하는 것은 오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입니다. 이것을 얻고 나서 최상의 법바퀴를 굴리고자 이것을 구합니다.”

빈두사라왕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대성 태자여, 내가 보기에 당신은 용맹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정근하여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결정코 최상의 법바퀴를 굴리실 것입니다. 어지십니다. 태자여, 내 이제 당신을 보았습니다. 어지신 태자여, 나는 태자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어지신 태자여, 당신은 잘 출가하셨습니다. 당신은 석가족입니다. 나는 오늘부터 항상 섬겨 받들겠나이다. 대성 태자여, 내 이제 청하나니 항상 매일 나의 궁에 오셔서 자주 나를 보소

서. 당신에게 필요한 네 가지를 모자라지 않게 공양하겠나이다.”

빈두사라왕이 이런 말을 하자 보살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오래지 않아 여기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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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두사라왕은 이 말을 듣고서 합장하고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당신 마음에 구하는 대로 모든 마군의 장애가 없이 얻고자 하는 대로 빨리 성취하기를 원하나이다. 석가족이시여, 원하옵건대 당신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때 나는 당신 곁에서 공경 공양하겠으며 당신의 몸을 보고는 당신의 법다운 성문(聲聞)제자가 되겠나이다.”

곧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나 빈두사라왕은 합장하고 찬탄하오니

부디 태자는 빨리 도를 이루소서.

만약 성취하거든 지금 말을 기억하시고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연민을 내려주소서.

보살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왕에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여, 왕의 말과 같이 서원하는 대로 피차 함께 잘 되어지이다.”

빈두사라왕은 합장하고 일심으로 정례하며 보살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태자여, 지금 나의 참회를 받으소서. 내 무지함으로 대성(大聖)을 어지럽혔습니다. 태자께서는 욕(欲)을 버렸으므로 부정(不淨)하다 하시었으나 내 마음은 욕에 물들었으므로 깨끗하다 하였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저의 이 죄를 없애 주소서.”

그 때 보살은 기꺼이 미소하고 빈두사라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여, 정말 그렇습니다. 내 왕의 청정한 참회를 받겠습니다. 왕이여, 안락하여 병 없고 번뇌 없으소서. 몸과 마음을 삼가 방일하지 말며 항상 선법을 행하고 법답지 않은 것을 버리소서. 이렇게 하면 왕은 편안함을 얻고 길함과 이익을 많이 받을 것입니다.”

그 때 보살은 빈두사라왕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법의 뜻을 말해주어 그를 기쁘게 하였다. 가르침을 청한 데 대하여 법을 펼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점차 다른 곳으로 갔다.

그 때 빈두사라왕은 보살의 두 발에 정례하고 주위를 세 번 돈 뒤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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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 서서 보살쪽을 바라보다가 조금 뒤에 그곳에서 궁으로 돌아왔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빈두사라왕의 말을 인가하되

내 성도한 뒤 왕을 제도하리라 하였네.

대성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산을 떠나 어느덧 본국으로 돌아가더라.

 

29. 정진고행품(精進苦行品) ①

그 때 보살은 반다파산(般茶婆山) 숲에서 나와 조용히 걸어 가야성으로 향하였다. 그곳에 이르러 가야시리사(伽耶尸梨沙)[수나라 말로는 상두(象頭)]산에 올라가 몸과 마음을 수습하고 모든 악을 멸해 없애려 했다. 그 산에 올라가 평평한 곳을 가려 한 나무 아래 풀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 때 보살은 마음속으로 세 가지 비유를 생각했으니 이것은 세간에서 드문 일이며, 오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며 증득해 아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 셋인가?

‘첫째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비록 몸으로 욕락을 행하지 않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 가운데서 일체의 마음과 뜻에, 욕에서 나오는 사랑[欲愛]과 욕에서 나오는 번뇌[欲惱]와 욕에서 나오는 열망[欲熱]과 욕에서 나오는 집착[欲著]이 다 멸하지 못하고 아직 정정(正定)을 얻지 못해 아상(我相)을 남겨둔 채 스스로 한 몸을 건지려 한다. 그러나 그들 사문과 바라문들은 항상 고뇌를 받으며, 기쁘거나 즐겁지 않고 바른 지견을 가질 수도 없다.

또 가장 어진 법을 얻지 못하며 두려움이 없는 곳을 증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비록 아상이 없고 홀로 몸을 건지려 하지 않아도, 고뇌를 받지 않고 비록 뜻을 받지 않아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아도, 오히려 법을 증득하는 것과 두려움 없는 곳은 알고 보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젖은 나무와 젖은 똥을 물 위에 놓고 그 가운데서 나무를 비벼서 불을 내려 할 때,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에서 그에게 불을 빌리러 온다면 젖은 나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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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똥으로 물 위에서 힘을 들여 나무를 비빈다고 그 사람에게 불을 피워 줄 수 있겠는가, 만약 피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불이 원래 나지 않는데 그 사람이 어디서 얻겠는가. 이렇듯이 사문과 바라문도 비록 욕락을 행하지 않더라도……(중략)……법을 증득하는 것은 알고 보지 못하리라.’

이것이 첫째 비유로서 세상에서 이제껏 없었던 일이며 듣지도 못한 것이다.

그 때 보살은 다시 두 번째로 생각했다.

‘어떤 사문과 바라문들은 비록 몸을 삼가고 절제하여 욕락을 행하지 않으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 가운데서 뜻[意]에, 탐냄[貪]ㆍ열망[熱]ㆍ번뇌[惱]ㆍ집착[著]을 다 멸하지 못하고, 정정(正定)을 얻지 못하고, 아직 아상(我相)이 남은 채 스스로 한 몸을 건지려 한다. 그러나 이들은 고뇌를 받을 뿐이며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고 가장 어진 법과 두려움이 없는 곳을 증득해 알지 못한다. 또 그들에게 비록 아상이 없고 홀로 몸을 건지려 하지

않고 고뇌를 받지 않고 마음과 뜻을 받지 않아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아도, 가장 어진 법과 두려움이 없는 곳은 증득해 알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젖은 나무를 땅 위에 놓고 비벼서 불을 내려 하는데, 또 어떤 사람이 불을 빌리러 온다면 젖은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려하나 그에게 불을 줄 수 있겠는가? 만약 피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이 사문과 바라문들은 비록 욕락을 행하지 않더라도……(중략)……법을 증득하는 것은

알고 보지 못하리라.’

이것이 두 번째 비유로서 세상에서 이제껏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 때 보살은 다시 세 번째 생각을 하였다.

‘어떤 사문과 바라문은 몸을 삼가하고 절제해 욕락을 행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가운데서 뜻[意]에, 사랑[愛]ㆍ번뇌[惱]ㆍ열망[熱]ㆍ집착[著]을 멸진하고 정정을 얻는다. 이들 사문과 바라문들은 자기와 남을 동시에 이롭게 하여 마음이 기쁘고 즐거우며, 지견이 생겨 가장 어진 법을 얻고 두려움 없음을 증득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마른 나무와 마른 똥을 가져다 땅 위에 놓고 비벼서 불을 내려 하고 또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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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빌리러 온다면 힘을 조금만 들여도 불을 피워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 이렇듯이 만약 사문과 바라문이 욕락을 떠나 행한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가운데서 뜻에, 사랑ㆍ번뇌ㆍ열망이 모두 멸하고 가장 어진 법을 얻고 두려움 없는 곳을 증득하리라.’

이것이 보살의 세 번째 비유로서 스스로 생각해낸 것이며 다 세간에서 이제껏 듣고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때 보살은 가야시리사산에서 내려와 마가다 부락 안으로 와서 차례로 가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기 어떤 공덕을 행할 것이 있으며 어떤 비법(非法)을 제거하고 끊어야 할 것이 있는가. 나는 이제 최상이며 적정이며 가장 묘한 말을 구하고자 하노라.”

이렇게 앞으로 가다가 가야의 남쪽 우루빈라라는 마을에 왔는데 그곳에 이르자 이미 밥 때가 되었다.

보살은 가사를 입고 그 마을로 들어가 질그릇 만드는 집에 가서 질그릇을 얻어 들고 그 마을을 지나면서 차례로 걸식하여 한 촌주(村主) 장자(長者)의 집에 이르렀다.

그 장자의 이름은 난제가(難提迦)[수나라 말로는 자희(自喜)]였다. 그 집에 이르러 한쪽에 묵묵히 서 있었다. 그 난제가에게 수자다(須闍多)[수나라 말로는 선생(善生)]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는데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어 모든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즐겨 보았다. 그 선생녀는 멀리서 보살이 손에 질그릇을 들고 말 없이 서서 걸식하려는 것을 바라보았다. 선생녀가 보고 있자 그 두 유방에서 저절로 젖이 솟았다. 그 때 선생녀는 보살에게 물었다.

“가장 훌륭하고 어진 이여, 당신은 누구의 아들이며 어떤 종성이며 이름은 무엇이며 부모님은 어디 있으며 이제 무엇을 구하나이까? 당신에게 어떤 신통과 기적이 있기에 지금 제가 한 번 보자 두 유방에서 저절로 젖이 흐릅니까?”

그 때 보살은 대답하였다.

“착한 누이여, 내 이름은 실달입니다. 이 이름은 내 부모가 지었으며 나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얻고 나서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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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라.”

선생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보살의 손에서 질그릇을 받아 들고 자기 집에 들어가서 향기롭고 아름답고 맛좋은 음식을 가득 담았는데 가지가지 떡과 과일이며 국이 질그릇에 넘쳤다. 무릎을 꿇고 보살에게 받들어 올리며 이런 말을 하였다.

“가장 훌륭하고 어진 이여, 내 항상 당신에게 공양하여 의복ㆍ음식ㆍ와구ㆍ탕약의 네 가지 필요한 것을 다 충족케 하리다. 어진 이여, 부디 자비로 받아주소서. 내 당신의 부모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보고 또 당신의 용맹정진과 지극한 뜻과 전념하는 마음을 보니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며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실 것이 진실로 의심되지 않사옵니다. 당신께서 보리를 성취하실 때에는 마땅히 저의 집에 오셔서 저의 공양을 받으시고 저를 건져

성문(聲聞)제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그 때 보살은 대답하였다.

“착하신 누이여, 원하는 대로 되어지리다.”

그리고는 밥을 받아 가지고 곧 떠나갔다.

그 때 보살은 선생녀에게 밥을 빌어 가지고 고요한 곳에 이르러 법답게 먹었다. 다 먹고 경행(經行)하여 차츰 한 곳에 이르니 땅이 반듯하고 깨끗한 것이 볼 만하며 마음으로 즐겨 보고자 했다. 나무숲이 울창하고 가지와 줄기가 번성하며 꽃과 과일이 풍족하고 도랑에 물이 청정하게 흐르며 향기롭고 아름다운 물과 못과 샘과 늪이 서로 비치고 얽혀 모든 것이 넉넉해서 모자람이 없었다. 그 모든 물들은 얕지도 않고 깊지도 않아 맑고 깨끗하며 건너기도 쉽고

긷기도 쉬우며 그 속에는 여러 독벌레가 없으며 둘레에는 묘하고 좋은 새 짐승들이 구족하였다. 마을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떨어져서 걸식하고 왕래하는 데 피곤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 길과 토지도 평탄하여 높지도 낮지도 않으며 가기도 건너기도 쉬웠다.

어떤 사람이 위없는 가장 훌륭한 이익을 구한다면 얻기 쉽고 이루기 쉬우며 속히 되고 속히 증득할 만했다. 게다가 모기와 등에 모든 벌레와 빈대도 없고 또 낮에는 왕래하는 사람들의 요란함이 없고 밤에는 소리가 끊어져 안정하고 한가로우며 차고 더움이 조화되고 비바람이 순조로워 도를 닦고 선

(禪)에 들어 마음을 닦기에 알맞았다. 또 지난날 가야(伽耶)[수나라 말로는 상(象)]라는 왕선(王仙)이 살았으니 여기가 바로 그 왕선의 옛 거처였다.

그 때 보살은 이 땅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곳 지세는 상쾌하고 좋으며 반듯하고 평평하며 잠깐 보아도 사람들이 즐겁고……(중략)……도를 닦고 선정에 들기 알맞구나. 만약 어떤 장부가 위없는 가장 훌륭한 이익을 구하거나 모든 악을 끊고자 한다면 이곳이 충분히 머물 만한 곳이다. 내 이제 모든 악을 꺾고 모든 선근(善根)을 닦고자 하니 마땅히 이곳에 머물러 앉아 보리를 구하면 반드시 성취하리라.’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 곧 풀 자리를 이곳에 깔고 앉아 선을 닦아 익히고자 하였다. 이미 좌정하고 나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모든 중생에게 해탈을 구하게 하는 이는 모두 온갖 고행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떤 중생들은 두 손으로 매달리는데, 세간의 모든 일, 즉 함이 있는 법을 버리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고행하는 사람은 걸식 할 때 항아리 속에 음식을 받지 않으며, 어떤 이는 작은 발우 속 음식도 취하지 않으며 혹 어떤 이는 두 양(羊) 사이에서 음식을 취하지 않으며, 혹 어떤 이는 사람의 더러운 대소변 사이에서 음식을 취하지 않으며, 혹 어떤 이는 지팡이 짚은 사

람에게서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칼을 잡은 사람에게서 음식을 받아먹지 않는다.

이렇게 방아[碓] 사이나 또 부인네의 부정(不淨)이 올 때를 알고 그에게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임신한 부인네를 보고는 그에게서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사람의 집에 부정한 업이 있는 줄 알고는 음식을 받지 않으며, 혹은 술이 취해 있는 사람에게 음식을 받지 않는다. 혹은 두 사람이 밥먹고 있을 때 그에게서 음식을 받지 않으며, 음식을 받을 때 개가 앞에 오면 또한 음식을 받지 않으며, 음식을 받을 때 그 위에 모기나 등에가 와서 부정하고

더러우면 음식을 받지 않는다. 혹은 어떤 사람이 ‘여기오라, 너에게 음식을 주겠다.’고 외치면 받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 ‘네 거기 섰거라, 음식을 주겠다.’고 소리치면 받지 않으며, 혹은 ‘내가 밥을 만들어 너에게 베풀 터이니 기다려서 받으라’고 소리치면 받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 일부러 음식을 만들면 또한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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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어떤 사람은 하늘에 제사하고 남은 음식은 받지 않으며 음식 안에 사탕이나 꿀[石蜜]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기름 등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음식 안에 우유나 낙(酪)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음식 안에 생선이나 잡육이 있으면 받지 않으며 혹은 음식 안에 흥거(興渠)가 있거나 냄새가 나거나 훈제한 것이거나 신맛이 나는 것 등이 들었으면 받지 않는다.

혹은 또 한 집에서만 음식을 받아 한 입에 그치며 혹은 두 집에서 받아 두 입에 그치며 혹은 일곱 집에서 음식을 받아 일곱 입에 그친다. 혹은 하루에 한 때만 먹고 혹은 하루 두 때를 먹으며 혹은 하루 반만에 먹으며 혹은 사흘에 한 번 먹으며 혹은 하루 조금만 먹으며 혹 이틀에 조금 먹으며 내지 7일에 조금 먹는다. 혹은 나물만 먹거나 돌피만 먹으며 혹은 나무의 부드러운 가지 줄기를 먹으며 혹은 우유만 먹으며 혹은 또 가니가라 나무 가지만 먹는

다. 혹은 때로 순전히 양의 똥만 먹으며 혹은 또 때로 순전히 소똥만 먹으며 혹은 들깻묵을 먹으며 혹은 과일을 먹으며 혹은 모든 풀뿌리를 먹으며 혹은 연 뿌리를 먹으며 혹은 갖가지 풀의 부드러운 줄기를 먹는다. 혹은 물만 마시고 살며 혹 어떤 이는 얼마간 얻는 대로 먹고살며 혹은 들짐승이 풀 먹는 것을 배워서 산다.

어떤 때는 땅에 우뚝하게 서서 머무르며 혹은 한곳에 앉아 옮기지 않으며 혹은 사지를 땅에 짚고 입으로 음식을 받는다. 혹은 순전한 풀옷을 입으며 혹은 무덤 사이에 버린 옷을 입으며 혹은 갖가지 풀옷을 입으며 혹은 교사야 옷을 입으며 혹은 흰 복숭아나무 껍질로 옷을 만들며 혹은 용수[龍鬚]로 옷을 만들며 혹은 여러 가지 축생의 껍질로 옷을 만들며 혹은 또 낡은 축생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며 혹은 털로 옷을 만들며 혹은 찢어진 여러 축생의 가죽으로

조각을 이어 옷을 지으며 혹은 걸레로 옷을 지으며 혹은 벌거숭이로 지낸다.

혹은 가시 위에 누우며 혹은 판자 위에 누우며 혹은 또 마니(摩尼) 위에 누우며 혹은 서까래 위에 누우며 혹은 무덤 사이에 누우며 혹은 개미집에서 마치 뱀이 살 듯하며 혹은 한길에 누우며 혹은 또 물을 섬기고 혹은 또 불을 섬기며 혹은 해를 따라 움직인다. 혹은 두 팔을 들고 섰으며 혹은 쭈그리고 앉으며 혹은 모래와 흙과 먼지를 몸에 끼얹고 섰으며 혹은 머리를 빗거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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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씻지 않고 소라상투 같이 구불구불하게 하였으며 혹은 머리털을 잡아 빼거나 수염을 잡아 뺀다.

혹은 또 샘ㆍ못ㆍ우물ㆍ내ㆍ시내들의 모든 신(神)과 땅 신ㆍ나무 신ㆍ숲의 신ㆍ산신ㆍ석신(石神)ㆍ야차ㆍ나찰ㆍ라후(羅睺)[수나라 말로는 어언(語言)] 아수라왕ㆍ파리(婆梨)[수나라 말로는 구(鉤)] 아수라왕ㆍ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수나라 말로는 묘기(妙機)], 담파리(睒婆梨) 등의 아수라왕을 섬기며, 혹은 세성(歲星)을 섬기며, 혹은 의약왕(醫藥王) 선인들을 섬기며, 혹은 비사문천왕을 섬기며, 혹은 동자의 하늘을 섬기며, 혹은 자재천왕을 섬기며, 혹은

해를 섬기며, 혹은 달을 섬기며, 혹은 또 나라연천을 섬기며, 혹은 제석천을 섬기며, 혹은 범천을 섬기며, 혹은 호세(護世) 4천왕을 섬기는 이가 있다.

이와 같이 각각 섬겨 그들을 매우 기쁘게 하고 나서, 빌고 구하여 원하는 대로 이루고는 각각 해탈을 구한다.’

보살은 이미 그들이 이렇게 삿되게 해탈을 구하는 것을 보고 발심하여 가히 두렵고 매우 괴로운 행을 하고자 하였다.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이미 니련하(尼連河)에 이르러

청정한 마음으로 언덕 가에 앉았네.

모든 도를 구하는 이 참되지 않기에

큰 고행으로 그들을 교화하려 하시나.

그 때 보살이 이렇게 관찰하고 전일하게 바르게 생각하고 앉은 뒤, 입을 다물고 이를 서로 맞대고 혀로 입천장을 받치고 한생각으로 마음을 섭수하였다. 이렇게 생각을 모아 몸과 뜻을 조복하며 이와 혀와 턱으로 마음을 수습하고 생각을 모아 수행할 때, 겨드랑이 밑에 땀이 흘렀다. 보살은 이미 땀이 이렇게 흐르는 것을 보고 거듭 용맹정진을 하여 마음에 집착이 없고 착란하지도 않고 적정한 마음에 머물러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와 같이 최상으로 몸

과 뜻과 입을 괴롭혀 모두 움직이지 않았으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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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었구나.’

그 때 보살은 입으로 쉬는 숨과 코의 기운을 다 제거하였다. 입과 코를 닫아버리자 곧 두 귓구멍에서 큰 바람소리가 나왔다. 그 바람소리와 기운은 마치 소(酥)를 독 안에 넣고 휘저어 낙(酪)을 만들 때 큰소리를 내듯 하였다.

이와 같이 보살이 입과 코를 닫아 기운을 내지 않고 두 귓구멍에서 바람 기운과 소리를 내는 것이 그러하였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물듦이 없고 게으름을 버렸으며……이렇게 최상의 고행을 하고 최승의 난행(難行)을 한다.’

그리고 거듭 생각하였다.

‘나는 다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리라.’

그 때 보살은 이미 몸과 입과 뜻을 적정하게 한 뒤 다시 입과 코와 귀로 숨쉼도 그쳐 일체가 다 막혔다. 이미 입과 코와 귀가 다 적정하자 속바람이 매우 웅장하고 커서 나오지 못하는 까닭에 기운이 정수리로 치솟았다. 마치 건장하고 가장 힘센 사람이, 잘 드는 도끼를 쥐고 저의 머리통을 치듯, 보살도 입과 코와 귀의 기운을 막고 내지 않아 속바람이 장한 까닭에 뇌(腦)를 치는 소리가 그러하였다.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물듦이 없고 게으름을 버렸으며……이렇게 최상의 고행을 하고 최승의 고행을 하는구나.’

그것을 생각하고서 다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었다.

그 때 보살은 입과 코와 정수리의 숨쉼이 모두 다 멈추었고……막고 정지시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까닭에 속바람이 강성하여 두 늑골 사이에서 회전하며 고동쳤다. 마치 소를 잘 잡는 백정들이 날카로운 장검을 쥐거나 날카로운 칼을 들고 소 배를 째고 늑골을 째듯이, 보살도……속바람이 강성한 까닭에 늑골 사이에 회전하고 째는 소리가 이러했다.

다시 정진하는 마음으로 최승의 고행을 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다시 움직이지 않는 삼매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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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보살은 입과 코와 귀의 기운을 막아서 속바람이 강한 까닭에 몸이 뜨겁고 번뇌로웠다. 마치 가장 큰 두 장사가 하나의 악한 사람을 잡아 한 팔씩 잡고 큰 불무더기 위에 던져 그슬리고 태우듯, 보살도 속 기운이 나오지 못하는 까닭에 몸이 열뇌(熱惱)를 받음이 그러했다. 이것을 생각하고……다시 정진하는 마음을 발하여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이미 게으름을 버렸고 바른 생각을 얻어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일체가 적정하여 몸과 입과 뜻이 동시에 정수

(正受)를 얻었으니 이렇게 가장 뛰어난 최상의 고행을 하였다.

이 때 상계의 모든 하늘 사람들이 내려와 보살의 이런 고행을 보고 자기들끼리 말했다.

“이제 이 실달태자는 이미 목숨을 마쳤구나.”

그 무리들 가운데 다시 천자들이 서로 말하였다.

“이 실달태자는 아직은 목숨이 다하지 않고 이제 비로소 다하려 한다.”

또 다른 천자들은 말했다.

“이 실달다 태자는 지금도 죽지 않으며 뒤에도 죽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이 태자는 아라한이기 때문이다. 아라한에게는 으레 이런 행이 있는 것이니 괴이할 것이 없다.”

보살은 그 적정처[蘭若]에서 마음을 쓰고 고행을 할 때 가장 큰 고행을 성취하였다.

이 때 보살이 앉아 있는 사면 둘레의 모든 이웃 마을 사람들이 다 와서 보살이 이렇게 고행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이 사문은 이미 큰 고행을 하는구나.”

이런 까닭에 대사문(大沙門)이란 이름을 지었다. 대사문이란 이름은 그들의 부름에서 생겼고 이런 뜻으로 이 명칭이 있게 되었다.

그 때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의 어떤 사문과 바라문은 음식을 제한해서 행을 세우고 각각 청정함을 지켰다. 그들은 오직 보리만 먹거나 익은 보리만 먹으며, 혹은 보리 가루만 먹으며 혹은 보리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목숨을 이었다. 또 어떤 이는 오마(烏麻)만 먹거나……순 콩밥만 먹으며, 혹은 콩국을 먹으며 혹은 콩 가루를 먹으며 혹은 콩으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목숨을 이었다. 혹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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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사문과 바라문은 모든 음식을 끊고 청정한 행을 세웠으니 나도 이제 일체 음식을 끊고 고행을 하리라.’

보살이 이렇게 속마음으로 생각하였다. 그 때 그곳에 문득 모든 하늘이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않고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인자여, 바라옵건대 음식을 모두 끊으신다는 그런 생각을 버리옵소서. 무슨 까닭인가 하면, 당신이 이제 일체 음식을 끊고 고행하시려 한다면 우리들 모든 하늘은 각각 일체 하늘의 맛있는 음식을 다 가지고 내려와 당신의 털구멍 속으로 넣어서 당신의 목숨을 살리겠사옵니다. 그리고 당신은 몸을 해롭히지 마소서.”

보살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이미 모든 사람에게, 나는 전혀 음식을 먹지 않겠다 하였더니 이제 모든 하늘들이 스스로 몸을 숨기고 하늘 음식을 가지고 내려와 내 털구멍에 넣어 내 목숨을 살린다고 한다. 이것은 나의 가장 큰 망언이며 모든 이를 속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 하늘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어도 이 일은 그렇지 않노라.”

그 때 보살은 그 모든 하늘의 이런 뜻을 거절하고서 하루 한 알의 오마(烏麻)를 먹었고, 혹은 쌀 하나 팥ㆍ콩ㆍ녹두ㆍ보리ㆍ밀 등 이렇게 매일 각각 따로 한 알씩 먹었다.

이 때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내 이제 손바닥에 즙을 조금 담아 마시고 목숨을 이으리라. 혹 팥국이나 붉은 팥ㆍ완두콩ㆍ녹두 국 등을 마시리라.’

그 때 그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장 큰 종성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사나야나(斯那耶那)[수나라 말로는 장병장(將兵將)]였다. 그 바라문은 마가다국 빈두사라왕에게서 한 마을을 얻어 봉읍(封邑)을 삼았으니 그 봉읍이 우루빈라 마을과 가까웠다. 그 바라문은 봉읍을 얻고 나서 다시 이름을 사나야나라 지었다. 제바[天]라는 또 다른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 바라문의 출생지는 가비라성이었다. 어떤 일을 경영하느라 점점 다가와 사나야나읍에 이르러, 얼마

동안 손님이 되었다. 이 때 제바 바라문은 다른 일을 경영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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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점차 보살이 머무는 숲에 이르렀는데 보살이 숲에서 큰 고행을 하는 것을 보고는 곧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분은 우리 나라 실달태자시다. 이제 이렇게 큰 고행을 하시는구나.”

그는 보살이 이렇게 고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뻤다.

그 때 보살은 그 제바바라문의 마음이 보살에게 향함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일렀다.

“대 바라문이여, 그대는 나를 위해 얼마의 음식을 마련하여 내 목숨을 살릴 수 있는가? 소두(小豆)국이나 콩ㆍ녹두ㆍ팥 국을 내가 먹게 하여 목숨을 이어가도록 하겠는가?”

그 바라문은 마음이 좁고 용렬해서 보는 것도 적고 아는 것도 적으며 넓고 큰 뜻이 없었으나 보시를 행하고자 이 말을 승낙하여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대성 태자여, 이런 음식을 제가 주선하겠습니다.”

그 바라문은 6년 동안을 날마다 이런 필요한 음식을 보살에게 공양하였고, 보살은 날마다 이 음식을 받아 법답게 먹고 목숨을 이었다. 그 때 보살은 다만 손바닥으로 날마다 이것을 받아 조금으로 목숨을 이었으니, 혹 팥국이나 붉은 팥 등이었다. 받아먹는 것이 적으니, 손바닥의 받는 분량에 따라 위에 말한 것과 같은 모든 콩즙을 먹었다.

보살은 이렇게 그 음식을 먹고 나서 몸이 수척하고 숨길이 약해져서 팔구십된 늙은이처럼 전혀 기력이 없고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보살의 골절과 뼈도 그러했다. 보살은 이렇게 적게 먹고 정근 고행하므로 신체와 피부가 모두 주름살뿐이었다. 마치 익지도 않은 박을 꼭지를 끊어 햇빛에 두면 볕에 쪼여 누렇게 시들어, 살이 마르고 껍질이 쭈그러지며 조각조각이 따로 떨어져 마른 두골과 같듯, 보살의 촉루(髑髏)도 이와 다름이 없었다. 보살은 적게

먹었기 때문에 그 두 눈동자가 깊이 쑥 들어갔다. 마치 우물 밑의 물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보살의 두 눈도 보려고 해야 겨우 나타났다. 또 보살이 적게 먹었기 때문에 양옆의 늑골이 서로 멀리 떨어져 오직 껍질이 싸고 있을 뿐 마치 마구간이나 양의 움막 위에 서까래가 붙어 있듯 했다.

그 때 그 마을의 모든 양몰이꾼, 소몰이꾼, 말몰이꾼들이 그 숲에 가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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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이렇게 고행하는 것을 보고, 각각 크게 기뻐하며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항상 보살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다.

 

 

 

 

 

불본행집경 제2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0. 정진고행품 ②

그 때 정반대왕은 한창 무르녹은 봄철이 이르자 유희하며 구경하였다. 모든 동산 숲에 가지와 잎이 새로 돋고 온갖 풀은 많은 꽃이 피어 청정하게 장엄되어 동산에 가득 찼다. 거위ㆍ기러기ㆍ오리ㆍ따오기와 원앙새가 모든 못에 가득 찼으며 나무 위에는 다시 앵무조와 구욕새와 구시라와 공작이며 가릉빈가ㆍ명명새들이 저희들끼리 놀며 미묘한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 때 정반왕은 이런 소리들을 듣고 길이 탄식하여 눈물을 닦으며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내 아들 실달태자가 문득 나를 버린 지 어언 6년이 지났구나. 이미 그는 출가하여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아아, 내가 지금 홀로 이렇게 산들 무엇하겠는가. 실달태자를 보지 못하니, 여기서 모든 채녀들이 에워싸 밤낮으로 여러 음성을 짓고 공후와 비파와 거문고와 북과 부는 악기로 온갖 음악을 지어서, 내가 지금 가장 좋고 묘한 5욕락을 받는다 한들 무엇하겠는가. 내 아들은 어인 일로 혼자 사람들도 없는 저 산숲과 광야에서 갖가지

들짐승들에게 둘러싸이고 호랑이와 사자와 흰 코끼리 등 일체 짐승에 둘러싸여 사는가. 또 모든 짐승들은 각각 발톱과 어금니로 서로 잔악하게 해치고 물어뜯어 먹는데 너는 거기 있으니 누가 알겠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감감하여 소식조차 없구나.”

정반왕의 마음은 이러한 기억과 근심 걱정으로 고민하느라 즐겁지 않았다.

그 때 보살은 우루빈라 촌락에서 고행을 행하매 몸이 수척하고 피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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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을 하고자 해도 힘에 겨워 몸을 이기지 못하여 서면 곧 땅에 쓰러졌다.

이 때 그곳 지거천(地居天)들은 이것을 보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보살이 장차 신명(身命)을 마치려 하는구나.”

마음속으로 근심 걱정을 하며 서로 전해 일렀다.

“실달태자는 이제 홀연히 목숨을 마치는구나.”

그 때 모든 지거천 무리 가운데 한 천자가 급히 정반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대왕의 아들 실달태자께서 4천하와 7보를 버리고 출가 입산하여 고행을 하더니, 이제 이미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 하늘 가운데 다른 한 지거천은 빨리 왕의 처소에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왕자 실달은 아직은 목숨을 마치지 않고 있으나 남은 목숨은 7일에 지나지 못할 것입니다.”

정반대왕은 그 천자들의 이런 말을 듣고 태자를 생각하는 까닭에 근심걱정으로 고민이 마음을 핍박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아아 슬프도다. 내 아들아, 어찌 홀로 빈 숲에서 죽는가. 사람의 몸을 받았으나 5욕락을 누리지 못하고 또 위없는 법의 맛을 증득하지 못하고서…….”

이렇게 말하자 몸과 마음이 혼미하여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

이 때 정반왕의 모든 석가종족들은 이 소리를 듣고 다 정반왕궁에 모여 왕의 마음을 위안하며 이런 말을 하였다.

“대왕이시여, 이렇게 고민하지 마소서. 또 대왕께서는 지금 몸이 매우 수척하시니 이 일로 목숨을 마치도록 하지 마소서.”

정반왕은 말하였다.

“지금 이 가비라성 안에 나의 친족과 권속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가?”

그들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금 석가족의 총수는 모두 9만 9천이옵니다.”

왕은 또 이렇게 말했다.

“그대 권속들은 내 목숨을 보전케 하려거든 빨리 내 실달태자가 있는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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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내라.”

이 때 모든 석가종들은 함께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대왕이여, 이 대지(大地)와 모든 삼림이나 철위산이나 큰 바다와 수미산을 한 손으로 들어 다른 곳에 던질 수는 있을 지는 모르오나, 실달태자는 번뇌가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만약 일체 천상이나 인간들이 다 모이더라도 그를 집에 돌아오게 할 수 없는 줄 아뢰나이다.”

그 때 석가족 국사(國師)의 아들 우타이가 정반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소신이 이제 실달태자가 출가한 곳에 가서 그의 마음을 달래 환궁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그 국사의 아들에게 대답했다.

“착하다 우타이여, 그대는 태자에게 가서 혹시 태자가 너의 말을 듣거든 그와 함께 빨리 돌아 오라. 만약에 태자가 오려 하지 않을 때는 너는 영영 내 얼굴을 보지 말라. 무슨 까닭이냐, 네가 이런 말을 해서 내 마음을 풀었으나 만약 아들이 오지 않고 내가 너의 얼굴을 보게 되면, 기대했던 터라 내 걱정과 근심이 갑절이나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국사의 아들 우타이는 수레를 꾸며 가비라성을 나와 바로 그 우루빈라 촌락 니련하 가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우타이는 멀리서 교진여 등 다섯 명이 거기 있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곧 교진여에게 물었다.

“인자 교진여여, 실달태자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교진여는 대답했다.

“실달다 태자님께서는 지금 저 숲에 들어가 고행을 닦고 계시나이다.”

우타이는 거듭 물었다.

“그리고 친히 모시고 있는 이의 이름은 누구라 하나이까?”

교진여는 대답했다.

“그대 우타이여,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이름은 아사유시(阿奢踰時)[수나라 말로는 조마(調馬)]입니다.”

우타이는 곧 아사유시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아사유시여, 그대는 태자께 나아가 내 말대로 전하소서. 부왕의 사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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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와서 뵈옵고자 하노라고.”

그 때 아사유시는 우타이에게 대답했다.

“나는 참으로 감히 태자께 이런 말을 전할 수 없나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태자께서는 이미 6년을 고행하셨는데, 출가하고서부터 한 번도 얼굴을 출생지인 가비라성으로 향해 앉으신 일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생(生)의 걱정을 싫어하시기 때문입니다. 우타이 당신이 직접 숲에 들어가 태자를 뵙고 부왕이 시킨 말을 하소서.”

우타이가 스스로 숲에 들어가 본즉, 보살은 땅 위에 누워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거룩한 빛이 없이 흙빛과 같으며 몸이 야위어 살이 없고 오직 뼈와 껍질이 몸을 싸고 있을 뿐인데, 눈은 움푹 파여 우물 속의 별과 같고, 온몸이 굽고 꺾여 마디마디가 어그러진 채였다. 우타이는 보살의 이런 몸의 형상을 보고 두 손을 들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아 슬프다. 우리 석가족의 아드님이여, 오늘 문득 이러한 액난에 이르셨구나. 본시 그렇게 단정하고 어여쁘며 그렇게 묘했던 빛이 이제 이런 몸이 되어 흙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시 해탈의 안락을 얻지 못하고 한갓 이런 묘한 몸만 해치셨습니다.”

그 때 보살은 우타이가 부르짖는 말을 듣고 물었다.

“네가 누구기에 속마음으로 이렇게 근심 걱정하며 오뇌하고 불에 타는 것처럼 울며 말하는가?”

우타이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태자님의 본국 국사의 아들 우타이가 곧 이 몸이올시다. 태자의 부왕이신 정반대왕께서 저를 시켜, 여기 와 태자님을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보살은 대답했다.

“너 우타이여, 내게는 지금 이런 번뇌의 사신은 필요가 없고 오직 열반의 사신을 얻고자 한다. 부왕의 이 생사 사신은 원하지 않노라.”

우타이는 거듭 아뢰었다.

“대성태자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어떤 서원을 그렇게 견고하게 세우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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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다.

“오직 원하건대 내 몸이 이 땅에서 깨지고 부서져 마치 오마(烏麻)처럼 흰 가루나 미세한 티끌같이 되더라도, 스스로 이익되고 남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면 끝내 그 정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내 지금 몸과 마음의 서원은 이러 하노라.”

우타이는 또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소신은 태자의 부왕 앞에서 이런 맹세를 받았습니다. 저더러 반드시 태자와 함께 성에 들어오라고. 오늘 태자께서 만약 이런 은중한 서원으로 진실로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얻지 못하면 목숨을 마치겠다 하시더라도, 제가 어찌 감히 태자님을 놓아두고 본래 맹세를 어기고 무슨 면목으로 헛되이 가비라성에 들어가겠습니까?”

보살은 다시 우타이에게 일렀다.

“그대 우타이여, 내 이제 이 고행하는 곳에서 진실로 자리(自利)를 얻지 못하고 중도에서 목숨을 마치거든, 그대 우타이는 내 시체를 가지고 본래 나오던 문으로 메고 가비라성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그대는 또 나를 위하여 일체 가비라성 안팎의 인민들에게 이렇게 말하라. ‘이는 그 정진하던 사람으로 두말 하지 않는 이요, 서원을 세워 마음을 바로 하고 뜻을 바로 하던 해골의 몸이다.’

그대 우타이여, 다시 또 나를 위하여 나의 부왕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여라.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자께서는 처음부터 부지런히 정진을 한 까닭에 이제 목숨을 마친 것이지 게으른 탓이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지금 목숨을 마쳤으며 이는 거짓말이 아니옵니다’

그대 우타이여, 이제 그건 그렇고 나는 홀로 이 숲에서 밤에 이런 꿈을 꾸었노라. 한량없는 천자들이 나에게 와서 내 발에 정례하고 말하기를 ‘실달태자여, 당신은 이제 기뻐하소서. 지금부터 7일 안에 당신은 반드시 가장 큰 이익을 성취할 것입니다’라고 했느니라. 그대 우타이여, 내가 얻은 이 꿈은 마침내 헛되지 않으리라. 그대 우타이여,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나는 그대와 벗할 수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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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이는 보살의 이런 맹세를 듣고 그에게 더 이상 바랄 마음이 없어, 곧 그가 앉은 숲에서 홀로 나와 가비라성으로 돌아갔다.

정반왕을 뵈옵고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왕자 실달다께서는 편안히 용맹정진하면서 죽지 않고 살아 계십니다.”

정반왕은 말했다.

“지금 우리 태자가 편안하고 죽지 않았다면 내 다시 무슨 근심이 있으랴.”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그 때 욕계(欲界)의 마왕(魔王) 파순은 보살을 요란케 하고자 6년 고행하는 동안 항상 보살의 좌우에 가까이 붙어 다니며 가는 터럭만한 허물이라도 틈을 엿보아 찾아내려 하였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아란야 처소는 정미롭고 좋아라.

나무와 숲은 매우 볼 만하도다.

우루빈라 촌락의 동쪽 땅이요,

니련선하 언덕 곁에 있도다.

그곳을 가려서 땅을 얻고서

서원도 굳건히 가부좌를 맺었네.

크게 정진하려는 용맹한 마음을 내어

내 이제 꼭 해탈을 얻겠다 하였네.

마왕 파순이 거기에 와서

거짓 아름다운 말로 아뢰었네.

부디 당신의 수명을 길게 누리소서

수명이 길어야 법을 행할 수 있으리다.

수명이 길어야 자리(自利)를 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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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얻은 뒤에야 후회도 없네.

당신은 지금 몸이 매우 수척해

목숨이 다할 날이 오래지 않으리.

진실로 당신은 이제 죽을 것이 천 분(千分)인데

복덕을 닦으면 살 희망이 1분(分)은 있으리.

다만 보시를 많이 하고 하늘을 받들고

모든 불귀신에게 제사 드리라.

그러면 혹 큰 공덕을 얻으리니

선정을 닦아 무엇에 쓰려는가?

뛰어난 출가도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워

자기 마음을 조복하기도 쉽지 않다네.

마왕은 이렇듯 보살을 향하여

갖가지 말로 부추겼지만

보살은 그 때 미묘한 말과 음성으로

공교하고 은밀하게 그에게 답했네.

파순아, 착하지 않다. 너는 방일하여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세간에 다니는구나.

너에게서는 이 복덕의 마음을

티끌만치도 찾아 볼 수 없구나.

복덕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나는 죽음의 고통을 생과 같이 보아

참으로 한 생각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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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든 중생이 다 멸해 없어져도

내 마음은 잠시도 돌리지 않는다.

이제 욕해(欲海)에 큰 다리를 놓으려

용맹히 정근해 범행을 닦는다.

그러므로 천하에 풍재(風災)가 일면

모든 물줄기가 마르는데

하물며 몸 안에 있는 진액과 피와

그 즙[汁]이 어찌 마르지 아니하랴.

기름과 뇌수와 윤택이 먼저 마르고

그런 뒤에 가죽과 살이 따라 마르며

살이 꺼지고 껍질만 남아 기력이 적어야

마음과 뜻이 적정을 얻으리.

일체의 정진을 더욱 기르는 사람이라야

오직 삼매의 문에 들어 가나니

내 이제 이것을 행하고자 할 때는

그 뛰어난 깨달음의 곳을 가고자 하나니.

그러므로 이 신명을 아끼지 않노니

너는 나의 청정한 마음을 알라.

내 마음에 이제 이런 지극한 정성 있어

지혜로 장엄해 매우 견고하노라.

세간의 어떤 사람도

나의 이 정진을 끊지 못하리라.

내 차라리 죽음으로 목숨을 빼앗길지라도

오래 집에 머물며 살 필요가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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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는 차라리 싸워 죽을지언정

마침내 남에게 항복하고 살아 남지 않으리.

명장은 이미 남을 항복 받으리니

또 다시 무엇을 두려워하랴.

힘센 이만이 모든 원적을 깨뜨리나니

내 오래잖아 너를 항복 받으리.

너희 군사 중 제일은 탐욕이요

기뻐하지 않음이 두 번째 이름이라.

셋째는 주리고 목마르고 춥고 더움이요

애착은 넷째 군사이며

다섯째는 졸음과 잠자는 것이요

여섯째는 놀라고 두려워함이라.

의혹이 일곱째 군사요

진에와 분노는 여덟째 군사

이익을 다투고 명예를 시샘함은 아홉째요

어리석고 무지함은 열째 군사일세.

스스로 자랑해 높은 척 함이 열한째 군사요

항상 남을 허는 것이 열두째다.

파순아, 너희들 권속이 그러하거니

군마가 모두 다 어두운 데로 다닌다.

이 악행에 떨어지는 이는

저 사문과 바라문들이다.

너희 군사는 항상 세간에 다니면서

일체의 하늘과 인간을 미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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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제 너희 군마를 보고

묘한 지혜의 엄한 군사로

남김 없이 모두 다 항복받아

너희 많은 군사떼를 쳐부수리라.

마치 물이 날기와를 망가뜨리듯이

너희 군사를 녹여 흩어버리리.

내 마음 바른 생각 산같이 편안하고

지혜 방편이 다 성취되어

방일한 마음 없이 행하고 행하거니

너 어찌 나에게서 흠을 찾아 낼 수 있으랴.’

 

이 때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어떤 사문과 바라문이 과거세에 자리(自利)를 구한 까닭에 큰 괴로움을 받아 마음이 기쁘지 않으며 혹은 몸과 마음이 모두 기쁘지 않았다. 그 모든 사문과 바라문이 받은 것은 괴로움에 지나지 않았으니, 내 이제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까닭에 몸과 뜻과 마음이 기쁘지 않은 괴로움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세에 모든 사문과 바라문이 자리를 위한 까닭에 몸과 마음에 일체 괴로움을 받을 때에도 이에 지나지 않으니, 내 이제 자신의 이익을 구하

는 까닭에 몸과 마음에 괴로움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직 상인(上人)의 법을 증득하지 못하고 지견(知見)을 얻지 못하고 증익(增益)을 증득하지 못하고서 다시 무슨 도(道)로 보리를 취할 것인가?’

보살은 다시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생각하건대 지난날 부왕의 궁내에 있으며 밭가는 것을 보았을 때, 한 서늘한 염부수 그늘을 만나면서 그 그늘 밑에 앉아 모든 욕으로 물든 마음을 버리고 일체 착하지 않은 법을 싫어하고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켜 적정을 즐겨 큰 기쁨을 내고 초선(初禪)을 증득하였었다. 나는 이제 다시 그 선정을 생각하리라. 이 길이 바로 보리로 향하는 길이로다.’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고서 법답게 바로 관하여 일심으로 그 적정에 들었

으며 이 길을 통해 보리에 이르기를 바랐다.

곧 게송을 읊었다.

이 법은 이미 욕을 여읨도 아니요

바로 보리에 나아감도 아니며

또 해탈의 뛰어난 원인도 아니라,

다만 몸과 마음의 괴로운 근본이로다.

만약 내 지금 닦아 배우려 하면

옛날 밭갈이를 볼 때와 같이

염부수 그늘에 앉아

물듦을 여의고 4선정을 증득하리라.

그 때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 즐거움이란 오직 모든 욕과 착하지 않은 법을 멀리 여의는 것인데 나는 이제까지 어찌 그 낙(樂)을 알지 못했는가. 나는 이제 그 낙을 증득하기 때문에 일체의 지견(知見)을 성취하리로다.’

보살은 다시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견의 낙을 성취하려면 마땅히 즐거움을 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위고 기력이 없으니, 어찌 몸이 수척해 힘이 없이 그 낙을 얻으랴. 나는 이제 몸의 힘을 차리기 위해 삶은 콩이나 보리떡이나 보리 가루 같은 거친 음식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기름이나 소(酥)를 이 몸에 바른 뒤에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해야겠다.’

그 때 보살은 시자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제바여, 나는 이제부터 다시는 전과 같은 음식으로 목숨을 이을 수 없노라. 나는 이 음식보다 나은 것을 구하여 먹고자 하노라. 보리 가루나 보리떡이나 삶은 콩을 먹으며 혹은 우유나 기름을 몸에 바르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자 하나니 그대는 나를 위해 이런 것을 주선할 수 있는가?”

그 때 제바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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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이러한 여러 가지가 없습니다. 또 저는 집이 가난하여 이런 물건들을 감당할 형편이 못 될 뿐더러, 저는 당신에게 공양하고자 해도 갑자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서원을 세우시면 제가 당신을 위하여 방편으로 구해 보겠습니다.”

보살은 물었다.

“그대는 지금 나에게 어떤 맹세를 하라 하는가?”

제바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만약 당신께서 고행을 다하고 마음의 소원이 원만히 이루어지면 그 때 법을 나누어주소서. 또 저의 집에 이르러 저의 음식을 받으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대의 소원대로 하리라.”

그 때 제바바라문은 보살의 이런 인가를 듣고서 곧 보살에게 하직하고 갔다.

그는 사나야나바라문 집에 가서 그 바라문에게 말했다.

“당신께서는 법다운 행을 좋아하십니까? 지금 이 촌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사문이 큰 고행을 하고 있는데. 그는 먹지 않은 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밥ㆍ보리 가루ㆍ떡ㆍ우유ㆍ기름ㆍ꿀ㆍ삶은 콩 등을 먹고자 하며, 몸에 기름을 바르고 아울러 목욕을 하고자 하오니 당신께서 그에게 이것을 주선해 주소서.”

그 때 군장(軍將) 사나야나바라문의 집에는 두 딸이 있었는데 첫째는 난타(難陀)[수나라 말로는 희(喜)]라 하고 둘째는 바라(婆羅)[수나라 말로는 역(力)]라 했다. 그 두 여자는 매우 단정하고 어여쁘기 비길 데 없어 이 세간에는 짝이 적었다.

그들 두 여자는 전에 들은 말이 있었다.

여기서 북쪽으로 설산(雪山) 밑에 가비라바소도라는 석가족 성읍이 하나 있었다. 그 성 안에 정반이라는 석가족 왕이 있는데 그 왕의 첫째 부인은 마야라 하였다. 그 부인이 태자를 하나 낳았는데 매우 단정하고 훌륭하며 특별하고 용모가 비상하였다. 몸은 황금색이며 정수리는 일산같이 둥글고 코가 앵무 같고 팔이 길어 무릎을 지나며 모든 신체가 바르고 모든 근이 충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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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금상(金象)과 같았다. 32가지 대인상(大人相)이 구족하여 그 몸을 장엄하고 두루 80종호가 원만하며 그 태자가 태어나자 상사(相師)바라문들이 점을 치고 수기해 말하였다.

‘이 태자는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리고 큰 지주(地主)가 될 것이며 이 때 7보가 구족하여 바른 법으로 세간을 다스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버리고 출가하면 반드시 다타아가도 아라가 삼먁삼불타를 이루어 이름이 멀리 퍼지리라’

그 두 여자는 이런 말을 듣고서 아버지께 이렇게 아뢴 적이 있었다.

“지금 들은 바 이렇게 석가족의 아들이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다 하오니 그 태자는 우리 남편이 됨 직하나이다.”

그 때 군장 사나야나는 제바바라문에게서 보살의 이 소식을 전해 듣고서 두 딸에게 말하였다.

“너희 자매들은 마음에 원하는 것이 성취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너희들은 지금 빨리 저 가장 큰 사문이 고행하는 곳에 가라. 그리고 너희들은 거기 가서 그 사문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존중히 공양하기를 청하고 ,기름과 우유를 받들어 몸에 바르고 난 뒤에 따로 따뜻한 물로 목욕해 드려라. 그러면 이런 인연으로 뒤에 응당 너희들 마음의 소원을 성취하게 되리라.”

그 때 군장의 두 딸은 아버지의 이런 명령을 듣고서, 집에 항상 있는 음식과 기름ㆍ우유를 가지고 보살이 고행하는 곳에 이르러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가지고 간 음식을 보살에게 받들어 올리며 이런 말을 했다.

“크게 어지신 존자여, 원하옵건대 제가 바치는 이 음식을 받으시옵소서.”

그 때 보살은 그 두 여자에게서 밥을 받아 마음대로 들고 우유와 기름을 몸에 바른 뒤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였다. 보살이 그 기름과 우유를 몸에 바르고 문지르자 각각 털구멍을 따라 모두 몸 안에 들어갔다. 마치 흙무더기나 성근 모래에 우유와 기름을 뿌리면 다 스며들고 나타나지 않듯, 이렇게 보살의 몸에 바른 우유와 기름은 모두 다 들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살은 이래도 아직 본 형상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그 때 보살은 밥을 먹고 나서 두 딸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대 자매들은 이 공덕에 의해 무슨 원을 구하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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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두 여자는 보살에게 아뢰었다.

“크게 착한 존자여, 저희들은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 석가족이 태자를 한 분 낳았는데 어여쁘고 단정하여 세상에 짝이 없다고. 우리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삼기를 원하나이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대 자매들아, 내가 바로 그 석가족의 태자이니라. 나는 지금부터 5욕락을 받지 않으며 미래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위 는 법바퀴를 굴리기 원하노라.”

그 때 자매 두 사람은 이 말을 듣고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어지신 이여, 이 일이 정말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실 것입니다. 성취하신 후에 저희 집에 오셔서 저희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존자의 성문 제자가 되겠나이다.”

보살은 다시 그 여자들에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너희들 자매 두 사람의 소원대로 되리라.”

이 날 이후로 그 두 여자는 날마다 음식을 보살에게 보내드리며 또 우유와 기름도 가져왔다. 먼저 보살의 몸에 바른 뒤에 따로 따뜻한 물을 가지고 보살의 몸을 씻어서 점점 보살의 본래 장엄한 모습이 나타나도록 하였다.

그 때 보살은 두 여자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대 자매들은 지금부터 다른 생각을 내지 말고 몸을 쉬는 법으로서 나에게 음식을 보내기만 하라. 무엇 때문인가. 나는 이제부터 여인의 육체와 서로 부딪치는 일이라고는 있을 수 없다. 내 뜻이 즐겁지 않고 내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이 때 양치는 아이가 하나가, 고행 때문에 보살의 몸이 매우 야윈 것을 보았다. 양치는 아이는 보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애써 정진하는 것을 보고 보살에게 크게 기쁨을 내어 꿇어앉아 아뢰었다.

“대성 존자여, 제가 이제 마음으로 존자님을 섬기고 공양 존중하고자 하오니 존자께서는 받으시겠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만약 때를 알거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그렇게 하여 일찍 주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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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양치는 아이는 보살을 위하여 양젖을 몸에 바르고 문지르고, 보살에게 바쳐 자시게 했으며 또 보살을 위해 니구다나무 큰 가지를 꺾어서 땅 위에 꽂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그 때 그 꺾여진 니구다 가지는 보살의 위신력으로 곧 땅에서 살아났고 다시 가지와 줄기며 잎과 꽃과 열매들이 나서 모두 구족했다. 그 때 사람들은 그 나무를 ‘양치는 아이가 심은 니구다 나무’라고 불렀다.

보살이 거친 음식을 먹을 때 보살을 따르던 다섯 선인(仙人)들은 서로 말하였다.

“실달태자는 이미 선정(禪定)을 잃고 본성(本性)으로 돌아갔으니 하물며 계를 잃지 않았겠는가. 그는 이제 게으른 사람이 되었고 적정을 얻지 못하며 마음에 혼란을 내는구나.”

그들은 이렇게 헤아리고서 보살에게 싫은 마음과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 보살을 버리고 떠나 다른 데로 가서 점점 파라나국에 이르러 녹야원에 들어가 선정을 닦았다.

고행하는 다섯 선인들은

보살이 거친 음식 먹는 것을 보고

선정의 행이 없고 방일하여

5대(大)의 몸만 기른다고 말하네.

 

30. 향보리수품(向菩提樹品) ①

그 때 보살은 거친 음식을 구해서 다만 몸에 조금 기력을 얻으려 하였을 뿐이었다. 그럴 무렵에 그 선생(善生)이란 촌 장자의 딸은 처음 보살을 보고 나서 그 날부터 보살을 위하여 보시를 하고자, 익은 음식과 그릇을 마련하여 보시하였다. 혹은 해가 돋기 전에 사문이나 바라문이 걸식하러 오는 것을 보면 비는 대로 익은 음식과 그릇을 다 보시하고 마음으로 이런 원을 내었다.

“이 음식을 보시하는 공덕이 저 석가족 태자께 돌려 베풀어져 고행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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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되어 모든 신통을 속히 얻고 묘한 보리과를 속히 성취하여 그 고행의 소원대로 다 구족히 이루어지기를 원하나이다.”

이렇게 음식과 그릇을 보시하면서 6년이 지났다.

그 때 보살은 6년이 차고 2월 16일에 이르러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이런 음식을 먹고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다시 누구에게서 맛있고 좋은 음식을 구할 것인가? 누가 나에게 그 맛있는 음식을 먹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할 것인가?’

보살이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할 때 한 천자가 보살의 이런 생각을 알고 급히 선생 촌주의 두 딸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들 선생의 딸이여, 그대들은 때를 알거든 보살께서 지금 가장 좋은 음식을 구하고자 하며 보살께서는 지금 최상의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 그대들은 지금 그를 위해서 그 16분 묘하고 좋은 우유죽을 준비하라.”

이 때 선생 촌주의 두 딸은 그 천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온몸 가득 기쁨에 차서 뛰며 어쩔 줄을 몰랐다. 급히 천여 마리의 암소를 모아 젖을 짜서 5백 마리 암소에게 먹이고, 다른날 이 5백 마리 소젖을 짜서 또 250마리 암소에게 먹이고, 뒷날 250마리 암소 젖을 짜 가지고 도로 125마리 암소에게 먹이고, 다음날 이 125마리 암소 젖을 짜 가지고 60마리 소에게 먹이고, 다음날 또 60마리 암소 젖을 짜 가지고 30마리 소에게 먹

이고, 다음날 이 15마리의 소젖을 짜서 한몫 깨끗하고 좋은 찹살을 넣어 보살을 위하여 우유죽을 끓였다.

그 딸들이 우유죽을 끓일 때 갖가지 모양이 나타났으니, 꽃이 가득한 병의 모양이 나고 혹은 공덕 하수(河水)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만자(卍字)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공덕 천복의 바퀴상이 나타나고 혹은 큰 소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코끼리왕ㆍ용왕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물고기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대장부의 상이 나타나고, 혹은 제석천왕의 형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 범천왕의 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혹은 도로 우유죽이 나타나서 끓어올라 위로 반다라

수까지 이르렀다 잠깐 사이에 내려오며 혹은 우유죽이 위로 1다라수 길이로 솟았다가 도로 내려오며 혹은 키 큰 사람 하나 높이로 솟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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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나타냈다가 도로 그 그릇에 들어가되 한 방울도 그릇에서 떠나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았다.

우유죽을 끓일 때, 따로 바다[海]산수를 잘 아는 점치는 상사(相師)가 그곳에 이르러 그 우유죽에서 이렇게 가지가지 상모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점을 쳐보고서 이런 말을 했다.

“희유하고 희유하도다. 누가 이 우유죽을 먹을지, 그 사람이 먹고 나서 오래지 않아 감로(甘露)의 묘약을 증득하리라.”

보살은 2월 23일 이른 아침에 가사를 갖추어 입고 우루빈라 촌락으로 나가 걸식하면서 점점 난제가 촌에 이르러 그 촌주 바라문의 대문 밖에 묵묵히 서서 밥을 빌고자 했다.

그 때 그 촌주의 딸은 문 밖에서 보살이 말없이 밥을 구하는 것을 보고 금발우[金鉢]에 꿀을 탄 우유죽을 가득 담아 가지고 손수 받들어 보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부디 이 발우에 담긴, 꿀을 탄 저의 우유죽을 받으소서.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그 때 보살은 그 우유죽이 꿀로 맛을 낸 것인 줄을 알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좋은 봉창(封瘡)의 약을 얻었도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정진의 행을 굳세게 하여 감로의 정법을 증득해야겠다. 또 나는 오래도록 이 법의 몸과 이 법의 행을 잃었도다. 오늘 길을 내기 위하여 나는 이제 이 서원의 상을 내고 이 뜻을 냈다. 나는 오늘 꿀을 탄 공덕의 우유죽을 때에 맞추어 받았다. 덩어리로 된 단식(摶食)의 음식을 법에 따라 먹고서 나는 꼭 죽음의 귀계(鬼界)를 건너 죽음 귀신의 군사 무리를 항복 받아 저 언덕에 건너가

리라.’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그 우유죽을 받고 선생 촌주 딸에게 물었다.

“어진 누이여, 내가 이 우유죽을 먹고 난 뒤에 이 발우를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가?”

그 선생 촌주 딸은 말했다.

“당신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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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말했다.

“나는 이런 그릇이 쓸데가 없노라.”

선생의 딸은 말했다.

“당신 마음대로 생각해 쓰소서. 또 저는 이제껏 다른 이에게 음식을 보시할 적에 항상 그릇도 갖추어 보시했나이다.”

그 때 보살은 그 음식을 받고 우루빈라 마을에서 생각을 바로 하고 나와 조용히 걸어 점점 니련하 가에 이르렀다. 강가에 이르자 얻은 음식을 가지고 한 쪽 깨끗한 곳에 놓고서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여 몸의 열기(熱氣)를 덜었다. 보살이 몸을 씻을 때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하늘의 갖가지 미묘한 가루향을 빗물에 섞어서 갖가지로 물 위에 비처럼 내렸다. 그 때 그 니련하에는 여러 가지 가루향과 온갖 꽃이 물 위에 가득 섞여 흘렀다.

보살은 그 물에 목욕을 하고 나서 가사를 물에 빨아 말려 입고 그 물을 건너려 하였으나, 물결이 급하고 빠른 데다 몸이 쇠약하여 건너갈 수 없었다. 게다가 6년이나 정근하고 고행하였으므로 몸의 힘이 약하여 강을 건널 수 없었다.

이 때 그 강에 알수나(頞誰那)[수나라 말로는 금자(今者)]라는 큰 나무가 있었는데 가구파(柯俱婆)[수나라 말로는 소봉(小峯)]라는 나무신이 그 나무를 의지해 머물렀다.

그 수신(樹神)이 모든 영락으로 장엄한 팔로 보살을 인도하자 보살은 그 수신의 손을 잡고 물을 건넜다.

보살이 목욕한 강의 향수(香水)를 모든 하늘들은 각각 나누어 가지고 자기 궁전으로 돌아가서, 공덕의 길상수(吉祥水)였기 때문에 궁전에 뿌렸다.

이 때 니련하의 주인인 니련다야(尼連茶耶)[수나라 말로는 불료(不寮)]라는 용녀(龍女)가 땅 속에서 솟아나 손에 장엄한 하늘의 묘한 전제(筌提)를 들어 보살에게 드렸다. 보살은 그것을 받아 그 위에 앉아 촌주의 딸이 바친 우유죽을 들고 마음껏 배부르게 다 먹었다.

보살은 그 우유죽을 다 먹고 과거세에 보시한 복업의 힘으로 몸의 모습이 옛과 같이 회복되어 단정하고 훌륭하며 원만하고 구족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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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보살이 우유죽을 자시고 나서 금 발우를 물에 던지자 바다 용왕은 크게 희유하다는 마음과 특별하다는 마음을 내었다. 보살이 다시 세상에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에, 금 그릇을 가지고 공양하고자 자기 궁중으로 향하려 했다.

이 때 제석천왕이 자기 몸을 금시조로 변화시키고 금강(金剛) 부리를 지어 용왕에게서 금 발우를 빼앗아 가지고 도리천궁 33천에 이르러 항상 스스로 공양하였으며, 지금도 그곳 33천에는 명절을 세워 ‘보살의 금 발우를 공양하는 날’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보살은 우유죽을 자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걸어 보리수 쪽으로 가자, 그 용녀는 전제(筌提)를 도로 걷어 가지고 자기 궁으로 들어가 공양했다.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법답게 우유죽을 자셨으니

이는 선생녀(善生女)가 바친 것이었네.

먹고 나서 기뻐 보리수로 향하니

결정코 보리를 증득하려 하시네.

 

 

 

 

불본행집경 제2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0. 향보리수품 ②

이 때 보살은 강물에 목욕하고 우유죽[乳糜]을 자시고 나자 몸의 빛과 거동이 본래대로 회복되고 위력이 자재하여 보리수 쪽으로 조용히 걸어 가셨다.

그 때 이런 걸음은 옛날 모든 보살들의 걸음걸이와 같았다. 점점 조복되고 유순하여 기쁜 마음으로 걸었으므로 오는 이마다 보시하며, 가는 걸음이 편안히 안정되어 수미산왕처럼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며, 두려움 없이 걸으며 탁하고 어지러움 없이 걸으며, 마음으로 족한 줄 알고 걸었다. 급하게 걷지도 느리게 걷지도 않으며, 자빠지지 않게 걸으며 두 발이 어긋나지 않게 바로 걸으며 두 발이 부딪치지 않게 걸으며 별같이 빠르지 않게 걸으며 몸을 흔들지 않고

걸었다. 편안하게 걸으며 청정하게 걸으며 정묘롭게 걸으며 근심과 해됨 없이 걸었다. 사자왕같이, 용왕같이, 큰 우왕(牛王)같이, 기러기 왕같이, 코끼리왕같이 걸었다. 겁없이 의심이나 막힘 없이 걸으며 괴이함과 그릇됨 없이 걸으며 넓고 너그럽게 걸으며 나라연처럼 걸었다. 땅에 부딪치지 않고 걸으며 천복 바퀴 무늬가 땅에 닿게 걸으며 다리와 발가락에 그물 무늬 발톱이 적동색(赤銅色)으로 윤이 나게 걸었다. 온 대지가 흔들리도록 걸으니 그 소리는 마

치 큰 산골에 메아리 울리듯 하였다. 걸어갈 때 구덩이가 있어도 모두 다 메워져서 자연스레 걸으며, 땅 위의 모든 흙과 자갈을 다 제거하고 걸으며, 발 무늬에서 광명을 놓아 죄 지은 여러 중생에 부딪쳐도 움직임 없이 편안히 잘 걸으며, 걸음걸이가 청정하여 묘한 연꽃이 솟고 그 연꽃 대 위를 밟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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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청정한 선행을 했기 때문에 이런 걸음걸이를 얻었으며, 지난 옛적에 모든 부처님이 높은 사자좌에 앉으심을 받들어 걸었기에 마음이 견고하여 금강(金剛)과 같이 걸었다. 모든 갈래의 빽빽한 숲을 막아 버리고 당당하게 걸으며,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주기 위해 걸었다. 모든 마군의 깃발을 꺾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힘을 파괴하고 걸으며 일체 마기(魔氣)를 누르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위엄을 부수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업(業)을 깎아내고 걸으며,

일체 마의 무리를 흩어버리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세력을 떨어뜨리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행동을 없애버리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군사를 죽이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그물을 끊고 걸었다. 틀린 법을 행하는 모든 삿된 무리를 항복 받고 외도를 법답게 섭수하고 걸으며, 번뇌에 덮인 어둠을 밝게 비추면서 걸으며, 번뇌의 벗을 흩어버리면서 걸었다. 위력이 제석천ㆍ범천ㆍ대자재천ㆍ호세천의 위력을 능가해 두려움 없이 걸었다. 이 삼천대천세계에 오직 한 사람

만이 존귀하게 걸으며 남에게서 배우지 않고 스스로 도를 증득하여 분명히 걸었다. 일체 종지(種智)를 증득하려고 걸으며 생각을 바로 하고 뜻을 바로 하여 족함을 알고 바른 행을 행하고 걸었다. 생로병사를 멸하려고 걸으며, 미묘하고 가장 뛰어나고 두려움 없는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처소를 향해 열반성문(涅槃城門)에 들어가고자 걸었다. 보살은 이와 같은 걸음걸이로 그 보리수 쪽을 보고 걸었다.

이 때 보살은 또 ‘나는 이제 이 보리 도량에 이르렀으니 어떤 자리에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인가?’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스스로 풀 위에 앉을 것을 알았다.

이 때 정거천의 모든 천자들은 보살에게 아뢰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대성인자여, 과거의 모든 부처님 여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려면 다 풀자리를 깔고 앉아 정각을 성취하였습니다.” 그 때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누가 나에게 그런 풀을 줄 것인가?’

마음으로 생각하며 좌우 전후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 때 도리천의 제석천왕은 하늘의 지혜로 보살의 마음을 알고 나서 자기 몸을 풀베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보살의 오른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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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풀을 베었다.

그 풀은 녹색이었는데, 모양이 공작의 몸과 같이 부드럽고 매끄럽고 윤택이 있으며 손으로 만지면 마치 부드러운 가시가옷 같았다. 그 모양도 이러하여 빛이 묘하고 향기로우며 오른쪽으로 돌아 말려 있었다.

그 때 보살은 그 사람이 오른편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풀을 베고 있는 것을 보고 점차 그 사람 곁에 이르러 너그럽고 느릿하게 물었다.

“어질고 착한 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느뇨.”

그 사람은 대답했다.

“저의 이름은 길리(吉利)라고 하옵니다.”

보살은 그 사람의 이름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이제 자신의 길리(吉利)를 구하고 또 타인을 위하여 길리를 구하고자 하는데, 이 길리란 이름이 내 앞에 있으니 나는 이제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다시 이와 같은 미묘한 소리로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 말은 과거 모든 보살들의 미묘한 음성과 같이 진실한 말이며 헛되이 내는 말이 아니며 참되고 바른 말이었다. 청량한 소리ㆍ윤택한 소리ㆍ묘한 소리ㆍ기쁜 소리ㆍ들으면 섬겨 받드는 소리ㆍ들으면 어기지

않는 소리ㆍ들으면 흐르는 소리ㆍ자재하게 변화하는 소리ㆍ이끌어주는 소리 ㆍ더듬거리지 않는 소리ㆍ오므라들거나 끙끙 앓지 않는 소리ㆍ거칠거나 껄끄럽지 않은 소리 ㆍ양쪽으로 깨지지 않는 소리ㆍ부드럽고 미끄러운 소리ㆍ달고 담담하고 아름다운 소리ㆍ분명히 멀리 귀에 들어가는 소리ㆍ들으면 마음과 입과 뜻이 다 기쁜 소리ㆍ들으면 어리석고 성내고 다투고 노함이 제멸되어 모두 다 청정함을 얻는 소리ㆍ들으면 가라빈가새 같은 소리ㆍ명명새 같은 소리ㆍ우레처럼 은은한 소

리ㆍ모든 음악과 노래를 찬송하는 것 같은 소리ㆍ깊고 멀고 높은 소리ㆍ장애가 없는 소리ㆍ코로 내지 않는 소리ㆍ청정한 소리ㆍ진정한 소리ㆍ참말의 소리ㆍ범천왕과 같은 소리ㆍ바다의 파도 같은 소리ㆍ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ㆍ땅이 진동하는 소리ㆍ모든 천왕들이 찬탄하는 것 같은 소리ㆍ모든 아수라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소리ㆍ바닥을 모를 만큼 깊어서 그 밑을 모르고 마군의 힘을 끊는 소리ㆍ모든 외도를 항복받는 소리ㆍ사자의 소리ㆍ빠른 바람의 소리ㆍ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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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소리ㆍ구름이 갈리는 듯한 소리ㆍ시방 불찰토(佛刹土)에 이르는 소리ㆍ교화받는 모든 중생에게 이르는 소리ㆍ급하고 빠르거나 더디고 느리지 않은 소리ㆍ멎고 멈추지 않는 소리ㆍ결감(缺減)하지 않는 소리ㆍ탁하고 더럽지 않은 소리ㆍ일체를 합한 소리ㆍ모든 소리에 들어가는 소리ㆍ해탈하는 소리ㆍ얽힘이 없는 소리ㆍ염착이 없는 소리ㆍ말 뜻을 합한 소리ㆍ때 맞춰 하는 소리ㆍ때를 지나지 않은 소리ㆍ교묘히 8천만억의 법문을 푸는 소리ㆍ막힘이 없는 소리ㆍ그치거나 쉬지

않는 소리ㆍ모든 소리를 가려내는 소리ㆍ마음을 따라 모든 원을 이루는 소리ㆍ모든 안락을 내는 소리ㆍ모든 해탈을 나타내는 소리ㆍ모든 길을 유통하는 소리ㆍ대중 가운데서 말할 때 대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든 대중을 기쁘게 하는 소리ㆍ소리를 낼 때 모든 부처의 법을 따르는 소리를 내었다.

보살은 이러한 온갖 소리로 그 풀베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그대는 나에게 풀을 주겠는가?”

그 화인(化人)은 대답했다.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그 때 제석 화인은 곧 풀을 베어 보살에게 받들었는데 그 풀은 깨끗하고 묘하였다. 보살이 곧 그 풀 한 묶음을 손으로 받자 그 때 갑자기 땅이 6종으로 진동했다. 이 때 보살은 이 풀을 가지고 조용히 보리수 나무 아래로 향하였다.

보살이 풀을 가지고 갈 때 중도에서 문득 5백 마리 청작(靑雀)이 시방에서 따라와 보살을 오른쪽으로 세 번 빙 돌고 나서 보살을 따라 갔으며, 또 5백 마리 구시라새가 사방에서 날아와 전과 같이 에워쌌다. 또 공작 5백 마리가 왔고……흰 거위와 기러기 학과 백구와 가라빈가새와 명명새들이 각각 5백 마리씩 모여와 따라왔다. 어금니 여섯이 있는 흰 코끼리 5백 마리와 머리와 귀가 검고 꼬리가 붉어 길게 늘어진 흰말 5백 마리와 우왕(牛王) 5백

마리가 검은 구름 몰려오듯 줄지어 왔다.

이 때 또 5백의 동자와 5백의 동녀가 각각 갖가지 모든 묘한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5백의 천자와 5백의 천녀들이 5백의 보배 병에 향기로운 모든 꽃을 가득 담고 또 갖가지 향수를 담은 채, 잡는 사람도 없는데도 저절로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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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으로 갔다. 또 세간에 모든 길상한 일이 사방에서 구름과 비오듯 모여와서 각각 보살의 오른쪽에서 에워싸고 세 번을 돌고 나서 보살을 따라 갔다.

