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경(大悲經)
대비경 제1권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홍승균 번역
1. 범천품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성의 역사족이 사는 곳에 있는 사라쌍수 사이에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반열반할 때를 당하여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라쌍수 사이에 사자왕이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눕는 방법대로 자리[부구]를 펴놓도록 하라.
나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겠다.
아난아, 나는 이미 최후의 열반에 들었고, 모든 유위의 언설을 끊어 없앴으며, 이미 불사를 다 지었다.
감로이며 굴택이 없는 적멸정의 매우 깊고 미묘하여 보기도 어렵고 깨치기도 어렵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밝은 지혜로 알 수 있는 모든 성현의 법을 설하였다.
내가 이미 위없는 법의 바퀴를 세 번 굴렸으니,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이나 사람은 세상과 함께하는 법을 가지고는 굴릴 수 있는 자가 없다.
내가 이미 법의 북 을 치고 법의 고동 을 불며, 법의 깃발 을 세우고 법의 배 를 설치하며, 법의 다리 를 만들고 법의 비 를 내리었다.
나는 이미 삼천대천세계에 빛을 비추어서 큰 어두움을 소멸하여 없앴고, 중생들에게 해탈의 바른 도리를 열어 보여서 천인을 이익으로 가득하게 하였으니, 제도해야만 하는 자는 이미 남김없이 제도하였다.
나는 이미 모든 외도와 모든 다른 논의들을 항복받았으며, 악마의 궁전을 흔들고 악마의 세력을 꺾었다.
대사자의 포효로 모든 불사를 지었으며, 장부의 업을 세워서 근본 서원을 가득 채웠다.
법안을 보호해 지녀서 큰 성문을 가르쳐 보살의 수기를 주었으니, 미래에 불안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난아, 앞으로 나는 다시 무엇을 짓는 일이 없을 것이고 다만 반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
그때 아난이 이 말씀을 듣고서 근심의 화살을 맞은 듯 너무나 슬프고 괴로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 바가바 시여, 열반이 너무나 빠르십니다.
수가타시여, 열반이 너무나 빠르십니다.
세간의 눈이신 당신이 돌아가시면 세간은 고독하고 세간을 구할 자가 없으며 인도할 스승이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혜명 아난 에게 말씀하셨다.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아난아, 생법ㆍ유법ㆍ유위법ㆍ괴법이 소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이치는 없다.
내가 전에 너에게 말하였거니와, 모든 사랑하는 것들이나 마음에 맞는 일들은 반드시 헤어지고 흩어지는 법이다.
아난아, 너는 이미 자애로운 마음과 둘이 아니며, 마음에 악함이나 신업이 없다.
그리하여 효성으로 봉양하고 순응하여 따르며 한량이 없을 정도로 나를 모시고 봉양하였다.
아난아, 그런데 만일 어떤 천인이나 아수라 등이 성문과 연각을 모시고 공양하되, 한 겁이 안 되거나 한 겁이 차는 기간을 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또 만일 여래를 보시하여 공양하기를 한 순간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 복은 앞의 것보다 많으니라.
너는 이미 큰 신통의 부처를 공양하여 나아가 반열반에 들기까지 공양하였으니, 당연히 큰 복과 광대한 공덕을 얻되, 마치 감로 중의 제일 감로와 같으며, 가장 나중의 감로는 최후의 열반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너는 슬퍼하지 말라.”
그때 아난은 슬퍼하는 눈물을 닦고 곧 여래를 위하여 사라쌍수 사이에 사자가 오른쪽 옆구리로 눕는 법대로 자리를 설치하였다.
그러자 곧 삼천대천 세계의 모든 나무와 약초와 수풀들이 모두 여래가 열반하는 곳을 향하였는데, 넘어질 것 같은 것도 있고, 구부린 것도 있고, 땅에 닿을 듯한 것도 있고, 땅에 쓰러진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 삼천대천세계에 흐르는 크고 작은 온갖 하천과 샘물과 호수들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흐름을 정지하고 멈춰 있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새나 짐승들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묵묵히 있으면서 먹지도 울지도 않았으며,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해와 달과 별들, 불빛과 밝은 구슬들, 그리고 심지어 반딧불까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모양을 드러내지 않고 빛이 없어서 이를 비추지를 못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사나운 불길들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다 꺼져버렸으며, 타지도 않고 열기도 없고 무엇을 태우거나 굽지도 못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지옥에서 솟는 사나운 불길도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하나같이 서늘해졌으며, 저들 모든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잠시 동안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안락함을 얻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축생들도 모두 한결같이 자애로운 마음과 염려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서로 미워하거나 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끊지 않았다. 모든 아귀도 굶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았으며,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심신이 뛸 듯이 기뻤고 고통에서 벗어나 쾌활함을 얻어서, 뜻대로 제일가는 안락함을 갖추게 되었다.
세존께서 오른쪽 옆구리로 누우셨을 때,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수미산왕ㆍ철위산ㆍ대철위산ㆍ목진린타산ㆍ향산ㆍ설산 및 모든 흑산, 그리고 넓은 땅과 바다 등이 모두 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이른바 동ㆍ용ㆍ기ㆍ진ㆍ후ㆍ각이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풍륜이 다 움직이지 않았으며, 모든 중생이 잠시 동안 모든 하던 일들을 중단하고 맑은 기분으로 머무르게 되었다. 잠이 오지 않고 마음이 산란함이 없었으며, 다들 숨을 쉬어도 묵묵히 소리가 없었다.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천룡과 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그리고 범천ㆍ석천ㆍ호세왕 등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각각 그들의 궁전과 침상과 자리와 원과 숲이 모두 다 캄캄하여 다시는 아무런 위엄스러운 빛이 없는 것을 보고서 즐겁고 아끼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들 권속은 걱정스럽고 갑갑하여 즐겁지가 않았다.
일천 세계의 주인인 범천왕과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오만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믿으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이해했다.
‘이 세계와 모든 중생들을 생각해 보면 바로 내가 만든 것이며 바로 내가 변화시킨 것이다.’
저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자신의 궁전과 침상, 자리 등이 캄캄하고 빛이 없는 것을 보고서 사랑스럽고 즐거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마혜수라(자재천)와 정거천(제사선천)도 역시 그러하였다.
이때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이 대체 무슨 힘이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서 나로 하여금 궁전과 침상과 자리에 대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하는가?’
그때 대범천왕은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부귀를 조작하는 대자재의 주인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그 신비로운 힘의 변화가 불가사의하고 일찍이 없었던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이 신력은 바로 여래가 열반에 드시는 모습이었다.
대범천왕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는, 걱정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은데다 떨리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급히 범중을 데리고 함께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리하여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나머지 범천들도 모두 성법을 믿고 받아들여 그 성법에 편안히 머물렀다.
이때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도착하여 머리를 대고 예를 표한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가르쳐 주시길 원합니다.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수행하는 것입니까?”
이렇게 말하자, 여래께서 즉시 대범천왕에게 물었다.
“범천이여, 너는 지금 실로 이와 같이 생각하여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바로 대범천으로서 내가 남들을 이기나니 남들은 나만 같지 못하다.
나는 바로 지혜로운 자이다.
내가 바로 삼천대천세계의 크게 자재로운 주인이며, 나는 중생을 만들어 내고 중생을 변화해 내며, 세계를 만들어 내고 세계를 변화해 내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대범천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그러면 너는 누가 만들었으며 누가 너를 변화시켰는가?”
그러자 범천은 묵묵히 가만히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범천이 묵묵히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만일 어느 때에 삼천대천세계에 겁화가 일어나서 불길이 대단하게 치솟는다면,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은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그러자 대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지금 이 대지는 물이 모인 것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여 머무르며, 바람은 허공에 의지한다.
이와 같이 대지는 두께가 680만 유순으로 갈라지지도 흩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범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에 백억의 해와 달이 돌고 있는데,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범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언젠가는 일월천자가 궁전에 있지 않아 궁전이 텅 비게 될 것이다.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계절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수경ㆍ소유ㆍ마니ㆍ파리와 나머지 깨끗한 그릇이 나타내는 모든 색상과 이른바 대지. 산하ㆍ수림ㆍ정원ㆍ궁전ㆍ사택ㆍ취락ㆍ성읍과 낙타ㆍ나귀ㆍ코끼리ㆍ말ㆍ노루ㆍ사슴ㆍ새 등의 짐승들, 그리고 해ㆍ달ㆍ별과, 성문ㆍ연각ㆍ보살ㆍ여래와 석범ㆍ호세ㆍ인비인 등 갖가지 색상에 대하여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산과 절벽과 깊은 골짜기, 그리고 크고 작은 모든 북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놀이와, 노루ㆍ사슴 등 새와 짐승과 인비인 등이 내는 소리가 범천이여, 네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만일 중생들이 꿈속에서 갖가지 색을 보고 갖가지 소리를 들으며, 갖가지 냄새를 맡고 갖가지 맛을 보며, 갖가지 촉감을 느끼고 갖가지 법을 알며, 갖가지 유희를 하고 갖가지 소리로 울며, 신음하고 울부짖고 두렵고 무섭고 괴롭고 즐거움을 받는 등의 일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예를 들어 네 가지 종성의 사람들이 단정하기도 하고 누추하기도 하고, 가난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하고, 복과 덕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고, 착한 계율을 지니기도 하고 나쁜 계율을 지니기도 하고, 착한 지혜를 갖기도 하고 나쁜 지혜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모든 중생들이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며 해로움 당할 것을 걱정하는 것들, 이른바 물ㆍ불ㆍ칼ㆍ바람ㆍ절벽ㆍ독약과, 나쁜 짐승과 원수와 인비인의 두려움, 그리고 갖가지 해로움과 일상적으로 있는 두려움 등이 범천이여, 생각에는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진 갖가지 질병인 이른바 풍냉ㆍ열병과 모든 잡병들, 계절의 바뀜에 따른 네 가지의 큰 상위, 남들이 지은 것이나 선세의 업보, 이른바 눈ㆍ귀ㆍ코ㆍ혀ㆍ몸 등의 질병, 그리고 또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의 뜨겁고 고뇌스러움 등에 대해서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은 네가 지은 것이며, 이것은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이것이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겪는 광야의 위험한 적이나 수재 등의 어려움과, 또 중겁의 도병과 역병 및 기근 같은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겪는 사랑하는 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괴로움, 곧 부모와 형제와 자매와 종친과 선지식 등을 이별해야 하는 괴로움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짓는 갖가지 악업인 이른바 생구ㆍ주국ㆍ자광ㆍ압유 등의 도구를 파는 일과, 큰 바다나 텅 빈 들 등 위험한 곳을 찾아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일이나, 갖가지 신선의 방술과 다른 갖가지 끊어야 하는 일들의 법에 대해서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갖가지 업도를 짓는 바,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해서 지옥과 축생과 아귀의 인천의 과보를 받는다. 중생이 갖고 있는 신ㆍ구ㆍ의의 선행과 악행 및 세간이 가지는 열 가지 악업도로 해서 모든 중생들이 자비나 연민이 없어서 모든 고뇌와 이롭지 못한 일들인 악도에 떨어지는 인연을 짓는, 이른바 살생ㆍ도둑질ㆍ사음ㆍ망어ㆍ양설ㆍ악구ㆍ기어ㆍ탐ㆍ진ㆍ사견 같은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괴로운 일들인 이른바 목베임과 손발의 절단, 코베임과 귀베임, 마디마디를 찢어 해체하는 일, 끓는 기름을 붓는 일, 불로 굽고 지지고 볶는 일, 창칼로 찌르고 채찍으로 갈기는 일, 감옥에 갇히고 싸우고 다투고 송사하는 일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짓는 음욕과 사행들, 더러 청정하게 계율을 유지하는 어머니를 간음하고 딸을 간음하고 누이를 간음하며, 그리고 그 밖의 악업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겪게 되는 갖가지 죽이거나 해롭게 하는 벌레ㆍ주검ㆍ주술ㆍ방약ㆍ귀신과 도깨비의 나타남과 다른 갖가지 악업의 방편인 단명의 인연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세간이 가진 생로병사와 걱정ㆍ비애ㆍ고통ㆍ번뇌, 무상법ㆍ진법ㆍ변역법, 그리고 네 가지 종성의 사람들에 대해 꺼리고 어려워함이 없는 것과, 싫증나지 않는 사랑스러운 갖가지 사물을 부패시켜 괴멸하고 흩어져 망가지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진 탐ㆍ진ㆍ치의 장애로 인한 번뇌의 속박 및 다른 갖가지 고뇌의 구속, 그리고 이런 인연으로 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견고하게 집착하여 성내며 어리석은 마음을 내게 하여 한량없는 갖가지 업행을 짓게 하는 일들을 범천이여, 마음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세 가지 악취인 지옥과 축생과 아귀도에서 사는 중생들이 받는 갖가지 일의 고뇌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씨앗으로 나는 것이든 씨앗 없이 나는 것이든 모든 수목과 약초들과 물과 뭍에서 나는 꽃과 과일과 향이 나는 나무들이 가지는 갖가지 좋은 맛인 달고 쓰고 짜고 맵고 시고 떫은맛들로서 모든 중생들의 즐겨하고 즐겨하지 않음을 따라 보태거나 더는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5도를 유전하면서 나서는 죽고, 이루고는 허문다. 이러한 중생이 가진 무명의 가리움과 애착하는 번뇌가 서로 응하여 분주히 치닫고 굴러 흐르면서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미래의 세계에 생사를 통해 유전하면서 이를 끊지 못한다.
사람ㆍ하늘ㆍ마천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같은 자들이 세간에 어지러운 실타래처럼 엉켜서 끊임없이 내닫고 굴러 흐르면서 여기저기를 오고 가고 한다. 모든 중생들은 이처럼 유전하면서도 여기서 헤어날 줄을 모른다.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
범천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그렇다면 너는 무슨 인연을 따라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을 했는가?
‘이들 모든 중생들은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며, 내가 힘을 썼다. 존재하는 세계는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며, 내가 힘을 쓴 것이다’라고 말이다.”
범천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혜롭지 못한 사악한 견해와 거꾸로 된 마음을 아직 끊어버리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여래께서 설하시는 바른 법을 듣고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일찍이 그와 같은 나쁜 견해를 가지고 그와 같은 나쁜 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들 모든 중생들은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다.
존재하는 세계도 바로 내가 지었으며, 내가 변화해 내었다’라고 말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또 다시 부처님께 이 이치에 대하여 여쭙겠습니다.
존재하는 세계는 누가 지은 것이고 누가 변화해 내는 것이며, 모든 중생은 누가 짓고 누가 변화해 내며 누가 힘을 썼습니까?
이것은 어떤 힘에 의해서 생긴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존재하는 세계는 업이 지은 것이고 업이 변화해 낸 것이며, 모든 중생 또한 업이 짓고 업이 변화해 낸 것으로 업의 힘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범천이여, 무명이 행을 인연하고 행이 식을 인연하며, 식이 명색을 인연하고, 명색이 6입을 인연하며, 6입이 촉을 인연하고, 촉이 수를 인연하며, 수가 애를 인연하고, 애가 취를 인연하며, 취가 유를 인연하고, 유가 생을 인연하며, 생이 노사ㆍ우비ㆍ고뇌를 인연한다.
때문에 이와 같이 큰 괴로움이 모이는 것이다.
범천이여, 무명이 멸하여 차례로 우비와 고뇌까지 멸하면, 다시는 아무런 짓는 것이 없어서 짓는 일로 하여금 편안히 놓아두게 한다.
오직 업과 법이 있어서 인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중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업과 법의 화합을 여읜다면, 그런 자는 생사의 유전을 멀리 여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세간의 업이 다하고 번뇌가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쉬어서, 이와 같이 벗어나는 것을 적정의 열반을 얻었다고 말한다.
범천이여, 저기에서 누가 열반을 얻는가?
업이라면 그 업이 다하고, 번뇌라면 그 번뇌를 여의고, 괴로움이라면 그 괴로움이 없어지는 자이다.
이러한 법들은 모든 부처님들의 신력 때문이며, 모든 부처님들이 힘을 쓰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범천이여, 만일 모든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와서 드러내어 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법들이 있다는 것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 세존이 이 세상에 나와서 이와 같이 고요하고 매우 깊어 깨닫기 어려운 광명의 법문을 드러내어 설하였기에, 이처럼 모든 중생들이 생법을 들어서 생에서 해탈을 얻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것에 대한 법을 들어서 저러한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법에서 해탈을 얻는다.
범천이여, 이러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들은 이를 나타내고 짓고 힘을 쓰는 것이다.
범천이여, 모든 부처님들이 이를 지어서 열어 보이고 드러내어 설한다.
이른바 모든 행이란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아서 항상함이 없이 굴러 움직이며, 일정함이 없고 구경이 없는 진법이며 변역법이라고 말한다.
설사 모든 부처님들이 멸도한 뒤 바른 법이 가리어 매몰된다 하더라도, 역시 이와 같이 보탤 것을 나타내 보이시니 이른바 모든 행이란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다.
만약 부처님께서 모든 행이 한 순간의 빛의 그림자와 같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으며, 마치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음을 마땅히 설하시지 않았을 것이다.
범천이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며, 꿈과 같은 것이며,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며, 덧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요 변역법이라는 것을 안다.
때문에 모든 행이 마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고 설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여기에서 그 모양을 본다.
그런데 그 모양이란 반연이며 인연의 이치이다. 그래서 모든 행이 덧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며 변역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파괴되고 흩어지며 시절이 바뀌나니, 한 순간으로부터 하루의 낮과 밤, 반 달 내지 한 달, 일 년 내지 백 년, 일 겁에서 백 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괴멸한다.
아무리 큰 불이라도 타고 나면 꺼지고, 아무리 큰 물이라도 흐르고 나면 다시 그치며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불고 나면 그친다.
세계와 대지는 있다가도 없어지며, 큰 산으로서 이른바 철위산과 대철위산, 수미산 및 모든 흑산들도 있다가는 없어진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모든 권속들도 있다가 없어진다. 밝지도 않고 비추지도 않다가 그만 떨어져버리고 만다.
모든 하늘의 궁전은 있다가도 없어지며, 모든 왕도ㆍ성읍ㆍ취락ㆍ수림ㆍ원지ㆍ즐길 만한 일들도 생겼다가는 없어진다.
모든 천인 등은 생겼다가는 없어지고 없어졌다가는 다시 생겨난다.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이런 모양을 보고 나면 마음이 이를 싫어하여 떠나게 된다.
이처럼 모든 행이 덧없어서 헤어지고 무너지고 변하여 바뀌고 다하여 없어지기 때문에, 평등하게 믿는 마음이 생겨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리하여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물속의 해와 달과 별 등 모든 빛의 그림자를 보고 나면 그런 모양들은 모두 그들의 반연이며 인연의 이치일 뿐이기에 보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훈계를 받고 선지식의 가르침을 얻거나 혹은 스스로 사유하여 모든 행이 마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믿는 마음이 생겨서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러다가 수다원과를 깨달아 얻기도 하며, 사다함과를 얻기도 하고, 아나함과를 얻기도 하고, 아라한과를 얻기도 한다.
대승을 믿는 자로 말하면, 더러 초인을 얻기도 하고 혹은 제이인과 제삼인을 얻기도 하여 위없는 보리에 도달하기도 한다.
가령 모든 부처가 멸도한 뒤에도 이 세간에서는 또한 이처럼 법을 설하고 유행한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법을 듣고 나면 삼승을 얻게 되리니 성문승과 벽지불승과 모든 종지가 위가 없는 대승이 그것이다.
범천이여, 너는 마땅히 이 법의 순서를 알아야 하며, 또한 모든 부처들의 힘을 씀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그 모양을 보고 마음에 싫어져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바, 모든 행이 한갓 덧없는 괴로움으로서 일정함이 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며 변역법일 뿐으로,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범천이여, 이런 것들이 또한 모든 부처의 경계이며 모든 부처가 힘을 쓰신 것이다.
중생들로서 이미 이를 수행하여 성취한 자는 이와 같은 정법의 소리를 듣고는 여래에 대하여 생각하고 공경하여 믿게 되니 모든 행이 덧없이 무너지고 사라져서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여러 중생들 중에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일찍이 범행을 닦는 이가 있고 더러는 집에 있으면서 금계를 받아 지키기도 한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이와 같은 모든 행이 덧없이 허물어져 없어지는 것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알고 나면 믿음이 생겨서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모든 불세존이 비록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모든 부처님들이 힘을 쓰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심어 놓은 선근이 있기 때문에 보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범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모두 모든 부처님들의 경계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힘을 쓰신 것이다.
범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는 범의 찰토가 아니며 외도육사의 찰토도 아니고, 단지 우리들 모든 부처님들의 찰토일 뿐인 것이다.
범천이여, 나는 옛날 여기에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 동안 보살행을 닦았다.
한량없는 아승기의 모든 여래가 심은 한량없는 아승기의 선근을 청정하게 금계로 지니고 애써 범행을 닦았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를 통해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을 닦아서 이 불토를 포섭하여 닦고 다스려 청정하게 하였다.
여러 중생들이 닦는 선근에 대해서는 그들이 견뎌내어 청정하게 한 것을 따라 그 그릇과 시기에 따라서 득도하게 하였다.
내가 긴긴 밤에 4섭사로써 이들 중생을 포섭하였으니, 이른바 보시ㆍ애어ㆍ이행ㆍ동사이다.
저들은 나의 서원의 힘에 의해서 이 불토에 태어나서 나의 설법을 듣고 곧장 이를 믿고 이해하여 다시는 돌아가 범석이나 호세 등 모든 천왕들을 믿는 일이 없었다.
범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곳은 부처님의 찰토이며, 범석이나 호세의 찰토가 아니고, 또 외도육사의 찰토도 아닌 것이다.”
그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과 백천의 범중들이 근심어린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불세존께서 드물고 훌륭하고 묘한 법을 통달하셔서, 저희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여래의 처소에서 보기 드문 마음이 생깁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드물고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다함없는 경계를 가지셨습니다.”
그리고 대범천왕은 즉시 귀의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는 세존께 가르침을 청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바가바시여, 바가바께서는 저의 큰 스승이십니다.
수가타시여, 수가타께서는 저의 큰 스승이십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고하였다.
“이 삼천대천세계는 나의 불토이다.
내가 지금 이를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나의 말에 순종하여 참된 도와 좋은 눈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위가 없는 불안ㆍ법안ㆍ승안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말후의 법을 멸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범천이여, 마땅히 장자인 동진 미륵보살마하살 이 있어서 그가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을 따라 화생할 것이다.
그리하여 큰 자비와 연민으로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하려고 할 것이며 즐거움을 얻어 안온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도 또한 이 삼천대천세계의 법다운 보처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여기에 머물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네가 이미 지금 나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또한 그에 대해서도 역시 순종하여 이와 같은 진도의 법에 대해서 불안과 법안과 승안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어째서인가?
범천이여, 이러한 법들이 모두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절을 따라 불안과 법안과 승안이 끊어짐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제석과 범천의 천안과 인안과 해탈안 나아가 열반안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범천이여, 이 때문에 내가 지금 너에게 나의 불토인 삼천대천세계를 맡겨 부탁하는 것이다.
범천이여, 나는 이미 이처럼 가르쳤으니, 너는 마땅히 이를 따라 순종하여 말후에 법을 멸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라.”
이에 삼천대천세계의 범천과 대범천이 모두가 먼저 성법에 대하여 이미 바른 믿음을 얻었으므로 그들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즉시 이 성법에 대하여 깊이 그 바른 믿음을 얻었다.
2. 상주품
이때 악마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상주였다.
그는 이미 부처님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여 믿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 몸이 떨리며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급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달려가서 도착하는 즉시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는 물러나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디 세존께서는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고 세간을 구해 보호하소서.
부디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고 이익 되게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한 겁을 더 머무시고 열반에 들지 마소서.
저 또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어 이와 같이 권하여 청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중생으로 하여금 너무 빨리 눈멀고 어둡게 하여 가르침을 설하는 자가 없어서 인도하지 못하고 구원하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하고 지향하지 못하게 만들지 마소서.”
이처럼 상주가 말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곧바로 말씀하셨다.
“상주야, 너의 아버지 파순은 이미 먼저 나에게 열반에 들기를 청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가바시여, 반열반에 드소서. 수가타시여, 반열반에 드소서. 바가바시여, 지금이 바로 열반에 드실 때입니다.’
상주야, 너의 아버지 파순이 이와 같이 나에게 청하였기에 내가 그 뜻에 따라 열반에 들 것을 허락하였다.
상주여, 이런 인연으로 해서 내가 지금에 그 허락한 바대로 열반에 들려는 것이다.”
상주가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는 악마 파순이지 저의 아비가 아니며 저의 선지식이 아닙니다.
언제나 살해할 것만을 구하니, 그는 저의 원수이며 대단히 악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저로 하여금 즐거운 일과 화합하여 안온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만 합니다.
그리고는 오직 헐뜯고 허물어서 이익이 되지 않게 하려고만 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악마는 저에 대하여 지극하게 악을 짓고자 하늘과 사람들을 헐뜯고 비방하여 큰 원수를 지었습니다.
언제나 이와 같이 지혜 횃불의 지혜 광명과 큰 지혜의 밝은 등불을 멸하여 없애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참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모든 천인 중에서 지극히 독한 악인이 세상에 나온 것으로서, 그것은 곧 악마 파순이란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참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그는 분명 자기 몸을 이익 되게 하지 않으며, 남을 이익 되게 하지 않으며, 많은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자이니 그는 곧 악마 파순임을 아셔야 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리고 또 만약 참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그는 분명 천인ㆍ마ㆍ범ㆍ아수라ㆍ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세간을 가엾게 여겨 이익을 위하지 않으며, 또한 화합하여 안온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물러나고 떨어져 괴로움을 받게 하고 싶어서 마음을 낸 이로서, 그는 곧 악마 파순이란 것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어버이로서 부처님을 좇아 이와 같은 말씀을 들은 자가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한 명은 법대로 들은 자이며 나머지는 법과 달리 들은 자입니다.
그렇다면 세존께서 허락하신 자로서 열반에 들라고 한 파순은, 이 중에 법대로 들은 자가 아니란 사실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이러한 허락에 굳이 집착하지 마시고, 단지 천인 등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어 안락하고 이익 되게 하는 일에만 마음을 두십시오.
그와 같이 허락한 것은 버리시고 이 세상에 한 겁을 더 머무소서.
만약 부처님께서 오래 세상에 머무신다면 모든 천인 등이 이익 되고 안락할 것입니다.
그러니 세존께서는 서둘러 열반에 들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상주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만일 중생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려는 자라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상주야, 만일 어떤 사람이 정수리에 물을 뿌리고 자리에 오른 찰리대왕을 위해 공양을 드리되 혹시 왕자와 대신에게 공양 올리기도 하고, 또 더러 나라와 성읍과 마을을 지켜 보호한다고 한다면, 그런 자는 그 찰리왕으로부터 크게 영광스러운 벼슬을 얻고 복록을 받을 것이며, 그 찰리의 왕은 항상 이러한 자와 그의 자손 및 친구와 그 권속에 대하여 역시 복록을 내리고 옹호하여 보호해 줄 것이다.
상주야, 네가 지금 이처럼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무상법왕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일으켰으니, 이와 같은 청정한 믿음으로 해서 여래는 마땅히 너를 위로하여 타이르고 너에게 복록의 보답을 내릴 것이다.
내가 지금 너를 위로하여 달래는 것은 네가 부처님에 대하여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서 선근을 심었기 때문이니, 그렇게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상주야, 너는 이처럼 청정한 믿음과 선근 때문에 내가 입멸한 뒤 미래의 세상에서 너는 벽지불이 되어 이름을 비민상주라고 할 것이다.
내가 열반한 뒤에 바른 법이 없어지면 이와 같은 악마 파순은 크게 이를 기뻐할 것이며, 이러한 기뻐하는 행위로 해서 그는 마궁에 떨어져서 아비의 대지옥 속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한량없는 갖가지 괴로움을 다 받을 것이다.
어째서인가?
이 악마 파순은 이처럼 수승한 지혜의 등불의 지혜의 빛이 숨고 사라지는 순간을 크게 기뻐하였기 때문이다.
