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당(唐) 계빈국삼장(罽賓國三藏) 반야(般若)한역
이운허 번역
1. 이 경을 말씀한 곳과 들은 이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실라벌성(室羅筏城)의 서다림(逝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 있는 화려하게 장엄된 누각에서 보살마하살 5천 명과 함께 계시었다. 그들의 이름은 보현보살마하살(普賢菩薩摩訶薩)과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마하살을 상수(上首)로 해서, 지혜승지(智慧勝智)보살·보현(普賢)보살·무착승지(無著勝智)보살·화승지(華勝智)보살·일승지(日勝智)보살·월승지(月勝智)보살·무구승지(無垢勝智)보살·금강승지(金剛勝智)보살·무진로승지(無塵勞勝智)보살·비로자나승지(毘盧遮那勝智)보살·성수당(星宿幢)보살·수미당(須彌幢)보살·보승당(寶勝幢)보살·무애당(無礙幢)보살·화당(華幢)보살·무구당(無垢幢)보살·일당(日幢)보살·묘당(妙幢)보살·이진당(離塵幢)보살·비로자나당(毘盧遮那幢)보살·지위덕광(地威德光)보살·보위덕광(寶威德光)보살·대위광(大威光)보살·금강지광(金剛智光)보살·무구광(無垢光)보살·법일광(法日光)보살·복산광(福山光)보살·지염광(智焰光)보살·보현길상광(普賢吉祥光)보살·보현염광(普賢焰光)보살·지장(地藏)보살·허공장(虛空藏)보살·연화장(蓮華藏)보살·보장(寶藏)보살·일장(日藏)보살·정덕장(淨德藏)보살·법해장(法海藏)보살·비로자나장(毘盧遮那藏)보살·제장(臍藏)보살·연화길상장(蓮華吉祥藏)보살·묘안(妙眼)보살·청정안(淸淨眼)보살·무구안(無垢眼)보살·무착안(無著眼)보살·보견안(普見眼)보살·묘관안(妙觀眼)보살·청련화안(靑蓮華眼)보살·금강안(金剛眼)보살·보안(寶眼)보살·허공안(虛空眼)보살·보안(普眼)보살·천관(天冠)보살·변조법계마니지관(徧照法界摩尼智冠)보살·도량관(道場冠)보살·광명변조시방관(光明徧照十方冠)보살·제불소찬관(諸佛所讚冠)보살·초제세간관(超諸世間冠)보살·광명보조관(光明普照冠)보살·무능승관(無能勝冠)보살·지제여래사자좌관(持諸如來師子座冠)보살·대광보조법계허공관(大光普照法界虛空冠)보살·범왕계(梵王髻)보살·석주계(釋主髻)보살·일체제불변화차별광명계(一切諸佛變化差別光明髻)보살·진실보리장계(眞實菩提場髻)보살·일체원해성마니왕계(一切願海聲摩尼王髻)보살·출생대사제불원광마니왕계(出生大捨諸佛圓光摩尼王髻)보살·현등허공계일체보개마니왕계(現等虛空界一切寶蓋摩尼王髻)보살·현일체불신통광당망수부마니왕계(現一切佛神通光幢網垂覆摩尼王髻)보살·출일체불대법륜성계(出一切佛大法輪聲髻)보살·대복원만명자음성계(大福圓滿名字音聲髻)보살·대염광(大焰光)보살·무구염광(無垢焰光)보살·이구위덕염광(離垢威德焰光)보살·보염광(寶焰光)보살·성수염광(星宿焰光)보살·법염광(法焰光)보살·적염광(寂焰光)보살·일염광(日焰光)보살·신통염광(神通焰光)보살·천염광(天焰光)보살·복취(福聚)보살·지취(智聚)보살·법취(法聚)보살·신통취(神通聚)보살·광염취(光焰聚)보살·화취(華聚)보살·보리취(菩提聚)보살·범취(梵聚)보살·일체중생광취(一切衆生光聚)보살·마니보취(摩尼寶聚)보살·범성(梵聲)보살·대해성(大海聲)보살·대지후성(大地吼聲)보살·세주성(世主聲)보살·산왕자재성(山王自在聲)보살·변만일체법계성(徧滿一切法界聲)보살·일체법해조성(一切法海潮聲)보살·최파일체마력성(摧破一切魔力聲)보살·대비운뢰교성(大悲雲雷敎聲)보살·속질구호일체세간고뇌성(速疾救護一切世間苦惱聲)보살·법출생(法出生)보살·승출생(勝出生)보살·지출생(智出生)보살·복덕수미출생(福德須彌出生)보살·최승공덕보왕출생(最勝功德寶王出生)보살·명칭출생(名稱出生)보살·보현광출생(普賢光出生)보살·대비출생(大悲出生)보살·지취출생(智聚出生)보살·여래종성출생(如來種姓出生)보살·광길상(光吉祥)보살·최승길상(最勝吉祥)보살·정용출생길상(正勇出生吉祥)보살·비로자나길상(毘盧遮那吉祥)보살·연화길상(蓮華吉祥)보살·월길상(月)보살·허공길상(虛空)보살·보길상(寶)보살·적길상(積)보살·지혜길상(智慧吉祥)보살·산자재왕(山自在王)보살·법자재왕(法自在王)보살·세자재왕(世自在王)보살·범자재왕(梵自在王)보살·수자재왕(數自在王)보살·용자재왕(龍自在王)보살·적정자재왕(寂靜自在王)보살·부동자재왕(不動自在王)보살·위력자재왕(威力自在王)보살·최승자재왕(最勝自在王)보살·최적음(最寂音)보살·무등음(無等音)보살·지진음(地震音)보살·대해조음(大海潮音)보살·대운뢰음(大雲雷音)보살·법광음(法光音)보살·허공음(虛空音)보살·일체중생광대선근음(一切衆生廣大善根音)보살·연석대원음(演昔大願音)보살·항마왕중음(降魔王衆音)보살·보각(寶覺)보살·수미각(須彌覺)보살·허공각(虛空覺)보살·무구각(無垢覺)보살·무착각(無著覺)보살·광대각(廣大覺)보살·개부각(開敷覺)보살·보조삼세각(普照三世覺)보살·광엄각(廣嚴覺)보살·보관각(普觀覺)보살·법계광명각(法界光明覺)보살들이었다.
이러한 으뜸가는 보살마하살들이 모두 보현보살의 수행과 원력으로 나신 이들이므로, 다니는 데에 걸림없으니 모든 부처 세계에 두루한 까닭이며, 몸을 나타냄이 그지없으니 여러 여래를 가까이 섬긴 까닭이며, 모든 번뇌[蓋障]를 벗어나 깨끗한 달 같으니 부처님들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까닭이며, 현재에 깨닫는 지혜[現覺智]를 얻었으니 부처님들이 나타내시는 자재하고 신통한 경계를 모두 보는 까닭이며, 한량없이 밝음을 얻었으니 부처님들의 법 바다의 지혜 광명을 비추어 본 까닭이며, 걸림없는 알음알이를 갖추었으니 청정한 변재로 끝없는 겁 동안에 다함없이 부처님 공덕을 말한 까닭이며, 가장 훌륭한 지혜에 머물러 마치 허공과 같으니 행한 바가 깨끗하여 물들지 않은 까닭이며, 의지한 데가 없으니 모든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하는 대로 몸을 나타내는 까닭이며, 모든 장애[翳障]를 여의었으니 중생[衆生]이니, 내[我]니, 사람[人]이니, 오래 사느니[壽] 하는 집착이 모두 실지[有]가 아님을 안 까닭이며, 지혜가 두루함이 마치 허공과 같으니 큰 광명으로 법계를 비추는 까닭이다.
또 5백 성문(聲聞) 대중과 함께 계셨으니, 그 성문들은 큰 위엄과 덕이 있어 참 이치[眞諦]를 깨달아 진여(眞如)의 근본까지 증득하였으며, 법의 성품에 깊이 들어가 나고 죽는 데서 영원히 뛰어났으며, 여래의 공한 경계에 의지하였으며, 번뇌[結使]의 속박을 벗어나 의지한 곳에 집착하지 아니하였으며, 마음이 고요하여 허공과 같았으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의혹을 아주 끊었으며, 부처님 지혜 바다에 깊이 믿고 들어간 이들이었다.
또 한량없는 세간 임금[世主]들과 함께 계셨으니, 그들은 벌써부터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모든 중생들을 부지런히 이롭게 하였으며, 여러 중생에게 청하지 않은 벗[不請友]이 되어 돌아갈 데 없는 이[無歸向者]를 항상 보호하며, 세간을 버리지 않고 훌륭한 지혜에 들어갔으며, 부처님의 가르치신 경계로부터 났으며, 여래의 바른 법을 보호하여 지니고 큰 서원을 세워 여래의 내림[佛種]을 끊이지 않게 하였으며, 실행과 서원의 힘으로 여래의 집에 나서 여래의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지성으로 구하는 이들이었다.
2. 부처님께서 삼매에 드시다
이때에 보살들과 성문들과 세상의 여러 임금들과 또는 그들의 권속들이 모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래의 경계, 여래의 지혜와 행, 여래의 신통, 여래의 힘, 여래의 두려움 없음, 여래의 삼매, 여래의 머무는 데, 여래의 수승함, 여래의 몸, 여래의 지혜 등은 모든 세상의 하늘과 사람들이 통달할 수 없으며, 들어갈 수 없으며, 믿고 이해할 수 없으며, 두루 알 수 없으며, 분별할 수 없으며, 생각할 수 없으며, 살펴볼 수 없으며, 가려낼 수 없으며, 열어 보일 수 없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깨달아 들어가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부처님으로부터 주어진 힘[加被力]과 부처님의 신통하신 힘과 부처님의 위엄과 덕망의 힘, 그리고 부처님의 본래 서원하신 힘이거나, 자기가 지난 세상에 지은 선근(善根)의 힘과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모신 힘과 깨끗하게 믿는 힘과 마음으로 크게 원하는 힘과 보리(菩提)로 나아가려는 깨끗한 마음의 힘과 일체지를 구하는 광대한 행과 서원의 힘만을 제외될 것이다.
바라건대 세존께서 훌륭하신 방편으로 우리와 중생들의 가지가지 마음[心量]과 가지가지 믿음[信解]과 가지가지 지혜와 가지가지 언어와 가지가지 명목과 가지가지 깨달음과 가지가지 지위와 가지가지 깨끗한 근기와 가지가지 뜻의 수단 방법[意方便]과 가지가지 마음의 경계와 가지가지 여래를 의지한 공덕을 수순하시면, 그대로 말씀하시는 법문을 능히 들을 것이니, 여래께서 지난 세상에 일체지를 구하시던 길과 지난 세상에 일으키신 보살의 큰 서원과 지난 세상에 깨끗하게 하신 모든 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증득하신 모든 보살의 지위와 지난 세상에 원만히 하신 모든 보살의 행과 지난 세상에 지혜로 장엄하신 길과 지난 세상에 행하신 깨끗한 길과 지난 세상에 뛰어나신 법 바다와 지난 세상에 신통으로 유희하신 장엄의 바다와 지난 세상에 모아 놓으신 한량없는 본사(本事)에 상응하는 수행의 바다를 나타내어 보여 주시며, 또 여래께서 지금[現前] 정각을 이루신 신통 지혜의 바다와 여래께서 자재하게 법륜을 굴리심과 여래께서 신통으로 부처 세계를 깨끗하게 하심과 여래께서 모든 중생을 조복 받는 묘한 방편의 바다들을 열어 주시며, 여래께서 일체지의 성(城)을 열어 보이시며, 여래께서 모든 중생에게 길을 보여 주시며, 여래께서 모든 중생들의 나고 죽는 데에 잘 들어가시며, 여래께서 모든 중생에게 가장 좋은 복전(福田)이 되시며, 여래께서 중생들을 위하여 보시 공덕을 말씀하시며, 여래께서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과 행실을 수기하시며, 여래께서 중생들을 위하여 가르치고 경계하시며, 여래께서 삼매 신통으로 모든 영상(影像)을 나타내시니, 이러한 법을 대자비로 우리들에게 말씀해 주셨으면…….’
그 때에 세존께서는 보살들과 대중들의 생각을 모두 아시고, 대비(大悲)로 몸을 삼고, 대비로 문을 삼으며, 대비로 으뜸을 삼고, 대비법으로 방편을 삼아서 허공에 가득 차고 법계에 두루하여 사자빈신삼매(師子頻申三昧)에 드시었다. 이 삼매에 드시니 모든 세간이 다 청정하여지고, 동시에 대장엄누각(大莊嚴樓閣)이 홀연히 높고 넓고 화려하여져서 법계에 가득하되, 거기에는 금강으로 바닥[地]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꾸며졌으며, 여의 보배 그물과 제일가는[無能勝] 짐대[幢]가 그 가운데 벌여 있고, 무수한 보배 꽃과 마니보배로써 그 위에 흩었으며, 온갖 보배가 곳곳마다 가득하였다. 비유리(毘瑠璃)로 기둥이 되어 광명이 멀리 비치는 마니보배로 장엄하였으며, 염부단금과 마니보배로 골고루 장식하였다. 일체의 보배로 된 문과 들창과 바라지를 찬란하게 서로 비치며 간 데마다 마주 열렸고, 섬돌과 층계와 난간들이 모두 일체의 묘한 보배로 되어서 신기한 모양과 훌륭한 형상이 세상 임금과도 같으며, 여러 중생들이 가지가지 모양으로 된 마니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다. 문 옆에는 짐대와 깃발을 세웠는데, 낱낱 장엄에서 제각기 광명이 흘러나와 법계에 퍼지고, 누각 밖에는 축대와 층계와 난간들이 한량없이 많아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것들은 모두 마니보배로 되었고, 여러 가지 보배로 두루 장식하였다. 그 때에 또 부처님의 신력으로 서다림(逝多林)이 별안간 넓어졌다. 수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와 같은 불세계들의 너비[量]와 같아져서 여러 가지 기묘한 보배로 사이사이 장식하였고, 엄청나게 많은 보배로 땅을 단장하였다. 수없는 마니보배로 담을 쌓았고, 다라(多羅) 나무가 아름답게 줄지어 서고, 그 사이로는 수많은 내[香河]가 있는데, 향기로운 물로 가득 차고, 그 흐름이 빨라 여울지고 소용돌았다. 여러 가지 보배 꽃이 물결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서 모든 불법(佛法) 소리를 내고, 불가사의한 보배로 분타리(芬陀利) 꽃봉오리가 방실거리며, 일체의 묘한 보배로 파두마(波頭摩)꽃도 곱게 피어 너울거리고, 수없이 많은 묘한 보배 꽃나무가 언덕에 무성하였다. 불가사의한 가지가지 보배로 이루어진 정자와 누각이 언덕 위에 차례로 서 있는데, 마니보배 그물로 덮이었고, 아승기 마니보배는 광명을 놓으며 아승기 여러 보배로 땅을 단장하였다. 여러 가지 향을 간직한 광[藏]에서는 향기가 무럭무럭 올라와 법계에 두루 번졌다.
또 한량없는 보배 짐대[幢]를 세웠으니, 한량없는 보배 향 짐대, 한량없는 보배 옷 짐대, 한량없는 보배 깃발 짐대, 한량없는 보배 비단 짐대, 한량없는 보배 꽃 짐대, 한량없는 보배 영락 짐대, 한량없는 보배 화만 짐대, 한량없는 보배 방울 짐대, 한량없는 보배 그물 짐대, 한량없는 마니보배 일산 짐대들이며, 또 한량없는 광명이 비치는 마니보배 짐대, 한량없는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원만한 음성 마니보배 짐대, 한량없는 사자가 노니는 마니보배 짐대, 한량없는 여래의 본사(本事)를 말하여 상응하는 행의 바다 마니보배 짐대, 법계의 갖가지 영상을 나타내는 마니보배 짐대들이 있는데, 이러한 보배 짐대들이 시방의 처처마다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때에 서다림의 허공에는 수없이 많은 하늘 궁전의 누각 구름이 있었고, 또 수없는 향나무 구름과 말할 수 없는 수미산 구름이 있었으며, 말할 수 없는 풍류 구름에서는 묘한 노래로 여래를 찬탄하고, 말할 수 없는 연꽃 구름이 두루 덮여 장엄하였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사자좌 구름에는 하늘 옷을 깔고, 보살이 그 위에 앉아서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였다. 말할 수 없는 천왕의 형상으로 된 마니보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흰 진주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붉은 진주 누각 구름이 두루 덮이었고, 말할 수 없는 일체의 견고한 금강주 구름에서는 장엄거리를 내리는 등, 이러한 온갖 보배로 장엄한 구름이 온 법계와 허공계를 두루 장엄하였다.
왜냐 하면 여래의 심으신 깨끗한 선근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의 이룩하신 깨끗한 법 무더기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의 위신력으로 비밀하게 도와주심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의 한 몸으로 온갖 세계에 두루하시는 변화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의 신통으로 시방에 있는 세계와 일체 부처님이 그 몸에 들어가는 일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께서 한 티끌 속에 온갖 차별한 세계를 나타내는 일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께서 낱낱 털끝에 지나간 세상[過去際] 여러 부처님을 차례로 나타내심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께서 낱낱 털구멍으로 놓으시는 낱낱 광명이 온갖 세계에 비치는 일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께서 낱낱 털구멍으로 일체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변화하는 구름을 내어 모든 부처 세계에 가득 차게 하는 일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의 낱낱 털구멍에 시방세계가 이루어지고 부서지는 세월을 나타내는 일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서다림(逝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서 부처 국토의 깨끗한 장엄을 보듯이, 시방 법계의 허공에 있는 모든 세계에서도 그렇게 보게 되었으니, 이른바 여래의 몸이 서다림에 두루하여 보살 대중들이 각각 원만함을 보았고, 모든 장엄거리를 내려 장엄하게 시설함을 보았으며, 여러 가지 보배에서 위력 광명 구름을 놓아 법계에 비치는 것을 보았고, 온갖 마니보배를 내려 두루 장엄함을 보았으며, 장엄한 일산 구름을 내려 모든 세계를 덮는 것을 보았고, 여러 하늘들의 변화하는 몸 구름을 내려 묘하게 단장함을 보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꽃나무를 내려 꽃이 만발한 것이 바다와 같음을 보았고, 온갖 비단 구름을 내려 둥실둥실 떠돌게 하는 것을 보았으며, 온갖 의복 구름을 내려 어지럽게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 또 무수한 화만 영락 구름이 끊임없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고, 여러 가지 사르는 향 구름을 내려 피어오르는[旋轉] 모양이 마치 중생의 몸과 같음을 보았다. 온갖 보배 꽃 그물 구름을 내려 두루 장엄하는 모습이 끊이지 않음을 보았고, 갖가지 가루향 구름을 내려 향기가 시방에 퍼지는 것을 보았으며, 모든 보배 짐대와 깃발 구름을 내려 천녀(天女)들이 붙잡고 공중에서 도는 것을 보았다. 또 보배 일산 구름을 내리는데 그 일산은 크게 둥글어 여러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고, 아름다운 연꽃으로 그 위를 장엄한 데다가 풍악 소리가 흘러나와 온 법계에 울려 퍼지는 것을 보았으며, 모든 사자좌 구름을 내리는데 중생들의 형상과 같은 보배 화만과 보배 영락으로 장엄한 것을 보았다.
3. 보살들이 모여 오다 [1]
이때에 비로자나부처님께서는 이 사자빈신(師子頻申)삼매에 머무시었다. 동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世界海) 밖에 한 세계해가 있었으니, 이름이 금사등운당(金沙燈雲幢) 세계요, 부처님 명호는 비로자나길상위덕왕(毗盧遮那吉祥威德王)이시고, 그 여래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비로자나염원장광명(毗盧遮那願藏光明)인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 부처님 국토의 도량으로부터 이 사바세계 비로자나부처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여러 가지 공양거리 구름을 만들었다.
이른바 하늘 꽃구름·하늘 향 구름·하늘 연꽃 구름·하늘 화만 구름·하늘 보배 구름·하늘 영락 팔찌 구름·하늘 일산 구름·하늘 미묘한 옷 구름·하늘 보배 짐대 깃발 구름·하늘의 온갖 훌륭한 장엄거리 구름을 만들어 허공 법계에 가득 채웠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공양을 올리고는 즉시 동쪽에 보배로 장엄한 누각을 변화로 만드니, 마니 그물이 위에 덮이었고, 누각 안에는 광명이 시방에 비치는 마니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가 변화로 만들어져 있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앉았는데 여의 마니보배 그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남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금강해장(金剛海藏) 세계요, 부처님 명호는 보광변조길상장왕(普光徧照吉祥藏王)이시고, 그 여래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난최복속질정진왕(難摧伏速疾精進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도량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가지가지 훌륭한 보배 화만 등 온갖 공양거리를 둘러가며 장엄하였다.
곧, 온갖 보배 향 화만·온갖 보배 수레 그물 화만·온갖 보배 영락 화만·온갖 금강 영락 화만·온갖 마니보배 그물 화만·온갖 보배 비단 화만·온갖 보배 형상 영락 화만·온갖 상서로운 광명을 나타내는 마니 영락 화만·온갖 비로자나 마니 장엄 그물 화만·온갖 사자 걸음 하는 마니 영락 그물 화만 들을 받들고, 신통의 힘으로 모든 세계해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남쪽에 비로자나 보배로 장엄한 훌륭한 누각을 변화로 만드니, 마니 그물이 위에 덮이었고, 누각 안에는 시방에 비치는 마니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가 변화로 만들어져 있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구소마(拘蘇摩)꽃의 미묘한 보배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서방(西方)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수미산당비로자나마니보등(須彌山幢毘盧遮那摩尼寶燈) 세계요, 부처님 명호는 법계지등왕(法界智燈王)이시고, 그 여래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보변출생길상위덕왕(普徧出生吉祥威德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가지가지 수미산 구름을 일으키었다.
곧,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빛의 짐대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빛의 바르는 향·사르는 향·가루향으로 된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빛의 금빛 장엄 마니보배 등 여러 가지 기구의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광명으로 원만하게 장엄한 별[星宿] 짐대의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빛의 금강 월장 마니로 장엄한 경계의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광명이 법계에 비치는 염부단금 마니왕 짐대의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법계의 차별한 광명이 널리 비치는 온갖 마니왕 짐대의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여래의 차별한 상호로 된 마니왕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여래가 본래 보살행 닦으시던 본사인연(本事因緣)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성을 내는 마니왕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여래가 도량에 두루 앉으시는 마니왕으로 된 수미산 구름 들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서쪽에 온갖 향 누각을 변화로 만드니, 진주 그물이 위에 덮이었고, 누각 안에는 가지가지 인다라(因陀羅)의 차별한 광명 마니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가 변화로 만들어져 있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여의 마니보배 관을 쓰고 여러 가지 빛 마니주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보의광염당(寶依光幢)이요, 부처님 이름은 길상대광명변조일체허공법계(吉祥大光明徧照一切虛空法界)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무애길상승장왕(無礙吉祥勝藏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온갖 훌륭한 보배옷 구름을 일으켜 온 허공에 두루 장엄하였다.
곧, 누른 광명 마니옷 구름, 가지각색 향을 풍기는 마니옷 구름, 깨끗한 햇빛 짐대의 마니옷 구름, 금빛이 치성하여 상서로운 빛이 비치는 마니옷 구름, 온갖 보배 광명이 나오는 마니옷 구름, 모든 훌륭한 별 모양의 마니옷 구름, 흰 구슬빛 인다라 그물 마니옷 구름, 비로자나 훌륭하고 상서로운 빛이 찬란한 마니옷 구름, 광명이 모든 경계에 널리 비치어 시방 법계마다 광명을 내어 서로 비추게 하는 비로자나 마니옷 구름, 바다를 장엄하는 마니옷 구름 들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북쪽으로 바다에서 나온 여의 마니 누각과 비유리 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성수당(星宿幢) 장엄한 마니보배로 계명주(髻明珠)를 만들고, 사자 걸음 위덕이 있는 마니보배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동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일체대지왕(一切大地王)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방보광망변조법계무상안(放寶光網徧照法界無相眼)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묘변화변법계원월왕(妙變化徧法界願月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가지가지 보배로 꾸민 누각 구름을 만들었다.
곧, 온갖 보배 짐대를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향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사르는 향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백단향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구소마꽃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마니보배를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금강 보배를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염부단금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비단옷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온갖 훌륭한 연꽃을 나타내는 누각 구름 들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공양하기를 마치고, 즉시 동북쪽에 온갖 법계문 보배 산봉우리 여의 마니 누각과 비길 데 없는 향왕 마니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가지가지 색의 마니보배로 꾸민 관을 쓰고, 구소마꽃 여의 보배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동남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향운장엄당(香雲莊嚴幢)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용자재왕(龍自在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법혜광명위덕왕(法慧光明威德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아름다운 보배빛이 원만한 광명 구름을 일으켰다.
이른바 금빛 짐대 원만한 광명 구름·끝없는 보배빛 원만한 광명 구름·여래 정계(頂髻)빛 원만한 광명 구름·여래 양미간 털빛 원만한 광명 구름·가지가지 보배빛 원만한 광명 구름·연화장빛 원만한 광명 구름·보배 나무 늘어진 가지빛 원만한 광명 구름·마니보배빛 원만한 광명 구름·염부단금빛 원만한 광명 구름·해 달 별빛 원만한 광명 구름 등 이런 구름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동남쪽에 때 없는 마니 구소마꽃 비로자나 상서로운 마니왕 누각과 금강 마니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보배빛 마니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서남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일장광명마니보왕(日藏光明摩尼寶王)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보지광조법월왕(普智光照法月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최쇄일체마력지당왕(摧碎一切魔力智幢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온갖 털구멍으로 허공과 같은 가지가지 불꽃 구름을 내었다.
곧, 구소마꽃 보배의 불꽃 구름, 가지가지 음악 보배의 불꽃 구름, 온갖 빛 보배의 불꽃 구름, 금강 보배의 불꽃 구름, 갖가지 향을 풍기는 보배 옷의 불꽃 구름, 용과 같은 번갯빛 보배 불꽃 구름, 비로자나 마니보배의 불꽃 구름, 광명이 솟아오르는 마니보배의 불꽃 구름, 상서로운 빛 치성하는 마니보배의 불꽃 구름, 삼세(三世) 평등한 여래의 넓은 광명 교법 마니보배의 불꽃 구름 들이 낱낱 털구멍에서 나와 허공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서남쪽으로 한 순간에 시방 법계에 나타나는 가지가지 광명 마니보왕 누각과 향 불꽃 등불 마니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때 없는 마니보배 광명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서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원장(毗盧遮那願藏)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보광변조수미산왕(普光徧照須彌山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비로자나원지성수당(毗盧遮那願智星宿幢)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잠깐 잠깐에 그 몸의 온갖 몸매와 부분[肢分]과 털구멍에서 낱낱이 삼세(三世)의 여러 가지 그림자 구름을 내었다.
곧, 모든 여래의 그림자 구름·모든 보살의 그림자 구름·모든 여래 회상의 그림자 구름·모든 여래의 변화하는 바퀴의 그림자 구름·모든 여래의 지난 세상일과 어울리는 몸의 그림자 구름·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그림자 구름·모든 여래 보리수 가지가지 빛의 그림자 구름·모든 여래 신통의 그림자 구름·모든 세간 임금[世主]의 그림자 구름·모든 깨끗한 부처 세계의 그림자 구름을 찰나찰나 내어 이러한 구름들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공양하기를 마치고, 즉시 서북쪽 시방에 비치는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장엄한 누각과 광명이 온갖 세계에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많은 불꽃 마니보배 관을 쓰고 이길 이 없는 광명 진주 그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3. 보살들이 모여 오다 [2]
그 때에 하방(下方)으로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일체여래원만보염광(一切如來圓滿普焰光)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무착지성수당왕(無着智星宿幢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파제개장용맹지자재왕(破諸蓋障勇猛智自在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그 몸의 낱낱 털구멍에서 가지가지 법 바다를 연설하는 아름다운 음성 구름을 내었다.
곧, 온갖 법의 뜻과 중생의 말을 연설하는 다라니 바다 음성 구름, 온갖 삼세 보살의 수행하는 방편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의 서원 방편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의 원만하고 깨끗한 바라밀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의 온갖 세계에 가득찬 원만한 행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이 가지가지 신통 이루는 것을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깨뜨리고 번뇌를 소멸하여 정각을 이루는 신통을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법 수레[法輪]를 굴리는 가지가지 명구와 수다라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이 중생의 자격에 따라 교화하고 조복하는 방편행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그들의 시기와 선근과 소원에 따라 일체지지를 얻게 하는 좋은 방편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들을 내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하방에 모든 여래 궁전의 광명을 나타내는 가지가지 빛깔 보배 누각과 모든 기묘한 형상 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온갖 보리도량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 관으로써 그 몸을 장엄하였다.
상방(上方)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무진불종성(無盡佛種性)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보지원만차별광명대성왕(普智圓滿差別光明大聲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보변법계대원제(普遍法界大願際)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 도량으로부터 이 사바세계 비로자나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제각기 그 몸의 온갖 몸매·온갖 부분[身分]·온갖 뼈마디·온갖 털구멍·온갖 말소리·온갖 구절·온갖 의복·온갖 장엄거리에서 비로자나부처님 등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지금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그 권속들을 나타내며, 시방세계의 깨끗하고 더럽고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나타내었다.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보시[檀那]바라밀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아 놓은 모든 보시한 이와 받은 이와 재물과 그 일[本事]의 그림자들과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지계[尸羅]바라밀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은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인욕[提]바라밀로, 사지[肢體]를 끊어도 마음이 끄떡하지 않던 일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은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정진[毗梨耶]바라밀에 용맹하게 나아가며 물러나지 않는 일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은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구하시던 모든 여래의 선정[禪那]바라밀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이루던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서 구하시던 반야(般若)바라밀과 모든 여래께서 굴리신 법의 수레와 이루신 법에 용맹심을 내어 온갖 것을 모두 버리던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의 지나간 세상에서 이루신 방편(方便)바라밀로 모든 부처님을 뵈옵기 좋아하며, 모든 보살도를 행하기 좋아하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좋아하던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세우신 서원 [願]바라밀로 모든 보살의 엄청난 서원을 깨끗이 장엄한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이루신 보살의 힘[力]바라밀로 가지가지 행을 알고 깨끗하게 화합한 일과 그 일의 그림자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지혜[智]바라밀로 가지가지 차별된 깨달음의 법문을 원만하고 청정하게 하던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어, 이렇게 나타낸 온갖 여래의 지난 세상 행하신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가 모두 크고 넓은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 즉시 상방에 모든 금강으로 가지가지 장엄한 누각과 제청(帝靑) 금강으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삼세 여래의 이름을 연설하는 큰 음성의 바다를 내는 마니보배로 계명주(髻明珠)가 되어 보배 관을 꾸미었고, 온갖 보배 광명이 치성한 마니왕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이렇게 시방에서 모든 보살들이 제각기 가지가지 신통으로 가지가지 공양 구름을 일으키면서 도량에 모여 와서 법계에 두루 찼으니, 이 보살들과 그 권속들은 모두 보현보살의 행과 원으로부터 났으며, 깨끗한 지혜의 눈으로 삼세(三世) 모든 부처님들의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몸매를 보며, 걸림이 없는 귀로써 시방 모든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수다라를 들으며, 모든 보살들의 수승하고 자재한 저 언덕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잠깐 잠깐에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며, 한 몸이 온갖 세계에 가득하여 모든 부처님들의 대중 회상에 나타나고, 광명이 온갖 세계에 두루 비치며, 한 티끌 속에서도 시방의 허공에 있는 모든 세계를 나타내며, 저러한 세계마다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들을 조복(調伏)하여 성취시키되 조금도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온갖 털구멍으로 내는 소리가 시방세계에 들리어 여래의 묘한 법 수레의 넓은 경계를 연설하며, 모든 중생은 다 환술과 같은 줄 알며, 모든 여래는 다 그림자와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간에서 업을 따라 태어나는 것은 다 꿈과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간에 나타나는 과보(果報)는 모두 거울 속 영상과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간에 생겨나는 물건은 다 아지랑이와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계들은 마음을 의지하여 머무는 것이 변화함과 같은 줄 알며, 부처님의 열 가지 지혜[十種智力]를 통달하였으며, 위엄과 덕망의 자재함이 큰 황소와 같아 두려움이 없으며, 말솜씨가 사자후(師子吼)와 같아서 그지없는 변재의 큰 바다를 얻었으며, 중생들의 모든 비밀한 바다를 모두 알며, 여러 가지 말이나 글의 지혜 바다에 깊이 들며, 법계가 허공과 같은 줄 알며, 보살들의 신통과 지혜를 얻었고, 위엄의 힘이 용맹하고 웅장하여 마군들을 항복 받으며, 지혜의 힘이 밝고 철저하여 삼세의 일을 분명히 알며, 모든 법이 서로 어기지 않는 줄을 알면서 항상 일체지의 자리를 구해서, 끊임이 없는 지혜로 모든 세간에 나아가며, 법계를 아는 지혜로 모든 교법의 바다를 내어 흐르게 하며, 신통을 얻어서 시방의 모든 세계가 서로서로 들어가게 하며, 선한 일을 닦은 힘으로 여러 세계에 마음대로 태어나며, 모두 보는 눈을 얻어서 시방의 온갖 세계의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보며, 막힘이 없는 지혜를 얻어서 작은 경계에 큰 세계를 나타내고 큰 경계에 작은 세계를 나타내며, 자재한 힘으로 한 부처님에게서 일체 부처님의 공덕과 지혜를 얻으며, 위신(威神)의 가피(加被)를 입어 시방을 널리 보되 의심이 없으며, 잠깐 동안에 신통으로써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할 수 있는 것과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갖춘 큰 보살들이 서다림에 가득 찼으니, 이것이 모두 여래의 위엄과 신통으로 되어지는 것이었다.
4. 성문들로는 알 수 없는 일
이때에 모든 성문(聲門)들 중에 으뜸되는 지혜 많은 사리불(舍利弗), 신통이 제일인 목건련(目揵連), 마하가섭(摩訶迦葉)·이바다(離婆多)·수보리(須菩提)·아누루타(阿樓馱)·난타(難陀)·겁빈나(劫賓那)·가전연(迦旃延)·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 들이 모두 서다림동산에 있었으나, 그들은 이러한 여래의 신통, 여래의 장엄, 여래의 경계, 여래의 유희, 여래의 변화, 여래의 높으심, 여래의 묘한 행, 여래의 위엄과 덕망, 여래의 가피, 여래의 많은 세계를 보지 못하였으며, 또 생각할 수 없는 보살의 경계, 보살의 집회, 보살의 두루 들어가는 일, 보살의 가까이 모심, 보살의 신통, 보살의 유희, 보살의 권속, 보살의 있는 곳, 보살의 사자좌, 보살의 궁전, 보살의 위의, 보살의 삼매, 보살의 두루 살피는 것, 보살의 사자빈신(師子頻申), 보살의 용맹, 보살의 공양, 보살의 수기(授記), 보살의 성숙(成熟), 보살의 청정한 신업(身業), 보살의 원만한 지혜, 보살의 나타내 보이는 원신(願身), 보살의 두루한 색신, 보살의 구족한 몸매, 보살의 원만한 광명, 보살이 놓는 광명 그물, 보살이 일으키는 변화 구름, 보살의 두루한 방편 그물, 보살의 원만한 모든 행, 이러한 가지가지 경계를 하나도 보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선근(善根)이 같지 아니한 때문이며, 저 성문들은 지나간 세상에서 본디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신통을 볼 수 있는 미묘 선근을 닦지 못한 탓이며, 본디 시방세계를 두루 장엄한 깨끗한 공덕을 찬탄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신통으로 변화하는 일을 칭찬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나고 죽는 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지 못한 탓이며, 본디 모든 중생들을 권하여 크고 넓은 보리심(菩提心)에 머물게 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여래의 내림[如來種性]이 끊어지지 않게 하지 못한 탓이며, 본디 온갖 중생들을 부지런히 거두어 주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들의 바라밀을 부지런히 닦지 못한 탓이며, 본디 나고 죽는 데서 중생에게 지혜의 눈을 구하도록 하지 못한 탓이며, 본디 일체지를 따르는 선근을 닦지 못한 탓이며, 본디 여래가 세상에 나신 좋은 선근을 깨닫지 못한 탓이며, 본디 모든 부처 세계를 두루 깨끗하게 하는 신통한 지혜를 얻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이 넓은 경계를 아는 깨끗한 눈을 얻지 못한 탓이며, 본디 세상을 뛰어날 수 있는 구경의 함께하지 않는 큰 선근을 구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모든 보살들의 큰 서원으로 생사를 뛰어나는 지혜를 일으키지 못한 탓이며, 본디 모든 여래의 신력으로 가피하심을 좇아 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온갖 법이 모두 요술과 같은 줄을 알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들의 아는 바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모두 꿈과 같은 줄을 알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의 용맹과 큰 뜻으로 깊이 기뻐함을 얻지 못한 탓이니, 이러한 여러 가지가 모두 보현보살의 지혜로 아는 경계이므로, 이승(二乘)들과는 함께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까닭으로 저 으뜸가는 성문들은 듣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기억도 못하고 살피지도 못하고 요량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증득도 못하고 분별도 못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부처님과 보살들의 신통한 경계를 이승들의 좁은 소견으로는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서다림 동산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크고 넓은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한 것이다.
또 저 성문들은 이러한 보살들이 닦은 훌륭한 선근이 없는 까닭이며, 이러한 부처님의 신통을 보는 깨끗한 지혜의 눈이 없는 까닭이며, 깊은 삼매로 자세히 살피는 힘이 없는 까닭이며, 큰 신통으로 가피함이 없는 까닭이며, 생각할 수 없는 해탈문이 없는 까닭이며, 자재한 신통이 없는 까닭이며, 큰 세력이 없는 까닭이며, 큰 위엄과 도덕이 없는 까닭이며, 훌륭한 머물 데가 없는 까닭이며, 지혜의 눈으로 행할 경계가 없는 까닭이니,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얻지도 못하고 두루 알지도 못하고 내지도 못하고 살피지도 못하고 참아내지도 못하고 닦아 행하지도 못하고 편안히 머물지도 못하고 열어 보이지도 못하며, 또 남들에게 널리 연설하지도 못하고, 찬탄하지도 못하고 가리켜 보이지도 못하고 베풀어 주지도 못하고 거두어 붙잡지도 못하고 권하여 나아가게도 못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부처님 경계를 닦아 익히게 하거나 편안히 머물게 하거나 증득하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저 성문들은 이러한 큰 지혜가 없는 탓이며, 성문법을 의지하여 세상을 벗어난 탓이며, 성문의 도에 들어가 지혜를 얻은 탓이며, 성문의 행을 닦아 만족을 구하는 탓이며, 성문의 과(果)로 구경(究竟)을 삼는 탓이며, 성문의 참다운 지혜[實諦]만을 깨달은 탓이며, 차별 있는 진실[眞實際]에 머무르는 탓이며, 고요한 데 머무르는 것으로 열반을 삼는 탓이며, 세간에 대하여 대자비를 버린 탓이며, 모든 중생 구제하는 일에서 멀리 떠난 탓이며, 자기의 일에만 항상 머물러 고요한 데로 나아가는 탓이니, 그러므로 비록 서다림에 있으면서도 이러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본디 여래의 일체지의 성품을 구하지 아니하며 행하여 모으지 아니하였고, 좋아하지 아니하고 내지 아니하고 닦지 못하고 깨끗이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또 여래의 삼매와 신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증득하지 못하였으니, 이러한 경계는 보살의 넓은 지혜 눈으로써 보는 것이요, 성문들의 행할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큰 성문들은 비록 서다림 동산에 있지마는 여래의 가지가지 신통 변화와 가지가지 가피하심과 가지가지 부처 세계와 가지가지 깨끗하고 장엄한 것을 보지 못하며, 또 큰 보살들이 대중 회상에 두루하여 유희하는 신통을 모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항하(恒河)의 양쪽 언덕에 한량없는 백천억 아귀들이 있는데, 벌거숭이로 굶주리고 목말라서 여위어 핼쓱하고, 가죽과 살과 뼈가 안팎으로 타는 듯하고, 바람에 휘몰리고 햇볕에 그을리며, 까마귀·독수리·늑대·이리 따위와 험악한 새와 짐승들이 번갈아 와서 쪼고 할퀴며, 기갈에 쪼들리어 물을 마시려 하지마는, 강가에 있으면서도 물을 보지 못하고, 설사 본다 하더라도 강이 말랐거나 불과 같거나 뜨거운 재로만 보이는 것과 같다. 그것은 두터운 업장(業障)에 덮인 탓이다.
여러 큰 성문들도 역시 그러하여 비록 서다림 속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어마어마한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하나니, 왜냐하면 온갖 것 다 아는 지혜[種智]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무명(無明)의 꺼풀이 눈에 덮인 탓이며, 일체지를 얻을 만한 훌륭한 선근을 심지 못한 탓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잠깐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수미산 꼭대기에 제석천왕의 선견궁(善見宮)이 있고, 그 궁성 안에 훌륭한 전각과 잘 꾸민 동산이 있으며, 천동(天童) 천녀(天女)들이 백천만억이요, 부드러운 보배 땅에는 하늘 꽃이 널리어 있었다. 그리고 가지가지 의복 나무에서는 좋은 의복이 나오고, 꽃나무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고, 보배 나무에서는 귀중한 보배가 나오고, 장엄 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장식품이 나오고, 음악 나무에서는 아름다운 가락이 흐르며, 수없는 하늘 사람들이 그 가운데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그 사람도 그들과 함께 하늘 옷을 입고 오락가락하면서 쾌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으면서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 사람의 꿈속에서 보는 경계는 함께 있는 여러 사람들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모든 보살이나 세간 임금[世主]들의 눈앞에 보는 바 온갖 장엄과 신통 변화도 그러한 것이니, 여러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까닭이며, 오래 전부터 선근을 행하여 모은 까닭이며, 일체지를 얻으려는 큰 서원을 세운 까닭이며, 여래의 훌륭한 공덕을 닦은 까닭이며, 보살의 장엄한 길에 머무른 까닭이며, 일체종지(一切種智)의 문을 원만히 갖춘 까닭이며,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성취한 까닭이며, 보살들의 일체지의 땅에 들어가서 청정하게 아는 까닭이며, 보살의 온갖 삼매와 신통 바다에 유희하는 까닭이며, 보살의 온갖 경계를 관찰하는 지혜가 걸림이 없는 까닭에 여래 세존의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하게 유희하는 신통 경계를 모두 보고 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성문 제자들도 비록 지혜와 신통이 있지마는 그러한 경계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은 보살의 깨끗한 눈이 없는 탓이다.
마치 설산에 있는 약풀들이 누가 심기나 한 것처럼 간 데마다 많은데, 밝은 지혜를 가진 의사는 약풀의 여러 가지 성질과 공능을 알아서 병을 따라 캐어 쓰지마는, 사냥군이나 마소를 뜯기는 사람들은 그 속에 있으면서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과 같나니, 어떻게 캐낼 수 있으랴.
이것도 그와 같아서 모든 보살들은 모두 여래의 지혜에 들어가서 보살의 여러 가지 유희를 내며, 여래의 삼매 경계를 알지마는 성문 제자들은 본디 일체종지를 닦지 못하였고, 여러 중생을 이익케 하지 않았으므로 서다림 가운데 있으면서도 여래의 삼매로 광대한 신통 변화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마치 땅 속에는 여러 가지 보배가 들어 있고, 백천만억 희귀한 보물들이 간 데마다 그득하여 모든 장엄거리가 없는 것이 없건마는,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은 노다지 보배가 있는 데를 잘 알기도 하고 그 보배의 가치와 소용되는 것을 잘 알 뿐 아니라, 또 복과 덕이 구족하여 마음대로 캐내서 부모에게 봉양도 하고, 곤궁한 일가친척들을 구원도 하고, 헐벗고 병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며, 하고 싶은 대로 풍족하게 쓰지마는, 복과 지혜가 없는 사람은 비록 보배 있는 데서 앉고 서고 다니고 눕고 하면서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보살들은 널리 보는 깨끗한 지혜 눈이 있으므로 서다림 동산에서 알 수 없는 여래의 깊은 경계에 들어가고 부처님의 엄청난 신통 변화를 보고, 부처님의 가이없는 삼매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모든 여래께 공양하며 훌륭한 법문으로 여러 중생들을 깨우치며, 사섭법(四攝法)으로 여러 중생들을 포섭하거니와, 저 성문들은 비록 서다림 동산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신통을 보지 못하며, 보살 대중의 모인 것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천으로 눈을 가리고 보배가 많은 섬에 가서 앉고 눕고 오고 가고 하면서도, 보배 나무·보배 옷·보배 향·보배 과일 등 많은 보배들의 모양과 용도와 싸고 비싼 것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지마는, 다른 사람은 눈을 뜨고 그 곳에 가서 모든 보배들을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과 같나니, 보살들도 이와 같아서 여래의 법 보배 섬에 가서 훌륭한 공덕의 장엄을 모두 분명하게 보지만, 성문 제자들은 비록 서다림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여래의 자재한 신통과 삼매의 경계를 보지 못하며, 널리 장엄한 보살 대중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성문들은 부처님의 지혜에 상응하지 못하는 탓이며, 무명이 눈을 가리운 탓이며, 보살처럼 걸림없는 지혜가 없는 탓이며, 차례대로 법계에 들어가지 못한 탓이니, 그러므로 여래의 자재한 삼매와 차별 있는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무구광(無垢光)이란 약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든지 눈에 바르면 눈이 밝아져서 모든 어두운 것이 그 눈을 가리우지 못하므로, 그 사람은 어둔밤에 여러 백천 명 군중 속에 있더라도 여러 사람의 얼굴과 행동을 모두 보지마는, 그 사람의 얼굴과 행동과 오가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저 보살들은 여래의 밝은 지혜 눈을 성취한 것이어서 모든 세간의 일을 분명히 보지마는, 그 보살의 나타내는 삼매와 신통의 큰 경계와 모든 보살 대중의 둘러 있는 것을 성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비구가 대중 가운데서 변처정(徧處定)에 들었는데, 이른바 땅 변처정·물 변처정·불 변처정·바람 변처정·푸른 변처정·누른 변처정·붉은 변처정·흰 변처정·하늘 변처정과 그리고 가지가지 중생의 몸 변처정, 음성과 말소리 변처정, 온갖 반연할 변처정 등이니, 이 변처정에 든 사람은 그 반연하는 땅이나 물 따위의 광명이 두루하며, 내지 온갖 반연할 경계를 두루 보지마는, 다른 대중들은 모두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여래께서 나타내시는 헤아릴 수 없는 삼매와 신통의 많은 경계를 보살만은 들어가 보지마는 모든 이승들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몸을 감추는 약을 구하여 몸에 바르면 몸이 가리워져서 대중 가운데서 앉고 서고 오고 가더라도 보는 이가 없지마는, 이 사람은 대중의 하는 짓을 모두 보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이와 같아서 지혜 눈을 성취하고 세간에서 뛰어났으므로 세간을 보는 데 장애가 없어서, 나타내는 삼매와 신통의 경계는 성문들로서는 알지 못하고, 다만 일체지(一切智)의 경지에 나아간 보살들만이 보는 것이다.
마치 세상 사람들이 처음 날 때에 두 천신(天神)이 함께 나나니, 하나는 동생(同生)이요 둘은 동명(同名)이다. 이 두 천신이 항상 이 사람을 따라다니는데, 천신은 이 사람을 보지마는 이 사람은 천신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여래도 그러하여, 헤아릴 수 없는 일체지지(一切智智)에 머무른 삼매와 신통의 경계와 모든 보살 대중이 장엄한 것을 성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비구가 자재한 마음으로 멸진정(滅盡定)에 들어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모두 없어지고 육근(六根)으로 짓는 업도 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이 열반은 아니지마는 세상의 변천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니, 왜냐 하면 멸진정의 힘으로 가피한 까닭이다.
저 성문들도 이와 같아서 비록 서다림 가운데 있으면서 육근이 구족하지마는, 여래의 자재한 신통과 넓은 경계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가지 못하며, 또 보살 대중의 삼매와 신통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경계는 세밀하고 깊고 비밀하고 크고 넓어서,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고 헤아릴 수도 없으며, 모든 세간과 출세간(出世間)을 뛰어나서 생각할 수도 없고 깨뜨릴 수도 없으며,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래의 자재하신 신통으로 나타내는 경계와 헤아릴 수 없는 권속의 장엄과 보살 대중과 서다림 동산이 한량없는 아승기 세계에 두루한 것 등의 일을 모든 이승들은 보지 못하나니 보살의 넓은 그릇이 아닌 탓이다.
5. 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
이때에 동방의 비로자나염원장광명(毗盧遮那願藏光明)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너희들은 부처님 지혜를 보라.
현미하고 기묘하고 말할 수 없어
서다림 동산에서 나타낸 신통
이 세상엔 아무도 이길 이 없다.
대각의 위엄과 신통력으로
수없이 많은 일을 나타내건만
이 세상에 미혹(迷惑)한 여러 중생들
부처님의 깊은 법을 알 이 누구냐.
깊디깊은 법왕의 미묘한 법문
한량없고 생각으로 헤아릴 수도 없이
나타내신 여러 가지 신통한 경계
온 세상이 다 덤벼도 측량 못하리.
부처님께서 나타내신 그 모양
어떠한 변재로도 말할 수 없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몸을 꾸미나
그 몸매가 모두 다 모양 아니다.
부처님이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서다림 동산에서 나타내시나
그 변화가 모두 다 깊고 또 깊어
말이나 생각으로 미칠 수 없네.
헤아릴 수도 없는 억만 세계에
모든 덕을 갖추신 많은 보살들
이 대중을 저렇듯 장엄한 것은
부처님을 받자오려 모여드는 것.
큰 서원을 골고루 가득 채우고
행지거동 조금도 집착이 없어
생각하기 어려운 마음 경계를
온 세상이 덤비어도 알지 못하리.
밝은 지혜 가진 벽지불들과
아라한과 증득한 큰 성문들도
보살들의 행하는 저런 경계는
모두 다 그런 것을 알 수 없으리.
보살들의 지혜가 깊고 또 깊어
훌륭한 그 경지를 넘을 수 없고
우뚝하게 세우신 정진의 짐대
모든 중생 다 덤벼도 흔들 수 없다.
한량없는 삼매에 이미 들었고
크고 높은 이름을 이미 얻고서
엄청난 신통 변화 나타내어서
온 법계에 가득히 두루하시다.
이때에 남방의 난최복속질정진왕(難摧伏速疾精進王)보살마하살은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이 많은 부처님의 아들을 보라.
미묘한 큰 지혜와 공덕의 고방
보리에 나아가는 행을 모아서
그지없는 세상을 편안케 하네.
삼매의 여러 가지 크신 위덕과
묘한 신통 넓은 지혜 끝단 데 없고
크고 넓은 마음과 그의 경계가
모두 다 깊고 깊어 측량 못하리.
오늘날 거룩하온 서다림 동산
정각을 이루신 이 계시는 곳에
보살 대중 구름같이 모여 들어서
훌륭한 큰 장엄을 나타내는 일
다들 보라. 조금도 집착이 없이
바다처럼 모여든 보살 대중이
연화장 사자좌에 제각기 앉아
서다림 이 도량에 가득 찼건만
가는 것도 아니고 온 데도 없고
의지한 곳도 없고 집착도 없어
끝내 분별할 수 없으면서도
시방에 간 데마다 나타나시네.
용맹하고 날카로운 큰 지혜 짐대
견고하게 뿌리박혀 흔들림 없이
모양 없는 바다에 모양을 나퉈
티끌 세계 간 데마다 가득히 차다.
시방 법계 셀 수 없이 많은 세계에
수없는 부처님들 계신 데마다
안 가는 데 없건마는 몸은 한 몸뿐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모두 여의다.
너는 보라. 석가모니 사자왕께서
가지가지 신통과 크신 힘으로
큰 위덕을 지니신 많은 보살들
구름같이 이 도량에 모이게 함을.
법계는 크고 작은 분별이 없고
부처님의 몸들도 또한 그러해
세간 일이 지어 놓은 이름뿐임을
부처님 아들들이 분명히 아네.
부처님은 언제나 진실한 자리
고요하고 평등한 곳에 계시며
차별한 법 수레를 굴리시건만
분별도 움직임도 항상 없어라.
이때에 서방의 보변출생길상위덕왕(普遍出生吉詳威德王)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너는 보라. 위없는 부처님께서
넓고 크신 지혜가 원만하시어
제때나 때 아님을 가리지 않고
좋은 법문 연설하사 끊임없음을.
여러 외도의 잘못된 소견
각각으로 깨뜨리어 항복 받고서
온 세계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생각 못할 신통을 나타내시니
정각께서는 한량이 있지도 않고
또한 한량이 없지도 않아
한량이 있다거나 없다거나를
모니께서는 모두 다 뛰어나셨네.
허공중에 떠 있는 뚜렷한 해가
밝은 빛을 어디나 늘 비치듯이
부처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삼세의 어둠을 모두 없애며
깨끗하고 원만한 밝은 보름달
사람마다 보기를 좋아하듯이
부처님의 훌륭하고 원만한 공덕
보는 이들 누구나 기뻐하오며
공중에 떠서 도는 고운 햇님이
온 천하를 두루 돌고 쉬지 않듯이
부처님이 나타내는 신통 변화도
언제나 계속되어 끊이지 않네.
비유컨대 시방 법계 끝없는 허공
가지각색 많은 세계 걸림 없듯이
지혜 등불 온 세상을 비치는 님의
걸림없는 마음도 그와 같나니.
비유컨대 이 세상 땅덩어리를
모든 것이 골고루 의지하듯이
온 세계 가지각색 저 중생들이
부처님을 의지함도 그와 같아라.
비유하면 몰아치는 맹렬한 태풍
넓은 허공 다닐 적에 걸림없듯이
부처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어떠한 세상에도 걸림이 없다.
비유컨대 세계 밑에 물의 둘레[水輪]를
온 세계가 의지하여 머무르듯이
삼세의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지혜 바퀴 의지하여 머무르시다.
이때에 북방의 무애길상승장왕(無礙吉祥勝藏王)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비유컨대 멀리 있는 큰 보배산이
여러 중생 골고루 이롭게 하듯
부처님을 뵈올 적도 그와 같아서
세상을 뛰어나는 지혜를 내고
비유컨대 맑고 깊은 큰 바닷물이
크고 넓고 깨끗하여 때가 없듯이
부처님을 뵈올 적도 그와 같아서
애욕에 목마름을 없애 주시다.
비유컨대 우뚝 솟은 저 수미산이
향수 바다 깊은 데서 높이 솟듯이
부처님의 지혜 산도 그와 같아서
깊고 깊은 법 바다에 머무르시고
비유컨대 깊고 넓은 저 바다에서
뭇 보배가 그 가운데서 생겨나듯이
깨달음의 바다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지혜 보배 거기서 생겨난다네.
세간 영웅의 그지없는 깊은 지혜가
헤아릴 수도 없고 한량도 없어
가지가지 나타내는 신통과 변화
측량할 이 이 세상에 그 누구더냐.
비유컨대 신기로운 요술쟁이가
가지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듯
부처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변화하는 온갖 모양 요량 못하리.
비유컨대 마니주 좋은 구슬이
무엇이고 뜻을 따라 내어놓듯이
부처라는 보배도 이와 같아서
중생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며
비유컨대 빛나는 깨끗한 보배
온 허공을 두루두루 비춰주듯이
부처라는 보배도 이와 같아서
여러 가지 중생들을 비치어 주네.
비유컨대 여덟 모난 보배 거울이
사면팔방 곳곳마다 나타내듯이
걸림없는 지혜 등불 이와 같아서
온 법계에 두루두루 비치어 주고
비유컨대 흐린 물을 맑히는 구슬
간 데마다 흐린 물을 맑게 하듯이
부처님을 뵈올 적도 그와 같아서
모든 기관 골고루 깨끗해지네.
이때에 동북방의 묘변화변법계원월왕(妙變化徧法界願月王)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비유컨대 제청보(帝靑寶)에 비치는 물건
검든 희든 모두가 한빛 되듯이
중생들도 부처님을 뵈올 때에는
부처님의 보리빛과 같아지나니
세계를 부순 티끌 낱낱 가운데
부처님의 신통 변화 나타내는 일
잠깐잠깐 한 때라도 끊이지 않고
교화 받는 중생마다 깨끗해진다.
깊고 깊어 보기 드문 부처님 지혜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매
보살들은 그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중생으론 들어갈 수 없는 일이니
부처님 몸 속속들이 깨끗하시고
가지가지 몸매로 장엄하시어
온 법계에 빠짐없이 다 들어가서
많고 많은 보살들을 어루어주네.
생각할 수도 없이 많은 세계에
간 데마다 정각을 이루시면서
마군을 항복 받고 앉으신 도량
수없는 보살 대중 모여 앉았다.
위없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어느 때나 바른 법에 자재하시어
티끌 같은 세계에서 나타내시는
신통 변화 아무도 측량 못하리.
보살의 가지가지 모든 수행과
미묘하고 걸림없는 밝은 광명을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힘으로
온갖 것을 모두 다 나타내시다.
불자들아, 그대들은 잘 배우거라.
깊고 묘한 부처님의 모든 법문을
그리하여 모든 법을 뚫고 들어가
지혜의 미묘 경계 애착 말아라.
법왕의 크고 넓은 위엄과 신력
깊고 묘한 법 수레를 늘 굴리면서
간 데마다 나타내는 신통과 변화
시방의 많은 세계 깨끗케 하다.
깊고 깊어 원만하고 깨끗한 지혜
이 세간에 둘도 없는 참된 보배를
부처님 지혜라는 크신 용왕이
자재하게 마음대로 모두 건지다.
이때에 동남방의 법혜광명위덕왕(法慧光明威德王)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시방 법계 삼세에 널리어 있는
하고많은 성문들을 모두 합쳐도
여래께서 가지신 미묘한 법을
언제라도 누구라도 알지 못하리.
이와 같이 삼세에 널리어 있는
시방세계 연각들을 모두 합쳐도
여래께서 가지신 묘한 신통을
또한 누구라도 알지 못하리.
나고 죽는 가운데서 헤매고 있는
눈 어둡고 어리석은 범부들이야.
번뇌에 얽매인 그 신세로서
어떻게 부처 경계 측량할 건가.
여래의 걸림없는 묘한 지혜는
요량하고 못할 것을 모두 지났고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매
누구도 어떻게도 말 못하리라.
부처님 몸 온갖 몸매 장엄하시니
항상 있는 그 광명 보름달 같아
지난 세월 참는 공부 닦았으므로
시방세계 간 데마다 나타나시다.
부처님의 모든 힘을 자세히 보라.
삼매 공덕 신통과 모든 변화를
억겁을 두고두고 생각하여도
그 가운데 한 부분도 알지 못하리.
부처님의 묘한 지혜 자세히 보라.
깨달으신 경계를 알 수 없거든
하나하나 낱낱의 많은 공덕문
어떻게 끝간데를 측량할 텐가.
어떤 사람 큰 서원을 한 번 내어서
부처님의 묘한 법문 좋아하면은
이와 같이 볼 수 없는 그런 경계도
분명하게 통달하기 어렵지 않고
어떤 사람 청정한 마음을 내어
꾸준히 복과 지혜 닦아 모아서
엄청나게 큰 공덕 갖추었으면
법문 듣고 넉넉히 들어가리라.
부처님의 묘한 지혜 의지한 사람
지원하는 정성까지 간절하다면
이 사람은 보리도를 향하여 가서
일체지(一切智) 모두 이루리.
이때에 서남방의 최쇄일체마력지당왕(摧碎一切魔力智幢王)보살마하살은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지혜의 몸 아무데도 집착치 않고
몸이라는 고집을 여의었으매
헤아리기 어려운 부처님 경계
그 많은 성인들도 알지 못하리.
헤아릴 수도 없는 깨끗한 업이
이렇게 미묘한 몸 이루었으매
잘 생긴 그 몸매와 밝은 광명은
삼세에 어디라도 걸림없으리.
지혜 빛이 온 세상에 두루 비치니
시방 법계 간 데마다 항상 깨끗해
부처님의 보리문을 활짝 열고서
일체지를 항상 내리라.
자체가 깨끗하여 때 한 점 없고
온갖 장애 멀리 멀리 여의었으니
이 세상의 밝고 밝은 햇빛과 같이
지혜의 밝은 광명 널리 뻗으리.
삼계에 헤매는 일 아주 끊었고
죽고 사는 두려움도 없어졌으니
저 많은 보살들을 이룩하여서
보리 이룰 서원을 만족시키려
한량없는 빛깔을 나타내시니
이 빛깔 의지한 곳 어디이더냐.
나타낸 모든 빛깔 한량없으매
모든 중생 아무도 생각 못하리.
부처님은 눈 깜짝하는 동안에
헤아릴 수 없는 일을 나타내시니
미묘하다 보리의 깊은 경계는
누구도 측량하여 알 리 없느니.
부처님은 한 생각 하는 동안에
삼세의 부처님을 나타내시니
나타내는 그것은 다함 없으사
생각하는 성품은 다르지 않아
지혜 있는 사람은 잘 생각하라.
이 생각과 저 생각 서로 이으되
순전한 지혜이고 딴 짓이 없어
부처님의 보리로 향할 뿐이라.
이 법문 헤아리기 매우 어려워
성품이 말할 길을 여의었으며
마음으로 생각할 것도 아니나
부처님은 이로부터 나타나시다.
이때에 서북방의 비로자나원지성수당(毗盧遮那願智星宿幢)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깨끗한 한 생각이 산란치 않고
용맹한 마음으로 법을 지니면
밝고 묘한 지혜가 원만하여서
끝없는 보리 바다 보게 되리라.
결정한 알음알이 얻게 되면은
부처님 깊은 경계 능히 들어가
자재로운 지혜도 거기서 나고
모든 의혹 영원히 끊게 되리라.
생각생각 마음이 점점 나아가
실지로 행하는 데 게으름 없고
뜻을 두어 바른 법 항상 구하면
부처님의 좋은 법 끝내 얻으리.
저러한 모든 선근으로써
넓고 큰 믿음을 능히 내어서
항상 좋아하고 관찰하여야
모습 없고 의지함도 없게 되리라.
오랜 세월 좋은 일을 닦아 모아서
여러 가지 선근을 두루 갖추면
그것이 부처님의 보리가 되어
견줄 데 없는 낙을 증득하리라.
나고 죽는 가운데 다니면서도
이내 마음 생사에 집착 없으면
바른 법에 조금도 의혹이 없어
부처님의 경계에서 즐겨 하리라.
변하여 달라지는 하염없는 법
이 세상에 허망한 오욕락들에
영원히 탐을 내는 마음 여의고
지성으로 부처 공덕 구할 것이니
범부들이 부처 지혜 알지 못하고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있거늘
보살이 집착 없는 마음으로써
모두 다 구원하여 나오게 하네.
보살의 움직임이 없는 행실은
온 세상에 아무도 알 리 없건만
중생들과 같은 몸을 나타내어서
평등하게 여러 사람 즐겁게 하다.
보리를 얻는 지혜 깨끗이 하고
이 세상에 자비한 맘 일으키면은
밝은 해가 하늘에 뜨는 것같이
빛난 광명 저 끝까지 비치오리라.
이때에 하방의 파제개장용맹지자재왕(破諸盖障勇猛智自在王)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한량없는 억천겁 오랜 세월에
부처님 이름 듣기 어렵다는데
하물며 오늘날에 무슨 복으로
부처님 찾아뵙고 의심 없애랴.
여래의 밝은 지혜 다함이 없어
온 세상을 비치는 원만한 등불
지난 세월 오는 세상 복물이 흘러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케 하리.
여래의 미묘한 빛깔 있는 몸
깨끗하게 조금도 허물이 없어
평생 두고 오래오래 항상 뵈어도
이내 마음 싫다 할 때가 없나니
불자들아, 자세하게 살펴보아라.
여래의 미묘한 빛깔 있는 몸
지혜가 깨끗하고 고집이 없어
나와 남을 다 같이 이롭게 하네.
여래의 깊고 깊은 지혜의 힘과
끊일 줄 모르시는 묘한 변재로
부처님의 보리문을 활짝 여시고
연설하는 법문은 걸림이 없다.
고요하신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셀 수 없는 여러 중생 인도하시며
훌륭하게 보리 이룰 수기 주시어
그네들로 해탈문에 오르게 하네.
크고 넓은 복과 덕 닦아 모은 이
고맙게도 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중생들의 어린 마음 깨우쳐주사
보리로 가는 행을 닦게 하시며
지난 세월 부처님들 공양하시고
지혜의 바라밀 깨끗하시어
가지가지 의심 그물 찢어 버리고
나쁜 갈래 두려움 없애 주시다.
복과 지혜 만족하신 부처님 뵙고
크고 넓은 보리원을 세우게 되면
부처님의 자재한 힘 나도 얻어서
밝고 밝은 지혜 빛을 내게 되리라.
누구라도 인간에서 높은 이 뵙고
부처님 이루려는 마음 굳으면
의심 말고 꼭 믿으라, 이런 사람은
부처님의 큰 지혜를 얻게 되나니.
이때에 상방의 보변법계대원제(普徧法界大願際)보살마하살은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훌륭하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여러 가지 공과 덕이 원만하시니
보는 이의 마음이 깨끗하여져
넓고 큰 보리도로 회향하오리.
여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어
고요하고 넓으신 자비한 마음
미묘한 법 수레를 널리 굴리어
많은 여러 중생을 이익케 하시니
부처님은 한량없이 오랜 세월에
부지런히 중생 위해 애를 썼으니
이 세상의 모든 중생 어찌하여야
부처님의 크신 은혜 갚을 것인가.
나쁜 갈래 모진 고통 참고 견디며
한량없는 오랜 세월 지낼지라도
언제든지 여래를 버리지 않고
생사에서 뛰어남을 꼭 구하리.
내가 설사 중생들을 대신하여서
바퀴돌듯 생사 고통 받을지라도
언제든지 여래를 버리지 않고
조그마한 쾌락도 찾지 않으리.
나쁜 갈래 오래오래 고통 받으며
부처님의 크신 이름 들을지언정
좋은 갈래 오래 살며 잠깐 동안도
부처 이름 못 들음을 원치 않으며
지옥에서 오랜 세월 고통 받으며
부처님을 늘 뵈옵기 원할지언정
세 갈래를 여읠 수가 있다 하여도
부처님 법 없는 곳에 나지 않으리.
어찌하여 나쁜 갈래 빠진 중생들
괴로움을 여읠 생각 내지 않을까.
법왕을 뵙는 그 공덕으로써
지혜가 자라날 수 있게 되리라.
부처님의 자재한 힘 뵈옵게 되면
여러 가지 많은 고통 없애 버리고
깊고 깊은 부처님의 지혜 경계에
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며
누구라도 부처님을 찾아 뵈오면
나쁜 갈래 많은 고통 모두 없애고
복과 덕과 지혜의 싹 점점 자라서
필경에 보리과를 얻게 되리라.
중생들이 부처님을 뵙기만 하면
가지가지 의혹심이 스러지고서
세상과 출세간의 모든 쾌락을
모두 다 소원대로 원만하리라.
6. 보현보살의 설명과 부처님의 방광
그 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여러 보살 대중을 두루 보고 여래의 가장 높은 사자빈신삼매(師子頻申三昧)를 드러내 보이기 위하여, 허공과 같은 방편과 삼세와 같은 방편과 법계와 같은 방편과 온갖 세계와 같은 방편과 온갖 업(業)과 같은 방편과 모든 중생의 마음과 같은 방편과 모든 중생의 욕망과 같은 방편과 모든 중생의 근성과 같은 방편과 모든 중생의 성숙할 때와 같은 방편과 모든 법의 그림자와 같은 방편으로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내가 이제 열 가지 법문의 청정한 구절로써 그대들에게 사자빈신이란 큰 삼매의 신통한 경계를 말하겠습니다. 열 가지는 무엇인가. 허공계와 평등한 여래께서 나타내신바 법계에 가득한 온 부처 세계의 티끌 가운데서, 여러 부처님이 나시는 차례와 온갖 세계가 이룩되고 부서지는 법문 구절이며, 허공계와 평등한 모든 부처 세계에서 오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여래의 훌륭한 공덕을 찬탄하는 법문 구절이며, 허공계와 평등한 모든 부처 세계에서 여래가 나시어 한량없는 보리문을 나타내시는 구절이며, 허공계와 평등한 모든 부처 세계에서 여래가 앉으신 좋은 도량에 보살 대중이 가득하게 모인 경계의 법문 구절이며, 온갖 털구멍에서 잠깐잠깐 동안에 삼세(三世)와 평등한 모든 부처님의 변화하는 몸들을 내어 법계에 가득하는 법문 구절이며, 위신력으로써 한 몸에서 시방 모든 세계해의 광명을 나타내어 여러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치는 법문 구절이며, 위신력으로써 온갖 경계 속에서 삼세 모든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내어 손바닥을 보듯이 분명하게 나타내는 법문 구절이며, 삼세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속에서 삼세 온갖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이 나타내는 가지가지 신통 경계가 오랜 세월을 지나도록 끊이지 않는 법문 구절이며, 온갖 털구멍에서 소리를 내어 삼세 모든 부처님의 서원 바다 음성이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모든 보살들을 가피하여 나게 하는 일을 연설하는 법문 구절이며, 앉으시는 사자좌의 크기[量]가 법계와 같거든, 가장 잘 깨달은 보살 대중이 도량을 장엄한 것이 온갖 곳에 두루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법문을 연설하여 간단없이 성숙시키는 일이 끊이지 않게 하는 법문 구절입니다.
불자들이여, 이 열 가지 법문 구절을 으뜸으로 하여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청정한 구절의 미묘한 법문이 있으니, 모두 여래의 지혜 경계에서 나와, 그대들로서는 증명하여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때에 보현보살이 여래께서 드신 크고 넓은 사자빈신삼매의 일부분 경계를 거듭 말하려고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일심으로 우러러보면서, 여래의 생각할 수 없는 보살 대중을 관찰하며, 여래께서 생각할 수 없는 삼매 신통으로 가지가지로 변화하여 나타나는 모습을 관찰하며, 여래께서 생각할 수 없이 모든 세계해에 들고 나심을 관찰하며, 여래께서 생각할 수 없는 모든 법의 환술 같은 지혜 경계에 드심을 관찰하며, 여래께서 생각할 수 없이 삼세 모든 부처님이 다 평등함을 나타내심을 관찰하며, 여래께서 생각할 수 없이 한량없고 그지없는 여러 가지 말씀으로 온갖 법문 바다를 깨닫게 하심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털구멍 구멍마다 있는 세계가
모든 세계 티끌 수와 같이 많은데
그 곳마다 부처님이 앉아 계시니
한량없는 보살 대중 둘러앉았네.
털구멍 구멍마다 있는 세계에
부처님이 그 가운데 모두 계시며
훌륭한 연꽃 자리 편히 앉으사
나타내신 신통 변화 법계 가득하네.
한 털 끝에 계시는 부처님 수효
모든 세계 작은 티끌 수와 같거늘
보살이 모인 대중 가운데에서
보현보살 큰 행원을 말씀하시니
여래께서 한 세계에 앉으신 것이
어느 세계 나타나지 않는 데 없고
시방세계 한량없는 보살 대중이
구름 같이 그곳으로 다 모이다.
큰 공덕 밝은 광명 보살 대중을
백천억 세계 티끌처럼 많은 이들이
일어나서 여래를 찬탄하옵고
시방으로 헤쳐 법계에 가득하네.
마음대로 깊은 법계 돌아다니며
짝이 없는 보현행에 모두 머물러
온갖 세계 나타나서 광명을 놓아
가이없는 여래 회상 고루 드시다.
시방 법계 많은 세계 가는 곳마다
부처님 계신 곳에 편히 머물러
법문 듣고 들은 대로 행을 닦으며
세계마다 한량없는 세월 지낸다.
저 보살들 가지가지 행을 닦아서
보현보살 대원해(大願海)에 모두 들었고
부처님의 공덕 경계 편안히 있어
법문 받아 광명이 안 간 데 없다.
보현보살 넓고 큰 행 통달하였고
그지없는 부처님 법 모두 내시며
부처님의 많은 공덕 찬탄하면서
모든 신통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
티끌처럼 많은 몸을 나타내어서
생각마다 모든 세계 두루 퍼지고
감로 같은 법문 비로 중생을 교화
온 법계에 두루하여 깨우치시다.
이때 세존께서 깊고 넓고 훌륭한 뜻으로 바르게 생각하시고, 여러 곳에서 모여 온 보살 대중으로 하여금 여래의 사자빈신 큰 삼매에 머물게 하려고, 양미간의 흰 털에서 큰 광명을 놓으시니 이름이 삼세에 두루 비치는 법계문 [普照現三世法界門]이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를 부순 티끌 수와 같은 광명으로 권속을 삼아서 시방의 여러 세계해에 비치었다.
이때에 서다림 동산에 모인 보살 대중들은 모두 이러한 일을 보았다. 시방 법계의 온 허공에 가득 찬 모든 세계를 이룬 티끌 수가 한량없는데, 그 낱낱 티끌마다 온갖 세계를 부순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가 있으되 가지가지 이름, 가지가지 빛깔, 가지가지 장엄, 가지가지 청정, 가지가지 의지, 가지가지 형상 등이다.
이러한 온갖 세계마다 가장 훌륭한 보리도량이 있고, 낱낱 도량마다 보배로 장엄한 사자좌가 있고, 낱낱 사자좌마다 보살이 앉아서 부처를 이루시니, 모든 보살들이 함께 둘러 모시고 모든 세간 임금[世主]들이 공경하며 공양하였다.
어떤 데서는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 대중 가운데서 법문을 연설하는데, 그 소리가 걸림이 없어 법계에 두루함을 보겠으며, 어떤 데서는 천왕의 궁전에서나 용왕의 궁전에서나 야차왕의 궁전에서나 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의 궁전에서나 그 밖에 인간의 마을이나 성시(城市)나 서울이나 시골에서나 여러 가지 중생들의 사는 데서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내기도 하고 가지가지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곧, 각성바지의 집에 태어나고 가지각색의 몸을 받고, 가지가지 위의에 머물고, 가지가지 몸매를 보이고, 가지가지 둥근 광명이 달리었고, 가지가지 광명 그물을 뻗고, 가지가지 대중 모임에 있어서 가지가지 삼매에 들어가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일으키며, 가지가지 위력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음성을 내고, 가지가지 말씨와 가지가지 구절로 법문을 연설함을 보는 것이다.
이 회상에 있는 보살 대중이 여래의 깊고 깊은 삼매와 크고 넓은 신통 변화를 보는 것처럼, 온 법계와 허공계의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온갖 세계에 가득하게 있어서, 가지가지 방소의 변천하는 가운데와 가지가지 방소의 법문 가운데와 가지가지 방소의 생각으로 머무는 가운데와 가지가지 방소의 생겨나는 가운데와 가지가지 방소의 한계[分齊] 가운데와 가지가지 방소의 알음알이를 일으키는 가운데와 가지가지 방소의 세계해 가운데서 모두 중생의 마음을 의지하여 머물며, 비롯함이 없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에 이르는 모든 국토 몸과 일체 중생의 몸이 모든 털구멍 가운데와 모든 티끌 가운데와 모든 허공계 가운데와 낱낱 털끝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가 가지가지 업으로 생겨나는 것이 있어서 끊어지지 않고 차례차례 머물러 있는데, 그 가운데 있는 도량에 모인 대중들이 부처님의 신력을 보는 것도 역시 그와 같았다.
그들이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얻어 뵈온 까닭에 모두 시방에 가득하고 삼세에 뻗친 모든 세계의 중생들 마음에 들어가서 형상을 나타내고,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망을 따라 묘한 음성을 내어 그들에게 마땅한 대로 여러 가지 법문을 말하면서, 대중 가운데 널리 들어가 여러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되 모양은 다르나 지혜는 다르지 아니하며, 온갖 세계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마음대로 나타나기를 항상 쉬지 아니하고,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러한 신통을 보는 이는 모두 비로자나여래께서 지나간 세상에서 닦아 쌓은 원력과 선근으로 거두어 주신 것이니, 혹은 예전에 사섭(四攝) 선근으로 거두어 주심을 받았거나, 지난 세상에 보고 듣고 생각하고 가까이 모시고 공양한 공덕이 성숙되었거나, 지난 세상에 부처님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셨거나, 지난 세상에 여래께서 보살행을 닦을 때에 경유해온 생애마다 용맹하게 닦은 선근으로 말미암아 거두어 줌을 받은 것이거나, 지난 세상에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부처님과 함께 같은 선근을 심었거나, 여래께서 지나간 세상에서 위없는 일체지를 구하실 적에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여 성숙시킨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모두 여래의 헤아릴 수 없는 깊고 깊은 삼매와 온 법계와 허공계에 가득한 어마어마한 신통 변화에 들어간 것이니, 혹은 부처님 법신에 들어감을 보며, 부처님 색신(色身)에 들어감을 보며, 부처님 지혜 몸에 들어감을 보며, 여래께서 지난 세상에 닦으신 깨끗한 수행 바다에 들어감을 보며, 여래의 끝까지 원만한 공덕의 저 언덕에 들어감을 보며, 보살의 장엄한 수행의 바퀴에 들어감을 보며, 보살의 증득한 여러 지위에 들어감을 보며, 여래의 정각을 이루는 지혜에 들어감을 보며, 부처님의 머무시는 삼매문과 평등한 신통 변화에 들어감을 보며, 여래의 십종지력(十種智力)과 사무소외에 들어감을 보며, 여래의 사무애해(四無礙解)와 변재에 들어감을 보아, 이러한 열 가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 티끌 수처럼 많은 여래의 가지가지 엄청난 신통 변화 바다에 들어간 것이다.
저 보살들이 가지가지 믿음과 가지가지 앎과 가지가지 길과 가지가지 문과 가지가지 들어감과 가지가지 가르침과 가지가지 따라감과 가지가지 방소와 가지가지 자격과 가지가지 나라와 가지가지 세계와 가지가지 지혜와 가지가지 법들과 가지가지 신통 변화와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삼매와 이러한 것들로 부처님의 신통 변화 바다에 들어갔다.
보살의 갖가지 삼매란 무엇인가. 곧 법계를 두루 장엄한 모든 보살의 삼매와 광명으로 삼세의 걸림없는 경계를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법계에 끊임없는 지혜 광명인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의 경계에 머무는 보살의 삼매와 광명이 끝없는 허공의 짬을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여래의 자재한 힘에 드나들며 유희하는 보살의 삼매와 용맹하고 두려움 없이 몸을 떨쳐 장엄하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계에 들어가 방편으로 소용도는 보살의 삼매와 온 법계에 달처럼 나타나 걸림없는 음성으로 온갖 법을 연설하는 보살의 삼매와 가지가지 법 구름으로 평등하게 장엄하는 보살의 삼매와 때 없는 비단으로 법왕의 짐대 꼭대기에 잡아맨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의 지혜 바다를 관찰하는 보살의 삼매와 분별없는 광명 짐대가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차별 있는 몸을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여래의 분별없는 경계에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대자비장(大慈悲藏)이 모든 세간을 따라 작용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법에 머물면서도 의지와 자취가 없는 위력인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을 비치는 가장 고요하고 원만한 지혜인 보살의 삼매와 모든 법이 공함을 알고 공교롭게 변화하여 모든 세간에 나타나는 보살의 삼매와 위력이 평등하게 모든 세계를 널리 지어내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 세계에서 정각을 이루어 장엄하는 보살의 삼매 들이었다.
또 모든 세간의 빛깔이 공한 줄을 관찰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세간에 집착하지 않는 훌륭하고 원만하게 공한 보살의 삼매와 모든 여래의 위력을 내는 어머니인 보살의 삼매와 행을 닦아 모든 부처님의 끝간 공덕 바다에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경계를 관찰하고 신통 변화를 내어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위력 있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여래의 지난 세상 일[本事]에 차례로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위력의 힘으로써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부처님들의 내림[種性]을 보호하여 지니는 보살의 삼매와 결정한 알음알이로써 지금 시방에 있는 온갖 부처 세계를 모두 깨끗하게 하는 보살의 삼매와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의 각각 계신 곳을 두루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걸림없는 저 끝까지 들어가 관찰하는 보살의 삼매와 위덕의 힘으로 모든 세계를 한 부처 세계로 만드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의 변화하는 몸을 지어내는 보살의 삼매와 금강의 지혜로 모든 중생의 자격[根]을 아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여래가 다 같은 태 속[胎藏]의 몸임을 아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계가 곳을 따라 안립되어 있으되 모두 마음의 짬에 머무른 줄을 아는 보살의 삼매와 온 법계의 광대한 세계에서 정각을 이루고 반열반에 드는 것을 나타내는 큰 위력의 보살의 삼매와 가장 높은 위력의 곳에 머물게 하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부처 세계의 중생들을 비치면서도 분별이 없는 위력인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의 지혜가 두루 도는 광에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의 성품과 모양이 차별함을 아는 보살의 삼매 들이었다.