또 세간의 모든 나무와 일체 약초들은 보살이 걸을 때 뿌리부터 숙여 보살을 향했다. 또 사방에서 미묘하고 서늘하고 조화된 바람이 불어 모든 가리고 막힌 것을 씻어주었으며 구름과 안개가 없으며 연기도 없고 티끌도 없었으며 허공 위에는 또 한량없는 천 만의 모든 하늘들이, 보살이 보리수로 향해 갈 때 모두 따라가며, 모두 각각 온몸에 가득 기쁨이 차서 뛰며 어쩔 줄 몰라 부르짖고 혹은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갖가지 소리를 내고 하늘 옷과 보배 영락을

희롱하면서 외쳤다.

“이제 이 염부제에는 불 세존이 세상에 출현하신다.”

또 한량없는 정거천의 하늘들이 와서 보살의 좌ㆍ우ㆍ전ㆍ후에 있으면서 보살에게 정례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대성 존자여, 당신이 지나간 기나긴 밤에 항상 빌고 원한 것을 오늘 성취하십니다. 세간의 모든 하늘들은 당신을 위해 길상한 일을 지으며 당신에게 길상한 상을 지으며 또 당신이 마음에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할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보살 앞에 와서 보살이 보리수로 향할 때 따라 갔으며 보살이 보리수 아래 이르자 그 땅이 6종으로 진동하였다.

보살이 걸어갈 때 사자와 같이 걷고 용왕, 우왕(牛王), 흰 기러기와, 코끼리왕 같이 두려움 없이 가고 장애가 없이 가며 염착이 없이 가고 일체를 멸하고 털을 세우지 않고 가서 항복시킬 이가 없었다. 지난 옛날 착한 행실과 선정으로 진정하고 가장 뛰어나게 가며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여 모든 원수를 항복 받고 가며 이롭지 않은 것은 모두 끊고 가며 위없는 법보(法寶)를 취하고자 가며 위없는 낙을 취하고 섭수하고자 가며 가장 위인 적정을 취하고자

갔다.

걸어갈 때 땅 위의 모든 중생들은 땅이 진동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지거천(地居天)의 모든 하늘과 아수라며 일체 용과 모든 건달바와 모든 새들이며 네 발 달린 것들과 사람들이 모두 그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의심을 내어 곳곳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어떤 이상한 일이 있고 무슨 인연이 있기에 대지가 이렇게 들끓고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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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 1142] 쪽

빠지며 요동하느냐?”

이 때 그 땅에 한 용왕이 있었는데 이름을 가다(迦茶)[수나라 말로는 흑색(黑色)]라 했다. 용왕은 장수하여 여러 겁을 지나면서 지난 옛날 여러 부처님을 보아왔다.

그 용은 해와 달, 낮과 밤이 매우 길어서, 잠든 지 오래지 않아 대지가 움직임을 보고 또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 일어나 급히 자기 궁전에서 나와 사방을 두루 보았다.

가다용왕이 사방을 보니 자기 거처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한 보살이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 때 저 용왕이 이 보살에게 미리 나타난 서상(瑞相)을 보니 과거 모든 대보살이 발심하여 보리수 아래로 가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것을 보고 다시 의심할 것도 없이, 결정코 이 보살 대사(大士)는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을 알고 크게 기쁜 마음으로 게송을 읊으며 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위덕이 드높으신 큰 인자(仁者)여

내 일찍이 과거세에 모든 보살이

여기 온 것을 볼 때와 같이

당신도 이제 그러하여 다름이 없소.

이제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을 보니

의심할 여지없이 반드시 성불하리다.

세존의 걸음은 매우 조용하여

먼저 오른쪽 다리를 들어 움직이시네.

여러 곳을 보되 마음으로 자세히 보니

응당 결정코 부처 세존이 되시리.

당신은 이제 이 길상에게서

한 다발의 풀을 빌어 손에 드시고

정면으로 보리수로 향해 오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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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 1142] 쪽

결정코 이제 삼불타(三佛陁)를 지으시리라.

사방 여러 곳에 서늘한 바람이 일어

마치 우왕(牛王)이 메아리 짓듯하고

또 모든 새들도 날갯짓하며 따라와

전후 좌우 사방을 에워싸네.

세간의 먹구름 낮 밤이 어두워

무명의 어리석음 가리웠으니

당신은 장부(丈夫)를 성취한 뒤에

반드시 큰 광명을 넓게 비추리.

또 영특한 모든 짐승들이 오고

억만의 무리들이 앞뒤로 에워 싸

저 바퀴가 돌듯 오른쪽으로 구르니

당신은 이제 꼭 세존이 되리라.

또 코끼리와 말과 모든 축생과

모든 깃대와 꽃다발도 따르네.

별처럼 빠르게 보살께로 다가오니

결정코 불 세존 되심을 알겠소.

또 일체 정거천의 모든 하늘도

청정하게 장엄한 그 몸으로

당신에게 몸을 굽혀 정례하나니

당신은 결정코 불세존 됨을 알겠소.

당신은 이제 유루(有漏)의 마음으로

또 일체 번뇌에게 쫓겼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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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 1142] 쪽

이제 그 결혹(結惑)을 다 멸하고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이루리다.

당신은 이제 미묘한 법을 구족하여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고 불가사의합니다.

증득한 뒤 굽고 펴는 걸음도 너그러워

이러하니 내 마음에 의심이 없소.

당신은 이제 갖가지가 모두 법다워

말함이 최상이라 능가할 이 없고

일체 천상 인간에 같을 이 없으니

이러므로 내 마음에 의심이 없소.

흑색 용왕은 이와 같은 게송을 읊어 보살을 찬탄하고 마음이 크게 기뻐 한량없이 뛰놀다가, 보살 앞에서 합장하고 보살에게 정례하였다.

그 때 보살은 용왕에게 말하였다.

“크게 착한 용왕아, 그렇고 그렇다. 그대가 말한 대로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크게 착한 용왕아, 네 말과 같이

이것은 나의 정진을 늘리는 일이라.

내 이제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어

일체 세간에 짝할 이 없으리라.

그 밖에 본 대로 모든 장엄이

큰 길상의 상서로 나를 도우니

내 이제 이 번뇌 바다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저 언덕으로 건너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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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 1142] 쪽

그 때 흑색 용왕에게 금광(金光)이라는 비(妃)가 있었다. 그 용비는 한량없는 모든 용녀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였고, 그 손에 각각 묘한 향기 꽃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ㆍ여러 빛의 의복ㆍ보배 당번(幢幡)ㆍ일산ㆍ갖가지 영락을 들고 하늘 음악을 연주하였는데, 그 음악 가운데 갖가지 찬탄하는 소리를 지어 보살을 찬탄하면서 보살을 따라 갔다. 그 소리 가운데 이런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했다.

세존의 몸과 뜻은 우뚝하여 옮기지 않아

놀람 없고 두려움 없이 정주(定住)하시네.

기뻐 뛰놀며 모든 욕락 버리고

진에와 우치ㆍ간탐 모두 다 버리셨네.

존자는 세간 위해 의사가 되셨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정례합니다.

세간의 모든 번뇌 매우 두터워

그 얽힘 여의고 해탈할 이 없는데,

스스로 나와 남의 근(根)을 조복하여서

중생의 모든 독화살 뽑아 내고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의지처 되시고

세간의 어둠에 길잡이 되시네.

삼계의 등불인 당신 홀로 높으니

이러므로 우리들이 이제 정례합니다.

세존은 굴복시킬 자 없어

탐심과 진심 무명 다 끊으시네.

모든 번뇌 욕정도 다 여의시니

그러므로 내 이제 정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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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 1142] 쪽

번뇌의 가시가 중생의 마음 찔러도

아무도 그 가시를 빼내 줄 이 없건만

세존은 이제 큰 의사 되어

그들의 큰 고뇌를 치료하시고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의지처 되시고

인도할 분 없는 데 길잡이 되시네.

어두움이 삼계에 가득 찼는데

세존은 광명으로 널리 비추네.

내 이제 모든 하늘들 보건대

향과 꽃이 허공에 찼었네.

영락과 의상으로 춤을 춥니다.

내 이런 징조를 미리 보거니

짐작컨대 이 일은 헛됨이 없어

당신이 성불할 일 마음 기쁘오.

보리수 아래로 빨리 나아가시라.

그들 네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고

번뇌의 그물을 갈가리 찢어서

어서 빨리 위없는 열반을 이루소서.

마치 옛적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이

이곳에 이르러 정각을 이룬 것처럼

당신도 지금 여기 오셨으니

반드시 성불할 줄 내 알겠소.

세존께서 지난날 인행(因行)할 때에

행하고 행한 겁수(劫數) 몇 억만인데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정각을 취하고 진여 증득하기 바라셨네.

이제 그 때가 왔으니 멈추지 말고

빨리 가서 보리수 아래 앉으옵소서.

마음을 바로하여 보리수를 기대소서.

결정코 보리를 증득하리다.

이 때 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조용히 걸어서 보리수로 향하는 중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욕계(欲界) 안에는 저 마군의 왕 파순이 주인이 되어 마음대로 거느리니, 내 이제 마땅히 그에게 알리리라. 만약 그에게 알리지 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면 나는 대각(大覺)이라고 이름하지 못하리라. 왜냐 하면, 마왕 파순을 항복 받고 그를 섭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일체 욕계 모든 하늘과 그 마군들을 섭수하고 항복하려 함이로다. 마왕 궁전 가운데 또 한량없는 모든 마군의 권속은 지난 옛날에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다. 그러므로 나

의 사자후를 듣고 또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을 본다면 그들은 다 내 곁에 와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것이다.’

보살은 이 생각을 하자 미간(眉間)의 백호상 가운데서 광명을 놓았으니, ‘마군의 무리를 항복받아 놓는 광명’이라고 이름한다. 이 광명을 놓자마자 마군의 궁전에 닿았으니 그 모든 마군의 궁전에 본업(本業)의 빛은 가려지고 이 빛은 옆으로 삼천대천세계에 큰 광명이 되어 가득 찼다.

이 때 보살이 광명을 놓는 가운데서 마왕 파순은 자연히 이런 게송의 소리를 들었다.

 

세간에 큰 중생이 하나 있으니

여러 겁을 지나면서 모든 행이 원만했네.

가비라성 정반대왕의 태자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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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 1142] 쪽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셨네.

감로(甘露)의 문 열기 위해 그는

이제 저 보리수 아래로 나아가시네.

네 몸에 만약 큰 기운이 있거든

그 나무 아래 나아가 한번 시험해 보라.

그는 이제 저 언덕 가에 이르고

또 남을 건져 저곳에 이르게 하시네.

보살은 이미 스스로 깨치시고

이제 다시 남도 깨우치려 하시네.

스스로 저 적정한 선(禪)을 얻으시고

또 남도 적정에 들게 하시려네.

이미 몸소 얽매인 길을 끊으시고

다른 이를 해탈의 성으로 가게 하시네.

3악도를 다 깨뜨려 텅 비우시고

인간과 천상의 길을 가득 채워

선정과 5신통을 나타내시고

감로의 궁전에 편히 두시리.

그는 이제 머지 않아 큰 밝음을 증득하여

반드시 너희 경계를 비게 하리니

어리석고 성내고 어두운 무리들

너희 도당을 남김 없이 쳐부수리라.

이미 꺾이면 달아날 곳 없으려니

너 그 때를 당해 어찌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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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 1142] 쪽

그가 만약 감로법을 증득한다면

상락아정하여 담담히 편안하리.

그 때 욕계(欲界)의 마왕 파순은 광명 속에서 이런 게송을 듣고, 잠을 자다가 문득 놀라고 자연히 32가지 불길한 꿈을 꾸었다. 32가지 꿈이란 어떤 것인가?

꿈에 모든 하늘의 궁전들이 어두워져 광명이 없음을 보았고, 자기 궁전에는 자갈과 똥과 쓰레기가 가득 찬 것을 보았다. 자기의 신체가 공포로 떨리고 즐겁지 않으며 아무 심정도 없음을 보았고, 자신이 여러 곳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으며, 자기 머리 위에 천관(天冠)이 문득 떨어지고 가죽신을 잃고 맨발로 가는 것을 보았다. 자기 목과 입술이 바싹 마르고 몸에 오한과 열이 나는 것을 보았다. 자기 동산 가운데 모든 수목에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다

마르는 것을 보았고, 모든 샘과 못에 여러 가지 꽃이 다 마르는 것을 보았고, 자기 동산 가운데 앵무ㆍ구욕ㆍ공작ㆍ원앙ㆍ기러기ㆍ학ㆍ가마우지ㆍ구시라ㆍ명명조 등의 모든 새들이 깃과 나래와 털이 다 떨어짐을 보았다. 그 궁전에 소라ㆍ북ㆍ거문고ㆍ비파ㆍ공후ㆍ생(笙)ㆍ황(黃) 등의 모든 악기들이 다 부러지고 끊어지고 깨어져 땅에 낭자한 것을 보았다. 그가 본디 사랑하던 사람들이 모두 저절로 멀리 그 몸을 떠나 걱정과 수심으로 괴로워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홀로

땅 위에 누운 것을 보았다. 단정하고 어여쁜 옥녀(玉女)들이 알몸으로 손을 떨며 스스로 두 손을 들어 머리털을 뽑으며 땅에 누운 것을 보았다. 지혜롭고 말 잘하는 모든 마군의 아들이 다 보리수 아래로 나아가 보살의 발에 정례하는 것을 보았고, 사랑스러운 그의 네 딸이 각각 두 손을 들고 ‘아아 슬프다. 아버지 아버지’ 하고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그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더러운 때가 낀 것을 보았고, 그 자신이 먼지와 흙을 온몸에 뒤집어 쓰

는 것을 보았다. 그 자신이 문득 야위고 초췌하여 정기와 빛이 없는 것을 보았다. 자기 궁전의 성벽과 창문과 누각이며 망대며 성가퀴와 천정들이 다 무너져 떨어짐을 보았다. 그의 큰 병장(兵將)인 야차ㆍ나찰이며 혹 구반다며 용왕들이 다 두 손을 드리우거나 또는 팔을 들어 머리를 치고 가슴을 두드리며 매우 큰 고뇌에 잠긴 것을 보았다. 그 모든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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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의 천왕들과 호세 사천왕이며 제석천왕ㆍ야마천왕ㆍ도솔천왕ㆍ화락천왕ㆍ타화자재천왕들이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도록 통곡하면서 보살에게로 달려가 보살의 얼굴을 보고 보살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전장 안에 있던 칼과 창이며 화살들과 좌우 권속들이 다 마왕을 버리고 곳곳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 본래부터 상서로웠던 그의 병(缾)이 다 무너지거나 파괴됨을 보았고, 나타라 천선(天仙)이 입으로 길상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을 보았고, 환희란 신(神

)이 문에 와서 ‘기쁘지 않다’고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 허공 가운데 먼지와 안개며 연기와 구름이 가득 찬 것을 보았고, 마궁(魔宮)을 지키는 공덕대신이 소리를 내어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자재롭던 곳이 자재롭지 않게 됨을 보았고, 자기의 벗이 모두 원수가 됨을 보았고 모든 마군의 궁전이 어두워지고 혹은 불이 나서 다 타 버리는 것을 보았고 그 모든 마군의 궁전이 진동하여 불안함을 보았다. 그 모든 나무숲이 남에게 잘리거나 저절로 땅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 모든 일을 요량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여러 가지로 계획하나 날이 다 가도록 생각해도 한마디도 못하고 마음만 어지러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 때 욕계의 마왕 파순은 이런 32가지 불길한 꿈을 꾸고 문득 잠에서 깨어나니 온몸이 떨리고 마음이 불안하여 속으로 두려움이 나서, 마군의 권속들을 다 불러모으고 또 궁내의 좌우 신하들과 대장이며 성문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모아서 지난 밤 꿈에서 본 대로 말하였다.

“너희들 모든 사람아, 내 지난 밤 꿈에 모든 변괴를 보았다…….”

하면서 위에서와 같이 말하고는 다시 말하였다.

“나는 이같이 불길한 꿈을 꾸고 나자 매우 두려워 몸과 마음이 불안하였으며 의심이 나서 문득 잠을 깨었노라. 나는 아마도 오래 못 가서 이곳을 빼앗기게 되리라. 그리고 큰 위덕과 복덕이 있는 사람이 이곳에 태어나 나를 대신할까 두렵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간밤에 광명이 저절로 나타나

광명 가운데 이런 게송을 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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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족 태자가 이제 출가했는데

그는 32상으로 장엄한 몸일세.

출가하여 고행한 지 6년이 차서

이제 점차 보리수 사이로 나아가

보리를 이루어 스스로 깨닫고 남을 깨우칠 것이니

너 만약 힘이 있거든 그와 시험해 보라.

그는 천억 겁 동안 선근을 심어

이제 보리를 얻고 바르고 참됨을 증득하니

너의 경계를 부수어 비게 하리라.

너 만약 그를 꺾지 못하면

그는 감로법을 이루어 상주하리라.

너희들의 이 궁전을 깨뜨리려 하므로

내 이제 너희 마군들에게 이르노라.

강한 힘이 있거든 그에게 가보라고.

사문이 홀로 나무 아래 앉았으니

빨리 그를 쳐부수어 온전치 못하게 하라.

너희들이 만약 나의 사랑하는 말을 취한다면

나를 위해 네 부류 병사들을 준비하여라.

세간에 벽지불이 많이 있으나

그가 지금 나타나 열반에 들게 하고

자기만이 홀로 법왕이 되어

여래의 종자가 끊기지 않기 바라네.

이 때 마왕 파순의 장자는 이름이 상주(商主)였는데 그가 게송으로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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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게 말하였다.

부왕은 어찌 해서 얼굴에 빛이 없으시고

마음은 떨고 몸엔 위광이 없으신가요?

형상을 보니 크게 놀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보고 들으셨나요?

부디 사실대로 자세히 말씀하소서.

들은 대로 본 대로 낱낱이 말해 주소서.

그 때 마왕 파순은 아들 상주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다.

아들아, 너 이제 자세히 듣거라.

간밤에 내 꿈이 매우 이상했나니

만일 내가 대중들에게 자세히 말했더라면

대중들은 듣고 다 땅에 졸도했으리라.

아들 상주는 또 게송으로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대중이 졸도한들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싸움에 나가 물러남이 가장 괴롭소.

만약 꿈에 이런 상(相)을 보았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고, 싸우거나 쫓기지 마소서.

마왕 파순은 아들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장부가 뜻을 내어 싸워 이기려다가

이기지 않고야 어찌 싸움을 쉴 것이냐.

그 외톨이 사문이 무슨 재주 있으랴.

내 그 나무 아래 가면 달아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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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상주는 또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센 사람, 여러 사람, 약한 사람 모두를

하나의 지혜가 그들과 싸워 이기더라도

반딧불이가 삼천세계에 가득하더라도

태양 하나 나타나면 모두 다 가리워지네.

만약 사람이 거만해 생각 못하고

거드름을 빼고 널리 묻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들이 와서 간하더라도

그 말을 듣지 않으면 고치기 어렵소.

이 때 보살은 보리수를 향하였으나 아직 그곳에 이르지 못하고 그 사이 보이는 암라수를 가리키며 ‘이것이 보리수로구나.’ 하고 그 나무 아래 앉으려 했다. 마음으로 이것이 보리수라고 생각하자, 이 때 그 땅은 보살의 위덕 때문에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 밑으로 빠지려고 했다. 그러자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행하고 앉는 곳에는 그 땅이 꺼지는 법이다. 무엇이 둘인가? 하나는 모든 선근(善根)을 다 끊어 버린 사람이고 또 하나는 복덕과 모든 선행과 꾀가 많은 사람이다. 나는 선근을 다 끊어버린 사람이 아니니 여기는 분명 보리수 밑이 아니로다.’

이 때 색계(色界)의 정거천자들은 참된 보리수를 표시하기 위하여 묘한 비단 당번을 그 위에 걸어 놓았으며, 또 그 가운데 모든 나무의 가지와 줄기가 다 보리수 쪽으로 기울어지게 했다.

그 때 보살은 이것이 진짜 보리수인 줄 알고, 문득 그 암라수를 버리고 걸음을 돌려 조용히 점점 보리수 곁으로 갔다.

이렇게 보살이 보리수 아래로 가려 할 때 향수(香獸)라는 야차 하나가 그 나무와 멀지 않은 곳에 머물면서 그 보리수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는 보살이 오는 것을 보고 급히 그 동무 야차인 적안(赤眼)에게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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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오라. 내 이제 그대에게 말하나니 그대는 잘 알아서 속히 나를 위해 욕계(欲界)의 주인인 마왕의 곁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라. ‘옛날 구류손과 구나함과 가섭 등 모든 선성(仙聖)들이 여기 있으면서 대각(大覺)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다시 공덕이 원만하고 보리행을 갖추고 32상이 구족한 사람이 정진하러 마왕의 경계 안에 침입하였습니다. 그는 석가족 정반왕의 아들인 실달다입니다. 이미 고행을 버리고 정념(正念)을 얻어 가장 뛰어난 이곳에 와

머물고자 하나이다. 원컨대 대왕이여, 때를 아소서.’”

적안은 향수 야차의 이 말을 듣고, 급히 마왕 파순에게 가서 사실대로 일렀다.

마왕 파순은 적안 야차의 이런 말을 듣고 곧 타화자재천들과 화락천ㆍ도솔천과 33천과 4왕천 등 지거천과 모든 용왕ㆍ야차와 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ㆍ나찰ㆍ비사차 등 일체 대중을 불러모아 명했다.

“그대들은 다 모여 내 처분을 들으라. 한 석가종성의 아들이 보리를 취하고자 하니 우리들은 함께 그곳으로 가 이런 용맹한 마음을 끊고 증득하지 못하게 하자.”

이 때 마왕의 장자 상주는 그 부왕인 파순에게 아뢰었다.

“부왕께서 그러시니 이 자식의 마음이 기쁘지 않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지금 부왕께서 실달보살 대사와 원수를 짓고자 하나, 뒷날 부왕께서 후회해도 소용없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자 마왕 파순은 아들 상주에게 이렇게 일렀다.

“너 어린 아이야, 어리석고 미련한 것아, 아직 내 변화 신통도 모르고 내 자재로운 위력을 보지 못했구나.”

그 때 상주는 부왕에게 아뢰었다.

“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부왕의 어리석고 미련한 아이가 아니옵니다. 또 부왕의 자재한 신통 위력을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부왕께서는 아직 실달보살의 신통을 모르시고 실달보살의 덕력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부왕께서 홀로 그곳에 가시면, 몸소 보시고 몸소 그의 신통을 아오리다.”

그러나 욕계의 마왕 파순은 아들 상주의 말을 듣지 않고 네 종류 정예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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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을 꾸려 다 모아서 갑옷을 입히고 칼을 들리니 마치 기운 세고 가장 용맹스러운 장수가 갖가지 무서운 군사들을 거느린 것 같아서 보는 사람의 털이 곤두설 지경이며 세상에서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이렇게 한량없는 백천억 천신과 귀신 병정들은, 한 몸에 여러 가지 백천 얼굴을 나타낼 수 있고, 그 낱낱 얼굴에는 한량없는 갖가지 뱀의 몸을 내며, 손과 다리가 뒤틀려 돌아가고 형용이 무서우며, 모두 화살ㆍ창ㆍ철퇴ㆍ도끼ㆍ칼 등 가장 우

수한 금강의 모든 병기들을 쥐었다. 혹은 또 신체와 머리와 손발도 온갖 이상한 모양이며, 혹은 정수리 위에 큰 불덩이가 타며, 혹은 배에서 사나운 불길이 나오며, 혹은 말이 거칠고 억세게 부르짖으며, 혹은 보습이나 금강저 등 모든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눈구멍도 무서워 눈망울이 번들거리면서 위 아래로 돌았다. 혹은 입이 비뚤어지고 이빨이 많으며 혀가 넓고 커서 여러 가지 형상을 나타내며, 혀를 밑으로 드리우거나 주먹처럼 움츠려 마치 돌덩이 같았

다. 혹 눈에서 빛을 놓으면 검은 뱀 같아서 그 가운데 독이 찼으며 혹은 목줄기에 모든 뱀을 휘감고 혹은 손에 뱀을 쥐고 먹으니, 마치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듯 하였다. 혹은 손에 사람의 살과 뼈ㆍ피ㆍ머리ㆍ눈ㆍ골절을 쥐고 먹으며, 혹은 손에 사람의 5장이며 창자ㆍ똥들을 쥐고 먹었다. 혹은 푸른 눈을 사자왕같이 무섭게 부릅뜨며, 혹은 눈이 쑥 들어가고 툭 튀어나왔으며 떴다 감았다 하면 빛을 놓았다. 혹은 사나운 불덩이의 산을 타고 허공으로 오며 혹

은 두 어깨에 활활 타는 산만한 불꽃을 메고 오며, 혹은 땅 위에서 두 손으로 나무를 뽑아 뿌리를 맞추어 걸머지고 왔다. 혹은 귀가 염소와 같거나 키[箕]같거나 조개 같거나 코끼리 같거나 도야지 같은데, 귓밥이 늘어진 자도 있었다. 혹은 배가 부종난 사람 같으며 다리와 발목이 가늘고 약하며 몸이 수척하였다. 혹은 코가 넓고 납작하며 혹은 배가 독 같고, 발이 바루 엎은 것 같고 몸이 바짝 말라 건포와 같이 살도 혈맥도 말랐다. 혹은 손발을 끊어

달았으며 혹은 또 머리를 잘라 손에 쥐었다. 혹은 몸에 피를 내어 서로 마시며 마시고는 다시 토하며, 혹은 흰 거품을 토하며 혹은 녹인 구리를 마시거나 철환(鐵丸)을 삼켰다. 혹은 손발이 잘린 채 무릎으로 가며 혹은 뼈뿐이라 가죽과 살이 없었다 혹은 돼지 형상을 지으며 혹은 노새와 나귀의 형상ㆍ코끼리 형상ㆍ말ㆍ낙타ㆍ소ㆍ양ㆍ물소ㆍ여우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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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ㆍ검은 소ㆍ범ㆍ도마뱀ㆍ고래ㆍ물새ㆍ사자ㆍ호랑이ㆍ곰ㆍ이리ㆍ원숭이ㆍ승냥이ㆍ표범ㆍ야간(野干)ㆍ살쾡이ㆍ개와 같은 갖가지 형용으로 매우 두려운 모습을 지어서, 이런 군사를 다 정비하여 엄숙히 출두 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불본행집경 제2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0. 향보리수품 ③

그 때 마왕은 적안 야차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적안에게 이르노라. 너는 이제 이 군사 무리들을 보았느냐. 이래도 감히 누가 나의 경계를 침입하겠는가?”

적안 야차는 마왕 파순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 석가족 정반왕의 아들 실달다는 선생(善生) 촌주의 딸 앞에서, 마치 우왕(牛王)과 같이 큰 음성을 내었고 길리란 풀 베는 사람에게서 풀 한 묶음을 얻어 들고 니구다수라는 나무를 향하여 점점 오고 있습니다. 또 5백 마리 푸른 새가 에워쌌으며 초봄에 귀엽게 돋아나는 수목들이 모두 꽃과 열매와 가지를 저절로 드리웠고, 지각이 없는 모든 나무도 머리를 숙여 공양하며 대지를 뒤흔들며 보리수로 향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때 파순은 이미 보살이 그 보리수 아래로 향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석가종은 다른 나무 아래로 가서 풀을 깔고 앉고 이 보리수에는 앉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는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야차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모든 야차들아, 얼마쯤은 남아있고 몇몇은 빨리 저 보리수 아래 가서 숨어 있다가 이 석가족 아들이 보리수 아래로 가지 못하게 하여라.”

야차들은 대답했다.

“삼가 대왕께서 엄명하신 교칙대로 하겠습니다.”

그 야차들은 곧 얼마의 무리를 추려내어 보리수가 멀지 않은 곳에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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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있었다.

그들 마군의 야차들이 멀리서 보살이 보리수 아래로 오는 것을 보니, 몸이 마치 금산처럼 빛나는 것이, 가히 비유할 수가 없었다.

그 야차들은 그것을 보고 게송을 읊었다.

이는 필시 천 개의 새 해가 솟음이라

위덕이 금산같이 빛나시네.

모든 천상과 인간을 불쌍히 여겨

사자처럼 점차 보리수로 오시네.

그 때 숲을 수호하던 신(神)은 곧 게송으로 모든 야차들에게 대답했다.

세존은 천 겁의 공덕이 원만해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과

선정과 지혜의 6도를 구비했고

일체 모든 장엄이 구족하시네.

이제 점차 보리수로 오셔서

위없는 보리도를 이루려 하시네.

모든 하늘과 인간 8부의 무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두 따라 온다네.

그 때 그 마군의 권속 야차들은 이 게송을 듣고 모두 보리수 곁을 떠나 별이 흩어지듯 달아났다.

이 때 보살은 점점 16가지 공덕상을 갖춘 원만한 땅에 이르렀다.

무엇을 16가지 공덕상이라 하는가? 이른바 그 땅은 겁화(劫火)가 탈 때 최후에 타고, 겁이 처음 생길 때 가장 먼저 이루어진다. 또 그 땅에 나는 풀은 가장 뛰어나고 묘하니 이른바 우바라(優波羅)ㆍ파두마(波頭摩)ㆍ구물두(拘勿頭)ㆍ분타리(分陀利)가 충족하다. 그 땅은 이 염부제에서 가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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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데 있으며 그 땅은 미련하고 어리석은 중생이 살지 않고, 성인의 종자로서 복덕있는 사람만 살고 행하고 앉는다. 그 땅은 모두 구덩이나 웅덩이가 없이 사방이 반듯하고 평정한 곳이며 또 그 땅은 낮지도 높지도 않고 청정하고 손바닥같이 평평하다. 그 땅에는 우바라ㆍ파두마ㆍ구물두ㆍ분타리 등 많은 꽃이 저절로 생장한다. 그 땅은 모든 성인이 통해 아는 바이며, 그 땅은 저절로 나타나며 그 땅은 언제나 항상 성인이 살아 빈 적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라도

그 땅을 항복시키지 못하며 또 그 땅은 이름이 멀리 퍼져 이른바 최고의 사자좌이다. 또 그 땅은 찾으려는 마음이 있어도 지나면서 찾지 못하니 이른바 마군과 마군의 권속이다. 또 그 땅은 모든 땅 중에 가장 가운데 있으며 그 땅은 금강으로 이루어졌다. 또 그 땅에 나는 모든 풀은 높이가 4지(指)요 부드럽고 푸르기 공작의 목과 같고 부딪칠 때 마치 가시가 옷 같았다. 모양이 미묘하고 어여쁘게 단정하여 향기가 꽃답고 머리털이 모두 오른쪽으로 돌았

으며 지난 옛날 모든 전륜성왕들이 즐길 만한 희유한 곳임을 다 듣고 항상 오가며 구경하는 땅이었다.

보살이 그 보리수 곁에 다다르려 할 적에 그 땅은 저절로 소제되고 청정하게 장엄되며 향수가 발라지고 뿌려져 어여쁘고 단정하여 마음으로 즐겨 보게 하였다. 또 자갈이나 기와쪽이나 돌이나 넝쿨이나 가시 등 모든 나쁜 풀들이 없었다.

이 때 보살은 처음에 왼손에 풀을 쥐고 갔으나 뒤에 나무 아래 이르자, 다섯 손가락의 그물 무늬 장엄과 붉은 빛이 마치 연지를 바른 듯한 부드러운 오른손으로 한 다발의 풀을 쥐어 편안히 보리수 아래에 두려고 동쪽을 향해 풀을 가지고 땅 위에 던지니 뿌리는 곧 나무로 향하였다. 보살은 이런 원을 세웠다.

‘내 이제 이곳에 앉아서 번뇌의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리라.’

그 때 보살이 그 한 다발의 풀을 땅에 던지자 마치 병 속에 꽃을 꽂듯, 냇물이 돌아 흐르듯, 만자[卍]가 돌듯 하였다. 보살은 쥐었던 풀을 아무렇게나 땅에 던졌으나 자연스럽게 이렇게 어지럽지 않은 길상을 보이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오늘 풀을 던지자 응당 헝크러질 것이 헝크러지지 않으니 이것은 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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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을 나타냄이다. 나는 어지러운 세간에서 반드시 어지럽지 않은 법을 증득할 것이다.”

보살이 이렇게 풀을 던져 자리를 만들자 그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때에 욕계(欲界)의 주인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가서 이런 말을 하였다.

“찰제리의 아들이여, 당신은 지금 이 나무 아래 풀을 깔고 앉아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이 나무 아래는 밤중이 되면 한량없는 비사차 귀신과 부다나ㆍ야차ㆍ나찰들이 자주 와서 사람의 고기를 먹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나무 북쪽에 따로 숲이 하나 있으니 그곳은 큰 선인이 거처하던 곳입니다. 그곳을 우루빈라 촌락이라 부르며 아름답고 단정하여 사람들이 즐겨 보는 곳이오니 당신 석가족의 아들은 마땅히 그곳에 가서 마음대로 앉으시오.”

보살은 그 마왕에게 대답하였다.

“너 마왕 파순아, 알지 못하느냐? 나는 산의 아란야나 한가로운 못에 있으며 혹은 나무 밑이나 무덤 사이에 있고 혹은 숲 안에 있으면서도 밤중에 편안하여 마음이 두렵지 않았다. 이제 나는 지혜가 없는 것도 아니요, 방편력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여기 오는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다만 나는 오래 전부터 지난 옛날 모든 부처님도 이 나무 아래 두려움이 없는 곳에 있으며 성도를 이룬 것을 안다. 그러므로 내가 여기 온 것이다.”

그 때 다른 야차가 파순의 오른편에 서 있다가 보살에게 말했다.

“당신 석가족의 아들은 이제 어찌 이 나무 아래 앉으려고 애씁니까? 이 밖에도 사방에 큰 나무가 많으니 당신은 속히 다른 곳으로 옮겨가시오.”

보살은 그 야차에게 대답했다.

“나는 마음에 원하는 것은 다른 나무 아래에서는 성취할 수 없다. 오직 이 나무 아래서만 결정코 이루며 다른 곳에서는 이루지 못한다.”

그 때 야차는 마왕에게 일렀다.

“대왕이여, 이제 그의 말을 듣지 못했습니까? 다시 어떻게 해야 그를 보내겠습니까.”

마왕 파순은 그 야차에게 대답했다.

“내 이제 오직 갖가지 방편으로 마음을 써서 그를 거절하여 이 자리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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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하게 하리라.”

이 때 보살은 파순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풀 자리 위에 앉아 마음속으로 이런 원을 세웠다.

“내 이제 지난 옛날 과거의 모든 부처님이 앉으신 금강의 자리에 앉았으니 마땅히 마왕 파순이 항복하게 하리라. 내 이제 여기 앉아 애욕ㆍ진에ㆍ우치등 모든 번뇌를 끊으리라. 내 이제 여기 앉아 미묘한 감로, 청량한 법을 증득하리라.”

그 때 보살이 깔고 앉은 풀은, 뿌리가 안으로 향하고 줄기와 잎이 밖으로 향하여 오른쪽으로 돌아 퍼져 보리수를 세 겹으로 감쌌다. 보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과 마음이 단정하고 뱀이 몸을 둘러 감은 듯 꿋꿋하게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세 번 외쳤다.

“나는 감로를 증득하리라. 나는 감로를 증득하리라. 내 이제 결정코 감로를 증득하리라.”

그리하여 보살은 이런 큰 서원을 세웠다.

“내 이곳에 앉아 모든 누(漏)가 다 제거되지 않고 일체 마음에 해탈을 얻지 못하면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은 나무 아래 가부좌하되

큰 뱀이 스스로 몸을 감듯 했네.

이러한 큰 서원의 마음을 냈다네

일을 이루지 못하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그 때 마왕 파순은 거기에서 몸을 감추어 나타나지 않았다가, 조금 지나서 곧 자기 몸을 화(化)하여 머리를 산발하고 온몸에 먼지와 흙을 뒤집어 쓰고 굵은 칡베옷을 입은 채, 입술이 바싹 마르고 주리고 목마른 형상으로 손에 커다란 묶음의 편지를 들고 급히 보살 앞에 쫓아와 서서, 가졌던 편지를 보살에게 내던지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편지는 당신의 석가족 마나마(摩那摩)가 나를 시켜 보내 온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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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니루타(尼婁馱)의 것, 이 편지는 난제가(難提迦)의 것, 이 편지는 발제가(拔提伽)의 것, 이 편지는 난타(難陀)의 것, 이 편지는 아난타(阿難陀)의 것이오. 이 밖의 모든 편지도 각각 그 석가족 아들들이 당신에게 보내 온 것입니다.”

그리고 한 장의 편지에는 거짓으로 참되지 않은 망언을 적었는데 이런 말이 있었다.

“제바달다가 이제 이 가비라성의 왕위를 받고 그대의 궁전에 들어가 그대의 후비를 다 취했으며 그대의 아버지 정반대왕을 잡아 옥에 가두고 그 밖에 숙부인 백반ㆍ괵반ㆍ감로반왕과 일체 원로 석가족 왕들을 성 밖으로 쫓아내었으니 그대는 이 편지를 보거든 꼭 빨리 오소서. 어쩌자고 아란야에 머무십니까?”

보살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세 가지로 생각하였다.

“채녀들 때문에 욕심을 내어 나의 후비를 제바달다가 정말로 빼앗은 것인가, 제바달다가 투쟁심을 내어 정말로 나의 국토와 부왕의 위를 빼앗은 것인가, 석가족을 살해하려는 마음을 낸 것인데, 그들은 어찌하여 자기 몸을 아끼느라 나의 부왕을 보호하지 않았을까?”

보살은 거듭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 경계는 모두 무상하고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 잠깐잠깐에 나고 꺼지고 잠시도 머묾이 없다. 생각하면 일체가 다 파괴되는 법이요, 나서는 곧 멸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문득 욕심을 끊고 출가할 마음을 내었으며 투쟁하는 마음을 쉬고 자민(慈愍)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살해하는 마음을 끊고 비애하는 마음을 내었다. 이런 일은 내 뱉아 버린 지 오래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버리는 마음을 내었다.

 

31. 마포보살품(魔怖菩薩品) ①

그 때 보살이 보리수 아래 앉으니 보리수를 수호하던 신(神)은 매우 기뻐 뛰며 온몸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몸의 모든 영락을 풀고 머리의 상투를 헤치고 급히 보살에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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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묘한 길상의 일로 보살을 찬미하며 은중히 크게 희유한 마음을 내어 모든 친족과 그 권속들에게 보살을 공경하고 엄숙히 수호하라고 명하였다.

그 때 그곳 사방의 나무들에 있는 수신은 크고 적음을 막론하고 각각 그 나무에서 몸을 나타내어 보리수신에게 와서 물었다.

“크게 착한 수신(樹神)이여, 지금 그대의 나무 아래 앉아 있는 이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들은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가장 묘하고 뛰어난 몸으로서 모든 상호로 장엄하여 하늘 가운데 하늘 같습니다.”

보리수신은 그 모든 수신에게 일렀다.

“너희 모든 수신들은 알아 두라. 이 분은 정반왕의 아들이요, 감자종성이다. 지난 옛날 겁초(劫初)에 대중들이 떠받들어 왕으로 모셨으며 세세로 이어서 지금까지 그 혈통이 이른 것이다.”

그들 수신은 보리수신에게 거듭 말했다.

“보리수신이여, 그대는 이제 가장 큰 이익과 크고 착한 복업을 얻었습니다. 그대의 거처에 이렇게 뛰어난, 삼계에서 제일 묘한 중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중생은 우담화처럼 세상에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수신들은 각각 침수향이며 우두전단향들과 또 갖가지 묘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살 위에 뿌렸다. 뿌리고 또 뿌리며 온몸 가득 기쁨에 차서 어쩔 줄 몰라하며 머리를 숙이고 손을 들어 합장하여 보살에게 절하고 이렇게 부르짖었다.

“중생 중에 가장 우두머리시여, 부디 서원을 빨리 이루어 속히 보리를 증득하소서.”

다음에 4천왕과 4천에 있는 천인들이며 다음에 한량없는 33천과 야마ㆍ도솔ㆍ화락ㆍ타화자재천들이며 한량없고 끝없는 일체 모든 천인과 모든 범천들도 각각 만다라ㆍ마하만다라ㆍ만수사ㆍ마하만수사ㆍ구물두ㆍ파두마ㆍ분타리꽃 등 천상의 묘한 꽃들을 가지고 또 갖가지 가루향ㆍ바르는 향을 가지고 비오듯 보리수 위에 뿌렸다.

그 보리수는 마치 수레 바퀴와 같이 유순 안에 가득 찼는데 갖가지 향과 꽃이 무릎까지 쌓였다.

보살이 그 보리수 아래 앉아 있을 때 왕개미나 개미새끼 한 마리도 소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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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았거늘, 하물며 큰 짐승이나 모든 새들이 소리를 냈겠는가? 가령 바람이 있어도 모든 나무는 기울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보살이 보리수 아래 앉았을 때 정거천인들은 온몸 가득 기쁨에 차서 어쩔줄 몰라 하며 보살에게 정례하고 마음속으로 각각 이런 원을 내었다.

“중생 가운데 제일이신 분이여, 부디 당신의 마음대로 빨리 원만한 보리를 성취하소서.”

이 때 보살은 그 보리수 아래 앉아 또 맹세하였다.

“내 성도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그 때 마왕 파순은 마음 속으로 크게 공포를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이 찰제리 석가족 아들은 나의 경계를 없애버리고 나를 이 경계에서 나가게 하리라. 만약 그가 나를 이겨 나보다 앞서면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열반을 얻게 하고, 그들을 위하여 열반의 방편을 말할 것이다. 그러면 경계는 허공이 되고 말 것이다. 그가 아직은 청정한 눈을 이루지 못하고 나의 경계에 있으니 지금 힘써 방편을 지어 그의 수행이 퇴보되고 상실되어 달아나게 하리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그가 지금 만약 보리를 이루면

널리 남을 위해 정법을 설하여

내 경계를 손해케 하리라.

뭇 사람이 이미 바른길을 걸으면

자연히 나의 경계는 텅 비고

경계가 공하면 나는 과부같이 되리라.

그는 아직 청정한 눈을 못 얻었으며

그대로 내 경계 가운데 있으니

나는 급히 그 곁에 나가서

먼저 장애를 지어 그 일을 부수리라.

마치 냇물이 아직 이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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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다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이 때 마왕 파순에게는 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보살을 돕는 이가 5백이니 상주(商主)가 상수(上首)로 파순의 오른편에 앉았다. 그 중에 파순을 돕는 이도 5백인데 제일 상수가 악구(惡口)였으며 파순의 왼편에 앉았다.

이 때 마왕 파순은 모든 아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너희들 모든 아들아, 내 이제 너희들과 함께 이리저리 계획하여 별다른 마음의 지혜를 쓰려 하나니 모두 어떤 계교를 내라. 어떻게 해야 힘으로 보살을 항복 받겠느냐?”

그 때 오른편에 앉은 장자 상주는 게송으로 부왕 파순에게 말했다.

만약 사람이 감히 잠자는 큰 뱀을 건드리고

또 미치고 취한 코끼리를 돌며

사나운 짐승왕과 싸워본 적이 있다면

그는 능히 그 사문을 항복받으리라.

그 때 파순의 왼편에 앉아 있던 악구가 또 그 아버지를 위하여 게송으로 아뢰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마음이 부서지고

모든 나무도 뿌리가 뽑혀 땅에 쓰러지는데

하물며 그 사문이 나를 본다면

단숨에 멀리 달아나지 않겠습니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묘명(妙鳴)이 게송으로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만약 누군가 큰 바다를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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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다 물을 마셔 마르게 해도

부왕이여 그것은 놀랄 것 없으나

보살을 보면 얼굴이 괴이함을 어쩌겠습니까?

그 때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백투(百鬪)가 다시 게송으로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내 몸 어깨 위에 팔이 백 개가 나고

한 팔이 능히 3백 대의 살을 쓰지요.

부왕은 근심 걱정 마시고 가기만 하소서.

내 홀로 그 사문을 깨뜨리겠나이다.

그러자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선각(善覺)이 다시 게송으로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코끼리나 말같이 힘이 세고

혹은 비뉴나 금강과 같더라도

사람이 쌓은 숙업의 인욕 위력에는

그들 모든 힘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자 왼편에 있던 왕의 아들 엄위(嚴威)가 다시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내 허공에 물과 불을 비 내리니

거기 가면 그 비구의 몸을 깨뜨려

그 몸을 한 줌의 재로 만들겠소.

마치 맹렬한 불이 마른 풀을 태우듯이.

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선목(善目)이 다시 게송으로 그 아버지

 

에게 아뢰었다.

가장 높은 수미산을 허물고

일체 천궁을 다 파괴할지라도

바다의 모든 물을 말릴지라도

해와 달이 땅에 떨어질지라도

햇빛을 얼음같이 차게 하고

천궁을 땅에 떨어지게 할지라도

보살이 한번 나무 아래 앉은 뒤

정각을 이루지 않고는 결코 옮기지 않소.

그러자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보원(報怨)이 다시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내 능히 손가락으로 해와 달과

허공의 별들도 다 쥐어 잡고

저 모든 하늘도 잡으며,

4해의 물도 손바닥 안에 넣거든

하물며 이 석가족 한 사문이야

당장에 바다 밖으로 집어던지리.

다만 빨리 모든 군사를 보내

급히 그 사문의 처소에 갑시다.

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덕신(德信)이 다시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해와 달이 운행할 때 벗을 청하지 않으며

전륜왕이 세간에 나타날 때도 동반이 없으며

모든 성현 보살도 무리를 빌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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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큰 마군의 군사를 쳐부순다오.

그 때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구과실(求過失)은 다시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싸움의 병기는 칼보다 나은 것 없고

몸에 갑옷을 입었으니 마음에 겁낼 것 없습니다.

이런 군사들은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니

부왕은 그 사문을 두려워 마소서.

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복덕영락장엄(福德瓔珞莊嚴)이 게송으로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그의 몸은 나라연같이 굳세고

4제(諦)의 몸이라 파괴하기 어렵습니다.

인욕의 갑옷과 3해탈의 칼과

지혜의 화살을 잡고 우리들을 항복받으소서.

그러자 왼편에 있던 불회(不廻)란 마왕의 아들이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잘 마른 풀에 불을 지르듯

귀신같이 쏘는 살 잘 갖추고

벽력같이 산도 뚫고 가는데

석가족 아들이 내 손을 보면 항복할 것입니다.

그러자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법신(法身)이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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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채색으로 공중에 그림을 그려

모든 중생 만들어 같은 마음으로

달 하늘과 풍신(風神)을 그물에 얽더라도

보살의 도량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때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항작죄(恒作罪)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사람들이 밥을 먹듯 나는 독을 소화시키고

병장기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재가 된다네.

그의 몸을 가루가 되도록 부수지 못한다면

내 이 두 손을 결코 가만두지 않으리.

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성리(成利)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독이 가득찬 삼천세계를

세존은 보고도 두려움 없네.

두려운 3독을 그는 다 없앴으니

싸워서 무엇하랴. 궁으로 돌아가세.

그 때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탐희(貪戱)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나는 만억이 넘는 소리와

예쁘게 꾸민 옥녀 수백천 명을 데리고

허깨비와 미혹으로 그의 마음 교란시켜

선정을 잃고 모든 욕락 받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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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법희(法戱)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그는 선정의 법으로 즐거움을 삼고

항상 해탈의 감로에 들어가 노니네.

섭수하는 즐거움으로 중생의 재앙을 뽑아주며

5욕을 갖지 않아 자적하다네.

그 때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첩질(捷疾)이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나의 힘은 해와 달을 낚아챌 만큼 빠르고

거센 불바람을 끊을 수 있습니다.

어버님 앞에 그 사문을 잡아 오리니

마름 부스러기처럼 부순 뒤 흩어날리소서.

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사자후(獅子吼)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광야와 물은 끝이 없고 야간(野干)은 우는데

이제껏 큰 사자의 포효를 들어본 적 없어라.

모든 짐승들 사자의 포효 소리 듣는다면

사방으로 흩어지고 백방으로 도망가리.

우리들 모든 마구니도 마찬가지로

법왕의 큰 소리를 들어본 적 없어라.

자기 뜻만 말하며 쉬려하지 않지만

그의 곁에 이르면 저절로 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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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 / 1142] 쪽

그 때 왼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악사(惡思)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나는 이제 나쁜 생각으로 그를 얻기 바라니

그가 어찌 이 마군을 보지 못하겠습니까?

그의 마음 어리석어 뜻이 없더라도

어찌 일어나 달아나지 않겠습니까?

그 때 오른편에 있던 마왕의 아들 선사(善思)가 그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그는 어리석지도 무력하지도 않으니

너희들은 미련해 세상물정 모르누나.

너희는 아직 그의 착한 방편 모르니

뒤에 가서 지혜로 너에게 항복 받으리.

너희들 항하사 같은 마군의 아들이

이렇게 변재가 3천세계에 차도

그의 머리털 하나도 까딱 못 하리니

하물며 살해하거나 일어나게 할쏘냐.

너희들은 깨끗한 마음으로 거기 가서

입으로 찬탄하며 몸을 굽히라.

원수를 맺어 자기 군사만 상하게 말라

그는 반드시 삼계의 주인이 되리라.

이렇게 해서 천 명의 마군 아들들은 백(白)을 돕거나 흑(黑)을 도우며 각각 마음대로 자기 의견을 말했다.

이 때 마왕 파순에게 현장(賢將)이라는 최고의 병신(兵臣)이 있었는데 마왕 파순은 그에게 일렀다.

“너 현장아, 와서 나를 따르라. 지금 저기 한 석가족의 아들이 위없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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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 1142] 쪽

리를 성취하고자 한다. 너는 이제 나와 같이 거기에 가서 그 도법(道法)을 끊고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지 못하게 하자.”

그 때 현장은 마왕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왕께서 거느리신 사천왕과

아수라왕과 긴나라와

가루라와 마후라가들이

머리에 열 손가락을 얹어 그에게 귀의하였습니다.

하물며 일체 모든 범천과

광음천ㆍ광과천ㆍ정거천이며

땅에 사는 욕계와 색계천의

모든 천왕들이 그의 발에 정례하지 않겠습니까?

또 왕의 모든 아들은 지혜가 뛰어나고

용맹도 세간에서 비길 데 없으나

마음속으로 항상 그에게 경례합니다.

왕의 군사가 80유순에 차고

야차ㆍ나찰과 모든 귀신들이

비록 땅 위에서는 왕 앞에 있어도

마음으로는 항상 허물없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열 손가락 합장하고 정례하나이다.

마의 군사 천만이라도 그 성인을 보면

가만히 꽃과 향을 멀리 뿌리네.

나는 이런 상이 분명함을 보았나니

보살은 반드시 마군의 무리를 이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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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 / 1142] 쪽

마군의 군사가 머무는 곳에는

부엉새ㆍ뱁새ㆍ집비둘기들이 많고

혹은 올빼미와 솔개와 까막까치 소리

나귀ㆍ여우 모든 축생의 악한 소리가 들리나

내 그 보리수 아래를 보니

상서로운 모든 새의 갖가지 음성

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ㆍ구시라새

구욕새ㆍ앵무ㆍ공작새들이

그 성인을 에워싸고 노래도 하니

이렇게 좋은 상서라면 그가 꼭 이기네.

또 마군들이 주둔하는 곳에는

항상 자갈과 흙먼지를 비 내릴 뿐이나

보리수 아래 성인 앉은 곳에는

하늘이 갖가지 묘한 향기와 꽃을 비 내리네.

마군이 사는 땅은 고르지 않아

높고 낮고 구렁이며 굴곡이 지고

자갈ㆍ가시밭에 똥무더기 뿐이나

보리수 아래 땅 주위에는

금은 7보로 장엄했으니

이러한 여러 상이 있음을 보네.

지혜로운 이들 만약 뜻이 있으면

이 상을 보고는 응당 돌아가리라.

이렇게 온 땅을 두루 장엄했으니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리라.

대왕이 만약 신의 간함 듣지 않으면

꿈에 본 그대로 헛되지 않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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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 1142] 쪽

이러한 선인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응당 군사를 돌려 본처로 갑시다.

지난날에 왕이 모든 선인을 거슬렸기 때문에

주원(呪願)으로 국토를 불태워 재가 되었나이다.

과거세에 한 범덕(梵德)이라는 왕이 있었으니

비야바 선인의 뜻을 어기고

범해왕의 동산과 온갖 꽃 과일을

저주로 불을 내어 다 태웠었네.

여러 해 그 동산엔 풀도 나지 않았는데

하물며 나무와 꽃과 과일들이 나겠소?

세간에 모든 고행하는 이

모든 악을 끊고 범행을 닦을 때

모든 왕은 와서 그 발에 정례하나니

우리들은 이제 도로 본처로 갑시다.

왕은 옛날 위타론을 들었을 것이오

사람에게 32상이 분명히 있으면

그 사람은 도를 구해 출가하여

반드시 모든 번뇌 그물의 얽매임을 끊고

위없는 정진(正眞)도를 성취한다고

미간의 백호에서 광명 놓으면

널리 시방의 억 세계에 비치거든

하물며 이 마군의 무리들이야

어찌 항복을 받지 못할 리 있겠소.

왕께서 싸운다 해도 이기지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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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 1142] 쪽

그의 머리는 가장 높은 하늘까지 이르니

천만의 모든 하늘도 보지 못하오.

응당 그는 미묘한 과를 성취하여

세간에 듣지 못했던 일 이제야 듣게 하네.

수미산과 철위산이며

해ㆍ달과 제석ㆍ범천들이며

야차ㆍ나찰과 모든 숲과 나무도

모두 보리수를 향해 몸을 굽히니

큰 복덕의 덩어리임이 틀림없도다.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의 힘

억겁을 지나 오며 이 행을 닦아

이제 결정코 우리 마군을 물리치되

코끼리가 날기왓장을 밟듯

모든 짐승의 왕 사자가 포효하듯

해가 모든 반딧불을 가리듯

세존이 마군을 쳐부숨도 그러하오.

사자가 홀로 모든 짐승을 흩어버리듯

독사가 한 번 물어 여럿을 죽이듯

보살은 훈습[熏]하고 닦은 선근의 힘으로

혼자서 우리 모든 마군을 깨뜨립니다.

그 때에 마왕 파순은 현장의 이런 게송을 듣자 두렵고 고민스럽고 불안하며 몸과 마음이 근심으로 괴로우며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속으로는 오히려 아만을 품어 돌아가거나 달아나려 않고 다시 여러 군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마음을 가다듬어 놀라지 말고 두려워 말고 겁내 달아나지도 말라. 이것은 내 그의 마음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나는 이제 아름다운 말로 다시 그를 달래어 그가 보리수에서 떠나는지를 보려는 것이니 이러한 중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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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 1142] 쪽

보배로 하여금 재앙을 만나게 하지 않으리라.”

그 때 마왕의 장자 상주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마의 주인이신 대왕이여, 제 생각에는 부왕께서 석가족의 아들과 원수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수억만의 마군이 손에 칼을 들고 석가족 곁에 가서 장애를 짓고자 해도 결코 지을 수 없는데 하물며 부왕 한몸으로 되겠습니까? 부왕께서는 다만 이 석가족 아들이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아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소서. 부왕이여, 이 석가족의 아들이 흔들리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을 보십시오.

또 허공의 한량없는 천인들이 합장하고 그에게 정례합니다. 이렇게 모든 하늘들이 정례하고 공양 찬탄하건만 기뻐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부왕이 악심과 악의로 살해코자 하는 것을 보더라도 성내지 않습니다. 부왕이여 굽어 살피소서. 가령 어떤 사람이 모든 묘한 색채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고 수미산을 한 손가락으로 떠받치고 간다면 그것은 차라리 가능한 일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큰 바다를 헤엄쳐 저 언덕에 건너가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

이 가장 큰 풍신(風神)이 사방에서 부는 것을 문득 얽어맬 수도, 해ㆍ달과 별을 따서 땅 위에 놓을 수도, 모든 중생들이 합하여 한 마음이 될 수도 있으며, 모든 중생들을 다른 곳에 옮길 수 있을 지 모르나 이 석가족의 아들을 마군에게 항복시킬 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 때 마왕 파순은 그 아들 상주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너는 참 나의 원수요 내 아들이 아니다.

다시는 얼굴 들고 나를 보지도 말라.

네 마음은 이제 이미 사문에게 애착했으니

너는 그 석가족 아들에게로 가거라.

그 때 마왕 파순은 장자 상주의 말을 듣지 않고 그의 모든 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모든 딸들은 각각 내 말을 들으라. 너희들은 저 석가족의 아들 곁에 가서 그의 마음에 욕정이 있는가 없는가를 시험해 보라.”

그 모든 마녀들은 아버지의 칙명을 듣고서 함께 조용히 보살 곁,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갖가지로 여자들의 교태와 아첨하는 추파를 부렸다. 머리를 가리우기도 하고, 혹은 머리를 드러내기도 하고, 혹은 얼굴을 반만 내고, 혹은 얼굴을 다 드러내고, 혹은 미소를 지어 흰 이빨을 내 보이고, 혹은 자주자주 보살을 돌아보며, 혹은 머리로 보살께 정례하고, 혹은 고개 들어 보살의 얼굴을 우러러 보고, 혹은 머리를 숙이고 얼굴을 가리우고 땅을 보며,

혹은 두 눈썹을 움직이고 혹은 눈을 떴다 감았다 하고, 혹은 머리꼭지를 풀어 헤치고 손으로 빗질하며, 혹은 두 팔을 안고, 혹은 두 손을 들어 겨드랑이를 내 보이고, 혹은 손으로 유방을 만지고 희롱하며, 혹은 가슴과 등을 드러내고, 혹은 배를 드러내고, 혹은 손으로 배꼽을 두드리고, 혹은 자주자주 의상을 벗어 부치고, 혹은 자주자주 도로 의복을 정돈하고, 혹은 자주자주 속옷을 걷어 궁둥이를 드러내고, 혹은 영락을 풀어 땅에 던지고, 혹은 귀고리

를 떼었다 도로 달고, 혹은 젖먹이를 희롱하고 혹은 모든 새를 희롱하고, 혹은 걸어 가면서 좌우로 돌아보고, 혹은 찡그리고 한숨 쉬고 탄식하며, 혹은 발가락으로 땅에 그리며 혹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허리통을 흔들며, 혹은 기상을 뽐내며, 혹 옛 시절에 행하던 애욕으로 즐겁게 누워자던 자태를 생각하게 하고, 혹은 동녀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부녀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신부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중년 부인의 몸을 나타냈다. 이렇게 여인들의 교태로

운 추파를 갖가지로 나타내 보이며 또 향과 꽃을 보살 위에 뿌리고 또 갖가지 5욕의 일을 보살에게 권청하고 그의 얼굴과 심정에 욕심의 자태가 있는가 없는가를 보았다. 또 그가 욕심으로 그녀들을 보는가 아니면 욕심 없이 그녀들을 보는가를 살폈다.

그들 마왕의 딸들이 보살을 보니 마음이 깊고 적정하며 본래 청정하여 탁함도 없고 때도 없었다. 면목이 청정하여 마치 둥근달이 아수라왕의 손에서 나와 청정하고 때가 없듯 하였으며, 해가 처음 솟을 때 햇빛이 빛나 금덩이를 녹이듯 청정하여 물듦이 없듯 하였다. 마치 연꽃이 물에서 나왔으나 물묻지 않듯 하고, 불의 불꽃 같고 수미산같이 확연히 움직이지 않고 철위산 같이 드높아 모든 근(根)을 잘 섭수하고 마음과 뜻을 조복하였다. 그들은 보살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서 모두 부끄러운 마음이 났다.

 

 

 

 

불본행집경 제28권

 

 

수 천축삼장사나굴다 한역

 

 

31. 마포보살품 ②

그 때 그들 마왕의 모든 딸들은 여자의 요염한 행동을 잘 알고 다시 그 밖에 속이고 매혹시키는 법으로 추파를 던지며 보살을 어지럽히려 게송을 읊었다.

초봄이라 아름답고 꽃다운 때

과일 나무 숲 나무에 꽃은 피었네.

이렇게 좋은 경치 즐길 만하고

당신의 멋진 모습 훌륭도 하오.

지금은 젊은 나이 정이 넘치니

바로 대장부가 행락할 때라.

보리도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우니

당신은 마음 돌려 세상 낙이나 받으소.

 

우리네 천녀들 어여쁜 얼굴

부드러운 몸매를 당신은 보소.

온갖 영락으로 곱게 꾸몄소.

뉘라서 이런 몸을 얻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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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 1142] 쪽

당신은 느끼면서 왜 받지는 않소.

내 몸은 향기롭고 깨끗해 연꽃과 같은데

세간에 이런 복과 덕을 갖춘 사람이

어찌해 버리고 쓰지 않나요.

머리털은 검푸른 빛으로 빛나

항상 여러 가지 향수로 감고 나서

기이한 마니구슬 보배 타래 만들고

꽃으로 그 위에 살짝 꽂았네.

우리는 넓은 이마와 둥근 머리에

눈과 눈썹 반듯하고 길게 올라갔네.

청정하기 청련화 꽃송이와 같고

이 코는 모두 다 앵무새 같소.

입술은 밝고 빛나는 주홍빛이라,

붉게 익은 빈바라과일 같고

산호같고 연지 같아라.

이빨은 옥같이 조개같이 희기도 하지.

혀는 얇아 연꽃 잎을 닮았고

말과 노래에 묘한 소리내어

긴나라 여신(女神)의 소리와 같네.

두 젖과 온갖 교태 모두 정묘해

또 다시 석류 열매와 같네.

허리는 가늘어 활의 줌통과 같고

널따랗고 편편한 등심지는

코끼리의 이마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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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 / 1142] 쪽

넓적다리 부드럽고 희고 곧아서

그 모양은 코끼리 코와 같다네.

두 종아리 바르고 가늘어서

사슴의 앞다리같이 깨끗하고

발바닥도 고르고 차 굽지 않으며

붉고 흰 연꽃이 빛나듯 하네.

우리들의 신체는 이렇게 예뻐

온갖 좋은 모습 모두 다 구족하며

재주란 모든 재주 다 갖췄나니

모든 음악 다 알고 소리도 잘 해

교묘한 춤과 노래 사람 마음 흔드네.

모든 하늘 우릴 보면 다 기뻐하고

모두 우리가 부러워 욕심내거든

당신이라고 우리들을 싫어하겠소.

그런데 보고도 왜 모르는 척 하오.

어떤 사람 금은 보배 창고 보고도

마다하고 버리고 멀리 도망치듯이

재물이란 참으로 낙인 줄을 모르네.

당신의 마음도 또한 그렇소.

5욕의 쾌락을 왜 모르나이까?

적정한 선정으로는 나를 취할 수 없소.

그것이 좋다는 건 크게 어리석어라.

어이해 세상 쾌락 받지 않나요.

열반의 길은 매우 멀고 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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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 1142] 쪽

그 때 보살은 고요한 마음으로 모든 마녀(魔女)들을 자세히 보며 눈을 잠깐도 놓지 않고, 바른 생각으로 미소하며 모든 근(根)을 거두었다. 그 몸이 안정되어 부끄러움도 없고 급하거나 느리지도 않으며 곧게 바로 앉았는데 마치 수미산 같아 마음과 뜻이 기울지 않았다. 다른 방편의 지혜문으로 지난날 일찍이 모든 번뇌를 없앴는지라 불쌍히 여기는 말소리가 범천의 소리를 능가하고 가라빈가 새소리같이 게송으로 그 마녀들에게 일렀다.

저 모든 세간의 5욕락이란

괴로움과 허물이 많고 온갖 번뇌덩이라.

번뇌로 말미암아 신통을 잃어

무명으로 어둠의 세계에 떨어지나니

중생은 이것 받아도 싫은 줄 모르나

나는 오래 전에 모든 번뇌 버렸네.

사나운 불구덩이 독약 그릇 같나니

내 일찍부터 피하고 멀리 했네.

이미 감로 같은 지혜의 물 마시고

내 마음 깨달았으니 남도 깨치리.

마침내 비밀한 가르침의 법문을 열려 하니

만약 이제 더러운 욕락 받게 되면

마침내 이 길을 얻을 수 없네.

사람이 만일 탐애심만 더욱 기르면

이것은 큰 어리석음이라 이름하리라.

이미 스스로의 이로움도 못 얻는 이가

하물며 모두에게 이익을 줄까보냐.

그러므로 지금 내 마음엔 탐함이 없네.

세간의 5욕으로 중생은 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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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 1142] 쪽

마치 겁화(劫火)가 만물을 태우듯

5욕이란 또한 물거품 같으며

도깨비불같이 참됨이 없나니

헛되고 거짓되어 범부를 미혹해도

지혜로운 자 뉘라서 이것을 즐기랴.

걸음마 배우는 어린아이가

제멋대로 똥구덩이 속에서 놀듯

미혹하고 어리석어 지혜 없는 사람은

갖가지 영락 보고 집착하여서

그 모양 보고 문득 욕심을 낸다.

머리털은 본래 머리에서 나오는 것

냄새나고 더러운 극심한 종기

이빨은 마시는 것 더욱 기르고

입술과 입ㆍ귀와 코ㆍ눈들도

일체가 모두 물거품과 같네.

허리나 허리뼈ㆍ등허리와 엉덩이

냄새나는 곳은 부정한 피가 다를 뿐

배와 밥통은 똥오줌의 주머니라

부정한 모든 것이 가득 차 있네.

이 업(業)은 모두 사랑에서 나는 것

마치 수레바퀴 만들어 맷돌을 돌리듯

미련한 사람 낙을 받음도 그렇다.

만약 모든 지혜로운 사람이

이런 온갖 환란을 분별한다면

여기서 이런 낙을 받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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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 1142] 쪽

몸에선 밤낮으로 항상 피가 흘러

냄새나는 곳이라 즐겨 보지 않는다.

두 다리 두 종아리와 두 발이란

힘줄과 뼈가 서로 얽혀 서 있는 것 뿐.

내 너희들을 이제 이렇게 보나니

환화(幻化)와 같고 꿈과 같아라.

일체가 모두 다 인연에서 나는 것

5욕이란 진실한 덕이 없으며

5욕이란 모든 성도(聖道)를 잃게 하나니

사람을 이끌어 악도로 들게 한다.

5욕은 마치 큰 불구덩이 같고

온갖 독이 그릇에 담긴 듯하네

성난 뱀의 머리는 접근하지 못하거니

여기 어리석은 이는 모두 미혹해

굳이 깨끗한 줄 알고 마구 탐내네.

5욕이란 삯 받고 고용살이하는 것

모든 여인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

청정한 계행과 도심(道心)도 버리고

지혜와 선정도 떠나서

요란하고 시끄러운 속에 머물러

모든 묘법을 버리고 욕락에 노니

그 사람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지리.

이런 모든 허깨비를 나는 보았기에

그러므로 마음속에 탐착하지 않고

필경에 자재락을 구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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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 1142] 쪽

남에게 가르쳐서 함께하련다.

내 저 세간을 해탈한지라

허공의 바람을 묶을 수 없듯

너희들 마녀(魔女)가 이렇게 많아도

또 세간의 모든 중생이라도

내 마음은 마침내 나눌 수 없다.

잠시인들 너희들과 5욕락을 행하랴.

내 오래도록 진에와 한(恨)을 제하여

어리석음과 탐욕이 전혀 없나니

모든 부처님 큰 지혜 성스러운 세존은

마음에 걸림 없어 허공과 같네.

그 때 마왕 파순의 딸들은 여자가 환혹시키는 법을 잘 아는지라, 다시 정과 태도를 더하며 더욱 애교를 내어 몸을 장엄하고 묘한 말과 방편으로 보살에게 교태를 부렸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왕 파순에게 세 딸이 있었으니

귀엽고 어여쁘며 매우 아름다워

모든 딸들 가운데 가장 훌륭하였네.

마왕은 그들을 곱게 단장해

급히 보살의 처소에 나가게 하여

모든 환혹으로 교태를 부리게 했네.

그녀들 몸은 가는 나뭇가지와 같이

바람 따라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듯이

그 보살 앞에 바로 서서

노래하고 춤추며 이런 말을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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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 1142] 쪽

‘당신은 석가족 아들로 왕이 될 몸인데

무엇 때문에 이 나무 아래 앉았소?

무르녹은 봄날 좋은 시절에

남녀가 만나면 환희가 생기나니

모든 새들이 서로 즐김과 같아라

욕심이 한 번 나면 쉬기 어렵소.

때가 왔으니 우리 함께 낙을 누립시다.

어이타 마음만 지켜 우릴 보지도 않소

우리들이 이제 다시 왔으니

마음을 맞추어 함께 놀아주소서.’

그 성인은 마치 해가 처음 솟듯

억겁에 모든 행을 닦고 공을 쌓아

그 마음 움직이지 않는 수미산 같고

묘한 음성 청아하여 우레와 같네.

걸음도 조용하여 사자와 같이

이익된 말씀 많이 이루었어라.

세간의 중생들은 생각도 없이

항상 모든 욕심내어 싸움만 하네.

이미 다투고 송사만 일삼아

이런 무지스러운 모든 사람들은

항상 이러한 고뇌에 잠기나

슬기로운 사람은 알아서 따르지 않고

버리고 출가하여 멀리 떠나서

산 숲에 있으면서 스스로 즐기네.

내 이제 때가 이미 나타났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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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 1142] 쪽

항상 머무는 감로법을 증득하고자

먼저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은 뒤

10력(力)을 갖춘 세존을 이루네.

그 마왕 파순의 모든 딸들은

다시 보살에게 이렇게 말했네.

‘당신의 얼굴은 청정한 꽃과 같습니다.

원컨대 우리들 이야기를 들으소서.

다만 세상의 왕위를 받아서

마음대로 가장 높은 어른이 되소서.

앉든 눕든 일어나든 다니든

미묘한 음악 소리 끊임이 없으리.

보리의 과보는 매우 얻기 어렵나니

하물며 모든 부처 지혜의 몸이랴.

해탈의 바른 길은 가기도 어렵소.

당신은 그 누가 가는 것 보았소?’

이 때 보살은 또 대답하였네.

‘내 결정코 법왕이 되리라.

저 천인 가운데 자재한 어른이 되어

위없이 묘한 법바퀴를 굴리리라.

10력이 구족하여 두려움이 없거니

3계 가운데 홀로 드높으리.

모든 학(學)과 무학의 제자들

천 억만의 수가 나를 에워싸고

입으로 항상 이렇게 찬탄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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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 1142] 쪽

대성이 나셨으니 세간 의심을 풀어 주소서 하여

내가 마침내 그런 설법을 할 때

마음대로 곳곳에 유행(遊行)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세간 가운데서

일체 5욕의 욕락을 즐기지 않노라.’

마왕의 딸들은 또 보살에게 말했네.

‘당신은 지금 매우 젊고 아까워

늙고 쇠잔한 때가 아직 멀어서

색력(色力)이 강성하고 정이 넘치네.

반드시 쇠잔하여 감당하지 못하리.

그 때는 단정한 몸 버리려니와

우리들 꽃다운 자태 보름달 같나니

지금이 바로 당신과 어진 벗이 될 때라오.

5욕이란 즐거운 것, 가장 좋거니

어이 하여 그토록 우리를 싫어하나요.

당신은 지금 우릴 못 본 척해도

우리들은 끝까지 따라 가겠소.’

보살은 다시 또 말하였네

‘오늘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으니

노력하여 모든 어려움에서 멀리 떠나고

저 감로문에 들어가기 부지런히 구하라.

세간의 고난을 버릴 수 있을 때

인간과 천상의 모든 고난 여의리.

이제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지 않았고

모든 악의 다툼도 다시 일지 않으니

 

우리들은 빨리빨리 행하여

속히 이런 모든 어려움을 떠나서

항상 적연히 두려움 없는 데 머물면

이것이 그 진실한 열반성이로다.’

이 때 마녀들은 또 게송으로 말했다.

당신은 하늘에서 제석천같이

좌우에 단정한 모든 천녀들과

염마천 도솔천과 화락천이며

타화자재천과 또 마군의 궁전까지

마음껏 잘 놀아 결함이 없거니

다만 5욕을 받고 적멸을 떠나소서.

그 때 보살은 또 게송으로 답하였다.