상주야, 만일 참으로 남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그는 스스로를 해치고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악을 짓기 위해서 마음을 낸 자로서, 그는 악마 파순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째서인가?
상주야, 내가 멸도한 뒤에 나아가 이와 같은 바른 법이 세상에 머물 때까지 그 시기를 따라서 악마 파순은 마궁에 머무를 것이며, 나의 법이 멸하고 나면 이 악마는 매우 크게 뛸 듯이 기뻐하며 기분이 좋아서 이를 경축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순간에 마궁에 떨어져서 아비지옥에 빠질 것이다.
상주야, 이는 비유하자면 어떤 자가 큰 나무에 올라간 것과 같아서, 그 나무에는 꽃과 열매 같은 것들이 모두 풍족하다.
따라서 이 사람은 마음대로 이들 꽃과 열매를 따먹는다.
그러다가 다 따먹고 나면 마침내 그가 걸터앉은 나뭇가지마저 꺾게 될 것이다.
상주야, 생각에 어떠한가?
이렇게 하고도 그 자는 아직도 저 꺾어 없앤 나뭇가지에 앉아서 그 나무에 머무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또 그 나무에서 안락함을 누렸는데도 도리어 그 안락을 주던 가지를 꺾어버리는 행위가 과연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상주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여. 아닙니다, 수가타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상주야, 저 악마 또한 이 경우와 같다 하겠다.
그는 언제나 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열반에 들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며, 언제나 여래가 설한 정법의 비니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만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상주야, 나아가 정법이 세상에 머물 때까지 이 악마 파순은 그 기간 동안을 마궁에 머물 것이며, 내 법이 멸할 때에 그 악마 파순은 크게 뛸 듯이 기뻐서 기분이 만족하여 경축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마궁에 떨어지고 아비지옥에 빠지는 것이다.
상주야, 이는 비유하자면 저 사람이 그 나무 위에서 자신을 해치기 위해서 부지런히 그 일을 하는 것과 같다 하겠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악마도 자신을 해치고 남들을 해치기 위해서 그처럼 부지런히 마음을 내는 것이다.
상주야, 악마는 나중에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목숨을 빼앗을 때의 고통과 같다.
이처럼 고통을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내가 말한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가 바로 참된 말이고 실다운 말이며, 다른 말이 아니며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잘 말할 것이다.
‘좋구나, 몸에 대한 율의여.
좋구나, 입에 대한 율의여.
좋구나, 마음에 대한 율의여.
이 몸의 선행과 이 입의 선행과 이 마음의 선행은 즐길 만하고 하고자 할 만하고 사랑할 만하며 뜻에 맞는 과보를 얻으며, 이 몸의 악행과 이 입의 악행과 이 마음의 악행은 즐길 만하지 못하고 하고자 할 만하지 못하고 사랑할 만하지 못하며 뜻에 맞지 않는 과보를 얻게 된다. 그런데 나는 전에 저 몸의 악행과 서로 응하고, 입의 악행과 서로 응하고, 마음의 악행과 서로 응하였다. 이와 같은 업보로 해서 나는 지금 이 지옥에 떨어져서 이처럼 지극히 아프고 지극히 에이는 괴로움과 번뇌를 받으며, 마치 죽음의 고통과 같이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 악마 파순은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얻을 것이며, 이처럼 청정하게 믿게 되면 즉시 저 지옥의 목숨이 끝나고 삼십삼천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어째서인가?
상주야, 만일 여래에 대하여 나쁜 마음을 가지고 온갖 잘못을 저지르면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날 때 곧장 지옥에 떨어지지만, 만약 다시 자애로운 마음을 일으켜 여래를 공양하고 허물을 추구하지 않으면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남과 함께 선도의 천인 속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저들이 선근으로 인해 모든 부처님들을 만나고, 모든 부처님들을 만나고 나면 다시 선근을 심게 되며, 선근을 심고 나면 마땅히 차례차례 무루의 열반을 얻는 것이다.
상주야, 네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 에 대하여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얻었으니,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미륵불이 세상에 나오면 마땅히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니, 이처럼 미륵불을 만나고 나면 곧 잠들어 있고 방일한 모든 중생들을 깨닫게 하여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중생의 무리들이여, 반드시 용맹하고 부지런히 선업을 지으라.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는 세상에 나오기가 매우 어려우니 마치 우담화가 때가 되어야 한 번 나타나는 것처럼 여래도 또한 때가 되어야 한 번 나타난다.
굴택이 없는 열반을 설하는 자가 있어도 사람의 몸을 얻기가 어렵고 8난을 여의기 어려우니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서 중앙의 나라에 태어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그러니 너희들은 조심하여 방일하지 말고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상주야, 너는 미륵불로부터 법의 가르침을 받아서 저들 미륵무상법왕의 국토와 인민을 포섭하여 언제나 자애로운 마음과 미워함이 없는 마음과 원수 맺지 않는 마음과 가엾게 여기는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 널리 덮어주는 마음으로 이들을 보호하고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선근으로 해서 악마의 궁전에서 마구니의 처소를 차례로 고쳐서 큰 부귀를 갖추어 자재한 주인이 될 것이다.
상주야, 만일 어떤 중생이 여래에 대하여 모든 선근을 심고, 거기에 더하여 일념의 청정한 마음을 낸다면 저들 중생들은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감로를 가까이 얻을 것이니, 제일 감로를 얻을 것이며 최후 감로를 얻을 것이다.
상주야, 너는 선근으로 해서 저기에서 널리 인천의 과보를 얻어 80겁을 지나 그 말후의 몸이 벽지불이 되어서 이름을 비민이라고 할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상주야, 너는 나의 열반의 소리를 들음으로 해서 곧장 나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들에 대하여 자비와 근심의 마음을 낸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안락함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 나에게 반열반에 들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고 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너는 저 미륵불의 법 중에서 중생들을 근심하여 잠들어 방일한 중생들을 깨우쳐서 이들로 하여금 기억하고 생각함을 얻어서 방일하지 않도록 선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인연으로 해서벽지불의 수기를 얻는 것이다.
상주야, 내가 마땅히 너에게 이와 같은 선한 과보를 줄 것이니, 너는 마음 속 깊이 기뻐하며 뜻으로 받들어야 할 것이다.
상주야, 이런 것들은 바로 네가 여러 여래에게 권하여 청한 선근의 인연인 것이니, 여래는 곧장 법의 베풂으로 이를 덮어주고 너의 선근에 보답하는 것이다.”
그때 상주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께서 저의 권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열반에 드실 것이라면, 바라건대 저는 이제부터 법의 머묾에 이르기까지 5욕을 여의고 오로지 효도를 지니겠습니다.
그리하여 놀이를 즐기지 않고 다른 옷을 입지 않고, 화만과 도향과 말향을 쓰지 않으며, 모든 하늘의 수승한 갚음을 받아쓰지 않겠습니다.
왜냐 하면 이와 같이 중생들의 보배 광명이신 세존께서 저와 헤어져서 따로 계시게 된다면, 다시는 만나서 모이지 못하고 다시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니, 결국은 뵙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니 저에게 무슨 즐거움이 있겠으며, 무슨 웃고 놀만한 일이 있겠으며, 무슨 즐길 만한 일이 있겠으며, 마음에 무슨 맞는 일이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최대의 지혜의 횃불과 지혜의 등불과 큰 지혜의 광명이 사라진다면 저에게 무슨 뛸 듯이 기뻐하고 마음에 맞아서 기꺼이 경축하는 일들이 남아 있겠습니까?
이러한 큰 지혜의 태양에 한량없는 백천의 광염의 권속이 있어서 밝음이 없는 큰 어둠을 멸하나니, 큰 지혜의 밝음을 짓는 자가
이처럼 사라져 없어져 버린다면 저에게 무슨 뛸 듯이 기뻐하고 마음에 맞는 일이 있겠으며, 무슨 즐길 만한 일이 있겠으며, 무슨 웃고 놀만한 일이 있겠습니까?
제가 이와 같이 중생들의 보명이신 분과 헤어지게 되니, 측량 중생ㆍ결감하지 않는 중생ㆍ여명 중생ㆍ무죄 중생ㆍ무치 중생ㆍ무상 중생ㆍ최상 중생ㆍ무사 중생ㆍ무등 중생ㆍ무등등 중생ㆍ능히 모든 것을 구제하는 중생ㆍ중생묘 중생ㆍ중생이 공양하는 중생ㆍ공승 중생ㆍ중생을 조복하는 자ㆍ중생을 연민하는 자ㆍ진어자ㆍ실어자ㆍ시어자ㆍ응시어자ㆍ이어하지 않는 자ㆍ설한 대로 수행하는 자ㆍ대자비에 머무는 자ㆍ모든 중생에 대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는 자ㆍ모든 중생에 대하여 평등한 마음을 갖는 자ㆍ희론이 없는 자ㆍ나와 나의 것이 없는 자ㆍ적취가 없는 자ㆍ굴택이 없는 자ㆍ의의가 없는 자ㆍ황험이 없는 자ㆍ때가 없는 자ㆍ구제하는 자ㆍ인도하는 자ㆍ교화하여 제도하는 자ㆍ예비하는 자ㆍ결박을 풀어주는 자ㆍ양육하는 자ㆍ중생들을 기억하고 생각하게 하는 자ㆍ깨닫게 하는 자ㆍ가르치는 자ㆍ전투에 이긴 자ㆍ살촉을 뽑는 자ㆍ의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자ㆍ크게 좋은 약을 베푸는 자ㆍ끝내 괴로움을 해탈하는 자ㆍ법을 설하는 자ㆍ상주를 데려가는 자ㆍ얕은 곳을 보여주는 자ㆍ가지 끝과 꼬리를 잡은 자ㆍ횃불을 든 자ㆍ밝음을 내는 자ㆍ빛을 짓는 자ㆍ찬연히 비추는 자ㆍ눈을 보시하는 자ㆍ인도하여 보여주는 자ㆍ안온한 국토에 이르게 하는 자ㆍ모든 황험한 때를
멀리 여의는 자ㆍ갈애가 없는 자ㆍ모든 번뇌의 부림을 여읜 자ㆍ모든 번뇌의 속박을 여읜 자ㆍ탐진치를 여읜 자ㆍ모든 번뇌를 여읜 자ㆍ교만과 분노를 여읜 자와, 이와 같은 대장부ㆍ묘장부ㆍ극장부ㆍ건장부ㆍ맹장부ㆍ연화장부ㆍ분다리장부ㆍ용장부ㆍ사룡장부ㆍ사자장부ㆍ상수장부ㆍ흉장부ㆍ웅장부ㆍ상장부ㆍ무상장부ㆍ무상조어장부, 그리고 공승자ㆍ모든 힘을 갖춘 자ㆍ10력을 갖춘 자ㆍ네 가지 두려움 없음을 얻은 자ㆍ18불공법을 갖춘 자ㆍ큰 복의 지력을 얻은 자ㆍ한량없는 법장이 만족한 자ㆍ질투가 없는 자ㆍ모든 중생을 기뻐하는 자ㆍ위가 없는 큰 시주ㆍ가장 수승한 시주ㆍ마음에 혐오와 원한이 없는 자ㆍ큰 선정을 얻은 자ㆍ모든 선정의 삼매삼마발제의 경계를 얻은 자ㆍ지혜가 한량이 없는 자ㆍ지혜가 막힘이 없는 자ㆍ등급이 없는 지혜의 경계를 얻은 자ㆍ마당을 꺾은 자ㆍ진창을 건넌 자ㆍ피안에 이른 자ㆍ피안에 머무는 자ㆍ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른 자ㆍ모든 중생의 두려움을 없앤 자ㆍ모든 중생을 편히 위안하는 자ㆍ대중이 견고함을 내는 자를 오늘 밤이 지나면 마땅히 헤어져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언제나 모든 대중들 속에서 하시던 진정한 사자후를 다시는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뛰며 즐거워 할 기쁜 마음이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자신이 관정한 찰리의 왕으로부터 복록을 받고서 임금의 목숨이 다한 뒤에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 왕이 은혜로이 길러주심을 알고 왕의 은혜로운 양육을 생각하면서 왕의 은혜로운 양육에 보답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하겠습니다. 저들 모든 중생들은 그들의 왕을 위하기 때문에 오로지 효도를 지니고, 혹은 하루나 이틀에서 이레에 이르고, 혹은 반 달이나 또는 한 달이 되도록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세존이시여, 저 또한 이와 같이 여래께서 적멸하신 후 바른 법이 세상에 머물기까지, 그 기간을 따라 5욕을 버리고 오로지 효도만을 지녀서, 즐겨 웃고 농하는 일이 없으며 다른 옷을 몸에 걸치지 않고 화만이나 도향, 말향 등을 쓰지 않으며, 모든 하늘의 과보를 받거나 쓰지 않겠습니다.”
3. 제석품
이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도착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물러나 한쪽에 자리를 잡은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세존이시여, 옛날의 어느 땐가 네 명의 대아수라왕이 위풍당당하게 마차를 타고 갑옷을 입고 여러 권속들을 거느리고 우리 삼십삼천에 와서 싸움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에 성자 목련 이 아직도 세상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여러 하늘들과 아수라가 서로 군대를 대치하고 있을 때에 성자 목련이 네 아수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법에 따라 이들을 조복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하늘들과 아수라가 모두 다 같이 편안할 수 있었으며, 다시는 서로 싸우는 괴로움을 겪거나 서로가 서로를 거스르면서 헐뜯고 다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세존이시여, 하지만 지금은 이 대목련이 이미 멸도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지금 여래께서 다시 열반에 들고자 하십니다.
그렇다면 저희들은 이제부터 또 자주 서로 싸우고 거스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가르침을 내려 주소서.
만약 네 명의 아수라왕이 우리와 싸움을 벌인다면 우리는 저들에 대하여 어떤 계책을 써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알려 주셨다.
“교시가여, 그만하라.
걱정하지 말고 근심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라.
만일 금계를 지녀서 지킨다면 원하는 일은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니 다만 청정한 계율을 지키는 자만 이룰 수 있을 것이요, 그 계율이 청정하지 못하면 그렇지 못할 것이다.
청정히 행하는 자는 이루지만 청정한 행을 하지 않는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욕심을 여의는 자는 이루지만 욕심을 여의지 못하는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성내는 마음을 여의는 자는 이루지만 성내는 마음을 여의지 못하는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어리석음을 여읜 자는 이루지만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한 자는 못 이룰 것이요, 지혜로운 자는 이루지만 지혜롭지 못한 자는 못 이룰 것이다.
교시가여, 내 지금부터 마땅히 보살핌을 더할 것이다.
교시가여, 나의 바른 법이 멸하지 않을 때까지 만일 여러 하늘들과 아수라 등이 서로 싸우는 일이 있다면, 그때마다 나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여러 하늘들이 이기게 될 것이다.”
이때 네 명의 대아수라왕이 부처님께서 말씀한 가호에 관한 소리를 듣고는, 분한 마음이 들고 머리털이 일어서면서 두려워 떨며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왔다.
도착하고 나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 한쪽에 물러가 자리를 잡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런 가호를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네 명의 대아수라에게 고하였다.
“너희들은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말라.
언젠가는 너희들도 크게 자재함을 얻어서 저 삼십삼천을 뛰어넘어 다시는 싸우거나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고, 서로 어긋나지도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조심하여 서로 싸우지 말고, 서로 헐뜯지 말고, 서로 다투지 말고, 서로의 마음들을 거스르지 말라.
그리고는 마땅히 자애로운 마음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지어서 중생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얻어 갖추도록 하라.
모든 인자는 그 목숨이 오래 머물러 있지 않으며, 자재함의 주인이 되어도 역시 항상함은 없다.
모든 인자는 이 세간이 가진 것을 구족하게 모두 모았다고 해도 반드시 떠나고 흩어지는 데로 돌아간다.
모든 인자는 마땅히 여래의 궁극하여 항상함이 없는 경계를 보아서 모든 중생에 대하여 원망하고 미워함이 없으며, 어긋남이 없고 다툼이 없어서 언제나 화합하여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가진다.
어찌 하물며 너희들처럼 선근이 적어 피차간에 서로 싸우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자들에 있어서겠느냐?
모든 인자가 만일 남을 해치고 괴롭히려는 마음을 가지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는 도리어 긴긴 밤을 그와 같이 괴로움을 당하고 해를 입을 것이다.
모든 인자가 만약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자는 도리어 짧은 수명의 과보를 받을 것이며, 싸우고 다투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자는 언제나 공포에 떨다가 죽는 과보를 받을 것이니, 큰 권속을 갖추지 못하고 큰 세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모든 인자는 선과 악의 두 업을 통해서 끝내 패망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제부터는 각각 자애로운 마음으로 몸의 업을 자애롭게 하고 입의 업을 자애롭게 하고 뜻의 업을 자애롭게 하여 싸우지 말고 다투지 말고 서로 헐뜯고 욕하지 말라.
이런 인연을 쌓는다면 너희들은 긴긴 밤을 이익과 안락함을 얻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마치자, 네 명의 아수라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로 그렇습니다.
바가바여, 바로 그렇습니다.
수가타여, 저희들이 그와 같이 여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그와 같이 닦고 그와 같이 머물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제부터 마땅히 모든 투쟁의 수단들을 버리고 각자 자애로운 마음을 닦겠습니다.”
이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화살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아서 너무나 슬펐다.
그래서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법주에 이르기까지 5욕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궁에 들어가지 않으며, 다른 옷은 입지 않겠습니다.
위대한 덕을 갖추신 바가바시여, 마치 가장이 돌아가시는 것과 같아서 여기의 사람들은 그 은혜로 길러주심을 받은 것을 깨닫고 마음에 고뇌가 생겨 옛 은혜를 기억하여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은혜로 길러주심을 생각하니,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오로지 효도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법주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을 따라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오로지 효도의 마음만 갖겠습니다.
그리하여 5욕을 행하지 않고 내궁에 들어가지 않으며 다른 옷은 입지 않겠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하면, 위없는 도사께서 내일이면 떠나셔야 하고 다시는 뵐 수 없고 만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석제환인은 이와 같이 말을 마치고는 곧장 얼굴을 묻고 울었다.
대비경 제2권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홍승균 번역
4. 라후라품
이때 위대한 덕을 갖춘 라후라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무슨 기쁜 일이 있고 마음에 맞는 일이 있으며 경축할 일이 있어서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눈앞에서 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동북쪽으로 이곳에서부터 열 개의 부처님의 국토를 지나갔다.
그곳의 세계는 이름을 마리지라고 하며 부처님의 이름은 난승 여래ㆍ응공ㆍ정변지 이다.
이때 혜명 라후라 는 구시성의 역사가 사는 곳으로부터 떠나서 동북쪽으로 난승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가 계신 곳을 향하여 갔다.
도착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다음 한쪽에 물러나서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그러자 난승여래가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너는 그리 슬퍼하고 근심하지 말라.
라후라여, 모든 사랑스러운 것과 마음에 맞는 일들은 모두 유위의 화합으로서 반드시 흩어져 떠나버리는 것이다.
라후라여, 모든 일은 법이 그러하다.
모든 불세존이 불사를 일으키기를 끝내면 모두 반열반에 드는 것이다.
라후라야, 너는 돌아가라.
지금 저 역사가 사는 땅의 사라쌍수 사이에서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께서 마치 사자왕처럼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계신 곳으로 말이다.
그 분은 오늘 밤에 무여열반의 경계에서 반열반에 드실 것이다.
라후라야, 너는 반드시 가야 한다.
만약 부처님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반드시 근심하고 후회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라후라가 난승불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마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께서 열반에 드시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저 불세존께서 열반에 드는 것을 참고 본단 말입니까? 그
래서 저는 차마 그곳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라후라는 이처럼 난승불께 대답한 뒤 곧장 그곳을 떠나서 위쪽으로 아흔아홉 세계를 지나 백 번째의 세계에 이르렀다.
그곳에 있는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이름을 상주라고 하는데 지금 현재 이 세상에 그대로 있었다.
이때 라후라가 도착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다음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다가 근심과 걱정으로 통곡하면서 한쪽으로 물러나서 머물렀다.
이때 상주불이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라후라야.
너는 너무 걱정하고 슬퍼하지 말라, 라후라여. 모든 법의 태어나는 것은 태어나지 않고, 늙는 것은 늙지 않고, 병든 이는 병들지 않고, 죽는 이는 죽지 않고, 다하는 이는 다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라후라야, 과거의 모든 부처와 성문과 연각이 적멸을 여의어 열반에 들었으며, 미래의 모든 부처와 성문과 연각이 적멸을 여의어 열반에 들 것이며, 현재의 모든 부처와 성문과 연각이 적멸을 여의어 열반에 든다.
라후라야, 가령 여래가 이 세상에서 한 겁이나 백 겁쯤 더 머문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반드시 이와 같이 열반에 드는 것이다.
라후라야, 모든 불세존은 다시 다른 법이 없으며, 오직 이것이 그 궁극적인 적멸이요 열반이다.
라후라야, 궁극적인 적멸이 바로 궁극적인 정이며, 궁극적인 청량이며, 궁극적인 다함이며, 궁극적인 즐거움이며, 궁극적인 편안함이니 이른바 굴택이 없는 열반의 경계이다.
라후라야, 태어남의 괴로움, 늙음의 괴로움, 병듦의 괴로움, 죽음의 괴로움과, 사랑하는 자와 헤어지고 원수져서 미워하는 자와 만나고,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5음의 짐이 무거운 것, 이런 것들이 모두 괴로운 일들이다.
라후라야, 오직 열반만이 즐겁다.
라후라야, 너 또한 머지않아 마땅히 열반할 것이다.
라후라야, 너나 또는 석가모니 부처님 께서 드는 그 열반이란 곳은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병듦도 없고 죽음도 없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자와 헤어지지도 않고 미워하는 자를 만나지도 않으며, 무엇이든 마음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라후라여, 그러니 너는 슬퍼서 연연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근심하지 말라.
라후라야, 너는 마땅히 누가 태어나며, 누가 늙으며, 누가 죽으며, 누가 윤회하며, 누가 다시 태어나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라후라야, 이들은 다들 허망하고 뒤바뀌고 집착하여 성법을 듣지 못한 모든 범부로서 성인들을 보지 못하고, 그리하여 성법을 믿지 못하고 성법을 배우지 못하고, 성법을 이해하지 못하며 성법을 알지 못하고 성법에 머물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뒤바뀌게 되고, 생각이 뒤바뀌게 되고, 견해가 뒤바뀌게 된 것이다.
이처럼 뒤바뀌게 되었기 때문에 태어나고, 태어나기 때문에 늙고, 늙기 때문에 죽고, 죽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뛰어 달리면서 흐르고 구르다가 말라서 타고 썩어서 문드러진다.
사랑하고 연연해하고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가슴을 치며 목 놓아 우는 것이다.
라후라야, 따라서 모든 성인은 오직 이 법의 비니(비니:조복ㆍ계율)만으로서 모든 행을 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 위에 다시는 아무것도 짓는 것이 없다.
라후라야, 이와 같이 도사가 짓는 일이 이미 끝났으며, 성문과 제자들은 짓는 일들을 이미 지었다.
그러니 그 위에 다시 더 지을 것이 없다.
라후라야, 너는 슬피 연연해하지 말고 근심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라.
라후라여, 저 석가모니 부처님 께서는 석씨의 종성 중에서도 높으신 분으로 위없는 법왕이시다.
그러니 너는 마땅히 그 계신 곳으로 가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공양하고 공경하라.
만일 열반하시게 되면 훗날 너는 반드시 뉘우치고 슬퍼할 것이다.
라후라야, 저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지금 역사가 사는 땅의 사라쌍수 사이에 계시면서 사자왕처럼 오른쪽 옆구리로 누워서 너 라후라를 보고 싶어 하신다.
그러니 너는 반드시 그리로 가라.”
그러자 혜명 라후라 가 상주불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차마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께서 열반에 드시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불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광경을 차마 눈으로 볼 수 있단 말입니까?”
이 말을 하고 나자 몸과 마음이 너무나 답답하여 끊어질 듯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말했다.
“저 세존이신 석가모니 께서는 석씨의 종성 중에서도 높으신 분으로 위없는 법왕이시며, 중생들 중의 보배이십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어떻게 차마 그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볼 수 있겠습니까?
모든 세간을 가엾게 여기고 근심하시며 모든 세간의 형상과는 동등한 자가 없으며, 모든 세간에 대하여 등불이 되시고, 모든 세간에 대하여 눈이 되시고, 모든 세간에 대하여 지혜의 횃불이 되시고, 모든 세간을 비추어 주시는 분이 내일이면 헤어져 흩어져서 있는 곳이 없게 될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상주여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하라, 라후라야.
너는 걱정하고 슬퍼하지 말라, 라후라여. 네가 저 불세존께서 설하신 이와 같은 법을 듣지 않았느냐?
‘모든 행은 영원하지 않고 모든 행은 괴로움이며, 모든 법엔 나[아]가 없고 열반은 적멸하다.
’ 라후라야, 저 불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모든 행은 덧없는 것이
바로 나고 죽는 법이라네.
생겨났다가는 다시 죽으니
멸하는 저것이 즐거움이라네.
라후라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이르셨다.
“저 불세존께서는 옛날에 이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는가.
‘모든 사랑스러운 것과 뜻에 부합하는 일들은 반드시 닳아 없어지고 오래지 않아 헤어져 흩어지며, 설사 오래 머문다고 해도 만나면 역시 헤어짐이 있다.’”
라후라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유위의 모든 법인 생겨나는 법과 존재하는 법과 깨달아 아는 법과 분별로 일어나는 법 등은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이어서 만일 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이에 라후라는 아버지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를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일이면 저는 다시는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 둘러 싸여서 설법하시는 것을 볼 수 없게 됩니다.
마치 큰 바다 가운데 있는 수미산왕의 여러 모습이 장엄하게 솟아나 광명을 비추듯이, 보름달이 뭇 별들에 둘러싸여 있듯이, 태양의 일천 광명이 공중에서 빛나듯이, 깊고 넓은 바다에 한량없는 온갖 보배가 쌓여 있는 것처럼, 마치 전륜왕을 한량없는 권속들이 에워싸고 있듯이, 설산왕의 근력으로 깨달음의 꽃이 활짝 피듯이, 마치 철위산을 어떤 악풍들도 꼼짝하지 못하게 하시는 그 설법을 말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은 모든 외도의 온갖 논의의 바람이 흔들어 움직일 수 없는 분으로, 마치 연못 가운데 핀 연꽃과 같고 세간의 법에 물들 수 없음이 마치 대범천이 그의 권속들을 거느린 것과 같으며, 제석천이 일천 개의 눈을 가진 것과 같으며, 마치 사자왕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사자좌에 앉아서 모든 두려움을 여읜 사자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세존을 저는 내일이면 다시 뵐 수 없습니다.”
그때 라후라는 소리 없이 슬프게 흐느끼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상주여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속히 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라.
저 불ㆍ여래께서 너를 보고 싶어 하신다.
라후라야, 너는 이제 거듭 질문하느라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속히 가거라.
그리고 삼가하여 저 불세존을 번잡하거나 수고스럽게 해드리지말라
라후라야, 너는 꼭 가야만 한다.
라후라여, 모든 부처의 법이 그러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자비하신 마음으로 열반에 들기 전에 너를 보고자 하신다.”
그러자 드디어 라후라가 저 상주불께 머리를 대고 예를 드리되, 마치 장사가 잠깐 팔을 굽혀 펴고는 다시 잠깐 편 팔을 굽힐 때처럼 잠깐사이였다.
그리고는 드디어 라후라가 그곳을 떠나서 구시성 역사가 사는 땅의 사라쌍수 사이에 달려갔는데, 여래가 계신 곳에 이르러 역시 그렇게 하였다.
도착한 뒤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는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다음, 한쪽으로 물러나 자리하였다.
그리고는 걱정이 되어 슬피 울면서 합장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너는 연연해하면서 근심하고 걱정하며 통곡하여 마음에 번뇌가 일게 하지 말라.
라후라여, 너는 아버지에 대하여 아버지를 섬기는 도리를 다하였으며, 나 또한 너에 대하여 아들에 대한 일을 다하였다.