또 잠깐 동안에 분별없는 지혜로 삼세의 법을 모두 보는 보살의 삼매와 잠깐 잠깐에 법계장(法界藏) 몸을 널리 나타내는 보살의 삼매와 사자 같은 용맹한 지혜로 모든 여래의 내림을 따라 깨닫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계를 관찰하는 지혜 눈이 원만한 보살의 삼매와 올바른 용맹으로 십력에 향하는 보살의 삼매와 두루 가득한 지혜 눈으로 모든 원만한 공덕을 관찰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중생의 모양을 두루 비치어 내는 원만한 보살의 삼매와 두루 돌며 흔들리지 않는 광인 보살의 삼매와 한 법문을 말하되 온갖 법에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한 법을 온갖 말로써 각각 해석하는 변재인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이 두 가지 법문이 없음[無二法句]을 연설하는 위력 짐대인 보살의 삼매와 삼세가 걸림이 없는 짬까지를 아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겁이 차별이 없음을 따라 깨닫는 보살의 삼매와 미세한 십력에 들어가는 방편인 보살의 삼매와 금강의 지혜로 모든 보살행을 일으키는 보살의 삼매와 시방세계에 마음대로 빨리 몸을 나타내는 보살의 삼매와 온 법계에서 정각을 이루는 몸과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촉각을 받으면서 안락한 짐대인 보살의 삼매와 온갖 장엄거리를 지어내어 허공을 장엄하는 보살의 삼매와 잠깐 잠깐에 모든 세간의 수와 같은 변화한 형상을 내는 보살의 삼매 들이었다.
또 여래의 때 없는 달빛이 허공을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여래가 가지(加持)하는 보살의 삼매와 한 광명으로 모든 법의 근본이 차별된 장엄을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의 뜻을 연설하는 등불인 보살의 삼매와 십력의 경계를 비치어 원만케 하는 보살의 삼매와 삼세 부처님들의 별 짐대[星宿幢]인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의 한 비밀한 광인 보살의 삼매와 온갖 모양이 모두 끝간 것임을 관찰하는 보살의 삼매와 다함이 없는 복덕 광인 보살의 삼매와 끝없는 부처님의 경계를 보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을 보되 금강 사자후(師子吼)의 위력 같이 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여래의 변화함을 나타내되 올바른 소견이 평등한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 해가 잠깐 잠깐에 두루도는 보살의 삼매와 한 생각에 삼세법을 두루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깨끗한 광명으로 온갖 법의 성품이 깨끗한 데 평등하게 비치어 널리 연설하는 모든 부처님의 차별한 힘을 보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이 온갖 차별한 법계를 깨달음이 마치 연꽃이 피는 듯함을 보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법이 허공과 같아서 머무르는 곳이 없는 줄 관찰하는 보살의 삼매와 한 방소에서 시방의 바다를 내어 두루 돌리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계의 문에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법들의 차별한 광인 보살의 삼매 들이었다.
또 고요한 몸에서 차별한 광명을 내어 모든 중생의 몸을 비치는 보살의 삼매와 잠깐 동안의 마음에서 큰 서원의 힘으로 온갖 신통을 내는 보살의 삼매와 온갖 처소에 정각의 위력이 항상 두루하는 보살의 삼매와 한 가지 장엄으로 온갖 법계에 들어감을 따라서 깨닫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 몸이 두루 비춤을 바르게 생각하는 보살의 삼매와 훌륭한 신통 지혜가 모든 세계에 두루함을 깨닫는 보살의 삼매와 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교법의 글자가 법계에 두루하게 하는 보살의 삼매와 한 가지 교법으로 온갖 법계를 장엄하는 법의 광명인 보살의 삼매와 모든 부처님들의 위력과 광명이 원만한 보살의 삼매와 행원의 그물로 온갖 중생 세계를 포섭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세계가 끊어지지 않음을 보는 보살의 삼매와 연꽃의 길상(吉祥)으로 가지가지 신통 변화에 두루 걸음하는 보살의 삼매와 일체 중생의 몸이 두루 돌아감을 아는 지혜인 보살의 삼매와 위력이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중생들의 비밀한 음성과 말씨를 깨닫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중생들의 차별을 관찰하는 지혜인 보살의 삼매와 분별없는 대자비의 광[藏]인 보살의 삼매와 일체 여래의 짬에 들어가는 보살의 삼매와 모든 여래의 해탈한 데를 보는 보살의 사자빈신삼매 들이었다.
저 보살들이 이러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보살의 삼매로 방편을 삼아서, 비로자나여래께서 지난 세상에서 닦던 엄청난 공덕이 잠깐 잠깐에 모든 법계에 가득한 부처님들의 크나큰 신통 변화 바다에 들어갔다.
이 보살들이 서다림에 있어서 여래 도량의 대중 회상을 떠나지 아니하고, 제각기 자기의 몸이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에서 가지가지 보배로 만든 연화장 사자좌에 앉았음을 보았다. 그래서 크고 넓은 지혜를 갖추어 가지가지 신통 경계를 나타내어 보살들의 고요한 지위에 머물러 있으면서 마음대로 밝고 날카로운 지혜를 내며, 두루 널리는 지혜와 행을 따라서 부처님 지혜의 성품으로부터 났으며, 눈앞에서 일체지지를 증득하여 가리움이 없는 깨끗한 지혜 눈을 얻었으며, 온갖 중생을 잘 조복하여 부처님들의 평등한 법의 성품에 머물게 하며, 모든 법을 따라 깨닫고 온갖 법의 성품이 깨끗함을 관찰하며, 모든 세간이 끝까지 고요하여 의지한 데 없음을 알며, 시방의 여러 세계에 두루 나아가되 집착함이 없었다.
그리고 모든 세간을 부지런히 관찰하되 머무르는 데가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에 가도 가는 바가 없으며, 모든 미묘한 법의 궁전에 들어가도 가는 것이 아니며,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함을 분명히 깨달아 쌓인 것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중생을 항상 교화하여 성숙케 하며, 중생들에게 안락하게 행할 곳을 보여주며, 지혜로 해탈하는 경계를 열어 보이며, 항상 지혜 몸으로써 탐욕을 떠난 데 머물러 모든 생사의 괴로움을 뛰어났으며, 중생에게 모든 온(薀)의 진실한 짬까지를 보여주며, 지혜 광명이 원만하여 온갖 것을 뚫어 비치며, 선정의 힘이 견고하여 움직일 이가 없으며, 중생에게 항상 큰 자비를 일으키며, 온갖 법이 모두 환술과 같음을 알며, 모든 세간이 모두 꿈과 같음을 알며, 모든 부처님들의 차별한 몸을 나타내심이 모두 그림자와 같음을 알며, 법문을 말하는 음성이 모두 메아리와 같음을 알며, 현재에 모든 법이 생겨나고 머무르는 것이 모두 변화함과 같음을 알았으며, 가장 훌륭한 수행과 서원을 쌓았으며, 두루 가득한 지혜가 원만하고 깨끗하였으며, 끝까지 고요한 데를 잘 따라가며, 모든 것을 다 아는 다라니[摠持種智]의 경계에 들어갔었다.
두려움이 없는 삼매의 힘을 갖추고 용맹 정진하여 모든 행을 닦으며, 법계의 끝까지 머물러 밝은 지혜의 눈을 얻고, 모든 법이 머무르는 곳 없는 데까지 이르렀으며, 그지없는 지혜의 행을 닦아 지혜바라밀의 저 언덕에 이르렀으며, 반야바라밀로 포섭함을 얻었으며, 신통바라밀로써 중생을 제도하고, 선바라밀로 마음이 자재함을 얻어 모든 부처님의 참된 경계를 증득하였으며, 공교로운 지혜로 법장(法藏)을 열어 보이고 분명한 지혜로 글과 뜻을 해석하며, 훌륭한 변재로 그지없는 법문을 말하며, 용맹하고 두려움이 없어 사자같이 외치며, 차별 없는 법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깨끗한 지혜 눈으로 온갖 것을 널리 살피며, 나고 멸함이 없는 지혜의 달이 세간을 평등하게 비치고, 중생들을 관찰하여 참된 법[眞實諦]을 보며, 복과 지혜가 견고하기 금강과 같아서 온갖 비유로도 말할 수 없으며, 모든 지혜의 싹을 기르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마군의 무리를 꺾어 버리며, 한량없는 지혜와 위엄이 원만하고 신수와 풍채가 훌륭하여 모든 세간에서 뛰어났었다.
온갖 법에 걸림없는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의 끝나고 끝나지 않은 짬을 분명하게 알며, 지혜가 깨끗하여 널리 벌어진 짬[普徧際]에 머물고 그대로 따라서 진실한 짬에 들어가며, 모양새 없이 관찰하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나서 보살의 행을 공교롭게 원만하여, 둘 아닌 지혜[無二智]로 세간을 관찰하여 중생들의 가고 오는 갈래를 알며, 여러 부처 세계에서 원만한 지혜를 얻어 모든 법에 어둡고 막힘을 여의었으며, 광명으로 시방세계를 비치어 모든 세간의 훌륭한 복밭이 되며, 넓고 큰 서원이 달과 같이 널리 드러나고 복과 덕이 수미산처럼 뛰어나서 모든 세간에 이보다 지나갈 이가 없으며, 여러 외도들의 잘못된 의논을 깨뜨리고 온갖 세계에 몸을 나타내어 미묘한 음성으로 여러 가지 법문을 말하며, 여러 부처님을 두루 뵈옵되 마음에 싫은 생각이 없으며, 부처님의 자재한 위력을 얻고 교화할 바를 따라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며, 지혜의 배를 타고 나고 죽는 바다에 돌아다니며 널리 건져내어 가는 데마다 걸림이 없으며, 지혜가 원만하고 몸의 광명이 밝게 사무쳐 마치 해가 떠서 세간을 비치는 듯하며,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을 나타내며, 중생들의 근성과 좋아함을 알아서 다툼이 없는 깨끗한 경계에 들어갔다.
모든 법의 성품이 나고 사라짐이 없음을 알고, 자재한 지혜로써 크고 작은 모든 경계가 서로 들어가게 하여 부처님 지위의 깊고 깊은 이치를 분명하게 결정하며, 세간의 글과 뜻을 알고 끝없는 말로 끝없는 법을 말하면서 한 구절 가운데서 모든 경전[修多羅]을 연설하여 구족하게 넓은 지혜를 얻게 하며, 다라니들을 배워 외우는 대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잊지 아니하며, 한 생각 속에서도 말할 수 없이 오래된 세월의 지나간 일을 기억하며, 한 생각 동안에 삼세 중생들의 마음을 분명히 알고 여러 중생에게 모든 부처님의 다라니 법 광[摠持法藏]을 주며, 깨끗하고 물러나지 않는 법 수레를 항상 굴리어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가 나게 하며, 부처님 경계(境界)에 들어가 일체지를 갖추고 항상 깊고 깊은 삼매에 머물며 모든 법문 구절을 잘 분별하되 법에 고집하지 아니하며, 가장 훌륭한 지혜로 자재하게 유희하여 여러 경계에서 해탈을 얻으며, 온갖 깨끗하고 장엄한 몸을 관찰하여 그 몸이 시방 법계에 널리 들어가서 교화할 만한 이를 따라 여러 곳에 이르며, 여러 세계에 있는 티끌 수마다 그 속에서 정각을 이루는 것을 알며, 빛깔의 성품이 없는 데서 모든 빛깔을 나타내며, 한 방위로써 온갖 방위에 들게 하나니, 모든 보살들은 모두 이와 같은 한량없는 지혜와 공덕의 광을 갖추었으매, 시방에 계시는 부처님들이 모두 그의 공덕을 칭찬하되 다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서다림 동산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광명이 비추는 데를 보고 여래의 공덕 바다에 깊이깊이 들어갔다.
그 때에 저 보살들은 헤아릴 수 없는 바른 법의 광명이 비췄으므로 마음이 기쁘고 쾌락하여 제각기 그 몸과 사자좌와 모든 누각과 여러 장엄거리와 서다림에 널려 있는 일체의 사용할 물건에서 가지가지 대장엄 구름을 변화시켜 시방의 온 법계에 가득 채웠다.
이른바 잠깐잠깐 동안에 일체의 미묘하고 넓고 큰 광명 그물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모든 중생을 깨우치어 기쁘게 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온갖 마니 방울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미묘한 음성을 내어 삼세 부처님들의 공덕을 찬탄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온갖 하늘 음악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미묘한 음성을 내어 중생들의 업과 과보를 연설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온갖 보살들의 가지가지 행과 원과 몸 모양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모두 아름다운 음성으로 보살들의 넓고 큰 행과 원을 말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여러 여래의 가지가지 신통으로 자재하게 변화하는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중생들의 말을 따르는 음성으로 여러 중생에게 부처님의 넓고 큰 말씀을 연설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일체의 가지가지 잘 생긴 몸매로 장엄한 보살의 몸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온갖 세계에서 여래들이 시방의 모든 나라에 나타나시어 차례로 계속하고 끊어지지 않는 일을 연설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온갖 삼세(三世) 여래의 보리도량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모든 부처님의 정각 이루심을 나타내고, 널리 살펴보아 성불하는 장엄한 공덕을 보이며,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용왕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그 낱낱 몸 구름이 여러 부처 세계에서 가지가지 훌륭한 묘향을 내리며,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세간 임금[世間主]들과 비슷한 몸 구름을 내어, 법계에 펼치어 그 낱낱 세간 임금들이 널리 살펴보고 보현보살의 행을 연설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온갖 보배 광명이 솟는 청정한 세계 구름을 내어 법계에 퍼지어서 시방의 여러 부처님이 법 수레 굴리는 것을 보이는 것 들이다.
이 보살들이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광명의 비춤을 받고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신통 경계에 들어가면, 으레 이렇게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신통 변화로 장엄한 구름을 나타내는 것이다.
7. 문수보살이 삼매의 공덕을 말하다
이때에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위력을 받들고 서다림 동산의 이러한 신통 변화를 가득 보이려 하사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서다림 모든 장엄 자세히 보라.
훌륭하게 꾸며진 것 한이 없으며
가지가지 몸 구름 제각기 내어
부처님 위신으로 법계에 가득
깨끗한 빛깔 모양 몸을 장엄한
한량없는 시방세계 불제자들이
도량에 모여들어 나타난 형상
이 회상에 있는 대중 못 볼 이 없다.
한량없는 불제자의 털구멍에서
우레같이 부처님의 법을 말하니
가지가지 장엄한 불꽃 구름이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 퍼지고
보배 나무 나무마다 꽃과 잎에서
범천왕과 제석천왕 나타나더니
고요하고 한가로운 위의와 동작
선정에서 일어나 걸음 거닐고
부처님 몸 하나하나 털구멍에서
그지없는 보살 대중 나타나시니
아름답고 미묘하고 잘 생긴 몸매
보현보살 상호(相好)와 다르지 않네.
서다림 위에 펼친 여러 장엄들
허공에 가득 퍼져 소리를 내어
삼세 보살들의 공덕 바다와
가지가지 장엄을 찬탄하오며
서다림 속에 있는 보배 나무들
한량없고 미묘한 음성을 내어
여러 종류 중생들의 업과 과보가
제각기 다른 것을 연설하오며
서다림 속에 있는 여러 경계에
삼세 여래께서 모두 나타나
시방의 많은 세계 티끌 속마다
신통을 일으키어 두루 퍼지며
많은 세계 티끌마다 나라가 있고
나라마다 나타나신 많은 부처님
부처님의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수없는 장엄거리 다 나타나니
보배 불꽃 구름에서 나타나시는
중생 수와 같은 부처 세간에 가득
부처마다 큰 신통을 일으키시어
방편으로 적당하게 교화하시고
허공처럼 가이없는 보배 궁전이
갖은 장엄 다 꾸미어 해가 뜨는 듯
보배 가득 고방들과 보리 나무가
온 세계에 나타나지 않는 데 없고
시방세계 삼세의 많은 여래와
보리 나무 아래마다 보살 대중의
겁 바다를 닦아 모은 공덕 모양이
온통으로 서다림에 다 나타나고
보현보살 행을 닦는 모든 보살들
많은 세계 바다에서 장엄 갖추신
그 수효가 중생처럼 한량없는데
그 대중을 이 숲에서 못 볼 이 없네.
이때에 저 보살 대중은 부처님의 삼매 광명 비침을 받았으므로 낱낱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불쌍히 여기는 문[大悲門]을 얻었고, 이 불쌍히 여기는 문을 얻었으므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어 안락하게 하였다.
그 몸의 낱낱 털구멍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빛깔의 광명을 각각 내고, 낱낱의 광명마다 각각 변화한 몸을 나타내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보살의 몸 구름과 모든 세간 임금들 비슷한 몸 구름을 내어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하며, 모든 중생들 앞에 두루 나타나서 일체 중생들의 형상과 말을 따라,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성숙하게 하였으니,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하늘의 궁전이 퇴타하는 무상한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중생들이 업을 따라 태어나는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꿈속 경계를 마음으로 깨닫게 하는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 보살의 모든 행이 원만한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진동하는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 여래의 안팎 재물을 모두 버리어 보시하는[檀] 바라밀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 여래께서 공덕을 닦아 행이 원만한 계율 지키는[尸] 바라밀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보살들이 팔다리를 끊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는 욕을 참는[提] 바라밀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보살들이 부지런히 가지가지 지혜와 신통을 닦아 꾸준히 나아가는[毗梨耶] 바라밀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선정[靜慮]과 평등히 지님[等持]과 평등히 이르는[等至] 신통과 해탈을 닦는 선바라밀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지혜의 빛이 세상을 비치는 반야바라밀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끝 수 같은 보살들이 부지런히 부처님의 법을 구하면서 하나하나의 구절이나 하나하나의 뜻을 위하여 나라나 도시나 처자나 재물이나 수없는 목숨을 버리는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여래를 친근하여 공양하고 일체의 법요(法要)의 마음을 청문함에 싫증나지 않는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중생의 근성과 욕망이 성숙됨에 따라 나아가서 가르치고 지도하여 지혜 바다의 광명을 깨달아 들게 하는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보살들이 큰 복과 지혜로 마군을 항복 받고 외도들을 억누르는 훌륭한 짐대의 위력 문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장인[工人]들의 공교로운 기술을 아는 밝은 지혜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중생의 마음이 움직이는 미세한 차별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법의 종류가 차별함을 아는 훌륭한 밝은 지혜의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좋아하는 마음[心樂]의 차별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중생들의 감관의 움직임이 차별한 것과 번뇌와 버릇[習氣]을 알아서 소멸케 하는 밝은 지혜의 문을 나타내며, 혹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중생의 품류의 차별과 업과 과보를 아는 밝은 지혜의 문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방편문으로 온갖 중생들이 있는 곳에 나아가 거두어 주고, 조복하여 성숙하게 하였다. 혹은 범천왕의 궁전에 가며, 혹은 제석천왕 궁전에 가며, 어떤 때에는 천룡과 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과 모든 염마라의 궁전에도 가며, 혹은 축생·아귀·지옥에 가기도 하여, 평등한 자비와 평등한 서원, 평등한 지혜와 평등한 삼매로써 교화하여 거두어 주고 조복하는데, 저 중생들이 혹은 보고서 조복되는 이도 있고, 듣고서 조복되는 이도 있고, 혹은 억념하는 것으로 조복되는 이도 있고, 음성을 듣고 조복되는 이도 있고, 이름만 듣고 조복되는 이도 있고, 둥근 광명을 보고 조복되는 이도 있고, 광명 그물을 보고 조복되는 이도 있는데, 모두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 그곳에 나아가서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다.
숲에 있는 여러 보살들이 여러 중생을 성숙케 하기 위하여 신통과 위력으로써 어떤 때는 여러 가지로 잘 꾸민 궁전에 있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의 누각에서 보배 사자좌에 앉아 모든 도량의 대중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시방세계의 일체 바다에 가득하게 두루 나타나서 중생들에게 보게 하지마는 이 서다림의 여래 계신 데를 떠나지 아니하며, 또 이 보살들이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한량없이 변화하는 몸을 나타낼 적에 혹은 그 몸을 권속으로 장엄도 하며, 혹은 그 몸이 단독으로 동무가 없기도 하며, 혹은 사문의 몸도 되고, 혹은 바라문의 몸도 되고, 혹은 외도[異道]도 출가한 몸도 되고, 괴롭게 수행하는 몸도 되고, 충실한 몸도 되고, 의사의 몸도 되고, 장사치의 몸도 되고, 기생의 몸도 되고, 광대의 몸도 되고, 비사문천왕의 몸도 되고, 세간 임금의 몸도 되고, 하늘을 섬기는 몸도 되고, 공교로운 기술자의 몸도 되어, 이렇게 변화하는 몸으로 중생들이 있는 곳에 가서 마땅한 대로 환술 같은 지혜를 일으키어 모든 세상에서 제석천왕의 진주 그물같이 보살의 행을 베푸는 것이다.
이렇게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위의와 가지가지 음성과 가지가지 언론으로 가지가지 있는 곳에서 여러 법문을 연설하나니, 이른바 모든 세간의 공교로운 일을 말하며, 혹은 모든 복덕과 지혜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을 말하며, 모든 것을 증득하는 참된 위력으로 가피함을 말하며, 온갖 업의 힘으로 유지되는 세간 갈래의 장엄을 말하며, 시방에서 건립되는 모든 청정한 법[乘]의 지위를 말하며, 온갖 원만한 지혜로 법의 경계를 비치는 일을 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보살들이 비록 시방 법계에 두루하여,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성숙케 하면서도 이 서다림의 여래 계신 데를 떠나지는 아니하였다.
8. 문수보살이 부처님을 떠나다
그 때 문수사리동자가 선주누각(善住樓閣)에서 나오면서 같이 수행하는 한량없는 큰 보살 대중과 항상 호위하는 금강신(金剛神)들과 온 세상을 위하여 위력을 나타내는 몸 많은 신[身衆神], 예전부터 굳은 서원을 세우고 부처님들에게 공양하는 발로 다니는 신[足行神], 예전 서원을 생각하고 법문 듣기를 좋아하여 쉬지 않는 땅 맡은 신[主地神], 깨끗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법계를 장엄하고 중생을 축여주는 물 맡은 신[主水神], 지혜와 위력과 광명이 널리 비치는 불 맡은 신[主火神], 마니보배 관을 머리에 쓴 바람 맡은 신[主風神], 광명이 시방을 비추고 의식이 제각기 다른 방위 맡은 신[主方神], 무명의 어둠을 부지런히 없애는 밤 맡은 신[主夜神], 여래의 지혜를 일심으로 나타내는 낮 맡은 신[主晝神], 허공 법계를 두루 장엄하는 허공 맡은 신[主空神], 나고 죽는 바다에서 중생들을 방편으로 부지런히 건지는 바다 맡은 신[主海神], 뛰어난 마음으로 일체지를 향하여 훌륭한 선근 짐대[幢]를 모아 쌓는 산 맡은 신[主山神], 큰 서원으로 중생을 건지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용맹하고 게으르지 않은 강 맡은 신[主河神], 중생들의 보리 마음의 성(城)을 부지런히 수호하는 성 맡은 신[主城神], 모든 중생을 항상 수호하는 용왕들, 일체지의 성을 항상 수호하는 야차왕, 중생들의 기쁨을 자라게 하는 건달바왕, 아귀들의 기갈을 부지런히 소멸시켜 주는 구반다왕,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나고 죽는 바다에서 건져내기를 항상 원하는 가루라왕, 중생들이 모두 세상을 벗어나서 여래의 힘을 성취하기 원하는 아수라왕, 허리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가지가지 공덕 뵈옵기를 좋아하는 마후라가왕, 나고 죽음을 매우 싫어하고 부처님의 훌륭한 몸매를 항상 우러르기 좋아하는 여러 천왕들, 부처님을 존중히 여기어 공경하고 공양하고 찬탄하는 대범천왕들과 함께 있었다.
문수사리동자가 이러한 가지가지 모양과 위덕(威德)으로 장엄한 큰 보살들과 여러 세간 임금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던 곳으로부터 부처님 계신 데 와서 오른쪽으로 한량없이 여래를 돌았으며, 온갖 공양구로 가지가지로 공양하고, 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정례하고 물러나 오른쪽으로 돌아 나와서 남쪽으로 향하였다.
이때에 사리불 존자가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문수사리보살이 여러 보살들과 모든 세간 임금들의 가지가지 신통과 위력이 자재한 대중으로 장엄하여 서다림으로부터 조용하게 나가는 것을 보고는, 그도 문수보살과 함께 남쪽으로 가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사리불은 그의 권속 60명의 비구들과 함께 앞뒤로 둘러싸여 있던 곳으로부터 부처님 계신 데로 와 예배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르면서 자기 생각을 여쭈었더니 세존께서 허락하셨다. 그래서 부처님을 세 번 돌아 하직하고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로 갔다.
이 비구들은 사리불의 교화를 받고 출가한 지 오래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사리불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해각(海覺) 비구·묘덕(妙德) 비구·복광(福光) 비구·대비(大悲) 비구·전덕(電德) 비구·정행(淨行) 비구·천덕(天德) 비구·실혜(實慧) 비구·범승(梵勝) 비구·적혜(寂慧) 비구 등 60명이니, 모두 지난 세상에 부처님께 공양하고 선근을 깊게 심었으며, 깊은 법을 모두 깨달았고 깊은 신심으로 가장 깨끗한 데에 들어갔으며, 뜻과 실행이 크고 넓어서 부처님 경계와 평등하며, 부처님의 교법을 올바르게 닦아 행하고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분명히 알며, 중생들을 크게 이익케 하여 성숙시키고, 부지런히 부처님의 공덕을 구하는 이들이니, 모두 문수사리동자가 교화한 것이었다.
이때에 사리불 존자가 비구들을 데리고 길을 가다가 그들을 보며 해각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문수사리의 깨끗한 몸매로 장엄한 몸을 보라, 천상이나 세상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다. 너는 문수사리의 둥근 광명이 사무쳐 비침을 보라,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어 중생들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너는 문수사리가 놓는 광명 그물이 미묘하게 장엄한 것을 보라, 중생들의 한량없는 괴로움을 없앴다. 너는 문수사리를 따르는 대중들의 위덕을 보라, 모두 보살의 지난 세상의 선근으로 섭수하는 것이다. 너는 문수사리의 걸어가는 길을 보라, 좌우로 여덟 보씩이 깨끗하고 평탄하여 여러 보배로 장엄하였다. 너는 문수사리의 머무르는 곳을 보라, 시방으로 주위에 항상 장엄한 도량이 있고 그를 따라 작용한다. 너는 문수사리의 다니는 길을 보라, 한량없는 복덕으로 장엄하였고 좌우에는 복장(伏藏)이 있어 가지가지 보배가 저절로 나온다.
너는 문수사리가 옛적에 부처님들께 공양한 선근으로 있는 데마다 여러 보배 나무가 있는 것을 보라, 그 나무들 사이에서 보배광[寶藏]이 열리어 장엄거리가 나온다.
너는 문수사리의 있는 데마다 모든 세간 임금들이 공양 구름을 일으키는 것을 보라, 모든 공양거리를 내리어서 두루두루 벌여 공양한다. 너는 문수사리를 보라, 시방 부처님들이 법문을 말씀하려 하실 때에는 모두 양미간의 흰 털로부터 광명이 솟아나와 문수사리의 몸을 비추고 정수리로 들어간다.”
이때에 사리불 존자가 비구들을 위하여 문수사리의 한량없는 공덕이 구족하고 장엄한 것을 찬탄하여 연설하였다.
비구들은 이 찬탄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깨끗하고 믿음이 견고하여 기쁘게 뛰놀아 어쩔 줄을 모르며, 몸이 부드럽고 얼굴이 화평하여 업장이 스러지고 근심이 없어졌으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바른 법문을 들으며 그것을 회향하여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하고, 보살의 걸림없는 선근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힘을 얻었고, 다함없이 원만한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어 끝없는 큰 서원을 세우며, 모든 바라밀[度]에 들어가 구경의 저 언덕[彼岸]까지 이르렀으며, 시방의 부처 바다가 앞에 나타나 부처님의 경계를 깊이 냄을 대단히 좋아하였다. 그래서 사리불에게 이렇게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우리들을 인도하여 저 훌륭한 대장부를 가까이 모시도록 하시옵소서.”
이때에 사리불은 그 비구들을 데리고 문수사리동자에게 가서 예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이 비구들이 뵈옵고자 하나이다.”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는 한량없는 자재한 신통을 얻은 보살들과 다른 대중과 가지가지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채 코끼리 왕처럼 머리를 돌려 여러 비구들을 둘러보았다.
비구들은 문수사리의 발에 예배하며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문수사리 화상과 사리불과 세존 석가모니께서는 마땅히 다 아시리이다. 바라옵건대, 저희들이 오늘날 거룩한 문수사리보살을 받들어 뵈옵고 예배하고 공경하고 좋아하여 쌓인 선근과 또 저희들이 지난 세상에서 복과 지혜를 닦아 모은 선근으로써 우리들도 보살이 소유하신 그러한 몸과 그러한 상호, 그러한 음성, 그러한 자재 등 모든 공덕을 얻게 하여지이다.”
이때에 문수사리보살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선여인들이여, 대승법에 나아가면서 싫증나지 않는 열 가지 마음을 성취하면, 여래의 끝가는 지위에까지도 빨리 들어갈 것인데, 하물며 보살의 지위랴. 그 열 가지 마음이란, 모든 여래를 뵈옵고는 큰마음으로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온갖 선근을 쌓아 끝까지 물러가지 않으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구하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모든 보살의 훌륭한 바라밀을 부지런히 행하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보살들의 깊고 깊은 삼매를 모두 닦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삼세에 변천[流轉]하는 모든 법에 차례로 들어가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시방의 모든 세계 바다를 장엄하여 모두 깨끗하게 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모든 중생을 교화 조복하여 모두 성숙케 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온갖 세계에서 보살행을 행하면서 모든 겁(劫)을 지내어도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 한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온갖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바라밀 문을 닦아서 여래의 십력을 성취하여 원만케 하며, 이렇게 차례차례로 온갖 중생을 위하여서 여래의 일체지의 힘을 성취케 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않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라. 선남자·선여인이 깊은 신심을 이루려면 이 열 가지 싫증나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모든 선근(善根)을 자라게 하고, 나고 죽고 헤매는 데서 벗어날 것이며,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 성문(聲聞)이나 벽지불(辟支佛)의 지위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여래의 모든 종성(種性)을 성취하며, 보살의 청정한 큰 서원을 만족하여 모든 여래의 공덕을 쌓으며, 모든 보살의 여러 가지 행을 닦아,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無所畏]을 얻으며, 마군과 외도들을 굴복시켜 온갖 번뇌와 버릇을 없애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여래의 자리에 가까워지리라.”
이때에 모든 비구가 이 법문을 듣고 즉시에 크고 넓은 삼매를 증득하였으니, 이름이 온갖 부처님 경계를 보는 데 걸림없는 눈[見一切佛境界無礙眼]이다. 이 삼매를 얻은 위신력으로 시방의 모든 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 여래들과 그 도량에 있는 대중들을 모두 보며, 그러한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가지가지 종류가 각각 같지 않은 것도 보며, 또 저 모든 세계의 같은 것·다른 것·물든 것·깨끗한 것이 각각 차별한 것도 보며, 또 저 모든 세계에 있는 티끌의 모양이 다른 것도 보며, 여러 세계의 모든 중생의 거처하는 궁전들이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가지가지로 성취되고, 그들의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가 각각 차별한 것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음성으로 법문을 연설하는 갖가지 구절을 듣고, 말씀하는 뜻과 해석하는 말과 성질과 모양의 비밀한 것도 모두 이해하며, 또 저 세계에 있는 온갖 중생의 마음과 근성과 욕망이 각각 차별한 것도 살펴보며, 또 세계에 있는 온갖 중생의 지나간 세상과 오는 세상의 각각 열 세상 동안 일도 기억하며, 또 저 세계의 지나간 세상과 오는 세상의 각각 열 겁(劫) 동안 일도 모두 기억하며, 모든 여래의 열 생애[本生] 동안 지내던 일과 열 번 정각을 이루고 열 번 법 수레[法輪]를 굴리던 일과 열 가지 신통과 열 가지 마음에 기억함과 열 가지 가르친 경계와 열 가지 법문을 연설함과 열 가지 변재도 모두 기억하였다.
또 이 삼매의 힘을 얻었으므로 즉시 십천 가지 진실한 보리 마음을 얻고, 십천 가지 깊은 삼매를 성취하며, 십천 가지 바라밀을 구족하며, 십천 가지 지혜의 광명을 갖추며, 십천 가지 자재한 신통력을 일으켰다. 이러한 보살 삼매를 얻어 가지가지 위신과 걸림없는 세력으로 장엄되었기 때문에, 그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미묘하였으며, 믿는 마음이 늘고 보리에 머무른 마음이 굳어서 흔들리지 아니하였다.
그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진실하고 상서롭고 미묘한 공덕과 보현의 훌륭한 행에 구족하게 머물고, 또 비구들을 권하여 훌륭한 보현의 행에 머물게 하며, 훌륭한 이 행에 머물고는 깊고 넓고 큰 서원 바다에 들게 하며, 이 서원 바다에 든 뒤에는 깊고 큰 서원을 모두 성취하며, 이 큰 서원을 성취하였으므로 마음이 깨끗하여지며, 마음이 깨끗하여지므로 몸이 깨끗하여지며, 몸이 깨끗하여지므로 몸이 경쾌하여지며, 몸이 경쾌하여지므로 물러가지 않는 넓고 큰 신통을 얻으며, 이러한 큰 신통을 얻었으므로 문수사리의 발밑을 떠나지 않고서 시방 모든 세계의 여러 여래 계신 곳마다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다.
9. 문수보살이 선재동자를 만나다
그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비구들에게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고는, 남쪽으로 가면서 차례차례 인간의 도성과 마을을 지나서 복생성(福生城)에 이르렀다. 그 성의 동쪽에 있는 장엄당(莊嚴幢) 사라 나무 숲 속에 머무르니, 그 곳은 지나간 세상에 부처님들이 계시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던 큰 탑이 있는 곳이며, 또 비로자나부처님이 지나간 세상 보살행을 닦을 때에 버리기 어려운 한량없는 몸과 재물을 버리던 곳이었다. 그러므로 이 숲의 이름이 한량없는 부처 세계에 퍼졌으며, 이곳은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이 항상 공경하고 공양하는 곳이었다.
이때에 문수사리보살이 여러 권속을 데리고 이 숲에 이르러서는 그 자리에서 사자좌에 앉아 수다라를 말씀하니, 경의 이름이 법계에 널리 비치는 원만한 광명[普照法界圓滿光明]이었다. 백만억 나유타 수다라로 권속을 삼았으며, 이 경을 말씀할 때에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대용왕과 그 권속들이 이 법을 듣고는 용의 세상을 싫어하고 부처님 공덕을 좋아하여, 용의 몸을 버리고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으며, 1만 용왕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다시 물러나지 않게 되었고,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들이 삼승법에서 성숙함을 얻었다.
그 때에 복생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문수사리보살이 장엄당 사라 나무 숲 큰 탑 근처에 왔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성중으로부터 나와서 이곳에 이르렀다. 그 사람들 가운데 대혜(大慧)라는 우바새(優婆塞)가 5백 권속을 데리고 왔으니, 그 권속은 수달다(須達多) 우바새·보덕(寶德) 우바새·원광(圓光) 우바새·명칭천(名稱天) 우바새·월길상(月吉祥) 우바새·월희(月喜) 우바새·월지(月智) 우바새·대지(大智) 우바새·현호(賢護) 우바새·현길상(賢吉祥) 우바새 들이었다. 그는 이런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문수사리동자가 있는 데로 와서는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앉았다.
또 대혜(大慧) 우바이(優婆夷)가 권속 5백 사람과 함께 왔는데, 그 이름은 묘원광(妙圓光) 우바이·범덕(梵德) 우바이·길상(吉祥) 우바이·묘비(妙臂) 우바이·현광(賢光) 우바이·현길상(賢吉祥) 우바이·월광(月光) 우바이·성수광(星宿光) 우바이·현덕(賢德) 우바이·묘안(妙眼) 우바이 들이었다. 이런 대중들이 앞뒤로 둘러싸고서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로 와서는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또 동자(童子)가 있으니 이름이 선재(善財)며 권속 5백 사람과 함께 왔는데, 그 이름은 선금(善禁)동자·선계(善戒)동자·선위의(善威儀)동자·선행(善行)동자·선사유(善思惟)동자·선지(善智)동자·선혜(善慧)동자·선안(善眼)동자·선비(善臂)동자·선광(善光)동자 들이었다. 이런 무리들이 앞뒤로 둘러싸고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로 와서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또 동녀(童女)가 있으니 이름은 묘현(妙賢)이며 권속 5백 사람과 함께 왔 는데, 그 이름은 대혜(大慧)동녀·선현(善賢)동녀·단엄면(端嚴面)동녀·견선혜(堅善慧)동녀·길상현(吉祥賢)동녀·길상지(吉祥智)동녀·공양덕(供養德)동녀·길상원광(吉祥圓光)동녀·묘각(妙覺)동녀 들이었다. 이런 무리들이 앞뒤로 둘러싸고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로 와서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물러가서 한쪽에 앉았다.
이때에 문수사리동자가 복성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온 줄을 알고 두루 살펴본 뒤에 그들 마음에 좋아하는 대로 신력으로써 자재한 몸을 나타내니, 위엄과 광명이 놀랍게 빛나서 대중에서 뛰어났다. 크게 사랑하는 힘으로는 모든 대중들로 하여금 편안하고 시원하고 쾌락함을 얻게 하고, 크게 불쌍히 여기는 힘으로는 법문을 말하는 마음을 일으켜 두루 성취하게 하고, 큰 지혜의 힘으로는 그들을 깨닫게 하여 온갖 번뇌의 때를 소멸하게 하고, 걸림없는 변재로는 장차 깊고 크고 넓은 불법을 연설하려 하였다.
또 선재동자는 무슨 인연으로 선재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하고 살펴보았다.
선재동자가 처음 태(胎)에 들 때에 그 집 안에 자연히 칠보 누각이 생겼는데, 누각 밑에는 일곱 군데 복장(伏藏)이 있었고, 그 복장 위에는 칠보의 싹이 났으니, 금·은·유리·파려·적진주·자거·마노 등이었다.
선재동자는 태에 든 지 열 달 만에 탄생하였는데, 형용이 단정하고 팔다리와 손발가락이 분명히 생겼으며, 일곱 복장은 길이·너비·두께가 각각 7주(肘)씩 되는 것이 저절로 솟아올라 빛이 찬란한 것을 안팎 가족들이 모두 보았고, 또 집 안에는 5백 개의 보배 그릇에 진기한 보배들이 가득가득 담겼었다. 이른바 금강 그릇에는 온갖 향이 가득하고, 향으로 된 그릇에는 가지각색 옷이 가득하고, 백옥 그릇에는 음식이 가득하고, 마니 그릇에는 보물이 가득하고, 황금 그릇에는 은쌀이 가득하고, 백은 그릇에는 금쌀이 가득하고, 금은 그릇에는 유리가 가득하고, 유리 그릇에는 금과 은과 마니보배가 가득하고, 파려 그릇에는 자거가 가득하고, 자거 그릇에는 파려가 가득하고, 마노 그릇에는 진주가 가득하고, 진주 그릇에는 마노가 가득하고, 별짐대 마니 그릇에는 수정 마니가 가득하고, 수정 마니 그릇에는 별짐대 마니가 가득하였다. 이와 같이 5백 보배 그릇이 저절로 나왔고, 또 집안에 가지가지 보배와 재물과 모든 일용품 따위가 쏟아져 내려서 모든 고방이 가득가득 찼었다.
그래서 부모와 친척과 관상 보는 사람들이 합의하여 이 동자의 이름을 선재(善財)라고 지었고 또 이 동자가 지난 세상에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여 선근을 많이 심었고, 믿는 마음과 알음알이가 크고 넓으며,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기를 좋아하고, 몸이나 입이나 마음으로 짓는 일에 모두 잘못이 없고, 깨끗한 보살의 도를 꾸준히 닦았으며, 일체지를 구하여 불법의 그릇을 이루었고, 마음의 움직임이 청정하여 허공과 같은 줄을 알았다.
이때에 문수사리보살이 이렇게 선재동자의 훌륭한 상호를 관찰하고, 화평하게 웃으며 위로하면서 모든 불법을 연설하여 주었으니, 곧 모든 부처님들의 닦아 쌓은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서로 계속하는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차례로 깊이 들어가는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대중이 청정한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법 수레로 교화하는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몸매가 청정한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법신이 두루 성취하는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변재가 걸림 없는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원만하게 장엄한 법을 말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평등하여 둘 아닌 법을 말하였다.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가 선재동자와 대중들을 위하여 이러한 법을 말하고, 다시 가지가지 좋은 방편으로 은근하게 권유하여 그들로 하여금 활짝 깨닫고 세력이 점점 자라서 환희심을 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였으며, 또 선재동자로 하여금 지난 세상에 심은 선근을 생각하게 하고, 복성에서 나온 대중들의 근성과 욕망을 따라 신통을 나타내어서 제도(濟度)받을 수 있는 데로 법문을 연설하고 떠났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문수사리동자에게서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훌륭한 공덕과 큰 위력을 말하는 것을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부지런히 구하기 위하여 문수사리를 따라가서 우러러 받들기를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귀의하여 합장하고 우러러 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지혜와 위신의 힘을 얻어서
보리행을 행하여 중생 건지고
그지없는 그 경계 구하려 하니
바라건대 보살님 살피옵소서.
애욕 물 깊이 파서 해자[塹]가 되고
교만한 높은 마음 담이 되었고
여러 갈래 들고 남은 문과 창호요
넘지 못할 삼계(三界)는 성곽이 되며
어리석은 무명이 꽉 덮였는데
탐욕·노여움[恚] 성하여 불이 늘 타며
마왕이 마음대로 여기 있거든
철없는 범부들이 의지해 사네.
아첨과 분한(分恨)과 번뇌 북새질
탐욕에 얽히는 건 그물끈 같아
의혹에 가리워져 배냇소경처럼
험난한 잘못된 길 늘 드나드네.
간탐과 질투심에 항상 얽히어져서
나쁜 갈래 팔난(八難) 속에 늘 들어가고
다섯 갈래 헤매면서 깨닫지 못해
나고 늙고 병나 죽는 고통이 크네.
대비로 번뇌 끊는 깨끗한 햇님
널리 비친 지혜 빛 뚜렷한 바퀴
나고 죽는 번뇌 바다 말리시나니
자비 광명 드리우사 살펴 주소서.
뚜렷이 사랑하는 깨끗한 달님
복과 덕과 빛나는 때 없는 바퀴
중생들을 골고루 편케 하시니
서늘한 덕 드리우사 살펴 주소서.
온갖 법계 공덕의 임금이시여
설한 업을 이룩해 윤보(輪寶) 삼아서
갈 데를 지도하여 걸림 없나니
이내 마음 따라서 가르치소서.
복과 지혜 넓으신 큰 장사 물주(物主)
용맹하게 나아가 보리를 얻어
온 법계 중생들을 이익하시니
자비를 드리우사 건져 주소서.
몸에는 욕을 참는 갑옷을 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지혜 칼 잡아
자재하게 마군을 깨뜨리시는
용맹으로 이 몸을 보호하소서.
묘한 법 수미산에 편안히 계셔
삼매의 하늘 아씨 호위를 받고
번뇌의 아수라를 깨뜨리시니
진실한 제석천왕 살펴 주소서.
캄캄한 삼계 안에 범부의 굴택(窟宅)
번뇌에 헤매이는 삼악도 인(因)을
영원히 씻은 듯이 소멸하시고
밝은 등불 앞길을 비춰 주소서.
나쁜 갈래 가는 길 막아 주시고
좋은 길을 닦으사 깨끗케 하여
삼계 중생 건지시는 큰 다리[橋梁]시니
저에게 해탈 법문 보여 주소서.
항상하다 즐겁다 나다 깨끗하다
뒤바뀐 나쁜 고집 어두운 소견
밝으신 지혜로써 없애 주시고
참된 법 해탈의 길 열어지이다.
참된 이치 깨달아 의혹 없으며
여러 가지 법에서 두려움 없고
중생을 조복하는 자재하신 님
나에게 보리의 길 보여주소서.
여래의 정견(正見) 땅에 편안히 계셔
부처님의 공덕을 늘게 하시며
부처님 묘법 꽃을 내리시나니
나에게 보리 길 속히 보이소서.
가고 오는 삼세의 여러 부처님
밝은 햇빛 세간에 떠오르는 듯
중생에게 감로문을 열어 주시니
저 부처님 얻으신 길 말씀하소서.
번뇌 업의 속박을 풀어 주시고
삼승의 법 수레를 운전하시는
지혜에 결정하여 자재하신 님
마하연의 밝은 불꽃 보여 주소서.
자비는 속바퀴[轂] 행원은 겉바퀴[輪]
믿음은 빗장 되고 참음은 굴대[軸]
깨끗한 공덕 보배 수레채[轅] 되니
이러한 보리 수레 저를 태워요.
여러 가지 진언은 앉는 데[車箱] 되고
사랑으로 장엄한 뚜껑을 덮고
아름다운 변재로 풍경을 달아
훌륭한 이런 수레 저를 태워요.
깨끗한 계율로 자리를 삼고
여러 가지 삼매는 채녀(采女)가 되고
두둥둥 법북 소리 중생을 경책
마하연의 큰 수레에 저를 태워요.
네 가지 거둬주는 무진장 고방
영락으로 장엄한 공덕의 보배
나와 남 부끄러움 말굴레[羈鞅] 삼아
가장 좋은 큰 수레 저를 태워요.
모든 것을 버리고 광명을 놓고
정계(淨戒)의 진실한 향 항상 발라서
번뇌의 혹[疣]과 헌 데[瘡] 없애 버리니
훌륭한 이 수레에 저를 태워요.
세 가지 업 조복 받기 물러섬 없고
육근이 고요한 삼매의 자리
훌륭한 지혜 방편 멍에 만들어
미묘한 법 수레에 저를 태워요.
회향하는 큰 원력 수레 모는 이
다라니의 모든 법 굳은 힘으로
두루 도는 지혜로 운전하나니
빨리 가는 이 수레 나는 타리라.
보현의 만행(萬行)으로 그물을 치고
자비한 마음으로 천천히 운전
가는 대로 걱정 없고 불편 없나니
위없이 좋은 수레 나는 타리라.
확실히 맡아 가짐 금강과 같고
지혜로 잘 꾸민 것 환술도 같아
여러 가지 장애를 모든 끊나니
보현보살 큰 수레 나는 타리라.
때 없이 사랑하심 중생에 평등
성현의 즐거움을 온 세상 주며
허공 같은 지혜로 법계 비추니
하루 빨리 이 수레 나는 타리라.
여러 가지 업과 번뇌 깨끗이 하고
헤매는 세상 고통 끊어 버리고
악마와 외도들을 항복 받나니
미묘한 이 법 수레 나는 타리라.
지혜로 아는 경계 허공과 같고
장엄한 실행의 길 법계에 가득
중생들의 욕망을 만족케 하니
바라건대 이 수레 빨리 타지이다.
깨끗한 고운 마음 한량이 없어
무명과 애욕들을 모두 없애고
중생을 이익하는 끝없는 마음
바라건대 이 수레 빨리 타지이다.
서원은 바람처럼 빠르게 가고
선정은 잘 머물러 흔들리잖게
한량없는 중생을 운전하나니
바라건대 이 수레 빨리 타지이다.
서원은 땅과 같이 까딱도 없고
자비는 물과 같이 늘 이익커든
힘차게 짐을 지고 가쁜 줄 몰라
바라건대 이 수레 빨리 타지이다.
중생을 비추는 지혜의 햇빛
쬐어 주는 광명이 둥글고 가득
훌륭한 다라니와 청정한 그 빛
내게도 비추시어 뵙게 하소서.
한량없는 세월에 수행을 힘써
일체지 가득 이루고
끈덕진 집착성을 깨뜨리시니
그러한 금강 지혜 내게 주소서.
부처님의 넓으신 지혜 바다에
가없이 많은 지혜 모두 얻으신
수없는 부처님 덕 충만하시니
바라건대 보살님 말씀하소서.
법왕(法王)의 묘한 법성 이미 드시고
지혜의 훌륭한 관 이미 쓰시고
부처님 때 없는 깁 머리에 매신
가장 높은 지혜로 살펴 주소서.
문수사리보살은 코끼리왕이 돌듯이 선재를 관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다시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려 하며, 보살의 행을 닦으려고 보살들이 행하던 길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선지식을 모시고 공양하는 일은 일체지를 닦아 모으는 첫 인연이 되느니라.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말미암아 일체지를 빨리 이룰 수 있으니, 이 일에 대하여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아라.”
선재동자는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자비를 드리우사 말씀하여 주십시오. 제가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행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원만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깨끗하게 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운전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에 깊이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만들어 내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관찰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넓히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성취하며, 어떻게 하면 보현의 행을 빨리 갖추겠나이까?”
그 때에 문수사리보살은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착하다, 깨끗한 공덕 바다인
부처님의 아들이 나에게 와서
넓고 큰 자비한 맘 일으키고서
위없는 바른 각을 힘써 구하며
저 모든 중생들이 온 세계에서
헤매는 많은 고통 건져 주려고
바다같이 깊은 서원 벌써 세우고
보살의 온갖 행을 닦으려 하네.
만일 어떤 보살이 굳은 맘으로
생사에 오래 있어 싫증 없으면
보현의 온갖 행을 모두 갖추고
금강 같은 부처님의 공덕 얻으리.
복덕의 광명이요 복덕 별이요
복덕의 나온 데며 복덕 바다며
여러 가지 중생들을 모두 위하여
보현의 청정행을 닦으려거든
끝없는 온 세계의 지난 세상과
이 세상 오는 세상 부처님 보고
그들의 연설하신 법문을 듣고
모두 다 기억하고 잊지 말아라.
네가 만일 시방의 온 세계에서
수없는 여래를 찾아뵈옵고
서원 바다 깨끗하여 모두 이루면
티끌 같은 보살행을 모두 갖추리.
방편의 법 바다에 네가 들어가
여래의 공덕 땅에 편히 머물고
도사의 훌륭한 행 힘써 닦으면
스승 없는 일체지 이루게 되리.
네가 만일 넓고 넓은 많은 세계서
세계 바다 티끌처럼 오랜 세월에
그 동안 보현보살 행을 닦으면
가장 좋은 보리도를 이루게 되리.
네가 만일 그지없이 오랜 세월에
시방세계 많은 나라 두루 다니며
네가 세운 큰 서원을 이룩하려고
보현보살 온갖 행을 모두 닦으면
그 가운데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
이 서원 얻어 듣고 즐거워하며
크고 넓은 보리 마음 모두 내고서
일심으로 보현보살 법을 배우리.
문수사리보살이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것도 진실로 어려운 일이지마는, 그 마음을 내고 다시 보살의 행을 부지런히 행하려는 것은 몇 곱이나 더 어려운 일이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발심하고 보살의 도를 구하여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성취하려거든, 마땅히 진정한 선지식을 부지런히 찾아야 할 것이니, 선남자여, 선지식 찾기를 고달파하지 말며, 선지식을 보거든 싫증을 내지 말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고 어기지 말며, 선지식의 미묘한 방편에 다만 공경할 뿐이요 허물을 보지 말아야 한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나라가 있는데, 이름이 승락(勝樂)이요, 그 나라에 묘봉산(妙峯山)이 있고, 그 산에 비구(比丘)가 있으니 이름은 길상운(吉祥雲)이다.
그 비구를 찾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닦으며, 내지 어떻게 하면 보현행을 빨리 갖출 수 있나이까’하고 물으라. 선남자여, 그 선지식이 그대에게 보현의 행과 원을 구족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말하여 주리라.”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즐거워 한량없이 뛰놀면서 그 비구에게 간절히 앙모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문수사리를 그리워하면서 두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눈물을 흘리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10. 선재동자가 길상운 비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남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승락국에 이르러 묘봉산에 올라갔다. 산 위에서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을 두루 찾았으나, 이레가 지나도록 길상운 비구를 만나지 못하였다. 선지식을 만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잊어 버리고 배고픈 생각도 없이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며 조금도 낙심하지 아니하였다. 이레가 지난 뒤에 그 비구가 다른 산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걸어 그 앞에 나아가서 두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행하며, 내지 어떻게 해야 보현의 행을 빨리 갖출 것인가를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해 주소서. 어찌하오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성취하겠나이까?”
이 때에 길상운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것도 진실로 어려운 일인데, 다시 보살의 행을 행하려고 물으니 이는 어려운 일 중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른바 보살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경계를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엄청나고 깨끗한 행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나타내는 신통 변화를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나타내는 여러 가지 해탈문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일부러 세간에서 가지가지 짓는 업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중생들의 가지가지 마음의 움직임을 따르는 일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일부러 나고 죽는 데와 열반에 드나드는 일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하염없는 법에나 하염있는 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며, 보살이 중생들의 갖가지 번뇌와 미세한 허물까지 끊어 없애는 일을 부지런히 구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자재하고 결정한 알음알이 힘을 얻어서 믿음의 눈[信眼]이 깨끗해서 지혜 빛이 밝게 비치며, 널리 보는 눈[普眼]이 밝고 사무치어 청정한 행을 갖추었으며, 지혜의 눈[慧眼]으로 온갖 경계를 두루 보며 공교한 방편으로 온갖 장애를 여의었으며, 깨끗한 몸으로 시방의 일체 국토에 나아가 모든 부처님께 공경하고 공양하며, 믿고 이해하는 힘으로 시방 부처님들을 항상 생각하며, 잘 기억하는 힘[摠持力]으로 시방의 여러 부처님 법을 받아 지니며, 지혜 눈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을 항상 보노라.
이른바, 동방에서 한 부처님·두 부처님·열 부처님·백 부처님·천 부처님·백천 부처님·억 부처님·백억 부처님·천억 부처님·백천억 부처님·나유타억 부처님·백 나유타억 부처님·천 나유타억 부처님·백천 나유타억 부처님을 보며, 내지 수없고, 한량없고, 가없고, 같을 이 없고, 셀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염부제 티끌 수 같은 부처님, 사천하 티끌 수 부처님, 소천 세계 티끌 수 부처님, 중천 세계 티끌 수 부처님, 대천 세계 티끌 수 부처님, 열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천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천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천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백천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 나유타억 불세계 티끌 수 부처님을 보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불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보는 것이다.
동방에서 일체 부처님들을 보는 것처럼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에서 부처님 보는 것도 역시 그러하며, 그 보는 바를 따라 낱낱 방위에 있는 부처님들이 가지가지 몸매와 형상과 신통과 수용함과 유희와 대중으로 장엄한 도량과 광명이 끝없이 비침과 궁전으로 장엄한 국토와 가지가지 수명이 장수하고 단명함을 보이는 것과 중생들의 갖가지로 좋아함을 따라 가지가지로 정각을 이루는 문을 나타내심으로, 대중 가운데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며, 사자후로써 중생 건지시는 것을 보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부처님들의 평등한 경계를 기억하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 널리 보는 법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한량없는 지혜가 구족하고 원만하고 청정한 수행의 문이야 어떻게 그 끝간 데를 알 수 있으랴. 이른바, 지혜 빛으로 차별 경계를 두루 비추는 염불문이니 항상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국토와 궁전의 장엄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늘어나는 뜻[意樂]에 편안히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중생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부처님을 뵈옵고 깨끗함을 얻게 하는 까닭이며, 구경의 부처님의 힘에 편안히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십종력(十種力)에 들어가 따라서 행하게 하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여래의 구경법에 편안히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들의 법문 말씀하심을 보고 모두 듣는 까닭이며, 시방을 두루 비추되 차별 없는 광[藏]인 염불문이니 모든 세계 중에 차별 없는 모든 부처님 바다를 널리 보는 까닭이며,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한 곳에 들어가는 염불문이니 온갖 미세한 경계에서 여래의 신통 변화에 자재한 일을 보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겁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겁에서 불사를 이루는 부처님들을 항상 보고 모두 가까이 모시는 까닭이며, 온갖 시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시간에 부처님을 뵈옵고 함께 있어서 여의지 않는 까닭이며, 온갖 세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세계에서 부처님 몸이 세상에 뛰어나 비길 데 없음을 보는 까닭이다.
그리고 온갖 세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 삼세의 모든 여래를 널리 뵈옵는 까닭이며, 온갖 경계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경계에서 부처님들이 계속하여 세상에 나오심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성품이 고요함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의 여러 부처님이 열반에 드심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때와 모든 곳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하루 동안에도 많은 부처님들이 계시는 처소로부터 떠나가서 교화함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경계가 넓고 큰 데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결가부좌(結跏趺坐)하시면 낱낱 부처님 몸이 법계에 가득함을 보는 까닭이다.
온갖 법이 미세한 데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한 털구멍 속에서 말할 수 없는 부처님들이 나시는 것을 보고 모두 그 곳에 나아가 가까이 섬기는 까닭이며, 찰나의 짬까지 장엄한 데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잠깐 사이에도 모든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이 정각을 이루고 신통을 나타내는 것을 보는 까닭이며, 온갖 법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어 지혜 광명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는 것을 보는 까닭이며, 자재한 마음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자기 마음의 욕망을 따라 모든 여래가 나타내는 영상(影像)을 모두 보는 까닭이며, 온갖 업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법계의 온갖 중생들이 짓는 업을 따라서 그 몸을 나타내어 깨닫게 하는 까닭이며, 온갖 신통 변화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넓은 향물 바다 속에서 연화대에 앉아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시방에 가득 차는 까닭이며, 평등한 허공에 머무르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나타내시는 몸 구름이 법계와 허공계에 장엄함을 보는 까닭이다.
이와 같이 한량없고 수없는 염불문을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해문국(海門國)이 있고 그 나라에 해운(海雲) 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느냐고 물으라. 해운 비구는 넓고 큰 선근의 인연을 잘 분별하고 열어 보이어서, 그대로 하여금 엄청난 도를 돕는 자리에 들어가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선근의 힘을 이루게 하며, 그대를 위하여 보리심 내는 원인을 말하며, 그대로 하여금 큰 법의 광명을 내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바라밀을 얻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수행 바다에 들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서원을 운전케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장엄문을 깨끗하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넓고 큰 자비를 일으키게 하리라.”
선재동자는 길상운 비구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고 사모하면서 물러갔다.
11. 해운 비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듣고 일심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지혜의 광명문을 따라 생각하며, 깊고 깊은 해탈문을 따라 통달하며, 자재한 삼매문을 따라 기억하며, 깨끗하게 가르치는 문[敎誨門]을 따라 받들며, 부처님들의 위덕문을 따라 관찰하며, 부처님들의 계신 문을 따라 기뻐하며, 부처님들의 규범문을 따라 이해하며, 부처님들의 나타나시는 문을 따라 생각하며, 부처님들의 법계문에 따라 들어가며, 부처님들의 경계문에 따라 머물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서 해문국(海門國)에 이르러서는 해운 비구 있는 데 나아가 두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옵고, 깊고 높은 지혜 바다에 들어가려 하옵니다. 그러나 아직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도를 갖추어 지혜의 씨[菩提種]를 자라게 하오며, 어떻게 하면 범부의 집을 버리고 여래의 집에 태어나며, 어떻게 하면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가 부처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어리석은 범부의 지위를 떠나 부처님의 가장 좋은 자리[最勝地]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나고 죽는 흐름을 끊고 부처님의 깨끗한 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나고 죽는 바퀴를 깨뜨리고 큰 서원 바퀴를 이룩하며, 어떻게 하면 마군의 경계를 없애고 부처님의 경계를 나타내며, 어떻게 하면 애욕 바다를 말리고 불쌍히 여기는 바다[大悲海]를 늘게 하며, 어떻게 하면 삼도(三途) 팔난(八難)의 문을 막고 인간 천상의 열반문을 열며, 어떻게 하면 삼계의 속박된 성(城)을 나와 일체지의 해탈성에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모든 귀중한 세간[資具]을 버리고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하며 거두어 주는지 알지 못합니다.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소서.”
해운 비구는 선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는가?”
“그러합니다.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들을 수도 없는 일이거든, 하물며 스스로 깊은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랴.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일찍이 견고한 선근을 깊이 심지 아니하였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평등하여 걸림이 없는 경계를 얻으려 하나니 두루한 문[普門]의 선근 광명이 비치는 까닭이며, 진실하고 공교한 방편의 광을 얻으려 하나니 바른 도의 삼매 광명이 비치는 까닭이며, 쌓아 놓은 공덕 광을 얻으려 하나니 넓고 큰 복으로 몸을 장엄하는 까닭이며, 가지가지 선한 법[白法]이 자람을 얻으려 하나니 잠깐잠깐 동안에 생겨나서 쉬지 않는 까닭이며, 참된 선지식을 공양하여 섬기려 하나니 중요한 법[法要]을 묻되 고달픔이 없는 까닭이며, 간탐과 인색을 버리고 갈무려 두지 않으려 하나니 몸과 목숨과 재물에 애착이 없는 까닭이며, 교만한 마음을 여의고 높다 낮다 하는 생각을 없애려 하나니 편안히 머물러 동하지 않음이 땅과 같은 까닭이며, 항상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어 따르려 하나니 평등하게 이익케 하고 거스르지 않는 까닭이며, 나쁜 갈래에서 나고 죽고자 하나니 고통 받는 중생들을 건지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까닭이며, 항상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려 하나니 부지런히 닦아서 끝간 데까지 이르고자 하는 까닭이며, 일체 중생을 항상 이익케 하려 하나니 모든 중생을 편안케 하려는 까닭이다. 이렇게 하여야 능히 보리심을 내는 것이니라.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이른바, 고통 받는 중생들을 건져내려 하므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大悲心]을 내고,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복주려 하므로 사랑하는 마음[大慈心]을 내고, 중생들의 고통 덩이[苦蘊]를 없애려 하므로 안락케 하려는 마음[安樂心]을 내고, 중생의 착하지 못한 마음을 쉬게 하려 하므로 이익케 하려는 마음[饒益心]을 내고, 두려워하는 중생들을 구호하려 하므로 민망한 마음[哀愍心]을 내고, 집착으로 법에 장애됨을 버리게 하려 하므로 집착 없는 마음[無著心]을 내고, 법계의 모든 부처 세계에 두루하려 하므로 넓고 큰 마음[廣大心]을 내고, 허공계에 안 가는 데가 없으므로 가이없는 마음[無邊心]을 내고, 부처님들의 묘한 몸매를 보려 하므로 때 없는 마음[無垢心]을 내고, 삼세 법을 아는 지혜가 그지없음을 관찰하므로 청정한 마음[淸淨心]을 내고, 일체지지의 깊은 바다에 들어가려 하므로 큰 지혜 마음[大智心]을 내나니, 이러한 가지가지 마음을 내는 것이므로 이것을 보살이 보리심을 내었다고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해문국에 와서 있는 지가 12년인데, 항상 열 가지 일[十事]로써 바다를 살펴보아 경계를 삼나니, 이른바, 바다가 넓어서 측량할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가 깊어서 바닥을 알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의 짠맛이 한결같음을 생각하며, 바다에서 여러 가지 보배가 나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의 물빛이 간 데마다 달라서 요량할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에 가지가지 중생이 의지하여 사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가 한량없는 큰 중생들을 받아 두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가 큰 구름에서 쏟아지는 비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하며, 바다는 언제든지 물이 가득하여 늘고 줄지 않는 것을 생각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생각하기를, '이 세상에 넓고 깊기가 바다보다 더한 것이 있는가. 내지 오는 것을 모두 받아 두면서도 늘지도 줄지도 않는 것이 바다보다 지나가는 것이 있는가’ 하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생각할 때에 바다 가운데서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 큰 연꽃이 솟아 나왔는데, 가장 좋은 제청 파지가(頗迦) 금강 마니왕 보배로 줄기가 되고, 비유리 마니왕 보배로 꽃판이 되고, 때 없이 깨끗한 염부단금으로 잎이 되어 때때로 향기가 진동하였으며, 백전단향과 침수향 따위 보배로 연밥이 되고, 누른 빛이 밝게 비치는 마노 보배로 꽃술이 되고, 백만 가지 마니보배로 장엄한 그물이 그 위에 덮였고, 여러 가지로 장식하여 꾸민 것이 그 둘레가 가이없돼 광명이 퍼져 사방으로 빛나는 것이 큰 바다에 덮였는데, 백만의 욕계(欲界) 천왕들이 여러 가지 하늘 보배·하늘 꽃·하늘 화만·하늘 향·하늘 사르는 향·하늘 바르는 향·가루향·하늘 의복·하늘 짐대·일산·깃발들을 뿌려 구름 같이 내려왔다.
또 백만 용왕은 큰 향 구름을 일으켜 향물 비를 내리고, 백만 야차왕은 가지가지 희귀한 보배광을 바치고, 백만 나찰왕은 제각기 자비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관찰하며, 백만 건달바왕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노래하며 찬탄하고, 백만 아수라왕은 연꽃 줄기를 잡고 허리를 굽히고 섰으며, 백만 가루라왕은 모든 영락을 물었는데 보배 띠가 사면으로 드리웠다. 백만 긴나라왕은 이익하려는 마음을 내어 기뻐 좋아하고, 백만 마후라가왕은 깨끗한 마음을 일으켜 공경하며 예배하고, 백만의 인간 왕들은 존중한 마음으로 합장하여 앙모하고, 백만 전륜성왕은 칠보 장엄으로 공양하고, 백만 범천왕은 머리 조아려 예경하고, 백만 정거천(淨居天)은 공경하여 합장하고, 백만의 바다 맡은 신[主海神]은 한꺼번에 나타나 공경 예배하고, 백만의 불 맡은 신[主火神]은 각각 묘한 보배를 가지고 장엄하였으니, 백만 미광(味光) 마니보배는 광명이 널리 비치고, 백만 정복(淨福) 마니보배는 널리 펴 장엄하고, 백만 변조(徧照) 마니보배는 청정한 고방이 되고, 백만 이구장(離垢藏) 마니보배는 빛이 찬란하고, 백만 길상장(吉祥藏) 마니보배는 아름다운 광명을 놓고, 백만 묘장(妙藏) 마니보배는 빛이 끝없이 비치고, 백만 염부단(閻浮檀) 마니보배는 두루 항렬을 지었고, 백만 불가괴(不可壞) 금강 마니보배는 깨끗이 장엄하고, 백만 일장(日藏) 마니보배는 넓고 크고 맑은 광명이 널리 비치고, 백만 가애락(可愛樂) 마니보배는 여러 가지 빛을 나타내어 갖추 장엄하고, 백만 심왕(心王) 마니보배는 섞인 광명을 놓아 그지없는 보배를 내리었다.
이 큰 연꽃에 있는 장엄은 모두 여래께서 지나간 세상에서 세간에 뛰어나는 엄청난 선근을 쌓음으로부터 생긴 것이니, 보살들로 하여금 각기 이 꽃에 대하여 믿음과 서원이 이루어져서 시방의 모든 세계에 나타나지 않는 데가 없게 함이며, 환(幻)과 같이 관찰하여 향왕업(香王業)에서 생기었으니 남이 없는 법[無生法]으로 장엄한 까닭이며, 꿈과 같이 관찰하여 모양을 여읜 법에서 생기었으니 짓는 일이 없는 법[無作法]으로 인정(印定)한 까닭이며, 물들지 않고 다툼이 없는 법에서 생기었으니 경계를 따라 관찰하여 집착이 없 는 까닭이다. 항상 아름다운 음성을 내어 여래의 크고 넓은 경계를 연설하되, 그 소리가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세계에 가득하니 설사 수없는 백천억겁 동안에 미묘한 변재로 이 꽃의 공덕을 칭찬하여도 끝낼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그 때에 이 연꽃 위에 여래께서 결가부좌하신 것을 뵈오니, 상호가 구족하고 형상이 크고 높아서 위로 유정천(有頂天)까지 이르렀는데, 여래의 앉으신 보배 연화좌를 헤아릴 수 없으며, 도량에 모인 대중도 헤아릴 수 없으며, 원만하신 지혜도 헤아릴 수 없으며, 두렷한 빛이 밝게 비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위의가 나타남도 헤아릴 수 없으며, 광명이 치성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어른다운 몸매와 잘 생긴 모양도 헤아릴 수 없으며, 변화가 자재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신통으로 조복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깨끗한 빛깔도 헤아릴 수 없으며, 정수리를 볼 수 없음도 헤아릴 수 없으며, 혀가 넓고 긴 것도 헤아릴 수 없으며, 변재가 교묘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원만한 음성으로 두루 연설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한량없는 지혜도 헤아릴 수 없으며, 깨끗하여 두려움 없음도 헤아릴 수 없으며, 걸림없는 알음알이도 헤아릴 수 없으며, 그 부처님의 지나간 세상에 수행하던 일도 헤아릴 수 없으며, 보리(菩提)에 자재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법문 소리가 우레 같음도 헤아릴 수 없으며, 두루한 문[普門]으로 나타내심도 헤아릴 수 없으며, 가지가지로 장엄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좌우로 보는 것이 각각 차별함도 헤아릴 수 없으며, 널리 이익케 하여 모두 성숙시킴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그 여래께서 연꽃 위에서 팔을 펴서 내 정수리를 만지시면서 보안(普眼) 법문을 연설하시니, 모든 보살의 여러 가지 행을 드러내며, 모든 여래의 경계를 열어 보이며,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법을 드날리며, 광명이 여러 부처님의 세계에 비치며, 모든 부처님의 상호를 원만하며, 모든 외도들의 잘못된 언론을 꺾어 부수며, 모든 악마의 군중을 헤쳐 없애어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며, 모든 중생의 번뇌를 항복 받으며, 모든 중생의 마음의 움직임을 비추어 보며, 모든 중생의 근성을 분명히 알며, 큰 위력으로 법 수레를 널리 운전하며,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깨닫게 하였다.
내가 저 부처님에게서 이 보안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며 읽고 외우며, 기억하고 생각하였으니, 설사 어떤 사람이 바닷물로 먹을 삼고 수미산으로 붓을 만들어, 이 그지없는 넓고 크고 바다와 같은 보안 법문을 쓰더라도, 한 품(品) 속에 한 대문(門)이나 한 대문 속에 한 법이나, 한 법 속에 한 뜻이나, 한 뜻 속에 한 구절이나, 내지 털 끝만큼이라도 쓸 수 없을 것인데, 어떻게 전부를 쓸 수 있겠느냐.
선남자여, 내가 그 부처님께서 1천 2백 년 동안 이 보안 법문을 받아 지닐 적에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 하면서 날마다 열 가지 다라니문으로써 열 가지 수없는 품[無數品]을 받아 알고 기억하여 가지었으니, 이른바 듣고 지니는[聞持]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받아 지니었고, 고요한 문[寂靜門]의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에 나아갔고, 가이없이 도는 다라니[旋陀羅尼] 광명으로 수없는 품에 두루 들어갔고, 땅을 따라 살펴보고 널리 비치는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분별하고, 위력을 구족한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널리 거두었고, 연꽃 장엄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끌어 내었고, 미묘한 음성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열어 연설하고, 허공장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나타내어 보이고, 빛덩어리 산[光聚山]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더하게 하고, 바다처럼 널리 지니는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분석하였노라.
선남자여, 이 때에 시방의 온갖 세계에 각각 한량없는 중생들이 있어서 법문을 듣기 위하여 나에게로 모여 왔었다. 이른바 천왕·용왕·야차왕·건달바왕·아수라왕·가루라왕·긴나라왕·마후라가왕·인간세계의 왕·범천왕 따위의 모든 왕과 그 권속들이 내게 와서 법을 물음으로, 내가 그들에게 차례차례로 연설하고 분별하고 해석하여 주어 그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 깊이 믿고 나아가 행하며, 깨달아 알고 성취하며, 이 부처님과 보살들의 광명과 묘한 행인 보안 법문에 머물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안 법문을 알 뿐이지만, 저 보살마하살들은 모든 보살의 수행 바다에 들어갔으니 그 원력을 따라 모두 청정한 까닭이며, 모든 크고 넓은 서원 바다에 들어갔으니 모든 겁 동안 세간에 머무르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 바다에 들어갔으니 그 마음을 따라 널리 이익케 하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에 들어 갔으니 걸림없는 십력의 지혜를 내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에 들어갔으니 때를 따라 조복하여 성숙시키는 까닭이며, 모든 같고 다른 세계 바다에 들어갔으니 본래 서원을 만족하여 모두 깨끗하게 하는 까닭이며, 다하지 않는 부처님 바다에 들어갔으니 항상 받들어 섬기기 위하여 공양을 일으키는 까닭이며, 모든 정각의 법 바다에 들어갔으니 지혜로써 깨달아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갔으니 진실한 도를 구족하게 닦는 까닭이며, 모든 말하는 바다에 들어갔으니 온갖 세계에서 법 수레를 운전하는 까닭이니, 이러한 공덕과 행을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60 유순을 가면 능가산(楞伽山)으로 가는 길 옆에 동리가 있으니 이름이 해안(海岸)이요, 거기 한 비구가 있으니 이름이 묘주(妙住)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빨리 깨끗하게 하겠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해운 비구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우러러보고 하직하고 떠났다.
12. 묘주 비구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생각하며, 전심으로 보안(普眼) 법문을 생각하며, 여래의 신통 변화와 위력을 오로지 생각하며, 미묘한 법문과 몸을 기억하며, 그지없는 교법 바다에 들어가며, 선지식의 위의와 법식을 관찰하며, 깊고 깊은 법 바다의 소용돌이에 헤엄치며, 허공 법계에 두루 들어가며, 법 눈을 가리운 것을 깨끗이 다스리며, 선지식의 모아 놓은 법보를 주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차차 남쪽으로 가서 능가(楞伽)로 가는 길 옆에 있는 해안 동리에 이르렀다. 거기서 시방을 살피면서 묘주(妙住) 비구를 두루 찾다가 그 비구가 허공 중에서 거닐고 있는 것을 보았다.
헤아릴 수 없는 정거천(淨居天) 사람들은 궁전과 함께 허공 중에서 공경히 합장하고 큰 서원으로 공양하며, 헤아릴 수 없는 범천왕들은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아름다운 음성을 내어 인간법으로 찬탄하여 공양하며, 무수 천만 욕계의 하늘과 천왕들은 공경히 둘러서서 허공에서 하늘 구름을 펴며 하늘 꽃을 내리며 하늘 풍류를 잡히고 묘한 음성을 내며, 수없는 비단 깃발과 보배 짐대와 일산과 가지가지 장엄으로 허공에 가득하여 공양하며, 또 수없는 용왕들은 허공에서 생각할 수 없는 침향(沈香) 구름을 일으켜 허공에 두루한 뇌성과 번개로 공양하며,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야차왕들은 권속들과 함께 둘러 모시고 공경히 수호하여 공양하며,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나찰왕들은 권속과 함께 엄청나게 키가 커서 무서워할 만한 것들이 자비한 마음으로 가까이 모시고 우러러 공양하며, 한량없는 아수라왕들은 헤아릴 수 없는 마니 구름을 일으키고 큰 광명으로 허공에 가득하게 가지가지 보배를 내려 찬란한 장엄으로 공양하며, 무수한 가루라왕들은 동자의 모양으로 아름다운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여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어 살해할 마음이 없이 공경 합장하여 공양하며, 무수한 긴나라왕들은 모든 악기를 둥둥거리어 가지가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또 가지가지 법에 맞는 말로써 노래하고 찬탄하여 공양하며, 무수한 마후라가왕은 헤아릴 수 없는 가볍고 신기한 하늘 옷을 들고 가까이 모시고 두루두루 줄을 지어 공양하며, 한량없는 바다 맡은 신[主海神]은 여러 가지 풍류로 화창하고 아담한 소리를 내어서 공양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비구가 허공에서 자재하게 거니는데 이러한 공양이 허공에 가득함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오체를 땅에 대어 일심으로 예배하고 한참 있다가 일어나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법을 구하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모으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만족하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익히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며, 어떻게 부처님 법을 깨끗이 다스리며, 어떻게 부처님이 행하시는 법을 따라가며, 어떻게 부처님의 셈하는 법을 통달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두루 펴진 법을 늘게 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구경법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공덕을 모두 거두며, 어떻게 부처님의 따르는 법[隨順法]에 들어가게 되오리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모든 보살의 선근과 같이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지혜로써 부처님들의 법을 증득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큰 서원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온갖 보살의 사업을 닦아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수없는 세월에 수행하면서 싫증이 없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세계 바다에 있으면서 두루 장엄하여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힘을 의지하여 부처님들의 신통 변화를 모두 알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여섯 갈래[六趣]에 마음대로 태어나 머물지 않는 도에 머물면서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바른 법의 구름비를 받아 지니어 모두 기억하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보살이 어떻게 하면 항상 부처님 광명을 내어 삼세 부처님들의 행하시는 곳을 두루 비추고 버리고 여의지 않겠나이까.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이를 위해 연설하소서.”
이 때에 묘주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또 일체지의 법과 스스로 깨닫는 법을 구하려 하는구나. 선남자여, 그대가 마음을 내고 깊이 믿어 좋아하며 정성스럽게 버리지 아니함[不捨]을 나에게 물었으니, 자세히 들으라.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나는 널리 두루하여 빠르고 용맹하고 공하지 않게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성숙시키는 보살의 해탈문을 얻었고, 항상 이 문에서 다니고 앉고 익히고 생각하며, 혹 들어가고 혹 나오면서 따라서 관찰하고 즉시에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니, 이름은 모든 법을 널리 비치어 끝까지 막힘이 없음[普照諸法究竟無礙]이다.
이러한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므로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죽고 나는 것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지나간 세상에서 하던 일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오는 세월의 일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이 세상일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말소리가 세속을 따라 차별함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의혹 그물을 알고 분명하게 결정하여 막히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과 법을 받는 차별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중생의 교화 받을 때를 따라 모두 가서 조복하여 막힘이 없으며, 모든 시간의 찰나와 납박(臘縛)과 모호률다(牟呼栗多)와 밤과 낮과 해와 겁의 오래고 짧은 시간이 서로서로 넘나듦을 알아 막힘이 없으며, 삼세의 모든 법이 흘러 변하며, 서로 계속되는 차례를 알아 막힘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 세계가 한량없이 차별한 데를 알고 이 몸으로 시방세계에 두루 다니되 막힘이 없으니, 왜냐 하면 머무름이 없고 지음이 없고 행함이 없는 신통의 힘을 얻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신통의 힘을 얻은 까닭으로 허공에서 다니고 서고 앉고 누우며, 이렇게 여러 가지 행동을 하면서 숨었다 나타났다 하기를 마음대로 하노라. 혹은 한 몸으로 여러 몸이 되기도 하고, 혹 여러 몸이 합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이 몸으로 가고 오고 들고 나고 돌과 벽을 뚫되 막힘이 없으며, 혹은 공중에서 결가부좌하고 앉아서 마음대로 가고 오기를 새처럼 하기도 하고, 땅에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 하고, 물을 밟고 다니기를 땅과 같이 하며, 몸의 위와 아래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서 광명이 치성하기를 불더미같이 하며, 어떤 때는 땅덩이를 모두 진동시키며, 어떤 때는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며, 혹은 위덕을 나타냄이 자재천(自在天)보다 지나가며, 혹은 큰 몸을 나타냄이 범천보다 지나가며, 혹은 신통의 힘으로 이리저리 자재하게 변하며, 혹은 향 구름을 나타내어 일산처럼 시방세계를 덮으며, 혹은 불꽃 구름을 나타내어 광명이 찬란하게 모든 것을 비추며, 혹은 변화하는 구름을 나타내어 그 몸이 중생들의 종류와 같으며, 혹은 광명 그물을 나타내어 모든 빛깔을 갖추어 걸림 없이 비추며, 혹은 그 몸이 잠깐 동안에 동방으로 한 세계·열 세계·백 세계·천 세계·백천 세계·억 세계·백억 세계·천억 세계·백천억 세계·백천억 나유타 세계를 지나가며, 내지 수없는 세계, 한량없는 세계, 가없는 세계, 같을 이 없는 세계, 생각할 수 없는 세계, 측량할 수 없는 세계, 일컬을 수 없는 세계, 말할 수 없는 세계,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지나가며, 내지 염부제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고,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부순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며, 이와 같이 모든 세계 바다에 있는 모든 세계가 생겨나는 가운데, 모든 세계의 방위 가운데, 모든 세계의 돌아가는 가운데, 모든 세계의 두루 널린 가운데, 모든 세계의 변화하는 가운데, 모든 세계의 이름 가운데, 모든 세계의 법문 가운데, 모든 세계의 시간 가운데, 모든 세계의 미세한 가운데, 모든 세계의 보리도량 가운데, 모든 세계의 장엄거리 가운데, 모든 세계의 대중 가운데, 이러한 여러 가지 세계들 가운데 있는 모든 나라에 모두 여래께서 계시어 정각을 이루었다.
저 여래들이 낱낱이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대중이 모인 가운데서 각각 차별한 몸을 나타내었으며, 저 부처님들 계신 데마다 내가 몸을 나타내었고, 낱낱 몸마다 모든 부처 세계해의 티끌 수 공양 구름을 내리었으니, 이른바 온갖 꽃 구름·향 구름·화만 구름·일산 구름·짐대 구름·깃발 구름·휘장 구름·그물 구름·가루향 구름·바르는 향 구름·의복 구름 따위였다.