5욕이란 서리같이 이내 사라지는 것

또한 가을 구름비처럼 잠깐뿐

너희 여자는 성난 뱀처럼 두렵고

제석ㆍ야마ㆍ도솔천들까지도

다 마왕에 속해 자재가 없으며

5욕은 백 가지 원수라 무얼 탐내랴.

그 때 마녀는 또 게송을 읊었다.

당신은 수목의 꽃을 보지 못했소?

모든 꿀벌ㆍ모든 새의 지저귀는 소리며

땅 위에 난 푸르고 부드러운 풀과

또 갖가지 모든 묘한 숲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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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 1142] 쪽

긴나라 모든 하늘의 음악 소리

이렇게 묘한 때 낙을 누립시다.

그러자 보살은 또 게송을 읊었다.

나무가 때를 따라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꿀벌과 새들이 목말라 향기를 취해도

햇빛에 쪼이면 저절로 시들지만

옛 부처님의 감로야 다함이 없네.

그러자 마녀들은 또 게송을 읊었다.

초생달 같은 당신의 얼굴로

연꽃 같은 우리네 얼굴을 보소.

치아도 깨끗하고 희고 고와라.

이렇게 묘한 여자는 하늘에도 드문데

하물며 세간에서 당신은 얻었으니

몸과 마음 유순해 어기지 않으리.

이 때 보살은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희들 몸을 보니 부정이 흘러

수억의 구멍에 온갖 벌레 뿐.

모든 악이 몸에 가득해 견고하지 않고

생로병사가 항상 따른다.

나는 세간에서 가장 어려운 일 구하나니

진정 물러나지 않음이 지인(智人)의 길이라.

그 64가지 교묘로운 재주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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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 1142] 쪽

손에는 영락, 귀에는 귀고리 흔들거리네.

그 애욕의 화살을 쏘고자 방긋 웃으며

성자께서는 어찌해 전도(顚倒)하지 않느냐지만

모든 근심을 보는 현명한 사람은

아름다운 5욕도 독이 든 떡같이 보네.

칼날에 발린 꿀은 혀를 상하고

5욕은 배암의 머리 같고 불구덩이 같거니

사자같이 사람이 행동할 때는

수목도 산도 벽도 무너지고 만다.

나의 위덕은 이미 욕심을 떠났으니

너희들을 버림도 그와 같도다.

그 마녀들이 백 가지 재주를 부려

보살을 현혹하나 움직이지 않네.

보살은 코끼리나 사자왕같이

수미산인 듯 움직이지 않네.

그들은 달래고 꾀어도 어찌 하지 못해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머리를 숙여

공경하고 기뻐하고 찬탄하였다.

존자의 얼굴은 연꽃같이 깨끗하고

제호 같고 가을 달 같아라.

드높은 빛은 금산과 같으니

마음에 구하는 원을 이루시어

스스로를 건지고 다른 수억 사람도 건지소서.

그 때 마왕 파순의 모든 딸들은 힘으로 보살을 현혹시키지 못하고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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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 1142] 쪽

운 마음으로 각각 몸을 굽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는 하직하고 뒤에 물러나 조용히 마왕 곁으로 돌아갔다. 가서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왕이여, 저 중생과 원수 맺을 생각을 마소서. 무슨 까닭인가 하면 저희들은 옛날부터 이런 중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욕계(欲界) 가운데서 아리땁고 혹할 만한 자태를 그에게 보였으나 잠시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또 우리들이 애욕의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모든 사람의 마음을 고갈케 하여 마치 가문 날 초목처럼 타게 만들고 봄날에 소(酥)를 햇빛 아래 두면 자연히 녹아 버리듯 하였는데, 이제 이 장부는 어떤 인연으로 유독 이러하나이까?

이런 까닭에 부왕께서는 부디 그와는 원수를 맺지 마소서.”

그리고 그 부왕에게 게송을 읊었다.

그의 형상은 첨복꽃 보다 곱고

끝없는 위덕은 이름 널리 떨치네.

마치 큰 산왕과 같이 움직이지 않아

저희들도 정례하고 이제 왔나이다.

우리는 이제 그 사연 갖추어 아뢰오리다.

그의 눈빛은 우발라꽃 같아

미소하며 우리를 봐도 마음은 옮기지 않고

얼굴도 청정하여 눈도 깜짝이지 않았습니다.

성내지 않고 원망 않고 욕심도 없이

우리들을 허깨비나 꼭두각시같이 보았습니다.

가령 수미산이나 땅을 무너뜨리고

별과 해와 달을 떨어뜨리고

큰 바다 물을 다 말릴 수 있더라도

애욕으로 그 마음은 못 돌립니다.

말씀도 미묘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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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 1142] 쪽

우리를 자비로이 보고 욕심이 없었소.

우리를 보아도 성내는 마음 없이

우리 몸을 생각하되 어리석지 않고

우리의 뜻과 몸을 살펴보되

여자의 우환을 자세히 알기에

그래서 마음으로 5욕을 행하지 않네.

애욕을 떠나 애욕 없는 줄 누가 알리오.

이는 인간과 천상이 헤아리지 못하네.

우리들이 여자의 아첨을 나타냈을 때

그 마음에 만약 욕심이 있었다면

마음이 마른 나무처럼 고갈됐으리.

그러나 우리를 봐도 욕심이 없이

편안히 머무는 산왕과 같았네.

백복 장엄과 공덕의 지혜로

보시와 계행이 구족히 원만해

천억 겁토록 범행을 하여서

청정한 중생 위덕도 크더이다.

우리들은 그 금빛에 정례하였소

의심할 나위 없이 우리 마군 항복시키고

반드시 정각의 보리를 증득하리니

우리들은 원수 맺기 원치 않나이다.

이 진(陣)은 치기 어렵고 이기기 어렵소.

그를 항복시키기란 매우 어렵소.

부왕이여 저 허공을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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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 1142] 쪽

수많은 보살들이 타방에서 옵니다.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공경스레 정성껏 그에게 예배하며

만다라 꽃으로 꽃비를 내리오며

미묘한 게송으로 그를 찬탄합니다.

시방의 모든 부처도 사절을 보내어

여러 가지 미묘한 감로의 음식을 가져오고

마음 가진 중생들이 다 모여들며

마음 없는 모든 산과 온갖 나무들까지

수미산신(山神)과 제석천까지

저 공덕 숲을 향해 정례합니다.

그러므로 부왕은 때가 아니오니

우리들은 응당 본처로 돌아갑시다.

그러자 마왕 파순은 게송을 읊었다.

아무라도 강을 건너면 저 언덕에 이르고

물건을 파내면 반드시 뿌리를 끊나니

원수를 맺으려면 끝까지 맺어

무엇이든 하는 일에 후회하지 않노라.

그 때 마왕 파순은 장자 상주가 권하는 말도 듣지 않고 또 모든 딸들이 간하는 말도 받아들이지 않고서, 몸소 보리수 아래 보살 곁에 나아가 보살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그대 석가 사문이여, 이제 무엇을 구하고자 하여, 악독한 용이 구름과 비를 내리는 곳, 두렵고 놀라운 들짐승이 우글거리는 곳, 칠흙같이 어두운 곳, 이 숲 나무 아래 혼자 앉았는가? 그대 비구여, 그 모든 원수와 도적들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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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 1142] 쪽

그 때 보살은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마왕 파순아, 내 이제 적멸한 열반을 구하고자 하노라. 지난 옛날 모든 부처님이 수행하던 곳이며 최상의 처소이며 두려움이 없는 곳이며 모든 유(有)가 다하는 곳이기에 홀로 이 아란야 가운데 나무 아래 앉았노라.”

그 때 마왕은 게송을 읊었다.

사문아, 그대 홀로 아란야에 머물러

고행하며 바라는 일 매우 어렵네.

방편이 구족한 늙은 선인들도

선정을 잃고 모두 물러가는데

하물며 그대 젊고 혈기 왕성하니

가장 묘한 이것을 어떻게 구하리.

그러자 보살은 또 게송으로 파순에게 말했다.

옛날 고행하던 모든 선인은

용맹 정진이 아직 깊지 않아

그 복보(福報)의 착한 힘이 굳지 않았으나

나는 옛날 지계와 맹세가 굳나니

파순아, 나는 도를 증득하지 않고는

결코 이 숲을 버리지 않으리라.

이 때 마왕은 또 게송을 읊었다.

내 욕계(欲界)에서 가장 높거니

제석천ㆍ호세천도 다 내게 달렸고

아수라ㆍ긴나라ㆍ용왕들까지도

아비지옥도 다 내 백성인데

그대도 내 경계 가운데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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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 1142] 쪽

속히 일어나서 이 나무를 떠나라.

이 때 보살은 또 게송으로 마왕 파순에게 말했다.

그대는 욕계에서 비록 자유로우나

결정코 법계에는 자유가 없네.

오직 지옥과 아귀 등을 알지만

그러나 나는 이제 삼계의 사람 아닐세.

도를 이루면 반드시 너희 마궁을 부수리니

너는 뒤에 반드시 자재를 잃으리라.

그 때 마왕 파순은 다시 보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석가의 아들아, 그대가 속히 일어나 이곳을 떠난다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리고 큰 지주가 되며, 7보가 구족하고……모든 산천을 통할하리라. 석가의 아들아, 그대는 지난 옛날 진실한 말을 하는 선인들의 이런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그대가 장차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그러니 빨리 일어나 자재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라. 만약 일어나 임금이 되면 최상의 위덕은 비길 데 없고, 법답게 살고 다스리는 가운데 모든 나라를 얻을 것이며

, 모든 인민들도 다 와서 목마르게 우러러 공경하고 공양하리라. 또 그대 석가의 아들아, 몸이 연약하여 어려서부터 깊은 궁중에서 길러졌거늘 이제 이 광야 숲 속에는 사람도 없고 들짐승도 많아서 사납고 무서운데 홀로 벗이 없으니 그대 몸을 손상할까 내 항상 근심 걱정하노라. 석가의 아들아, 그대는 이제 빨리 이곳을 떠나 본궁으로 돌아가서 얻기 어려운 것을 얻고 5욕의 미묘한 일로 눈을 즐기고 마음을 유쾌히 하고 그것을 버리지 말라. 그대는 이제

비록 저 얻기 어려운 위없는 도를 구하고자 하나 석가의 아들아, 그 보리는 매우 얻기 어렵고 한갓 피로할 뿐임을 알지 못하는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묵묵히 서 있으니 보살이 마왕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마왕 파순아, 너는 이제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무엇 때문이냐 하면 내 마음은 5욕의 일을 즐기지 않노라. 마왕 파순아, 나는 오래 전부터 5욕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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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 1142] 쪽

든 근심을 알았노라. 한 번 5욕을 탐하여 족한 줄 모르면 잠시 낙을 받을 뿐이요, 오래가지 못한다.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어[無我] 견고하지 않으니 마치 풀 위의 이슬 같다. 뱀의 혓바닥같이 무서워 접근하기 어려우며 마치 해골 무더기 같아서 추악하고 부정하여 마치 고기 조각을 모든 짐승이 탐내어 서로 다투고 서로 죽이는 것과 같다. 마치 나무 위에 익은 열매가 가지에 오랫동안 붙어 있지 못하듯, 꿈과 거품과 환술과 아지랑이와 같이 진

실함이 없으며, 양의 똥에 덮인 불이 문득 사람을 태우는 것과 같다. 마왕 파순아, 나는 지금 함이 없는[無爲] 곳을 증득하고자 하노라. 파순아, 너는 내가 이미 4천하 가운데 풍족한 낙과 7보를 버린 것을 알라. 마왕 파순아, 마치 어떤 사람이 묘한 음식을 먹었다가 토하고 나서 그것을 다시 먹을 리가 없는 것과 같이 이렇게 나는 이미 위와 같은 과보를 버렸으니 저 사람들이 토했다가 다시 먹지 않듯 내가 어찌 환궁하겠느냐?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 마왕 파순아, 나는 지금 오래지 않아 결정코 보리를 얻어 부처가 되어 생로병사 등의 근심을 다 없애리라. 파순아, 너는 여기 있지 말고 본래 온 곳으로 돌아가라. 너의 부질없는 말은 아무 이익도 없는, 어리석은 사람의 말이다.”

그 때 마왕 파순은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5욕의 일로 꾀일 수 없으니 나는 다른 방편을 써서 아름다운 말로 그의 마음을 달래 보내도록 하리라.’

마왕은 이런 생각을 하고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그대 감자종 사문 석가 아들이여, 속히 일어나소서. 속히 일어나소서. 당신은 어려서부터 아직 전쟁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전쟁의 칼날은 매우 무섭습니다. 당신은 다만 당신네의 왕법을 행하였으니 진을 치고 적과 싸우는 일은 당신이 감당할 일이 아닙니다. 또 당신은 남과 원수를 맺지 마소서. 만약 원한을 맺으면 오랜 세월 성내고 욕심내고 어리석고 탐내는 등 더러운 마음과 알음알이로 색ㆍ수ㆍ상ㆍ행ㆍ식 등의 모든 음(陰)을 해탈하지 못하나이다.

당신은 급히 이 착하지 않은 마음과 바르지 못한 소견의 몸을 돌리소서. 석가 사문이여, 당신은 집에 가서 무차회를 베풀고 따로 왕법으로 세간을 항복받고 천하를 다스리며 금륜왕의 지위를 받으소서. 여기를 애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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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전투에 상하지 마소서. 당신은 궁궐에 돌아가면 큰 위세와 복덕을 가진 이의 아들입니다. 이러한 왕의 길은 매우 훌륭하여 옛날부터 모든 왕들이 함께 찬미하던 것이요, 국토가 넓고 커서 4천하를 통일하며 일체가 충족하고 모든 것이 모자람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대왕의 깊은 궁중에서 태어났는데 오늘 삭발하여 비구의 몸으로 이와 같이 걸사(乞士)가 됨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 어찌 사문의 모양을 하고 빈궁하게 사십니까. 왕종의 석가 아드

님이시여, 내 당신을 어여삐 여기므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지 강제로 여기서 떠나 보내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잘못되는 것을 마음으로 참지 못할 뿐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죽음이란 가히 두렵나니 찰제리종이여

마땅히 해탈을 버리고 환궁하소서.

의로운 활과 살을 세워 세간을 다스리고

금세에 낙을 받아 뒤에 천상에 나소서.

이 길을 얻으면 이름이 일체에 두루하리.

지난 옛날 왕들과 함께 행하소서.

당신은 이미 왕종 가운데 났으니

사문으로 걸식함은 합당치 않나이다.

마왕 파순이 이런 말을 하자 보살은 자세히 보고 절대로 따르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옮기지도 않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아 파순아, 이것은 네가 자기 이익만 찾는 것이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파순에게 말하였다.

“마왕 파순아, 나는 이미 금강같이 견고하게 앉았다. 가부좌를 맺은 것은 파괴하기가 매우 어려우니 저 감로법을 증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마왕 파순아, 네가 하고자 하거든 마음대로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뜻대로 하라.”

그러자 마왕 파순은 화가 나서 보살에게 고민스럽게 말하였다.

“석가 비구야,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홀로 이 고요한 나무 밑에 앉았는가?”

마왕은 이렇게 허풍으로 호통을 쳐 말하였다.

“너는 네가 편안히 앉았다고 생각하느냐. 마치 성 안에 앉아서 견고한 사방벽에 에워싸였다고 말하듯 하느냐? 너 비구여, 내가 거느리고 온 네 종류 군사들,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등 모든 군사, 기치 창검에 날개 일산과 깃발들과 저 많은 야차들이 다 사람의 고기를 먹으며 귀신같이 잘 쏘며 각각 굳센 활을 잡고 날카로운 살을 쥐었으며 창과 갈고리ㆍ칼ㆍ철봉ㆍ금강의 수레바퀴ㆍ도끼 등 갖가지 무기와 천만의 코끼리ㆍ말ㆍ낙타ㆍ수레들로 허공에 가득 차게 부르

짖고 그 밖에 한량없는 모든 용들이 각각 모두 큰 먹구름 떼를 타고 번개를 번쩍이며 우박을 내리쏟는 것을 못 보았는가?”

그 때 마왕 파순은 허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들고 보살 앞으로 쫓아오며 이렇게 외쳤다.

“석가 비구야, 내 이제 이 칼로 장사가 대 묶음을 베듯 네 몸을 끊으리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나의 이 보검은 아주 강하고 날카롭도다.

이제 수중에 있으니 너는 잘 보라.

너 만약 급히 달아나지 않으면

당장 네 몸을 대 묶음처럼 베리라.

그 때 보살은 마왕에게 답하였다.

일체 마왕이 이 땅에 가득 차서

손에 모두 수미산 같은 칼을 쥐어도

그들은 내 터럭하나 움직이지 못하거니

하물며 나의 몸을 베고 자를 수 있으랴.

마왕아 네 만약 큰 힘이 있어도

이제 나는 보리를 증득하고자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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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막아도 나는 듣지 않나니

머물지 말고 속히 일어나 네 갈 길로 가거라.

그 때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다시 마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 마왕 파순아, 천만억이나 되는 중생이 모두 너처럼 힘을 다하여 여기 와서 나를 가로막고 보리를 방해하여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하게 한다 해도 내 결코 이곳에서 일어나 다른 나무 아래 앉지 않으리라.”

그 때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석가족 비구야. 너는 전에 우루빈라 마을 니련하 가에서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6년을 고생하고 신명을 아끼지 않았으나 아직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했으며 또한 최상의 해탈을 얻지 못했다. 하물며 이제 정진의 뜻을 버리고 선정에서 물러나, 잃어버리고 게으른 마음을 내었는데 그 바램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보살은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마왕 파순아, 나는 지난날 처음에 정진하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그 아란야처에 앉아 내 마음을 조복해서 이제 용맹정진을 성취하였다. 또 지난 6년 고행할 때는 때로 피로하고 권태로움도 생겼으나 오늘은 그렇지 않다. 너 파순아, 이제 나에게 이런 일을 간하는 것은 나를 연민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연민이 있다면 어찌 이런 말을 하겠느냐만 너는 이미 이런 마음을 냈구나. 나는 이제 스스로 해탈을 얻고 다른 사람도 해탈을 얻게 하리라. 마왕 파순아

, 나는 결정코 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결정코 그 미묘한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 때 마왕 파순은 보살의 이런 말을 듣고 나자 마음에 큰 근심이 생겨 부지런히 수고하던 모든 힘을 버리고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이제 아름다운 말과 고운 말로 달래어도 이 보리수 아래서 일어나지 않는구나. 그가 세운 서원은 무거워서 이미 좋은 말로는 움직일 수 없도다. 이제 엄하게 무섭게 꾸짖고 전투로 벤다고 협박하여 그의 마음을 놀래켜 급히 일어나 달아나게 하리라.’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고 보살에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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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석가비구야, 내 이미 너에게 참으로 바른 말을 했으나 너는 나의 이 좋은 충고를 듣지 않고 빨리 일어나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으니 너는 아주 어리석도다. 너는 오늘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을 보리라.”

그 때 보살은 파순에게 말하였다.

“마왕 파순아, 내 옛날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도 너희들은 오히려 나에게 장애를 짓지 못했는데 하물며 오늘이겠느냐? 마왕 파순아, 너는 속히 온 곳 으로 돌아가라. 옛적부터 이미 너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금도 두려움이 없노라.”

그 때 보살은 파순에게 게송을 읊었다.

허공에서 칼과 창이 내 몸에 비처럼 내려

마디마디 조각조각 내 몸을 베어도

내 만약 생사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면

이 보리수에서 끝내 옮기지 않겠노라.’

그 때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너 석가족 비구야, 만약 그렇다면 너는 아직 마군의 군사들을 보지 못하였구나. 무슨 까닭인가 하면 나의 군사는 몸에 견고한 갑옷을 입었으며 손에 갖가지 무기를 쥐고 네 몸 위에 비오듯 내려치리라. 그 때가 되면 너 석가 비구는 스스로 급히 이 나무 아래서 일어나 나한테 와서 반드시 이렇게 외치리라.

‘마왕이여, 그대는 나의 귀의를 받으소서’

너 비구야, 아직도 내가 신통 부리는 것을 깨닫지도 알지도 못하는구나. 그러기에 너는 그 사자좌에 앉아서 사자후를 하는구나. 너 석가비구야, 다만 빨리 일어나라. 무엇 때문에 오늘 입으로 헛되게 사자후를 하느냐?”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내게 병마와 코끼리 등 군사와

잘 싸울 줄 아는 모든 신장(神將)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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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갑옷을 입고 손에 칼을 쥐었거니

이제 네 목숨이 있거든 빨리 달아나라.

나중에는 나에게 구호 바라기 어려우리니

내 비록 구하고자 하여도 할 수가 없다.

그 때 보살은 파순에게 말하였다.

“마왕 파순아, 네 곳의 큰 바다 물과 이 대지를 다른 곳에 옮기고, 해ㆍ달ㆍ별을 허공에서 떨어뜨리고 수미산을 백 조각을 내고, 또 대지와 수미산을 하늘 위에 들어올리고 대지와 수미산을 넘어 뜨리고, 마른 흙으로 항하수를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나의 지금 이 마음은 막을 수 없고 옮길 수 없고 이곳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파순아 내 지난 옛적부터 수행할 때와 같이 나의 몸의 힘ㆍ선정ㆍ계행의 갖가지

모든 힘과 같이 파순아, 이런 것은 혹 하늘이나 용이라도 능가할 이 없고 이길 이가 없다. 나는 지난 옛적부터 보리행을 하여 억천만 겁에 만족히 성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살은 마왕 파순에게 게송을 읊었다.

 

정거천의 모든 천자들은 나의 무리라.

지혜의 힘을 살로 하고 방편을 활 삼아

내 이제 너를 항복키 어렵지 않다.

마치 취한 코끼리가 마른 대 밟듯이.

그 때 마왕 파순은 보살의 이런 말을 듣자 성이 더욱 났다. 성이 나고 또 나서 온몸에 가득해 널리 야차ㆍ나찰들을 불러 말했다.

“대선장(大善將) 난중(亂衆) 적안(赤眼)아, 너희들은 속히 오라. 모든 산의 돌이며 나무ㆍ활ㆍ살 ㆍ칼ㆍ검ㆍ금강저ㆍ철퇴ㆍ창ㆍ도끼 등 갖가지 병기(兵器)를 찰제리 석종의 아들 머리 위에 싸락눈처럼 퍼부어라.”

그 때 야차의 대선장 등은 마왕 파순의 이런 말을 듣고, 곧 네 종류 군사들을 장비하여 다 갑옷을 입고 모든 무기들을 들고 빨리 따라왔다. 한량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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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야차ㆍ나찰ㆍ비사차ㆍ구반다 등은 갖가지 형용과 갖가지 상모와 갖가지 얼굴빛으로 갖가지 무기를 쥐고 무서운 것으로 변해 나타나 몸과 목을 거꾸로 바꾸고 여러 가지 악한 소리로 부르짖고 기운을 내었다.

어떤 것은 코끼리 얼굴이요, 어떤 것은 말의 머리요, 혹 낙타의 머리, 소와 물소의 머리, 혹 나귀, 혹 개, 혹 양과 돼지와 이리ㆍ사자ㆍ범ㆍ표범ㆍ승냥이ㆍ곰ㆍ들소ㆍ물소ㆍ수달피ㆍ검은 소ㆍ원숭이ㆍ여우ㆍ살기ㆍ야간ㆍ고양이ㆍ토끼ㆍ노루ㆍ사슴 등 이런 모양과 여러 새의 얼굴로 나타났다. 또 악어ㆍ거북ㆍ고기 들의 머리며, 혹은 뱀의 머리에다 온갖 벌레의 몸, 코끼리 머리에 말의 몸, 말의 머리에 코끼리 몸, 낙타 머리에 소의 몸, 소 머리에 낙타의 몸, 혹

물소 머리에 나귀 노새의 몸, 혹 나귀 머리에 물소의 몸, 개 머리에 돼지 몸, 돼지 머리에 개의 몸, 염소 머리에 이리의 몸, 이리 머리에 염소의 몸, 사자 머리에 호랑이 몸, 호랑이 머리에 사자의 몸, 삵쾡이 머리에 곰의 몸, 곰의 머리에 삵쾡이 몸, 코뿔소[犀牛] 머리에 수달 몸, 수달 머리에 코뿔소의 몸, 검은 소 머리에 원숭이 몸, 원숭이 머리에 검은 소의 몸, 원숭이 머리에 여우의 몸, 여우의 머리에 원숭이 몸, 고양이 머리에 새의

몸, 새의 머리에 고양이 몸, 악어의 머리에 거북ㆍ자라의 몸, 거북ㆍ자라의 머리에 악어의 몸, 물고기 머리에 뱀의 몸, 뱀의 머리에 물고기 몸을 나타냈다. 가축의 머리에 사람의 몸이요, 사람의 머리에 가축의 몸들이며, 혹은 머리가 없이 몸뚱이 뿐이요, 혹은 반쪽 얼굴이며, 혹은 반쪽 몸이요, 혹은 머리는 둘인데 몸은 하나요,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셋이 있으며, 혹은 몸 하나에 머리가 많으며, 혹은 머리는 있는데 얼굴이 없고, 혹 얼굴은 있으나

머리가 없으며, 혹은 반쪽 머리에 얼굴이 없고, 혹은 반쪽 얼굴에 머리가 없으며, 혹은 머리 둘에 얼굴이 없고, 또 얼굴이 없으나 머리가 셋이며, 혹은 머리가 많으나 전혀 얼굴이 없었다. 혹은 전부 눈이 전혀 없거나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셋이거나 많고, 혹은 귀가 없거나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셋이거나 많으며, 혹은 손이 없거나 팔이 없고 혹은 손이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셋이거나 많고, 혹은 다리가 없거나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셋이거나 많고, 또 발이

없기도 했다.

혹은 또 머리를 거꾸로 하고, 혹은 머리를 손에 들고, 혹은 머리를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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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우고, 다리를 위로 올리고, 손과 발이 뒤틀리고, 혹은 손ㆍ발은 끊어 달고, 혹은 눈이 뒤틀리고, 혹은 눈이 툭 튀어나오며, 눈이 푸르고 무서우며, 혹은 눈이 붉으며, 혹 눈에서 빛을 내고, 혹은 눈을 굴리고, 혹은 귀가 늘어져 있고, 혹은 귀가 염소 같거나 나귀 같고 귀가 나무로 되고, 혹은 원숭이 귀, 물고기의 귀가 있으며, 혹은 귀가 많은 사람의 몸이며, 혹은 코가 옆으로 비뚤어지고 몸이 추하였다. 혹은 입이 매달려 있거나 혀가 매달려

있고 혹은 혀가 굵고 크며, 혹은 혀에서 방광하며 혹은 이빨이 매우 길고 크며, 몸이 짧고, 혹은 이빨이 들쭉날쭉 나오며, 혹은 이빨이 마치 칼과 검 같으며, 혹은 혓바닥이 칼과 검 같으며, 혹은 배를 매달고 다니거나, 혹은 배가 없으며, 혹은 머리털을 풀어 헤치고, 혹은 무릎이 없으며, 혹 무릎이 장군[瓨] 같고, 혹 넓적다리가 없이 다리가 발우를 엎은 것 같거나 절구통 같았다.

 

 

 

 

불본행집경 제2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1. 마포보살품 ③

이 때 마군의 무리는 이러한 이상한 모양을 하고 흰 코끼리나 말이나 낙타를 타고 물소와 모든 수레를 타고 사방에서 구름떼처럼 모여 왔다.

그것들은 아수라와 가루라 같으며 마후라가와 구반다ㆍ나찰ㆍ야차ㆍ비사차ㆍ사명귀(伺命鬼) 같고, 또 몸이 야위고 길고 커서 아귀 같고 여러 가지 이상한 형용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위덕 있게 매우 크고, 머리가 새끼[索]같고, 혹은 머리가 크고 혹은 얼굴이 작거나 주름 투성이었다. 괴상한 모양을 하여 보는 사람을 실신케 하고 혹은 사람의 혼백과 정신을 뺏고, 혹은 얼굴이 푸르거나 몸빛이 붉은 구리 같고, 혹은 머리가 붉고 몸이 푸르며 혹은 머리가 누

르고 몸이 연기 빛 같고, 혹은 머리는 연기 빛이고 몸은 누른빛이며, 머리가 붉고 몸이 검으며 머리가 검고 몸이 붉으며, 머리가 희고 몸이 푸르며, 머리가 푸르고 몸이 희며 혹은 머리의 왼쪽은 희고 오른쪽은 푸르며, 혹은 오른쪽이 희고 왼쪽이 푸르며, 혹은 몸과 얼굴의 왼쪽 오른쪽이 모두 다 그러하였다.

혹은 또 전신이 오직 해골뿐이며 혹은 머리는 촉루뿐이나 몸은 비만하고 혹은 얼굴은 살이 있으나 몸은 해골이 드러나 있었다. 혹은 사람의 손발에 축생의 몸이요, 혹은 축생의 다리에 사람의 몸이요, 혹은 몸의 털이 바늘이나 가시 같으며, 혹은 몸의 털이 돼지 털 같으며, 혹은 몸의 털이 당나귀의 갈기 같으며, 혹은 털이 곰ㆍ원숭이ㆍ쥐ㆍ이리 같으며, 혹은 털에서 불꽃이 나오며, 혹은 털이 어지럽게 났으며, 혹은 털이 거꾸로 올라가 있었다. 혹은 머리

에 살상투가 있으며, 혹은 다 벗겨지고 털이 없으며, 혹은 붉은 옷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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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허리에 여러 색깔의 띠를 둘렀다. 혹은 머리 위에 촉루의 다발을 썼고, 혹은 머리 위의 털이 잿빛과 연기에 그을린 푸르고ㆍ누르고ㆍ붉고ㆍ흰 빛이 섞였고, 촉루로 관을 삼았는데, 이러한 형상을 하고 구름처럼 모여 왔다.

손에는 카타방가[수나라 말로는 상(床)의 4분의 1, 즉 상 다리 하나를 쥔 것을 말함]를 쥐고, 혹은 허리에 여러 가지 방울을 달아 움직이면 큰 소리를 내고 그 손에는 사람의 촉루를 쥐었으며, 혹은 사람의 해골로 꽃다발을 만들었으며, 혹은 손에 죽은 사람의 손발을 쥐었으며, 혹은 방울을 쥐고 흔들어 소리를 냈다. 혹은 몸이 다라수같이 큰데, 손에 칼과 화살과 창과 활들을 쥐었다. 혹은 창을 쥐고 삼차(三叉)ㆍ철봉ㆍ쇠 바퀴ㆍ긴 칼ㆍ날카로운 도끼

며 쇠공이들을 쥐었는데, 머리에서 사나운 불꽃을 뿜으며 철퇴와 흰 막대기와 돌을 든 것이 산과 같았다. 혹은 푸른 옷과 누르고ㆍ붉고ㆍ검은 여러 가지 가죽옷을 입었으며, 혹은 알몸에 뱀을 감았으며, 혹은 눈ㆍ귀ㆍ코에서 여러 가지 뱀이 나오는데 그 뱀은 검은 빛이요 손으로 잡고 보살 앞에서 입으로 씹어 먹으며, 혹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며 혹은 피를 마시며, 혹은 몸 위에 송장 타는 연기가 나고 입에서 횃불을 내며 혹은 모든 털구멍에서 모든 불을 내

며 혹은 잇몸에서 불을 내어 땅에 흩었다.

혹은 허공에서 큰 먹구름을 내며 혹은 허공 속에서 바람을 날리고 비를 뿌리고 큰 번갯불을 내서 뇌성을 진동시키며, 공중에서 모든 산의 돌을 번개와 비를 내리듯 하며, 혹은 부서진 돌을 내려 큰 나무에 벼락을 치며, 혹은 마디마디 몸이 떨어져 나가며, 혹은 활을 당기고 혹은 손뼉을 쳐서 위협하고 겁을 주고자 하며, 혹은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말했다.

“이곳에 머물지 말고 빨리 달아나라.”

혹은 늙은 여자의 몸을 변화로 지어내, 두 손을 들어 큰소리로 곡하며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내 아들아, 아아 슬프다 형제들아.”

혹은 크게 웃다가 슬퍼하다가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달아나기도 하며, 혹은 등지고 달아나다가 도로 앞으로 왔다. 혹은 문득 일어났다가 혹은 문득 날아 공중에서 마음대로 유희하며, 혹은 나무를 휘어잡아 몸을 매달고 걸어가며, 혹은 칼을 가지고 뛰고 춤추며 혹은 창과 긴칼이며 삼차와 도끼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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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하고 손발을 멈추지 않았다. 혹은 한 여름에 황소 울듯 부르짖으며 혹은 시바(尸婆)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혹은 공중에서 ‘하하ㆍ히히ㆍ후후ㆍ직직ㆍ기리기리’ 같은 소리를 내어 입으로 휘파람을 불고 또 옷을 희롱하였다. 이렇게 야차ㆍ나찰 ㆍ구반다ㆍ비사차 등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군사들이 보리수 앞에 빽빽하게 가득 찼다. 남쪽으로 바다까지 뻗치도록 마군의 군사가 꽉 차고, 그 사이에는 바늘 구멍 만한 빈 땅도 없었다. 괴이한 형상으로 무섭게 보살을

잡으려 하고 보살을 죽이고자 하여 오직 마왕 파순의 명령이 한 번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마왕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이런 모든 귀신들은 보리수에 임박하여 배고프고 목마르고 피곤하여 오로지 보살을 살해할 생각뿐이었다.

그 보리수의 동쪽ㆍ서쪽과 북쪽 3면에는 한량없는 정거천(淨居天)의 모든 하늘 사람들이 가득 차 있으며, 또 한량없는 색계(色界)의 모든 하늘들이 합장하고 보살에게 정례하며 입으로 이렇게들 말했다.

“모든 인자(仁者)들은 보라.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

그러나 어떤 천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찰제리의 감자종 아드님이시여, 속히 이곳을 떠나소서. 여기는 무섭습니다. 이렇게 갖가지 병기들이 당신의 몸을 해치려 하옵니다.”

이 때 보살은 그들에게 일렀다.

“내 이제 오래지 않아 반드시 그들을 파하여 다 흩으리라. 마치 바람이 담요 위에 가는 꽃을 불어 날리듯.”

그들 모든 마군의 귀신들이 이렇게 모였을 때는 밤중이라 허공은 밝지 않았다. 달과 별들이 있었으나 모두 그 빛을 나타내지 않아서 매우 어두웠다. 눈이 있어도 볼 수 없고 오직 큰불이 일어 사나운 바람 소리만 무섭고 대지가 진동하며 4해가 다 끓어올랐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4대해가 들끓고 땅이 진동하며

시방(十方)에는 불길뿐 악한 소리만 들린다.

허공의 별과 달도 가려져 밝지 못하며

칠흙 같은 밤중에 보이는 것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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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대중 가운데 지지(持地)란 용왕이 있었다. 그 용왕은 마음속으로, 보살이 이기게 하려고 마왕에게 성낸 마음을 내어 악의로 그 두 눈을 부릅뜨고, 파순을 보며 입에서 악기(惡氣)를 토하여 마왕의 몸에 뿜으며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 때 상계(上界)의 정거천들은 보살이 이기게 하려고 마왕에게 자민심(慈愍心)을 내고 누(漏)가 다하였으므로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았다. 이 때 보살을 믿고 공경하는 그곳의 모든 하늘들은 보리수에 있으면서 이 마군의 무리들이 온 땅에 가득히 차서 보살을 소란케 하는 것을 보고 허공에서 각각 외쳤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리수 아래 모든 하늘들이 모여

마군들이 보살을 해하려는 것을 보고

세간을 해탈하는 법을 믿는 까닭에

아아, 하면서 크게 외쳤네.

이 때 보살은 오직 법을 생각하여 마음이 흔들리거나 어지럽지 않았으며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다.

“욕계(欲界)의 천자여, 내 몸은 이미 찰제리 종성이다. 우리 종성은 이제껏 망령된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직 참다운 맹세가 있을 뿐이니 네가 무엇을 하려는지 빨리 하고 오래 머물지 말라.”

그러자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네 말대로 내 지금 네 몸을 부수어 백 조각을 내고자 하는데 너는 앞에 나와서 나와 싸우려느냐. 아니면 내가 앞에 나서서 너를 해치랴?”

보살은 파순에게 일렀다.

“나는 너를 찍고 쏠 살과 칼과 막대기가 없노라. 그러하나 다만 나는 반드시 먼저 너를 항복시킨 다음에 성불하리라.”

그러자 마왕 파순은 곧 자기 군사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각각 겁내지 말고 힘을 다해 용맹스럽게 싸우라. 이 석가족 아들에게 큰 변동의 공포를 나타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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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군들은 명령을 받고 마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명령대로 우리들은 어김이 없겠나이다.”

즉시 보살에게 겁을 주려고 각각 몸에서 힘을 나타내 보였다.

그 마군의 무리들과 모든 잡귀들은 입에서 긴 혀를 빼내어 턱을 흔들며 매우 날카로운 이빨로 보살을 깨물고자 하였다. 그 눈이 둥글어 사자와 같고 귀가 구부러지고 말려 쇠갈고리 같아서 보살을 상하려는 모양이 대단히 무서운데 보살에게로 달리며 이런 공포를 지었고, 혹은 입을 벌리고 우러러 선 채 바로 보며 보살을 삼키려 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군들은 이렇듯 무섭게 오건만

그 성인은 우뚝하여 놀라거나 움직이지 않네.

매우 지혜로운 이가 어린 아이 장난을 보듯이

보살이 마군을 보는 것도 그렇네.

그 때 마군들 가운데 다시 한 귀신이 진한심(瞋恨心)을 내어 긴칼을 보살에게 던졌는데 칼이 스스로 그 손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혹은 산을 떠받들고 큰 바위를 보살을 향해 던졌으나 그 산과 돌도 도로 그 손에 붙고 다 땅에 떨어지지도 않았다.

또 혹은 허공 중에서 산과 돌이며 나무ㆍ철퇴ㆍ도끼ㆍ창들을 보살을 향해 던졌으나 다 허공에 머물러 내려오지 않았으며 혹 내려 온 것도 자연히 가루가 되어 조각조각로 흩어져 다른 곳에 떨어졌다.

혹은 허공에서 마치 일천(日天)과 같이 큰 불비를 비처럼 내리고 불타는 구름을 내렸으나 그 불의 비도 보살의 위력 때문에 곧 붉은 구물두꽃으로 변하여 비처럼 내렸다.

혹은 보살 앞에서 입으로 온갖 뱀을 토하여 보살을 물게 했으나 그 모든 뱀들은 땅에 이르러 정신없이 머물고 주금(呪禁)을 당한 것같이 꼼짝하지 못했다.

혹은 큰 구름을 일으키고 벼락을 치며 우박과 돌을 비처럼 내려 그 보리수 위에 뿌렸으나 그 비도 보살의 위신력 때문에 땅에 이르자 갖가지 꽃비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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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혹은 화살을 보살에게 쏘았으나 그 화살도 도로 활줄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혹은 동시에 5백 대의 화살을 쏘았으나 그 화살은 허공에 머무르고 내려오지 않았다. 혹은 긴칼을 들고 보살 앞으로 달려갔으나 보살 곁에 이르지 못하고 저절로 길 위에 거꾸로 넘어졌다. 나찰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몸이 검고 손에 촉루를 쥐고 보살의 마음을 환혹시키려 빨리 달려 보살에게 가까이 가려 하였으나, 출발한 곳에서부터 그 자리에서 뱅뱅 맴돌며 보살 곁으로 나

아가지 못하였다.

혹은 두 눈에서 크게 맹렬한 불꽃을 내어 보살을 태우려 빨리 쫓아갔으나 보살 곁에 가까이 이르자 갑자기 보살의 몸이 보이지 않았으며, 혹 어떤 귀신은 무겁고 큰돌을 가지고 보살을 향해 쫓아갔으나 보리수 아래까지 가지 못하고 매우 피곤하고 괴로웠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군들은 몸과 뜻이 미혹하여서

갖가지 방편으로 해치려 했으나

그가 앉은 자리를 움직이지도 못했으니

서원과 지혜 힘이 굳기 때문이네.

혹은 사자의 포효를 내고 혹은 호랑이ㆍ곰ㆍ승냥이ㆍ표범 등 들짐승의 소리를 지었으니 그들의 소리를 듣는 이가 있다면 한량없는 중생들이 모두 공포를 낼 것이었다. 혹 어떤 귀신은 ‘죽여 버리자. 석가족의 아들을 죽여 버리자.’고 외치며 어떤 귀신은 ‘쳐부숴라, 쳐부숴라. 이 찰제리 아들을……’ 하고 외치며, 혹은 ‘때려죽여라. 이 사문을 때려죽여.’ 혹은 ‘이 구담을 상해하라, 상해해.’ 혹은 ‘베어 버려라, 베어 버려. 이 감자종을.’ 혹은 ‘이

찰제리종을 가루로 만들어라, 가루로 만들어.’ 혹은 ‘이 석가족 아들을 부셔 흩어라, 부셔 흩어.’ 혹은 ‘사문을 빨리 멸해라, 빨리 멸해.’ 혹은 ‘이 구담 아들의 뼈마디를 추려라. 뼈마디를 추려.’ 혹은 ‘ 뜻대로 해라, 뜻대로 해라. 편리한 대로 하라.’ 혹은 이런 말들을 했다. ‘멋대로 해라, 멋대로 해. 주저하지 말고 빨리 해라.’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는 가히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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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가 들릴 때 허공도 땅에 거꾸러지고 모든 대지가 조각조각 났다. 이 소리가 들릴 때 모든 들짐승들은 크게 부르짖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며, 모든 새들은 이 소리를 듣자 나무에서 저절로 땅에 떨어졌다.

그 때 마군들과 모든 귀신들은 ‘시시’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기리’라 소리치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혹은 ‘찍어라, 찍어’ 하고, 혹은 ‘끊어라, 끊어.’ 혹은 ‘죽여라, 죽여.’ 혹은 ‘베어라, 베어.’ 혹은 ‘마디마디 내어라.’ 혹은 ‘추려라, 추려’ 등의 이런 악한 소리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때 마왕 파순은 곧 날카로운 장검을 빼어 들고 앞으로 나아가 보살을 위협하며 외쳤다.

“너 석가비구야, 만약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반드시 너를 해하리라.”

마왕은 동서로 날뛰며 보살에게 가까이 가려했으나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이 때 마왕의 아들 상주는 곧 두 손으로 마왕을 안고 이렇게 말했다.

“부왕이여, 부왕이여, 그러지 마소서. 그러지 마소서. 부왕께서는 결코 그 실달태자를 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그가 앉은 자리조차 움직이지 못합니다. 겸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죄를 짓습니다.”

그 때 마왕 파순은 그 아들 상주가 간하는 말을 듣지 않고 보살 앞으로 달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 때 한 정거천자가 허공에서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않고, 마왕 파순이 산란한 마음으로 쫓아가 보살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선정에 든 마음에 미묘한 소리로 파순에게 말하였다.

“너 마왕 파순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너 이제 이 성인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 너는 속히 환혹의 악심을 버리고 본래 경계로 돌아가라. 너는 마침내 이 성인을 요동시키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아무리 사나운 바람이라도 수미산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정거천자는 마왕 파순에게 게송을 읊었다.

차라리 불이 뜨거운 성질을 잃거나

물이 습성을 잃어 흐르지 않고 머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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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굳음을 잃어 지탱할 수 없거나

바람이 부는 힘을 잃어 고요하게 할 수는 있어도

한량없는 겁 동안 공업(功業)을 닦았으니

마침내 이 서원의 마음은 버릴 수 없네.

세상의 괴로움과 액을 만난 중생

간탐과 욕심과 어리석음의 무거운 병을 보고

자비와 연민 등을 내는 까닭에

지혜의 약으로 거룩한 의술을 나타내려 한다.

너 이제 어찌해 방해를 지어서

모든 사람을 사도(邪道)에 떨어뜨리느냐?

그는 이제 바로 보는 눈을 뜨게 하나니

이 분은 큰 성인 해탈왕이시네.

이 분은 길 잃은 상인(商人)을 인도하고

무명의 중생들이 어두운 구렁에 떨어질 때

지혜의 등불로 밝혀주시고

이 성인은 열반성에 드시려 하네.

횃불을 들어 세간의 어둠을 깨치고자

인욕의 줄기 마음의 뿌리도 굳세고

믿음의 꽃잎, 뜻의 줄기도 굳으며

지혜의 그 나무엔 법의 과일이 생기네.

너 이제 그를 뽑아내 움직이게 할 수 없으며

너도 이제 어리석음의 밧줄로 묶여 있다.

그는 너의 얽매임을 해탈시켜 주려는데

어찌 가히 그에게 악심을 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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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탈을 구하여 남을 해탈시키고자 하나니

너는 장애를 지으나 한갖 피로만 더하리라.

중생이 큰 번뇌 바다에 빠졌으나

세간의 그 누가 뱃사공이 될 건가?

그는 큰 다리를 놓고자 하나니

너는 이제 무엇 때문에 이런 악심을 내느냐?

그는 오랜 겁 동안 모든 도행을 닦아

지금이 그런 과가 익을 때이니라.

그러므로 지난 옛날 모든 성인과 같이

이 나무 아래 가부좌를 맺었네

그 때 마왕 파순은 정거천자의 이런 말을 듣고 나자 증상만(增上慢)을 일으키고 두 배로 화를 내며 다시 보살 앞으로 나아가 보살을 해치려 했다.

이 때 그곳 보리수를 보호하는 여덟 천신(天神)이 있었으니 첫째는 공덕(功德)이요 둘째는 증장(增長)이요 셋째는 무외(無畏)요 넷째는 교변(巧辯) 다섯째는 위덕(威德)이요 여섯째는 대력(對力)이요 일곱째는 실어(實語)요 여덟째는 선회(善會)였다.

그들 여덟 천신은 보살을 우러러 눈도 깜짝하지 않으며 함께 16가지 상(相)으로 보살을 찬탄하고 이런 말을 하였다.

“당신은 이제 가장 청정한 중생입니다. 광명이 빛나서 마치 하늘에 해와 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제 뛰어나고 청정한 중생입니다. 혁혁하고 빛나서 마치 허공에 해가 처음 솟는 듯 하옵니다.

당신은 이제 깨끗하고 청정한 중생입니다. 뭇 상(相)의 열린 모습이 마치 푸른 못에 홍련화가 핀 듯 하옵니다.

당신은 이제 두려움 없는 청정한 중생입니다. 날래고 자유로움이 마치 사자가 숲 안에 있는 듯 하옵니다.

당신은 안정하고 청정한 중생입니다. 놀람이 없고 움직이지 않아 수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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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바다에 머물 듯 하옵니다.

당신은 이제 청정하고 어디에나 드러나 우뚝 섬이 마치 큰 철위산이 견고해 움직이지 않듯 하옵니다.

당신은 지금 깊고 무겁게 자세히 살피는 중생으로서 온갖 덕이 구비하여 마치 큰 바다에 온갖 보배가 가득 찬 듯 하옵니다.

당신은 지금 너그러운 뜻을 머금고 넓게 포용함이 나날이 더욱 자라서 마치 허공이 끝이 없는 듯 하옵니다.

당신은 지금 돈독하여 모든 삿되고 그릇됨이 없이 마음과 뜻을 바로 정하여 마치 대지가 만물을 기르듯 하옵니다.

당신은 지금 마음에 모든 더러움이 없어서 마치 아뇩달 연못의 깨끗한 물이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듯 하옵니다.

당신은 지금 모든 번뇌를 끊고 마음에 물듦이 없어 마치 큰 바람이 세상에 착(着)하지 않는 듯 하옵니다.

당신은 지금 드높아 면목을 보기 어렵습니다. 마치 사나운 불이 활활 타듯 모든 번뇌의 열을 멀리 떠나셨습니다.

당신은 지금 용건하고 굳센 중생입니다. 당신의 큰 힘은 나라연천(天)과 같이 항복받을 사람이 없나이다.

당신은 지금 오랜 겁(劫)을 정진하고 수행하였으므로 마치 제석천왕이 금강저를 놓는 것처럼 마음을 돌리기가 어렵습니다.

당신은 지금 이미 제일 훌륭한 이익을 얻었으며 일체 중생의 가장 상수(上首)가 되어 10력이 구족하며 오래지 않아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옵니다.”

그 보리수를 수호하는 모든 신왕들이 16가지 상으로 보살을 찬탄한 말이 이러하였다.

이 때 색계(色界) 정거천자들은 또 함께 16가지 상으로 마왕을 훼욕(毁辱)하여 그 세력을 꺾었다. 어떤 것이 16가지인가?

“파순아, 너는 이제 위세가 없으니 마치 몸이 약한 사람이 건장한 사람에게 지고서도 내가 이겼노라고 망언을 하는 격이다.

파순아, 너는 이제 네 한 몸뿐 동무가 없으니 마치 광야에 쫓겨난 사람과

 

같다.

파순아, 너의 군대는 이제 모두 힘이 꺾여 마치 야위고 늙은 소가 무거운 짐을 진 격이다.

파순아, 너는 이제 어리석고 눈멀고 더럽고 악하여 청정함이란 없구나. 마치 밥에 쏜 화살이 더러운 땅에 떨어지는 격이다.

파순아, 너는 이제 마치 다리 절고 눈먼 당나귀가 동서로 함부로 가는 것과 같고 험한 길에 잘못 떨어진 길 잃은 상인(商人)과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권속도 흩어지고 몸에 정기로운 빛이 없어 마치 풀을 진 빈궁한 거지 아이와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위덕이 쇠잔해 의지할 곳이 없으면서도 억지로 교활하게 간계를 피우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과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하는 짓이 깨끗하지 않고 때가 많이 끼어 은의(恩義)와 효덕(孝德)이 없는 사람과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남에게 쫓기는 신세이니 마치 야간이 사자에게 쫓겨 자유롭지 못하듯 한다.

파순아, 이제 너의 군사들은 곧 흩어지리니 마치 사나운 바람이 불어 모든 나는 새를 날려 버리는 것과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어리석고 어두워 시절을 모르니 죽는 날이 닥친 고독하고 가난한 아이와 같다.

파순아, 이제 너의 권속들은 패하고 물러날 것이니 마치 가루약이 성글고 구멍난 그릇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오래지 않아 구금되어 벌을 받을 것이니 마치 지혜로운 이가 어리석은 사람을 쫓는 것과 같다.

파순아, 너는 이제 잠깐 동안에 모든 기운이 끊길 것이니 마치 죄인이 남에게 손발을 잘리어 다른 곳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 때 수타회의 모든 정거천인들이 이런 16가지 상으로 마왕 파순을 헐어 그 힘을 꺾었다. 그 때 보리수를 수호하는 여덟 신들도 다시 함께 16가지 상으로 거듭 파순을 훼욕하였다.

어떤 것이 16가지 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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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 / 1142] 쪽

“파순아, 너는 이제 오래지 않아서 보살에게 항복당하리니 마치 건장한 자식이 다른 도적에게 잡혀 살해당하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맞으리니 마치 겁약하고 야윈 사람이 힘센 장사 [力士]에게 얻어맞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의 빛에 가려질 것이니 해가 솟아 작은 반딧불이를 가리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의 위력으로 자연히 물러가 흩어지리니 마치 한 다발의 부서진 보릿짚이 큰바람에 불리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이 두려워 헛발을 디디며 달아나리니 마치 작은 짐승이 사자에게 쫓기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뽑혀지리니 마치 사라수가 사나운 바람에 불려 뿌리째 땅에 넘어지듯 하리라.

파순아, 너 이제 보살에게 깨어지리니 원적(怨敵)의 성이 대력왕(大力王)에게 무너지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말려 지리니 소 발자국 물이 큰 가뭄에 햇빛에 말라버리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퇴각을 당하여 머리를 숙이고 바로 달아나리니 죄인이 죽음을 당하려다가 문득 달아나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요란을 당하리니 들 숲에 큰불이 나면 나는 새들이 어지러이 놀라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굴하여 속으로 걱정하리니 법대로 하지 않다가 문득 권세를 잃은 하대(下代)의 국왕과 같으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미구에 보살에게 박탈을 당하리니 마치 날개 없이 늙고 병든 큰 학과 같으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미구에 보살에게 삭감당하리니 양식 없는 광야로 가는 사람과 같으리라.

파순아, 너는 미구에 보살에게 겁탈을 당하리니 배를 잃고 큰 바다에 빠진 사람과 같으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보살에게 불태워지리니 겁(劫)이 다할 때 모든 숲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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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 1142] 쪽

나무가 타 없어지듯 하리라.

파순아, 너는 이제 미구에 보살에게 거꾸러지리니 마치 금강으로 돌산을 두드려 깨듯 하리라.”

이 천신들이 16가지로 파순을 헐뜯었다. 파순은 모든 천신들의 이런 꾸지람과 권고를 듣고서도 보살에게 쫓아가 살해하고자 했으므로 그들의 권고를 어겼다. 모든 천신들에게 욕을 당하고도 마음을 풀지 못해 본궁에 돌아가지 않고 분노를 더하여 군사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속히 일어나 급히 이 선인을 쳐부수고 그 목숨을 붙여 주지 말라. 이 사람은 이제 이미 스스로 저 언덕에 건너갔으면서도 내 경계 안에서 다시 한량없는 중생을 가르치려 하며 내 경계에서 나가게 하려 한다.”

“내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라. 만약 네가 스스로 내 손에서 벗어날 줄 알거든 너 사문은 속히 일어나 달아나거라. 멀리 이 보리수 아래를 떠나면 오래 살 것이요, 괴로움을 만나지 않으리라.”

그 때 보살은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만약 저 수미산왕이 무너져 제 자리를 떠나고 일체 중생이 다 없어지고 모든 별과 해ㆍ달이 땅에 떨어지고 큰 바다가 다 마를지언정 나는 이제 보리수 아래 앉은 이상 옮기거나 움직이지 않으리라.”

마왕은 다시 진심을 내어 추악한 말을 토했다.

“너희들은 이 구담 석가의 아들을 잡아 가지고 들고 날라서 당분간 죽이지 말고 빨리 우리 미묘한 궁전으로 데려 가서 항쇄와 족쇄로 얽어, 나의 문을 지키게 해라. 내가 노예를 보듯 자주 그의 여러 가지 액난을 보리라.”

그 때 보살은 파순에게 대답했다.

“설사 저 허공에다 묘한 빛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허공과 모든 별이며 해와 달을 땅에 떨어뜨릴지언정, 너희들 모든 마군이 삼천세계에 가득 차서 나를 위협하건……이 나무 아래서 나를 위협하는 일은 불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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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 1142] 쪽

 

32. 보살항마품(菩薩降魔品) ①

 

그 때 모든 마군의 무리들은 위력을 다하여 보리수를 위협했으나 보살의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게송이 있었다.

하늘 마군의 군사들이 문득 모여서

처처에서 북을 치고 땅을 흔들도록 떠들며

소라와 고동의 온갖 소리를 내고 외쳤네.

너는 무엇을 하겠다고

이제 이 마군의 군사들을 보고도

일어나 달아나지 않느냐?

너 이제 묘한 빛이 금상과 같고

면목이 청정하여 천인과 인간이 우러르나

이런 몸도 오래잖아 파괴되리니

이 마군의 군사들은 당할 수 없다.

잘 보라. 땅 위에나 허공 중에

갖가지로 변화해 가득 차 있으니

반드시 싸우려 해도 이기지 못 하리.

만약에 성을 내면 몸만 해치리.

범천 같은 음성, 가라빈가 음성으로

모든 야차와 나찰에게 이르니

미련하고 어리석다, 허공을 괴롭히려하다니.

이제 나를 위협함도 그렇다.

금강저로 수미산을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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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 1142] 쪽

입으로 불어 큰 바다를 말리고

혹은 성난 용을 손으로 잡으며

이렇게 한들 너희들이 내 마음을 움직일까?

마군들은 분노하여 산에 불을 놓고

나무를 빼어 뿌리 채 요란스레 던지며

구리를 녹인 붉은 물을 별처럼 뿌리고

혹은 손에 악독한 뱀을 들고

혹은 낙타ㆍ말ㆍ흰 코끼리의 머리나

고양이ㆍ야간ㆍ원숭이 머리로

성난 뱀과 용의 독 뿜는 혓바닥으로

벼락과 번갯불을 번쩍여 날리며

흙과 돌, 우박, 금강을 비처럼 내리고

혹은 쇳덩이와 모든 병기 비처럼 내리니

창과 긴 칼과 세 가닥 창이라.

혹은 금강의 이빨 가진 독사를 나투네.

땅에 떨구어 나무 가지를 부수며

갖가지 갑옷의 군사가 부르짖고

백 개 팔에 백 개 살을 쏘며

뱀의 입에서 사나운 불꽃을 뱉고

수미산 같은 철환을 떠받들고

무서운 불비를 내리며

땅을 넘어뜨려 쪼개어 밑바닥에 사무치고

혹은 몸을 숨겨 앞뒤로 둘러싸네.

혹은 좌우와 발 옆에까지

손발을 거꾸로 해 연기와 불을 내고

문득 도로 입을 벌려 크게 웃나니

이렇게 무서운 모든 마군의 군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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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 / 1142] 쪽

보살은 꼭두각시같이 보았네.

이러한 마군의 힘은 목숨도 앗으려 하나

그는 물 가운데 달인 양 보았네.

또한 진짜 남자나 여자의 형상이 아니며

나[我]도 아니요, 명(命)이나 중생도 아니라 보았네.

눈과 코, 귀와 입, 몸과 뜻 등은

안팎의 인연으로 각각 스스로 이루어진 것

이 모든 것은 원래 그런 것이요, 만든 사람 없어라.

내 이런 말은 헛되지 않거니

믿지 않으면 다시 맹세를 하리라.

내 이제 그들을 보자 하니

나를 겁내게 하러 왔지만

모든 법의 체성(體性)과 내 몸도

일체가 다 공하여 참됨이 없다.

이 때 마군의 야차 무리들이 여러 가지 형상의 온갖 몸으로 이렇게 보살을 위협할 때, 보살은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마왕 파순은 더욱 화가 나서, 내심 근심을 품어 근심이 온몸에 가득 차 스스로 편안하지 못했다.

게송이 있었다.

마군의 권속들은 매우 무섭게

각각 온갖 두려운 형상을 지었으나

그 보살이 놀라거나 겁먹지 않는 것을 보고

파순의 마음은 수심과 원한만 더했네.

이 때 보살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마왕 파순은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갖가지 일을 저지르면서 스스로 알지 못하니 나는 이제 법다운 말로 그의 모든 악행을 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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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 1142] 쪽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마왕 파순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마왕 파순아, 너는 자세히 듣거라. 내 본래 이 보리수 아래 와서 맨 처음에 한 묶음의 풀을 펴고 앉았다. 무슨 까닭인가? 나중에 너 파순과 원수가 되어 싸워 다투고 악한 말로 꾸짖을까 저어해서이다. 너 파순은 모든 악행을 지어 착한 마음이라곤 없구나. 내 이제 너의 일체 원한을 끊으며 너희들의 모든 악업을 멸하리라. 악마 파순아, 만약 원한의 마음을 내서 ‘무엇 때문에 보살이 이 나무 아래 풀을 깔고 앉아 분소의(糞掃衣)를 입었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네 마음에 이 일이 그렇게 질투가 나거든 악마 파순아, 우선 너의 마음을 안정하여라. 내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면 뒤에 이런 모든 일을 너에게 부촉하리라. 너는 부디 마음을 돌이켜 크게 기뻐하라. 마왕 파순아, 지금 네 마음속에 ‘우리들은 보살을 위협하여 이 자리를 버리고 달아나게 하여 머물지 못하게 하리라’맹세하였다. 그러나 나는 다시 넓고 큰 서원으로 ‘내 이제 이 몸이 이 자리에 앉았거니 가령 어떤 인연이 있어 이

자리에 앉은 채 몸이 가는 티끌같이 부서지고 목숨을 갈아 없애더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하면 마침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마왕 파순아, 이런 차례로 우리들은 마땅히 관찰하리라. 누가 용맹스럽고 서원의 힘이 강하여 먼저 이 원을 성취하는가? 나냐, 혹은 너냐, 혹은 너의 군사 무리들이냐? 만약 내 복업의 선근력이 강하면 내 응당 이 서원을 성취함이 헛되지 않으리라.”

그리고 보살은 마왕 파순에게 게송을 읊었다.

 

너는 옛적 한 번 무차회를 베풀고

금세에 이런 큰 권위를 얻었으나

나는 한량없는 수억 아승기겁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갖가지를 베풀었노라.

 

그 때 마왕 파순은 보살에게 게송을 읊었다.

 

내 옛날 제사 지내고 무차회 베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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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지금 나의 헛말 아님을 증명했거니와

그대가 약간(若干) 겁에 보시 행한 것

누가 이 말 믿겠기에 나를 항복시키려 하느뇨.

마왕 파순이 게송을 읊고 나자, 그 때 보살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으며 겁내거나 약하지도 않고 생각을 집중하여 어지럽지 않았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공포를 버려 몸에는 털이 고르게 쓰러졌고 보는 눈길이 조용하였다. 오른손을 펴니 손톱이 구리같이 붉고 갖가지 모든 상(相)으로 빠짐없이 장엄되어 있었다. 이는 한량없는 천만 억겁에 모든 행을 닦은 공덕과 선근으로 그렇게 된 것이었는데, 그 손을 들어 머리를 만졌다. 손으로 머리를 만지고

나서 또 다리와 발을 만졌다. 다리와 발을 만지고서 자비심으로 마치 용왕과 같이 보려고 머리를 들었다. 머리를 들어 마군의 무리들을 잘 관찰하고 나서 천 만 가지 공덕을 가진 오른손으로 대지를 가리키고 게송을 읊었다.

이 땅은 일체 물건을 내어

상(相)없이 평등한 행을 하도다.

이것이 나를 증명한다면 헛말 아니리니

원컨대 현전에서 진실을 말하라.

이 때 보살이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이런 말을 하자 이 땅을 지고 있는 지신(地神)들은 모든 진기한 보배로 스스로 장엄하였다. 가장 묘한 천관(天冠)ㆍ귀고리ㆍ손목걸이와 팔찌ㆍ가락지 등 갖가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또 갖가지 향화를 7보 병 안에 담아서 두 손으로 받들고 보살의 자리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땅 속에서 문득 솟아올라 반신을 나타내고 공경히 보살에게 몸을 굽혀 아뢰었다.

“가장 큰 장부시여, 내 당신을 증명하리다. 내 당신이 지난 옛날 천만억 겁 동안 무차회를 베푼 것을 아나이다.”

이 말을 하고 나자 그 땅과 3천대천세계가 두루 6가지로 진동하고 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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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냈다. 마치 마가다국에서 구리 종을 치는 소리가 진동하며 널리 퍼지듯 했으며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18가지 상(相)이 구족했다.

그 때 마군의 일체 군사들과 마왕 파순 등 이렇게 모였던 것들이 모두 물러나 흩어졌다. 세력이 꺾여 당하지 못하고 각각 도망쳐 달아남으로써 그 진영은 깨어졌으며 저절로 공포심이 일어나 안심하지 못하고 실각해 동서남북으로 달아났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흰 코끼리는 거꾸러져 넘어지고 말은 기운이 다 되어 누워버렸다. 수레는 다리가 꺾여 이리저리 뒹굴고 군사들은 정신이 아득하여 꼼짝하지 못했다. 혹은 활ㆍ긴 칼ㆍ삼지창ㆍ창ㆍ작은 도끼ㆍ큰 도끼 등 모든 군기들이 손에서 저절로 땅에 떨어지고, 또 온갖 견고한 갑옷도 저절로 부서져 몸에서 떨어졌다. 이렇게 사방으로 다투어 숨고 도망하다가 그 얼굴을 땅에 대고 눕거나 ,땅에 거꾸러져 쳐다보며 뒹구는 시체가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혹은 산으로

내빼고 혹은 땅구멍에 들어가고 혹은 나무를 의지하고 혹은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고 혹은 마음을 돌려 보살에게 귀의하고 구호와 양육을 빌었다. 그 보살에게 귀의한 것들은 본심을 잃지 않은 것이다.

그 때 파순은 대지의 소리를 듣고 크게 겁이 나서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동서를 가리지 못하였다. 상공(上空)에서는 오직 이런 소리만 들렸다.

“아무를 잡아라, 아무를 치라, 아무를 없애라, 아무를 죽이라, 아무를 끊어라, 아무의 어둔 행동을 모두 없애버리라, 파순을 놓아주지 말라.”

 


 

 

불본행집경 제3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2. 보살항마품 ②

그 때 그곳에 다른 지신(地神)이 한 병의 청량한 물을 가지고 마왕 위에 뿌리며 이런 말을 하였다.

“너 마왕 파순아, 빨리 일어나 너희 본궁으로 달아나라. 이제 너 때문에 마침 갖가지 병기들이 와서 너를 살해하고자 하고 마디마디 너를 토막치려 한다.”

그러나 그 마군들은 본래 모습에서 괴상한 몸으로 변현해 와서 갖가지 병기를 가지고 이렇게 놀라게 하고는 다시는 다른 형상을 나타내지 못하고 본래 처소에 돌아갔다.

그들은 각각 서로 아득하여, 잃어버린 지 7일이 지난 뒤에 만나기도 혹은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서로 만난 것들은 각각 부여잡고 ‘어머니’, ‘아버지’하고 곡하며, 혹은 ‘형이여’, ‘동생이여’, ‘누나여’, ‘누이여’하고 곡하며 자기들끼리 말했다.

“이제 이 큰 액(厄)을 만났으니 이것은 우리들의 불행이다. 우리들이 지금 목숨을 부지하여 온 것도 매우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 때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의 오른손은 백가지 복으로 장엄되고

손가락엔 그물 무늬, 붉은 손톱이며

손바닥 안에는 천복 바퀴 상(相)이 빛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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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의 금빛 묘한 빛이 가득한데,

손으로 조용히 머리와 발등을 만지시네.

이렇게 손바닥은 구름 같고 번개 같았네.

대지여 너는 증명하라 하면서 말했네.

지난 옛날 무수겁에 수행하면서

모든 걸인에게 어긴 적 없었다.

물과 불, 바람의 신아, 다 증험하라.

범천이며 제석천과 해와 달까지도

시방의 모든 부처도 다 살펴 아시리.

내 고행하여 보리를 구했네.

보시와 지계, 정진과 인욕

선정이며 지혜 등 6바라밀과

4무량심과 온갖 신통 등

이런 차례로 조도(助道)의 인(因)을

모두 다 수행해 증득하였네.

시방에서 내 모든 공덕 지을 제

무차회를 열고 보시하였거든

너 마군은 1만 분의 1도 안 된다.

이 때 손으로 땅을 가리키자,

그 땅은 진동하여 종소리 같고

6가지로 솟고 꺼져 바다도 끓었다.

마왕은 이것 보고 기절해 쓰러지고

공중에서 그를 잡으란 소리가 나네.

항복하여 얼굴빛을 잃고

스스로 보살의 위력보다 못한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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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치면서 크게 울부짖으나

몸이 피로하고 의지할 곳 없어

사방으로 이리저리 달아나면서

마음이 답답하여 정신이 없네.

코끼리, 말, 수레의 병력이 꺾이고

구반다며 비사차와 나찰 군사들

자연히 놀라 별처럼 흩어져

물러나 달아나 길을 찾아 방황하나니

새떼가 들판에서 불을 만나 날듯이

부모 형제 자매들과 자녀들까지

서로 찾아도 길을 몰라

각각 ‘너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네.

설혹 만나도 서로 싫어지고

액을 만나면 곧 죽을까 겁난다고 말하네.

그 모든 마군들 수가 수억이지만

구름이 흩어지듯 홀연히 사라지네.

이렇게 7일 동안 괴롭게 지내고

뒤에 다시 만나 살았다고 말하며

우리들의 마음은 이제 기쁘다 하네.

그 때 저 보리수 신(神)은

자비심으로 냉수 한 병을 가지고

마왕 위에 뿌리며 이런 말을 했었네.

빨리 일어나 마음대로 가거라.

너 이제 내 말을 듣지 않으려면

뒤에 액난을 만나도 달게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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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와 나찰 구반다들이며

마후라가와 비사차 등이

세간의 무서운 형상을 갖추어

마왕이 이끌고 보리수 아래 와서

보살을 무섭게 위협하려 했으나

단정한 얼굴에 모든 상이 원만해

공덕이 구족하여 일천 해가 빛나듯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수미산 같네.

마군의 무리들은 환화(幻化)와 같다

모든 법 다름 없고 분별도 없이

별 같고 이슬 같고 뜬구름 같다.

법상(法相)을 이렇게 생각하고서

마음 놓고 굳건히 가부좌를 맺고

만약에 아(我)가 있는 마음으로 듣고 본다면

삿된 생각으로 탐심이 나리라 하였네.

어리석은 사람이 나[我]를 집착할 때엔

마음 있기 때문에 공포를 낼 것이나

석가모니 큰 존자께서는

모든 법이 평등함을 관하나니

12가지 인연이 서로 이어 남으로

마음과 경계가 공하여 참됨이 없고

삿된 마(魔)를 보아도 놀람이 없다.

부질없이 신체만 피곤하여서

나무나 돌, 칼과 창 병기들을 모두 버리고

권속들도 달아나 의지할 곳이 없네.

이 때 마왕 파순의 장자 상주는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참회를 구하여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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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했다.

“크게 착하신 성자(聖子)여, 저의 부왕의 고백과 사죄를 들어 주소서. 어리석고 천박하기 어린아이 같아서 지혜가 없었나이다. 우리는 이제 성자를 뇌란시키려고 마군의 무리를 이끌고 와서 갖가지 모양을 나투어 성자를 위협했습니다. 제가 앞서 아버지께 충정한 마음으로 아뢰었습니다. ‘비록 지혜로운 사람이 모든 술법을 잘 안다 해도 저 실달태자를 항복시키지 못하는데 하물며 우리겠느냐’고. 성자께서는 부디 저의 아비를 용서하여 주소서. 저의 아비는 지혜

가 없어 도리를 모르고 이렇게 대성왕자를 괴롭혔으니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대성왕자여, 부디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옵소서.”

이 때 모든 하늘들 중에 보살에게 믿음을 낸 이들이 허공과 지상에서 혹은 여러 곳에서, 모두 기쁨이 몸에 가득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리리 기기 리리’하고 부르짖자 그 소리는 사방 허공에 가득 차 울렸다. 온갖 의상(衣裳)을 희롱하며 말하였다.

“오오 희유하도다 보살이여, 이제 모든 마와 그의 군사들을 항복시키셨도다.”

하고 하늘의 음악을 짓고 하늘의 노래를 지어서 보살을 찬탄하였다. 또 하늘의 꽃 만다라ㆍ마하만다라ㆍ만수사ㆍ마하만수사ㆍ우발라ㆍ구물두ㆍ발두마ㆍ분타리꽃들과 하늘의 전단 가루향을 보살 위에 뿌렸다. 뿌리고 또 뿌리고 비내리고 또 비내렸다.

게송이 있었다.

보살이 이미 마왕을 항복 받자

이 대지는 6가지로 진동했네.

중생이 무명의 어둠에 빠졌는데

대성의 신통한 빛은 고루 비추네.

하늘 땅이 열려 해와 달이 빛나듯

마치 부녀자가 얼굴을 장엄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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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갖가지 꽃비를 내렸네.

만다라ㆍ만수사와 온갖 꽃들을.

이 때 또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하늘들 수천 만억과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과 제석천왕 등도 모두 다 크게 기뻐하며……온몸 가득 기쁨에 차 어쩔 줄 몰라 하며 합장하고 보살에게 정례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이 성자께서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시리라.”

이 때 보리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라용왕이 있었는데 곧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했다.

내 옛날 부처의 해가 뜨는 걸 보았네.

다 이곳 보리수 아래서

큰 신통과 희유한 일을 지었고

교묘로운 방편으로 마왕을 항복받았네.

세존께서도 이제 그렇게

풀을 깔고 가부를 맺고 편히 앉아

마음으로 반연하지 않고 바른 뜻으로 머물러

한 생각도 놀란 적이 없었네.

이렇게 용맹한 큰 정진으로

결정코 최고인 모니불이 되셨네.

이 대지는 6가지로 진동하여

그 메아리가 종소리같이 크게 들렸고

동서남북으로 솟고 또 잠겼거니

오래잖아 반드시 훌륭한 깨달음 성취하리다.