라후라야, 그러니 너는 너무 애틋하게 걱정하면서 슬퍼하고 후회하지 말라.
라후라야, 나는 너희들과 함께 다 같이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두려움 없음을 얻어서 부지런히 정진하였으며, 원수를 만들지 않고 번뇌의 해로움을 일으키지 않는 크나큰 정진을 폈다.
라후라여, 그러나 내가 지금 열반을 하고 나면 다시는 누구의 아버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라후라야, 그러니 너도 열반을 하면 마땅히 다시는 누구의 아들도 되지 않을 것이다.
라후라야, 너와 나는 모두 다 번뇌의 어지러움을 일으키지 않고 원수를 짓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라후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가바시여, 열반에 들지 마소서.
수가타시여, 열반에 들지 마소서.
세존이시여, 부디 이 세상에 한 겁을 더 머무소서.
많은 중생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시고, 세간을 가엾게 여기시며, 모든 하늘과 사람을 안락하고 이익 되게 하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는 모든 법을 모조리 알기 때문에 이 세간에서 부처라는 이름을 얻었다.
라후라야, 그러나 저 부처의 법은 사라지지도 않고 다하지도 않으며,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이루어지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며, 앉지도 않고 눕지도 않으며, 합쳐지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는다.
어째서 그런가?
라후라야, 이와 같이 법의 머묾은 궁극적으로 나지도 않고, 궁극적으로 없어지지도 않으며, 궁극적으로 공이며, 궁극적인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적정의 열반으로 중수에 들어가지 않으며, 굴택이 없고, 이야기해 줄 수 없고,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법이니, 이른바 궁극적인 머묾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사라짐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적멸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여읨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욕망의 여읨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불화합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부작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인 다함이기 때문이다.
라후라야, 나는 올바로 이 법을 설하거니와, 설사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간에 이와 같이 모든 법은 머물러 있으니 모든 법이 법 그대로이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며, 법이 욕심을 떠났기 때문이며, 법이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라후라야, 이와 같이 여래는 계취를 가지고 열반에 드는 것이 아니며, 정취와 혜취와 해탈취와 해탈지견취를 가지고 열반에 드는 것이 아니다.
라후라야, 그러니 너는 슬퍼서 연연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근심하지 말라.
라후라야, 모든 행은 영원함이 없고, 고정됨이 없고, 희망할 것이 없는 무상법이요 진법이요 변역법이다.
라후라야, 죽을 때까지 모든 행을 싫어하여 버리고 집착하지 말고 오직 해탈만을 추구하라.
라후라야, 이것이 바로 내가 가르치는 법이다.”
부처님께서 라후라를 위하여 이와 같은 견해의 실제품을 설하시니, 대덕 60명의 비구가 모두 번뇌로 물든 마음을 다 없애고 해탈을 얻었으며, 25명의 비구니 또한 해탈하여 모든 번뇌가 다함을 얻었다.
한량없는 하늘과 사람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 묻음을 여의어 법안의 깨끗 함을 얻었으며, 6만 8천의 모든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어서 이들 모두가 다 기뻐서 날뛰면서 실로 불법의 불가사의함을 찬탄하였다.
저들이 모두 우바라화ㆍ파두마화ㆍ구모두화ㆍ분다리화를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도 미래의 세상에 또한 이와 같이 천인사가 되어 세상에 나와서 이와 같은 법을 설하고 이 세간에 위없고, 모양이 없는 열반에 들겠습니다.
이와 같은 대열반으로 열반에 들겠습니다.”
저들 모든 보살들이 이렇게 말하고 나서 모두 잠잠히 있었다.
5. 가섭품
이때 아난이 부처님 침상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면서 안타까워 마치 벼랑에서 큰 나무를 베는 것처럼 땅에 쓰러지면서 말하였다.
“바가바시여, 열반이 너무 빠르십니다.
수가타여, 열반이 너무 빠르십니다.
중생 중에 보배이시며 크게 자비로운 분이 돌아가시는 것이 너무 빠르며, 세간의 큰 등불이요 세간의 큰 횃불이요 하늘과 사람 중에 제일이신 분이 돌아가시는 것이 너무 빠릅니다.
중생들의 분다리(분타이:백연)꽃이신 분이 세간을 떠나시는 것이 너무 빠르며, 중생들의 용상으로 스스로를 잘 조복하시고 또 중생을 조복하며 조복되지 않은 자를 조복시키는 분이 돌아가시는 것이 너무 빠릅니다.
위없는 도사로서 세간에 편안한 도리를 보여 주시는 분이 돌아가심이 너무 빠르며, 세간의 지혜로운 눈으로 큰 빛을 널리 비추어 세간에 보여주시는 분이 돌아가심이 너무 빠르며, 세간이 눈멀고 어두워서 인도하는 이가 없는데 세간에서 중생의 부모이신 분이 돌아가심이 너무 빠릅니다.
세간은 고독하여 의지할 데가 없는데 중생의 보배이신 분을 어찌 내일이면 저희가 다시 뵙지 못하고 이름만 남게 된단 말입니까?”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하라, 아난아. 너무 슬퍼하지 말라.
내가 일찍이 너에게 말하였거니와,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나 마음에 맞는 일 등의 화합하는 법은 반드시 헤어지고 흩어지게 마련이다. 아난아, 모든 유위의 법인 생법ㆍ유법ㆍ각지법ㆍ인연법ㆍ멸괴법 등이 만약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며, 그것이 만약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면 또한 그런 곳은 없다.
아난아, 설사 그것이 오래 머문다고 하더라도 법이 이러한 것은 반드시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너는 너무 슬퍼하지 말라.”
그러자 아난이 존귀한 얼굴을 우러러 보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마치 벼랑에서 큰 나무를 베듯이 땅에 쓰러졌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만하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
그렇게 슬퍼한다고 나를 세상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아난아, 내가 일찍이 너에게 일러 주었으니,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나 마음에 맞는 일 등은 유위로써 화합된 것이며 반드시 헤어져 떠난다. 설사 그것이 오래 머물고 모여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모든 행과 법은 멸하는 것이다.
아난아, 너는 몸과 입 등으로 여래에게 자애스러웠고 효도하였고 한량없이 안락한 마음에는 다른 생각이 없으며, 성냄이 없고 원한이 없으며 원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자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떻게 근심하지 않으며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와 같이 크게 자비하시며, 모든 세간을 초월하셨고, 모든 세간을 연민하시며, 모든 세간이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며, 모든 세간이 귀의하는 분이며, 모든 세간을 이끌어 인도하는 분이며, 모든 세간을 이롭게 하는 분이며, 모든 세간을 안락하게 하는 분이신, 이와 같이 중생에게 큰 보배이신 분을 내일이면 이별하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는 크게 통곡하였다.
그러다가 눈물을 닦고 아뢰었다.
“참으로 기이합니다.
모든 행은 바로 주검과 같이 속이고 능멸합니다.
능히 이와 같은 큰 등불이고 큰 횃불이며, 큰 태양의 밝은 빛이고 한량없는 빛의 불꽃이며, 백천억 나유타의 염당의 권속이며, 두루 세간에 나타나서 지혜의 경계를 보고, 알아 생각합니다.
큰 보배로 중생을 두루 비추는 분을 돌아가시게 함이 너무 빠릅니다.
큰 지혜이며 큰 광명인 분을 지금 세간에서 사라지게 함은 너무 빠르며, 세간의 고독함을 덮어서 보호하는 분을 사라지게 함이 너무 빠르며, 여래의 구족한 신통 변화를 지금 세간에서 사라지게 함이 너무 빠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니 제가 어떻게 근심하지 않으며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심장이 터져서 일백 조각으로 갈라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며, 세존이시여, 저는 또한 지금 부처님 앞에 목숨을 마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이는 반드시 세존께서 신력으로 저를 보호하여 이 때문에 목숨을 마치지 못하는 것일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저는 부처님께 직접 면전에서 받아 받들어서, 8만 4천의 모든 법의 보장을 받아 지니어 잊지 않으면서도, 아직 시방세계에 있는 모든 천인들에게 널리 유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의 신력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목숨을 마치지 않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니 제가 어떻게 근심하지 않으며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제가 가비라성의 세존께서 탄생하신 곳에 가서 석씨 종족이 모였을 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태양의 종족이신 석가모니부처님, 곧 석씨 종족 중에 높으신 분인 위없는 법왕이 그만 열반하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왕사성에 가서 위제희의 아들 아사세왕의 처소에 가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위대한 스승이며 태양신이신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고 세간의 쉼 없는 화살을 뽑으시는 의왕께서 돌아가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사바제성에 이르러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크게 자비하시어 세간을 연민하는 분이 돌아가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기타림의 급고독 장자에게 갔을 때 저에게 묻기를 ‘여래께서 언제쯤 이 기타림의 급고독원에 와서 머무시겠느냐’ 하면 무슨 말로 대답하며, 제가 비사리성의 여러 이차들 앞에 갔을 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세간을 연민하시는 가장 높은 스승께서 돌아가셨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곳에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와서 이치를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이 크게 지혜로운 세간지이며 모든 의혹을 끊어버리신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곳에 있는 비구의 무리들이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 예배를 드리고자 하여 세존께 물어서 포살(포살:정주)하려하고, 와서 법을 묻고, 와서 이치를 물어도, 저는 다시는 그들을 설득하는 상인의 법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것입니다.
세존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이와 같이 신통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는 분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 제가 어찌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만하고 너무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의 청정한 행은 마땅히 널리 유포하여 오랫동안 세간에 머물면서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해야 한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4백 년이 지난 뒤에 가섭이 너와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서로 돌려 이어가면서 신통과 변화를 지어서 청정한 행을 수행하여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의 바른 법을 마땅히 널리 유포하여 오랫동안 세간에 머물면서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해야 한다.
아난이여, 내가 열반한 뒤에 가섭비구가 너와 함께 마음을 내어 내가 아승기억 나유타의 겁 동안 모은 위없는 삼먁삼보리법으로, 모든 선을 늘리고 물러나서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이 가섭비구는 욕심이 적고 만족을 알며, 멀리 여의어 정진하고, 즐겨 염을 잊지 않고 즐겨 희론하지 않아서 정과 혜가 앞에 나타나는 자이기 때문이다.
가섭비구는 대중에게 가르침을 보이고 이롭고 기쁘게 하며, 모든 청정한 행을 설하며 게으르지 않음이 마치 부모와 같다.
여러 비구들아, 가섭비구는 모든 사부대중에 대하여 보는 바가 아주 멀어서 세간을 가엾이 여기니, 중생과 모든 하늘들과 사람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마음을 내는 것이다.”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가섭비구가 이와 같이 마음을 내어 얼마나 많은 하늘들과 사람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가섭비구가 열반에 들 때 이와 같이 서원하였다.
‘원컨대 내가 멸도한 뒤에 나의 신력을 가지해서 나의 몸이 변하지 말고 허물어지지 말며, 털과 살갗과 색과 모든 근과 마디들이 또한 변하여 허물어지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미륵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나의 이 몸으로 하여금 저 세존을 보게 하여 함께 처음 만나게 되고, 이와 같이 두 번씩 세 번씩 크게 만나도록 하여 주소서. 나의 원력을 지님으로 해서 수백의 중생, 수천의 중생, 수천만의 중생, 많은 백천억 나유타의 중생들이 마땅히 성도의 과보를 얻게 하소서.
만약 미륵불이 나의 몸과 옷이 변하지 않고 허물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또 세 번의 모임에서 성문이 나의 몸이 변하지 않고 허물어지지 않은 모습과 모든 근과 마디와 가사 등을 보고 난 다음에야 내 몸이 저 허공중에 떠서 내 몸에서 이는 불이 내 몸을 사유(도유:차비)하고 다비한 뒤에는 타고 난 재도 없게 하소서.’
아난아, 이것이 바로 가섭이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한 일이다.
아난아, 가섭비구는 이와 같은 원력을 지니고 이와 같이 모든 중생들을 성숙하게 만든 뒤에 열반에 들었다.
아난아, 가섭비구가 열반하자 네 개의 돌산이 가섭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그 몸을 가린 다음 합쳐져서 하나로 되었다.
아난아, 이리하여 저 가섭의 몸은 저들 네 개의 돌산 속에 있기에 그 몸이 변하여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
리하여 미륵불이 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그 기간 동안에 가섭비구의 몸은 허물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며, 가사 등 옷도 역시 허물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청정한 계율을 지키며, 청정한 행을 닦으며, 지혜가 있는 자이기 때문에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며, 계율이 청정하지 못하고, 청정한 행을 닦지 않고, 지혜가 없이 욕심만 있는 자가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난아, 가섭비구는 먼저 원력을 지녔기 때문에 열반에 들었으며, 열반에 들고도 저 가섭의 몸은 항상 변하거나 허물어지지 않고, 털ㆍ살ㆍ피와 여러 근육과 마디 및 의복까지 변하거나 허물어지는 일이 없다.
그리고 또 몸이 어떤 냄새도 나는 일이 없이 미륵불이 나올 때까지 이르는 것이다.
아난아, 저 미륵불이 이 세상에 나와 최초의 모임에는 96억 많은 비구의 무리들이 가섭이 있는 곳으로 올 것이다.
아난아, 이 미륵불은 가섭의 몸을 저들 96억의 모든 비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 사람은 가섭비구이다.
그는 석가모니여래의 법 중에서 대성문이 되어 뛰어난 두타행에 머물렀으며, 그는 욕심이 적고 만족을 알며, 멀리 여의어 정진하고 즐겨 염함을 잊지 않고 즐겨 희론하지 않아서 정과 혜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많은 무리에 대해 가르침을 보여 이롭고 기쁘게 하였으며, 모든 청정한 행에 대해 법을 설하는 데 게으르지 않음이 마치 부모와 같았다.
모든 비구들아, 이 가섭비구는 모든 사부대중보다 보는 것이 아주 원대해서 끝내 의혹이 없고 많은 대중에 순응하여 따른다. 모
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가섭이 세간을 가엾이 여기는 것을 보라.
그는 모든 사람과 하늘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은 마음을 낸 것이다.’
아난아, 미륵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가 두 번째 모임에서 94억의 여러 성문의 무리들과 함께 그곳에 올 것이며, 세 번째 모임에서 92억의 여러 성문의 무리들과 함께 또한 가섭이 있는 곳에 올 것이다.
아난아, 저 미륵불은 저 92억 비구의 무리들에게 보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가섭비구는 석가모니여래의 법 가운데 가장 큰 성문으로 뛰어난 두타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는 욕심이 적고 만족을 알아서 드디어 발심하기에 이르렀으니, 모든 하늘들과 사람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난아, 미륵여래는 이때에 그의 황금빛 오른손을 펼쳐서 가섭의 정수리를 만지고는 모든 비구들을 살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이 가섭비구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멸도한 뒤에 널리 바른 법을 지켰으니, 이 무리들 중에서 내가 멸도한 뒤에 가섭이 한 것처럼 그렇게 널리 나의 바른 법을 지킬 자가 한 사람도 없다.’
아난아, 이 가섭비구는 저 세 번째 모임에서 본원력을 지님으로 해서 저 허공중에 머물면서 갖가지 신통과 갖가지 변화를 나타낸 다음, 자신의 몸의 불로 그 몸을 불사를 것이며, 몸을 불사르고 나면 재나 탄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때 저 미륵불이 이때를 당하여 가섭을 일으켜 세운 다음, 저들 92억의 모든 비구들을 위해 자주자주 법을 설해서, 여러 백, 여러 천, 여러 억 나유타 백천의 하늘들과 사람들로 하여금 성도의 과보를 얻도록 할 것이다.
아난아, 가섭비구가 이처럼 마음을 내어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으니, 너 또한 마음을 내어 많은 중생들을 안락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이 하라.
아난아, 가섭비구와 네가 이처럼 발심을 하였기에 4백 년이 넘도록 나의 바른 법을 지키고 신통을 일으켜 갖가지로 변화하고 청정한 행을 수행해서 각각 모든 하늘과 사람의 무리에게 이익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6. 지정법품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걱정하고 슬퍼하지 말라.
나의 청정한 행을 마땅히 널리 유포해서 각각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무리에게 이익을 보태 주어야 한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마투라성의 우루만다산에 있는 나치가라는 절에 비제사라는 비구가 있을 것이니, 그는 크게 신통한 대위력을 갖출 것이다.
바른 지혜로 도를 얻고 많이 들어 두려움이 없을 것이며, 수다라를 지니고 비니를 지니고 마다라가를 지니어 모든 청정한 행을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법을 설하되,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신통과 변화를 짓고 착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우루만다산에 있는 나치가라는 절에 또 제지가라는 비구가 있을 것이다.
그는 크게 신통한 대위력을 갖추어서 모든 청정한 행에 대해 설법함에 게으름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의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우루만다산 옆에 있는 우시라라는 산에 거기에 4만 명의 비구 가 모여 회합할 것이다.
그들은 크게 신통하고 크게 위력이 있어서 많은 일을 감당하고 바른 지혜로 도리를 얻고 많이 들어 두려움이 없으며, 수다라를 지니고 비니를 지니고 마다라가를 지니어 각각 모든 청정한 행을 보여 가르쳐 이롭고 기쁘게 법을 설하되 게을리 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비구가 신통과 변화로써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각각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 우루만다산 곁에 우바국다라 이름하는 비구가 있을 것이다.
그는 크게 신통한 대위력을 갖추었으며, 또한 신통하고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땅히 1천의 아라한이 있어서 8만 8천의 비구들을 모아서 같이 함께 포살하여 하나의 갈마를 지을 것이며, 마음에 속이지 않고 서로 함께 수기할 것이다.
또 저들은 모두 신통하고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하여 각각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이 우바국다와 그 제자들은 각각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여러 하늘과 사람들에게 바르게 드러내어 말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바리불성에 발다니라는 절에 아수바국다라는 비구가 있을 것이다.
그는 3명과 6통에 8해탈을 갖추고, 선과 지의 두 부분에서 해탈이 자재하며,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저들은 또 신통하고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시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바리불성에 있는 구구타라 하는 절에 울다라라는 비구가 있을 것이다.
그는 크게 신통하고 크게 위력을 갖추었으며 또한 신통하고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나의 청정한 행을 널리 행하여 유포해서 각각 모든 하늘과 사람의 무리들에게 이익을 보태야 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에 저 앙가국에 마땅히 나의 모든 성문들이 반자발슬가회(오연회)를 가질 것이니, 거기에 마땅히 1만 3천을 넘는 아라한의 모임이 있을 것이며, 저들은 모두 크게 신통함이 있고 큰 위력을 갖추어서 일을 잘 감당할 만한 능력이 많기에 모든 청정한 행을 설법하되 싫증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설타사다라는 상좌가 있어서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어 많은 것을 이겨낼 능력이 있고 모든 청정한 행을 설법하되 게으르지 않을 것이며, 저들은 또 신통하게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각각 하늘과 사람들의 무리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 금발실다성에 바라문의 종성에서 출가한 두 비구가 있을 것이니, 하나는 비두라이고 하나는 산사야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각각 신통이 있고 큰 위력을 갖추어서 많은 것을 이겨낼 능력이 있으며, 또한 신통하게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바계다성에 대정진이라는 비구가 있을 것이니, 그는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었으며, 또한 신통하게 변화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 나의 바른 법을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
가 멸도한 뒤에 마땅히 말전제라 하는 비구가 있어서 3명과 6통과 8해탈을 갖추고 선과 지의 두 분야에서 해탈이 자재할 것이니, 그는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었으며, 모든 청정한 행을 설법함에 게으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천축국 계빈천에 한량없이 많은 용들, 야차와 건달바 등이 큰 몸집에 큰 힘을 갖추고 살고 있을 것인데, 이 말전제 비구가 서로 싸우는 저 용ㆍ야차ㆍ건달바 등 때문에 거기에 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말전제 비구는 신통하고 변화하여 모든 용ㆍ야차ㆍ건달바 등을 법으로써 항복받아 저들이 공경하고 믿도록 만들 것이다. 그리고 저들이 공경하여 믿게 된 뒤에는 사람을 계빈천에 머무르게 하고 여러 절을 짓게 하여 많은 성문들을 둘것이며, 그리하여 여러 백천의 성문들이 몰려들 것이다.
아난아, 이 말전제 비구는 모든 시간을 통해서 저들에게 그곳에 머물면서 여러 좋은 일들을 갖추게 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만일 저 말전제 비구가 갖고 있는 공덕을 충분히 칭송하고 널리 설하려고 해도 도저히 다 말할 수가 없다.
아난아, 이 말전제 비구는 모든 공덕을 갖추어서 나의 법과 비니와 신통하고 청정한 행을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 북천축의 건다라국에 마땅히 가섭이라 하는 비구가 있을 것이니, 그는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어서 일을 잘 감당할 만한 능력이 많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바른 지혜로 도를 얻고 많이 들어 두려움이 없으며, 수다라를 지니고 비니를 지니고 마다라가를 지닐 것이니, 그리하여 그는 또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 북천축국에 득차시라라는 성이 있을 것이니, 거기에 사지가라 하는 장자가 있어서 그 이름이 사방에 진동할 것이다. 그는 크게 부유함을 갖추어서 재물과 보배가 넉넉하고 공덕을 갖추어서 지혜롭다고 일컬어질 것이니,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상호는 제일이다.
저 사지가 장자 는 나와 모든 성문들을 깊이 믿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다.
그리하여 차츰차츰 보리의 선근을 쌓아 앞으로 1천 겁이 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 부처님의 이름은 보광이라 하고 겁의 이름은 조현이며 세계의 이름은 크게 장엄함을 갖춤[구대장엄]이라 할 것이다.
아난아, 저 사지가 장자는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 북천축국에 부가라발제라는 왕의 도읍이 있을 것이니,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풍성하고 즐거워서 편안할 것이다.
거기에는 많은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가 있어서 수다라를 따라 순종할 것이며, 나와 여러 성문들을 깊이 믿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다.
거기에는 한량없는 성문과 제자가 있을 것이니,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어서 일을 잘 감당할 만한 능력이 많을 것이다.
아난아, 거기에는 많은 장자와 거사들이 있어서 바른 지혜로 도리를 얻고 많이 들어 두려움이 없을 것이며, 큰 지혜를 갖출 것이다.
아난아, 저 부가라발제의 왕도에 있는 여러 흰 옷의 재가인들은 그들의 목숨이 다하면 도솔천에 태어날 것이지만, 출가한 자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째서인가?
그들은 금계에 머물지 않고 율의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난아, 저 부가라발제의 왕도에 있는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은 마땅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의 바른 법은 반드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어째서인가?
모든 비구들이 온갖 이익과 공양만 더욱 찾으며, 금계를 많이 허물어서 그 마음이 산란하고, 한적한 숲을 좋아하지 않고 선정의 즐거움을 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러 사부대중과 서로 왕래하면서 계율을 깨뜨리고 도리를 위반한다.
모든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서로 교통하면서 공경하거나 존중함이 없고, 음식과 꽃과 과일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율의를 무시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여자들을 간음한다.
이렇게 되면 저들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은 이들 비구들이 짓는 온갖 법 아닌 것을 듣고는 크게 놀라 공포심이 생겨서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처님의 바른 법이 사라지고 말 것인가?’
이때를 당하여 저 부가라발제의 왕도에 가보면 법증이라는 우바새가 있을 것이니, 그는 크게 신통하고 큰 위력을 갖추어서 큰 복덕이 있을 것이며, 그리하여 바른 지혜로 도리를 얻고 많이 들어 두려움이 없어서, 수다라와 마다라가의 교묘한 방편을 지닐 것이다.
그리고 이 우바새는 저들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을 공경하여 믿게 하고자 저 허공에 올라가서 가르침을 보이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들은 부디 두려워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라.
저 석가모니부처님의 바른 법이 아직도 이 세상에 머물러 있으니, 너희들은 열심히 정진함을 펴고 모든 선업을 지어서 아직 얻지 못한 자는 얻도록 하고, 아직 증득하지 못한 자는 증득하게 하고,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는 이에 도달하도록 하라.
성스러운 법이 아직도 여기에 있으니 마땅히 빨리 이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때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은 다들 마음이 기뻐서 보시를 행하고 여러 공덕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사리를 장식하고 엄숙하게 지닐 것이며, 모든 성문들에 대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고, 이를 듣고 받아들여 읽고 외우며, 나아가 남을 위해서 이를 설할 것이다.
그리하여 금계를 받아 지니고 부지런히 선정을 닦을 것이다.
저들 모든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은 저 법증이 이와 같이 보여주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함으로 해서 모두 선의 길과 열반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아난아, 저 우바새는 또한 나의 바른 법을 널리 행하고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탤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내가 멸도한 후에 또한 마땅히 많은 속인이 나의 법 가운데서 깊이 공경하고 믿을 것이다.
일찍이 과거에 여러 백천의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여 많은 선근을 심었고 나의 사리에 대하여 부지런히 닦고 장엄하였으며 또 여러 성문에게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아난아, 저들은 또한 나의 바른 법이 널리 세상에 유포되어 하늘과 인간에게 이익을 주도록 하였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앞으로 오는 세상에 북천축국에 기바가라고 이름하는 비구가 이 세상에 나올 것이니, 그는 일찍이 과거에 한량이 없는 많은 부처님께 여러 선근을 심고, 이들께 공양하고 공경하며 깊이 믿어 갖추어서 대승에 안주하였으며, 그리하여 여러 중생을 가엾게 여기며 이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 이와 같이 마음을 내어 많이 듣고 보살장을 지녔고, 대승을 칭찬하고 선양하며 드러내었던 것이다.
이 비구는 나의 사리와 형상과 탑묘가 파괴되는 것을 보면 이를 바로잡아 고치고 수리하여 황금으로 장엄할 것이다.
당과 번을 세우고 보배로운 덮개와 방울그물이 미묘한 소리를 낼 것이며, 여래의 한량없는 형상과 여러 탑묘를 만들어 내니, 그 모든 탑묘를 모두 반달과 사자로 장엄하여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무리로 하여금 마음에 믿음과 즐거움이 생기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보리의 선근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 중생들을 가엾게 여겨 이들을 보호하고 기르기 위해서, 나의 법을 포섭해 받기 위해서, 공경하여 믿지 않는 자에게 공경함과 믿음을 증장시켜 닦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많은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기 위해서 반차발슬가회(반차발슬가회:오연회)를 열 것이다.
아난아, 이때 많은 비구가 금계를 지키지 않고 많은 법 아닌 것을 저지를 것이며, 한적한 숲을 즐기지 않고 선정의 즐거움을 버릴 것이다.
금계를 깨뜨리고 도리를 위반하여 서로 시비를 다툴 것이며, 탐하고 아끼는 마음이 쌓여서 한 방을 혼자서 독점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속인들과 함께 서로 왕래하면서 불법을 버리고 모든 청정한 행에 대해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저 모양만 갖춘 사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때를 당하여 어떤 젊은 비구가 부지런히 정진하여 번잡하고 소란함을 멀리 여의고 현전의 정혜에 한결같은 마음을 쏟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법에 안주하여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서 즐겨 걸식을 행할 것이며, 성스러운 종자에 안주하고 많이 들어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수다라를 지니고 비니를 지니고 마다라가를 지닐 것이다.
이때를 이르러 기바가 비구가 모든 비구들에게 가사를 입게 할 것이며, 그리하여 그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모든 근이 어떤 결함도 없어져서 깊은 믿음을 갖추어 최상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가사를 입은 자들은 계를 지킬 생각을 일으키고 복전의 생각을 지어서 보시를 행하여 여러 선근을 닦을 것이다.
그리하여 저 기바가 비구 는 한량없는 갖가지 가장 뛰어난 보리의 선근을 닦은 다음 이곳에서의 목숨을 마치고, 서쪽으로 억백천의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지난 무량수국에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는 그 부처님에 대하여 모든 선근을 심을 것이며, 그리하여 다시 80억의 모든 여래가 계신 곳을 지나서 모든 청정한 행을 닦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미래의 세상에 99억의 겁을 지나서 정각을 이룰 것이며, 그리하여 부처님의 이름을 무구광이라 하고 세계의 이름을 일체 공덕장엄이라 할 것이다.