온갖 몸마다 각각 이러한 공양거리 구름을 가지고 공양하며, 낱낱 여래들이 법 수레를 운전하는 가지가지 말씀 중에 자세히 하는 말씀·간략히 하는 말씀·칭찬하는 말씀·꾸짖는 말씀·분명히 하는 말씀·비밀히 하는 말씀·남기고 하는 말씀·안 남기고 하는 말씀·결정치 않은 말씀·결정한 말씀 들을 내가 모두 깨달아 알고 기억하여 가지며, 낱낱 나라와 모든 부처 세계에 있는 장엄을 내가 모두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아니하노니, 동방에서 이러함과 같이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위아래도 역시 그러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러한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내 이름을 듣거나 내 몸을 보거나, 거닐거나 머물러 있는 데를 보고, 혹 일심으로 예배하고 공양하거나, 혹 산란한 마음으로 의심하고 믿지 않거나 한 중생들이 모두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할 것이며, 저 모든 세계의 일체 중생들을 내가 분명하게 보고, 그들의 크고 작고 잘나고 못나고 괴롭고 즐거움을 따라서 그들과 같은 형상을 나타내어 제도할 수 있는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성숙하게 하며, 저 중생들로 나를 가까이 하는 이는 모두 이러한 법문에 머물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널리 두루하여 빠르고 용맹하고 공하지 않게 부처님께 공양하여 중생을 성숙시키는 걸림 없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크게 자비한 계율과 바라밀의 계율·대승에 머무는 계율·보살의 도를 여의지 않는 계율·온갖 법에 고집하지 않는 계율·보리심을 버리지 않는 계율·이승(二乘) 자리에 떨어지지 않는 계율·항상 부처님 법으로 반연할 바를 삼는 계율·항상 일체지를 기억하는 계율·좋아하는 생각 내는 것이 허공과 같은 계율·온갖 세간에 의지할 바 없는 계율·모자라고 새지 않는 계율·흐리게 하지 않는 계율·잃어 버리지 않는 계율·더럽게 물들지 않는 계율·뉘우치지 않는 계율·싫증나지 않는 계율·청정한 계율·티끌을 여읜 계율과 때가 없는 계율 들로서 보살의 계행과 공덕이 한량없고 끝이 없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달라비타국(達邏比國)이 있고, 그 나라에 금강층(金剛層)이란 성이 있고, 그 성 안에 미가(彌伽) 대사(大士)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묘주 비구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우러러 사모하여 하직하고 떠났다.
13. 미가 대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서 바른 생각으로 저 법의 광명문을 살펴보고, 깨끗한 마음으로 깊이 믿고 나아가며, 법의 위력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행하시던 것을 따르며, 전일한 마음으로 삼보를 이을 것을 생각하며, 욕심을 떠난 성품을 찬탄하고 선지식을 생각하며, 두루 관찰하여 삼세를 밝게 비추며, 본래의 서원을 생각하고 따라서 행을 닦으며, 걸림 없는 마음으로 중생계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마음을 써서 세상을 구호하며, 모든 하염 있는 것[有爲]에 마음을 의지하지 아니하며,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관찰하고 생각마다 일체지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불세계를 두루 깨끗하게 장엄하며, 여래들의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마음이 머물지 아니하며, 이렇게 관찰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향하여 갔다.
달라비타국에 이르러 금강층성에 들어가서 미가 대사를 두루두루 찾다가, 저잣거리에서 만났다. 대사는 높은 대 위의 사자좌에 앉아 1만 사람에게 호위되어 윤자장엄법문(輪字莊嚴法門)을 연설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하며 합장하고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아직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어떻게 여러 갈래에 헤매면서도 보리심을 잊지 아니하며, 어떻게 견고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게으르지 아니하며, 어떻게 깨뜨릴 사람이 없는 깨끗하고 겸손한 마음을 얻으며, 어떻게 하면 불쌍한 마음의 힘을 얻어 나고 죽는 데 있으면서도 수고를 생각지 아니하며, 어떻게 하면 다라니 힘을 얻어 마음대로 넓게 깨끗한 문을 거두어 가지며, 어떻게 하면 넓고 큰 지혜 빛을 얻어 여러 가지 장애를 여의며, 어떻게 하면 묘한 변재를 얻어 깊은 법장(法藏)을 잘 가리어 내며, 어떻게 하면 바르게 생각하는 힘을 얻어 부처님들의 온갖 법 수레를 기억하며,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나아가는 힘을 얻어 온갖 법을 연설하여 모든 갈래를 깨끗이 하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두루 퍼지는 지혜를 이루어 온갖 법을 가지가지로 분별하며, 진실한 뜻을 결정코 아올는지를 알지 못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시옵소서.”
미가 대사는 선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는가?”
“그러하옵니다. 대사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미가 대사는 곧 사자좌에서 내려와, 보리심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으로 선재의 앞에 오체(五體)를 엎드려 일심으로 예경하고는, 다시 일어나서 금과 은으로 만든 꽃과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진주와 훌륭한 전단 가루를 뿌렸다. 또 여러 가지 비단으로 만든 한량없는 옷으로 그 위에 덮었고, 또 훌륭하고 광택이 찬란하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무수한 향과 꽃과 여러 가지 공양거리를 흩어 공양한 뒤에 합장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칭찬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낸 이는 곧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하여 부처님의 내림[佛種]이 끊이지 아니할 것이며, 모든 세간 범부의 종성(種性)을 영원히 여읠 것이며, 모든 부처님들의 세계를 깨끗이 할 것이며, 일체 중생들을 조복하여 성숙케 할 것이며, 모든 법의 성품을 깨달아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올 것이며, 모든 업의 종자를 비추어 알고 고집함이 없을 것이며, 모든 보살의 묘한 행을 부지런히 닦을 것이며, 이미 모든 큰 서원을 내어 끊임이 없을 것이며, 일체종지(一切種智)의 욕심을 여읜 행을 따를 것이며, 모든 보살의 견고한 성품을 얻을 것이며, 이미 모든 부처님의 위력으로 가지(加持)함을 얻었을 것이며, 온갖 삼세에 있는 차별을 분명히 볼 것이며, 시방 모든 여래의 보호하고 염려함이 될 것이며, 법계의 여러 보살들과 좋아하는 뜻이 평등할 것이며, 모든 성현들의 함께 칭찬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범천왕이 일심으로 예경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천왕이 공경하고 공양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야차왕이 항상 수호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나찰왕이 따라다니며 호위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용왕들이 맞아들이고 받들어 섬김을 받을 것이며, 모든 긴나라왕의 노래하여 찬탄함을 받을 것이며, 모든 세간 임금[世間主]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뻐함을 받을 것이며, 그리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편안케 할 것이다.
이른바 모든 나쁜 갈래에 헤매는 일을 끊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괴로운 곳을 버리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가난하고 곤궁한 근본을 쉬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인간과 천상의 쾌락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선지식을 가까이 하고 공양할 수 있게 하는 까닭이며, 부처님들의 크고 넓은 법을 얻어 듣고 받아 지니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의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 모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공덕인 선한 법의 백리와 싹을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의 샘이 없는 지혜 종자[無漏智種]를 익혀 내는 까닭이며, 지혜 빛으로 모든 차별한 지혜 길을 비추게 하는 까닭이며, 끝까지 보살의 진실한 지혜의 자리에 머물게 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보살이 세상에 나기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우며, 모든 하는 일을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중생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는 지를 얻어 보기는 더욱 곱이나 어려우니라. 왜냐 하면, 보살이 세상에 나면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이 되나니, 부모와 같이 기르고 위로하여 성취케 하는 까닭이며, 영락과 같이 모든 인간·천상을 장엄하는 까닭이며, 뱃사공과 같이 나고 죽는 바다에서 중생들을 건네주는 까닭이며, 집과 같이 모든 세간을 덮어 주는 까닭이며, 장사치의 물주와 같이 중생들을 인도하여 보물 있는 데로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찬란한 해와 같이 지혜의 광명이 널리 비치는 까닭이며, 임금과 같이 깨달음의 법성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는 까닭이며, 치성한 불과 같이 중생들의 나라는 나무를 태우는 까닭이며, 큰 구름과 같이 끝이 없는 감로 비를 퍼붓는 까닭이며, 가물 때의 비와 같이 믿는 마음 등 선근의 움을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나룻배와 같이 중생들을 실어서 저 언덕에 가게 하는 까닭이며, 다리와 같이 중생들을 건네어 나고 죽는 데서 뛰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나루와 같이 모든 벗어나는 길[出要道]을 보이는 까닭이며, 바람둘레[風輪]와 같이 중생들을 유지하여 삼악취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까닭이며, 땅덩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선근을 모두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큰 바다와 같아서 모든 그지없는 복과 지혜의 공덕 광을 구족한 까닭이며, 보름달과 같이 지혜 광명으로 번뇌의 어둠을 깨뜨리고 서늘하게 하는 까닭이며, 용맹한 대장과 같이 모든 마군을 쳐부수어 물러가게 하는 까닭이며, 수미산과 같이 훌륭한 지혜의 선근이 깊고 넓은 나고 죽는 바다에 솟아난 까닭이다.”
미가 대사는 선재를 칭찬하며 보리심을 낸 큰 공덕을 나타내 보이어, 모인 대중으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고 같은 목소리로 말하게 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지금 우리 대중들은 훌륭한 사람[勝人]을 보았고 보살의 공덕과 행과 서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몰랐다.
이 때에 미가는 도로 본래의 자리에 올라가서 입으로 가지가지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 때에 이 세계에 있는 대범왕·천룡·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 들의 모든 왕과 권속들이 광명이 비치는 것을 보고 모여오지 않는 이가 없었다.
미가 대사는 대중들이 모두 공경하는 생각을 내어 아첨과 교만을 버리고 마음이 고요하여지고 뜻이 유순함을 관찰하고, 그들의 욕망을 따라 윤자의구절[輪字句品]로 장엄한 법문을 널리 분별하고 해석하여 일러 주었다. 그래서 저 중생들은 이 법문을 듣고 믿고 깨달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다. 이렇게 할 일을 하여 마치고,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묘음(妙音) 다라니 광명 법문을 성취하였으므로 잠깐 동안에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욕계천·색계천들의 말이 차별한 것과 비밀을 모두 분별하여 알고, 또 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말이 차별한 것과 비밀을 알고, 또 저 여러 중생들의 생각과 여러가지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모두 아노니, 이른바 색계천의 범천왕과 모든 범천 대중의 마음과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또 욕계의 모든 천왕과 천동(天童)·천녀(天女)들의 마음과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또 용과 사람과 사람 아닌 듯한 따위의 남녀 권속들의 마음과 욕망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또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성문과 벽지불들의 사향(四向)·사과(四果)와 각각 닦아 익히는 모든 보살의 행과 서원과 지위와 각각 닦아 익히는 미세한 뜻의 차별과 비밀을 알며, 그들의 말과 분별하고 해설하고 분석하는 글과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또 삼세 부처님들이 중생을 위하여 온갖 법문을 연설하는 가지가지 말과 뜻과 비밀을 모두 분명히 알며, 잠깐 동안에 이 세계에 있는 중생들과 성현들의 말과 생각과 행과 서원과 지위가 각각 차별하고 미세하고 비밀한 것을 알며, 또한 동방에 있는 하나·열·백·천·만·억 나유타, 수없고, 한량없고, 가이없고, 같을 이 없고, 셀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요량할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 중에 있는 중생과 성현들의 말과 생각과 행과 서원과 지위와 미세한 비밀을 알며, 또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로도 각각 하나·열로부터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데까지의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과 성현들의 말과 생각과 행과 서원과 지위의 제각기 차별함과 미세한 비밀을 모두 분명히 알아 통달치 못하는 것이 없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묘음 다라니 광명 법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생각의 움직임과 권속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로 건립된 시설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중생들의 가지가지로 부르는 이름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풍속과 사투리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깊고 비밀한 법문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가장 높은 끝간 법문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한 가지 반연에 대하여 온갖 삼세에서 반연하는 법문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모든 늘어가는[增上] 법문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여러 가지 가장 높은 법문[上上法句]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넓고 크고 차별한 법문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말 가운데서 여러 가지 차별로 교묘하게 조복하는 법문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온갖 세계에서 가지가지 주문과 말이 차별하고 비밀한 것을 연설하는 바다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온갖 세계의 가지가지 중생들이 지껄이는 음성과 말의 짬까지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법 수레를 원만하게 장엄한 짬에 모두 따라 들어가며, 온갖 세간의 가지가지 글자 바퀴[字輪]가 모두 법을 두루 내고 나타내어 보이는 짬에 모두 따라 들어가느니라. 이러한 보살의 행과 지혜의 공덕을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는데 이름이 주림(住林)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주해탈(住解脫)이니라.
그대가 그 장자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 모으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덕을 내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성취하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법을 생각하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깊은 마음으로 가르쳐 줌을 받고 모든 지혜 법에 존중한 생각을 내며, 모든 선근에 믿고 좋아하는 생각을 더하며, 모든 부처님 법에 정진을 갑절 일으키며, 모든 선지식의 가르침에 더한층 따르면서 미가 대사의 발에 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한량없이 돌고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14. 주해탈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저 보살의 훌륭한 변재와 장엄한 법문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말과 교법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세밀한 방편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깨끗한 해탈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선근 광명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청정하고 공교함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넓고 큰 지혜 힘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용맹하여 물러가지 않음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훌륭한 뜻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한량없는 공덕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걸림 없는 법문을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큰 서원이 견고하여서 용맹하게 정진하는 것으로 갑주(甲)를 삼고, 옳게 믿는 힘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고달픈 생각이 없고, 지원(志願)이 견고하여 금강이나 나라연과 같아서 깨뜨릴 이가 없고, 모든 선지식이 가르친 것을 받들어 행하여 끊어짐이 없으며, 모든 경계에 마음이 물들지 아니하며, 여러 가지 묘한 행이 모두 앞에 나타나며, 널리 보는 눈의 지혜 빛으로 여러 법의 바다를 비추며, 여러 지위의 다라니문을 원만하였고, 시방을 분명하게 보아 법의 끝까지를 알고, 걸림 없는 지혜로 두루 장엄하고, 깨끗하여 의지함이 없는 법의 성품을 증득하여 알고, 상대가 없고 둘이 없는 법문을 나타내어 보이고, 가장 훌륭한 저 언덕에 뛰어났으며, 깨끗한 지혜에 들어가 모든 생각을 영원히 여의고, 모든 법의 진실한 짬을 자세히 관찰하며, 삼세의 차별한 법문을 다 알고, 시방의 차별한 세계에 다 이르고 시방의 차별한 부처님 몸을 다 보고 시방의 차별한 시간에 다 들어가고 시방의 차별한 업의 성품을 두루 관찰하고 시방의 차별한 법의 수레를 다 운전하며, 넓은 지혜의 삼매로 마음을 밝게 비추며 마음이 항상 평등한 경계에 들어가며, 여래의 지혜 광명이 그 몸을 비추며, 일체지의 흐름이 계속하고 끊이지 아니하며, 몸이나 마음의 세력이 자재하며, 모든 부처님 법을 여의지 아니하고, 깊이 믿는 힘으로 부처님들의 위신으로 가피함을 얻으며, 깨끗한 지혜의 힘과 부처님들의 광명으로 비춤을 입으며, 서원의 힘으로 몸이 모든 세계에 가득 차며, 모든 법계가 그 몸에 들어갔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12년 동안을 가다가 주림성(住林城)에 이르러 여러 모로 해탈 장자를 찾았다. 만나서는 오체로 땅에 엎드려 두 발에 절하고 일어서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제가 지금 선지식을 만났으니, 저는 크고 넓은 이익을 얻었나이다. 왜냐 하면 선지식은 나타나시기 어렵고, 이름을 듣기 어렵고, 만나기 어렵고, 가까이 하기 어렵고, 받들어 뵈옵기 어렵고, 함께 있기 어렵고, 받들어 섬기기 어렵고, 기쁘게 하기 어렵고, 일러주심을 받기 어렵고, 따라다니기 어려운 것이온데 저는 지금 진정한 선지식을 만났사오니 이것이 제가 어려운 중에도 더욱 어려운 가장 좋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나심을 만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이름을 듣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몸을 뵈옵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세계에 나아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회상에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관찰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뜻을 알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수기를 받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힘을 받들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을 증득하여 깨닫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마음을 순종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서원을 만족하기 위하여, 모든 삼매를 얻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밝게 비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회상을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본생의 수행을 두루 닦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분명히 보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 힘을 갖추어 증득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두려움 없음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을 듣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 수레를 받아 지니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별하여 해석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교법 바다를 머물러 가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깨달으신 법을 관찰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증득하신 법을 이해하여 깨닫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아시는 법에 깊이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이 그 몸에서 생겨남을 보기 위하여, 모든 보살과 더불어 자체가 같기 위하여, 모든 보살과 더불어 동류가 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선근과 평등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배우는 것을 보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깨끗한 행과 같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닦는 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바라밀을 만족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깨끗한 서원을 내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힘을 갖추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끝간 곳에 이르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차별한 신통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지혜 광명의 무진장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넓고 큰 공덕과 삼매의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한량없는 위력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을 한량없는 신통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그지없는 큰 신통 변화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큰 자재 광이 항상 앞에 나타남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깨끗하고 묘한 빛의 광을 얻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큰 자비 광을 얻어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끝끝내 저 언덕에 도달케 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내가 지금 이같은 마음, 이같은 뜻, 이같은 희망, 이 같은 욕구로 이같이 생각하고, 이같이 앙모하고, 이같이 존중하며, 이같은 방편과 이같은 용맹과 이같은 철저함과 이같은 겸손을 가지고 거룩한 선지식 계신 데를 찾아왔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모든 보살들을 잘 가르치셔서, 좋은 방편으로 부처님 경계를 열으시고, 그 길을 보이며, 그 나루를 지시하며, 다리를 주며, 배와 떼를 지어서 모든 이들로 하여금 어리석은 그물을 찢고 뒤바뀐 장애를 없애고, 의혹의 살을 뽑아 번뇌의 때를 씻고 마음의 숲을 비추고 아득한 고집을 깨뜨리어, 마음이 결백하게 하고 아첨과 굽은 마음을 바로잡고 번뇌를 덜고 마음이 서늘하게 하여, 나고 죽음의 내를 돌리어 열반 바다로 가게 하여, 여러 가지 견고한 지옥을 여의게 하며, 탐욕의 속박을 벗어나게 하며, 애욕에 물드는 곳에서 마음이 돌아서서 일체지의 성품에 들어가게 하며, 넓고 큰 법성에 빨리 이르러 위없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견고하게 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에 머물고, 모든 보살의 행을 일으키고, 모든 삼매의 문을 닦아 익히고, 성인의 증득한 지위에 들어가게 하고, 법의 근본 성품을 살펴보게 하고, 보현의 서원 힘을 늘게 하고,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저에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수습하는 대로 빨리 청정하게 되고 빨리 분명히 알게 되어 구족하고 원만하겠나이까?”
이 때에 해탈 장자가 지난 세상에서 모은 선근의 힘과 부처님의 위신의 힘과 문수사리동자의 생각하는 힘과, 시방에 있는 여러 선지식의 행과 서원의 힘이 가피(加被)한 까닭으로 즉시 보살의 훌륭한 삼매문에 들었으니, 그 삼매의 이름은 그지없는 모든 부처님 세계를 모두 거두어들이는 선다라니[普攝無邊一切佛刹旋陀羅尼]였다. 삼매에 든 뒤에는 몸에 깨끗한 광명이 사무쳐 비치며, 그 몸 가운데 시방으로 각각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의 청정한 장엄과 도량에 모인 대중과 광명을 나타내고, 또 부처님들이 지나간 세상에 함께 수행하던 보살 대중과 지난 세상에 나타내던 신통 변화와 지난 세상에 세우던 광대한 서원과 지난 세상에 닦던 도를 돕는 법과 지난 세상에 깨끗이 한 생사에서 뛰어나는 도와 지난 세상에 가졌던 청정한 장엄과 지난 세상에 닦은 보살의 행을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들이 정각을 이루고 법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을 교화하던 일을 보게 되어, 이런 모든 일들이 그 몸에 분명하게 나타나서 걸림이 없으며, 또 몸속에 나타난 모든 세계마다 그 몸을 나타내어 두루하지 아니한 데가 없어 몸과 세계가 서로 들어가고 서로 거두어들이되 조금도 장애되지 아니하며, 가지가지 모양과 빛깔이 가지도 오지도 아니하고, 낱낱이 차별한 것들이 차례차례 머물러 있으면서 복잡하거나 착란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른바 가지가지 부처 세계를 각각 다르게 장엄하고, 가지가지 대중 회상에 권속이 원만하고, 가지가지 위의로 공경하며 공양하고, 가지가지 도량을 각각 아름답게 꾸미고 그 가운데서 모든 부처님이 가지가지 유희와 신통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차별한 불법 길을 세우고, 가지가지의 크고 넓은 서원문을 나타내어 보이고, 가지가지 신통의 힘을 두루 장엄하는 것이었다.
어떤 세계에서는 도솔천궁에 나시어서 불사를 짓는 것을 보이고, 어떤 세계에서는 도솔천으로부터 왕궁에 내려와서 불사를 짓고, 혹은 태 속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혹은 탄생하는 가지가지 상서를 나타내고, 혹은 어린 아기로서 가지가지 유희를 나타내고, 혹은 동자로서 대궐에 있음을 나타내고, 혹은 출가하여 고행하는 것을 나타내고, 혹은 보리 나무 아래서 도량에 앉음을 나타내고, 혹은 신통으로 마군중을 파함을 나타내고, 혹은 자재하게 위없는 도를 이룸을 나타내고, 혹은 임금들이 법문 말씀하기를 권청하는 것을 나타내고, 혹은 권청을 받고 묘한 법 수레를 운전함을 나타내고, 혹은 하늘과 용과 건달바들이 공경하고 들러 있어 항상 보호함을 나타내고, 혹은 그 몸이 여러 갈래에 들어감을 나타내고, 혹은 일체 중생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을 나타내고, 어떤 때에는 중생 제도를 마치고 열반에 들어 세간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사모함을 나타내고, 혹은 전신이 그대로 사리[全身舍利]거나 한 몸이 여러 개로 나누인 사리[碎身舍利]를 인간과 천상에 갈라 주어 복을 짓게 함을 나타내고, 혹은 인간과 천상에 두루하게 큰 탑을 만들어 나라 강토를 장엄하고 중생을 이익케 하기도 하는 것이다.
저 여래들께서 가지가지 세계와 가지가지 갈래 중생과 가지가지 종류와 가지가지 대중 회상과 가지가지 성격과 가지가지 욕망과 가지가지 짓는 일과 가지가지 믿고 아는 것과 가지가지 근성과 가지가지 익힘과 가지가지 행과 서원과 가지가지 깨달음과 가지가지 번뇌에 따르는 습기를 가진, 이러한 중생 바다에서 부처님 위력으로 신통을 많이 나타내어 모든 곳에서 불사를 짓나니, 혹은 티끌만한 도량에 있으며, 혹은 끝없이 넓고 큰 도량에 있으며, 혹은 10유순 되는 도량에 있으며, 내지 혹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같이 많은 세계 바다와 그 분량이 같은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으면서, 가지가지 신통과 가지가지 음성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변재와 가지가지 해석으로써 모든 부처님의 거룩한 이치[聖諦] 바다에서, 가지가지 두려움 없는 사자후를 하여, 일체 중생에게 가지가지 수다라(修多羅)를 연설하며, 다라니문을 열어 보이며,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며, 모든 보살에게 수기를 주기도 하였다.
저 부처님들의 말씀하는 법문에서 나오는 음성을 선재동자가 모두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며, 생각하고 관찰하며, 또 부처님들과 보살들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삼매문과 자재한 신통 변화를 보기도 하였다.
이 때에 해탈 장자는 이러한 모양을 나타내고 삼매에서 슬그머니 일어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깊고 걸림없는 장엄 해탈문에 자재하게 드나드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머물렀을 적에, 동방 염부단금 광명 세계의 용자재왕(龍自在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비로자나장(毗盧遮那藏)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남방 속질구족제력(速疾具足諸力) 세계의 변부보향왕(徧覆普寶香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사유심왕(思惟心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서방 구족일체향원만광(具足一切香圓滿光) 세계의 수미등왕(須彌燈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애심(無碍心)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북방 가사당(袈裟幢) 세계의 금강견고(金剛堅固)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금강유보용맹행(金剛遊步勇猛行)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동북방 일체수승묘보(一切殊勝妙寶) 세계의 무소득경계안(無所得境界眼)비로자나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소득묘변화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동남방 자재향염광음(自在香焰光音) 세계의 향염왕(香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재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금강염혜자재묘인왕(金剛焰慧自在妙因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서남방 지일염보광명(智日焰普光明) 세계의 비로자나보지성(毗盧遮那普智聲)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보염수계변현향화광(普焰垂髻變現香華光)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서북방 보청정묘향장엄장(普淸淨妙香莊嚴藏) 세계의 무량공덕해당원만광(無量功德海幢圓滿光)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애위력신지당왕(無碍威力身智幢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하방 사자등염해탈광명(師子騰焰解脫光明) 세계의 무애법계당구족지혜염광(無碍法界幢具足智慧焰光)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법계지염광명변조세계당(法界智焰光明徧照世界幢)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상방 광명변조차제출현무진불(光明徧照次第出現無盡佛) 세계의 명칭무변무애지혜원만광당왕(名稱無邊無碍智慧圓滿光幢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애정진력법계지당왕(無碍精進力法界智幢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다.
선남자여, 내가 보니 이러한 열 부처님 세존이 으뜸이 되어, 내지 시방으로 각각 열 세계 티끌 수의 모든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낱낱이 으뜸가는 보살과 권속들이 분명히 나타남을 보았으나, 모든 세계의 부처님이 이 곳에 오시지 아니하고, 나도 저 세계에 가지 아니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만일 극락세계의 무량수여래를 뵈오려 하면 뜻을 따라 나타나고, 내가 만일 백전단향 세계의 월지(月智)여래나 묘향 세계의 보광명(寶光明)여래나 연화 세계의 보련화광명(寶蓮華光明)여래나 묘금광(妙金光) 세계의 적정광(寂靜光)여래나 묘희(妙喜) 세계의 부동(不動)여래나 선주(善住) 세계의 사자상(師子相)여래나 경광명(鏡光明) 세계의 월각(月覺)여래나 길상사자보장엄(吉祥師子寶莊嚴) 세계의 비로자나여래나, 이와 같이 시방의 온갖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을 내가 만일 뵈오려 하면 따라 보게 되지마는, 저 부처님이 이 곳에 오시지도 아니하고, 내가 저 세계에 가지도 아니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만일 끝없는 지나간 세상에 나셨던 부처님들이나 그 부처 세계의 가지가지 장엄과 도량에 모인 대중이나 신통 변화로 중생을 조복하는 일을 보려 하거나 끝없는 오는 세상에 나시는 여래들이나 모든 보살이나, 장엄한 국토와 도량에 모인 대중과 중생을 조복하는 신통 변화를 보려 하면 이러한 모든 것을 생각대로 보지마는 저 여래들이나 저 세상의 모든 부처 세계나 모든 장엄의 가지가지 차별한 것이, 지금에 오지도 아니하고 내 마음도저 지나간 세상에나 오는 세상에 들어간 것도 아니지마는, 그 보는 것은 모두 지금 세상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능히 시방 삼세의 모든 여래와 보살들과 국토의 장엄과 신통한 일들을 보지마는 좇아온 데도 없고 가는 데도 없고 행하는 곳도 없고, 머무르는 곳도 없으며, 또 나의 몸도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행하는 곳도 머무르는 곳도 없음을 아나니, 그것은 모든 부처님이나 나의 마음이 모두 꿈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다. 꿈속에서 보는 것이 모두 분별로부터 나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을 보는 것도 자기의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또 자기의 마음은 그릇 안의 물과 같고, 모든 법을 아는 것은 물에 비친 그림자와 같은 줄을 알며, 또 자기의 마음은 환술과 같고, 모든 법은 환술로 만든 것과 같은 줄을 알며, 또 자기의 마음과 부처님과 보살이 모두 메아리와 같은 줄을 아나니, 마치 빈 골짜기가 소리를 따라 메아리를 내듯이, 자기의 마음이 생각함을 따라 부처님을 보는 줄을 아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부처님을 보는 것이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 말미암는 것인 줄을 알고 생각한다.
선남자여, 보살이 부처님의 법을 닦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고 묘한 수행을 쌓고 중생을 조복하는 것이라든가, 큰 서원을 세우고 일체지에 들어가 자재하게 유희하는 헤아릴 수 없는 해탈 법문이라든가, 부처님의 보리를 얻고 큰 신통을 나타내어 시방의 온 법계에 들어가는 것이라든가, 미세한 지혜로 모든 겁에 들어가는 따위의 모든 부처나 보살의 법이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 말미암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모든 업으로 허망하게 쌓아 모인 것을 마음이라 하거니와, 말나식(末那識)은 생각하여 요량하고, 뜻[意識]은 분별하고, 눈·귀·코·혀·몸의 다섯 알음알이[五識]는 바깥 경계를 아는 것이 같지 않으며, 어리석은 범부들은 능히 깨닫지 못하여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무서워하고, 열반에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나고 죽는 것과 열반을 모두 알지 못하고, 온갖 경계에 허망하게 분별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 오는 세상에서 5근(根)과 다섯 경계가 없어짐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은 사람들은 열반이라 하거니와, 부처님과 보살들은 스스로 증득할 적에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돌이키어 본각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모든 범부들은 부처님의 방편임을 몰라서 삼승법이 있다고 고집하며, 삼계가 모두 마음으로 생긴 것임을 알지 못하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 법이 자기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인 줄을 알지 못하고, 밖에 있는 다섯 경계 [五塵]를 보고 참으로 있는 것이라 고집하나니, 마치 소와 양들이 깨달을 줄을 알지 못하여 나고 죽는 데서 헤매면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
선남자여,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모든 법은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삼세도 없다 하셨으니, 왜냐 하면 자기의 마음으로 다섯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본래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며, 있는 법이나 없는 법이 본래 난 것이 아니므로 토끼의 뿔과 같은 것이니, 성현들의 깨달은 경계가 이러한 것이어늘, 선남자여, 어리석은 범부들은 허망하게 분별을 일으키어 없는 데서 있다고 고집하고 있는 데서 없다고 고집하며, 아뢰야식의 가지가지 작용을 고집하여 난다 없어진다 하는 두 가지 소견에 떨어지고, 자기의 마음이 분별을 일으킨 것인 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자기의 마음이 곧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법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자기의 마음이 곧 부처님의 법인 줄을 알므로 모든 세계를 깨끗이 하기도 하고 모든 겁에 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선한 법으로 자기 마음을 도울 것이며, 불법의 비로 자기 마음을 축일 것이며, 묘한 법으로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이며, 꾸준히 나아감으로 자기 마음을 견고하게 할 것이며, 욕됨을 참음으로 자기 마음을 낮출 것이며, 선정을 닦아서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이며, 지혜로써 자기 마음을 밝게 할 것이며, 부처님의 공덕으로 자기 마음을 일으킬 것이며, 평등한 것으로 자기 마음을 넓힐 것이며, 십력과 사무소외로 자기 마음을 비출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여래의 깊고 걸림이 없는 장엄해탈 법문에서 자재하게 드나들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걸림없는 지혜에 머물러 걸림없는 행을 실행하며, 모든 경계에 통달하지 못함이 없으며, 지금 눈앞에 모든 부처님의 넓고 큰 삼매를 얻으며, 모든 부처님의 열반이 없는 데서 정각을 이루는 문에 머물며, 모든 삼매 바다에 있는 경계를 두루 알며, 삼세의 모든 법이 모두 평등한 것을 따라서 관찰하며, 몸을 나누어 모든 세계에 두루 이르러 부처님들의 분별이 없는 곳에 들어가며, 모든 경계가 모두 앞에 나타나 항상 모든 법을 관찰하며, 원만한 지혜로 모든 보살의 공덕과 행과 원을 말하고 실행하며, 그 몸 안에 온갖 세계가 이루어지고 파괴하는 모양을 나타내며, 자기의 몸과 세계에 대하여 둘이란 생각을 내지 아니하는, 이러한 미묘한 행이야 내가 어떻게 능히 알고 능히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염부제 가[畔]에 변무구(徧無垢)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해당(海幢) 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장자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며 관찰하고 생각하고 우러르면서 한량없는 공덕을 칭찬하고 감탄하였다. 선지식이 구원하고 보호함을 생각하며, 선지식에게 환희한 생각을 내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행과 서원을 일으키며, 선지식이 나를 깨닫게 하였으며, 선지식을 공경하여 마음에 거스름이 없으며, 선지식을 섬기어 아첨과 속이는 생각이 없으며, 선지식에게 마음이 항상 따라가며, 선지식에게 어머니란 생각을 내어 나로 하여금 모든 잘못된 것을 여의게 하였다 하며, 선지식에게 아버지란 생각을 내어 나로 하여금 보살의 선한 법을 이루게 하였다 하여, 이렇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눈물을 흘려 울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15. 해당 비구를 찾다 [1]
1) 삼매에 들어 신통을 나타내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장자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따라 관찰하고, 말한 대로 닦아 행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해탈문을 기억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지혜 광명문을 생각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법계 차제문에 깊이 들어갔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두루한 법에 들어가는 문을 깨달았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신통 변화를 분명히 보았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 세계에 두루 들어감을 관찰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 힘으로 장엄함을 깊이 믿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삼매를 비추어 나타내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차별한 세계를 통달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깨끗한 업을 닦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서원을 일으키어, 이렇게 관찰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나아가 염부제 가에 있는 변무구(徧無垢) 동리에 이르렀다. 거기서 돌아다니며 해당(海幢) 비구를 찾다가 경행림(經行林) 곁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결가부좌하고 앉아서 단정한 몸으로 생각을 바르게 하며,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일이 없고 따로 생각하거나 깨달음이 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넓고 큰 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큰 신통을 나타내며, 그 몸에서는 정수리로부터 발에 이르도록, 모든 뼈마디와 모든 털구멍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자기 몸과 같은 모양을 나타내며, 온갖 몸이 모든 곳에 두루하였으니, 온갖 몸을 나타내어 모든 여래에게 널리 공양하려는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널리 장엄하려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을 널리 성숙하려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을 널리 조복하려는 까닭이며, 모든 괴로움을 널리 없애려는 까닭이며, 삼악취(三惡趣)를 모두 끊으려는 까닭이며, 인간과 천상의 길을 열어 보이려는 까닭이며, 번뇌의 독함을 모두 소멸하려는 까닭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깊은 지혜의 바다에 들게 하려는 까닭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끝까지 일체지(一切智)에 머물게 하려는 까닭이었다.
두 발바닥으로부터 수없는 세계의 티끌 수 장자와 거사와 바라문들과 비슷한 몸을 내는데,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몸에는 영락을 드리우고, 밝은 구슬을 정수리에 얽매고 의복으로 장엄하였으며, 한량없는 동자들로 권속을 삼고 시방의 온갖 세계에 이르러 온갖 훌륭한 공양거리로 중생들에게 보시하였다. 이른바 맛이 훌륭한 법다운 음식들과 가장 좋은 여러 가지 보배 꽃들과 온갖 의복과 온갖 영락과 온갖 화만의 띠와 온갖 쏘이는 향과 온갖 바르는 향과 온갖 보배 그릇과 온갖 집들과 온갖 욕망과 필요한 기구를 내리어 모든 곳에서 여러 가난한 중생들을 구제하여 요구하는 것을 모두 만족케 하며, 모든 괴로움 받는 중생들을 위로하여 몸과 마음이 쾌락하여 즐겁게 하며, 모든 선근 있는 중생들을 성숙케 하여 마음[心意]이 유순하게 하여, 위없는 보리의 도를 끝까지 깨끗하게 하나니,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 시방에 가득하였다.
두 무릎으로는 수없는 백천만억 찰제리들과 바라문과 그 권속들과 비슷한 몸들을 나타내니, 모두 총명하고 지혜 있어 여러 가지 예술을 갖추었으며, 세간 일과 세간을 떠난 일들을 모두 통달하였으며, 가지가지 빛깔과 형상과 의복과 훌륭한 장엄들이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두 가득하였으며, 항상 사섭(四攝)으로 중생들을 포섭하였다. 이른바 보배와 재물을 보시하여 풍부하고 즐겁게 하며, 마음에 맞는 말[可意語言]을 하여 듣고 환희하게 하며, 혹은 같은 일[同事]을 함께하면서 권하고 인도하며, 이리하여 가난한 이들은 넉넉하게 하고 병난 이는 낫게 하고 위태로운 이는 평안케 하고 두려워하는 이는 걱정 없게 하고 괴로워하는 이는 쾌락케 하며, 또 여러 방편으로 보리심을 내게 하고 바른 업을 일러 주어 빨리 깨닫게 하며, 모든 착하지 못한 일을 여의고 여러 가지 선한 법을 쌓게 하며, 나고 죽는 데로부터 건져 내어 진실한 뜻과 두려움 없는 법에 머물게 하나니, 이와 같이 나타내는 것이 시방에 가득하였다.
배꼽으로는 중생의 수효와 같은 외도와 신선들과 비슷한 몸을 내니 가지가지 형상으로 제각기 장엄하였는데, 풀로 만든 옷을 입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입기도 하며, 모두 물병을 들어서 위의가 한가하며, 신선 무리들을 데리고 허공에 걸어 다니면서 시방세계로 가고 오고 하며, 모두 그지없는 찬송하는 소리를 내어 온갖 공덕을 찬탄하며, 혹은 보살들의 닦는 깨끗한 행과 연설하는 묘한 법문과 증득한 법을 칭찬하기도 하니, 소리가 화평하고 청아하고 아름답고 묘하며, 시방세계에 들리어 걸림이 없어 모든 중생을 조복하여 성숙시키며, 모든 근(根)을 거두어서 방일하지 아니하고 진실한 경계를 관찰케 하며, 모든 법이 제 성품이 없다고 말하여 일체지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끝까지 진실한 도에 편안히 머물게 하며, 세상에서 살림사는 이야기도 하고 다른 지방의 풍속과 규모를 말하기도 하며, 가지가지 방편으로 적당하게 교화하여 일체지로 세상에서 뛰어나는 법문을 열어 보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얻고 차례로 좋은 업을 닦게 하나니, 이러한 일을 나타내는 것이 시방에 가득하였다.
두 옆구리로는 헤아릴 수 없는 용왕과 용의 아들과 용의 딸과 그 권속들과 비슷한 몸들을 내어서 헤아릴 수 없는 용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하였다. 이른바 헤아릴 수 없는 보배 향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보배 꽃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보배 화만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보배 일산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보배 짐대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보배 깃발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보배 영락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마니보배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보배 평상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하늘 보배 장엄거리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하늘 보배 궁전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천녀들의 노래와 찬송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진주 그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마니로 된 꽃술과 잎과 꽃판을 가진 연꽃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마니 보관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끝없는 광명이 찬란한 하늘 보배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화만과 짐대와 일산과 하늘 몸으로 장엄한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공경하고 합장한 천녀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광채를 머금고 빛을 토하는 금빛 연꽃 구름과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들의 공덕을 연설하는 음성 구름 따위의 모든 것이 허공에 가득하게 장엄하여, 시방세계의 부처님 도량에 두루 퍼지어 공양하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환희하여 번뇌의 뜨거움을 없애고 서늘한 즐거움을 얻게 하나니,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 시방에 가득하였다.
가슴에 있는 길상한 무늬로는 수없는 세계의 티끌 같은 아수라왕과 그 권속과 비슷한 몸들을 내어서 모두 헤아릴 수 없는 요술하는 힘과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하였다. 이른바 한량없는 백천만억 세계를 진동케 하니 모든 산왕들이 서로 충돌하고 모든 바닷물이 크게 솟아오르고 하늘 궁전들이 모두 흔들리고 악마의 광명들이 온통 숨어 버리고 악마의 군중들이 모두 꺾이어 굴복되었으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교만을 버리고 방탕한 마음이 없게 하며, 간탐하고 질투하는 때가 벗겨지고 원망과 해치는 생각이 쉬었으며,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번뇌의 산을 깨뜨리고 애욕의 바다를 말리었으며, 다툰 일이 없고 서로 평화로웠으며, 또 환술의 힘과 유희하는 신통으로 중생들을 깨우쳐 탐욕과 고집을 여의고, 나쁜 법을 멀리 떠나서 나고 죽는 일을 두려워하고 해탈을 좋이 여겨 구하게 하며, 세간의 모든 갈래에서 뛰어나 위없는 보리심에 머물게 하며, 보살의 깨끗하고 묘한 행을 닦게 하며, 보살의 바라밀의 길에 나아가게 하며, 모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게 하며, 보살의 미묘한 법문을 비추어 보게 하며, 보살의 공교한 방편을 관찰케 하는 따위를 나타내는 것이 법계에 가득하였다
등으로는 한량없는 아승기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성문과 독각들과 비슷한 몸들을 내어 이승법(二乘法)으로 교화할 만한 중생들을 위하여 법문을 말하여 조복케 하니, 이른바 나를 고집하는 이에게는 내가 없음을 말하고, 항상하다고 고집하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무상(無常)함을 말하고, 탐욕이 많은 이에게는 부정한 것을 관찰[不淨觀]하라 말하고, 성내는 일이 많은 이에게는 자비를 관찰[慈心觀]하라 말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많은 이에게는 인연법을 관찰[緣起觀]하라 말하고, 고른 이[等分者]에게는 지혜와 어울리는 경계를 말하여서 각각에 상대하여 다스리어 두루두루 관찰케 하며, 바깥 경계에 사랑하는 고집을 내는 이에게는 고집할 것이 없음을 말하여 사랑을 여의게 하고, 다섯 탐욕 경계[五欲境界]에 빠지는 이에게는 탐욕낼 것이 없음을 말하여 물들지 않게 하며, 고요한 선정에 얽매이는 이에게는 큰 서원의 문을 말하여 모든 중생을 널리 이익케 하기 위해 법 수레를 운전하는 서원을 깊이 좋아하게 하며, 오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중생들로 하여금 소원이 만족케 하여 이러한 것이 법계에 두루하였다.
두 어깨에서는 아승기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야차왕과 나찰왕들의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빛깔과 길고 짧고 넓고 좁은 가지가지 모양과 영악한 위엄을 나타내어 무섭기 짝이 없으며, 한량없는 그 권속들이 둘러싸고서 가지가지 신력을 나타내며, 가지가지 소리로 크게 호통하여 마땅한 방법을 따라 가지가지 방편으로 시방세계에 두루 퍼져 모든 착한 행을 닦는 중생을 수호하며, 모든 성현들과 보살 대중과 법문을 말하는 도량과 보살의 깨끗한 행을 받아 지니는 이와 여래의 온갖 바른 지혜[一切智]를 구하는 이와 바르게 머물 곳을 향하는 이와 바르게 머무른 이들을 보호하며, 어떤 때에는 집금강신(執金剛神)이 되어 부처님을 공양하고 섬기는 이와 부처님 계신 데를 수호하며, 혹은 모든 세간을 수호하여 나쁜 갈래에 들어가지 않게 하며, 무서워하는 이는 편안케 하고, 병든 이는 쾌차케 하고, 곤란을 받는 이는 괴로움을 덜게 하고, 허물이 있는 이는 스스로 싫증을 내어 뉘우치게 하고, 횡액을 만나는 이는 소멸되게 하고, 복과 지혜를 쌓는 대승 마음을 가진 중생들에게는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법 수레를 굴리어 나고 죽는 일을 버리고 올바른 법에 머물러서 모든 외도의 나쁜 언론을 굴복케 하는 따위의 이익이 시방 법계에 가득하였다.
배에서는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세계의 티끌 수 긴나라왕이 각각 수없는 백천만억 긴나라녀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것과 한량없는 세계의 티끌 수 건달바왕이 각각 수없는 백천만억 건달바녀 권속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나타내어 제각기 수없이 많은 하늘 풍악을 잡히어 모든 법이 인연으로 생기는 참 성품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의 생각할 수 없는 공덕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보리심을 내는 두루한 위력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보살이 원만한 행을 닦는 것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이 정각 이루는 문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이 법 수레 운전하는 문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이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문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이 열반에 드는 문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들의 교법을 수호하는 것을 노래하여 찬탄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는 문과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는 것을 연설하여 보이는 문과 부처님들의 미묘한 법을 연설하여 보이는 문과 모든 법을 비추어 걸림이 없는 일을 연설하여 보이는 문과 모든 선근을 일으키는 일을 연설하여 보이는 문들을 노래하여 찬탄하는 따위의 모든 이익이 시방에 가득하였다.
입으로는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전륜왕(轉輪王)을 내어, 칠보가 구족하고 네 가지 군대가 호위하였으며, 큰 광명을 놓아 그지없는 보배를 비내려 가장 훌륭한 마니로 세계를 장엄하고, 중생에게 보시하여 모두 만족케 하며, 열 가지 나쁜 짓[十惡]을 끊고 열 가지 착한 일[十善]을 닦게 하였다. 이른바 모든 짐승을 사냥하고 도살하고 물고기를 잡는 포악한 중생들로 하여금 자비심을 내어 생명을 죽이지 않게 하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하열한 중생들로 하여금 주지 않았는데 가지는 행[不與取行]을 영원히 버리고 항상 보시를 행하게 하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름다운 여자를 버리면서도 아끼는 마음이 없어, 중생들로 하여금 나쁜 음행을 끊고 깨끗한 행을 닦게 하며, 거짓말하는 중생으로 하여금 끝끝내 진실한 말을 하고 허황하고 이익 없는 말을 하지 않게 하며, 남을 거두어 주는 말로 이간질을 하지 않고 항상 즐겁게 화합하여 다투는 일이 없게 하며, 부드러운 말을 하여 추악한 말과 더러운 말을 하지 않도록 하여, 그들로 하여금 항상 깊고 결정적이고 분명한 뜻을 연설하여 부처님의 법문을 따라 좋은 행을 닦게 하며, 번드르르하고 옳지 않은 말을 아주 끊고 중생들로 하여금 법다운 말에 깊이 들어가게 하였다.
탐욕이 많은 이는 욕심이 적고 넉넉한 줄을 알게 하며, 훌륭하고 단정하고 남이 없는 바른 행을 닦게 하며, 성내는 일이 많은 이는 미워하는 생각을 없애고 중생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때묻은 마음을 없게 하고 불쌍히 여기는 일을 말하여 즐겁게 거두어 주어 부처님 법에 들어가게 하며, 고집하는 소견에 떨어진 이를 위해서는 진실한 이치를 말하여 주어, 모든 법을 관찰하고 인연법을 깊이 알며 올바른 이치를 분병히 알고 바르고 삿된 것을 잘 가리어, 마음이 깨끗하여지고 잘못된 소견을 없애며, 의혹의 산을 깨뜨리고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의 참된 성품을 깨닫고 구족하게 통탈하여 깊은 경지에 들어가서 모든 장애를 모두 없애는 일이니, 이렇게 짓는 일이 법계에 가득하였다.
두 눈으로는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광대한 해를 내었는데, 큰 광명을 놓아 모든 지옥들을 비추어 지옥의 고통이 모두 소멸케 하며, 또 모든 세계의 중간을 비추어 캄캄함을 없애고 광명을 보게 하며, 또 모든 세계의 아귀와 축생들에게 비추어 어리석은 장애를 여의고 큰 지혜를 얻어 모든 고통을 없애며, 또 모든 흐린 세계에는 깨끗한 광명을 놓고 백은(白銀) 세계에는 황금 광명을 놓고 황금 세계에는 백은 광명을 놓고 유리 세계에는 파리 광명을 놓고 파리 세계에는 유리 광명을 놓고 자거 세계에는 마노 광명을 놓고 마노 세계에는 자거 광명을 놓고 적진주 세계에는 일장마니왕 광명을 놓고 일장마니왕 세계에는 적진주 광명을 놓고 제청보 세계에는 월장염망(月藏焰網) 마니 광명을 놓고 월장염망 마니 세계에는 제청보 광명을 놓고 순일한 보배로 된 세계에는 여러 보배 광명을 놓고 여러 보배로 된 세계에는 순일한 보배 광명을 놓으며, 이러한 광명으로 부처님 세계의 도량에 모인 대중을 비추어 부처님 일을 짓게 하며, 중생들의 복잡한 마음을 비추어 중생들의 한량없는 사업을 이루게 하며, 모든 세간의 경계를 장엄하여 중생들의 마음을 시원케 하며, 환희한 마음으로 항상 편안하고 쾌락케 하나니, 이러한 일들이 법계에 가득하였다.
15. 해당 비구를 찾다 [2]
이때에 해당(海幢) 비구가 양미간의 흰 털[白毫]로부터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제석천왕(帝釋天王)을 내니, 위덕과 광명이 하늘 무리에서 뛰어나며, 세상의 모든 욕망과 쾌락을 여의고 모든 경계에 자재하며, 마니 구슬을 정수리에 꾸몄으니 몸에서 나는 광명이 천상의 궁전을 가리워 덮었다. 그리고 모든 수미산을 진동하고 제멋대로 노는 하늘 무리들을 경책하며, 복덕의 힘을 찬탄하고 지혜의 힘을 말하며, 좋아하는 힘을 내고 뜻 두는 힘을 유지하며, 청정한 생각을 더하고 보리심(菩提心) 내는 힘을 굳게 하였다. 부처님 뵈오려 함을 찬탄하여 세상 욕심을 덜게 하고, 법문 들으려 함을 찬탄하여 세상을 싫어하게 하며, 관찰하는 지혜를 찬탄하여 세상에 물드는 일을 끊게 하고, 아수라의 싸움을 쉬게 하여 번뇌의 다툼을 끊으며, 죽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고 마군을 굴복하려는 서원을 내게 하며, 바른 법의 수미산을 세우고 중생들의 모든 사업을 이루게 하며, 잠깐잠깐에 한량없는 중생들을 조복하여 이러한 일들이 법계에 두루하였다.
이마에서는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범천왕을 내니, 몸매가 단정하여 세상에 짝이 없으며, 위의가 조용하고 음성이 아름다우며, 부처님께 법 수레 굴리심을 청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보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중생들의 한량없는 사업을 이룩하게 하는 따위의 일이 시방 법계에 가득하였다.
머리에서는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 대중을 내니, 모두 훌륭한 몸매로 전신을 장엄하였고, 보살들의 온몸의 털구멍마다 큰 광명 구름을 놓아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행하던 보살행의 가지가지 미묘한 행을 연설하였다. 이른바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난 세상에 행하던 보시바라밀과 주는 이와 받는 이와 주는 물품과 따라서 어울리던 행[所隨順相應行]의 바다를 칭찬하며, 모든 간탐한 중생을 이끌어 아끼는 마음을 여의고 베푸는 마음을 성취하며, 보시하는 일로 중생들을 이끌어 위없는 보시바라밀에 머물게 하며, 부처님들의 몸매와 공덕을 보이어 여러 보배로 세계를 장엄케 하며, 의보(依報)와 정보(正報)가 생기는 원인을 보여 중생들로 하여금 좋아하여 익히게 하였으며,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행하던 계행 지키는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던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중생들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심내는 경계에는 싫증을 내고 부처님 경계는 일심으로 구하게 하며, 뒤바뀐 생각을 버리고 올바르게 생각하여 잘못된 분별을 끊고 온갖 나쁜 짓을 여의게 하며, 보살의 계행을 생각하고 중생들을 거두어 큰 자비에 머물게 하며, 해탈하는 것을 칭찬하고 여래의 가장 으뜸되는 계행을 보호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 계율에 머물게 하며, 모든 것이 꿈과 같다고 말하여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한 줄을 알게 하며, 모든 향락이 재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애욕의 속박을 여의고 번뇌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행하던 욕됨을 참는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던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중생들로 하여금 법에 자재하고 마음에 자재함을 얻어 욕되는 일을 참는 힘을 갖추게 하며, 금빛 몸을 얻는 업을 칭찬하여 때묻고 성내는 일을 여의고 자비한 행을 일으키어 죽이려는 마음을 쉬어 축생 갈래를 끊게 하였으며,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의 지난 세상에 행하던 꾸준히 나아가는[精進]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보살로 하여금 용맹하게 부지런히 나아가며 일체지를 얻기 위하여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게 하며,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경하고 찬탄하여 고달픈 마음이 없게 하였으며, 세상 중생들로 하여금 멋대로 놀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게 하고, 중생을 거두어 주어 고통 속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끝까지 원만한 지혜에 들어가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으신 선정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중생들로 하여금 부질없는 번뇌의 장애를 없애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어 탐욕과 성내는 일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서늘한 구름으로 뜨거운 번뇌를 없애어 나고 죽는 바다를 말리고 무명의 업으로 생긴 산을 헐어 버리며, 중생을 조복하여 묘한 법에 머물러 마음이 끝끝내 자재하게 하였으며,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던 반야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바른 소견의 지혜의 번개 빛을 널리 비추어 중생들로 하여금 근본 성품을 통달케 하며, 깨끗하고 묘한 법의 우레 소리를 진동시켜 중생들로 하여금 공덕이 늘게 하며, 모든 나라는 교만의 산을 헐어 버리고 잘못된 소견의 독한 살을 뽑고 모든 의혹하는 껍질을 없애 버리어 중생들로 하여금 자재한 지혜를 얻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던 방편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세간에서 가지가지 짓는 일을 따라 행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끝까지 성숙케 하며, 모든 중생을 모두 조복하면서도 중생들에게 물들지 아니하며, 여러 부처님의 모인 대중을 밝게 비추면서도 모인 대중에게 마음이 집착하지 아니하고 나고 죽는 일을 여의었지마는 여러 세상에 마음대로 태어나며, 세간에 나타나 있으면서도 마음대로 열반에 드나들며, 나고 죽는 일과 열반이 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은 줄을 분명히 알지마는 중생들을 공교롭게 이익케 하며, 보살의 원만하고 자재한 데에 편안히 있어서 세간을 뛰어나 저 언덕에 이르게 하였으며,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이룬 서원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보살들로 하여금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네 가지 서원 수레를 타고 정각의 길로 다니면서 온갖 세계에서 중생을 이익케 하며, 무명의 산을 헐고 애욕의 그물을 찢고 모든 속박을 풀어 나머지가 없게 하며, 신통과 가지가지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의 목숨이 자재하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이룬 힘의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보살의 모두 기억하는 힘을 연설하여 방편 법문과 묘한 변재의 힘으로 중생을 성숙케 하며, 넓고 큰 원력으로 원수와 마군을 쳐부수고 자재한 지혜 힘으로 외도들을 제어하며,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힘과 몸의 힘이 금강같이 견고하여 모든 철위산(鐵圍山)을 부수며, 시방세계의 겁말(劫末)에 타는 불을 끄고 바닷물을 말리며, 맹렬한 태풍을 삼키고 온 허공에 있는 세계를 손바닥에 올려 놓아도 몸의 힘은 조금도 덜어지지 아니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삼매를 깨끗이 닦아서 모든 곳에 마음대로 태어나게 하였으며,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던 지혜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가지가지 지혜의 지위를 분별하여 연설하였는데, 이른바 부처님들의 십력과 두려움 없음과 온갖 공덕을 내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부처님들의 모든 잘 생긴 몸매와 마음대로 장엄함을 만족케 하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보살들의 큰 서원을 일으키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을 두루 거두어 주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중생들에게 나가 없는 줄을 나타내어 보이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생각을 널리 관찰하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근성과 알음알이의 차별을 두루 분별하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믿음과 좋아함이 차별한 것을 따르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깊은 업 바다가 한량없는 차별임을 분명히 아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서원 바다와 좋아하는 마음의 차별에 들어가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였다.
정수리의 육계(肉髻)에서는 한량없는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몸이 나왔으니, 그 몸이 매우 훌륭하여 세상에는 비길 데가 없으며, 여러 가지 몸매와 잘 생긴 모양으로 깨끗이 장엄되었으며, 위덕과 광명이 엄청나고 빛나서 황금 산과 같으며, 한량없는 광명이 시방에 두루 비치며 원융한 음성을 내어 법계에 두루하며, 한량없는 큰 신통을 나타내며, 모든 세간에 법 비를 두루 내리어 분수를 따라 이익을 얻게 하였는데, 곧 보리도량에 앉은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평등하게 앞에 나타나는 지혜[平等現前智]요, 관정(灌頂)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넓은 문 법계[普門法界]요, 법왕자(法王子) 지위에 있는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보살이 널리 장엄한 문에 들어감[入諸菩薩普莊嚴門]이요, 동진(童眞)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견고한 산에 머무는 법 지혜 구름[住堅固山大法智雲]이었다. 물러나지 않는[不退]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두루 장엄한 평등한 바다 광[普徧莊嚴海藏]이요, 바른 마음[正心]을 성취한 자리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금강 지혜로 넓은 경계를 비춤[以金剛智普照境界]이요, 방편이 구족한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중생의 제 성품을 거두는 장엄문[普攝衆生自性莊嚴門]이요, 귀동자로 태어나는[生貴]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가 원만하게 세간을 따라 줌[如來圓滿隨順世間]이요, 수행이 어울리는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법의 근본을 연설하여 세간을 불쌍히 여김[演法本際悲愍世間]이요, 토대를 닦는[治地]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법 광을 모음[積集法藏]이요, 처음 마음을 내는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중생을 포섭하여 평등하게 장엄함[普攝衆生平等莊嚴]이요, 넓고 크게 믿고 이해하는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의 서원 광인 다함 없는 해탈[如來願藏無盡解脫]이요, 무색계 하늘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넓은 지혜의 무진장[普門智無盡藏]이었다.
범천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한량없는 교법 소리[無量敎聲] 넓은 지혜 광이요, 타화자재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법의 힘과 살아가는 도구를 내는 무진장[能生法力資具無盡藏]이요, 마군중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가지가지 마음 짐대로 일체지를 구함[種種心幢勤求一切智]이요, 화락천(化樂天)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깨끗한 생각의 지혜 보배가 가지가지 멍에에 머묾[淨念智寶住種種善]이요, 도솔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보살의 가지가지 원을 내는 보배 짐대[菩薩生意種種願寶幢]요, 야마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를 따라서 깨끗한 생각으로 기뻐하는 광[隨順如來淨念歡喜藏]이요, 도리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를 빨리 뵈옵고 장엄을 내어 즐거워하는 광[疾見如來出生莊嚴愛樂藏]이요, 용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보살이 용왕 갈래를 여의고 신통 변화를 내는 즐거운 짐대[出生菩薩厭離龍趣種種神變歡喜幢]요, 야차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부처님을 보고 기뻐하여 법계에 두루하는 여래의 신통 변화광[見佛歡喜普徧法界如來神變藏]이요, 건달바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부처님의 법문 음성 구름을 모음[一切如來集法音聲雲]이요, 아수라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금강 지혜의 큰 법 경계[金剛智輪大法境界]요, 가루라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끝없는 광명으로 부처님들의 방편을 냄[無邊光明出生一切如來方便]이요, 긴나라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여래께서 세간을 이익케 하는 훌륭한 지혜 구름[一切如來饒益世間殊勝智雲]이요, 마후라가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빨리 법을 늘게 함을 좋아함[愛樂速疾增長法]이요, 이 세상 임금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중생의 좋은 지혜를 얻음[得一切衆生勝智慧法]이요, 지옥 중생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고요한 음성으로 바른 생각을 장엄함[寂靜音聲正念莊嚴]이요, 축생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의 지혜 광을 갖추어 나쁜 업과 나쁜 갈래가 없는 소리를 따라감[隨順如來具智慧藏無惡業道聲]이요, 염라왕 세계의 중생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중생을 버리지 않고 여래의 바라밀을 내는 소리[不捨衆生出生如來波羅蜜聲]요, 액난을 받는 중생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고요한 음성으로 두루 위로함[寂靜音聲普徧安慰]이니, 모두 중생들로 하여금 고통을 여의고 성현의 모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일이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하였다.
2) 신통을 보고 법을 묻다
해당 비구는 온 몸의 털구멍마다 낱낱이 한량없는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광명 그물을 내니, 낱낱 광명마다 아승기 빛깔을 갖추었고, 낱낱 빛깔마다 아승기 장엄이 있고, 낱낱 장엄마다 아승기 경계를 나타내고, 낱낱 경계마다 아승기 사업을 마련하여, 이러한 것이 시방 법계에 두루 가득하였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다시 이러한 광명 그물 속에서 해당 비구가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이 삼세에 행하는 보시바라밀을 닦으면서 몸 안에나 몸 밖에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보시하는 행을 원만히 하는 일을 보았으며,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이 삼세에 지니는 계행 갖는 바라밀을 닦으면서 처음 마음 낼 때로부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몸과 생명을 버릴지언정 잠깐도 계율을 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일을 보았으며,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이 삼세에 어울리는 참는 바라밀을 닦으면서 머리·눈·손·발을 상하거나 팔·다리를 끊거나 나쁜 말로 모욕을 당하더라도 모두 달게 받고 마음이 동요하지 아니하며, 내 몸이나 다른 이의 몸을 볼 적에 나라는 생각이 없고, 크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일체지를 이루었는데,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의 구족한 몸매와 자재한 몸을 얻었으며, 온갖 몸으로 모든 장소에서 모든 겁을 지내면서 온갖 고통을 받더라도 바른 법을 구하여 중생들을 이익케 하며, 한 생각도 싫증을 내어 물러나려는 마음이 없으며, 가지가지 신통 변화가 시방에 두루 퍼져 중생 세계와 평등하게 온갖 몸을 나타내는 것이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 법계에 가득함을 보았다.
또한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서 행하던 정진하는 바라밀을 닦으면서 삼세의 부처님과 보살들의 용맹하게 꾸준히 나아감을 배우며, 모양을 여읜 묘한 행으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의 바닷물을 진동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힘써서 나고 죽는 일을 싫어하고 마군의 세상을 벗어나게 하며, 모든 외도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고 온갖 마군을 모두 부수며, 광명이 시방 법계에 비치어 보살들로 하여금 가지가지 행과 가지가지 신통을 닦아 중생을 모두 이익케 함을 보았으며,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 구하는 선정바라밀을 닦으면서, 혹은 양반의 가문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나라 임금이 되기도 하여, 선지식을 만나 보리심을 내고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도 하며, 큰 서원을 세우고 가지가지 위의로 계행을 굳게 지키고 마음이 고요하여 선정을 닦음을 보았다.
또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 성취한 반야바라밀을 닦으면서, 일체지를 열어 펼치기 위하여 부지런히 부처님 법을 구하고 바른 소견의 마음을 내기도 하며,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선지식을 구하여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며, 가르침을 어기지 아니하고 존중히 여기며 공경하여 신심을 내며, 예배하고 공양하여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부처님의 한 구절 바른 법을 구하려고 안팎으로 가진 것을 모두 버리며, 몸과 목숨과 재물을 아끼는 생각이 없으며, 내지 여러 구절의 법문을 구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이 하여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이와 같이 생각하며, 여러 가지 수행하는 것이 모두 중생들을 성취시켜 구경의 지혜를 원만케 하려는 것을 보았으며, 또한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 서로 어울리는 방편바라밀을 닦으면서, 모든 갈래의 여러 종류에게 중생들의 몸매와 비슷한 몸을 나타내어 가지가지 위의로 공교롭게 거두어 주어 중생들에게 큰 이익을 얻게 함을 보았다.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서 세우는 서원바라밀을 구하매 곧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섬기려는 원과 중생들을 성취시키려는 원과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려는 원과 이렇게 세운 모든 서원을 원만하게 수행하여 성취한 공덕으로 부처님들의 몸매를 구족하며, 나쁜 짓을 다스리는 모든 선한 법을 닦고 모든 나고 죽는 근심을 없애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서원이 그지없음을 보았으며, 또한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 어울리는 힘 바라밀을 닦으매, 큰 서원을 세우는 힘과 부처님께 널리 공양하는 힘과 부처님 세계를 널리 깨끗이 하는 힘과 묘한 행을 널리 닦는 힘과 중생들을 널리 교화하는 힘 등을 보았으며, 또한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이 삼세에서 행하는 지혜바라밀을 닦으매, 항상 세밀한 모든 경계와 원만한 지혜로 법계의 모든 중생을 깨우치사 무명의 잠에서 깨게 하며, 필경에 일체지의 길을 내게 함을 보았다. 이렇게 해당 비구가 발로부터 정수리에 이르도록 온갖 털구멍에서 나타내는 경계를 선재동자는 생각생각에 모두 분명하게 보았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해당 비구를 관찰하면서 앙모하는 마음을 내어 그 헤아릴 수 없는 삼매와 해탈을 기억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삼매의 자재함을 따라가며, 그 헤아릴 수 없이 중생을 이익하는 방편을 생각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일부러 하지 않는[無作] 묘한 작용과 널리 장엄한 문에 깊이 들어가며, 그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믿음과 깨끗한 경계를 사랑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법계를 장엄하는 청정한 지혜를 관찰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이 끝까지 가피하심을 받는 지혜에 편안히 머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자재한 힘을 내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큰 서원을 견고하게 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실행하는 힘을 더하게 하느라고, 이렇게 서서 생각하고 관찰하기를 하루 낮 하룻밤을 지내고, 내지 이레 낮 이레 밤, 반달과 한 달을 지내며, 내지 여섯 달을 지내고 또 엿새를 지냈다.
이러한 뒤에야 해당 비구가 삼매에서 일어나니, 이 때에 선재동자는 몸을 땅에 엎드려 공경하며 예배하고 일어서서 합장하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삼매문은 매우 희유하고 기특한 것입니다. 이 삼매문은 가장 깊은 것이며, 이 삼매문은 가장 크고 넓은 것이며, 이 삼매문은 경계가 한량없으며, 이 삼매문은 신통 변화가 헤아릴 수 없으며, 이 삼매문은 광명이 짝할 이 없으며, 이 삼매문은 장엄이 수가 없으며, 이 삼매문은 위력이 제어하기 어려우며, 이 삼매문은 경계가 평등하여 흔들리거나 어지럽지 아니하며, 이 삼매문은 시방의 모든 세계에 널리 비치며, 이 삼매문은 방편이 한량없어 훌륭한 일을 감당할 만하나이다.
그 까닭을 말하면, 이 삼매는 이익이 끝이 없으니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빈궁한 업을 끊게 하는 까닭이며,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축생의 갈래를 면하게 하는 까닭이며, 아귀 되는 원인을 끊는 까닭이며, 모든 액난의 문을 닫는 까닭이며, 인간과 천상의 길을 여는 까닭이며, 모든 안락한 법을 가까이 하는 까닭이며, 인간 천상의 좋은 쾌락을 내는 까닭이며, 선정의 경계를 사랑하게 하는 까닭이며, 하염 있는 낙을 늘게 하는 까닭이며, 삼계에서 벗어나는 법을 보이어 부지런히 구하게 하는 까닭이며,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끌어내어 구하게 하는 까닭이며, 큰 복과 지혜가 생겨날 원인을 늘게 하는 까닭이며, 크게 불쌍히 여기는 엄청난 마음을 빨리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광대한 서원의 힘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지혜의 길을 비추어 밝히게 하는 까닭이며, 바라밀의 길을 장엄케 하는 까닭이며, 가장 좋은 대승에 깊이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보현의 묘한 행을 분명히 알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 지위의 지혜 광명에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의 모든 서원과 행을 쌓아 성취케 하는 까닭이며, 일체지지(一切智智) 경계에 편히 머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의 변화하는 힘을 청정케 하는 까닭이며, 모든 것에 가지(加持)하는 자재한 힘을 부지런히 구하는 까닭이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 삼매문의 이름을 무어라 하나이까?”
해당 비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는 이름이 넓은 눈으로 버리는 것[普眼捨得]이며, 또 반야바라밀 경계의 깨끗한 광명[般若波羅蜜境界淸淨光明]이며, 또 평등하고 깨끗하게 널리 장엄하는 문[平等淸淨普莊嚴門]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평등하고 깨끗하게 널리 장엄하는 문 닦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서 백만 아승기나 되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고 비길 데 없는 삼매를 구족히 원만하였느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삼매의 경계는 필경에 어떠한 것입니까?”
해당 비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문의 경계는 깊고 넓고 커서 한량이 없느니라. 만일 이 삼매를 닦으면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져서 삼매에 들어갈 적에는 시방의 모든 세계를 분명히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에 나아가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에 드나드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를 장엄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를 다스리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를 깨끗이 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이 시방에 두루함을 보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위덕을 보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유희와 신통을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깊고 깊은 지혜를 증득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큰 공덕 바다에 들어가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법문 구름을 일으키는 데 걸림이 없느니라.
또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법 비를 받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부처님들의 법문에서 묘한 행을 닦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부처님들이 미묘한 법 수레를 운전하는 평등한 지혜의 성품을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부처님들의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들어가 신통의 힘을 나타내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부처님의 일으키신 묘한 행을 따르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부처님이 법문 연설하심을 관찰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 들어가 신통을 일으키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시방 중생을 거두어 고통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사랑하는 마음을 항상 일으키어 온 시방에서 중생에게 낙을 주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부처님들을 두루 뵈오며 만족한 마음이 없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알음알이에 두루 들어가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을 두루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업 바다를 두루 아는 데 걸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의 깨끗한 광명의 삼매 법문만을 알고 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깊고 깊은 구경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는 일과 깨끗이 한 훌륭한 법의 경계와 부처님들의 법문을 통달함과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 세계에 가는 것과 큰 지혜로 모두 기억하는 광명을 소유한 것과 원만하고 자재한 삼매에 머무는 일과 가지가지 청정한 신통을 나타내는 것과, 다함없는 큰 변재를 갖추는 일과 두려움 없는 아름다운 음성을 얻어 모든 지위의 공덕을 연설하는 것과 모든 중생을 옹호하는 일들에야 내가 어떻게 그 미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찬탄하며, 그 경계를 나타내며, 그 원력을 칭찬하며, 그 광명을 나타내며, 그 바라밀 문에 들어가며, 그 증득한 것을 통달하며, 그 훌륭한 업을 모으며, 그 차례를 알며, 그 두루 퍼짐을 짐작하며, 그 삼매에 머물며, 그 마음의 경계를 보며, 바른 도를 말하며, 위세를 따르며, 그 평등한 지혜를 얻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다가 조수가 이르는 곳[海潮處]에 이르면 원만광(圓滿光)이란 큰 성이 있고, 그 성에는 묘원광(妙圓光)왕이 있으며, 그 성의 동쪽에 좋은 숲 동산이 있으니 이름이 보장엄(普莊嚴)이요, 왕의 부인은 이름이 이사나(伊舍那)니, 우바이가 되어 이 숲 동산에서 보살행을 닦고 있느니라. 그대는 그 우바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해당 비구에게서 훌륭한 법을 얻었고, 견고한 몸을 갖추고 삼매의 경계를 증득하였으며, 철저하게 밝히 알아 청정함에 이르렀고, 깊은 법계를 깨달았으며, 부처님들의 교법을 따라서 모든 법문을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고 크고 넓고 널리 장엄한 문에 편안히 머물렀으며, 지혜의 광명이 시방에 가득 차고 기쁜 마음으로 한량없이 뛰놀았으며, 오체(五體)로 땅에 엎드려 해당 비구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리고는 거듭거듭 예배하면서 공경하고 앙모하고 관찰하며, 그 거동을 상상하고 그 이름을 외우고 그 공덕을 생각하고, 그 행과 서원을 관찰하고 그 말씀을 기억하고 그 삼매를 생각하고 그 행하던 큰 경계를 상상하고, 그 모두 기억하는 지혜와 깨끗한 광명을 받고서 찬탄하고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갔다.
16. 이사나 우바이를 찾다 [1]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힘을 입어 공덕의 몸을 분명히 믿고 이해함이 원만하고, 선지식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바른 마음으로 생각하고, 선지식의 말을 기억하여 번갈아 마음이 열리었으며, 선지식의 수행에 대하여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선지식이 진심으로 공교롭게 거두어 줌을 관찰하고 즐거운 마음이 곱이나 더하여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선지식으로 인하여 내가 모든 부처님을 뵈었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모든 부처님 법을 들었으니, 선지식은 나의 스승이라 나를 지도하여 일체지의 법을 보게 하였으며, 선지식은 나의 눈이라 나로 하여금 부처님의 경계가 허공과 같음을 보게 하였으며, 선지식은 나의 개울이라 나를 이끌어 부처님의 연꽃 못에 들어가게 하였다, 점점 남쪽으로 조수가 이르는 곳을 향하여 가다가 원만광성의 동쪽에 이르러 보장엄 동산을 보았다. 보배로 쌓은 담이 둘리었는데, 온갖 보배로 된 가로수가 줄을 지어 장엄하였으니, 이른바 보배 잎 나무에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광채가 선명하여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며, 보배 꽃 나무에서는 보배로 된 구소마꽃이 떨어져서 빛난 광채를 내면서 땅에 흩어졌고, 보배 향 나무에서는 미묘한 향 구름을 토하여 아름다운 향기가 시방 세계에 풍기며, 보배 화만 나무에서는 훌륭한 화만들을 내리어 수풀을 장엄하여 곳곳에 늘어지며, 마니 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마니보배를 내리어 간 데마다 가득하게 장엄하였으며, 모든 하늘 보배 겁파(劫波) 옷 나무에서는 가지가지 보배 비단과 여러 가지 의복을 내리어 화려하게 꾸미었으며, 음악 나무에서는 미묘한 악기를 내어 바람이 부는 대로 조화로운 소리로 풍악을 잡히는 것이 하늘 풍류보다 아름다우며, 세간살이 나무에서는 보배롭고 귀중하고 아름다운 장엄거리를 내어 곳곳마다 뿌리어 장엄하였으며, 그 땅은 깨끗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넓고 평탄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였다.
동산 안에는 백만 전당이 있으니 마니보배로 이루어졌고, 백만 누각이 있으니 염부단금으로 장식하였고, 백만 궁전이 있으니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였는데, 구름이 퍼지는 듯, 용이 서리는 듯, 너비와 길이가 먼 듯 가까운 듯, 지붕과 마룻대가 서로 닿았으니 나는 듯 꿈틀거리는 듯 하였으며, 백만 욕지(浴池)는 칠보로 합하여 되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언덕이 되고 가는 금모래가 바닥에 깔리었으며, 칠보로 된 층계 길에는 마니로 된 난간이 둘리어서 사방으로 장엄하였으며, 야들야들한 좋은 풀을 가로 둘러 심었고 전단향 물이 그 가운데 가득하였는데, 사람의 뜻을 따라 차고 더움이 알맞으며, 보배 나무 숲속에는 개울이 군데군데 있는데 물 맑히는 구슬이 여기저기 널렸으며, 여덟 가지 공덕을 가진 물이 밤낮으로 흐르고, 물속에는 오리·기러기·원앙·백학·공작·가릉빈가·구지라(拘枳羅) 따위의 여러 가지 새들이 모여 들고 날아가고 물속에 들락날락하면서 털을 고르고 깃을 다듬고 헤엄치고 날아다니며, 고운 노래로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이 하늘 풍류를 잡히는 듯 듣기에 싫은 줄을 모르며, 다라 나무는 열을 지어 둘러섰는데 보배 그물을 덮었고 귀한 풍경을 달아서 바람이 불어오면 아름다운 소리가 항상 들리며, 수없는 마니주 짐대를 세웠는데, 비단과 보배 깃발을 사면에 장식하였으므로 찬란한 광명이 백천 유순까지 비치었다.
또 그 속엔 백만 연못이 있는데 맑은 향물이 깨끗하게 출렁거리고, 보드라운 전단향 가루가 바닥에 앉았으며, 훌륭한 연꽃들이 방긋방긋 피려 하고 마니로 된 큰 연꽃은 아름다운 광채가 사방에 찬란하였다.
동산에 또 광대한 궁전이 있으니 이름은 장엄당(莊嚴幢)이다. 해장(海藏) 보배로 땅이 되고 가지가지 형상이 그 속에 나타나며, 비유리 보배로 기둥이 되고 염부단금으로 장엄한 그물이 위에 덮이었으며, 층층으로 지은 누각이 묘한 금산처럼 우뚝 솟아 보는 이마다 기뻐하며, 가지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빛을 갊은 마니주가 아름다운 광채를 항상 내어 찬란하게 비치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훌륭하게 장식하여 황홀하게 비치며 모든 보배의 값을 매길 수 없는 향에서는 아름다운 향기를 토하여 모든 것에 풍기고 있었다. 온갖 것을 구족한 가장 좋은 향에서는 널리 뿜는 향기가 안개로 변하고, 뜻대로 나타내는 훌륭한 향에서는 향기가 적당함을 따라 법계에 퍼지고, 근성을 따라 깨닫게 하는 묘한 향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는 이마다 육근이 총명하여 바른 법을 부지런히 닦아 게으르지 않았다.
그 궁전에는 한량없는 연화좌가 두루두루 둘러 놓였으니, 이른바 광명이 시방에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좌와 비로자나 여의마니 연화좌와 때 없는 광 마니보배 연화좌와 각색 보배로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두루한 문으로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원만한 광명으로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잘 있는 해장[安住海藏]으로 깨끗이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큰 불꽃이 널리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좌와 금강장 사자 마니보배 연화좌, 세간을 찬란하게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좌 등 이렇게 한량없는 연화좌가 낱낱이 헤아릴 수 없는 보배 비단 띠가 사면에 드리워 꾸며졌고,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마니로 장식되었으므로, 궁전 속에서 빛이 서로 비치며 평등하게 장엄되었다.
허공중에는 또 보배로 된 백만 휘장이 있으니, 이른바 보배 옷 휘장, 보배 화만 휘장, 보배 꽃 휘장, 보배 향 휘장, 염부단금 휘장, 보배로운 가지가 드리운 휘장, 잡색 마니 휘장, 보배 영락 휘장, 빛나는 금강 휘장, 하늘 풍류 휘장, 코끼리 신통 변화 휘장, 말 신통 변화 휘장, 제석천왕이 앉는 마니 휘장 따위의 가지가지 보배로 장엄한 휘장들이 훌륭하게 허공을 장엄하였다.
또 백만의 큰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였으니, 이른바 보배 방울 그물, 보배 일산 그물, 보배 몸 그물, 해장진주(海藏眞珠) 그물, 검붉은 유리 마니 그물, 사자 마니 그물, 월애광명(月愛光明) 마니 그물, 천상 인간의 가지가지 형상으로 된 보배 향 그물, 잡색 보배 관 그물, 묘한 영락 그물 따위의 이러한 그물들이 각각 그 위에 드리워 장엄하였다.
또 백만의 큰 보배 광명이 빛나게 비치었으니, 이른바 불꽃 빛 마니보배 광명, 일장 마니보배 광명, 월장 마니보배 광명, 향 불꽃 마니보배 광명, 길상 불꽃 마니보배 광명, 연화 불꽃 마니보배 광명, 불꽃 짐대 마니보배 광명, 큰 불꽃 마니보배 광명, 시방에 비치는 마니보배 광명, 향 구름 장엄거리를 나타내는 마니보배 광명 따위의 이러한 큰 보배 광명들이 찬란하게 비치었으며, 항상 백만 장엄거리 구름을 나타내어 뜻대로 사용하며, 때를 따라 향기를 풍기는 백만의 흰 전단향 구름이 도량에 진동하며, 백만의 하늘 풍류 구름이 아름답게 잡히며, 백만의 만다라꽃 구름이 널리 퍼지며, 백만의 하늘 화만 구름이 간 데마다 드리워 꾸미었으며, 백만의 하늘 비단 구름이 곳곳에 드리워 옷이 되었고, 하늘보다 뛰어나는 보배 영락 구름이 숲과 누각을 장엄하였으며, 백만의 욕계천 동자들이 즐겁게 앙모하며 공경하여 예배하고, 백만의 천녀(天女)들과 함께 수행하던 이가 항상 내려와서 가까이 받들며, 백만의 큰 보살들이 도량에 모여 와서 법문을 들었다.
이때에 이사나 부인은 대인(大人)의 몸매를 구족하고 진금 자리에 앉았는데, 머리에 해장 진주 그물 관을 쓰고, 하늘 것보다 더 좋은 진금 비녀를 꽂고, 검푸른 머리카락을 드리워 정수리를 장엄하였으며, 길상 염장 마니보배로 화만 띠를 삼았고, 비유리 마니보배로 귀고리를 삼았고, 사자 입 마니보배로 귀를 장식하고, 큰 여의 마니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을 장엄하고, 큰 위력이 있는 제청 마니 그물로 머리를 씌웠고, 가지가지 불꽃이 치성한 마니 그물로 몸에 둘렀는데, 백천억 나유타 중생들이 허리를 굽히고 공경하며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였다.
동방으로부터 한량없는 중생이 모여 오니, 곧 대범천·범보천·범중천들과 같은 색계천(色界天)들과, 욕계(欲界)의 타화자재천·화락천·도솔천·야마천·도리천들과 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구반다들과 염라왕 세계의 기운 센 귀신과 내지 모든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들이었으며,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서도 그렇게 모여 왔다.