허공에 가득 찬 모든 하늘 대중들

그 수가 백천 만억 나유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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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소리내며 마음도 크게 기뻤으니

당신은 이제 크게 묘한 대성이 되시리.

셀 수 없는 수만억 모든 하늘들

각기 의복을 희롱하며 허공에 가득해

이러한 좋은 징조 끝도 없으니

당신은 지금 성불하여 큰 성인이 되시리.

수천만의 나유타 하늘들이

허공에서 합장하고 공경 정례하오니

이러한 징조의 서상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크게 존귀한 각자(覺者) 되시리.

하늘의 모든 동자 억천만들이

크게 기뻐 하늘의 묘한 꽃으로

당신 위에 구름같이 비를 내리니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세존이 되시리.

이 보리수 주위의 나무들은

가지들이 모두 다 당신을 향해 굽었소.

이 모든 서상 한 가지가 아니니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극히 존귀한 분 되시리.

당신은 이미 하늘의 마군을 항복받아

무서운 소리와 기이한 형상을

다 자비로써 두루 섭화하시니

당신은 이제 성불하여 크게 존귀한 칭호를 얻으시리.

가라 용왕은 보살을 찬탄하고는 마음이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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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성무상도품(成無上道品)

이 때 보살은 이미 일체 마군을 항복받고 모든 독한 가시를 빼내고 승리의 깃대를 세우고 금강좌(金剛座)에 앉아서 모든 세간의 다투는 마음을 멸하였다. 다투는 마음을 멸하고 나서 안팎으로 조복하고 마음이 청정한 행으로 일체 세간 중생과 안락을 얻게 하고자 하였으며, 일체 악한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게 하고 그들에게 맺힌 때[垢]를 끊어주고자 하였다. 그래서 자기의 수면과 얽힘과 덮임을 제멸하니, 마음에 청정을 얻어 광명이 앞에 나타나고 바른 생각이

원만하며, 또한 중생에게도 모든 수면과 덮임의 장애를 끊게 하였다. 스스로 일체 희롱을 끊고 없애 청정한 마음을 얻어 탁하고 어지러움이 없으며, 또한 중생에게도 일체 희롱하는 마음을 멸하여 청정을 얻게 하였다. 스스로 일체 의심하고 뉘우치는 마음을 끊고 어둡고 나쁜 행을 떠나서 선악 일체법 가운데 의심이나 걸림이 없이 청정한 마음을 얻었다.

보살은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마음을 끊고 나자 번뇌가 점점 엷어졌다. 왜냐하면 이런 다섯 가지 법은 지혜를 덮고 막기 때문이며, 또 지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열반으로 가는 미묘하고 착한 길을 막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체를 다 버리고 모든 욕심과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고 안팎을 분별하여 생각하고 관찰하자, 마음이 적정하여 희락(喜樂)을 증득하고자 초선법에 들어가 행하였다.

그 때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처음 증상심(增上心)을 증득하여 안락 미묘한 법을 얻었으며, 마음이 방일하지 않으니 마침내 바른 생각으로 마을을 버리고 떠나 아란야를 의지하여 행하는 법을 다 얻으리라.’

이 때 보살은 모든 분별관(分別觀)을 버리고 청정한 속마음에 분별이 하나도 없게 하려고 삼매에서 환희락(歡喜樂)을 내고 나서 제2선법(禪法)을 증득하여 행하였다.

그 때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지금 이미 이 둘째번 증상심을 내어……모든 악한 것을 버리고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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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을 이루고 2선에 들었도다.’

그 때 보살은 환희를 떠나고 사(捨)하는 행이 청정하여 정념(正念)과 정혜(正慧)로 몸에 안락을 받았다. 성인들이 찬탄한 대로 모든 악을 버리고 이미 안락을 얻어 이렇게 증상하여 제3선법을 증득하여 행하였다.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내가 셋째로 얻은 증상심이다. 아란야에서 행하는 것이다.’

이 때 보살은 낙(樂)과 고(苦)를 버리고자 하여, 앞에서 고락에 대한 분별을 버렸듯이 괴로움도 없이 즐거움도 없이 모두 버리고서 바른 생각이 청정하여 제4선법을 증득하여 행하였다.

그 때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는 나의 증상한 마음이며 넷째로 나타나는 안락행의 법인데, 이미 증득해 알았으므로 마음이 방일하지 않는다. 선남자는 바른 생각과 한 마음으로 아란야에 의지하여 적정하게 행하리라.’

이 때 보살은 이렇게 한 마음이 청정하고 때[垢]가 없으며 막힘도 없고 가리움도 없었다. 모든 괴로움과 근심을 없앴으며 조화롭고 부드럽게 모든 할 일을 이미 결정하였다.

그 날 밤 초경(初更)에 몸의 신통을 이루려고 갖가지 신통의 경계를 받으려 하였다. 즉 한몸이 많은 몸이 되고 다시 많은 몸이 한 몸이 되며, 한 몸이 된 뒤에 위 허공 중에서 없어졌다가 밑에서 나오고 밑에서 없어졌다가는 위에서 나타나서, 숨고 나툼을 마음대로 하고 이리저리 어디나 나타남도 그러하였다. 산 벼랑과 석벽을 뚫고 지나가도 걸림이 없이 생각하는 대로 갈 수 있었다. 벽에 들어 갔다가 곧 나오며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 마치 안개 속에 꺼

졌다가 나타나고 나타났다가 도로 꺼지듯 하였다.

또 물에 들어가듯 땅에 들어가고 땅을 밟듯 물을 밟으며, 날아 다니는 새처럼 허공에 출몰하였다. 큰 불무더기 같은 연기를 내고 불꽃을 내며, 위덕이 가장 높고 위풍당당한 해와 달을 손바닥으로 잡아서 어루만지며 장대한 몸을 나투어 범천에까지 이르게 했다. 마치 솜씨좋은 공장과 그 제자들이 깨끗한 금을 가지고 여러 가지 그릇을 만들 때, 마음만 먹으면 곧 이루어지고 값이 싼 지 비싼 지를 가려내듯 했다. 옹기장이와 그 제자들이 진흙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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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뭉쳐 바퀴 위에 놓고 무슨 그릇을 만들고자 하면 곧 이루며 그 값을 알 듯 하였다. 잘하는 대목과 그 제자들이 썩지도 마르지도 않은 나무를 가려서 베고 무슨 그릇을 만들고자 하면 곧 이루며 그 값을 알 듯 하였다. 상아(象牙) 기술자와 그 제자들이 좋은 상아를 얻어 무슨 그릇을 만들고자 하면 곧 만들고 그 값을 알 듯 하였다.

보살도 또한 그러하였다. 이렇게 청정한 마음과 탁하고 더러움이 없는 마음과 막히고 걸림이 없는 마음과 근심과 걱정이 없는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과 업을 성취하는 마음과 참으로 적정한 마음을 성취하였다. 그리고는 초경에 갖가지 신통을 닦아 익히고 지혜의 마음을 성취하여 갖가지 신통의 경계를 나타내었다. 즉 한 몸이 많은 몸이 되며……몸이 범천에 이르는 등 보살은 마음에 이런 적정과 이런 청정과 이런 때 없음과 이런 걸림 없음을 얻어 일체 번뇌의 근

심과 누를 제멸하고 모든 업을 짓고 나자 마음에 적멸(寂滅)을 얻었다.

보살은 이날 밤 초경에 다시 숙명(宿命)의 신통을 증득해 알고 심행(心行)을 성취하고자 하였으니 자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하는 수를 알고자 했다.

이른바 몸을 받아 한 번 난 곳, 두 번 난 곳ㆍ셋ㆍ넷ㆍ다섯ㆍ여섯ㆍ일곱ㆍ여덟ㆍ아홉ㆍ열ㆍ스물ㆍ서른ㆍ마흔ㆍ쉰ㆍ백ㆍ2백ㆍ천ㆍ만ㆍ한량없는 억만ㆍ반겁(劫)ㆍ소겁(小劫)ㆍ중겁ㆍ대겁ㆍ한량없는 소겁ㆍ한량없는 중겁ㆍ대겁 등에 내가 옛날 어느 곳에 나고 내 이름은 누구이며 어떠한 종성이며 어떤 종류이며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복락을 누렸으며 수명은 얼마였고 어떻게 죽었으며 또는 그곳에 나고 그곳에 났다가 다시 죽었는가 하는 등이었다.

이 때 보살은 이러한 상(相)과 이러한 행(行)으로 갖가지로 숙세(宿世)를 알았으니 자신의 숙세는 물론 다른 사람의 숙세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갖가지 숙명도 알았으니,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 마을에서 나와 다른 마을에 이르러 그 길을 갈 때 어느 곳에 앉았으며 어느 곳을 갔으며 어느 곳에서 잠자고 어느 곳에서 말하고 어느 곳에서 말이 없었음을 알며, 이 마을에 이르러서는 저 마을의 거리를 알며 길을 갈 때 어느 곳으로 가고 어느

 

 

곳에 앉고 내지 어느 곳에서 자고 눕고 말하고 말 없었으며, 저 마을에 이르렀다가 이 마을로 돌아온 것도 이렇게 생각하자 다 알았다.

이 마을에서 얼마간 지나 저 마을에 갔는지, 또 어느 곳에서는 얼마간 머물고 얼마간은 말하고 얼마간은 말이 없었는지, 얼마간을 지나 또 어느 읍(邑)에 갔는지, 또 그곳에서 알마간을 가고 앉고 일어나고 눕고 말하고 묵묵하고 머물렀는지를 알았으며 내지 다른 마을에 이른 것까지 다 이렇게 알 듯 보살도 그러하였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여 청정한 마음ㆍ때와 더러움이 없는 마음ㆍ이렇게 부드러운 마음ㆍ근심과 번뇌가 없는 마음ㆍ업을 성취하는 마음으로 초저녁 초경 중에 숙명의 지혜를 얻고 바른 생각으로 증득해 알고 마음으로 성취하여 행하였다. 이 때 보살은 이미 자신이 난 곳과 남이 난 곳을 생각해 알았으니, 즉 한 번 났던 국토……한량없고 끝없는 억겁에 났던 곳을 알았다.

이 때 보살은 상(相)과 같이 교(敎)와 같이 차례로 듣고 보아 자신이 났던 처소를 알 듯 남들이 갖가지로 났던 처소를 알고 기억해냈다.

보살은 이렇게 났던 것을 기억해 내고 곳곳에서 모든 중생들이 모든 생을 받던 가운데 자비심을 성취했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이렇게 알았다. ‘이것은 나의 친구요, 이것은 나의 외인(外人)이다. 이 친구를 버리고 또 어느 곳에 난 것과 이 세상과 저 세상에 유전(流轉)하여 쉬지 않음이 마치 풍차(風車)와 같고 파초와 같아서 결정코 실다움이 없고 번뇌는 무상(無常)하다. 이런 이치는 결정적인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정한 마음,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때[垢]가 없고 이렇게 번뇌가 없고 이렇게 부드럽고 정업(靜業)을 지을 만한 마음으로 밤중이 되자 천이통(天耳通)를 증득해 알고자 하여 이 마음을 내었다. 그는 천이가 매우 청정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귀보다 뛰어나 갖가지 소리를 들었다.

즉 지옥의 소리ㆍ축생의 소리ㆍ하늘 소리ㆍ인간의 소리ㆍ먼 데 소리ㆍ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마을ㆍ성읍ㆍ국토나 혹은 저자 가운데 어떤 사람이 높은 집이나 누각 위에서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또 귀가 청정한 사람이 소라ㆍ고동 소리ㆍ큰 북 소리ㆍ작은 북 소리ㆍ장고 소리ㆍ공후 소리ㆍ비파 소리ㆍ젓대ㆍ퉁소ㆍ생ㆍ거문고 등 갖가지 소리를 듣거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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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 / 1142] 쪽

래소리ㆍ춤추는 소리ㆍ웃는 소리ㆍ우는 소리ㆍ여자 소리ㆍ장부 소리ㆍ동자소리ㆍ동녀의 소리를 듣듯이, 보살도 이와 같이 적정하고 청정하고 때가 없고 번뇌가 없고 탁함이 없는 마음, 부드러운 마음, 업을 성취할 만한 마음으로 그 밤중에 갖가지 소리와……일체 지옥의 소리를 들었다.

이 때 보살은 적정하고 청정하여 때가 없고 번뇌가 없어 밤중이 되자 천안(天眼)을 증득하여 성취하였으니 보통 사람의 눈을 능가하여 모든 것을 다 보았다. 목숨을 마치고 타락하는 중생 혹은 나는 중생, 천상의 중생과 하계(下界)의 중생, 단정한 중생과 추하고 비루한 중생, 혹 악도에 떨어진 일체 중생ㆍ선도에 나는 일체 중생ㆍ가는 사람ㆍ머무는 사람이며 혹은 업을 지은 사람들이 지은 업대로 되는 것을 모두 눈으로 환히 보았다. 또 이러한 중생들이 지

은 부정(不淨)한 신업(身業)과 의업(意業), 사승(師僧)을 훼방하거나 사견(邪見)에 물들어 사견 때문에 악업을 지으며 이런 인연으로 목숨을 버리고 악도 지옥에 나서 모든 고뇌를 받는 것을 다 알았다. 어떤 중생은 구업(口業)을 지어 갖가지 모든 악도의 괴로움을 받는데, 이들은 부정한 구업이 구족한 인연으로 축생에 태어나 모든 고뇌를 받는다.

이런 중생은 몸으로 악업을 행하여 몸의 악업이 구족한 인연으로 뜻의 악업을 지으며, 뜻의 악업을 갖추므로……모든 성인을 훼방하는 약간의 사견을 지으며, 사견으로 인연하여 목숨을 마치고 몸을 버린 뒤 아귀에 떨어져 아귀의 괴로움을 받는다.

이런 중생이 몸의 정업(淨業)과 입의 정업을 행하여 모든 성인을 훼방하지 않고 정견(正見)을 행하고 정견의 업을 지으면, 이런 인연으로 목숨이 다하면 몸을 버리고 천상에 태어난다. 어떤 중생들은 몸과 입으로 청정한 행실을 지어 일체가 구족함으로써 범하지 않고 모자람도 없고 모든 성인을 훼방하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갖는다. 이런 정견업을 인연하여 목숨이 다하면 몸을 버리고 인간에 나는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모든 인간을 능가했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이 타락하는 때와, 혹은 생을 받을 때와, 상계(上界) 중생이며, 중하(中下) 중생이며, 단정하고 추루한 것과, 혹 몸에 향기가 있거나 냄새가 나고, 혹 악도에 이르거나 선도에 이르러 지은 업대로 되는 것을 진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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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았다. 마치 어떤 사람이 나라ㆍ성읍ㆍ마을ㆍ저자 요란스러운 곳에서 큰 누대(樓臺)나 높은 누각에 앉아 청정한 천안으로 모든 사람을 보는 것과 같았다. 동쪽에서 오거나 혹 서쪽에서 오거나 서에서 동으로 향하거나 혹 동에서 서로 향하거나 남에서 북으로 향하거나 북에서 남으로 향하거나 남쪽에서 오거나 북쪽에서 오며, 오거나 가거나 서거나 앉거나, 그 가운데서 전전하고 혹은 거꾸로 가며 혹은 제대로 감을 보듯 하였다. 보살은 이렇게 적정하고 청정하

며 때도 없고 번뇌도 없이 부드러운 마음과 업을 성취하는 마음으로 그 밤중에……모든 중생들이 업을 따라 선악의 과보를 받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지옥에서 받는 업은 고통도 심하고

축생들은 각각 서로 잡아 먹으며

아귀는 항상 주리고 목마른 걱정

인간은 재물 구하기 힘들기도 하네.

천상의 보가 다하면 사랑을 이별하나니

이런 고통 무거워라 비길 데 없네.

굴러 도는 모든 중생 무리들은

곳곳마다 즐거운 때가 없도다.

이것은 죽음 귀신의 깊은 못이요,

또한 번뇌의 바다 밑이라.

중생들 거기 빠져 나올 곳 없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돌기만 하네.

이렇게 5도 가운데를 관찰하면서

천안으로 빠짐없이 보시니

번뇌는 언제나 참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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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잎이 찢어진 파초와 같네.

보살은 이렇게 고요한 마음과 이렇게 깨끗한 마음과 때 없는 마음으로 이렇게 모든 악을 멀리 떠나 마음이 부드러워 업을 성취할 만하였다. 적정을 얻고 나서 후야(後夜)가 다하려 할 무렵 마음으로 여의통(如意通)을 증득해 알고자 하자 저절로 이루어졌다.

그러고는 남의 뜻도 알아서 어느 곳에 나고 무슨 일을 생각하는지 일체를 두루 여실히 알았다.

그리하여 어떤 중생이 욕심을 내고 욕행(欲行)을 하고 욕사(欲事)를 하고자 하면 사실대로 알고, 욕심을 떠나려는 마음으로 욕심을 멀리 떠나려 하면 그것도 사실대로 알았다. 만약 성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성을 내면 그것도 환히 알고, 화를 여의고자 하여 화를 멀리 떠나면 그것도 환히 알았다. 어리석은 마음이 있어 어리석은 마음을 내면 그것도 환히 알았고, 어리석은 마음을 여의어도 환하게 알았다. 이렇게 간략하게 말하거니와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함을

여의고자 함과……유위(有爲)와 무위, 하등과 상류(上流), 고요하고 어지럽고, 넓고 좁으며, 크고 작으며, 끝이 있고 끝이 없으며, 위가 있고 위가 없으며, 정(定)을 얻고 정을 얻지 못하며, 해탈하고 해탈하지 못함을 사실대로 다 알았다.

그래서 마치 장부나 부녀자가 한창 젊었을 때 항상 몸을 꾸미기를 즐겨, 몸을 꾸미고서 깨끗한 거울이나 깨끗한 물 위에 자기 얼굴을 비춰 그 모양을 다 보듯 하였다.

보살도 이렇게 적정하여 그 마음이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때가 없고 번뇌가 없이 부드럽고 조화되고 업을 성취할 만하였다.

적정함을 얻고 나서 다시 후야(後夜)에 청정한 마음으로 숙명지통(宿命智通)을 증득하려 하였다. 이렇게 자기 마음뿐만 아니라 남의 마음도, 어디서 발심하고 어느 곳에서 마음을 일으켰는지, 마음과 마음을 두루 다하여 사실대로 환히 알았다.

그리하여 욕심이 있는지 욕심을 떠났는지를 사실대로 환히 알고……해탈했는지 해탈하지 못했는지도 이렇게 알았다. 보살은 이렇게 정(定)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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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청정한 마음과 때와 더러움이 없는 마음을 얻어 일체 악을 여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업을 성취할 만하였다.

이미 적정(寂靜)을 얻고 다시 새벽에 누가 다한 신통[漏盡神通]을 증득해 알고자 하여 속으로 지혜의 마음을 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중생들은 번뇌의 바다에 빠졌구나. 끊임없이 생ㆍ노ㆍ병ㆍ사 하여 여기서 목숨이 다하고 저기에 이르며, 뒤에 생을 받을 때 도로 이렇게 모든 괴로움을 겪으면서 생ㆍ노ㆍ병ㆍ사 등의 괴로움을 떠날 줄 모르는구나.’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런 모든 괴로움을 여의며 어떤 업행(業行)을 지어야 생ㆍ노ㆍ병ㆍ사를 버리고 저 언덕에 이를 것인가?’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세간은 생사의 바다에 빠져서

끊임없이 죽고는 다시 생을 받네.

이 늙고 병듦 온갖 고통 얽혔으나

어리석고 미련해 떠날 줄 모르네.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 늙고 병들고 죽음은 어디서 오는가. 어떤 인연으로 늙고 병들고 죽음이 있는 것인가?’

보살이 이렇게 생각할 때 늙고 병들고 죽음이 생 때문에 있음을 알았다.

‘늙고 병들고 죽음은 태어남[生]이 있는 까닭에 노ㆍ병ㆍ사가 따르는 것이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태어남[生]이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태어남이 있는 것인가?’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자 유(有)로 인(因)해 태어남이 있는 것임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유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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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자 취(取)로 인해 유가 있는 것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취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취가 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애(愛)를 인해 취가 있는 것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애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애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수(受)를 인해 애가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수는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수가 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촉(觸)을 인해 수가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촉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촉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6입(入)을 인해 촉이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6입은 어디서 생겼으며 어떤 인연으로 6입이 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명색(名色)을 인해 6입이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명색은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어디서 생겼느냐?’

이렇게 생각하자 곧 식(識)을 인해 명색이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생각하였다.

‘식은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어디서 생겼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제행(諸行)을 인해 이 식이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행은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어디에서 생겼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무명(無明)을 인해 제행이 있음을 알았다.

보살은 또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명을 인연한 까닭에 제행이 있고 제행을 인연한 까닭에 식이 있고 식을 인연한 까닭에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한 까닭에 6입이 있고 6입을 인연한 까닭에 촉이 있고 촉을 인연한 까닭에 ‘수’가 있고 수를 인연한 까닭에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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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애를 인연한 까닭에 취가 있고 취를 인연한 까닭에 유가 있고 유를 인연한 까닭에 생이 있고 생을 인연한 까닭에 늙음이 있고 늙음을 인연한 까닭에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는 온갖 고뇌 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괴로움은 각각 서로 인연함으로 생기는 것이다.’

보살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적도 없고 스스로 본 적도 없었으나 법에 따라 눈을 내고 지혜(智)를 내고 뜻을 내고 혜(慧)를 내고 밝음을 내었다.

보살은 또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엇이 없어야 노ㆍ병ㆍ사가 없으며 무엇이 멸해야 노ㆍ병ㆍ사를 멸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생이 없어야 노ㆍ병ㆍ사가 없으며 생이 멸해야 노ㆍ병ㆍ사가 멸함을 알았다.

보살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엇이 없어야 생이 없으며 무엇이 멸해야 생이 멸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유를 없애 유가 없음으로써 이 생이 없으며, 유를 멸하여 유가 멸함으로써 이 생이 멸하는 것임을 알았다.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엇이 없어야……일체 제행(諸行)이 다 없으며 무엇이 멸해야……일체 제행이 다 멸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곧 무명이 없어야 제행이 없으며 무명이 멸해야 제행이 멸함을 알았다.

보살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명이 멸한 까닭에 제행이 멸하고 제행이 멸한 까닭에 식이 따라 멸하며……생ㆍ사ㆍ우(憂)ㆍ비(悲)ㆍ고뇌가 다 멸하고 이렇게 일체 모든 고(苦)와 집(集)이 다 멸하는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옛적에 들은 적은 없으나 이런 법 가운데서 눈이 나고ㆍ지(智)가 나고ㆍ뜻이 나고ㆍ밝음이 나고ㆍ빛이 나고ㆍ혜(慧)가 났다. 보살은 이러한 정(定)한 마음, 청정한 마음, 때 없는 마음, 모든 번뇌를 여읜 부드러운 마음, 업을 성취할 만한 마음을 얻었다.

이미 고요한 마음을 얻고 이 무명이란 것을 진실하게 알고 또 무명의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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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것을 알았으며 또 무명이 이렇게 멸함을 알고 이 무명이 다 멸한 상(相)을 진실하게 깨달았다.

이미 바른 길을 얻어 참다이 알았으며,……간략하게 말하거니와 식ㆍ명색ㆍ6입ㆍ촉ㆍ수ㆍ애ㆍ취ㆍ유ㆍ생ㆍ노ㆍ병ㆍ사 들을 진실하게 알았다. 이것은 일체 노ㆍ병ㆍ사의 집(集)이다, 이것은 일체 노 병 사의 멸함이다,. 이것은 일체 노ㆍ병ㆍ사가 멸하고 나서 도를 얻음이다 하는 것을 다 알았다. 이 고제(苦諦)의 집임을 진실하게 알았고 이 고제가 멸함도 진실하게 알았고 이 고제가 멸함으로써 (도)를 이룸을 진실하게 알았으며 이런 누(漏)를 여실(如實)히 알았

고, 이렇게 누가 모이고, 이렇게 누가 멸하고, 이렇게 누가 멸하므로(도)를 이룸도 여실히 알았다. 이것은 욕루(欲漏)라는 것을 여실히 알고 이것은 유루(有漏), 이것은 무명루(無明漏)라는 것을 여실히 알았으니 이 모든 누를 남김없이 다 멸해야 모든 유를 끊어 버린다.

예컨대 성읍(邑)이나 성(城) 곁이나 혹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못이 하나 있는데 그 물이 서늘하고 감미롭고 청정하여 더럽거나 탁함이 없으며 물이 항상 차서 그 언덕과 평평하다. 또 언덕 가에는 모든 나무가 많이 둘러 쌓여 장엄하였으며 못 안에는 조개며 소라ㆍ큰 자라ㆍ남생이ㆍ거북ㆍ자라 등 물 안에 사는 생물들이 있고 혹은 돌과 모래가 깔려 있다. 뱀장어ㆍ송어ㆍ방어ㆍ메기ㆍ가물치ㆍ마갈어 등 모든 고기들이 물 속에서 동ㆍ서남북으로 이리저

리 달리며 먹을 것을 찾아 머물기도 하고, 서로 쫓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이 청정한 눈으로 언덕 위에서 그들 모든 생물을 보고 이것은 조개요 이것은 소라ㆍ이것은 거북ㆍ이것은 악어ㆍ이것은 자라ㆍ이것은 모래ㆍ이것은 돌ㆍ이것은 고기ㆍ이것은 벌레ㆍ마갈 등인데, 어떤 것들은 먹을 것을 구하고, 얼마쯤은 엎드려 자며 얼마쯤은 동서남북으로 달아나고 얼마쯤은 서로 쫓는 것을 환히 보고 알 듯이, 보살도 마음이 적정하여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때가 없고 이렇게

번뇌가 없고 이렇게 부드럽게 모든 업을 성취할 만하였으며 이미 적정을 얻어 이것은 무명이란 것을 여실히 알고 이것은 무명집(無明集)이다, 이것은 무명멸(無明滅)이다, 이것은 무명이 멸함으로써 도를 이룬다는 것을 여실히 알았다.……간략히 말하면 여기서 모든 누가 남김없이 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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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이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볼 때 마음이 욕누(欲漏)로부터 해탈을 얻고 마음이 유루(有漏)로부터 해탈을 얻고 무명루(無明漏)에서 해탈을 얻었다.

해탈을 얻고 나자 혜해탈(慧解脫)이 생겼고, 그러자 곧 나의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서고 할 일을 이미 다해서 마침내 다시는 후세의 태어남[生]을 받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 때 밤의 3분이 이미 지나고 4분에 이르러 샛별이 솟을 때였는데, 밤은 아직 적정(寂靜)하기만 하여, 다니는 것이나 다니지 않는 것들이나 모든 중생이 긴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이 때 바가바께서는 곧 지견(智見)을 내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셨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이날 밤 4분과 3분이 지나고

나머지 1분에 날이 밝아올 무렵

중생들은 모두 잠에 취해 있을 때

이 때 대성(大聖) 무상존(無上尊)께서

모든 괴로움 멸하고 보리를 이루니

그 이름 세간일체지라 하리.

바가바께서 지견을 얻었을 그 때 이 세간의 범천궁ㆍ마왕궁이며 천상ㆍ인간ㆍ사문과 바라문 등의 세상은 모두 크게 밝았다.

소철위산(小鐵圍山)과 대철위산은 본래 항상 어두워 이제껏 해와 달의 광명을 보지 못했으며 해와 달의 큰 덕과 광명과 위력으로도 광명을 비추지 못했던 곳이나 이 때는 자연히 다 크게 밝아 모두 광명을 보았다. 그 사이에 있던 모든 중생들이 서로 보고 서로 알았으며 자기들끼리 말하되 ‘여기도 중생이 있었던가, 여기도 중생이 있었던가?’하였다. 그리고 모든 나무들에 꽃이 피어나고 열매가 열렸으며 익는 대로 땅에 떨어졌다.

세존의 힘 때문에 허공이 청정하여 티끌과 안개가 없고 연기와 노을이 없었으나 문득 저절로 구름이 일어 땅에 가랑비를 뿌리고 또 서늘한 바람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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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차고 따뜻함이 고루 맞았으며 모든 곳이 맑고 깨끗하여 분명하게 나타났다.

또 허공의 모든 하늘들은 하늘 음악을 짓고 하늘 노래를 지어 찬탄하고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 등 갖가지 한량없는 꽃비를 내렸다.

그리고 또 교사야 하늘 옷을 비내리고 또 금ㆍ은ㆍ유리 등 보배를 비처럼 내리고 또 우발라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을 비처럼 내리고 또 갖가지 가루 향과 바르는 향을 비처럼 내려 부처님 위에 뿌렸다. 뿌리고 또 뿌려서 그 땅 둘레 1유순에는 갖가지 꽃비와 가루 향ㆍ바르는 향이 무릎에 이르도록 가득 쌓였다.

이 때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일체 중생들은 한결같이 모두 극히 미묘한 쾌락을 받아 모든 괴로움과 번뇌가 없었다.

이 때는 애욕에 시달리거나 성내거나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중생이 하나도 없었다. 또 거만스러운 마음도 나지 않았고 무서움이 없고 모든 죄를 짓지 않으며 질병이 없고 모든 병환이 다 나아 다시 발병하지 않으며, 굶주리고 목마르던 중생들은 다 배부르고 술에 취한 중생은 다 깨어서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며, 미친 중생은 다 본심을 찾고, 눈먼 중생은 다 빛을 보았으며, 귀먹은 중생은 소리를 들었으며 불구자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빈궁한 중생은 다 땅의

창고를 얻고, 야윈 중생은 다 살이 찌고, 옥에 구금된 중생은 쇠사슬이 자연히 벗겨져 풀려 나왔으며 지옥 중생은 다 고뇌를 면했고, 축생 중생은 공포가 다 없어지고, 아귀 중생은 기갈의 괴로움을 면하고 다 배부름을 얻었다.

게송이 있었다.

이 때 중생들은 성내는 일들이 없이

모든 괴로움을 면하고 큰 쾌락 받았네.

술취하고 미친 이도 본성을 되찾고

두려워하던 이 모두가 안락을 얻었네.

이 때 세존께서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나서 사자후를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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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집경 제31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4. 석여마경품(昔與魔競品)

그 때 보살은 초야(初夜)에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마군 파순(波旬)의 권속들을 항복시켰다.

이 때 이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나아가 크게 진동하였으니, 마치 구리 종을 치는 듯하였다. 이 때 모든 마을․성․읍․국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대지가 진동하는 것을 보았고, 진동하고 노호하는 소리를 듣고 다들 의심을 일으켜서 각기 스스로 상(相)을 보는 사람이나 점치는 사람, 천문을 보는 사람이나 선인(仙人),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몰려가서 이 일을 물었다.

“어찌하여 대지가 이렇게 진동하고 이런 큰 소리를 내는 것입니까? 마군과 사문 중에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 같습니까? 당신들은 모두가 점을 잘 치니 부디 우리를 위하여 이 일을 설명해 주십시오.”

그 때 저 모든 선인과 천문 보는 이들이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했다.

“마가다국(摩伽陀國) 가야(伽耶) 마을에서 두 가지 큰 힘이 서로 우위를 겨루고 있으니 하나는 세간을 벗어나는 가장 큰 법왕(法王)이 되려는 이요, 다른 하나는 세간 법답지 못한 왕이 되려는 자이다. 이들 둘이 서로 다투다가 그 중에 법왕이 되려는 쪽이 법답지 못한 왕이 되려는 쪽을 꺾었으며, 이 일은 이미 끝났고, 후야(後夜) 중에 큰 법왕이 되어서 오래지 않아 위없는 법 바퀴를 굴릴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송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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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땅이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각각 점치는 사람에게 나아갔다.

그 점술사들에게 묻기를,

당신들은 세간에서 성스럽게 아는 분이니

이 대지가 무엇 때문에 진동하는지를

제발 잘 살피고 점쳐서

속히 우리들의 이 의심을 풀어 주소서.

저 모든 점술사들이 답하기를,

법왕과 법답지 못한 왕이 저기 있어서

두 사람이 서로 위신(威神)을 다투어

각각 누가 높은지 덕과 힘을 시험했네.

마가다국의 마을 안에서

보살과 천마(天魔)가 서로 겨루다가

법행(法行)으로 저 마군을 꺾고

항복받고 난 뒤에 보리를 얻어서

부처인 법왕이 되니 우뚝하여 두려움 없네.

그 때 여래께서 그 후야(後夜)에 샛별이 뜰 때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하시고 나자, 이 때 세간에는 저절로 가장 큰 광명이 빛났고,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광명이 비치고 대지가 진동하자 정반왕(淨飯王)은 잠에서 놀라 깨어 점을 치는 사람들과 바라문, 천문사(天文師)들을 모두 불러 놓고 명하였다.

“바라문들이여, 이 일이 어찌된 일인지 나에게 설명하라.”

그러자 저 점보는 이들과 천문사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조금만 기다려 주소서. 저희들이 점을 친 뒤에 아뢰겠습니다.”

그 때 이미 하늘의 몸을 얻은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이 옥녀(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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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 1142] 쪽

女)의 모습을 갖추고 하늘에서 내려와 정반왕과 또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수다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아십시오. 오늘밤에 왕자 실달다(悉達多)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셨습니다. 이 일 때문에 대지가 진동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이미 삼보리(三菩提)를 이루시고 모든 마군들을 항복 받아 원적(怨敵)이 없고 세간에서 두려울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 때 색계(色界)의 정거천(淨居天)들은 오히려 의혹이 생겨났다.

‘여래께서 삼보리를 성취하셨단 말인가?’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모든 하늘들의 생각을 아시고 허공을 날아올라 그 모든 하늘들의 의심을 끊어주기 위하여 이렇게 사자가 포효하는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이미 모든 애욕의 맺힘을 끊고 이미 애욕의 마음을 진정하여 모든 번뇌의 물을 말려서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되었으며, 후생(後生)의 유(有)를 받지 않고, 다시는 번뇌 속에 굴러 들어가지 않으며 괴로움의 경계를 다 건너서 다시 남음이 없느니라.”

그 때 그 모든 하늘들은 이 말씀을 듣고 각기 속으로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이미 삼보리를 성취하셨구나.’

그리하여 온몸에 기쁨이 가득 차 오르니, 스스로 기쁨에 겨워 하늘의 묘한 꽃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 하늘의 전단향, 우두전단 가루향과 또 만다라꽃․마하만다라꽃들을 가지고 여래 위에 뿌리고 또 뿌렸다.

그러자 마왕 파순은 모든 하늘 무리들이 이와 같은 공양거리를 가지고 여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곧 여래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 여래 앞에 앉아 참담하고 즐겁지 않으며 크게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갈대 하나를 들고 땅에 금을 그으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 참으로 희유한 일이어서 생각하거나 헤아리기 어렵구나. 나는 모든 선인(仙人)들이 고행하던 일도 능히 돌이켰고, 저 제석천왕이나 모든 하늘들에게도 모두 다 탐욕의 마음을 일으키게 했었는데, 어찌하여 이제 이 석가족 사문의 일심삼매(一心三昧)가 잠깐 사이에 나의 군마(軍馬)들을 이렇게 모조리 항복시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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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여래께서 비밀한 가르침으로 널리 불사(佛事)를 행하고 법을 설할 때 모든 비구들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어떠한 정진력으로 삼보리를 얻고 7도분(道分)을 성취하여 법보(法寶)를 모두 갖추셨습니까?”

이렇게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이제 내가 그저 이 한 생의 정진력으로 삼보리와 7도분을 이룬 것이 아니라 지난 옛날의 정진력으로 말미암아 마니보(摩尼寶)를 얻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이 어떤 것인지 부디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해 말씀하여 주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생각해 보니 지난 옛날에 한 장사치가 있어 바다로 나아가 보배를 캐다가 바다 속에서 그 값어치가 황금 백천 냥이나 되는 귀중한 마니보배를 하나 얻었다. 그러나 그는 이 귀중한 보배를 손에 넣었다가 그만 바다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 장사치는 국자 하나를 들고서 크게 용맹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대해의 물을 모조리 퍼내어 바다를 말려서라도 마니보배를 도로 찾아내고자 하였다.

그 때 바다의 신이 이 사람이 국자를 가지고 바닷물을 육지로 퍼내려는 것을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사람은 미련하고 어리석고 지혜가 없구나. 대해의 물은 한량없고 끝이 없는데 이 사람이 어떻게 국자로 퍼서 육지로 옮길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바다의 신은 곧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많은 중생들이

재물과 이익을 탐내어 온갖 짓을 하지만

내 이제 그대를 보니 너무나 어리석으니

그대보다 더한 사람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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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 1142] 쪽

8만 4천 유순의 이 바다 물을

이제 국자로 퍼서 말리려 하니

괴롭고 피로해 한평생을 잃을 뿐

많이 퍼내지도 못한 채 목숨이 곧 다하리라.

퍼내는 물은 털끝으로 찍어내는 물방울이요,

이 바다는 넓고도 매우 깊으니

무지하고 생각이 없는 그대는 지금

귀걸이로 수미산을 취하려 하는구나.

그러자 장사치가 바다의 신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신께선 그런 좋지 못한 말로

내가 바다 말리는 일을 막지 마시오.

신은 다만 정한 뜻으로 나를 지켜보시오.

오래지 않아 바다 물을 퍼서 비워낼 것이오.

당신은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았기에

크게 근심되고 걱정될 것이오.

내 맹세코 정진하는 마음 퇴전치 않고

반드시 대해를 퍼내서 말리고 말겠소.

값을 따질 수 없는 나의 보배 여기 빠졌기에

대해의 물을 마르게 하려는 것이오.

대해가 바닥을 드러내면 보배를 찾으리니

보배를 얻으면 곧 집으로 돌아가리라.

그 때 바다 신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두려워져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 이토록 용맹 정진하여 이 바닷물을 퍼내면 틀림없이 모조리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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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 1142] 쪽

내고 말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곧 그 장사치에게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 구슬을 되돌려주고 게송을 읊었다.

무릇 사람은 모름지기 용맹한 마음을 내어

짐을 짊어져 힘들고 고단해도 권태로움을 사양 말아라.

이 같은 정진력으로 잃었던 보배를 되찾아

집으로 돌아간 이를 나는 보았도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을 읊으셨다.

정진하면 곳곳마다 소원을 이루고

게으르면 항상 큰 괴로움을 당하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용맹한 뜻을 내면

지혜 있는 사람은 이로써 보리를 이루리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 때의 장사치를 알고 싶은가? 바로 지금의 내가 그 때의 그 사람이다. 당시 그 장사치는 바다로 나아가서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 구슬을 얻었으나 도로 잃어버린 뒤에는 용맹한 마음을 일으켜 보배를 되찾았다. 오늘날도 또한 그러하여 정진한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7각분도를 이룬 것이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한 사람이 홀로 이 같은 모든 마군들을 항복시키다니 참으로 희유하고 기특하고 불가사의합니다.”

이렇게 말한 뒤에는 곧 각각 고요히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나는 다만 이번 세상에서만 이렇게 모든 마군들을 항복시켰던 것이 아니라 일찍이 과거세에도 이렇게 홀로 그 모든 마군들을 항복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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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 / 1142] 쪽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어떤 것인지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잘 들어라.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 한량없이 오랜 세월 전에 두 형제 앵무새가 있었으니, 하나는 마라기리(摩羅祁梨)[수나라 말로는 만산(鬘山)이라 함]이고, 또 하나는 조타기리(臊陀祁梨)[수나라 말로는 피여산(彼與山)이라고 함]라는 새이다. 어느 날 이 두 앵무새가 나무 위에 있었는데 문득 매 한 마리가 재빨리 날아와 작은 앵무새를 잡아채어서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 때 형 앵무새는 그 동생 앵무새에게 게송을 읊었다.

한 사람은 홀로 괴로움 얻고

한 사람은 홀로 즐거움 얻었네.

너는 매의 급소를 쪼으렴.

그러면 괴로워 너를 놓아주리라.

네 몸은 작고 나 또한 힘이 약하니

오직 너는 정근하고 게을리 말라.1)

그 동생이 형의 말을 듣고서

용맹스러운 위력을 내고자 하여

온몸의 힘을 다해 생각한 끝에

곧 매의 급소를 쪼았다.

매는 너무나 몸이 아파서

서둘러 앵무새를 놓아 버렸다.

그 매는 몸이 아프고 걱정되어

 

1) 다음 구절부터는 부처님의 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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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 / 1142] 쪽

온갖 곳으로 내달리며 의지를 구했다.

이 꾀 많은 앵무새가 벗어날 수 있었음은

매의 급소를 쪼았기 때문이다.

매는 고통으로 피할 곳 없었으나

앵무새는 의젓하게 허공을 나네.

매가 앵무를 보고 뒤쫓아 날지만

이내 버리고 멀리 달아나 제 살길을 찾네.

그 때 매를 쪼았던 앵무새는

지금의 석가모니, 바로 나였고,

그 때 매는 이 마왕 파순이었네.

그 때에도 오직 나 홀로

그에게 항복을 받았거늘

하물며 이번 생에 공덕을 갖춘 몸으로서

어찌 그 마왕을 항복 받지 못하리.

너희들 비구는 이것을 알아야만 하리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마왕 파순은 자주자주 여래를 속였으나 이루지 못하였고,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항상 그 액난을 면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너희들을 위해 말하리라. 나는 이번 세상에서만 마왕 파순에게 속임을 받았다가 그로부터 벗어나서 일찍이 그에게 어지럽힘을 당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과거세에도 마왕 파순은 날 속였으나 또한 나를 어지럽히지 못하였었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무엇인지 저희들을 위하셔서 분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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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 1142] 쪽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파리야다(波梨耶多)[수나라 말로는 도피절(度彼節)이라 함]라고 하는 강이 하나 있었다.

그 강 언덕에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가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동산이 그 강가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에서 거북 한 마리가 올라와 꽃동산에 들어갔다. 거북은 먹을 것을 찾느라 동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며 그 바람에 꽃이 밟혀 뭉개졌다.

동산 주인은 거북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느라 꽃을 밟아 뭉개는 것을 보고 곧 방편을 써서 그 거북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광주리 안에 넣어 두고서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러자 그 거북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을 쓰고 어떤 꾀를 내야 할까?’

그리고서 이내 이런 마음을 내었다.

‘내 이제 이 동산 주인을 속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동산 주인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물에서 나온 바람에 내 몸에 진흙 있으니

당신은 일단 꽃을 놓고 내 몸을 씻겨 주시오.

내 몸이 진흙으로 깨끗하지 못하니

당신의 광주리와 꽃을 더럽힐까 걱정되오.

그 때 그 동산 주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거북은 참 착하구나. 좋은 말로 나를 일깨워 주었다. 내 이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구나. 거북의 몸을 씻겨서 내 광주리와 꽃이 더럽혀지지 않게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거북을 들고 씻기러 강가로 나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거북을 집어내어 돌 위에 놓고 물을 떠서 씻으려 하였는데 마침 이때 거북은 온 힘을 다하여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는 거북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간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게송을 읊으셨다.

지난 옛적에 지은 공덕 그 이익으로

마음에 생각한 것 다 이루었네.

빠르게도 그 선정의 마음을 증득하고

또 저 열반의 언덕에 이르렀네.

일체의 모든 원적(怨敵)과

욕계에 자재한 마왕 파순도

나를 흔들지 못하고 다 귀의하였으니

복덕과 지혜의 힘이 있기 때문일세.

만약 용맹으로 정진을 하여서

성지(聖智)를 구한다면 어렵지 않게 얻으리.

이미 모든 괴로움 끝까지 다 없애고

일체 모든 죄를 다 제멸하였네.

이것은 여래께서 처음 불도를 이루시고 가장 먼저 말씀하신 구업(口業)의 게송이었다.

‘괴이하구나. 이 거북이 이렇게 나를 속였으니 나는 이제 다시 이 거북을 속여 물에서 나오게 하리라.’

그리고 나서 곧 거북에게 게송을 읊었다.

착한 거북아, 내 생각을 들어 보렴.

너는 친구들이 매우 많겠지.

내 꽃다발을 만들어 네 목에 걸어 주리니

꽃다발을 걸고 마음대로 돌아가 즐거워하렴.

그러나 거북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하는구나. 그 어머니는 병상에 누웠고 누이가 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만들어 그것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반드시 나를 속여서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꼬여서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이 때 거북은 꽃다발 기술자에게 게송을 읊었다.

그대의 집엔 술을 빚어 친척을 모으려고

널리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든다.

그대는 집안에 가서 이런 말을 하리라.

거북의 살을 굽고 머리를 기름에 튀기라고…….”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여, 그 때 물에 들어간 거북은 바로 내 몸이요,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는 마왕 파순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바로 그 때에도 나를 속이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했거늘 이제 또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모든 비구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마왕 파순은 위세가 자재하여 욕계(欲界)를 통솔하는 자인데도 어떻게 온갖 속임수를 썼지만 그 앉아 계신 자리조차도 움직이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제 알아야 한다. 오늘만 이 마왕 파순이 그 세력으로 나를 속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그러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의 틈을 엿보아 속이지 못했었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무엇인지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옛날에 대해(大海) 속에 뿔 없는 큰 용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용에게는 새끼를 밴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원숭이의 심장이 먹고 싶어졌다. 그는 너무나 먹고 싶은 나머지 몸이 야위고 누렇게 뜨고 변해 갔으며 덜덜 떠는 등 안정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수용은 아내의 몸이 이렇게 여위고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걱정이 있소?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소? 나는 당신이 나에게 먹을 것을 구해 달라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는데, 무슨 까닭이오?’
그러나 암용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수용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지금 왜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오?’
암용은 대답하였다.
‘당신이 만약 내 원하는 대로 해 준다면 말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내 어찌 쓸데 없는 말을 하겠소?’
수용은 말했다.
‘어서 말해 보오. 만약 구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구해내고야 말겠소.’
그러자 암용이 말했다.
‘나는 지금 원숭이의 심장이 먹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걸 구해 올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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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 / 1142] 쪽

수용이 곧 대답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란 매우 어렵소. 왜냐 하면 우리가 사는 곳은 대해 속이지만 원숭이는 산의 우거진 숲 나무 위에 사는데 어떻게 구할 수 있겠소?’
암용은 말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나는 지금 그걸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낙태하고 말 것이요, 나 역시도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용은 암용의 말을 듣고 말했다.
‘어질고 착한 이여, 그대는 잠시만 견디어 주오. 내 이제 구하러 가겠소. 만약 구할 수만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둘 다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오.’
그리하여 용은 깊은 바다에서 나와 물가에 이르렀다.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큰 우담바라(優曇婆羅)[수나라 말로는 구원(求願)이라 함]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몸집이 큰 원숭이 한 마리가 꼭대기에 살면서 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용은 원숭이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차츰 그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마침내 나무 아래에 도착한 용은 원숭이에게 안부를 건네며 듣기 좋은 말로 꼬이며 말했다.
‘착하고 착하다, 바사사타(婆私師吒)여. 나무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거동하기가 힘들어서 괴로움을 받지는 않는가? 먹는 것을 구하는 일이 쉬워서 행여 피곤하지는 않은가?’
원숭이는 대답했다.
‘그렇소, 어진 이여. 나는 지금 크게 힘든 일은 없소.’
용이 다시 원숭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대는 이런 곳에서 무엇을 먹는가?’
원숭이는 대답했다.
‘나는 우담바라 나무 위에서 그 열매를 따먹고 있소.’
그러자 용은 또 원숭이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그대를 보니 너무나도 기쁜 마음이 일어나 온몸에 두루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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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 / 1142] 쪽

이 차 올라 견딜 수가 없소. 내 그대와 좋은 친구가 되어 서로 친애하고 공경하고자 하니, 그대는 내 말을 들으시오. 왜 하필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것이오? 이 나무는 열매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이런 곳을 좋다고 하겠소? 그러니 어서 나무에서 내려와 나와 함께 갑시다. 나는 그대를 데리고 바다 건너 저편으로 갈 것이오. 저 언덕에는 따로 큰 숲이 있는데 온갖 꽃들과 열매가 풍성하고 넉넉하니, 이른바 암바(菴婆) 열매․염부(閻浮) 열매․이구사(梨
拘闍) 열매․파나사(頗那娑) 열매․진두가(鎭頭迦) 열매 등과 나무들이 한없이 많이 있소.’
원숭이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겠소? 바다는 너무나 넓고 깊어서 건너기가 매우 어려운데 내가 어떻게 물 위로 떠서 건널 수 있겠소?’
그러자 용이 원숭이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그대를 업고 바다 저편 언덕에 건네주리니 어서 나무에서 내려오시오. 그대는 그저 내 등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오.’
한편 원숭이란 것은 마음이 일정하지 않은 까닭에 마음이 좁고 용렬하며 어리석고 미련하며 본 것이나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그리하여 용의 달콤한 말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기쁨을 내어 나무에서 내려와 용의 등에 업혀서 그를 따라가려 하였다.
용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다 됐다. 내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곧 자기 살던 곳으로 데려가려고 원숭이를 업은 채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 때 원숭이는 그 용에게 물었다.
‘착한 벗이여, 왜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오?’
용은 대답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원숭이가 다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며 나를 어찌하려는 것이오?’
용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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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 1142] 쪽

‘내 아내가 지금 임신중인데 너의 심장을 먹고 싶어한다. 그래서 너를 끌고가는 것이다.
그제야 원숭이는 정신이 들었다.
‘아아, 슬프다. 나는 이제 너무나 큰 재앙을 만났구나. 내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구나. 아아, 이제 나는 어떤 방법을 써서 이 다급한 액난을 벗어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다시 생각을 하였다.
‘용을 속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하여 곧 용에게 말하였다.
‘어질고 착한 벗이여, 나는 심장을 우담바라 나무 위에 걸어 놓고 평소에는 가지고 다니지 않소. 왜 처음부터 내 심장이 필요하다고 알려 주지 않았소? 그랬다면 내가 심장을 가지고 왔을 것인데……. 어진 벗이여, 어서 나를 그곳으로 다시 데려다 주오. 그러면 심장을 가지고 오겠소.’
용은 원숭이의 이 말을 듣고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원숭이는 용이 물가로 나오려 하는 틈을 노려 온 힘을 다하여 용의 등에서 뛰어내려 저 우담바라 큰 나무 위로 올라갔다. 용은 나무 아래서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원숭이가 내려오지 않자 그에게 말하였다.
‘친애하는 착한 벗이여, 어서 내려와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자.’
그러나 원숭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또 내려오지도 않았다. 용은 아무리 기다려도 원숭이가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자 게송을 읊었다.

착한 벗 원숭이여, 심장을 찾았거든
나무에서 빨리 내려오기 바란다.
내 틀림없이 그대를 바다 건너 숲으로 보내어 주리라.
온갖 과일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원숭이는 생각하였다.
‘이 용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그리고 나서 곧 용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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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 1142] 쪽

너 용은 꾀는 좋을지 몰라도
마음으로 아는 것은 매우 좁구나.
자세히 생각해 보아라.
이 세상에 심장 없는 중생이 있는지를.

저 건너 숲에 나무 열매가 풍족하고
온갖 암라와 같은 맛좋은 과일이 있다 하여도
내 생각은 참으로 거기 있지 않으니
차라리 여기 우담바라 열매를 먹으리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알아 두어라. 그 때 큰 원숭이는 바로 지금의 나요, 용은 마왕 파순이었다. 그 때에도 나를 속이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거늘, 이제 다시 또 세간의 자재한 5욕의 일을 가지고 와서 나를 꼬이지만 어찌 내 자리를 움직일 수 있겠느냐?”
모든 비구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생각하고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마왕 파순이 이런 누추하고 괴상스러운 무리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여래에게 이르렀으나 여래께서는 또 낱낱이 보시고 아셨으니, 이것은 또 무슨 일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마왕 파순이 이런 추하고 괴상한 마군의 큰 군사를 거느리고 내게 온 것을 이번 생에서만 내가 보고 안 것은 아니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합니다. 그 일은 어떤 것인지 해설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즐겨 듣겠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사냥꾼이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숲에 온갖 새들이 많이 모여들며 그 숲에 자주 깃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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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 1142] 쪽

사냥꾼은 그곳에 가서 풀로 집을 얽고 온갖 나뭇가지로 그 위를 덮은 뒤 곧 그 속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모든 새들은 이 초막을 나뭇가지로 여기고 날아 내려와 그 위에 앉았다. 이 때를 노려서 사냥꾼은 새들이 집 위에 깃들인 것을 보고 하나씩 화살을 쏘거나 혹 붙잡아서 죽였다.
이 때 새 한 마리가 이 집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초막은 여러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무들은 한 곳에 머물러 있다. 틀림없이 이 집 아래에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알아챈 뒤에 그 집을 멀리 떠났으니, 그 새는 사냥꾼에게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내가 숲의 모든 나무를 살펴보니
아설(阿說)과 비혜라(毘醯羅),
아리라(阿梨羅)와 염부(閻浮),
무지라파(無脂羅波)와 진두(鎭頭) 같은 나무들은
한 곳에 머물러 안주하여서
나면서부터 이동하는 일이 없는데
이 나무만큼은 여러 곳을 옮겨다니니
그 속은 비지 않고 분명 뭔가 있으리라.

만약 그 속에 악한 것이 있다면
나는 서둘러 이 숲을 버리고 떠나야 하리라.
마음에 큰 의혹이 생겨난 이상
혹은 악행으로 자비가 없어서
그 속에서 나를 죽일까 두려워.
또 나는 지난날 다른 곳에서도
이미 그물을 찢고 달아났거늘
지자(智者)는 알면 이것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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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 / 1142] 쪽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그 때 날아간 새는 바로 나의 전생의 몸이었고, 그 사냥꾼은 바로 마왕 파순이었다. 그는 그 때에도 두려운 형상을 하고서 나를 죽이려 했지만 나는 이미 보고 알았던 것이다. 지금 또다시 이 추악하고 비루한 마군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내 곁에 왔으나 나는 또한 이미 오래 전에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세간에서 만약 깊이 생각지 않으면
어떻게 상인(上人)의 법을 얻으리.
이제 내가 잘 생각한 까닭에
얽힘을 벗어나 무위(無爲)를 얻었다.

35. 이상봉식품(二商奉食品) ①


그 때 세존께서 처음 보리도를 이루시고 나무 아래 앉아 7일 밤이 지나도록 가부좌를 하신 채 일어나지 않으셨으니, 해탈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것으로 식사를 삼은 까닭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한마음과 바른 생각으로 삼매에서 일어나 사자좌에 앉으셨다. 초야(初夜)에 12인연을 바로 관찰하셨는데[正觀] 아래에서 관찰하여 위에 이르고, 위에서 관하여 아래에 이르도록 잘 생각하고 잘 관찰하여 잃지도 않고 다름도 없었다. 저것을 인하여 이것이 나며 저것이 있음을 인하여 이것이 있으니, 이른바 무명(無明)을 연하여 제행(諸行)이 있고, 제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으며, 명
색을 연하여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연하여 촉(觸)이 있으며, 촉을 연하여 수(受)가 있으며, 수를 연하여 애(愛)가 있으며, 애를 연하여 취(取)가 있으며, 취를 연하여 유(有)가 있으며, 유를 연하여 생(生)이 있으며, 생을 연하여 노(老)․병(病)․사(死)와 우(憂)․비(悲)․뇌(惱) 등의 괴로움이 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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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 / 1142] 쪽

이 때 세존께서는 이 법을 아시고 나서 곧 게송을 읊으셨다.

만약 청정한 수행으로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이렇게 법이 서로 나는 것[生]을 볼 것이요
만약 모든 법이 서로 따라서 나는 것을 본다면
모든 법은 연(緣)을 인하여 있게 됨을 알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날 밤중에 12인연을 관찰하되, 처음에서부터 끝에 이르도록 역관(逆觀)하였는데 지극한 마음으로 잘 관찰하고 잘 생각하여 잃지도 않고 어지러움도 없었다. 그것이 없음으로 인하여 이것이 스스로 없으며, 저것이 멸함으로 인하여 이것이 스스로 멸하나니, 이른바 무명(無明)이 멸하면 행(行)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나아가 생․노․병․사․우․비․고․뇌의 일체가 다 멸하는 것이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이 법을 아시고 나서 게송을 읊으셨다.

만약 청정한 수행으로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이렇게 법이 서로 나는 것을 볼 것이요
만약 모든 법이 서로 따라서 나는 것을 본다면
곧 모든 법은 연을 인하여 멸하게 됨을 알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다시 그 후야(後夜)에 12인연을 관찰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끝에서부터 처음까지를 관찰하셨는데, 잘 관찰하고 잘 생각하여 잃지도 않고 어지러움도 없었다. 이른바 저것이 나서 다시 이것을 내며, 저것이 있음을 인하여 다시 이것이 있으며, 저것이 없음을 인하여 이것도 또한 없으며, 저것이 멸하면 또 이것 역시 멸하니, 무명의 연을 인하여 제행이 있고, 제행을 연하여서 나아가 일체 생․노․병․사와 모든 고뇌 등이 다 모두 서
로 나게 된다는 것이며,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이 또한 없어지며, 저것이 멸하면 이것 또한 멸하는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이 뜻을 아시고 나서 곧 게송을 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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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청정한 수행으로 세간을 관찰하면
곧 서로 나서 멸함에 이르기까지를 볼 것이다.
이미 모든 마군을 흩어 버리고 우뚝 서서 머무니
마치 저 해가 허공에 찬란히 빛나는 것과 같네.

이 때 세존께서는 그 사자좌에서 일어나 보리수를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셔서 다시 가부좌를 하시고 7일 동안 움직이지 않고 해탈행(解脫行)으로써 안락을 삼았다. 7일 동안 자세히 보리수를 관찰하며 눈을 잠시도 떼지 않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곳에서 끝없는 괴로움을 다하고 무거운 짐을 버렸도다.’
이 때 세존께서는 7일을 지내신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셨다.
그 뒤에 사람들이 여래께서 보리수를 관찰하시던 곳에 탑을 세워서 눈을 깜박이지 않은 탑[不瞬目塔]이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이 도량에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다시 여기 앉아 그 자리를 보니
이미 모든 원을 이루고 저 언덕에 이르렀네.
나는 저곳에서 보리를 얻었도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눈을 깜박이지 않은 탑’의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점점 마리지(摩梨支)[수나라 말로는 양염(陽炎)이라고 함] 경행처(經行處)에 이르러 가부를 맺고 앉아 또 7일이 지나도록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그 후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나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 나셨다. 이 때 가라(迦羅)[수나라 말로는 흑색(黑色)이라 함] 용왕이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섰다.
용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제 궁전을 지난 옛적부터 과거 모든 부처님께 보시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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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모든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으셔서 머무셨으니, 저를 가엾게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부처님들은 이른바 구류손(拘留孫) 세존․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세존․가섭(迦葉) 세존이십니다. 오늘 세존께서는 때를 잘 아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잠시라도 제 궁전에 머물러 주십시오. 왜냐 하면 저는 이 궁전을 과거 세 부처님께 보시하였기 때문이며, 오늘 세존께서 네 번째로 저를 위해 이 궁전을 받아 주신다면 곧 네 분의 부처님께서 저의 궁전을 받으셨기에
공덕을 다 갖추었다고 이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가라용왕의 궁전을 받으셨다. 궁전을 받고 나서 그 안에 들어가셔서 가부좌를 하신 뒤 7일이 지나도록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그 때 세존께서 7일이 지나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가라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너 용왕은 내 곁에 와서 부처님들의 3귀의(歸依)와 5계(戒)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큰 안락을 얻을 것이다.”
가라용왕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삼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마음으로 감히 어기지 않고 세존의 가르침대로 살겠습니다.”
가라용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였고 곧 부처님에게 3자귀의(自歸依)를 받았으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였다. 또 5계를 받았으니 세간 가운데서 축생으로 최초에 우바새(優婆塞) 이름을 얻었으며, 3귀의를 높이 설하고 3귀의를 받은 자는 이른바 곧 가라용왕이었다.
이 때 또 다른 용왕이 하나 있었으니, 목진린타(目眞隣陀)라고 하였다. 그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서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제 궁전을 지난 옛날에 이미 모든 부처님께 보시하였고 그 분들은 받으시고 머무셨으니, 이른바 구류손 세존․구나함모니 세존․가섭 세존이십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또한 저를 위해 이 궁전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네 분의 부처님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께서 이 궁전을 받으심을 얻게 되고, 저는 좋은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그 목진린타용왕에게서 궁전을 받으신 뒤에 가부를 하고 앉으셨다. 한 번 앉은 뒤에는 7일이 지나도록 일어나지 않으셨으니,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그 7일 동안 허공에는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크게 일었는데, 7일 동안 잠시도 비가 멈추지 않더니 마침내 추워지고 얼어들었다.
그러자 목진린타용왕은 궁전에서 나와 그 큰 몸을 일곱 겹으로 둘러 부처님을 옹호해 덮고, 또 일곱 개의 머리를 세존 위에 드리워 큰 일산을 만들면서 의젓하게 머물고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의 몸에 추위와 습기와 먼지며 모기, 등에 따위의 어떤 벌레도 부딪치지 못하게 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허공을 보시니 구름과 안개가 없이 청정하였으며,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셨다.
목진린타용왕은 일곱 겹으로 둘렀던 그 용의 몸을 거둔 뒤에 용의 형상을 감추고 나이 젊은 바라문의 몸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 대고 절을 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여래에게 두려움을 주려 했거나 어지럽게 하려고 용의 몸을 부처님께 일곱 겹으로 두르고 또 일곱 개의 머리로 세존 위를 덮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찬바람과 티끌, 물방울이나 또 모기, 등에 같은 것이 세존의 몸에 닿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이런 일을 생각하였기에 세존을 덮었던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게송을 읊어 스스로 찬탄하셨다.

지혜는 고요한 선정이 가장 안락함을 알기에 충분하고
지혜는 모든 법의 매우 깊은 경지를 관찰하기에 충분하며
안락하여 세간을 괴롭히지 않고
또한 모든 중생들을 살해하지 않네,

만약 세간의 안락을 얻은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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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모든 탐욕을 멀리 떠나고
아만과 자랑과 뽐내는 마음을 버리면
이 즐거움이 가장 뛰어나고 미묘한 즐거움이네.

인간의 모든 탐욕과 즐거움들을
모조리 다 버리고 사랑도 모두 없애면
그 즐거움과 이 즐거움을 비교할 때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그 용왕에게 이르셨다.
“너 위대한 용왕아, 와서 3귀의와 5계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을 얻을 것이다.”
목진린타용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 용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부처님께 3자귀의와 5계를 받았다.
그 때 그곳에 양을 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세존께서 보살이 되어 6년 동안 고행하실 때 그곳에 있으면서 세존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 존중하였으며 또 양의 젖을 세존에게 올렸다. 그리고 니구타(尼拘陀) 나무 가지를 꺾어 그늘을 만들어 올렸는데, 그 나뭇가지는 곧 큰 나무를 이루었다. 그 양치는 사람은 이러한 신심과 복업 선근의 인연으로 목숨을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 덕이 크고 위력이 있는 천자가 되었으며, 신통이 자재해졌
다.
그 때 천자는 천상에 태어난 뒤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본래 어떤 업으로 인해 지금의 이 몸과 같은 과보를 얻었는가?’
그리고 또다시 생각하였다.
‘지난 옛날 세존께서 보살이셨을 때 나는 몸으로 이런 업을 지었구나. 보살이 고행할 당시 나는 양의 젖을 올렸었고, 보살이 거기 계실 때 나는 니구타 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서 땅에 꽂아 보살을 위하여 그늘을 만들어 드렸었는데, 그 선업에 의지해서 나는 이처럼 미묘한 과보를 얻은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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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보살의 몸이셨을 때 직접 공양을 올린 까닭에 이러한 과보를 얻었으며, 그 나뭇가지를 심어 그늘을 만들었으므로 지금의 이와 같은 과보를 얻었고, 게다가 이처럼 걸림이 없는 신통을 얻었다. 그런데 하물며 세존께서 이제 위없는 보리를 이루셨으니, 이제 나를 위하여 다시 그 나무 아래에서 그 나무 그늘을 받으시게 하리라.’
그 때 그 천자는 몸에서 매우 아름답고 뛰어난 빛을 내어 한밤중에 그 나무 있는 곳을 오로지 비추었다. 하늘의 광명으로 비추고 나서 그는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다시 한쪽으로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를 위하여 저 나무를 받아 주소서. 저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나무를 받아 마음껏 안락하게 머무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천자를 불쌍히 여기셨으므로 과거에 양치기가 심었던 니구타 나무를 받으시고 그 나무 아래에서 가부를 하고 앉으셨다. 한 번 앉으신 뒤에 7일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고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셔서 천자에게 이르셨다.
“그대 천자야, 내 곁에 와서 3자귀의와 5계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함을 누릴 것이다.”
그리하여 천자는 3자귀의와 5계를 받았는데, 당시 그는 세간에서 하늘 가운데 최초로 우바새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3귀의를 설하시고, 양치기의 몸으로 나무와 젖을 보시한 까닭에 하늘의 몸을 얻는 것을 말씀하셨다.


 

 

불본행집경 제3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5. 이상봉식품 ②

이 때 세존께서는 양치기가 심은 나무에서 일어나 조용히 점차 한 나무 숲 아래 이르셨다.

그 나무숲은 차리니가(差梨尼迦)[수나라 말로는 출유즙림(出乳汁林)이라 함]라 하였으며, 그 숲에 이르자 가부좌를 하고 7일이 지나도록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나오셨다. 이렇게 세존은 49일 동안 삼매의 힘으로 계속 하여 지내셨다. 그리고 그 마을 주인의 딸 선생(善生)이 보시한 우유죽을 한 번 먹은 뒤에는 달리 먹는 것 없이 이제까지 목숨을 지탱하셨다.

그 때 북천축(北天竺)에서 상인 두 사람이 그곳으로 왔는데, 한 사람은 이름을 제리부사(帝梨富娑)[수나라 말로는 호과(胡瓜)라고 함]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발리가(跋梨迦)[수나라 말로는 금정(金挻)이라 함]라 했다. 그 두 상인은 지혜가 많고 마음이 세밀하고 뜻이 반듯하였다. 그들은 중천축국에서 산출된 갖가지 물건들을 5백 대의 수레에 가득 실어 큰 이익을 얻게 되자 북천축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리하여 마침 그 차리니가 숲에서 멀지 않은 곳을 서서히 지나게 되었다. 그들 상인에게는 길이 아주 잘 든 소가 한 마리씩 있었는데 항상 앞장서서 갔으며, 만약 앞에 두려운 곳이 있으면 그 소는 말뚝에 매인 것처럼 멈춰 서고 나아가지 않았다.

그 때 그곳에는 차리니가 숲을 수호하는 나무신이 살고 있었는데, 그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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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감추고 가만히 이 길이 잘 든 소 두 마리를 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 두 상인은 각각 우발라 꽃줄기를 들고 길 들인 소 두 마리를 때렸으나 소들은 가려 하지 않았다. 그 밖의 5백 대의 수레를 끌던 소들도 모두 따라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 모든 수레바퀴가 굴러가지 않았으며, 가죽 고삐가 모두 저절로 끊어지고, 그 밖에 멍에 채․바퀴심대․멍에․바퀴비나장․바퀴통․바퀴살․수레판․걸바퀴․난간판자며 가슴걸이 등이 어떤 것은 깨지고 어

떤 것은 꺾이고 어떤 것은 부서지고 어떤 것은 찢어지는 등 이렇게 온갖 괴상하고 상서로운 변고가 일어났다.

이 때 제리부사와 발리가는 두려움이 솟고 근심 걱정이 사무치자 온몸의 털이 모조리 곤두섰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무슨 괴변을 만나고 무슨 재앙을 만났는가?”

그들은 각각 수레에서 서너 걸음 물러나서 머리 위로 합장하고 모든 하늘과 신들에게 정례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서서 이렇게 빌었다.

“비옵나니 우리들이 지금 만난 재앙과 괴변의 두려움을 빨리 사라지게 하시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여 주소서.”

그러자 그 숲의 수호신이 곧 색신(色身)을 나타내어 상인들을 위로하였다.

“그대들 상인은 두려워 말라. 이곳에는 아무런 재난도 없다. 단 하나의 재앙도 없으니 겁내지 말라. 모든 상인들아, 여기는 오직 여래․세존․아라하(阿羅呵)․삼먁삼불타께서 처음으로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시고 지금 이 숲 속에 계실 뿐이다. 다만 여래께서 도를 이루시고 지금 49일이 지나도록 아직 음식을 들지 못하셨다. 그대들 상인이 만약 때를 안다면 함께 저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제일 먼저 보릿가루와 우유와 꿀

경단을 그에게 받드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하면 그대들은 오랜 밤에 편안하고 안락하여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 때 두 상인들은 그 숲의 신의 이런 말을 듣고 곧 신에게 대답하였다.

“당신이 일러 주신 대로 우리들은 어기지 않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 상인은 곧 각각 보릿가루․우유․꿀 경단을 가지고 모든 상인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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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이르러 그 두 상인은 멀리서 세존을 보니 단정하고 훌륭하여 세간에 비길 데 없으며, 나아가 마치 허공의 뭇 별과 같이 몸의 모든 특징이 장엄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와 같은 세존을 보고 나자 마음으로 크게 공경하고 청정한 믿음으로 세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그들은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를 위하여 이 청정한 보릿가루․우유․꿀경단을 받아 주십시오. 부디 저희들을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이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난 옛날의 모든 불 세존․아라하․삼먁삼불타들은 다 그릇으로 받으셨던가?’

그 때 세존에게는 속으로 지견(知見)이 생겨나서 곧 과거 모든 불․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아라하․삼먁삼불타들이 모두 그릇을 가지고 음식을 받으셨음을 아셨다.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제 어떤 그릇으로 두 상인의 음식을 받을 것인가?’

세존께서 이런 마음을 내시자 사천왕은 각각 사방에서 금 발우를 하나씩 가지고 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각각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사천왕들은 금 발우 네 개를 세존에게 받들어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직 원하옵건대 이 발우로 두 상인의 보릿가루․우유․꿀 경단을 받으소서. 저희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저희들에게 길이 이익과 안락이 되게 하소서.”

그러나 세존께서는 출가한 사람으로서 이런 것을 모으는 일은 이치에 맞지 않은 까닭에 받지 않으셨다. 그러자 사천왕들은 금 발우 네 개를 버리고 다시 은 발우 네 개를 세존께 올리며 또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그릇으로 음식을 받으소서. 그리고 저희들에게 큰 이익과 큰 안락을 얻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다시 파리(頗梨) 발우 네 개를 가져왔으나 또한 받지 않으셨고, 다시 유리(琉璃) 발우 네 개를 가져왔으나 역시 받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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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셨으며, 다시 붉은 진주 발우 네 개를 가져왔으나 또한 받지 않으셨으며, 다음에 또 마노(瑪瑙) 발우를 가지고 왔으나 또한 받지 않으셨고, 다시 차거(車?) 발우 네 개를 가지고 와서 세존께 올렸으나 여래께서는 역시 그것을 받지 않으셨다.

그 때 북방 비사문왕(毘沙門王)은 다른 세 천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옛날의 일을 생각해 보니 푸른빛의 모든 하늘[靑色諸天]들이 돌 발우 네 개를 우리들에게 가지고 와서 올리면서 ‘이 돌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잡수십시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에 다른 천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비로자나(毘盧遮那)였다. 그는 ‘당신들 천왕은 삼가 이 돌 발우에 음식을 받아 먹지 말라. 당신들은 받아 지닐 뿐 탑처럼 공양하라. 무슨 까닭인가? 장차 석가모니라고 불리는 여래 한 분이 세상에 나오실 것이니, 그 때

당신들은 이 발우 네 개를 그 여래에게 바쳐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여러 천왕이여, 이제 바로 그 때가 이르렀으니, 그 돌 발우를 세존께 올리자.”