아난아, 저 기바가 비구는 나의 바른 법을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널리 행하여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나의 청정한 행은 마땅히 널리 유포되어 하늘과 사람들이 믿고 즐기게 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미래의 세상에 마땅히 사마라 하는 변방의 나라가 있어서 그 나라 임금의 이름을 대시라고 할 것이니, 그는 나의 법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을 일으키고 나의 사리와 모든 성문들에 대하여 부지런히 공양함을 닦으며 칭찬하며 찬탄할 것이다.
아난아, 저 대시왕은 그의 사마국에서 나의 성문과 모든 비구들을 모아서 존중하고 공양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곳에는 마땅히 300명이 넘는 아라한들이 있어서 모두들 신통과 공덕과 위력을 갖게 될 것이며, 그리하여 모든 청정한 행을 설법하되, 이를 게을리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난아, 저들은 또한 나의 바른 법을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 북천축국에 이름을 흥거말단나라 이름하는 성이 있을 것이니, 거기서 나의 사리를 얻어서 이를 존중하고 공양할 것이며, 마땅히 화만ㆍ도향ㆍ말향ㆍ음성ㆍ기악ㆍ당기ㆍ번기ㆍ보개ㆍ의복ㆍ와구ㆍ중보와 금은 등을 가지고 이를 장엄할 것이다.
아난아, 이때 그의 정사에는 마땅히 믿음으로 출가한 많은 사람들이 금계를 받아 지키고 좋은 법을 닦을 것이며, 모든 속인들도 좋은 법을 수행함이 또한 한량없을 것이다.
아난이여, 저들은 계를 지키고 많이 들어 지혜로워 나의 법에 대해 깊이 청정한 믿음을 얻을 것이며, 나의 성문과 나의 사리에 대하여 부지런히 닦아 장식하고 엄숙히 다스려 공양할 것이다. 불ㆍ법ㆍ승에 대하여 공양하고 보호할 것이며,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하늘과 사람에서 복덕의 과보를 받게 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연각승을 얻고 성문승을 얻어서 열반할 것이다.
아난아, 그는 이와 같은 갖가지 공양으로 해서 마땅히 이와 같은 신통과 위력을 얻을 것이다.
아난아, 이들 모든 사람들은 이를 열어 보이고 풀어 설해서 나의 바른 법을 모든 사람과 하늘들에게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나의 바른 법을 마땅히 널리 유포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태야 할 것이다.
아난아, 그리하여 나의 사리와 나의 형상이 이들 염부제에 두루하게 될 텐데 하물며 사람들이 이를 보지 못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천ㆍ용ㆍ야차ㆍ나찰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 등이 그들의 궁전에 나의 형상을 만들어서 모시게 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너는 나의 법과 비니를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마땅히 널리 유포해야 할 것이다.”
7. 사리품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 또는 재가자나 출가자가 나의 티끌 같은 사리에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겸손하게 공양한다면, 나는 이 사람은 이와 같은 선근으로 모두가 반드시 열반의 과보를 얻고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설한다.
아난아, 만약 내가 멸도한 뒤에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마음에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나를 위해 형상과 탑묘를 만들어 세운다고 하자.
아난아, 그는 마땅히 깊이 믿는 마음을 내고 의혹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런 이가 이와 같은 선근으로 모두가 다 반드시 열반의 과보를 얻고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설한다.
아난아, 지금 나에게 공양을 하거나, 내가 멸도한 뒤에 티끌 같은 나의 사리에 공양하거나, 나를 위해 형상이나 탑묘를 만들어 세우는 이들이 만약 아난아, 믿는 마음이 있어서 부처님의 공덕을 염하고, 그리고 한 송이의 꽃이라도 공중에 뿌린다면, 나는 이런 자가 이와 같은 선근으로 모두가 다 같이 반드시 열반의 과보를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설한다.
아난아, 그리고 또 만약 어떤 사람이 불세존의 신통과 위력을 보고 공양을 하고, 또 한 송이의 꽃이라도 공중에 뿌린다면, 그것으로도 오히려 열반의 과보를 얻게 될 것이다.
하물며 친히 여래를 받들어 공양하는 이나, 내가 멸도한 뒤에 그 사리를 공양하는 사람은 어떠하겠느냐?
아난아,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다.
그러니 또 만약 어떤 사람이 공양을 한다면 그가 얻는 복덕 또한 불가사의할 것이다.
아난아,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염하고, 그리고 또 한 송이의 꽃이라도 공중에 뿌린다면, 나는 불지견으로써 그가 얻을 과보가 불가사의하리란 것을 알 수 있으니 너는 마땅히 믿어야 한다.
하물며 미래에 있을 부처님의 아들로서 깊이 공경의 믿음을 얻어서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는 이는 어떠하겠느냐?”
이때 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드문 일입니다, 바가바여.
드문 일입니다, 수가타시여.
지금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오직 세존께서는 그 염불과 나아가 한 송이의 꽃을 공중에 뿌리는 공양이 얻게 되는 과보에 대하여 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에게서 듣고 이를 읽고 외워서 받아 지니니, 이로 해서 마땅히 세간을 가엾게 여김을 얻을 것이며,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세상과 미래의 세상에 사는 중생들로서 저에게 들은 자들이 또한 자주 여러 선근을 심어서 마음에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 크게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석씨 종족 중에서 위없는 법왕으로서 크게 자비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세간을 가엾게 여기어 우리들을 권하여 타일러서 우리들로 하여금 염을 일으켜 크게 정진하도록 하신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부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 얻게 되는 과보에 대해서 분별하여 설하겠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즐겁게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중생이 염불을 하던가 또는 한 송이의 꽃을 공중에 뿌린다면, 이와 같은 복덕으로 해서 얻는 과보는 다 끝날 수가 없다.
아난이여, 이와 같이 중생들이 지나간 세상으로부터 길고 오랜 겁수를 통하여 생사의 세계를 윤회하여 왔지만 이를 알지 못하며, 미래의 세상에서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중생이 지극히 정성스런 마음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염하고 한 송이의 꽃을 공중에 뿌린다면, 그는 미래 세상에서 마땅히 석천왕ㆍ범천왕ㆍ전륜성왕의 지위를 얻어서 그 복덕에 대한 과보가 또한 이루 다할 수 없을 것이니, 그 선근으로 인한 복덕의 과보는 끝날 수 없으므로 마땅히 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부처님께 베푼 복전은 한갓 유위의 과보로 그 끝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람은 반드시 열반을 얻고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난아, 직접 나를 공양한 이나, 티끌 같은 나의 사리에 공양한 이나, 나를 위해 형상과 탑묘를 만들어 세워서 공양하는 이나, 염불을 하고 한 송이의 꽃을 공중에 뿌려 공양한 자들은 그만두고라도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자기 방에서 염불을 위해 한 송이의 꽃을 공중에 뿌린다고 한다면 아난아, 이런 사람은 반드시 열반을 얻으며, 제일열반을 얻으며, 열반의 경계를 다함을 얻으며, 가장 뛰어난 열반을 얻으며, 묘한 열반을 얻으며, 청정한 열반을 얻으며, 편히 머무는 열반을 얻는다고 나는 말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런 인연으로 해서 모든 복전 중에서도 부처님께서는 최고이며 부처님께서는 왕인 것이다.
어째서인가?
부처님께 베푼 복전은 세간의 과보로 다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부처님의 복전이 최상이고 제일인 것이다.
아난아, 모든 불ㆍ여래는 바른 도리를 따르므로 위없는 최후의 복전을 짓는 것이다.
부처님께 복전을 베푼 자는 반드시 열반의 경계가 다하도록 제일의 열반을 얻을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부처님께 꽃을 뿌려 얻는 공덕은 그만두더라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다만 마음에 부처님을 생각하여 일생 동안 공경하여 믿는다고 한다면, 이런 사람은 또한 마땅히 열반의 과보를 얻으며 열반의 경계를 다했다고 나는 말한다.
아난아, 사람들 중에 부처님을 염하는 공덕은 그만두더라도 만약 어떤 축생이 불세존에 대하여 생각을 일으킨다면, 그 축생의 선근의 복덕의 과보가 마땅히 열반을 얻으며 열반의 경계를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난아, 너는 지금 여러 불세존과 모든 중생들이 복전을 짓는 일을 마땅히 보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마땅히 이와 같은 신통과 위력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걱정하지 말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 나아가 축생과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믿는다면 마땅히 이와 같은 신통한 과보를 얻어서 그 공덕이 광대할 것이니, 비유하자면 마치 감로와 같으며 제일감로와 같으며 감로의 경계를 다한 것과 같다고 하겠다.
아난아, 네가 몸과 입으로 여래께 자애롭게 효도한다면 한량없이 안락하여 마음에 딴 생각이 없을 것이며, 성냄이 없고 원한이 없고 원수가 없을 것이다.
아난아, 만약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이 감자나 대와 갈대, 또는 삼이나 풀과 같다고 하자.
그런데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한 겁이나 또는 한 겁이 덜 되는 기간 동안을 마음에 맞는 일체의 즐거운 도구를 가지고 이들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겸손하여 공양한다면 아난아, 네 생각에 어떠하냐?
이러한 선남자나 선여인 등이 얻는 복덕이 과연 어떠하겠느냐?
많겠느냐, 적겠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습니다, 바가바시여.
매우 많겠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모든 부처님에 대하여 단지 한 번 합장하고 한 번 이름을 불렀다고 하자.
이러한 복덕에 비한다면 앞의 복덕은 그 백분의 일도 못되며, 천분의 일도 못되며, 백천억분의 일도 못되며, 수분의 일도 못되며, 가라분의 일도 못된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불ㆍ여래가 모든 복전 중에서 가장 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 시주를 하면 큰 공덕을 이루어서 신통하고 위력이 있는 것이다.
아난아,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성문과 아라한 등은 그만두고라도 만약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들어찬 벽지불이 감자 같고 대나 갈대 같고 삼 같고 풀 같이 무수하다고 하자.
그런데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만약 한 겁이나 또는 한 겁이 안 되는 기간을 마음에 맞는 일체의 즐거운 도구로써 저 벽지불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겸손하여 공양하고, 벽지불이 멸도한 뒤에 칠보탑을 일으키며,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그의 형체가 다할 때까지 모든 향기 나는 꽃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의복과 침구와 보배로운 깃발과 화려한 가리개로써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하게 공양한다면 아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런 사람이 저들에 비하여 그 얻는 복덕이 어떻겠는가?
많겠는가, 적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습니다, 바가바시여.
매우 많겠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여래에 대하여 한 번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 생각하고 믿어 이해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불가사의하다.’
이와 같이 선근의 공덕을 믿고 이해한다면, 앞서 말한 벽지불에 공양하여 얻은 공덕은 여기에 비하면 가라분의 일에도 못 미치며 심지어 우바니사타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모든 부처님 세존은 한량없이 크게 자애로우며 한량없이 크게 애처로워하시며, 한량없는 계이시고 한량없는 정이시고 한량없는 혜이시고 한량없는 해탈이시고 한량없는 해탈지견이시고 한량없이 수행의 모임이시고 한량없는 통달해 증득함이시기 때문이다.
아난아, 모든 불세존의 지혜는 불가사의하며 모든 부처님의 경계도 또한 불가사의하다.
그러니 만약 누가 불가사의한 분에게 공양한다면 당연히 불가사의한 과보를 얻는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너는 마땅히 크게 신통한 공덕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너는 몸ㆍ말ㆍ뜻으로 자애롭게 나를 공양한 것이 어언 20년이 지났다.
그리하여 여래의 8만 4천의 모든 법의 보배로운 모음을 받아 지니어 모든 다문들 중에 가장 뛰어나며, 말을 잘 하고 변론이 지혜로워서 문답이 가장 뛰어나며, 바른 지혜로 도리를 얻고 들음이 많아 두려움이 없다.
수다라를 지니고 비니를 지니고 마다라가를 지녀 모든 사부대중에 대하여 법을 설하되 게으름이 없었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에 너는 대덕 마하가섭 과 함께 마땅히 첫째가는 최대의 도사가 되어 크게 부처님의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너는 반드시 크게 신통한 공덕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대비경 제3권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홍승균 번역
8. 예배품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이름을 듣는다고 한다면, 이런 사람은 마땅히 정을 마친 뒤 열반에 들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아난아, 만약 누가 ‘나무불’이라고 말을 한다면 여기에 무슨 뜻이 들어 있겠는가?”
아난이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법의 근본이며, 부처님께서는 눈으로 인도하는 분이며, 부처님께서는 모든 법을 풀어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비구들을 위해서 이 뜻을 풀이해 주십시오.
제가 지금 직접 듣고 받아 지니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해 분별해서 풀어 말하겠다.”
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정 즐겁게 듣길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른바 ‘나무불’이라고 하는 말은 이것은 바로 결정코 모든 불세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이다.
아난아 이것이 결정코 모든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에 ‘나무제불’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아난아, 내 이와 같은 의미를 위해서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이 법에 대하여 믿는 마음을 늘리게 하고, 다시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으로 하여금 불세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깊이 공경하여 믿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겠다.
아난아, 일찍이 과거에 대상주가 있었다.
그는 많은 상인들을 데리고 큰 바다를 건너게 되었는데, 바다를 건널 때에 마갈대어가 선원들을 집어삼키려 하였다.
아난아, 이때 저 상주와 상인들은 놀라서 털이 곤두서고 근심 걱정으로 괴로워하며 목숨을 구할 길이 없을까 두려웠다.
구할 수도 없고 보호할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어서 모두들 슬피 울면서 온갖 비탄에 젖어 울부짖었다.
‘아, 마음 아프구나.
이 염부제는 얼마나 즐겁고 귀한 곳인가?
이 세상에 사람의 육신이 얼마나 얻기 어렵고 소중한 것인가?
그런데 나는 지금 부모와 헤어지고, 형제자매와 아내와 자식들, 친척과 친구들과 헤어져서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그리고 또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너무나 슬퍼 통곡하며 모두들 높은 신과 하늘에 기도하여 구제되길 바라였다.
아난아, 이때 상주는 바른 견해로 멀리 밝게 내다보고 부처님과 법과 스님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내어 다시는 여러 다른 하늘이나 귀신을 믿고 섬기는 일이 없었다. 그
래서 상주는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만약 살아남아서 이 위기를 면하여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대들은 마땅히 같은 목소리로 동시에 내가 말하는 것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설사 우리들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뒤에 좋은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자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는 각기 모두 상주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마땅히 가르침을 따를 테니 어서 속히 말씀하소서.’
아난아, 이때 상주는 오른쪽 어깨를 벗은 뒤 오른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는, 배 위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염하면서 합장하여 예배하였다.
그리고는 높은 소리로 외치기를 ‘모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크게 두려움이 없으신 분이시여, 크게 자비하신 분이시여, 모든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분이시여’라고 이와 같이 세 번을 말하였다.
이때 모든 상인들도 또한 마찬가지로 동시에 합장하고 예배하고는, 이구동성으로 ‘모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두려움 없음을 베푸시는 분이시여, 크게 자비하신 분이시여, 모든 중생을 가엾어 하시는 분이시여’를 세 번 외쳤다.
그러자 저 마갈어는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예배하는 소리를 듣고는 크게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래서 이 마갈어는 이런 소리를 듣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난아, 그리하여 저들 상주와 상인들이 모두 편안하게 물고기의 재난에서 벗어났으며, 배와 상인들이 소원이 이루어져서 편안하게 염부제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갈어는 부처님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서 다시는 어떤 중생들도 잡아먹지 않았으며 그렇게 살다가 목숨을 마쳤다. 목숨을 마친 뒤 사람으로 태어났으며, 사람으로 태어난 뒤에는 부처님으로부터 법과 비니(비니:율)를 듣고 깊이 청정한 믿음을 얻어서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다. 출가한 뒤에는 선지식을 가까이 하고 겸손히 공양하여 아라한과를 얻어서 6통을 구족하여 무여열반의 경계에서 열반하였다.
아난아, 너는 저 물고기를 보라. 그
는 축생의 길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이름을 들었으며,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곧장 출가하였으며, 출가한 뒤에는 바로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아라한의 과보를 얻자 드디어 열반하였다.
아난아, 너는 모든 부처님의 신력이 이와 같다는 것을 보라.
저 물고기는 이를 듣고 신통을 얻었으며, 이름을 부르고 찬양하자 반드시 이익을 얻었다.
하물며 사람으로서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그 바른 법을 들어서 부처님을 가까이 하여 모든 선근을 심고도 이익을 얻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
아난아, 내가 전에 말한 것과 같이 적은 선근을 짓는 자는 적은 분량의 과보를 얻고, 가득 찬 분량의 선근을 짓는 자는 가득 찬 분량의 과보를 얻는다.
아난아, 적은 분량의 선근을 짓는 이란, 그가 빨리 성숙하게 하고자 하기 때문에 성문의 종자를 심어서 성문승을 짓고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성문의 지위에 만족하며, 연각의 종자를 심는 이는 연각승을 짓고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연각의 지위에 만족한다.
아난아, 이러한 인연으로 해서 나는 이를 적은 분량의 수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난아, 그런데 가득 찬 분량의 수행을 하는 이를 말한다면 그런 자는 무시 이래로 모든 부처님에 대하여 부처의 종자를 심어서 모든 선근을 오랫동안 수행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선근 인연의 힘으로 해서 모든 부처님을 만나게 되고, 모든 부처님들을 만나 만족한 보리의 모든 선근을 쌓으려고 하며, 이처럼 만족한 보리의 모든 선근을 쌓아서 부처의 도를 이루는 것이다.
이른바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의 소리가 세상에 진동하는 것을 이름하여 만분행이라 한다.
아난아, 이 만분행은 내가 이미 예전에 여러 경에서 널리 설하였으니, 이러한 순서를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소분행은 소분의 과보를 얻으며 만분행은 만분의 과보를 얻는다.
아난아, 내가 이미 경 속에서도 설하였으며, 그리고 수지한 네 구 게송 등에서도 그렇게 설하였다.
나는 둔한 근기이고 덕이 얇고 지혜가 부족한 모든 중생들 때문에 각기 응함을 따라서 설하는 것이다.
아난아, 나는 모든 돌아갈 곳이 없는 중생들을 위해 돌아갈 곳을 만들어 주며, 집이 없는 중생을 위해 집을 만들어 주며, 보호가 없는 중생을 위해 그들을 구호해 주며, 어두운 중생을 위해 등불을 만들어 주며, 눈이 없는 소경을 위해 눈을 만들어 준다.
아난아, 모든 외도는 어둡고 어리석고 무지해서 자신도 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구제하여 돌아갈 곳을 만들어 주겠는가?
아난아, 나는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스승으로서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긴다.
그런데 오는 세상에서 법이 멸하려고 할 때 마땅히 비구와 비구니가 있어서 나의 법 가운데 출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놀러 다니며, 술집을 찾아 술집에 가며, 나의 법에 대하여 청정하지 못한 행을 짓는다고 하자. 그러나 저들이 비록 이런 술과 같은 인연을 가진다 해도 이러한 현겁에서는 모두가 마땅히 반열반을 얻는다.
아난아, 어째서 이름을 현겁이라 하는가?
아난아, 이 삼천대천세계에 겁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 다 하나의 물로 된다.
이때 정거천이 그의 천안으로 온통 물뿐인 이 세계를 보니 천 개의 여러 연꽃들이 있고 그들 연꽃은 하나하나에 모두 천 개의 잎이 있어서 이것이 모두 금색과 금빛으로 크게 밝아 두루 비추고 향내가 물씬 풍겨서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즐거워할 만하다.
저 정거천은 이런 광경을 보고는 마음이 한량없이 뛸 듯이 기뻐서 다음과 같이 찬탄한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드문 일이로다.
지금 이 겁에서 마땅히 일천의 부처님 께서 세상에 나올 것이며, 이런 인연으로 해서 드디어 이 겁의 이름을 현겁이라고 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이 현겁 중에서 마땅히 996인의 부처 가 세상에 나오게 되는데, 구류손여래가 그 첫 번째가 되고 내가 네 번째가 될 것이며, 그 뒤 미륵불이 마땅히 나의 자리를 메울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노자여래에 이를 것이다.
이런 차례를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아난아, 나의 법 중에서 단지 성만 사문일 뿐 사문의 행을 더럽히고, 자칭 사문이라 하면서 모양만 사문인 채 가사를 걸친 자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현겁에는 미륵이 그 첫머리가 되고 나아가 마지막에 노자여래에 이를 것이니 저들 모든 사문들은 이러한 부처님들의 무여열반의 경계에서 마땅히 열반에 들어 남는 자가 없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이와 같은 모든 사문들로서 심지어 한 번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고 한 번 믿는 마음을 낸 자라도 그들이 지은 공덕은 결코 헛된 것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부처의 지혜로써 법계를 헤아려서 알며, 이를 헤아려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아, 백업(백업:선업)을 가진 자는 흰 과보를 얻고, 흑업(흑업:악업)을 가진 자는 검은 과보를 얻는다.
그런데 만약 마음이 청정한 중생들이 ‘나무불’을 일컫는다면 아난아, 그들은 이와 같은 선근으로 해서 반드시 열반에 정하며 열반에 가까이 할 것이니, 서로 흘러 연속하여 열반의 경계에 들게 될 것이다.
하물며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신 때를 만나 직접 받들어 공경하고, 겸손히 맞고 보내고 존중하여 공양한 이는 어떻겠으며 또한 부처님께서 멸도한 뒤에 그 사리에 공양하는 이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저 사문의 성으로서 사문을 욕되게 하며 자칭 사문이라 하면서 모양만 사문인 자들도 그들이 마땅히 한 번만 부처님의 이름을 일컫기만 하면 되는데, 하물며 마음에 믿고 공경함을 내어 갖가지 선근을 심은 나머지 자들은 어떻겠는가?
아난아, 내 이 이치를 위해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겠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처럼 부사의하니
부처님의 바른 법도 또한 그러하다네.
이 부사의를 공경하여 믿는다면
반드시 부사의한 과보를 얻으리라.
과거의 모든 여래들은
광명을 내어 가엾게 여기셨다네.
또한 일찍이 대세불에 공양하여
뛰어난 보리를 깨침이 셀 수가 없어라.
전에 나는 언제나 보시와 서로 응하여
여러 중생에게 보시하여 구제했다네.
청정한 믿음의 뿌리가 깊고 부지런히 정진해서
부지런한 정진으로 모든 것을 바꾸었다네.
마치 부모나 형제와 친척과 모든 스승처럼
중생들을 사랑하고 중히 여기며
여러 친척들에 성내거나 원한이 없으니
뛰어난 보리를 깨침이 셀 수가 없어라.
내가 안락한 보리를 구할 때에
무량한 겁을 두고 보리를 행했다네.
슬픈 마음으로 중생을 가엾게 여기어
몸과 머리와 눈과 살과 피를 버렸다네.
한량없이 중한 왕위도 버리고
사랑하는 처첩과 자녀들도 버리고
한량없는 보배수레와 코끼리나 말이 끄는 수레도 버렸으니
가장 뛰어난 보리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네.
한량없는 천만억의 겁을 통해서
늘 부지런하게 뛰어 달렸고
청정한 마음으로 한없이 보시해서
이처럼 뛰어난 보리를 구하였다네.
한없는 온갖 고통을 참아내면서
춥고 덥고 배고프고 목이 말라도
부지런히 정진하여 죽어서도 버리지 않았는데
가장 훌륭한 보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네.
내가 만일 백 년이나 한 겁을 두고
행한 일을 설해도 다할 수가 없으리라.
모든 중생들을 슬퍼하며 가엾게 여겼는데
안락하고 뛰어난 보리를 구하기 위함이어라.
죽고 삶을 돌고 돌며 언제나 만나는 것은
백천억의 무수한 여래였다네.
저들 모든 여래의 큰 세력에게
언제나 황금꽃을 받들어 바쳤다네.
반찬과 음식과 그리고 의복과
바르는 향, 가루향, 온갖 꽃다발과
무수한 보배 깃발과 좋은 가리개를
이러한 여래들께 공양했어라.
한량없이 많은 모든 중생들은
죽고 삶을 돌고 돌며 끝이 없어라.
내가 항상 거기 가서 이들을 편안히 위로하니
좋은 보시로 널리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네.
지계하고 인욕하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선정삼매와 지혜의 방편을 닦네.
몸은 평등하게 4념처와 4정근과
4신족을 잘 닦고 익숙히 행하여라.
그리고 또 5근과 5력을 닦으며
7보리분과 8성도를 닦아라.
37조도품을 내가 닦고 익혀
이러한 훌륭한 보리를 희망하여 찾아라.
나는 바른 지혜로 모든 업을 닦아서
어떠한 착하지 않음도 없다네.
언제나 수행을 닦아 방일함이 없으니
털끝만한 잘못도 없다네.
9. 선근품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중생이 모든 부처님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믿는 마음을 낸다면 이와 같은 선근은 결코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그 밖의 여러 선근들을 짓는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나는 중생들이 저러한 이치를 알게 하기 위해서 비유를 들겠다.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비유를 통해서 이해를 얻기 때문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이는 어떤 자가 한 올의 털을 쪼개어 백 개로 나누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가 그 중의 한 개를 가지고 한 방울의 물에 적셔서 나한테 가지고 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구담이시여, 제가 이 물을 구담께 드립니다.
구담께서는 이 물을 늘거나 줄게도 마시고, 또한 이 물이 바람이나 햇볕에 마르거나 날아가게도 마시고, 새나 짐승이 마셔서 없어지게도 마시고, 다른 물이 여기에 섞이게도 마시고, 그릇에 담아 땅에 놓아두지도 마소서.’
그러면 여래는 곧 그 부탁을 받고는 항하의 물에다 놓아두는 것이다.
그렇게 하되 강물 속으로 섞여들지도 않고 또한 다른 물건들과 부딪치지도 않도록 한다. 그
리하여 이와 같은 큰 강물 속에 방울물로 남아서 물살을 따라 흐르면서도 다시 막히거나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하니, 또한 여러 새나 짐승들도 이를 마시어 없애지 않는다.
이처럼 이 방울의 물이 늘거나 줄거나 하는 일이 없이 처음 그대로 저들 큰 강물과 함께 모여서 차츰 큰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물방울이 만약 비람풍이 일어서 세계를 무너뜨릴 때, 가령 이 사람이 이 세상에 한 겁을 머문다고 한다면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한 겁을 머무는 것이다. 그
리하여 그 겁이 끝날 때에 저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구담이시여, 내가 전에 물방울을 맡겼는데 지금 있습니까, 없습니까?’
아난아, 그러면 이때 여래는 저 물방울이 큰 바다 가운데서 다른 물들과 서로 섞이지 않은 채 조금도 줄거나 늘거나 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가져다가 그 사람에게 돌려줄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큰 신통력과 큰 위력이 있어서, 많은 것을 이겨낼 청정한 큰 지혜가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막힘없는 지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일들이 명료하여 막힘이 없으니 이런 부탁을 받는 자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다. 그래서 이처럼 부처님께 이와 같이 작은 물방울을 맡기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무런 손상함이 없는 것이니, 이런 이치를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아난아, 여기서 가는 털의 끝은 심의식에 비유한 것이고 항하는 생사류에 비유한 것이며, 한 개의 방울물은 한 번 마음을 낸 작은 선근에 비유한 것이고, 큰 바다는 부처님인 여래ㆍ응공ㆍ정변지에 비유한 것이며, 이를 부탁한 사람은 저 청신이나 바라문이나 장자거나 거사를 비유한 것이다.
한 겁을 머문다고 한 것은 불ㆍ여래가 저처럼 방울물을 부탁받고 끝내 이를 털거나 이지러뜨리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며, 또한 저 사람이 방울물을 부탁하여 맡긴 뒤 오랜 세월을 경과하고도 털끝 하나도 손상을 입지 않았음을 비유한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만일 부처님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믿는 마음을 내면 그 선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 나머지 뛰어나게 묘한 선근이야 어떻겠는가?