시방에서 모여 온 이러한 중생들이 이 이사나 우바이를 보기만 하면 몸의 병과 마음병과 가지가지로 얽힌 잘못된 소견과 고집과 장애로 생긴 번뇌와 고통이 모두 소멸되고, 온갖 번뇌의 때를 빨리 여의고, 온갖 소견의 가시를 빨리 뽑고, 온갖 장애의 산을 빨리 헐고, 걸림이 없는 청정한 경계에 깊이 들어가며, 모든 원만한 선근을 심고, 모든 선근의 싹을 키우며, 모든 깨끗한 지혜문에 들어가고, 모든 다라니 문을 얻고, 모든 삼매 바다를 증득하고,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통달하고, 모든 부처님의 넓고 큰 서원의 문을 모두 열어 제치고, 모든 보살의 닦는 행들이 앞에 나타나고, 모든 여래의 공덕 바다가 모두 깨끗하여졌으며, 마음이 넓고 커져서 자재한 신통을 구족하고, 몸이 막힘이 없어 여러 곳에 가지 않는 데가 없으며, 시방에 두루 나아가되 의탁함이 없이 모든 법문을 따라서 성취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가 보장엄 동산에 들어가 두루 다니며 살펴보다가 이사나 우바이를 발견하고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바로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모든 보살들을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이사나 우바이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한 해탈문을 얻어 쉴새없이 닦아 익혔으니, 어떤 중생이나 내 몸을 잠깐이라도 보거나 내 이름을 잠깐이라도 듣거나, 혹 내 법을 듣고 나를 생각하며 나와 함께 있으면서 가까이 따르고 공급하는 이는 모두 헛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선근을 심지 않았거나 선지식의 붙들어 줌을 입지 못하였거나, 부처님의 두호하고 염려함을 받지 못한 이는 비록 나에게 가까이 오고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있더라도 마침내 나를 보지 못하느니라. 어떤 중생이나 나를 보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동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이 항상 여기에 오시어 여러 보배로 만들어진 사자좌에 앉아서 나에게 법을 말씀하며,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 계시는 모든 여래께서도 여기에 오시어 보배 사자좌에 앉아서 나에게 법을 말씀하시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언제나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듣고 보살들로 더불어 함께 있으며, 보살의 삼매 해탈을 여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나에게 모인 8만 4천억 나유타 대중들이 항상 이 보장엄 동산에서 나와 함께 있으니, 이들은 모두 지나간 옛적에 나와 더불어 보살의 수행을 함께 닦았고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으므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고, 다른 중생들도 이 동산에 함께 있는 지가 오래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으나, 모두 나와 같은 수행을 익혔고, 또 모두 물러가지 않는 지위에 들어갔느니라.”
“거룩하신 이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신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나의 기억으로는 일찍 연등(然燈)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받들어 섬기고 깨끗한 행을 닦았으며,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었으며, 그보다 전에는 이구(離垢)부처님에게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바른 법을 받아 지녔고, 그 전에는 성수당(星宿幢)부처님에게서 법을 듣고 행을 닦으며 환희한 마음으로 공양하였고, 그 전에는 묘승길상(妙勝吉祥)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연화덕장(蓮華德藏)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비로자나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보안(普眼)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범수(梵壽)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금강제(金剛臍)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수천(水天)부처님에게서 도를 배우고 행을 닦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세월에 한량없이 태어나면서 이와 같이 차례차례로 서른여섯 항하사 부처님들을 가까이 모시고 일심으로 섬기며 공경하고 공양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받아 지닌 법문과 세운 서원과 들어간 삼매와 증득한 해탈과 그러한 가지가지 수행하던 문을 모두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으며, 그보다 더 오래된 일은 부처님 지혜로나 아실 것이요,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처음 마음 낸 것이 한량이 없으니 법계에 가득한 까닭이며,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문이 한량없으니 일체 중생 세계에 두루 들어간 까닭이며, 보살의 큰 서원의 문이 한량없으니 시방의 모든 법계에 끝까지 간 까닭이며,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문이 한량없으니 모든 중생 세계를 두루 덮는 까닭이며, 보살의 닦는 행이 한량없으니 모든 세계에서 온갖 겁 동안에 늘 닦아 익히는 까닭이며, 보살의 삼매의 힘이 한량없으니 보살의 도로 하여금 물러가지 않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의 모두 기억하는 힘이 한량없으니 세간에서 들을 만한 교법을 모두 지니는 까닭이며, 보살의 지혜의 밝은 힘이 한량없으니 삼세 부처님 교법을 깨달아 잘 따르는 까닭이며, 보살의 신통의 힘이 한량없으니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에 두루 나타나는 까닭이며, 보살의 변재가 한량없으니 원만한 말로 한 번 연설하면 모든 중생이 종류대로 각각 아는 까닭이며, 보살의 청정한 몸이 한량없으니 몸을 나타내어 모든 세계에 두루 가득하는 까닭이니라.”
16. 이사나 우바이를 찾다 [2]
그 때에 선재동자가 이사나 우바이에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는 언제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은 한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이 아니며, 백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천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백천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한 세계 중생을 교화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세계 중생을 교화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염부제의 티끌 수 세계 중생을 교화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사천하의 티끌 수 세계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소천세계(小天世界)의 티끌 수 세계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중천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또 보살이 한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이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또 보살이 한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또 보살이 한 여래의 교법을 받아 지니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이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교법을 받아 지니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또 보살이 한 여래의 서원을 닦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서원을 닦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또 보살이 한 부처님 세계에 가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세계에 가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또 보살이 한 여래에게 모인 대중을 장엄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에게 모이는 대중을 장엄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또 보살이 한 부처님이 운전하는 법 수레를 받아 지니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의 운전하는 법 수레를 받아 지니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또 보살이 한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한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염부제의 티끌 수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한 사천하의 티끌 수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안에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차례차례 나시는 여래의 끼친 교법을 물려받아 유지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도 아니니라.
간략하게 말하면, 한 부처님의 서원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부처님 국토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부처님께 모인 대중에게 들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부처님의 법 눈을 지니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부처님의 법 수레를 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세계 안에서 여러 겁의 차례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 바다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 바다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중생의 가지가지 업 바다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중생의 가지가지 수행 바다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중생의 가지가지 번뇌 바다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한 중생의 가지가지 번뇌 습기 바다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의 가지가지 번뇌 습기 바다를 알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이 아니니라.
왜냐 하면, 보살은 모든 중생을 모두 교화하고, 조복하여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부처님을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부처님들이 계시는 세계를 모두 깨끗이 장엄하여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모두 수호하여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여래의 행하는 도를 모두 따라서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여래의 넓고 큰 서원을 모두 만족하여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모두 이르러서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부처님들께 모인 대중에게 모두 들어가서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세계 안에서 흘러가는 겁의 차례를 모두 알고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모두 알고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를 모두 알고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중생의 업 바다를 모두 알고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중생의 수행 바다를 모두 알고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중생의 번뇌 바다를 모두 멸하여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며, 모든 중생을 번뇌의 버릇에서 구해 내어 남음이 없이 하려고 보리심을 내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중요한 것을 추려 말하면, 보살은 이러한 백만 아승기 방편행을 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이다. 선남자여, 보살의 행은 온갖 법에 두루 들어가서 모두 증득하기 위한 것이며, 온갖 세계에 모두 들어가서 깨끗이 장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남자여, 모든 세계를 모두 깨끗이 장엄하여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온갖 세계에 흐르는 겁의 차례를 모두 알아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모두 얻어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모든 보살의 정진 바다를 차례차례 닦아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모든 부처님의 대중 바다를 모두 장엄하여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하는 바다를 모두 보아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중생들의 근기의 바다를 모두 알아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중생들의 수행 바다를 모두 관찰하여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중생들의 혹업(惑業) 바다를 없애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중생들의 고통 바다를 말려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며, 시방 중생들을 버릇 바다에서 건져내어 마쳐야 나의 서원이 끝날 것이니, 선남자여, 이와 같이 보살의 수행하는 백천만억 아승기 문을 모두 원만히 하고 남음이 없어져야 나의 서원이 만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온갖 것 아는 지혜를 성취하기 위하여, 보살의 행을 따라가기 위하여, 모든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법을 용맹하게 구하고 게으르지 않는 것이다. 선남자여, 보살이 보리심을 내어 닦는 행과 서원과 하려는 마음은 엄청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나니, 허공이 끝간데가 없으므로 나의 서원도 끝날 때가 없으며, 법계가 엄청나서 가이없으므로 나의 서원도 넓고 커서 가이없으며, 중생 세계가 언제까지나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서원도 언제까지나 다함이 없느니라.”
선재동자는 이사나 우바이에게 다시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은 이름을 무어라 하나이까?”
이사나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해탈문 이름은 걱정을 떠난 편안한 짐대[離憂安隱幢]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하나의 해탈문만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은 좋아하는 욕망이 바다같이 깊고 넓어서 부처님의 마음을 모두 용납하고도 싫은 생각이 없으며, 뜻이 견고하기가 수미산과 같아서 닦은 행을 움직일 수 없으며, 짓는 일이 헛되지 않음은 선견약(善見藥)과 같아서 중생들의 번뇌의 무거운 병을 덜게 하며, 걸림없는 지혜는 밝은 햇빛과 같아서 중생들의 캄캄한 무명을 소멸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땅과 같아서 모든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되며, 복과 지혜의 공덕은 잘 부는 바람과 같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의리와 이익을 짓게 하고, 세간을 두루 비치는 등불과 같아서 모든 지혜의 광명을 내며, 몸을 두루 나타내는 것은 큰 구름과 같아서 중생들에게 고요한 법을 내리며, 복덕의 광명은 보름달과 같아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락케 하며, 위덕이 훌륭하기는 제석천왕 같아서 모든 중생을 수호하나니, 저 보살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계행과 선정과 가이없는 법 바다의 공덕과 행과 원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 바다 조수 미는 곳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나라소(那羅素)요, 거기 한 신선이 있으니 이름이 대위맹성(大威猛聲)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사나 우바이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면서 공손히 쳐다보고 눈물을 흘리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나타나기 어려움이 우담발화와 같고, 선지식은 만나기가 아주 어렵고, 선지식은 가까이 모시기가 어렵고, 선지식은 받들어 섬기기 어렵고, 선지식은 기쁘게 하기가 어렵구나.'
그러고 또 '보리를 얻기 어렵고, 보살의 근기를 얻기 어렵고, 보살의 모든 근(根)을 깨끗이 하기 어렵고, 함께 수행할 선지식을 만나기 어렵고, 보살의 크고 넓은 선근을 모으기 어렵고, 보살의 엄청난 경계를 고요히 하기 어렵고, 보살의 행과 원을 이치대로 관찰하기 어렵고, 보살의 교법을 따라 생각하기 어렵고, 보살의 가르치는 대로 묘한 행을 닦기 어렵고, 보살이 선한 마음 내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고, 보살의 방편을 빠르게 일으키기 어렵고, 모든 지혜의 광명을 잘 자라나게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17. 대위맹성 신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옳게 가르침을 따라 생각하며, 보살의 깨끗한 행을 따라 생각하며, 모든 보살의 복력을 빨리 자라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부처님의 광명을 빨리 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법 곳간을 빨리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서원을 빨리 더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시방의 모든 법을 빨리 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빨리 비치어 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장애를 빨리 없애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법계의 어둡지 않은 것을 빨리 관찰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속 때[內垢]를 빨리 씻으려는 금강 마음을 일으키며, 마왕의 군대를 빨리 꺾어 굴복시키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빨리 깨끗하게 뜻을 장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가다가 나라소국에 이르러 대위맹성 신선을 두루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아승기 나무로 무성하게 장엄한 큰 수풀을 보았다. 가지가지 잎새 나무는 가지가 무성하고 잎새가 어울리었고, 가지가지 꽃나무는 가지와 잎이 성하게 퍼지어 번화하기 그지없고, 가지가지 과일 나무에는 과일이 탐스럽게 익었고, 가지가지 보배 나무에서는 마니 열매를 쏟아 내리고, 큰 전단 나무는 도처에 줄을 지었고, 여러 침수향 나무에서는 아름다운 향기를 항상 풍기고, 염부단 나무에서는 맛있는 과실이 항상 떨어지고, 기쁘게 하는 향나무는 묘한 향기로 장엄하고, 파타라 나무는 꽃이 곱게 피고 향기가 자욱하여 사방에 돌려 있고, 니구타 나무는 키가 높이 솟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일산처럼 서리었고, 우발라꽃·파두마꽃·구물두꽃·분다리꽃 들이 간 데마다 활짝 피어 못과 시내를 장엄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가 이 숲 속에 들어가니, 큰 전단 나무가 우뚝하게 섰는데, 가지가 번성하게 드리웠고 꽃과 잎이 대단히 무성하여 녹음이 한창 무르익었다. 대위맹성(大威猛聲) 신선이 이 나무 아래서 머리를 빗어 상투를 틀고 향기 짙은 풀을 깔고 앉았는데, 십천의 신선들이 앞뒤에 둘러 있었다. 그 신선들은 사슴 가죽을 입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입기도 하고 가느다란 풀을 엮어서 몸을 가리기도 하여, 가지가지 의복을 입었고 상투고리[髻環]는 귀 밑에 드리워 있었다.
선재동자는 보기가 무섭게 그 앞에 나아가 오체를 땅에 엎드리어 정성껏 절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이제야 참말 선지식을 만났구나.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문이니 나로 하여금 진실한 도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수레니 나로 하여금 여래의 지위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배니 나로 하여금 지혜 보배 있는 섬에 가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횃불이니 나로 하여금 십력의 빛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길이니 나로 하여금 열반성에 빨리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등불이니 나로 하여금 옳고 그른 길을 분별케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다리니 나로 하여금 나고 죽는 강을 건너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일산이니 나로 하여금 자비의 그늘을 얻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나루니 나로 하여금 공덕의 언덕에 도달하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눈이니 나로 하여금 법의 성품의 문을 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조수니 나로 하여금 기한에 맞추어 때를 잃지 않게 하는 까닭이로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땅에서 일어나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같이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그 신선은 신선 무리들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여러분들, 이 동자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소. 이 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두려움 없음을 베풀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려하며, 이 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베풀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부처님의 지혜 바다를 관찰하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여래의 법 구름으로 그늘을 지으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부처님의 교법 바다에 노닐고자 하며, 이 동자는 모든 큰 지혜 등불을 켜고자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자비의 구름을 일으키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감로의 법물을 마시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큰 법 비를 내리려 하며, 이 동자는 지혜의 달로 세상을 널리 비치려 하며, 이 동자는 중생들의 번뇌의 독을 소멸하려 하며, 이 동자는 세간에 좋은 법의 서늘함을 베풀려 하며, 이 동자는 중생들의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려는 것이오.”
이 때에 신선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각각 훌륭한 향과 꽃으로 선재동자의 위에 뿌리고 몸을 엎드리어 절하고 수없이 돌면서 칭찬하며 찬탄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동자는 반드시 모든 중생을 구호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지옥의 고통을 없앨 것이며, 반드시 축생 갈래를 영원히 끊을 것이며, 반드시 염라왕 세계를 길이 벗어날 것이며, 반드시 액난의 문을 잠글 것이며, 반드시 애욕의 바다를 말릴 것이며, 반드시 탐욕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이며, 반드시 중생의 고통 덩이를 소멸할 것이며, 반드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릴 것이며, 반드시 복덕의 철위산으로 세간을 둘러싸서 편안케 할 것이며, 반드시 지혜의 수미산으로 세간에 공덕 지혜 더미를 나타내어 보일 것이며, 반드시 깨끗하고 걸림없는 지혜로 모든 선근의 법 곳간을 열어 줄 것이며, 반드시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의 눈을 뜨게 하여 세간을 밝게 보고 바른 도에 돌아가게 할 것이다.”
이때에 대위맹성 신선이 여러 신선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용맹하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반드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며, 반드시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며, 반드시 일체지의 도를 성취하리라. 이 선남자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니,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공덕 자리를 깨끗이 하리라.”
이렇게 말하고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문[菩薩無勝幢解脫門]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그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하나이까?”
이때에 대위맹성 신선은 오른손을 뻗어 선재의 정수리를 만지고는 선재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선재는 자기의 몸이 시방 백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세계에 가 있으며, 시방 백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 계신 데 나아감을 보았고, 저 부처 세계와 모인 대중이 가지가지로 장엄함을 보았으며, 또 그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몸매에 광명이 치성함을 보았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 법문을 말씀함을 들으니, 한 글자 한 구절을 모두 통달하여 부처님의 법을 따로따로 받아들이고 발명하는 뜻과 이치를 따로따로 기억하여 앞뒤의 차례가 조금도 섞이지 아니하며, 또 저 부처님들이 제도하려는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망과 근성을 따라 여러 가지 법문으로 각각 성숙시킴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이 지나간 옛적에 가지가지 알음알이로 모든 서원을 깨끗이 함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이 청정한 서원으로 모든 힘을 성취함을 보았다.
또 저 부처님들이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가지가지 차별한 몸을 나타냄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의 큰 광명 그물의 가지가지 빛깔이 원만하고 깨끗함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의 걸림없는 지혜로 도량에 모인 대중이 깨끗하게 장엄하였음을 보았으며, 또 자기의 몸이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바른 법을 받아 지님을 보겠는데,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하루 낮 하룻밤을 지내고, 어떤 부처님께는 이레 낮 이레 밤을 지내며, 혹은 반달을 지내고, 혹은 한 달을 지내며, 일 년·십 년·백 년·천 년을 지내고, 혹은 백천 년을 지내기도 하고, 억 년·백억 년·천억 년·백천억 년을 지내기도 하며, 혹은 아유다억 년·나유타억 년을 지내고, 혹은 반겁, 혹은 한 겁·백 겁·천 겁을 지내고, 혹은 백천억 아유다 나유타억 겁으로부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내기도 하던, 그러한 것을 모두 분명히 알아 통달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의 지혜 광명이 비침으로 말미암아 비로자나장삼매의 광명을 얻고, 그지없는 지혜 해탈 삼매의 광명이 비치므로 모든 방위를 모두 거두어 여러 방소에 몸을 나타내는 다라니 광명을 얻고, 금강륜 다라니 광명이 비치므로 서늘한 경계 지혜 덩어리 삼매 광명을 얻고, 넓은 문 경계의 장엄장 반야바라밀 광명이 비치므로 부처님 원만 허공장삼매 광명을 얻고, 모든 부처님 계정혜(戒定慧) 법륜 삼매 광명이 비치므로 삼세에 다함없는 원만한 지혜 삼매 광명을 얻었다.
신선이 선재동자의 손을 놓으니, 선재는 곧 자기의 몸이 다시 본래 있던 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신선은 선재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기억하는가?”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그러하나이다. 이것은 거룩하신 선지식의 힘이니 저로 하여금 잘 기억하여 분명히 드러나게 하나이다.”
선인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문만을 아나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모든 훌륭한 삼매를 성취하여 어느 때에나 자재함을 얻은 일과 잠깐 동안에 부처님들의 한량없는 지혜와 미묘한 경계를 내는 일과 부처님 지혜로 장엄하여 세간을 두루 비추되 막힘이 없는 일과 잠깐 동안에 삼세의 경계에 들어가서 몸을 나누어 시방세계에 가는 일과 지혜 몸이 모든 법계에 들어가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앞에 나타나는 일과 깨끗한 광명을 놓아 사랑하고 즐겁게 하는 일과 그들의 근성과 수행을 관찰하고 이익케 하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저들의 공덕과 저의 엄청난 서원과 세계를 장엄하는 일과 지혜의 경계와 삼매로 행하는 일과 저의 신통 변화와 해탈한 유희와 몸매가 제각기 다른 것과 음성이 아름다움과 지혜의 광명과 삼세의 경계와 몸이 여러 세계에 가는 것과 지혜가 널리 비치는 일과 즐거움을 따라 널리 나타나는 일과 때를 따라 이익케 함과 세속을 따르는 의식과 원만한 말로 연설하는 일과 저들의 깨끗한 행동과 저들의 광명으로 비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이 이사나(伊沙那)요, 거기 머무는 장소가 있으니 이름이 아야달나(阿野怛那)요, 그 곳에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이 승열(勝熱)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며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그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18. 승열 바라문을 찾다 [1]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문의 광명이 마음에 비치기 때문에 부처님들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와 가지가지 신통한 힘에 머무르고, 보살들의 헤아릴 수 없는 해탈의 가지가지 신통한 지혜를 증험하고,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삼매 지혜의 광명을 얻고, 어느 때나 항상 쪼이는 삼매 지혜의 광명을 얻고, 모든 경계가 생각을 의지하여 있는 줄을 아는 삼매 지혜의 광명을 얻고, 모든 세간에 들어가는 구족하고 훌륭한 지혜의 광명을 얻었다.
이러한 지혜 광명을 얻은 까닭으로 온갖 곳에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이 끝까지 이르는 지혜로 필경에 평등하여 둘이 아니요 다르지도 아니하여 분별이 없는 법문을 연설하며, 밝고 깨끗한 지혜로 경계를 널리 비추어 한 번 들은 깊고 묘한 해탈과 깨끗한 법장을 모두 받아 지니어 믿음이 청정하며,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알아 의심이 없으며, 마음으로 언제나 보살들의 묘한 수행을 익히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일체지에 나아가 물러나지 아니하며, 십력의 차별한 지혜 광명을 얻고 깊은 법을 사랑하여 싫은 생각이 없으며, 바르게 수행하여 일체지에 머물며, 마음은 부처님 경계로 향하여 들어가 보살의 훌륭한 장엄을 내어 가이없는 깨끗한 서원을 원만히 하며, 걸림없는 지혜로 끝이 없는 세계를 모두 알고, 게으르지 아니한 마음으로 그지없는 중생을 제도하며, 그지없는 보살들의 수행하는 경계를 모두 통달하고, 그지없는 세계가 가지가지로 차별한 것을 널리 보며, 그지없이 크고 작고 거칠고 미묘한 모든 세계에 두루 들어가고, 그지없는 세계의 가지가지 생각을 모두 알며, 그지없는 모든 세계에 나란히 벌여 있는 이치[安立諦]를 모두 알고, 그지없는 모든 세계의 칭찬하는 말을 모두 통달하며,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믿고 이해함을 모두 알고,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성숙하는 때를 모두 알며,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로 생각하는 마음을 모두 알고,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빛깔과 모양이 마땅함을 따라서 방편으로 성숙함을 모두 보았다.
선지식을 생각하면서 점점 가다가 이사나 마을에 이르러 승열 바라문이 닦고 있는 여러 가지 고행을 보았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사면이 이글이글 타는 불더미가 있고, 큰 산 위에 칼날 봉우리[刀山]가 있어 높고 험하기 짝이 없는데, 일체지지를 구하려고 그 칼날 봉우리에 올라갔다가 몸을 던져 불구렁에 들어가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그 곳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그대가 지금 이 칼날 봉우리에 올라가서 불구렁에 몸을 던지면 모든 보살의 행이 다 깨끗하여지리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렵고, 여러 액난을 여의기 어렵고, 액난을 당하지 않기 어렵고, 나쁜 법을 여의기 어렵고, 깨끗한 법을 얻기 어렵고, 부처님 나시는 때를 만나기 어렵고, 이목구비가 구족하기 어렵고, 바른 법을 듣기 어렵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고, 참 선지식을 만나기 어렵고, 진리의 바른 교법을 듣기 어렵고, 깨끗하게 살기 어렵고, 법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하더니, 이 사람은 악마거나 악마의 심부름꾼이 아닐까? 악마의 나쁜 무리들이 거짓으로 보살인 양 선지식인 양 탈을 쓰고 보살의 원수가 되어서, 나의 선근을 방해하고 나의 목숨을 방해하고 나의 깨끗한 행을 방해하고, 나의 일체지를 수행하는 길을 막고 나를 꾀어서 나쁜 갈래에 들어가게 하여 내가 증득하려는 해탈문을 막고 내가 구하는 부처님 법을 막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때에 십천 범천(梵天)들이 허공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남자여,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 거룩한 이는 금강염(金剛) 삼매 광명을 얻고서, 크게 정진하여 물러가지 아니하며, 나고 죽는 데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하려 하며, 온갖 탐욕 바다를 말리려 하며, 온갖 잘못된 소견을 깨뜨리려 하며, 온갖 번뇌의 숲을 태우려 하며, 험악한 여울을 건네주려 하며, 늙고 병들고 죽는 공포를 끊으려 하며, 무명의 산을 헐려고 하며, 널리 인도하여 번뇌 숲에서 헤어나게 하려하며, 모든 미묘한 광명을 놓아서 삼세의 어리석고 캄캄함을 비치려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우리 범천들이 나쁜 소견을 고집하여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마음대로 하며, 나는 온갖 것을 만드는 이며, 나는 세간에서 가장 훌륭하다’ 하였더니,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구울 적에 그 불빛이 마침 우리의 궁전에 비치었소. 그래서 우리들은 즉시 깨닫고 우리가 살던 집과 닦던 선정을 좋아하던 생각이 없어져서 우리가 모두 이 바라문에게 온 것이오.
그랬더니 이 바라문이 신통한 힘으로 우리를 위하여 엄청난 고행을 보여 주어서 우리로 하여금 모든 나쁜 소견을 끊게 하였고,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로 하여금 모든 교만한 마음을 끊게 하였고, 모든 세간 중생들을 위하여 크게 사랑하는 데 머물러서 불쌍히 여기는 일을 행하게 하였으며, 넓고 큰마음을 일으켜 보리심을 내었고, 견고한 서원에 머물러 해탈을 구하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묘한 법문을 들으며, 온갖 곳에 마음이 고집하지 아니하고 원만한 법 수레를 운전하니, 그 소리가 막힘이 없어 온갖 것에 두루 퍼지었소.”
또 십천의 마군들이 허공에 있으면서 천상의 마니보배로 바라문의 머리 위에 뿌리고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의 광명이 우리가 살던 궁전과 몸에 있는 영락과 모든 장엄거리의 광명을 비쳐 없애 버리어서 먹장같이 캄캄해졌으므로, 우리는 다시 거기에 애착하지 않고 권속들과 함께 여기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문을 연설하여 우리들과 한량없는 천자들과 천녀(天女)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소.”
또 십천 타화자재천왕이 허공에서 각각 하늘 꽃을 흩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의 광명이 우리의 궁전과 영락과 장엄거리의 모든 것을 가리워 모두 먹장처럼 캄캄하여서 우리가 그것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권속들과 함께 이곳에 왔더니,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자재하게 하였소. 그리하여 번뇌 속에서 자재하였고, 태어나는 데 자재하였고, 오래 사는 데 자재하였고, 업의 장애에 자재하였고, 삼매에서 자재하였고, 장엄거리에서 자재하였고, 보리심에서 자재하였고, 내지 온갖 부처님 법에서 자재하였소.”
또 십천의 화락천왕이 공중에서 하늘 풍악을 잡히어 아름다운 소리로 공경하여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우리의 궁전과 장엄거리에 비치어 그 광명이 숨어 버리고 나타나지 못하였소. 그래서 우리들과 채녀(采女)들은 다섯 탐욕에 애착하지 않고 욕망도 내지 않고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권속들과 함께 이곳에 왔더니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문을 말해 주어,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이 깨끗하여지고 밝아지고 견딜 수 있게 되고 순일하여지고 부드러워지고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내지 십력을 구족한 청정한 지혜를 얻고, 한량없이 청정한 색신을 내고, 한량없이 청정한 말을 연설하고, 한량없는 여래의 음성을 내며 한량없는 여래의 마음을 깨달아 일체지지를 구족하게 얻었소.”
또 십천의 도솔천왕과 천자 천녀들과 한량없는 권속들이 공중에서 향 구름을 일으키고 묘한 향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광명이 우리 궁전에 비치어 우리와 권속들이 우리의 궁전에 애착하지도 않고 즐거운 생각을 내지도 않고 여기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문을 연설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모든 다섯 욕망에 애착을 끊고 욕심이 적어지고 만족함을 느끼며, 마음이 즐겁고 마음이 흐뭇하여 선근을 내며 보리심을 발하고, 내지 모든 부처님 법을 원만하게 하였소.”
또 십천의 야마천왕은 그 권속 천자와 천녀들에게 앞뒤로 호위되어, 공중에서 하늘의 만다라꽃·큰 만다라꽃·구소마꽃 들을 바라문에게 흩어 공경하면 공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빛이 우리 궁전에 비치어 우리들로 하여금 모이는 곳에서 하늘 음악을 탐내지도 않고 자기의 몸과 권속들을 사랑하지도 않게 되어, 이곳에 와서 법문을 듣고 모든 욕망과 쾌락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돌이켜 온갖 부처님 법을 구하게 되었소.”
또 십천의 33천 제석천왕들이 그 권속 천자 천녀들에게 둘러싸여 공중에서 하늘 의복과 보배 영락과 하늘 장엄과 구소마꽃을 내려서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빛이 우리 궁전에 비치어 우리들로 하여금 궁전과 모이는 곳과 유희하는 동산과 하늘 음악과 오락하던 처소에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 권속들과 함께 그곳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을 말하기를, 모든 물건은 모두 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변천하고 달라지고 부서지고 없어지는 것이라 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교만하고 방일한 마음을 버리고 위없는 보리를 사랑하게 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이 바라문을 볼 때에 수미산 꼭대기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우리들은 이런 모양을 보고 두렵고 싫은 생각을 내어 즉시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일체지의 지혜를 구하려 하였소.”
또 십천의 용왕이 있으니, 이라발나용왕·난타용왕·우바난타용왕 들로 공중에서 큰 향 구름을 일으키어 한량없고 때에 알맞은 전단향 비를 내리고, 무수한 용녀들은 하늘 음악을 잡히며 하늘 꽃과 하늘 향수를 내리어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우리 용궁에 비치어 우리 용들로 하여금 뜨거운 모래의 공포와 금시조(金翅鳥)의 공포를 여의고, 성내는 마음이 없어져서 몸은 서늘하고 마음은 깨끗하여 편안케 하였으며, 또 우리에게 적당한 법문을 말하여 법을 듣고 신심을 내며 용의 세상을 싫어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모든 나쁜 업장을 뉘우치어 소멸하고,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 필경에 일체지지에 머물게 하였소.”
또, 십천의 야차왕이 허공에서 가지가지 훌륭한 공양거리로 바라문과 선재동자에게 공경하며 공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우리와 권속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게 하고, 모든 나찰과 구반다들로 하여금 자비심을 내게 하였으며, 자비심으로 말미암아 모든 중생을 시끄럽게 해치려는 일이 없어지고 안락을 베풀며, 제각기 권속들을 데리고 나에게 왔기에 내가 그들과 함께 바라문에게 왔더니, 바라문은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안락케 하고 위력이 더욱 성하게 하였으며, 또 한량없는 야차와 나찰의 구반다 따위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소.”
18. 승열 바라문을 찾다 [2]
또 십천의 건달바왕이 허공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나의 궁전과 권속에게 비치어, 우리들로 하여금 헤아릴 수 없는 쾌락을 받게 하였소. 그리하여 우리들이 그 곳에 나아갔더니 바라문은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소.”
또 십천의 아수라왕이 바다에서 나와 허공에 있으면서 오른 무릎을 펴고 합장하여 예경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우리 아수라의 궁전과 땅과 산들이 모두 진동하고, 바다에는 파도가 일고 물결이 끓어올라 우리 권속들로 하여금 위력을 잃게 하여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게으른 생각을 여의게 하였으며, 싸우고 해치려는 마음을 쉬게 하므로 바라문에게 와서 법을 듣고는 속이고 아첨함을 아주 버리고 깊은 법인(法忍)에 들어갔으며, 삼매에 머물러 십력을 성취하고 견고하게 동요하지 아니하였소.”
또 십천의 가루라왕 중에 큰 힘으로 용맹하게 유지[大力勇持]하는 가루라왕이 으뜸이 되어 허공에서 광대한 동자의 형상으로 변화하니, 용모가 단정하고 몸매가 구족하여 허공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우리 궁전에 비치니 모든 것이 진동하였고, 우리들은 모두 무섭고 있던 곳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싫증을 내고 그가 있는 곳으로 왔더니, 바라문이 우리에게 알맞은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큰 사랑을 닦아 익히고 크게 불쌍히 여김을 더하게 하였으며, 꾸준히 정진하여 선한 일을 버리지 아니하고, 다섯 욕락에서 중생을 구해 내어 큰 보리심을 발하게 하였고, 깊고 깨끗한 법계에 들어가 밝고 슬기로운 지혜를 얻어, 훌륭한 방편으로 중생을 조복하도록 하였소.”
또 십천의 긴나라왕이 허공중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불길 속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 나의 궁전에 불어오매, 동산의 숲과 못과 샘과 다라 나무와 보배 방울과 비단 깃발과 영락과 화만과 음악 나무와 보배 나무와 여러 악기와 모든 도구들이 한꺼번에 진동하며, 저절로 부처님 소리, 교법의 소리·물러나지 않는 보살의 소리를 자아내고, 큰 원력 보살의 도 닦는 소리를 일으키어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의 소리에 머물러서 이렇게 말하였소.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있어 보리심을 발하고 큰 서원을 세웠으며,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고행을 닦으면서 몸과 목숨과 재산들을 버리었으며,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있어 일체지지를 원만하기 위하여 보살의 공덕과 묘한 행을 닦아 모았으며, 내지 하염없는[無作] 법문을 끝내었으며,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도량에 나아가 보리 나무 아래 앉아서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었으며, 내지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여래께서 계시어 부처님 일을 하여 마치고 열반에 드셨다.’
선남자여, 설사 어떤 사람이 염부제 땅과 초목과 모든 것을 모두 부수어 티끌을 만든다면, 그 티끌 수는 세어서 결말을 알 수 있겠지마는, 나의 궁전에 있는 보배 다라 나무와 내지 악기와 장엄거리 중에서 나오는 음성이 보살의 이름·여래 이름·법의 이름·스님들의 이름을 연설하는 것과 내는 서원과 닦는 수행과 부처님과 보살들의 다니는 데·계시는 데·말씀하는 것·교화하는 일 들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는 것이오.
선남자여, 우리들이 부처님 소리, 교법의 소리, 보살들의 소리와 보살이 머무는 행과 원의 소리를 들었으므로, 환희한 마음을 내어 그 곳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알맞는 법을 말하여 우리와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였소.”
또 한량없는 욕계(欲界) 천자들이 크고 높은 몸으로 공중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훌륭한 공양거리로 공경하며 공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아래로 아비지옥과 여러 지옥에 비치어 모든 고통 받는 것을 다 쉬게 하였고, 우리들도 그 광명이 비침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신심을 내었고, 믿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죄업이 소멸되고, 거기서 목숨이 마치자 천상에 태어났으며, 부끄러운 생각과 은혜를 잊지 못하여 모든 욕락을 버리고 이곳에 와서 공경하며 앙모하기를 마지아니하였는데, 바라문이 법을 말하여 우리와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소.”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러한 가지가지의 법 이야기를 듣고 크게 즐거워하여 한량없이 뛰놀면서, 바라문에서 대하여 진실한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었고,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공경하며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거룩하신 선지식에 대하여 믿지 않는 마음으로 의심을 품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저의 허물을 용서하시고 뉘우침을 살펴주소서.”
그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보살이 누구든지
선지식의 말을 믿고
모든 의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결정코
부처님의 자연한 지혜를 믿어
도량에서 마군을 항복 받고
끝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
선재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칼날 봉우리에 올라가서 불구렁을 향하여 떨어졌다. 떨어지는 중간에서 보살이 머무는 견고하고 청정한 삼매를 얻었고, 몸이 불길에 닿자마자 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신통문 삼매를 얻었다.
선재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신기하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칼날 봉우리나 맹렬한 불길들도 제 몸이 닿을 적에는 편안하고 쾌락하여지나이다.”
때에 바라문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두루 원만하고 끝나지 않는 해탈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공덕 불길이 모든 중생의 삿된 소견과 번뇌를 태워 버리고, 보살의 물러가지 않는 마음과 끝이 없는 마음과 게으르지 않는 마음과 겁나지 않는 마음에 머물러서, 나라연과 같은 금강장 마음으로 모든 행을 닦는 데 게으른 생각이 없고, 서원의 바람으로 여러 가지 용맹하고 견고한 서원을 유지하여 물러가지 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빈신(師子頻申)성이 있고, 그 성중에 한 임금이 있으니 이름은 두려움 없는 별 짐대[無畏星宿幢]요, 그 임금에게 딸이 있으니 이름이 자행(慈行)이다. 그대는 그 아가씨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바라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19. 자행 아가씨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에게 생각할 수조차 없는 가장 존중한 마음을 일으키고, 넓고 크고 깨끗한 믿는 마음과 항상 대승을 생각하고 여의지 않는 마음과 부처님 지혜를 전일하게 구하고 다른 생각이 없는 마음을 내고, 법의 경계를 관찰하여 의심이 없으며, 일심으로 선지식에게 생각을 두어 걸림없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났으며, 결정적으로 진실한 지혜 짬[眞實智際]에 머물고, 모든 법의 진실한 짬을 잘 분별하고, 삼세의 찰나의 짬까지 들어갔고, 허공과 같은 짬을 따라서 이해하고, 모든 법이 둘이 없는 짬을 분명히 보고, 법계의 분별없는 짬에 머물며, 모든 이치의 걸림없는 짬에 들어가고, 모든 겁의 부서지지 않는 짬에 머물며, 모든 업의 성품을 조복하는 짬과 여래의 함께하지 않는[不共] 훌륭한 법의 짬을 따르며, 여래의 짬이 없는 짬을 분명히 알고 가장 훌륭한 지혜로 모든 고집과 잘못된 생각을 깨뜨리고, 같은 세계 다른 세계의 차별한 모양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여러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의 모양에도 고집하지 아니하고, 부처님 세계의 깨끗한 모양도 고집하지 아니하고, 중생들의 나라는 고집과 중생이란 고집을 잘 알며, 모든 음성과 말이 골짜기의 메아리와 같은 줄을 알고, 여러 가지 차별한 빛깔이 그림자와 같은 줄을 알았다.
이렇게 생각하여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면서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빈신성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자행 아가씨의 소식을 물었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은즉 그 아가씨는 임금의 딸로서 왕궁에 있으면서 5백 동녀로 시중을 삼고, 비로자나 마니장전에서 용승전단(龍勝栴檀)으로 발이 되고 금실 그물을 두르고 하늘 옷을 깐 자리에서 묘한 법을 연설한다고 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대궐 문 밖에서 일심으로 그 아가씨를 만나려 하였다. 바로 이때에 많은 사람들이 궁궐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여러 사람들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자행(慈行) 아가씨에게 가서 법문을 들으려 한다고 모두들 대답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궁궐 문에는 파수 보는 사람이 없는 줄을 알고 '나도 마땅히 따라 가리라’ 하고는 왕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한 보배 전각이 있는데, 파리로 바닥이 되고 유리로 기둥이 되고 금강으로 벽이 되고 염부단금으로 담을 쌓고, 모든 보배로 난간을 만들고, 광명이 찬란한 백천 가지 보배로 창문과 바라지를 만들고, 아승기 마니보배로 훌륭하게 장식하고, 보장 마니 거울로 원만하게 장엄하였으며, 세상에 제일가는 광장(光藏) 마니보배가 밤낮으로 광명을 내어 환하게 비치고, 수없는 보배 그물이 두루 덮였으며, 창문과 쪽문이 서로서로 비치고 여러 가지 보배가 찬란하게 번쩍이며, 백천의 방울과 풍경을 달아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어서 헤아릴 수 없는 보배로 장엄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행 아가씨는 몸이 진금빛이요 눈과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용모는 단정하고 온갖 몸매가 구족하며, 맑은 목소리로 법문을 연설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아가씨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다가 합장 공경하고 한 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그대는 내가 있는 이 궁전의 안팎에 가지가지 장엄한 것을 보라.”
선재동자는 다시 절하고 살펴보았다. 낱낱 벽에서, 낱낱 거울에서, 낱낱 기둥에서, 낱낱 모양에서, 낱낱 형상에서, 낱낱 보배 그물에서, 낱낱 난간에서, 낱낱 방울과 풍경에서, 낱낱 보배 나무에서, 낱낱 영락에서, 낱낱 장엄거리에서, 낱낱 보배 형상에서, 낱낱 마니보배에서, 광명이 세상을 비추는 낱낱 비로자나 보배에서, 시방 법계의 모든 여래께서 처음 대승심을 낸 때로부터 보살의 도를 닦는 동안에 각각 행과 서원과 경계와 각각 세상에 나서 정각을 이루던 일과 각각 광대한 신통 변화로 법 수레를 운전하는 일과 내지 각각 열반에 드시던 일을 분명하게 보았으며, 이러한 모양의 가지가지 경계가 거울 속의 그림자와 같고, 맑은 물속에서 허공의 해와 달과 별들을 보는 것과 같았다. 이런 것은 모두 자행 동녀가 지나간 세상에서 닦은 선근의 힘으로 생긴 여러 가지 모양이 그 속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자기가 관찰한 대로 모든 부처님의 장엄한 세계와 행과 원과 신통 변화의 모양을 기억하면서 합장하고 공경하여 일심으로 자행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때에 동녀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은 내가 36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여래에게서 얻은 법문이니, 저 여래들이 제각기 가지가지 방편문으로써 나로 하여금 들어가게 하였고, 한 부처님이 연설하신 것은 거듭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의 경계는 어떠하나이까?”
“선남자여, 내가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에 들어가서는 따라 나아가고 생각하고 관찰하여, 거기에 있는 경계와 위의와 모양과 증득하여 들어가는 일을 기억하여 분별하고, 즉시에 보변출생(普徧出生)다라니문을 얻으니,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것이 마치 소용돌이치는 물처럼 신속하게 나타나느니라.
이른바 불(佛) 다라니문·법 다라니문·부처 세계 다라니문·중생 다라니문·두루 퍼지는 다라니문·과거 다라니문·미래 다라니문·현재 다라니문·항상 머무는 다라니문·복덕 다라니문·복덕 더미 다라니문·지혜 다라니문·지혜 더미 다라니문·서원 다라니문·서원을 분별하는 다라니문·행 다라니문·행이 깨끗한 다라니문·행 닦음을 모으는 다라니문·행이 원만한 다라니문·업 다라니문·업이 없어지지 않는 다라니문·업이 깨끗한 다라니문·업이 흘러가는 다라니문·업을 지금 짓는 다라니문·나쁜 업 여의는 다라니문·바른 업 닦는 다라니문·업에 자재한 다라니문·착한 행 다라니문·착한 행을 항상 지니는 다라니문·삼매 다라니문·삼매를 따르는 다라니문·삼매를 관찰하는 다라니문·삼매 경계 다라니문·삼매에서 일어나는 다라니문·신통 다라니문·마음 바다 다라니문·가지가지 마음 다라니문·곧은 마음 다라니문·깨끗한 마음 다라니문·마음 숲을 비추는 다라니문·마음[心地]이 청정한 다라니문·중생의 마음 나는 데를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미세한 마음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번뇌행을 아는 다라니문·번뇌의 버릇을 아는 다라니문·번뇌의 방편을 아는 다라니문·번뇌로 짓는 것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신심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알음알이를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행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믿고 알고 행함이 차별함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성품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욕망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사상[想]을 아는 다라니문·세계가 일어난 것을 아는 다라니문·시방을 두루 보는 다라니문·모든 법을 두루 보는 다라니문·법을 말하는 다라니문·크게 사랑하는 다라니문·크게 불쌍히 여기는 다라니문·고요한 다라니문·말하는 법 다라니문·해탈 다라니문·두루 내는 다라니문·고집하는 끝이 없는 다라니문·방편과 방편 아닌 다라니문·따라가는다라니문·차별한 다라니문·널리 들어가는 다라니문·걸리는 짬이 없는 다라니문·온갖 것에 두루 퍼지는 다라니문·불법 다라니문·보살법 다라니문·성문법 다라니문·연각법 다리니문·세간법 다라니문이니라.
또 세계가 이룩하는 다라니문·세계가 부서지는 다라니문·세계가 머무는 다라니문·세계를 장엄하는 다라니문·세계의 형상 다라니문·좁은 세계 다라니문·넓은 세계 다라니문·때묻은 세계 다라니문·깨끗한 세계 다라니문·깨끗한 세계에 때묻은 세계를 나타내는 다라니문·때묻은 세계에 깨끗한 세계를 나타내는 다라니문·순전히 때묻은 세계 다라니문·순전히 깨끗한 세계 다라니문·때묻고 깨끗한 세계 다라니문·깨끗하고 때묻은 세계 다라니문·평탄한 세계 다라니문·울퉁불퉁한 세계 다라니문·엎어진 세계 다라니문·잦힌 세계 다라니문·곁으로 선 세계 다라니문·세계 그물 다라니문·세계가 굴러가는 다라니문·세계가 제각기 생각을 의지하여 머무는 다라니문·세계가 행하는 다라니문·가는 것이 굵은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굵은 것이 가는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큰 것이 작은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작은 것이 큰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부처님들을 보는 다라니문·부처님 몸을 분별하는 다라니문·부처님 광명으로 장엄한 그물을 보는 다라니문·부처님의 원만하고 묘한 음성을 듣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운전하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성취하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차별한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차별 없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해석하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굴러가는 다라니문·부처님 몸 두루 가득한 다라니문·부처님 회상 원만한 다라니문·부처님 일을 능히 짓는 다라니문·부처님 회상 차별한 모양을 분명히 아는 다라니문·부처님 대중 바다에 들어가는 다라니문·부처님 광명 비치는 다라니문·부처님 삼매 다라니문·부처님 삼매의 자재한 작용 다라니문·부처님 계신 곳 다라니문·부처님 가지(加持) 다라니문·부처님 변화 다라니문·부처님 유희 다라니문·부처님이 중생의 마음의 움직임이 차별함을 아는 다라니문·부처님 신통이 가지가지 변화하는 다라니문·도솔천궁에서 지은 업 다라니문 내지 열반에 드시는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 다라니문·중생을 이익하는 다라니문·깊은 법에 들어가는 다라니문·미묘한 법에 들어가는 다라니문·보리심 모양 다라니문·보리심 나는 다라니문·보리심 도를 돕는 다라니문·모든 서원 다라니문·모든 수행 다라니문·신통의 모양 다라니문·여의는 모양 다라니문·온통 지님[摠持]이 청정한 모양 다라니문·지혜 바퀴가 청정한 모양 다라니문·지혜 깨끗한 모양 다라니문·한량없는 해탈 모양 다라니문·생각하는 힘 깨끗한 다라니문·제 마음 깨끗한 다라니문 들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마음이 넓어서 허공과 같으며, 법계에 들어가 지혜가 넓으며, 복과 덕이 성취되어 견고하고 움직이지 아니하며, 세상에서 뛰어나는 법에 머물러 세간을 멀리 여의며, 부지런히 닦아 익혀 일체지지로 향하며, 지혜 눈이 깨끗하여 때가 끼지 아니하며, 몸과 말과 행동이 모두 깨끗하며, 차별한 지혜로 여러 법에 두루 들어가며, 걸림없는 지혜가 마치 허공 같으며, 모든 세간 경계를 통달하여 걸림없는 지위를 얻었으며, 큰 광명 광으로 모든 법과 뜻을 잘 분별하여 온갖 세간이 비치어 가리움이 없으며, 세간에 항상 다니어도 세간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세상을 이익케 하나 세간에서 깨뜨리지 못하며, 모든 중생의 끝까지 의지할 데가 되며, 모든 중생의 말을 잘 알며, 중생들의 가지가지 의식을 분명히 알며, 중생들의 업과 습관과 근성을 잘 알아서 그들의 마음을 따라 적당하게 법을 말하며, 모든 곳에서 두루 몸을 나타내며, 온갖 시간에 항상 자재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저들의 공덕과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세눈이 나라[三目國]가 있고, 거기 묘견(妙見) 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고 사모하여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20. 묘견 비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머물러 있는 행이 깊은 것을 따라서 생각하고 보살의 증득한 법계의 짬이 깊은 것을 생각하고, 보살이 중생을 아는 미세한 지혜가 깊음을 생각하고, 보살이 세간을 생각하고 행하는 지혜가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지음 없는 성품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마음 흐르는 것이 깊음을 생각하고, 모든 법이 인연으로 일어나는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진실한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이 그림자와 같음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이름의 차별한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말하는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장엄하는 법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비밀한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광명의 짬이 깊음을 생각하면서, 점점 앞으로 가다가 세눈이 나라에 이르러 그 성 안에서 저자와 골목과 산과 내와 삼림과 신선 사는 데를 두루 다니며 찾다가 문득 묘견(妙見) 비구가 한 숲 속에서 거니는 것을 보았다.
머리는 일산 같고, 정수리에는 육계(肉髻)가 유난히 단정하고, 눈은 길고 넓은 것이 청련화 잎 같고, 코는 길고 곧고 우뚝한 것이 개로 지은 진금[挻眞金] 같고, 입술은 붉고 고운 것이 빈바 나무 열매 같고,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치밀한 것이 마흔 개요, 뺨은 사자 볼처럼 아래턱이 불룩하고, 눈썹은 높고 길고, 이마는 넓고 반듯하고, 양미간의 흰 털은 맑고 빛나기 백수정 같고, 귀불이 늘어진 것은 진주를 달아 놓은 듯, 얼굴은 보름달 같아 보는 이마다 칭찬하고, 목은 둥글고 곧고 주름잡힌 금이 세 줄이요, 가슴의 덕상(德相:卍字)은 묘하게 장엄하고, 가슴은 사자 가슴 같고, 어깨는 통통하고 둥글고, 허리와 옆구리는 가늘고 잘록하기 금강저(金剛杵) 같고, 팔은 곧고 통통한데 드리우면 무릎을 지나고, 손가락 사이의 그물 같은 꺼풀은 거위 발 같고, 손바닥 발바닥에는 금강 바퀴 금이 있고, 보드랍기 도라솜 같고, 장딴지는 사슴 다리 같고, 일곱 군데가 평평하고 둥글고,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발꿈치는 둥글고 평평하며, 피부는 금빛이요 늘 한 길 되는 광명이 비치며, 몸의 솜털은 위로 쓸리어 낱낱이 오른쪽으로 꼬부라지고, 몸집이 원만하기는 니구타 나무 같고, 몸매가 단정하고 깨끗하기 설산(雪山)과 같고, 모든 근이 맑고 고요하며 눈이 깜박이지 않으며, 경계에 대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지혜가 깊고 넓어 바다와 같아서, 가라앉거나 일어나거나 지혜거나 지혜 아니거나 움직거리고 희롱함이 모두 쉬었고, 부처님의 행하던 평등한 경계를 얻었으며 인연으로 생겨나는 차별 법문에 들어갔고, 중생을 성숙시킴에 게으르지 아니하며, 깊고 넓고 원만한 자비로 교화하고 지도함을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바른 법 눈을 받아 지니기 위하여, 모든 중생에게 지혜 눈을 내게 하기 위하여, 여래의 행하던 도를 그대로 밟기 위하여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조심조심 거닐고 있었다.
고요하고 단정함은 보름달 같고, 위의와 동작이 조용하고 엄숙하기는 정거천(淨居天) 같으며, 수없는 천인과 용과 건달바와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들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앞뒤에 호위하였고, 방위 차지신[主方神]들은 제 방위를 따라다니면서 앞을 인도하고, 발로 다니는 신[足行神]들은 연꽃을 들고 따라다니면서 발을 받들고, 그지없는 빛 불 차지신[無盡光主火神]은 보배 횃불을 들어 밝게 비치고, 염부당 숲 차지신[閻浮幢主林神]은 항상 많은 묘한 구소마꽃을 뿌리고, 움직이지 않는 땅 차지신[不動藏主地神]은 보배 광을 나타내고, 넓은 빛 허공 차지신[普光明主空神]은 허공을 장엄하고, 묘길상 바다 차지신[妙吉祥主海神]은 마니보배를 내리고, 수미장 산 차지신[順彌藏主山神]은 합장하여 절하고, 걸림없는 힘 바람 차지신[無礙力主風神]은 향기로운 꽃을 흩고, 봄날 맑은 기운 밤 차지신[春和淑氣主夜神]은 허리를 굽혀 공경하고, 원만하게 깨달은 낮 차지신[常覺圓滿主晝神]은 시방에 비치는 마니 짐대를 잡고 공중에 있으면서 큰 광명을 놓았다.
선재동자는 묘견 비구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삽고 다시 보살의 도를 구하려 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시옵소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묘견 비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나이가 아직 젊고 출가한 지도 오래지 않았지마는, 이생에서 36항하(恒河)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면서 깨끗한 행을 닦았는데,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하루 낮 하룻밤을 닦았고,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이레 낮 이레 밤을 닦았고,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보름을 닦았고 한 달을 닦았고, 일 년·백 년·천 년·백천 년·나유타 년을 닦았고,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해를 닦았으며,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한 소겁(小劫)을 지냈고 혹은 한 중겁·한 대겁,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고 깨끗한 행을 닦으면서, 법문을 듣고 그대로 행하며, 모든 서원을 깨끗이 장엄하고, 부처님들의 깊은 경계에 들어갔으며, 보살의 모든 미묘한 행을 닦아 온갖 바라밀문을 원만히 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의 이루신 정각과 나타내는 신통과 운전하는 법 수레와 나타내는 열반과 남긴 교법과, 내지 교법이 끝나는 각각의 차별을 모두 보고 받아 지니어 어지럽지 아니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본디부터 세운 큰 서원으로 여러 부처님 국토를 두루 장엄함과 본디 들어간 삼매의 힘으로 보살의 깊고 묘한 행을 만족함과 본디 닦은 보현행의 힘으로 부처님들의 바라밀 바다를 깨끗하게 함을 알았노라.
선남자여, 그리고 나는 항상 이 거니는 곳을 떠나지 아니하고 잠깐 동안에 모든 시방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깨끗하고 묘한 지혜를 얻어 살펴보고 아는 것이 막히지 않는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가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빠른 힘을 얻어서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지나가되 막히지 않는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가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두루 장엄하고 깨끗함을 얻어 보살의 원력을 성취한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의 차별한 행동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보현의 교법 바다를 만족한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의 청정한 몸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널리 친근하고 성취하는 보현보살의 행과 원의 힘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여래께서 앞에 나타나나니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섬기려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여래께서 법 비를 내려 중생의 마음에 들게 하는 것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아승기 법문을 알아 다라니를 따르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보살의 수행 바다가 모두 앞에 나타나니 온갖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함이 마치 제석천궁의 진주 그물 같은 훌륭한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삼매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한 삼매 속에서 모든 삼매에 마음대로 드나드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근성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근성의 짬을 알아 한 근성에서 온갖 근성을 보게 되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시간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온갖 시간에 정법의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의 세계가 다하여도 법 수레는 다함이 없으려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삼세의 바다가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세계 중에서 삼세로 나누인 지위를 아는 지혜 광명의 원력을 얻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따라가는 다함없는 등불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마음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으며, 여래의 가문에 나서 문벌이 진정하며, 부서지지 않고 항상하는 목숨을 성취하며, 지혜 등불을 항상 켜서 꺼질 때가 없으며, 몸이 견고하여 부셔버릴 수 없으며, 환술 같은 몸을 널리 나타내는데 용모가 단정하여 세상에 짝할 이 없으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한량없이 차별하며, 인연으로 일어난 법과 같아서 변하여 달라짐이 다함없으며, 독한 칼날이나 화재(火災)로도 해칠 수 없으며,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고 외도들을 꺾어 굴복하며, 몸빛이 아름답기 염부단금과 같으며, 세간에서 뛰어넘어 짝할 이 없으며, 큰 광명을 놓아 시방을 비추는 것을 보는 이는 반드시 모든 장애의 산을 파할 것이며, 모든 불선근(不善根)을 뽑을 것이며, 반드시 광대하고 훌륭한 선근을 심을 것이어서, 이런 사람은 만나보기 어렵고 나타나기도 어려운 것이 마치 우담발화가 피는 듯 하나니, 이러한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런 공덕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원만다문(圓滿多聞)이라 하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묘문성(妙門城)이 있으며 그 성중에 근자재주(根自財主)동자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행을 만족히 성취하기 위하여, 보살의 다함없는 공덕을 닦기 위하여, 보살의 서원 갑옷을 입기 위하여, 보살의 큰 힘 광명을 놓기 위하여, 보살의 깊이 믿고 아는 힘을 이루기 위하여, 보살의 한량없는 훌륭한 행을 일으키기 위하여, 보살의 법에 싫은 마음이 없고, 모든 보살의 공덕에 들어가기를 좋아하고, 모든 중생을 거두어 지도하기를 원하고, 나고 죽는 수풀의 무성한 벌판을 넘어가려고, 선지식을 항상 뵙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게으르지 아니하며, 한량없는 법에 존중하는 마음을 내어, 묘견 비구에게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21. 근자재주동자를 찾다 [1]
이때에 선재동자는 묘견(妙見) 비구의 가르침을 받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결정코 분명하게 닦아 익혀 그 법문에 깨달아 들어가기를 생각하면서, 천인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 따위의 권속들에게 호위되어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원만다문(圓滿多聞) 나라에 이르러서는, 묘문성에 들어가서 두루 다니면서 근자재주동자를 찾았다.
그 때에 허공에서 하늘과 용과 신장들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금 그 동자는 강가에서 여러 동자들과 함께 모래를 모아 장난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곧 강변에 이르렀다. 마침 그 동자는 십천의 동자들로 앞뒤에 호위되어 모래더미를 쌓으며 희롱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고는 곧 가까이 가서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오리까? 듣사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시어 저로 하여금 해탈케 하소서.”
근자재주동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옛적에 문수사리동자한테서 산수와 결인(結印)하는 법을 배워서 공교하고 신통한 지혜에 깨달아 들어가는 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세간에 있는 성론(聲論)과 내명(內明)과 인명(因明)과 의방명(醫方明)과 글자와 산수와 결인과 가지고 주고 하는 가지가지 지혜의 언론을 알며, 온갖 약의 독과 방자와 독[蠱毒]을 화합하고 해소할 줄을 알며, 또 풍병과 간기와 조갈과 여위는 병과 귀신이 붙는 병 등 이러한 모든 병을 치료하며, 또 성중과 도시와 마을과 경치가 좋은 것과 시가지와 시골과 공원과 못 파고 샘 파는 것과 집터·좌향·누각·정자·궁전·가옥·창문·큰문 따위를 지어 갖가지로 장엄하며, 또 수레를 몰고 말을 타고 싸우는 법과 편안하고 위태하고 취하고 버리고 이기고 지는 일을 잘 알며, 또 가지가지 신선되는 약, 환술하는 약, 변화하는 약을 만들 줄을 알며, 또 예절과 의식과 높고 낮은 차례를 잘 알며, 또 중생들의 몸과 상(相)이 길하고 흉한 것과 짓는 업이 선하고 악함을 알며, 또 중생들이 온갖 선근(善根)과 선하지 못한 근을 구족한 줄을 알며, 또 중생들의 좋은 갈래와 나쁜 갈래의 종류가 차별한 것을 알며, 또 모든 성인과 현인들의 청정한 도를 알아서, 이 사람은 성문승의 도를 얻고, 이 사람은 벽지불승의 도를 얻고, 이 사람은 보살승의 도를 얻고, 이 사람은 여래 지혜의 자리에 들어갈 것과 내지 진(眞)·속(俗)의 이제(二諦)를 모두 통달하며, 또 모든 고요한 대중의 위의와 법식과 먹을 때와 안 먹을 때와 할 일과 안 할 일을 알고, 스스로 영양을 섭취하여 목숨을 늘이며, 또 세속의 살림하는 법과 재산을 경리하는 법과 출신한 데가 귀하고 천함을 알며, 또 자기나 다른 사람의 지난 세상에 태어날 적에 나누인 지위[分位]나, 태에 들고 태에 머물고 세상에 나던 차별을 알며, 또 오는 세상에 모든 중생들이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나며, 저기서 죽어서 도로 저기 나고 여기서 죽어 도로 여기 나는 일을 알며, 또 지나간 세상과 지금 세상의 부처님들이 차별한 법문을 가지가지로 베풀어 가르치고 경계하여 중생들을 조복하며, 그들로 하여금 견고하게 따르고 닦아 익히어 나고 죽는 물결을 건너 열반의 언덕에 이르게 함을 알며, 몸과 마음이 깨끗하여 진금을 다루는 듯, 광명이 널리 비치어 크고 넓게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18종의 공교로운 기술과 62권속인 명론(明論)과 내명(內明)의 모든 방법을 알아서 속번뇌[內煩惱]를 다스리노라. 무엇을 몸속의 번뇌라 하는가. 네 가지 인연이 있으니, 하나는 눈으로 빛 경계[色境]를 받아들이는 것, 둘은 끝없는 옛적부터 고집하는 버릇, 셋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제 성품과 근본 성품을 아는 것, 넷은 빛 경계에 대하여 마음을 내어 욕망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인연으로 말미암아 아뢰야식[藏識]이 변하여 7식[轉變識]의 물결이 생기나니, 마치 빨리 흐르는 물이 계속하여 흘러서 끊어지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눈으로 알음알이하는 것이 모든 근(根)의 식(識)을 일으키듯이 티끌 수 털구멍이 한꺼번에 생기는 것도 역시 그러하며, 마치 밝은 거울이 여러 그림자를 한꺼번에 나타내듯이 모든 식도 그러하여 어떤 때에는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다.
선남자여, 마치 맹렬한 바람이 바다에 불어 파도가 생기듯이 경계란 바람이 고요한 마음 바다를 흔들어 7식의 파도가 계속되어 끊이지 않느니라. 인(因)과 연(緣)이 서로 작용하고 여의지 아니하여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아니함이 물과 파도와 같으니라. 업으로 인하여 모양을 내고는 거기에 얽히어서 빛깔[色] 따위의 제 성품과 다섯 가지 알음알이가 변천되는 것을 알지 못하여, 아뢰야식도 자기가 7식을 내었노라 말하지 아니하고, 7식도 자기가 아뢰야식에서 생겨났노라 말하지 아니하건마는, 다만 자기의 마음이 경계에 집착하는 분별로 생기는 것이니라. 이렇게 깊고 깊은 아뢰야식의 미세한 작용과 끝까지 이르는 짬은 오직 여래와 주지(住地) 보살만이 분명히 아는 것이고, 법에 어리석은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범부나 외도들은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이다.”
21. 근자재주동자를 찾다 [2]
“선남자여, 나는 또 온갖 성론(聲論)의 음성과 말이 안팎의 인연으로 생기며 이름과 해석하는 것이 널리 퍼져 그지없는 것을 잘 아노라. 가령 제석천은 범천왕에게서 성명학(聲明學)을 듣고 그 목숨이 다하도록 천 년을 지내면서 성론의 끝간데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잠깐 동안에 이 계산하는 법으로 그 근원까지를 모두 분명히 아노라.
선남자여, 문수사리는 다시 나에게 보살의 셈하는 법을 가르쳤으니, 이른바 천씩 백이 한 낙차(洛叉)요, 일백 낙차가 한 구지(俱)요, 구지씩 구지가 한 아유다(阿庾多)요, 아유다씩 아유다가 한 나유타(那由他)요, 나유타씩 나유타가 한 빈바라(頻婆羅)요, 빈바라씩 빈바라가 한 긍갈라(矜羯羅)요, 긍갈라씩 긍갈라가 한 아가라(阿伽羅)요, 아가라씩 아가라가 한 미습벌라(微伐羅)요, 미습벌라씩 미습벌라가 한 발라벌라(鉢囉伐羅)요, 발라벌라씩 발라벌라가 한 발라마(鉢囉麽)요, 발라마씩 발라마가 한 바바라(婆羅)요, 바바라씩 바바라가 한 아바라(阿婆羅)요, 아바라씩 아바라가 한 다바라(多婆羅)요, 다바라씩 다바라가 한 요발미야(鉢彌耶)요, 요발미야씩 요발미야가 한 아시마(阿枲摩)요, 아시마씩 아시마가 한 보마(普摩)요, 보마씩 보마가 한 예마(禰摩)요, 예마씩 예마가 한 아바검(阿婆鈐)이요, 아바검씩 아바검이 한 미바가(微婆伽)요, 미바가씩 미바가가 한 미바사(微婆奢)요, 미바사씩 미바사가 한 몰리바가(沒哩伽)요, 몰리바가씩 몰리바가가 한 나하라(那賀羅)요, 나하라씩 나하라가 한 비라가(毗邏伽)요, 비라가씩 비라가가 한 미바가(彌伽)요, 미바가씩 미바가가 한 비가바(毗伽婆)요, 비가바씩 비가바가 한 승갈라마(僧羯邏摩)요, 승갈라마씩 승갈라마가 한 비살라(毗薩羅)요, 비살라씩 비살라가 한 비첨바(毗贍婆)요, 비첨바씩 비첨바가 한 자지가(慈伽)요, 자지가씩 자지가가 한 비성가(毗盛伽)요, 비성가씩 비성가가 한 비로타(毗陀)요, 비로타씩 비로타가 한 미파하(微皤訶)요, 미파하씩 미파하가 한 미박제(微薄帝)요, 미박제씩 미박제가 한 비가담(毗佉擔)이요, 비가담씩 비가담이 한 도라나(都邏那)요, 도라나씩 도라나가 한 아도랴(阿覩)요, 아도랴씩 아도랴가 한 바라나(邏那)요, 바라나씩 바라나가 한 미파란(微皤蘭)이요, 미파란씩 미파란이 한 삼말야(三末耶)요, 삼말야씩 삼말야가 한 미도라(微覩羅)요, 미도라씩 미도라가 한 해바라(奚婆羅)요, 해바라씩 해바라가 한 타바라(陀羅)요, 타바라씩 타바라가 한 미도율나(微度栗娜)요, 미도율나씩 미도율나가 한 사미타(奢彌陀)니라.
사미타씩 사미타가 한 니히바라(囉)요, 니히바라씩 니히바라가 한 미자라(微者囉)요, 미자라씩 미자라가 한 미사라(微舍囉)요, 미사라씩 미사라가 한 미니살다(微薩多)요, 미니살다씩 미니살다가 한 아표얼다(阿瓢哆)요, 아표얼다씩 아표얼다가 한 미실보다(微悉步多)요, 미실보다씩 미실보다가 한 니바라(泥囉)요, 니바라씩 니바라가 한 파리살타(波哩殺陀)요, 파리살타씩 파리살타가 한 미목차(微目差)요, 미목차씩 미목차가 한 발리다(鉢哩哆)요, 발리다씩 발리다가 한 할리다(喝哩哆)요, 할리다씩 할리다가 한 아로가(阿迦)요, 아로가씩 아로가가 한 인닐리야(印哩耶)요, 인닐리야씩 인닐리야가 한 계로가(系迦)요, 계로가씩 계로가가 한 노바나(奴那)요, 노바나씩 노바나가 한 하로나(何那)요 하로나씩 하로나가 한 바로타(婆陀)요, 바로타씩 바로타가 한 미로타(謎陀)요, 미로타씩 미로타가 한 걸찬야(乞耶)요, 걸찬야씩 걸찬야가 한 아차목다(阿差目多)요, 아차목다씩 아차목다가 한 예로바야(翳婆耶)요, 예로바야씩 예로바야가 한 미마로야(微麽耶)요, 미마로야씩 미마로야가 한 만노바야(曼弩婆耶)요, 만노바야씩 만노바야가 한 미쇄타야(微灑馱耶)요, 미쇄타야씩 미쇄타야가 한 삼마타(三麽陀)요, 삼마타씩 삼마타가 한 발라마달라(鉢囉麽怛囉)요, 발라마달라씩 발라마달라가 한 아라마달라(阿囉麽怛囉)요, 아라마달라씩 아라마달라가 한 발마달라(勃麽怛囉)요, 발마달라씩 발마달라가 한 아반마달라(阿畔麽怛囉)요, 아반마달라씩 아반마달라가 한 가마달라(伽麽怛囉)요, 가마달라씩 가마달라가 한 나마달라(那麽怛囉)요, 나마달라씩 나마달라가 한 해마달라(奚麽怛囉)요, 해마달라씩 해마달라가 한 비마달라(麽怛囉)요, 비마달라씩 비마달라가 한 발라마달라(鉢囉麽怛囉)요, 발라마달라씩 발라마달라가 한 시마달라(尸麽怛囉)요, 시마달라씩 시마달라가 한 예라(翳囉)요, 예라씩 예라가 한 폐라(羅)요, 폐라씩 폐라가 한 제라(帝羅)요, 제라씩 제라가 한 게라(偈羅)요, 게라씩 게라가 한 솔보라(窣步囉)요, 솔보라씩 솔보라가 한 제라야(腫耶)요, 제라야씩 제라야가 한 니라(泥羅)요, 니라씩 니라가 한 계라(計羅)요, 계라씩 계라가 한 세라(細羅)요, 세라씩 세라가 한 비라(羅)요, 비라씩 비라가 한 미라(謎羅)요, 미라씩 미라가 한 사라다(娑邏茶)요, 사라다씩 사라다가 한 미로타(謎陀)요, 미로타씩 미로타가 한 명로타(冥陀)요, 명로타씩 명로타가 한 계로타(契陀)요, 계로타씩 계로타가 한 마도라(幕羅)요, 마도라씩 마도라가 한 주로다(珠哆)요, 주로다씩 주로다가 한 사모라(娑母羅)요, 사모라씩 사모라가 한 아야사(阿野娑)니라.
아야사씩 아야사가 한 가마라(迦麽羅)요, 가마라씩 가마라가 한 마가바(摩伽婆)요, 마가바씩 마가바가 한 아바라(阿婆囉)요, 아바라씩 아바라가 한 계로바(系婆)요, 계로바씩 계로바가 한 폐로바(吠婆)요 폐로바씩 폐로바가 한 가삽바라(迦羅)요, 가삽바라씩 가삽바라가 한 하바라(何婆羅)요, 하바라씩 하바라가 한 비바라(毗婆囉)요, 비바라씩 비바라가 한 나바라(那婆羅)요, 나바라씩 나바라가 한 영반다(寧畔多)요, 영반다씩 영반다가 한 마바라(摩婆羅)요, 마바라씩 마바라가 한 사라나(娑囉那)요, 사라나씩 사라나가 한 발라마(勃邏摩)요, 발라마씩 발라마가 한 발라마나(勃邏麽那)요, 발라나마씩 발라마나가 한 미가마(微伽摩)요, 미가마씩 미가마가 한 오파발다(波跋多)요, 오파발다씩 오파발다가 한 니리니사(哩泥捨)요, 니리니사씩 니리니사가 한 아차야(阿差耶)요, 아차야씩 아차야가한 삼모타(三姥馱)요, 삼모타씩 삼모타가 한 아반다(阿畔多)요, 아반다씩 아반다가 한 아바마나(阿摩娜)요, 아바마나씩 아바마나가 한 우발라(優癖)요, 우발라씩 우발라가 한 파두마(波頭摩)요, 파두마씩 파두마가 한 승기(僧祇)요, 승기씩 승기가 한 아바검미야(阿婆儉弭耶)요, 아바검미야씩 아바검미야가 한 얼댜()요, 얼댜씩 얼댜가 한 아승기(阿僧祇)요, 아승기씩 아승기가 한 아승기곱[轉]이요, 아승기곱씩 아승기곱이 한 한량없음이요, 한량없음씩 한량없음이 한 한량없는 곱이요, 한량없는 곱씩 한량없는 곱이 한 가없음이요, 가없음씩 가없음이 한 가없는 곱이요, 가없는 곱씩 가없는 곱이 한 같을 이 없음이요, 같을 이 없음씩 같을 이 없음이 한 같을 이 없는 곱이요, 같을 이 없는 곱씩 같을 이 없는 곱이 한 셀 수 없음이요, 셀 수 없음씩 셀 수 없음이 한 셀 수 없는 곱이요, 셀 수 없는 곱씩 셀 수 없는 곱이 한 일컬을 수 없음이요, 일컬을 수 없음씩 일컬을 수 없음이 한 일컬을 수 없는 곱이요, 일컬을 수 없는 곱씩 일컬을 수 없는 곱이 한 생각할 수 없음이요, 생각할 수 없음씩 생각할 수 없음이 한 생각할 수 없는 곱이요, 생각할 수 없는 곱씩 생각할 수 없는 곱이 한 헤아릴 수 없음이요, 헤아릴 수 없음씩 헤아릴 수 없음이 한 헤아릴 수 없는 곱이요, 헤아릴 수 없는 곱씩 헤아릴 수 없는 곱이 한 말할 수 없음이요, 말할 수 없음씩 말할 수 없음이 한 말할 수 없는 곱이요, 말할 수 없는 곱씩 말할 수 없는 곱이 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음이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음을 또 제곱하면 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이 보살이 아는 셈하는 법으로 셈하고 분별하여서 수없는 유순이 되는 넓고 큰 모래더미의 알갱이 수효를 알며, 또 시방의 온 허공 안에 있는 세계들이 가지가지로 나란히 벌여 있는 차별과 차례를 셈하여 알며, 또 시방에 있는 온갖 세계들이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가지가지의 분량과 이름이 각각 차별하여 같지 않음을 셈하여 아노라. 이른바, 모든 겁의 이름·모든 부처님 이름·모든 법의 이름·모든 참된 뜻의 이름·모든 업의 이름·모든 보살 이름·모든 중생의 이름을 모두 걸림없이 분명하게 통달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공교롭고 신통한 지혜 광명 법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중생의 수효와 모든 중생의 이름을 알고, 모든 법의 종류의 수효와 모든 법의 종류의 이름을 알고, 삼세의 모든 시간의 수효와 삼세의 모든 시간의 이름을 알고, 모든 여래의 수효와 모든 여래의 이름을 알고, 모든 보살의 수효와 모든 보살의 이름을 알며, 또 온갖 세계의 깨끗하고 더럽고 성립되고 파괴되는 것이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시간이 날과 달과 해와 겁으로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부처님이 나심과 이름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부처님이 법 수레를 운전함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보살이 마음을 내고 도를 행함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보살이 중생을 성숙시키는 일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일체 중생이 짓는 업과 인연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일체 중생이 받는 과보가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이와 같이 내지 온갖 이름과 모양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서 끝없이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들을 모두 셈하여 아는 것이라든가, 이렇게 보살들이 얻은 산수의 자재한 법문으로 자기를 이익케 하고 남도 이익케 하는 엄청난 이익을 지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따라서 깨닫고 차례차례 성숙하여 필경에 해탈케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며, 그 행하는 일을 보이며, 그 경계를 나타내며, 그 훌륭한 힘을 드러내며, 그 좋아함을 분별하며, 그 도를 돕는 일을 펴 말하며, 그 큰 서원을 내며, 그 묘한 행을 드날리며, 그 모든 바라밀을 연설하며, 그 깨끗함을 찬탄하며, 그 훌륭한 지혜 광명을 열어 보일 수 있겠는가.
보살의 이러한 공덕은 그 만분의 하나[少分]도 알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위신과 공덕 바다와, 모든 부처님이 복과 지혜의 보배로 바라밀의 과를 원만함과 모든 부처님이 등불같이 비치어 걸림없는 법계를 증득하는 일과 부처님들이 광대하고 청정한 자재한 법 수레를 연설함과 모든 부처님의 훌륭하고 깊은 삼매 경계에 유희함과 부처님들의 신통과 지혜를 깨닫는 해탈 법문이야 어떻게 모두 알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또 성이 있으니 이름이 해별주(海別住)요, 거기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구족(具足)이다.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내어, 믿고 좋아하는 희유한 마음을 얻고, 넓고 크게 중생들을 이익케 하려는 마음을 성취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차례와, 탄생하고 성도하고 법문을 말하고 열반에 드는 일이 가장 청정하고 끝끝내 원만함을 분명히 보았으며, 깊고 깊은 미묘한 지혜에 깨달아 들어갔고, 여러 갈래를 따라 몸을 널리 나타내며, 삼세의 차별한 경계를 분명하게 알고, 끊임없는 공덕 광을 얻었으며, 큰 지혜의 자재한 광명을 놓아 삼유(三有)의 성의 자물쇠를 열고, 부처님 지혜의 구경 보리로 향하면서, 근자재주동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며 하직하고 떠났다.
22. 구족 우바이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서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고 은근하게 앙모하여 마음이 만족한 줄을 모르는 것이 마치 큰 바다가 많은 비를 받으며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듯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봄 날씨 같아서 모든 선한 법의 싹을 자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가을 달과 같아서 비추는 데마다 몸과 마음이 서늘하여지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여름날 설산과 같아서 모든 짐승의 답답한 갈증을 덜어주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연못에 쪼이는 햇빛 같아서 모든 착한 마음의 연꽃을 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일정(日精) 마니와 같아서 중생들을 비추어 법보 있는 곳에 이르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염부 나무와 같아서 온갖 복과 지혜의 꽃과 열매를 열리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용왕과 같아서 마음대로 법의 구름과 비를 일으키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묘고산과 같아서 여러 가지 샘이 없는[無漏] 공덕을 쌓아서 33천이 장엄하게 머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제석천왕과 같아서 모든 공덕천에게 호위되어 애정과 잘못된 소견의 아수라 군대를 물리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해별주성(海別住城)에 이르러 여러 곳으로 다니며 구족 우바이를 찾았다. 이때에 여러 사람들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 우바이는 이 성중에 있는 자기 집에 있습니다.”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그 문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살펴보았다. 집은 엄청나게 넓고 화려하여 가지가지로 장엄되었으며, 보배로 쌓은 담이 사면으로 둘려 있고, 사방에는 보배로 장엄한 문이 있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구족 우바이가 보배로 꾸민 평상에 앉아 있는데, 젊은 나이에 아름다운 태도로 용모가 단정하며, 화만 영락을 차리지 아니하고 소복단장에 머리카락을 드리웠으며, 위의와 광채가 유난하여 보는 이마다 기뻐하니, 부처님과 보살을 제하고는 짝할 이 없으며, 특수한 위력과 크고 넓은 마음이 있어, 중생들로 보고 듣는 이는 모두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집 안에는 십억 자리를 놓았으니 인간이나 천상의 것으로 비교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다 보살의 업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방 안에는 옷이나 음식이나 다른 장신구가 없고, 평상 앞에 조그마한 그릇 하나를 놓았을 뿐이며, 십천의 아가씨들이 호위하였는데,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몸을 단장하였고, 음성이 화평하며, 항상 좌우에 모시고 있어 받들어 섬기되 게으른 생각이 없으며, 몸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나와 온 성 안과 공중에 널리 퍼지며, 이 세상과 천상 사람으로서 이 향기를 맡은 이는 보리의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며, 다른 중생들도 이 향기를 맡기만 하면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성내는 마음이 없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며, 간탐하는 마음·질투하는 마음·아첨하는 마음·속이는 마음·왜곡된 마음·탐내는 마음·미워하는 마음·거짓된 마음·하열한 마음·교만한 마음·사특한 마음·장애되는 마음·고집하는 마음이 모두 없어지고, 평등한 마음에 머물러 자비심을 일으키며, 이익케 하려는 마음을 내고, 계율을 가지는 마음으로 탐욕을 여의게 되므로 그 소문을 듣는 이는 환희하여 뛰놀고 그 몸매를 보는 이는 모두 더럽게 물드는 마음을 여의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우바이 발에 경례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공경하고 합장하여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그지없는 복덕으로 장엄한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이 조그만 그릇 속에서,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욕망을 따라 가지가지 달고 맛난 훌륭한 음식을 내는데, 빛깔이나 향기가 맛이나 촉각(觸覺)이 구족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 조그만 그릇에서 나오는 음식은, 설사 백 중생·천 중생·백천 중생·억 중생·백억 중생·천억 중생·백천억 중생·나유타 중생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이거나, 염부제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사천하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소천세계 티끌 수 중생·중천세계 티끌 수 중생, 대천세계 티끌 수 중생이거나,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시방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이라도 모두 그 욕망을 따라 배부르게 먹으면, 기갈이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며 지혜가 더욱 자라지마는, 그래도 이 음식은 없어지지 아니할 뿐 아니라 적어지지도 아니하는 것이니라.
또 이 그릇에서는 음식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지가지 상좌(牀座)와 가지가지 좌복과 가지가지 채단·가지가지 의복·가지가지 수레·가지가지 깃발·가지가지 일산·가지가지 화만·가지가지 영락·가지가지 보물과 가지가지 흩는 향과 가지가지 환 지은 향·가지가지 바르는 향·가지가지 사르는 향·가지가지 가루 향과 내지 가지가지 법다운 도구를 내어서, 사람이 오는 대로 넓은 마음으로 베풀어 주고, 원수·친한 이·귀한 사람·천한 사람·가난한 이·부자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풍족하게 하므로 모두 나에게 존중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과 싫증 없는 마음과 굴복하는 마음을 내느니라.
선남자여, 가령 동방의 한 세계 중생들로서 성문법을 닦거나 연각법을 닦는 이가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과(果)나 연각과를 증득하여 맨 나중 몸에 머물게 되며, 한 세계 중생이 그러한 것같이 차례차례로 백 세계 중생, 천세계 중생, 백천 세계·억 세계·백억 세계·천억 세계·백천억 세계·백천억 나유타 세계·염부제의 티끌 수 세계·한 사천하의 티끌 수 세계·소천세계 티끌 수 세계·중천세계 티끌 수 세계·대천세계 티끌 수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으로서, 성문법을 닦거나 연각법을 닦는 이가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성문과나 연각과를 증득하며 맨 나중 몸에 머물게 되나니,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 세계의 중생들도 역시 그러하니라.
또 선남자여, 동방의 한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에 있는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보살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가장 좋은 보리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게 되는 것 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 있는 한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에 있는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보살들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가장 좋은 보리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십천의 아가씨 권속들을 보았는가?”