그 때 사진(四鎭) 사천왕은 각각 그 친척과 권속들을 거느리고 그들에 둘러싸여 서둘러 자기 궁전으로 가서 각자 돌 발우를 가지고 왔다. 그 발우는 곱고 반듯하여 사랑스러웠으며, 그 검푸른 색은 마치 구름 무더기 같았다. 그들은 하늘의 꽃을 그 속에 가득 담고 온갖 향을 발우에 바른 뒤 다시 일체 묘한 음성을 지어 그 발우를 공양하면서 서둘러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도착한 뒤에 함께 발우 네 개를 들고 부처님께 받들면서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이 돌 발우를 받으십시오. 이 발우에 저 두 상인의 보릿가루․우유․꿀 경단을 받으소서. 저희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저희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큰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사천왕들은 맑은 신심으로써 나에게 발우 네 개를 바쳤다. 하지만 나 역시 네 개의 발우를 갖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 만약 내가 지금 한 사람의 것만 받으면 세 사람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요, 만약 두 사람에게 발우 두 개를 받으면 두 사람의 마음이 섭섭할 것이요, 만약 세 사람에게 발우 세 개를 받으면 한 사람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제 이 네 개의 발우를 모두 받아서 신통력을 내어 하나의 발우로 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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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 1142] 쪽

라.’

이 때 세존께서는 제두뢰타(提頭賴吒)천왕에게 발우를 받고 게송을 읊으셨다.

세존에게 좋은 발우를 보시하는 인연으로

그대는 마침내 묘한 법의 그릇을 이루리라.

나에게 청정한 발우를 바쳤으니

반드시 지혜와 바른 생각의 마음이 더하리라.

세존께서는 비류륵차(毘留勒叉)천왕에게 발우를 받으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내가 잘 관찰하자니 누군가 발우를 베푼다면

그는 바른 생각 증장한 마음을 얻으리.

능히 세상을 양육해 편안케 하리며

속히 묘하고 즐겁고 청정한 몸 이루리라.

세존께서는 비류박차(毘留博叉)천왕에게 발우를 받으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그대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발우를 베풀어

청정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여래께 받드니

장차 청정한 마음을 속히 얻어

인간과 천상 세계에서 뜻대로 되리라.

세존께서는 비사문(毘沙門)천왕에게 발우를 받고 게송을 읊으셨다.

청정하게 계를 지니는 불세존에게

모든 근(根)을 조복하고 발우를 베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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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 / 1142] 쪽

허물어지지 않는 마음으로 은근하게 거듭 베푸니

너는 다음 세상에서 깨끗한 밭을 얻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발우 네 개를 받으신 뒤에 차례로 거듭 포개서 왼손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누르시니, 신통력으로 합쳐져 하나의 발우가 되었고, 밖으로는 네 개의 테두리가 생겼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내 옛날 공덕의 모든 과보가 원만하고

가엾게 여기고 청정한 마음을 내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 사대천왕이

청정하고 단단한 발우를 내게 베풀었네.

그리고 또 이런 게송을 읊었다.

당시의 세존께서 음식을 받으려 하자

모든 하늘들이 사방에서 그릇을 가져와

각자 불․여래에게 받들어 올리니

이를 받으신 뒤 신통으로 발우 하나로 만드셨네.

세존께서는 하늘이 보시한 새롭고 정결한 발우에 북천축국의 제리부사와 발리가 두 상인이 드리는 보릿가루․우유․꿀 경단을 담아서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법답게 드셨다. 드시고 나서 곧 그 두 상인과 모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상인은 와서 나에게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함을 받고, 또 5계를 받아라. 마땅히 너희들은 길이 안락하고 큰 이익을 얻으리라.”

그 두 상인과 모든 권속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곧 함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거룩하신 가르침대로 저희들은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곧 함께 3자귀의를 받았으니, 이 두 상인은 인간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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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 / 1142] 쪽

최초로 3귀의와 5계를 받은 우바새였으니, 이른바 제리부사 등의 두 상인이었다.

세존께서는 두 상인에게 기쁨을 내게 하려고 곧 게송을 읊으셨다.

보시한 음식은 맛과 색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받고 나니 방편으로 번뇌를 여의네.

그 속에는 여러 가지 음식물이 섞였으니

그러므로 보릿가루와 우유장[麨酪漿]이라 이름하네.

먹고 나니 신체에 광택이 돌고

얼굴도 빛나 꽃처럼 환해지고

기력이 충실해 이익을 얻고

굶주림과 목마름을 없애니 마음도 편하네.

이런 음식을 부처에게 베풀어

모든 청정한 행[梵行]을 포만하게 하였네.

내 이제 받아서 흡족하게 먹으니

바로 두 상인이 올린 꿀 경단이네.

태양의 종족[日種]인 감자족(甘蔗族)에서 난 사람

이분을 최상이라 찬탄하도다.

이 보시의 공덕에 힘입어

마땅히 성지(聖智)의 지극한 과보에 이르리라.

또 모든 번뇌[漏]를 다 없애어

이와 같은 업행의 인연으로

뒤에 다시는 생사윤회의 두려움 없이

점차 모든 유(有)의 얽힘도 벗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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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 1142] 쪽

이미 무루(無漏)의 경지에 들어 서늘해지니

마치 좋은 밭은 기름지고 평평하여

씨앗이며 싹까지도 모두 좋으며

비바람도 때를 따라 내리고

곡식이 자라 저절로 풍성함은

이렇게 모두 다 많은 종자가

생겨난 뒤에 더욱 불어나 무성해지며

모든 곡식은 갑절이나 풍요로워지네.

거둬들인 열매 헤아릴 수 없듯

또한 모든 계행(戒行)의 성취도 그렇다.

모든 음식을 널리 보시하면

뒤에 얻는 과보는 말할 수 없네.

옛적에 이익을 이루었기 때문이니

만약 뒤의 이로움을 바라고

더욱 풍요로운 결과를 바라거든

어질고 지혜로운 부처님께 공양하라.

마땅히 묘한 보리 과보를 이루고

또한 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를 얻으리라.

자기 마음에 많은 이익을 얻거든

다시 남에게 법으로 배불려 주어라.

그는 스스로도 이롭고 중생도 이롭게 하니

이 사람을 일러 대지자(大智者)라 한다.

자리(自利)를 얻고 이타(利他)를 얻으려 하며

도를 구하여 세간을 인도하려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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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승 3보에 대해서

발심하고 바른 믿음과 행을 내라.

믿는 마음으로써 과보를 얻으며

광대하게 믿음의 행을 잘 알리라.

곧 생각이 미칠 수 없는 계행을 얻고

곧 가장 뛰어난 위없는 도를 얻으리.

보시는 능히 이런 뛰어난 과보를 얻나니

세계의 진실한 여(如)를 관찰하라.

또 도의 지혜를 얻어 만족하여서

성자는 이렇게 바로 보나니

그렇게 보게 되면 바른 생각[正念]이라 이른다.

때묻고 맺힌 티끌과 괴로움을 흩어 버리고

두려움 없는 대열반을 증득하며

세간의 모든 괴로움에서 해탈하나니

이렇게 일체법을 구족하면

모든 성인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 찬탄하리라.

생․노․병․사 등이 이미 없고

슬프고 괴롭고 이별함도 다 없어져

10력 지닌 세존은 이 즐거움을 찬탄하시니

마땅히 나고 죽음 없는 항상함을 얻으리라.

이 때 제리부사 등의 두 상인과 모든 상인들은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모두는 지금 여행 중에 있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길하고 상서로운 원을 지어 주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어려움 없이 빨리 저희 나라에 도착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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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세존께서는 두 상인과 또 모든 장사꾼들을 위하여 길하고 상서로운 원을 지어 게송을 읊으셨다.

부디 두 발 가진 존재는 크게 길하고

네 발 가진 모든 존재도 크게 편안하라.

어디 가든 어디 이르든 크게 순조롭고 상서로우며

향하는 곳마다 모두 원하는 대로 되어라.

밤이나 낮이나 가거나 앉거나 모두 경사스럽고

낮에는 간 곳마다 뜻대로 되고

어느 곳에서든 원하는 대로 따라 주어

상주(商主)와 상인들 모두 건강하라.

열매를 원하여 밭농사 지으니

씨앗을 뿌린 뒤에 많은 수확 바란다.

모든 상인들은 이익을 구하여

바다로 나아가 고생 끝에 보물을 캔다.

그대들 희망대로 길가는 곳에

원하는 대로 이익을 빨리 이루라.

내 이제 도를 이뤄 매우 기쁘니

너희들은 가는 곳마다 다 길하리.

마음으로 바라던 모든 이익을

그대들의 소원대로 속히 이루어

어딜 가든 어딜 지나든 이르는 곳마다

그 어떤 어려움도 전혀 없을지어다.

그 때 상주(商主)들이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니다. 저희들에게 기념할 만한 물건 하나를 주십시오. 고향에 도착해서 세존을 뵙지 못할 때 그 물건으로 탑을 세워서 예배하여 이것으로 큰 성인이신 세존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겠습니다. 저희 모든 사람들은 공양하고 존중하여 이 생이 다하도록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모든 상인들에게 머리털과 손톱으로 기념을 삼게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대들 상주여, 이 머리털과 손톱을 그대들에게 주리니 이것으로 그대들은 나를 생각하라. 이 물건을 보면 나와 다름이 없을 것이며, 뒤에 다시 돌 하나가 공중에서 내려와 그대들이 있는 곳에 이를 것이니, 그대들은 그 돌을 보거든 마땅히 탑을 세우고 존중 공양하여라.”

이 때 그 상인들은 부처님에게서 머리털과 손톱을 받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머리털과 손톱은 몸에서 떼어내 버리는 것이니, 결코 훌륭하고 미묘한 법이 아니며, 존중하기에 어울리지 않으니, 공양할 마음이 없다.’

세존께서는 그 모든 상인들의 마음을 아시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대 상주들이여,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내 지난 옛날을 생각하건대 한량없고 끝없고 헤아릴 수 없는 겁(劫)에 세존께서 한 분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연등(然燈)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셨다. 나는 그 때에 마나파(摩那婆)라는 이름의 바라문이었는데, 4비타론(毘陀論)을 모두 다 완전하게 알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세존께서 연화(蓮花)라는 이름의 성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푸른 우발라꽃 다섯 줄기를 들고서 그 부처님 위에 흩뿌리면서 곧 보리심을 내었다.

그러자 그 세존께서 나에게 수기를 주셨다.

‘너 마나파는 미래세 아승기겁의 시절을 지나 마침내 성불하여 이름을 석가모니․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 하리라.’

나는 그 때 그 세존의 법 안에서 집을 버리고 머리와 수염을 깎은 뒤 출가하였다. 내가 출가하자 모든 하늘들이 내 머리털을 가져갔는데,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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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10억의 하늘들이 나누어 가지고 가서 공양하였다.

그 이후에 내가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부처의 눈으로 저 중생들을 관찰해 보자니, 한 중생도 각각 부처님 곁에서 열반을 증득하지 못한 이가 없다. 당시 나는 아직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벗어나지 못하였는데도, 내 머리털과 손톱을 공양한 한량없는 천만 억의 무리들이 열반을 얻었거늘, 하물며 오늘 일체 번뇌의 맺힘이 다하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다 멸하여 없앴는데도, 너희들은 무슨 까닭에 나의 이 청정하고 물들지 않은 머리털과 손톱

을 크게 존중하지 않는가?”

이 때 상주들과 모든 사람들은 세존께서 들려주신 지난 옛날 인연의 이야기를 듣고 곧 머리털과 손톱에 희유심을 내고 크게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일심으로 세존의 발에 절하고 세 번 돈 뒤에 물러나 떠나갔다.

이런 게송이 있다.

여러 상인들이 이곳 저곳 다니는 것을

나무 신이 발견하고 그들에게 일러 줬네.

여기 자기 이익을 얻은 세존이 계시니

너희들은 정례하고 음식을 보시하라고.

이렇게 세존께서는 49일 동안 음식을 얻지 못하셨다가 저 상인들에게서 처음으로 음식을 얻어 드셨는데, 세존께서 과거의 업력으로 인하여 갑자기 배탈이 나서 소화가 되지 않았다. 이 때 산에 살고 있던 한 약신(藥神)이 새로 나온 미묘하고 달콤한 하리륵과(呵梨勒菓)를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배탈이 나신 듯하여 이제 막 새로 나온 미묘하고 달콤한 이 하리륵과를 제가 가져와 받들어 세존께 올립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때를 아시거든 저를 위하여 이 하리륵과를 받아서 잡수소서. 저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소서. 세존께서 이 하리륵과를 드시고 나면 뱃속에 있던 병은 곧 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그 약신을 위하여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셨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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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리륵과를 받으셨다. 받고 난 뒤에 그 약신에게 이르셨다.

“너 약신은 와서 부처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큰 이익을 짓고 안락을 얻으리라.”

그 약신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말씀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3귀의와 5계를 받았으니 그 때에 모든 약신인 천녀들 가운데 3귀의와 5계를 받은 최초의 우바이가 되었으니, 이른바 자신이 살고 있는 산의 천녀들에게 에워싸여 있는 대약신(大藥神)이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그 약신인 천녀가 올린 하리륵과를 받아 잡수신 뒤에 씨를 그곳에 심었다. 그 하리륵 씨는 부처님의 자재한 위신력으로 그날로 나서 곧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벌어진 큰 나무가 되고 곧 잎과 꽃이 나오고 과일이 익었다. 세존의 배탈은 곧 나았으며 병고로 인한 고통은 다시 없었다.

 

36. 범천권청품(梵天勸請品) ①

이 때 세존께서는 그 차리니가숲에서 나와 조용히 보리수 아래로 돌아가셨다.

당시 나라 안에서는 사람들이 병들어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누렇게 야위고 중병이 들어 치료할 수도 없고 차도도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병자가 머지않아 목숨이 다하려 하면 기운이 채 끊어지지 않아도 그를 숲 속으로 들어내어 장사지냈다.

보살이 고행할 때 그 숲에 부인이 한 사람 있었으니, 이름이 라사야(羅娑耶)였다. 기운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는데도 그 권속들이 그녀를 보리수의 맞은편 그리 멀지 않은 땅에 버리고 갔다. 그 부인은 멀리서 보살이 보리수 아래서 고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크게 공경하고 믿음을 일으켜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 한쪽에 놓고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성 존자시여, 만약 당신이 이 고행에서 일어나 번뇌 바다의 저 언덕으로 건너가고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 때에 몸에 걸칠 옷이 없거든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저의 이 분소의(糞掃衣)를 거두시어 마음대로 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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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인은 며칠이 지나서 목숨을 마쳤다. 그녀는 보살을 향하여 바른 믿음을 내었기 때문에 기운이 다한 뒤 그 선근(善根)으로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 하늘의 옥녀(玉女)가 되었는데 위엄과 덕이 매우 크고 눈부시게 빛났고 하늘의 몸을 얻어서 신통이 자유로웠다. 천녀는 하늘에 난 뒤에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어떠한 업의 과보로 이런 몸을 성취하였는가?’

그는 생각하다가 스스로 숙명(宿命)을 알았다.

‘나는 지난날 인간에 있을 때 여인의 몸이 되어 분소의를 세존께 보시하여 마음대로 쓰시게 하고 그 선업에 힘입어 지금의 이런 과보를 성취하였구나.’

그는 또다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미처 나의 분소의를 받아서 쓰시기도 전에 내가 오히려 이런 과보와 신통력을 얻었거늘 하물며 세존께서 내 옷을 받아쓰신다면 어찌 이 과보보다 뛰어나지 않겠는가?’

그 때 그 하늘은 옥녀의 몸으로 뛰어난 광명을 놓고 한밤중에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빛을 그 숲 사이에 두루 비추면서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한 뒤에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제가 올린 분소의를 받으시고 마음대로 사용하소서.”

세존께서는 옥녀천을 위하여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셔서 그 분소의를 받으셨다. 여래께서는 받으시고 난 뒤에 그 천녀에게 이르셨다.

“옥녀천은 와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고 다시 5계를 받으라. 너는 길이 큰 이익과 큰 안락을 얻을 것이다.”

그 옥녀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저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3귀의와 5계를 받았다.

옥녀천은 세존께서 그 분소의를 받으시는 모습을 보고 이런 인연으로 한없는 기쁨에 마음이 크게 뛰놀며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여 이기지 못해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세 번 돌았다. 그리고 이내 그 곳에서 몸을 숨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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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존께서는 이런 마음을 내셨다.

‘나는 이제 이 분소의를 어느 곳에서 씻을까?’

이런 마음을 내자 제석천왕은 여래를 위하여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강 하나를 만들어 내었다. 그 물은 청정하여 더럽거나 흐리지 않았다. 다시 제석천왕은 그 강기슭에 큰 돌 세 개를 만들었으니, 그 첫째 돌은 세존의 자리로 만든 것이요, 그 둘째 돌은 분소의를 씻게 하되 제석천왕이 손수 물을 대며, 그 셋째 돌은 옷을 씻은 뒤 널어 말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때 옷을 말리던 돌은 부처님 위신력으로 공중을 날아서 북천축으로 갔으니, 저 제리부사 상

주들에게 탑을 세워 공양하게 하려는 까닭이었다.

[마하승기사(摩訶僧祇師)는 “이렇게 차례로 칠칠일(七七日)”이라 하였고, 혹 어떤 이는 “이 일은 이칠일(二七日)을 지낸 뒤였다”고 하였고, 혹 어떤 이는 “이 일은 삼칠일(三七日)을 지낸 뒤였다”고 하였고, 또 어떤 이는 “이 일은 사칠일(四七日)이 지난 뒤였으니, 첫 번째 7일은 마음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보리수 아래에 계셨고, 두 번째 7일에 차츰 ‘눈을 깜박이지 않은 탑’으로 옮겼다”고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눈을 깜박이지 않은 탑’에서 일어나 라사나(羅闍那) 나무 아래에 가서 그 나무 밑에서 7일 동안 가부좌를 하고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선정에 안주하여 일어나지 않으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나서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셨다. 이 때 제리부사와 발리가 두 상주(商主)들은 가부타성에서 차츰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세 번 돌고 부처님에게서 떠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라사나 나무 아래에서 일어나 조용히 점차 목진린타(目眞隣陀) 나무 아래로 나아가 그곳에 앉으셨고, 앉으신 뒤에는 내지 게송을 읊으셨다.

세존께서는 그 7일이 지나자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난제가(難提迦) 촌주(村主)의 집으로 가셨다. 그 집에 이르자 한쪽에 묵묵히 서서 걸식하려 하였다. 그 촌주의 딸은 세존께서 문 한 옆에 말없이 서서 밥을 비는 것을 보고 나서 곧 세존의 손에서 발우를 받아 들고 집안에 들어가 온갖 맛난 음식을 그 안에 가득 담아 가지고 나와 세존께 받들고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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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원하옵건대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저의 이 음식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선생(善生) 촌주의 딸이 올리는 공양을 받고 곧 그 여인에게 이르셨다.

“너 선생은 와서 3귀의와 5계를 받아라. 그리하면 너는 길이 큰 이익과 안락을 얻을 것이다.”

그 선생의 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가르침대로 저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3귀의와 5계를 받았으며, 이 때 선생은 인간으로서 최초에 두 번째 3귀의와 5계를 받아 우바이가 되었으니, 이른바 선생 촌주의 딸이었다.

세존께서는 선생의 딸에게서 공양을 받아 잡수시고 나서 저 보리수 아래에 앉아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시며 다시 7일을 보내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나서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조용히 사야나야(斯耶那耶) 바라문의 집으로 가셨다. 그리하여 그 문 한쪽에 서서 묵묵히 걸식하였다. 그 때 사야나야는 세존께서 문 밖에서 묵묵히 음식을 구하는 것을 보고 곧 세존의 발우를 받아 들고 집안에 들어가 온갖 맛난 음식과 여러 가지 국을 발우에 가득 담아서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디 저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셔서 저의 이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사야나야 바라문에게서 음식을 받으시고 곧 그에게 이르셨다.

“바라문은 와서 3귀의와 5계를 받아라.”

그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의 말씀대로 3귀의와 5계를 받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사야나야 바라문의 집에서 밥을 얻으신 뒤에 다시 조용히 만타나(曼他那)[수나라 말로는 교락목탑(攪酪木塔)이라고 함]탑으로 나아가셨다. 그곳에 도착하자 걸식해 온 밥을 드신 뒤에 법답게 옷을 거두고 다시 보리수 아래 나아가 가부를 하고 앉아서 7일 동안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나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야나야 고향의 권속인 네 자매에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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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셨다. 네 자매 가운데 첫째 이름은 파라(婆羅)[수나라 말로는 력(力)이라고 함]였고, 둘째는 마저파라(摩低婆羅)[수나라 말로는 극력(極力)이라고 함]였고, 셋째는 숭타리(嵩陀梨)[수나라 말로는 단정녀(端正女)라고 함]였고, 넷째는 겸파가리(鉗婆迦梨)[겸(鉗)은 강(薑)과 엄(嚴)의 반절이다.][수나라 말로는 와사(瓦師)라고 함]였다. 세존께서는 그 집에 도착하시자 묵묵히 한쪽에 서서 밥을 빌으셨다.

그 네 자매는 세존께서 묵묵히 서 계신 모습을 보고 곧 세존의 발우를 받아 집에 들어가 온갖 맛난 음식을 가득 담아서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이런 말을 하였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셔서 저희의 이 밥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들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신 까닭에 네 자매의 온갖 맛난 음식을 받으셨다. 그리고 다시 이르셨다.

“너희 자매들은 와서 나에게 3귀의와 5계를 받아라. 너희들은 길이 이익과 안온한 낙을 얻으리라.”

그 네 자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저희들은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곧 함께 3귀의와 5계를 받았다.

세존께서는 그 자매들에게 보시를 받으신 뒤에 조용히 만타나탑으로 가셔서 마음껏 법답게 배불리 드시고, 다시 보리수 아래에 앉아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시며 7일을 보내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나고 난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나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조용히 양치기가 심은 니구타(尼拘陀)나무로 나아가셨다.

그런데 그 나무에 채 이르기 전에 도중에 소치는 한 여인이 낙(酪)을 저어 소(穌)를 만드는 것을 보셨다. 그리하여 그 여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묵묵히 서셨으니, 음식을 구하고자 함이었다.

그 여인은 세존께서 가까운 거리에서 묵묵히 서 계시는 모습을 보자 곧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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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발우를 받아 우유를 가득 담아 올리면서 아뢰었다.

“대성 존자시여,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저의 이 우유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 여인 곁으로 가셔서 우유를 받으시며 여인에게 이르셨다.

“누이여, 오너라. 와서 3귀의와 5계를 받아라. 그리하면 틀림없이 길이 큰 이익과 안락을 얻을 것이다.”

그러자 여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3귀의와 5계를 받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마음껏 배불리 드신 뒤에 발우를 씻고 그 다음에 점차 양치기가 심은 니구타나무로 나아가서 그 아래에 앉으셔서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시며 7일을 지내셨다.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소견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셨다.

바로 그 때 아첨을 잘하고 남의 허물을 찾기 좋아하는 바라문 한 사람이 홀연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그는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고 이런저런 말을 나눈 뒤에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 사문이여, 무엇을 바라문이라 이름하며, 바라문은 어떤 법을 짓고, 무릇 몇 가지 법이 있습니까?”

여래께서 아시고 곧 사자후로 게송을 읊으셨다.

온갖 죄업을 모조리 없앤다면

이런 까닭에 바라문이라 이름한다.

청정하여 아첨하거나 왜곡된 마음 없으니

안팎이 반듯하고 안정되어 항상 편안히 머문다.

법답게 모든 청정한 행을 수행하여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함도 또한 그러해

능히 모든 곳에서 탐하지 않으면

이것을 바라문 종성이라 이름하리라.

이와 같은 동안에 여덟 번의 7일을 보내셨는데, 앞의 세 번의 7일은 음식을 전혀 드시지 않으셨고, 나머지 다섯 번의 7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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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셨다.

이 때 세존께서 한 삼매에 드셨으니, 그 삼매의 이름은 두루 세간을 관하는[遍觀世間] 삼매이다. 세존께서 위없는 부처님의 눈으로 세간을 보시니, 세간의 어떤 중생은 지옥에서 나와 도로 지옥에 떨어졌고, 어떤 중생은 지옥에서 나와 축생(畜生)의 몸으로 태어났고, 어떤 중생은 지옥에서 나와 아귀의 몸을 받았고, 어떤 중생은 지옥에서 나와 사람의 몸을 받았고, 어떤 중생은 지옥에서 나와 하늘의 몸을 받았다.

어떤 중생은 축생에서 벗어나 지옥의 몸을 받았고, 어떤 중생은 축생에서 벗어나 도로 축생에 태어났고, 어떤 중생은 축생에서 벗어나 아귀의 몸을 받았고, 어떤 중생은 축생에서 벗어나 인간에 태어났고, 어떤 중생은 축생에서 벗어나 천상에 태어났다.

어떤 중생은 아귀에서 벗어나 지옥에 떨어졌고, 어떤 중생은 아귀에서 벗어나 도로 아귀를 받았고, 어떤 중생은 아귀에서 벗어나 축생에 떨어졌고, 어떤 중생은 아귀에서 벗어나 인간에 태어났고, 어떤 중생은 아귀에서 벗어나 천상에 태어났다.

어떤 중생은 인간에서 죽어 지옥에 떨어졌고, 어떤 중생은 인간에서 죽어 축생 가운데 떨어졌고, 어떤 중생은 인간에서 죽어 아귀에 떨어졌고, 어떤 중생은 인간에서 죽어 도로 사람의 몸을 받았고, 어떤 중생은 인간에서 죽어 천상에 태어났다.

어떤 중생은 천상에서 떨어져 지옥 가운데 났고, 어떤 중생은 천상에서 떨어져 축생 가운데 났고, 어떤 중생은 천상에서 떨어져 아귀의 몸을 받았고, 어떤 중생은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에 태어났고, 어떤 중생은 천상에서 죽어 도로 천상에 태어났다.

이 때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이 온갖 소견에 집착해서 어떤 중생은 애욕의 불로 제 몸을 태우고, 혹은 성냄의 불과 어리석음의 불로 자기 몸을 태우며, 탐욕의 일에 집착하여 탐욕의 일에 어지럽혀진 까닭에 곧 기쁨과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을 보았다. 또한 성냄과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모두 그러한 것을 보았다.

이렇게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이 3독(毒)의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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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곧 이와 같은 사자후로 말씀하셨다.

“이 세간 가운데 모든 중생들은 유(有)에 얽혀서 부지런히 업을 지어 이런 형상을 받으니 몸이 큰 우환이다. 생각이 온갖 곳에 집착하며 생겨난 삿된 생각은 언제나 더욱 불어난다. 더 불어남으로써 곧 이 유(有)를 이루며, 유에 집착하는 까닭에 모든 세간에 모든 중생이 있고, 유에 집착하는 까닭에 다시 유를 생각하여 곧 유를 이룬다. 그 일체 중생들이 있는 곳은 곧 그 유처(有處)로서 유(有)의 고통을 받는다. 만약 능히 그 모든 유의 고통을 멸

하고 이 법에 들어와 범행(梵行)을 배워 행하면 이것을 범행이라 이름한다.

만약 사문과 바라문이 유에 집착하는 것은 우환이기 때문에 모든 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 그들은 모든 유에 집착함이 없다고 이름할 것이요, 이렇게 알면 능히 모든 유에서 나올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또 사문이나 바라문이 유를 말하면서 모든 유를 벗어나고자 하면, 그들은 한결같이 유에서 벗어난다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사람은 삿된 길에 떨어질 것이니 큰 괴로움을 받는다고 이름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세간의 온갖 삿된 길을 버리면 그 일체 괴로움의 업과를 다할 것이요, 이미 모든 괴로움을 다하면 곧 유가 없는 것이라고 이름한다. 그러나 이것은 세간의 중생들의 아견(我見)이니, 각각 다 무명(無明)의 속임이 되어 모든 유에 즐겨 집착하고, 모든 유에 즐겨 집착함으로써 곧 능히 모든 괴로움을 해탈하지 못하리라.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저 일체처에서 모든 유(有)를 관찰하고 일체처에서 유를 멀리 떠나지 못하고 일체처에서 아울러 유에 있으며, 이미

유에 머무르면 이것을 무상(無常)이라 이름하고 이것을 고(苦)라 이름하며 이것을 실상이 없다고 이름하리라. 실상이 없는 법에서 이렇게 진실한 바른 지혜로 마땅히 관하여 알지니라. 만약 능히 이런 바른 지혜로 관하는 사람은 곧 모든 유를 다하고 또 애(愛)가 다하고 유가 없는 곳에도 또한 마음으로 생각지 않으리니, 이것을 멸함을 얻었다 이름하리라. 비구가 이미 멸 함을 얻고 나면 곧 후세의 유에 나지 않고 뒤의 몸을 받지 않으며, 곧 모든 마군을 항복 받으며, 곧 일체 싸움터에서 이김을 얻고 일체처에서 큰 이익을 얻으면서도 저 모든 유처를 생각하지도 않고 헤아리지도 않는다.”

 

   

 

 

불본행집경 제3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6. 범천권청품 ②

이 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가 증득한 이 법은 매우 깊어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이 마치 미세한 먼지와도 같아서 살필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생각하거나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스승도 없었고 방편에 능숙하거나 지혜로운 분이 나를 가르치지도 않았다. 나 홀로 이 법을 증득하였다. 그런데 중생들은 그저 아라야(阿羅耶)[수나라 말로는 소착처(所着處)라고 함]에 집착하고 아라야를 좋아하고 아라야에 머물며 기뻐하고 좋아하며 그것에 집착한다.

마음에 탐욕이 많은 까닭에 이곳을 보기 어려우니 그곳이란 이른바 12인연(因緣)이다. 이 12인연이라는 곳[處]이 있어 서로 나는 것인데, 이곳을 일체 중생들은 보지 못하고 오직 부처만이 능히 아는구나. 또 모든 곳을 의심하는 길은 버리기 어려우나 온갖 삿된 길을 모조리 남김없이 멸하였고, 사랑에 물든 곳에 탐욕을 다 여의어 적멸 열반을 얻었다. 내 이제 이런 법을 저들에게 말하고자 하지만 저 모든 중생들은 이 법을 증득하지 못하리니, 내 한갓

수고로이 말만 허비할 뿐이리라.’

세존의 이런 생각은 옛날에 누구에게선가 들은 것이 아니고, 남에게서 얻어 들었거나 남이 말해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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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 1142] 쪽

내 이제 힘들게 이 법을 증득했지만

그러나 활짝 펼 수가 없구나.

모든 중생들은 온갖 탐욕과 어리석음

성냄에 얽매인 이런 어려움이 있다.

오직 흐름을 거스르는 세밀한 마음과 지혜만이

보이는 것을 미세한 티끌처럼 보리라.

탐욕을 좋아하고 집착하면 보기 어려우니

그는 무명의 어둠에 덮인 까닭이다.

이런 까닭에 여래께서는 이 매우 깊은 일을 보시고 난 뒤에 아란야처(阿蘭若處)를 즐길 뿐 이 법을 다른 이들에게 설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일어났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모든 중생들을 보니 번뇌가 무겁고

삿된 도와 삿된 견해에 허물이 많네.

해탈하는 법이란 매우 깊고 어려우니

그런 줄 알기에 아란야에 머물고자 한다.

이 때 범천궁에 있던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세존께서 이런 마음을 내시는 것을 알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들은 많은 것이 파괴되고 많은 것을 잃게 되었구나. 오늘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이미 이런 위없는 법보(法寶)를 증득하셨지만 세간에서는 알지 못하므로 홀연히 아란야를 즐기고 설법하려 하지 않으시는구나.’

그 때 범천왕은 마치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대범천궁에서 사라져 땅으로 내려와 세존 앞에 이르러 발에 머리 대고 절을 하고서 한편으로 물러나서 합장하고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세계 중생들은 귀의할 데가 없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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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 / 1142] 쪽

(善)이 다 무너졌습니다. 오늘 세존께서 이렇게 위없는 법보를 증득하고 보셨으면서도 홀연히 아란야에 들어가 기꺼이 설법하려 하지 않으시니, 저는 이제 위없는 세존께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고요히 머물지 마시기를 권청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자비로 법을 설하소서. 원하옵건대 수가타(修伽陀)시여, 불쌍히 여기시어 법을 설해 주소서. 지금 모든 중생들은 먼지와 때가 적으며 모든 근(根)이 무르익었고, 번뇌가 엷으며 근기(根機)가 예리하여

쉽게 교화될 수 있지만 법을 듣지 못한 까닭에 자연히 줄어듭니다. 여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설하셔서 세존의 법상(法相)을 증득해 알게 하옵소서.”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다시 게송으로 거듭 권청하였다.

세존께서 이제 마가국(摩伽國)에 계시어

중생들의 온갖 인연을 말씀하시니

먼저 감로의 묘한 법문을 여시고

그 뒤에 차례로 청정하게 설하소서.

사람이 수미산 위에 오르지 않고

어찌 세계의 끝을 볼 수 있으리.

대성께서 이미 보리도를 이루었으니

속히 법당(法堂)에 올라 지혜의 눈을 비추소서.

눈먼 자들 인도하여 괴로움 여의게 하시고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소서.

세존이여, 어서 이 나무 사이를 떠나

두루 세간을 노니시며 널리 건지소서.

스스로 이익 얻어 하늘 인간 세계보다 뛰어나

모든 괴로움 다하고 맑고 서늘함을 얻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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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 / 1142] 쪽

부처님께서는 모든 선근이 불지도 줄지도 않고

청정한 법의 저 언덕에 이르셨네.

여래는 세간에서 비길 이 없으니

어찌 더 나은 이가 또한 있으랴.

삼계를 홀로 걸어 세존이라 이르니

아수라는 이 산왕(山王)의 짝도 안 되리.

괴로운 세간에 불쌍한 마음 내소서.

당신은 지금 중생들을 버려서는 안 되오.

모든 덕력을 구비해 두려움 없는 분

오직 당신만이 모든 중생을 건지시리.

중생은 오래도록 독화살에 맞았으니

바로 천상과 인간과 같은 세간들이네.

세존을 만나 화살을 뽑을 수 있으리니

부디 그들을 위해 귀의처가 되어 주소서.

모든 천상과 인간이 세세생생에

발심하여 비밀 법문 듣고자 한다오.

그들이 원하던 세존이 성도하셨으니

속히 설법해 물러나지 않게 하소서.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본 것같이

중생이 만약 남에게 듣거나

스스로 들어서 이 일을 안다면

곧 와서 세존의 발에 정례하리다.

가령 부모나 친척들이 죽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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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 / 1142] 쪽

뼈가 흩어지면 머리털을 헝클어 슬퍼하지만

정작 그가 죽을 때는 걱정해 주지도 못하고

그를 위해 돌아와 울어 주지도 못하네.

그들은 아직 청정한 세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탄생한 줄 모릅니다.

그러므로 내 이제 세존께 청하오니

오랫동안 길 잃은 자들 이제 거두어 교화하소서.

한량없는 겁 동안 바른 뜻 듣지 못한 그들에게

여위고 마른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얻듯이

마른 토지에 물이 흘러들어 넘치듯이

원하오니 세존이시여, 법의 비를 내리소서.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을 아끼거나 인색하지 않으시고

3세의 모든 성인은 보시를 기꺼이 행하셨습니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 열반에 드실 때

바르고 참된 법 설하지 않으신 적 없으셨습니다.

지금의 세존도 역시 기라종(祁羅種)이시고

한량없는 모든 중생 건지실 것이

저 모든 부처님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뭇 선한 법을 가르칠 때가 되었습니다.

모든 중생들 깨끗한 눈을 열어

그들이 두루 바른 길을 보게 하소서.

그릇된 견해의 가시 숲으로 들어간 자에게

바른 길 보여서 험한 길 떠나게 하소서.

이 길을 따라가면 감로를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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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 1142] 쪽

세존이시여, 눈먼 자들이 구렁에 떨어지려 하는데

그들을 건져낼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크게 험한 데서 인도할 이 오직 세존뿐.

또 방편으로 가르쳐 마음을 일으키게 해 주소서.

이제 그 때가 되었으니 사양하지 마소서.

성인과 같은 세상 태어나기란 우담발화 보듯

아무리 오랜 겁(劫)을 지내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모든 부처님 출세함을 만나기 어려운데

오늘 문득 큰 도사(導師)를 만났습니다.

당신은 정진의 힘이 끝없으며

신체의 훌륭한 특징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법을 설하시기만 하면 발심하지 않는 자가 없고

금구(金口)로는 결코 헷갈리는 말씀 내지 않으시리.

3세에 이 일을 성취해 오시더니

오늘 이제 스스로 제도하기를 마치셨고

남을 건지려 정진의 힘을 일으키시며

진실하게 맹세하신 말씀 그 때가 이르렀습니다.

세존께서는 어둠을 멸하여 모든 밝은 빛을 비추시고

부처님의 큰 법의 깃발을 속히 세우소서.

때는 되었으니 하늘의 북 울리듯

사자후하셔서 미묘한 말씀으로 바른 법을 펼치소서.

여래시여, 법의 배를 남기셔서

다음 세상의 한없는 중생들을 건네주소서.

세존께서는 이미 번뇌 바다를 건너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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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 1142] 쪽

아직 빠져 있는 중생들도 건지셔야 합니다.

마치 사람이 땅 속에 묻혔던 재물을 얻어서

혼자만 쓰지 않고 남도 도와주듯

세존께서 얻으신 무진장한 법을

부디 중생을 위해 널리 나누어 펼치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범천왕이 권청하는 게송을 듣고 나서 중생을 위하여 자비심을 내어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세간을 살펴보셨다.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중생들을 보니 세간에 나서 세간에 자라나되, 어떤 이는 근기가 예리하였고 어떤 이는 둔하기도 하였다. 여러 중생들 가운데 어떤 이는 도를 쉽게 증득할 수 있겠고, 어떤 중생은 미래세의 온갖 잘못과 근심거리를 미리 보고 알아서 두려운 마음을 내어 감히 방일하지 않겠으며, 혹은 당래세(當來世)에 또한 도를

이룰 수 있는 자도 있었다.

비유하자면 푸른 우발라못과 파두마못․구물두못․분다리못이 있는데, 그 속에 우발라․파두마․구물두․분타리 꽃과 같은 온갖 꽃들이 이미 대지로부터는 자라났지만 아직까지 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물에 잠긴 채 솟아나와 있지는 않지만 잘 자라서 4대(大)가 화합한 뒤에 물에서 나오는데, 어떤 우발라․분타리 꽃들은 대지에서 솟아나지만 수면의 높이와 가지런히 피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우발라․분타리 꽃들은 물에서 솟아나와 꽃이 피어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

았다.

바로 그와 같아서 세존께서 부처의 눈으로 모든 세간을 보시니, 일체 중생들이 세간에 나서 세간에서 자라나는데, 어떤 이는 근기가 예리하였고 어떤 이는 근기가 둔하였으며, 교화하기 쉬운 자도 있었고 또 쉽게 도를 이룰 수 있는 자도 있었다. 이렇게 알고 나서 범천왕을 향하여 게송을 읊으셨다.

대범천왕은 자세히 들으라.

내 이제 감로의 문을 열고자 하니

듣고자 하는 사람은 기꺼이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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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 1142] 쪽

지극한 마음으로 내가 설하는 법의 맛을 들으라.

이 때 범천왕은 이 게송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여래․세존께서 장차 법을 설하실 것이다. 수가타께서 이 법을 설하고자 하신다. 세존께서는 나의 청을 들으시고 가엾게 여겨서 법을 설하려 하신다.’

그러자 범천왕의 마음에는 환희가 생겨나고 가득 찼으며 넘치는 기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서 세 번 돈 뒤에 부처님 곁에서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제 내가 최초로 설하는 법을 누가 어기지 않고 내 뜻과 같이 내 법체(法體)를 알고 증득하여 나로 인하여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저 우타라가라마자(優陀羅迦羅摩子)는 마음에 교묘한 지혜와 분별하는 총명을 오래도록 성취하여 그 마음에 비록 티끌은 조금 있으나 모든 번뇌가 엷고 근기가 무르익고 지혜가 날카로운 자이다. 그러니 나는 이제 우타라가라마자에게 가장 먼저 법을 설해야만 한다. 그는 내가 설하는 법을 들으면 금새 내 법을 증득하여 알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한 천왕이 공중에 있다가 몸을 숨기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이렇게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우타라가라마자는 이미 7일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다시 속마음의 지혜로 우타라가라마자가 정말로 7일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아셨다.

세존께서는 또 생각하셨다.

‘우타라가라마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어느 곳에 났을까?’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다시 지혜를 내어서 우타라가라마자가 목숨을 마친 뒤에 비비상천(非非想天)에 태어난 것을 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비비상천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수명의 끝이 있을까, 없을까?’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지혜를 일으켜서 비비상천의 수명이 8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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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 1142] 쪽

4천 대겁(大劫)임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또 이렇게 생각하셨다.

‘우타라가라마자가 비비상천에 나서 그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 어느 곳에 날까?’

이 때 세존께서는 마음에 지혜를 일으켜서 우타라가라마자가 지금은 비비상천에 있으나 그곳에서 목숨이 끝나면 다시 이곳으로 떨어져 나게 되는데, 비리(飛狸)의 몸을 받아 날 것을 아셨다. 그리하여 그가 비리의 몸을 얻은 뒤에는 물에 살거나 육지에 사는 중생, 또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중생들의 목숨을 닥치는 대로 해칠 것이며, 혹은 또 그 모든 중생들과 함께 욕사(慾事)를 행하다가 과보가 다하면 굶주려서 죽을 것을 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마음으로 생각하셨다.

‘저 우타라가라마자는 비리의 몸을 버린 뒤에는 다시 어떤 생을 받을까?’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마음에 지혜가 일어나서 이렇게 아셨다.

‘우타라가라마자는 비리의 몸으로 목숨이 다하면 지옥에 나는구나.’

이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아, 슬프구나. 우타라가라마자야, 너는 헛되이 몸을 받아 큰 이익을 잃었구나. 인간 세상에서의 묘하고 좋은 과보를 얻지 못하였구나. 우타라가라마자는 나의 이런 좋은 법을 듣지 못하게 되었구나. 만약 우타라가라마자가 이런 좋은 법들을 들었다면 틀림없이 이 법을 속히 증득하였으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제 처음으로 누구를 위하여 이 법을 설하면, 내가 설법할 때 내 법을 어기지 않고 나를 번뇌롭지 않게 하고 속히 내 법을 증득할 것인가?’

그 때 세존께서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셨다.

‘저 아라라가라마(阿羅邏迦羅摩) 종(種)은 매우 교묘한 지혜와 총명하고 치밀한 마음을 오래도록 성취했다. 비록 번뇌가 조금은 있지만 번뇌가 엷고 근기가 예리하니, 나는 이제 저 아라라가라마 종에게 처음으로 이 법을 설해야겠구나. 만약 그가 나의 설법을 들으면 틀림없이 그는 빨리 증득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막 하셨을 때 한 천인이 몸을 숨기고 세존의 처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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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 1142] 쪽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아라라가라마 종은 어제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지견(智見)을 내어서 아라라가라마 종성이 어제 목숨을 마쳤음을 알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라라가라마는 이곳에서 목숨이 다하고 어느 곳에서 생을 받았을까?’

그 때 세존께서는 속마음으로 지혜를 내어서 아라라가 이곳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 불용처(不用處)에 났음을 아셨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셨다.

‘불용처천(不用處天)의 수명은 얼마나 되며 그 끝은 있는 것일까?’

그 때 세존께서는 마음속의 지견으로 불용처의 수명은 끝이 있으니 6만 3천 대겁임을 아셨다.

그리하여 다시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아라라가라마는 불용처천의 목숨이 끝난 뒤에 또 어느 곳에 날 것인가?’

그 때 세존께서는 속마음의 지견으로 아라라가라마는 불용처의 수명이 끝난 뒤 다시 이곳에 떨어져 법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변방에 살면서 그곳에서 왕이 될 것을 아셨다.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저 아라라가라마는 불법을 모르는 변방의 왕이 되었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시 또 어떤 생을 받을까?’

그 때 세존께서는 속마음의 지견으로 아라라가라마가 변방의 왕이 되었다가 그 목숨을 마친 뒤에 큰 지옥에 떨어질 것을 아셨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아, 슬프구나. 너 아라라가라마 종성이여, 헛되이 사람의 몸을 받았으나 크게 잃은 바가 있고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는구나. 나의 이런 묘법을 듣지 못하는구나. 만약 그가 나의 이 법을 들었더라면 이내 이 법을 증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37. 전묘법륜품(轉妙法輪品) ①

이 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모든 세간 속에 어떤 중생이 몸과 입이 청정하고 티끌과 때가 적으며, 여러 가지 번뇌가 엷고 근기가 무르익고 지혜가 날카로울까? 그리하여 내가 이제 처음으로 법을 설할 때, 나를 괴롭히지 않고 속히 나의 법을 증득하며 내가 법륜을 굴리는 데 방해되지 않을 중생이 누가 있을까?’

그러자 세존에게 이러한 생각이 났다.

‘다섯 선인(仙人)이 있구나. 그 다섯 선인들은 예전에 나에게 큰 이익을 주었고, 내가 고행할 때 나를 받들어 섬긴 자들이다. 그 다섯 선인들은 모두 청정하여 티끌과 때가 적고 번뇌가 엷고 지혜가 날카로워 내가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며 설하는 미묘한 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나를 어기지 않을 것이니, 나는 이제 저 다섯 선인들에게 가서 처음으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해야겠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다섯 선인은 지금 어느 곳에 있을까?’

이 때 세존께서는 보통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그 다섯 선인들이 현재 저 바라나성 녹야원(鹿野苑)에서 유행(遊行)하고 있는 모습을 보셨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보리수에서 얼마쯤 머물다가 바라나국으로 향하셨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세존께서 라마자에게 설법하시려

마음을 일으켜 그가 태어난 곳을 살펴보시자

지금 목숨이 끝나 천상에 난 것을 아시고는

다섯 선인을 생각하여 그곳으로 가려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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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 1142] 쪽

이 때 마왕 파순(波旬)은 부처님께서 보리수를 떠나려고 일어나시는 것을 보고서 마음이 괴로워 서둘러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오니 제발 이곳을 떠나지 마소서. 부디 편안히 앉으셔서 자리를 옮기지 마소서. 세존께서는 이곳에 머물면서 마음껏 지내소서.”

그 때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마왕 파순아, 너는 부끄러움도 없고 수치스러움도 모르는구나. 예전에 너는 나를 어지럽히고 괴롭히려 찾아왔다. 그 때 나는 아직 모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였는데도 너는 나를 어지럽히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하물며 오늘 이미 위없는 지극히 참되고 평등한 깨달음의 길을 증득하여 일체 그릇된 길을 다 버리고 떠나서 바른 해탈을 얻은 나를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마침내 세존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일어나 천천히 길을 떠나 전다라(旃陀羅)[수나라 말로는 엄치(嚴熾)라고 함] 마을에 이르셨다. 그리고 다시 전다라 마을에서 천천히 길을 떠나 순타사체라(純陀私洟羅)[순(純)은 지(之)와 순(詢)의 반절이고, 체(洟)는 타(他)와 리(梨)의 반절이다.][수나라 말로는 무각퇴(無角搥)라고 함] 마을로 향하셨다. 그 도중에 우파가마(優波伽摩)[수나라 말로는 내사(來事)라고 함]라는 이름의 걸식하는 바라문 한 사람과

마주쳤다.

그는 부처님을 보자 곧 아뢰었다.

“그대 구담(瞿曇)이여, 피부가 참으로 윤이 나고 깨끗하며 때도 묻지 않았고 번들거리지도 않군요. 당신의 얼굴은 둥글고 매우 장엄하여 모든 근(根)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대 구담의 스승은 누구시오? 누구를 따라 출가하였으며, 뜻으로 즐기는 것은 누구의 법입니까?”

이 때 세존께서는 걸어가시면서 게송으로 그에게 답하셨다.

 

내 이미 모든 세간을 항복 받고서

온갖 지혜를 완전하게 성취하였네.

모든 법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일체 사랑의 그물을 영원히 벗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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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 1142] 쪽

능히 남을 위해 모든 신통을 설하니

그러므로 일체지라고 이름하노라.

내 이제 세간의 공양을 받을 만하여서

자재롭게 이 무상존(無上尊)을 이루었노라.

모든 천상과 인간의 세계 속에

오직 나만이 모든 마의 무리를 항복 받았네.

나는 스승이 없이 안으로 스스로 깨쳤고

세간에 다시 더불어 짝할 이 없노라.

천상과 인간 중에 나만이 홀로 높아

몸과 마음 청정하여 해탈을 얻었네.

통달해야 할 것에는 모두 통달하고

증득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증득하여 알았네.

편안히 머물러야 할 곳에 이미 머물렀으니

그러므로 나를 세상에서 높은 이라 이름하네.

마치 물에서 피어난 분타리꽃이

비록 물 속에 피었어도

물에 젖지 않듯이

내가 세간에 있는 것도 그러하여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으니

그러므로 나를 불타(佛陀)라고 부르노라.

 

이 때 우파가마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장로 구담이시여, 지금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그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지금 바라나국으로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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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 1142] 쪽

“장로 구담이시여, 당신은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을 하려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그 우파가마 바라문에게 답하셨다.

내 이제 묘한 법륜을 굴리고자

저 바라나성으로 가는 것이다.

앞 못 보는 중생들을 다 일깨워서

감로 북의 문을 두드려서 열리라.

그 때 우파가마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 생각으로는 장로 구담께서 자칭 아라한(阿羅漢)을 얻은 자이며, 모든 번뇌를 조복하였다고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뜻입니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모든 원수를 항복 받고

일체의 모든 유루를 영원히 다하여

세간의 모든 악법을 모두 멸하였기에

바르고 올바른 세존으로 불린다고 알아라.

또 이런 게송이 있었다.

자기만의 이익을 얻어 스스로를 기르면서

남의 이익을 더해 주지는 못하며

어둠에 빠진 중생을 보고 자비심을 내지 않고

남보다 뛰어난 도를 얻고도 함께 나누지 않으면

그 얼마나 괴이한 일인가.

자기는 피안으로 건너갔으면서 물에 빠진 이를 보고도

건지지 못한다면 착한 사람이 아니네.

자기는 땅 속의 재물 얻었으면서 가난한 이 보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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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베풀지 않는다면

이는 지혜로운 자가 아니네.

제 손에 감로의 약을 움켜쥐고서

어찌 병자를 보고도 고쳐 주지 않으랴.

무시무시한 광야를 지나다가

길 잃은 사람 만나거든 길을 일러 주어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에 밝은 빛을 비추면

광명이 성해도 마음에 집착하지 않듯

부처님도 그와 같아 법의 빛을 비추지만

이 인연에 또한 집착하지 않네.

그러자 우파가마 걸식 바라문은 큰 소리로 “장로 구담이여!”라고 외치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두드리더니 부처님을 피해 길을 따라 동쪽을 향해 떠나갔다.

이 때 그곳에 어떤 천신(天神)이 있었는데, 그는 예전에 우파가마 바라문과 친구였던 자이다. 그 천신은, 우파가마 걸식 바라문이 이익을 얻고 안락함을 얻으며 두려움이 없는 곳에서 해탈을 얻게 하려고 게송으로 그 바라문에게 일러 주었다.

지금 위없는 천상과 인간 세상의 스승을 만났는데도

저 분이 세존․지진각(至眞覺)인 줄 모르는구나.

그릇된 견해에 벌거벗은 몸뚱이로 어디를 가려 하느냐.

너는 마땅히 괴로움을 받으리니 면할 기약이 없구나.

만약 이런 조어사(調御師)를 만나고도

나 몰라라 저버리고 공양하지 않는다면

너의 손과 발이 장차 무슨 공덕을 짓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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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분에게서 믿는 마음을 내어야 하리라.

이 때 세존께서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며 앞으로 나아가셨다. 그리하여 주란나사타라(周蘭那娑陀羅)[이곳이 바로 무각퇴(無角搥)이다.]를 떠나서 가란나부라(迦蘭那富羅)[수나라 말로는 이성(耳城)이라 함] 마을에 도착하셨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가란나부라 마을을 떠나서 이윽고 사라체(娑羅洟)[수나라 말로는 조어성(調御城)이라 함] 마을에 도착하였고 나아가 사라체 마을을 떠나 노혜다가소두(盧醯多柯蘇兜)[수나라 말로는 폐색성(閉塞城)이라 함] 마을에

도착하셨다. 그리고 다시 노혜다가소두 마을을 떠나 항하(恒河) 기슭에 이르셨다.

강가에 도착하시자 뱃사공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그대여. 부디 나를 저편 강 언덕으로 건네다오.”

뱃사공은 대답했다.

“존자께서 만약 저에게 배삯을 주신다면 저는 당연히 존자를 건네 드릴 것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뱃사공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지금 어떻게 뱃삯이 있겠는가? 나는 모든 재물과 보배를 끊어 버렸다. 설령 다시 재물들을 보게 되더라도 기왓장이나 돌․흙덩이와 다름없이 볼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의 한쪽 팔을 베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이 전단향을 내 한쪽 팔에 바른다 해도 이 두 사람에게 내 마음은 평등하나니 이런 까닭에 나에게는 뱃삯이 없다.”

뱃사공이 다시 말하였다.

“존자여, 만약 그대가 제게 뱃삯을 줄 수만 있다면 저는 당장이라도 존자를 건네 드리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오직 뱃삯을 받아서 생활하고 처자를 양육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보통 사람의 눈보다 더 뛰어난 맑은 천안으로 5백 마리 기러기 떼들이 항하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허공을 날아가는 것을 보시고 곧 뱃사공에게 게송을 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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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 기러기 떼도 항하를 건너건만

그에게 뱃삯을 달라고 한 적이 없네.

제각기 힘을 내어 제 몸을 움직여서

허공을 제 마음대로 가는구나.

나도 이제 신통을 써서

저 기러기처럼 허공을 날아가리니

아마 항하 남쪽 언덕에 이르면

수미산처럼 편안히 머무를 수 있으리.

그 때 그 뱃사공은 부처님께서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을 보고 커다란 후회가 일어나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아, 슬프구나. 나는 이런 큰 성인이며 복전(福田)인 분을 보고도 저 언덕으로 건네줄 줄을 몰랐구나. 아아, 슬프다. 나는 큰 이익을 잃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던 그는 마침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잠깐 정신을 놓았던 뱃사공은 다시 정신을 차리더니 서둘러 일어나 곧 마가다국 빈두왕(頻頭王)에게 달려가 이 일을 아뢰었다.

마가다왕 빈두사라(頻頭娑羅)는 이 일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개 범부가 어찌 신통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대들은 지금부터 출가한 사람이 누구든지 와서 건네 달라고 하면 시비를 따지지 말아라. 그저 오는 대로 배삯을 받지 말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곧 건네주어라.”

이 때 세존께서는 항하를 날아 저편 언덕으로 건너가셨다가 그 언덕에서 다시 신통을 내어 바라나성까지 날아가셨다.

그 때 그곳에 용의 못이 하나 있었는데, 그 용의 이름은 상거(商佉)[수나라 말로는 여(蠡)라고 함]였다. 그는 세존께서 그 못가에 내려와 발을 디딘 곳에 탑을 세웠고, 탑의 이름을 미지가(彌遲伽)[수나라 말로는 토탑(土塔)이라 함]라 하였다.

여래께서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시고 식사 때를 기다리셨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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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를 기다리던 곳에 탑을 세웠는데, 그 탑의 이름은 숙대시탑(宿待時塔)이라 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밤에는 인간 세상에 들지 않으시고

공양할 때를 기다린 뒤에야 걸식을 다니셨으니

때 아닌 때에 다니는 자에게는 큰 우환이 있다.

그러므로 뭇 성인은 때를 잘 살핀다.

이 때 세존께서는 삼마야(三摩耶)에 의지해서 마가다(摩伽陀)에 공양할 때가 이르렀으므로 서쪽 문을 통하여 바라나성으로 들어가셨다. 들어가셔서 차례로 걸식하여 밥을 얻은 뒤 성의 동쪽 문을 조용히 걸어나와 성 밖의 어느 물가에 이르러 단정히 앉으셨다. 그곳에서 공양을 마친 뒤에 발우를 씻고 북쪽을 향하여 천천히 길을 걷다가 이윽고 녹야원(鹿野苑)에 이르셨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지난날 성현들이 머물던 곳인

녹야원에서 뭇 새들이 지저귄다.

세존께서는 몸에서 눈부시게 빛을 내며

차츰 그 동산에 이르시니 해가 뜨는 것 같네.

그 때 다섯 선인은 멀리서 세존께서 차츰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로 이렇게 다짐하였다.

“우리들은 꼭 약속을 합시다. 장로들이여, 저기에서 오고 있는 이는 바로 석가 종족의 사문 구담이오.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저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서 선정을 잃어버렸으며 게으름으로 온몸이 얽매여 있으니, 우리는 그를 공경할 필요도 없고 그에게 절하거나 그를 맞을 필요도 없고, 또 그에게 앉을 자리를 내줄 필요도 없소. 그러나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앉고 싶은 대로 앉게는 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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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진여(憍陳如)는 혼자 속으로 이 약속을 지키리라 맹세하지 못하고 그저 입으로는 반대할 수 없어 곧 함께 게송을 읊었다.

게으른 구담이 홀연히 다가오네.

우리 다섯 선인은 뜻을 같이해서

그를 공경하지도 예배하지도 말자.

맹세를 어긴 이 자를 환영할 수는 없네.

세존께서 점점 그 다섯 선인 곁으로 다가왔다. 세존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다섯 선인은 한결같이 앉아 있기가 불편하여 자신들도 모르게 함께 한 약속을 어기고 서로들 일어나려 하였다. 마치 새 조롱 안에 있던 사구니(奢拘尼) 새가 사람이 새장 밖에 큰 불을 놓으면 조롱이 뜨거워져서 그 속에서 편안히 머물지 못하고 뛰어오르고 날아오르려 하듯이 그와 똑같이 이 다섯 선인은 세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 다섯 선인 중에 어떤 이는 자리를 펴서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어떤 사람은 물을 길어와 발을 씻어 드리려고 발 씻을 돌과 가죽신을 가져왔으며, 어떤 이는 동이에 물을 가득 떠와 발을 씻어 드리고는 나무토막을 가지고 와서 발을 얹게 하였으며, 어떤 이는 3의(依)와 발우를 받아 들고는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장로 구담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

이런 게송이 있었다.

어떤 이는 발우와 3의를 받아 들고

어떤 이는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하며

어떤 이는 앉으실 자리를 미리 펴고

어떤 이는 물그릇과 발 씻을 물병을 가져오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들이 마련해 놓은 자리에 조용히 앉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앉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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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가 어리석구나. 서로 그런 약속을 해 놓고는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 어기고 있구나.’

그런데 다섯 선인들은 부처님께서 앉으신 것을 보고 이렇게 아뢰었다.

“장로 구담이시여, 몸의 빛깔과 피부가 매우 깨끗하고 윤기가 흐릅니다. 얼굴빛이 원만하고 빛이 두루 비치며 모든 근(根)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장로 구담께서는 미묘하고 좋은 감로를 만나셨거나 깨끗한 감로의 성도(聖道)를 얻으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섯 선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인들은 여래를 장로라 부르지 말라. 왜냐 하면 장로라고 부른다면 그대 선인들은 오는 세상에 영원토록 괴로움을 당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감로 법을 증득하였고 이미 감로의 도를 얻었다.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따르라. 내 말을 따르되 어기지 말라. 그리고 나의 가르침에 따라 청정하게 수행하라.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바른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梵行)을 구하고자 하고 범행의 근원을 다하면 현재에서 모든

법을 볼 것이요, 신통이 자재하여 증득행을 하여 스스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이미 생사를 끊었으며 범행은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다시는 후세의 유(有)를 받지 않으리라.’

너희들은 각각 이렇게 알아야 한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저 다섯 선인이 부처님의 성을 부르니

세존께서는 은혜로이 그들을 가르치시네.

너희들 마음에 교만을 일으키지 말라.

자만심을 버리고 나를 공경하라.

아만이 있건 없건 평등하게

나는 너희들 업의 인(因)을 돌리련다.

내 이미 성불하여 세존이 되었으니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짓노라.”

이 말을 하고 나자 다섯 선인들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로 구담께서는 옛날에도 이런 행을 하셨고 이런 길을 구하셨고 이런 고행을 하셨지만 상인(上人)의 법을 증득하지 못하셨고, 모든 성현들과 지견이 같지 못하셨고 더욱 나아가지도 못하셨거늘, 하물며 마음이 나태해지고 선정을 잃고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고 있는 지금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시 한번 다섯 선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선인은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여래는 게으르지 않고, 선정을 잃은 적도 없고, 또한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고 있지도 않다. 너희 선인들이여! 나는 이제 이미 아라하․삼먁삼불타를 이루었고, 이미 감로를 증득하였으며 감로의 도를 깨달았노라. 너희들 선인은 내 가르침을 받고 내 법을 들으라. 너희들이 만약 나의 가르침을 받겠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가르치리라. 너희들이 내 가르침을 따르고 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내가 가르치는 법을 행하면

나아가 너희들은 미래에 후유(後有)를 받지 않으리라.”

이 때 다섯 선인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로 구담이시여! 옛날에도 이런 행을 하셨고 이런 길을 구하셨고 이런 고행을 하셨지만 상인(上人)의 법을 증득하지 못하셨고, 모든 성현들과 지견이 같지 못하셨거늘, 하물며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고 있는 지금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세 번째로 거듭 그 선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인들은 내 지난날 남에게 거짓된 말을 한 적이 있는지를 스스로도 알고 있으리라.”

그들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존자시여.”

이 때 세존께서는 입에서 혀를 내어 양 귓구멍이 있는 곳까지 닿게 하고 콧구멍에 이르러 콧구멍을 막더니 다시 혀로써 스스로 혀를 핥고 두루 얼굴을 덮었다가 도로 오므려 본래대로 걷으셨다. 그리고 나서 다섯 선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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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으셨다.

“너희 선인들은 그대들의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적이 있으리니, 만약 사람이 거짓된 말을 하고도 이런 혀의 신통력을 지닌 자가 있었던가?”

“없습니다, 존자시여.”

“이런 까닭에 너희들은 여래가 게으르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여래는 선정을 잃지도 않았으며, 게으름이 온몸을 얽어매지도 않았다. 모든 선인들아, 너희들은 지금 내가 이미 아라하․삼먁삼불타를 이루었고, 감로를 증득하고 감로의 도를 깨달았음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나의 가르침과 일깨움을 받아라. 내가 가르치는 법을 듣고 내가 가르치는 법을 따라 행하라. 만약 내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그 선남자와 선여인이 해탈을 구하고자 집을 버리고

출가하면 나아가 미래에 후유(後有)를 받지 않으리라.”

이 때 세존께서 이렇게 다섯 선인을 가르치시자 그들이 그 때까지 지니고 있던 외도(外道)의 모습과 외도의 생각과 외도의 소지품들이 모조리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입고 있던 옷도 그대로 3의로 변하였고, 손에는 저절로 발우가 들려졌고, 머리카락과 수염도 저절로 떨어졌다. 이렇게 삭발한 지 7일이 지난 듯한 위의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니, 그 모습은 마치 오랜 하안거를 지내온 비구 같은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었으며, 그러한 행동거지를 고스란히 갖춘 채

그와 같이 서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곧 그 다섯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각각 분에 따라 동쪽을 관찰하여라.”

다섯 비구들이 동쪽을 관찰하려 하였으나 서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각각 분에 따라 서쪽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서쪽을 관찰하려 하였으나 동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북쪽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북쪽을 관찰하려 하였지만 곧 남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너희 비구들은 남쪽을 관찰하여라”고 이르셨지만 곧 북쪽이 보였고, 세존께서 다시 “너희 비구들은 위쪽을 관찰하여라”고 이르셨지만 곧 아래쪽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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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아래쪽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아래쪽을 관찰하려 하였지만 곧 위쪽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분에 따라 각각 나머지 방위를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나머지 방위를 관찰하려 하였더니 곧 정방(正方)이 보였다.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정방을 관찰하여라.”

그 비구들이 정방을 관찰하고자 하니 곧 나머지 방위가 보였다.

이 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비구들을 잘 가르쳐서 그들의 마음속에 각각 기쁨을 내게 하고, 그들이 증득한 내용들이 바른 이치를 따르게 하니, 모두가 크게 기뻐하였다. 그 때 다섯 비구는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서 세존을 따르고 세존께 여쭙고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세존의 마음을 따라 세존께서 가르치시는 법을 어기지 않으며, 설하시는 말씀을 잘 듣고 자세히 받으며, 세존을 받들어 모시되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불본행집경 제3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7. 전묘법륜품 ②

이 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들은 어느 곳에서 위없고 미묘한 법륜을 굴렸는가?’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하시자 그 땅이 곧 저절로 솟아올라 여느 곳과 달라졌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들은 위없는 법륜을 어떻게 굴리셨을까? 앉아서 굴리셨을까, 누워서 굴리셨을까?’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하시자 그 자리에 이내 5백 개의 높은 사자좌(獅子座)가 나타났다.

세존께서는 이 5백 개의 사자좌를 보시자 곧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는데, 과거의 모든 세존들을 공경하는 까닭에 세 개의 높은 자리를 세 번 돌고, 네 번째 자리에 이르러서는 곧 그 위에 올라가 가부를 하고 앉으셨는데, 사자처럼 두려워하지도 놀라지도 않으셨다.

그 떄 교진여 등 다섯 비구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몇 분의 부처님께서 오셔서 함께 설법하시는 것입니까? 왜 여기에 높은 자리가 여러 개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다섯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제 마땅히 알라. 이 현겁(賢劫) 가운데 5백 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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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데, 이미 세 분의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셨고, 내가 지금 네 번째로 세상에 출현하였으며, 나머지 분은 미래에 계속해 나타나실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 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들께서는 금륜(金輪)을 굴리셨는가, 은륜(銀輪)을 굴리셨는가? 파리륜(頗梨輪)을 굴리셨는가, 유리륜(琉璃輪)을 굴리셨는가? 붉은 진주륜[赤眞珠輪]을 굴리셨는가, 마노륜(瑪瑙輪)을 굴리셨는가? 차거륜(硨?輪)을 굴리셨는가, 호박륜(虎珀輪)을 굴리셨는가? 산호륜(珊瑚輪)을 굴리셨는가, 칠보륜(七寶輪)을 굴리셨는가, 목륜(木輪)을 굴리셨는가?’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시며 마음속으로 스스로 지견(智見)을 내어서 과거의 모든 부처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4성제(聖諦)에 따라 12가지 인연을 차례로 세 번 굴려 위없는 법륜을 굴리셨는데, 세간 안에는 사문이나 바라문, 혹 천상이나 마군[魔]이나 범천[梵] 세계의 어떤 중생도 이렇게 자재롭고 두려움이 없는 법륜을 굴린 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아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기수월(箕宿月) 보름 전 12일에 해가 사람의 그림자 반을 지날 무렵, 비사야(毘闍耶)[수나라 말로는 난승(難勝)이라고 함]라고 이름하는 시각에 북쪽을 향하여 앉으셨다. 그리고 귀수별[鬼宿]과 방수별[房宿]이 합칠 때 위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리셨으니, 일체 세간의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과 하늘․마․범천들은 이와 같은 법륜을 굴릴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이 방수일에 법륜을 굴려 걸림없이 설법하신 것은 세상을 따르는 까닭에 이 날

에 하신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다섯 비구에게 말씀하셨는데, 이른바 여래는 이런 음성을 지니고 있으니 잘 가르치고, 잘 달래고 위로하며, 잘 가르치되 결함이 없고, 공경하게 가르치고, 굽히거나 아첨하지 않고, 곱거나 거칠지도 않고, 화려하거나 투박하지 않으며, 유순하고 조화롭고 업을 잘 지으며, 느리거나 급하지도 않고, 걸리거나 방해되지 않으며, 참답고 바르고 미묘하며, 매우 공교롭고 분명하여 유창하고 달고 아름다워 여러 사람의 뜻을 즐겁게 하며,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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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무너뜨릴 수 없으며, 비길 자가 없고, 물듦을 여의고 청정하며, 오래도록 항상 버려 잃거나 모자라지도 않고, 맺히거나 얽힘도 없이 해탈하였고, 빛나고 깨끗하며 빈약하거나 더듬지도 않고, 또한 연약하지 않다. 능히 일체 중생에게 즐거움을 내게 하고 일체 중생의 몸에 윤기를 돌게 하며, 일체 중생을 발심하게 하여 욕심을 끊게 하고 성내는 마음을 끊게 하고 어리석은 마음을 끊게 하고 모든 마군을 포섭하고 모든 죄를 쳐부수

고 모든 외도들을 항복케 하는 음성이다.

세존의 음성은 남을 잘 가르치니, 마치 북소리 같고 범천의 소리 같고 가라빈가새의 지저귀는 소리 같고, 제석천의 소리 같고 바다에서 파도치는 소리 같고, 땅이 흔들리는 소리 같고 곤륜(崑崙)이 진동하는 소리 같고, 공작새의 지저귐 같고, 구시라새, 명명새[命命鳥], 기러기 왕, 학이 우는 소리 같고, 맹수의 왕인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 같고, 공후․비파․오현(五絃)․젓대․피리소리와 같아서 듣는 사람이 한결같이 기뻐하며, 가르침이 분명하여 기쁜 마

음으로 듣게 하며, 미묘하고도 깊고 깊어 모자라거나 부족한 점이 없어서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선(善)의 근원을 짓게 하고, 듣는 사람이 헛되게 하지 않았다. 문장의 구절이 분명하고 뜻이 그윽하며 법장(法藏)이 진실하여 때에 맞고 철에 맞으며 삼마야에 맞아서 때를 어기지 않고 모든 근(根)의 정(情)을 알아 진리의 구절을 잘 따른다. 그리하여 갖가지 보시로 장엄하고, 청정하게 계를 지키며, 인욕하여 포용해 받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고요하게 선(

禪)을 닦고, 분신(奮迅)하는 신통과 지혜로써 세간의 선악을 분별하며, 우정어린 마음[慈]으로 즐거움을 이루어 주고, 슬퍼하는 마음[悲]에 피곤해 하지 않고, 기뻐하는 마음[喜]과 담담하게 버리고 떠나는 마음[捨]으로 3승을 세우고 3보(寶)의 종자를 잇고 3취(聚)를 가려 3해탈문을 깨끗하게 하며 진실한 말로 가르치고 일깨우니, 지혜로운 이가 찬탄하는 바요 성인의 마음에 맞는 바로서 허공처럼 한량없고 가없어서 일체에 두루 이르고, 모든 특징을

다 갖추었다.

세존께서 이런 음성으로 다섯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출가한 사람은 항상 세간의 두 가지 일을 버려야 하니, 두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애욕의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니, 모든 행동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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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 1142] 쪽

을에서 범부들이 찬탄하는 것이라면 이것을 반드시 버려야만 한다. 둘째로 버려야 하는 것은 자신이 곤란을 당하고 괴로움을 받는 일들은 성현들이 찬탄하는 것이 아니니, 스스로의 이익도 되지 못하고 남에게도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버려야만 한다.”

다시 게송을 읊으셨다.

자신에게 손해되는 것은 서둘러 버리고

모든 감각기관의 경계도 다 버려야 한다.

만약 이 두 가지를 버릴 수만 있다면

곧 진실하고 바른 감로의 진리를 얻을 것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두 극단을 버렸으므로 중도(中道)가 있어서 내 스스로 증득해 알았다고 말하는 것이니, 눈을 열기 위하여 지혜를 내기 위하여 적정(寂定)을 위하여 모든 신통을 위하여 깨쳐 알기 위하여 사문을 위하고 열반을 위한 까닭에 이를 성취하였다. 너희 비구들이 만약 알고자 한다면 중도로 나가야 하니, 내가 증득한 것과 같이 눈을 열고 지혜를 내기 위하여 적정 내지 열반과 8정도를 위한 까닭이니, 이른바 정견(正見)․정분

별(正分別)․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정진(正精進)․정념(正念)․정정(正定)을 위하는 까닭이다. 너희 비구들이여, 이것이 바로 중도이니 내 이미 증득해 안 것이다. 눈을 열기 위하여 지혜를 내기 위하여 적정을 위하여 모든 신통을 내기 위하여 깨쳐 알기 위하여 사문을 위하여 열반을 위하여 마땅히 성취해야만 한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이러한 여덟 가지 바른 길의 인연은

죽고 나는 공포를 완전히 없애 줄 것이니

이미 모든 업을 다 없애고 나면

영원히 그 어떤 목숨도 다시 받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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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4성제(聖諦)가 있으니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고성제(苦聖諦)와 고집성제(苦集聖諦)와 고멸성제(苦滅聖諦)와 득도성제(得道聖諦)이니, 이것을 4성제라고 부른다.