이런 사람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열반의 과보에 나아가며, 그리고 열반의 경계를 다할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아난아, 또 어떤 사람이 여래의 처소에서 한 번 마음을 내고 한 번이라도 공경하여 믿는다면, 설사 그가 그 밖의 다른 착하지 못한 악업의 장애로 해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져서 본래 지은 업으로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일 크게 자비하신 여러 불세존이 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 분은 장애가 없는 지혜로써 이 중생은 본래 선근을 지었는데도 그 밖의 착하지 못한 악업의 장애로 해서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신다.
부처님께서 이를 알고는 저 지옥으로부터 그를 건져내어 지상의 아무 두려움이 없는 곳에 그를 편히 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중생으로 하여금 지난날에 지었던 좋은 일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마땅히 지난날에 심은 선근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선근은 어느 때 어느 세계에 있을 때 아무개 부처님 처소에서 수행하여 심은 것이다.’
그러면 저 사람들은 부처님의 위력에 힘입어서 곧 이를 떠올리게 될 것이며, 이를 생각해 내고 나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예전에 여러 여래의 처소에서 적은 선근을 심고 이를 훼손하지 않았기에 저러한 이익을 얻었으니, 이른바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 모든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선남자야, 너희들이 지금 여기 부처님의 경계에 이르렀으나 그간에 너희들은 긴 밤을 잘못된 경계를 헤매면서 오랜 옛날부터 생사의 세계를 떠돌았다.
그러나 너희들이 본래 부처님의 처소에서 적은 선근을 심어서 이를 끝내 훼손하지 않았으니, 이는 마치 왕자나 왕의 대신들이 설사 다른 잘못이 있어서 감옥에 유폐시킨다고 해도 본래의 사연을 말하고 뉘우치게 한 다음 그들을 풀어주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아난아, 저 중생들은 본래 여래의 처소에서 선근을 심었으나, 가령 다른 선하지 못한 악업 때문에 지옥ㆍ축생ㆍ아귀 등의 온갖 악도에 떨어져 고생한다 하더라도, 만일 크게 자비하신 여러 불세존께서 이 세상에 나온다면, 본래 마음을 낸 선근의 인연을 지닌 자에 대해서는 부처님께서 이들을 모두 보시고 지옥 속에서 이들을 끌어내어서 열반의 맑고 시원한 언덕, 두려움이 없는 곳에 편히 두실 것이다.
그리고 그런 뒤에는 그들의 기억을 되살려서 이렇게 가르칠 것이다.
‘선남자야, 너희는 마땅히 본래 지은 선근의 인연으로 해서 이와 같은 과보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여러 중생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저희들은 부처님의 위력과 신력의 가호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을 되살려 알게 되었습니다.’”
10. 보시복덕품
그때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무리들이 적은 선근을 심는 것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한 번 마음을 내어 한결같은 믿음을 가진다면 이런 사람은 모두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나는 말하겠거니와, 이런 이유로 해서 비유를 든다면, 모든 청정하게 믿는[청신] 남자와 여인들로 하여금 깊이 청정한 믿음을 내고, 그리하여 다시 공경하고 소중하게 큰 사랑과 기쁨을 일으켜서 뛸 듯이 즐겁게 하겠다.
아난아, 이는 어부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큰 못 속에다 미끼를 설치하고 물고기가 물도록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아무리 못 속에 있다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나와야 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이처럼 물고기가 견고하게 낚시 바늘에 물렸으니, 비록 아직 못 속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땅 위로 끌려나올 것이란 것은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이 낚싯줄이 못 둑의 나무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이때 어부는 이리로 와서 고기가 물렸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낚싯줄을 당겨서 당장 못 기슭의 적당한 곳으로 끌어내어 잘 둘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모든 중생들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모든 선근을 심고 보시를 수행하여 드디어 마음을 내어 한결같이 생각하고 믿게 된다면, 비록 다른 선하지 못한 악업이 방해를 놓아 지옥ㆍ축생ㆍ아귀와 기타 모든 곤란한 곳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만일 불세존이 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중생들을 볼 것이니, 이 중생들이 보살승을 행하였는가, 연각승을 행하였는가, 성문승을 행하였는가를 볼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 모든 중생들은 여러 선근을 심었고 이들 모든 중생들은 여러 선근을 끊었으며, 이들 모든 중생들은 물러나는 분에 떨어졌고 이들 모든 중생들은 좋은 나아가는 분에 있으며, 이들 모든 중생들은 여러 종자를 성현의 지위에 심어 두어서 부처님의 복전에 드디어 마음을 내어 한결같이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보시를 수행하였다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모든 불세존이 그 부처님의 눈으로 이들 중생들의 마음을 내 훌륭함을 보시기 때문에 지옥으로부터 이들을 끌어내며, 끌어낸 뒤에는 열반의 언덕에 이들을 둘 것인 바, 열반의 경계에 둔 뒤에는 그들의 기억을 되살려서 본래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 선근을 심었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다.
이처럼 생각해 내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그러면 부처님께서 말씀할 것이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이와 같은 선근으로 해서 큰 과보를 얻고 큰 이익을 얻었으니, 부처님에게 보시를 수행하여 선근을 심었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이처럼 기탁한 것을 끝내 훼손하지 않는다면, 가령 그 오래가기가 심지어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난다 하더라도 저 하나의 선근은 반드시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는 것이다.’
아난아, 여기서 말한 물고기는 여러 범부에 비유한 것이며, 못은 생사의 바다를 말한 것이며, 낚시 바늘은 부처님의 처소에서 하나의 선근을 심는 것을 말한 것이며, 낚싯줄은 4섭을 말한 것이며, 고기잡이는 불ㆍ여래를 말한 것이며, 뜻에 따라 물고기를 사용한 것은 모든 여래가 중생들을 열반의 과보에 편히 두는 것을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은 차례를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부처님의 복전을 베풀어서 설사 오래 되어도 끝까지 이를 망가뜨려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마침내 다함이 없고 끝남이 없어서 반드시 열반의 과보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아난아, 내가 지금 다시 비유를 들어 불전을 베풀어 제일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는 것이다.
아난아, 만약 중생들이 세간의 과보를 탐내어 세간의 행을 행하고 세간을 사랑하여 세간을 바란다 해도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 보시를 행한다면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인천의 선도를 바라는 것으로 되돌려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중생이 모든 부처님에 대하여 모든 선근을 심으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이 선근을 인하여 제가 세세로 열반에 들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아난아, 그러나 이들 중생들이 이러한 선근을 가지고도 열반에 들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복전은 황폐하지도 않고 잡초가 나지도 않나니 욕심과 때와 허물을 여의어서 지극히 청정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밭에다 적은 선근과 복덕의 종자를 심는다면 나머지 밭에서 생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 종류의 보리 종자를 만들 수 있으니 위없는 보리와 연각의 보리와 성문의 보리이다.
저들 모든 선근들이 끝내 어긋나거나 잃게 되지 않으니 이러한 보시로 해서 마음에는 믿고 존경함이 생겨서 인연을 늘리게 되는 것이며, 이로 하여 선도에 나아가 청정한 법을 얻어서 반드시 열반에 들게 되는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장자가 논밭을 경영함에 있어, 그 땅이 거칠지 않고 잡초나 자갈 등도 없는데다 더욱 거름을 주어 기름지게 하고, 갈아주고 김매어서 부드럽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상하지 않은 싱싱한 새 종자를 좋은 그릇에 담아 와서 제철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때에 따라 물을 주고 김을 매어 가꾸어서 모든 시기를 언제나 잘 보살피는 것이다.
아난아, 그런데 만일 이 장자가 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 여유가 생긴 시간에 그 논밭에 나가서 밭둑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쯧쯧, 이 종자들이여, 너희들은 싹이 트지 말고 나서 자라지도 말라.
나는 아무런 이익도 구하지 않고 보답도 바라지 않는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농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과연 씨앗이 싹트지 않고 나서 자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난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저 곡식들은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고 열매가 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그렇다, 아난아.
이와 마찬가지로 설사 중생들이 즐겨 생사에 집착하여 삼계에 애착하는 과보를 가져서 부처님의 복전에 선근을 심고는, ‘부디 바라건대 이 선근으로 해서 제가 열반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한다 해도 이 사람이 열반하지 못하는 이치는 없는 것이다.
아난아, 이 사람이 비록 열반을 즐겨 구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러나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들을 심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사람은 반드시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의 처소에서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내어 한결같이 공경하여 믿는 마음이 생겨서 선근을 심은 자라면 모두 마땅히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는 것이다.
아난아, 오는 세상에 변지의 왕이 있어서 그가 비록 불법의 공덕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의 정사나 형상을 보고 마음에 믿음을 내니, 내가 옛날에 다섯 가지의 길[오도]의 곳곳에서 생을 받아서 모든 보살행을 닦을 때에 4섭법인 보시ㆍ애어ㆍ이행ㆍ동사를 가지고 이미 저 변지의 왕을 포섭했기 때문이다.
아난아, 따라서 저 변지의 왕이 만일 나의 정사와 형상을 보고 공경하여 믿는 마음을 낸다면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그는 반드시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게 될 것이다.
아난아, 저 변지의 왕은 마땅히 여러 신하가 있고 왕자들과 대신들이 있어서 도울 것이며, 친척과 동기와 여러 반려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내가 멸도한 뒤에 나의 정사와 형상을 보고 비록 모든 부처의 공덕이나 부처의 바른 법은 이해하여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선근을 닦아서 믿는 마음을 낸다고 한다면, 내가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또한 4섭법으로 저들을 포섭해 보호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선근을 지닌 그들은 마땅히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게 될 것이다.
아난아, 나는 긴긴 밤에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4섭법으로 밤중 내내 그들을 거두어들이고 모든 불법으로써 이들을 이롭게 하고 양육하는 것이다.
아난아, 너는 보아라.
여래가 길을 갈 때에 크고 높은 곳을 낮게 하고, 낮은 곳을 높게 하여 높고 낮은 여러 곳들을 모두 평평하고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래가 지나가고 나면 땅은 금방 전과 같이 된다.
그리고 모든 나무들이 부처님을 향하여 몸을 기울이고, 나무의 신이 몸을 나타내어 머리를 굽혀 예배를 드리지만, 여래가 지나가고 나면 나무들은 곧장 본래대로 돌아간다.
언덕이나 구덩이, 냄새나는 오물, 가시덤불과 무성한 수풀과 모든 기와나 돌자갈 등이 모두 말끔히 사라지고 편안하고 깨끗한 길에 꽃다운 향기가 짙어서 무척이나 즐겁다.
온갖 꽃들이 아름답게 수놓은 찬란한 길을 여래가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아난아, 여래가 본래 수행한 온갖 선한 공덕으로 해서 길을 갈 때에 중생으로서 몸을 굽혀 머리를 조아리고 예를 올리지 않는 자가 없다는 것을 너는 보았을 것이다.
감정이 없는 모든 사물이나 대지와 산하, 나무와 풀들 또한 지나가는 부처님을 향해 몸을 굽히지 않는 자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내가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모든 스승에 대하여 몸을 굽혀 예배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에 대하여 최고로 존중하고 몸을 굽혀 예배하였으며, 늙은이ㆍ나이 많은 분ㆍ중년인 자ㆍ소년인 자ㆍ친구ㆍ형제들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몸을 굽혔고, 부처님과 보살 및 선지식ㆍ성문ㆍ연각 및 외도와 5통의 모든 선인들, 사문ㆍ바라문 등 모든 공양을 받아야 될 자들에 대하여 그렇게 하였다.
이처럼 모든 부처님과 보살ㆍ선지식ㆍ성문ㆍ연각ㆍ외도 모든 선인들, 사문과 바라문, 부모ㆍ형제ㆍ친구ㆍ형제, 및 기타 나이 많은 사람ㆍ중년인 사람ㆍ나이 어린 사람ㆍ같은 스승을 모시는 벗들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모두 몸을 굽히고 겸손히 낮추어서 예배하여 공경하였던 것이다.
아난아, 나는 이와 같은 선업의 과보로 해서 위없는 보리를 얻어 성불하였기 때문에 저들 모든 사물과 유정과 무정이 모두 여래가 갈 때에 몸을 굽히고 머리를 숙여 예배하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본래 청정하고 미묘한 마음에 맞는 자산을 가지고 지극한 마음으로 손수 모든 스승과 어른과 다른 중생에게 보시하였다. 아난아, 이러한 업보로 해서 여래가 다닐 때에, 대지가 고르고 바르게 되고 깨끗이 청소되어 청정하여 티끌이 없으며, 또 자갈이나 기와조각 같은 것들이 없는 것이다.
아난아, 나는 옛날에 한량없는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보살ㆍ선지식ㆍ성문ㆍ연각 및 외도의 모든 선인들이 길을 갈 때에 그 길을 청소하고 방사를 손질하였으며, 만약 길을 가거나 부처님께서 정사에 머물게 되면 나는 자애롭고 평등한 마음, 위아래가 없는 마음과 아첨이 없는 마음과 청정한 마음으로, 이를 청소하여 깨끗이 하였다.
나는 모든 시간을 통해서 언제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여 모든 중생을 위하고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며, 모든 중생을 가엾게 여기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려고 했었다.
아난아, 이와 같은 선근으로 해서 불ㆍ여래가 어떤 곳에서든, 길을 가든, 서든 앉든 간에, 길거리에 나서려는 생각을 하기만 하면 자연히 길거리가 깨끗해지고 땅이 손바닥처럼 고르게 되는 것이다.
아난아, 여래가 가진 신업의 공덕은 훌륭해서 알기가 어려우며, 그 끝을 얻을 수가 없다.
아난아, 지금 내가 이러한 이치를 충만하게 하니 나중에 청정하게 믿는[청신] 선남자와 선여인이 있어 전에 없이 여래의 처소에서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일으킬 것이다.
아난아, 수미산왕은 높이가 8만 4천 유순이며, 바다 속으로도 역시 8만 4천 유순이다.
아난아, 그런데 내가 멸도할 때는 설사 이처럼 견고하고 높고 큰 산왕이라 해도 몸을 굽히지 않음이 없다.
하물며 다른 흑산이나 그 풀과 나무들은 어떻겠느냐?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난아, 견고한 수미산왕은 그만두고라도 저 철위산으로 말하면 높이가 16만 8천 유순인데 저들 또한 금강처럼 견고하다.
그러나 부처님이 열반할 때는 이들이 모두 하나같이 몸을 굽히고 머리를 숙여 공경히 예배한다.
그러니 만일 멀리 이를 피하여 몸을 굽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내가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모든 중생들이 짓는 일과 업에서 끝내 떠나지 않았으며, 만일 어떤 중생이 화를 내고 어그러졌으면 내가 이들을 화합시키되, 예전에 화합하지 않던 자라도 이를 화합시켜 견고하고 편히 머물러 허물어짐이 없이 다들 자애롭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아난아, 이와 같은 선근의 인연의 힘으로 해서 여래는 허물 수가 없는 몸을 얻는 것이며 또한 그 권속들로 하여금 견고하여 허물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난아, 여래와 또한 그 권속들이 견고하여 허물 수 없는 법을 얻으니 이른바 4염처ㆍ4정근ㆍ4여의족ㆍ5근ㆍ5력ㆍ7각분ㆍ8성도가 그것이다.
아난아, 이 서른일곱 가지 보리를 돕는 법은 바로 불ㆍ여래의 큰 권속으로 모든 세계의 부처님과 성문과 연각이 그 가운데 안주하게 되니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의 무리들이 이를 허물 수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부처님께서는 바로 이 법으로 해서, 모든 세간의 하늘들과 마천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및 여러 권속들,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와 수미산과 대철위산과 넓은 땅의 풀과 나무들이 부처님께서 열반할 때에 머리를 숙이고 몸을 굽혀 향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이를 깨뜨려 허물겠는가?
만약 이를 허물 수가 있다 한다면 그런 이치는 없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여래의 몸은 깨뜨릴 수가 없는 것이며 부처의 사리도 깨뜨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아, 그러나 여래는 모든 중생을 가엾게 여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본래의 염원으로 해서 자신의 사리를 겨자씨처럼 부수어서 이를 통해 불법을 더욱 널리 유포하는 것이다.
아난아, 여래는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이렇게 발원하였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정각을 이루어서 열반에 든 뒤, 나의 사리가 더욱 널리 유포되도록 하소서.’
아난아, 이와 같은 본래의 염원으로 해서 내가 멸도한 뒤에 이 사리가 더욱 널리 유포되게 되니 저들 모든 중생들은 불ㆍ여래가 열반하는 것을 보고 성도의 과보를 얻으며 부처님께서는 저들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어 이 사리를 마치 겨자씨처럼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다.
아난아,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열반함에 임하여 세간의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기 때문에 이처럼 삼매에 들 때에 이들 사리를 겨자씨처럼 조금씩 나누어 준다.
그러나 여래의 몸은 어떤 고통도 받지 않으며, 모든 지절이 나뉘어 흩어져서 그 사리가 겨자씨처럼 되지만 그럼에도 불ㆍ여래께서는 아무런 고통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저들 중생들을 가엾게 여겨 포섭하고 미래의 모든 중생들을 포섭하여 이들로 하여금 모든 선한 길[선도]에서 편안함을 얻게 하기 때문에 사리를 공양하고 소중하게 맞이하고 보내며 겸손히 낮추어 공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갖가지로 장엄하되, 온갖 꽃과 향, 바르는 향ㆍ가루향ㆍ의복ㆍ깃발ㆍ무수한 보배가리개와 노래와 춤과 음악으로 장엄한다. 그러면 나는 저들이 마땅히 열반의 과보를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일백 년 안에 바리불성에 아수가라는 국왕이 있어서 공작호의 종성의 가문에 태어나서 법으로써 세상을 다스릴 것이니, 그는 나의 법에 대해 마땅히 공경해 믿을 것이며, 공경해 믿고서는 나의 사리를 더욱 널리 유포하되 같은 날의 같은 시간에 8만 4천의 탑을 세워서 나의 사리를 편히 둘 것이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걱정하지 말라.
나의 사리를 마땅히 하늘과 사람들에게 널리 유포하여야 한다.
아난아, 현재에 여래에 대하여 공양하는 일이나 내가 멸도한 뒤에 그 겨자씨 같은 사리에 공양하는 일은 그만두고라도 아난아, 만일 꿈에 부처님의 정사를 보고 이를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낸다면 나는 그런 사람은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마땅히 열반을 얻으며, 제일의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난아, 미래의 세상에 있을 모든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온다면 이들 모든 여래들은 한결같이 나의 공덕의 행을 칭송할 것이니 내가 지금 과거의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칭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미래의 부처님들도 역시 그처럼 나의 이름을 일컫게 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법을 설할 때면 모든 중생들은 먼지와 때[번뇌]를 멀리 여의고 법의 눈을 얻을 것이다.
아난아, 저들 중생들은 내가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모두가 다 이미 [근기가] 성숙하였다.
아난아, 스님들 복전에 베푼 공덕은 다함이 있으며, 사방승)에 베푼 공덕도 다함이 있지만, 벽지불에 베풀어서 지은 공덕은 다함이 없으니, 만일 부처님 처소에서 공덕을 짓는다면 이는 다하여 끝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아난아, 내가 전에 말한 것처럼 모든 복전을 지은 공덕은 모두 다 같이 열반의 과보를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하는 것이다.
아난아, 나를 직접 받들어 공양한 자나, 내가 멸도한 뒤에 나의 사리에 공양한 자는 그만두고라도 아난아, 만일 부처님을 염하고 한 송이의 꽃이라도 공중에 뿌린다면 말이다.
나는 나의 깨달은 지혜로써 그 자의 선근이 가히 헤아릴 수가 없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을 보는 것이다.
아난아, 저들 중생들이 선근을 짓되 부처님을 마음으로 염하고 한 송이 꽃이라도 공중에 뿌린다면 설사 이 겁이 다하도록 윤회하고 달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윤회하는 가운데 여래의 처소에서 한 송이의 꽃을 뿌리기만 한다면, 그가 얻는 과보는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어서 더러는 범천왕이 되고 더러는 석천왕이 되고 더러는 전륜성왕이 되리니 그 선근은 다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열반을 얻어서 열반의 경계를 다할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이와 같이 크게 신통한 여러 부처님들께 한 송이의 꽃을 바치면 이러한 한량이 없는 복덕의 과보인 광대한 이익과 큰 공덕의 모임을 얻게 되니 일컬어 헤아릴 수가 없으며 그 끝이 없으며 반드시 열반의 경계에 나아가는 것이다.
아난아, 만일 부처님께 공덕을 지으면 마땅히 이와 같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고 끝이 없는 복덕의 과보를 얻게 되니 그리하여 부처님께 한 번이라도 발심하여 한결같이 믿는 마음을 낸다면 나는 그가 청정한 행을 다하고 안온함을 끝까지 얻어 궁극의 경계를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범천왕ㆍ전륜성왕ㆍ호세사천왕ㆍ삼십삼천ㆍ야마천ㆍ도솔타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 및 나머지 모든 하늘과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 모든 세간의 주인으로 자재함을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이 모든 불세존을 소중히 맞고 보내며 공경하게 공양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성문의 지위와 벽지불의 지위를 바라거나 또는 위없는 삼먁삼보리를 구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선남자와 선여인은 또한 마땅히 이처럼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히 낮추어서 공양하여야 한다.
아난아, 내가 전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때에, 한량없는 부처님, 한량없는 백의 부처님, 한량없는 백천의 부처님과 내지 한량없는 억 나유타의 백천 부처님의 처소에서 공경하여 존중하고 겸손히 공양하였다.
의복과 음식과 침상과 자리, 와구와 병들고 여윈 데 필요한 탕약 등을 다니시든 머무시든 앉든 눕든 간에 공양하였으며, 여러 꽃다발ㆍ바르는 향ㆍ가루향ㆍ전단향ㆍ침수향과 깃발과 보배 가리개를 부처님께 공양했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탑묘를 세워서 갖가지로 장엄했으니 온갖 꽃ㆍ향ㆍ바르는 향ㆍ가루향과ㆍ노래ㆍ춤ㆍ놀이와 백천의 기악으로 공경하여 존중하고 겸손히 공양하였다.
세간의 모든 중생들을 가엾어 하시며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안온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이며, 득도하지 못한 자를 득도케 하기 위해서이며, 해탈하지 못한 자를 해탈하게 하기 위해서이며, 안온하지 못한 자가 안온함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열반하지 못한자가 열반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아난아, 내가 다섯 줄기의 우바라화를 연등불에게 뿌린 뒤 거기서 즉시 무생법인을 깨달았으니 이와 같은 선근은 바로 작은 과보인 것이다.
아난아, 내가 연등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께 뿌린 다섯 줄기의 꽃과 다른 선근의 작은 복덕의 과보에 대하여 너는 알고 싶으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겁게 듣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 부디 연등불께 자그만 선근을 심어서 얻은 과보에 대하여 분별해서 보여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금빛의 오른쪽 팔을 펴서 새끼손가락으로 하늘에다 우바라화꽃을 피우니 그 향기가 삼천대천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득 찼다.
그리하여 백억의 해와 달이 운행하는 모든 곳이 어디나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때 세존은 모든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 속에서 이와 같은 일찍이 없던 기특함을 나타내 보였으니,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작은 선근을 심어서 그 얻는 복덕의 과보가 허망하지 않음을 보인 것으로서, 이지러지거나 덜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부사의하니
여래의 법이 또한 그러해라.
부사의를 믿는 자는
부사의한 과보를 얻으리라.
생각이 있는 것이든 생각이 없는 것이든
모든 중생들이
한량이 없는 백억의 겁 동안
모두 다 공양해라.
세상에 계시는 벽지불과
번뇌가 없는 아라한을
부사의한 겁을 통해서
그들 모두에게 공양해라.
정각이 세상에 계시거나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이거나
한 번의 합장이라도 하기만 한다면
앞의 것보다 이 복덕이 나으리라.
부처님의 계율을 빠뜨리지 않으면
자재하게 삼매를 얻으리.
법에 대해 의혹이 없으니
부처님의 눈이 환하지 않음이 없어라.
낮이든 밤이든 적은 시간이라도
만일 선서께 자애로운 마음을 닦는다면
이런 공양의 복은 끝이 없으리니
삼계에 같은 이 없고 짝이 없으리라.
지나간 아승기의 겁 동안
모든 세간의 도사께
모든 천인 가운데 광명을 내어
닦으신 착한 업은 셀 수가 없어라.
아승기의 겁을 윤회할 때에
저 받을 복의 과보는 끝이 없어라.
나는 저 복의 인연으로 해서
이 같은 훌륭한 보리를 얻을 수 있었네.
내가 옛날에 중생을 가엾게 여겨
한량없는 백천억의 부처님 앞에
세세생생 늘 훌륭한 공양을 닦았는데
부처님께서는 내게 기별을 주시지 않았네.
부처님 세존은 사람 중에 높아라.
나의 선근이 순일하게 익지 않음을 아셨다네.
아무리 여러 선을 행해도 기별을 못 얻으니
뛰어난 인이 나에게 없는 까닭이어라.
그래서 내가 또 연등불을 뵙고
다섯 줄기의 우바라를 뿌리고
진창을 머리로 덮어 부처님께서 밟고 가니
무생의 훌륭한 법인을 바로 깨달았네.
이때 저 도사이신 연등불께서
기별을 주시어 허공에 올랐다네.
너는 미래의 아승기의 세상에서
마땅히 성불해서 석가라고 부르리라.
이처럼 죽고 삶에 흐르고 돌면서
한량없는 선업들을 닦아라.
중생을 가엾게 여겨 여러 고통을 받으며
이 같은 훌륭한 보리를 구하라.
세간의 고독한 괴로움을 보고는
슬프고 가엾게 여겨 언제나 보시했네.
저 복은 한이 없어 헤아릴 수 없으니
도사가 널리 말해도 다할 수가 없어라.
보살의 수행을 내가 닦을 때에
모든 부처님과 선서와 세웅께
밤낮으로 부르며 드린 공양이
한량없는 억겁으로도 셀 수가 없어라.
한 번ㆍ두 번ㆍ세 번ㆍ네 번ㆍ다섯 번ㆍ열 번
스무 번ㆍ서른 번 이름만을 불렀다네.
중생들이 불쌍해서 수행을 닦아
가장 훌륭한 부처님께 공양했네.
내가 본래 고행을 닦던 시절에
한량없는 고통들을 참고 받았다네.
세세생생 보리심을 버리지 않았으니
모든 부처님께서는 비할 데가 없어라.
세세생생 내가 유전할 때에
백천만억의 머리를 수없이 버렸다네.
보배도 나라도 왕위도 버리고
많은 착한 말과 법 듣기를 구하였다네.
위없는 바른 법을 내가 구했을 때
마음으로 깊이 즐거워하며 구함이 헤아릴 수 없었네.
보시와 지계와 그리고 인욕과
정진으로 훌륭한 보리를 깨달았네.
모든 부처님들 세력은 생각할 수 없어라.
모든 공덕들이 세운 것이어라.
생각할 수 없는 바른 법을 풀어 설하시며
훌륭한 보리도 나타내어 보이시네.
11. 식선근품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연등불 이후로 다시 연화상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께 금으로 된 꽃을 받들어 뿌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였으며, 다시 일체세간최승자재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께 은으로 된 꽃을 받들어 뿌리고 이와 같은 모든 지혜의 종자를 구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이름을 극고행이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께 보배로운 돈을 받들어 올리고 이와 같은 알 수 없는 지혜를 구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이름을 상예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께 온갖 보배를 받들어 올리고 이와 같은 장애가 없는 지혜를 구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 위에 여러 가지 꽃을 뿌리고 이와 같이 위없는 보리를 구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제사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께 붉은 전단향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을 뿌리고 역시 장애가 없는 지혜를 구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불사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깊은 믿음으로 칠 일 낮과 밤 동안을 눈 한번 감지 않은 채 한량없는 게송으로 그 세존을 찬탄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비바시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세존께 다시 콩을 뿌렸으며, 그리고 다시 시기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께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옷을 받들어 올렸으며, 그리고 다시 비사부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나는 그 불세존께 맛있는 반찬과 음식을 공양하였다.
아난아, 이 현겁의 처음에 나오신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을 구류손이라 한다. 나는 그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 이와 같은 자연스런 지혜[자연지]를 구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음에 이름을 구나함모니라 하는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한 행을 닦았으며 그리고 다음에는 가섭이라 하는 부처님이 있었는데 이때 나는 이 부처님에 대해서도 또한 청정한 행을 닦았다.