“보았나이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에게 딸린 보살 권속이 백만 아승기인데 이 십천의 아가씨가 으뜸이 되었으니 모두 나와 함께 같은 수행을 하였으므로 큰 서원이 같고, 선근이 같고, 벗어나는 도가 같고, 청정한 이해가 같고, 청정한 신심이 같고, 청정한 생각이 같고, 청정한 지취[趣]가 같고, 청정한 지혜가 같으며, 한량없는 깨달음이 같고, 깨끗한 감관[根]이 같고, 두루한 마음이 같고, 넓고 큰 마음이 같고, 행하는 경계가 같고, 증득한 이치가 같고, 결정된 알음알이가 같고, 분명히 아는 법이 같고, 깨끗하고 묘한 빛깔이 같고, 한량없는 힘이 같고, 꾸준히 나아감이 같고, 바른 법의 소리가 같고, 종류를 따르는 음성이 같고, 청정한 음성이 같고, 제일가는 음성이 같고, 공덕을 찬탄함이 같고, 청정한 업이 같고, 청정한 과보가 같고, 넓고 크게 사랑함이 같고, 두루하게 불쌍히 여김이 같고, 널리 구호함이 같고, 두루 성숙함이 같으며, 몸으로 짓는 깨끗한 업이 같아서 인연을 따라 나타나면 보는 이가 모두 즐거워하며, 말로 짓는 깨끗한 업이 같아서 법에 자재하여 세속을 따라 해석하여 교화를 펴며, 모든 부처님 도량에 함께 나아가며, 모든 부처님 계신 데 함께 가서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깨달은 지혜가 같아서 부처님들의 차별한 법문을 모두 알며, 모든 보살의 청정한 행에 머무는 것이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의 아가씨들이 이 음식을 가지고 잠깐 동안에 시방세계에 골고루 가서,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모든 보살께 공양하고, 또 모든 성문과 연각에게 공양하며, 내지 시방세계의 아귀 갈래에까지 두루 나아가 모두 배부르게 먹고 기갈을 덜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의 아가씨가 또 이 음식을 가지고, 하늘에 가서는 하늘 사람들의 식성을 만족케 하고, 용에게 가서는 용들의 식성을 만족케 하며,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데까지 가서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음식을 베풀어 주어 배부르도록 먹게 하여도, 나의 그릇 속에 음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거늘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러한 사실을 보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때에 선재동자는 한량없는 중생들이 네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모두 이 우바이가 본래의 서원으로 청한 것이며, 모여 온 뒤에는 상좌를 펴고 앉게 하고,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음식과 내지 가지가지 훌륭한 도구들을 주어 마음이 만족케 하였으며, 그들이 환희한 마음을 내고 편안하고 기뻐서 모두 좋아하며 서로 위로하였으나 그릇에서 나오는 물건은 줄어들지도 않고 끝이 나지도 아니하였다. 우바이는 이렇게 보시하고 나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그지없는 복덕으로 장엄한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그지없는 큰 장엄광은 깊고 깊어 밑이 없는 것이 바다와 같고, 크고 넓어 가이없는 것은 허공과 같고, 중생들의 마음을 만족하기는 여의주와 같고, 구하는 대로 얻게 되기는 큰 보배 더미 같고, 모든 것을 옹호하기로는 윤위산과 같고, 선근을 자라게 하기는 큰 비와 같고, 법광을 수호하기는 자물쇠와 같고, 법보를 모으기는 묘고산과 같고,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기는 등불과 같고, 중생에게 그늘을 만들기는 일산과 같으니, 이런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대유성(大有城)이 있고 그 성에 구족지(具足智)라고 하는 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우바이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23. 구족지 거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그지없이 장엄한 복덕 광 해탈문을 얻고, 그 복덕 바다를 따라 생각하며, 그 복덕 허공을 관찰하며, 그 복덕 더미를 향하며, 그 복덕 산에 오르며, 그 복덕 광을 성취하며, 복덕 샘을 마시며, 복덕 못에 헤엄치며, 복덕 마당을 깨끗이 하며, 복덕 광을 보며, 복덕의 가르침에 들어가 복덕 눈을 뜨고 복덕 길로 걸으며 복덕 종자를 심으면서, 점점 나아가다가 대유성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명지(明智) 거사를 찾았다.
선지식에게 갈앙하는 마음을 내어, 선지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끊이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모하는 뜻이 견고하고, 방편으로 선지식을 만나려는 마음이 만족할 줄 모르며, 선지식을 받들어 섬기려는 생각이 게으르지 아니하여 선지식을 의지하여 마음을 닦으려 하였다.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온갖 선한 일을 만족할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모든 복을 내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여러 행이 자라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면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모든 선지식을 섬기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보살들의 여러 근을 깨끗이 하는 줄을 알았다. 이리하여 선근을 자라게 하고 뜻을 깊게 하고, 덕을 더하고, 자비를 넓히고, 일체지에 가까워지고, 보현의 도를 갖추고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밝히 알고, 보살의 행과 원을 자라게 하고 여래의 십력의 지혜 광명을 밝게 비칠 것을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선재동자는 그 거사가 성내의 네거리에 있는 칠보로 된 누대 위에서 보배로 장엄한 상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그 보배 상좌는 대단히 훌륭하여 수없이 깨끗한 여의주로 몸체가 되었는데, 가지가지 금강 제청마니로 다리가 되고, 진주로 엮은 그물이 서로 얽었고, 때 없는 광 마니보배로 아름답게 장식하였으며, 다시 5백의 보배 형상으로 장엄하고, 하늘의 보배 옷을 깔았고 하늘 짐대 깃발을 세웠는데, 보배 그물을 베풀고 보배 휘장을 치고, 염부단금으로 일산이 되었으며, 깨끗한 유리로 대를 삼아 사람이 받들어 상좌 위를 가리웠으며, 거위의 깃으로 부채를 만들고 이우(牛)의 흰 꼬리로 불자(拂子)를 만들었는데, 모두 깨끗한 보배로 장엄하여 하늘 동자들이 받들고 좌우에 모셨으며, 묘한 향기를 풍기고 하늘 꽃들을 내리며 밤낮으로 5백 풍류를 잡히니 소리가 아름다워 하늘 풍류보다 뛰어나 듣는 중생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또 십천의 권속들이 앞뒤에 호위하였으니 몸매가 아름다워 보는 이마다 즐거워하며, 천상의 장엄거리로 곱게 단장하여 천상 사람보다 더 아름다우며, 모두들 보살의 뜻을 이룩하였으니, 모두 거사와 함께 지난 세상에 선근을 닦은 이로서, 좌우에 모시면서 우러러보며 그 가르침을 받드는 이들이었다.
이때에 성 안에 있는 중생들과 허공에 있는 하늘 대중들이 이 거사에게 순종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었고, 선지식을 지성으로 따르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뜻으로 구소마 보배 꽃 구름을 일으키고, 구소마 보배 꽃 비를 내리니, 이 사람들도 모두 거사와 함께 지난 세상에서 청정한 선근을 함께 심은 것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광경을 보고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수없이 돌고 나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모든 중생의 고통 근심을 소멸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을 끝끝내 안락케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들을 법보의 섬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사랑의 물결을 말리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탐욕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나고 죽는 벌판을 건너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좋아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삼계의 성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일체지의 성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여러 가지로 이익케 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모든 중생을 거두어 보호하고 중생들의 의지할 데가 되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거사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러한 이익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하니,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만일 보리심을 내었으면 이 사람은 보살의 행을 구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만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려는 마음이 고달프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섬기려는 마음이 걱정되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공양하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랑하여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모하여 잠깐도 게으르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구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가르친 대로 행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명령을 받들어 실수하지 아니하리라. 선지식은 큰 위력이 있으므로 가까이 모시고 섬겨 공양하기 어려우니, 만일 정성으로 받들어 모시고 예배하고 찬탄하며 마음에 근심하거나 뉘우치지 아니하면, 곧 모든 공덕을 구족하고 번뇌의 시끄러움을 받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십천의 권속과 모인 대중을 보았는가?”
“보았나이다.”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으니, 그들은 여래 가문에 태어나서 선한 법[白法]을 자라게 하며, 한량없는 바라밀에 머물러 부처님의 십력을 배우며, 세간의 종자를 여의고 여래의 종자에 머물며, 나고 죽는 수레를 깨뜨리고 깨끗한 법 수레를 운전하며, 삼악취(三惡趣)를 멸하고 바른 법에 머물며, 이러한 보살의 행을 모두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 보호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뜻을 따라 만들어 내는 복덕 광 해탈문을 얻어 모든 중생의 필요한 대로 그 소원을 만족케 하나니, 밥을 요구하는 이에겐 밥을 주고, 마실 것을 요구하는 이에겐 마실 것을 주며, 이와 같이 가지가지 의복과 영락과 화만과 채단과 사르는 향·바르는 향·가루향·금·은·진주·신기한 보배와 가지가지 짐대·깃발·일산·집들과 깔고 덮고 할 것과 가지가지 등촉과 병에 필요한 약과 가지가지 수레와 배와 코끼리와 말과 종과 하인과 소와 양과 시중들 사람들을 필요한 대로 주기도 하고, 또 하늘의 보관과 보배 장식과 상투에 꽂는 동곳과 내지 사랑하는 아내와 첩과 아들과 딸과 눈·귀·코·혀·가죽·살·뼈·골수와 손과 발과 몸뚱이 들을, 잘 사는 이·가난뱅이·귀한 이·천한 이·잘난 이·못난이를 가리지 않고, 오는 이의 뜻을 따라 보시하여 주고, 내지 진실하고 묘한 법문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닦아 증득하며 끝까지 원만케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스스로 보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가지가지 방면·가지가지 세계·가지가지 나라·가지가지 도시·가지가지 마을·가지가지 곳으로부터, 종류와 형상이 다르고 사랑하고 좋아함이 같지 아니한 이들이, 모두 보살의 지난 세상의 서원으로 함께 모여들었다.
그 때에 거사는 대중이 구름처럼 모여 온 줄을 알고, 두루 관찰하며 생각을 한 곳에 두고 잠깐 동안 허공을 살펴보니, 그네들의 요구하는 물건이 공중으로부터 꼬리를 물고 내려와서 거사의 손으로 들어오고, 거사는 많은 대중의 원하는 대로 베풀어 주어 욕망을 만족하게 하였다.
소원이 만족한 뒤에는 모두 환희심을 내고 몸매가 빛나고 마음이 기쁘며 뜻이 부드러워져서 교화를 받을 만하게 되었다. 그 뒤에는 또 가지가지 묘한 법을 말하여 주었다. 곧 아름답고 맛나는 먹을 것을 만족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복덕을 닦는 문과 가난을 여의는 행과 감로와 재물이 넉넉하여지는 행과 높고 소중한 법 지혜의 행과 거룩한 모습을 장엄하는 행과 위덕을 성취하여 마군을 항복 받는 행과 법에 기쁘고 선정에 맛들이는 행과 굴복하기 어려운 행을 성취하는 일과 위없는 음식을 통달하는 행을 연설하여, 모두 항상한 몸과 목숨과 기운과 안락과 변재를 구족하는 법문을 얻게 하였으며, 맛 좋고 훌륭한 마실 것을 만족하게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나고 죽는 데서 애착함을 버리고 부처님 법[佛乘]을 사랑하여 깊은 법의 맛에 들어가게 하며, 여러 가지 훌륭한 맛을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법의 맛을 구족하고, 여래의 맛 중에서 가장 훌륭한 맛을 구족케 하며, 가지가지 배와 수레를 얻은 이에게는 세간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서 가장 훌륭한 위없는 대승에 오르게 하며, 모든 의복을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깨끗하고 부끄러워하는 옷을 얻게 하며, 내지 여래의 청정하고 미묘한 금빛 가죽을 얻게 하며, 이와 같이 온갖 살아가는 도구를 마음대로 보시하여 만족케 한 뒤에 다시 여러 중생의 자격에 맞추어 법문을 말하여, 자기에게 적당한 대로 위없고 깨끗한 지혜 법문에 깨달아 들어가게 하였다.
모든 중생이 법문을 듣고, 본래 있던 곳으로 헤어져 간 뒤 거사는 선재동자에게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 경계를 나타내어 보이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뜻을 따라 만들어 내는 복덕 광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지마는, 저 보살마하살들은 보배 손을 성취하여 시방의 모든 세계를 손으로 덮고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에게 보시하기 위하여, 자재한 힘으로써 가지가지 빛깔 있는 보배 구름을 일으키고 가지가지 빛깔 가진 보배 비를 내리나니, 이른바 가지각색 영락·가지각색 보관(寶冠)·가지각색 화만·가지각색 세간 의복·가지각색 법복·가지각색 장엄거리·가지각색 보배 꽃·가지각색 묘한 향·가지각색 바르는 향·가지각색 가루향·가지각색 누각·가지각색 일산·가지각색 깃발·가지각색 음악이 아름다운 음성과 묘한 노래로 불법을 찬탄하며, 내지 가지가지 살림하는 도구로 모든 중생의 사는 곳에 두루 퍼지고 모든 부처님 세계 도량에 가득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성취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과 자재한 신통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궁(師子宮)이란 큰 성(城)이 있고 거기 존법보계(尊法寶髻) 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 장자를 찾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기뻐 뛰놀아 마음으로 대단히 경사롭게 여기며, 모든 선지식으로 인하여 공덕이 원만함을 알고, 선지식에 대하여 존중한 생각을 내고 제자의 겸손한 예절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거사가 나를 깨우쳐 주어 나로 하여금 희유한 법문을 듣게 하였구나.’
그러면서 선지식을 사랑하는 소견을 끊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존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가르침 받기를 좋아하고, 선지식의 말을 결정적으로 믿고, 선지식의 훌륭한 일을 더욱 공경하고, 선지식 섬기려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여, 거사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4. 보계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거사에게서 깊고 깊은 해탈문을 듣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닦아 익히어 그 복덕 바다에 헤엄치고, 그 복덕 밭을 깨끗이 하고, 그 복덕 나루에 나아가고, 그 복덕 산을 쳐다보고, 그 복덕 광을 열고 그 복덕 바퀴를 굴리고, 그 복덕 법을 보고, 그 복덕 원인을 심고, 그 복덕 힘을 내고, 그 복덕 세력을 더하고, 그 복덕 마음을 기르고, 그 복덕 문을 깨달으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궁성에 이르러서는 두루 다니며 보계(寶髻) 장자를 찾았다. 그러다가 저자 거리에 있는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기를 수없이 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오니, 거룩하신 이여, 저를 위하여 보살의 도를 말씀하오면, 제가 그 도를 의지하여 일체지에 나아가겠나이다.”
이 때에 장자는 선재의 손을 잡고 그 집에 이르러 자기의 거처하는 데를 보이면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우선 내가 있는 집을 보라.”
선재는 그 집을 살펴보았다. 넓고 크고 화려하며, 사면에는 각각 문 둘씩을 내었는데 염부단금으로 만들었고, 백은으로 쌓은 담이 넓게 둘러 있고, 파리로 전각을 지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고, 검붉은 유리로 누각을 지었는데, 자거 보배로 기둥을 세우고 섬돌이나 층층대나 난간이나 창이나 문을 모두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들었고, 백천 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꾸몄으며, 마노로 된 못에는 향수가 넘쳐흐르고, 사면에 있는 난간은 진주로 얽었으며, 여러 가지 보배 나무들은 두루두루 줄을 지었고, 적진주 마니로 사자좌를 만들었는데, 아승기 보배로 사이사이 장식하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휘장을 삼았으며, 사자좌 앞에는 좌우로 광채가 찬란한 마니 짐대를 세우고, 여러 가지 빛깔 있는 여의주로 그물을 만들어 위에 덮고 있었다.
그 집에 큰 누각이 있어 높이가 열 층이고, 층마다 여덟 문을 내었다. 선재동자가 들어가서 차례차례 살펴보니, 맨 아래층에는 가지가지 훌륭하고 맛 놓은 음식을 베풀어 놓았고, 둘째 층에는 보배 의복들과 여러 가지 재물을 베풀어 놓았고, 셋째 층에는 모든 보배 장엄거리를 베풀었고, 넷째 층에는 음성이 아름다운 여자들과 마음에 맞는 권속과 그들이 사용하는 훌륭한 보물들을 베풀었고, 다섯째 층에는 오지(五地) 보살들이 구름 같이 모여 있으면서 중생들을 편안케 하기 위하여 묘한 법을 연설하며, 여러 가지 하는 일이 모두 이익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며, 여래의 가장 훌륭한 논리를 성취한 이의 다라니문과 모든 삼매의 바다와, 모든 세간 가지가지 밝은 지혜의 광명인[明智光明印] 행들이었다.
여섯째 층에는 모든 보살이 있으니, 모두 깊은 지혜를 성취하여 법의 성품을 잘 알고 큰 다라니를 얻었으며, 삼명(三明)과 육통(六通)을 모두 구족하고 널리 간직한 문에 들어가고 장애되는 경계에서 뛰어났으며, 둘이 아닌 법에 머물러 부처님의 위의를 나타내며, 말할 수 없이 묘하게 장엄한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들어가서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반야바라밀문을 분별하여 보이니, 이른바 고요한 광 반야바라밀문과 중생들을 잘 분별하는 지혜인 반야바라밀문과 움직일 수 없는 반야바라밀문과 욕심을 떠난 광명 반야바라밀문과 항복시킬 수 없는 광 반야바라밀문과 중생의 바퀴돌 듯함을 비치는 반야바라밀문과 교법을 따르는 반야바라밀문과 공덕 바다 광 반야바라밀문과 넓은 눈으로 주어 얻는 반야바라밀문과 다함없는 광에 들어가 따라 수행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세간에 들어가는 그지없는 방편인 반야바라밀문과 세간을 따르는 모든 교법에 들어가는 반야바라밀문과 걸림없는 변재인 반야바라밀문과 중생들을 따라 걸림없이 비치는 반야바라밀문과 때를 벗은 광명인 반야바라밀문과 지나간 세상 인연을 살펴 법 구름을 펴는 반야바라밀문 따위의 백만 아승기 반야바라밀문을 말하여, 말할 수 없는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훌륭하게 장엄한 깊은 지혜를 나타내어 보이었다.
일곱째 층에는 여향인(如響忍)을 얻은 보살들이 가득하게 모여 있으면서 방편 지혜로써 뛰어나는 문을 연설하여 모든 여래의 말씀하신 바른 법문을 듣게 하는 것이며, 여덟째 층에는 물러가지 않는 신통과 지혜를 얻은 한량없는 보살이 그 가운데 모이어 미세한 지혜로 모든 세간을 살펴보고 여러 부처님 세계의 도량에 모인 대중이 환술 같고 아지랑이 같고 그림자 같고 거울 속의 영상 같아서 진실한 성품이 없는 줄을 알며, 모든 여래의 분별없는 경계를 보고 모든 부처님의 두루 가득한 색신(色身)을 나타내며, 한 가지 음성으로 시방세계에 두루 퍼지며, 몸이 모든 도량에 골고루 나아가 끝없는 법계에 두루하지 않는 데가 없으며, 부처님 경계에 두루 들어가고 부처님 몸을 두루 보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두 받아 지니며, 모든 부처님 회중에서 우두머리가 되어 법문을 연설함을 보았다.
아홉째 층에는 일생소계(一生所繫) 보살들이 그 가운데 모이었으며, 열째 층에는 모든 여래께서 그 가운데 가득한데, 처음 마음을 낸 때로부터 보살의 행을 닦으며, 나고 죽는 윤회(輪廻)를 뛰어나 큰 서원을 이루며, 훌륭한 신통과 훌륭한 자재를 얻고, 특수한 위력으로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여 훌륭하게 장엄하며, 시방세계의 도량에 모인 대중에 나타나서 바른 법을 연설하며, 내지 멸진(滅盡)을 보이시며,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중생들을 교화하여 조복하고 이익케 하여 제도하는 이러한 것을 모두 분명히 보게 하는 것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렇게 기특한 일을 보고 장자에게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지난 세상에 어디서 어떠한 선근을 심었사옵기에 이렇게 훌륭한 과보를 얻었으며, 이렇게 깨끗한 회중이 있게 되었나이까?”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지나간 옛적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세계가 있었으니, 이름이 종종색장엄륜(種種色莊嚴輪)이었고, 부처님 이름은 무변광원만법계보장엄왕(無邊光圓滿法界普莊嚴王)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徧智)·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이시다. 백천억 성문들과 함께 계시었는데 지비로자나(智毗盧遮那)가 으뜸이 되었고, 또 백천억 보살들과 함께 계시었으니 지일위덕광(智日威德光)이 으뜸이 되었다.
그 때에 그 나라 임금은 이름이 법자재(法自在)인데, 부처님께서 임금의 청을 받고 마니당장엄(摩尼幢莊嚴) 동산으로 들어가실 적에, 내가 길거리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타고 향 한 개를 살라 공양하였다. 저 여래와 보살들과 성문들이 나의 공양을 받았으므로, 그 향의 연기로 큰 향 구름을 일으키어 허공에 가득하게 그늘 일산이 되어서, 염부제에서 이레 밤 이레 낮 동안을 가지가지 끝없는 모든 빛깔을 가진 중생의 몸매와 미묘한 향 구름을 내리었으며, 또 음악 곡조로 하여금 가지가지 아름다운 음성을 내어 허공에 가득하게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고 삼세에 걸림없는 넓고 큰 지혜를 노래하였고, 듣는 이로 하여금 온갖 번뇌의 업장을 소멸하고 온갖 진실한 선근을 자라게 하였으며,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빨리 원만하고 가지가지 신통을 일으키게 하였다.
나는 그 때에 이렇게 공양한 선근으로 세 곳에 회향하였으니, 하나는 빈궁하고 곤란한 것을 영원히 여의려는 것이요, 둘은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을 항상 뵈오려는 것이요, 셋은 부처님들의 바른 법문을 들으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 과보를 받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걸림없는 서원으로 두루 장엄한 복덕광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헤아릴 수 없는 공덕 보배 광을 얻어서 헤아릴 수 없이 한량없는 공덕을 내며, 분별 없는 여래의 몸 바다에 들어가며, 분별 없는 가장 좋은 법 구름을 뜨게 하며, 분별 없는 공덕을 돕는 도를 닦으며, 분별 없는 보현의 행을 일으키며, 분별 없는 삼매의 경계를 증득하며, 분별 없는 보살의 선근과 평등하며, 분별 없는 여래 머무시는 데 머물며, 분별 없는 삼세가 평등함을 보아서 모든 겁 동안에 고달픔을 내지 아니하고, 깨뜨릴 수 없는 보안(普眼) 경계의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등근(藤根)이요, 그 나라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보변문(普徧門)이요, 그 성에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보안(普眼)이니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고 물으라.”
이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 보면서 절하고 떠났다.
25. 보안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계 장자에게서 이 해탈 법문을 듣고는, 부처님의 한량없는 알음알이에 들어가고, 보살의 한량없는 훌륭한 행에 머물고,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법문을 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믿고 앎을 깨끗이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근기를 날카롭게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욕락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수행의 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원력을 늘게 하고, 보살의 그지없는 훌륭한 짐대를 세우고, 보살의 그지없는 지혜를 일으키고, 보살의 그지없는 법 광명을 증득하고, 보살의 그지없는 대회에 들어가서 보살의 법에 의심이 없으며, 보살의 깨끗한 해탈을 나아가 구하며, 보살의 마음에 머물러 깊이 믿고 좋아하고 따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등근국에 이르러 곳곳으로 다니며 그 성이 있는 곳을 물어 찾았는데, 아무리 곤란하여도 수고를 생각지 아니하여, 몸에는 고달픈 기색이 없고 마음에도 싫증을 내지 아니하였다. 오직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섬기기를 원하면서, 모든 기관을 가다듬고 게으른 생각이 없이 마음으로 선지식을 항상 사모하였다.
마침내 보변문성에 당도하니 백천 동리가 주위에 둘러 있고, 그 성이 크고 넓어서 가지가지로 잘 꾸몄으며, 성가퀴가 높고 장하고 거리가 넓으며, 시가에는 공장이 많고 상점이 즐비하고 희귀한 물화가 모여들고 팔려가며, 오고 가는 사람들과 물건들이 번성하고 복잡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성중에서 이리저리 다니며 장자가 있는 데를 찾으니, 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시가의 복판에 향과 약을 파는 곳에 있다고 하였다. 곧 그리로 찾아가서 향으로 만든 상좌에 앉은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장자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나. 선남자여, 나는 예전에 문수사리동자에게서 병이 생기는 근본과 훌륭한 약방문과 여러 가지 향을 만드는 법을 배워 익혔으므로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병이 나는 인연을 분명하게 알고 모두 치료하는 것이다. 풍병·황달·해소·열병·귀신의 침책이나 방자의 독과 내지 수재·화재로 상한 것과 이와 같이 가지가지로 안에서 생기고, 밖에서 얻는 여러 가지 병이 끝없지마는, 나는 잠깐 동안에 가지가지 방문과 가지가지 약으로 법대로 치료하여 모두 씻은 듯이 쾌차하여 편안케 하는 터이니, 이런 좋은 법문을 그대도 배우라.”
선재가 다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보살이 닦을 묘한 행을 물었사온데, 어찌하여 세속의 약방문을 배우라 하시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처음 발심하고 보리를 배우려면, 병이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중생들이 몸에 병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할 것인데, 어떻게 바라밀 행을 닦아 익히겠는가. 그러므로 보살이 보리를 닦으려면, 먼저 몸에 있는 병을 치료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살은 모든 세계의 중생들이 사업을 경영하여 낙을 받는 것이나, 내지 출가하여서 도를 부지런히 닦아 성인의 과를 얻는 것이, 모두 나라 임금의 힘이며 임금의 다스림에는 병이 없는 것이 필요한 줄을 살필 것이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임금은 중생들의 안락하는 근본인 까닭이다. 보살이 교화를 하려면 먼저 임금을 치료하고 다음에 중생을 치료하여 근심 걱정을 없앤 뒤에, 법을 말하여 마음을 조복하여야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보살이 병을 다스리려면 먼저 병이 생긴 원인을 잘 살펴야 하는데, 그 종류와 더하고 덜하는 것이 한량이 없고 끝이 없나니 이제 그대에게 한 부분을 말하리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사대가 화합하여 몸이 되었으므로, 사대로 된 몸에서 네 가지 병이 생긴다. 그것은 몸에 대한 병과 마음에 대한 병과 객으로 생기는 병과 본디부터 있는 병이다. 몸에 대한 병은 풍과 황달과 담과 열이 근본이 되고, 마음에 대한 병은 정신이 미치고 마음이 산란한 것이 근본이 되고, 객으로 생기는 병은 칼이나 몽둥이에 상하거나 동작을 너무 과도하게 한 것이 근본이 되고, 본디부터 있는 병은 시장하고 목마르고 춥고 덥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는 따위가 근본이 되는 것이며,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서로서로 인이 되어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런 병들이 빈천한 사람에게는 적으니 노동을 많이 하는 까닭이요, 부귀한 사람에게는 많으니 너무 놀기만 하는 탓이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은 한량없는 사대의 종자가 모여 몸이 된 것이, 마치 큰 바다가 수없는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 같으니라. 이와 같이 사람의 몸에 털과 털구멍이 각각 3구지(俱)이고 3구지의 벌레가 그것에 의지하여 있느니라. 그러므로 자세하게 살펴보면 가죽이 뚫린 데나 눈동자에나 손바닥 발바닥 기름이 모인 데는 털이 나지 않고 벌레가 없지마는 그 밖에는 온 몸에 없는 데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람의 몸을 살펴보면 다섯 가지 큰 성품으로 되었으니, 굳은 것, 축축한 것, 따뜻한 것, 움직이는 것, 공한 것의 다섯 가지니라. 몸의 3백 60골절과 단단하고 걸리는 부분은 모두 지대(地大)의 성품이요, 젖고 축축한 것은 모두 수대(水大)의 성품이요, 따뜻한 것은 모두 화대(火大)의 성품이요, 흔들리고 동작하는 것은 모두 풍대(風大)의 성품이요, 구멍 뚫리고 틈 있는 데는 모두 공대(空大)의 성품이다. 그 사대는 모두 수없이 많은 극히 작은 티끌들이 허공 속에서 서로 의지하여 있게 되는 것이며, 극히 작은 티끌의 그 성품이 본디 너무 작아서 인식하기 어려우므로 부처님과 보살이 아니고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오대(五大)가 화합하여 이 몸을 이룬 것이 마치 창고나 쌀뒤주가 필경에 부서져 흩어지는 것과 같으며, 이 몸이라는 그릇은 업으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자재천이 만든 것도 아니고 제 성품으로 된 것도 아니고 시간이나 방위로 된 것도 아니니라. 마치 옹기장이가 흙을 이겨 옹기를 만들고 속에는 더러운 것을 담았으나 겉에 그림을 그려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듯하며, 또 독사 네 마리를 한 상자에 넣은 듯하여, 이와 같이 사대가 화합하여 이루어진 이 몸이 한 대(大)가 고르지 못하면 백 한 가지 병이 생기나니, 그래서 지혜 있는 이는 이 몸을 볼 적에 독사를 기르는 듯, 굽지 않은 날그릇을 만지듯이 하느니라.
선남자여, 또 몸이나 바깥 세계가 모두 사대로 된 것이어서 처음부터 나중까지 다섯 시기(時期)로 변천하는 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바깥 세계의 다섯 시기로 변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온 허공의 시방세계가 모두 중생들의 허망한 업으로 유지되는 것이니, 세계가 처음 생기는 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한량없고 자연으로 화생(化生)하여 나[我]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었다가, 차차 음식을 먹으므로 탐욕과 성내는 따위가 있게 되었고, 다음에는 내 것이란 관념이 생겨서는 전주(田主)를 세워 통솔하게 되었고, 다음에 목숨이 점점 줄어서 열 살쯤 살게 될 적에는 중생들의 업보로 소삼재(小三災)가 일어나고, 다섯째 시기가 되어서는 세계가 부수어지게 되므로 화재(火災)가 일어나서 범천까지 파괴되며, 수재(水災)와 풍재도 역시 그러하니라.
선남자여, 이것은 바깥 세계가 다섯 시기로 변천하는 것이다. 이 몸이 다섯 시기로 변천한다는 것은, 젖먹이 때에는 아무 분별도 없는 것이 마치 세계가 처음 생길 때 사람들이 내 것이 없는 것과 같고, 소년 시절에 시비를 분별할 줄 아는 것은 마치 둘째시기에 나와 남을 분별하는 것과 같고, 장정이 되어 탐욕과 성내는 일을 제멋대로 하는 것은 마치 셋째시기에 전주(田主)를 세우는 것과 같고, 늙으막에 모든 병이 침노하는 것은 넷째시기에 목숨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고, 죽게 되어 목숨이 마치는 것은 마치 다섯째시기에 세계가 파괴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몸이 다섯 시기로 변천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다섯 시기는 어찌하여 일어나나이까?”
“선남자여, 시간이란 것은 자체가 없는 것인데 분별함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나니, 허망한 법의 바퀴를 따라 고리돌 듯 끝이 없느니라. 마치 사람이 잠을 깨는 것을 처음[初時]이라 하고, 첫 찰나로부터 달찰나(怛刹那)가 되고, 또 납박(臘縛)·모호율다(牟呼栗多)·주야(晝夜)·1년·1겁의 여러 가지 차별이 있으며, 또 1년을 여섯 철로 나누기도 하니, 곧 봄철·더운철·비철·가을철·추운 철·눈철 등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병이 더하고 덜해지는 일과 지방의 여러 시절을 따라 생기는 일을 잘 아느니라. 봄철과 눈철에는 해소와 우울한 병이 생기고, 더운 철과 비철[雨時]에는 풍병이 생기고, 가을철과 추운 철에는 황달과 열병이 많이 생기고 여러 가지 겸한 병은 때를 따라 더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모든 병이 때를 따라 생기는 것을 말하였지마는, 몸에서 나는 병은 먹고 자는 데서도 생기는 것이니, 중생들이 음식을 먹을 적에 양을 알고 만족함을 알며, 또 늙고 젊고 기운이 강하고 약함을 요량하며, 시절이 춥고 더움과 바람과 비와 조갈하고 누습함과 몸이 피곤하고 편안함을 잘 살피어서 적당함을 잃지 아니하면 여러 가지 병이 일어날 원인이 없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여기에는 언제나 시방세계의 병 있는 중생들이 모여 와서 치료하기를 희망하므로, 나는 지혜로써 그 원인을 살펴보고 병에 따라 약을 주어 평등하게 치료하여 모두 쾌차케 하고, 다시 가지가지 향탕으로 목욕하고 훌륭한 의복과 영락으로 장엄하며, 좋은 음식과 여러 가지 보배와 훌륭한 도구를 골고루 주어 만족케 한 뒤에, 알맞게 법을 말하여 그들의 번뇌병을 영원히 끊게 하노라. 곧 탐욕이 많은 이에게는 부정관을 가르치고, 성냄이 많은 이에게는 자비관을 가르치며, 가지가지 법을 분별케 하고, 세 가지가 평등한 이에게는 부정관·자비관과 간략하고 적당하고 자세한 법문을 일러 보이며, 이리하여 적당한 대로 번뇌를 끊게 하노라.
그들에게 보리심을 내게 하기 위하여는 여러 부처님의 공덕을 칭찬하고, 대비심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한량없이 나고 죽는 고통을 보여 주고, 공덕을 늘게 하기 위해서는 한량없는 복덕 닦음을 찬탄하고, 큰 서원을 세우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중생 조복함을 칭찬하고, 보현행을 닦게 하기 위해서는 보살들이 모든 세계에서 여러 겁 동안에 수행하는 일을 연설하고, 부처님처럼 잘 생긴 몸매를 구족하고 색신(色身)을 장엄하기 위해서는 보시[檀]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계행(戒行) 갖는[尸] 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의 몸을 얻게 하기 위하여는 욕됨을 참는[忍] 바라밀을 찬탄하고, 여래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아가는[勤] 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청정하여 같을 이 없는 몸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선정[禪]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끝끝내 평등한 법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반야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님의 널리 나타내는 차별한 색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방편바라밀을 찬탄하고, 모든 중생들로 온갖 겁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싫증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서원[願]바라밀을 찬탄하고, 모든 세계에 몸을 나타내어 국토를 장엄하기 위해서는 힘[力] 바라밀을 찬탄하고, 깨끗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지혜[智] 바라밀을 찬탄하며, 필경까지 훌륭하고 깨끗하고 물들지 않는 몸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불선법을 여의고 부처님들의 선한 법에 회향하는 일을 찬탄하며, 이렇게 여러 가지 재물과 법으로 중생들에게 널리 보시하여 소원을 만족케 하며, 각각 교화를 받고 즐거워서 가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모든 향을 만드는 방법을 잘 아노니, 같을 이 없는 향왕향(香王香), 빈두살리다(頻頭薩哩多) 향왕향[이 향 모양은 물방울 같다], 나을 이 없는 향왕향, 가지가지로 깨우치는 향왕향, 아루나말저(阿縷拏低) 향왕향[이 향의 빛깔은 아침 해 빛깔이고 나무 진이 흘러서 향이 된다], 몸이 하고 싶은 대로 내는 향왕향, 때를 따라 굳고 보드라운 전단 향왕향, 용의 훌륭하고 견고한 전단 향왕향[범음은 오락가바라 향이다], 굳고 검은 침수 향왕향, 모든 근(根)이 동하지 않는 향왕향 따위 향들의 나는 데와 그 공능(功能)과 세력과 값이 비싸고 헐함과 쓰는 법을 잘 아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 향으로 공양하면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소원이 만족하게 되니,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원,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하게 장엄하는 원,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원들이다. 선남자여, 내가 공양하려고 이 향을 사르면 낱낱 향에서 한량없는 향기가 나와서 시방의 법계에 널리 퍼지고, 모든 여래의 도량에서는 가지가지 향 궁전·향 담·향 누각·향 난간·향 성문·향 문·향 창문·향 반달 모양·향 그물·향 형상·향 둥근 광명·향 장엄거리·향 광명·향 구름 비·향 짐대·향 휘장·향 깃발·향 일산들로 변화하여 시방의 법계를 장엄하고 곳곳에 가득하여 공양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들을 뵈옵고 섬기고 공양하고 기뻐하는 법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큰 약왕(藥王)과 같아서 보는 이, 듣는 이, 생각하는 이, 함께 있는 이, 함께 다니는 이, 이름을 부른 이, 따라 기뻐한 이들이 모두 이익을 얻고 그냥 지내는 이가 없으며, 어떤 중생이 잠깐만 만나서도 온갖 번뇌가 소멸되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 고통 더미를 여의고, 모든 나고 죽는 두려움이 영원이 쉬고, 공포가 없는 일체지에 이르며, 모든 늙고 죽음의 산을 헐어 버리고 평등한 열반성에 머물게 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다라당(多羅幢)이요, 그 성에 임금이 있으니 이름이 감로화(甘露火)다. 그대는 그 곳에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보안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며 하직하고 떠났다.
26. 감로화 임금을 찾다 [1]
1) 임금의 안에 대한 덕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안(普眼) 선지식에게서 보살이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들을 뵈옵고 환희케 하는 법문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훌륭한 방편으로 나를 거두어 주고 소중한 마음으로 나를 수호하며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는구나.’
이렇게 전념하여 깨끗이 믿는 마음·기뻐하는 마음·화창한 마음·유순한 마음·용맹한 마음·고요한 마음·넓고 큰 마음·장엄한 마음·고집하지 않는 마음·걸리지 않는 마음·얻은 마음·자재한 마음·늘 일하는 마음·선생이란 마음·잘 분별하는 마음·여러 행을 내는 마음·듣는 대로 법을 아는 마음·부처님 세계에 널리 가는 마음·부처님 장엄을 보는 마음·부처님을 여의지 않는 마음·십력을 구하는 마음·한결같이 물러나지 않는 마음들을 내면서, 점점 남쪽으로 나아가 무수한 나라·도시·시골들을 지나고 마침내 다라당성에 이르러 각처로 임금을 만날 방법을 물었다.
그러다가 지식이 풍부한 바라문들이 네거리에서 세상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만났다. 선재는 빨리 나아가 어찌하면 감로화 임금을 뵈올 수 있겠느냐고 어떤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일로 우리 임금을 뵈오려 합니까?”
“나는 등근국(藤根國)에서 왔는데 보안 장자가 나에게 즐거운[歡喜] 법문을 가르쳐 주면서 이 대왕을 찾아뵈옵고 보살이 보살행을 닦는 법을 물으라고 하더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등근국은 태평하고 안락한 나라이고, 당신의 몸매는 덕과 지혜로 장엄하였는데, 저 나라를 떠나서 여기 오는 것은 반드시 이익을 얻을 것이니, 당신의 지혜로 우리 임금을 뵙는 것은 어렵지 아니하리다. 우선 앉아서 나의 말부터 들으시오. 우리 임금은 항상 보배로 잘 꾸민 궁전에서 좋은 마니 사자좌에 앉아서 바른 법을 선포하여 중생을 성취시킵니다.”
“대왕의 이름을 '감로화’라 하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우리 임금은 일곱 가지를 구족하고 중도(中道)로 교화하면서 나쁜 사람들을 벌주어 허물을 녹이는 일은 맹렬한 불과 같고, 선한 사람을 잘 거두어서 쾌락케 하는 일은 감로와 같으며, 자비심으로 평등하게 교화하여 오래 살게 하기에 싫증이 없으시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왕의 위덕을 찬탄하고 왕의 법도를 노래하여 감로화라고 합니다. 우리 임금께서는 또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지도하면서 소송하는 일을 잘 판결하며, 어리고 연약한 이를 어루만지고, 외롭고 곤궁한 이를 구호하여 훌륭한 행을 성취시키며, 십불선업을 끊어 버리고 십선업을 행하게 하는 것이 마치 전륜성왕의 하는 일과 같소이다.”
선재는 바라문에게 다시 물었다.
“일곱 가지를 구족하고 중도를 교화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자세히 들으시오. 일곱 가지란 것은, 첫째는 임금의 덕이 있어 온 나라가 떠받드는 것이 마치 사람의 머리와 같이 함이요, 둘째는 좌우의 신하들이 충성으로 보좌하는 것이 마치 사람의 두 팔과 같이 함이요, 셋째는 나라 국경이 넓고 풍부하여 널리 포용함이 마치 사람의 배와 같고, 넷째는 국방(國防)이 견고하여 만민을 싸서 보호함이 마치 사람의 배꼽과 같고, 다섯째는 창고에 곡식과 재물이 가득하여 어디를 가더라도 어려울 것 없음이 마치 사람의 넓적다리와 같고, 여섯째는 군비가 충실하고 군사가 정예(精銳)하여 마음대로 제어(制御)할 수 있음이 마치 사람의 정강이와 같고, 일곱째는 이웃 나라에서 구실을 바치고 조공하며, 때를 따라 왕명을 받아 오고 감이 마치 사람의 발과 같은 것입니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어 일곱 가지를 유지하니, 하나는 위엄과 용맹이요, 다른 하나는 지혜와 꾀입니다. 두 가지 덕이 서로 도움이 됨이 사람의 눈과 발과 같고, 일곱 가지가 그것을 의지하여 머무르며, 교화가 퍼지어서 가는 데마다 복종하며 정치가 잘 시행됨이, 마치 산에서 구름이 나오고 땅이 만물을 싣고 있는 듯이, 단비가 초목을 축여 주고 덕을 백성에게 입히어서 사해 안이 모두 성인의 덕화를 따르는데, 일곱 가지 일과 두 가지 덕이 하나라도 모자라면, 날개 한 쭉지 부러진 새가 높이 날지 못하고, 바퀴 하나 깨어진 수레가 멀리 가지 못함과 같을 것이지마는, 우리 임금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추어 소문이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당신은 또 이것을 알아 두시오. 우리 임금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왕의 수레를 운전하나니, 아홉 가지란 하나는 위덕이 이웃 나라에 떨치어 조공을 바치게 되고, 둘째는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은혜와 위신으로 감동시키고, 셋째 감동시켜도 복종하지 아니하면 그 임금과 신하들을 설유하여 뉘우치게 하고, 넷째 저들이 마음을 고치거나 임금과 신하의 의논이 다르면 서로 화동하여 대왕의 덕화에 돌아오도록 설유하고, 다섯째 설유하여도 듣지 않으면 군대를 보내어 토벌하고, 여섯째 그들의 대장과 장병의 덕이 어떤가를 관찰하고, 일곱째 그의 덕이 부적함을 살피고는 성을 지킬 수 있는가 의논하고, 여덟째 그들이 성을 지키는 줄 알면 군대의 강약을 요량하고, 아홉째 나라 안 사람이 화목하고 군대가 정예한가를 헤아리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은 이 아홉 가지 법을 갖추어 지혜의 눈이 항상 밝아서 모든 것을 밝히 보는 까닭으로 팔방의 이웃들이 우리나라에 귀순하여 속국 되기를 원하고 거역하지 아니 하나니, 마치 모든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서 한맛이 되듯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시오. 우리 대왕은 여러 부처님들을 받드시니, 이는 큰 보살로서 자비심을 구족하고, 세간에 나타나 중생들을 어루만져 기르시며, 중생들이 점점 조복함을 알고는 먼저 국왕의 법을 펴서 몸에 배게 하고 필경에는 마음까지 해탈케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임금은 두 가지 성덕이 있으니, 하나는 안에 대한 덕으로서 혈통이 참으로 바르고 지혜와 인덕이 훌륭하며, 둘째는 밖에 대한 덕으로서 위에서 대강 말하였거니와 다음에 자세히 말하려 합니다.”
선재가 말하였다.
“무엇을 안에 대한 덕이라 하는지 말하여 주십시오.”
“그대여, 우리 임금은 가문이 훌륭하고 적자로 대를 이어 여러 대를 전해 내려왔으며, 태에 처음 들 때와 있을 적에 하늘이 옹호하였고, 탄생한 뒤로부터 내지 왕위에 오를 때까지 복과 경사가 번갈아 생겼으며, 여러 나라가 모두 기뻐하고 거룩한 덕이 날로 높아 갔으며, 많이 듣고 잘 기억하며, 인자하고 슬기롭고 효순하고 우애하며, 공순하고 자비하고 온정 있고 화평하며, 듣고 보는 데 총명하고 부끄러워하는 덕을 갖추었으며, 구족한 힘이 있어 몸에 아무런 걱정이 없고,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마음이 급작스럽지 아니하며, 어진 이를 존경하고 덕을 소중히 여기어 여러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며, 자기의 재산과 지위에 항상 만족함을 알고, 다른 이의 위태하고 어려운 일에는 구호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근(五根)을 잘 거두어 방탕한 데 빠지지 아니하며, 변재가 무궁하여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師子吼)하며, 말이 진실하며 사랑하고 미워함이 없으며, 세간의 여러 가지 말과 음성을 모두 통달하며, 위의가 엄숙하여 사람들이 존경하며, 대신을 위로하여 달래고 백성을 어루만져 사랑하며,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평등하여 다르지 않으며, 사람들의 말과 기색을 살펴보고 그 마음을 알며, 코끼리나 말의 형상을 보고 사납고 순한 줄을 알며, 은혜 있는 사람은 반드시 덕을 갚고 원한이 맺힌 이는 방편으로 상대하며, 지방을 순시할 때에는 수레 안에 단정하게 앉아 스스로의 마음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리저리 살피지 아니하며, 때를 따라 다니면서 백성들을 위문하고 혹 불순한 마음으로 왕명을 거역하고 백성들을 해치며 하는 짓이 법에 위반되는 자가 있더라도 먼저 좋은 말로 법률을 일러 주어, 잘못을 뉘우치고 국법에 순종하면 반드시 용서하고, 관할 구역을 변경하거나 맡은 책임을 바꾸지 아니하며, 한 번 징계함을 받고도 고칠 줄을 모르면 할 수 없이 책벌을 하더라도 적당하게 조처하여 민심을 안정하는 데 힘을 쓰시므로, 임금의 칭송이 원근에 널리 퍼졌습니다.
또 그대여, 이 세상에서 하루 밤낮을 여덟 때로 나누어 밤과 낮이 각각 네 때씩이요, 한시 한시를 각각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1주야가 모두 32분이 되는데 물시계[水漏]로써 시분(時分)을 결정하였으니, 낮의 네 때는 닭이 운 뒤부터 진시(辰時) 전까지는 첫 시요, 진시 초분부터 오시(午時) 초분까지는 둘째 시요, 오시 중분부터 신시(申時) 전까지는 셋째 시요, 신시 초분부터 해지기 전까지는 넷째 시라 하며, 첫 시에서 해가 뜨기 전은 초이분(初二分)이 되고, 해가 뜬 뒤부터 아침이 다 되기까지는 후이분(後二分)이 되며, 이 네 분을 해뜨는 처음 시라고 합니다.
우리 임금은 부지런히 정진하느라고 잠을 자지 아니하고, 밤의 네 때에서 처음 두 때에는 고요하게 계시고, 셋째 시에 일어나서 마음을 삼매에 들게 하여 법의 희열함을 받고, 넷째 시에는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탐욕과 성내는 일을 하지 아니합니다. 낮의 첫 시에는 먼저 양치하고 조당에 제사지낼 적까지에 열 가지 일[十位]이 있으니, 첫째는 양치하고 둘째는 목욕하고 셋째는 새옷 입고 넷째는 향 바르고 다섯째는 관 쓰고 화만 차고 여섯째는 발에 기름 바르고 일곱째는 가죽신 신고 여덟째는 일산 받고 아홉째는 시종 거느리고 열째는 조당에 제사지내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새벽에 양치하고부터 조당에 제사지내는 일을 마치고야 조회에 나아갑니까?”
“나라가 잘되는 것이 왕에게 달렸으니, 왕이 백성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기 몸을 다스려야 합니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이 화평하고 정신이 깨끗하고 신체가 화락하며 교화가 그릇되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임금께서 먼저 양치하고 나중에 조당에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 가지 일은 낱낱이 열 가지 공덕이 생기는 것입니다.
양치하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먹은 것이 잘 소화되고, 해소와 우울병이 없어지고, 여러 가지 독을 풀고, 이에 때가 없어지고, 입에서 향기가 나고, 눈이 밝고, 목구멍이 윤택하고, 입술이 트지 않고, 목소리가 웅장하고, 음식 맛이 틀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이나 밥 먹은 뒤에 모두 양치하되 괴롭고 쓰라린 것으로 치목(齒木)을 만들어 조심조심 양치하면 이런 공덕을 갖추게 됩니다.
또 임금이 향수로 목욕하는 데 열 가지 공덕이 생기는 것은, 풍을 제하고, 매귀(魅鬼)를 쫓고, 정기가 충실하고, 목숨이 길어지고, 피곤이 풀리고, 몸이 부드럽고, 때가 없어지고, 기력이 늘고, 담력(膽力)이 용맹하고, 번열(煩熱)을 덜게 되는 것입니다.
또 대왕이 새 옷을 입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상서가 더하고, 행보가 쾌활하고, 권속들이 좋아하고, 각각의 처소에 뭇 두려움이 없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목숨이 더해지고, 티끌이 없고, 소문이 멀리 퍼지고, 성현들이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찬탄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향을 바르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정기가 더하고, 몸이 깨끗하고, 차고 더움이 알맞고, 목숨이 길고, 얼굴이 빛나고, 정신이 유쾌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고, 몸이 튼튼하고, 보는 이가 사랑하고, 위덕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또 관 쓰고 화만 차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복이 날로 더하고, 보배 구슬이 저절로 생기고, 얼굴빛이 충실하고, 변재가 유창하고, 상서가 구족하고, 마음이 시끄럽지 않고, 경사가 항상 생기고, 수명이 늘어나고, 담력이 용맹하고, 우러르는 이가 환희하는 것입니다.
또 발에 향유를 바르는 데 열 가지 공덕은, 풍병을 제하고, 몸과 마음이 가볍고, 이목이 총명하고, 정기가 늘고, 잊어버리는 일이 없고, 졸음이 덜어지고, 꿈이 좋고, 수명이 늘고, 때가 없어지고, 병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또 대왕이 가죽신 신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발등이 부드럽고, 몸의 촉각이 편안하고, 걸음이 힘이 있고, 정기가 더하고, 행동이 조용하고, 목숨이 늘고, 위의가 엄숙하고, 곁엣 사람이 기뻐하고, 형상이 단정하고, 하늘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또 대왕의 시중이 일산을 받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위엄으로 존중되고, 얼굴빛이 선명하고, 나다닐 적에 덥지 않고, 풍진이 침범하지 못하고, 비와 습기를 막고, 복덕이 없어 보이지 않고, 여러 사람이 두려워하고, 몸이 편안하고, 수명과 기운이 늘고, 깨끗하고 화려한 것입니다.
또 대왕이 시종을 거느리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위의가 엄숙하고, 사람이 공경하고, 용기가 더하고, 위풍을 돕고, 나쁜 사람을 굴복하고, 하늘 신장이 호위하고, 사나운 짐승을 방비하고, 왕의 의기가 화창하고, 삿된 매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왕의 명령이 잘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장엄하고 권속이 호위하므로, 대왕께서 거동하실 적에 앞뒤를 잘 살피어 자타를 조화하고, 너그럽고 용맹함이 법도에 알맞고 강하고 유함이 정도에 적당하며, 마치 큰 선주가 여러 배를 통솔할 적에 새거나 상한 것을 때맞춰 보수하듯이, 대왕을 모시는 내관이나 궁녀나 늙은이가 오랜 경험 있는 이는 왕궁을 보살피며 수호하고, 나이 젊고 얼굴이 잘난 이는 전후좌우에서 모시며, 혹은 앞에서 인도하여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혹은 소라를 불고 북을 치고 풍류를 잡히고 노래하고 찬탄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혹은 대왕을 가까이 모시고 파초선을 받고 불자(拂子)를 들고 향기 풍기는 의복과 아름다운 도구를 구비하여 때를 따라 사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며, 이렇게 모시고 다니면서 임금의 마음을 맞추는 것입니다.”
26. 감로화 임금을 찾다 [2]
이 때에 바라문들은 또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대왕께서 이러한 가지가지 법식과 깨끗한 위의를 원만히 갖추고는, 먼저 도량에 들어가서 성현들에게 예배하고, 위로는 복을 빌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혹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어 은덕을 갚고, 사람들에게 효도할 것을 가르치고 여러 지방을 이롭게 하기도 하며, 혹은 여러 곳으로 순행하면서 백성을 어루만지고 지방을 시찰도 하며, 여러 군신을 거느리고 소송을 해결하며, 수재 한재의 재앙으로 자기의 몸을 성찰하고 하늘의 도움을 구하여 제사를 지낼 적에는 일심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공경하여 게으르지 아니하며, 눈앞에 신령을 대한 듯이 그 모습을 생각하고 가르치던 것을 명상도 하며, 감격하여 눈물지며 정성을 받들어 사사일을 생각지 아니합니다. 나라 안에 유공한 대신이나 덕 있는 백성이나, 절개가 높고 행실이 어진이나, 집에 있는 사람이나 출가한 사람으로서 도덕이 갸륵하고 학식이 높으며 연륜이 많아 여러 사람이 숭배하는 이들이 작고하였거든, 영을 그려 모시고 덕행과 사업을 따라 탑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날마다 이렇게 안으로는 정성을 극진히 하고, 밖으로는 공양을 정미롭게 하여 음식이나 재물이나 화촉이나 여러 가지를 훌륭하게 하여, 예배하고 공경하여 섬기기를 조금도 폐하거나 게으르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열 가지 행사의 양치로부터 제사지내는 데까지를 낮 첫 시 전이분(前二分)까지에 모두 마치고, 해가 처음 뜬 뒤에는 먼저 의사를 불러서 건강을 진찰하고, 낮이나 밤이나 입고 먹는 것을 모두 적당히 하며, 그 다음에는 천문을 살피고 역수(曆數)를 헤아리는 책임 맡은 이를 불러서 날씨가 맑고 흐리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일월성신의 운행하는 도수가 정당하고 잘못됨을 측정하고, 천재지변이나 경사 있고 재앙 내릴 것을 자세히 살피고 적당하게 판단하여 조정과 지방에 반포하고 경계하여 기다리며, 이런 것을 이때에 묻고 대답하여 모든 일을 마친 뒤에, 조회에 나가 앉으면 십천의 대신이 앞뒤로 호위하고 둘러앉아, 나라 일을 다스리며 법령을 반포하고, 조회가 끝나면 낮 첫 시의 후이분(後二分)이 됩니다.
둘째 시에는 수라상 받으시고 풍류를 잡히어 가지가지로 임금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셋째 시에는 목욕하고 노니는데 궁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동작이 아름답고 두루 돌면서 뜻을 받들고 자비심을 일으키며 깨끗한 숲과 동산을 군데군데 화려하게 꾸미어서 보는 이 듣는 이의 번뇌가 소멸하는 것입니다.
넷째 시에는 임금의 정전(正殿)에서 보배로 장엄한 상좌를 깔아 놓고, 나라 안에서 지혜 있는 사문과 바라문으로서 도통한 이들을 청하여 바른 교법을 연설하며 묘한 이치를 들을 적에, 합장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문안하며, 먼저 공순한 마음과 존중하는 뜻을 극진히 하며, 상좌에 편안히 모신 뒤에, 어떤 것은 착한 법이고 어떤 것은 나쁜 법이며, 어떤 것은 정당하고 어떤 것은 사특하며, 어떤 것은 손해되고 어떤 것은 이익함을 물어서, 행할 것은 행하고 그칠 것은 그치며, 또 지혜 있는 신하들과 도가 높은 학자들을 모아 부족한 것을 물어 총명을 도우며, 나라 정치의 잘되고 잘못된 것을 묻고 평론하므로, 대왕의 덕화가 점점 성하고 점점 원만하며, 백성들이 더욱 태평하여 세간의 교화로써 해탈할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모든 보살의 하는 일이 불사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니, 마치 초승달이 나와 조금씩 밝은 빛이 더하다가, 보름이 되면 광명이 원만하여 온 세계를 환하게 비추며, 또 바다의 조수가 한무날[月初]에는 조금씩 일다가 한사리[十五日]가 되면 엄청나게 많아서 천리 만리를 뒤덮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의 선정도 그와 같이 점점 덕이 높아가는 것이니, 만일 국왕이나 대신·원로들이 없으면 사공 없는 배와 같아서 바람에 불려 표류하거나 파선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가뭄이 심하여 제석천왕에게 비를 빌면, 제석이 보호하므로 설사 비는 오지 않고서 십년을 지난다고 죄다 죽는 것은 아니지마는, 만일 임금이 없으면 하루 동안에도 백성들이 질서가 없어지고 기강이 어지러워 서로 싸우고 해롭히는 것이니, 이것으로 보면 중생을 보호하는 데는 국왕이 제석보다도 나은 것입니다.
또 우리 임금은 훌륭한 법문을 듣고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여 백성을 교화하므로 조회에 앉으실 적에 위엄이 웅장하고, 덕화가 널리 퍼져 이웃 나라를 굴복하며, 조회를 받는 위의가 가지가지로 엄숙하고 화평한 음악으로 임금을 모시며, 내관과 권속들이 임금을 호위하고, 사자좌에 나아가 몸과 마음이 두려움이 없으며 마치 해가 구름에서 벗어나면 광채가 현란하고, 제석천왕이 도리천궁에 계실 적에 호위가 엄숙하듯 하며, 전각의 네 귀퉁이에 큰 장사들을 세우고 황금 갑옷을 입힌 것이 마치 사천왕이 전후좌우에 모신 듯하며, 창검을 잡고 둘러서있는 의장병이 임금의 삼엄한 위덕을 나타내며, 대왕의 마음이 인자하여 만백성을 어루만지므로,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도 왕명에 복종하는 것이 마치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고 산이 모든 보배를 간직한 듯하며, 음악 소리가 고요히 쉬면 안팎이 일심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에 대왕께서는 벼슬아치들을 두루 보면서 여러 가지 위의와 보배로 꾸민 것이 환술과 같은 줄을 아시고, 마음을 굳건히 하고 자비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게송을 말씀하십니다.
모이는 건 오래잖아 헤어지는 것
부귀영화 모두가 덧없는 것이네
사람의 목숨이란 번개 빛이요
장사라도 필경엔 죽고야 마네.
죽음에는 젊음도 자랑 못하고
덧없음은 보배 산도 허물어지고
끝끝내 견고한 건 바른 법이니
부지런히 닦아서 놀지 마세나.
대왕이 이러한 게송을 말씀한 뒤에 신하들로 하여금 맡은 자리에 돌아가, 제각기 맡은 일을 정리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고 게으르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게 하시니, 그대여 이것을 임금의 안에 대한 덕이라 함을 알아야 합니다.”
2) 임금의 밖에 대한 덕
선재는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또 대왕의 밖에 대한 덕이란 무엇입니까?”
“그대여, 모든 중생과 기세간(器世間)이 나란히 있어 유지되는 것은, 모두 중생들의 업보(業報)와 임금의 위덕으로 생겨져서 유지되는 것입니다. 세계가 처음 생길 적에는 이 기세간의 사람들이 변화로 생기어서 사지와 몸이 원만하고 의복과 음식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형상이 충실하고 몸에서 광명이 비치어 밤과 낮이 없었고, 지난 세상의 혹(惑)이 훌륭하여 지미(地味)가 따라 났으며, 그러다가 점점 벼가 자연히 자라났는데, 그 뒤에는 전주(田主)를 세워 먼 데 사람 가까운 데 사람이 모두 와서 섬기며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호하였으니, 그것이 찰제리로서 이로부터 지금까지 임금의 덕화가 끊이지 아니합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임금이 없으면 혼란하는 것인데, 나라에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편안히 살게 되므로, 국왕의 힘이 중생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대여, 세상에는 네 가지 계급[四姓]이 있으니, 첫째 바라문 종족은 흔히 입으로 하는 업을 닦고, 둘째 찰제리 종족은 흔히 손으로 하는 업을 닦고, 셋째 폐사(吠舍) 종족은 밭에서 하는 업을 닦고, 넷째 수다라 종족은 쫓고 달리는 업을 닦으며, 그 밖에 전다라 따위들은 율의(律儀)에 비추어 보아 나쁜 업을 닦는 것입니다. 이 네 계급과 나머지 잡일을 하는 이는 직업이 같지 아니하므로 사는 데도 각각 다르며, 어려서부터 늙도록 하는 일이 다른데, 직업은 비록 다르나 네 가지 일을 숭상함은 같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 일인가 하면, 첫째 기술을 가지는 것, 둘째 재산을 마련하는 것, 셋째 향락을 받는 것, 넷째 해탈을 구하는 것입니다.
기술을 가진다는 것은 아이일 적부터 장정이 되도록 자기 신분의 테두리 안 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니, 만일 바라문이면 지혜·학문·결인(結印)·글쓰기·천문·음양·관상·길흉·위타(圍陀)의 서적 따위를 배우고, 찰제리는 말타기·활쏘기·정치·백성 보호하기·폭행을 금하기·음악·전쟁 등을 익히고, 폐사는 밭 갈기·씨 뿌리기·김매기·곡식 거두기·창고에 저축하기 따위의 나라의 근본되는 일에 종사하고, 수다라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바꾸는 것, 물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 밑천을 늘이고 이익을 얻는 것 따위를 익히는 것입니다.
재산을 마련한다는 것은, 기술을 배운 뒤에는 제각기 자기 직업에 종사하며, 그들의 사회에서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요, 향락을 받는다는 것은 재산을 마련하여 풍족하여지면 살림할 데를 작정하고 결혼하고 아들딸을 기르며, 구경도 다니고 오락도 즐기는 것입니다.
해탈을 구하는 것은 두 가지 부류가 있으니, 하나는 바라문이나 찰제리들은 나이 50이 넘어 머리가 반백이 되고 기력이 쇠약하여지면, 세속을 버리고 도를 구하여 티끌세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여 참으로 옳게 닦는 것이라 하거니와, 배우는 것이 같지 아니하고 스승이 다르므로, 96종이 제각기 자기네 업을 닦으며, 천당에 나기를 구하기도 하고 해탈을 구하기도 함이요, 둘은 여래의 제자들은 삼승법을 배우면서 감로의 법 맛을 먹고 자비를 닦아 중생을 이익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지가지 정당한 종교, 사특한 종교들이 혹은 집에 있으면서 혹은 집을 떠나서 정성을 다하여 도를 닦거니와, 모두 임금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며, 우리 임금이 교화를 펴서 유포하는 것이므로, 여러 학자들은 옹기장이의 물레나 노끈과 같고, 기술을 배움은 흙을 파 오는 것과 같고, 임금이 교화를 행함은 옹기장이가 흙을 이기는 것 같고, 저와 남을 이익케 함은 여러 가지 옹기를 만드는 것과 같나니, 임금의 힘이 아니면 공을 이루지 못하며, 교법이 없으면 어떻게 저와 남을 이익케 하겠습니까?
또 그네들이 닦는 여러 가지 공덕의 6분의 1은 임금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금의 복은 산과 같이 높고 견고하여 깨뜨릴 수 없으며, 그 밖에 임금의 덕화가 미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멋대로 나쁜 짓을 하게 되어 도를 닦는 이가 잠깐도 편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남의 도 닦는 것을 방해하고 나쁜 짓을 짓는 죄업도 6분의 1은 임금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금의 죄도 산과 같이 높고 험하여 깨뜨릴 수 없나니, 그러므로 우리 대왕은 복덕과 지혜가 모두 훌륭합니다.”
이때에 바라문은 또 선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땅 차지신[地神]의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땅 차지신은 항상 말합니다.
'내가 땅덩이를 받들고 있는데, 땅 위에 있는 모든 물건이나 수미산쯤은 무겁지도 않고 싫은 생각도 없지마는 오직 세 종류의 사람은 싫증이 나서 받들고 싶지 않다. 세 종류 사람이란 하나는 역적을 도모하면서 국왕을 살해하려는 것이요, 둘은 은혜 깊은 어버이를 버리고 불효하는 사람이요, 셋은 인과(因果)를 믿지 않고 삼존(三尊)을 훼방하고 부처님의 법을 수행하는 스님들[法輪僧]을 파하고 선한 일 닦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니, 이런 세 사람은 내가 대단히 무겁게 생각하여 잠깐이라도 받들고 싶지 않다.’
또 우리 임금이 정당한 교화를 행함은 부처님들도 염려하여 구호하시거늘, 용왕이나 신장들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바른 마음으로 나쁜 짓을 못하게 함은 쇠갈고리와 채찍을 잡고 있으면 나쁜 법이 생기지 못하는 것 같고, 세간에서 이익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감화시키고 조복하여 바른 소견을 행하게 함은 마치 길잡이 큰 소가 앞설 때에 다른 소들이 따라가는 것같이, 임금의 정당한 교화가 유행 돌 적에는 모든 중생들이 따라가는 것이며, 쇠갈고리로 미친 코끼리를 억누르듯이, 임금의 바른 정치가 나쁜 사람을 굴복시켜 필경에 해탈에 돌아가게 합니다.
또 우리 임금이 나라를 세우고 사람을 보호함에 매양 세 가지 일을 주의하나니, 첫째는 다섯 가지 공포를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세 가지 신하를 택함이요, 셋째는 임금의 식사를 정미롭게 함입니다. 그 까닭은 임금을 세우고 백성을 다스림에는 먼저 공포가 없어야 하고 신하의 덕이 구비하여야 임금을 도울 수 있고, 임금의 식사를 정밀하게 하여야 몸과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충성과 효도를 가르치어 부모와 어른을 존중히 섬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선재가 물었다.
“무엇이 다섯 가지 공포며, 어째서 이 나라에만 없나이까?”
“그대여, 첫째 국왕의 덕이 검박하고 재정과 세금이 고르니 나라에 빼앗길 공포가 없고, 둘째 왕족들이 점잖고 보배를 탐내지 아니하니 귀족들에게 침해당할 공포가 없고, 셋째 벼슬아치들이 직책을 꼭 지키고 은혜와 용서함이 많으므로 관리에게 착취당할 공포가 없고, 넷째 사람들이 예의가 있고 나라 안에 속이는 일이 없으므로 도둑맞을 공포가 없고, 다섯째 이웃이 화평하고 덕화에 감복하므로 이웃 나라에게 노략질 당할 공포가 없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다섯 가지 공포는 사람마다 두려워함이 말할 수 없나니, 그러므로 우리 임금의 거룩한 덕화는 끝이 없습니다.”
“어떠한 세 신하를 대왕이 택하십니까?”
“그대여, 마치 해님이 일궁전에 있을 적에는 땅에서 거리가 4만 2천 유순이나 되어 사천하 사람들이 그 모양은 보지 못하나, 다만 비치는 광명에 의지하여 해를 쳐다보고 해가 있는 위치를 알듯이, 우리 임금의 거룩하신 덕도 해와 같아서 밝으신 총명으로 나라를 다스리매, 백성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시고 제각기 사업에 전력케 하며, 캄캄한 것을 없앨 적에 십천의 대신과 일억의 용맹한 장수가 임금의 명령을 받아 나라의 광명이 되므로 세 종류 신하를 잘 선택하여 그들을 통솔케 하는 것입니다.
세 종류 신하라 함은 첫째 정승, 둘째 대장, 셋째 사신입니다. 정승은 임금을 도와 정사를 베푸니, 위로는 임금의 덕화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벼슬아치들을 잘 살피어 어진 이를 뽑아 쓰고, 능력 있는 이에게 책임을 맡기되 청백한 마음으로 직책을 다하는 것이, 마치 해가 비치어 온갖 것을 분별하는 것 같습니다.
대장은 군대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로서 충성이 지극하고 마음이 결백하며, 인자하고 대의를 지키고 덕과 행이 겸전하고 용맹과 지략이 넉넉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나쁜 무리를 제거함이 마치 해가 비치어 어둠을 없애는 것 같으며, 7월부터 10월까지는 경비를 빈틈없이 하고 군율을 엄숙케 하여 천지의 기운을 따르며, 지리를 살피고 부대를 주둔시키되, 편리하고 중요한 데를 점거하여야 하나니, 군권을 잡은 대장이 이러한 정신으로 전시에 임해 공격하고 방비하는 데 기회를 잘 살피면 싸울 적마다 승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성곽이 있습니다. 하나는 산성(山城)이니 높고 험한 곳을 의지하여 사면이 절벽으로 둘린 것이요, 다음은 물성(水城)이니 강물을 의지하여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것이요, 셋째는 모래성[沙城]이니 모래와 자갈이 끝없이 넓은데 성 밖에는 물도 풀도 없는 것이요, 넷째는 흙성[土城]이니 성벽이 견고하고 높으며 안에는 병기와 군량이 충실한 것이요, 다섯째는 사람성[人城]이니 임금이 거룩하고 신하가 어질고 지모가 깊고 전략이 원대한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성으로 형편을 살피어 적병을 상대하는데, 사람성이 가장 으뜸으로 우리나라에서 소중하게 여기므로, 우리 대왕은 항상 헤아릴 수 없는 신통 변화에 머물러 있습니다.
셋째 사신은 어사[行人]나 사절[受使] 따위를 말함이니, 사방으로 다니면서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복명(復命)하는 것으로서 마치 햇빛이 높은 산에나 넓은 들에나 깊은 골짜기까지 골고루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임금의 덕화가 비록 정미로우나 깊은 궁궐에만 있으므로 여러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건마는, 오고 가는 사신들이 임금의 은택을 널리 선전함으로 말미암아, 다른 지방들이 와서 귀순하기도 하고 사방 백성들이 덕화에 젖어 순량하여지기도 하여, 편안치 못하던 것이 태평하여지고 태평하던 데는 더욱 안정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임금은 원로대신들과 함께 신중하게 의논하고 인재를 선택하여 사명을 맡길 적에 열 가지 덕[十德]이 구비한 사람을 택하나니, 나라에 충성하고 신의가 있는 이, 임금과 어버이를 공경하는 이, 학문과 지식이 넉넉한 이, 소견과 도량이 넓은 이, 변재가 능란한 이, 국내외의 사정을 잘 아는 이, 겸손하고 어진 이, 강직하고 하자가 없는 이, 위의와 행동이 보통보다 뛰어난 이, 임금의 깊은 속뜻을 잘 아는 이라야 합니다.
이 열 가지 덕을 갖춘 이라야 왕명을 받들고 나라의 위엄을 드날릴 것입니다. 또한 간 데마다 몸을 깨끗이 하고 혼자 있으면서 주색에 빠지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자지 아니하나니, 술에 취한 뒤에나 잠자는 때에 비밀을 누설할까 염려함이요,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면 임금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되, 이양을 위하여 변하지 않고 위엄에 눌리어 굽히지 아니하며, 가고 오고 머물고 물러감이 모두 시기를 놓치지 아니하고, 풍토와 습관에 맞추어 적당히 교화하며, 임금의 권변을 의심 없이 통달하여 나라의 권위를 드러내고 각 지방 풍속을 위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 종류 신하가 임금의 덕화를 도와서 나쁜 풍속을 변화시켜 착하게 하며, 나라의 위엄이 여러 나라에 퍼지는 것이, 마치 해에서 나오는 광명이 만물에 비치어 어둠을 없애고 멀고 가까운 데가 한결같이 밝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임금의 덕화에 젖어서 착한 사람 좋은 풍속이 많고 온갖 행동이 사리에 적당하며, 어디서든지 나쁜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니, 이른바 인과가 없다고 하거나, 임금이나 부모를 배반하거나, 자비한 성품이 없거나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거나 용렬하고 더러운 행동을 하거나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욕심꾸러기·골 잘 내는 이·부끄럼 없고 남세스러운 줄 모르는 이·우악한 이·겁장이·시기하고 질투하는 이 따위를 친근하지 아니하며, 영악하고 길들지 않은 코끼리나 말을 타지 아니하며, 또한 쓸데없는 짐승을 기르지 아니하며, 깊은 산에나 큰 벌판·빈 동리·무덤 많은 데·넓은 들·사나운 짐승이나 비인(非人)들이 있을 만한 데에 가지 아니하며, 술집이나 도수장·음란하고 더러운 곳을 바로 보지도 아니하며, 만일 상서롭거나 좋은 일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돌아 예경하나니 복을 두호하는 까닭이며, 부처님이나 교법이나 스님들이나 부모나 선생이나 어른의 그림자나 발자국을 밟지 아니하며, 숭배할 만한 어른이 계신 데는 공경하고 예배하며 경솔히 여기는 마음이 없고, 부처님 탑이나 절이나 성현의 있는 데나 신선이 사는 데는 제가 앞장서고 남들을 권하여 존숭하며 중수하여 새롭게 합니다.
그리하여 하늘과 용왕이 기뻐하며 때를 따라 비 오고 바람 불고 오곡이 풍성하여 백성이 태평하며, 임금의 곁에 모시는 신하들이 모두 충성하고 어질므로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것이, 마치 전단 숲에는 전단 나무만 있고 이란(伊蘭)은 섞이지 않듯, 무열지(無熱池)에는 팔공덕수만 흐르고 짠 맛이 없듯이, 임금이 나쁜 사람을 멀리 하심도 역시 그러하여, 맛 나는 과실을 영악한 짐승이 가지는 것과는 같이 아니합니다.”
선재가 또 물었다.
“어떠한 사람이라야 임금의 음식을 맡게 됩니까?”
“그대여, 임금의 음식을 맡는 이는 열 가지 덕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 덕인가. 문벌이 깨끗하고, 삼업이 유순하고, 충효(忠孝)를 갖추고, 미덥고 겸양하고 화순하고, 임금의 식성을 잘 알고, 음식에 금기(禁忌)하는 것을 잘 알고, 음식 솜씨가 있어 맛을 잘 맞추고, 임금의 잡수실 때를 알고, 식물이 독이 있고 없음을 잘 알며, 독기를 푸는 법을 알고, 낮과 밤과 철을 따라 먹을 만한 것을 알아야 하나니, 이 열 가지 덕을 구비한 이라야 임금의 음식을 맡으며, 거들어 줄 사람과 음식 마련할 처소를 잘 요량하여 항상 깨끗하게 하고 감독을 잘 하여야 합니다.”
바라문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또 알아 두십시오. 내가 생각건대, 천상에나 인간에서 듣고 보는 모든 훌륭한 무리의 온갖 공덕을 우리 임금님은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대여, 금수의 왕 사자는 한 가지 덕이 매우 훌륭하니, 곧 두 가지 마음이 없어 큰 코끼리를 죽일 적에 자기의 힘을 모두 쓰듯이, 작은 짐승을 죽일 적에도 기운을 모두 쓰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큰일이라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작은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지도 않고, 한결같이 자비와 지혜의 힘을 다하여 끝까지 소홀함이 없습니다.
그대여, 여러 물새의 왕은 두 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마음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니, 물고기를 잡을 적에 물 가운데 고요히 서서 일심으로 엿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물고기들을 고요히 살펴보고 그 욕망을 그대로 쫓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높은 궁전에서 굽어보시고 여러 가지 정사를 펴실 적에,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하나 막히는 일 없이 두루 알아서 말씀이 헛됨이 없고 온갖 일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여, 우리 임금은 세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금륜왕 세상에 길 잘든 말의 왕이 세 가지 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성질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몇 천리라도 갈 수 있는 것이요, 둘은 춥거나 덥거나 가릴 것 없이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편안히 가는 것이요, 셋은 원수를 조복시키고 바꾸는 일에 항시 만족하지 아니함이 없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첫째는 말씀이 부드럽고 진실하여 법으로써 사람을 이롭게 하며, 중생을 교화하여 끝까지 성취케 하고, 둘째는 여러 가지 정사에 부지런하여 어렵고 쉽다는 생각이 없으며, 재물을 버리어 모든 사람을 구조하며, 셋째는 지혜와 용맹으로 원수와 대적을 굴복하고 세납을 적당히 하여 항상 만족한 줄 아나니, 이러한 세 가지 덕을 갖추고 평화로운 풍속으로 교화하므로 다른 나라에서는 두려워하고 나라 안에서는 은혜에 감격합니다.”
바라문은 또 말하였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십시오. 우리 임금은 네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마가다국의 미묘한 소리로 우는 닭의 왕이 네 가지 공덕이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신의 있게 새벽 때를 잘 지키고, 둘은 의리 있게 모이를 잘 나누어 먹고, 셋은 대적하여 용감하고, 넷은 암탉을 따라가지 아니하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상주고 벌주는 일이 때에 알맞고, 둘은 여러 지방을 골고루 구제하고, 셋은 억센 지방을 의리로 조복하고 넷은 아내의 말을 좇지 아니하나니, 이 네 가지 덕을 갖추어서 덕화가 널리 퍼집니다.
우리 임금은 또 다섯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욕계천의 때를 잘 아는 거위왕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교미하는 시기가 있고, 둘은 울음 우는 것이 두려움 없고, 셋은 양에 맞게 모이를 찾고, 넷은 마음이 방일(放逸)하지 않고, 다섯은 다른 새들의 아첨하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적어 내궁(內宮)에 때 없이 들지 아니하며, 둘은 말이 진실하고 정당하여 밖으로 명령을 어김이 없으며, 셋은 주고받음에 차별이 없어 의식이 충족하며, 넷은 마음을 조화(調和)하고 옳게 검속(檢束)하여 허물없이 부지런하며, 다섯은 바른 마음을 이룩하여 아첨하는 이를 가까이 하지 아니하나니, 이 다섯 가지 덕으로 은혜가 팔방에 미칩니다.
우리 임금은 또 여섯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마가다국의 훌륭한 개의 왕이 여섯 가지 공덕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는 생기는 대로 먹고, 둘은 조금 먹고도 만족하고, 셋은 편안한 곳에 나아가서 자고, 넷은 풀만 바삭 해도 깨고, 다섯은 가난하거나 넉넉하거나 마음이 한결같고, 여섯은 용감하게 도둑을 막습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여러 지방에서 바치는 공물(貢物)을 그 땅에서 나는 물건으로 하게하고, 둘은 흉년든 때에는 조금만 바치게 하면서 항상 미안히 여기고, 셋은 하는 일이 모두 상서로워 편안히 잠자고, 넷은 바른 소견을 가졌으므로 다른 생각이 나면 곧 깨닫고, 다섯은 덕 있는 이를 존중하고 어버이를 높이 받들며 가난하고 미천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여섯은 모든 것을 마음에 두고 항상 보호하며 위엄이 용맹하여 도둑이나 난리가 없습니다. 이 여섯 가지 덕을 갖추었으므로 만백성이 마음을 함께하나니, 이런 것으로 생각하면 여러 방면으로 도덕을 구족하여 우리 임금의 덕망이 멀리까지 퍼지고, 중생들을 잘 거두어 주어 항상 부지런히 노력하십니다.
이렇게 하나씩 늘어서 21종의 훌륭한 공덕을 임금께서 잘 행하시므로 온갖 도둑들이 저절로 소멸되고 외국의 군대가 감히 들어오지 못합니다.
설사 이 21종 공덕을 모두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세 가지 덕만 있으면 정치와 덕화를 잘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는 재물을 흩어서 모든 백성을 구하는 것, 둘은 생명을 버릴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셋은 큰 용맹으로 대적을 막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세 가지 덕이 없더라도 한 가지 덕만 있으면 정사를 잘할 수 있나니, 그것은 큰 복덕입니다. 이렇게 인자한 임금이 가장 으뜸이니, 마치 팔만 사천 법문이 모두 열반의 진리에 귀납되는 것같이, 임금도 그와 같아서 가지가지 훌륭한 지혜와 정책이 모두 복덕에 귀납되는 것입니다. 임금이 복덕이 있으면 나라가 태평하고 사방에 일이 없으며, 중생들이 복락을 누리고 덕화가 만방에 퍼지며, 가깝게는 몸과 마음이 이익하고 멀게는 모든 중생이 함께 해탈하는 것이, 모두 임금의 자비 복덕으로 생기는 것이며 착한 정사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임금의 공덕과 도행을 말하려면 한이 없습니다.”
3) 게송을 듣고 법을 묻다
이때에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감로화왕의 안팎 공덕을 이렇게 찬탄하여 흠모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 나서 다시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그지없이 많은 중생이 세계에서
세 가지 독한 바람 불리어져서
애처롭게 나쁜 갈래 떨어질 것을
우리 임금 아니면 누가 건지리.
중생들이 오욕락에 애착이 되어
탐욕과 나쁜 짓이 생기는 것을
우리 임금 바른 법을 의지하여서
인도하여 참된 길에 들게 하시다.
재물에나 이성(異性)에게 빠지는 것은
교화하는 바른 법이 없는 탓이니
비유컨대 강물 속에 사는 고기들
기운 따라 서로서로 잡아먹듯이
나라의 법은 나와 남을 보호하는 것
지금에도 다음에도 항상 안락해
임금의 착한 덕화 멀리 퍼지면
모두 다 해탈 얻는 원인이 되리
백성은 임금에게 목숨 의지하고
임금은 법으로써 그 몸을 삼아
이리하여 이 세상이 평화할 때엔
부처님 바른 법도 이에 비롯하네.
정치가 잘못되면 인심이 혼란
형벌이 흐려지면 법도 흐려져
위엄이나 은혜가 분명해지면
그 때에야 나라마다 태평하리라.
여러 생에 많은 부처 모두 섬기고
복과 덕을 많이 쌓아 임금이 되니
자비도 훌륭하고 은혜도 깊어
억조창생 백성들이 즐거워하다.
우리 임금 큰 문중에 태어나시고
엄청나신 빛과 위엄 햇빛 같으사
이내 몸 잊으시고 중생 건지니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잘 사네.