비구들이여, 어떤 특징을 고성제(苦聖諦)라고 부르는가. 이른바 태어남의 괴로움․늙음의 괴로움․병듦의 괴로움․죽음을 근심하고 슬퍼하는 괴로움․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괴로움․구하여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니, 이 모든 괴로움을 고성제라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고집성제(苦集聖諦)라 하는가. 이른바 이 애욕이 자꾸만 마음을 움직이고 애욕의 일을 생각하며 처처마다 생각함이니, 이것을 고집성제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고멸성제(苦滅聖諦)라 하는가. 이른바 그 애욕을 멀리 떠나고 버려서 완전히 다 없애어 남김이 없게 하면 마음과 마음의 생각이 온전히 고요해지니, 이것을 고멸성제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득도성제(得道聖諦)라 하는가. 8정도[正聖路]를 얻는 것이니, 이른바 정견․정분별․정어․정업․정명․정정진․정념․정정이니, 이것을 일러서 괴로움을 멸하는 득도성제라고 한다.

이 고성제는 내가 옛날에 남에게서 들은 것이 아니라 모든 법 가운데서 저절로 지혜와 눈이 생겨나고 뜻이 생겨나고 밝음이 생겨났으며, 서원이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서 고성제가 이와 같음을 알게 된 것이요, 나아가 들은 적이 없으며 모든 법 가운데 눈과 지혜가 생겨나서 그 고성제를 환히 비추어 알게 된 것이다.[범본(梵本)에 거듭 반복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그 요점을 취하였다.]

이와 같이 고집성제도 남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모든 법 가운데 눈과 지혜가 생겨서 저 고집법(苦集法)을 완전히 멸한 것이며, 이와 같이 나아가 고집성제를 완전하게 멸하였다.

이와 같이 고멸성제도 남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모든 법 가운데서 눈과 지혜가 나서 그 고멸성제를 지금 증득한 것이며 이와 같이 하여 나아가 지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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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 1142] 쪽

생겨나서 고멸성제를 증득하여 완전히 알았다. 이와 같이 고집멸성제를 증득한 뒤에 득도성제를 얻었는데, 득도성제도 남에게 들은 것이 아니며 모든 법 가운데서 눈과 지혜가 생겨나서 그 고집이 멸하고 득도성제를 증득하였으며, 나아가 지혜가 나서 그 고가 멸하고 득도성제를 증득하여 마쳤다.[이상 4장(章)은 모두 반복하여 말한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아가 나는 이 4성제를 이렇게 세 번 굴리는 12가지 인연[三轉十二因緣]을 진실하게 증득하지 못하였으므로 나는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하였으며, 깨달음을 완전히 이루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는 이 4성제를 세 번 굴려 진실하게 12가지 상(相)을 증득한 뒤에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었으며, 그러므로 나는 완전히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 지견(智見)이 생겨나고 어지럽거나 흩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올바르게 해탈을 얻었던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나의 최후의 생이며, 다시는 유(有)를 받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런 법상(法相)을 말씀하실 때, 장로 교진여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垢]를 멀리 여의고 모든 얽매임을 없애고 모든 번뇌가 깨끗하게 없어져서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다. 그리하여 모든 집법(集法)은 일체가 다 멸하며 법이 멸함을 알고는 진실하게 증득해 알았다. 비유하자면 마치 조금도 때가 묻지 않았고 검은 실로 꿰매지도 않은 깨끗한 옷은 물들이는 대로 따라 그 색깔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그러하고 그러하여 교진여는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더러움을 완전히 없앴고 번뇌를 다 멸하여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진실하게 알았다. 이 때 그 모임에 있던 6만 명의 천자(天子)들이 멀리 티끌과 때를 여의고 모든 법에서 깨끗한 눈과 지혜를 얻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사자후로써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진리는 깊고 깊으며 진실하고

고요하며 이름붙일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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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 1142] 쪽

가장 뛰어난 교진여가 제일 먼저 증득하니

내 구한 바 도가 헛되지 않도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이렇게 깊고 깊은 법을 설하실 때

가장 훌륭하신 세존께서 자비를 행하셔서

교진여는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또한 억만천(億萬千)의 모든 하늘도 그러하였네.

이 때 모든 지거천(地居天)들이 세존께서 이런 법상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 일시에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당신들은 모두 알아야 한다. 오늘 바가바․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국 녹야원(鹿野苑)의 과거 모든 선인들이 살고 있던 곳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범천․마군이라도 참으로 이런 법륜을 굴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게송이 있었다.

훌륭하도다, 세존께서 진여(眞如)를 보시고

중생을 위하여 감로 법륜 굴리시네.

지계와 선정은 바퀴살․바퀴둘레요

참괴와 정진은 바퀴심대․바퀴통이라.

매우 깊고 다름없는 참된 말씀으로

이 바퀴를 세우니 삼계의 높은 이시네.

이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이렇게 법 바퀴를 굴리신다네.

그 때 그곳의 지거천들이 이런 소리를 외치자, 그 소리는 위로 사천왕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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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 / 1142] 쪽

사무쳤다. 그러자 사천왕천이 이 소리를 듣고 나서 다시 그 말을 전하여 외쳤는데, 그 소리는 이와 같았다.

“오늘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 녹야원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일체 세간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범천이나 마군 중에는 실로 법륜을 굴릴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천왕천이 이렇게 외치자 이 소리를 도리천에서 듣고, 도리천왕이 이렇게 외치자 야마천에서 듣고, 야마천왕들이 이렇게 외치자 도솔천에서 듣고, 도솔천왕들이 이렇게 외치자 화락천에서 듣고, 화락천왕들이 이렇게 외치자 타화자재천에서 듣고, 타화자재천에서 이렇게 외치자 범천왕이 들었다. 그리하여 범천왕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일체 세간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일체 마왕 범천들 중에는 실로 굴릴 수 있는 자가 없다.”

이런 차례로 한생각 사이에 위로는 모든 천인들이 각기 서로 일러 주었는데, 그 소리는 두루 차서 나아가 대범천에까지 이르렀다.

이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이 소리를 듣고 또 이렇게 범천의 음성으로 외쳤다.

“오늘 세존․불․바가바․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일체 세간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천상․인간․마군․범천 가운데 실로 이와 같이 법을 굴릴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소리가 퍼져 나가 유정천(有頂天)에 이르렀다.

이 때 세존께서 법륜을 막 굴리시려 하자 천상․인간․마군․범천․사문․바라문 등 일체 세간이 큰 빛으로 널리 비추었다.

저 철위산(鐵圍山)과 큰 철위산의 두 산 사이는 매우 깊고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는데, 그곳의 중생들은 아주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해와 달의 이와 같은 광명과 이와 같은 큰 덕과 이와 같은 신통과 이와 같은 위력과 이와 같은 자재로움도 그곳을 환히 비추지 못하였고, 그곳을 빛나게 하지도 못하였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곳을 두루 비추니, 그곳에 있던 중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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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 / 1142] 쪽

광명을 얻게 되자 각기 서로 보고 알아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에도 중생이 있었구나.[ 범본(梵本)에서는 이 말을 두 번 하고 있다.]”

이 때 세계의 땅에는 모든 나무와 수많은 꽃들과 약초들이 한결같이 때를 따르고 제각기 종류별로 크고 작은 것들이 각각 저절로 줄기와 잎과 꽃과 열매를 내었는데, 그런 뒤에 꽃이 자연히 부처님 위에 비오듯 내렸으니,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그 허공은 청정하여 티끌이나 안개, 연기나 노을이 없었는데도 잠깐 사이에 가벼운 구름이 일어 가랑비를 뿌려 대지를 적셨다. 빗물은 청량하여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는데, 비가 그친 뒤에 날이 개자 다시 미풍이 일어나더니 청량하고 쾌적해졌고 사방이 모두 정갈해졌다. 그리하여 드러나는 것이 분명하며 티끌이나 운무 같은 것이 없었다. 위의 허공에서는 모든 하늘의 무리들이 모여 하늘의 음악을 짓고 하늘의 미묘한 노래를 불렀으며, 또 하늘의 갖가지 만다

라꽃과 마하만다라꽃을 비처럼 내렸고, 또 모든 하늘의 하늘거리고 미묘한 옷을 비처럼 내렸으며, 하늘의 금․은․유리와 7보로 만든 연꽃을 비처럼 뿌렸다. 또한 한량없는 우발라꽃․파두마꽃․구물두꽃․분타리꽃을 여래 위로 비처럼 뿌렸고, 또 한량없는 갖가지 향과 가루향․바르는 향을 비처럼 내려서 여래 위에 뿌리고, 뿌린 뒤에 또다시 뿌리니, 부처님께서 앉으신 곳 사방 둘레 1유순은 조금도 빈틈이 없이 온갖 꽃으로 뒤덮였다.

또 이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움직이고 두루 움직이고 한꺼번에 두루 움직이며, 흔들리고 두루 흔들리고 한꺼번에 두루 흔들리며, 솟고 두루 솟고 한꺼번에 두루 솟으며, 울부짖고 두루 울부짖고 한꺼번에 두루 울부짖으며, 깨치고 두루 깨치고 한꺼번에 두루 깨쳤다.

모든 중생들이 한결같이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는데, 당시 한 중생이라도 욕심에 괴로워하거나 성냄에 괴로워하거나 어리석음에 괴로워하거나 교만한 마음에 괴로워하거나 잘난 체하는 마음에 괴로워하는 이가 없었다. 또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어느 한 중생도 죄를 짓지 않았다. 병든 중생이 있었으면 이내 쾌차하였고, 굶주리고 목마른 중생이 있었으면 이내 배불러졌고, 술에 취한 중생이 있었다면 곧 깨어났고, 미쳐 버린 중생이 있었다면 모두 제 마음

을 찾았으며, 눈먼 자는 볼 수 있게 되었고, 듣지 못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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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듣게 되었다. 또한 6근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모두 다 갖추게 되었고, 가난하여 헐벗어 추위에 떨던 중생들은 풍부하고 넉넉해졌으며, 파리하게 야윈 중생들은 보기 좋게 살이 올랐고, 갇혀 있던 중생들은 모두가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온갖 족쇄에 묶여 있던 중생들은 저절로 족쇄에서 풀려나왔고, 지옥의 중생들은 괴로움이 사라졌고, 가축들은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아귀 중생은 굶주림과 목마름이 가라앉았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교진여는 증

지(證智)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때 장로 교진여는 몸으로 여실히 모든 법을 보고 여실히 모든 법을 알았고 여실히 모든 법을 증득하였고 여실히 번뇌의 험한 길을 건넜고 번뇌의 자갈밭을 건넜고 의심이 없는 곳을 건너서 마음이 결정되어 막힘이 없었으며, 이미 두려움이 없게 되었고 다른 이로부터 배우지 않게 되었다.

때에 교진여는 그 법행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제도하셔서 사문을 만들어 구족계(具足戒)를 주소서. 비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이르셨다.

“잘 왔다, 비구여. 내 법에 들어와서 괴로움의 끝을 다하기 위하여 범행을 닦아라.”

이 때 장로 교진여는 몸이 곧 출가인의 모습을 갖추고 구족계를 이루었다. 그리고 나머지 네 비구에게도 각각 법의 요체를 설하여 근기를 따라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다.

그들 중에 세 비구가 다른 곳으로 걸식을 하러 가면, 두 비구만이 가르침을 받았다. 그 뒤 세 사람이 밥을 얻어 오면 여섯 사람이 서로 함께 앉아 먹었다.

그들이 이미 여래의 설법을 듣고 교화를 받았는데, 그 당시에 장로 발제리가(跋提梨迦)[수나라 말로는 소현(小賢)이라 함]와 그 다음 장로인 파사파(婆沙波)[수나라 말로는 기기(起氣)라고 함] 이 두 사람은 곧 앉은 자리에서 때와 티끌을 멀리 여의고, 모든 결혹(結惑)을 다하고 번뇌의 세계를 깨끗이 하여

저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모든 결혹을 다하여 무상법(無常法)을 알고 여실하게 증득해 알았다. 비유하자면 마치 깨끗하여 검은 실이 없고 때가 끼지 않은 옷이 물들이고자 하는 대로 이내 그 색을 입게 되듯이 그러하고 그러하여 그 장로 발제리가와 장로 파사파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고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다. 그리하여 나아가 이내 출가인의 모습을 갖추었고 구족계를 얻었다.

이런 차례로 하여 걸식하느라 나중에 온 사람도 법에 맞게 교화되고 법에 맞게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세존께서 법에 맞게 가르침을 베푸실 때 장로 마하나마(摩訶那摩)[수나라 말로는 대명(大名)이라 함]와 장로 아사유시(阿闍踰時)[수나라 말로는 조마(調馬)라고 함]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다. 그러하고 그러하여서 장로 대명과 장로 조마는 곧 그 자리에서 번뇌의 때를 모두 없애고 진실하게 증득하였다. 그들은 스스로 모든 법상(法相)을 보았으며 법상을 건너고서 다시는 의심하지 않게 되었고,

두려움이 없는 땅에 이르렀으며, 다른 이에게서 가르침을 듣지 않고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증득해 깨달음을 이룬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면서 무릎 꿇고 합장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고 저에게 구족계를 주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잘 오너라. 내가 가르친 법에 들어와서 범행을 닦아 완전히 괴로움을 다 없애라.”

그 때 두 장로는 곧 출가를 이루고 구족계를 얻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소현(小賢)과 기기(起氣)와 교진여와

또 마하나마 장로와 조마 장로

그들이 처음으로 여래 감로 북의 법문(法門)을

깨닫고 증득한 자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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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나는 밤낮으로 항상 정념(正念)을 행하고 정행(正行)을 행하여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해탈을 얻었으며 완전하게 증득해 알았노라. 너희 비구들도 나의 정념과 정행의 행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너희도 반드시 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해탈을 얻고 깨닫게 되리라.”

이 때 마왕 파순은 불세존 계시는 곳에 와서 곧 게송으로 아뢰었다.

구담은 온갖 하늘과 인간 세상의 욕망으로

스스로를 얽어매고 있는데

이제 이 올가미에 들어왔으니

내 결코 너희 사문을 놓치지 않으리라.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 말이 마왕 파순이 한 말임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내 오래전에 모든 사랑의 그물을 벗어나

하늘과 인간 세상의 욕망을 모두 떠났고

크게 얽매임도 나는 이미 벗어났다.

하물며 너는 앞서도 나에게 항복하지 않았던가.

 

그 때 마왕 파순은 부처님의 이런 게송을 듣고 묵묵히 서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내 의도를 알아챘다. 석가족의 저 사문은 내 심정을 눈치챘다.’

그리고 이내 크게 탄식하고 원망하며 몹시 괴로워하면서 그곳에서 몸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세존께서는 다시 다섯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만약 모든 색(色)이 내가 아님[無我]을 알면 이 색은 괴롭고 무너지는 모습을 짓지 않을 것이며, 마땅히 괴로움을 받지 않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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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렇게 보고 이렇게 알아라. 이렇게 색이 있는데 이 색은 내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색은 번민을 내고 괴로움을 낸다. 비록 괴로움과 번민을 내지만 또한 색의 결정된 성질[定性]을 얻지 못하며, 색에는 이미 결정된 성질이 없으므로 또한 색이 이렇게 있었으면 하고 원하거나 이렇게 없었으면 하고 원하여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색이 이미 그러하니, 수(受)․상(想)․행(行)․식(識)도 그러한 것이다.

너희 비구들아, 식(識)도 또한 내가 아님[無我]을 알아야 한다. 식이 만약 나라면 이 식은 번민을 일으키거나 괴로움을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식의 본체는 없어서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있었으면 하고 원하거나 이렇게 없었으면 하고 원하여 말할 수가 없다. 이 식이 무아이기 때문에 식은 능히 번민을 일으키고 괴로움을 짓는 것이고, 식이 본래 없기 때문에 가히 식이 이렇게 있었으면 하거나 이렇게 있지 않았으면 하고 원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시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식은 항상한 것이냐? 덧없는 것[無常]이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은 덧없는 것입니다.”

“식이 이미 덧없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즐거운 것인가?”

“세존이시여, 이 식은 괴로운 것입니다.”

“식은 이미 괴로운 것이요, 덧없는 것이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라면 이것은 바른 법이 아닌 것이요,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와 같이 식을 본다면 나아가 ‘저것은 나요, 혹은 내가 저것이며, 혹은 내가 나의 것이다’고 하는 생각을 낼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과거의 색이거나 혹은 현재, 미래의 색이거나, 안의 색이거나 밖의 색이거나, 거친 색이거나 미세한 색이거나 혹은 위의 색이거나 아래의 색이거나 가까운 색이거나 먼 색이거나 그 모든 색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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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저것은 바로 나이다, 나는 바로 저것이다’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러하고 그러하여서 진실하고 바른 지혜로 이렇게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수․상․행․식도 그러하니, 과거․현재․미래의 식이거나, 안과 밖의 식이거나 거칠거나 미세한 식이거나 위나 아래의 식이거나 멀거나 가까운 식 등의 그 모든 식에 대해서 ‘나는 저것이요 저것은 나요, 혹은 나는 나다’는 생각을 내어서는 안 된다. 그러하고 그러하여서 진실하게 바로 보고 이와 같이

알아야만 한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만약 많이 들은 성문(聲聞)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본다면, 그는 마땅히 색․수․상․행․식을 싫어하여 떠날 것이니, 이미 싫어서 떠나고 나면 일체를 즐거워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이미 즐거워하지 않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며, 이미 해탈을 얻으면 마침내 지혜가 생겨서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을 다 마쳐서 후세의 존재[後有]를 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 이런 법을 말씀하시니, 다섯 비구들은 유위법 속에서 모든 번뇌[漏]가 다하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그리하여 이 세간에 여섯 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시고, 다섯 명은 이 비구들이었다.

그리고 뒤에 여래께서는 수기(授記)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처음으로 법륜을 굴려 법을 설할 때 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은 사람으로 으뜸가는 자를 알려면 그가 바로 다섯 선인의 우두머리인 교진여 비구인 줄을 알아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그 교진여 장로 비구는 어떤 선근(善根)을 지은 인연으로 여래께서 처음으로 위없는 법륜을 굴리실 때 어기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아주 오래전의 일을 생각해 보니, 옛날 이곳 바라나성에 옹기장이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그 때 그곳에 벽지불(辟支佛)이 한 분 있었는데 몸에 병이 나서 치료를 하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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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 / 1142] 쪽

마을에 들어갔다. 계절은 막 여름이 될 때였는데 그 벽지불은 병을 치료하려고 옹기장이 집으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그대여, 만약 허락한다면 나는 그대의 집에서 한철 여름안거를 지내면서 병을 다스리고 치료하고자 하오.’

그 옹기장이는 청정한 마음으로 벽지불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신 대선(大仙)이시여, 이 말씀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머무십시오. 저는 힘닿는 대로 대선을 받들어 네 가지를 공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옹기장이는 벽지불을 위하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방을 하나 만들어 그를 머물게 하고 와구와 파리채와 등잔불의 기름을 보시하였다.

그날 밤 벽지불은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었는데 때마침 옹기장이가 큰 불빛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등불이 이토록 밝으며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가? 그러다 저 초가집이 불에 타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그 옹기장이는 조용하고 가볍게 걸어가서 그 초가집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벽지불이 가부를 하고 앉았는데 큰 불덩이가 치열하게 빛을 내고 있었지만 몸은 의젓하게 있어 타거나 그을리지도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옹기장이는 서둘러 물러나 돌아갔다.

그후 그의 신심은 갑절로 희유하게 커져 갔다. 존자 벽지불은 그 옹기장이 집에서 이렇게 조용히 한철 여름안거를 보내면서 요양하였고, 그 옹기장이는 네 가지를 필요할 때마다 모두 다 받들어 공양하고 또 의사를 보내어 치료해 주고 약까지 공급하였다. 하지만 그 벽지불은 차도가 없었으니, 마침내 벽지불은 신병으로 인하여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옹기장이는 존자 벽지불이 반열반에 든 것을 보고 슬픔이 사무치고 근심에 잠겼으며, 마음에 즐거움이 사라져서

슬피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며 애통해 하였다.

그러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몰려와 물었다.

‘무슨 일로 이토록 슬피 울고 있소?’

옹기장이가 사람들에게 벽지불의 신통 인연을 들려주면서 ‘이 선인은 이렇게 정진하고 이렇게 계를 지키고 항상 미묘한 법을 행하였는데 내가 의사를 불러 치료해 드렸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소’라고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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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다른 곳에 많은 벽지불들이 있었는데, 그 숫자는 한 사람이 모자라는 5백 명이었다. 그들이 전단 향나무를 가지고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와서 그 벽지불의 시체를 화장하고 옹기장이를 위로하며 말하였다.

‘그대여, 그대는 마음에 커다란 기쁨이 생겨나고 기쁨에 겨워 뛰놀며 온 몸에 즐거움이 가득해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대는 이 선인을 공양하였기 때문이니, 이 공덕으로 오는 세상에 크게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대는 우리의 신통을 보지 못하였는가?’

그 옹기장이는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벽지불들이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가 지은 신통과 같이 이 선인의 신통도 또한 그러하여 우리들 가운데 이 분이 가장 연장자이고 위대한 분이셨다.’

옹기장이가 물었다.

‘존자들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왕사성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선인들이 머무는 산]이란 이름의 산이 있는데, 우리는 바로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러자 옹기장이가 그 벽지불들에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선인들이시여! 저의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신 뒤에 마음대로 가소서.’

이리하여 그 벽지불들은 모두 그의 음식을 받아서 먹은 뒤에 그에게 일렀다.

‘미래세에 부처님께서 출현하시리니 너는 그 분에게 이번의 청정한 공덕의 마음을 빌려서 발심하고 소원을 내게 될 것이다.’

그 옹기장이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말하였다.

‘선인들이시여, 전에 제가 모신 스승은 가장 연장자이시며 가장 훌륭하셨습니다. 부디 저도 또한 그와 같아서 미래세에 마땅히 석가여래를 만나 그의 가르침 속에서 출가하게 되면 제가 가장 나이들고 훌륭하여 으뜸가는 상좌(上座)가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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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인들이 말하였다.

‘그대의 이 서원은 분명히 이루어지리라.’

벽지불들은 이 옹기장이의 서원을 인정하고 곧 허공을 날아 그곳을 떠나갔다. 옹기장이는 벽지불들이 신통으로 허공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청정한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합장하고 정례하였다.

그 후 그는 반열반에 든 존자 벽지불의 사리를 걷어서 탑을 세웠다. 그는 그 탑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좋은 상륜(相輪)을 얹었으며, 그 바퀴 안에 방울을 달고, 비단 당번과 온갖 향기로운 꽃과 태우는 향․가루향․바르는 향을 가지고 공양하며 서원하였다.

‘이 선근을 인연으로 미래세에 석가여래를 만나기를 원합니다. 그 분의 가르침을 증득하여 나는 그 분의 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나이든 성문(聲聞)이 되기를 원합니다.’

너희 비구들은 알아야 한다.

그 때의 그 옹기장이가 바로 지금의 장로 대교진여 비구이다. 이 교진여는 지난 옛적에 그 벽지불을 공양하고 그 선근 인연의 힘으로 지금 내 곁에서 내가 처음으로 법을 설할 때에 증득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수기하노니, 모든 제자들 가운데 가장 처음 법을 알고 나의 마음을 어기지 않고 먼저 출가한 자가 바로 교진여 비구임을 말하노라.”

38. 야수타인연품(耶輸陀因緣品) ①

그 때 바라나국에는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니구타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는 가지와 잎이 매우 울창하여서 성 안팎의 왕족이거나 재상 백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때를 따라 그 나무에 제사하고 섬기고 받들며 공양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그 나무에 와서 이렇게 빌었다.

“원하옵건대 나의 이 소원을 다 이루어지게 해 주소서. 내가 하는 일이 다 이루어지게 해 주소서.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을 성취하게 되면 나는 꼭 제사를 올려서 받들고 은혜를 갚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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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떤 경우는 지난 세상에 업의 씨앗이 깨끗하고 복의 힘이 강한 까닭에 그 인연을 이루기도 하고, 혹은 현재에 과보를 받는 것인데도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나무가 내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크게 공양을 베풀며 나무에게 보답하였다.

또 다른 사람도 와서 빌면 소원대로 이루어졌고, 또 어떤 사람이 그 나무 곁에 와서 아들이나 딸 얻기를 빌면 그 사람이 비록 지난 시절에 지은 업의 복덕 인연으로 아들이나 딸을 얻게 되어도 그들은 이 나무가 자신들에게 아들과 딸을 주었다고 생각하고는 각기 이 나무에 성대하게 제사를 지내고 크게 공양을 베풀어서 보답하였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 나무를 소원을 빌면 다 들어주는 신령한 나무라고 이름지었다.

한편 그 성에 가장 재산이 많은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이름이 선각(善覺)이었다. 그 장자는 재물이 많고 세력이 크며, 코끼리․말․소․양․낙타․나귀․노새 등 짐승들을 조금도 모자라지 않게 다 갖추었으며, 오곡이 풍부하고 노비가 많고 노래하는 기생․장사꾼․소작인이 많고, 진주․호박․파리․차거․마노․백옥․가패(珂貝)․금․은․동전 등 모든 것을 다 갖추어서 아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집은 북방 비사문 천왕의 궁궐과 같아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장자에게는 슬하에 자녀가 없었으므로 모든 일가친척들이나 드나드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하였다.

“어지신 장자여, 당신은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당신의 집은 엄청난 부자로서 세력도 크고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집안에는 자식이 없습니다. 이 성 밖에 신령스러운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원하는 것을 빌면 다 들어준다는 이름을 지닌 나무입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자든 그 나무에게 가서 아들이나 딸을 빌면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장자께서는 어찌하여 그 나무에게 가서 아들이나 딸을 원하지 않습니까? 빌기만 한다면 틀림없

이 아들이나 딸을 얻을 것입니다. 제발 당신 집안의 대를 끊어지지 않게 하십시오.”

그러나 장자는 그 모든 친족들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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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느냐? 그 나무는 정신도 없고 마음도 없는데 아들이나 딸을 원하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들이나 딸은 모두가 부모가 지난 시절에 지은 업의 인연으로 말미암거나 또는 복의 힘으로 인하여 아들이나 딸을 얻는 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직접 빌고 청하여 그 나무에게서 아들딸을 얻었습니다. 소원대로 이루었으므로 그 나무에게 가서 큰 공양을 베풀어 그 나무에 보답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그 장자의 모든 친척과 권속들은 두 번 세 번 거듭 은근히 그 장자에게 권하였다.

“그대 부유한 장자께서는 아마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나무는 정말로 바라는 대로 다 들어주었기에 어떤 사람은 아들을 얻었고 또 어떤 사람은 딸을 얻었습니다. 장자께서는 일단 가 보십시오. 그 나무는 능히 사람이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기 때문에 만일 아들을 원하면 아들을 얻을 것이요 딸을 원하면 딸을 얻을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불본행집경 제3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8. 야수타인연품 ②

그 때 선각(善覺) 장자는 모든 친족들이 자꾸만 달래고 은근히 권하기를 세 번이나 하자 마침내 마지못하여 하인들에게 큰 도끼․가래․호미․팽이․가지가지 톱들을 들려 가지고 그 나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나무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 나무는 들어라. 나는 너가 ‘소원대로 다 들어준다’고 불리는 신령한 나무라고 들었다. 그래서 누구든 와서 아들딸을 빌고 구하면 모두 얻게 한다고 했다. 나는 자식이 하나도 없다. 마음으로는 원하였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제 너에게 빌겠으니, 만약 나에게 착한 아들이 태어나게 해 준다면 나는 나중에 너에게 와서 이와 같은 공양을 올려 그에 보답할 것이다. 하지만 너가 나에게 자식을 주지 못한다면 나는 이 큰 도끼와 가래로 너를 찍

고 파헤쳐 뿌리와 줄기, 가지까지 모조리 없애어 너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래붓꽃[馬藺]의 뿌리에 붙은 수염처럼 만들어 버릴 것이요,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땅을 파서라도 너의 뿌리와 줄기를 똑똑 자르고 너의 가지까지도 잘게 썬 뒤에는 바싹 말려 불에 태워 재를 만들 것이요, 그 재마저도 거세게 흐르는 강물에 던지거나 거센 바람이 불 때 뿌려 사방에 흩을 것이다.”

그 때 그 나무에는 신(神)이 깃들어서 살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들은 그 신은 크게 두려워 근심에 싸이고 즐거움이 사라져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진짜로 사람들에게 아들이나 딸을 준 것이 아니다. 다만 빌러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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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 스스로 업인(業因)이 있고 복의 힘이 있어 아들과 딸을 얻은 것인데, 그들은 이 나무가 아들과 딸을 주었다고 생각해서 소원을 이루면 나무의 은혜에 보답해 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 나무의 신은 슬피 울며 말하였다.

“이 나무는 내가 나면서부터 살아온 곳인데 저 장자가 자식을 얻지 못하면 그는 반드시 나의 이 나무를 부수고 망칠 것이다.”

한편 그 나무 신은 제석천왕을 항상 섬기고 받들어 왔는데, 이 때 다급해진 나무 신은 서둘러 제석천왕의 도리천궁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앞서 장자가 와서 말한 대로 자식을 얻는 것과 그에 대한 보답과 재앙의 말들을 낱낱이 고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천왕이시여, 부디 위대한 천왕께서는 교묘한 지혜 방편으로 빨리 이와 같은 공을 지어서 어서 그 장자에게 반듯한 아들을 주소서. 그리하여 저의 나무가 사라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제석천왕이 그 나무 신에게 말하였다.

“그대 나무 신은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왜냐 하면 나 역시도 세간 사람들에게 아들과 딸을 꼭 줄 수 없다.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기 자신의 복덕의 인연이 있어서 아들이나 딸을 얻었던 것이다. 그 이치는 비록 그러하나 그대 나무 신은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견뎌 보아라. 내가 장차 그 장자에게 인연이 있을지 없을지를 살펴보겠다.”

그 때 그 도리천에 천자(天子)가 한 명 있었는데 그에게는 다섯 가지 시드는 징조가 나타나서 오래지 않아서 세간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 다섯 가지 시드는 징조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 머리 위의 미묘한 꽃이 홀연히 시드는 것이요, 둘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흘러나오는 것이요, 셋째는 입고 있는 옷에 때가 끼는 것이요, 넷째는 몸에서 나던 빛이 자연히 변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항상 머물러 오던 미묘한 보배 평상이 갑자기 즐겁지 않아서 이리저리 옮

기는 것이다.

그러자 제석천왕이 그 천자에게 말했다.

“훌륭한 천자여, 만약 때를 안다면, 너는 선한 인연이 있어 모든 선의 근본을 심고 항상 게으름을 피지 않았으며 삼가고 죄를 두려워하였고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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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짓지 않았고 일체의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무거운 악업을 지은 적이 없었다. 다만 질투 때문에 너는 이제 이곳에서 물러나게 되었는데, 반드시 인간 세상의 어떤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천자가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그곳에 관해서 듣고 싶습니다.”

제석천왕은 대답하였다.

“이제 이 아래 세상 염부제 땅에 바라나라는 이름의 큰 성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선각이란 장자가 살고 있다. 그 장자는 매우 부유하여 재물도 많고 세력도 아주 크며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다만 하나 그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러니 너는 이제 마음을 내어 바라나성으로 가서 그의 아들이 되어라.”

그 때 천자는 과거세에 천자의 몸을 얻어 모든 선의 근원을 심고 생사를 해탈하는 인연을 지어 열반을 향하고 번뇌를 등져 모든 유(有)를 취하지 않고 일체 유위(有爲) 가운데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 일생에서 번뇌[漏]를 다하고 성도(聖道)를 증득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 천자는 제석천왕에게 말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천왕이시여, 나는 이제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세상의 즐거움을 얻고 싶지 않습니다. 또 호명(護明)보살대사께서 오래지 않아 도솔천에서 내려가 가비라성 석가 종성인 정반왕궁에서 정반왕의 부인에게 태어나되 오른 옆구리로 태에 들어가 달이 차서 날 것이요, 태어나서는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이루고 나면 마땅히 위없는 법륜을 굴리실 것입니다. 나는 그 보살 곁에서 범행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저 장자는 재물과 진귀한 보배가 있고 세력이 매우 크고 모든 것을 골고루 다 풍족하게 갖추었지만 그의 집은 게으름을 피우는 곳이 되므로 나는 그 집에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자 제석천왕은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다만 그 집에 나기를 원하라. 호명보살은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이루고 나서는 마땅히 위없는 법륜을 굴리실 것이다. 나는 그 때 너의 출가할 인연을 성취시키고 또한 너의 출가를 도와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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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가 제석천왕에게 대답하였다.

“어지십니다, 천왕이시여. 만약 그 때 천왕께서 나의 발심 인연을 도와서 이루어지게 해 주신다면 그 집에 나겠습니다.”

이 때 제석천왕은 그 니구타나무 신에게 일렀다.

“너 나무 신아, 만약 때를 알거든 너는 속히 그 장자에게 ‘그대 장자여, 그대의 소원대로 머지않아 반듯한 아들을 얻을 것이며, 그 아들은 태어난 뒤 오래지 않아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될 것이다’고 알려 주어라.”

그 나무 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곧 그 장자의 집으로 가 허공에서 몸을 숨긴 채 말하였다.

“크게 훌륭한 장자여, 그대는 반드시 지혜롭고 반듯하고 복덕이 있는 아들을 낳을 것이다. 다만 그 아들은 태어나서 오래지 않아 꼭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될 것이다.”

그러자 장자가 말하였다.

“훌륭하신 천신이여, 나는 자식 낳기만을 원할 따름입니다. 나는 방편을 써서 그 아이가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게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그 때 그 천자는 도리천에서 아래 세상으로 떨어져 그 장자 부인의 태에 들었다. 부인은 아이를 잉태한 것을 알고 장자에게 알렸다.

“매우 어지신 장자여, 기뻐하세요. 제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곧 부인을 위하여 몸조리할 가장 훌륭한 방법들을 찾았다. 그리하여 가장 훌륭한 자리와 가장 훌륭한 장식과 가장 훌륭한 시중과 가장 훌륭한 음식과 가장 훌륭한 옷을 부인에게 주어 즐겁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장자는 바라나성의 사대문 밖의 네거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무차회(無遮會)를 베풀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찾아와 음식을 구하면 음식을 주고 꽃다발을 구하면 꽃다발을 주고 향을 구하면 향을 주고 바르는 향을 구하면 바르는 향을 주고 와구를 구하면 와구를 주는 등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모두 주었다. 그리고 그 집안의 모든 재물은 다 창고 안에 넣고 모든 술집과 모든 도살장도 없애 버렸다.

때에 장자의 부인은 아홉 달이 차고 또 열 달이 차서 그 태가 성숙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생김새는 매우 단정하였으니, 그 기쁨은 비할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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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었다. 몸은 누런빛을 띠었으니 마치 금 기둥 같았고 정수리는 둥그런 것이 일산과 같았으며 코는 앵무새 같았고 긴 팔이 아래로 드리웠는데 팔다리가 곧고 단정하였다. 눈 코 입 등의 감각기관을 다 갖추었고 살결이 부드러워 마치 우유덩이 같았다.

아이가 태어나자 그 위에 7보로 만들어진 미묘한 일산이 저절로 나타나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일은 처음이다, 정말 신기하다”며 함성을 질렀다.

장자는 아이를 위하여 유모를 네 명 두었는데, 첫째 유모는 안아 주는 사람이었고, 둘째 유모는 목욕시켜 주는 사람이었으며, 셋째 유모는 젖을 먹이는 사람이었고, 넷째 유모는 아이와 함께 놀아 주는 사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장자는 항상 사대문 밖 네거리에서 무차회를 베풀었으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는 또 일가친척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내가 이제 아들을 낳았으니, 너희들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 보아라.”

그러자 친척들은 함께 의논하였다.

“이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 아이 위로 보배 일산이 저절로 나타났으니, 이 인연으로 이름이 온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갈 것이다. 그러니 상산[上傘:일산이 위에 있음]이라고 이름을 짓기로 하자.”

그 후 사람들은 이 아이를 야수타(耶輸陀)[야수타(耶輸陀)란 수나라 말로는 상산(上傘)이라고 함]라고 불렀다.

야수타는 그 부모에게는 외아들이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었고, 눈으로 항상 아이를 지켜보고자 하여 눈 앞에서 아이를 길렀다. 그래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을 때면 쉽게 볼 수 있게 하였고 돌보기도 쉽게 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복덕이 있는 사람은 아주 빨리 자라나니

마치 기름진 땅에 과일 나무를 재배하듯 하네.

운명이 박한 사람은 도울 이도 없어서

길거리에 나무 심는 것 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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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차츰 자라 뛰어다니게 되자 그 집안의 법도에 따라 모든 기술을 가르치고 해야 할 일을 배우게 했으니, 이른바 글쓰고 셈을 하며 장부와 문서를 만드는 일, 재물을 주고받는 일, 장사하는 일, 모든 비단을 염색하는 일, 옷을 재봉하는 일, 여러 가지 향의 종류를 구별하고 곡식에 대하여 알며, 7보와 모든 보배를 감정하는 일이다. 아이는 이 모든 일들을 다 능숙하게 배워서 완전히 통달하였으며, 슬기롭고 말솜씨가 뛰어났으며, 지혜가 예리하고 총

명하여 모든 일을 다 이루었으니, 그 아이와 겨룰 사람이 없게 되었다.

나이가 더욱 들어가자 아이는 다른 곳에 살고 싶어하였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집을 세 채 지었다. 한 채는 겨울에 머무는 집이고, 또 한 채는 봄가을에 머무는 집이며, 마지막 한 채는 여름에 머무는 집이었다. 겨울에 머무는 집은 한결같이 따뜻하였고, 여름에 머무는 집은 한결같이 시원하였으며, 봄가을에 머무는 집은 덥지도 춥지도 않고 적절하였다. 또한 세 채의 집안에 있는 모든 그릇들은 전부 보석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음식들도 한결같이

가장 맛있고 달콤하여 마음이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옷도 여러 가지로 화려하게 장식하였고, 또 온갖 가루향과 바르는 향 등을 다 갖추어 두었으며, 단정하고 예쁜 채녀들을 두어 함께 즐기게 하였다. 그 집안에는 당(堂) 앞에 갖가지 계단 길을 두었는데 계단 하나하나마다 5백 명의 사람이 5백 개의 보배 책상을 받쳐 들어 해가 뜨면 곧 펼쳐서 계단을 만들었다가 날이 저물면 다시 걷어들이게 하였다.

집 둘레에도 5백 명이 호위하며 지키고 있었는데, 그 몸에는 견고한 갑옷과 투구를 입고 손에는 칼과 철봉을 들거나 또는 철륜(鐵輪)과 삼지창을 들고 집을 지키게 하였다. 세 채의 집이 모두 똑같았다.

야수타 동자가 어느 날 문득 집을 버리고 출가할까 두려웠던 까닭에 그 집 안팎의 문마다 자물쇠를 굳게 잠그었으며 문을 여닫을 때 그 소리가 반 유순(由旬)이나 들리게 하였다. 그리하여 야수타는 그 집안에서 다섯 가지 욕망의 쾌락을 고루 누리면서 즐기며 지냈다.

당시는 세존께서 바라나에 계시면서 최초의 위없는 법륜을 굴리신 뒤였다. 어느 날 제석천왕은 천상에서 내려와 야수타의 집으로 가서 그에게 일러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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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그대 야수타여, 이제 때가 되었다. 그대는 조만간 집을 버리고 출가해야 한다.”

제석천이 이렇게 말하자 야수타는 잠잠히 받아들였다. 묵묵하게 그 말을 받아들인 뒤에 동이 터 올 무렵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고자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 동산으로 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걸식을 하기 위해 바라나성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셨다. 장로 아사유시(阿奢踰時:調馬)가 시자(侍者)로 따랐다.

야수타가 멀리에서 여래께서 다가오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단정하고 걸음걸이가 침착하였으며 온몸은 모든 특징을 완전하게 갖추고 장엄되어 있는 것이 마치 허공에 별이 가득한 것과 같았다. 야수타는 그런 여래를 보고 나서 마음이 기쁘고 깨끗해졌다. 그는 기쁘고 깨끗한 마음이 일어나자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세 번 두루 돌고는 다시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야수타가 여래를 보고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부처님께서는 그의 깨끗한 마음을 아시고 곧 미소를 지으며 광명을 놓으셨다. 그러자 장로 아사유시는 옷을 정돈하고 섰다가 오른쪽 어깨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미소를 짓고 빛을 발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사유시에게 이르셨다.

“너 비구여, 야수타 동자가 내게로 와서 나에게 절을 하고 세 번 나를 돈 뒤에 다시 수레에 올라 떠난 모습을 보았느냐?”

“예, 세존이시여, 저도 보았습니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이 야수타 동자는 오늘 밤 틀림없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내게로 와서 사문이 되기를 청할 것이요, 사문이 되고 나서는 오래지 않아서 아라한과를 얻을 것이다.”

한편 야수타는 동산에 들어가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며 점차 앞으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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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갔다. 그 때 제석천왕은 신통력으로 죽은 여자 시체 하나를 만들어 내었는데, 그 몸은 퉁퉁 부어서 막 썩으려 하였고, 쉬파리와 온갖 벌레들이 군데 군데, 엉켜서 빨아먹고 있었다. 야수타는 그 시체가 이렇게 썩어 냄새가 나는 것을 보자 더러운 생각이 일어나서 혼자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렇게 냄새나고 썩을 몸에 무슨 즐거울 것이 있어 애착하는 마음을 내고 스스로 방일하였으며, 다시 또 어떻게 이 속에서 즐겁다는 생각을 낼 것인가? 이미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을.’

그리고 나서 곧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제 냄새나고 더러운 즐거움을 누리지 않을 것이다.”

그 동자는 동산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였다. 이 때 제석천왕은 신통력으로 모든 채녀들을 다 잠에 취하게 하고 집안 곳곳에 촛불을 켰는데 촛불을 팔뚝만하게 크게 만들어서 온 집안을 환히 비추고 꺼지지 않게 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 그날 밤이 되자 이렇게 생각하셨다.

‘오늘 밤 그 야수타 선남자는 틀림없이 용맹하게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기를 청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시고 파라나(波羅那)[수나라 말로는 단체(斷除)라고 함] 강가로 가셔서 강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손수 풀을 가져다 자리를 깔고 가부를 하고 앉으신 채 하룻밤을 쉬려 하셨다. 이것은 저 야수타 선남자를 마음으로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신 까닭이었다.

한편 야수타는 막 잠이 들었다가 문득 깨어나 집안을 보게 되었다. 집안 곳곳은 팔뚝만한 등잔불로 환히 밝은 가운데 여러 채녀들이 잠들어 있었다. 채녀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자니, 어떤 채녀는 목에 작은 북을 건 채 잠들었고, 어떤 채녀는 비파를 끌어안고 잠들었으며, 어떤 채녀는 오현금(五絃琴)을 끼고 잠들었고, 어떤 채녀는 공후를, 어떤 채녀는 북을 끌어안았고, 어떤 채녀는 손에 젓대나 퉁소 등의 온갖 악기들을 든 채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채녀는 몸을 반이나 드러낸 채 드르렁거리며 잠들어 있었고, 어떤 채녀는 온통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 누워 있었고, 또 어떤 채녀는 침을 흘리며 지저분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고, 어떤 채녀는 이가는 소리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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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었고, 어떤 채녀는 엎어진 채 잠들었고, 다른 채녀는 얼굴을 제낀 채 잠들어 있었다.

야수타가 여러 채녀들이 온 집안에 가득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자 시체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런 모습들을 보자 곧 싫어져서 떠나고 싶은 마음과 근심스러운 생각이 일어났고, 마음속은 온통 오직 기꺼이 열반을 구하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열반을 향하려는 뜻을 세우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은 커다란 공포가 가득 찬 곳이다. 아아, 이곳은 너무나도 어지럽고 불안하며 혐오스러운 곳이다.’

야수타는 이렇게 보고 나서 잠자리에서 홀연히 일어나 가죽신을 신었다. 그 신은 온갖 보배로 만든 것이어서 그 값을 치자면 2백천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신발을 신고 나서 생각했다.

‘방에서 내려 마당까지 가려는데 층계 길이 없구나.’

그 때 제석천왕은 곧 층계 길을 가져다 그 앞에 놓고 몸에서 광명을 놓아 그 광명으로 집안을 널리 비추었다.

야수타는 이 광명을 보고 방에서 나와 점점 아버지가 머무는 집의 여러 채녀들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버지가 누운 방안을 보니, 질좋은 향유와 팔뚝만한 심지로 환히 불밝힌 등불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었는데, 잠들어 있는 여러 채녀들을 보자니 한결같이 악기들을 목에 걸거나 품에 안고서 곯아 떨어진 모습이 앞서 보았던 시다림(屍陀林)의 송장과 꼭 같았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싫어져서 떠나려는 생각이 일어났고, 나아가 아주 커다란 공포심을 일으켰

다.

야수타가 아버지의 방에서 나와 차츰 바깥 문에 이르렀는데, 그가 보자니 바깥 문의 자물쇠는 너무나도 견고하였고, 문이 열리는 소리는 반 유순이나 퍼지는 것이었다. 그 때 제석천왕은 재빨리 문을 열면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감추었으니, 그것은 바로 야수타가 출가할 때 그 어떤 장애가 있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야수타는 집을 나와 성문에 이르렀다. 그 문의 이름은 발타라파제(跋陀羅婆提)[수나라 말로는 현주(賢主)라고 함]라고 하는데, 역시 견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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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달려 있었으며 여닫을 때의 소리 또한 반 유순이나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그 때 제석천왕은 한생각 사이에 그 문을 열고 그 소리를 감추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무도 야수타의 출가 인연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야수타는 성문을 나와 차츰 파라나 강가에 이르렀다. 그 때 그 강물은 홀연히 물이 불어나서 강 언덕에까지 넘쳐 온갖 새들이 머리를 숙이지 않고도 그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제석천왕은 곧 자신의 빛을 숨겼다.

한편 야수타는 그 강 언덕에 이르렀는데 곧 강가에 멈추어 서서 이렇게 외쳤다.

“큰 걱정이구나. 아아, 너무나도 무섭구나.”

그 때 부처님께서는 강 저편 언덕을 거닐고 계시다가 야수타를 가엾게 여기신 까닭에 몸에서 광명을 놓으며 금빛 팔로 손을 뻗쳐 야수타를 향해 내밀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잘 왔구나. 그대 야수타여, 이곳은 두려움이 없다. 이곳은 안락하고 이곳은 자재롭다.”

게송이 있었다.

여래께서는 이미 그의 마음을 보시고

입으로 이런 말씀을 외치셨네.

‘그대가 왔구나, 그대가 왔구나, 야수타여.

여기 두려움 없는 열반의 길을 찾아서.’

세존께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고

세존께서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네.

그러므로 능히 그의 마음을 아시나니

그래서 세존께서는 모든 밝음을 갖추었다고 하네.

이 때 야수타는 세존의 이런 말씀을 듣자 곧 모든 근심과 괴로움이 사라지

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늦봄에 길을 가다가 심하게 더위를 먹어서 지칠 대로 지치고 심하게 목이 말라 있었는데, 문득 못을 하나 만나서 그 시원한 물 속에 들어가 몸을 씻고 물을 마셔서 더위먹고 힘들고 괴로웠던 것을 모두 없애는 것과 같았다. 야수타 선남자는 부처님의 이와 같은 위로하는 말을 듣고 나서 곧 모든 마음의 근심을 멸하고 마음의 적정을 얻었다. 그는 마음에 한량없는 기쁨이 차오르고 온몸에 기쁨이 퍼져 나가자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온갖 보석으로 만든 2백천의 값어치가 나가는 가죽신을 벗었다. 그는 마치 사람들이 눈물이나 가래침을 뱉을 때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가듯 가죽신을 벗어 버리고 파라나 강물로 걸어 들어갔다. 그가 강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강물은 예전처럼 얕아졌다.

마침내 야수타는 강물을 잘 건너서 저편 언덕에 이르러 세존께서 계신 곳에 도착하였다. 야수타가 멀리서 세존을 보니, 위의가 정돈되고 용모가 훌륭하였으며 모든 근(根)이 고요하였고 마음과 뜻이 반듯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몸은 32가지 특징으로 장엄되어 있으니, 마치 허공에 별들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이런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나자 다시 깨끗한 기쁨이 일어났다. 차츰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마침내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야수타가 한쪽에 물러나 선 것을 보시고 곧 그를 위하여 차례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의 행과 지계의 행을 설하시고, 다음에 하늘에 나는 인연의 행을 설하셨으며, 다섯 가지 욕망은 죄가 있고 우환이며 모든 누(漏)를 다하지 못하여 여전히 번뇌가 있음을 설하시고, 출가에 대한 청정한 법을 찬탄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야수타가 마음에 이미 기쁨을 내고 이미 희유한 마음을 일으켰으며,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걸림이 없어져 법을 받

아들일 수 있게 되었음을 아셨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부처님께서 지니신 남을 기쁘게 하는 말과 도를 얻게 하는 말로써 그에게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고(苦)․집(集)․멸(滅)․도(道)의 4성제인데 야수타를 향하여 이 법을 설하실 때 그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번뇌를 다하였다. 번뇌를 떠나자 모든 법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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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깨끗한 법의 눈을 내었으며, 모든 번뇌[結惑]를 다 없애고 진실하게 증득해서 깨달았으니, 마치 검은색 실로 꿰매지 않은 아주 깨끗한 옷이 염색을 고스란히 잘 받아들이듯 그렇게 야수타 선남자의 마음도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번뇌가 다 사라졌고, 나아가 진실하게 모두 증득해서 깨달았다.

한편 야수타 선남자의 아내는 잠에서 깨어났는데 침상에 남편 야수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야수타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었으며 지극하게 탐하고 있었고 말할 수 없는 애정을 품고 있었기에 곧 야수타의 어머니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거룩한 어머니여, 지금 어머니의 사랑하는 아들 야수타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제가 간밤에 잠에서 문득 깨어나 그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야수타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야수타의 아버지인 장자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장자여, 지금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야수타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신부의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

장자는 집안에서 야수타가 없어졌단 말을 듣자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서둘러 지혜 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을 보내고 혹 산수 선생․노름하는 사람․유곽으로 보내 찾아오게 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이런 곳으로 가서 내 아들 야수타를 찾아오너라.”

그리하여 심부름꾼들은 바라나성 네거리를 향하여 방울을 흔들며 외쳤다.

“만약 누구든 야수타를 보았거나 야수타가 어디 있는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안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그곳을 알려 주거나 소식을 듣게 해 준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백천 냥의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을 주겠소.”

그리고 새벽에 성문을 열게 하고 심부름꾼들을 시켜 서둘러 나가 보게 하면서 이렇게 일러두었다.

“너희들은 성 밖으로 어서 나가 우리 야수타를 찾아보거라.”

야수타의 부친인 장자는 새벽이 다가오자 근심에 싸여 눈물을 떨구고 슬피 울면서 급히 발다라제 성문으로 나갔다. 성문에 도착한 뒤에 점점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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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다가 야수타의 신발자국을 찾아냈다. 신발자국을 찾아낸 뒤에 따라가 보았더니 발자국은 강 언덕에서 끊어졌으며, 그곳에서 2백천의 값어치가 나가는 아들의 가죽신을 발견하였다. 그는 겨우 제정신을 되찾고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야수타는 지금 죽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 크게 숨을 내쉬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그가 죽었다면 이 가죽신은 이미 없어졌을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장자는 가죽신을 보고도 만지지도 않고 연연해 하지도 않고는 저버리고 떠나갔다. 마치 어떤 사람이 남의 가래침을 보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듯이 이렇게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은 그 7보로 만든 한 켤레의 가죽신을 보고도 그냥 저버린 채 지나 곧 그 파라나강을 건너 아들을 찾아갔다.

이 때 세존께서는 강가에서 멀리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이 부처님을 향하여 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이 아들을 찾으러 왔구나. 그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어쩌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야수타 선남자를 포옹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변화 신통을 내리라. 만약 신통 변화를 낸다면 그의 부친은 이곳에서 오직 눈으로만 야수타 선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이내 물러설 것이다.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해야겠다.’

이 때 야수타의 부친은 멀리서 세존을 보니, 위의가 가지런하고 단정하고 훌륭하여 마치 허공의 별이 해와 달을 장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써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이렇게 여쭈었다.

“훌륭하고 훌륭하신 대덕 사문이여, 저의 아들 야수타가 여기 온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 장자에게 이르셨다.

“장자여, 그대가 만약 시간이 괜찮거든 잠깐 편히 앉으라. 오래지 않아 야수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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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사문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하는 말은 분명히 진실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마음에 기쁨이 생겨나서 가득 차오르니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러 섰다.

이 때 세존께서는 곧 장자를 위하여 차례차례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를 행하는 것과 번뇌를 모두 다 멸하고 진실하게 증득하여 깨달는 것이었다. 마치 깨끗한 옷이 쉽게 물이 들듯이 그와 같이 장자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진실하게 증득하여 알았으며,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어 번뇌의 바다를 건너고 모든 걸림을 뛰어넘어서 다시는 의심하지 않게 되었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르렀으며,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

을 듣지 않고 세존에게서 법의 가르침을 얻어 듣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함을 받고 아울러 5계를 받았다.

이 때 인간 세상에서 그 장자가 가장 먼저 우바새가 되었으며, 사람의 몸 가운데 세 번 아룀[三白]으로써 3귀의를 이룬 사람은 이른바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이니,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때에 그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은 이렇게 증득하여 보았으며, 이렇게 관찰하고 행하여 도의 자취를 얻었으며, 번뇌[漏]가 이미 다 사라졌음을 보고 일체법 가운데서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야수타의 부친은 법을 듣고 보아 알았으며 진실하게 번뇌를 다 없애어서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니, 옛날처럼 집에서 모든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신통을 거두어야겠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신통을 걷으셨다. 그러자 야수타 부친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 야수타여, 너의 어머니는 너를 생각하여 너무나도 모진 고통을 받고 있다. 너로 인해서 통곡하고 너를 위하는 까닭에 슬퍼하고 있다. 너로 인해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르니, 너는 어머니에게 가서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말하자 그 야수타 선남자는 곧 부처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야수타 부친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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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장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배우는 사람이 이미 모든 지혜를 배우고 이미 법을 보는 것을 배워서 법을 들을 때에 증득해 알고 번뇌가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하자. 그런 사람이 마음을 돌이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다시 다섯 가지 애욕을 즐기겠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세존께서는 장자에게 이르셨다.

“이 야수타 선남자는 이제 이미 지견을 배웠고 모든 법을 증득하였으니 그대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야수타도 설법을 들을 때 도(道)의 자취를 증득하였고 모든 번뇌가 이미 다 사라져 마음이 깨끗하게 해탈하였다. 이 야수타 선남자는 이제 다시 집안에 돌아가 옛날 집에 있을 때처럼 다섯 가지 애욕을 누리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장자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야수타는 이제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 큰 이익을 잘 얻었고 세간에 잘 태어나서 모든 번뇌를 다 없앴고 마음이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야수타 선남자의 몸이 여러 가지 장신구로 치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시고 곧 게송을 읊으셨다.

온갖 장신구로 그 몸을 장엄하고

그 마음이 적정하여 법을 증득하고

모든 근을 조복하여 모두 청정해

모든 중생에게 큰 자비를 일으키리.

만일 이와 같이 진실하게 행하면

이것을 이름해 참된 범행이라 하네.

또한 사문 석가의 아들이라 불리고,

또한 비구승이라 불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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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제가 음식을 보시하고자 청하오니 야수타 선남자들과 함께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장자를 가엾게 여기셔서 묵묵히 그 청을 받으셨다. 장자는 이미 세존께서 묵묵히 허락하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세 번 돈 뒤에 물러갔다.

장자가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아 그 야수타 선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시고 구족계를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야수다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너는 이제 내가 설한 법 속에서 범행을 행하여 바로 모든 번뇌를 다 없애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그 장로 야수타의 몸은 곧 출가자의 모습이 되었고, 구족계를 받아 위대한 사문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이 세간에는 일곱 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요, 그 다음은 다섯 비구와 야수타였다.

다음날 세존께서는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야수타에게 명하여 시자를 삼고 그의 부친의 집으로 향하셨다. 그 집에 이르러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이 때 장로 야수타의 모친과 아내는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그들을 위하여 차례로 법을 베푸셨으니, 이른바 이와 같이 보시를 행해야 하는 것 등이며, 나아가 그들은 깨끗해졌다. 여래께서는 그들이 마음에 기쁨을 일으켜서 깨끗하고 부드러워졌고 마음에 장애가 없어진 것을 아셨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를 기쁘게 하는 법인 고제(苦諦)와 고집제(苦集諦)와 고멸제(苦滅諦)와 득도제(得道諦)를 설하셨는데, 그 때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티끌을 멀리 여의고 깨끗한 지혜를 얻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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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번뇌가 다 사라지고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다. 그리고 모든 때[垢]와 모두 멸해야 할 법을 다 알고 다 멸하여 진실하게 증득해 알았으니, 마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옷이 물을 들이는 대로 그 색을 받아들이듯이 그와 같이 그 권속들도 앉은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더러운 법을 멸하였으며, 진실하게 증득하여 깨달았다.

그 부인들은 이미 모든 법을 보고 증득하여 깊이 들어가서 모든 법 가운데에서 번뇌의 구렁을 건너고 의심과 두려움이 없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지 않고 세존의 가르침 가운데서 지견(知見)을 얻어 부처님과 법에 귀의하고 또 승가에 귀의하고 곧 5계를 받았다.

그리하여 이날 인간 세상에서 최초로 3귀의와 5계를 받아 최초의 우바이가 된 사람은 바로 장로 야수타의 모친과 아내와 그의 모든 권속들이었다.

이 때 매우 부유한 선각(善覺) 장자는 세존께서 그 권속들을 위해 설법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곧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장자와 그의 아내와 또 며느리는 손수 온갖 맛있는 음식을 부처님과 야수타에게 받들어 올리고 공양하였으니, 이른바 온갖 구미에 맞추어 베푼 음식으로 모두들 흡족하고 마음대로 포식하였다.

이 때 장로 야수타의 부친 선각 장자와 그 부인과 며느리는 부처님께서 공양이 끝나 옷과 발우를 거두시고 손발을 씻고 이와 같이 청정하게 앉으심을 보고서 각자 자리를 가지고 차례로 부처님 앞에 들어와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선각 장자와 그 권속들이 법답게 그 앞에 앉은 것을 보시고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그들을 해탈케 하고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려고 분에 따라 법을 설하셨다.

그들은 법을 듣고 나자 마음에 크게 기쁨을 일으켰으며, 믿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고 위엄과 덕이 더욱 커졌다. 그들이 법을 듣고서 나아가 모두 마음에 기쁨을 내는 것을 아시고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고, 야수타는 부처님을 따라 떠나갔다.

 

 

 

 

불본행집경 제3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9. 야수타숙연품(耶輸陀宿緣品)

그 때 천축국 바라나성에는 매우 부유한 장자인 거사(居士)가 네 사람 있었는데, 그들은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그 네 사람의 이름은, 첫째는 비마라(毘摩羅)[수나라 말로는 무구(無垢)라고 함]요, 둘째는 수파후(修婆睺)[수나라 말로는 선비(善臂)라고 함]요, 셋째는 부란나가(富蘭那迦)[수나라 말로는 만족(滿足)이라 함]요, 넷째는 가파발제(伽婆跋帝)[수나라 말로는 우주(牛主)라고 함]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야수타 선남자가 사문에게 가서 범행(梵行)을 수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그 위대한 사문의 법행(法行) 가운데 범행은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다른 이보다 뛰어나며, 그 법회(法會)의 모임은 반드시 으뜸가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야수타 선남자가 사문 곁에 가서 범행을 받아 행하고 곧 출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저 위대한 사문 곁에 가서 범행을 닦기를 청해야겠다.’

그들은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함께 야수타에게 갔다. 그들은 야수타를 만나 좋은 말과 착하고 훌륭한 말로 속내 이야기를 나누었고 기쁜 말로 대화를 나누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안부를 묻고 위로한 뒤에 각각 한 옆에 앉은 뒤에 그 네 장자는 함께 야수타에게 말하였다.

“존자 야수타여, 이 범행은 반드시 견고하여 틀림없이 다른 가르침보다 뛰어날 것이며, 이런 법의 모임은 공경할 만하고 애정을 가질 만합니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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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금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받아 행하듯 우리도 이제 저 위대한 사문 옆에서 범행을 닦으려 합니다.”

그러자 장로 야수타는 곧 그 바라나성의 장자 네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그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 옆에 앉았다. 야수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각 세존이시여, 여기에 있는 장자 네 사람은 제가 집에 있을 때 모두 저의 벗이었고 한결같이 훌륭한 선남자들로서 그 이름은 무구․선비․만족․우주라고 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오늘 여기 와서 세존께 귀의하고자 합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부디 이 장자 네 사람을 위해서 마땅한 법을 설하시고 가르치고 인도하여 주소서.”

이 때 세존께서는 큰 자비를 내시고 가엾게 여겨서 그 네 장자를 위하여 차례차례로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보시․지계․인욕과 나아가 여러 가지 법의 요긴한 것들이었다.

그 장자들은 부처님의 이런 법상(法相)을 듣고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집기한 법[集法]을 다 알고 또 멸하는 법[滅相法]에 대해서도 진실하게 알게 되었다. 마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옷이 염료에 들어가면 그 색을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듯이 그와 같이 네 명의 장자는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와 집기하는 법과 멸하는 법을 알고 여실히 증득하여 깨달았다.

장자 네 사람은 모두 다 이와 같은 모든 법상(法相)을 보고 법상을 얻고 법상을 증득하고 법상에 들어 번뇌의 자갈밭을 건너서 마음에 걸림이 없고, 모든 의심의 그물을 건너고, 번뇌를 없애어서 두려움이 없는 경지를 얻었는데, 다른 가르침을 따라서 안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에 의지해 행한 것이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합장한 뒤 아뢰었다.

“대각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불세존 곁에서 출가하여 부처님께서 가르치시는 법에 따라 구족계를 받고자 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장자 네 사람에게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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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비구들아, 청정하게 잘 왔다. 나의 법에 들어와 범행을 행하면 모든 괴로움이 멸하기 때문이다.”

이 때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바라나의 장자 네 사람은 머리털과 수염이 저절로 떨어져 삭발한 지 7일 정도 지난 것처럼 되었으며, 몸에는 저절로 3의가 입혀졌고 손에도 발우가 들려졌다. 그리하여 곧 그 장자 네 사람은 출가를 이루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 때 네 장자는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구족계를 받고 한 곳에 머물면서 모든 번거로운 일을 다 버리고 몸과 입을 삼가하고 방일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였으며, 한적한 곳에서 선행(善行)을 행하여 홀로 앉고 홀로 일어나기를 한 번도 쉬지 않았으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난야(蘭若) 안에 머물렀다. 그 모든 선남자들은 도를 구하기 위하여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여 오래지 않아 위없는 범행을 얻고 스스로 법상(法相)을 보고 스스로 모든 신통을 증득

하여 두려움이 없이 행하면서 이렇게 소리내어 말하였다.

“이미 생사를 끊고 범행의 과보를 얻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내생에 다시 후세의 유(有)를 받지 않고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였다.”

그 네 장자는 다 일시에 아라한을 이루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이리하여 세간에는 열한 사람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시고, 둘째는 다섯 비구, 셋째는 야수타와 그의 재가 시절에 가장 친한 벗이었던 네 명의 장자인 선남자들이었다.

그 때 장로 야수타는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친구가 50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여러 다른 나라에서 왔거나 혹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선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야수타 선남자가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말하였다.

“그의 범행은 틀림없이 뛰어날 것이고, 그 법의 모임은 견고할 것이다. 그 야수타 선남자가 위대한 사문을 섬기고 범행을 행하고 있으니, 우리도 이제 그 위대한 사문 곁에 가서 범행을 닦기를 청하자.”

그들은 이렇게 의논한 뒤에 함께 어울려 곧 야수타에게 갔다. 그리하여 야수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교묘하고 고운 문구와 가지가지 담론으로 문안하고 공경하고 나서는 한쪽 옆에 물러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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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50명의 친구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가장 이름 있는 장자(長者)들이고, 지난날 야수타가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친한 벗들이었으므로 곧 함께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야수타여, 지금 이 범행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가르침보다 가장 좋은 줄 압니다. 그래서 장로께서는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는 것입니다. 우리도 기꺼이 당신과 함께 부디 저 위대한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고 싶습니다.”

그러자 야수타는 곧 그 50명의 옛 친구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 옆에 앉았다. 야수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크게 어지신 세존이시여, 제가 지난날 집에 있을 때 이 50명의 친구들은 앞뒤에서 지낸 사이인데 모두 선남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 즐거이 여래께 귀의하고자 하니, 부디 세존께서는 큰 자비와 연민으로 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가르쳐서 그들을 일깨우고 가르쳐 인도해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그들을 위해 수순하여 법을 설하셨고, 장자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아가 진실하게 모든 것을 다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 장로들은 모두 번뇌가 완전히 없어진 아라한을 이루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이리하여 세간에는 61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부처님과 다섯 비구와 야수타와 그 바라나성의 네 친구인 무구․선비․만족․우주와, 또 야수타의 재가 시절 친구였던 50명으로서 이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불러 모인 선남자들이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나 녹야원에서 이런 사람들을 제도하시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장로 야수타에게 이르셨다.

“너 야수타여, 너는 여기 있고 나를 따라오지 말아라. 왜냐 하면 너 야수타는 어려서부터 그 몸이 괴로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또 몸의 살결이 부드러워서 거친 옷을 입거나 나쁜 음식을 먹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는 여기 있으면서 부모님이 베푸는 공양을 받으며 좋은 의식을 마음대로 받으라. 너의 부모는 너를 공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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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야수타는 가르침을 받들어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을 따라서 저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야수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바라나에 정착하고 옮겨 다니지 않았다.

한편 천축국 바라나성에는 또 5백 명의 상인들이 있었는데, 야수타 재가 시절의 친구였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을 캔 뒤에 동시에 집에 돌아와 서로 야수타가 있는 곳을 물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야수타가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고 있음을 알고 서로 말하였다.

“그의 범행은 틀림없이 으뜸가게 미묘할 것이며 가르치는 법이 남보다 훌륭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야수타 선남자가 어찌 마음을 돌려 그 위대한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겠는가? 우리도 지금 그 위대한 사문 곁에 나아가 범행을 닦기를 청하자.”

그리하여 5백 명의 상인들은 함께 모여서 장로 야수타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지신 야수타여, 참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바다로 나아갔다가 지금 돌아와 당신이 출가한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편안하며 번뇌로움 없이 즐거우십니까?”

이렇게 여러 좋은 말로 안부를 물은 뒤에 각기 공손히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5백 명의 상인들은 장로 야수타에게 말하였다.

“그대 야수타여, 지금 이것이 훌륭합니까?”

야수타가 대답하였다.

“그렇고 그렇소. 지금 이것이 가장 훌륭하오.”

그러자 그 5백 명의 상인들은 곧 집을 버리고 장로 야수타 곁으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으나 여러 해가 지나도록 도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는 다른 나라를 유행(遊行)하시다가 돌아와 사바제성(舍婆提城)에 이르러 기타림(衹陀林) 정사(精舍)에 계셨다.

그 때 그 장로 야수타는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하안거를 마치자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께서 기타 정사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가서 뵈려 하였기 때문이다. 그 나그네 비구들이 기타림 동산에 이르자 그곳 주인 비구들은 발우를 받아 들거나 혹은 옷짐을 받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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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방안으로 들였는데 이 때 몹시 시끄럽고 큰 소리가 나 떠들썩해졌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 까닭을 아시고 장로 아난에게 짐짓 물었다.

“장로 아난아, 지금 여기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이토록 큰 소리로 시끄럽게 떠드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이시여, 지금 밖에 장로 야수타가 상수가 되어 5백 명의 나그네 비구들을 거느리고 이곳에 와 있습니다. 저희들은 나그네 비구들이 온 것을 보고, 이곳에 본래부터 있던 모든 비구들이 서로 위로하고 안부를 묻고 옷과 발우를 받아 방안에 들이느라 이런 큰 소리가 일어났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장로 아난아, 네가 만약 때를 알거든 나를 위하여 그 나그네 비구들을 불러오너라.”

아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곧 그 나그네 비구들에게 일렀다.

“그대 장로들이여, 세존께서 당신들 모든 나그네 비구들을 부르십니다.”

모든 비구들은 아난의 말을 듣고서 답하였다.

“장로의 말씀대로 저희들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5백 명의 모든 나그네 비구들은 아난의 이런 가르침을 듣고서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한쪽으로 물러나 잠잠히 섰다. 모든 나그네 비구들이 한쪽에 물러가서 묵연히 서자, 이 때 세존께서는 그 모든 나그네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무엇 때문에 세상 사람이 서로 다투고 소리 지르며 싸우듯 큰 소리를 내는 것인가? 너희들의 그 소리는 마치 어부들이 서로 앞다투어 물고기를 좇으면서 고함을 지르며 말하는 것 같구나. 너희 비구들은 모두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 나는 이곳에서 너희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 나는 너희들을 따라가겠다.”

그 5백 명의 새로 들어온 나그네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런 말씀을 듣고 각기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두루 세 번 돌고 부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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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고하고 옷과 발우를 들고 정사에서 나와 파라구마제(婆羅瞿摩帝)[수나라 말로는 수미주(秀媚主)라고 함]라는 이름의 강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강 언덕에 머물면서 밤낮으로 쉬지 않고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눕거나 잠들지 않고 맹렬히 수도하여 조도법(助道法)을 증득하는 데에 온통 마음을 기울였다. 그들이 쉬지 않고 마음을 쓰자 오래지 않아서 원하던 일을 이루었다. 그들 선남자는 이미 각각 바른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능히 위없는 범행을 이루

었으며, 스스로 법을 보고 모든 신통을 증득하고 일체 모든 번뇌를 끊고 스스로 말하였다.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의 과보를 얻어 해야 할 일을 다하였으므로 다시는 후세의 유(有)를 받지 않음을 스스로 증득하고 스스로 알았노라.”

그 모든 장로들은 다 아라한을 이루고 마음을 잘 해탈하여 다시는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사바제 기타 정사에 잠깐 머무신 뒤에 다시 여러 마을에 유행하시고자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차례차례 나아가시다가 비야리(毘耶離)에 이르셨다. 그 성에 도착하시자 원숭이 못에 가셨는데, 그 못가에 있던 풀로 얽은 정사에서 잠깐 머무셨다.

때마침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부처님께서는 삼매에서 일어나 풀로 얽은 정사에서 나오셔서 맨 땅에 자리를 깔고 앉으시니, 비구들이 부처님의 앞뒤 좌우에서 두루 에워쌌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장로 아난아, 내가 파라구마제 강기슭의 여러 비구들이 거처하는 곳을 보니, 크게 광명이 있구나. 저 파라구마제 강 언덕에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은 이와 같은 삼매에 머물러 있구나.”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너 이제 저 모든 비구들을 불러 나를 보러 오게 하여라.”

아난은 부처님의 명령을 듣고서 어떤 나이 어린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훌륭하다 장로여, 그대는 빨리 저 파라구마제 강가에 가라. 그곳에는 지금 여러 비구들이 있는데, 그대는 그 모든 장로들에게 ‘세존께서 지금 장로들을 만나려 하시니 때를 알거든 빨리 가서 세존을 만나 뵈라’고 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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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나이 어린 장로 비구는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존자의 가르침을 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나이 어린 비구는 마치 기운 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비리야에서 몸을 감추고 파라구마제 강가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모습을 나타내고 비구들에게 가서 이렇게 알렸다.

“훌륭하십니다, 장로들이여, 당신들은 지금 때를 알거든 세존께서 그대 장로들을 보시고자 하니, 빨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시오.”

이 말을 들은 그곳의 비구들은 그 나이 어린 비구에게 말하였다.