이처럼 나는 이들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여 이를 통해 스스로 득도하고 또한 득도하지 못한 자를 득도시켰으며, 스스로 해탈을 얻고 또한 해탈하지 못한 자들을 해탈하게 하였으며, 스스로 열반을 얻고 또한 열반하지 못한 자를 위해 열반하게 하였다.
지금 너는 보아라.
내가 이처럼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통해 모든 불세존께 공양을 올리고 공경하여 존중하고 겸손히 낮추어 공양해서 한량없는 모든 선한 공덕을 갖추고는 이와 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게 된 것을 말이다.
아난아, 이와 같은 절차를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비록 부처님 처소에서 적은 선근을 심기만 해도 마땅히 이와 같이 크게 신통하고 크게 이로운 광대한 공덕을 얻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난아, 내가 부처님께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보리의 선근을 심고 지금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과보를 얻게 되어 나와 대등한 것이 없고 서로 맞설 것이 없으며 끝이 없다는 것을 너는 마땅히 믿어야 한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을 설하였다.
나는 연등불 양족존 을 만나
보살의 수행을 닦았다네.
다섯 줄기 푸른 연꽃을 부처님께 뿌리니
위없는 도리를 당장에 전해 주셨다네.
그 다음 부처님께서는 연화상인데
나는 또한 그 때 그 분을 만나
그 부처님께 금보화를 뿌리니
가장 좋은 보리를 구하였기 때문이라네.
그리고 다음의 큰 도사인 부처님께서는
모든 세간에서 가장 자재 하다고 이름했다네.
극고상행부처님ㆍ상예부처님
석가모니부처님ㆍ제사부처님ㆍ불사부처님
비바시ㆍ시기ㆍ비사부 부처님 과
구류손부처님과 구나함부처님 과
가섭부처님께 모두 공양을 드리고
가장 높고 훌륭한 보리를 구했다네.
이들 부처님과 나머지 과거 부처님들께
나는 모두 수행하고 훌륭하게 공양했다네.
모든 중생을 슬퍼하고 가엾어 하기에
위없는 훌륭한 보리를 구했다네.
천억의 부처님들을 모두 다 공양하여
선근을 쌓아 모아서 이미 만족하고
악마의 세력과 권속들을 항복받아
근심 걱정이 없는 편안한 도리를 얻었다네.
나는 위없는 큰 법의 바퀴를 굴려
중생들을 위해 바른 법을 보였다네.
하늘ㆍ사람ㆍ용ㆍ긴나라들을
보리의 그릇에 따라 모두 건네주었네.
내가 이미 편안한 도리를 보였으니
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은
고통 받는 자들을 구제하고 싶다면
마땅히 나의 덕행을 익숙하게 닦아야 하리라.
대비경 제4권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홍승균 번역
12. 이제비유부촉정법품
그때 세존께서 다시 혜명 아난 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보리를 얻은 때의 공덕의 이익은 그만두고라도 내가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할 때의 공덕의 이익만 해도 연각에게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성문과 및 그 나머지의 중생은 어떻겠는가?
아난아, 내가 보살이던 시절에 오랫동안 고행을 닦아서 왕위와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또 채녀와 몸과 목숨과 손발ㆍ머리ㆍ눈ㆍ귀ㆍ코ㆍ살ㆍ피ㆍ뼈를 버리고서 갖가지 한량없는 괴로움들을 받았으니 저런 것들은 모두 너희들을 위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아난아, 내가 모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다 버리고 온갖 괴로움을 받아들인 것은 모두가 중생을 위한 것이었다.
아난아, 이와 같은 공덕들을 내가 만일 자세히 설명하려 해도 다 할 수가 없다. 이를 듣는 자라고 해도 마음이 헷갈리고 갑갑할 텐데 하물며 이를 말하는 자이겠는가?
아난아, 만일 어떤 중생이 한 생각에 슬프고 가엾어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석가모니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본래 옛날에 보살의 고행을 닦았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를 위해서 저처럼 하기 어려운 갖가지 한량없이 고통스러운 일을 모두 받는구나.’
아난아, 나는 말하거니와 저들이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내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는 반드시 최후의 열반을 얻게 될 것이다.
하물며 내가 그 선근을 심은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혹시 어떤 아둔한 자가 뻐기면서 믿는 마음이 없으면 내가 본래 닦은 보살의 고행을 듣고도 한 번의 자비한 마음도 일으키지 않으며, 여래에게 큰 이익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또한 공경하여 믿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훌륭한 수행을 닦은 자는 열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은 공덕의 이익이 있는 뛰어난 법은 연각에게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모든 성문이나 범부가 이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
아난아, 모든 보살행을 수행하는 이가 큰 슬픔을 얻는 대비는 역시 연각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난아, 만일 나처럼 보살행을 닦아서 대비를 얻는 자가 있다면, 대비를 얻고 나서 이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을 대자대비가 포섭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연각에게는 이것이 없고, 이 때문에 그들은 여래ㆍ응공ㆍ정변지를 짓지 못하며, 10력과 4무소외와 대자대비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본래 옛날에 보살행을 닦고 좋은 법을 찾았을 때에, 저 생사에 대하여 마음이 항상 놀랍고 두려웠다.
모든 중생들에게 대비심을 닦았는데 꿈속에서 대철위산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 세계의 중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큰 지옥에 떨어져서 옥졸들의 핍박을 받아 몸이 부서지고, 주위에는 불구덩이처럼 불길이 치솟아서 마치 목숨이 끊어지는 듯한 큰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그곳에 도착하니 저들 모든 중생들이 합장하여 예배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당신은 지금 즐겁지만 저희들은 지옥의 괴로움을 받아서 그 참기 어려운 아픔이 마치 목숨이 끊어지는 듯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구제하고 보호해 줌도 어디 돌아가거나 나갈 곳도 없습니다.
대장부시여, 그대께서 만일 저희들의 이 괴로움을 구해 주려 하신다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난아, 이때 나는 이들 지옥의 중생들에 대하여 크게 자비심을 일으켜서, 바로 꿈속에서 슬피 울면서 저 항하를 흐르는 물처럼 흥건히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나는 그 중생들을 편안히 위로하여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이 고통의 수렁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
아난아, 그래서 이때 나는 저 지옥의 중생들을 한 쪽에 모이게 하여 오른손으로 정수리를 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구하여 건저 주겠다.’
이렇게 말을 마치자 지옥의 불길이 갑자기 사라지고 저들 중생들이 잠깐 사이에 편안한 즐거움을 얻었다.
아난아, 이때 나는 꿈을 깨어 일어나 옷을 짜서 눈물을 받아 그릇에 담았다.
아난아, 나는 본래 이와 같이 대비법을 갖추어 보살행을 닦았던 것이다.
하물며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너는 이와 같은 법은 또한 연각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물며 성문이나 범부들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누가 만약 이 법을 가졌다면 그는 보살행을 닦은 자이다.
아난아, 여래가 본래 옛날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이와 같이 가엾게 여기며 이롭게 하는 대비심을 갖추었으니, 이러한 공덕은 내가 만일 구업을 갖추어 말해 보려 한다면 그 끝을 다할 수 없다.
아난아, 과거의 세상에 큰 상인의 주인이 있었는데, 그는 보물을 얻기 위해서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큰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온갖 보물들을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데 바다 중간에서 그 배가 갑자기 부서지고 말았다.
이때 상인들의 마음에 겁이 나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서 어떤 자는 널쪽을 얻어 타기도 하고 더러 헤엄쳐 뜨기도 하고 빠져죽는 자도 있었다.
아난아, 이때 내가 그 상인들의 주인이 되어서 큰 바다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낭을 사용하여 이들을 무사히 건너오게 하였다.
그때 다섯 사람이 이 상인의 주인을 불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이신 상주시여, 부디 저희들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소서.’
이 말을 마치자 상인의 주인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여러 사나이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이 큰 바다에서 편안히 건널 수 있도록 하여 주겠다.’
아난아, 이때 저 상인의 주인은 몸에 날카로운 칼을 차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큰 바다의 법은 죽은 시체를 두지 않는다.
만일 내가 지금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면 이들 여러 상인들은 반드시 이 큰 바다의 곤란을 벗어나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상인들을 불러 자신의 몸 위에 올라가 잘 붙잡도록 했다.
그러자 저 상인들은 등에 올라타는 자도 있고 어깨를 껴안는 자도 있고 넓적다리를 붙잡는 자도 있었다.
이때 저 상인의 주인은 저들이 겁에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크게 자비로운 마음을 닦고 큰 용맹으로 힘껏 몸과 마음의 힘을 일으켜 날카로운 칼을 뽑아 자신의 명근을 잘라서 재빠르게 목숨을 끊었다.
그러자 이때 큰 바다가 그의 죽은 시체를 띄워서 바닷가로 밀어내었다.
그리하여 다섯 명의 상인이 무사히 바다를 건너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염부제로 돌아왔다.
아난아, 이때의 이 상인의 주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그는 바로 나의 몸인 것이다. 그
리고 그 다섯 상인은 지금의 다섯 비구이다.
이들 다섯 비구는 옛날에 바다를 무사히 건너 벗어났기에 지금 다시 이 생사의 바다에서도 해탈을 얻어 저 두려움이 없는 열반의 언덕에 편안히 놓여진 것이다.
아난아, 너는 지금 어떤 고행을 닦아야 행이 갖추어지며, 어떤 무량한 공덕으로 보살마하살이 되는 것인가를 마땅히 보아야 한다.
아난아, 이와 같은 공덕의 순서는 또한 연각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아난아, 모든 보살들의 공덕도 이와 같거니와, 모든 벽지불들은 이런 법이 없기 때문에 여래ㆍ응공ㆍ정변지를 일으키지 못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모든 고행을 닦을 수 있기 때문에 보살이 되어서 모든 중생들을 크게 슬퍼하고 가엾게 여긴다.
아난아, 그리고 또 어떤 아둔한 자가 나 부처에 대하여 공경하여 믿지 않는다면 그는 그런 인연으로 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근본 종자를 만들 수 없으며 또 위없는 열반도 증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만약 나에 대하여 공경하여 믿는 마음이 생긴다면 보리의 종자를 만들 수 있고 열반을 증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난아, 적은 분량의 행을 닦으면 적은 분량의 공덕을 얻고 가득 찬 행을 닦으면 가득 찬 분량의 공덕을 얻는다.
아난아, 내 마땅히 다시 다른 행의 결정에 대하여 말하겠다.
만일 어떤 중생이 한 생각 동안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게 된다면 이러한 선근으로 해서 그는 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다시 뛰어난 선근을 심는 것은 어떻겠는가?
아난아, 만일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심고 나아가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염한다고 한다면, 나는 그들을 마치 감로와 같으며 가장 나중의 감로와 같다고 말한다.
아난아, 수행하는 자는 마땅히 모든 종으로서 여래를 염해야 하니 이른바 여래가 염하는 것을 염하고, 여래의 선근을 염하고, 여래의 성일을 염하여야 한다.
성이 서로 비슷하지 않은 것은 감자 종에서 성이 생겼기 때문이며, 성일이라 함은 모든 어두움을 벗어나 광명을 일으켰음을 말한다.
아난아, 나는 석씨의 종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종자의 성이 청정하다.
아난아, 마땅히 여래의 태어남을 염하고, 여래의 종족을 염하고, 여래의 성을 염하고, 여래가 쌓은 재물이 만족하게 갖추어짐을 염하고, 여래의 단정함을 염하고, 여래가 태어난 국토를 염하고, 여래의 모습[상]을 염하고, 여래가 수형호를 염하고, 여래의 10력을 염하고, 여래의 4무소외를 염하고, 여래의 18불공법을 염하고, 여래의 태어남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가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염하고, 여래가 어리석음이 없음을 염하고, 여래의 본래의 행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원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계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자ㆍ비ㆍ희ㆍ사가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고, 여래의 위엄스러운 모습이 완전히 갖추어졌음을 염하여야 한다.
아난아, 만약 어떤 사람이 그가 부처님을 염한 공덕을 따라 크게 신통하고 크게 이익 되는 광대한 공덕을 얻는다면 이는 마치 감로와 같고 제일가는 감로와 같고 가장 마지막의 감로와 같다.
아난아, 내가 전에 보살이던 시절에 단바라밀을 행하였는데, 나는 부처님의 지혜로써 그 공덕이 끝이 없음을 보았다.
하물며 시바라밀과 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바라밀ㆍ반야바라밀을 닦은 경우는 어떻겠는가?
이와 같은 여러 다른 공덕으로 저 보살이 아직 별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공덕이라 하더라도 부처님의 지혜는 그것이 끝이 없음을 관찰한다.
하물며 별기를 받고서 갖게 되는 공덕이겠으며, 심지어 성불할 때의 모든 공덕은 어떻겠는가?
이런 것은 백천억 나유타 겁을 두고 관찰하여 펴서 말하려 해도 그 끝을 얻을 수 없다.
어째서인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의 공덕이 한량이 없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실제의 지혜로써 이러한 이익을 관찰하여 이처럼 설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내가 보살일 때의 공덕의 이익을 기억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낸다면, 그들은 이러한 선근으로 하여 모두 후제열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너와 모든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이미 말한 도의 법에 대하여 큰 이익을 일으키고 크게 포섭해 받음을 일으키게 하여 이들로 하여금 위없이 편안한 후제열반을 향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에 대해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 삼가하며 방일함이 없도록 하라.”
이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지금 마지막으로 나를 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교화를 받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너희들은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며, 나도 또한 다시 너희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모든 사랑하는 것이나 마음에 맞는 것들은 모두 마땅히 헤어지고 흩어지는 것이다.
여러 비구들은 생법과 유법과 유위법, 그리고 차별법과 각지법은 모두 인연을 따라 났다가 허물어지니 만약 이것이 멸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비구들아, 가령 오래 머물러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떠나가야 하는 것이다.
여러 비구들아, 모든 태어난 것들은 죽지 않는 것이 없고, 모든 행에는 늘 고정되어 있어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
비구들아, 생사는 괴로움이며 열반은 즐거움이다.
너희들이 만약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고,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구해야 한다.
여러 비구들아,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서 부디 방일하지 말라.
모든 불세존이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며, 나머지 모든 도를 돕는 좋은 법을 얻은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의 교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대중들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그리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석천ㆍ범천ㆍ사천왕 등이 이와 같은 최후의 가르침을 듣고는 슬프고 괴로워하며 마치 근심의 화살을 맞은 듯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다.
그리고 통곡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바가바시여, 반열반에 드심이 어찌 그리 빠르십니까?
수가타시여, 반열반에 드심이 어찌 그리 빠르십니까?
이 세상의 눈이신 분이 멸도하시고 세상이 장님으로 어두워지는 것이 어찌 그리도 빠릅니까?
저희가 어찌 지금 중생의 보배이신 분과 이렇게도 빨리 헤어진단 말입니까?”
아난이 이 말을 듣고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여래를 한참 우러러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슬프게 소리쳐 울고는, 마치 나무가 베어져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듯이 그만 몸을 땅에 내던졌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그만해라.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내가 앞서 너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모든 사랑하는 것이나 마음에 맞는 일들은 모두 마땅히 헤어지게 되니 생법과 유법과 유위법, 차별법과 각지법 등 모든 인연으로 생겼다가 허물어지는 법이 만약 멸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런 일은 있지 않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혜명 아난이 곧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가바시여, 제가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수가타시여, 제가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이처럼 중생의 보배이시고, 중생의 공승이시고, 중생의 도사이시고, 세간을 구하는 분이시고, 세간이 돌아가고 나아가는 곳이며, 하늘과 사람의 큰 스승이신 분과 헤어지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바가바시여, 제가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수가타시여, 제가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제가 이처럼 모든 중생을 크게 슬퍼하고 가엾어 하여 모든 세간의 벗이 되시고 모든 세간의 눈의 보배가 되어 광명을 내는 분과 마땅히 헤어져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무지 심장이 폭발하여 백 조각ㆍ천 조각으로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스스로 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 몸이 파열하여 보릿겨처럼 부서지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 제가 이처럼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모두 여래의 신력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바가바시여, 제가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수가타시여, 제가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처럼 중생들의 공승이시고 세간의 도사이시고 세간을 가엾게 여기는 분이 내일이면 계시지 않게 되어 다시 뵐 수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너무나 사랑합니다, 바가바시여.
너무나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어떻게 나를 사랑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의 세존에 대한 사랑은 말로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비유로 다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더라도 아깝지 않습니다.
바가바시여, 제가 이처럼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제가 이처럼 사랑합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여래에 대한 사랑은 오직 부처님께서만 증득해 아십니다.
바가바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수가타시여, 저는 이처럼 사랑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너의 오른손을 펴보라.”
그러자 아난이 오른손을 폈다.
이때 세존께서 부드럽고 자광석 같은 색깔의 황금빛 오른손으로 아난의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만일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위해 사랑하는 일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이 나를 위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인가?
내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큰 법의 보장을 너에게 부촉한다.
너는 마땅히 내가 이를 굴린 것을 잘 따르라.
이처럼 굴려 널리 행하도록 하며 끊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중간에 이 법이 멸하도록 만든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난아, 나는 이제 너를 위해 보호해 지키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과 비니를 늘어나게 할 것이며 물러나 줄어들거나 잃어 없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내가 지금 비유를 가지고 설명을 하겠는데,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비유를 따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귀족이며 거부인 장자가 부유하고 재물이 많아서 여러 창고에 넉넉하게 필요한 물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재물들이 모두 남들과 함께 소유하는 것들이 아니고 종성을 모두 갖추었으며 족보를 이어온 종가의 연원이 멀고 태어나게 된 인연들도 또한 모두 갖추어졌다.
이러한 장자가 마침 아들을 하나 낳아 길렀는데, 이 아들은 벌써 자라서 부지런히 가르쳐 역법과 셈과 글을 읽혔으며, 나머지 갖가지 깊고 은밀한 재능이나 지혜들을 모두 배웠다. 그
런 뒤에 장자가 그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내가 이제 너에게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다.
너는 이미 역법과 셈을 배우고 글을 배웠으며 깊고 은밀한 재주와 지혜를 배워 익혔으니, 내가 오늘 마지막으로 일러 주겠다.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과 보물들을 모두 너에게 물려주려고 하니, 너는 지금부터 세 가지의 일을 배워야만 우리 집안의 구업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들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의욕이며, 둘째는 정진이며, 셋째는 방일하지 않는것이다.’
저 부유하고 존귀한 거부인 장자는 이처럼 그 아들을 잘 가르쳤다.
그런데도 그 아들은 나중에 미쳐서 방일하여 부모가 남긴 재산을 모조리 탕진해 버렸다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장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장자가 자기 자식에게 아비의 도리를 하지 못했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도리를 하였습니다, 바가바시여.
도리를 하였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여래는 세간의 아버지이고 너는 그 자식과 같다.
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훈계하고 당부하겠다.
내가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법보의 창고에 대하여 너희들도 마땅히 저 세 가지의 일을 배워야 할 것이다.
어떤 것들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 의욕이고, 둘째 정진이며, 셋째 방일하지 않음이다.
너희들이 만약 이 세 가지의 일에 머물기만 한다면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법보의 창고가 오래 머물 수 있어서, 아직 선한 법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통달하게 하고 이미 통달한 자는 다시 후퇴하여 잃어버리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보 창고를 굳건히 지켜서 세 가지 일에 머물지 못하는 자는 머물게 하고, 아직 선한 법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통달하게 하며, 이미 통달한 자는 다시 후퇴하여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나는 자비하고 연민하여 모든 세간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며, 저들로 하여금 안락하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이미 세간에 대하여 아비로서의 일과 친구로서의 일을 모두 마쳤으며,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또 아난아,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이 세 가지 일의 인연으로 해서 마땅히 숨고 사라질 것이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믿음이 없음이고, 둘째는 결정의 행에 머물지 않음이며, 셋째는 참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이제 마땅히 바른 법의 창고를 보호해 지켜 이에 머물러 깊이 믿고 결정(결정:확실히 함)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며, 마땅히 의욕과 정진과 방일하지 않는 등의 세 가지 일의 방편을 지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너희들은 나의 법에 대해 세간의 아버지를 높여서 그 아들이 섬기는 것처럼 해야 할 것을 다한 것이다.
아난아, 이런 이치로 나는 다시 비유로 말하여 이 위없는 바른 법의 창고를 성취하고 늘리도록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유 때문에 모든 지혜 있는 자들은 이를 듣고 이해하고는 다시 늘리고 깊이 사랑하고 공경해 믿어 문득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 것이다.
‘저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 께서 우리들을 위해서 열반하실 때에 오른손으로 아난의 손을 붙잡고 이처럼 아승기겁을 통해서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부촉(부촉)하셨다.’
비유하자면 상주가 멀리 장삿길을 나가서 모든 필요한 일을 마쳤다고 하자. 그러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상주는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가?
아니면 그래도 길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는 집으로 돌아와야 하며 길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난아, 이와 같이 세간의 아버지이며 세간의 친구이며 세간의 도사인 여래는 바로 저 위대한 상주라 할 수 있으니 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지혜로써 해야 할 일을 이미 다 하였으며, 다시 새삼 해야 할 불사가 없다.
모든 중생으로서 마땅히 제도해야 할 자들을 이미 모두 다 제도하였으며 제도해야 할 자들은 남김없이 잘 조복하였다.
아난아, 만일 다음의 세 가지 일이 만족하게 되지 않았다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열반에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것들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보살마하살이 아직 불퇴전의 법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여래의 위없는 바른 법이 숨고 사라질 때에 한 겁이나 백 겁, 천 겁 또는 백천 겁, 백천억 나유타의 겁이 지나도 아직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불세존은 비록 열반할 때가 되었더라도 이 보살들의 선근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것을 보고 이들을 성숙시켜 불퇴전에 머물게 하려고 신통력으로 그 자신을 지켜 주어 멸도하지 않고 세상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살이 불퇴전을 얻게 되면, 곧 이 부처에게 차례로 보처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고는 여래는 드디어 무여열반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미륵불 등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보살마하살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이 아비발치(아비발치:부퇴전)에 머물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이 중생을 가엾게 여겨 해야 할 일들을 이미 마쳤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아난아, 만일 여러 중생들이 여래에게서 해탈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 득도하지 못했다면 여래는 끝내 열반에 들지 않는다.
불세존이 저들 한량없는 백천억 겁 동안에 나머지 불세존이 자신의 세계이든 다른 세계이든 이 세간에는 아직 나오지 않더라도 5도에 있는 중생들이 일 년이나 백 년이나 천 년이나 혹은 백천 년이나 혹은 백천억 나유타의 세월 동안, 또는 한 겁이나 한 겁이 지날 때까지 이들은 마땅히 나에게서 해탈을 얻을 것임을 알고 다른 모든 성문이나 연각에게서 해탈을 얻지 않으리라는 것을 부처님의 지혜로써 아는 것이다.
그래서 저 불세존께서는 비록 열반할 때가 되었더라도 저들을 지극히 가엾게 여기시기 때문에 신통력으로 그들 자신을 지켜 주어 멸도하지 않고 세상에 머물면서 저들이 성숙함을 얻고서 도탈하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이 그 두 번째로서, 모든 불세존께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난 다음에 무여열반에 드는 것이다.
또 아난아, 여래가 말씀하신 수다라와 비니와 마득륵가가 가진 깊은 뜻은 비학ㆍ무학ㆍ성문의 대중들이 함께 의논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무리 속에 가령 비구가 있어 의심을 내어 묻고 싶으나 부처님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겨 이를 어지럽힐까 두려워 감히 묻지 못한다고 하자.
그러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부처님의 지혜로 이런 사실을 알고 한 사람의 비구를 변화로 만들어서 여래에게 가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여기 이 일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곧 그 변화한 비구에게 대답한다.
‘비구야, 이 일은 마땅히 이렇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은 바로 그 세 가지 일로 모든 불세존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만일 이 일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저들 모든 지어야 할 일에 대하여 이를 만족하게 하였으니, 다시 더 할 일이 없으며 다시 더 말할 것이 없다.
아난아, 나는 이미 모든 성문들을 위하여 비니와 바라제목차(파라제목차:별해탈)를 닦는 것을 말하였고 괴로움을 모두 없애도록 하기 위해 바른 길을 보여 주었으며, 확실하게 말을 행하여 그 일을 바르게 지었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희들은 이제부터 내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삼가해 말하지 말라.
그리고 내가 말한 것을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
아난아, 내가 말한 것처럼 마땅히 그와 같이 배우고 그와 같이 지으라. 그
리고 삼가하여 방일하게 즐기지 말라.
방일하지 말아야 도과를 얻는다.
이 이치 때문에 너희들에게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아난아, 오늘 밤이면 나는 열반에 든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국토와 나의 경계를 버리고는 다시는 이 세계에 오지 않으며 다시 다른 세계에도 가지 않는다.
[다른 세계란 후세에 태어나는 곳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제부터는 다시 나를 보지 못할 것이며 나 또한 다시는 너희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아난아, 나는 무여열반에 들 것이니 이와 같은 열반은 고요하고 맑고 서늘하며 티끌과 더러움이 없다.
그리하여 모든 괴로움이 사라지고 굴택을 버리며, 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이 없다.
근심도 없고 슬픔도 없으며, 괴로움도 없고 번뇌도 없다.
마음에 맞지 않는 것이 없고 어떠한 후회나 한스러움도 없으며,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일도 없다.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불세존과 성문과 연각들이 다 과거에 이미 여기를 갔고, 지금도 가고, 앞으로도 갈 것이다.
아난아, 너는 이제 내가 아직도 저 무여열반을 사랑하는 것을 보라.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은 저처럼 훌륭하고 묘하며 고요하고 안락한 열반을 사랑하지 않으며, 또한 한 생각도 마음을 내어 해탈을 따르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이 사람이 한 생각에 마음을 낸다면 이 인연이 씨앗이 되어 마땅히 열반을 얻을 것이다.
아난아, 모든 범부들이 어떻게 이런 힘이 있겠는가?
모든 범부들은 약하여 힘이 없다.
아난아, 내가 볼 때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은 마치 보릿겨와 같다.
그러니 어리석은 범부들이 어떻게 힘을 얻으며 어떻게 안온함을 얻겠는가?
한 생각에 마음을 내어 해탈을 따를 수가 없다면 마음을 내어 결정코 열반의 씨앗을 얻을 수 있겠는가?
아난아,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은 계를 지키고 선정에 들며 지혜로운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난아, 그러나 나는 이미 한량없는 부처의 힘을 모두 갖추었으며 아승기의 불가사의하고 한량없고 대등한 것이 없는 계력ㆍ정력ㆍ혜력ㆍ해탈력ㆍ해탈지견력ㆍ참력ㆍ괴력ㆍ구적집력ㆍ지력ㆍ사력ㆍ복력ㆍ혜력ㆍ근력ㆍ가력을 갖추었고 10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여전히 저 무여열반을 사랑한다.
아난아, 모든 범부들은 어둡고 둔하고 지혜가 없어 법을 잘 모르며, 즐겨 생사에 집착하여 갇히고 얽매여서 한 생각도 마음을 내어 해탈을 따르지 못하니, 저들로 하여금 열반의 근본종자를 얻도록 해야 한다.
아난아, 이와 같이 여래가 찬탄하고 설한 모든 수다라가 미래의 세상에 남아 있어서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미래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를 들을 것이며, 이를 듣고 마음을 낸다면 바른 법의 보배로운 창고인 무여열반의 경계에 들게 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비유를 들어 그 이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주겠다.
아난아, 이는 비유하자면 상주가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넓은 광야의 험한 길을 지나서 도둑들의 환란을 면하고 두려움이 없는 성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런데 그 중에 어떤 자가 일행을 잃고 뒤에 떨어져서 심한 공포에 떨면서 먼저 간 발자국을 따라간다고 하자.