이 몸은 본래부터 부정한 것이
덧없는 병과 죽음 침노하나니
마음을 조복 받는 대장부들아
다른 일 상관 말고 정법(正法) 지키라.
사람을 찌는 듯한 한창 가뭄에
고마운 구름이 비를 주듯이
임금의 자비한 맘 덕화 펴시어
중생들을 모두 다 윤택케 하네.
임금은 백성들의 마음을 따라
사랑하고 구호해야 사람이 소생
명령이 시행되면 나쁜 짓 없고
상과 벌이 분명하면 나라가 태평
어떤 임금 신수 좋고 음성 좋으나
마음이 독하여서 사랑치 않고
어떤 이는 총명하고 슬기롭지만
나쁜 욕심 마음을 가리웠다네.
우리 임금 단정하고 엄숙하여서
분한 일 참으시고 탐욕을 경계
마음이 맑고 밝은 거울 같아서
물건을 비출 제 사사로움 없네.
거울은 밝더라도 모양 비출 뿐
마음까지 비추지는 못하지마는
우리 임금 마음 거울 밝고 밝아서
남의 마음 속속들이 뚫어 보시니
좌우에는 나쁜 간신 하나도 없고
시중들고 모시는 이 모두 충신뿐
아첨하고 참소하고 포악한 사람
언제든지 임금 앞에 얼씬도 못해.
어떤 사람 간사한 마음을 품고
벼슬하는 좋은 신하 해치려 하면
임금은 미리부터 알아차리고
모두 다 좋은 사람 다시 되도록
고운 숲에 사나운 짐승 깃들여 있듯
바닷물이 맑은 강물 짜게 하듯이
나쁜 정책 양민들을 해롭게 하고
흉한 짓은 임금의 덕 더럽히나니
향물 강엔 팔공덕수 넘쳐흐르고
단 과실은 좋은 나무에 열리느니라.
온 나라가 태평성대 누리는 것은
임금이 성스럽고 신하 어진 탓
임금이 근심 막는 계행 가지고
중생을 건너시며 근원 밝히니
백성들은 부귀하고 장수도 하여
탐욕 성냄 바다에서 벗어나더라.
사랑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넓고
바른 법을 먼 데까지 퍼뜨리시어
어린이나 늙은이나 외로운 이들
어루만져 길러 주어 편안케 하네.
도덕 있고 어진 이들 높이 받들고
어버이와 늙은이를 존경하시니
친척이나 권속이나 아낙네들과
안과 밖이 화목하게 즐거워하네.
좋은 말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부모 선생 화평하게 높여 모시고
제사 범절 조심조심 정성들이니
천추 만세 자손들에 복이 넘치리.
옛날 임금 무도하여 사치만 부려
교만하여 일가친척 업신여기며
저만 알고 남의 걱정할 줄 모르니
지금까지 나쁜 소문 널리 퍼졌고
우리 임금 온갖 것이 헛된 줄 알고
내 몸을 잊어버려 남을 위하며
중생들을 바른 길로 교화하시니
성군이란 좋은 소문 사방에 가득
욕심 많고 화 잘 내고 시기하는 일
필경에는 고통 받는 원인 되는 줄
사람들이 어리석어 모르지마는
받는 과보 메아리와 그림자 같네.
우리 임금 사람으로 근본 삼으니
나라 안에 있는 백성 모두 다 한몸
모든 사람 부리기를 손발과 같이
고달픈 일 즐거운 일 분에 알맞네.
우리 임금 옛날 일로 거울을 삼고
좋은 모범 드리워서 거울 되시며
행하시는 모든 일이 인심을 따라
나쁜 짓은 버리시고 선한 일만 해.
다른 사람 사랑함을 내 몸과 같이
내 몸부터 옳게 하고 남을 따르니
아홉 겨레 그 풍속을 모두들 순종
크고 작은 벼슬아치 덕화 따르네.
사면팔방 족속들이 모두들 귀화(歸化)
단엄한 위의로 함이 없으니[無爲]
그 공덕 어디 있나 마음 잘 쓴 것
마음이 고요하니 사방이 무사하네.
충성스런 신하들이 임금을 도와
모든 정사 돌보기를 팔다리같이
우리 임금 총명하심 만국 살피사
세계 각국 모든 나라 덕화를 찬송
부처님의 바른 교법 옳게 받들고
불법으로 중생들을 깨우쳐 주어
제각기 본마음을 알게 하시니
햇빛 비추어 연꽃 피는 듯
국민들이 임금을 옹호하거든
임금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
큰 수풀이 금수의 왕 감추어 주고
금수의 왕 큰 수풀을 보호하는 듯
딴 나라엔 다섯 가지 공포 있으니
임금이 욕심 많고 대신의 세력
나쁜 관리가 어진 백성 못살게 굴고
대낮에 도둑들이 겁탈하는 일
나라 안에 이 네 가지 걱정 있으면
외국 군대 침노하여 들어오지만
우리 임금 안과 밖을 잘 다스리어
백성들은 다섯 공포 모두 모르네.
이 세상에 네 가지 업이 있으니
첫짼 지혜 둘째는 재물과 보배
셋째는 다섯 가지 쾌락 받는 일
넷째는 해탈함을 얻는 것이라.
여러 임금 흔히는 갖추지 못해
일평생이 다하여도 알 리 없나니
바람으로 허풍선이 불을 불다가
바람이 없어지면 생명 없는 듯
우리 임금 네 가지 법 갖추었으니
지혜와 덕 온 몸을 잘 꾸미었고
희귀한 보배 재물 많이 가져서
가난하고 곤궁한 이 구제하시며
다섯 가지 욕락이 그지없으나
물들지 아니함이 연꽃 같으니
이것으로 중생들을 끌어들이고
필경에는 불법에 들게 하는 것
환술 같은 해탈에 있으면서도
일부러 탐심 내고 성을 내나니
그것으로 나쁜 사람 교화하여서
모두 다 불법으로 가게 합니다.
오래잖아 당신도 보리다마는
우리 임금 가지가지 방편문들이
필경에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니
그러므로 큰 소문이 멀리 퍼지네.
지혜로써 풍속을 삼았으므로
항상 있는 생명이 다함없나니
당신은 빨리 가서 찾아뵈옵고
소홀하게 여기는 맘 내지 마시오.
큰 지혜 있는 이를 한 번만 봐도
천년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떤 사람 천년을 살긴 하지만
밥만 먹고 남에게 버림 받나니
삼세의 일 어찌 된 줄 알지 못하며
법 보배 재물들도 많지 못하고
양껏 먹고 욕심만 부리는 이들
모양은 사람이나 짐승만 못해
배운 것 별로 없이 마음만 큰 건
소 발자국 물을 부어 차기 쉽듯이
생쥐 손에 물건을 한 웅큼 쥐고
이만하면 썩 많다고 생각하듯이
지혜 바다 깊고 넓어 한량없거늘
헤아리지 못하고 비방만 하니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되듯이
지혜 있어 배우면 보리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면 나고 죽는 일
이런 이치 분명하게 알지 못함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탓이라.
그러므로 우리나라 여러 사람들
많이 배워 알면서도 싫증이 없어
우리 임금 도와주는 대신이 많고
나라 안에 성곽들이 모두 굳건해.
재정이 넉넉하고 군대도 많아
이웃 나라 평화롭게 사이좋으며
이러하게 일곱 가지 구족하여서
지혜와 용맹한 힘 항상 의지해
인간이나 천상이나 다른 세계나
가지가지 훌륭한 공덕으로써
그지없는 중생들을 이익하는 일
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사옵니다.
지혜 있는 사람들은 하나 들어도
그를 따라 여러 가지 모두 아나니
요점 들어 말하자면 법왕이 되어
내 몸처럼 백성들을 편안케 하니
세상 영화 어느 때도 줄지를 않고
출세간 일 헤아릴 수 없이 묘하니
큰 바다가 여러 강물 받아들이매
받을수록 더욱더욱 깊어지는 듯.
바라문은 이렇게 게송으로 임금을 찬탄하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중생들의 몸에 털과 털구멍이 각각 3구지(俱)씩 있는 줄을 아시지요. 우리 임금께서는 안으로 행하는 공덕이 3구지가 있고, 밖으로 행하는 공덕도 3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시는데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한 것은 겨우 임금의 한 터럭 공덕을 말하였을 뿐입니다. 이 밖에 있는 공덕은 한량없이 많아서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또 나의 지혜가 얕으니 어떻게 모두 생각하고 모두 말하겠습니까? 그리고 나의 일이 바빠서 오래 말할 겨를이 없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정전에 계시면서 정사를 하시는 터이오니, 당신은 그리로 가서 한결같은 정성으로 찾아 뵈십시오.”
이때에 선재동자는 바라문의 말을 잘 듣고 나서 은근하게 경례하고 왕궁을 향하여 떠났다. 멀리서 바라보니 그 임금이 궁전에서 나라연(那羅延) 금강으로 된 대 연화장 사자좌에 앉았는데, 아승기 마니보배로 좌대가 되었고, 아승기 햇빛 보배로 다리가 되었으며, 아승기 보배 형상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황금 실로 그물을 짜서 위에 덮었으며, 아승기 마니주에서 광명이 찬란하게 비치고, 아승기 하늘 옷으로 좌대 위에 깔았고, 가지가지 하늘 향기가 두루 풍기고 가지가지 보배 꽃을 땅에 흩었으며, 수없는 보배 짐대가 사면에 줄을 지어 둘러섰고, 수없는 보배 깃발이 두루 드리웠으며 공작의 꼬리빛 광명의 찬란한 마니보배로 휘장을 만들어 위에 둘렀다.
감로화 임금은 젊은 나이에 체격이 건장하고 존엄한 위풍이 늠름하며, 상호를 구족하고 미묘하게 장엄되었는데, 여의 마니 보배 관을 머리에 쓰고 염부단금으로 반달을 만들어 이마에 장엄하고, 제청마니라는 때 없는 보배로 귀고리를 만들어 귀를 장식하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마니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에 걸고, 때 없고 빛나는 하늘 마니 여의 보배로 팔찌를 만들어 팔에 끼었으며,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만들었는데, 여러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어서 살을 삼고 광미(光味) 마니로 꼭지를 만들고, 백천 가지 화만으로 훌륭하게 얽었고 깨끗한 보배로 만들어 단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끝없는 법문을 연설하며, 야광에서 솟아 뻗는 광명이 시방에 찬란하게 비치고, 구족하게 둥근 비유리보배로 대를 만들었는데, 사람이 받들고 서서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감로화 임금의 덕망이 어마어마하여 먼 나라에까지 퍼지어 이웃 나라 임금들이 공경하여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때 없는 비단으로 정수리에 매었고, 십천의 대신들이 앞뒤에 모시었으며, 십만의 군대가 좌우에 옹호하였는데, 형상이 우악하여 염라대왕의 사자 같은 장수들이 팔을 내두르며 눈을 부릅뜨고 이빨을 악물고 눈썹을 곤두세우고 창검을 들고 둘러섰으니 보는 이들이 벌벌 떨게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로서 국법을 범하여 사람을 죽였거나 남의 재물을 훔치었거나 유부녀를 간통하였거나 허망한 말로 이간하였거나, 포악하게 의리를 어기었거나 탐욕과 진심과 나쁜 소견을 일으키는 따위의 가지가지 나쁜 짓을 지은 자들이 오랏줄에 묶이어 임금 앞에 끌려오며 죄를 따라서 형벌을 쓰는데, 혹 불에 태우고 물에 삶기도 하며 끓는 물에 담그며, 끓는 기름을 붓기도 하여 가지가지로 굽고 삶아서 온 몸이 는적거리게 하며, 혹은 높은 산에 끌고 올라가서 밀어뜨리기도 하고 목을 베기도 하고 허리를 찍기도 하며 귀와 코를 베고 손과 발을 자르며, 두 눈을 뽑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혹은 살을 바르고 각을 뜨기도 하는데, 뼈가 쌓여 산이 되고 피가 흘러 못이 되기도 했다.
그 핏속에는 사람의 머리와 손발과 해골이 그득하였고, 또 수많은 돼지와 개와 너구리들과 까마귀 독수리 따위가 그 못 속에 모여와서 피와 살을 먹으면서 흉악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이 듣고 무서워하며, 못 속에 있는 송장들은 가지가지 형색으로 혹은 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였고, 고름과 피와 추깃물이 흘러서 냄새가 고약하고, 살이 곪고 가죽이 부풀어 오르고 썩고 는적거려서 창자와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손톱 발톱과 머리털과 이빨과 썩은 살이 못 가운데 낭자하였다.
죄가 가벼운 죄인들은 곤장을 맞고 형문을 당하고 주리를 틀리며, 코를 잘리고 발꿈치를 끊기는 갖은 형벌을 받으면서, 고통을 참지 못하여 울고불고 아우성치고 부르짖으며, 혹은 부모를 부르고 권속을 부르고 앙탈하는 소리가 우레 같아서,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고 뼈가 저리게 하는 따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소리와 형상이 마치 중합(衆合)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보살의 도를 닦으며 보살의 행을 구하느라고 선지식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보리의 선근을 닦고 어떻게 하면 모든 나쁜 일을 벗어날 것인가를 묻는 것인데, 지금 이 임금은 착한 일을 버리고 나쁜 짓만 하면서 중생을 못살게 굴고, 심지어 생명을 끊으면서도 오는 세상에 나쁜 과보도 두려운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앞날에 나쁜 과보가 닥쳐올 적에는 자기의 몸도 보전하지 못할 것인데, 이런 이에게 보살의 행이나 보살의 도를 물어서, 어떻게 대자대비한 마음을 갖추어 중생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여러 가지로 망설이고 생각할 적에 허공에서 하늘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남자여, 그대는 보안 장자 선지식의 가르친 말과 저 바라문들의 찬탄하던 이 임금의 여러 가지 공덕과 미묘한 법을 기억하지 못합니까?”
선재가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나는 그대로 잘 기억하고 조금도 잊지 아니하였습니다.”
하늘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만일 그 말을 기억하거든 조금도 의심하지 마시오.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의 말씀을 싫어하지 마시오. 선지식은 항상 바른 법으로 사람을 인도하는 것이어늘, 어찌 그대로 하여금 험악한 곳에 들어가게 하겠습니까? 선남자여, 보살의 공교한 방편의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염려하여 보호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다스리고 책벌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깨끗이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깊이 들어가게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해탈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의 시기(時期)를 아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의 근성을 아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조복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임금에게 나아가서 간절한 마음으로 보살의 행을 배우는 일과 보살의 도를 닦는 일을 물으십시오.”
선재동자는 이때에 하늘 사람의 말을 듣고, 감로화 임금에게 가서 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마는,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에 감로화 임금은 정사를 마치고 선재의 손을 잡고 내궁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내가 있는 궁전과 모든 살림살이를 자세히 살펴보라.”
선재동자는 왕의 말대로 살펴보았다. 넓은 궁전은 비길 수 없는 여러 가지 마니보배로 이루었는데, 백천 가지 보배로 누각이 되었고, 적진주로 기둥을 삼았고, 가지가지 빛깔 가진 보배로 섞어 꾸미었고, 부사의한 마니보배에서 광명을 내어 널리 비치며, 가지가지 마니보배로 곳곳을 장엄하였는데 모살라얼마(牟薩羅孼磨) 미묘한 보배로 요를 깔아 자리를 장엄하고, 수없는 백천의 가지가지 빛나는 보배로 사자좌를 장엄하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휘장을 만들어 사자좌 위에 둘렀고, 여의 보배로 만든 가지가지 빛깔의 그물을 두루 드리웠으며, 사자왕광미(師子王光味) 마니로 만든 미묘한 보배 짐대를 세웠다. 또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못이 있으니, 물은 맑고 깨끗하여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마노 보배로 언덕에 층층대를 쌓았고, 여러 빛깔 보배로 난간을 둘렀으며, 곳곳에 보배 나무가 줄을 지어 장엄하고, 낱낱 보배로 쌓은 담이 주위에 둘리었으며, 시중하는 여인이 십억이나 되는데 용모가 얌전하여 보는 이를 기쁘게 하며, 거동이 아름답고 위의가 볼 만하며, 무릇 행동하는 것이 모두 교묘하여, 화순한 마음으로 임금의 뜻을 받들어 항상 인자한 마음을 나타내었다.
선재동자는 두루 살펴보고는 희유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가 본 것은 모두 훌륭한 과보로 생긴 것이니, 이런 물건과 이런 권속과 이런 영화와 이런 부귀와 이렇게 자재한 것이 나쁜 업으로 생겼겠는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환술 같은[如幻] 해탈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우리나라에 있는 중생들은 나쁜 짓 하기를 전다라와 같이 하였나니, 내가 이 착한 교화를 받지 않는 나쁜 중생들에게 여타의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는 그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버리고 착한 길로 돌아오도록 할 수가 없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저런 중생들을 굴복시켜 성숙시키고자 대비심을 선두잡이로 하여 포악한 사람으로 변하여서 저 나쁜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나쁜 짓을 하기도 하고, 또 잔인하고 모진 사람으로 변화하여 저 사람들을 핍박하고 위협하며 여러 가지 혹독한 형벌을 썼노라.
그리하여 나라 안에 있는 나쁜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일을 보고 두려운 마음을 내고 겁약한 뜻을 품으며, 모든 욕락에 대하여 싫어하는 마음과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온갖 나쁜 짓을 영원히 끊어 버리고 보리심을 내어 물러나지 않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그대가 아까 보던 것같이 지긋지긋한 형벌을 받는 나쁜 짓한 중생이나 형벌을 행하는 우악한 사람은 모두 변화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 중생들로 하여금 지은 바 십불선업을 끊어 버리고 십선도를 행하여 끝까지 즐겁고 끝까지 편안하고 끝까지 원만하여서, 영원히 고통스러운 일을 소멸하고 부처님의 일체지의 자리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몸이나 말이나 뜻으로 한 번도 어떤 중생에게나 시끄럽게 하고 해롭게 한 일이 없노라. 선남자여, 나는 생각하기를, 차라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무간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을지언정 잠깐이라도 성내는 마음으로 파리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도 해치거나 괴롭게 할 생각을 내지 아니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러한 나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나의 기억으로는 비록 꿈속에서라도 방탕한 생각을 낸 적이 없거늘, 어찌 깬 정신으로 사람을 죽였겠는가. 왜냐 하면, 사람이란 복밭이 되어서 모든 선한 결과를 내는 까닭이니라. 마치 이 가운데 16대국으로부터, 내지 모든 땅에서 사는 중생들은 다 땅을 의지하여 나서 자라고 편안히 머물러 있는 것같이, 모든 성현의 보리 과보가 다 사람을 의지하여 닦아 행하고 증득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환술 같은 해탈로 변화하는 법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모든 갈래[有趣]가 환술 같은 줄을 알고, 모든 보살의 행이 변화로 된 것 같음을 알고, 모든 세간이 그림자 같은 줄을 알고, 모든 법이 꿈과 같은 줄을 알고, 고집하지 않는 진실한 법문에 들어가며, 법계에 따라서 여러 가지 미묘한 행을 닦음이 제석천왕의 보배 그물 같으며, 집착 없는 지혜로 모든 경계를 대하여 걸림이 없으며, 평등하게 삼매문에 들어가며, 자유자재한 선(旋)다라니를 얻어서 부처님 경계에 머물기를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묘광성(妙光城)이 있고, 그 성에 대광(大光) 임금이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감로화 임금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27. 대광 임금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그 임금이 얻은 환술 같은 지혜 법문을 따라 생각하며, 그 임금의 환술 같은 해탈을 관찰하며, 그 임금의 환술 같은 법의 성품을 생각하면서 환술 같은 서원을 내고, 환술 같은 법을 깨끗이 하고, 환술 같은 업을 깨닫고, 환술 같이 성취하는 법을 순종하여 환술 같아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내고, 환술 같은 삼세의 성품과 모양을 깨끗이 하고, 환술 같은 지혜로 가지가지 환술 같은 변화를 일으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점점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도시를 지나기도 하고, 혹은 넓은 들, 험악한 골짜기, 높은 산, 흐르는 물, 높은 데 낮은 데를 두루 돌면서 찾아다니어도 조금도 고달픈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묘광성(妙光城)에 이르러 문 앞에서 서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성은 무슨 성이며 어느 왕이 통치합니까?”
사람들이 함께 대답했다.
“이 성은 묘광성으로 대광(大光)왕이 계시는 곳입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마음이 깨끗하여지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모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선지식이 이 성 안에 계시니, 나는 이제 찾아뵈옵고 보살들의 닦는 행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생사에서 벗어나는 문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증득한 법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함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평등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용맹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를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법의 성품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삼매를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해탈에서 유희함을 들을 것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넓고 크게 청정함을 들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묘광성에 들어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이 큰 성은 여러 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꾸며졌으니, 금·은·유리·파리·적진주·자거·마노 등 칠보로 이루어졌고, 일곱 겹 해자[]가 겹겹으로 둘러 있는데 팔공덕수가 가득 차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서 빛이 찬란하며, 우발라화·파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가 위에 두루 덮이었고, 물은 맑고 깨끗하고 때를 따라 덥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며, 백전단 앙금이 밑바닥에 가라앉았으므로 물이 앙금을 따라 전단빛이 되었고, 보배로운 다라 나무가 일곱 겹으로 줄지어 섰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우거지고, 일곱 가지 금강으로 된 일곱 겹 담이 있으니, 사자 광명 금강담·이길 수 없는 금강담·무너뜨릴 수 없는 금강담·굴복할 수 없이 정진하는 금강담·견고하고 고집할 수 없는 금강담·하늘 옷 그물 금강담·때 없고 빛난 금강담이 일곱 겹으로 낱낱이 둘리었는데, 모두 수없는 마니보배로 사이사이에 섞이어 장엄하였으며, 염부단금과 여러 가지 보배로 성가퀴가 되었고, 금·은·유리·적진주·마노·파리·바다 속 진주 따위로 훌륭하게 꾸며졌다.
이 성은 가로 세로가 10 유순인데, 팔방에 여덟 문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두루두루 장엄하고, 제청 유리로 땅이 되고 여러 빛깔 섞인 보배로 군데군데 장엄하였으며, 가지가지로 훌륭하고 귀중하여 그지없이 사랑스러웠다. 성 안에는 가로(街路)가 십억인데 낱낱 가로마다 보배로 깔아서 훌륭하게 장엄하였으니, 천상의 제석천왕 다니는 길보다 더 좋으며, 가로와 가로 사이에는 수없는 억만 중생들이 사는데, 수없는 백천의 넓고 큰 궁정들이 낱낱이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염부단금으로 된 누각이 있으니 제청 유리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은 누각에는 적진주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유리 누각에는 넓고 묘한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파리 누각에는 일장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마니보배 누각에는 길상 광장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제청 마니보배 누각에는 미묘한 광명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해장(衆生海藏) 마니보배 누각에는 불꽃 광명 마니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금강보배 누각에는 이길 이 없는 짐대 마니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단향 누각에는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 그물로 위를 덮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같을 이 없는 향 누각에는 가지가지 꽃 그물로 위를 덮었다.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지가지로 장엄한 보배 누각에 가지가지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였으며, 낱낱의 누각마다 많은 보배 난간이 둘리어 있고, 보배로 된 다라 나무가 줄을 지어 벌여 있으며, 보배 줄로 길가에 매었고, 낱낱의 보배 줄마다 금으로 만든 풍경을 달았고, 낱낱의 풍경마다 여러 보배 영락으로 만든 화만으로 얽은 것이 마치 공작의 꼬리처럼 여러 가지 빛깔로 꾸며 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듣기에 마음이 즐거웠다.
또 그 성에는 아승기 마니 그물과 아승기 보배 풍경 그물과 아승기 하늘 향 그물과 아승기 하늘 꽃 그물과 아승기 보배 형상 그물이 있고, 또 그 성은 아승기 금강 휘장과 아승기 보배 옷 휘장과 아승기 보배 일산 휘장과 아승기 보배 깃발 휘장과 아승기 보배 산 휘장과 아승기 보배 화만 휘장과 아승기 보배 누각 휘장으로 덮이었고, 간 데마다 보배로 된 일산과 짐대와 깃발이 벌여 있었다.
또 그 성중에 있는 보배로 된 못에는 팔공덕수가 가득히 넘치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리어 안팎이 찬란하였으며, 훌륭한 하늘 꽃들이 물 위에 보기 좋게 피었는데, 하늘 새들이 그 속으로 떠다니면서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며, 못 언덕은 칠보로 층층대를 쌓아 장엄하였으니 제석천왕의 못으로는 비길 수도 없었다.
성중 복판에 훌륭한 누각이 있으니 이름은 묘법장(妙法藏)이요, 가지각색 빛깔을 가진 아승기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광명이 찬란하여 가장 훌륭하며, 중생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그지없는데, 대광왕이 항상 그 가운데 거처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큰 성중에서 보배 누각·보배 못·보배 해자·보배 나무·보배 담·보배 일산·보배 짐대·보배 풍경·보배 그물 따위의 훌륭한 물건과 사용하는 기구와 남녀와 육진(六塵) 경계에 대하여는 아무 애착도 없고, 오직 바른 법 동산에만 깊은 마음으로 앙모하며 올바른 뜻으로 끝가는[究竟] 법만을 생각하면서, 일심으로 선지식 만나기를 고대하고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두루두루 살펴보다가 문득 대광 임금이 그가 있던 누각에서 얼마 멀지 아니한 곳에 네거리 가운데 마니보배로 만든 넓고 크게 장엄한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검붉은 유리 보배로 다리를 만들었고, 금 비단으로 휘장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로 그물이 되고, 염부단금 노끈으로 얽어 단장하고, 훌륭한 하늘 옷으로 사방에 자리를 깔았으며, 아승기 보배 형상이 간 데마다 장엄되었다.
그 임금은 서른두 가지 어른다운 몸매[三十二種大人之相]를 갖추었고 여든 가지 잘 생긴 모양[八十隨好]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니, 진금산(眞金山)과 같이 빛이 찬란하고 맑은 허공의 해와도 같이 광명이 휘황하며, 보름달과 같아서 보는 이의 마음이 시원하여 싫증이 나지 아니하며, 대범천왕이 하늘 대중 속에 있듯이 위엄과 공덕이 훨씬 뛰어나며, 큰 바다의 보배처럼 공덕 보배가 그지없으며, 큰 구름처럼 법의 성품이 허공에 두루하여 법문 우레가 진동하며, 맑은 허공처럼 가지가지 법문의 별들이 나타나며, 설산과 같이 무성한 숲으로 장엄하였으며, 수미산과 같이 네 가지 빛이 중생의 마음 바다에 나타나며, 보배 많은 섬과 같아서 가지가지 지혜 보배가 속에 가득하였다.
또 임금의 사자좌 앞에는 한량없는 금·은·유리·진주·마니·산호·호박·자거·옥·온갖 보석 따위의 보배들과 가지가지 보배 옷과 화만과 온갖 음식들이 그지없이 가득 쌓였으며, 또 수없는 백천만억 말과 수레와 백천만억 풍류와 백언만억 하늘의 훌륭한 향과 백천만억 병에 닿는 탕약이 있으며, 수없는 젖소의 굽과 뿔이 금빛이며, 수없는 억천의 잘 생긴 아가씨들이 좋은 전단향을 몸에 바르고, 하늘 옷과 영락으로 가지가지 장엄하고, 64종의 능란한 기능을 알지 못함이 없으며, 예의범절과 모든 규모를 두루 잘 알고 중생의 마음을 따라 행동으로 보여 주며, 또 도시나 시골에나 큰 길거리에 차례차례로 차려 놓고 복락을 나누어 주는 집과 창고가 20억이 있고, 그 속에는 모든 보배와 이상한 물건과 재물과 음식이 가득가득 하였으며, 길거리마다 20억 보살들이 있어서 이 집 안에 쌓여 있는 모든 물건으로 중생에게 보시하여 부족한 것이 없게 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거두어들이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의 환희하는 마음을 일으키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이 기뻐서 뛰노는 마음을 일으키려 함이며, 모든 중생들의 바르게 믿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시원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탐애의 뜨거움을 덜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를 소멸케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한 이치를 알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지[種智]에 들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원수를 버리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여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잘못된 소견을 뽑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업을 깨끗이 하려 함이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오체(五體)를 땅에 엎드리어 임금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도를 닦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때에 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큰 자비 짐대의 행을 깨끗하게 닦는[淨修菩薩大慈幢行] 해탈문을 얻어 청정하고 만족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으로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며 이 법을 묻고 들어왔으며, 따라서 생각하고 자세히 관찰하고 깨끗하게 깨닫고 닦아 익혀 장엄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으로 왕이 되었고, 이 법으로 가르치고, 이 법으로 거두어들이고, 이 법으로 세간을 따르고, 이 법으로 정사를 행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인도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고, 이 법으로 중생을 위로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실어 옮기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나아가 들게 하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행을 닦게 하고, 이 법으로써 중생에게 방편을 주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끝끝내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생각하게 하고, 이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큰 사랑에 머물러서 사랑으로 으뜸을 삼고 사랑의 힘을 구족하게 하였노라.
이렇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익케 하는 마음·안락케 하는 마음·어여삐 여기는 마음·거두어 주는 마음·중생을 보호하는 마음·항상 버리지 않는 마음·중생의 고통을 없애 주면서 쉬지 않는 마음·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늘 고통을 받는 마음에 머물게 하며, 중생으로 하여금 안락한 마음에 머물게 하노니, 그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장애와 속박을 여의고 자재함을 얻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끝까지 안락하여 모든 중생에게 자재함을 얻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덩굴처럼 무성하게 나고 죽는 마음을 영원히 끊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강물처럼 잇따라 흐르는 번뇌의 마음을 끊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와 습기의 마음을 끊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법의 성품인 고요한 마음에 머물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착하지 못한 법을 쉬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고 죽는 흐름을 끊고 법의 흐름에 들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깊은 법계에 들어가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고, 지혜의 불로 번뇌의 나무를 태워서 다섯 갈래의 태어날 곳을 끊어 버리고 보살의 행을 구족하여, 일체지로 향하여 마음 바다가 깨끗하여 흐리지 아니하고, 믿는 힘이 견고하여 하늘이나 마군이나 범천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사람들과 사람이 아닌 것들이 흔들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큰 자비 짐대 행의 해탈문에 머물렀으므로 올바른 법으로 세간 사람을 교화하나니, 선남자여, 우리나라 안 모든 중생이 내게 대하여 공포를 품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가난한 중생들로서 헐벗고 굶주리고 여윈 이들이 나에게 와서 의복을 구하고 음식을 구하고 여러 가지로 필요하게 사용할 물건을 구하면, 나는 고방을 열어 놓고 보이면서 이렇게 말하노라.
'너희들이 지나간 옛적부터 이런 재물을 위하여 열 가지 착하지 못한 가지가지 나쁜 업을 지었으므로, 오늘날에 가난하고 곤궁하고 헐벗고 굶주리게 된 것이니라. 내가 지금 너희에게 보시하는 터이니, 마음대로 가져다가 의식을 넉넉케 하고 힘을 따라 행을 닦으며,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생을 해치지 말고 잘못된 소견을 일으키지 말고, 고집을 내지 말라. 너희들이 매우 가난하니, 만일 필요하여 소용할 것이 있으면 나에게 오거나 혹 네거리에 차려 놓은 20억 곳 복락을 나누어 주는 집과 창고에 가면, 거기에는 모든 재물과 보배가 가지가지로 구족하게 있으니, 너희들은 마음대로 가져가고, 조금도 어려운 생각을 내지 말라.’
선남자여, 이 묘광성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들로서 대승의 마음을 내었고 대승의 행을 행하면서, 중생에게 대하여 자비한 마음을 일으켜 두루 청정하였건마는 마음에 하고자 함을 따라 보는 것이 같지 아니하니라.
어떤 이는 이 성이 대단히 좁은 줄로 보고, 어떤 이는 이 성이 대단히 넓은 줄로 보며, 혹은 이 성이 흙으로 땅이 되었다 보고, 혹은 이 성이 유리와 마니보배로 땅이 되었다 보며, 혹은 담이 모두 흙으로 쌓여 세워졌다 하고, 혹은 이길 이 없는 금강으로 이루었다 하며, 혹은 땅이 울퉁불퉁하여 평탄치 못하다 하고, 혹은 땅이 반듯하기가 손바닥 같다 하며, 혹은 흙과 나무로 집을 지었다 하고, 혹은 여러 전당이 보배로 되었다 하며, 모든 누각과 섬돌과 창과 문과 난간들이 모두 훌륭한 보배로 이루어졌다고 보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마음이 깨끗하고, 선근을 많이 심었으며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뜻한 마음을 내어 일체지의 길에서 일체지로 돌아가 의지할 데를 삼는 사람이거나, 내가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네 가지 거두어 주는 일[四攝事]로 거두어 줌을 받은 이들은, 이 성이 여러 가지 보배를 구족하여 청정하게 장엄한 줄로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더러운 것으로 보느니라.
선남자여, 이 나라에 사는 모든 중생들이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익히던 버릇을 따라, 나쁜 짓 하기를 좋아하므로 내가 어여삐 여기는 생각으로 저들의 마음을 거두어서 구호하려고, 보살의 큰 사랑하는 마음으로 으뜸을 삼고 세간을 따르는 큰 삼매문에 들어가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문에 들어갈 때에는 저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워하는 마음·남을 해치려는 마음·원수로 대적하는 마음·다투는 마음 따위가 모두 소멸하나니, 왜냐 하면 보살의 큰 사랑하는 마음으로 으뜸을 삼고 세간을 따르는 큰 삼매문에 들어가면 근본 성품으로 생기는 공능이 으레 그런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대가 보게 되리라.”
그리고는 대광왕이 그 삼매에 들어갔다.
이 때에 성 안과 성 밖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보배 땅·보배 담·보배 전당·보배 궁전·대(臺)·관(觀)·누각·축대·섬돌·창·문 따위들이 서로 부딪치며, 모두 임금을 향하여 경례하는 모양을 지으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임금의 덕을 찬탄하였다. 성의 안팎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들 기뻐 뛰놀면서, 임금 있는 데 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대궐 가까이 있는 새와 짐승 따위들도 서로 쳐다보면서 자비한 마음으로 임금을 향하여 공경하며 예배하였다. 모든 산과 들과 초목들도 빙글빙글 돌면서 임금을 향하여 예경하는 모양을 하고, 못과 샘물과 강과 바닷물이 넘쳐서 임금의 앞으로 흘렀다.
또 십천의 용왕은 향기로운 구름을 일으키어 번개치고 천둥하면서 단비를 뿌리고, 십천의 육욕천왕(六欲天王)이 있으니 사천왕·도리천왕·야마천왕·도솔타천왕·화락천왕·타화자재천왕 들이 으뜸이 되어 공중에서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며, 아승기 하늘 아가씨들은 노래하고 찬탄하며, 아승기 하늘 꽃 구름과 아승기 하늘 화만 구름과 아승기 하늘 가루향 구름과 아승기 하늘 옷 구름과 아승기 하늘 일산 구름과 아승기 하늘 짐대 구름과 아승기 하늘 깃발 구름들이 허공에 가득하게 장엄하여 임금에게 공양하였다.
또 예라발나(羅鉢那) 코끼리는 자재한 힘으로 공중에서 아승기 보배 연꽃을 흩으며, 아승기 보배 영락과 아승기 보배 띠를 드리우며, 아승기 보배 장엄거리, 아승기 보배 의복, 아승기 보배 화만, 아승기 보배 꽃, 아승기 보배 향, 아승기 사르는 향, 아승기 바르는 향 따위의 가지가지 기기묘묘한 것으로 장엄하며, 아승기 하늘 아가씨들은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고 찬탄하였다.
염부제 안에 있는 아승기 백천만억 나찰왕·야차왕·구반다왕·비사자왕·귀왕 따위들이, 혹 육지에 살고 허공에 살고 산간에 살고 바다에 살면서 피를 빨아먹고 살을 씹어 먹고 중생을 해치는 것들이 모두 자비한 마음을 내어 이익을 행하며, 이다음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지 아니할 줄을 알고서 공경하고 합장하여 임금에게 예배하고 두려운 생각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모두 그지없는 쾌락을 얻었다. 이 염부제에서와 같이 다른 세 천하와 내지 삼천대천세계와 아울러 시방 백천만억 나유타 세계에 있는 악독한 중생들도 모두들 이렇게 예배하고 공경하였으니, 이것은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으뜸을 삼고 세간을 따르는 큰 삼매문의 법력으로 이렇게 된 것이었다.
이때에 대광 임금은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짐대 수행으로 세간을 따르는 삼매의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가리어 주기 위하여 높은 일산 노릇을 하는 일과 평등하게 구호하고 차별이 없기 위하여 원만하게 하는 일과 하·중·상행을 골고루 행하는 일과 자비한 마음으로 온갖 중생들을 맡아 가지기 위하여 땅덩이 노릇을 하는 일과, 복덕의 광명을 평등하게 여러 세간에 나타내기 위하여 보름달 노릇을 하는 일과 지혜의 광명으로 알아야 할 온갖 경계를 밝게 비추기 위하여 밝은 해 노릇을 하는 일과 세상의 밝은 등불이 되어서 중생들의 어둠을 깨뜨리는 일과 물 맑히는 구슬이 되어서 중생들의 아첨하는 흐림을 맑히는 일과 여의주가 되어서 중생들의 소원하는 마음을 만족케 하는 일과 맹렬한 바람이 되어서 중생들과 삼매의 궁전과 온갖 것을 모두 아는 지혜[一切智智]의 큰 법성을 맡아 가지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그 행동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복덕의 산을 측량하며, 그 공덕의 별을 쳐다보며, 그 큰 서원 바람을 관찰하며, 그 평등한 법력을 짐작하며, 그 크게 수행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그 장엄한 바다를 나타내어 보이며, 그 보현의 행하는 문을 열며, 그 삼매의 굴에 들어가며, 그 자비한 구름을 찬탄하며, 그 감로의 비를 내리어 주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안주(安住)요, 거기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부동(不動)이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 하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대광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났다.
28. 부동 우바이를 찾다 [1]
이때에 선재동자는 묘광성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길을 걸으면서 올바른 생각으로 대광왕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짐대 행을 기억하며 보살의 세상을 따르는 삼매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깨끗한 몸을 두루 보며, 헤아릴 수 없는 보배 사자좌를 널리 생각하며, 헤아릴 수 없는 큰 서원과 복덕과 자재한 힘을 키우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굳게 하며, 헤아릴 수 없는 함께 사용하지 않는 큰 위덕을 관찰하며, 헤아릴 수 없는 신통이 차별한 모양을 생각하며, 헤아릴 수 없는 깨끗한 대중의 모임을 생각하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짓는 업을 분별하여서, 분명하게 기억하며 따라 믿고는 기쁜 마음을 내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 용맹한 마음을 내고 즐거운 마음을 내고, 다행한 마음을 내고, 뛰노는 마음을 내고, 산란하지 아니한 마음을 내고, 분명히 비치는 마음을 내고, 견고한 마음을 내고 넓은 마음을 내고, 그지없는 마음을 내었다.
선재동자는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다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선지식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고 보기 어렵고 듣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나의 보배 산이니 온갖 공덕 보배를 내는 것이며, 보살의 행을 깨끗케 하며, 보살의 깨끗한 생각을 만족케 하며, 보살의 다라니 바퀴를 청정케 하며, 보살의 삼매 광명을 나타나게 하며, 보살의 부처님 경계를 보도록 닦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 비를 내리며, 여래의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나타내며, 보살의 모든 서원을 드러내어 보이며, 모든 보살의 뿌리와 싹을 자라나게 하는 이라고 생각하였다.
또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나를 구호하여 모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인도하여 평등한 부처님 지혜에 들어가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비쳐주어 험난한 길을 알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가르쳐 주어 대승의 깊은 이치를 열어보여 주며, 선지식은 나를 권면하여 보현의 행에 속히 들어가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깨우쳐 주어 일체지의 성에 빨리 이르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가르쳐 주어 법계의 바다에 나아가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권유하여 삼세의 법 바다를 널리 보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교수하여 여러 성현들과 함께 모이게 하며 선지식은 나를 도와주어 온갖 착한 일[白法]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였다. 선지식은 이와 같이 중생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하고, 선재동자는 고마운 눈물이 눈에 넘치었다.
이때에 보살을 호위하고 깨우치는데 그림자와 같이 따르는 여래의 심부름꾼인 천인이 공중에서 외치었다.
“선남자여, 누구든지 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이는 부처님들이 기뻐하시며, 선지식의 말을 순종하면 일체지의 자리에 가까워지며, 선지식의 마음의 움직임에 대하여 의심이 없으면 모든 선지식[善友]을 항상 만나게 되며, 선지식을 항상 여의지 않기 원하는 마음을 내면 온갖 깊고 훌륭한 좋은 이치를 구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안주성에 나아가면 부동 우바이 선지식을 만날 것이니, 그이에게 보살의 행을 물으십시오.”
공중에서 나는 이 소리를 들은 선재동자는 저 삼매의 지혜 광명에서 일어나 차츰차츰 나아가다가 안주성에 이르러 부동 우바이가 어디 있느냐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선남자여, 부동 우바이는 아가씨로서 부모를 모시고 집에 있으면서, 친척들과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즐거워서 고요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부모를 뵈옵는 듯이 하며, 내가 이제 소원이 만족하리라 생각하면서, 부동 우바이가 있는 곳에 나아가 그 집 문 밖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집과 방들이 미묘하고 깨끗하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여 금빛 광명이 널리 비치었는데, 이 광명이 선재의 몸에 비치가 선재동자는 곧 5백의 묘한 삼매문을 얻었다. 곧 그것은 온갖 안락한 데 들어가 자재하는 짐대 삼매문·온갖 고요한 모양을 분명히 아는 삼매문·모든 세간을 멀리 여의는 삼매문·넓은 눈으로 버리는 삼매문·여래장 삼매문 등 이러한 5백 삼매문이었다. 이러한 삼매문을 얻었으므로 몸과 마음이 부드럽기가 마치 이레된 태와 같았으며, 미묘하고 편안하여 세상에는 이보다 더 좋을 것이 없었다. 또 묘한 향기가 나는데, 그것은 하늘이나 용왕이나 건달바 따위와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향기가 아니었다.
곧 앞으로 나아가 공경하여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펴보니, 얼굴과 몸매가 잘생기고 기묘하여 시방세계의 어떠한 여인으로도 따를 수 없는데, 하물며 지나칠 이가 어디 있으랴. 다만 여래나 관정(灌頂)을 받은 보살들 말고는. 또한 그 몸은 훌륭하고 입으로 미묘한 향기가 나며, 궁전이 장엄하고 사용하는 도구와 둘러앉은 권속들의 위의와 광채가 현란하고 깨끗하며 조금도 물든 데 없어 아무것으로도 비길 것이 없는데, 어찌 지나칠 것이 있으랴.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이 이 우바이에게 내흉한 생각을 내는 이가 없으며, 어느 중생이나 잠깐 쳐다보아도 모든 번뇌가 다 소멸되나니, 마치 백만 대범천왕이 결정코 욕계의 번뇌를 내지 아니함과 같이, 이 우바이를 보는 이가 번뇌를 일으키지 아니함도 그와 같았다. 시방세계의 중생이 이 우바이를 보면 기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만족함을 모르는데, 큰 지혜를 갖춘 이는 제외한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공경하여 우러러보며, 바른 생각으로 이 우바이를 살펴보았다. 몸가짐이 자재한 것은 헤아릴 수 없고, 얼굴과 태도가 이 세상에서는 비길 데 없으며, 꿰뚫어 비치는 광명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고, 법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는 일이 끝이 없으며, 털구멍마다 묘한 향기를 뿜고, 권속이 한량없고 궁전이 제일 훌륭하며, 깊고 넓은 공덕을 헤아릴 수 없어서, 끝간 데를 측량하지 못했다. 선재는 환희한 마음을 내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깨끗하온 계행을 항상 지니고
보살의 밝은 지혜 두루 닦으며
견고하게 나아가심 금강 같으니
뛰어나신 묘한 과보 비길 이 없네.
선재동자는 찬탄하기를 마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을 줄을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소서.”
부동 우바이는 보살들의 부드러운 말과 좋아할 말과 자비한 말로 선재동자를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벌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을 얻었고, 보살의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願行門)을 얻었고, 보살의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을 얻었고, 보살의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었고, 보살의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을 얻었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굴복할 수 없는 보살의 지혜장 해탈문과 내지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의 경계가 어떠하옵니까?”
“선남자여, 이 자리는 깊고 깊어서 알기 어렵고 믿기 어렵느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거룩하신 선지식의 힘을 입사와, 믿고 받아 지니고 해석하고 알고 깊이 들어가고 따라 행하며, 분명하게 관찰하고 기억하고 닦아 익히어 모든 분별을 여의고 끝까지 평등하겠나이다.”
28. 부동 우바이를 찾다 [2]
그 때에 부동 우바이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지나간 세상에 무구광(無垢光)겁이 있었고, 그 때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수비(脩臂)요, 열 가지 명호가 원만하였으며, 그 나라 임금은 전수왕(電授王)이요, 외딸 하나를 두었으니 곧 내 몸이었소, 어느 날 밤중 음악을 그치었을 무렵에, 부모와 형제들은 모두 잠이 들고 5백 동녀도 곤하게 자고 있는데, 나는 누각 위에서 별들을 쳐다보고 있었소. 바로 그 때에 공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오니, 여래 몸은 보배 산왕 같으사 한량이 없었고, 하늘 사람과 용왕과 팔부 신장들과 헤아릴 수 없는 보살 대중이 둘러 모셨으며, 부처님 몸에서 광명 그물을 놓는데 시방에 가득하여 걸림이 없었소.
부처님 몸의 털구멍으로는 묘한 향기가 풍기는데, 내가 그 향기를 맡으니 몸이 부드럽고 마음이 즐거워져서, 곧 누각에 내려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나서, 부처님을 자세히 뵈었으나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몸의 좌우를 뵈었으나 끝닿은 데를 알 수 없었으며, 부처님의 아름다운 몸매와 잘 생긴 모양을 생각하여 만족한 줄을 알지 못하였소.
선남자여, 그 때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소.
'부처님께서는 무슨 업을 지으셨기에 이러한 훌륭한 몸을 얻으셨으며, 상호(相好)가 원만하고 광명이 구족하고 권속이 많고 궁전이 장엄하고 복덕과 지혜와 다라니와 삼매와 신통과 변재가 모두 헤아릴 수 없으실까?’
선남자여, 그 때에 부처님은 나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마땅히 꺾을 수 없는 마음을 내어 번뇌를 끊으며, 너는 이길 이 없는 마음을 내어 잘못된 고집을 깨뜨리며, 너는 겁을 먹고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내어 깊은 법문에 들어가며, 너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내어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며, 너는 미혹하지 않는 마음을 내어 여러 갈래에 태어나며, 너는 싫증이 나지 않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 뵈려 함을 쉬지 말며, 너는 만족한 줄 모르는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의 법 비를 받으며, 너는 바르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온갖 부처님 법의 광명을 널리 비치며, 너는 크게 머물러 가지는 마음을 내어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며, 너는 불법을 널리 유통하려는 마음을 내어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법보를 베풀어 주라.’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에게서 이러한 법문을 듣고, 따라서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하느라고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였소. 그리하여 부처님의 십력을 구하고, 부처님의 변재를 구하고, 부처님의 광명을 구하고, 부처님의 색신을 구하고, 부처님의 몸매와 잘생긴 모양을 구하고, 부처님에게 모인 대중을 구하고, 부처님의 깨끗한 세계를 구하고, 부처님의 위의를 구하고, 부처님의 수명을 구하였소. 이런 마음을 내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앙모하기를 목마른 이가 물을 찾듯이 하며, 그 마음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아서 모든 번뇌가 이승(二乘)으로는 깨뜨릴 수 없을 만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처음 이러한 마음을 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염부제를 부순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에 한 번도 욕심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실제로 그런 일을 행하였겠는가.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나의 친속으로 허물이 있는 사람에게도 한 번도 성을 낸 일이 없는데, 하물며 허물이 없는 다른 중생에게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 나의 몸에 대하여 나라는 견해를 내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모든 기구에 대하여 내 것이란 생각[計]을 내었겠는가.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죽을 때나 날 때나 태속에 들 때, 머물 때, 나올 때나 내지 꿈속에서도, 일찍이 미혹하여 중생이라는 생각[衆生想]이나 무기심(無記心)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다른 때에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심지어 꿈에서 부처님 한 분 뵈온 것도 잊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보살의 열 가지 눈으로 뵈온 것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래의 법을 한 마디 한 구절도 잊어버리지 아니하였으며, 내지 세속에서 하던 말도 잊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여래의 말씀하신 미묘한 법문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래의 법 바다에서 한 마디 한 구절도 자세히 생각하고 이치답게 관찰하지 아니한 적이 없으며, 내지 세속의 법도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였는데, 하물며 부처님의 참되고 제일가는 법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부처님의 법 바다에서 한 가지 법에서도 삼매를 얻지 못한 적이 없으며, 내지 세간의 모든 공교한 기능이나 예술에서도 낱낱이 그러하였소.
또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머물러 지닌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간 데마다 맡아 지니고, 한 마디 한 구절도 폐하거나 그르친 일이 없으며, 세속의 지혜를 내지도 아니하였는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서 한 일은 제외합니다.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여러 부처님을 뵈온 가운데, 한 부처님에게서라도 깨끗한 서원을 이루지 못한 일이 없으며, 내지 여러 변화로 된 부처님에게서도 모두 그러하였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보살들의 수행하는 묘한 행을 보고, 한 가지 행이라도 내가 성취하지 못하거나 청정하지 못한 적이 없었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만나 본 중생 가운데, 한 중생도 내가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지 아니한 적이 없으며, 한 중생에게라도, 내지 잠깐이라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내도록 권한 적이 없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부처님에게서 들은 법문에 대하여 한 마디 한 구절에도 의심을 내지 아니하고, 두 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분별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가지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고집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높다 낮다 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낫다[勝] 못하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으며, 내지 잠깐 동안도 이러한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뵈옵는 여러 부처님을 항상 가까이 모시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들을 뵈옵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진실한 큰 선지식을 뵈옵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부처님께 들은 깨끗한 서원을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닦는 행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바라밀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지의 지혜 광명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다라니와 삼매의 무진장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지의 끝없는 세계 그물에 들어가는 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끝없는 중생계에 두루 들어가는 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지혜 광명으로 모든 중생의 번뇌를 소멸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모든 중생의 선근을 자라게 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중생을 따라 법계에 두루 그 몸을 나타냄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미묘한 말씀으로 온 법계의 모든 중생을 깨우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굴복할 수 없는 보살의 지혜장 해탈문을 얻고, 보살의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을 얻고, 보살의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을 얻고, 보살의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을 얻고, 보살의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어서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한 신통 변화 나타내는 것을 그대가 보려 합니까?”
선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보고자 하나이다.”
이 때에 부동 우바이는 용장(龍藏) 사자좌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과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과 비지 않고[不空] 원만한 장엄 삼매문과 십력의 지혜 바퀴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문 등 10억의 삼매문에 들어갔다. 이러한 삼매문에 들어갈 때에 시방에 각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들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낱낱 세계가 모두 깨끗한 유리로 이루어졌고, 낱낱 세계에 백억 사천하가 있고, 낱낱 사천하에 모두 여래가 계신데, 혹은 도솔타천에 오르고, 혹은 내려와 태에 들고, 처음 탄생하고, 집을 떠나고, 고행하기도 하며, 혹 보리 나무 아래 앉고, 마군을 항복 받고, 보리를 증득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혹은 범천왕의 청을 받고 바라나에 나아가 사제법문(四諦法門)을 연설하며, 혹은 도리천에 올라갔다가 염부제에 내려올 적에 세 줄기 보배 층층대로 내려오기도 하며, 어떤 때는 여섯 곳 큰 성에 두루 계시면서 신통을 나타내어 외도들을 부수며, 어떤 때는 비야리성의 원숭이못[獼猴池] 가에 계시면서 계율을 마련하며, 어떤 때는 왕사성 영취산에서 반야바라밀문을 말씀하며, 어떤 때에는 구시나성의 사라숲 속에서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짓는 모든 불사가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낱낱 여래께서 광명 그물을 놓아 법계에 두루하며, 온갖 도량의 청정한 대중에게 둘러싸이어 미묘한 법문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그 때에 부동 우바이는 삼매에서 일어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것을 보았고, 이것을 들었고, 이것을 이해하는가?”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보고 듣고 이해하옵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이 닦는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과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 지혜 광명문과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과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과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었고, 모든 중생을 위하는 좋은 방편으로써 여러 곳에서 미묘한 음성으로 묘한 법문을 말하여 모두들 기쁘게 할 뿐이오. 저 보살마하살은 오쇄파(烏灑婆)새와 같이 걸림 없이 허공으로 다니면서 모든 중생의 바다에 들어가 자재하게 살펴보다가, 선근이 성숙된 중생이 있으면 곧 물어다가 보리 언덕에 두는 것이라든지, 또 장사치들처럼 일체지의 보배 섬에 들어가서 여래의 십력의 지혜 보배를 찾는 일이라든지, 또 고기잡이처럼 온갖 힘을 갖추어 정법의 그물을 가지고 나고 죽는 바다에 들어가서 중생을 건지는 일이라든지, 마치 아수라왕처럼 삼계안의 모든 번뇌 바다를 뒤흔들고 중생들로 하여금 필경에 고요하게 하는 일이라든지, 해가 허공에 뜨는 것처럼 탐애의 흙탕물에 비치어 마르게 하는 일이라든지, 보름달이 허공에 뜨듯이 교화 받을 이로 하여금 마음 꽃이 피게 하는 일이라든지, 땅덩이가 평등한 것처럼 한량없는 중생이 그 위에 살면서 밤낮 밟아도 분별하는 마음이 없고 모든 선근의 싹을 기르는 일이라든지, 맹렬한 바람이 향하는 곳에 걸림이 없는 것처럼 모든 사견의 큰 나무를 뽑아 버리고 모든 생사의 동산을 부서뜨리는 일이라든지, 전륜왕과 같이 세간에 다니면서 사섭(四攝)의 일로 중생들을 거두는 일 따위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을 말하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도살라(都薩羅)성이 있고, 그 성중에 출가한 외도가 있으니 이름이 변행(徧行)이요.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선재동자는 부동 우바이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29. 변행 외도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부동 우바이한테서 법문을 듣고 전심으로 생각하여 그의 가르침, 그의 지도, 그의 설명, 그의 찬탄과 그의 광명에 비치었던 것을 따라서 희유한 마음을 내며, 생각하고 관찰하고 모두 닦아 익히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갔다.
나라와 도시와 거리와 마을을 수없이 지나면서 도살라성까지 이르러, 해가 질 무렵에 그 성 안에 들어가니, 시가와 상점과 골목이 사통오달 하였는데, 이곳저곳 다니면서 변행 외도를 찾았다. 높은 등성이에 올라가서 멀리 살펴보니 성의 동북쪽에 묘길상(妙吉祥)이란 큰 산이 있었다.
선재동자는 한밤중에 그 산꼭대기에 찬란한 빛이 있어, 봉우리가 뾰죽뾰죽하고 바윗돌이 둘러선 것과 나무와 숲들이 환하게 비치며 성 안에까지 비치는 것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듯함을 보고 크게 환희하며 여기서 선지식을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곧 성문을 나와서 바른 생각으로 살펴보면서 산에 올라가 서서 생각도 하고 멀리 바라보기도 하다가 그 외도가 산의 평탄한 곳에서 거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몸매가 원만하고 위엄과 광채가 환하게 비치며 길상한 복덕의 광명이 불더미보다 밝아서, 십천의 범천의 무리에게 둘러싸인 대범천왕으로도 따를 수가 없었다.
선재동자는 곧 그 앞에 나아가서 외도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을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변행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시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보살의 수행을 묻는구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온갖 곳에 이르러서 보살의 행을 따라 행하는 데 머물렀고, 온갖 세간을 골고루 살피되 장애가 없는 삼매문을 성취하였고,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고, 여러 문으로 법계의 짬에 이르는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여, 이러한 모든 지혜의 광명을 따라 행하기를 원만히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곳에서 가지가지 형색과 가지가지 모양과 가지가지 나고 죽음과 가지가지 알고 행함과 가지가지 믿고 좋아하는 모든 갈래의 중생, 가령 하늘 갈래·용왕 갈래·야차 갈래·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지옥·축생·염라왕 세계·사람인 듯 아닌 듯한 모든 갈래들로서, 혹 여러 가지 소견을 가졌거나 이승(二乘)을 믿거나 대승의 도를 좋아하거나, 이러한 모든 중생들 가운데서 나는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지혜와 가지가지 교화와 가지가지 조복으로 평등하게 이익하여 모두 원만하게 하였소.
곧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기능과 예술을 연설하여 중생을 이익하며, 혹은 금강처럼 굳어서 무명을 깨뜨리는 다라니 지혜를 연설하며, 혹은 사섭(四攝)의 방편으로 중생을 거두어 주는 일을 연설하여 일체지의 길을 친근하게 하며, 혹은 바라밀을 연설하여 보여 주고 찬탄하여 일체지의 자리[位]로 회향케 하며, 혹은 보리심 내는 것을 칭찬하여 위없는 보리를 잃지 않게 하였소.
또 모든 보살의 행을 칭찬하여 부처님 세계를 깨끗케 하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소원을 만족케 하며, 혹은 나쁜 짓을 하였으므로 지옥 따위에서 가지가지 고통 받는 일을 연설하여 좋지 못한 일에 싫증을 내게 하며, 혹은 부처님께 공양하여 부처님 선근 종자를 심으면 결정코 일체지의 과보를 얻는다고 연설하여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혹은 모든 여래·응·정등각의 갖추신 공덕을 찬탄하여 그로 하여금 부처님 몸을 좋아하고 일체지를 구족하게 하며, 혹은 부처님의 위덕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부수어지지 않는 몸 얻기를 원하게 하며, 혹은 부처님의 자재한 몸을 찬탄하여 가리울 수 없는 여래의 큰 위덕을 구하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또 이 도살라성에서 여러 곳에 있는 모든 족성의 남자나 여자들 가운데서, 좋은 방편으로 그들과 같은 모양을 나타내며,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성으로 가지가지 차별된 법을 말하면, 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디서 온 줄을 모르면서도, 법을 듣고는 이치대로 닦아 행하여 진실한 이치를 깨닫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이 도살라성에서 중생을 이익케 하듯이 염부제의 여러 도시나 마을에 사는 중생들에게도 역시 그렇게 이익되게 하였소. 선남자여, 염부제안에 있는 96종 무리들이 제각기 다른 소견으로 고집하는 것을, 내가 그 가운데서 방편으로 조복하여 그들로 하여금 고집하는 소견을 버리게 하였으며, 이 염부제의 여러 곳에서 하는 것같이 다른 세 천하에서도 그렇게 하였으며, 이 사천하와 소천 세계·중천 세계·대천 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도 그렇게 하였으며,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하듯이, 한량없는 시방세계의 모든 지방에 사는 여러 부류의 중생들에게도 그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서,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법문과 가지가지 이치와 가지가지 바른 행동과 가지가지 사업으로, 가지가지 육신과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말로 법문을 연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곳에 이르러서 보살의 행을 따라 행하는 것을 알 뿐이요, 저 보살마하살들이 중생으로 더불어 차별 없는 몸을 얻으며 모든 중생의 수효와 같은 삼매를 얻고서, 변화하는 몸으로 여러 갈래에 두루 들어가고, 온갖 곳에 일부러 태어나서 깨끗한 광명으로 법계에 두루 비치면 보는 이들이 모두 이익을 얻으며, 막힘이 없는 서원으로 온갖 겁에 머물면서, 제석천왕의 진주 그물처럼 같을 이 없는 행을 얻고, 항상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해 정진하며, 비록 한량없는 번뇌의 때 가운데 항상 함께 있어도 물들지 아니하며, 삼세에서 중생과 평등하며, 나라고 할 것이 없는 지혜로 두루두루 비치고, 크게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선근을 자라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행과 청정한 지혜를 말하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광박(廣博)이란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나라 이름과 같은 이름의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 향 파는 장자[香長者]가 있으니 이름은 구족우발라화(具足優癖華)요.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선재동자는 변행 외도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0. 향 파는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고, 생명을 돌아보지 않으며, 재물을 애착하지 않으며, 다섯 가지 욕락을 즐기지 아니하며, 권속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임금의 자리도 소중히 여기지 아니하고, 자재롭게 안락하여 다만 중생들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기 원하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여 청정케 하기 원하며, 모든 여래께 공양하면서 고달픈 생각이 없기 원하고, 모든 법의 참 성품을 증득하여 분명하게 나타내기 원하며, 깊고 깊은 법계를 따라서 널리 두루하기에 걸림이 없기 원하며, 모든 보살의 공덕 바다를 닦아 모으는 일에 물러나지 아니하기를 원하며, 온갖 겁 동안에 보살의 행 닦기를 원하며, 모든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널리 들어가기를 원하며, 한 삼매문에 들어가서 모든 삼매문을 나타내는 자재한 신통을 원하며, 한 부처님의 법 수레 가운데서 모든 여래의 법 수레 가지기를 원하며, 부처님의 한 털구멍 속에서 온갖 부처님을 뵈오되 싫은 마음이 없기를 원하며, 지혜의 광명을 증득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지니기 원하며, 이렇게 여러 부처님 보살의 가지신 공덕을 전심으로 구하면서, 점점 앞으로 가서 광박국에 도달하고 그 마을에 이르러, 두루 다니면서 향 파는 장자를 찾았다. 장자를 보고는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삽고,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지혜를 구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서원을 만족하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으뜸가는 색신을 깨끗이 하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을 뵈오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크고 넓은 지혜 몸을 알고자 하오며, 모든 보살의 행을 닦으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삼매를 밝히 비추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다라니에 머무르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공덕을 견고히 하려 하오며, 모든 장애를 없애 버리고 온갖 시방세계로 다니려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 온갖 일을 아는 지혜를 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노니, 저 온갖 향·온갖 사르는 향·온갖 바르는 향·온갖 가루향을 잘 알며, 이러한 향을 화합하는 법을 알고, 또 그런 향들이 나는 곳을 알며, 또 하늘 향·용의 향·야차의 향·건달바의 향·아수라의 향·가루라의 향·긴나라의 향·마후라가의 향·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향을 잘 알며, 또 모든 병을 치료하는 향·모든 악을 끊는 향·근심 걱정을 없애는 향·사랑에 물드는 향·번뇌를 늘게 하는 향·번뇌를 소멸하는 향·하염있는 법을 즐기는 향·하염있는 것을 싫어하여 여의는 향·모든 교만과 방일함을 버리는 향·법문 듣고 기뻐하는 향·마음 내어 염불하는 향·법문을 증득하는 향·성현들이 소용하는 향·모든 보살의 차별한 향·모든 보살 지위의 향, 이와 같은 모든 향과 그 조화하는 법을 잘 알며, 모양이 생겨나는 일·깨끗하고 편안한 방편 경계를 나타내는 일·위력과 작용이 생겨나는 근본·곳과 때를 따라 종류가 제각기 다른 일 따위를 내가 모두 잘 아오.
선남자여, 인간 세상 용장(龍藏)이란 향이 있으니 용들이 싸울 때에 생기는 것으로서, 참깨 낱알만한데, 하나만 살라도 큰 향기 불꽃 구름을 일으키어 마치 제석천궁의 진주 그물처럼 도성을 뒤덮고 이레 동안 향 비를 내리며, 그 향 비에 몸이 젖으면 몸이 금빛이 되고, 옷에 묻으면 옷이 변하여 구소마꽃 빛이 되고, 바람에 불려 궁전에 들어가면 온갖 대(臺)와 궁전과 누각과 전당과 방사 들이 모두 구소마꽃 빛으로 변하고, 중생이 그 향기를 맡으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기쁜 마음이 가득하고 몸과 마음이 쾌락하며, 뜨거운 생각이 서늘하여져서 모든 병이 소멸되고, 여러 가지 번뇌가 침노하지 못하며, 근심 걱정이 없어져서 놀라지 않고 두렵지 않고, 아득하지 않고, 혼란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대하여 마음이 깨끗하여지나니, 내가 이런 것을 알고 알맞게 법을 말하여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마라야(滅耶)산에서 나는 전단향의 이름을 우두(牛頭)라 하는데, 그 향을 몸에 바르면 불구렁에 들어가도 타지 아니하오. 선남자여, 또 바다 가운데 향이 있으니 이름을 더 나을 이 없음[無能勝]이라 하며, 그 향을 북이나 소라에 발라 치거나 불면 그 소리가 들리는 대로 적군이 물러가는 것이오.
선남자여, 아나바달다[阿那婆澾多]못 가에 침향이 나는데, 이름을 연화장(蓮嬅藏)이라 하며, 삼씨만한데, 하나만 살라도 훌륭한 향기가 염부제에 두루 풍기어 중생이 맡으면 모든 죄가 소멸되고 계행이 깨끗하여지는 것이오. 선남자여, 설산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구족명상(具足名相)이며, 중생이 이 향기를 맡으면 그 마음이 결정코 나쁜 데 물들지 아니하고,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면 모두 때가 벗겨져 원만한 청정 삼매를 얻게 되오. 선남자여, 나찰 세계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해장(海藏)이요, 그 향은 전륜왕만이 사용하며, 하나만 살라도 그 향기가 풍기는 대로 왕과 네 가지의 군대가 모두 허공에 올라가 자재하게 다니게 되는 것이오.
선남자여, 제석천왕의 선법당(善法堂)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향성장엄(香性莊嚴)인데, 한 개만 살라도 향기가 하늘 무리에 풍기어 모두 염불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또 수야마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정장성(淨藏性)이며, 한 개만 살라도 향기가 온 하늘에 풍기어 하늘 대중들이 모두 천왕 있는 데로 모여 와서 왕이 말하는 법문을 공경하여 듣는 것이오. 선남자여, 도솔타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신도박라(信度囉)인데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 앞에서 한 개만 살라도 큰 향기 구름이 일어나 법계를 뒤덮고 모든 공양거리를 내리어서 모든 여래와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에게 공양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묘변화천(妙變化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뜻을 빼앗는 것[奪意性]인데, 한 개만 사르면 이레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장엄거리를 내리는 것이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향을 조화하는 법을 알 뿐이며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나쁜 버릇을 여의고 때 없는 향이 되어, 번뇌와 마군의 얽은 노끈을 끊고 모든 갈래에서 뛰어나, 환술 같은 지혜를 얻고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고집 없는 계율을 구족하고 고집 없는 지혜를 깨끗이 하고, 고집 없는 경계에 다니면서 온갖 곳에 집착되지 않고 마음이 평등하여 고집도 없고 의지한 데도 없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동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청정한 계행을 나타내며, 그 허물없는 업을 보이며, 그 허물없는 지혜를 드러내며, 그 물들지 않는 세 가지 업행을 분별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누각성(樓閣城)이 있고 그 성중에 뱃사공이 있으니 이름이 바시라(婆施羅)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이에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고 일심으로 그리워하면서 하직을 하고 떠났다.
31. 바시라 뱃사공을 찾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누각성을 향하면서 길을 살펴보았다. 길이 높고 낮음을 보고, 험하고 평탄함을 보고, 깨끗하고 더러움을 보고, 편안하고 위태함을 보고, 곧고 굽은 것을 살펴보고, 앞으로 걸어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마땅히 선지식을 가까이 모실 것이니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바라밀을 늘리고 훌륭히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법계에 들어가는 데 장애가 없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삿된 짓을 여의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번뇌를 소멸케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나쁜 꾀를 없애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교만을 여의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의 나쁜 가시를 빼어 주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의 나쁜 소견을 버리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일체지의 성에 이르게 하는 길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선지식에게서 모든 선한 법을 얻는 까닭이며, 선지식의 힘을 의지하여 일체지의 길을 얻는 까닭이니, 선지식은 참으로 뵈옵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운 것이로다.’
선지식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고 부지런히 구하면서 앞으로 향하여 가다가 그 성에 다다라 그 사공을 보니, 사공은 성문 밖 바닷가에서 백천 명의 장사치들에게 둘러싸여 바다의 법을 연설하면서, 방편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것을 보고 곧 앞에 나아가 사공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사공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큰 지혜를 낼 원인과 모든 나고 죽는 고통을 끊어 버릴 원인과 일체지의 보배섬에 갈 원인과 부수어지지 않고 대승에 나아갈 원인과 이승(二乘)들의 나고 죽는 두려움을 멀리 여읠 원인과 모든 삼매에 들어 지혜를 낼 원인과 보살의 세밀한 행을 두루 행할 원인과 서원의 큰 수레를 타고 보살의 행인 청정한 길에 다닐 원인과 보살의 행으로써 깨뜨릴 수 없는 지혜의 깨끗한 길을 장엄할 원인과 모든 시방 부처님의 막힘이 없는 청정한 길을 관찰하는 원인과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에 빨리 들어갈 청정한 길의 원인을 묻는구려.
선남자여, 나는 해안의 누각성에 있으면서 보살의 큰 자비 짐대행을 깨끗하게 닦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염부제 안에 있는 가난한 중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가지가지 행을 닦고서 그 소원을 따라 모두 만족케 하노라. 먼저 세상의 보배와 음식을 주어 그의 뜻을 만족케 하고, 다시 법의 재물을 베풀어 기쁘게 한 뒤에, 그로 하여금 복덕의 행을 닦게 하며, 지혜의 도를 내게 하며, 선근의 힘을 늘게 하며,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며, 보리의 원을 깨끗하게 하며, 대비의 힘을 굳게 하며, 나고 죽는 일을 없애는 도를 닦게 하며, 나고 죽음을 버리지 않는 행을 일으키어 중생의 바다를 거두어 주게 하며, 공덕의 바다를 닦게 하며, 모든 법의 바다를 비추게 하며, 모든 부처님 바다를 보게 하며, 온갖 지혜[種智]의 바다에 들어가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여기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애를 쓰고, 이렇게 부지런히 구하고, 이렇게 이익케 하며, 이렇게 모든 중생을 편안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모든 보배섬·모든 보배 있는 곳·모든 보배의 성품·모든 보배의 근본·모든 보배의 종자·모든 보배의 종류를 알며, 나는 또 모든 보배를 깨끗이 하며, 모든 보배를 깨끗이 캐며, 모든 보배를 내며, 모든 보배를 만들며, 모든 보배의 그릇·모든 보배의 소용·모든 보배의 경계·모든 보배의 광명을 잘 알며, 나는 또 모든 용의 궁전·모든 야차의 궁전·모든 나찰의 궁전·모든 부다(部多)의 궁전 따위의 모든 차별이 있는 데를 잘 알아 모두 회피하고 화난을 면하며, 또 바다의 소용돌이·옅은 데·깊은 데·파도가 험한 데·먼 데·가까운 데·물빛이 좋고 나쁜 데 따위의 같지 아니한 것을 잘 알며, 해와 달과 별들과 28수들이 돌아다니는 도수와 변천하는 재앙과 밤낮의 시간과 길고 짧은 시기를 잘 분별하며, 또 배를 구성하고 있는 나무나 쇠의 굳고 연약함과 기관이 껄끄럽고 미끄러움과 물이 많고 적음과 바람이 순하고 거스름과 좌로 돌고 우로 도는 데 편안하고 위태함을 잘 짐작하여, 갈 만하면 가고 그칠 만하면 그치어 이러한 여러 가지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항상 이롭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좋은 배로써 장사치들을 태우고 편안하게 길을 다니면서 고요함을 보이어 공포가 없게 하고, 다시 법문을 말하여 즐겁게 하고, 그의 욕망을 따라 보배섬으로 인도하여 모든 보배를 마음대로 가지게 하며, 뜻이 만족한 뒤에 염부제로 돌아오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큰 배를 가지고 가고 오고 하기를 옛적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한 번도 손해보거나 낭패한 적이 없으며, 중생들이 나의 몸을 보거나 나의 법문을 들은 이는 모두 나고 죽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모든 지혜 바다에 들게 하며, 반드시 모든 애욕 바다를 말리며, 지혜 빛으로 삼세의 바다를 비추며, 모든 중생의 고통 바다를 끝내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깨끗이 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빨리 깨끗이 꾸미며, 시방의 부처님 바다에 두루 이르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를 두루 알며, 모든 중생의 행동 바다를 분명히 알며, 모든 중생의 성품 바다를 널리 순종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큰 자비 짐대 행[大悲幢行]을 얻었으므로, 어떤 중생이나 나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같이 있으면 모두 헛되지 않게 하지만 저 보살마하살들이 나고 죽는 바다에서 잘 헤엄치면서, 모든 번뇌 바다에 물들지 아니하고 모든 잘못된 소견 바다를 버리고 모든 법의 성품 바다를 관찰하고, 사섭법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고, 일체지의 바다에 잘 머무르게 하고, 모든 중생의 고집 바다를 소멸하고, 온갖 시절 바다에 평등하게 머물며, 신통으로써 중생 바다를 제도하며, 때를 맞추어 중생 바다를 조화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낙영락(樂瓔珞)이란 성이 있고, 그 성중에 장자가 있으니 이름을 최승(最勝)이라 한다. 그대는 그 장자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뱃사공의 발에 절하고 여러 번을 돌고 공손히 우러르고 눈물을 흘리면서, 선지식을 구하는 마음이 만족하지 아니하고, 선지식에게 사모하는 마음이 늘고 더하여서 일심으로 관찰하고 하직하고 물러났다.
32. 최승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큰 사랑이 두루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크게 불쌍히 여김으로 윤택하려는 마음을 일으켜 생각하는 일이 계속되어 끊어지지 아니하였다.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게 장엄하였고, 바른 소견이 원만하여 때[垢]를 여의었으며, 평등한 법을 증득하여 높다 낮다 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일체지에 깨달아 들어갔으며, 좋지 못한 가시를 뽑고 모든 장애를 소멸하였으며, 깊고 깊은 깨달은 법의 성품을 분명히 알고 굳건히 정진함으로 담과 해자를 삼았다. 헤아릴 수 없는 삼매로 동산을 삼고 지혜의 햇빛으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며, 방편의 바람으로 지혜의 꽃을 피게 하여 크고 넓은 서원이 법계에 가득하고 마음은 언제나 일체지의 성중에 들어가서 이렇게 보살의 도를 구하면서, 차츰차츰 나아가 낙영락성에 다다랐다.
그 성중에서 최승(最勝) 장자를 찾다가,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짐대 걱정 없는 숲[大莊嚴幢無憂林]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량없는 장사치와 백천의 장자들에게 호위되어, 인간의 가지가지 사무를 판단하고 세상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하여, 교만한 소견과 나다 내 것이라는 고집을 버리고, 쌓아 놓은 재물과 권속을 버리며, 간탐과 질투와 모든 의심을 없애고, 마음이 깨끗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어졌고, 깨끗한 믿음을 얻어 부처님 뵈옵기를 좋아하며, 부처님의 법을 받아 가지고 보살의 힘을 내고,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보살의 삼매에 들어가 보살의 지혜를 얻고, 보살의 바른 생각에 있으면서 보살의 즐거움을 늘리며,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그 앞에 나아가 몸을 땅에 엎드려 그의 발에 예배하고 얼마 뒤에 일어나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보살의 훌륭한 행을 전력으로 구하옵나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오리까? 닦고 배우는 시절을 따라 항상 모든 중생을 교화 제도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항상 모든 부처님 법을 들으며, 항상 모든 부처님 법에 머물며, 항상 모든 법문에 들어가며, 온갖 세계에 들어가서 보살의 행을 배우며, 항상 오랜 세월에 있으면서 보살의 도를 닦아도 만족한 마음이 없으며, 모든 여래의 신력을 알며, 모든 여래의 호념함을 얻으며, 모든 여래의 지혜에 들어가오리까?”
때에 그 장자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과 자체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지음도 없고 머무름도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무엇을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계에 있는 모든 중생, 이른바 모든 33천, 모든 수야마천, 모든 도솔타천, 모든 낙변화천, 모든 타화자재천, 모든 마왕천과 다른 모든 욕계천에 사는 여러 종류의 권속인 하늘·용·야차·나찰·구반다·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과 사람 아닌 것 따위와 마을과 도시의 여러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그들의 분수에 맞추어 법문을 말하여 주어, 법답지 아니한 것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없애고 분한 생각을 그치고 원한 맺힌 것을 깨뜨리고 속박된 것을 풀고, 감옥에서 나와서 공포를 면하며, 살생하는 일을 끊게 하며, 내지 잘못된 소견과 온갖 나쁜 짓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모두 금지하고, 그들로 하여금 모든 착한 일을 따라 행하고, 하여야 할 일을 닦아 행하게 하며, 모든 기능과 예술을 배워서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논란을 분별하여 그들의 마땅함을 따라서 즐거운 마음을 내고 점점 성숙하여 수순케 하고, 모든 외도들에게는 훌륭한 지혜를 말하여 주어 모든 소견을 끊어 버리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게 하노라.
또 욕계에서 하는 것처럼 색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이러한 법을 말하며,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같이 내지 시방의 열 갑절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세계 가운데서도 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하노라. 곧 부처님 법·보살의 법·성문의 법·독각의 법을 말하기도 하며, 지옥 갈래를 말하고 지옥 중생들의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축생 갈래를 말하고 축생들의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염라왕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 세계에서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염라왕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천상 세계를 말하고 천상에서 쾌락 받는 차별을 말하고 천상에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 세계를 말하고 인간에서 고통 받고 쾌락 받는 차별을 말하고 인간에 가는 길을 말하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여러 세간의 모이고 흩어지고 더럽고 깨끗함을 말하는 것은, 보살의 공덕을 나타내려 함이며, 나고 죽고 하는 근심을 여의게 하려 함이며, 부처님들의 공덕을 알게 하려 함이며, 모든 갈래에 태어남을 알게 하려 함이며, 걸림없는 법을 알게 하려 함이며, 지혜의 광명을 드러내려 함이며, 고통과 쾌락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 함이며, 고집[相]이 없는 문에 들어감을 나타내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집[想著]을 버리게 하려 함이며, 부처님의 의지할 데 없는 법을 증득케 하려 함이며, 번뇌와 업을 영원히 소멸케 하려 함이며, 부처님의 청정한 법 수레를 운전케 하려 함이므로, 내가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과 자체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지음도 없고 머무름도 없는 신통의 힘을 알았을 뿐이노라. 저 보살마하살의 자재한 모든 신통을 구족하여 모든 부처 세계로 두루 다니면서 보안(普眼)의 지위를 얻으며, 깨끗한 귀에 머물러 있으면서 온갖 음성과 말을 들으며, 널리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고 용맹하기 비길 데 없으며, 모든 다툼을 여의고 길고 넓은 혀로 평등한 소리를 내며, 몸매가 묘하고 훌륭하여 보살들과 같고 여래들과 더불어 필경에 다르지 아니하며, 지혜 몸이 넓고 커서 삼세에 두루 들어가되 경계가 끝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의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가없는 강[無邊際河]이요, 그 나라에 갈릉가숲이란 성이 있고 그 성에 사자빈신(師子頻申) 비구니가 있으니,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최승(最勝)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르며 일심으로 그리워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33. 사자빈신 비구니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 가없는 강 나라의 갈릉가숲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사자빈신 비구니를 물었다. 여러 사람들은 대답했다.
“선남자여, 그 비구니는 승광(勝光) 임금이 보시한 햇빛 동산에서 법문을 말하여 그지없는 중생을 이익케 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그 동산에 나아가 살펴보았다. 동산 가운데 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보름달[滿月]이요, 모양은 누각 같고 드높고 크고 장엄하였으며, 큰 광명이 나와 한 유순까지 비치었다. 또 잎새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덮음[普覆]이라, 모양은 일산 같고 검푸른 광명이 두루 비치었고, 또 꽃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화장(華藏)이라, 모양이 높고 깨끗하여 설산과 같으며, 모든 꽃비를 내려 흐르는 향물처럼 향기를 두루 풍기어 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도리천의 기쁜 동산에 있는 파리질다라 나무와 같고, 또 과일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늘 익음[常熱]이라 모양은 금산 같고, 맛은 감로 같아서 만만하고 향기롭고 아름다우며 항상 광명을 놓고 많은 과일들이 구비되었으며, 또 마니보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장(毘盧遮那藏)이라, 모양이 비길 데 없음이 묘고산 같고, 심왕 마니보배가 가장 위에 있으며, 아승기 빛깔 마니보배가 두루 장엄하고 전단 마니로 과일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진주 그물이 위에 덮었으며, 또 화만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하늘 보배[天寶]라, 항상 보배 영락과 화만이 나오며 여의주 꽃이 피어 빛나고 마니보배 노다지가 그 밑에 쌓여 뿌리가 되었으며, 또 의복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깨끗케 함[能淸淨]이라, 항상 여러 가지 빛 보배 옷을 내어 나뭇가지에 드리워 아름답게 꾸몄다.
또 노래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기쁨[歡喜]이라, 아름다운 음악이 나와 하늘 풍류보다 지나가며, 또 향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장엄[徧莊嚴]이라, 항상 묘한 향기를 풍겨 온 동산에 가득하며, 또 가지가지 못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장엄하고, 들어가는 길목은 여러 보배로 꾸미었고 각색 마니로 난간이 되었으며, 전단향 가루가 가운데 가득하고, 아름다운 금모래가 바닥에 깔렸고 팔공덕수가 맑게 넘쳐흐르며, 우발라화·파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들이 위에 덮이고 첨박가꽃·아제목다가꽃·파리사가꽃·만다라꽃·마하만다라꽃 따위의 여러 가지 꽃이 언덕에 줄지어 심어졌으며, 여러 새들이 번갈아 노래하는데 그 소리가 화평하고 아름다왔다.