“장로의 가르침을 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자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그 파라구마제 강가에서 각각 몸을 숨기고 비야리성의 원숭이 못가에 있는 풀로 얽은 정사에 도착하여 곧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바로 부동삼매(不動三昧)에 드셨는데, 그 야수타 장로도 부동삼매에 들었고, 그 5백 명의 비구들도 부동삼매에 들었다.

밤 초경(初更)이 지나자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소매를 벗어 올리고 옷을 단정히 여미고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밤 초경이 된 듯합니다. 세존께서는 저 나그네 비구 스님들을 위로하고 일깨워 주옵소서.”

그런데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이렇게 하여 한밤중이 지나서 아난이 다시 청하였으나 세존께서는 묵묵히 계셨다.

그 밤 3경(更)이 지나서 아난은 다시 또 청하였으나 세존께서는 묵연히 말씀이 없으셨다. 새벽이 되어 북을 치려 하고 샛별이 나타날 무렵에 장로 아난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소매를 벗어 올리고 옷을 단정하게 여민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굽어살피소서. 밤이 이미 후분(後分)이 되어 곧 북을 치고 샛별이 돋으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이제 모든 비구들을 가르치시고 그 모든 나그네 비구들을 위로하여 주소서. 비구들도 앉은 지 오래되어 몸이 피로합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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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아난이여, 너는 이런 뜻을 모를 것이다. 왜냐 하면 만약 네가 이 이치를 알았다면 묻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삼매는 너의 경계가 아니다. 왜냐 하면 아난아, 내가 앞서 이 부동삼매에 들었을 때에 이 5백 명의 비구도 또한 장로 야수타를 상수로 하여 모두가 한결같이 부동삼매에 들어 있었다. 나는 지금 스스로 이런 이치를 알았노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자후로 게송을 읊으셨다.

번뇌와 온갖 욕망의 흙탕물을 이미 건넜고

또 이미 모든 악의 가시도 없앴고

그 탐진치를 완전히 없앤 곳에 이르렀으니

저 괴로움과 즐거움에 다시는 머물지 않네.

이미 저편 언덕으로 건너갔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참다운 용맹이라 하네.

또는 악을 잘 부순 비구라 부르며

또 잘 해탈한 사람이라 이름하네.

그 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자 그 5백 명의 모든 비구들은 마음에 희유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일었다. 희유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일어나자 서로에게 말하였다.

“모든 장로들이여, 참으로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 장로 야수타는 큰 신통이 있으며, 이 5백 명의 비구들에게도 모두 큰 신통이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옛날에 야수타와 벗이 되어 서로 어울렸고 그들 부모에게도 또한 다 덕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5백 명의 비구는 각각 마음에 의심이 생기자 세존께 자신들의 의심을 풀어 보려고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이 장로 야수타는 지난 옛날에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금세에 몸을 받아 이렇게 집에 있을 때에는 큰 부자로서 재물과 보배가 많고 두 발 가진 것과 네 발 가진 것을 모두 갖춘 그런 집에서 난 것입니까? 그가 막 태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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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때 그 위에 보배 일산이 덮였고, 또 그 부모는 야수타를 위하여 세 채의 집을 지었는데, 옛날에 어떤 업(業)의 인연으로 이런 과보를 얻은 것입니까? 또 모든 채녀들에 대하여 시체가 버려진 무덤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가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이 되었습니까? 또 어떤 인연으로 그 부모와 아내까지도 모두 성법(聖法)을 얻었고, 또 재가 시절의 벗과 온 국토의 상주(商主)와 조정(朝廷)의 친구들과 파라구마제 강가에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에게 아라한 과(果)를 얻게 하였습니까?”

이렇게 여쭙고 나서 모두들 잠잠히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 바라나성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무슨 일을 경영하고자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이 일을 성취하고 나면 또다시 이런 일을 할 것이요, 그 일을 하고 나면 다시 이런 일을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에 따로 온갖 맛좋은 음식과 좋은 음료수를 다 갖추어서 사문과 바라문에게 베풀리라. 그리하여 그들이 모두 다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리라.’

그 사람은 이런 용맹한 마음의 선업의 인연과 모든 복덕에 힘입어 경영하는 일을 다 이루었다. 그는 일이 잘 이루어진 것을 보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매우 넉넉하게 빠짐없이 준비해서 성문으로 들고 나가 놓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제 이 성문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 사문이나 바라문이라면 나는 이 여러 음식을 그에게 보시하겠다.’

그 때 그 성문 밖에서는 나가라시기(那伽羅尸棄)[수나라 말로는 성계(成髻)라고 함]라는 이름의 벽지불이 한 사람 있었는데 항상 바라나성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 존자 벽지불은 이른 아침 동쪽에서 해가 뜰 때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천천히 걸어 바라나성에 들어와 걸식하려 하였다.

이 사람이 멀리서 그 벽지불을 보니, 위의가 정숙하고 거동이 단정하고 걸음이 조용하여 어긋나게 옮기거나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바로 보고 걸으며, 행동거지가 신중하여 급하거나 느리지도 않고 서서 우러러보는 것이

또한 태연스러우며 얼굴과 옷이 잘 어울렸고 안팎의 위의가 엄숙하였다. 그 사람이 벽지불을 보고 나서 그 마음이 깨끗해져 커다란 기쁨이 일어나 그 음식을 벽지불에게 받들어 올렸다.

그 때 그 벽지불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여러 가지 맛좋은 음식의 보시를 얻었으나 공양할 때가 되지 않았으니, 잠깐 마음을 거두어 생각을 한 곳에 묶어 좌선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 옆으로 물러나 강 언덕에 이르렀다. 마침 그곳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는 그 나무 아래 가부를 하고 앉아 바른 뜻으로 생각을 굳게 하고 몸을 단정히 하고 적정한 마음으로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물러 있었다.

이 때 바라나성에 파람마달다(婆嵐摩達多)[수나라 말로는 범덕(梵德)이라 함]라는 왕이 네 종류의 병사를 거느리고 성문을 나왔다. 이 때 성 밖에서 문득 어떤 사람이 손에 일산을 들고 마을에서 오다가 왕과 마주쳤다. 그 사람은 멀리서 범덕왕이 앞에서 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국왕을 피하여 그가 나를 보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곧 길 아래로 내려가 다른 길로 접어들었는데 그 길을 따라서 파라나 강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강가를 끼고 물길을 따라서 내려가다 얼마 가지 않아서 문득 그 벽지불이 강가 나무 밑에서 바른 생각으로 조금도 그 몸이 흔들리지 않는 채 가부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햇빛이 그 벽지불의 몸에 내리쬐어 그의 몸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벽지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선인(仙人)은 계행이 청정하니 반드시 모든 바른 법을 증득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햇빛이 그 몸을 내리쬐니 얼마나 더위에 괴로울까?’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내가 이제 이 일산을 가지고 그의 몸 위를 덮어서 그늘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때 그 벽지불은 공양할 때가 되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밥 먹을 때가 되었다. 그러니 삼매에서 일어나야겠다.’

그 벽지불이 삼매에서 일어났을 때 그 사람이 일산을 가지고 몸 위를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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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벽지불은 그 사람을 가엾게 여긴 까닭에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18가지의 변화를 부렸다. 즉 허공 속을 가고 움직이고 오갔으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누웠다가 앉기도 하며, 다시 연기와 불길을 내뿜기도 하고 불빛을 놓기도 하고 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솟구쳐 오르거나 가라앉고 숨거나 나타내는 등 이렇게 한량없는 여러 가지 신통을 나타내 보였다.

이 때 그 사람은 곧 이 나가라시기 벽지불에게 깨끗한 믿음이 생겨나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 정례하며 이런 원을 세웠다.

‘부디 제가 내세에 이런 성인이나 혹은 이보다 나은 분을 만나게 되면 그가 말하는 법대로 나도 그 법 가운데서 빨리 증득해 알기를 바라며 내세에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그 벽지불에게 음식을 받들어 올리면서 물었다.

‘존자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살고 계십니까?’

벽지불이 대답하였다.

‘나는 어느 곳에서 살고 나는 어느 곳으로 가는 중이오.’

그러자 그 사람은 벽지불이 거처하는 초가 암자로 가서 암자의 안팎을 깨끗이 쓸고 잡초를 뽑고 나서 그 벽지불에게 청하였다.

‘네 가지 물건을 공양 공급하겠습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가 일체 의복과 음식까지 모두 갖추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받들어 청하고 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부모와 처자, 권속과 그 밖의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벽지불에게 한 약속을 들려주면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이와 같은 계행을 지니고 이토록 청정하며 미묘한 법을 증득한 이런 선인을 만났소. 만약 그대들이 때를 알거든 그곳으로 가서 공양 존중하시오.’

그러자 그 사람의 부모 처자와 벗들과 모든 아는 이들이 그의 말을 듣고서 모두 벽지불에게 나아가 깨끗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였다.

그 때 그 사람은 잠깐 동안 지나서 이런 착한 생각을 내었다.

‘집에 있는 것은 큰 우환이며 번뇌에 얽히는 것이요, 출가하는 일은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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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즐거움이다. 해탈과 무위는 집에 있어서는 하기 어려우니, 한결같이 때가 없는 것을 이룰 수도 없고 또한 한결같이 물들지 않음을 이룰 수 없으며,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하여 때가 없이 범행을 행하려 해도 끝내 얻지 못하리라. 나는 지금 그 선인 곁으로 가서 출가하기를 청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그 사람은 곧 시기 벽지불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선(大仙)이여.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소서.’

그러나 벽지불은 그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거듭 청하고 다시 세 번째 청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선이여.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제서야 시기 벽지불은 마음으로 그 사람이 이렇게 세 번 청함을 어여삐 여겨 그에게 일러 주었다.

‘너 선남자여, 너는 이제 출가하고자 하거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모든 외도들이 있으니, 파리파라사(波梨婆羅闍)[수나라 말로는 행행부행(行行復行)이라 함]라 이름하니, 너는 그곳에 가서 수행하고 몸과 마음을 조복하여 수행해서 내세에 정법 가운데 출가할 인연을 취하라. 또 빌고 원하기를 미래세에 한 부처님께서 출세하여 석가모니여래라 이름하리니, 그 부처님을 보기를 원할 것이요, 그대가 그분을 만난다면 기회를 놓치거나 잃지 않게 할 것이요, 그

여래의 법의 가르침 속에서 출가하여 모든 괴로움을 버리고 떠날 것을 서원하라.’

그 사람은 그 벽지불의 말을 듣고 공손히 받들어 어기지 않고 그의 수명이 다하도록 모든 공양구를 가지고 그 벽지불을 공양하였다.

마침내 존자 나가라시기 벽지불은 인연에 따라 세상에 머물다가 반열반에 들었다. 그러자 그는 모든 권속들과 모여서 벽지불이 반열반에 든 것을 보고 곧 함께 벽지불의 몸을 가져다 법답게 공양하고 다비를 모시고 사리탑을 만들었다. 그리고 탑 위에는 동이를 엎은 것 같은 상륜[覆盆相輪]을 만들어 온갖 보석으로 이루어진 방울을 달고 번개와 일산과 향과 꽃과 가루향과 태우는 향과 등불을 끊어지지 않게 밝히고 공양하였다.

이 때 그는 이렇게 공양하고 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파리파라사에게로 가서 법 가운데 출가하였다. 출가한 뒤에도 그 숲을 의지하여 머물면서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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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주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하며 지냈다. 하루가 지나서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 한쪽에 여자의 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여자는 중병에 걸려 죽었는데 시신은 푸른색으로 썩어 들어갔고 구더기가 구멍을 뚫고 주변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가까이로 다가가서 열심히 관찰하고 살펴보다가 마음속으로 부정한 생각이 나서 버리고 갔다.

이렇게 몸이 부정하다는 것을 골똘하게 생각하며 기억하여 버리지 못하고 자주자주 또 생각하고 부지런히 성취하여 4선(禪)의 마음을 얻고 다시 거듭 이와 같은 원을 세웠다.

‘원하건대 미래세에 석가불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를 만나게 하소서. 그리고 저의 소원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그 분을 뵙는 날 부디 그 부처님 곁에서 동자로 출가하여 범행을 수행하며 그 불세존께서 설하시는 법을 제가 듣고 속히 증득해 알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얼마 동안 세상에 살다가 드디어 목숨을 마쳤다. 목숨을 마친 뒤에 범천의 궁전에 태어났다가 다시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에 났으며, 이러한 차례로 여러 겁(劫)을 지나다 마지막 몸을 받고서 이 바라나성에서 가장 큰 부자인 장자의 집에 태어났으니, 그 장자는 많은 돈과 재물과 옷가지와 노리개 등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또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다시 인연이 있으니 내가 자세하게 말해 주겠다. 지난 옛날을 기억해 보면 오래전에 이곳 바라나성에 가시국(迦尸國)이 있었는데, 그 왕의 이름은 기리시(尸)[기()는 거(居)와 기(祁)의 반절이다. 수나라 말로는 손수(損瘦)라고 함]였다. 그 기리시왕은 가섭불께서 반열반하신 뒤에 그 사리를 거두어 칠보탑을 세웠으니, 이른바 금․은․파리․유리․마노․산호․호박 등의 보배를 탑 속에 넣었고, 그 밖에 다시 돌로 쌓은 보배 탑을 세웠으니, 그 높이가 1유순이요, 너비는 반 유순이나 되었다.

이 때 그 나라 기리시왕이 세운 탑의 이름은 타사파리가(陀奢婆梨伽)[수나라 말로는 십상(十相)이라 함]라고 하였는데, 그 탑 상륜(相輪)의 첫째 복분(覆盆)은 기리시왕이 만들었고, 둘째 복분은 왕비가 만들었으며, 셋째 복분은 왕의 맏아들이 만들었고, 넷째 복분은 공주 마리니(摩梨尼)[수나라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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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소만(小鬘)이라 함]가 만들었고, 다섯째 복분은 둘째 왕자가 만들었고, 여섯째 복분은 셋째 왕자가 만들었고, 일곱째 복분은 넷째 왕자가 만들었다. 너희 비구들은 알아 두어라. 그 때 그 기리시왕의 셋째 왕자가 가섭불․아라하․삼먁삼불타를 위해서 사리탑 위의 여섯째 층에 복분을 만들었으니, 그가 바로 지금의 야수타 비구의 몸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또 저 과거 가라시기 벽지불 옆에서 일산을 들고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사람도 또한 지금 이 야수타 비구의 몸이었다. 저 야수타는 손에 일산을 들고 벽지불 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가섭여래의 사리탑 위에 화려하고 빛나는 복분상륜(覆盆相輪)을 만들었으므로 그런 업연의 과보가 익은 까닭에 막 태어났을 때 머리 위에 저절로 보배 일산이 있게 된 것이다.

또 지난 옛날에 나가라 벽지불을 위해 초가 암자를 지어 주고 여러 가지 필요한 재물들을 가지고 그 시기 벽지불 처소에 가져갔으며, 또 여러 가지 의복과 음식을 공양한 인연의 과보 때문에 이제 모든 것을 갖춘 장자의 집에 태어난 것이요, 한창 나이 때 부모가 그를 위해 세 채의 집을 지어 주고 온갖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복의 과보를 받은 것이다.

또 지난 옛적에 숲에서 죽은 여자의 시체를 보고 부정하다는 생각을 내었고 생각생각이 서로 이어져 그렇게 마음을 집중한 선업 과보에 의해 이번 생에 집에 있다가 모든 채녀들의 몸을 무덤과 같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지난 옛날 저 시기 벽지불 처소에서 ‘부디 제가 세세생생 모든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웠으니, 이런 착한 인연의 과보의 힘 때문에 태어나는 곳마다 악한 갈래를 거치지 않고 천상에서 인간 세상에 나거나 또는 인간 세상에서 천상에 나는 즐거운 과보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또 지난 옛날 저 시기 벽지불 곁에서 ‘부디 저는 내세에 이런 대선(大仙) 존자나 이보다 나은 분을 만나며, 그 세존께서 말씀하신 비밀한 법의 요체를 모두 듣고 받아 지니며 빨리 증득해 알기 원합니다’고 서원을 세운 그 복력의 과보의 인연에 의하여 가장 훌륭한 세존인 나를 만났으며, 또 내가 가르치는 법에 출가하여 번뇌를 모두 멸한 아라한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또 지난날 그 시기 벽지불 처소에서 처음으로 가르침을 들을 때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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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기쁜 마음을 내어서 곧 자기 집에 돌아가 부모와 처자와 모든 일가친척과 권속들에게 나가라시기 벽지불의 여러 가지 공덕을 찬탄하였고, 권속들이 그의 말을 듣고 갑절이나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켜 기쁨에 겨워 이기지 못하였고, 또 그들을 이끌고 함께 온갖 공양거리를 준비해서 그것을 가지고 벽지불에게 가서 예배하고 네 가지 물건을 흡족하게 공양해 드렸으니, 그러한 선업과 복의 과보의 인연으로 이번 생에서도 저 장로 야수타 비구의 부모와

처첩과 모든 권속들이 내 법 가운데서 다 성법(聖法)을 얻은 것이다.

또 장로 야수타가 재가 시절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저 파라구마제 강 가에서 오래 머물던 5백 명의 비구들을 모두 다 아라한과를 이루게 하였으니, 이들은 그 때 벽지불을 만나서 각각 같은 서원을 세우고 한마음으로 이런 큰 서원을 내었고, 선성(仙聖)의 곁에서 모든 선업을 심었기에 이런 과보를 얻은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이렇게 모든 성인 공양하고서

한량없는 큰 과보를 얻었으니

부처님과 시기 벽지불이며

또 모든 나한으로서 번뇌를 다한 자들이다.

혹은 10력을 갖추고

두려움 없는 모든 특징을 고루 갖추었으며

대자대비하신 정등각자 세존을 공양하여

능히 한없는 과보를 얻게 되었으니

모든 부처님과 연각(緣覺)의 복전과

또 모든 성문 해탈한 성중을 공양하면

현재에는 인간과 천상의 과보를 받고

후세에는 고요한 대열반을 얻으리라.

 

 

 

 

 

불본행집경 제3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0. 부루나출가품(富樓那出家品)

어느 때 교살라(憍薩羅) 마을에 가비라성(迦毘羅城)의 파소도(婆蘇都) 성읍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마을에 큰 바라문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정반왕의 국사(國師)였는데, 아주 큰 부자여서 재물과 보화가 많았고, 그의 집은 마치 북방 비사문천왕의 궁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 바라문에게는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수나라 말로는 만족자자(滿足慈者)라고 함]라는 이름의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생김새가 매우 반듯하고 잘 생겨서 견줄 데가 없었으며, 그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하였다. 또한 슬기롭고 총명하고 마음과 뜻이 세밀해서 능히 모든 위타론(韋陀論:베다론)을 외우고 통달하였고 스스로 해득하고 있었다. 또한 남도 잘 가르쳤고 세 가지 위타의 옛 해석인 니건타론(尼乾陀論)․기주파론(祁輈婆論)․해파자론(解破

字論) 등을 잘 이해하였고, 또 지난 옛날의 모든 일과 오명론(五明論)도 자세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한 구절이나 반 구절, 하나의 게송이나 반 토막의 게송까지 모두 다 분별하였고, 또한 수기론(受記論)도 환히 이해하여 세상의 변론 중에서 60가지 일을 모조리 다 알았으며, 대인(大人)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부루나미다라니자는 정반대왕의 실달(悉達) 태자가 탄생하던 바로 그날 동시에 태어났다. 이 사람의 본래 성품은 세간을 싫어하고 해탈을 구하였으며, 번뇌 속에 있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였으며 마음이 언제나 고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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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과거세부터 모든 부처님을 보았고 그 모든 부처님 곁에서 여러 가지 선근(善根)을 심고 많은 복업을 지었으며, 마음을 닦아 열반문(涅槃門)을 원하였고, 번뇌를 즐기지 않고 모든 생사(生死)를 멀리 여의는 행을 지었으며, 모든 얽매임이 파괴되었으니, 이런 인(因)으로 힘을 삼아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으니 성법(聖法)에 이른 까닭이었다.

어느 날 부루나는 홀로 앉아 생각하였다.

‘내 아버지는 이미 수두단왕(輸頭檀王:정반왕)의 국사가 되어 경영하는 일이 많고 여러 가지 기예를 갖추었으며 왕법 가운데서 왕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한다. 또 그 아들 실달 태자도 결정코 그 정반왕과 같아 다름이 없으니 틀림없이 전륜성왕이 될 것이다. 나의 아버지가 계시지 않다면 내가 분명 저 실달 전륜성왕을 도와 국사가 될 것이다. 작은 세력을 지닌 왕의 국사인 내 아버지도 지금 저렇게 잠시도 한가한 틈이 없거늘 하물며 전륜성왕의 국사가 되어

널리 국내의 일을 살핀다면 한가할 틈이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나는 어떤 일을 미리 하고 어떤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제 오직 집을 버리고 출가함이 옳을 것이다.’

부루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서 보살이 밤에 출가하던 그날 한밤중에 부모에게는 여쭙지도 않고 조용히 30명의 친구들과 함께 집을 나왔다. 그리하여 파리파차가법(波梨婆遮迦法)을 따르는 이들에게 가서 출가하여 설산에 살면서 고행하며 도를 구하였다. 함께 간 모든 사람들은 용맹 정진하여 잠시도 쉬지 않아서 마침내 30명이 동시에 4선(禪)과 5신통(神通)을 성취하였다.

어느 날 부루나 고행 선인(仙人)은 혼자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실달 태자가 전륜성왕의 자리에 오를 시절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겠다.’

그리고 부루나는 천안(天眼)으로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바라나 녹야원에서 위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며 모든 천상과 인간을 위하여 분별하고 설법하고 계셨다. 그는 이런 세존의 모습을 보고 나서 곧 벗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크게 기뻐하라. 지금 저 위대하고 성스러운 실달 태자께서 출가하여 이미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셨는데, 증득하신 뒤 벌써 위없는 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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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륜을 굴리고 계신다. 지금 현재 세존께서는 저 바라나성 녹야원 안에서 모든 천상과 인간을 위하여 설법하고 열어 보이고 계신다. 그대들은 이제 가히 나와 함께 그 분의 곁으로 가서 범행을 행하자.”

그러자 벗들은 매우 기뻐하며 대답하였다.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들은 따라가겠습니다.”

그리고 부루나 고행 선인은 몸을 일으켜 30명의 벗과 같이 설산에서 내려와 마치 기러기 왕이 허공을 날듯 허공을 날아올라 바라나 녹야원까지 날아가 부처님 곁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한 뒤에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두 손으로 부처님의 발을 잡고 어루만져 받들고 머리를 들어 부처님 발에 입맞춘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지난날 도솔타 천상에 계실 때

바른 생각으로 흰 코끼리의 모습을 지어서

그 몸을 마야부인 태중에 의탁하시고

석가족 왕궁의 아들이 되셨네.

마치 미묘한 연꽃이 물에 젖지 않듯이

모태에 있어서도 몸이 더럽혀지지 않고

그 모친은 한없는 즐거움을 누리셨지만

5욕락은 탐하지 않고 법을 즐기셨네.

선행만 행하고 온갖 악을 버렸으며

태 속에 계신 당신을 보니 황금 코끼리와 같아

기쁨에 겨워 지칠 줄 모르고 마음이 뛰놀았으며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족한 줄을 몰랐네.

당신은 태 속에서도 항상 설법하셔서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자비심 일으키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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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기뻐하며 법고(法膏)를 마셨네.

세존께서 막 나셨을 때 묘한 말씀 하시기를

“나는 중생들의 생사고(生死苦)를 벗겨 주리라” 하셨고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신 뒤 일곱 걸음 걸으며

사자 왕과도 같이 두려움이 없으신 채

“내가 바로 여래이니 괴로움을 완전히 없앴다”고 하셨네.

세존께서 막 태어나 못 물에 목욕하시니

차지도 덥지도 않은 물이 언덕까지 가득 찼고

목욕을 마치고 향을 발라 몸을 장엄할 때

공중에서 저절로 일산과 불자(拂子)가 나타나니

세간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인지라

우리들은 세존께 이마를 대고 절을 하네.

이런 게송을 읊고 나서 부루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큰 소리로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청하며 이렇게 아뢰었다.

“부디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저희는 마음으로 출가하기를 원하오니 자비로써 저희들을 건져 주시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부루나에게 이르셨다.

“너 부루나야, 빨리 일어나거라. 마땅히 네 뜻대로 하리라. 나는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부루나는 부처님께 출가를 허락받고 구족계를 받았으며 또 그의 벗 29명의 장로들도 함께 출가의 허락을 얻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 오래지 않아서 각각 마음을 기울여 홀로 눕고 홀로 가고 홀로 앉고 홀로 서며 용맹 정진하였다. 텅 비고 한가한 아란야에서 걷거나 앉을 때에 각기 따로 마음을 써서 삼가며 게으름을 핀 적이 없고 항상 텅 비고 한가한 곳에 머물렀다. 그리하여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 때 그 선남자들은 큰 이익을 구하는 까닭에 바른 마음으로 바로 믿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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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범행을 구하였으며, 이미 모든 애욕을 끊고 모든 법상(法相)을 보고 모든 신통을 닦아 그 법을 증득하였으며, 이미 모든 생(生)을 끊고 범행의 과보를 얻어 할 일을 다 마치고 후세의 존재[後有]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 모든 장로들은 증득하고 난 뒤에 모두가 아라한을 성취하였고, 마음으로 모든 해탈을 잘 얻어서 모두 대덕을 이루었고, 모두가 큰 일을 지어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 두어라. 법을 설하는 사람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사람은 바로 부루나미다라니자이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세존께서 바라나에 계시면서

미묘한 말로 대중들에게 이르시되

이 사람이 바로 참다운 만족(滿足) 비구요,

설법하는 사람 중에 가장 으뜸가는 자로다.

 

이리하여 세간에는 모두 91명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부처님과 그 다섯 비구와 장로 야수타와 바라나국에서 야수타와 동시에 출생한 네 벗으로 가장 우수한 장자 선남자인 비마라․선비․만족․우주와 또 야수타의 재가 시절 벗이었던 50명의 상인 장자와 선남자 부루나미다라니자와 그의 친구 29명이었다.

 

41. 나라타출가품(那羅陀出家品) ①

어느 때 염부주 남천축에 아반제(阿槃提)라는 이름의 나라가 하나 있었다. 그 나라 중에 미후식(獼猴食)이라는 마을이 있었고, 그 마을 안에 매우 부유한 바라문 한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대가전연(大迦旃延)이었다.

그 집에는 많은 재물과 진기한 보배가 아주 많이 있었고, 노비와 가축,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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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곡식․보리․콩․깨 등이 넘쳐났으며, 집의 건물과 동산 등 온갖 것이 풍족하였으니, 비사문의 궁전과 다름이 없었다.

또한 그 바라문은 지혜롭고 총명하여 3위타론(韋陀論:베다론)을 독송하고 늘 지녔으며, 모든 사물의 이치에 널리 통하고 일사십명(一事十名)․기주파(祁輈婆) 등과 문구자론(文句字論) 등에도 통하였다.

그는 지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과 5명(明)에 관한 논은 한 구절이나 반 구절까지도 잘 분별하였고, 세간의 수기론(受記論)과 60종의 대장부의 특징을 모두 다 알고 외우고 환히 통달하여 엄치왕(嚴熾王)의 국사(國師)가 되었다.

그 때 국사 바라문의 큰아들이 집을 떠나 다른 나라에 노닐면서 학문을 익힘에 만족함을 모르고 스승을 찾아 여러 곳을 다니면서 모든 논(論)을 자세히 알고 기술을 이룬 뒤에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뵙고 아뢰었다.

“어지신 아버님이여, 저는 이제 여러 가지 학문에 통달하였습니다. 그러니 저를 위하여 대중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위타론을 비롯한 모든 기예를 외워 보이겠습니다.”

그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곧 대중을 모았다. 아들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대중 앞에서 자기가 외우는 모든 위타론들과 모든 기예를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모두 다 외워 내었다. 그러자 그 대중들은 국사의 아들을 추대하여 윗자리에 모셨고, 그 부친은 온갖 진기한 보배를 가지고 그를 공양하였다.

이 때 그 국사 바라문에게는 둘째 아들이 있었으니, 나라타(那羅陀)[수나라 말로는 불규(不叫)라고 함]라고 하였다. 그 부친은 나라타에게 일렀다.

“나라타야, 너는 이제 집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너의 형처럼 위타의 모든 논을 배워 익히도록 해라.”

하지만 그 나라타 동자는 형이 모든 위타론을 외울 때 한 번 듣고는 그 자리에서 전부 외워 버렸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답하였다.

“어지신 아버님이여, 저는 이미 모든 주술(呪術)들을 다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를 위하여 모든 대중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대중들 앞에서 모든 위타론과 기예를 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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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는 이 말을 듣자 마음에 희유함을 내어 곧 대중을 모았다. 대중들을 모은 뒤에 여러 가지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자 나라타는 대중들 앞에서 일체 위타론들을 외웠고 대중들은 이것을 듣고 한결같이 크게 기뻐하면서 그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크게 지혜로운 동자여, 모든 위타론을 막힘없이 다 외우는구나.”

그 아버지는 또 온갖 재물과 보배로 그를 공양하였다.

그런데 맏아들인 나라타의 형은 동생이 모든 논을 환히 외우는 것을 듣자 마음이 크게 괴로워져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한없는 세월을 여러 나라에 노닐면서 온갖 논과 주술(呪術)을 배워 익히고 노심초사한 끝에 겨우 모든 주술을 외울 수 있었는데, 이 나라다는 어떻게 한 번 듣기만 하고는 잠깐 동안에 모조리 다 외워 지닐 수 있을까? 아직 소년인데도 이러한데 만약 성장한다면 반드시 왕의 국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없애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나는 이익을 이룰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동생은 결국 내 자리를 빼앗고 말 것이다.’

이 때 그 부친은 큰아들이 마음속으로 몰래 나라타에게 나쁜 마음을 품는 것을 알아채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이 지혜롭고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둘째 아들을 제 형에게서 목숨을 빼앗기지 않게 하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생의 소재를 알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 때 남쪽에 우선야니(優禪耶尼)라는 성이 있었는데, 그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빈타산(頻陀山)이 있었고, 그 산 속에 늙은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으니 이름이 아사타(阿私陀)였다. 그는 모든 위타론을 비롯한 일체의 논을 환히 꿰뚫고 있었으며, 4선과 5신통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라타 동자의 외숙이었다.

그리하여 국사 바라문과 그 부인은 아들 나라타를 데리고 그 산 속으로 가서 아사타 선인에게 맡겨 제자로 삼게 하였다. 아사타 선인은 나라타를 맡아서 잘 가르치고 이끌어 오래지 않아 나라타는 4선과 5신통을 완전히 성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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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 1142] 쪽

어느 때 범지(梵志) 아사타 선인은 제자 나라타를 데리고 산에서 나와 바라나성에 이르러 그 성 밖에 초가 암자를 지어서 기거하였다.

그는 낮과 밤 여섯 번씩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쳐 가르쳤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 나라타여. 부처님께서 이제 세상에 나셨다.[이렇게 세 번 외쳤다.] 너는 그 분에게 가서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범행을 수행하라. 반드시 영원토록 큰 이익을 얻고 큰 쾌락을 얻으며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할 것이다.”

그 늙은 아사타 선인은 이런 말로 제자 나라타를 가르치다가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마쳤다. 아사타 선인이 죽자 그가 지녔던 세간의 이양(利養)과 명예와 소문은 모두 제자 나라타가 얻게 되었다. 그러나 나라타는 세간의 이양이나 명예를 탐착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바른 생각이 없었으며, 다시 더 진전해서 구하려는 생각도 내지 않았다. 또한 부처님이 있고 법이 있고 승가가 있음을 믿지 않았다.

한편 바다 속에는 이라발(伊羅鉢)[수나라 말로는 곽향엽(藿香葉)이라 함]이란 용왕이 있었는데, 그는 용의 몸을 받자 마음에 싫은 생각이 나고 해탈을 구하여 더럽고 악한 생각을 즐기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난 옛날 세존이셨던 가섭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친히 나에게 [너 큰 용왕은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수백천 년, 또 수백천만억 년을 지나서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리니, 이름을 석가모니․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 하실 것이다]고 수기를 주셨다. 그런데 지금 이미 이렇게 한없고 가없는 수백천만 년이 지났는데, 이제 그 석가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을까?’

이 때 용왕이 또 하나 있었으니, 이름을 상거(商佉)[수나라 말로는 나(蠡)라고 함]라 하였다. 그 용왕의 궁전에는 항상 수없이 많은 용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에는 용왕들 백천 명이 운집하였고, 이라발용왕 또한 그 궁에 있었다.

또한 금제(金齊)라는 야차왕이 이라발용왕과 좋은 친구로 지내었는데, 그도 용들의 모임에 참석해 있었다.

그 때 이라발용왕은 대중 가운데서 야차왕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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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 1142] 쪽

“그대는 지금 혹시 세간에 석가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출현하셨는지 알고 있는가?”

야차왕이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용왕이여, 저는 석가여래께서 출현하셨는지 하지 않으셨는지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용왕이여, 저 광야 한가운데 성이 하나 있는데, 그 성은 본래 아라가반타(阿羅迦槃陀)[수나라 말로는 광야궁전(曠野宮殿)이라 함]라 불리는 야차의 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성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두 편의 게송이 있는데, 그 게송에 이르기를 ‘만약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지 않으신다면 이 게송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설령 읽는 자가 있다 하더라도 게송의 뜻을 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면 그 때는 읽을 수는 있겠으나 뜻을 해석할 사람은 없을 것이요, 오직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만이 이 뜻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처님에게서 가르침을 듣고 풀이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고 전해지고 있는 것만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라발용왕이 그 야차왕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 게송을 읽어 올 수 있는가?”

금제 야차왕은 이라발용왕에게서 이 말을 듣자 곧 아라가반타 궁전에 가서 그 게송을 읽어 가지고 서둘러 이라발용왕에게 돌아와 말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용왕이여, 오늘은 크게 기뻐해야 할 날입니다. 왜냐 하면 석가모니․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대성 여래께서 지금 이미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하면, 제가 그 게송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미 그 게송을 가지고 왔으니, 만약 누구든지 이 게송의 뜻을 풀이해서 널리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부처님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라발용왕은 마음이 크게 기뻐 온몸으로 환희가 넘쳐나 주체할 수 없는 가운데 곧 금제 야차왕으로부터 게송을 받았다.

이 때 상거용왕에게는 상분(常分)이란 이름의 딸이 있었는데, 생김새가 매우 단정하여 사랑스러웠고 가장 아름다운 꽃 같은 미모를 지녀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세상에는 그녀의 미모를 짝할 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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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모임에 있던 여러 용왕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매달 8일, 14일, 15일이나 혹은 23일 및 29일과 30일에 값비싼 금 그릇에 은 조[粟]를 가득 담고, 은 그릇에는 금 조를 가득 담아 용녀의 몸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미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시켜서 이 용궁에서 나가 저 항하(恒河) 언덕 위의 육지에 세워 두고서 이 두 편의 게송을 설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리라.’

무엇에 자재하기에

물들어 집착하는 것을 물든다 하는가.

어떤 것을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왜 미혹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이라 하는가.

어찌하여 만나면 이별하며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

때에 그 용왕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널리 온 세상에 고하였다.

“만약 이 게송을 잘 해설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들은 이 금과 은 그릇에 가득 담긴 조와 용왕의 딸을 보시하고, 곧 그 사람을 부처로 여길 것이다. 만약 누구든지 그 분에게 듣고 와서 우리들에게 설명해 주어도 또한 그렇게 보시할 것이다.”

이 때 상거용왕과 이라발용왕을 비롯한 여러 용왕들은 세존을 보고자 세존을 우러르고 기다리며 항상 초승과 그믐의 8일과 14, 15일에 아주 좋은 금 그릇에 은 조를 가득 담고, 은 그릇에는 금 조를 가득 담은 뒤에 화려하게 치장한 용왕의 딸에게 들려서 항하 언덕 위 육지에 내놓았다. 그리고 그 두 용왕은 함께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라는 게송을 읊었고, 또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누구든지 이 게송의 뜻을 풀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금은 그릇과

아름답고 예쁜 용왕의 딸을 보시할 것이다.”

용왕들이 이렇게 말하자, 그 소리는 사방팔방에 널리 퍼져 모든 산이나 숲, 물 속이나 육지 그리고 바라문․장자들에게까지 들렸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초승과 그믐의 6일 동안 항상 저 두 용왕이 물에서 나와 두 그릇에 금은의 조를 가득 담아서 화려하게 장식한 용왕의 딸에게 들린 뒤에 항하 언덕 위에서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라는 두 편의 게송을 읊고 있다. 또 그들은 ‘만약 누구든 이 게송을 풀이한다면 우리는 이 두 그릇과 용녀를 보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 바라문과 장자들은 두 용왕의 이런 말을 듣고 사방팔방에서 앞다투어 몰려와 그 용왕의 처소에 모여 서로 자기가 그 게송의 뜻을 풀이해 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용에게 가서는 게송을 읽지도 못하고 또 뜻을 해석하지도 못하였다. 어떤 사람은 이 게송을 읽고 나서 도리어 두 용왕에게 이 게송이 뭐냐고 묻거나 또는 게송의 뜻이 뭐냐고 묻기까지 하였다.

한편 나라타 동자 선인은 마가다국에 있으면서 그 나라의 모든 백성들의 스승이 되었고, 그 나라의 백성들은 한결같이 나라타 선인을 존중하여 섬기고 찬탄하며 이렇게 찬양하였다.

“이 동자는 스스로 알고 또 남에게 가르쳐 알게 하며, 스스로 보고 또 남에게 보게 한다.”

그 때 그 마가다국의 모든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라타 선성(仙聖) 동자는 이미 스스로 알고 보며 남을 가르쳐 알고 보게 한다. 우리는 저 두 용왕에게 이 두 게송을 들었지만 아무도 외우거나 풀이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니 나라타 선인에게 가서 이 일을 말해 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마가다국의 모든 바라문과 장자들은 곧 나라타 선인 동자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자세히 말하였다.

“만약 적당한 때라고 생각한다면 항하 언덕 위에 두 용왕이 있으니, 하나는 상거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발인데, 항상 초승과 그믐의 엿새에 금과 은 그릇에 조[粟]를 담고 딸을 데리고 항하 언덕으로 올라와서 누구든지 이 게송의 뜻을 해석한다면 곧 그에게 보시하겠다고 합니다. 그 두 게송이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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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나라타 선인 동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마가다국 백성들의 존귀한 스승이고 저 백성들은 하나같이 나를 공양하며 존중히 받들어 섬기고 우러르면서 내가 스스로 알고 보고 또 남을 가르친다고 찬양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약 저 백성들 앞에서 게송의 뜻을 모르겠다고 하면 이 백성들은 나를 비웃고 모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이익과 이양(利養)과 명예가 줄어들 것이고 나는 끝내 이것을 다 잃고 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그 마가다국 모든 바라문 장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과 함께 두 용왕에게 가서 두 게송을 듣고 그 뜻을 알아보기로 하겠소.”

그리하여 나라타 선인 동자는 마가다의 장자와 백성들과 바라문들이 그를 앞뒤로 에워싸는 가운데 나라타 동자 선인이 우두머리가 되어 두 용왕에게 나아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두 큰 용왕이여, 부디 우리들에게 두 게송을 말해 주시오. 나는 게송을 듣고 그 뜻을 생각해 보겠소.”

그러자 상거 등의 두 용왕은 그 선인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하는가.”

나라타 동자는 그 두 용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당신들 두 용왕에게 이 두 게송을 받았으니, 앞으로 7일 후에 다시 와서 당신들에게 이 게송의 뜻을 대답하겠소.”

두 용왕은 말하였다.

“그대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라타가 두 용왕에게서 게송을 받아 가지고 자기 처소로 돌아가자, 마가다국의 모든 백성들과 또 교살라국의 모든 백성들, 나아가 구류국․박차라국의 모든 백성들은 나라타 동자 선인이 상거 용왕과 이라발 용왕에게서 두 게송을 받았는데, 앞으로 7일 뒤에 다시 그곳으로 가서 게송의 뜻을 대답한다는 말을 서로 전하여 듣고, 코끼리가 끄는 수레며, 말이 끄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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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소가 끄는 수레 등 온갖 수레를 타고 혹은 걸어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 때 항하의 양쪽 언덕에는 8만 4천의 무리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어 모두 나라타 선인과 두 용왕이 게송을 해설하는 것을 듣고자 삽시간에 모여들었다.

이 때 바라나성에는 여섯 스승[六師]이 있었는데 각기 자기가 제일이라며 자처하고 있었다. 그 여섯 스승이란, 부란나 가섭(富蘭那迦葉)․마살가리 구사리가(摩薩迦梨瞿奢梨迦)․아기다 기사가마라(阿耆多祁奢迦摩羅) ․파라부다 가차야나(波羅浮多迦遮耶那)․산사이비 라사수부다라(刪闍夷毘羅師誰富多羅)․니건타 약기부다라(尼乾他若祁富多羅)였다.

나라타 동자 선인은 곧 그 여섯 스승들에게 가서 이 두 게송의 뜻을 물었다. 하지만 그 여섯 스승들은 이 게송의 뜻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나라타에게 더욱 분노심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두 게송에 무슨 뜻이 있느냐?”

이 때는 세존께서 막 정각(正覺)을 이루시고 저 바라나성 녹야원 옛 선인들이 머물던 곳에 계셨다. 때마침 나라타 동자 선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이 바라나성 녹야원 옛 선인들이 살던 숲 안에 있으니, 나는 이제 그에게 가서 이 두 게송의 뜻을 물어 보아야겠다.’

그러다 생각을 고쳤다.

‘나이가 많이 들고 덕이 높으며 일체 국왕의 스승이 되기에 족하고 출가한 지도 이미 오래된 이른바 부란나 가섭이나 니건타 약기부다라 등과 같은 다른 사문 바라문들도 내가 이 두 게송을 물었지만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하물며 이런 나이 어린 사문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나이도 어린 데다가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으니, 내가 이 두 게송의 뜻을 물어도 그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이 어린 사문이나 바라문도 함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어쩌면 저 나이 어린 사문이나 바라문들도 총명하고 지혜가 훌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그 큰 사문에게 가서 이 게송의 뜻을 물어 보기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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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라타 동자 선인은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는 부처님 처소에 도착하자 부처님과 함께 서로 인사를 하고 위로하며 여러 좋은 말과 능숙한 대화들을 주고받은 뒤에 곧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는 한쪽에 앉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존자이신 사문 구담이시여, 제가 존자에게 한 가지 뜻을 묻고 싶은데 존자께서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동자에게 이르셨다.

“그대 동자여, 그대가 무엇을 묻든지 내가 풀이해 주겠다.”

나라타 동자는 부처님의 허락을 얻고 곧 게송을 읊어 부처님께 물었다.

무엇에 자재하기에

물들어 집착하는 것을 물든다 하는가.

어떤 것을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왜 미혹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이라 하는가.

어찌하여 만나면 이별하며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듣자 곧 나라타 마나파에게 게송으로 답하셨다.

 

제6식이 자재로운 까닭이니

심왕(心王)이 물든 것을 물들었다 하네.

물들 것이 없는데 물드니

이것을 어리석다 이름하네.

큰 물에 빠진 까닭에

방편을 다한다고 이름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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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방편을 다하게 되면

이것을 지혜로운 이라 이름하네.

나라타 동자는 부처님에게서 이런 게송을 듣자 마음과 뜻이 열리고 이해하게 되어 커다란 기쁨이 일었다. 온몸에 기쁨이 차올라 자기도 모르게 뛰어올랐다. 그리하여 곧 상거와 이라발 두 용왕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당신들 용왕은 나에게 게송을 읊고 물어 보시오.”

용왕들은 두 편의 게송을 나라타 동자에게 물었다.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

그러자 나라타 동자는 두 편의 게송으로 용왕들에게 대답하였다.

“제6식이 자재로운 까닭이니…… 지혜로운 이라 이름하네.”

이 때 이라발용왕은 이 게송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위없는 세존을 만났다. 가장 훌륭한 수가타(修伽陀)를 만났다. 나는 이제 세존께서 출현하신 것을 알았다. 수가타 대성 세존께서 우리들을 위하여 나시고 우리들을 위하여 세상에 출현하셨으며 우리들을 위하여 깨달음을 얻으셨다.’[이렇게 두 번 말하였다.]

이라발용왕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나라타 동자에게 물었다.

“동자여, 우리에게 진실하게 말해 주시오. 이것은 동자 당신의 말솜씨의 힘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에게 듣고 이 뜻을 풀이한 것이오? 선인 동자여, 우리는 진실로 인간 세상이나 천상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 혹은 그 어떤 하늘의 존재나 인간 중에서도 제 스스로의 말솜씨로 이 두 게송을 알고 말할 사람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여래 위없는 세존이나 부처님의 사문에게서 듣는다면 그 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나라타 동자는 곧 게송으로 두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용왕의 말처럼 이것은 내 말이 아니오.

대성 세존께서 이미 세상에 출현하셨소.

모든 상호를 갖추어 온몸을 장엄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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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소.

그러자 이라발용왕은 곧 선인 동자 나라타에게 게송으로 물었다.

대선께서는 지금 부처님 말씀이라 하셨는데

잠자다가 꿈결에 들었소?

만약 분명히 대면해서 말씀을 받았다면

부디 다시 한 번 찬탄하여 말해 주시오.

나라타 동자는 자기가 본 대로 다시 게송으로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자재로운 대장부께서

지금 바라나 녹야원에 계시는데

이미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니

마치 사자처럼 제타 숲에서 법을 설하고 계시오.

이라발용왕이 다시 나라타 동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불세존이라 하신 말

내 오래도록 듣지 못하다 이제야 들었소.

이미 들었으니 당신과 함께 나아가

그 희유하고 불가사의함을 봅시다.

옛날에 보았는데 이제 거듭 보게 되네.

정각 여래의 모든 상호가

오늘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셨으니

우담발화처럼 만나기가 어렵네.

많은 세월 지나서 한 번 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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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하기 마치 하늘의 달과 같고

모든 상호를 구족하여 몸을 장엄하시고

가장 높은 보리를 바로 깨쳤네.

오래도록 끊어져 못 듣던 그 소리

낭랑하게 울리니 범천의 메아리 같네.

모든 중생 이 음성 들을 수 있다면

부처님을 따라 해탈문에 들리라.

그 때 이라발용왕은 게송으로 불세존을 찬탄하고 나서 거듭 나라타 선인 동자에게 말하였다.

“나라타 선인이여, 당신은 부처님이라 말하였소.”

나라타 동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이라 말하였소.”[범본(梵本)에서는 두 번 묻고 두 번 대답하였다.]

용왕은 또 말하였다.

“나라타 선인이여, 이러한 사자후가 세상에 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른바 그 부처님이신 불세존이십니다. 나라타 선인이여, 그 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그러자 나라타 선인은 곧 옷을 바로 하고 오른 소매를 벗어 메고 합장한 뒤에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용왕에게 가르쳐주며 말하였다.

“당신들 용왕께서 만약 알고자 하면, 그 불․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는 지금 저곳에 계십니다.”

이라발용왕은 부처님의 처소를 알고 곧 옷을 정돈하여 오른 소매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합장하고 세 번 이렇게 불렀다.

“나무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이렇게 세 번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이라발용왕은 나라타 동자 선인에게 말하였다.

“동자 선인이여, 우리 함께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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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소에 가서 예배 공양합시다.”

나라타는 용왕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용왕이여. 우리 함께 갑시다.”

그리하여 이라발과 상거 두 용왕과 그 밖의 한량없는 모든 용의 권속들과 나라타 마나파 선인을 비롯하여 8만 4천의 모든 중생들이 다 부처님 처소로 향하였다.

그 때 이라발용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변화한 몸으로 부처님을 뵙는다면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마땅히 내 업보의 몸으로 가서 세존을 뵈어야겠다.’

그리하여 이라발용왕은 자기 용궁에 이르러 자기의 업보의 모습으로 부처님을 뵙고자 하였다. 그런데 북천축(北天竺) 특차시라성(特叉尸羅城)에서 바라나국까지는 360유순이나 되었다. 그 용왕이 궁전을 나와 부처님을 보려 할 때 머리는 이미 불세존 처소에 이르렀지만 꼬리는 아직도 자기 궁전에 있었다. 그 용의 머리는 모양이 마치 통나무 배[船] 같고, 그 목은 마치 코끼리 코에서 물을 내는 듯하였고, 귀와 눈은 마치 교살라국의 동발(銅鉢) 그릇과 같았

으며, 입에서는 불길이 내뿜는데 마치 두터운 구름에서 번개가 치듯 하였고, 숨쉬는 소리는 구름 속에서 울리는 우렛소리처럼 우르릉 우르릉 소리가 났다. 그리하여 그 8만 4천의 중생들도 모두 다 이라발용왕을 따라갔다.

그런데 이라발용왕이 멀리서 여래를 보니 그 모습이 매우 단정하고 빛나는 상호가 예사롭지 않았으므로 마음에 커다란 기쁨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아가 허공 중의 별들처럼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용왕이 부처님을 뵙자, 청정한 마음, 바로 믿는 마음이 일어났고, 한없는 기쁨이 마음속에 솟구쳐 오르는 채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이라발용왕이 다가오는 모습을 이미 보시고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어서 오너라. 이라발용왕이여,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였구나. 왕의 몸은 편안한가? 병은 없고 괴롭지는 않은가? 모든 권속들도 병이 없고 건강한가?”

 

 

   

 

 

불본행집경 제38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1. 나라타출가품 ②

그 때 이라발용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나의 이름을 알고 계시는구나.’

다시 세존께 환희심이 더하여 청정한 마음을 얻고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이라발용왕은 곧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다시 동자의 몸으로 변화한 뒤에 세존의 앞으로 다가와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서서 직접 그 두 편의 게송을 읊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자재로운 왕이

염착함을 물든다고 합니까?

어떤 것을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어리석다고 합니까?

어리석은 사람은 왜 미혹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이라 하는가.

어찌하여 만나면 이별하며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합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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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 / 1142] 쪽

제6식이 자재로운 까닭에

심왕(心王)이 물든 것을 물들었다 하네.

물들 것이 없는데 물드니

이것을 어리석다 이름한다.

번뇌의 큰 물에 빠진 까닭에

방편을 다한다고 이름하나니

모든 방편을 다하게 되면

이것을 지혜로운 이라 이름한다.

이라발용왕은 또다시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떤 계행을 갖고 어떻게 행하며

다시 또 어떤 업인(業因)을 지어야

인간과 천상의 가장 뛰어난 몸을 받아

최상의 끝없는 이익을 닦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또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늙은이를 공양하고 남을 헐뜯지 말라.

때를 따라 어른을 찾아뵙고

항상 선행과 법어(法語)를 사랑하고

바르고 참된 이로운 말을 자주 들으라.

법을 즐겨 바른 보리 깊이 생각하고

지혜의 분별로 이치를 생각하며

참된 말을 하고 부지런히 범행(梵行)을 닦아

남에게 항상 보시를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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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직하고 자세히 살피고 뜻이 부지런하며

웃고 울고 말하는 모든 곳에서 악을 피하라.

아첨하고 교만함을 멀리 떠나서

다른 사람과 원수를 맺지 말라.

착한 말은 바른 생각 속에 있으니

듣거나 아는 데 마음 뜻을 안정하라.

만약 사람이 항상 게으르면

그들은 들음 없고 바른 생각 없다.

만약 성도(聖道)의 인(因)을 행하면

행에 의지해서 입의 업을 깨끗이 한다고 이름하네.

그들은 인욕으로 생각을 바로 하여

많이 듣고 지혜 넓은 가운데 머문다.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자 나라타 동자 선인은 곧 애욕(愛欲)의 법을 떠났다. 그 때 이라발용왕은 부처님을 만나 법을 듣고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자니,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세존께서는 이라발용왕에게 물으셨다.

“그대 용왕은 어찌하여 문득 내 얼굴을 보고 웃다가 다시 슬퍼하며 이렇듯 눈물을 흘리는가?”

그러자 이라발용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이시여, 제가 지난 옛날을 생각하자니 과거세에 가섭 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는 이름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그 부처님 법 가운데서 저는 범행(梵行)을 닦고 출가자가 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이라(伊羅)라는 풀을 하나 발견하고는 그 풀을 꺾어 들고 가섭부처님 처소로 나아가서 그 분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비구가 이런 풀을 꺾으면 어떤 과보를 얻게 됩니까?’

그 때 그 세존께서는 저에게 대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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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1142] 쪽

‘그대 비구는 알아라. 만약 사람이 고의로 이 풀을 꺾으면 그 사람은 장차 뇌고지옥(牢固地獄)에 떨어질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 가섭 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의 말씀을 듣고도 마음으로 믿지 않고 희유하다거나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여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속으로는 ‘나는 단지 이 이라풀을 꺾었을 뿐인데 무슨 과보가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당시에 이미 그 바야제죄(波夜提罪)를 짓고서도 바야제의 과보를 믿지 않았고, 또 이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도 못하였으므로 죽은 뒤에 드디어 수명이 긴 용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 때 저는 이라발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때 그 가섭부처님께 돌아가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대성 세존이시여, 저는 언제 이 악룡(惡龍)의 모습을 벗어나겠습니까? 어느 때에나 다시 사람의 몸을 얻게 되겠습니까?’

이렇게 말을 마친 뒤에 묵묵히 서 있었습니다.

그 때 그 가섭 여래․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 곧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큰 용왕은 알아야 한다. 수 년, 수백 년, 수천 년을 지나고 수천만억 년이 지난 뒤에 부처님께서 출현하실 것인데 석가모니․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 이름할 것이다. 그 석가모니불께서 네가 다시 사람의 몸을 얻을 것을 수기(授記)하실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까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가섭불께서 말씀하신 법과 계를 어기고 믿지 않았으므로 이 용의 몸을 받았다. 아주 작은 착한 인연으로 이제 세존을 만나 뵙게 되었지만 도리어 계를 갖지 못하는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제 자신의 허물을 보고 스스로를 가책하였기에 눈물을 비처럼 쏟으며 울었던 것이고, 또 세존을 뵙자 기뻐서 미소를 지었던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법은 참으로 드물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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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 / 1142] 쪽

게 두 가지 말씀이 없으시니, 그 가섭여래께서 나에게 [너 용왕아, 수 년 내지 수억 년을 지나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이다]고 수기하셨는데, 과연 그 부처님 말씀과 같아서 틀림이 없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이 인연으로 이제 또 부처님께 여쭙겠습니다. 저는 언제 이 용의 몸을 벗어날 수 있고, 다시 또 어느 때에 사람의 몸을 도로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이라발 큰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큰 용왕은 지금부터 수 년 내지 수억 년을 지난 뒤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리니, 이름을 미륵․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 할 것이다. 그대는 그 때 사람의 몸을 얻을 것이고, 그 세존께서 그대를 출가시켜 범행을 닦고 모든 괴로움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라발용왕을 위하여 다시 법을 설하여 그를 크게 기쁘게 하고 권하고 가르쳐 보이셨다.

“그대 용왕은 오라.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라. 그대는 영원히 이익을 얻고 크게 안락을 얻을 것이다.”

이라발용왕은 부처님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며 5계를 받아 가지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라발용왕을 일깨우고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아라.”

그러자 이라발용왕은 나라타 동자에게 말하였다.

“나라타 동자여, 얼마든지 금이나 은, 진귀한 보배를 필요한 대로 나에게 요구하시오. 나는 얼마든지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하지만 이 용왕의 딸은 당신에게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 용왕의 딸이 입으로 한 번만 숨을 내쉰다면 세상 사람을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라타는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용왕이여, 나는 금이나 은도, 진귀한 보배도 필요 없으며 용왕의 딸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 부처님께 게송을 듣고 곧 모든 애욕과 즐거움이 싫어져서 떠나려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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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라발용왕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나라타가 이끌고 온 그 8만 4천의 중생들에게 차례로 법을 설하셨는데, 이른바 보시와 지계를 행하면 위로 올라가 천상에 나게 된다는 것과, 또 애욕과 즐거움 속에는 온갖 근심이 많다는 것을 말씀하시어 싫어하고 거기에서 떠나도록 하며, 번뇌가 다하는 경지를 얻게 하고, 또 출가의 공덕을 찬탄하여 해탈을 이루도록 가르치셨다.

세존께서는 나라타를 비롯한 그 모든 대중들이 한결같이 기쁜 마음을 일으키고 뛰놀고 마음이 부드러워지며 걸림없는 마음을 얻은 것을 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법을 가르쳐 그들을 크게 기쁘게 하고 참되고 바른 길을 걷게 하셨으니, 4성제의 고(苦)․집(集)․멸(滅)․도(道)들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4성제를 가지고 온갖 방편으로 해설하여 나타내 보이시고 가르침을 세우고 분별하여 널리 펼치셨으니 이런 것이 괴로움[苦]이 생기는 것이고, 이런 것이 괴로움의 집(集)이고, 이런 것이 괴로움의 멸함[滅]이고, 이런 것이 도를 얻음[得道]이라고 하여 가르쳐 행하고 배워 익히게 하셨다. 세존께서 4성제의 갖가지 인연을 나타내 보이고 베풀어 말씀하시며 가르쳐서 행하게 하시자, 그 대중들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먼지와 때[垢]를 여의

고 번뇌를 다하여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고 온갖 집기된 법[集法]을 완전히 없애고 진실하게 알고 보았다. 마치 기름때가 끼지 않고 검은색 털이 끼여 있지 않는 깨끗한 흰 옷에 물을 들이면 모든 색깔을 잘 받아들이듯이, 이렇게 그 모든 대중들과 나라타는 그 자리에서 번뇌를 멀리 여의고 모든 집기된 법을 다 없앴고, 모든 법을 증득하여 알고 두려움 없음을 세워 모든 의심의 그물을 벗었으며, 다른 이의 말을 따르지 않고 부처님의 가

르침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두가 불법승보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 가졌다.

이 때 그들 8만 4천의 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세 번 돈 뒤에 작별 인사를 올리고서 본래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라타 동자 선인은 이미 모든 법을 보고 모든 법을 얻고 이미 모든 법을 증득하고 모든 법에 들어가 모든 의심을 건너고 모든 미혹을 초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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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시는 의심의 그물에 걸리지 않았으며 이미 두려움 없음을 얻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이미 세존의 법의 비밀한 가르침을 알게 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며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발 저에게 출가를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그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내 법 가운데 들어와 범행을 행하라. 그리하면 바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그 끝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때 그 장로는 이내 출가를 이루었고 계행을 저절로 갖추게 되었다.

장로 나라타 비구는 출가하고 나서 구족계를 성취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홀로 다니고 홀로 앉아 대중들의 소란스러움을 버리고 몸과 입을 삼가하여 한번도 게으른 적이 없었으며 용맹 정진하여 태만하지 않았다. 그 까닭에 오래지 않아 그 선남자는 출가자로서 위없는 범행을 이루어 저 언덕으로 나아가서 현재에 모든 법을 보고 스스로 모든 신통을 증득하였으며, 증득하고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보고 스스로 깨달아 이렇게 외쳤다.

“생사는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서 다시는 후유(後有)를 받지 않을 것을 알았노라.”

이렇게 알고 나서 그 장로는 곧 아라한을 이루어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였다.

그리하여 나라타 장로 비구는 이미 나한의 집착 없는 과위를 얻게 된 뒤에 조용한 곳에 홀로 거처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이제 불세존께 나아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아야겠다.’

그 때 장로 나라타 비구는 이른 아침에 방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한쪽에 앉은 뒤에 나라타는 게송을 읊어 부처님께 뜻을 여쭈었다.

저는 지금에야 옛날 아사타를 증험하여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다시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모든 법의 저 언덕으로 건너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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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걸식으로 목숨을 잇고 있는데

이런 행을 하면 무슨 과보를 얻을 것인지

이제 불세존께 여쭙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장로 나라타에게 대답하셨다.

행을 행하는 과보가 무어냐고 너는 묻는구나.

이것은 덧없어서 증험하여 알기 어렵지만

내 이제 너에게 분별해 주리니

마땅히 정진하여 견고하게 하라.

모든 행자(行者)는 마을에 들거든

칭찬하건 욕하건 평등한 마음으로

뜻을 어지럽힐 곳을 방지하며

고요하고 위없는 과(果)를 취하여라.

행자는 항상 소리 높여 외치는 음성을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사나운 불길처럼 생각하고

부녀자의 단정한 얼굴을 보게 되면

버리고 떠나서 물들지 말라.

모든 애욕의 대상에 물들지 않음으로써

피차 각각 서로 물들 인연이 없나니

물듦이 없으면 곧 다툴 인연도 없다.

세간의 일체 중생들

내 몸과 그의 몸이 다르지 않고

내 목숨과 그의 목숨 꼭 같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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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자세히 살펴 생각해 보고

성날 때에 살생 말고 해치지 말며

탐욕이나 아만(我慢)도 모두 버려라.

일체 범부들은 몸에 물들어 집착하지만

모든 눈이 있는 이는 능히 원수를 떠난다.

독약을 먹으면 누구나 죽듯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는

어떤 일을 보아도 마음 산란치 말라.

모든 탐내고 물듦을 버린다면

집착하지 않으므로 해탈하게 된다.

밤에 홀로 앉을 때는 여러 일을 생각 말고

마을을 멀리 떠나서도 역시 생각지 말라.

다만 날이 밝아 걸식할 때는

바른 마음 바른 생각으로 마을에 들라.

마을 가운데 이르면 말없이 서서

차례로 집들을 거치며 걸식해 가되

마을에 노닐 때는 웃지 말고

남에게는 사납고 거친 말을 하지 말라.

손에 발우 들고 걸식할 때에

비록 말솜씨 있어도 침묵하라.

혹 밥을 조금 얻어도 마음으로 미워 말고

밥을 보시하는 사람 헐뜯지 말라.

밥을 얻은 곳이야 가장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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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얻는 곳에도 성내지 말라.

그 두 곳에 평등한 마음을 내고

나무 아래 가서 맘대로 먹으라.

먹고 나서 다시 숲 속에 돌아가

나무 아래 고요히 가부좌 하고

자리 위에 앉기를 선인처럼 하되

몸과 마음과 입을 모두 단속하라.

두려움을 버리고 마음 가다듬어

다른 일 생각 말고 숲만 생각하되

나무 아래에서 마땅히 잘 관(觀)하며

혀로 입천장 받치고 차츰 숨을 내어라.

그 밖의 모든 근(根)을 다 조복해

마음으로 모든 인연 집착치 않고

경계를 다 버려 마음에 두지 말며

더럽고 탁한 곳을 모두 버려라.

청정하고 참된 마음으로 범행을 닦되

좋은 말 부지런히 구하기 힘써

널리 듣고 지혜 많은 이에게 배워야 한다.

고요하며 애욕을 떠난 사람 있거든

그러한 사람들과 가까이하여

그에게 나아가 마음으로 믿고 따르며

믿고 나서 세존처럼 공경하라.

남의 집 잘못을 말하지 말라.

남을 비방하고 자기를 높이지 말며

말할 때도 큰 소리를 내지 말라.

마치 사나운 불길이 먼 데까지 들리듯

이렇게 생각하여 모든 미혹 끊으면

이것을 비구의 출가법이라 하네.

하거나 하지 않을 일 모두 몸을 떠나서

평등하게 보면 간 곳마다 편안하리.

성인의 행을 행함은 이와 같거니

업(業)이란 수레바퀴 구르는 것 같음을 알라.

한 사람을 대하여 성스러운 법을 말할 때

한 사람이 생각하면 곧 증득하나니

모든 근을 조복하여 홀로 앉아서

모든 근을 조복하여 마음을 성취하네.

그런 뒤에 이름은 시방에 두루하리.

이 행은 오직 고요한 숲에 있고

혹은 산 속이나 나무 아래 앉을 때나

강 언덕과 샘 못가에 있으니

이런 처소에서 앉아 생각하되

지혜가 모자라면 항상 졸지만

고요함을 채우면 항상 깨어 있으리라.

샘 같고 못 같고 바다와 같이

고요한 사람도 또한 그러하리.

어리석은 사람은 병에 반쯤 찬 뜨물과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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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은 가득 찬 못물 같네.

지혜 있는 사람 말이 많더라도

말이 많아도 적절한 때를 잃지 않고

혹 말솜씨가 있어 말이 많거나

또는 말이 적어도 잘 살피네.

이렇게 말이 적음도 역시 지혜라 하고

그 이름을 선인이나 성인이라 하네.

이것을 진실한 중도의 행[中道行]이라 하며

이것을 고요하여 해탈을 얻었다 부르네.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자 나라타는 마음과 뜻이 열려 크게 기뻐 뛰놀았다.

어떤 논사는 말하였다.

“이 장로 나라타는 본래의 종성(種姓)이 가전연(迦旃延)이므로 본래의 성을 따라서 사람들이 대가전연(大迦旃延)이라 부른다.”

또 부처님께서 장로 대가전연에게 일찍이 수기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이제 알아야 한다. 나의 이 성문(聲聞) 대중 가운데 매우 영리하게 뜻을 취하고 자세하게 설한 가르침을 들으면 총명하고 명민하여 모두 다 완전히 깨달으며, 만약 조금 듣더라도 남을 위하여 자세하게 분별하여 말하는 데 가장 으뜸가는 사람이 바로 이 대가전연 비구이다.”

그러자 그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존자 대가전연은 매우 희유하다. 그런데 우리들 마음에 궁금한 점이 생겼으나 이 의심을 풀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경의 뜻을 아는 사람은 오직 불세존뿐이시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 처소로 갔다. 그곳에 도착한 뒤에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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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대가전연은 지난 옛적에 일찍이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금세에 부처님께 와서 곧 출가할 수 있었으며, 구족계를 받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까? 또 세존께서 그에게 기별을 주실 때에 성문 대중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지혜가 날카로워 조금 말하여도 많이 알고 자세하게 말한 것을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는 자로서 가장 으뜸가는 사람은 이 대가전연 비구라 하셨는데, 저희들은 그 인연을 듣고 싶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이 현겁 가운데 중생의 수명이 2만 살이었을 때 여래 한 분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름은 가섭․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였다. 그 때 가섭여래께서 법 바퀴를 굴리고 법의 깃대를 세웠으니, 옛적 서원이 원만하게 갖추어졌으며 대장부가 해야 할 일들을 자재하게 모두 마쳤고, 중생을 교화하여 모든 중생 연꽃 무리 등 8천억의 무리를 건져 천상에 나게 하였다. 이 때 그 부

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두들 해탈법문을 세웠는데, 모두다 이 바라나성 녹야원 가운데 모든 선인이 거처하던 곳에 살면서 법을 설하며 머물렀다.

이 때 바라나성에 신심이 돈독한 우바새가 한 사람 있었는데, 5계를 받아 가졌으며, 그 우바새는 5명(明)을 잘 알고 세상의 논(論)을 분별하여 그 뜻을 잘 풀었다. 그 우바새는 녹야원에 이르러 모든 비구들에게 간략히 뜻을 묻자 모든 비구들은 곧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우바새는 모든 비구들에게 자신을 위하여 자세하게 이치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서 마음으로 부러워하고 이런 원을 세웠다.

‘훌륭하고 희유하도다. 원하건대 나는 내세에 다시 이보다 나은 법을 얻고, 또 이 비구들과 똑같이 이렇게 분별하여 남을 위해 차례로 설하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라. 그 때 5계를 받은 우바새는 곧 이 마하가전연의 전신이니라. 그 부처님 곁에서 5계를 받아 지니고 우바새가 되었는데, 그는 5명의 미세한 뜻을 잘 알고 또 남에게 분별하여 해설하였고, 그 때 이런 서원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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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는 내세에 이렇게 모든 법을 성취하고 남을 위하여 여러 가지로 해설하기를 원합니다’고 한 것이다.

또 비구들아, 너희들은 알아 두라. 이 가전연 비구는 지난 옛날 기쁜 마음으로 이런 선근을 심었으며, 이런 인연으로 내 곁에서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나는 이제 수기하니 나의 성문 제자들 가운데 간략한 뜻을 자세하게, 자세한 뜻을 간략히 말하는 사람으로 으뜸가는 이는 바로 이 마하가전연 비구이다.”

그리하여 세간에는 92명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요 뒤의 다섯 비구와 장로 야수타, 그리고 야수타의 벗인 훌륭하디 훌륭한 장자 무구․선비․만족․우주와, 또 야수타의 벗인 상인들의 우두머리이며 여러 지방에서 온 선남자들인 50명의 장자들과 또 장로 부루나미다라니자와 그의 벗 29명과 장로 가전연 등이었다.

 

42. 사비야출가품(娑毘耶出家品) ①

이 때 북천축(北天竺)에 특차시라(特叉尸羅)[수나라 말로는 삭석(削石)이라 함]라는 성이 있었다. 그 성 안의 어떤 집에서 부인이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의 부모는 관상 보는 이를 불러 상을 보게 하였는데, 그가 점을 치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딸은 박복한 상이오. 좋은 일이 없을 것이오.”

부모는 그 말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우리 딸이 좋은 상이 없고 길상하지 않은데 이 다음에 장성하면 누가 며느리로 맞을 것인가?’

그들은 이렇게 서로 의논한 뒤에 학문하는 어떤 외도의 부인에게 딸을 맡겼다. 그 외도의 이름은 파리파사(波梨婆闍)[수나라 말로는 행행(行行)이라 함]라 하였는데, 딸의 부모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이제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이 딸아이를 키워 주시고 도법(道法)을 가르쳐 길러 주시면 모든 필요한 물건들을 당신에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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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외도 파리파사는 곧 그 딸을 데려다 길렀다.

이렇게 보살피는 가운데 그 딸은 차츰 자라났고, 마침내 결혼하기에 적당한 나이가 되었으며, 여자로서의 뜻과 지혜도 이루었다.

그 때 그 외도 파리파사의 부인은 딸이 다 큰 것을 보고 곧 그 딸에게 여러 가지 주술과 온갖 기예를 다 가르쳐 주었다. 지혜가 총명하여 여러 가지 모든 논을 밝게 알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단정하여 비길 데가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생김새는 남보다 뛰어나며 뼈마디가 성숙하고 신체가 반듯하여 결점은 한 군데도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사치의(奢絺衣) 한 벌을 입어 허리 아래 걸치고, 또 한 벌의 사치의는 어깨 위에 걸치고는 세수할 때에 물병을 올려 두는 곳인 삼발이[三奇立拒]를 손에 들고서 온 마을과 성, 그리고 온갖 읍과 왕문(王門) 등을 다녔으니, 모든 외도를 찾아가 논쟁을 벌여서 외도들을 꺾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츰 걸어 나가다가 문득 최묘자재승타(最妙自在勝他)라는 이름의 파리파사 도인과 마주쳤다.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던 중에 남천축에서 북천축으로 오는 길이었다. 그 도인도 역시 생김새가 반듯하고 단정하기가 견줄 데가 없었으며 나이도 꽉 차 그를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호감을 가졌다. 또한 얼굴 생김도 남보다 나았으며 신체도 균형이 잘 잡혔고 팔다리가 보기 좋아 논사(論師)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였다.

때에 그 도인은 이토록 사랑스럽고 단정하며 용모가 뛰어나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생긴 이 파리파사의 여인을 보자 이 여인에게 애착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이 파리파사 여인도 파리파사 도인에게 애욕의 마음이 생겼으며 서로가 탐하고 사랑해 마지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곧 파리파사 여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신 당신이여, 나는 이제부터 당신과 함께 세상일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 여인도 대답하였다.

“내 마음도 당신과 한 곳에서 지내며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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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파리파사 도인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출가하여 수도하는 몸입니다. 만약 이렇게 법을 수행하는 몸으로 세상일을 즐긴다면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곧 우리들을 비난하고 욕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함께 서로 논쟁을 벌이되, 논쟁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받들어 섬기자는 약속을 합시다.”

그러자 여인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내가 이기고 당신이 이기지 못한다면 이 일은 옳지 못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어찌 남자가 여인을 섬기겠습니까? 만약 여자가 져서 남자를 섬기면 이 일은 옳은 일이요 순리일 것입니다.”

그 도인은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덕스러운 여인이여. 당신의 말은 이치에 잘 맞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그리하여 파리파사 도인은 곧 대중들 가운데서 논쟁을 벌이겠다며 북을 치면서 이렇게 고하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누가 나와 논쟁을 벌이겠는가? 파리파사 도인이나 파리파사 여인 중에 누구든 나와 토론할 수 있는 자가 있는가? 만약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세 번 외치자 그 파리파사 여인이 대중 가운데서 그 말을 듣고서 곧 소리쳐 말하였다.