그는 앞서 간 상인들을 따라 가느라 무척이나 애를 쓰면서 험한 길을 지나 여러 상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난아, 이와 같이 여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이와 같은 모든 수다라를 말하여 미래의 세상에 남겨 두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한 뒤에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것을 듣고, 그리하여 마음을 내어 내가 남겨둔 바른 법의 보배로운 성인 무여열반의 경계에 이를 것이며, 바른 법의 성에 이르고 나서는 이를 생각하고 기억해서 나의 법의 보배 창고를 보호해 지키고 드러내어 말할 것이다.
아난아, 나는 한 사람의 중생을 위해서도 오히려 이 위없는 바른 법을 부촉하여 너로 하여금 굳건히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하물며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은 어떻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이제 이와 같이 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바른 법의 보배 창고를 너에게 부촉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이를 잘 외우고 굳건하게 지녀서 저들 청정하게 믿는 사부의 대중들을 위해서 이를 분별하여 열어 보여야 하며, 중간에 이 법을 멸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난아, 앞으로 올 세상에 있을 모든 중생들은 이와 같은 수다라의 이치를 듣지 못하고 태어났다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내가 마땅히 비유로 말하겠다. 비유하자면 어떤 부유하고 존귀한 거부 장자가 그의 창고에 많은 재물이 가득 쌓여 있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하자.
그런데 저 장자는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 멀리 다른 지방으로 떠나고 없다.
그런데 그는 그만 중병을 얻어서 심하게 앓다가 죽음에 임박하여 그 많은 보물들, 마니ㆍ진주ㆍ유리ㆍ가패ㆍ금은ㆍ전재 등을 다른 장자에게 부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그대도 알겠지만 나의 아들은 지금 멀리 다른 지방에 나가서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몸에 중병이 들어 머지않아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아들을 위해 이 한량없이 많은 곳간의 재물과 보화들을 그대에게 맡기어 부탁한다.
만일 우리 아들이 다른 지방에서 돌아오거든 그대는 나를 위해 이 아이를 가르쳐 방일하지 않도록 하고 방일하지 않는 법에 굳건히 머물고 난 뒤에 이 곳간의 보물들을 그에게 주어서 맡기도록 하라.
그리고 보물들을 넘겨 줄 때에는 마땅히 이렇게 말하라.
아이야, 너의 아버지가 전에 돌아가실 때에 너를 위해서 이 보물들을 나에게 맡겼었다.
그래서 지금 네게 돌려주니 이것은 너의 재산이다.
그러니 너는 이를 받아서 삼가하고 방일하지 말고 굳건히 지켜 보호해 이를 잃지 않도록 하라.’
그 부유하고 귀한 거부 장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가지고 있던 많은 보물들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저 다른 장자는 이를 받았다. 그
리고 얼마 안 되어서 그 장자의 아들이 다른 지방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저 다른 장자는 부탁받은 보물들을 모두 그 아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혜명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탁받은 자의 잘못이며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 부탁받은 자가 직접 저 부유하고 귀한 장자로부터 그 많은 보물들을 부탁받고도 그의 아들에게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 부유하고 귀한 장자는 여래를 비유한 것이고, 죽음에 임박함은 여래가 열반에 들려고 함을 비유한 것이며, 하나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미래 세상의 모든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말한 것이고, 멀리 타처에 나갔다고 한 것은 5도를 유전함에 비유한 것이며, 많은 보물의 창고는 여래가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말하는 것이고, 이를 부탁받은 장자는 너희들 모든 큰 성문과 보살마하살 등 바른 법을 보호해 지니는 자들에 비유한 것이다.
아난아, 이처럼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미래 세상의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위해서 너희와 대가섭과 미륵 등 모든 대보살들에게 맡겨 부탁한다.
그러니 만일 너희들이 나의 부탁을 순순히 따른다면, 저들 미래 세상에서 교화를 받아 청정하게 믿게 될 부처님의 아들들에게 마땅히 이 법의 보배를 전해 주도록 하라.
어째서인가?
아난아, 그 모든 중생들은 바로 옛날에 내가 보살이던 시절에 성숙시킨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 악업의 인연으로 해서 지금 지옥과 축생과 아귀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생들은 여래가 멸도한 뒤에 저들 악도로부터 벗어나 사람들 속에 태어나서 그들이 가진 모든 근기를 늘리고 성숙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법속에서 적은 인연만으로도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어서 그 중에는 더러 출가하여 내가 말한 모든 수다라를 듣고 마땅히 뛰어난 수행을 낼 것이며, 혹은 성문승이나 연각승이나 혹은 대승에서 열반에 들 것이다.
아난아, 내가 미래 세상의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너에게 부탁한다.
그러니 너는 내가 이처럼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서 익힌 위없는 큰 법의 보배 창고를 이들에게 듣도록 하여라.
어째서인가?
저 중생들이 만약 이들 참된 도리와 바른 법을 듣지 못한다면 마땅히 물러나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저 미래의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위해서 너에게 이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부탁하여 맡기는 것이니, 만일 저들이 이것을 듣는다면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 인연에 대해서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아난아, 비유컨대 이는 마치 전륜왕이 널리 곳간을 열어서 모든 그 관리를 맡은 신하와 남자들에게 이렇게 지시를 내리는 것과 같다 하겠다.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사문과 바라문, 가난한 자와 걸인과 길 가는 자들에게 이를 보시토록 하되, 그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밥을 구하면 밥을 주고 물을 구하면 마실 것을 주고 탈 것을 구하면 탈 것을 줄 것이며, 그 외에 꽃다발이나 바르는 향이나 가루향, 의복ㆍ침구ㆍ깨끗한 방과 모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주도록 하라.’
그런데 이 곳간을 맡은 신하들이 이와 같은 임금의 지시를 받고 나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덕 바가바시여, 이것은 여러 신하들의 잘못이며 전륜왕의 잘못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참으로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법왕으로서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이와 같은 큰 법을 보배 창고에 널리 모아서 스스로 이를 깨달았으며, 그리하여 이를 더욱 널리 하고 싶어서 하늘과 사람들에게 이를 열어 보이어 드러내어 말하였다.
그런데 또한 네가 열어 보여야 할 자들인, 모든 공경하여 믿는 사문 및 바라문과 모든 범부로서 법의 이치를 구하는 자들에게 모두 남김없이 듣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내가 이제 이처럼 이미 널리 열어서 드러낸 이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너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네가 이를 청정하게 믿는 사문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 및 법의 이치를 즐거워하는 모든 범부들에게 이를 널리 분별하여 펼쳐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여래에 대하여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될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나는 위없는 법의 전륜왕으로서 많은 법보 공덕의 창고를 가지고 있으며, 조도와 7각의 법재가 많기 때문이니 10력과 무외를 모두 다 갖추어 모든 법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었기 때문에 이름을 법왕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의 이 8만 4천의 바른 법의 보배 창고를 잘 지녀서, 모든 청정하게 믿는 사문ㆍ바라문ㆍ장자ㆍ거사, 청정하게 믿는 범부와 모든 법사 등 법의 이치를 구하는 자들에게 모두 갖추어 풀어 말하되 분별을 일으키지 말 것이며, 중간에 법이 없어지고 말게 하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네가 만약 내가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위없는 법의 보배를 사부대중을 위해 드러내어 말한다면 여래에 대하여 잘못함이 없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큰 잘못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아난아, 만약 번뇌가 다한 아라한 비구가 무위를 증득한 뒤에도 남들을 위해서 이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하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 도사를 이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며 또한 나의 바른 법도 보호해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너에게 법을 부촉하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아주 캄캄한 가운데 풀로 만든 횃불을 켜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이 어둠을 벗어나고자 횃불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저 풀로 된 횃불을 가진 자가 이처럼 어둠을 지나 집에 돌아온 뒤에 그 횃불을 꺼버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면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람은 이미 풀로 된 횃불이 다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어둠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자기만 사용하고 남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를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아난아. 그러므로 만약 어떤 비구가 아라한과를 얻어서 무위법을 증득한 다음, 또한 대중들을 생사의 암흑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위해 이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하고 내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더욱 늘리지 않는다면, 그런 자는 이를 이익을 주는 도사라고 이름할 수가 없으며 나의 바른 법을 수렴하여 받아들였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난아, 내가 지금 이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부촉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굳게 지키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널리 말하여 이와 같은 참된 도리가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며 저 말세에 법을 멸하는 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
아난아, 만약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 보배로운 법에서 스스로 편안히 머문다고 한다면, 그는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이처럼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할 수가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들에게 그들의 몫을 당연히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난아, 내가 이처럼 억만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좋은 법을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위해 거듭 부탁하는 바이니, 이와 같은 모든 중생들이 이를 듣지 못해서 물러나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리고 또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부유하고 귀한 거부 장자가 그의 많은 창고에 마니ㆍ진주ㆍ산호ㆍ가패 등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나 구족된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때 어떤 원한을 가진 자가 그 창고들에 불을 질렀다고 하자.
그런데 이 장자는 또한 원한을 가진 자와 원한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 이들은 이 장자에 대하여 언제나 불이익을 주려고 하기에 이 장자가 즐겁거나 편안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처럼 원한이 있는 자들은 지금 창고에 큰 불이 나서 타는 것을 보고도 버려두고 가만히 서서 이 불을 끄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장자에게는 또 친한 친구가 있어서 언제나 그를 걱정해 주고 이익을 주려하며 편안하게 하려 하지만, 그러나 불이 이미 붙어서 타는 것을 보고는 버려두고 우두커니 서서 이를 끄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러한 친구들을 바르게 이치를 따르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저들 친구들이 창고에 큰 불이 나서 타는 것을 보고도 이를 끄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불길이 더욱 기승을 부려 모든 창고가 완전히 타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아난아.
내가 이처럼 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위없는 선근의 법의 보배가 허물어질 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를 공경하여 믿거나 하는 마음이 없고 청정한 계율을 허물어 깨뜨리고 나쁜 법을 익혀 행하며, 노래하고 즐기고 노는 데서 뛰어난 자가 되어 욕심을 버리고 선정을 수행하기를 즐기지 않으며, 마음이 항상 흐트러지고 게으르고 태만하여 법을 잘 듣지 않고 이를 읽고 외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다면, 이런 자들이 어떻게 남들을 위해 이를 분별하여 드러내 말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듣고 법의 보배를 지니도록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관정찰리대왕의 하나뿐인 아들이 멀리 나가 집에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찰리대왕은 그만 몸에 중한 병이 들었다.
병이 들자 그는 모든 귀중한 재물과 갖가지 물건들을 대신과 장자들에게 가져다 맡기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만일 우리 아들이 돌아오거든 그대는 우리 아들을 세워서 왕위를 잇게 하고 창고의 모든 재물들을 그에게 물려주도록 하라.’
여러 신하와 장자들은 각기 따로 임금이 주어 맡기는 것을 받았으며, 맡기는 것을 받고 나자 임금은 곧 죽고 말았다.
그리고 임금이 죽은 뒤에 그의 아들이 여행에서 돌아와서 곧 왕위를 이었으며, 왕위에 오른 뒤 모든 자재함을 얻었다.
그런데 신하와 장자들은 저 보배 창고의 재물과 보화들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고맙습니다, 임금님이시여.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시면서 이처럼 보물들을 저희들에게 주시니 말입니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부탁받은 신하와 장자들이 저 임금에 대하여 잘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저들은 잘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지금 여기서 먼 길을 갔다고 한 자는 5도의 중생을 말하는 것이며, 병든 임금은 열반에 들려 하는 부처님에 비유한 것이며, 많은 재물들은 37조도선법에 비유한 것이며, 대신과 장자는 모든 아라한들을 말하는 것이며, 보배재물을 주어 맡기는 것은 내가 이 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통해 익힌 법의 보배를 너희들에게 주어 맡겨서 이로써 저들 미래 세상의 모든 제자들까지를 위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아난아, 앞으로 올 세상에 있을 여러 중생들은 내가 옛날에 성숙시킨 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악업으로 해서 그만 지옥ㆍ축생ㆍ아귀에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내가 멸도한 뒤에 그곳에서의 목숨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 속에 태어나서 그들이 가진 모든 근기를 늘리고 성숙시켜서 나의 법에 대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출가하는 자도 있고 집에 있는 자도 있을 것이며, 수다원과를 얻는 자도 있고 심지어 아라한과를 얻는 자도 있을 것이다.
학지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도 있을 것이고 불지에서 깊은 믿음을 일으키는 자도 있을 것이며, 사람과 하늘들에게 여러 선근을 심는 자도 있을 것이니 이러한 자는 마땅히 모든 이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공경하여 믿는 마음을 얻은 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세간의 아버지께서 우리들에게 잘 맡겨 주셔서 다시 더 많은 공경과 믿음이 생기게 되었다.’
아난아, 내가 바로 저들을 위해서 이 법의 보배를 너희에게 맡기고 그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법의 보배 창고를 듣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너는 마땅히 나의 이 큰 법의 보배 창고를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들을 수 있도록 하라.
아난아, 만일 저들로 하여금 이를 듣게 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 여래에 대하여 잘못을 짓게 되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저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만일 이와 같은 큰 법의 보배 창고를 듣는다면, 더러는 뛰어난 행을 이루기도 하고, 더러는 크게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더러는 이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털이 쭈뼛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아, 만일 또 어떤 자가 이와 같은 법문을 듣고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여 놀라 눈물을 흘리고 털이 일어서는 자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기별을 주어서 이러한 선근으로 그들이 모두 열반하도록 하겠다.”
대비경 제5권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홍승균 번역
13. 식선근품
“그리고 또 아난아, 만약 어떤 비구가 이러한 여러 법문을 받아 지니고도, 이를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법 듣기를 즐겨서 찾아와 듣는 자가 있는데도, 이들을 위해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자는 여래의 원수가 될 것이다.
어째서인가?
마땅히 법기인 자들이 즐겨 법을 듣고자 하는데도 이를 설하여 주지 않는다면 저들이 들을 수가 없을 것이며, 듣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선근이 곧 물러나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 또한 다른 사람들의 선근마저도 물러나 잃어버리게 할 것인데 그런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자는 마땅히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난아, 그러므로 내가 이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비유를 들어 설하겠다.
마치 어떤 상인이 많은 보물들을 가지고 광야의 위험한 길을 가다 문득 모든 보물들을 땅바닥에 죽 펴놓은 다음 여러 도둑들을 불러 놓고 말하였다.
‘나의 이 보물들은 참으로 얻기 어려운 희귀한 것들이다.
너희들이 나에게 값을 지불한다면 내가 이 보물을 너희들에게 팔겠다.’
아난아, 그러면 이때 도둑들은 바로 그 광야에서 칼을 잡고 상인을 치고는 그 귀중한 보물들을 빼앗을 것이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상인이 저 험한 들판에서 보물들을 펼쳐 놓고 도둑들을 불러 이를 팔겠다면 할 수가 있겠는가?”
아난이 아뢰었다.
“상인들이 저런 들판의 험한 곳에다 보물들을 펼쳐 놓는다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
하물며 도둑들을 불러 모은단 말입니까?
세존이시여, 이런 상인들은 그 소중한 보물들을 단단히 포장한 채 갑옷을 입고 몽둥이를 준비하여 스스로 방위수단을 갖춘 다음 험한 광야를 조용히 지나가야 하니, 이 일은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어떤 상인이 또한 보물을 가지고 먼 곳에서 여러 성읍과 왕도와 마을로 왔다고 하자.
도착한 뒤에 보물을 열어 땅바닥에 펼쳐 놓자 어떤 점잖은 분이 보물을 사러 왔다.
그런데 이들 상인들이 칼이나 몽둥이를 들고 저들 물건을 사러 온 자와 한판 싸움을 벌였다고 하자.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상인들을 영리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아난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타시여. 세존이시여,
이들 상인들은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나의 이 보물들은 얻기 어려운 희귀한 것들이다.
그러니 그대들이 그 정당한 값을 치른다면 그대들에게 팔 것이다.’
세존이시여, 이 여러 상인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해야 하며, 보물들을 펼쳐 놓고 갑옷을 입고 몽둥이를 들고 손님들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비구들은 모든 보배창고인 법을 받아 지니고 유통하면서, 이른바 수다라ㆍ기야ㆍ가타ㆍ비야가라나ㆍ우다나ㆍ니다나ㆍ아파나ㆍ이제비리다가ㆍ사다가ㆍ비불략ㆍ아부타달마ㆍ우파제사들을 저들이 법기가 되는데도 이를 말해 주지 않는다면, 저들이 이를 들을 수가 없고, 듣지 못하기에 믿음이나 즐겁게 착한 마음을 내려고 하지 않으며,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여러 선근을 심고 뛰어난 행을 닦아 열반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법기가 될 수 없는 자들을 위해서 설명해 준다면, 저들은 이를 듣고도 믿음이나 즐겨 착한 마음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해탈을 얻지 못한다.
그리하여 이런 자들은 이를 헐뜯고 비난하면서 온갖 죄업을 지어서 세 종류의 악한 길[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이다.
아난아, 이는 마치 저들 어리석은 상인들과 같아서 보물들을 펼쳐 놓아야 할 곳에는 펼쳐 놓지 않고 펼쳐 놓아서는 안 될 곳에 억지로 펼쳐 놓는 것과 같고, 마땅히 베풀어 주어야 할 곳에는 기꺼이 주지 않고 베풀어 줄 필요가 없는 곳에 억지로 베풀어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난아, 만일 어떤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착한 마음이 청정하여 즐겁게 법을 듣고자 할 경우, 그는 마땅히 법기로서 법을 들으려고 왔으므로 당연히 그를 위해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그에게 말하여 주지 않고, 도리어 말할 필요가 없는 자에게 굳이 말해준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이와 같이 법기가 될 만한 자가 깊이 믿어서 즐겁게 열반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를 위해 말해 주어야 하지만, 만일 법기가 될 만하지 못한 자가 믿지 않고 잘못 저지르기를 좋아하고, 계율을 깨뜨리고 악한 행동을 하면서 남의 허물이나 찾아내고 부처님의 바른 법안을 어기려고 한다면 순순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자에게는 말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째서인가?
저들 어리석은 자들이 이 법을 듣고 그들의 허물을 더 늘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기가 될 만하여 즐겁게 법을 듣고자 한다면 그를 위해 부지런히 말해줄 것이니 모든 듣는 자들 또한 마땅히 마음을 가다듬어 오로지 들어야 할 것이다.
아난아, 저들이 만약 이렇다면 모두가 널리 한량없는 아승기의 큰 공덕의 덩어리[대공덕취]를 생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지계와 중생계가 어느 것이 더 많은가?”
아난이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 말씀의 이치를 이해한 것으로는 중생계가 더 많으며 지계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바로 그러하다.
네가 지금 말한 것과 같이 중생계가 많으며, 저 지계도 아니고 수계, 화계 등이 아니다.
아난아, 그리고 다른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은 알 수 있는 것도 있고 알 수 없는 것도 있으며, 듣고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듣고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한 찰나ㆍ한 라바ㆍ한 마후다의 순간에, 가령 때를 같이하여 사람의 몸을 얻은 중에 모두가 남자가 되어 한 찰나ㆍ한 라바ㆍ한 마후다의 순간에 모두가 연각의 보리를 얻어 이룬다고 하자.
아난아, 그리고 또 한량없고 끝이 없는 모든 세계가 가지고 있는 땅으로 말하면 이 모든 땅이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땅들이 모두 티끌이 된다고 하자. 가령 저들 모든 티끌들이 모두 사람이 되고 모두가 남자가 되어 저 사람이 된 자들이 한 찰나ㆍ한 라바ㆍ한 마후다의 순간에 모조리 연각의 보리를 이룰 수 있다고 하자.
아난아, 또 이 한량없고 끝이 없는 모든 세계에 있는 수미산ㆍ철위산ㆍ대철위산ㆍ설산ㆍ향산ㆍ다른 흑산, 그리고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풀ㆍ나무ㆍ수풀들이 모두 티끌이 된다면, 거기에는 알 수 있는 것도 있고 알 수 없는 것도 있으며 듣고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듣고 볼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인데, 이들이 모두 사람의 몸을 얻어서 다 남자가 되어 한 찰나ㆍ한 라바ㆍ한 마후다의 순간에, 가령 때를 같이하여 모두 연각의 보리를 얻어 이룬다고 하자.
아난아, 그리고 저 모든 연각들이 가령 그 수명이 과거에서부터 미래가 다할 때까지 이어져서 그 수명으로 세상에 머물되 그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하자.
그런데 저들 중생 중에 오직 한 사람이 홀로 연각의 보리를 이루지 못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그 한 사람은 큰 장자로서 또한 과거로부터 미래가 다할 때까지 그 속에 머물러 그 수명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저 장자도 그 수명을 따라 머물면서 저러한 수의 모든 벽지불께 공양하였는데, 음식ㆍ의복ㆍ침상ㆍ자리ㆍ와구ㆍ병환의 탕약 등 모든 몸에 도움을 주고 마음에 맞는 즐거운 도구들이었다.
공경하고 존중하여 저 벽지불께 겸손하게 공양하며, 만일 벽지불이 열반에 들면 칠보탑을 세우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보배 깃발과 보배 가리개의 갖가지 꽃다발과 바르는 향ㆍ가루향ㆍ사르는 향 및 의복ㆍ노래ㆍ춤ㆍ소리ㆍ재주와 하늘과 사람들의 최상의 공양구를 다해서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히 낮추어 공양하였다면 말이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위대한 장자가 얻을 복이 많으냐, 적으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제가 이해하였다면, 만일 한 분의 벽지불을 공양하여 공경하고 존중할 수 있다 해도 얻게 되는 복덕은 매우 많아서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수이며 견줄 데가 없고 한정이 없어서 불가사의합니다.
하물며 저처럼 많은 벽지불들을 그 머무는 수명에 따라 공양하고 멸도한 뒤에도 공경하고 존중하며 겸손히 낮추어서 공양하는 일이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사실대로 너에게 말하겠다.
저 벽지불은 계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의 모임을 모두 갖추어 저 장자의 갖가지 공양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 분의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이 세상에 나오신다면, 그 분은 저 장자의 의복ㆍ음식ㆍ침상ㆍ자리ㆍ와구ㆍ병환의 탕약 등의 공양을 받지 않고, 또한 법을 말하지 않더라도, 저 장자가 다만 한 번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세상에 나타내어 보인 범상한 위의를 보기만 해도,
그로 하여 얻게 될 복덕은 저처럼 계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을 모두 갖춘 벽지불을 공양하는 것보다도 백천억 나유타 배로 많을 것이니, 이처럼 이 장자가 불ㆍ여래가 세상에 나타내어 보이신 범상한 위의를 보고 얻게 되는 복덕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불ㆍ여래는 한량없는 아승기의 불가사의한 큰 공덕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아난아, 모든 불ㆍ여래는 단지 그 위의의 복덕의 선근만으로도 오히려 그 끝을 다할 수 없는데, 하물며 여래가 가지고 있는 한량없는 모든 착한 공덕이겠는가?
아난아, 벽지불에 보시를 행하면 그로 인하여 얻는 복덕이 한량없는 아승기이다.
그런데 부처님께 보시하여 얻는 복덕 또한 한량없고 한도가 없으니, 그러면 무슨 차별이 있는가?
아난아, 저러한 보시에 차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다른 지방에 찾아가는 것과 같다 하겠다.
그는 그곳에 가서 이익을 얻으면 곧 다시 돌아온다. 아난아, 벽지불에 보시하여 얻는 복덕이란 불ㆍ여래에 비교할 때 또한 이러한 것이다.
아난아, 그러나 만약 어떤 사람이 모든 부처님들에 대하여 보시를 행한다면, 그로 인하여 얻게 될 복덕은 어디에도 비유할 수가 없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만일 부처님께 보시를 행한다면 그로 인하여 얻는 복덕은 한량없는 아승기이며, 불가사의이며, 견줄 데가 없고 짝이 없으며, 그 끝이 없고 다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난아, 부처님께 보시하여 얻는 복덕에 대해 내가 비유를 들어서 너에게 설명하여 주겠다.
모든 지혜로운 자는 이처럼 비유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난아, 비유하자면 이는 화가의 그림과 같아서 비록 그림이 매우 좋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오히려 약간 속되고 상스러워 아름답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가는 그림을 다시 단정하게 그리게 되는데 그러면 그림은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다.
이와 같이 아난아, 벽지불에 보시하여 얻는 복덕은 부처님께 보시하여 얻는 복덕에 비하여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저 벽지불은 그의 지혜로 벽지불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이 벽지불의 지혜는 모두 여래의 지혜를 좇아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모든 불ㆍ여래의 모든 종류의 지혜가 저보다 한층 나은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부처님 처소에서 그리고 그 형상이 다한 뒤에까지 그 의복ㆍ음식ㆍ침상ㆍ자리ㆍ와구ㆍ병환의 탕약 등을 공경하고 존중해서 겸손하게 공양한다면, 얻게 되는 복덕이 어찌 많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난이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만일 부처님 처소에서 그리고 형상이 다한 뒤에까지 이를 공경하고 믿는다면 얻게 되는 복덕은 매우 많아서 한량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의 처소에서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내어 공경하고 믿는다면 그로 인하여 얻는 복덕은 참으로 많아 한량없고 생각할 수도 없으며 이루 셀 수도 없을 것인데, 하물며 어떤 사람이 여래의 처소에서 그리고 그 형상이 다한 뒤에 이들을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하게 공양하는 일이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한 분의 불ㆍ여래께 모든 즐거움의 도구를 공양하고 그 형상이 다한 뒤에도 공양하는 것까지는 그만두고라도, 또 두 분ㆍ세 분ㆍ네 분ㆍ다섯 분과 열 분의 부처님, 그리고 이십ㆍ삼십, 나아가 일백 분의 부처님과 일천 분의 부처님ㆍ백천 분의 부처님ㆍ억의 부처님ㆍ백억의 부처님ㆍ천억의 부처님ㆍ백천억의 부처님과 억 나유타ㆍ백억 나유타ㆍ천억 나유타ㆍ백천억 나유타와 나아가 염부제에 두루 가득 찬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모두 그만두고라도 말이다.
사천하를 다한 천 세계ㆍ이천 세계ㆍ삼천대천세계에는 그 안에 백억의 해와 달ㆍ백억의 수미산ㆍ백억의 철위산ㆍ백억의 큰 바다ㆍ백억의 염부제ㆍ백억의 울단월ㆍ백억의 불바제ㆍ백억의 구다니와 팔만 주저의 모든 권속들이 있으며, 백억의 사천하의 백억의 사천왕천과 백억의 삼십삼천과 백억의 수야마천과 백억의 도솔타천과 백억의 화락천과 백억의 타화자재천과 백억의 범천과 나아가 아가니타천이 있으니, 이들을 삼천대천세계라 한다.
이들 모든 세계에 가득 들어찬 모든 부처님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는 비유하자면 마치 감자와 같고 대나무와 같고 갈대와 같고 거타리림과 같고 가사림과 같으며, 저들 모든 여래의 수명이 길고 멀기가 항하의 모래알 수의 겁과 같다.
그런데 어떤 장자가 또한 이와 같은 수명으로 세상에 살면서 그 형상이 다하도록 의복ㆍ음식ㆍ침상ㆍ자리ㆍ와구ㆍ병환의 탕약 등으로 저 모든 여래를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하게 공양하며,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는 칠보의 탑을 세우고, 하늘의 당번 깃발과 온갖 기묘한 보배 가리개와 갖가지 향기로운 꽃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 모든 꽃다발과 묘한 연꽃, 우바라화ㆍ구모두화ㆍ분다리화와, 모든 노래와 춤과 갖가지 음악 등 이와 같은 모든 즐거움의 도구로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하게 공양한다고 하자.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위대한 장자가 얻을 복덕이 어찌 많지 않겠는가?”
아난이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바가바시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시여. 저 위대한 장자가 어떤 한 분의 여래께 반찬과 음식들을 공양하여 얻는 복덕은 오히려 한량이 없어 이루 셀 수가 없는데, 하물며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항하의 모래알과 같은 수의 겁을 머물면서 공양의 도구들을 베풀어 공경하여 존중하고 겸손하게 공양하며, 저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 칠보의 탑을 세워서 갖가지로 공양하여 얻는 복덕이야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사실대로 너에게 말하겠다.