또 가지가지 하늘 보배로 아름답게 장엄한 나무가 동산 안에 간 데마다 줄지어 섰고, 그 나무 아래는 각각 보배로 된 사자좌가 놓였는데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훌륭한 보배로 장엄하고, 하늘 옷을 깔고 좋은 향을 풍기고 비단 깃발을 달고 보배 휘장을 두르고 염부단금 그물로 위에 덮었는데, 보배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떤 나무 아래는 연화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향왕마니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용과 코끼리로 장엄한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보배 사자로 이루어진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시방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인다라 마니금강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중생의 형상으로 된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여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흰 빛 광명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았는데, 낱낱 사자좌에 제각기 보배로운 백천 사자좌가 둘려 놓였으니, 낱낱 사자좌가 모두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고 있었다.
이 큰 동산 안에는 모든 보배가 가득한 것이 마치 보배섬 같으며, 보배 옷이 땅에 깔리어 장엄하였으니, 부드럽고 아름답기가 가린가(迦隣迦) 옷과 같아 밟으면 발이 잠기었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오며, 오리·기러기·원앙·두루미·공작·구지라 따위의 이상한 새들이 자재로이 날아다니며 서로 보고 화평하게 노래하며, 전단 나무들이 대문 곁에 섰는데, 잎이 무성하고 줄기가 높이 솟아 그림자가 녹음을 이루고 가지각색으로 장엄하였으며, 가지가지 꽃 나무에서는 항상 아름다운 꽃이 내리어 제석천왕의 꽃동산보다 더하였다. 그리고 비길 데 없는 향기가 여러 곳에 풍기며,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흘러가 천상과 인간에 널리 퍼지며, 모든 누각들을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훌륭한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여 제석천궁의 선법당보다 지나갔다. 모든 노래 나무에서는 하늘 음악을 잡히고 가지가지 악기가 가지마다 달렸으니, 피리·저·공후·비파·퉁소·거문고 따위들이 타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소리가 나서, 듣는 이가 기뻐하여 모든 애착을 여의게 되며, 다라 나무에는 좋은 풍경을 달아 바람이 불적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자재천의 선구(善口)천녀 같으며, 여의 나무에서는 많은 보배 옷을 내는데, 천상의 겁파(劫波) 옷 같은 것이 갈피갈피 드리워 아름답게 꾸몄으매 한량없는 빛이 바다와 같으며, 백천 누각에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것이 도리천의 제석궁전과 방불하고, 보배 일산으로 덮은 것은 묘고산과 같고 범천왕의 궁전과 같아서 현란한 광채가 널리 비치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동산을 보니 한량없는 공덕과 가지가지 장엄이 모두 이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업으로 이루어지고 세상에서 뛰어난 선근으로 성취된 것이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 생긴 것이며, 청정한 업을 많이 닦았으므로 깨뜨릴 이가 없고 모든 세간에서 이와 같을 것이 없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사자빈신 비구니가 법이 환술 같음을 알면서도 하염있는 것을 버리지 아니하고, 크고 넓은 선한 업을 쌓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므로,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며, 외도의 잘못된 논리로는 기울어뜨릴 수 없으며, 모든 마군들로는 대적할 수 없으며, 범부의 얕은 지혜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지마는, 삼천대천세계의 하늘 사람·용왕·팔부귀중과, 한량없는 중생들이 자기가 지은 선근으로 제도를 받을 만한 이들은 모두 이 동산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조금도 비좁거나 착박하지 아니하였으니, 그 이유는 이 비구니의 헤아릴 수 없는 위력과 신통의 힘으로 된 까닭이었다.
선재동자는 이 비구니가 모든 보배 나무 아래 큰 사자좌에 두루두루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몸매는 단정하고 위의는 고요하며, 평등한 법에 머물렀으므로 동작이 부드러우며, 모든 감관이 화순함이 큰 코끼리 같고, 마음에 때가 없는 것은 깨끗한 호수와 같고, 구하는 대로 건져 주는 것은 여의주와 같고, 세상일에 물들지 않는 것은 연꽃과 같고, 마음에 두려움 없기는 사자와 같고, 깨끗한 계행을 잘 가지어서 움직일 수 없음은 수미산과 같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시원케 함은 묘향산과 같고,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없애는 것은 설산의 전단향과 같고, 중생의 보는 이가 고통이 소멸함은 묘견약(妙見藥)과 같고, 보는 이로 하여금 소원이 헛되지 않게 함은 바루나(婆樓那) 하늘과 같고 욕심을 영원히 여읜 것은 대범천왕 같고, 중생의 마음을 깨끗하게 함은 물 맑히는 구슬과 같고, 모든 선한 것을 자라게 함은 좋은 밭과 같고, 삼업이 자재하기는 여래와 같았다.
비구니가 앉은 낱낱의 사자좌마다 모인 대중이 같지 아니하고, 연설하는 법문도 제각기 달랐다, 어떤 사자좌에는 정거천 대중이 둘러앉았는데 마혜수라천왕이 으뜸이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법[無盡法相] 해탈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범천 대중이 둘러앉았는데 묘광명 범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여러 가지 차별한 깨끗한 음성 바퀴[普門差別淸淨言音輪]요, 어떤 사자좌에는 타화자재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앉았는데 자재전천왕(自在轉天王)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보살의 깨끗한 마음으로 자재하게 장엄함[菩薩淸淨心自在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묘변화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앉았는데 낙변화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묘한 법으로 깨끗이 장엄하는 문[妙法淸淨莊嚴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도솔타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도솔타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자기 마음 광이 도는 것 [自心藏旋轉]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수야마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았는데 수야마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함[普徧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33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앉았는데 제석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싫증나서 떠남[厭離門]이었다.
어떤 사자좌에는 백광명용왕·난타용왕·우바난타용왕·마나사용왕·이라발타용왕·아나바달다용왕 들의 용자와 용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사가라용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경계의 광명으로 장엄함[佛境界光明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야차 무리의 동남·동녀들이 둘러앉았는데 비사문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중생을 구호하는 광[救護衆生藏]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건달바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앉았는데 지국(持國) 건달바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즐거운 법비를 내림[雨無盡大歡喜法雨]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아수라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앉았는데 라후 아수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법계를 빨리 장엄하는 지혜문[速病莊嚴法界智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가루라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앉았는데 대력용지(大力勇持) 가루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삼계의 바다를 놀라게 함[怖動諸有海]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긴나라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앉았는데 대수(大樹) 긴나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행인 광명문[佛行光明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마후라가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앉았는데 암라림분노(菴羅林忿怒) 마후라가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뵈옵고 즐거운 마음 내는 것[出生見佛歡喜心]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무수한 백천 남자·여인·총각·아가씨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행동[殊勝行]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나찰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앉았는데 정기를 빨아먹는 대수(大樹) 나찰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자비심을 냄[發生慈悲心]이었다.
또 어떤 사자좌에는 성문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앉았는데 이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지혜의 위력 큰 광명[勝智威力大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독각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공덕 넓고 큰 광명[佛功德廣大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대승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 삼매의 지혜 광명[普門三昧智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초지(初地)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모든 부처님의 원력더미 삼매[一切諸佛大願聚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이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때 없는 바퀴 삼매[無垢輪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삼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크게 고요한 장엄 삼매[大寂靜莊嚴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사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모든 지혜를 빨리 내게 하는 경계 삼매[速疾出生一切智境界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오지 보살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묘한 화장 삼매[妙華藏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육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비로자나장 삼매(毘盧遮那藏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칠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한 땅 삼매[普徧莊嚴地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팔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법계의 경계에 아득하게 몸을 나타내는 삼매[普徧法界境界化現身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구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얻는 것 없는 지혜로 장엄한 삼매[無所得力智莊嚴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십지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걸림없는 바퀴 삼매[無障礙輪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금강저 쥔 보살들이 둘러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금강 지혜 나라연으로 장엄한 삼매[金剛智那羅延莊嚴三昧]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런 대중들이 가지가지로 태어나고, 가지가지 사는 곳에서 가지가지 몸매와 가지가지 권속들로서 이미 성숙하고 이미 조복되어, 법그릇 될 만한 이들이 모두 이 동산에 들어와서 제각기 나무 아래에 둘러앉았을 때, 사자빈신 비구니가 그들에게 마땅한 가지가지 마음·가지가지 욕망·가지가지 믿음대로 그 낫고 못한 차별을 따라 알맞는 법문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함을 보았다.
왜냐하면 이 비구니가 넓은 눈을 벌려서 얻은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불법을 연설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법계의 차별한 짬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장애를 부수는 수레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중생의 선한 마음을 자라게 하는 반야바라밀문과 훌륭하게 장엄하는 반야바라밀문과 걸림없는 진실한 광 반야바라밀문과 법계가 원만한 반야바라밀문과 깨끗한 마음 광반야바라밀문과 가지가지 말을 두루두루 내는 신통장 반야바라밀문 등을 얻었기 때문이며, 이 열 가지 반야바라밀문이 으뜸이 되어, 이러한 무수 백만 아승기 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갔으며, 이 햇빛 동산에 있는 모든 보살과 중생들의 보는 경계와 듣는 법문이 제각기 다르고 깨달아 아는 것이 같지 않지만, 모두 이 사자빈신 비구니가 처음부터 마음을 내도록 권하고 법문을 말하여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한 것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의 이러한 동산과 숲·이러한 사자좌·이렇게 거닐음·이러한 대중·이러한 위의·이렇게 자재함·이러한 여러 몸·이렇게 두려움 없음·이러한 신통의 힘·이러한 변재·이러한 장엄을 보았고, 또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법문을 듣고는,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오체(五體)를 땅에 엎드리고 공경하여 예배하고 합장하고 생각하기를 '내가 이 비구니를 오른쪽으로 수없이 백천만 번을 돌겠다’ 하였더니, 그 때에 비구니가 광명을 놓아 동산과 여러 대중에게 비추었다.
선재동자는 자기 몸이 온갖 곳 낱낱 사자좌에 앉은 비구니에게 두루 이르러 낱낱이 백천만 번을 도는 것을 보았다. 다 돌고 나서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할 줄을 알지 못하옵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비구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문[滅除一切微細分別門]이로다.”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째서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문이라 이름합니까?”
“선남자여, 이 해탈문은 잠깐 동안에 삼세의 온갖 법을 두루 비추며, 근본 성품의 지혜 광명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지혜 광명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나는 이 지혜 광명문에 들어갔을 적에 자재하게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으며, 이 삼매왕을 얻은 까닭으로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나타내어, 시방 여러 세계의 도솔타천궁에 계시는 일생보처 보살들께 나아가며, 낱낱 보살의 앞에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장 훌륭한 공양을 지었노라. 이른바 천왕의 몸, 용왕의 몸, 야차왕의 몸으로 내지 인간 왕의 몸을 나타내고, 제각기 손마다 가지각색 꽃 구름·가지각색 화만 구름·사르는 향·바르는 향·가루 향과 의복·영락·짐대·깃발·비단 일산·보배 그물·보배 휘장·보배 광·보배 등과 내지 모든 장엄거리 구름을 받들어 공양하며, 도솔타천궁에 계시는 일생보처 보살께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고 가지가지로 공양하듯이, 그와 같이 염부제로 내려오시고, 태중에 들고, 태중에 머무르고, 태에서 탄생하고, 집에 계시고, 집을 떠나고, 도량에 나아가고, 정각을 이루고 법 수레를 운전하고, 열반에 들며, 또 그러하는 중간에 천궁에 계시거나, 용궁에 계시거나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궁전에 계시거나 저러한 모든 부처님 계시는 데서 모두 그렇게 공양하였노라. 만일 어떤 중생이나 내가 이렇게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듣고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줄을 아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할 것이며, 어떤 중생이나 나에게 오면, 내가 모두 가르쳐 지도하고 반야바라밀 법문을 말하여 주리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을 볼 적에 중생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지혜 눈으로 밝게 보는 까닭이며, 말을 들을 적에 말의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마음에 고집이 없는 까닭이며, 모든 여래를 뵈올 적에 여래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지혜로 법신을 아는 까닭이며,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맡아 가지지마는 법 수레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법의 성품을 깨달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온갖 법을 두루 알지마는 법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법이 환술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것만을 알고, 일체지인 보살의 해탈문을 성취하였을 뿐이노라. 저 보살마하살의 분별없는 마음으로 온갖 법을 모두 알고, 단정히 앉은 한 몸이 법계에 가득하며, 한 몸 안에 모든 부처 세계를 거두어 가짐을 나타내고,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두루 나아가며, 한 몸 안에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나타내고, 한 터럭으로 말할 수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를 모두 들며, 자기의 한 털구멍 속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가 생기고 부서지는 것을 나타내고,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들과 함께 있고,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겁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잠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이 험난(險難)이요, 그 마을에 보장엄성(寶莊嚴城)이 있고, 그 성에 아씨가 있으니 이름은 벌소밀다(代蘇蜜多)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34. 벌소밀다 아씨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지혜의 광명이 비치어 마음이 열리고 일체지의 지혜[一切智智]를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법의 성품을 순종하고, 모든 중생의 음성 다라니문을 견고하게 알고, 모든 여래의 법 수레 다라니문을 받아 지니고, 모든 중생의 의지가 될 만한 불쌍히 여기는 힘을 얻었으며, 온갖 법의 이치를 관찰하는 광명문을 얻고, 빨리 법계를 원만하게 하는 수레를 얻고, 큰 서원을 깨끗이 하는 수레를 얻고, 시방의 모든 법을 널리 비치는 지혜 광명을 얻고, 모든 세계를 두루 장엄하는 자재한 힘을 얻고, 모든 보살을 거두어 지니는 신통의 지혜를 얻고, 모든 보살을 일으키는 원만한 서원을 얻고는, 차츰차츰 앞으로 가다가 험난국 보장엄성에 다다라, 여러 곳으로 다니며 벌소밀다 아씨를 물었다. 성중에 사는 사람들은 이 아씨의 공덕과 지혜와 훌륭한 방편과 머물러 있는 경계가 비밀하고 깊은 줄을 모르고, 이렇게들 생각하였다.
'이 동자는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얌전하며, 지혜가 명철하여 방탕한 기색이 없고, 마음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앞길만을 자세히 살피며 게으른 마음이나 집착함이 없다. 눈도 깜박이지 않으며 뜻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마음은 깊고 너그러워 바다와 같으니, 이 벌소밀다에게 애착하거나 잘못된 생각이 있지 아니할 것이며, 예쁘다는 생각이나 탐욕의 생각도 내지 아니할 것이고, 이 여자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하지도 아니하였을 것이며, 또 이 동자가 마군의 행동을 하지도 않고 마군의 경계에 홀리지도 않고 음욕에 빠지지도 않고 마군의 속박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며, 하지 아니할 일을 짓지도 아니하였을 터인데, 무슨 일로 이 여자를 찾을까?’
그 가운데 이 아씨가 훌륭한 공덕을 가졌고 깊은 지혜를 갖춘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합니다. 잘 왔노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벌소밀다 아씨를 찾으니, 그대는 벌써 크고 좋은 이익을 얻은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결정코 부처님의 묘한 결과를 구하는 것이요, 모든 중생의 의지가 되려는 것이요, 모든 중생의 탐욕의 화살을 뽑으려는 것이요, 모든 중생의 여색에 대한 예쁘다는 생각을 깨뜨리려는 것이요, 모든 여래의 법계에 두루 한 공덕의 비를 주려는 것이오. 선남자여, 벌소밀다 아씨는 이 성 안의 시장거리 북쪽에 자리잡은 자기의 집에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며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면서 그 집으로 향해 갔다. 그 문 앞에 이르러 살펴보니, 집이 크고 화려하며 보배 담과 보배 나무와 보배 해자[]가 모두 열 겹씩 둘리었고, 해자 가운데는 향물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다. 보배로 된 하늘 꽃인 우발라화·파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가 물 위에 만발하고 향기가 그윽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훌륭한 보배로 언덕을 빛나게 장식하고, 섬돌과 층층대와 난간들은 모두 여러 가지 보물로 되었고, 궁전과 누각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고, 문과 창과 바라지들이 마주 향하여 열리었으며, 그물로 덮고 풍경을 달고 짐대와 깃발을 세우고 한량없는 보배로 장엄하였다. 유리로 땅이 되고 훌륭한 보배가 사이사이 수놓였으며, 침향을 사르고 전단향을 바르고 방울을 달아서 바람을 따라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었다. 하늘 꽃을 흩어 땅 위에 널리고, 마니 등불에서는 밝은 빛이 찬란하게 비치며, 여러 가지 보물 고방은 백천이요, 열 군데의 동산과 숲으로 장엄하였으므로 나뭇가지들은 고운 꽃들이 빛을 다투어 가지각색으로 피어 그 화려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그 아씨가 방에 앉은 것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아름답고 단정하고 몸매가 원만하고 살갗은 금빛이요 눈은 샛별 같고 머리카락은 검푸르며,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몸매는 뚱뚱하지도 가늘지도 않으며, 욕계의 천상에나 인간에서는 비길 이가 없었고, 음성은 아름답고 명랑하여 범천 아씨들보다도 뛰어났다.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말을 모두 구족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글과 이치를 잘 알고 이야기가 능란하며, 환술 같은 지혜를 얻어 방편문에 들어갔으며, 여러 가지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온갖 그물로 위에 덮었으며, 머리에는 여의마니로 꾸민 훌륭한 관을 쓰고 한량없는 권속들이 공경하여 둘러앉았으니, 모두 선근을 함께 심었고 행과 원이 같으며 복과 덕을 구족하여 끝이 없었다.
이때에 아씨의 몸에서 찬란한 광명이 쏟아져 나와 온 집 안의 방들과 누각과 궁전에 비치니, 그 빛을 받는 이는 몸이 시원하고 마음이 깨끗하게 되었다.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짬을 벗어남[離貪欲際]이오. 나는 모든 중생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노니, 만일 천상 사람이 나를 볼 적에는 나는 천녀의 모양이 되어 훌륭한 광명이 비길 데 없소. 이와 같이 하여,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이 나를 볼 적에는 나도 또한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여자의 모양을 나타내는데, 그들의 형상을 따라 각각 모양이 아름다우며, 그들의 욕망대로 나를 보게 됩니다.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애욕에 얽히어, 나에게 와서 내 몸을 보고 완전히 반하여 취한 듯할 적에 내가 법문을 말하면 그는 법을 듣고 음란한 마음이 없어지고 보살의 집착이 없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나를 보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즐거운 삼매를 얻으며, 어떤 중생이 잠깐 동안 나와 더불어 말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걸림없는 묘한음성장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내 손만 잡더라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를 따라가지 않는 데 없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나의 자리에 올라앉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온갖 세간 광명을 여의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내 얼굴만 살펴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의 기지개켜는 것만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외도들을 꺾어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의 눈이 깜짝거리는 것만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부처님 경계의 광명에 머무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를 끌어안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중생을 거두어 항상 버리지 않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의 입술만 한 번 빨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모든 중생의 복덕 광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중생이 나에게 와서 나를 가까이 하는 이는, 모두 탐욕의 짬을 여의는 데 머물러 보살의 일체지 자리인 가장 좋은 해탈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벌소밀다 아씨에게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찌하여 이 해탈문을 가장 좋다 합니까?”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도 여인으로 말미암아 빨리 위없는 부처님 도를 이루지 못하며, 또 벽지불이나 아라한의 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며, 오신통을 얻은 신선도 여색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잃어 버려 짐을 메는 자[荷負者]가 되며, 하늘이 아수라와 전쟁하는 것이라든지, 머리 열 가진 나찰이 남해의 능가성을 불사르는 것이라든지, 어떤 임금은 나라를 잃어버리며, 내지 형제간에 서로 죽이는 것과 또 나쁜 갈래에 떨어질 원인을 짓고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곤궁하여 기꺼이 남의 하인이 되는 것이나, 스승이나 어른에게 순종하지 아니하며, 임금과 부모를 배반하는 따위가 모두 여인으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내가 보건대 수없는 백천 세계의 탐욕 많은 중생들이 나고 죽는 벌판에서 끝없이 바퀴돌 듯하는 것이 모두 여인으로 말미암아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이 여색을 여의면 선지식을 가까이 모실 수 있으며, 또 중생들로 하여금 탐욕을 여의고 가장 좋은 해탈 법문에 머물 수 있습니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떠한 선근을 심고 어떠한 복업을 닦아야 이렇게 가지가지 훌륭한 공덕을 자라게 할 수 있습니까?”
“선남자여, 지나간 세상에 부처님께서 나타나시니 이름이 고행(高行)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시고, 그 때 왕도는 묘문(妙門)이었소. 선남자여, 때에 그 여래께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왕도로 와서 성문의 턱을 밟으니 그 성 안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갑자기 엄청나게 넓어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며, 한량없는 광명이 서로서로 비치었고, 가지가지 보배 꽃이 흩어져서 땅에 깔리고, 하늘 음악이 한꺼번에 잡히며, 모든 하늘 사람이 허공에 가득하여 공경하고 예배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그 때에 어떤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이름이 묘지(妙旨)였소.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고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남편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크고 넓은 마음[廣大心]을 내고, 보배 돈 한푼을 부처님께 바치었더니, 부처님의 시자로 있던 문수사리동자가 나에게 법문을 말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탐욕의 짬을 여의는 해탈 법문만을 알 뿐이요, 저 보살마하살의 그지없는 좋은 방편 지혜를 성취하는 것과 복덕이 허공과 같이 엄청난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성이 있으니 저 언덕에 깨끗이 이르름[淨達彼岸]이라 하고, 거기 거사(居士)가 있으니 이름이 비슬지라(毘瑟底羅)며, 그는 항상 전단 사자좌 부처님 탑에 공양하나니, 그대는 그 거사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이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5. 비슬지라 거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벌소밀다 아씨의 탐욕의 짬을 떠난 해탈문을 듣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순종하여 생각하며 행을 닦으면서,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관찰하며, 보살의 즐거운 삼매를 생각하며, 보살의 걸림없는 음성 삼매를 살펴보며,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를 따라가지 않는 데 없는 삼매를 행하며, 보살의 온갖 세간의 광명을 여의는 삼매를 기억하며,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에 들어가며, 보살의 모든 외도들을 꺾어 굴복하는 삼매를 닦으며, 보살의 부처님 경계의 광명에 머무는 삼매를 살펴보며, 보살의 모든 중생을 거두어 항상 버리지 않는 삼매를 생각하며, 보살의 모든 중생의 복덕 광을 늘게 하는 삼매에 머무르고, 일체지를 생각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저 언덕에 이르는 성에 다다랐다. 거사의 집에 가서 그의 발에 절하며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 줄을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열반에 들지 아니함[不般涅槃際]이오. 선남자여, 나는 여래가 이미 열반에 들었다거나, 여래가 지금 열반에 든다거나, 여래가 장차 열반에 들리라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며, 나는 시방 모든 세계의 부처님 여래들이 끝끝내 열반에 들지 아니할 줄 알거니와, 다만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일부러 하는 것만은 제외합니다. 선남자여, 나는 저 전단 사자좌 여래 탑문을 열적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님의 내림이 그지없음[佛種無盡]이오. 나는 생각 생각마다 이 삼매에 들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일을 압니다.”
선재가 물었다.
“그 삼매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거사가 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에 들 때에 차례차례로 이 세계에서 여러 부처님들이 계속하여 나심을 보았으니, 곧 가섭불·구나함모니불·구류손불·비사부불·시기불·비바시불·제사불·불사불·명칭불·최승연화불 등 이런 부처님들을 으뜸으로 하여 잠깐 동안에 백 부처님을 뵈오며, 천 부처님을 뵈오며, 백천 부처님을 뵈오며, 억 부처님·백억 부처님·천억 부처님·백천억 부처님·아유다억 부처님·나유타억 부처님을 뵈오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뵈오며, 이러한 여러 부처님들을 차례차례 모두 뵈오며, 또 저 부처님들이 처음 보리심을 내고 선근을 심고 신통을 얻고 큰 원을 이루고 묘한 행을 닦고 바라밀을 구족하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청정한 법 지혜[忍]를 얻으며, 마군을 항복 받고 등정각을 이루어 세계가 깨끗하여지고 모인 대중으로 장엄하고, 큰 광명을 놓고 신통이 자재하고 사자의 외침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며, 변화하여 나타냄이 가지가지로 다르며,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일을 모두 뵈옵고, 또 공교하게 연설하는 분별없는 법문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며, 내가 모두 기억하며, 모두 관찰하며 분별하여 나타내며, 순종하여 알고 잊어 바리지 아니하고, 이와 같이 오는 세상의 미륵부처님 등 백 부처님 천 부처님·백천억 부처님으로부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과 그 부처님들이 처음 보리심을 내고 계속하여 그치지 아니하면서 믿고 이해함이 점점 깊어지고, 부처님 되기를 부지런히 구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세력이 빨리 늘어서, 모든 세간의 범부나 이승들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을 뵈오며, 또 지금 계시는 비로자나부처님과 시방의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을 뵈옵는 일도 그와 같아서, 저렇게 많은 부처님들을 내가 모두 뵈옵고, 저러한 온갖 법문을 내가 모두 듣고, 기억하여 생각하고 받아 가지어 잊어버리지 아니하며, 지혜의 힘으로 따라서 알고, 자비의 힘으로 연설하여 퍼뜨립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얻는 열반에 들지 아니하는 해탈문을 알 뿐입니다. 저 보살마하살이 한 생각의 지혜로 삼세를 모두 알며, 한 생각에 모든 삼매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지혜가 항상 마음에 비치고 온갖 법에 분별이 없고, 모든 부처님이 모두 평등한 줄을 알며, 부처님과 나와 모든 중생이 평등하여 둘이 아닌 줄을 알며, 모든 법의 성품이 깨끗하여 광명이 널리 비치어 이르지 않는 데가 없는 줄을 알며, 생각도 없고 동작도 없으면서 모든 세간에 두루 들어가며, 모든 분별을 여의고 부처님의 법 지혜에 머물러 법계의 중생을 모두 깨닫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보타락가산이 있고 거기 관자재보살이 계시니, 그대는 그 보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거사는 이렇게 가르치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바다에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산 있어
성인의 계신 데라 한없이 깨끗해
흐르는 물 구비 구비 곱게 꾸미고
꽃 나무 과일 나무 무성하였네.
거룩하고 용맹하게 중생 건지는
관자재보살님이 거기 계시니
나아가서 부처님의 공덕 물으라.
그대에게 자세하게 일러주시리.
선재동자는 거사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6. 관자재보살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거사의 가르침을 받고 순종하여 생각하며, 한결같은 마음과 올바른 생각으로 저 보살의 깊이 믿고 이해하는 광에 들었으며, 보살의 능히 따라 생각하는 힘을 얻었으며, 부처님들의 나타나는 차례를 기억하며, 부처님들의 등정각 이룸을 보며, 부처님들의 이름을 기억하여 가지며 부처님들의 증득한 법문을 관찰하며, 부처님들이 갖춘 장엄을 알며, 부처님들이 운전하는 법 수레를 믿으며, 부처님들의 지혜 빛이 비침을 생각하며, 부처님들의 평등한 삼매를 생각하며, 부처님들의 성품이 깨끗함을 알며, 부처님들의 분별없는 법을 닦으며, 부처님들의 깊고 깊은 법인(法印)에 계합하며, 부처님들의 헤아릴 수 없는 업을 지으면서, 점점 나아가 그 산에 이르러 곳곳으로 다니며 이 대보살을 찾았다.
문득 바라보니 그 산의 서쪽 산골짜기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나무숲이 우거지고 부드러운 풀이 오른쪽으로 돌아 땅에 깔리고, 가지각색 아름다운 꽃이 찬란하게 장엄하였는데, 관자재보살이 깨끗한 금강석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계셨다. 수없는 보살들이 모두 보석 위에 앉아 공경하여 둘러 있고, 그들을 위하여 지혜 광명의 자비한 법문을 연설하여 모든 중생을 거두어들이도록 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선지식에 대하여 사랑하고 소중한 생각을 가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선지식은 곧 여래이며, 선지식은 모든 법 구름이며, 선지식은 모든 공덕 광이며, 선지식은 만나기 어려우며, 선지식은 십력의 근본이며, 선지식은 그지없는 지혜의 횃불이며, 선지식은 복과 덕의 뿌리와 싹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의 문이며, 선지식은 지혜 바다의 길잡이이며, 선지식은 일체지를 모으는 데 근력하는 도구로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보살에게로 나아가니, 관자재보살은 선재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구나, 동자여,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거두어들이며, 정직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구하며, 깊고 깊은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헤아릴 수 없이 훌륭한 행을 닦아 나고 죽는 수레바퀴에서 중생을 건져 내며, 세간에서 뛰어나 비길 데 없으며, 보현의 미묘한 행이 계속하여 앞에 나타나며, 큰 서원과 깊은 마음이 원만하고 청정하였으며,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모두 받아 지니며, 선근을 쌓아 만족한 줄 모르며, 선지식을 순종하여 가르침을 어기지 아니하며, 문수사리의 공덕 지혜 바다로부터 났으며, 마음이 벌써 성숙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얻었으며, 넓고 큰 삼매의 광명을 얻고 깊고 묘한 법문을 일심으로 구하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크게 기꺼운 생각을 내며, 지혜가 깨끗하여 허공과 같으며, 자기가 먼저 분명히 알고 또 남에게 이야기하며, 여래의 지혜 광명에 편안히 머물렀으며, 모든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며, 복과 지혜의 보배 광이 저절로 오며, 일체지의 도가 속히 앞에 나타나며, 중생을 널리 살피는 마음이 게으를 줄 모르며, 대비심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도다.”
선재동자는 보살의 앞에 나아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이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염부단금의 묘한 광명을 놓으사 한량없는 빛을 가진 빛난 보배 불꽃과 용의 자재한 장엄 구름을 일으켜 선재에게 비추고, 오른손을 펴서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나.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큰마음으로 빨리 행하는 해탈문[大悲速疾行解脫門]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행으로 평등하게 중생들을 교화하며, 거두어주고 조복하기를 끊이지 아니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항상 불쌍히 여기는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여래 계신 데도 늘 있고, 모든 중생의 앞에도 늘 나타나서 교화할 수 있는 대로 이익을 주는데, 혹은 보시로 중생을 거두어 주며, 혹은 사랑하는 말[愛語]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혹은 이익한 행동[利行]을 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며, 혹은 같은 일을 하면서[同事] 중생을 거두어 주며, 가지가지 신기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빛깔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혹은 공교한 음성과 말로써 하기도 하고, 혹은 위의와 훌륭한 방편으로 하기도 하고, 혹은 법문을 말하고, 혹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그들로 하여금 깨닫고 성취하게도 하며, 혹은 가지가지 몸매와 가지가지 문벌과 가지가지 태어나는 곳과 같은 종류의 형상을 나타내어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불쌍히 여기는 행을 닦아서 모든 중생을 구호하여 모든 공포를 여의게 하려 하노니, 이른바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험난한데서 공포를 여의게 하며, 극심한 고통에서 공포를 여의게 하며, 미혹 속에서 공포를 여의게 하며, 속박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죽게 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임금과 관리에 대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가난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못살게 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나쁜 이름들에 대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죽음의 공포를 여의게 하며, 병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게을러지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캄캄한 데의 공포를 여의게 하며, 변천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원수와 만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몸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근심하고 걱정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대중의 위엄에 대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나쁜 갈래에 헤매는 공포를 여의게 하기를 원하며, 또 이 원으로 모든 중생들이 나를 생각하거나 내 이름을 일컫거나 내 몸을 보는 이는 모두 온갖 공포를 여의며, 장난을 소멸하고 바른 생각이 앞에 나타나기를 원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공포를 여의고 바른 생각에 머물게 하고, 또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서 물러나지 않게 하노라.”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 해탈문의 뜻을 다시 밝히려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잘 왔도다 몸과 마음 조복 받은 이
예배하고 칭찬하고 나를 도나니
나는 항상 이 산중에 살고 있으며
자비한 마음으로 자재하노라.
내가 여기 살고 있는 금강굴에는
가지각색 마니보배로 장엄하였고
용맹하고 자유로운 이 마음으로
나는 항상 연화좌에 앉아 있노라.
하늘들과 용왕이며 아수라 대중
긴나라와 가루라왕 나찰 무리들
이러한 권속들에 둘러싸이어
내가 항상 자비 법문 연설하나니
그대가 같을 이 없는 마음을 내고
나를 보기 위해서 찾아왔으며
지성으로 공덕 바다 얻기 위하여
공덕 쌓은 나의 발에 예배하고녀
나한테서 보살행을 배우려 하고
보현보살 참된 행원 얻으려 하니
나는 원래 용맹한 관자재로서
청정하고 깊은 자비 일으켰노라.
그물처럼 얽힌 광명 멀리 뻗치니
넓고 넓어 허공같이 맑고 깨끗해
때가 없고 둥근 팔을 드리우노니
온갖 복 묘한 모양 곱게 꾸몄네.
신심 깊은 선재동자 머리 만지며
너를 위해 일러주는 보리 법문은
한맛이요 한모양인 해탈문이니
불자여 알라, 이런 법을 내가 얻은 줄.
이 해탈문 이름은 부처님들의
불쌍하게 여기는 큰 구름이며
비밀한 지혜로써 장엄한 고방
내가 항상 부지런히 구호하노니
여러 가지 큰 서원을 항상 일으켜
중생들을 거두어서 사랑하기를
내 몸이나 다름없이 딱하게 알고
넓은 문을 항상 따라 마음 쓰노라.
그지없는 모든 고통 액난 중에서
내가 항상 중생들을 구호하므로
내 이름을 일컬으며 예배하면은
온갖 고통 한꺼번에 벗어나리라.
감옥 속에 갇히거나 오라지거나
고랑차고 붙들려서 원수 만날 때
지성으로 내 이름을 일컬으면은
모든 액난 한꺼번에 소멸되리라.
나라 법에 죄를 지어 사형하려고
날쌘 칼날 독한 화살 몸에 닿을 때
내 이름을 일컬으면 가피를 얻어
칼도 살도 이내 몸을 상치 못하리.
재물에나 명예에나 시비가 생겨
재판소에 나아가서 송사할 때에
정성으로 내 이름을 일컫는 이는
재판에서 늘 이기고 명예 높으리.
어쩌다가 일가친척 동리 사람과
친구 간에 틈이 나서 원수 되어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컫는 이는
모든 원한 풀어지고 화목하리라.
산골이나 숲 속이나 험악한 길에
도둑이나 짐승 만나 위급할 적에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나쁜 마음 절로 쉬어 무사하리라.
어떤 원수 악독한 마음을 품고
절벽에서 나를 밀어 떨어뜨려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허공중에 둥둥 떠서 상치 않으리.
어떤 원수 악독한 마음을 먹고
강물에나 불구렁에 나를 밀쳐도
내 이름만 지성으로 부를 때에는
불과 물도 이내 몸을 상치 못하리.
어떤 중생 뜻밖에 액난을 만나
모든 고통 이내 몸에 닥쳐올 때에
내 이름만 지성으로 부르게 되면
온갖 위험 벗어나서 걱정 없으리.
애매하게 남들한테 비방을 받고
없는 허물 찾아내어 원망하여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부르게 되면
이런 원한 저절로 쉬어지리라.
귀신이나 도깨비의 핍박을 받아
정신이 황홀하고 헛소리 할 때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씻은 듯이 소멸되고 걱정 없으리.
독한용과 귀신이나 허깨비에게
홀리어서 제 정신을 못차리어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꿈에라도 그런 것이 안 보이리라.
앉은뱅이 귀머거리 모든 불구들
단정하고 좋은 몸매 얻으려거든
내 이름을 지성으로 많이 불러라.
모든 소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
어떤 사람 부모에게 효성이 있어
뜻과 말씀 순종하여 어기지 않고
안락 태평 부귀영화 누리고 싶고
갖은 보물 노다지가 그지없으며
온 집안과 이웃끼리 화목하여서
옳다 글다 시비 다툼 없으려거든
지성으로 내 이름을 많이 불러라.
모든 소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
어떤 사람 이 목숨이 마친 뒤에는
삼도 팔난 나쁜 곳에 다시 안 나고
천상에나 사람 갈래 늘 태어나서
보리도를 깨끗하게 행하려거나
이 목숨이 끝난 뒤엔 정토에 나서
여러 세계 부처님을 두루 뵈옵고
시방세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깨끗하온 보살행을 닦으려거나
시방세계 부처님을 찾아다니며
훌륭하고 묘한 법문 들으려거든
지성으로 내 이름을 자꾸 불러라.
모든 소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
어쩌다가 액난 만나 걱정될 적에
밤낮으로 내 이름을 일컬으면은
내가 즉시 그 사람의 앞에 나타나
가장 좋은 의지할 곳 되어 주리라.
그 사람이 내 세계에 와서 태어나
나와 함께 보살행을 닦으려 하면
대자대비 자재하게 보는 힘으로
그네들의 모든 소원 이루어 주리.
깨끗한 정성으로 공양하거나
보배 일산 바치거나 향 사르거나
훌륭한 꽃 나의 몸에 뿌리는 이는
내 세계에 와서 나서 공양케 되리.
오탁악세(五濁惡世) 태어나서 자비심 없고
심술궂고 나쁜 업에 얽히어져서
가지각색 험한 고통 뿌리박히며
백번 천번 갖은 속박 끊임없을 때
그 중생이 온갖 고통 이기지 못해
내 이름을 칭찬하고 생각하면은
대자대비 자재하게 보는 힘으로
그네들의 모든 업장 소멸되오리.
세상 인연 다한 중생 죽게 될 적에
험악스런 죽는 모양 앞에 나타나
여러 가지 나쁜 꼴을 낱낱이 보고
정신이 황겁하여 의지 없거든
지성으로 내 이름을 자꾸 불러라.
여러 가지 험악한 꼴 다 없어지고
대자대비 자재하게 보는 힘으로
천상에나 인간 갈래 나게 되리라.
이런 일은 지난 세상 행을 닦을 때
많은 중생 건지려는 큰 서원으로
꾸준하게 나아가고 그침 없기에
그들의 온갖 소원 이루어 주네.
어떤 중생 원을 세워 내 몸 보려면
그 마음에 맞추어서 보게 해 주고
나의 법문 들을 생각 간절한 이는
그지없는 묘한 법을 듣게 되나니
모든 세계 많은 중생 마음과 행동
성품 따라 각각 차별 수가 없건만
나의 수단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모두들 보고 듣고 굴복케 하네.
대자대비 해탈문을 내가 얻은 일
시방세계 부처님이 증명커니와
그 나머지 한량없는 공덕 바다야
내 지혜론 알아 볼 수 없는 일이니
선재여 시방세계 두루 다니며
하고많은 선지식들 널리 섬기고
전심으로 부지런히 행을 닦아서
부처님들 법문 듣기 싫어 말아라.
네가 만일 법문 듣고 싫증 없으면
여러 세계 부처님들 뵈올 것이니
부처님을 뵈옵기에 싫증 없는 건
법문 듣고 만족한 맘 안 내는 까닭.
관자재보살은 이와 같은 게송을 읊어 마치고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크게 불쌍히 여기는 빠른 행 해탈문을 얻었지만, 저 보살마하살들은 보현의 모든 서원을 깨끗이 하였고 보현의 온갖 행에 머물렀느니라. 모든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온갖 삼매에 항상 들어 있고, 끝없는 겁에 항상 살았고, 끝없는 세계에 항상 이르고, 모든 여래를 항상 관찰하고, 온갖 삼세의 법들을 항상 들었고, 중생들의 모든 나쁜 짓을 쉬었고, 중생들의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고 중생들의 나고 죽는 일을 항상 끊었고, 여래의 바른 법에 늘 들어가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이때에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읊은 게송을 듣고 즐거운 마음이 몸에 가득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내고 믿는 마음이 늘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보살의 발에 절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보살의 앞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상 인간 대중들과 아수라들과
그 밖에도 하고많은 보살님들이
대성인의 깊은 지혜 바다 같다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칭찬합니다.
보살님은 여러 중생 많은 가운데
불쌍하게 여기시는 평등한 마음
한 지혜로 반연하여 구제하시니
가지가지 고통 액난 스러집니다.
보살님의 훌륭하신 신통의 힘은
땅덩어리 들고 놓기 어렵지 않고
바닷물을 한꺼번에 말릴 수 있고
큰 산을 뒤흔들어 진동케 하니
거룩하신 보살님의 크오신 이름
대자대비 관자재보살이시니
보잘것 아주 없는 나의 지혜로
어떻게 크신 공덕 찬탄하리까.
듣사온즉 보살님의 많으신 공덕
끊임없고 다함없는 자비하신 문
이 문으로 청정한 맘 일으키시어
나의 지혜 나의 변재 내게 하시네.
내가 지금 이 대중에 참여하여서
크고 넓은 용맹으로 관찰하옵고
보살님의 묘한 장엄 찬탄하오며
지성으로 공경하여 마지않노라.
대범천왕 범천중에 앉아 계실 때
거룩한 빛 모든 범천 가리우듯이
보살님의 훌륭하고 묘하신 몸매
대중 중에 계시올 제 짝할 이 없네.
보살님의 돌아보심 소와도 같고
묘한 빛깔 찬란하심 금산 같으사
크고 넓은 보리원을 구족하시고
천상 인간 사람들을 이익케 하네.
가지가지 화만으로 몸을 꾸미고
머리 위엔 황금으로 만드신 보관
깨끗하고 묘한 광명 하늘을 덮어
높은 위덕 이 세상을 뛰어나신 님
둥근 광명 무지개가 둘린 듯하고
찬란하온 겉 모양은 보름달 같고
정수리의 우뚝하심 수미산인 듯
단정하게 앉은 모습 일출과 같네.
허리에 띠신 옥대(玉帶) 찬란도 하고
훌륭한 몸매로서 광명을 놓고
이니연 사슴처럼 두루신 치마
보는 이로 기쁜 마음 내게 하시네.
좋은 몸에 가지가지 꾸미신 모양
여러 보배 모이어 된 수미산 같고
허리 위에 드리우신 아름다운 옷
여러 빛깔 자아내는 구름결인 듯
세 갈래로 드리워진 진주 영락은
임금님이 찬란하게 몸을 꾸민 듯
깨끗하온 광명으로 환히 비치니
밝은 해가 허공중에 떠다니는 듯
붉은 살빛 깨끗하기 금산과 같고
첨박가(瞻博迦) 꽃이 한데 모인 듯
흰 진주 영락으로 곱게 꾸민 것
방불할사 흰 용왕이 몸에 서린 듯
님의 손에 묘한 연꽃 들고 계시니
고운 광채 진금으로 모이어 된 듯
보배로운 유리로써 줄기가 되고
자비하신 위력으로 꽃이 피었네.
하늘 사람 연꽃보다 더 훌륭하여
찬란하게 뻗는 광명 아침 햇빛이
뚜렷하게 수미산에 나타나듯이
맑은 향기 시방으로 풍기고 있네.
나쁜 귀신 부다와 야차들이나
검은 독사 못된 사자 취한 코끼리
독한 기운 자비심을 가려 버리며
가지가지 위험하고 괴로운 일들
갖은 고통 몸에 얽혀 핍박하올 제
온갖 공포 의지할 데 없사올 적에
우리 님의 한결같은 자비심으로
평등하게 저 중생들 구해 주시네.
아름다운 금강석은 평상이 되고
엄청나게 큰 연꽃이 받들었으며
백천 가지 복덕으로 이루어진 것
가지각색 연꽃들이 둘러쌌으니
미묘한 몸의 광명 깨끗한 빛은
진실한 이치로써 이루어진 것
하늘 사람 가지가지 공양을 올려
보살님의 큰 공덕을 기리옵니다.
높은 님께 깨끗한 뜻 내게 되면은
모든 근심 두려운 맘 빨리 여의고
권속들이 쾌락하고 함께 즐기며
여러 가지 묘한 과보 원만하오리.
큰 바다의 큰 용왕이 용궁에 있고
여러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용들이
가루라란 큰 새에게 채이어 가서
잡혀먹는 많은 고통 두려워하며
어떤 중생 큰 바다에 들어갔다가
별안간에 태산 같은 풍랑 만나서
고래 떼가 몰려와서 삼키려 하면
놀랍고 무서워서 피할 길 몰라
술에 취한 코끼리 달려드는 일
가지가지 액난을 만났을 적에
지성으로 대비관음 생각하오면
걱정 말라, 이런 근심 소멸되리라.
바위로 된 험한 산에 석굴이 있고
그 굴 속이 깊고 깊어 끝이 없거든
나라 법을 범한 죄인 몸을 결박코
고랑채우고 수갑 채워 굴에 넣어도
그런 고통 받게 되는 모든 중생들
지성으로 대비관음 생각하오면
오라줄은 끊어지고 결박 풀리어
모든 근심 없어지고 안락하리라.
보살님이 자비하고 고운 손으로
염불하는 여러 중생 거둬들이어
여러 가지 액난에서 벗어 나와서
근심 없이 즐거움을 얻게 하시다.
천상 인간 법왕이고 위덕 높으신
보살님을 내가 지금 찬탄합니다.
세 가지 독한 번뇌 다 소멸되고
복과 지혜 바다처럼 가이없으리.
중생들을 조복하기 게으르지 않고
원수거나 친한 이를 모두 이롭게
보살님이 계시옵는 자금산에서
훌륭한 복과 덕을 이뤄지이다.
시방 법계 많은 세계 여러 중생의
잘못되고 사특한 맘 모두 없애고
부처님의 위없는 몸 어서 얻어서
너도 나도 보리도를 증득하고저.
이 때에 정성무이행(正性無異行)보살이 동방 허공으로부터 이 세계에 와서 철위산 꼭대기에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니, 이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변화하여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게 되었고, 몸으로는 어마어마한 광명을 놓아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과 용왕 따위의 팔부 신중과 해와 달과 별들의 빛을 가리어 그믐밤이 되게 하고, 그 광명이 지옥 갈래·아귀 갈래·축생 갈래·염라왕 세계와 여러 가지 고통 받는 중생을 비추니, 죄업은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여졌으며, 또 여러 부처님 세계에서 모든 공양거리 구름을 일으키어 가지각색 꽃과 향과 영락과 의복과 짐대와 일산 따위를 내리며, 이러한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신통의 힘으로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여러 궁전에서 몸을 나타내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모두 즐겁게 하였다. 그러한 뒤에 관자재보살 계신 데 이르니 관자재보살은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정성무이행보살이 대중이 모인 이 도량에 오신 것을 보았는가?”
“보았나이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 보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으리까 하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에게 깊고 깊은 지혜를 얻고 불쌍히 여기는 문에 들어갔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순종하고 관찰하여 고달픈 마음이 없었고, 한결같은 정성으로 관자재보살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경하여 가르침을 받들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37. 정성무이행보살을 찾다
선재동자는 정성무이행보살에게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거니와,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넓은 문 움직이지 않고 빨리감[普門不動速疾行]이니라.”
선재가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느 부처님에게서 이 해탈을 얻었사오며, 떠나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멀며, 떠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이까?”
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런 경계는 깊고 깊어 알기 어려워서 모든 세간의 천상·인간·아수라·사문·바라문 따위는 알지 못하는 것이요, 오직 보살로서 훌륭하게 정진하여 보살의 행을 갖추고 겁내거나 물러가지 아니하며, 이미 선지식의 가까이 모시어서 선지식이 거두어 주고 부처님이 염려하시며, 선근이 더욱더욱 자라고 뜻이 깨끗하며, 보살의 근기를 얻어 지혜의 눈이 있는 이라야 능히 듣고 지니고 알고 들어갈 수 있느니라.”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면 저는 부처님의 위신과 선지식의 힘을 받들어 능히 믿고 받들겠나이다.”
“선남자여, 나는 동방에 있는 길한 상서를 갖춘 광[具足吉祥藏] 세계의 보길상출생(普吉祥出生) 부처님 계신 데로부터 이 세계에 왔노라.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한테서 이 법문을 얻었고, 떠난 지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겁을 지내었는데, 낱낱의 순간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걸음을 옮겨 놓았고, 낱낱 걸음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를 지내었고, 낱낱 세계마다 내가 모두 들어가서, 가장 훌륭한 마음으로 그 부처님 계신 데 가서 아름다운 공양거리로 공양하였고, 또 모든 중생에게까지 보시하였노라. 이 공양거리는 모두 위없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만들지 않은 법으로 인정한 것이며, 부처님들이 인가한 것이며, 보살들의 찬탄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저러한 세계의 중생들을 모두 보고 그 마음과 근성을 알아서,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어 법문을 연설하기도 하고, 혹은 광명도 놓고 재물을 보시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고 이롭게 하고 성숙케 하기를 쉴새없이 하였으며, 동방에서 그렇게 한 것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서도 그렇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이 넓은 문을 움직이지 않고 빨리 가는 해탈을 얻었으므로 온갖 세계에 빨리 가지마는, 저 보살마하살의 두루 다니어서 시방세계에 못가는 데가 없으며, 지혜의 경계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으며, 그 몸이 법계에 두루 퍼져서 온갖 갈래에 이르며, 온갖 세계에 들어가며, 온갖 법을 알며, 온갖 세상을 살펴보고, 온갖 법문을 평등하게 연설하며, 온갖 행을 믿고 좋아하며, 한꺼번에 모든 중생에게 비치며, 모든 부처님에게 분별을 내지 아니하며, 어떠한 곳에나 막힘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문주(門主)요, 거기 한 신이 있으니 이름이 대천(大天)이다. 그대는 그 신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보살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들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38. 대천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크고 넓은 행에 들어가서 바른 뜻으로 생각하니, 마음에 걸림이 없어 보살의 지혜 경계를 구하며, 보살의 신통한 일을 보며, 보살의 훌륭한 공덕을 생각하며, 보살의 굳게 나아가는 갑옷을 입고, 보살의 큰 즐거움을 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데 나아갔으며, 보살의 자재함에 유희하며, 보살의 공덕 자리를 닦으며, 보살의 삼매를 관찰하며, 보살의 다라니에 머물며, 보살의 큰 서원을 구족하며, 보살의 변재를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힘을 이루고서, 점점 앞으로 가다가 문주성에 이르러 대천신(大天神)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이 성 안에 있으며 광대신(廣大身)을 나타내고 높은 자리에 앉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법문을 말한다고 대답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말을 듣고 그가 있는 곳에 나아가서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인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이때에 대천신은 네 팔을 펴서 사해의 물을 가져다가 낯을 씻고, 황금빛 우발라꽃을 들어 선재동자에게 뿌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매우 희유한 일이오, 이렇게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일은.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세간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이어서, 듣기 어렵고 보기 어렵기는 중생들 가운데 분다리꽃과 같고, 험난한 곳에서 의지할 데가 되고 구원받은 데가 되기는 편안한 성(城)과 같고, 어두운 데서 광명이 되기는 밝은 해와 같으며, 또 길잡이와 같아서 중생들을 인도하여 부처님 법에 들게 하며, 용맹한 대장과 같아서 일체지(一切智)의 성을 잘 지키는 것이오. 선남자여, 보살은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것이므로 몸과 말과 뜻이 모두 깨끗하고 모든 허물이 없어진 뒤에야 그 모양을 보고 그 말을 들을 수 있으며, 어느 때나 앞에 나타나는 것이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은 구름 그물[雲網]이오.”
선재가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구름 그물 해탈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때에 대천신은 선재동자의 앞에 가지가지 금더미·은더미·유리더미·파리더미·자거더미·마노더미·마니보배더미·무구장 보배더미·비로자나 보배더미를 나타내어 보이고, 또 시방의 보배더미·보배 관더미·보배 인장[寶印]더미·보배 화만더미·보배 귀고리더미·보배 팔찌더미·보배 자물쇠더미·보배 방울더미·보배 영락더미·보배 진주 그물더미와 가지가지 빛깔 마니보배더미·가지가지 보배 장엄더미·가지가지 여의 마니더미를 나타내니, 낱낱 더미가 태산과 같으며, 또 온갖 꽃·온갖 향·온갖 화만·온갖 일산·온갖 짐대·온갖 깃발·온갖 바르는 향·온갖 가루향·온갖 의복·온갖 음악 따위의 다섯 가지 욕락거리가 산과 같이 쌓였으며, 또 수없는 백천만억 아가씨들을 나타내고, 대천신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금 그대의 마음대로 이 물건들을 가져다가 여래께 공양하고 공덕을 닦으며, 또 여러 사람에게 보시하여 중생들을 거두어 주라.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리는 일을 보여서, 그들로 하여금 보시바라밀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그대에게 이런 물건을 나타내어 보시를 하게 하는 것처럼, 온갖 중생들에게 이와 같이 하여, 그 보시한 선근의 힘으로써, 그들의 보시를 하지 아니하려는 마음을 쉬게 하며, 삼보가 제일가는 복밭이므로 선지식에게 공경하여 선근을 심고 선한 법을 늘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노라.
또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다섯 가지 욕락에 탐을 내어 방탕하는 이에게는 부정한 경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중생들이 어리석고 미혹하여 여색에 마음이 홀리는 것이니, 마치 갓난아이가 제 성품이 없는 듯하며, 흰 옷이 물들기 쉬운 듯하고, 애욕에 빠져서 벗어날 줄 모르는 것이 마치 구더기가 똥구렁을 좋아하듯, 돼지가 더러운 것으로 몸에 칠하듯, 죄 지은 사람을 여러 가지로 결박하듯, 세상의 강도가 남의 재물을 겁탈하듯, 사형수를 희광이에게 내어주듯, 소경[瞽]이 봉사[盲]를 인도하다가 함께 구렁에 떨어지듯,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을 만나듯이 선근을 손실하고 법보를 잃는 것이며, 마치 나쁜 용을 가까이 하면 독한 기운이 몸에 풍기어 계율의 향기를 여의고 지혜 목숨을 죽이는 것과 같으니라.
중요한 것을 추려 말하면, 철모르는 갓난이가 욕심에 눈이 어둡고 욕심에 속박을 당하고, 욕심에 시킴을 받고 욕심에 홀리고 욕심에 순종하기를 아이들 같이 하고, 욕심을 따라다니기를 송아지가 어미를 따르듯 하여 욕심에 얽히어서 자재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눈 어둔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방편을 써서 구제하되, 먼저 단정하고 예쁜 여자의 몸을 나타내서 그의 마음에 들게 하여 사랑케 하고, 다시 죽는 일을 보이되 몸이 썩어 새와 짐승들에게 뜯어 먹히며, 가지가지로 부정하기가 시다림(屍陀林)과 같이 하노라. 또 무서운 나찰 여자의 몸을 나타내되, 모양이 검은 구름 같고 머리카락이 빨갛고 배가 처지고 이빨은 위로 뻗었으며, 사람의 해골로 몸을 장엄하고 손에 날선 칼을 쥐고 고약한 큰 소리를 내면서, 이러한 형상으로 애욕에 물든 사람들을 향하여 그로 하여금 놀라고 무서워서 싫증을 내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나를 찾아보려는 마음을 내게 하는데, 내가 그들의 몸을 나타내어 법문을 말하여 주고, 그로 하여금 무서운 생각을 덜어버리고 계행을 가지게 하며, 그리하여 가장 훌륭한 계행바라밀을 성취하고, 나아가 열 가지 바라밀을 구족케 하며, 내지 보리를 원만케 하노라.”
이때에 대천신은 선재동자에게 여러 가지로 계행바라밀을 칭찬하고 나서,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여러 갈래 중생이나 풀과 나무가
자랄 적엔 땅덩이를 의지하듯이
세상이나 세상 나선 모든 선근은
가장 좋은 계행을 의지하나니
계행 없이 좋은 갈래 나려는 것은
날개 없는 새들이 허공에 날고
다리 없는 사람이 걸어 다니고
배 안 타고 바다를 건너려는 듯
고행하는 외도가 풀뿌리 먹고
나무 열매 냇물로 산에 살면서
풀잎새 옷을 입고 굴에 살아도
계행을 안 가지면 쓸데없는 일
정수리만 남기고 밑을 깎거나
머리를 감지 않고 상투 짜거나
야릇한 옷 입거나 헐벗더라도
계행 없인 아이들 장난감이리.
얼음 같은 찬물에서 목욕하거나
훨훨 타는 불속으로 뛰어들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서 떨어진대도
계 없으면 보람 없이 죽는 것일 뿐.
변재수(辯才水) 꽃못에서 몸을 씻어도
항하수 맑은 물을 항상 먹어도
밤낮으로 복을 구해 의지 삼아도
계행 없인 좋은 결과 얻지 못하리.
낮과 밤에 세 때씩 목욕을 하고
삼시 세 때 호마법을 정성껏 닦고
밥 안 먹고 말 안하고 애를 쓴데도
계행 없인 괴로울 뿐 이익 없으리.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하려면
훌륭한 영락으로 몸 꾸미려면
천상의 좋은 음식 먹고 싶으면
계행을 잘 가져야 성취하리라.
문벌이 높은 이나 전다라거나
계행만 잘 지키면 천상에 나고
부귀한 이 빈천한 이 계행 없으면
차별 없이 지옥에 떨어지리라.
천한 이도 계 가지면 천상에 나고
귀족들도 파계하면 지옥 가나니
마등가는 계행 지켜 천당에 났고
신선들도 파계하고 지옥에 가네.
임금으로 글 잘하고 신수 좋아도
나쁜 소견 파계하면 짐승 한가지
맛난 과일 악한 짐승 둘러싸듯이
연꽃 못에 독사들이 살고 있듯이.
구차하게 살더라도 계행 가지고
거룩한 복덕으로 몸을 꾸리라.
파계한 인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계 지키면 천상 인간 공경하나니.
전단향·울금(鬱金)향과 침향과 사향
이런 것도 인간에선 향기라지만
보살의 가진 계행 제일가는 향
천상 인간 뛰어나서 짝할 이 없어.
미천해도 계행 지켜 천상에 나면
임금들이 예배하고 공경하나니
이 세상과 오는 세상 쾌락 받는 일
계행 지킨 과보라고 부처님 말씀
천상 인간 태어나고 열반 얻는 일
계행을 잘 지켜야 할 수 있나니
모든 계율 깨끗하게 잘만 가지면
온갖 서원 마음대로 성취하리라.
임종하여 온갖 고통 몸에 얽히고
일가친척 권속들이 떠나려 할 때
일생 지킨 좋은 계율 생각하면은
몸과 마음 쾌락하여 근심 없으리.
계행은 번뇌병에 가장 좋은 약
부모처럼 병고 액난 보호해 주고
어둔 밤엔 횃불이요 강에는 다리
그지없는 생사 바다 떼가 되리라.
제석천왕 전륜왕 세상 임금들
부귀하고 존엄하여 짝이 없어도
시중드는 하인이 계행 가지면
공경하고 공양하여 섬겨야 하리.
죽을 때엔 파계한 이 공포 생기고
계행을 잘 지킨 인 안락하나니
오는 세상 극락세계 가려는 이는
지성으로 계율을 보호하여라.
계행에는 군대도 필요치 않고
계행은 땅 속 보배 훔칠 이 없고
계행은 좋은 동무 길 인도하고
계행은 세상 나는[出世] 장엄거리네.
내가 지금 계행 공덕 찬탄한 말은
부처님이 진실하게 말씀하신 것
파계한 중생들을 깨우쳐 주어
견고한 마음으로 계행 가지게.
대천신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계행바라밀에 머물게 하듯이, 어떤 중생이 성을 잘 내고 교만하고 다투기를 좋아하면, 내가 억센 힘으로 꺾어 굴복하고 험악한 모양을 나타내는데, 악독한 나찰 따위가 피를 마시고 살을 씹어 먹는 꼴을 보이어, 놀라고 무섭게 하여 온순한 마음으로 원혐을 버리게 하며, 어떤 중생이 흐리멍덩하고 게으르면, 그에게는 국왕이나 강도나 수재·화재나 위중한 병이나 여러 가지 위급한 액난을 보이어서, 송구한 마음으로 뜻밖에 재앙이 있는 줄을 알게 하며, 흐리멍덩하고 해태한 성질을 버리고 정신을 다시 차려 밤낮으로 부지런하게 하며,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 모든 나쁜 짓은 버리고 깨끗한 선한 법만을 닦게 하며, 모든 바라밀에 장애되는 것을 없애고 여러 가지 바라밀문을 열게 하며, 온갖 장애되는 험한 길을 뛰어나 장애가 없는 자리에 이르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구름 그물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제석천왕처럼 모든 번뇌의 아수라 무리를 꺾어 부수는 일이거나, 바닷물처럼 모든 중생의 번뇌 불을 소멸하는 일이거나, 겁이 끝날 때의 화재처럼 모든 중생의 애욕의 물을 말리는 일이거나, 큰 폭풍처럼 모든 중생의 제 소견을 고집하는 짐대를 부수어 넘어뜨리는 일이거나, 금강저처럼 모든 중생의 나라는 교만한 소견을 깨뜨리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의 마가다국 보리도량에 땅차지신[主地神]이 있으니 이름이 자성부동(自性不動)이라,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대천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일심으로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39. 자성 부동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대천신의 가르침을 받고, 차츰차츰 앞으로 향하여 동북방으로 가서, 마가다국 보리나무 도량에 이르러, 막 자성부동신(自性不動神)에게 나아가려 하였다. 십천의 땅차지신들이 거기 함께 있다가 서로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오는 동자는 모든 여래의 보배 광이니, 반드시 모든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중생의 무명 껍질을 깨뜨릴 것이다. 이 사람이 이미 법왕의 문중에 났으니 마땅히 법의 비단 관을 머리에 쓸 것이며, 지혜의 큰 보배 광을 열 것이며, 보살의 금강 같은 지혜검을 들고 용맹하고 자재하게 두려움 없는 법을 얻어 모든 외도들의 잘못된 언론을 부술 것이며, 법의 배를 나고 죽는 바다에 띄우고 중생들을 건네어서 저 언덕에 이르게 할 것이며, 지혜와 이해가 원만하기 보름달 같아서 반드시 모든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쉬게 할 것이다.”
이때에 자성부동 땅차지신[主地神]과 다른 일만의 땅차지신들이 신통의 힘으로 땅을 진동시켜 천둥 같은 소리를 내고,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니, 가지각색 보물이 간 데마다 장엄하여 깨끗한 그림자와 흐르는 광채가 서로서로 사무치고, 모든 나무와 잎새들이 일시에 자라나며, 모든 꽃나무는 한꺼번에 꽃이 피고, 온갖 과실들이 모두 무르익었고, 여러 강물은 서로 넘쳐흐르고, 온갖 못은 모두 맑은 물이 가득하였다. 큰 구름이 하늘을 덮고 향기로운 비가 땅에 뿌려지며, 맑은 바람이 불적마다 온갖 꽃들을 날려다가 땅 위에 흩으며, 수없는 풍류를 한꺼번에 잡히어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오고, 여러 가지 장엄거리에서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하늘 사람·아수라 내지 사람 아닌 것·소·코끼리·사자들이 모두 즐거워 뛰놀며 크게 소리치니, 마치 큰 산이 서로 부딪치어 소리를 내는 듯, 땅속에 묻혔던 백천의 노다지[伏藏] 저절로 솟아 올라왔다.
이때에 땅차지신은 선재에게 말하였다.
“잘 왔도다, 동자여. 그대가 여기에 선근을 심은 일이 있는 것을, 내가 지금 나타낼 터이니 보겠는가?”
선재동자는 땅차지신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보고 싶나이다.”
이때에 땅차지신이 발로 땅을 누르니, 백천억 아승지 마니보배 노다지가 저절로 솟아올라서 뚜렷이 드러났다.
땅차지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배 노다지는 그대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그대가 지난 세상에 지은 선근의 과보이며, 그대의 복력으로 보호하여 오는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가져다 쓰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꺾을 수 없는 지혜 광[難摧伏智慧藏]이다. 법으로 항상 중생들을 원만하게 성취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연등부처님 때로부터 보살을 따라 다니면서 공경하고 호위하기를 형상을 따르는 그림자같이 한 줄을 기억하노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잠깐도 끊일 새 없이 보살의 마음과 행을 살펴보고 두루 구하며, 보살의 온갖 서원과 지혜의 경계에 들어갔으며, 보살의 닦는 온갖 깨끗한 행을 원만히 하였으며, 보살의 모든 삼매를 생각하여 분명하게 알았으며, 보살의 온갖 법문에 머물러 있으며, 끝끝내 온갖 성품을 알았으며, 모든 자재한 힘을 원만하고 온갖 부술 수 없는 법을 늘게 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의 수기(授記)를 받았으며, 일체지의 성품을 기억하여 깨닫고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여 온갖 수다라 문을 연설하며, 법의 광명을 널리 비추어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며, 모든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순종하고, 알고 받아 가지고 기억하여 항상 잊어버리지 아니하였노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장엄겁이고, 세계 이름은 월당(月幢)이며, 부처님 이름은 묘안(妙眼)이었다. 나는 그 부처님에게서 처음으로 이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이 법문에 들락날락 하면서 닦아 길렀고, 항상 부처님들을 뵈오며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노라. 처음 이 법문을 얻은 때부터 현겁(賢劫)에 이르도록 그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부처님들을 만나 모두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그 부처님들의 보리 나무 아래에 나아가 도량에 앉으실 적에 큰 신통을 나타내시는 가지가지 일을 뵈었으며, 또 그 부처님들이 가지신 모든 공덕도 뵈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꺾을 수 없는 지혜 광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모든 보살마하살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따라 모시며,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문을 받아 가지며,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에 들어가서, 생각 생각마다 모든 세계에 두루 가득하여 여래의 몸과 평등하며, 부처님의 마음을 내며, 부처님의 법을 갖추며,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마음마다 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법광을 내어, 분별하는 마음을 여의고 항상 끊어지지 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가다국 항하의 북쪽 언덕에 가비라성이 있고, 거기 밤차지신[主夜神]이 있으니 이름은 춘화(春和)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땅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고, 일심으로 사모하고 공경 하직하고 물러갔다.
40. 춘화 밤차지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땅차지신의 가르침을 받고 일심으로 생각하여 보살의 꺾을 수 없는 지혜 광 해탈문을 기억하고, 그 삼매를 닦으며 그 규모를 배우며, 그 유희를 관찰하며 그 지혜 바다에 들어가며, 그 깊음을 깨닫고 그 훌륭한 행을 닦고 그 서원에 머물고 그 지혜를 얻고 그 평등함을 알아,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점점 나아가 북으로 항하를 건너서 가비라성에 다다랐다. 성의 남문에 이르러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동문으로 들어갔다. 잠깐 동안 서 있었는데 해가 지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보살의 행을 생각하고 순종하면서 춘화(春和) 밤차지신을 뵈오려고 선지식에 대하여 여래와 같은 생각을 내고,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두루 가득한 눈을 얻어 시방의 경계를 분명하게 볼 것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넓은 알음알이를 얻어 온갖 반연할 것을 분명하게 알 것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삼매의 눈을 얻어 모든 법문을 널리 관찰할 것이며,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눈을 얻어 시방세계를 밝게 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그 밤차지신이 허공중에 있는 여러 빛깔 마니보배 누각에서 향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몸은 순금 빛이요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눈은 청련화 같고 몸매는 단정하고 점잖아서 보는 이마다 기뻐하며, 보배 영락으로 아름답게 단장하고, 몸에는 주홍 옷을 입고 머리에는 범천관을 썼으니 모든 별들이 몸에서 번쩍거리며, 몸에 있는 낱낱 털구멍마다 한량없고 수없는 세계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일을 나타내는데, 나쁜 갈래에 떨어지게 된 이들을 모두 건져내어 해탈을 얻게 하였다. 이 중생들이 혹은 인간에 태어나고 혹은 천상에 나며, 혹은 이승(二乘)의 보리로 나아가고, 혹은 일체지의 도를 수행하는, 이 같은 영상들이 분명하게 나타나며, 또 낱낱 털구멍마다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는데, 혹은 가지각색 몸을 나타내고 혹은 가지각색 말로 법문을 말하며, 혹은 성문법을 보이고 혹은 독각법을 보이며, 혹은 모든 보살의 수행과 보살의 용맹과 보살의 삼매와 보살의 자재함과 보살의 있는 곳과 보살의 관찰과 보살의 생각함과 보살의 신통과 보살의 경계와 보살의 사자빈신(師子頻申)과 보살의 해탈과 유희를 나타내어 이런 것들로 중생을 성숙시키었다.
선재동자는 이런 것을 보고 크게 즐거워 기뻐 뛰며, 원하는 마음이 만족하여 사랑하고 공경하며, 땅에 엎드려 밤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그 앞에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옵고, 선지식의 위신을 의지하여 부처님의 공덕과 법장을 얻고저 희망하옵니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저의 의지가 되어 주시며, 저에게 모든 것을 아는 지혜에 나아갈 길을 보여 주시며, 저로 하여금 그 속에서 행을 닦아 점점 십력의 자리까지를 얻게 하여 주소서.”
이때에 그 밤차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간절한 정성으로 선지식을 공경하니, 법의 힘과 거룩한 힘이 그대의 몸에 들어가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일심으로 친근하게 모시고 선지식의 말씀을 들을 것이며, 듣는 대로 가르치는 말을 행하게 될 것이며, 가까이 모시고 듣고 행하려는 결심으로 말미암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모든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법의 광명인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나쁜 소견을 가진 중생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좋지 못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선업을 짓는 중생에게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선한 행과 나쁜 행을 하는 중생에게 둘이 아닌 마음을 일으키고, 더러운 데 물든 중생에게 깨끗함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삿된 행을 하는 중생에게 정당한 행을 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변변치 못하게 아는 중생에게 크게 앎을 내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게으른 중생에게 꾸준히 나아가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나고 죽음을 좋아하는 중생에게 바퀴돌듯 함을 버리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이승(二乘)의 길에 머무른 중생에게 일체지를 내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항상 이러한 마음과 함께 있노라.
선남자여, 나는 캄캄한 밤에 인가는 고요하고 귀신이나 도둑이나 나쁜 중생들이 돌아다닐 때나, 구름·안개가 자욱하고 폭풍우가 일어나고 일월성신이 모두 가리워서 캄캄할 때에, 중생들이 바다에 들어가거나 육지로 다니거나, 깊은 산속 넓은 들과 사막이나, 여러 가지 험악하고 위태롭고 무서운 곳에서, 도둑을 만나거나 양식이 떨어지거나 방향을 잊어버렸거나 길을 잃어버리고 당황하며, 겁이 나서 벗어나지 못할 적에는 곧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제하노라.
바다에서 곤란을 만난 이에게는 뱃사공이나 큰 고기나 큰 말이나 큰 거북이나 코끼리나 아수라나 바다차지신이나 고기 잡는 사람 따위가 되어서, 그 바다에서 곤란 당한 중생들을 구제하노니, 곧 모진 풍우를 그치고 거칠은 파도를 쉬게 하며, 소용 도는 물에서나 방향을 잃은 자리에서 길을 인도하여 섬에나 언덕에 이르게 하여 공포를 여의고 편안하게 하며, 다시 생각하기를, 이 선근을 여러 중생에게 돌려주어 그들로 하여금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원하며, 또 육지에 다니는 중생들이 캄캄한 밤에 자갈밭이나 가시덤불이나 호랑이나 늑대나 사자나 나쁜 짐승이나 독한 뱀이나 도둑이 출몰하는 험한 길이나 귀신이 난동하는 곳에서는, 해나 달이나 별이나 새벽 놀이나 저녁 번개 따위의 가지가지 광명이 되며, 혹 집이 되고 사람이 되며, 천과 용의 팔부신중이나 보살이나 부처님의 가지가지 모양을 나타내어, 인도하고 보호하여 액난을 면케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이 선근을 중생들에게 돌려 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번뇌의 어둠을 소멸케 하노라.
또 모든 중생이 생명을 아끼거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거나 재물을 탐하거나 벼슬을 좋아하거나 아들딸을 애착하거나 아내나 첩을 사랑하거나 권속들에게 가지가지로 얽매여 구하는 것이 뜻대로 되지 못하여 걱정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모두 구제하여 고통을 여의게 하며, 험한 산길에서 액난을 만난 이에게는, 선한 신장이 되어 친근하기도 하고, 노래 잘 하는 새가 되어 위로하기도 하고, 신령한 약풀이 되어 광명으로 비치기도 하며, 과실나무를 보여 주고 맑은 샘을 가리켜 주고, 바른 길을 지시하고 평탄한 곳을 얻게 하며, 깨끗한 방도 되고 좋은 집도 되어 모든 곤액을 벗어나게 하며, 거치른 벌판이나 험한 길을 다니다가, 가시 숲과 칡덩굴이 얽히었거나 사노라(闍努囉) 짐승이 숨어 있다가 사람을 상하거나 무서운 소리를 내어 놀라게 하는 따위를 만나서 무서워하는 이나, 안개가 자욱하여 정신을 홀리게 하는 따위로 무서워하는 이에게는 기운 있는 장자의 몸을 내어 액난을 면케 하고, 바른 길을 가리키어 벗어나게 하며, 다시 생각하기를 원컨대 모든 중생이 나쁜 소견을 없애고 애욕의 그물을 끊으며, 나고 죽는 벌판에서 뛰어나 번뇌의 캄캄함을 멸하고, 일체지의 걱정 없는 성중에 들어가며, 평탄한 곳에 이르러 끝끝내 평안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한 성이나 내지 한 마을을 다투거나 작은 짐승을 다투어 시비하는 이가 있으면, 나는 좋은 방편으로써 그들을 화해시키고 제각기 사랑하는 마음으로 영원히 다투지 않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다투는 번뇌를 여의고 화합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들이 나라의 영토에 욕심을 내어 서로 가지려고 싸우며 승부를 겨루고 여러 가지로 다투면서 걱정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방편으로 다투는 고집을 버리고, 세상 일이 항상함이 없는 줄을 보여 주어 싫증을 내게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모든 물질에 애착을 내지 말고 부처님의 살바야(薩婆若)의 경계에 머물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한 마을에 애착을 내거나 집에 탐욕을 내어서 항상 캄캄한 속에서 속박이 되어 고통을 받는 이가 있으면, 나는 그에게 법문을 말하여 싫다는 생각을 내게 하고, 법에 만족하며 법에 의지하여 살게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모두 여섯 군데 마을에 탐욕을 내지 말고 나고 죽는 데서 빨리 벗어나, 일체지의 성중에 편안히 살아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어두운 밤에 길을 가다가, 시방을 잘못 알아 평탄한 길을 험하다 생각하고 험한 길을 평탄하다 생각하거나, 높은 데를 낮은 줄로 알고 낮은 데를 높은 줄 알아, 마음이 혼미하여 크게 고생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좋은 방편으로 빛을 내어 비춰 주며 나가려는 이에게는 문을 보여주고 걸어가려는 이에게는 길을 지시하며, 저 언덕에 가려는 이에게는 다리를 보여 주고 바다를 건너려는 이에게는 떼를 내어 주며, 더울 적에는 서늘하게 하고 추울 적에는 따뜻하게 하며, 더운 방이나 서늘한 집으로 시절과 마음을 따라 주며, 여러 곳으로 유람하려는 이에게는 항상 길을 인도하여 험 하고 편안한 데를 가르쳐주고, 고요히 쉬려는 이에게는 성시(城市)나 집을 보이어서 편안히 쉬게 하며, 길을 가다가 갈증이 심한 이에게는 샘물과 강을 가리키어 목을 축이고 목욕도 하게하며, 또 꽃나무와 과실 숲을 보이어서 서늘한 데서 편히 쉬고 즐겁게 하노라.
또 부모나 처자 권속들과 서로 떠나서 그리워하는 이에게는 만나서 근심이 없게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어두운 밤길에서 중생들을 구호하며 여러 가지 액난을 건져주듯이, 바라건대 모든 중생의 나고 죽는 밤길과 무명 번뇌의 캄캄한 속에서, 지혜의 빛으로 비추어 주며, 중생들이 지혜가 없고 허망한 생각과 잘못된 소견으로 무상한 것을 항상하다 생각하고, 괴로움을 즐겁다 생각하고, 내라 할 것이 없는 것을 내가 있다 생각하고, 부정한 것을 깨끗하다 생각하며, 내라 남이라 중생이라 오래 산다 하는 생각과 다섯 가지 쌓인 것[五蘊], 열여덟 가지 경계[界], 열두 가지 처소[處]를 끝끝내 고집하며, 인과(因果)를 의심하고 선과 악을 알지 못하여 산 것을 죽이며 내지 잘못된 소견으로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님들과 바라문을 공경하지 아니하며, 나쁜 사람 착한 사람을 분별치 못하여 나쁜 짓을 좋아하고 사특한 법을 즐기며, 여래를 비방하고 바른 법을 깨뜨리며, 보살들을 비방하고 해롭게 하며, 대승법을 업신여기고 보리 마음을 끊어버리며 신세진 사람을 해치고 은혜 없는 이에게 원혐을 품으며, 성현을 훼방하고 나쁜 사람을 가까이 하며, 절의 물건을 훔치고 오역죄를 지어, 오래지 않아서 삼악도에 떨어지게 된 이들은, 나의 지혜 광명으로 그의 어두운 무명을 깨뜨려 주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고, 그 마음을 낸 뒤에는 보현보살의 법문과 십력을 얻는 길을 보여 주며, 또 여래 법왕의 경계와 부처님의 일체지와 부처님의 수행과 부처님의 자재하심과 부처님의 성취하신 일과 부처님의 다라니를 보이어서, 모든 부처님과 같은 몸으로 부처님의 평등한 자리에서 편안히 머물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들이 병에 걸리거나 늙음을 싫어하거나 가난으로 고생하거나 재앙을 만나거나, 나라 법을 범하고 형벌을 받게 되어 의지할 데 없이 걱정만 하게 되면, 내가 모두 구제하여 편안케 하노라. 좋은 약으로 병을 고치고 늙은이를 편안하게 봉양하고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여 구차한 것이 없게 하며, 주인 없는 이에게는 주인이 되고 돌아갈 데 없는 이에게는 귀의처가 되며, 고통과 액난이 심한 이에게는 같이 일을 거들어서 구제하여 근심이 없고 공포가 없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원컨대 내가 바른 법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어, 모든 번뇌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과 고통에서 벗어나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며, 항상 법으로 보시하고 선한 일을 부지런히 지어서 여래의 청정한 법신을 얻고 끝까지 변천함이 없는 자리에서 머물게 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들이 잘못된 소견에 빠져서 나쁜 도에 들어가고, 모든 경계에 대하여 잘못되게 분별하고 나쁜 짓을 항상 지으며, 몸과 말과 뜻으로 가지가지 괴로운 짓을 하며, 바른 깨달음이 아닌데 바른 깨달음이라 생각하고 바른 깨달음을 바른 깨달음이 아니라 생각하며, 나쁜 사람들의 꼬임에 빠져 잘못된 소견을 내고 나쁜 갈래에 떨어질 것을, 내가 가지가지 방편으로 구제하여 정당한 소견을 내서 천상에나 인간에 태어나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이 나쁜 갈래에 떨어질 중생을 구제한 것처럼, 원컨대 모든 중생들을 널리 구제하여 온갖 고통을 벗어나서 바라밀과 세상을 뛰어나는 거룩한 도에 머물게 하며, 일체지에서 뒷걸음치지 아니하고 보현보살의 서원을 구족하고 부처님 보리에 가까이 하며, 보살의 행을 여의지 않고 모든 중생을 항상 교화하여지이다 하노라.”
이때에 춘화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뜻을 다시 설명하려고,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시방의 법계를 살펴보면서,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얻은 고요한 해탈 바다는
지혜 광명 갖추갖추 빚어내어서
어리석어 캄캄함을 멀리 여의고
중생들의 분수 따라 법문 말하네.
지난 세상 끝이 없는 오랜 옛적에
사랑하는 큰마음을 깨끗이 닦아
햇빛처럼 모든 세상 밝게 비치니
그대도 부지런히 닦아 익히라.
자비한 내 마음의 끝없는 바다
삼세의 부처님을 내고 내어서
온 세계 중생들을 구제하나니
그대는 용맹하게 닦아 익히라.
성현들의 하염없는 즐거움 내고
이 세상의 즐거움도 여기서 내어
이내 마음 즐거워서 뛰놀게 하니
그대 빨리 이 법문에 들어오너라.
환술 같은 세상일을 이미 등지고
성문들의 해탈법도 모두 버리고
부처님 힘 갖추 닦아 장엄했으니
그대 빨리 이 법문에 들어오너라.
나의 눈은 깨끗하고 끝없이 넓어
시방세계 모든 나라 두루 보나니
여러 곳에 계시옵는 여러 부처님
보리 나무 도량에 앉아 계시네.
대중 속에 둘러싸인 부처님 뵈니
어른답고 거룩하게 잘생긴 몸매
한량없는 털구멍서 광명을 놓아
낱낱 광채 온 세계에 두루 비치네
업의 바다 헤매는 여러 중생들
예서 죽고 제서 나고 각각 다르며
쉴새없이 다섯 갈래 바퀴 돌듯이
그지없는 매운 고생 받고 견디네.