“내가 당신과 토론을 하며 묻고 답해 보겠습니다.”

그 때 그 여자는 조용한 행동거지로 대중 속에 있으면서 도인에게 문제를 내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이내 풀이하여 맞추었다. 다시 그 파리파사 도인이 그녀에게 반문하자 역시 잘 풀이하여 맞추었다.

이렇게 각자 두 번씩 서로 문제를 내었고 각자 잘 맞추었다. 마침내 세 번째에 이르러 그 파리파사 도인이 여인에게 이치를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답을 맞출 수도 있었지만 그 도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까닭에 문제를 풀지 못한 척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대중들 한가운데서 그 여자를 항복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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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렇게 여인이 파리파사 도인에게 항복하였으므로 곧 대중 앞에서 그 파리파사 도인의 손에서 가죽신과 삼차거(三叉拒)를 받아 들고 갔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이런 더럽고 음란한 일을 서로 피하지 않고 함께 한 곳으로 갔다. 그들이 서로 어울리자 여인은 이내 임신한 몸이 되었다. 그런데 여인이 임신을 하자 본래의 행을 어긴 까닭에 용모가 미워지고 다시는 단정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그 여인의 몸이 본래의 안색을 잃은 것을 보

고 이내 싫증을 내고 미워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다시 당신과 한 곳에서 같이 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그 도인에게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함께 도를 닦다가 함께 뜻을 잃었습니다. 지금 나는 당신 때문에 임신하게 되었는데, 당신은 그런 나에게 꽃다운 빛이 없다고 하여 홀연히 나를 버리려 하니, 나는 선 자리에서 죽을 것이요, 만약 죽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큰 고통을 받을 것이오.”

그러나 그 도인은 이미 떠날 마음이 정해졌으므로 그 여인에게 금가락지를 한 개 주어 그것으로 약속을 하면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약 딸을 낳으면 이 가락지로 물건을 바꾸어 아이를 기르는 데에 쓰고, 만약 사내아이를 낳거든 이 가락지를 주어 징표로 삼아서 나를 찾게 하시오.”

이렇게 가락지를 맡긴 뒤에 그 여인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천축을 향하여 떠나가 버렸다.

그 파리파사 여인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온갖 곳을 두루 흘러 다니며 걸어 다니다가 차츰 마두(摩頭)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 변두리에 백운(白雲)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의 한 현(縣)에 머물다가 마침내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자 그 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측은하게 여겨서 우유를 주기도 하고 혹 기름을 주기도 하며 그 밖에 필요한 것을 모두 보시해 주었다.

한편 그 파리파사 여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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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 1142] 쪽

‘나는 이 아이를 이 마을에서 낳았으니 이제 마을 이름을 따라서 아이의 이름을 사비야(娑毘耶)[수나라 말로는 현관(縣官)이라 함]라 지어야겠다.’

그 파리파사 여인이 아들 사비야를 법답게 기르고 거두어 젖을 먹이니 사비야 동자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뜻도 커져 가자 그 여인은 아들에게 글과 그림, 산수, 결인(結印)하는 법과 주술들을 가르쳤고, 그 밖의 모든 논도 다 가르쳐 주었다. 그 동자는 매우 영리하고 총명해서 배우는 것을 다 통달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느 날 사비야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제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사비야야, 네 아버지는 지금 남천축에 있다. 너는 이제 그곳으로 가서 네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남편이 주고 간 금가락지를 내어 주었다.

“너는 이것을 증표로 삼아 네 아버지를 찾아라.”

사비야는 그 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어머니 말씀을 받들어 떠나겠습니다.”

사비야는 그 증표를 받아 들고서 남천축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 성에서 저 성을 거치면서 점점 남천축 지방으로 다가갔는데, 이르는 곳마다 논쟁할 사람을 만나면 모두 항복시키면서 차츰 아버지가 사는 곳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아버지를 몰랐으며 또 누구에게도 물어보지도 않았으므로 논쟁을 알리는 북을 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에 혹시 파리파사 도인이나 파리파사 여인이 있다면 누가 능히 나와 함께 논쟁하고 문답해 보겠는가?”

그 때 사비야 동자의 부친이 동자를 보자 문득 저절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파리파사 도인은 동자에게 물었다.

“너 착한 동자야, 너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냐?”

그러자 동자는 곧 파리파사 도인에게 자기가 찾아온 내력을 자세하게 말하며 가락지를 내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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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파사 도인은 그 가락지를 보자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바로 내 아들이다.”

도인은 아들을 만나고 나서 곧 여러 가지 주술과 기예를 더 가르쳐 주었다. 또한 그 도인은 이미 오래전에 모든 선정을 닦았으므로 차례로 아들에게 선정(禪定)의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후 오래지 않아 파리파사 도인은 목숨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비야는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그곳을 떠나 바닷가로 가서 그곳에 초가 암자를 짓고 살았다. 그곳에 살면서 고요히 생각하고 앉아서 오래지 않아 4선과 5신통을 두루 증득하였다. 그는 이미 증득하고 나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간의 모든 아라한들은 제 스스로 자기는 나한이요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들에 비하면 나한이라고 이름하여도 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 때 사비야 동자의 모친은 목숨을 마치고 이내 삼십삼천에 났다.

당시 세존께서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녹야원에서 위없는 법륜을 굴린 뒤였다. 그 때 모든 지거천(地居天)들이 차례로 서로 소리 높여 이 소식을 전하였는데 이런 소리가 서로서로 전해져서 위로 삼십삼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때 동자의 모친인 도리천신은 이 소리를 듣고 생각하였다.

‘내 아들은 지금 어느 곳에 있을까?’

그는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여 곧 그 아들이 바닷가에 살고 있음을 보았다.

이 때 그 천신의 몸의 빛은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났는데 한밤중이 되자 하늘의 광명을 놓아 아들이 있는 곳을 비추면서 자신의 아들 사비야 파리파사가 수행하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사비야는 나한이 아니요, 아직 아라한 도나 나한 법에 들어가지 않았다. 너는 나한의 경지를 구하는 법의 차례에 아직 들지도 않았다.”

사비야가 그 하늘에게 물었다.

“천신은 누구십니까? 천신께서는 아라한이십니까? 아라한 도와 법에 들어가셨습니까? 만약 아라한 법의 가르침을 알고 계시다면 저를 가르쳐서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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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을 얻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천신이 사비야에게 대답하였다.

“사비야야, 지금 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가 현재 바라나국 녹야원의 선인이 살던 곳에 머물러 계신다. 그 세존이 바로 아라한이요 아라한 도에 들어갔음을 스스로 알고 또 사람들로 하여금 아라한 법을 얻도록 가르칠 수 있다.”

사비야는 또 물었다.

“그대 큰 천신이여, 나는 지금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방편으로 그가 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임을 알 수 있습니까?”

그러자 그 천신은 사비야에게 말하였다.

“파리파사야, 너는 이렇게 법의 뜻을 물어라.

‘당신은 이와 같이 비구의 이름을 받았는데 무엇을 조복하였으며 어떤 선을 행하였습니까? 무엇을 이름하여 부처라 하고 무엇을 비구라 하며 무엇이 사문이요 또 바라문입니까? 어떻게 청정해집니까, 어떤 것이 지혜이며 또 지혜의 복전(福田)입니까? 어떤 것을 방편을 잘 안다고 하며, 무엇을 이름하여 선인(仙人)이라 하며, 무엇을 듣는다[聞]고 하며, 무엇을 수순한다고 합니까? 어떤 것이 용(龍)이며, 어떤 것을 받음[受]이라 하며, 어떤 것을 성인[聖

]이라 하며, 어떤 것을 행을 행한다고 하고, 어떤 것이 도를 구하는 것입니까?’

사비야야, 만약 어떤 사람이 너의 이런 질문을 받고서 하나하나 너에게 풀이해 주어서 너를 크게 기쁘게 해 준다면 너는 그 사람에게서 범행을 행하라.”

사비야 파리파사는 그 천신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는 마음속에 기억해 둔 뒤에 곧 여러 성․읍․촌락이며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북을 쳐서 토론하기를 청하며 이렇게 크게 외쳤다.

“사문이나 바라문 가운데 나의 물음에 답해 줄 사람 없습니까?”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함께 논의할 사람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비야가 가는 곳마다 그 때까지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서 법을 사유하고 있거나 혹은 논의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그가 다가온다는 소문을 들으면 모두가 달아 나서 끝내 그와 함께 토론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차츰 나아가다 점차 바라나성에 이르렀다. 마침 그 성에는 여섯 명의 유명한 스승이 있어 각각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자처하고 있었으니, 이른바 부란나와 내지 세 가섭과 니건자 등이었다. 그리하여 사비야는 곧 부란나 가섭 등을 찾아갔다. 그리하여 부란나와 서로 만나 위로하고 문안을 하며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불본행집경 제3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2. 사비야출가품 ②

그 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부란나 가섭 등에게 무엇이 비구이며, 나아가 어떤 것을 구도(求道)라 하는가 하는 위의 물음을 던졌다.

사비야가 이렇게 가섭 등에게 묻자 가섭 등은 그 말을 듣고 마음과 뜻이 헷갈리고 어지러워져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 뜻을 알지 못하였기에 더욱 눈살을 찌푸렸고 미간을 찡그리니 주름이 세 줄 나타났으며 마음에 원한과 분노를 일으키며 쓸데없이 중얼거렸다.

사비야 파리파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장로는 나의 물음에 털끝만큼의 뜻도 풀이해서 답하지 못하며, 또 내 뜻도 뒤바뀌게 듣고 착각하여 이해하지 못하고 문구에 막히어 매우 부끄러우니까 분노와 원한을 일으키고 쓸데없이 크게 부르짖는구나.’

그러자 사비야 파리파사는 부란나 가섭 등에게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그리하여 마사가리구사리(摩娑迦梨劬奢梨)와 니건자들을 찾아갔다. 그곳에 이르자 니건자를 만나 좋은 말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섰다. 사비야는 니건자에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무엇이 비구이며 나아가 구도라 하는가를 물었다. 그러나 그 니건자도 사비야의 이런 물음을 듣자 마음과 뜻이 어지러워 대답하지 못하였다.

사비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장로들도 끝내 털끝만큼의 뜻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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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뜻이 미혹하고 거칠어져 도리어 성만 내고 앞의 사람들처럼 소리만 지르는구나.’

이 때 사비야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시 또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 중에 세간에서 일체의 지혜를 가진 아라한이라 이르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가서 마음의 의심을 물을 것이요, 만약 이해하게 되면 나는 마땅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고 정례하며 아침 저녁으로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사비야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큰 사문이 지금 바라나 녹야원의 여러 선인들이 머물던 곳에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를 지혜 있는 아라한이며 매우 총명하다고 말하니, 나는 이제 그 사문에게 가서 의심나는 뜻을 물으리라.’

그러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곳 사문 바라문으로서 나이 많은 대덕이며 오랜 세월 범행(梵行)을 닦아 각각 모든 나라의 왕사(王師)가 될 만하며 세간에서 각각 총명하고 지혜로운 큰 아라한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른바 부란나 가섭과 니건자들도 내가 묻는 것을 알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이 사문은 나이도 젊고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거늘 내가 묻는 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또 거듭 생각하였다.

‘그 사문을 가볍게 여기거나 기만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그 사문이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어쩌면 총명하고 큰 지혜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그곳의 큰 사문에게 가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의심을 물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사비야 파리파사는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는데, 멀리서 세존을 보니 마치 허공 가운데 뭇 별이 장엄한 것처럼 대중 가운데서 법을 펴고 계셨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마음에 믿고 행할 생각이 일어났다.

‘이는 반드시 예전에 소문 들었던 바로 그 여래․세존․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일 것이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곧 세존을 대하여 여러 가지 좋은 말로 인사를 드리고 한쪽에 물러나서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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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 1142] 쪽

저는 사비야란 도인(道人)입니다.

멀리 다른 지방에서 일부러 왔습니다.

의심이 마음에 생겨나 대지(大智)에게 물으리니

저를 위해 분별하여 말씀해 주소서.

제 마음의 의심을 끊어 주시고

낱낱이 생각하여 절 위해 말해 주소서.

제가 묻는 뜻과 문구를 차례대로 풀이하고

낱낱이 깨우쳐 어긋나지 않게 하소서.

사비야는 이렇게 게송을 읊고 나서 묵묵히 앉았다.

그런데 모든 부처님 법에는 세 가지 신통문(神通門)이 있어서 교화시킬만한 자는 곧 교화시킨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이른바 출현하는 신통이요, 둘째는 가르쳐 보이는 신통이요, 셋째는 가르쳐 행하는 신통이었다.

세존께서는 그 사비야 파리파사의 마음에 의심이 있음을 아시고 사비야를 향하여 곧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에게 마음의 의혹을 묻고자 하여

너 사비야는 먼 길을 왔구나.

너는 이제 말해 보아라. 내가 설명해 주리라.

어떤 물음이든지 내가 다 받으리라.

물음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하리니

너 사비야는 빨리 말해 보아라.

마음껏 묻고 싶은 것 의혹하지 말라.

낱낱이 묻는 대로 자세하게 베풀리라.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읊으시자 사비야 파리파사는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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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 1142] 쪽

‘나는 이전에 여러 곳에서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이 들었고 덕이 높으며 출가한 지 오래되어 왕의 스승이 될 만하고 세간에서 대아라한이라 일컬을 정도로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 내 마음에 의심난 뜻을 물었으나 그들은 다 잘못 생각하고 마음이 혼란스러워져 나에게 그 뜻을 대답하지 못하였다. 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들은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얼굴을 찌푸려 주름을 만들었으며 성내고 원한을 품으면서 쓸데없이

중얼댔다.’

그 때 사비야는 마음에 희유함을 내었다.

‘그런데 이 대사문은 나의 물음에 성내거나 분해하지 않고 더욱 청정해지고 용모에 즐거운 빛이 감돌고 다른 빛이 없다. 나아가 더욱 빛을 내면서 나의 물음에 나를 위해서 설명해 주리라고 허락하였다. 이 분은 모든 근(根)이 고요하여 그릇됨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알고 나서 그는 크게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환희에 차올라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서 곧 게송으로 그 뜻을 물었다.

대성이여, 무엇을 비구라 이름하며

성현들의 조복이란 무엇을 항복 받는 것이며

어떤 일을 알고 보는 것을 깨달음이라 이름하는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명해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그에게 대답하셨다.

고행하여 걸림없이 보리를 찾고

모든 의심을 건너 열반 언덕을 향하네.

유(有)가 있고 없음을 모두 버리고

범행으로 누(漏)가 다하면 비구라 하네.

모든 것을 버린 데서 바른 생각으로 행하되

세간에 살면서 남을 해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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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 1142] 쪽

청정하고 탁함이 없는 몸을 얻어

모든 얽힘을 벗어남을 조복이라 하네.

만약 안팎으로 모든 근을 거두어

이렇게 항복하면 곧음이라 이름하고

이 세상과 뒤 세상을 싫어하여 떠나며

열반을 기다림을 선행이라 이르네.

모든 겁(劫) 가운데 부지런히 닦아

나고 죽는 두 끝을 업을 따라 받으며

세간의 번뇌 없고 속박 벗으면

이것을 생사를 다한 깨달음이라 하네.

그 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이 게송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범행을 닦는 것이라 이름하며

사문의 청정함은 또 무엇입니까?

대지(大智)라 말한 것은 무엇을 조복하는 것인지

세존께 여쭈니 절 위해 풀이해 주소서.

이 때 세존께서는 또 게송으로 그에게 대답하셨다.

모든 죄를 버리고 때[垢]의 얽힘도 없이

선정을 잘 얻어 바로 머물러

홀로 번뇌의 바다를 초월할 수 있으면

이것을 성스럽게 범행 닦는 이라 하네.

복덕을 쌓고 모아 모든 악을 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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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 1142] 쪽

이 세상 저 세상 번뇌가 없는 줄을 알고

모든 생사를 없애는 까닭에

이것을 증득하면 사문이라 부르네.

모든 존재의 업보를 다 없애 버리고

일체 세간의 모든 안팎과

어떤 천신도 인간도 그를 더럽히지 못하니

이런 것을 이름해 깨끗한 몸이라 하네.

모든 얽힘 다 끊어 걸림이 없고

일체의 세간과 안팎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모두 벗어나면

부처님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라 부르네.

사비야는 거듭 게송으로 물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복전(福田)이라 하시고

어떤 것이 교묘히 아는 방편이오며

어떤 것 이름해 대선(大仙)이라 하는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말씀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또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모든 세계를 낱낱이 분별해 알고

모든 하늘 범천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며

과보의 집착에 얽힘을 벗어나면

이런 것을 이름해 복전이라 하네.

업(業)의 뿌리와 과보의 열매가 나는 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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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 / 1142] 쪽

모든 하늘 범천들은 다 분별하네.

온갖 인욕으로써 근본을 끊으면

이런 것을 이름해 교묘한 지혜라 하네.

피차의 깨끗한 인(因)을 선택하여

일체 세간 안팎에 있는 모든 것은

내가 거두지 못하거나 머물지 못할 곳 없으니

이런 것을 좋은 방편[善權]이라 하네.

모든 법의 유무(有無)를 알고

일체 세간의 안팎이 없이

이 세상 천상 인간의 공경을 얻어

걸림없이 홀로 초월한 것을 선인이라 하네.

사비야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을 얻었기에 들었다 하며

어떤 것이 수순이요 정진이오며

어떤 것을 이름해 큰 용(龍)이라 하는지

제발 세존께서는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또 게송으로 그에게 대답하셨다.

일체법을 다 듣고 알며

모든 허물과 공덕까지도

초월하고 다시 의심 없으며

일체에 집착 않음을 들음이라 하네.

명(名)과 색(色)은 다 허망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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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 1142] 쪽

안팎의 근(根)과 진(塵)은 근심의 장본

이렇게 모든 곳에 해탈하고 나면

부처님은 그것을 수순하는 마음이라 말하네.

모든 죄의 얽힘을 버리고

지옥의 괴로움 떠나려면 용맹해야 하니

거기에서 해탈하고 물들지 않으면

이를 이름하여 정진하는 사람이라네.

세간의 애욕을 모두 멀리하여

속박과 해탈을 모두 끊으며

모든 누(漏)가 다하여 다시는 찔리지 않으니

이런 몸을 이름하여 용이라 하네.

사비야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을 이름해 받음이라 하고

어떤 것을 성인과 행을 행한다 하며

어떤 인연을 일러 구도하는 사람이라 하는지

지금 세존께 여쭈니 말씀해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셨다.

모든 위타론을 낱낱이 가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그들이 아는 것을 이미 증득해 알며

그들에게 다 받아 취하여

사견을 베고 그물을 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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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 1142] 쪽

그 지인(智人)은 다시 태를 받지 않나니

세 가지 상(相)의 마음 진흙을 없애어

분별을 내지 않음을 성인이라 하네.

모든 신통을 바로 모두 다 얻고

평등하게 일체법을 알아

능히 모든 세간에 잘 갈[善逝] 줄 아나니

이렇게 아는 것을 행을 행한다[行行] 하네.

모든 법이 지닌 괴로움의 결과에

위이거나 아래거나 혹은 중간까지도

명색(名色)의 경계를 두루 아나니

이런 사람을 일러 구도자(求道者)라 하네.

그 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모든 뜻을 세존께 여쭈어 모두 그 본심에 적절하게 알았다. 그러자 크게 기뻐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 합장한 뒤 세존을 우러러보고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62가지 견해들이 있는데 모두 다 쓸모가 없습니다. 세간의 이런 것들은 모두 허망한 법입니다. 저는 이제 위없는 세존께 귀의합니다. 오직 세존만이 분별하여 아시는 대장부이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설법할 줄 아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일체의 도(道)를 아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모든 고해를 건너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영원히 모든 누(漏)를 다하셨습니다. 오직 세존만이 가장 큰 위력이 있습니다. 오직 세존만이 홀로

지혜가 많습니다. 오직 세존만이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저 이제 대장부께 정례합니다.

참으로 광명을 놓아 널리 비추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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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 1142] 쪽

천상과 인간 모든 세간 안에서

감로 북[鼓]의 문을 잘 여신 분이시여.

제가 먼저 가졌던 의심쩍던 마음을

오직 세존만이 풀어 주셨네.

세존은 이미 큰 선인(仙人) 깨달으신 분

모든 티끌과 때를 다해 남음이 없고

그 뒤에 다시 몸을 받음도 없어

일체 생(生)의 인연 모두 멸하고

세존은 이미 청량한 곳 얻어서

만족을 아는 깨끗한 마음 항상 실행하시네.

이러한 세존은 용과도 같으시니

가장 큰 장부께서 금구(金口)로 말씀하시니

제석천왕이며 모든 천왕들과

모든 선인(仙人), 모든 성인 즐거이 듣네.

세존은 이미 참으로 깨치신 분

세존은 남을 잘 가르쳐 인도하시며

세존은 모든 마(魔)의 무리를 항복 받으셨고

세존은 능히 모든 번뇌를 끊으셨네.

자기를 건지시고 남도 건지시며

모든 죄와 복에 모두 평등하시네.

어느 것에도 욕심내거나 집착 않고 초월하시며

천상 인간 세간을 밝게 아시네.

지진(至眞) 무상존(無上尊)이신 부처님만이

 

이미 온갖 그릇된 도를 벗어나셨고

모든 누(漏)와 유(有)의 인을 멸하셨으니

마치 보름밤의 밝은 달을

하늘 가득 뭇 별들이 에워싸듯

이렇게 세간을 고루 비추시네.

식(識)과 명색(名色)이며 수명들과

왕사성에 살고 있는 모든 인민들을.

비부라(毘富羅)라는 산이 있는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으뜸가네.

또 모든 산 중에는 설산이 으뜸

날아가는 자가 허공에서는 가장 높고

모든 물 중에는 바닷물이 가장 깊고

또 모든 별 중에 달이 제일이니

만약 조복한 이에게 귀의하려면

오직 위없는 이 분에게 귀명(歸命)하리라.

세간의 가장 높은 이께 귀명하며

바른 마부 중에서도 으뜸가는 분께 귀명하며

위없이 높은 선서(善逝)께 귀명하며

더 이상 견줄 데 없는 지진(至眞)께 귀명하리라.

마치 제사에 불이 가장 높고

의론(意論)에는 주술이 으뜸이며

인간 가운데 왕이 가장 자재롭고

모든 강물 중에 바다가 가장 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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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 / 1142] 쪽

모든 별 가운데 달이 가장 빛나고

모든 밝음에는 햇빛이 가장 힘세며

상하 여섯 갈래의 선취와 악취

이른바 삼계의 모든 세간과

일체 형상 있는 천상과 인간에서

오직 세존만이 가장 으뜸이시네.

그러므로 저는 이제 합장하고서

머리 조아려 위없는 세존께 절을 올립니다.

사비야는 이런 게송으로 여래를 찬탄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세존께서는 자비로 불쌍하게 여기셔서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고 저에게 구족계를 주소서.”

이 때 부처님께서는 사비야에게 이르셨다.

“잘 왔다, 잘 왔다. 너 사비야야, 내가 말하는 법행 가운데서 바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해탈을 얻기 때문이다.”

그 때 장로 사비야의 몸은 곧 비구가 되었고 구족계가 이루어졌다. 그 사비야는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은 지 오래지 않아 행(行)․주(住)․좌(坐)․와(臥)에 도반도 없이 홀로 지냈는데 한번도 집착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몸과 입을 삼가하여 감히 게으르지 않았으니, 도를 구하고자 하여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정진하였고, 이렇게 하는 동안 오래지 않아서 그 선남자는 바른 믿음으로 용맹스럽게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청정한 범행을 닦아 현재에 모든

법을 보고 자기 마음을 증득하여 알고 말하였다.

“나는 이미 모든 생과 사를 다하고 범행의 과보를 얻어 후세의 존재[有]를 받지 않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였음을 스스로 이렇게 안다.”

그 사비야는 이미 이런 것을 증득하여 알고 아라한과를 얻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그리하여 세간에는 93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가 세존이시고, 나아가 마지막 사람이 사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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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 1142] 쪽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에 바라나 녹야원에 계실 때 부처님을 합하여 8명이었는데, 6월 16일에 안거를 시작하여 9월 15일에 이를 때에는 모두 93명이 안거를 마쳤다.

 

43. 교화병장품(敎化兵將品) ①

이 때 여러 지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곳의 성읍과 촌락이며 모든 국토에서 각기 서로 불러 기꺼이 출가하기를 청하고 구족계를 받고자 바라나의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세존께 아뢰었다.

“저에게 출가를 허락하고 구족계를 주소서.”

이 때문에 오래전에 출가해 있던 모든 비구들은 그들을 맞이하고 대하느라 번거롭고 힘들었으며, 그 모든 사람들은 출가를 청하려고 시끄럽게 소리내며 떠들었다. 이런 인연으로 세존을 성가시게 하고 한가하고 고요하게 머물지 못하게 하였다.

어느 날 세존께서는 한동안 홀로 고요한 방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사방의 여러 먼 지방에서 이곳으로 온 것은 여래에게 출가와 구족계를 청하기 위함이다. 그런 까닭에 이 모든 사람들은 멀리에서 와서 피곤하며 또 나에게 소란을 일으키게 된다. 내 이제 모든 비구들을 보내어 여러 곳 다른 지방의 촌락 성읍에서 일체 중생들을 교화하게 해야겠다. 그리하여 만약 어떤 사람이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겠다면 법다이 주도록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시고 아침에 방에서 나오셔서 이 인연으로 모든 비구들을 모아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알라. 나는 한가롭고 조용한 방에서 이런 생각을 하였노라.(위에서 말한 바와 같으므로 생략한다.) 너희들은 다른 지방에 나아가 그들에게 출가를 허락하고 구족계를 주어라. 그리하여 그들이 여기 오느라고 피곤하고 또 남을 성가시게 하지 않게 하라.”

이렇게 이르고 나서 거듭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 모든 비구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니 여러 지방의 마을과 성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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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르러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자 하거든 너희들은 출가와 구족계를 주어라.

또한 비구들이여, 만약 그들이 와서 출가하고자 할 때 너희들은 이런 일을 하라. 먼저 그의 머리와 수염을 깎고 곧 가사색(袈裟色) 옷을 입혀라. 그 옷을 입힐 때 의복을 정돈하여 오른팔을 걷어 올리고 대중 앞에서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모든 비구의 발을 정례하게 하고 다시 일어나 비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게 하라.

‘저 아무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합니다.’

너희 비구들은 지금부터 뒤로는 나의 교칙에 따라서 누군가 와서 출가하고자 하거든 구족계와 3귀의를 주어라. 그리하면 곧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여름 안거를 하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만약 스스로 이미 해탈을 얻은 것을 알거든 일체 천상과 인간 가운데서 너희들은 행을 행하여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게 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하여, 세간에게 앞으로 얻게 될 이익과 안락을 구하기 위하여서이다.

만약 다른 지방이나 마을에 가고자 하면 혼자 갈 것이요, 두 사람이 함께 하지 말라. 또 비구들아, 너희들이 만약 다른 지방이나 마을에 이르면 많은 사람을 위하여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어 그들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법을 설하되, 처음과 중간과 끝이 착하고 그 뜻이 미묘하며 완전하여서 모자람이 없게 하라. 너희 비구들은 범행(梵行)을 설하라. 모든 중생들은 티끌과 때가 적고 번뇌가 엷어 어떤 근이 성숙되었으나 바른 법을 듣지 못할까 두려워

하면 능히 법상(法相)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오늘부터 차츰 발걸음을 옮겨 우루빈라(優婁頻螺) 마을로 나아갈 것이니, 병장촌(兵將村)에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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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여, 내 이제 모든 고통을 건넜으니

내 이익은 이미 얻었고 다시금 남도 이롭게 하려 한다.

모든 사람은 괴로움을 없애지 못했기에

이제 그들을 위해 연민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도

반드시 각각 홀로 가거라.

나도 이제 다시 이곳을 떠나

우루빈라 마을 쪽으로 가려 한다.

이 때 마왕 파순은 몰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곧 부처님께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 모든 번뇌에 묶였으니

모든 천상 인간도 그와 같구나.

이미 모든 줄에 묶였으니

사문아, 그대는 그물을 벗지 못하리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들으시고 이것이 마왕 파순의 말임을 아시고,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내 오래전에 모든 구속을 벗었고

천상과 인간에게 있는 것 나는 전혀 없노라.

나는 모든 얽힘을 떠난 몸이라

너 파순을 항복 받았거늘 지금 또 무슨 말이냐.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그 마왕 파순을 꾸짖으려고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일체 색․성․향․미․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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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5욕법(欲法)이 사람을 물들인다.

나는 이제 모두 다 끊어 버렸고

너 파순도 항복시켜 버렸다.

그러자 파순은 이런 게송을 듣고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이미 내 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크게 괴로워하고 깊이 후회하면서 그곳에서 문득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저희들에게 와서 ‘존자 비구여, 어떤 것을 사문 바라문이라 이름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저희들은 그 말을 듣고 그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사문 바라문이라 하고, 어떤 것을 비구의 출가라 하는가?’라고 묻는 이가 있으면, 너희 비구들은 만약 때를 알면 바로 알아야 하며, 알고 나서는 바른 마음으로 관찰하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 일의 인연으로 이 말씀을 하시던 차에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게송을 읊으셨다.

아첨과 아만을 영원히 없애고

탐욕과 성냄이 사라져 탐하는 곳이 없이

이렇게 청정한 체성(體性)이 항상하면

그것이 바로 사문이요 비구이다.

온갖 죄와 번뇌가 다한 자가 바라문이요

정진 고행하는 이를 사문이라 이름하네.

그들은 때[垢]를 없애고 번거로운 세속에서 나왔으니

이것이 참다운 출가요, 모든 악을 부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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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모든 비구들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들이 걸식할 때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나에게 음식을 베푸소서’라고 말해야 합니까, 아니면 곧바로 ‘음식을 보시하라’고 해야 합니까? 저희들은 어떤 방법으로 걸식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그렇게 너희들 말과 같이 하지 말라. 왜냐 하면 남을 보호하는 마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지혜로운 이가 걸식할 때는 말이 없고

또 손가락으로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성자는 묵연히 옆에 서서 생각에 잠기니

이런 자를 걸식하는 참다운 비구라 한다.

지혜 있는 사람이 걸식할 때면

그저 한 곳만 자세히 보며 서 있을 뿐이니

그 사람들이 만약 이런 자를 보면

곧 걸식하는 사문인 줄 알 것이다.

비구들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믿는 마음을 내고서 저희들에게 음식을 주고 저희들을 공경하오면 저희 비구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그들에게 ‘너는 크게 길하고 이로울 것이다’고 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크게 평안할 것이다’라고 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큰 공덕이 있으리라’고 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 이제 받았으니, 그대는 복이 많아질 것이다’고 해야 합니까? 또는 ‘그대에게는 복이 없다’고 해야 합니까? 저희 비구들

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가르치고 일깨워 주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지금 말하는 것과 같이 하지 말아라. 내 이제 그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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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에게 가르쳐 보이리니 이렇게 하여라.”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시는 복덕을 기르는 것이요

인욕은 일체 원수를 사라지게 하니

착한 이는 모든 그릇됨을 내어 버리고

욕망을 떠나 자연히 해탈하리라.

복을 닦으면 항상 안락을 얻고

구함이 쉽게 되고 여러 가지가 넉넉해

현세에서 고요한 마음을 속히 얻고

그런 뒤에 저 열반을 증득하리라.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설하시면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음식을 받고 축원(呪願)하는 법을 가르치셨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이런 가르침을 받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 세 번 두루 돈 뒤에 마음이 닿는 곳으로 떠나갔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이 제각기 떠나간 뒤에 그곳의 숲을 보호하는 신(神)과 나무를 수호하는 신과 경행처(經行處)를 수호하는 신들이, 숲을 보아도 비었고 나무 밑을 보아도 비었으며 경행하는 곳을 보아도 비어 있었다. 그들은 모든 비구들을 사모하는 까닭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이렇게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 신들이 크게 사모했는데

이 숲과 나무를 보니 텅 비었습니다.

그 다문(多聞)한 대중 비구 스님들

구담 석가의 제자들은 지금 어디 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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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그 수호신들에게 대답하셨다.

그들은 모든 근을 조복하고서

다니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려고

저 교살라국으로 가기도 하고

혹은 비야리성으로 가기도 하였다.

혹은 아유사국으로 가기도 하고

혹은 금강의 큰 지방에 나아가

다른 이의 의심에 찬 마음을 끊어 주고

근기를 따르고 사정을 좇아 설법해 줄 것이다.

세존께서는 바라나성에서 여름안거를 마치시고 얼마를 지내신 뒤에 거듭 모든 비구들에게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인연을 따라 교화하도록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바라나성을 떠나 다니시다가 점차 우루빈라 마을에 도착하셨다. 이곳은 옛날 여래께서 고행을 하시던 곳인데 그 마을에는 병장(兵將)이라는 이름의 세력이 큰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 도착하시자 옛적에 왕래하시던 길을 걸으시며 교화하려 하셨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옛길을 가시다가 그 길가에 숲 하나를 보았는데, 나무가 울창하여 사랑스러웠다. 부처님께서는 길에서 내려와 그 숲 속 깊이 들어가 나무 사이를 오가셨다. 그러다 단정하고 보기 좋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시고 곧 그 아래 앉으셔서 하루를 쉬셨다.

그 때 그 숲 속에는 남자들 30명이 놀러와 있었는데 29명은 아내가 있어서 함께 왔으나 한 사람은 아내가 없이 혼자 왔다. 그래서 그 29명의 벗들은 아내 없는 그 친구를 위하여 신부를 찾았으나 마음에 맞는 적당한 이를 찾지 못하여 음녀(淫女) 한 사람을 돈을 주고 고용하여 그와 함께 즐기도록 데려왔다.

그런데 음녀는 그 사람과 마음대로 즐기며 세속의 오락거리를 하며 지내다가 30명의 남자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서 그들이 지니고 있던 좋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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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훔쳐 가지고 도망하였다.

그러자 그 남자와 친구들은 모두 함께 그 음녀를 찾아 온 숲을 두루 헤매었지만 그를 찾지 못하였다. 그러다 멀리서 부처님께서 나무 아래 앉아 계신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단정하여 모든 사람이 보면 마음이 즐거워졌으며, 모든 근을 조복하여 마음과 뜻이 고요하였으며, 이미 으뜸가고 가장 훌륭한 법을 이루어 마치 코끼리 왕처럼 가장 선하고 가장 묘하였으며, 큰 못에 차고 맑은 물이 가득 고인 듯하였다. 한 길 되는 광명이 있었으니 마치 금으

로 만든 상(像)과 같았고, 몸의 특징을 모두 갖추었으니 사라나무에 꽃이 만발한 것과 같았고 허공의 별과도 같았다.

그들은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이렇게 여쭈었다.

“존자시여, 여기서 혹 이런 여자를 보신 일은 없으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너희들이 묻는 것이 어떤 여자이며, 그 여자는 무슨 인연으로 왔던가?”

그들은 함께 대답하였다.

“크게 어지신 존자시여, 저희 친구 30명은 다 어질고 선량합니다. 이 숲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29명은 다 아내가 있었지만 한 사람은 독신이어서 아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서로 상의해서 음녀 한 사람을 사다가 그의 처를 삼아 주어 잠깐 즐기도록 하였는데, 그 음녀는 저희들이 놀다가 지친 끝에 잠에 빠져든 것을 보더니, 저희들의 좋은 물건들을 훔쳐 가지고 도망갔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 벗을 생각해서, 그리고 저희들 각자의 물건을 찾

기 위하여 이 숲 속에서 그 음녀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모든 남자들아, 내 지금 그대들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들은 지금 자신을 찾겠는가, 그 음녀를 찾겠는가? 두 가지 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훌륭한 일인가?”

그들은 함께 대답하였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저희가 지금 만일 자신을 찾는다면 이것이 가장 훌륭한 일입니다. 그 음녀는 찾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이르셨다.

“모든 선남자들아, 만약 그렇다면 너희들은 편안히 앉으라.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리라.”

30명의 남자들은 부처님께 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스러운 가르침을 따라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차례대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와 지계, 인욕행이며, 나아가 있는 법은 다 멸하는 상(相)인데 여실히 관찰하고 이미 증득하여 알았다. 마치 검은 실도 없고 때도 묻지 않은 깨끗한 흰 옷은 물을 들이면 물들이는 대로 그 색을 다 받아들이듯 그들도 그러하였다. 그 30명의 남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멀리 티끌과 때[垢]를 여의고 즉시 일체 번뇌가 다 사라져 모든 법 가운데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모든 때[垢]가 묻는 법

은 다 멸하는 것임을 보고 알았다.

그 남자들은 이렇게 모든 법상(法相)을 보고 이런 법상을 얻고 이런 법상을 증득하고 이런 법상에 들어가 이런 법상을 건너고 의심됨을 멸하여 다시 미혹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두려움이 없는 데에 이르렀으니, 다른 이를 따라 행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세존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알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출가와 수계를 허락해 주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 남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오라. 나의 가르침 속으로 들어와 범행을 행하여 바르게 괴로움의 집기[苦集]를 다하고 괴로움의 끝을 멸하라.”

이 때 그 모든 장로는 곧 출가를 이루고 계품(戒品)을 구족하였다.

세존께서 거듭 그들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설하고 은근히 가르쳐 일깨우셨다. 그 선남자들은 다시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고 가르쳐 보이실 때, 곧 오래지 않아 바른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한 뒤 최상의 법행을 구하여 마치고 스스로 신통을 증득한 뒤에 입으로 외쳤다.

“나는 지금 이미 범행의 과보를 얻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다시 또 뒷세상의 존재[有]를 받지 않으리라.”

이렇게 알았을 때 그 장로들은 다 아라한을 이루었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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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렇게 세존께서 그 30명의 장로들을 교화하여 증득해 알게 하시고 더욱 유행(遊行)하여 지나가시다가 백첩림(白氎林)을 지나셨다. 부처님께서는 그 숲에 이르시자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 마음에 드는 나무를 보시고 그 아래 앉아 하루를 쉬셨다.

그 때 그곳에는 문득 운종성(雲種姓) 사람들 60명이 그 숲길을 지나다가 멀리서 세존께서 나무 아래 앉으신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단정하고 보기 좋았으며, 많은 이들이 보기를 좋아하였고, 나아가 허공에 뭇 별들이 장엄한 것 같음을 보았다. 보고 나서 마음에 청정한 바른 믿음을 얻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묵묵히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 운종성의 60명을 위하여 차례로 법을 설하셨으니, 보시와 지계 등이었다. 내지 그들은 듣는 대로 다 증득하여 알았으며, 그 장로들은 모두 아라한과를 이루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그 60명의 운종성 비구들을 교화하여 발심시키시고, 곧 그 곳을 떠나 다시 다른 지방으로 유행하셨다.

 

 

 

 

 

불본행집경 제4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4. 교화병장품 ②

이 때 세존께서는 점점 항하(恒河) 가에 이르셨다. 그 항하 가에는 뱃사공이 한 사람 있었는데,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속히 달려와 부처님을 영접하였다. 부처님 곁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서 오십시오, 세존이시여. 어디에서부터 이곳까지 오시게 되었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제발 이 배에 오르소서. 제가 세존을 저편 언덕까지 건네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배삯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곧 배에 오르셨다. 세존께서는 배에 올라 앉으신 뒤 다음의 게송으로 뱃사공을 가르치고 인도하셨다.

너 이제 이 배를 햇볕에 잘 쪼여라.

그렇게 하면 가볍고 빨리 가리라.

만약 이 탐욕과 성냄의 번뇌를 버린다면

반드시 빨리 저 열반에 이르리라.

너는 사랑하는 마음을 이 배에 쪼여

가볍고도 재빨리 건너도록 하라.

너 이제 탐욕과 성냄을 버리면

반드시 빨리 저 열반에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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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슬퍼하는 마음을 이 배에 쪼여

가볍고도 재빨리 건너도록 하라.

너 이제 탐욕과 성냄을 버리면

반드시 빨리 저 열반에 나아가리라.

너는 기쁜 마음을 이 배에 쪼여

가볍고도 재빨리 건너도록 하라.

너 이제 탐욕과 성냄을 버리면

반드시 빨리 열반에 나아가리라.

너는 담담한 마음을 이 배에 쪼여

가볍고도 재빨리 건너도록 하라.

너 이제 탐욕과 성냄을 버리면

반드시 빨리 열반에 나아가리라.

만약 비구가 사랑하는 마음을 행하여

능히 불세존께서 가르치시는 법을 믿으면

빨리 고요한 곳을 증득하여서

머지않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을 얻으리라.

만약 비구가 슬픈 마음을 행하여

능히 불세존께서 가르치시는 법을 믿으면

빨리 고요한 곳을 증득하여서

머지않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을 얻으리라.

만약 비구가 기쁜 마음을 행하여

능히 불세존께서 가르치시는 법을 믿으면

빨리 고요한 곳을 증득하여서

머지않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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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 / 1142] 쪽

만약 비구가 담담한 마음을 행하여

능히 불세존께서 가르치시는 법을 믿으면

빨리 고요한 곳을 증득하여서

머지않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을 얻으리라.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고 뱃사공에게 이르셨다.

“너 선남자여, 물로 배를 씻으라.”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뱃사공의 세속의 모습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왼손에는 저절로 질그릇 발우가 들려졌고, 머리와 수염이 마치 깎은 지 7일이 된 비구와 같아졌고, 걸음걸이와 위의가 또 백의 여름안거를 지낸 상좌(上座)와 다름이 없어졌다. 이렇게 성취하고 곧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기쁨을 내게 하고자 다시 그에게 법을 더 설하시니, 오래지 않아 선남자는 범행을 행하여 마치고 스스로 법을 증득하고 모든 신통을 이루고 생사를 버리고자 청정행을 닦았으며 할 일을 다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나는 다시 후세에 존재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 장로는 아라한을 이루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그 장로를 가르치고 인도하신 뒤에 다른 지방에 가서 중생들을 교화하게 하셨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그 뱃사공 장로 비구를 가르쳐 보내신 뒤에 홀로 벗도 없이 차츰 저 우루빈라 마을로 나아가셨다.

이 때 도리천의 제석천왕은 지금 여래께서 어디에 계시는가 궁금하여 스스로 살펴보았는데, 부처님께서 아무도 없이 홀로 우루빈라로 가시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제석천왕은 자기 본래의 모습을 숨기고 바라문 동자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내었는데, 그 모습은 단정하고 사랑스러워 그의 모습을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이 즐거워졌다. 머리 위에는 나선형으로 상투가 틀어져 있었고, 몸에는 누런 옷을 입고 왼손에 순금 물병을 들고 오른손에는 온갖 보석이 박힌 지팡

이를 들고 부처님 앞에 섰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3의와 발우를 받아 들고 앞서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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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 1142] 쪽

그 때 제석천왕은 앞서서 길을 가면서 고을과 마을과 나라의 성을 만나게 되면 신통으로 허공에 날아올라 그 고을과 마을과 성을 에워싸고 각각 세 번 돌았으며 돌고 난 뒤에 그 위에 멈추어 섰다.

이 때 그 화신 동자는 너무나도 단정하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사람들이 그를 보면 누구나 좋아하였다. 그의 이런 위덕을 보고 온갖 대중들 백천만 명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저마다 그에게 물었다.

“그대 동자여, 그대는 어느 곳 사람으로 어느 종족이며 형제들은 누구며 어떻게 오게 되었소?”

그러자 동자는 곧 게송으로 그 모든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세간의 대장부로 족함을 아는 분

스스로 깨달아서 세상에 짝이 없는 분

이름은 아라한이요, 선을 홀로 행하시니

나는 지금 그 분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중생들이 번뇌 바다에 빠져서

힘들고 어려워하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니

그 분은 법의 뱃사공이 되어

이미 스스로 건너고 남도 건네려 하시네.

그는 세간을 능히 건지시는 이

나는 시자 되어 뒤따라간다네.

그는 이미 탐욕과 성냄이 없고

무명(無明)의 어두움도 모두 깨뜨리셨네.

세간의 유루(有漏)를 다 멸하신 이

나는 그 분의 제자 되어 섬겨 받듭니다.

세간에서 가장 묘하여 짝할 이 없거늘

하물며 그보다 뛰어난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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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 1142] 쪽

여래 세존께서 이제 출현하셨기에

나는 친히 모시고 동서로 따릅니다.

이와 같은 세상의 위없는 존자께서

오늘 이곳에 도착하려 하십니다.

제석천왕이 이런 게송을 읊고 나자 여래 세존께서 곧 그 앞에 도착하셨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은 여래께서 이토록 매우 훌륭하고 뛰어나 보기에 즐겁고, 그 몸이 마치 허공에 뭇 별이 장엄한 듯한 그 모습을 보고 나서 각각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스승이면 이런 제자를 둘 만하고 이런 제자라면 이런 스승을 모실 만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미묘하고 공교롭고 비밀한 가르침으로 법의 뜻을 설하셨다.

그러자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는 여래의 이 미묘한 법을 듣고 발심하여 출가하기를 구하였고, 어떤 이는 수다원과(須陀洹果)․사다함과(斯陀含果)․아나함과(阿那含果)․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고, 어떤 이는 미래세를 위하여 성문승(聲聞乘)의 종자 인연을 지었고, 어떤 이는 미래세를 위하여 연각승(緣覺乘)의 종자 인연을 지었고, 또 어떤 이는 미래세를 위하여 보살승(菩薩乘)의 종자 인연을 짓기도 하였다. 또한 그 중에 어떤 이들은 3귀의와 5

계를 받기도 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는 제석천왕을 보내고 나서 걸식할 때가 이르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밥을 빌려고 혼자 길을 걸어갔는데, 차츰 그 큰 병장촌에 이르게 되었다. 그 마을에 들어가자 곧 병장 바라문 집에 이르러 문득 그 문 안에 들어가셔서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그 때 병장 바라문에게는 난타(難陀)와 파라(波羅)라는 이름의 두 딸이 있었는데, 그 두 딸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 켠으로 물러나 머물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번뇌가 이미 엷어지고 모든 계(界)를 알았으며 모든 입(入)을 안 것을 아시고 4성제법을 설하셨다. 이렇게 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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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 그 두 딸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20겹의 온갖 견해의 산을 무너뜨리고 곧 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그들은 법의 실상을 보고 부처님에게서 3귀의와 5계를 받고자 청하였다. 그리하여 계를 받고 나서 즉시 부처님 손에서 발우를 받아 들고 색과 향과 맛을 완벽하게 갖춘 온갖 음식을 가득 담아 가지고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공양을 받으시고 그 마을에서 나오셨다.

이 때 제바(提婆) 바라문은 다른 사람에게서 큰 사문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전하여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옛적에 저 큰 사문에게 음식의 보시를 받아 달라고 청하였으나 지금 나는 재산이 없고 가난하니 어쩌면 좋을까?’

그 제바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서둘러 자기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에 큰 사문이 우루빈라 마을에서 고행할 때 나는 큰 사문에게 음식을 보시하기를 원하였소. 오늘 그 사문께서 여기에 오셨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아내가 남편 제바에게 대답하였다.

“나의 말을 들어보세요. 그럴지 안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을 생각해 보자니, 그 때 병장 바라문이 나를 희롱하여 세속의 쾌락을 즐기자고 요구하였으나 나는 그 때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의 손가락이 잠깐 닿았습니다. 지금 당신께서 나에게 그와 세속의 일을 하도록 허락하고, 그에게 다소의 금전이나 물건을 얻어서 그것으로 저 큰 사문에게 음식을 보시하도록 하소서.”

그러자 제바 바라문이 아내에게 대답하였다.

“그건 그렇지 않소.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우리 바라문의 이치에 맞지 않소.”

그리고 그 제바 바라문은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어 곧 병장 바라문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병장이여. 부디 나에게 5백 전(錢)을 꾸어 주시오. 내가 그 돈을 갚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갚지 못한다면 우리 부부 둘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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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집에 들어와 당신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병장 바라문은 곧 제바 바라문에게 5백 전을 주며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이것을 가지고 가서 필요한 곳에 쓰시오. 그런데 그 일을 끝낸 뒤에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서 나에게 갚으려 해서는 안 되오. 당신이 요구하듯이 자신의 힘으로 돈을 마련하여 나에게 주어야 하오.”

그리하여 제바 바라문은 병장으로부터 법답게 5백 전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건네 주며 말하였다.

“당신은 지극한 정성으로 맛좋은 음식을 준비하시오.”

그리고 자신은 숲으로 나아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도착한 뒤에 부처님을 마주 대하고 위로하는 말을 건넨 뒤에 한쪽에 물러나 서서 여래를 청하고자 하였다.

제바 바라문은 부처님께 청하였다.

“훌륭하신 대덕 사문 구담이시여, 제발 내일 저의 집에서 공양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그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제바 큰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그의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 성안의 모든 거리에서 모두 익은 음식을 팔았다. 제바 바라문은 그날 밤에 여러 가지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였다. 이렇게 잘 씹히고 먹기 좋은 온갖 것을 그날 밤으로 다 장만하고 날이 밝자 집안을 깨끗이 소제하여 자리도 마련하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아뢰었다.

“크게 훌륭하신 사문이시여, 때가 되었음을 아신다면 음식이 다 준비되었으니 부디 저의 집으로 와 주십시오.”

이 때 세존께서는 공양할 때가 되었으므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차츰 나아가 그 제바 바라문의 집에 이르러 자리를 권하는 대로 앉으셨다.

제바는 부처님께서 앉으신 것을 보고, 부부가 손수 여러 가지 미묘하고 청정한 온갖 맛난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 앞에 서서 받들고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께서 마음대로 드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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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나서 제바는 따로 부처님 곁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제바 바라문을 위하여 설법하여 가르쳐서 기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대로 가셨다.

제바 바라문이 부처님을 전송하러 나갔을 때 그의 아내는 남에게 옷을 빌려 입고 부처님의 공양을 받들다가 공양이 끝나 부처님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그 옷을 벗어 한 곳에 두고 집안을 소제하였다. 그런데 그 때 도둑이 들어서 그 옷을 훔쳐 가 버렸다.

옷을 잃어버린 제바의 아내는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였다. 이 때 부처님을 전송하고 집으로 돌아온 제바는 아내가 크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고 있소?”

아내가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당신은 아십시오. 내가 빌려왔던 옷을 누가 훔쳤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옷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바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어지럽고 고민되어 어찌할 줄을 몰라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다른 이에게서 5백 전을 빌려 공양거리를 장만하는 데 썼고 당신은 남에게 옷을 빌려 입었다가 잃어버렸소. 우리 집은 가난한데 무엇으로 갚아야 하겠소? 무슨 수를 써야겠소?”

마침내 제바는 자살하려고 생각하고는 곧 시다림(屍多林)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큰 나무에 올라가서 몸을 던지려 하였다. 하지만 떨어지지도 못한 채 크게 근심하고 있었다.

그럴 무렵 옷을 훔쳐 갔던 그 도둑이 시다림에 오더니 제바가 올라가 있는 나무 아래에 와서 땅을 파고 옷을 묻는 것이었다. 도둑은 흙을 덮고 나서 그 위에 대변을 누더니 자리를 떠났다. 나무 위에서 이 광경을 다 지켜본 제바는 도둑이 가 버린 뒤에 나무에서 내려와 그 옷을 파내어 꺼내 들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제바의 아내는 집안을 소제하며 여기저기를 쓸다가 집 한 모퉁이가 문득 저절로 꺼져 있어서 고개를 숙여 땅 밑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땅 속에는 붉은 구리 병이 있었는데, 그 속에는 금(金)이 가득 들어 있었다. 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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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두 번째 병에도, 세 번째, 네 번째 병에도 똑같이 금이 그득 들어 있었다. 다시 또 그 밑을 보다가 이번에는 붉은 구리 독을 발견하였는데, 그 속에도 금이 가득 찼다. 그는 금을 보자 곧 크게 놀라 소리치면서 남편에게 그것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여보, 빨리 와 보세요. 나는 얻었어요.”

제바는 아내가 외치는 소리를 듣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불쌍한 아내여, 어째서 실성을 하여 저렇게 자기가 얻었다면서 소리지르고 있는가? 무슨 물건을 얻었다는 것인가? 남에게 빌려 온 옷을 잃어버렸다가 내가 이제 그 옷을 찾아서 들고 오니까 그것을 보고는 자기가 이미 얻었다고 소리지르는 것인가?’

그리하여 제바는 옷을 가지고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무엇을 얻었다는 말이오?”

그러자 아내는 곧 금을 가리켜 보이며 남편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것을 얻었어요.”

제바 역시 아내에게 말하였다.

“나도 당신이 잃어버린 옷을 찾았소.”

아내는 옷을 받아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그 때 제바 바라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 많은 돈을 혼자서 다 쓸 수는 없다.’

곧 5백 전을 가지고 빚을 갚으려고 병장 바라문에게 갔다. 그에게 도착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빌린 5백 전을 이제 갚겠습니다.”

그러자 병장 바라문은 제바에게 말하였다.

“내 먼저 당신에게 남에게서 돈을 빌려서 갚지 말고 오직 당신의 힘으로 마련하여 갚으라 하지 않았소?”

제바 바라문은 말하였다.

“이 돈은 다른 사람에게 빌린 것이 아닙니다.”

병장이 다시 물었다.

“그럼 어디에서 얻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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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땅에 묻혀 있던 금을 얻었소.”

그러나 이런 제바의 말을 병장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제바는 곧 병장을 데리고 자기 집에 와서 그 황금 독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병장이 그 묻혀 있는 금을 보니 그것은 그저 한 무더기의 숯일 뿐이었다. 그래서 말하였다.

“당신 미쳤소? 이 숯을 가지고 나한테 지금 금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제바는 거듭 병장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숯이 아닙니다. 정말 진짜 금입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마침내 그는 묻혀 있던 그 금을 만지면서 “이것은 금이지 숯이 아니오”라고 말하며 서원을 세웠다.

“만약 나의 선업 인연의 힘으로 이 금을 얻은 것이라면 병장에게 보여 주소서.”

바라문이 이렇게 말하자 숯은 곧 금이 되었다.

그 때 병장 바라문은 그 땅 속에 묻혀 있던 것이 모두 다 금인 것을 눈으로 보고 나서 다시 제바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공양하였소? 하늘이요, 선인이요, 어떤 착한 사람이오? 누가 당신에게 이런 소원을 들어주었소?”

제바는 대답하였다.

“오늘 우리 집에서는 큰 사문을 모셔다 공양을 베풀었는데 어쩌면 그 공덕의 과보에 감응하여 이런 것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장 바라문은 제바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이런 황금덩이를 얻은 것은, 모두 선업 인연으로 생긴 과보입니다. 아무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고 아무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의심을 내지 말고 편안히 사시오.”

이 때 제바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큰 사문에게 음식을 보시하였기에 이런 큰 공덕의 과보가 생겼다.’

그러자 마음에 기쁨이 일어나 온몸에 한없이 넘쳐 흘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을 마주하여 좋은 말로 위로하여 문안을 올린 뒤에 물러나 한편에 앉았다.

 

그 때 제바는 거듭 부처님께 청하였다.

“큰 사문이시여, 제가 내일 다시 공양을 받들고자 하니 제발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으셨다.

제바는 부처님께서 묵묵히 그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난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성안의 거리에서 모든 오곡 백과의 익은 것을 팔았다. 모든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고, 나아가 부처님께 음식을 올린 뒤에 부부 두 사람이 함께 부처님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법을 듣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행하는 체성(體性)과, 모든 번뇌가 엷은 것을 아시고 그들을 위하여 4성제 등의 모든 법상문(法相門)을 설하셨다. 그들은 듣고 나자 20겹의 아견(我見)의 산을 무너뜨리고 곧 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그들은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보고 나서 곧 3귀의를 받고 5계를 받들어 가졌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대로 가셨다.

그 뒤 어느 때 모든 비구들은 의심이 생겨나 서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 제바 바라문과 그의 아내는 예전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런 과보를 얻었으며 여래 곁에서 모든 성법(聖法)을 증득하였고 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번 생에서는 가난하다가 순식간에 큰 부자가 되었을까?”

그리고 모든 비구들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 제바 바라문과 그의 아내는 옛날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런 과보를 얻었고, 부처님 곁에서 모든 성법을 이루었으며, 다시 어떤 업을 지었기에 먼저는 가난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부귀를 얻게 되었습니까?”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만약 듣고자 하거든 지금 자세히 들어라. 저 제바 바라문은 과거의 업도 있고 또한 현재의 업도 있다. 어떤 것을 과거의 업이라 하는가? 모든 비구들은 알아라. 내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이 현겁(賢劫) 가운데 중생의 수명이 2만 세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을 가섭․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 하셨으며, 10호(號) 완전하게 갖추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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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가섭불께서는 이미 법륜을 굴리셨으며 생사의 언덕을 건너고 법의 깃대를 세우고 옛날에 세웠던 서원을 모두 이루셨고 가장 위대한 대장부가 되셔서 중생을 교화하여 한량없는 천억의 무리들을 선도(善道)에 머물게 하셨으며, 다시 이 바라나성 옛 성인들이 머물던 녹야원에 들어와 계셨다.

그 때 바라나성에 한 사람이 부처님에게서 3귀의와 5계를 받았으나 그가 살고 있는 동안 보시를 행하지 않다가 목숨이 다할 때 마음으로 이런 서원을 세웠다.

‘가섭여래에게 수기를 받은 보살의 이름은 호명(護明)이다. 이 보살은 미래에 중생의 수명이 백 살일 때에 부처를 이루리니, 이름을 석가모니․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라 할 것이라고 들었다. 나는 그 세존을 만나기를 원한다.’

이 인연이 있었음을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그 3귀의와 5계를 받고도 보시를 행하지 않던 우바새가 바로 지금의 제바 바라문이다. 그는 그 때에 3귀의를 받고 5계를 잘 받아 지녀 우바새가 되어 목숨이 다할 때 나와 만나기를 원하였던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지금 나를 만났으며, 또 그 때 보시를 행하지 않은 까닭에 금세에 가난한 보를 받았으니, 이것은 과거에 지은 업이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라. 어떤 것을 현재세의 업이라 하는가. 내가 지난날 6년 고행을 할 때 저 제바는 필요한 대로 음식을 가지고 나에게 보시하였으며, 내가 지금 위없는 보리를 성취한 뒤에 다시 나를 자신의 집에 청하여 음식을 보시하였으니, 이런 인연으로 현세의 보를 얻었다. 그러므로 너희 모든 비구들은 불(佛)․법(法)․승(僧)을 공경하고 희유한 마음을 내면 마땅히 이런 공덕의 과보를 얻으리니, 마치 제바 바라문이 현세에 그 복을 받음과

같다. 보를 얻지 못하는 것은 인색하고 욕심 많은 사람이 보시를 즐기지 않으므로 금세에 빈천하고 곤궁한 근심을 겪는 것이다. 너희 비구들아, 이렇게 배워야 한다.”

세존께서 바라나국에서 우루빈라 촌락에 이르는 그 중간에 8만 명의 사람들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서 모든 법 가운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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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가섭삼형제품(迦葉三兄弟品) ①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제 먼저 신통을 얻은 한 사람을 교화하여 그를 기쁘게 하리라. 그가 기뻐하고 나면 차례로 널리 많은 사람들을 교화할 것이다.’

당시 우루빈라 촌락에 세 사람의 나계(螺髻) 범지(梵志) 선인이 살고 있었다. 첫째는 우루빈라(優婁頻螺) 가섭(迦葉)이 으뜸가는 이였는데, 5백 명의 나계 제자를 가르치며 선법(仙法)을 닦게 하였는데, 그들의 스승이 되어 인도하며 가장 앞에 있었고, 둘째는 나제(那提) 가섭으로서 3백 명의 나계 제자들을 거느리며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셋째는 가야(伽耶) 가섭으로서 또 2백 명의 나계 제자들을 거느리며 인도하고 있었으니, 도합 천 명의 무

리들이 그 형제들을 따라 선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 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우루빈라 가섭의 명성이 마가다국에 두루 찼으며 나라 안팎의 일체 인민들이 그를 아라한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러니 나는 먼저 그 우루빈라 가섭을 교화하여 그를 기쁘게 해야겠다. 그가 기뻐하고 나면 마땅히 많은 사람들이 교법을 받으리라.’

부처님께서는 또 생각하셨다.

‘이 모든 선인들은 무엇을 존중하고 그들은 어떤 것을 행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들은 오직 고행을 높이 여기고 그 다음에 대중을 거느리는 것을 소중하게 여김을 아셨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본래 모습을 숨기고 고행하는 몸으로 변화해서 머리에 소라 상투를 틀어 관을 만들고 5백 명의 바라문 동자들을 변화하여 만들어 거느리는 무리들로 삼았다. 그들은 모두 다 어여쁘고 단정하여 비길 데 없었으며 사람을 즐겁게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신통으로 날아서 그 우루빈라 가섭이 사는 곳에서 소리가 들릴 만한 곳에 도착하여 아래로 내려와 머무르셨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모든 선인들은 이 변화한 대중들을 보고 각기 당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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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황망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리를 깔기도 하고, 발을 씻어 주거나 초가 암자에 들어가 먼지를 털고 정돈하며, 혹은 풀을 가지고 자리를 만들어 깔거나 세수할 물을 길어 오기도 하면서 또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지금 어디서 홀연히 이곳에 왔습니까? 당신들은 왜 알려 주지 않았습니까? 왜 먼저 사람을 보내어 우리가 가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들이 먼저 알았으면 미리 준비를 하였을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신들은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들은 가지가지 공양거리를 준비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모든 선인들이 즐거운 마음을 일으킨 것을 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신통을 거두시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홀로 서 계셨다. 그 모든 선인들은 세존께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몸에 물든 가사 옷을 입은 것을 보았다.

그 때 우루빈라 가섭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크게 위신이 있고 위덕이 있다. 그러나 오늘 여기에 머물고 있는 나처럼 아직 아라한과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것은 여래께서 최초로 먼저 신통법을 나타내신 것이었다.

이 때 우루빈라 가섭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신 큰 사문이여, 당신은 어떻게 먼 지방에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훌륭하신 큰 사문이여, 당신이 지금 우리 사는 곳이 맘에 드신다면 당신이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 제가 공급하겠습니다. 또 당신은 어느 처소에서 기거하시기를 원하십니까? 이 초암(草庵)이든 이 초당(草堂)이든 마음대로 선택하여 쓰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는 우루빈라 가섭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가섭이여, 그대가 만약 거절하지 않고 나에게 경의와 존중하는 마음을 보인다면 나는 그대가 불의 신[火神]을 제사하는 처소에서 안거(安居)하고자 하노라.”

그 때 우루빈라 가섭에게는 오래전부터 설사병에 걸려 있던 제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의 병 때문에 초가 암자가 더러웠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초가 암자가 더러워진 것을 보고는 화가 나서 그를 내쫓았다. 그 때 그 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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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린 동자는 쫓겨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암자는 모두 나계들을 위해 지은 것인데 어째서 내가 설사병에 걸린 것을 보고는 나를 쫓아내는가? 원컨대 내가 목숨을 버리고 다른 몸을 얻으면 그들의 이런 처사에 앙갚음할지어다.’

그 병자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문득 목숨이 끊어졌다. 목숨이 다한 뒤 곧 이렇게 크게 악독한 용의 몸을 받고 그 초가 암자 안에서 살았다. 그는 사람이나 짐승 누구든 그 안에 들어오면 무조건 물어 죽였다. 이런 인연으로 그 초가 암자는 사람이 살지 않아 비게 되었다.

이 때 우루빈라 가섭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떻게 다스려야 독룡을 항복 받을 것인가? 오직 불을 이용해서만이 그 용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곧 불의 신을 그 암자에 모시고 항상 때를 맞추어 법다이 공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루빈라 가섭은 부처님께 말하였다.

“훌륭하신 큰 사문이시여, 저는 참으로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이 초가 암자를 아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암자에는 매우 악하고 사나운 용왕(龍王)이 있는데, 그 용은 매우 큰 신통력이 있고 너무나 악독하며 너무나 무서운 독을 품고 있어서 당신을 해칠 것이요, 그 일은 나에게도 손해가 될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다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만약 거절하지 않고 그것을 공경하거나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저 나를 그 암자에 머물게 해다오.”

가섭은 대답하였다.

“저는 당신이 불의 신을 모신 암자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지금 큰 독룡이 한 마리 있는데 몹시 흉악하고 사나워 당신과 내 몸에까지 해를 끼칠까 두렵습니다. 훌륭하신 큰 사문이시여, 이 초가 암자는 본래 저희들 제자들도 오랫동안 버려둔 곳이며 누구든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세 번 거듭 가섭에게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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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가섭이여, 만약 모든 독룡이 그 초가 암자에 가득 차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나의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용 한 마리쯤이겠는가? 그대 가섭이여, 다만 그대가 좋다고만 생각한다면 나는 마땅히 스스로 들어가리라. 부디 그대는 거절하지 말고 그 암자를 중히 생각하지 말아라. 그 독룡은 결코 나에게 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다.”

우루빈라 가섭은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은근히 요구하는지라 곧 아뢰었다.

“훌륭하신 큰 사문이여, 저는 거절하지도 않고 또한 암자를 중히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에 의심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머무시되, 항상 방편을 써서 해를 입지 마소서.”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가섭의 허락을 받고서 손에 한 줌의 풀을 들고 불의 신을 모셔 둔 암자로 들어가셨다. 들어가 풀을 깔고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풀 위에 펴고 승가리 위에 가부를 하고 단정하게 앉으셨다. 바른 생각으로 흔들림 없이 일체 안팎의 두려움을 버리고 겁에 질려 털끝을 곤두세우는 일도 없이 고요히 선정에 드셨다.

바로 그 때 그 암자의 독룡은 밖에 나가 먹을 것을 찾느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배불리 먹고는 돌아왔다. 그리하여 불의 신을 모신 암자로 들어왔는데, 여래께서 암자 안에 앉아 계신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데 대체 누가 내 집에 들어왔단 말인가!’

곧 악한 마음을 품고서 독해를 일으키려 입에서 연기와 불꽃을 내었다. 그 때 부처님도 삼매에 드신 채 몸에서 연기를 내셨다. 그 용은 이렇게 연기를 내는 것을 보고 더욱 화를 내면서 한층 사나운 불꽃을 내뿜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화광(火光)삼매에 드셔서 몸에서 큰 불을 내셨다. 그래서 부처님과 독룡이 각각 사나운 불을 내자, 이 때 그 암자는 사나운 불꽃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것이 마치 큰 불덩이와도 같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나는 이제 이런 신통을 내리라. 그러나 신통을 내도 그 용의 목숨은 해치지 않고 다만 그 껍질과 살과 힘줄과 뼈만 모두 태우리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런 신통변화를 내셨다. 신통 때문에 그 용왕은 목숨을 다치지 않고 몸만 다 타 버렸다. 그리고 나서 다시 세존께서는 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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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 1142] 쪽

청․황․적․백․흑색의 여러 가지 빛깔의 광명을 내뿜었는데, 광명은 오직 한 발[一尋] 정도만을 비추어 그 용을 환하게 비추었다.

이 때 우루빈라 가섭은 불의 신을 모신 암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그 암자에서 너무나도 사나운 불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슬프도다. 이 큰 사문은 이제 그 독룡에게 타 죽었구나. 애석하고도 애석하다. 우리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대중 가운데 아라타기리가(阿羅陀祇梨迦)[수나라 말로는 습수피의(濕樹皮衣)라고 함]라는 이름의 동자가 있다가 그 불의 신을 모신 암자를 보고 크게 근심하였고, 그 밖의 모든 동자들도 모두 다 공포에 휩싸여 서로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가타모니(迦吒牟尼)[수나라 말로는 고행선(苦行仙)이라 함]․야마기니(耶摩其尼)[수나라 말로는 쌍화(雙火)라고 함]․아리니비사야나(阿唎尼毘奢耶那)[수나라 말로는 입화(立火)라고 함]․비라파라파(毘羅波羅婆)[수나라 말로는 장부광(丈夫光)이라 함]․사마라야나(奢摩羅耶那)[수나라 말로는 잡색안(雜色眼)이라 함]․파라야나(波羅耶那)[수나라 말로는 능도피안(能到彼岸)이라 함]․가타야나(迦吒耶那)[수나라 말로는 장애행(將愛行)이라 함]․구담성(瞿曇姓)[수

나라 말로는 암우(喑牛)라고 함]․목건련종(目揵連種)[수나라 말로는 백봉(白捧)이라 함]․파사타성(婆私吒姓)[수나라 말로는 화주(化住)라고 함]․파라타(頗羅墮)[수나라 말로는 중동(重憧)이라 함]야, 너희들은 빨리 오너라, 빨리 오너라. 이 큰 사문이 독룡이 토해내는 불에 타고 있다. 우리는 어서 가서 그 분을 도와 용을 쳐부수자.”

이 때 저 동자들은 이 소리를 듣고 나서 물병을 들거나 사다리를 매고 서둘러 달려왔다. 달려와서는 사다리를 세우고 그 불의 신을 모시는 암자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사다리를 올라가서 가지고 온 물을 부어 그 불을 끄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불길은 세존의 힘 때문에 더욱 사나워졌다. 그러자 동자들은 곧 불의 신 암자에서 내려와 한편에 서서 각각 서로 말하였다.

“이 큰 사문은 단정하고 보기가 좋았는데 저 독룡에게 피해를 입고 말았다.”[범본에는 사문들도 와서 거듭 말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때 그 대중 가운데 습수피의 동자 선인은 슬픔에 젖어 게송을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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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 / 1142] 쪽

부처님을 곡하였다.

아아, 슬프다. 미묘하고 단정하신 몸

머리털은 검푸르고 손가락에는 비단 그물

일곱 곳이 원만하고 단정하신 그 눈매가

독룡에게 가려지니 해와 달이 저문 듯하네.

이 때 또 다른 동자 한 사람이 거듭 슬픔에 잠겨 부처님을 애도하며 울면서 게송을 읊었다.

아아, 슬프다. 제일가는 왕가에 태어나고

감자종성(苷蔗種姓) 가운데서도 가장 높으신 분

세간에 그 분보다 출생이 더 나은 이 없는데

지금 독룡에게 그 몸이 태워지시는구나.

이 때 또 다른 동자 한 사람이 거듭 슬픔에 잠겨 부처님을 애도하며 울면서 게송을 읊었다.

32상(相)으로 장엄하신 몸

스스로 해탈하고 남도 해탈시키며

분노를 조복하여 해를 입지 않는 몸이더니

지금 독룡의 독한 불에 없어지는구나.

이 때 또 다른 동자 한 사람이 거듭 슬픔에 잠겨 부처님을 애도하며 울면서 게송을 읊었다.

사지가 가지런하고 반듯한 몸

감자왕들 중에서도 보다 높은 종성

그 몸은 염부단 금 기둥 같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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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 / 1142] 쪽

지금 독룡의 불에 타고 계시네.

이 때 또 다른 동자 한 사람이 거듭 슬픔에 잠겨 부처님을 애도하며 울면서 게송을 읊었다.

 

모든 선인들이 음성을 들으면 기뻐하였고

보시와 지계는 으뜸가는 복밭이었네.

몸도 부드럽고 크게 길상하시더니

아아, 슬프다 용의 불에 죽고 마네.

이 때 우루빈라 가섭도 와서 그 암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 때 한 동자가 우루빈라 가섭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 한 번 저 큰 사문의 점을 쳐 보십시오. 저 큰 사문이 타고난 별자리 속으로 혹 나쁜 별이 침범하지나 않았는지, 침범하였다면 무슨 별이 이 사문의 타고난 별자리를 침범하였는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 때 우루빈라 가섭은 허공의 별들을 우러러보고 나서 다시 그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 동자는 이제 알아라. 이 큰 사문은 귀수일(鬼宿日)에 태어났다. 그 귀수는 다른 별의 핍박이나 침범을 받지 않는다. 동자야, 이 큰 사문의 별은 매우 상쾌하고 밝다. 내가 보건대 별의 모양으로 보아 큰 사문이 지금 용과 싸워 끝내 이길 징조이다. 이 상을 보니, 반드시 큰 사문은 끝내 그 용의 항복을 받을 것이니, 의심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