저 장자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부처님께서 살아계신 기간 동안 공경하여 존중하고 겸손하게 공양하였으며,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칠보의 탑을 세워서 온갖 뛰어나고 묘한 것을 갖가지로 공양하여 복덕을 얻었다.
아난아,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보리의 도리를 분별하여 설명할 때에 이를 믿고 이해하여 즐겁게 하고자 하며, 깊은 믿음을 모두 갖추어 법은 좋은 말씀이고 스님은 곧 마음을 내어 잘 수행하는 자라고 여기며, 모든 행은 영원하지 않고 모두가 고이고 모두가 공이며, 모든 법에 내가 없고 적멸이 열반임을 믿고 이해한다고 하면 아난아, 이처럼 믿고 이해하여 얻는 복덕은 또한 앞의 것보다도 뛰어나다.
아난아,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모든 법의 보배창고를 믿고 이해하여 이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말한다면, 그로 인하여 얻은 복덕이 이처럼 광대하고, 이처럼 헤아릴 수 없고, 이처럼 아승기이며, 이처럼 불가사의하며, 이처럼 비길 데가 없고, 이처럼 무한하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이와 같은 법의 보배의 위없는 법의 창고는 그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이 선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와 같은 보시를 해서 얻는 공덕을 이 법장에 비유하면 그것은 오히려 지푸라기와 같으니 마땅히 그렇게 알아야 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이와 같은 세간의 유루 보시는 생사의 법이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의 이와 같은 한량없는 아승기의 억 나유타 겁을 통해 모은 법장은 죽고 사는 일을 끊어 없애고 모든 잡식의 유전을 여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아난아, 만약 어떤 중생이 이 법장을 듣는다면 그는 이 생법에서 해탈할 것이며,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법으로부터 해탈을 얻을 것이다.
아난아,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이제 이런 말을 하겠다.
큰 복덕을 얻게 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남들을 위해 열심히 말하는 자이고 둘은 지극한 마음으로 전심하여 듣는 자이다.”
이렇게 말씀하자 혜명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깊은 신심을 모두 갖추어 참답게 수행하고, 모든 법을 분별하여 믿어 이해하고 즐겁게 하고자 하며, 법은 바로 좋은 말씀이고 스님은 곧 마음을 내어 잘 수행하는 자로 여겨서, 모든 행이 다 영원하지 않고 고이고 공이며, 모든 법에 내가 없고 적멸이 열반임을 믿고 이해한다면, 이와 같이 좋은 생각을 하여 깊이 바른 생각을 하는 자는 참으로 얼마만큼의 복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다만 법이란 좋은 말씀이며 스님이란 마음을 내어 잘 수행하는 자라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이와 같은 선남자와 선여인은 깊고 바르게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서 이를 오로지 들을 것이며, 법을 듣고 나서는 짧은 찰나의 순간이라도 깊고 바르게 생각하여, 법이란 좋은 말씀이며 스님이란 마음을 내어 잘 수행하는 자라고 여기게 될 것이니, 이런 사람이 얻는 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을 것이다.
하물며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깊고 바르게 생각하여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하여 듣고, 법을 들은 뒤에는 짧은 순간이라도 참답게 수행하여, 모든 행은 영원하지 않고 모두가 고이고 모두가 공이며, 모든 법에 내가 없고 적멸이 열반임을 이해하여 아는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난아, 만약 헤아릴 수 없고 끝도 없는 세계 속에 있는 모든 중생계가 한 찰나ㆍ한 라바ㆍ한 마후다의 순간에 가령 동시에 함께 사람의 몸을 얻으며, 이처럼 사람의 몸을 얻은 뒤 한 찰나ㆍ한 라바ㆍ한 마후다의 순간에 가령 동시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등정각을 이룬다면, 저 모든 여래는 가령 그 수명이 그 과거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을 것이며 그 미래 또한 그러할 것이다.
아난아, 그런데 가령 이 모든 중생들 중에서 오직 어떤 한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정각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은 위대한 장자가 되어도 그 수명은 과거가 언제부터인지 모르며 미래 또한 그러하다.
그런데 이때 이 장자가 형상이 다할 때까지 저 모든 여래를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하게 공양하되, 모든 즐거움의 도구인 의복ㆍ음식ㆍ침상ㆍ자리ㆍ와구ㆍ병환의 탕약 등으로 공양하고, 저들 모든 여래가 열반에 든 뒤에는 칠보의 탑을 세우되, 세우고 나서 보배 깃발 가리개와 모든 꽃다발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 등 모든 세상에 있는 것들을 다하여 공경하고 존중해서 겸손하게 공양한다면 말이다.
아난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때 이 장자가 얻는 복덕이 어떻게 많지 않겠는가?”
아난이 아뢰었다.
“설사 저 장자가 한 분의 불ㆍ여래를 공경하고 존중해서 겸손하여 공양해도 그로 해서 얻은 복덕이 매우 많아 한량이 없어서 이루 셀 수가 없고 생각할 수가 없고 비길 데가 없고 한정이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공경하고 존중하여 겸손하게 공양한다면 그로 해서 얻는 복덕은 생각하고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참으로 그러하다.
과연 네가 한 말과 같다.
이와 같이 장자가 얻는 복덕은 이루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내 지금 진실대로 너에게 말하겠다.
만약 저 장자가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공경하고 존중해서 겸손히 공양한다면 그로 인하여 얻을 복덕은 만약 어떤 사람이 깊이 바르게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듣고, 이처럼 법을 들은 다음 짧은 한 순간이라도 믿고 이해하여 즐겁게 하고자 해서, 법이란 좋은 말씀이고 스님이란 마음을 내어 잘 수행하는 자라는 것을 믿어서, 모든 행은 영원하지 않고 모두가 고이고 모두가 공이며, 모든 법에 내가 없고 적멸이 열반임을 믿고 이해해서 얻게 될 복덕은 감히 비교해 견주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난아, 내가 먼저 말한 두 종류의 사람이 얻는 복덕이 매우 많으니, 그 한 명은 지극한 마음으로 말해 주었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음을 오로지 하여 열심히 들은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저 두 가지 이치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게나.
모든 번뇌의 행이 다하면
성인이 되어 보리를 이루리라.
만일 법을 설하는 자가 있거나
부처님의 바른 법을 듣는 자가 있다면
둘이 모두 많은 복을 얻어서
많은 선당을 세울 수 있으리.
세존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두 종류의 사람들이 저 악마 파순과 함께 매우 큰 싸움을 벌였다.
두 종류의 사람이란 어떤 자들인가?
하나는 지극한 마음으로 말해 주는 자이고, 나머지는 마음을 오로지 하여 열심히 듣는 자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이와 같이 청정한 행을 가득히 채운 이는 선지식과 선등려가 착한 마음을 유입시켰다고 한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만약 어떤 중생이 선지식을 만난다면, 이처럼 선지식을 만나 생으로부터 해탈을 얻으며,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법으로부터 해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난아, 이 일은 내가 전에 여러 성문에게 말한 것으로 두 가지의 인연이 있어야 바른 견해[정현]가 생길 수 있으니, 첫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법을 듣는 것이고, 둘째는 안으로부터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는다고 함은 마땅히 부처님에게서 듣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안으로부터 바르게 생각함도 역시 부처님에게서 아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아난아, 가령 모든 범부들은 부처님께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에 안으로부터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이 없었지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와서 모든 범부들을 가르쳐서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아난아, 나는 이러한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안으로부터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은 또한 부처님에게서 생긴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묘한 장부여,
모든 지혜를 얻어서 늘리는구나.
의심을 끊은 자가 만일 있다면
범부에게 밝은 지혜를 얻게 하리.
성인을 본 자는 즐거움을 얻나니
함께 살면 또한 즐겁네.
보지 못한 여러 어리석은 자들은
항상 즐거움이 있는 자와 같네.
그러므로 아난아, 내 이런 이치를 위해서 옳음을 따라 설명하겠다.
청정한 행을 꽉 채운 자는 모든 선지식과 선등려가 착한 마음을 생기게 해서 계속 이어서 유입시킨 것이다.
어째서인가?
아난아, 만일 어떤 중생이 선지식을 만나 착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착한 마음이 생김으로 해서 마음은 믿게 되고, 마음이 믿음으로 해서 짓는 일이 모두 착하게 되며, 짓는 일이 착함으로 해서 착한 법을 얻게 되고, 착한 법을 얻음으로 해서 착한 법에 편히 머물게 되며, 착한 법에 편히 머물게 되면 불세존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고 중히 여기게 되고, 법과 스님에 대해서도 또한 깊이 공경하고 중히 여겨 마땅히 성소애계와 자재계와 지소찬계와 취열반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난아, 마치 구름이 비를 내리면 작은 웅덩이가 차고, 작은 웅덩이가 찬 뒤에는 큰 웅덩이가 차고, 큰 웅덩이가 찬 뒤에는 작은 강이 차고, 작은 강이 찬 뒤에는 큰 강이 차고, 큰 강이 찬 뒤에는 큰 바다가 차는 것과 같다 하겠다.
이와 같이 아난아, 이와 같이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선근의 힘을 얻으며, 선근을 얻어서 선지식을 가까이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하여 선등려를 얻고, 선등려를 얻어서 선류주를 얻고, 선류주를 얻어서 최승선을 얻고, 최승선을 얻어서 선심을 얻고, 선심을 얻어서 드디어 법답게 법을 따르고 마음을 내어 구경전ㆍ구경 무구ㆍ구경 범행ㆍ구경 최후를
수행하는 것이다.
아난아, 너는 보라. 이와 같이 모든 외물은 동시에 나고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그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다.
하물며 너희들이 짓는 착한 행위가 어찌 어긋나고 잃어버리는 일이 있겠는가?
만일 이것이 어긋나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희들은 마땅히 착한 행을 닦을 것이며, 따라서 중생들이 착한 행위를 닦고도 그 과보를 얻지 못하여 이를 어기고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아난아, 나 또한 일찍이 모든 착한 행을 닦아 이를 어기거나 잃어버린 일이 없었다.
아난아, 내가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닦아 얻은 모든 착한 공덕에 대하여 그 얻는 과보를 어기거나 잃어버린 적이 없다.
아난아, 너는 여래가 길을 갈 경우 그 길의 언덕이나 구덩이나 높고 낮은 것들이 모두 고르게 되는 것을 보라. 그리고 변소의 냄새나는 곳들은 제거되어 깨끗하고 향기로워진다. 나무줄기나 가시덤불이나 수풀이나 풀포기들은 더러움이 사라지고 머리를 잘 숙이며, 나무신이 몸을 나타내어 굽혀서 예배한다. 성읍의 길거리의 중생들은 불ㆍ여래를 보고는 부처님을 따르다가 여래가 지나가고 나면 각자 본래대로 돌아간다.
아난아, 너는 여래는 과거 세상의 모든 부처님ㆍ보살ㆍ선지식의 처소에서 성문ㆍ연각ㆍ사승ㆍ부모와 나이 많은 사문, 나이든 사문과 바라문에 대하여 몸을 굽히고 머리를 조아렸기에 이와 같이 가장 뛰어난 과보를 얻은 것을 보라.
그리하여 모든 외물들이 부처님만 보게 되면 마땅히 머리 숙일 자들은 머리를 숙이고, 높은 것은 낮아지고 낮은 것은 높게 되어 높고 낮은 것들이 모두 고르게 된다.
아난아, 너는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이 모든 존귀한 어른에 대하여 공경하지 않고 예배도 드리지 않고 자신만 믿고 교만하다가 그 교만으로 해를 입고 그 교만에 매이게 되는 것을 보라.
아난아, 너는 여래의 망만수족 등 모든 것이 착한 행으로 얻는 것이라는 것을 보라.
아난아, 너는 여래가 본래 착한 행을 닦아 보시와 애어ㆍ이행ㆍ동사를 하였으며, 이러한 착한 행을 통해 중생들을 포섭해 보호하시되, 이는 나의 아버지이고 이는 나의 어머니이며, 나의 형제요 자매요 친척이요 친구라는 식으로 분별을 짓지 않으셨던 것을 보라.
아난아, 나는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한결같이 평등해서 마음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아난아, 나는 오래 전부터 중생들을 섭수하고 보시하며 애어ㆍ이행ㆍ동사를 행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범부들을 포섭해 보호하나 저들은 자신들의 선근 복덕의 인연으로 해서 생사의 본제에서 여러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아난아, 나는 중생에 있어 그들이 선근으로 얻는 복락을 그들 스스로 여러 선업을 닦아서 얻게 되는 과보보다도 많이 줄 것이다.
아난아, 모든 세간의 즐거움의 도구들은 모두 다 덧없는 변역법인 것이다.
이처럼 이러한 즐거움의 도구들이 덧없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본래 보살행을 닦을 때에 모든 어리석은 범부들을 위해 부처님의 도리를 성숙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무위의 성스러움과 무루의 즐거움을 얻게 하였으니, 이 무루의 즐거움은 언제나 변하지 않으며 또한 망가져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아난아, 이러한 성스러운 지혜로 마땅히 모든 업을 닦아야 하니, 이처럼 성스러운 지혜로 모든 업을 닦는 것을 이름하여 바른 업이라 한다.
이와 같이 아난아, 나는 본래 또한 일찍이 이와 같은 성스러운 지혜로써 모든 착한 업을 닦았었다.
아난아, 나는 또한 모든 나머지 착한 행들을 다시 설하였거니와, 만일 어떤 중생이 열반하기 위해서 마음을 내어 적은 선근이라도 지어서 여러 종자를 심으며, 불ㆍ여래가 말씀하신 묘한 법을 듣고 그 뜻[의취]을 깊이 이해하며, 여래를 떠올려 생각해서 마음에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눈물을 흘리고, 깊이 탄식하고, 머리털이 곤두서고 하는 자가 있는데 만일 이 사람이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진다고 한다면 그런 이치는 세상에 없으며, 만약 보리의 구경을 얻지 못한다고 한다면 역시 그런 이치는 세상에 없다.
아난아, 그리고 또 어떤 중생이 여래를 떠올리고 법을 깨달아서 눈물을 흘리고 털이 일어서고 탄식하는 자가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아난아, 이를 이상하게 보지 말라.
저들 중생들이 악도에 떨어져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진다고 한다면 그런 이치는 없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방일하지 말고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을 쓰고 모든 착한 업을 닦으라.
아난아, 모든 불세존은 방일하지 않음으로 하여 보리를 증득하셨으며, 그 외에 조도법 또한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었던 것이다.
아난아, 만약 이와 같이 가르침을 잘 받은 자와, 이익을 구하는 자와, 편안한 즐거움을 구하는 자와, 가엾어 함을 구하는 자가 있다고 한다면,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일으켜서 마땅히 이와 같이 지어야 할 것이니, 그 지어야 할 것을 나는 이미 다 지었다.
그러니 너희들은 지금부터 또한 이와 같이 지어서 이러한 진실의 도리가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또한 부처님의 바른 법안이 숨고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아난아, 너는 마땅히 이와 같은 부처님의 법안이 오래 머물게 해야 하며, 각각 하늘과 사람들에게 널리 행하여 유포해야 한다.
아난아, 나는 이제 이 바른 법의 보장을 너에게 부탁하여 맡긴다.
그러니 너는 이를 허물어 사라지게 하지 말고 마땅히 이와 같이 짓도록 하라.
이것이 바로 내가 가르치는 법인 것이다.”
14. 교품
이때 혜명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어떻게 법안을 닦아야 하며, 만일 제가 부처님의 바른 법안을 닦을 경우,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머물러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 대하여 이를 널리 행하여 유포할 수 있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또 어떻게 법안을 결집하고 어떻게 이를 드러내어 말해야 합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에 여러 대덕과 비구의 무리들이 법과 비니를 결집할 때에 저 대덕 마하가섭 이 그 상수가 될 것이다.
아난아, 그때 저들 대덕과 비구들은 마땅히 이렇게 물을 것이다.
‘세존께서 어디서 대아파타나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마하니타나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대집법을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오삼법을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제천이 와서 물었으며, 어디서 천제석이 물었으며, 어디서 제천이 내려왔으며, 어디서 범망경을 설하셨습니까?’
그리고 이처럼 차례차례로 저 여러 비구들이 다시 너에게 물을 것이다.
‘아난아, 부처님께서 어디서 수다라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기야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비야가라나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가타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우타나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니타나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이제비리다가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사다가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비불략을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아파타나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아부타달마를 말씀하셨으며, 어디서 우파제사를 설하셨습니까?’
아난아, 또 부처님께서 어디서 성문장을 말씀하셨으며, 부처님께서 어디서 연각장을 말씀하셨으며, 부처님께서 어디서 보살장을 말씀하셨습니까?’
아난아, 이때 저 비구들이 이와 같이 묻거든 너는 마땅히 이렇게 대답하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에 계셨는데 보리수 아래에서 처음으로 정각을 이루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야성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에 계셨는데 아사바라니구타 나무 아래서 고행을 닦으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날의 선인이 사는 녹야원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부라산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의 비제하산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선인산 중의 대흑방석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성 암라수원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옆 대림정사의 중각강당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파성의 갈가지 곁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야성의 가야산 정상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섬미국의 구사라원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지다성 아유사원의 가라가림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씨 종성이 사는 곳인 가비라성의 니구타원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리불성의 구구타원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투라성의 빈타림 안에 계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성 역사생지의 아리라발제강 옆에 있는 사라쌍수의 그늘에 계셨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차례로 수많은 곳에서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셨으며 수많은 곳에서 대중들이 모였던 것이다.
그 시기에 따라, 내용에 따라, 인연에 따라 그 문답에 인하여 인연을 일으켰으며, 그 사람과 하는 일에 따라 이를 분별해서 그 지혜를 드러내려 하였다.
그 이름과 맛을 따라 내용을 차례차례 갖가지로 풀어 말씀하셨으며, 저들 인과 연의 실마리를 따라 착한 이치와 착한 맛을 널리 사람들을 위해 말씀하셨다.
이처럼 부처님께서 경들을말씀하시자, 모든 대중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이를 정성껏 받들어 행하였던 것이다.
아난아, 그러니 너는 마땅히 이와 같이 법안을 결집하고 이와 같이 분별하여 갖가지로 일을 드러내어 말하도록 하라.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이와 같이 말씀하였으며 네가 또한 이와 같이 들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때 이미 대지가 지극히 나빠져서 여섯 가지의 진동을 일으켜 매우 크게 두려워할 만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털이 곤두서게 하였다.
그리하여 이때에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열여덟 가지의 모습을 나타내었으니, 동쪽이 치솟으면 서쪽이 가라앉고, 서쪽이 치솟으면 동쪽이 가라앉으며, 남쪽이 치솟으면 북쪽이 가라앉고, 북쪽이 치솟으면 남쪽이 가라앉으며, 가운데가 치솟으면 변두리가 가라앉고, 변두리가 치솟으면 가운데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열여덟 가지 모습이라고 함은, 동ㆍ편동ㆍ등편동과 용ㆍ편용ㆍ등편용과 진ㆍ편진ㆍ등편진과 후ㆍ편후ㆍ등편후와 기ㆍ편기ㆍ등편기와 각ㆍ편각ㆍ등편각이다.
그러자 무수한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석범ㆍ호세ㆍ인비인 등이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가바시여, 열반이 너무 빠르십니다.
수가타시여, 열반이 너무 빠르십니다.
세간의 눈이 숨어 사라지심이 너무 빠릅니다.
세간이 어두운 소경이 되어 눈이 없어짐이 너무 빠릅니다.”
혜명 아난이 슬피 울면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바가바시여, 열반이 너무 빠릅니다.
수가타시여, 열반이 너무 빠릅니다.
세간의 눈이 숨어 사라지심이 너무 빠릅니다.
세간이 어두운 소경이 되어 눈이 없어짐이 너무 빠릅니다.
세간의 도사께서 숨고 사라지심이 너무 빠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모든 유위법ㆍ생법ㆍ유법ㆍ분별법ㆍ각지법ㆍ인연생법 ㆍ멸괴법 등이 만약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난아, 너는 긴긴 밤을 몸ㆍ말ㆍ마음을 다하여 여래를 사랑하고 효도하여 한량없이 안락하게 되어 마음에 딴 생각이 없으며 성내고 한탄하고 원망하거나 싫어함이 없었다.
아난아, 너는 이로 인하여 마땅히 큰 신통과 큰 공덕을 얻어서 그 광대하고 한량없기가 마치 감로와 같고 제일의 감로와 같아서 감로의 경계를 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또한 청정한 행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몸ㆍ말ㆍ마음으로 공경하여 공양하되, 또한 내가 한 것처럼 마땅히 그와 같이 배우라.
어째서인가?
아난아, 내가 멸도한 뒤 미래의 세상에서 법이 사라지려고 할 때인 최후의 5백 년 동안에 계율을 지닌 무리들이나 바른 법을 따르는 무리들은 장차 멸하게 될 것이며, 계율을 깨뜨리고 법답지 않은 무리들이 성대하게 되어 바른 법을 헐뜯어서 수명을 단축시키게 될 것이니, 중생이 무너지는 때이고 법이 멸하여 무너지는 때이고 비구승이 무너지게 될 때이다.
아난아, 이때를 당하여 놀랍고 두렵고 공포에 떨며 모든 비구들은 몸을 닦지 않고 마음을 닦지 않으며, 계율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저들 몸의 계율과 마음의 지혜를 닦지 않은 자들이 여섯 곳[육처]에 탐착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을 여섯이라 하는가?
첫째는 발우에 탐착하는 것이고, 둘째는 의복에 탐착하는 것이며, 셋째는 음식에 탐착하는 것이고, 넷째는 침상과 자리에 탐착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방과 집에 탐착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질병의 인연으로 탕약에 탐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들은 훌륭한 옷과 발우를 탐내어 구하는 것으로부터 또한 맛난 약들을 지극히 좋아하여 서로 다투고 싸우며, 번갈아 송사를 제기하여 관청에까지 가서 그 칼끝 같은 말들로 서로를 헐뜯고 미워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저들은 의복ㆍ발우ㆍ음식ㆍ침상ㆍ자리ㆍ방ㆍ집ㆍ탕약 등의 인연으로 해서 서로 미워하면서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여 서로 혼탁한 마음으로 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청정한 행의 몸ㆍ말ㆍ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좋은 것으로 공급하여 공양을 완전히 갖추어라.
모든 청정한 행에 대하여 만약 보거나 듣거나 하거든 그것이 거칠든 세밀하든 믿음이든 행함이든 간에 이에 대해 번뇌의 어지러움을 일으키지 말고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라.
어째서인가?
아난아, 이때를 당하여 지극히 크게 두려워서 명탁ㆍ겁탁ㆍ중생탁ㆍ견탁ㆍ번뇌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속세의 사람들은 이때에 심하게 온갖 고통을 받을 것이니, 그 고통에 시달리고 그 고통에 지쳐서 매우 굶주리고 심한 질병을 앓을 것이며, 도둑들에 시달리고 가뭄과 물난리를 겪고, 나쁜 벌레의 해를 입는 등 온갖 고난을 겪을 것이다.
아난아, 이때 저들 바라문의 장자와 거사들은 비록 이와 같은 괴로움에 시달리고 극도의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여전히 청정한 믿음이 있어서 부처님과 법과 스님에 대하여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수없이 일어나 그 깊은 믿음이 완전히 갖추어질 것이다.
저들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의 인연으로 해서 한 명의 비구에 대해서도 깊은 믿음을 일으켜 보시를 수행하고, 모든 공덕을 짓고 금계를 받아 지켜 이를 읽어 외우고 받아 지켜갈 것이며, 이를 듣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그를 위해서 이를 풀어서 말하여 줄 것이다.
그리하여 법을 듣고 나면 마음에 사랑과 공경함이 생겨서 기뻐하고 뛸 듯이 즐거워할 것이며, 법대로 수행하여 선근들을 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선근으로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다하여 선도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 중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아난아, 너는 이러한 여러 악한 비구들도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마땅히 믿는 마음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했지만, 출가한 뒤에는 옷과 발우에 탐착하고 여섯 가지의 인연으로 해서 세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재가의 속인들은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일으켜서 그 믿음의 선근으로 해서 착한 세계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신율의와 구율의와 의율의를 바르게 하여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저의 공경과 믿음이 빨리 완전히 갖추어지게 해 주시고, 저의 깊은 마음이 정직하게 갖추어지도록 해 주시며, 저의 몸과 마음에 착한 생각이 갖추어지도록 해주소서.’
어째서인가?
아난아, 몸과 말과 마음의 업이 착한 생각을 하지 않을 경우 다섯 가지 허물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망어이고, 둘째는 양설이며, 셋째는 기어이고, 넷째는 탐욕이며, 다섯째는 육신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나서 세 가지의 악도에 떨어져 지옥에 태어나는 것이다.
아난아, 그런데 착한 생각이란 마땅히 다섯 가지 공덕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망어를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양설을 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기어를 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육신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다한 뒤에 선도의 여러 하늘과 사람들 속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아난아, 만약 어떤 자가 싸움과 헐뜯음과 시비와 다투려고 한다면, 그 마음을 조복하여 부드럽지 못하고 혼탁한 마음으로 변덕스러워서 파괴하는 자라면, 그에게는 다섯 가지 과실이 있으니, 첫째는 망어이고, 둘째는 양설이며, 셋째는 모든 지계에 대하여 공경과 믿음을 갖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밤낮으로 근심과 괴로움에 싸여 악한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육신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다하여 세 가지 악한 세상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는 것이다.
아난아, 그리고 만약 또 어떤 사람이 그 마음이 자애와 착함에 머문다고 한다면 그는 마땅히 열한 가지 공덕의 이익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열한 가지인가?
첫째는 잘 때는 안온하고 깨면 마음이 즐거운 것이며, 둘째는 나쁜 꿈을 꾸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인비인이 사랑하는 것이며, 넷째는 하늘들이 옹호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독이 해로움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며, 여섯째는 칼날이나 살촉에도 다치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불에 타지 않는 것이며, 여덟째는 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며, 아홉째는 언제나 좋은 의복ㆍ반 찬ㆍ음식ㆍ침상ㆍ자리ㆍ와구ㆍ병환의 탕약을 얻는 것이며, 열째는 높은 이의 법을 얻는 것이며, 열한째는 육신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다한 뒤 범천에 태어나는 것이다.
아난아, 마음이 자애롭고 착함에 머물면 이와 같이 열한 가지 공덕의 이익을 얻는다.
그러므로 아난아, 현재와 내가 멸도한 뒤에 스스로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등불을 구하지 말고 다른 귀의를 구하지 말라.
아난아, 무엇을 비구가 스스로의 법등을 밝히고 스스로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등불을 구하거나 다른 것에 귀의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는가?
아난아, 만약 어떤 비구가 내신을 관찰하는데, 몸을 따라 관찰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일심에만 생각을 두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한다면 만일 이처럼 내신을 관찰하는데 몸을 따라 관찰하고 내수와 내심과 내법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정진하며, 한 마음에만 생각을 두어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한다면 아난아, 이것이 바로 비구가 스스로의 법등을 밝히고 스스로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등불을 구하지 않고 다른 귀의를 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내가 도사가 되어 모든 성문들에 대하여 지어야 할 것들은 이미 다 지었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제 이와 같이 지어야 할 것이다.
이는 내 가르침의 방법인 것이다.
마땅히 조용하고 한적한 곳인, 무덤 사이나 나무 그늘이나 빈 집이나 드러난 땅에서,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지런히 지관을 닦아서 고통의 근본을 끊을 것만 생각하고, 부디 방일하지 말라.
네가 만일 방일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뉘우치고 한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내가 이미 바른 도리를 말하여
지혜롭지 못한 화살촉들을 뽑아버렸네.
이제 너는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들을.
모든 견해를 정히 하려면
이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네.
수행하는 자는 해탈을 얻어서
모든 마의 결박을 끊어버리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행을 닦기만 한다면
모든 고통을 능히 건너서
모든 부처님의 소원을 가득 얻으리라.
이때 세존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혜명 아난과 모든 비구와 찾아온 여러 대중들, 그리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 아수라와 건달바와 모든 세간들이 부처님이 말씀한 것을 듣고 슬프면서도 기뻐서 손을 들어 머리를 치며, 가슴을 두드리고 울부짖으며, 슬피 울면서 이를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