나의 귀는 깨끗하고 끝없이 밝아
한꺼번에 모든 세계 소리 들으며
여러 중생 가지각색 말하는 것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잊지 않나니.
부처님들 말씀하는 수없는 법문
훌륭하신 깊은 이치 비길 데 없고
해석하고 설명하는 많은 방편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잊지 않나니.
나의 코는 엄청나고 깨끗하여서
여러 가지 법 가운데 끌리지 않고
간 데마다 해탈문을 맡고 있나니
이 법문에 들어오면 의심 없으리.
나의 혀는 구리처럼 붉고 빛나서
한량없는 큰 변재를 갖추어 갖고
중생들의 분수대로 법문 말하니
이 해탈에 들어오면 의심 없으리.
나의 몸은 깨끗하고 모양 여의어
여러 세계 못가는 데 한 곳도 없고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가지가지 몸을 나퉈 보게 하나니
나의 마음 깨끗하고 고집이 없어
중생들의 욕망 따라 메아리같이
어디서나 여래를 다 보게 하지만
그 가운데 털끝만치 분별함 없네.
헤아릴 수 없는 세계 많은 중생의
가지각색 욕망들과 여러 근성을
내 마음이 잠깐 동안 모두 알지만
그 가운데 털끝만도 분별치 않네.
나의 신통 엄청나게 크고 묘하여
헤아릴 수 없는 세계 두루 진동하게 하고
힘과 광명 나타나지 않는 데 없어
조복할 수 없는 중생 조복하노라.
나의 복덕 깨끗하고 한량없어서
가지가지 장엄거리 무진장이니
한량없는 여래들을 두루 공양해
중생들께 평등하게 낙을 주노라.
나의 지혜 깨끗하고 넓고 밝아서
끝이 없는 모든 법문 모두 다 알고
중생들의 많은 의혹 끊어 주노니
불제자여 부지런히 닦고 배우라.
삼세의 하고많은 부처님들과
그네들의 모든 법문 내가 다 알고
그지없는 큰 서원에 들어갔노니
훌륭하온 이런 행을 닦아 익히라.
삼세의 많은 세계 티끌 속에서
시방의 모든 세계 내가 다 보고
그 세계 부처님도 모두 뵙노니
이를 일러 넓은 문의 짝 없는 힘.
시방 법계 한이 없는 모든 세계에
깨끗하온 법신이신 비로자나불
티끌마다 보리 나무 아래 앉으사
고요하게 미묘 법문 연설하시네.
이때에 선재동자는 춘화 밤차지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신 지는 얼마나 오랬으며,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되었기에, 이렇게 엄청난 위엄과 공덕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나이까?”
“불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처럼 오랜 겁 전에, 고요한 빛[寂靜光]이란 겁이 있었고, 그 겁 동안에 세계가 있었으니 이름이 상서로운 보배 냄[出生吉祥寶]이요, 5백억 부처님이 나셨으며, 그 세계에 보배달 등빛[寶月燈光] 사천하가 있고, 그 사천하에 연꽃빛[蓮華光] 성이 있고, 거기 전륜왕(轉輪王)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법 언덕[妙法岸]이었다. 일곱 가지 보배를 갖추었고 사천하를 다스리면서 거룩한 임금의 도로 중생들을 안락케 하였다. 전륜왕의 부인은 이름이 법 지혜 달[法智月]인데 풍악을 잡히고 즐기다가 밤늦게 잠이 들었다.
그 성 동쪽에 큰 수풀이 있으니 이름이 고요히 묘한 덕을 냄[寂靜出生妙德]이요, 그 가운데 큰 보리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모든 법 마니로 장엄한 몸에서 부처님 신력 광명을 냄[一切勝法摩尼莊嚴身出生諸佛神力光明]이었다. 이 때에 일체법대후성왕(一切法大吼聲王)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서 정각을 이루시고, 여러 가지 빛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마니왕인데 모든 보배 세계를 비치었고, 연꽃빛 성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정월(淨月)이었다. 왕의 부인 법지월에게 나아가 몸에 차고 있는 영락과 패옥을 흔들어 소리를 내어 부인을 깨우고 이렇게 말하였다. '부인이시여, 지금 일체법대후성왕여래가 고요히 묘한 덕을 내는 숲속에서 정각을 이루어, 모든 부처님들의 공덕과 자재한 신통의 힘을 칭찬하며,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말하며, 왕의 부인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고 그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 대중에게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게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선남자여, 그 때 왕의 부인인 법지월은 딴 사람이 아니고 곧 내 몸이었다. 내가 그 부처님에게서 보리심을 내어 존중하고 공경하여 선근을 심은 까닭으로 그 뒤부터 수미산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에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 따위의 나쁜 갈래에도 태어나지 아니하고, 미천한 집에도 태어나지 아니하며, 모든 기관이 구족하여 아무 고통도 없었으며, 천상 인간에 복덕이 훌륭하여 나쁜 세상에 나지 아니하였고, 항상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을 여의지 아니하고 선근을 심었으며, 80억 수미산의 티끌처럼 많은 겁을 지나도록 쾌락을 받으면서도 보살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다. 그 겁이 지난 뒤에 또 1만 겁을 지나서 이 현겁 전에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걱정 없이 비침[無憂徧照]이요, 그 세계의 이름은 때 없는 덕[離垢勝德]이었으니, 깨끗한 땅과 더러운 땅이 섞이어 있었으며, 그 세계에 5백 부처님이 나셨는데, 첫 부처님 이름은 수미당대적정길상안(須彌幢大寂靜吉祥眼) 여래·응·정등각이었다.
그 때 나는 명성이 높은 장자의 딸이었는데, 이름은 묘혜광명(妙慧光明)이고 단정하게 잘생기어 훌륭한 몸매를 구족하였었다. 저 정월 밤차지신은 본래의 서원으로 이 때 없는 덕 세계의 어떤 사하에 있는 여러 빛 짐대왕성 중에서 밤차지신이 되었으니, 이름이 묘정안(妙淨眼)이었다. 나는 어느 때에 부모님 곁에서 자고 있었는데, 묘정안 밤차지신이 내 곁에 와서 우리 집을 진동케 하고 대광명을 놓으면서, 몸을 나타내어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고 그 여래께서 보리 나무 아래 앉아서 정각을 이루었다 하면서, 나와 나의 부모와 여러 권속들을 권하여 빨리 가서 부처님을 뵈옵자 하고, 앞길을 인도하여 부처님 계신 데 가서 성대하게 공양하였다.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곧 중생을 조복하고 부처님을 보는 삼매를 얻었고, 또 삼세를 비추는 지혜 광명 바퀴 삼매를 얻었으며, 이 삼매를 얻은 까닭으로 수미산 티끌처럼 많은 겁을 기억하고, 또 그 동안에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나시는 것을 보고, 그 여래와 보살이 말씀하시는 법문을 들었다. 그 법문을 들음으로 이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법의 광명인 해탈문을 얻었고, 이 해탈문을 얻었기 때문에 내 몸이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함을 보았고, 또 그러한 세계에 계시는 여래를 내 몸이 낱낱이 가까이 하여 모시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 말을 알고 그 근성을 보았으며, 그들이 지난 세상에 선지식의 거두어 준 것을 알고, 그들의 욕망대로 몸을 나타내어 기쁘게 하였다.
그 때에 내가 얻은 해탈이 찰나찰나 더욱 자랐으며, 그와 동시에 내 몸이 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간 것을 보고, 동시에 또 내 몸이 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이른 것을 보고, 동시에 또 내 몸이 백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이름을 보았으며, 이와 같이 잠깐 잠깐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 세계에 두루 이르러 그 세계에 계시는 모든 여래를 보았고, 또 내 몸이 저러한 부처님 계신 데서 법문을 듣고 받아 가지고 기억하고 관찰하여 분명히 아는 것을 보았으며, 또 저 부처님들의 지난 세상에 하셨던 일과 서원을 알았고, 그 여러 부처님이 세계를 깨끗이 하였으며, 또 저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성품과 자격과 형상이 각각 다르고 종류가 같지 아니함을 보고 그들에게 마땅한 대로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조복하였으며, 그리하여 이 해탈문이 잠깐 잠깐마다 더욱 자라며, 내지 온 법계에 가득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모든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법의 광명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보현의 끝없는 행과 원을 성취하고 온갖 법계에 들어가서 보살의 금강 지혜 짐대 자재 삼매를 얻고 신통에 유희하여 마음이 걸림없는 일이라든지, 큰 서원을 세우고 부처님의 내림[佛種]을 수호하여 가지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공덕을 만족하고, 모든 넓은 세계들을 깨끗하게 꾸미는 일이라든지, 자재한 지혜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시키고, 지혜의 해로 모든 세간의 어둠을 없애고, 용맹한 지혜로 모든 중생의 혼돈한 잠을 깨우고, 지혜의 달로 중생들의 의심을 깨뜨리고, 깨끗한 뜻으로 모든 중생의 고집을 끊고, 온갖 법계의 낱낱 티끌 속에서 온갖 자재한 신통을 나타내며, 밝은 지혜 눈으로 삼세의 일을 평등하게 보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그 기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경계에 들어가서 자재하게 유희하는 신통을 보일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항하수의 남쪽에 있는 마가다국 보리도량에 밤차지신[主夜神]이 있으니 이름은 보변길상무구광(普徧吉祥無垢光)이다. 나도 본디 그이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항상 훌륭한 법문으로 나를 깨우쳐 주는 분이니,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춘화 밤차지신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깨끗하온 신의 몸을 지금 뵈오니
단정하고 고운 몸매 문수와 같고
뛰어나신 덕과 광명 비길 데 없이
우뚝하기 보배로 된 수미산 같네.
깨끗하온 신의 법신 지금 뵈오니
삼세에 평등하여 분별이 없고
걸림없이 모든 세간 두루 들어가
부수거나 이루거나 집착이 없어
내가 지금 모든 갈래 두루 살피고
신께서 나타내는 여러 몸 보니
달과 별이 허공중에 떠있는 듯이
한 털구멍 가운데서 모두 보겠네.
신의 마음 넓고 크고 깨끗한 것이
맑은 허공 시방세계 두루하듯이
부처님들 그 가운데 다 들어가도
지혜가 평등하여 분별이 없고
신의 몸에 낱낱의 털구멍마다
세계 티끌 수 같은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 간 데마다 두루 퍼지어
가지각색 장엄거리 비오듯 하고
신의 몸에 낱낱의 털구멍마다
중생들의 수효 같은 몸을 나타내
시방세계 간 데마다 두루 퍼지어
많은 중생 조복 받아 제도하시고
신의 몸에 낱낱의 털구멍마다
헤아릴 수 없는 세계 나타내시고
세계마다 모든 중생 마음을 따라
찬란하게 장엄하여 깨끗하게 하니
어떤 중생 신의 몸을 한 번 보거나
이름 듣고 사랑하여 환희심 내면
공덕 이익 많이 얻고 목숨 깨끗해
오래잖아 보리도를 성취하오리.
나쁜 갈래 떨어져서 오랜 겁 동안
한량없이 갖은 고통 받게 된 중생
이름 듣고 즐거운 맘 한 번만 내도
온갖 번뇌 나쁜 업이 소멸되오리.
일천 세계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
한 털구멍 신의 공덕 찬탄한대도
티끌 같은 많은 겁은 끝날지언정
신의 공덕 언제라도 끝나잖으리.
선재동자는 이러한 게송으로 밤차지신을 찬탄하고 나서,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며 하직하고 떠났다.
41. 보변길상무구광 밤차지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춘화 밤차지신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그의 처음으로 낸 보리심이 원만하고 청정하였으며, 보살의 법장을 내고, 보살의 원을 세우고, 보살의 바라밀을 깨끗하게 하고, 보살의 머무는 자리에 들어가고, 보살의 행을 닦고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을 분명하게 알았으며, 모든 지혜의 광명을 따라서 모든 중생을 구제할 마음을 내고, 불쌍히 여기는 구름을 일으키어 모든 것을 덮어 주고, 여러 부처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항상 보현의 행과 원을 일으키면서, 차츰차츰 다니다가 무구광(無垢光) 밤차지신에게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그의 앞에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닦아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내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성취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밤차지신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다시 보살의 지위를 어떻게 닦아 행하고 내고 성취할 것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비하면 보살의 행을 원만하느니라. 첫째는 깨끗한 삼매를 얻어 모든 여래께서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둘째는 깨끗한 눈으로 모든 여래의 몸매를 보고, 셋째는 깊은 지혜로 여래의 복덕과 지혜의 바다를 알고, 넷째는 법계와 평등한 수없는 부처님 법의 광명을 알고, 다섯째는 모든 여래의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의 수효와 같은 광명 바다를 알아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 여섯째는 모든 여래의 낱낱 털구멍마다 여러 보배 빛깔 광명 불꽃 바다를 내는 것을 보고, 일곱째는 잠깐 동안마다 부처님의 변화 바다를 내어 법계에 두루하여 중생을 조복하고, 여덟째는 부처님의 음성을 얻어 중생들의 말과 같은 음성으로 삼세 부처님의 법 수레를 운전하고, 아홉째는 모든 부처님의 끝없는 명호들을 알며, 열째는 모든 부처님이 중생을 조복하는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위덕과 힘을 아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비하면 보살의 행을 원만할 수 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고요한 선정의 즐거움으로 두루 다니는 용맹한 법문[寂靜禪定樂普遊步勇猛法門]이다. 삼세 부처님을 모두 보며, 저 부처님의 깨끗한 나라와 도량에 모인 대중과 삼매·신통과 서로 어울리는 수행 바다를 보며, 가지가지 이름으로 법문을 연설하여 수명과 음성과 몸매가 제각기 다른 것이 법계에 가득함을 분명하게 보고, 깊이 들어가면서도 고집함이 없으며, 들어간 곳도 없느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여래는 지나간 것이 아니니 세계와 갈래가 영원히 소멸된 까닭이며, 오는 것이 아니니 자체가 나는 것이 아닌 까닭이며, 태어나는 것이 아니니 법신이 평등한 까닭이며,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나는 모양이 없는 까닭이며, 참된 것이 아니니 환술 같은 법에 있는 까닭이며, 헛된 것이 아니니 중생을 이익하는 까닭이며, 변천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음을 뛰어난 까닭이며, 부수어지는 것이 아니니 성품이 변하지 않는 까닭이며, 한 모양이니 말을 여읜 까닭이며, 모양이 없나니 성품과 모양이 본래 공한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모든 여래를 알며, 때에 보살의 고요한 선정으로 두루 다니는 용맹한 해탈문에 대하여 분별하여 알고 성취하고 자라게 하며, 생각하고 관찰하여 견고하게 장엄하며, 가지가지 경계를 넓고 크고 원만하게 두루 비추고 깊이 순종하며 평등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 모든 잘못된 생각과 분별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초선(初禪)을 닦아 뜻으로 짓는 업을 쉬고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지혜가 날카롭고 기쁜 마음으로 제이 선을 닦아 중생들의 성품을 생각하며 나고 죽는 것을 여의고 열반에 머물게 하며, 제 삼선을 닦아서는 모든 중생의 번뇌와 고통을 없애며, 제 사선을 닦아서는 모든 지혜와 서원을 증장하여 원만하고 공교롭게 삼매 바다를 내며, 보살들의 해탈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보살의 신통에 유희하며 깨끗하게 변화하는 것을 이루고 깨끗한 지혜로 법계에 들어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을 닦을 적에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취시켰으니, 이른바 집에서 살며 방탕하고 탐욕이 많은 중생에게는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 사랑할 것 아니라는 생각, 싫어하는 생각, 고달픈 생각, 못견디게 구는 생각, 속박된다는 생각, 나찰이라는 생각, 항상하지 않다는 생각, 괴롭다는 생각, 비었다는 생각,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생각, 주인될 것이 없다는 생각, 자재하지 못하다는 생각, 늙고 병들고 죽는다고 생각을 내게 하여, 자기도 탐욕 경계에 사랑을 내지 않고 다른 이들도 욕락에 고집하지 않게 하며, 법의 즐거움에 머물러서 집을 여의고 집 아닌 데 들게 하며, 어떤 중생이 고요한 데 머물러 있으면, 나는 그를 위하여 나쁜 소리를 없애고, 고요한 밤에 법문을 말하여 순조롭게 행하는 인연을 주고, 출가하는 문을 열어 바른 길을 보여 주며, 밝은 빛이 되어서 어둔 장벽을 헐고 공포를 소멸케 하며, 출가하는 일을 칭찬하고 불·법·승 삼보와 선지식을 찬탄하여 공덕을 갖추게 하며, 또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공경하며 공양케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해탈문을 닦을 적에 중생들로 하여금 옳지 못한 탐욕을 여의고 잘못된 분별을 버리고,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나지 못하게 하고, 이미 지은 나쁜 짓은 모두 그치게 하여 허망한 생각과 허망한 경계로는 흔들지 못하게 하였고, 아직 생기지 못한 선한 법이나 닦지 못한 바라밀이나 구하지 못한 지혜나 세우지 못한 서원이나 내지 못한 자비심이나 짓지 못한 인간 천상에 태어날 업들은 모두 나게 하고, 이미 난 것은 더욱 자라게 하여, 나는 이러한 보리도(菩提道)에 순종하는 인연을 주었으며, 내지 일체지지를 이루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즐거움으로 두루 다니는 용맹한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행과 원을 갖추고 모든 끝없는 법계를 분명히 알며,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고 모든 여래의 지혜를 밝게 보고 모든 여래의 경계에 머물러서, 나고 죽는데 늘 있으면서도 마음에 장애가 없고 모든 지혜와 서원을 빨리 만족하고, 온갖 세계에 두루 나아가서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모든 법문을 들으며, 모든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을 깨뜨리고 나고 죽는 밤중에서 지혜의 광명을 내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멀지 아니한 데 보리 나무 도량이 있고, 그 도량의 오른편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이 희목관찰일체중생(喜目觀察一切衆生)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보변길상무구광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이치를 다시 밝히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시방세계 삼세 부처님들께서
믿는 마음 위하여서 나 계시나니
넓고 크고 깨끗한 눈 갖추었으면
많고 많은 부처님들 볼 수 있으리.
부처님들 때 없는 몸 그대 보시오.
묘한 몸매 깨끗하게 장엄하시고
대중 모인 도량에 모두 앉으사
나타내는 신통의 힘 널리 퍼지네.
비로자나부처님 보리도량서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 이루어
간 데마다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법 수레를 운전하여 법계에 가득.
부처님이 깊고 참된 성품 얻으니
그 자체가 고요하여 차별이 없고
깨끗하온 색신이 장엄 갖추어
중생에게 보이는 일 한량이 없네.
부처님 몸 크고 넓어 알 수 없으나
법계에 가득하여 다하지 않고
평등하게 시방세계 나타나시니
한량없는 세계에서 모두 뵈오리.
부처님의 둥근 광명 항상 가득 차
티끌 같은 모든 세계 두루 비추며
번갈아서 비치는 빛 그지없어서
광명마다 원만하여 법계에 가득
부처님의 털구멍서 나오는 광명
알 수 없이 크고 넓어 끝이 없어서
중생들의 온갖 마음 널리 비치어
그네들의 모든 번뇌 모두 소멸해.
부처님의 털구멍서 생기는 변화
낱낱 변화 신통 한량이 없어
모든 세계 모든 중생 조복하나니
그네들의 온갖 고통 모두 없어져
부처님의 넓고 크고 원만한 음성
음성에서 나오는 가지각색 말
묘한 법문 연설하여 중생을 교화
그네들로 보리 성품 깨닫게 하네.
부처님이 그지없는 오랜 세월에
중생들을 거둬 주려 행을 닦으사
내가 오늘 부처님을 뵈옵게 되니
그림자로 시방세계 나타나셨네.
부처님이 온 세간에 나타나시니
중생들의 수효처럼 한량이 없고
깊고 깊은 그 경계에 들기 어려워
우리들의 지혜로는 알 수 없나니
큰 위덕을 구족하신 모든 보살들
부처님의 털구멍에 모두 드시니
헤아릴 수가 없는 해탈의 경계
우리로는 알 수 없고 부처님들만
이 근처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별빛 같은 반가우신 눈
그대는 거기 가서 행을 물으라
보리도 닦는 길을 가르쳐 주리.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42. 희목관찰일체중생 밤차지신을 찾다
1) 털구멍으로 나타내는 신통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선지식의 말씀을 받들어 행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보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선지식을 보면 마음으로 주의[作意]케 하여 산란함이 없고, 선지식을 보면 크게 장애되는 번뇌의 산을 무너뜨리고, 선지식을 보면 불쌍히 여기는 큰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바다에 들어가고, 선지식을 보면 지혜의 빛을 얻어 법계에 두루 비치고, 선지식을 보면 일체지를 닦아 행하고, 선지식을 보면 시방세계 부처님을 뵈올 수 있고, 선지식을 보면 부처님의 운전하는 법 수레를 얻어 보고 잊지 아니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고 나서 희목관찰일체중생(喜目觀察一切衆生) 밤차지신이 있는 데로 가려 하였다. 이때에 그 신은 위신력으로 선재동자에게 가피하여,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선근이 생겨나서 자라고 성숙하는 줄을 알게 하였으니, 이른바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보리도를 돕는 길을 닦게 되는 줄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용맹한 마음을 일으키게 되는 줄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무너지지 않는 업을 짓게 됨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견고한 힘을 얻을 줄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끝없는 방소에 들어갈 줄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오래도록 행을 닦게 됨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끝없는 사업을 할 수 있음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한량없는 도를 행할 줄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빠른 힘을 얻어 여러 세계에 나아가게 됨을 알게 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면 본처(本處)를 여의지 않고 시방세계에 널리 가게 됨을 알게 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내게 되었다.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말미암아 용맹하게 일체지를 닦게 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모든 서원을 빨리 세우게 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끝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요,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용맹하게 나아가는 갑옷을 입고 한 티끌 속에서 법문 말하는 소리가 법계에 가득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시방세계에 빨리 가게 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한 털끝만한 자리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행을 닦을 수 있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잠깐 동안마다 보살의 행을 행하여 필경에는 일체지의 자리에 머물게 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삼세 모든 여래의 자재한 신통으로 장엄한 도에 들어가게 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항상 법계를 반연하며 움직이지 아니하고 끝없는 세계에 두루 이르게 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심으로 상 깨끗한 법계의 문에 들어가서 가고 오는 생각을 떠나서 시방세계에 가게 되리라.’
선재동자가 이런 생각을 내고는 즉시에 희목관찰 밤차지신에게 갔는데, 그 밤차지신이 부처님의 대중 도량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서, 빠르고 기쁜 짐대 때 없는[大速疾普喜幢無垢] 해탈문에 들어간 것을 보았다. 그 몸의 낱낱 털구멍마다 한량없는 여러 가지 변화하는 몸을 나타내고, 마땅함을 따라 아름다운 음성으로 법문을 연설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거두어 주고 모두 즐거워서 이익을 얻게 하였다. 곧 한량없는 화신 구름을 내어 시방세계에 가득하여서 보살들의 보시바라밀을 행하나니, 모든 일에 미련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골고루 보시하는데, 법계가 한 모양이고 마음이 평등하여 공양하고 섬기기에 조금도 교만한 마음이 없고, 안에 것 밖에 것을 모두 보시하며, 버리기 어려운 것을 모두 버리었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 수효처럼 한량없는 화신 구름을 내어 법계에 가득하게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서 계행을 깨끗하게 가지는 일을 말하는데 조금도 범하지 않고 괴로운 행을 닦아서 모두 원만하고, 모든 세간에 의지할 것 없으며, 모든 경계에 애착할 것이 없다고 하며, 나고 죽는 데서 바퀴돌듯 함을 말하고, 인간이나 천상의 잘되고 못되고 괴롭고 즐거움을 말하고, 모든 경계가 모두 부정하다고 말하고, 모든 하염있는 법이 모두 항상함이 없다고 말하고, 모든 새는[有漏] 법이 모두 괴로운 것이라 말하고, 온갖 법이 공하여서 나라고 할 것이 없다고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허망한 마음과 허망한 소견이 모두 뒤바뀐 것을 버리고, 여래의 경계에 머물러 헤아릴 수 없는 항상 하고[常] 즐겁고[樂] 나고[我] 깨끗함[淨]이 끝까지 진실함을 알게 하며, 여래의 계율을 지녀 이와 같이 가지가지 계행을 말하니, 계행의 향기가 널리 풍기어 모든 중생들을 성숙하게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 수효처럼 많은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여러 가지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말하였으니, 곧 몸을 자르고 매로 치고 꾸짖고 모욕하더라도 마음이 태평하여 분한 생각이 없어야 하며, 편안하게 받고 자세하게 생각하여 흔들리지 않고 어지럽지 않으면, 모든 행에 대하여 낮게도 높게도 여기지 않고, 중생들에게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법의 성품을 자세하게 살피고 관찰하며, 보리심이 끝이 없다고 말하며 보리심이 끝이 없으므로 지혜도 다함이 없이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는다고 말하며, 중생들의 몸이 미천하고 누추하고 모양이 못생기고 불구한 것을 말하며, 싫은 생각을 내게 하고 방편으로 없애준다고 하여, 이러한 인연으로 여래들의 깨끗하고 훌륭하고 위없는 몸을 찬탄하여 즐거울 생각을 내게 하며,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을 성숙시키었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 수효처럼 많은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용맹하게 정진하여 일체지 닦는 데 도움되는 법을 말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마군을 항복 받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보리심을 내어 흔들리거나 물러가지 말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중생들을 제도하여 나고 죽는 바다에서 헤어나게 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나쁜 갈래에 떨어지는 액난을 소멸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지혜의 힘으로 어리석음[無智]의 산을 무너뜨리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되 고달픈 생각이 없어야 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부처님들의 법 수레를 받아 지니고 잊지 아니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번뇌의 장애되는 산을 무너뜨리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중생을 교화 성숙시키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하게 장엄하라고 하여,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시키었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의 수효처럼 한량없는 몸을 내어,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걱정과 슬픔과 고생을 소멸케 하여 기쁜 마음을 내고 나쁜 생각을 버리며, 모든 욕락에 대하여 싫증을 내게 하고, 부끄러워하는 법을 일러 주어 중생들로 하여금 여러 감관을 숨겨 보호하게 하며, 위없이 깨끗한 행을 말하고, 모든 탐욕이 마군의 경계임을 말하여 무서운 마음을 내게 하고, 세간의 향락이 즐거운 것 아님을 나타내어 보이고, 바른 법 동산에 있으면서 법의 즐거움을 받게 하는데, 차례차례로 깊은 선정과 삼매의 낙에 들게 하고, 그로 하여금 생각하고 살펴보아 모든 번뇌를 소멸하고 참된 성품을 찬탄하여 나고 죽음이 없는 것을 보여 주고, 또 모든 보살이 삼매 바다에서 신통으로 변화하고 자재하게 유희함을 연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기쁘고 좋아서 공포심을 여의고, 마음이 깨끗하여지고 성품이 유순하여서 여러 감관의 명리함을 자재하게 사용케 하며, 바른 법을 소중하게 여기어 닦아 익히고 더욱 자라게 하며,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시키었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의 수효처럼 많은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 세계에 나아가서 여러 부처님과 스승과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섬기며, 부처님들의 모든 법문을 받아 지니고, 꾸준하게 나아가 게으르지 말라고 연설하며, 또 모든 여래 바다를 말하여 칭찬하고, 모든 법문 바다를 관찰하고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을 보여 주고 모든 삼매의 문을 열었으며, 지혜의 경계를 밝게 비추어 중생들의 의심을 없애고, 금강 같은 지혜로 나쁜 소견을 무너뜨리고 지혜의 해로 어리석은 어둠을 깨뜨리어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온갖 것 아는 지혜를 이루게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의 수효처럼 많은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가지각색 몸매와 가지각색 형상을 나타내며, 헤아릴 수 없는 몸으로 모든 중생의 앞에 나아가 마땅함을 따라 가지가지 변재와 음성으로 해석하여 법문을 말하였다. 혹은 세간의 신통과 복덕을 말하기도 하고, 삼계가 모두 무서운 것이라 하여 세간에 태어날 업과 행동을 짓지 않게 하여 삼계처를 떠나며 잘못된 소견에서 뛰어날 것을 말하며, 혹은 일체지의 길을 찬탄하여 모든 성문이나 연각의 자리를 뛰어나게 하며, 혹은 나고 죽는 데도 머물지 않고 열반에도 머물지 않을 것을 연설하여 하염있는 법과 하염없는 법에 고집하지 말고, 공경하거나 교만하거나 근심하고 기뻐하지 않게 하며, 혹은 천궁에 머무는 것을 말하고 내지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는 것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즐거운 마음으로 보리심을 내게 하였다. 이러한 방편으로 바라밀에 이르는 문을 보이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성숙케 하여 필경에 일체지를 얻게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가지가지 몸을 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두루 나타나고, 잠깐 동안마다 보현보살의 온갖 행과 원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깨끗한 서원이 법계에 가득함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세계 바다를 깨끗하게 장엄함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여래에게 공양함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법문 바다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 바다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온갖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일체지의 길을 깨끗하게 닦는 것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시방세계 모든 여래의 힘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삼세의 모든 방편 바다에 들어감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온갖 세계에 가서 가지가지 신통으로 자재하게 변화함을 보이며, 잠깐 동안마다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행과 원을 보이며, 이러한 서원 바라밀을 나타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온갖 것을 아는 지혜에 머무르게 하나니 이러한 일이 항상 쉬지 아니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온갖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 수효와 같은 변화하는 몸을 내어 모든 중생들의 앞에 나아가서 모든 보살이 일체지 얻음을 돕는 법을 말하며, 끝없는 힘·깨뜨릴 수 없는 힘·그지없는 힘·위없는 행을 닦아 물러가지 않는 힘·새가 끊이지 않는 힘·나고 죽는 일에 물들지 않는 힘·온갖 마군을 깨뜨리는 힘·온갖 번뇌를 여의는 힘·모든 업장의 산을 무너뜨리는 힘·온갖 겁에서 대자대비한 행을 닦으며 고달프지 않는 힘·모든 부처 세계를 진동하는 힘·여러 중생들을 기쁘게 하는 힘·넓은 세간에서 법 수레를 운전하는 힘 등 이러한 힘 바라밀 방편으로 중생을 성숙하여 일체지에 이르게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마다 온갖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 수효와 같은 여러 모양으로 변화하는 몸을 내어, 시방 법계의 한량없는 세계에서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모든 보살의 지혜 행을 연설하였다. 이른바 모든 중생의 세계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고,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고, 모든 중생의 행의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말하고, 온갖 중생을 제도하여 성숙케 하고 조복하는 시기를 잃지 않는 지혜를 말하고, 온갖 법계의 음성을 내는 지혜를 말하고, 잠깐 동안마다 온갖 법계 바다에 두루하는 지혜를 말하고, 잠깐 동안마다 온갖 세계 바다가 이루어져서 장엄하는 형상이 제각기 다름을 아는 지혜를 말하고, 잠깐 동안마다 신통이 자재하여 모든 여래를 가까이 모시며 공양하고 법문을 듣는 지혜를 말하며, 이러한 지혜바라밀을 보이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기뻐하고 화평하며, 또 마음이 고요하고 결정된 알음알이로 일체지를 구하여 물러가지 않게 하였다.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말하여 가지가지로 중생들을 조복하고 성숙케 하는 것 같이, 가지가지 때에 가지가지 마음을 따라 가지가지 근성을 알고, 그 명리함을 감당할 수 있게 하고, 좋아하며 깊이 믿으며 이해하는 힘을 내게 하여, 일체지를 끝까지 원만케 하며, 이렇게 보살들의 가지가지 수행하는 법을 말하여 이롭게 하듯이, 중생을 성숙하는 일도 이러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에서 저 밤차지신이 처음 마음을 낼 때부터 닦아 모은 공덕을 나타내었다. 이른바 선지식을 섬기고 부처님들을 가까이 모시며, 선한 법을 닦아 보시바라밀을 행하면서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리는 일과 계바라밀을 행하면서 임금의 지위와 부귀하고 자재하던 궁전과 권속을 버리고, 더 좋은 마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던 일과 참는 바라밀을 행하면서 세간의 온갖 어려운 일과 여러 가지 고통을 참던 일과 보살이 원만하고 청정하게 괴로운 행을 닦고 바른 법을 지니는 일이 모두 견고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던 일과 중생들이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하여 나쁜 짓을 하고 나쁜 말을 하는 것을 모두 참으며, 온갖 업을 견디어 잃지 아니하고 온갖 법을 알아서 믿는 마음이 결정되고 옳게 아는 마음[正解心]이 생기며, 법의 성품을 인식하여 자세하게 생각하되 분별이 없던 일과 정진바라밀을 행하면서 일체지에 이르는 행을 일으키고 모든 부처님 법을 이루어 널리 성숙하며 물러가지 않는 일과 선바라밀을 행하여 원만하고 깨끗이 하면서, 선바라밀로 말미암아 있던 기구와 부지런히 구함과 닦은 행과 성취한 것과 깨끗이 한 것과 원만한 것과 일으킨 삼매의 신통과 들어간 삼매의 문을 모두 나타내며,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마음에 고집이 없으며, 반야바라밀로 말미암아 있던 기구와 깨끗이 한 지혜의 해와 지혜의 구름과 지혜의 광과 지혜의 바다와 지혜의 수행과 지혜의 문을 모두 나타내어 보이었다.
또 다시 공교한 방편바라밀의 문을 닦아 행함을 보이며, 그 방편바라밀로 말미암아 있던 기구와 수행하던 것과 자체의 성품과 나아갈 바 이치와 깨끗함과 서로 응하던 일을 모두 나타내어 보이며, 서원바라밀을 행함을 보이며, 그 서원바라밀의 자체 성품과 성취한 것과 닦아 익힘과 서로 응하던 일을 모두 나타내어 보이며, 힘바라밀을 행함을 보이며, 그 힘의 바라밀로 말미암아 있는 기구와 인연과 나아가는 이치와 연설하던 일과 서로 응하는 일을 모두 나타내어 보이며, 지혜바라밀을 행함을 보이며, 그 지혜바라밀로 말미암아 있는 기구와 자체 성품과 닦는 행과 성취함과 내는 것과 깨끗함과 처소와 더하여 자라는 것과 깊이 들어감과 광명과 나타내어 보임과 나아갈 바 이치와 서로 응하는 일과 능히 가리어 냄과 행하는 모양[行相]과 마땅한 법과 거둘 법과 아는 법과 아는 업과 아는 세계와 아는 겁과 아는 세간과 부처님의 나심과 아는 부처님과 아는 보살과 아는 보살의 마음과 보살의 지위와 보살의 기구와 보살의 마음을 내어 나아감과 보살의 회향함과 보살의 행과 보살의 서원과 보살의 법 수레와 보살의 가리어냄과 보살의 법 바다와 보살의 법문 바다와 보살의 법의 흐름과 보살의 법의 노다지와 보살의 법의 이치 등 이러한 지혜바라밀과 서로 응하는 경계를 모두 나타내어 보이며, 저 밤차지신의 낱낱 털구멍으로 구족하게 나타내는 열 가지 바라밀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시키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희목관찰일체중생 밤차지신이 다시 낱낱 털구멍으로 한량없는 중생 모양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킴을 보았다. 이른바, 색구경천(色究竟天)·선현천(善現天)·선견천(善見天)·무열천(無熱天)·무번천(無煩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광과천(廣果天)·복생천(福生天)·무운천(無雲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변정천(徧淨天)·무량정천(無量淨天)·소정천(少淨天)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극광정(極光淨)천·무량광(無量光)천·소광(少光)천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대범(大梵)천·범보(梵輔)천·범중(梵衆)천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타화자재천·화락천·도솔타천·수야마천·도리천 등 이러한 천왕과 하늘의 채녀와 천자들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제두뢰타 건달바왕과 건달바 아들과 건달바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비루륵차 구반다왕과 구반다 아들과 구반다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비루박차 용왕과 용의 아들과 용의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비사문 야차왕과 야차 아들과 야차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대수(大樹) 긴나라왕과 긴나라 아들과 긴나라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묘지(妙智) 마후라가왕과 마후라가 아들과 마후라가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대세속질력(大勢速疾力) 가루라왕과 가루라 아들과 가루라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나후 아수라왕과 아수라 아들과 아수라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염라왕과 염라왕 아들과 염라왕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세간의 왕과 왕의 부인과 왕의 아들과 왕의 딸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이러한 여러 갈래의 몸구름을 일으키었다.
또 모든 성문과 독각과 보살과 부처님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며, 모든 지신·물신·불신·바람신·강신·바다신·산신·숲신·농사차지신·약차지신·나무차지신·땅차지신·성차지신·낮차지신·밤차지신·허공차지신·방위차지신·몸 많은 신·발로 가는 신·도량차지신·금강신 등과 비슷한 몸 구름을 일으키어, 시방에 두루하고 법계에 가득하였으며, 모든 중생들 앞에서 가지각색 소리를 나타내시었으니, 이른바 바람바퀴 소리·물바퀴 소리·불길 소리·조수 소리·지진하는 소리·산들이 부딪치는 소리·성이 진동하는 소리·마니보배가 마주 부딪치는 소리·천왕의 소리·용왕의 소리·야차왕의 소리·건달바왕의 소리·아수라왕의 소리·가루라왕의 소리·긴나라왕의 소리·마후라가왕의 소리·인간왕의 소리·범천왕의 소리·천녀들이 노래하는 소리·천인의 음악 소리·마니보배 소리·성문의 소리·독각의 소리·보살의 소리 들이었다.
이러한 가지각색 음성으로써 희목관찰일체중생 밤차지신이 처음 마음 낸 때부터 모은 공덕이 계속하는 차례, 익힌 선근이 계속하는 차례, 보리심 낸 것이 계속하는 차례, 한량없는 바라밀 닦음이 계속하는 차례, 여기서 죽어 저기 태어나는 몸과 이름이 계속하는 차례,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부처님을 섬기는 일이 계속하는 차례, 여래들의 여러 가지 법문 들음이 계속한 차례, 바른 법을 받아 지님이 계속한 차례, 보살의 행 닦음이 계속한 차례, 삼매에 듦이 계속한 차례, 삼매의 힘으로 부처님을 뵈옴이 계속한 차례, 여러 세계를 널리 봄이 계속한 차례, 모든 겁을 널리 앎이 계속한 차례, 법계에 깊이 들어감이 계속한 차례, 중생을 살펴봄이 계속한 차례, 불법 바다에 들어감이 계속한 차례, 중생들의 여기서 죽고 저기서 남을 아는 일이 계속한 차례, 천이통을 얻어 모든 소리와 가지가지 변재를 듣고 따라 생각함이 계속한 차례, 청정한 천안통을 얻어 모든 빛깔과 가지가지 모양을 보고 공교하게 관찰함이 계속한 차례, 타심통을 얻어 중생들의 마음을 앎이 계속하는 차례, 숙명통[宿住智]을 얻어 과거세의 일을 앎이 계속하는 차례, 헤아릴 수 없는 의지함 없고 지음 없는 신족통(神足通)을 얻어 시방세계로 자재하게 다님이 계속하는 차례, 보살의 차별한 해탈을 얻고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해탈 법문 바다에 들어가고, 보살의 삼매와 신통에 머물고, 보살의 용맹한 걸음을 얻고, 보살의 마음에 머물고, 보살의 권속이 되어 보살의 도량에 들어가는 따위의 모든 공덕이 계속하는 차례들을 모두 연설하며 분별하여 중생들을 성숙시키었다.
이러한 것을 보는 동안에 생각 생각마다 시방으로 각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고, 한량없는 나쁜 갈래 중생들을 제도하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서 부귀하고 자재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나고 죽는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성문과 벽지불 지위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살의 법문을 얻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부처님의 지혜에 머물게 하였다.
2) 해탈문을 얻고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위에 말한 여러 가지 희유한 일을 보고 듣고, 늘 관찰하고 생각하여 이해하고 따라서 행하고 깊이 들어가고 편안하게 머물러 평등하게 성취하였고, 부처님의 위력과 해탈의 힘으로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빠르고 기쁜 짐대 때 없는[菩薩不可思議大速疾力普喜幢無垢] 해탈문을 얻었다. 왜냐하면 지난 세상에 그 밤차지신과 함께 행을 닦은 까닭이며, 부처님의 위력으로 가피하신 까닭이며, 헤아릴 수 없는 선근으로 도운 까닭이며, 보살의 여러 근(根)을 얻은 까닭이며, 여래의 내림[如來種] 가운데 난 까닭이며, 선지식의 힘으로 거두어 줌을 얻은 까닭이며, 여래들의 염려함을 받은 까닭이며, 비로자나여래께서 교화하신 까닭이며, 자기의 선근이 성숙된 까닭이며, 보현보살의 행을 닦은 까닭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해탈을 얻어 마음이 즐거웠고, 서방 여래 위신의 힘을 입어 합장하고 희목관찰일체중생(喜目觀察一切衆生) 밤차지신을 향하여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한량없는 오랜 세월 밤차지신이
부처님의 깊은 법을 닦아 배우고
여러 세계 중생들께 마땅한 대로
색신을 나타내심 집착이 없네.
고통 바다 빠져 있는 모든 중생들
의지 없이 뜬생각에 얽힌 줄 알고
신통으로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
바른 법을 일러 보여 조복하시네.
법신은 고요하고 둘이 없어서
의지 없고 집착 없고 분별없건만
중생을 교화하려 몸을 나타내
바른 법을 연설하여 조복하시네.
다섯 쌓임[五蘊] 열두 곳과 열여덟 경계
공한 줄을 밝히 알아 집착 없건만
잘난 몸매 잘 꾸미신 몸을 나타내
바른 법을 연설하여 조복하시네.
안과 밖의 모든 법에 집착 않으며
그지없는 생사 바다 뛰어났으나
있다 없다 하는 데서 중생 건지려
같은 종류 동무되어 두루하시네.
거룩하온 신의 마음 모든 경계에
모든 욕망 모든 분별 여의었건만
어리석은 중생들을 건지느라고
깨닫는 법 나타내어 조복하시네.
신의 마음 삼매 속에 머물러 있어
오랜 세월 지나도록 흔들리잖고
몸에 있는 털구멍서 화신을 내어
시방세계 부처님께 공양하시려
부처님의 열 가지 힘 들어가시고
찰나찰나 방편법이 끝이 없으사
적당하게 여러 가지 몸을 나타내
모든 종류 중생들을 거둬 주시네.
여러 세계 나고 죽음 자세 살피고
가지가지 업과 힘에 장엄 갖추어
막힘없는 보리법을 말씀하시며
듣는 이의 마음들을 깨끗하게 하네.
밤차지신 여러 몸매 보현 같으사
깨끗하게 꾸미신 몸 비길 데 없고
중생들의 많은 욕망 각각 따라서
세간마다 나타내어 두루 뵈시네.
선재동자는 이러한 게송으로 밤차지신을 찬탄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신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으며, 이 해탈문을 얻은 지는 언제오이까?”
이때에 밤차지신은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생각하니 지난 세상 오래된 세월
세계의 티끌보다 많은 겁 전에
안락한 마니 광명 세계가 있고
겁 이름은 고요한 큰 음성이라.
그 세계에 들어 있는 많은 사천하
그 수효가 백천 구지 나유타인데
그 가운데 한 사천하 끼여 있으니
이름은 마니산의 여러 가지 빛.
그 곳에 널려 있는 넓고 큰 성이
백천만억 나유타가 된다고 하며
거기 있는 가장 큰 도읍 이름은
여러 가지 향빛 마니 짐대라 하니
가지각색 보배로 장엄하여서
보는 이는 사람마다 즐거워하고
그 때에 나서 계신 전륜왕 이름
넓고 큰 몸 이 세상 주인이라네
서른둘의 갖춘 몸매 두루 원만코
여든 가지 잘난 모양 장엄하였고
진금 같은 묘한 빛깔 광명 덩어리
깨끗한 연꽃에서 났다 하시네.
허공에서 마음대로 광명 놓으니
그 광채 염부제에 널리 비추고
그 임금의 아들만도 일천 명인데
위풍 있고 용맹하고 신수가 좋아
좌우에 보좌하는 구지 대신들
지혜 있고 충성하고 사리가 구족
왕후 왕비 궁녀들도 십억이 넘어
하늘아씨 남의 마음 즐겁게 하듯
그네들이 전륜왕의 뜻을 따라서
공순하고 자비하게 시중을 들고
조정에선 법을 따라 정사를 펴니
바른 법이 사천하에 널리 퍼지네.
철위산 안 여러 나라 와서 붙으니
풍성하고 태평하여 백성이 기뻐
나는 그 때 임금님의 보녀가 되어
말솜씨가 훌륭하고 범천의 음성
몸의 광명 일천 유순 멀리 비치니
그 광채가 때 없는 진금빛 같아
어느 날 해는 벌써 서산을 넘고
질탕하던 음악들도 모두 고요해.
이내 몸도 대왕님도 모든 궁녀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잠 들었는데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타나시니
그 이름은 상서로운 공덕의 바다
한량없는 신통력 나타내어서
시방의 여러 세계 두루하시며
한량없는 광명 바다 다시 내시니
모든 세계 티끌 수효 같이 많았고
가지각색 자재한 몸 나타내시니
시방 법계 다 덮고도 다함이 없어
땅 위에 있는 산들 모두 진동해
부처님이 나셨다고 널리 알리네.
천상사람 세간사람 용과 아수라
부처님 소식 듣고 모두 기쁘고
털구멍 구멍마다 신기하게도
부처님 화신들이 쏟아져 나와
시방세계 가득하게 두루 퍼지어
중생들의 마음 따라 법문을 말씀
나는 그때 대궐에서 꿈을 꾸다가
부처님의 가지가지 신통 보았네.
미묘 법문 연설하는 말씀도 듣고
일찍이 없어 기뻐하고 찬탄하더니
이 때 마침 밤차지신 십천 하늘이
대궐 위의 허공중에 머물러 있어
부처님의 크신 공덕 칭찬하면서
아름다운 음성으로 내게 말하되
지혜 있는 부인이여, 일어나시오
부처님이 이 나라에 나타나셨소.
백천 겁을 지내어도 만날 수 없고
보는 이는 깨끗하게 큰 이익 얻네.
나는 그 때 잠을 깨어 기쁜 맘으로
청정하고 묘한 광명 멀리 뵈었네.
지금 보는 이 광명이 어디서 오나
부처님 보리 나무 아래 계신데
삼십이상 잘난 몸매 장엄하시니
묘한 광채 보배 산을 뛰어나시고
다시 보니 털구멍의 구멍들마다
크고 넓은 광명 바다 널리 놓거늘
내가 그 때 보고 나서 기쁜 뜻으로
넓고 크고 희유한 맘 처음 내기를
바라건대 나도 역시 부처님 같이
크고 넓은 신통의 힘 갖추어지다
그 때에 나는 다시 전륜성왕과
왕후 왕비 궁녀들을 깨워 일으켜
부처님의 크신 광명 뵈옵게 하여
그네들의 몸과 마음 기쁘게 했고
나는 다시 전륜왕을 곁에 모시고
천억의 사병(四兵)에게 둘러싸여
한량없는 중생들과 모두 다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가서
그 후부터 이만 년을 지내가면서
일심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올 제
칠보와 땅덩어리 사천하까지
받들어 보시하고 싫증 없더니
그 때에 그 부처님 나를 위하여
수다라의 많은 공덕 말씀하시네.
부처님 위력으로 중생들에게
훌륭한 서원 바다 일으켰더니
이때에 밤차지신 나를 깨우쳐
부처님을 뵈옵고 마음 자라게
그 때 나는 이러한 몸을 얻고자
여러 가지 게으른 맘 깨우쳐 내고
그때부터 이 처음 마음을 내서
위없는 보리도에 나아가려고
나고 죽는 중생 바다 돌아다니며
모든 고통 없앨 마음 잃지 않았고
그 뒤부터 굳게 믿는 마음으로서
억 나유타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천상 인간 좋은 복락 항상 받았고
수없이 많은 중생 이익했으니
첫 부처님 이름은 길상 바다요
둘째 부처님 공덕 끝없는 등불
셋째 부처님 묘한 보배 짐대라 하고
넷째 부처님 이름은 허공 지혜요
다섯째 부처님은 구소마시고
여섯째는 지혜 달 고집 없음이네.
일곱째는 법의 달 빛나는 임금
여덟째는 지혜 바다 널리 비춘 빛
아홉째 부처님의 높으신 이름
보배 불꽃 산 등불 빛이라 하오
열째 번에 나신 부처님 명호
삼세의 크신 광명 음성이라니
이런 십억 나유타 부처님들을
내가 모두 공양하고 마음 즐거워
그리고도 지혜 눈을 얻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해탈문에 들지 못했고
그 다음에 또 다시 세계 있으니
이름은 모든 부처 보배론 광명
겁의 이름 하늘의 길상이라며
오백 분 부처님이 나시었으니
첫 부처님 달바퀴 원만한 광명
둘째 부처 이름은 태양의 등불
셋째 부처 이름은 별 짐대[星宿幢]라고
넷째 번에 나신 부처 보배 봉우리
다섯째는 불꽃 광명 육은 바다 등
일곱째는 불꽃 길상 팔은 하늘 덕
아홉째 부처님은 광명 짐대요
열째는 넓은 지혜 광명의 임금
이러한 오백 분의 부처님들을
낱낱이 내가 모두 공양하였소.
그래도 내라 하는 아뢰야식에
의지 없음 모르고 있다고 고집
이 겁을 지낸 뒤에 오는 겁 이름
여러 가지 묘한 빛 범천의 광명
세계는 구족하게 보배로 장엄
이름은 좋은 길상 꽃 등불 구름
그 세계에 나시는 부처님들을
낱낱이 내가 모두 공양하였고
부처님의 제자들도 공양하면서
공경하여 법문 듣고 기뻐했으니
첫 부처님 이름은 보배 수미산
둘째 부처 광명과 공덕의 바다
셋째는 묘한 법계 공덕 바다요
넷째는 법 바다에 큰소리 임금
다섯째는 법 짐대 여섯짼 위엄
일곱째는 법력 광명 여덟짼 공지(空智)
아홉째는 법 불꽃 수미산 광명
열째 번 부처님은 구름의 상서
이 부처님 으뜸으로 많은 부처님
낱낱이 내가 친히 공양하였소.
그래도 법의 성품 분명치 않아
부처님들 바다에 들지 못했고
이 겁을 지낸 뒤에 또 겁 있으니
그 겁을 이름 하여 달 길상이라.
달 길상 겁 동안에 있는 세계는
이름을 태양 등불 길상한 짐대
그 때에 이 세상에 나신 부처님
그 수효 얼마더냐 팔십 나유타.
가지가지 장엄거리 많이 차려서
지극한 정성으로 받들었으니
첫 부처님 감로 맛 임금이시고
둘째 부처 이름은 큰 나무 임금
셋째 번 부처님은 공덕 수미산
넷째 부처 평등한 묘한 보배 눈
다섯째는 광명변조 여섯짼 광엄
일곱째는 법 바다 여덟짼 큰 힘
아홉째는 세상 임금 어지신 위력
열째 부처 이름은 온갖 법 광명
이 부처님 으뜸으로 많은 부처님
나는 모두 공양하여 친히 모셨소.
그러고도 깊고 묘한 지혜 못 얻어
깊고 깊은 법 바다에 들지 못했고
그 뒤에 오래잖아 겁이 있으니
그 이름은 조용한 지혜의 위력
그 때 있던 세계는 넓은 빛 구름
금강 같이 견고한 마니보배로
수없이 꾸몄으니 빛깔이 구족
그 가운데 천 부처님 나타나셨네.
중생들이 청정하고 번뇌는 적고
때 없는 대중들이 장엄했으니
첫 부처님 이름은 금강제(臍)시고
둘째는 고집 없는 힘을 지닌 이
셋째 부처 이름은 법계 그림자
넷째는 넓은 광명 시방 비춘 이
다섯째는 자비하신 위엄과 공덕
여섯째 부처님은 고행의 바다
일곱째는 욕을 참는 원만한 등불
여덟째는 법 깨달은 원만한 광명
아홉째 번 부처님은 바다의 장엄
열째 부처 고요하신 광명의 임금
이 부처님 으뜸으로 일천 부처님
낱낱이 내가 모두 공양했으나
평등하기 허공 같고 자체가 청정
그러한 법의 성품 못 깨달았소.
두루두루 여러 세계 가고 오면서
거기에서 보살도를 수행하더니
오래잖아 다음 차례 겁이 있는데
그 겁 이름 묘하게 빚어내는 것
세계 이름 향 등불 길상한 구름
좋은 세계 나쁜 세계 섞여 있었고
그 세계에 억 부처님 나타나시어
겁과 세계 아름답게 장엄하였소.
저 부처님 말씀하신 미묘한 법문
잊지 않는 내 맘으로 모두 받았소.
첫 부처님 맑은 이름 둘짼 법 바다
셋째 번 부처님은 구름이 길상
넷째는 법의 주인 다섯짼 덕운(德雲)
여섯째는 법산 위에 수미관 쓴 이
일곱째는 지혜 불꽃 위엄과 공덕
여덟째 부처님은 허공 큰 소리
아홉 번째 나시었던 부처님 이름
모든 것을 자아내는 훌륭한 등불
마지막 부처님의 거룩한 이름
양미간의 광명 지혜 상서로운 이
저러하신 부처님께 공양했으나
걸림 없는 묘한 도를 얻지 못했고
오래잖아 다음 차례 겁이 있으니
그 이름은 굳게 모은 묘고산 임금
세계 이름 좋은 보배 정수리 짐대
훌륭한 보배들로 꾸미었는데
오백 분 부처님이 나타나시니
색신이 가득 차서 훌륭히 장엄
저러한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깊고 깊은 참 해탈을 구하였으니
첫 부처님 이름은 공덕이 원만
둘째는 음성 고요 셋째는 바다 산
넷째는 위엄 공덕 다섯짼 산왕
여섯째는 수미 모양 큰 구름 소리
일곱째는 법에 자재 여덟짼 공덕
아홉째는 복 수미산 열짼 대적광
이런 이를 으뜸으로 오백 부처님
내가 모두 차례차례 공양하였고
저 부처님 깨달으신 맑고 참된 도
내가 모두 들어가서 남음 없건만
여태도 부처님의 법문 중에서
평등하고 깊은 지혜 성취 못했고
오래잖아 다음 차례 겁이 있으니
그 이름은 안락하고 장엄한 광명
세계 이름 고요한 영락의 지혜
중생들은 깨끗하여 번뇌가 없고
그 세계에 부처님 나타나시니
그 수효 얼마인가 팔십 나유타
저러한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부처님의 깨끗한 법 수행했으니
첫 부처님 꽃 무더기 구소마시고
둘째는 바다 고방 셋째는 덕생
넷째 부처 이름은 천왕의 상투
다섯째 부처님은 마니승장왕
여섯째 부처님은 진금산이요
일곱째 부처님은 보배 무더기
여덟째는 법 짐대, 아홉짼 재승(財勝)
마지막 부처님은 지혜왕이니
이 부처님 으뜸으로 많은 부처님
내가 모두 공양하여 끝마치었소.
이 뒤에 차례대로 오는 겁파는
그 이름 무엇인가 천 길상이요
세계는 묘한 등불 변화한 짐대
억 나유타 부처님이 나서 계시네.
첫 부처님 이름은 고요한 짐대
둘째 부처 이름은 사마타시고
셋째 부처 고요한 백 등불 구름
네 번째 부처님은 길상왕이라
다섯째 부처님은 훌륭한 임금
여섯째 부처님은 구름 같은 행
일곱째 여래는 태양의 위덕
여덟째는 훌륭한 법 수미산 등불
아홉째는 하늘 불꽃 묘길상이요
열째 부처 사자후 지혜의 등불
이 부처님 으뜸으로 여러 부처님
내가 모두 공양하여 빠진 이 없네.
그랬지만 청정 지혜 얻지 못하여
깊고 깊은 법 바다에 들지 못했소.
이 뒤에 차례대로 오는 겁파는
이름이 고집 않고 두루한 장엄.
이번 겁에 있는 세계 이름을 일러
끝이 없는 넓은 광명 길상이라며
그 세계에 많은 부처 나타나시니
그 수효는 삼십육억 나유타이네.
첫 부처님 두루 넓은 공덕의 구름
둘째 부처 틈 없는 허공의 마음
셋째는 묘하게 나 장엄을 구족
넷째 부처 법 바다의 큰 영각 소리
다섯째는 온 법계의 큰 음성이요
여섯째는 묘한 변화 공덕산이며
일곱째는 여러 방면 위덕 높은 이
여덟째는 법 바다를 내시는 소리
아홉째는 바다 등불 공덕산이요
열짼 지혜 따라가는 햇빛 왕이니
그 세상에 나타나신 여러 부처님
내가 모두 공양하고 마음이 기뻐
맨 나중에 나타나신 부처님 이름
좋은 보배 길상하신 공덕 짐대요
나는 그 때 하늘 왕후 이름은 월면
저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였소.
그 부처님 나를 위해 경을 말하니
이름은 의지 없는 장엄문이요
성취하여 빚어내는 서원 바다를
내가 모두 기억하여 받아 지녔소.
크고 넓고 깨끗한 눈을 얻었고
고요한 다라니와 삼매 힘으로
항상 서로 계속하는 생각 가운데
시방세계 부처님을 모두 뵈었네.
저 부처님 불쌍하게 여기는 광과
방편으로 사랑하는 문을 얻었고
허공같이 큰 지혜를 자라게 하며
한량없는 부처님 힘 이룩하였네.
중생들이 뒤바뀌게 고집하기를
항상하고 즐겁고 깨끗하다고
어리석은 구름에 가리워져서
의혹으로 모든 번뇌 일으키나니
잘못된 소견 속에 항상 헤매고
탐욕 바다 오고 가고 흘러 들어가
가지각색 바퀴 도는 업을 짓고서
여러 가지 나쁜 갈래 떨어지나니
모든 중생 가지가지 갈래 속에서
업을 따라 제각기 몸을 받으며
나고 늙고 병나 죽는 핍박당하고
몸과 마음 끝없는 고통을 받네.
저 중생을 안락하게 건져내려고
가장 좋은 보리 마음 일으켰으니
바라건대 시방 법계 많은 세계에
나타나신 열 가지 힘 부처님 같이
정각 이뤄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서원 구름 일으키어 법계에 가득
이제부터 모든 공덕 구족히 닦아
부처되는 다라니문 들어지이다.
크고 넓은 행과 서원 일으키어서
나고 죽음 없는 길에 빨리 이르고
크고 넓은 바라밀을 두루 갖추어
온 법계에 곳곳마다 태어나고자
어서 빨리 모든 지위 들어갈 것이
삼세의 방편 바다 모두 들어가
한 생각에 부처님들 바라밀 자리
걸림없는 모든 행을 닦아 지녔네.
그 때 나는 부처님의 맏아들 되어
깊고 깊은 보현보살 서원에 들고
열 법계의 차별문을 분명히 알며
부처님의 많은 경전 통달했노라.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전륜왕의 이름은 시방주(十方主)인데, 바른 법을 세우고 부처님의 대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랴. 바로 문수사리동자이고, 나를 깨우치던 밤차지신은 보현보살의 화신이니라. 선남자여, 그 때에 나는 전륜왕의 보녀(寶女)가 되었는데, 밤차지신의 깨움을 받아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며, 그때부터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월이 지나도록 한 번도 나쁜 갈래에는 떨어지지 아니하였고, 항상 인간에나 천상에 태어나서 자유자재하게 온갖 곳에서 부처님 뵙는 일을 버리지 아니하고 마음이 견고하였으며, 내지 공덕당보길상등(功德幢寶吉祥燈)부처님 때에 이르러 이 보살은 빠르고 기쁜 짐대 때 없는 해탈문을 얻었고, 이 해탈문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공덕으로 장엄한 몸을 얻어, 모든 부처님과 선지식을 가지가지로 공양하고 가까이 모시면서 중생들을 이익하고 조복하여 훌륭한 행을 닦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빠르고 기쁜 짐대 때 없는 해탈문을 알 뿐이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잠깐 잠깐에 모든 여래 계신 데 나아가서 일체지 바다에 빨리 나아가고, 잠깐 잠깐에 마음 내어 나아가는 문으로 온갖 서원 바다에 들어가고, 잠깐 잠깐에 서원의 문으로써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생각 생각에 모든 행을 내고, 낱낱 행마다 온갖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몸을 변화하여 내고, 낱낱 몸이 모든 법계문에 들어가고, 낱낱 법계문마다 온갖 부처 세계에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 미묘한 행을 연설하고, 모든 부처 세계의 낱낱 티끌 속마다 그지없는 여래를 뵈오며, 낱낱 여래 계신 데서 법계에 가득한 부처님들의 신통으로 자재하게 유희하심을 보고, 낱낱 여래 계신 데서 지나간 세월에 보살들의 가지가지 미묘한 행을 닦는 것을 보고, 낱낱 여래 계신 데서 법 수레를 받아 가지고 수호하여 잊지 아니하며, 삼세 모든 여래의 가지가지 신통 변화와 방편 법문을 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여래의 대중 가운데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이 보구호일체중생위덕길상(普救護一切衆生威德吉祥)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에 들어가며 보살의 도를 원만하고 청정케 하는가를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여 하직하고 물러갔다.
43. 보구호일체중생위덕길상 밤차지신을 찾다
1) 해탈문을 얻게 된 인연
그 때에 선재동자는 희목관찰 밤차지신에게서 기쁜 짐대[喜幢] 해탈을 듣고, 깊이 믿고 나아가 들어가서 순종하고 관찰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기억하여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며, 뜻을 두어 생각하고 모든 기관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지식 만나기를 원하여 시방으로 다니면서 부지런히 구하고 게으르지 아니하였으며, 선지식을 항상 가까이 모시어 공덕이 생기기를 원하며, 선지식을 섬기며 공양하여 항상 기쁘게 하려 하였으며, 선지식의 모은 선근과 함께 성품이 같으려 하며, 선지식의 좋은 방편을 얻어 깨뜨릴 이가 없기를 바라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빨리 자라서 정진하는 바다에 들려 하며, 선지식을 따라 함께 있으며 멀리 여의지 아니하려 하였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보구호일체중생 밤차지신에게 나아가니 밤차지신은 선재에게 보살이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의 신통한 힘을 보여 주었다. 여러 가지 잘 생긴 몸매로 몸을 장엄하였는데, 양미간으로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넓은 지혜 불꽃 때 없는 별 짐대[普智無垢星宿幢]였다. 한량없는 광명으로 권속을 삼았으니 그 빛이 모든 세간에 비치었고, 세간에 비친 뒤에는 선재동자의 정수리로 들어가서 몸에 가득하였다. 선재동자는 즉시에 극히 청정하고 원만한 삼매를 얻었고, 삼매를 얻고는 희목관찰과 보구호일체중생 두 밤차지신의 중간에 있는 온갖 땅의 티끌·물의 티끌·불의 티끌·금강마니보배의 티끌과 꽃과 향과 영락과 모든 장엄거리 따위의 온갖 티끌을 보았으며, 낱낱 티끌 속에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가 성취되고 파괴됨을 보며, 온갖 지대·수대·화대·풍대의 모인 것을 보며, 모든 세계들이 함께 연접되어 땅둘레[地輪]로 유지되어 있음을 보았으며,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권속과 가지가지 산과 가지가지 바다와 가지가지 강과 가지가지 못과 가지가지 나무와 가지가지 숲 그리고 가지가지 궁전, 곧 하늘 궁전·용왕 궁전·야차 궁전·건달바 궁전·아수라 궁전·가루라 궁전·긴나라 궁전·마후라가 궁전·사람인 듯 아닌듯한 것 등의 궁전과 가옥과 가지가지 장엄과, 지옥과 축생과 염라왕 세계 따위의 온갖 사는 데와 여러 갈래로 헤매는 것과 나고 죽고 가고 오고하면서 업을 따라 과보 받음이 각각 차별한 것과 두루두루 태어나면서도 어지럽게 섞이지 아니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선재동자는 또 온갖 세계가 여러 가지로 차별한 것을 보았으니, 곧 어떤 세계는 더럽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고 어떤 세계는 더러워지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여지고, 어떤 세계는 더럽고 깨끗하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고 더러우며, 어떤 세계는 모양이 반듯하고, 어떤 세계는 마음에 따라 머물고, 어떤 세계는 엎어져 있고, 어떤 세계는 세워져 있었다.
이러한 세계의 온갖 갈래 속에서 이 중생들을 널리 구호하는 위덕길상 밤차지신이, 어느 때에나 어느 곳에서나 중생들의 이러한 수명과 이러한 믿는 마음과 이러한 좋아하는 것과 말과 행동과 알음알이를 따라서 좋은 방편으로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며, 적당한 대로 조복하여 성숙케 함을 보았다. 지옥 중생으로는 고통을 면하게 하고, 축생 갈래의 중생들로는 서로 잡아먹지 않게 하고, 염라세계의 아귀들로는 목마르고 주림이 없게 하며, 용들로는 모든 공포를 여의게 하고, 욕계 중생들로는 욕계의 공포를 여의게 하며, 인간의 중생들로는 캄캄한 밤의 공포·비방 받는 공포·나쁜 이름을 듣게 되는 공포·대중을 두려워하는 공포·살아갈 수 없게 될 공포·죽을 공포·나쁜 갈래에 떨어질 공포·선근이 끊어질 공포·보리심이 물러갈 공포·나쁜 동무를 만날 공포·선지식을 여읠 공포·이승(二乘)에 떨어질 공포·가지가지로 나고 죽는 공포·다른 종류의 중생과 함께 있게 될 공포·나쁜 때에 태어날 공포·천한 계급에 태어날 공포·나쁜 업을 지을 공포·업과 번뇌에 장애될 공포·여러 모양을 고집하여 얽매일 공포를 여의게 하며·이러한 공포를 모두 여의고 보리로 회향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또 모든 중생, 알로 나고 태로 나고 습기로 나고 변화하여 나며, 빛깔 있는 것·빛깔 없는 것·생각 있는 것·생각 없는 것·생각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 없는 것도 아닌 것들에게, 모두 그 앞에 나타나서 항상 부지런히 교화하는 것을 보았으니, 보살의 서원을 성취하려 함이며, 보살의 삼매에 깊이 들어가려 함이며, 보살의 신통을 견고히 하려 함이며,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내려 함이며, 보살의 불쌍히 여김의 바다를 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을 모두 덮어주는 걸림없는 사랑을 얻으려 함이며,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즐거움을 주려 함이며, 중생을 두루 거두어들이는 지혜와 방편을 얻으려 함이며, 보살의 해탈과 자재한 신통을 얻으려 함이며, 온갖 부처님 세계를 깨끗하게 꾸미려 함이며, 온갖 법을 깨달아 알려 함이며,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공양하려 함이며,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받아 지니려 함이며, 온갖 훌륭한 선근을 쌓으려 함이며, 보살의 묘한 행을 닦으려 함이며, 중생의 마음에 들어가는 데 장애가 없으려 함이며, 중생들의 근성을 알아 성숙케 하려 함이며, 모든 중생의 신심을 깨끗이 하려 함이며,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뜨리려 함이며, 일체지의 깨끗한 광명을 얻으려 함이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구호일체중생위덕길상 밤차지신이 온갖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문에 들어가서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경계와 신통의 힘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즐거워 한량없이 뛰놀면서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며 일심으로 우러러보았다. 그 밤차지신은 보살의 가지가지 잘생긴 모양으로 장엄하였던 몸을 버리고 본래의 얼굴을 회복하였으나, 그 신통 변화와 자재한 위력은 버리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공경하고 합장하고 한 옆에 물러가 앉아서 밤차지신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저는 지금 신께서 어마어마한
신통의 힘 나타냄을 자세히 보옵고
환희심이 솟아남을 금할 길 없어
이러한 게송으로 찬탄합니다.
거룩한 이 크신 몸을 좋은 보배로
훌륭하게 장엄하심 지금 뵈오니
별과 달이 허공중에 있는 것같이
엄청나게 좋은 몸매 미묘합니다.
몸으로써 깨끗한 광명 놓으니
한량없는 세계 티끌 수효 같으며
가지각색 고운 빛깔 훌륭하여서
시방세계 안 비춘 데 없으십니다.
거룩하신 밤차지신 털구멍마다
중생 마음 수 같은 광명 놓으니
광명 속에 부처님이 연꽃에 앉아
나타나서 중생 고통 소멸합니다.
광명 속에 향기 구름 쏟아져 나와
온갖 세계 중생에게 두루 풍기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뿌리어
시방세계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눈썹에서 크고 넓은 광명 놓으니
때 없는 보배 빛이 수미산같이
그지없는 시방세계 고루 비추어
닿는 이는 무명 번뇌 없어집니다.
입으로도 깨끗한 광명 놓으사
광명 둘레 크고 넓기 일천 해처럼
시방세계 고루고루 밝게 비추니
비로자나부처님의 행하던 경계.
눈으로도 때 없는 광명 놓으니
찬란하기 별과 같고 달과도 같이
시방세계 세계마다 널리 비추어
삼계 중생 모든 무명 소멸케 하네.
밤차지신 화현하는 가지가지 몸
그 형상과 온갖 몸매 중생과 같고
시방 법계 모든 세계 가득하시어
한량없는 중생들을 조복합니다.
신의 분신(分身) 시방세계 두루 퍼지어
한량없는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
도둑 난리 수재 화재 모두 없애니
마음들이 안정되어 기뻐합니다.
희목관찰 밤차지의 가르침 받고
신의 공덕 생각하며 와서 뵈오니
양미간의 흰 털에서 뻗치는 광명
두렷하고 크고 밝아 깨끗하시네.
이 광명이 시방세계 두루 비추며
중생들의 어둔 번뇌 소멸시키고
가지가지 묘한 신통 나타낸 뒤에
돌아와서 저의 몸에 들어갑니다.
저는 그 때 이 광명을 만났을 적에
몸과 마음 안락하고 더욱 즐거워
일백 가지 다라니와 삼매를 얻고
시방세계 부처님을 모두 뵈었네.
저는 이제 모든 세계 가는 데마다
한량없는 티끌 수효 다 보게 되고
저러한 낱낱 티끌 그 가운데서
티끌같이 많은 세계 모두 봅니다.
어떤 티끌 가운데는 수없는 세계
그 세계는 혼탁하여 항상 더럽고
중생들은 구원 없이 고통 받으며
소리 외쳐 탄식하며 슬프게 통곡
더럽고도 깨끗함이 섞인 세계엔
중생들이 고통 많고 낙이 적으니
부처님과 연각 성문 몸을 나타내
거기 가서 슬피 여겨 구제합니다.
어떤 세계 깨끗터니 뒤에 더러워
남자 여자 단정하여 사랑스럽고
장엄 갖춘 보살들이 가득하여서
한량없는 부처님 법 선전하시네.
시방세계 한량없는 티끌 속마다
깨끗한 세계들이 많이 있으니
비로자나부처님이 지난 옛적에
여러 가지 행을 닦아 장엄하신 것.
부처님이 시방세계 여러 곳에서
가장 좋은 보리도량 모두 앉으사
정각을 이루시고 신통을 보여
법을 말해 중생들을 조복하시네.
내가 보니 보구호위덕길상신
그지없는 모든 세계 두루 가시어
비로자나부처님의 경계 속에서
시방세계 부처님께 공양하시네.
선재동자는 이런 게송을 말하고 나서 보구호일체중생위덕길상 밤차지신에게 여쭈었다.
“처음 보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깊고 깊은 해탈에 머물러 계십니다. 이 해탈문을 얻으신 지는 언제이오며, 어떠한 행을 닦아서 이렇게 청정하였나이까?”
“선남자여, 이 일은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다. 온갖 세간의 천상이나 인간이나 이승(二乘)들로서는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니, 왜냐 하면 이것은 보현보살의 행에 머무른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불쌍히 여기는 큰마음 광을 따르는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온갖 삼도 팔난을 깨끗케 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위없이 깨끗하게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장엄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 세계에서 부처님 종자를 이어 받아 끊이지 않게 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능히 지니는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겁 동안에 보살의 행을 닦아서 큰 서원을 만족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온갖 법계 바다에서 깨끗한 지혜로 무명의 어두운 장애를 없앤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한 생각의 지혜 광명으로 모든 삼세의 방편 바다를 비춘 이의 경계인 까닭이니라. 내가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때 없이 원만함[無垢圓滿]이요, 그 때 세계의 이름은 비로자나길상위덕(毘盧遮那吉祥威德)인데, 수미산의 티끌 수처럼 많은 여래께서 나타나셨다. 그 부처님 세계는 온갖 향왕 마니보배 금강으로 자체가 되고, 하늘과 용의 궁전으로 장엄하였으며, 때 없는 광명 마니왕 바다 위에 머물렀으니, 형상은 바른 원형이요, 깨끗하여 때가 없으며, 모든 영락 장엄거리 휘장으로 위를 덮었고, 온갖 장엄 마니산이 천 겹을 둘러싸고, 십만억 나유타 사천하가 모두 묘하게 장엄하였으며, 어떤 사천하에는 나쁜 업을 지은 중생이 살고, 어떤 사천하에는 여러 가지 업을 지은 중생이 살고, 어떤 사천하에는 선근을 심은 중생이 살고, 어떤 사천하에는 한결같이 청정한 큰 보살들이 살았다.
선남자여, 그 세계의 동쪽 철위산 곁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은 보배 등불 꽃 짐대[寶燈華幢]였다. 나라 안이 깨끗하고 편안하고 풍성하며, 밭 갈거나 김을 매지 아니하여도 곡식이 생기니 모두 지난 세상의 훌륭한 업의 힘으로 성숙되는 것이며, 궁전과 누각이 모두 기기묘묘하고, 여의 나무들이 곳곳에 줄을 지어 들어섰고, 가지가지 향나무에서는 향기 구름이 항상 나왔는데, 가루향 나무에서는 가루향이 나오고, 가지가지 화만 나무에서는 화만이 나오고, 가지가지 꽃나무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묘한 꽃이 내리고, 가지가지 보배 나무에서는 큰 마니와 귀한 보배들이 나와서 한량없는 광채가 두루두루 비치며, 온갖 음악 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음악이 나와서 바람을 따라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해 달빛 마니보배가 온갖 것에 비치어 밤낮으로 쾌락하여 끊이지 아니하였다.
이 사천하에 백만억 나유타 왕국이 있고, 나라마다 일천 강이 둘러 흐르며, 낱낱 강에는 아름다운 꽃이 덮이어 물결을 따라 흔들리고, 하늘 음악을 잡히며, 모든 보배 나무를 언덕에 줄지어 심었고, 가지가지 보물로 장식하였으며, 오고 가는 배들은 마음에 알맞게 저어 다니므로 여러 가지 물품을 편안히 사용하게 되었다.
강과 강 사이마다 백만억 성이 있고, 낱낱 성마다 백만억 나유타 마을이 있으며, 모든 성과 마을마다 제각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궁전과 숲과 동산이 겹겹이 둘러싸여 권속이 되었으며, 이 사천하의 염부제 가운데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보배 꽃 등불[寶宖]이요, 태평하고 풍성하여 백성들이 번성하고 궁전들이 훌륭하여 자재하고 원만하며, 그 나라에 사는 중생들은 모두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였다.
그 나라에 전륜왕이 탄생하였으니 이름이 비로자나보연화장(毘盧遮那寶蓮華藏)이다. 연꽃 속에서 홀연히 화생하여 삼십이상(三十二相)으로 전신을 장엄하였으며, 일곱 가지 보배가 모두 성취되어 사천하를 통치하면서 바른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였다. 일천의 왕자들은 모두 단정하고 용맹하며 위엄과 신력이 자재하여 원수와 대적을 굴복시키며 백만억 나유타 궁인과 채녀들이 권속이 되었으니, 모두 전륜왕으로 더불어 선근을 함께 심고 선한 행실을 함께 닦았으며, 동시에 탄생하여 모두 보물과 영락으로 장엄하였고, 얌전하고 아름답기는 천녀들과 같은데, 진금색 몸에서는 항상 광명이 나고, 털구멍에서는 묘한 향기가 풍겼으며, 훌륭한 신하와 용맹한 대장은 십억이 넘었다.
이 전륜왕의 왕비는 이름이 구족원만길상면(具足圓滿吉祥面)이니, 이는 왕의 여보(女寶)로서 단정하고 화려하여 보는 이마다 환희하며, 훌륭하고 청정하여 살갗이 금빛이요,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음성은 범천의 음성이며, 몸에는 하늘 향기가 있고, 항상 광명을 놓아 일천 유순까지 비치었다. 이 왕비에게 딸이 있으니 이름은 보희길상연화안(普喜吉祥蓮華眼)이다. 몸매가 단정하고 덕행이 구족하고 상호가 원만하여 전륜왕과 같아서 보는 이가 기뻐하였다. 그 때에 중생의 수명은 한량없었지만 혹은 일정치 아니하여 중간에 죽는 이도 있으며, 모양이 가지각색이요 음성이 가지각색이요 이름이 가지각색이요 문벌이 가지각색이며, 길고 짧고, 크고 작고, 용맹하고 겁장이고, 지혜 있고 어리석고, 가난하고 부자고, 고생하고 즐겁고, 밉고 좋아하고, 잘나고 못나고 하여, 가지가지 종류가 모두 같이 아니하였으며, 어떤 때에는 한 사람이 다른 이를 보고 말하기를, 나의 모양은 단정하고 네 얼굴은 누추하다 하며, 이렇게 말하고는 서로 훼방하여 착하지 못한 업을 지으며, 이러한 업으로 말미암아 목숨이나 신수나 기운이나 모든 즐거운 일들이 모두 덜어지게 되었다.
2) 해탈문을 얻던 인연
그 때에 보배 꽃 등불 성 북쪽에 보리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넓은 빛 두루 비치는 법 구름 소리 짐대[普光徧照法雲聲幢]요, 생각 생각마다 모든 여래의 도량을 장엄하는 금강같이 굳은 마니보배로 뿌리가 되고, 온갖 마니로 밑둥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잎이 되고, 줄기·가지·꽃·열매가 차례차례 퍼지어서 화려하게 어울리었고, 동서남북 위 아래로 원만하게 장엄하였으며, 가지각색 빛깔인 보배 불꽃 광명을 놓고, 미묘한 음성을 내어 여래들의 자재한 신통과 깊은 경계를 연설하였다. 그 보리 나무 앞에 향물 못이 있으니 이름이 보배 꽃빛 법문 우레소리[寶華光法雷聲]이다. 향수가 가득차고 보배로 언덕이 되고, 백만억 나유타 보배 나무가 둘러 있는데, 낱낱 나무 모양이 보리 나무 같고, 여러 가지 보배 영락이 두루두루 드리웠고, 여러 가지 보배로 된 궁전과 누각이 도량에 가득하게 장엄하였다.
그 향물 못 가운데 큰 연꽃이 있으니 이름이 삼세 부처님들이 장엄한 경계를 나타내는 구름[普現三世一切如來莊嚴境界雲]이요, 수미산 티끌 수처럼 많은 여래께서 그 연꽃에서 나타났으니, 첫 부처님 명호는 보지보염길상위덕왕(普智寶吉祥威德王)이며, 이 연꽃 위에서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고, 수없는 천 년 동안에 법문을 연설하여 중생을 성숙하였다.
이 여래께서 성불하기 전 십천 년 동안에 보리 나무가 광명을 놓아 신통을 나타내어 중생을 성숙하였으니, 십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모든 중생 때 여읜 등불[一切衆生離垢燈]이다.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마음이 저절로 열리어 십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9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때 없는 상서를 구족한 광[具足無垢吉祥藏]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깨끗한 눈을 얻고 온갖 빛을 보며, 9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8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모든 중생의 업과로 생긴 음성[一切衆生業果音聲]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스스로 업의 차별과 가지가지 과보를 알며, 8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7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모든 선근을 내는 음성[生一切善根音聲]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온갖 선근이 모두 원만하며, 7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6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 음성[佛不思議境界音聲]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마음이 넓어져서 자재함을 얻으며, 6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5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온갖 부처 세계를 깨끗이 하는 음성[嚴淨一切佛刹音聲]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부처님들의 깨끗한 세계를 보며, 5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4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모든 여래 경계 어지럽게 아니한 등불[一切如來境界無雜亂燈]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여래 경계에 깊이 들어가 여러 곳 부처님을 가서 뵈오며, 4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3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모든 중생이 삼세를 비추어 앞에 나타나는 등불[一切衆生普照三世現前燈]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모든 여래의 지난 세상의 일을 보며, 3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2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삼세 지혜 번개 등불[三世智電燈]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여래의 지난 세상에 알맞는 행을 보며, 2천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천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여래의 가리움 없는 지혜 등불[如來無翳智慧燈]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넓은 눈으로 부처님이 모든 세계 깨끗이 하는 신통 변화를 보며, 천 년 뒤에 부처님께서 나실 것을 알았다.
또 백 년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뵈옵고 선근을 쌓게 함[今一切衆生皆得見佛集諸善根]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부처님 보는 삼매를 이룩하며, 백 년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고, 이레 전에 놓은 광명은 이름이 중생들이 기뻐 사랑하는 음성[一切衆生大喜愛樂音]이니, 이 광명을 만난 중생은 부처님을 뵈옵고 공경할 줄을 알며, 이레 뒤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알았다.
선남자여, 이러한 가지가지 한량없는 깨끗한 광명은 십천 년 동안이나 내지 이레 동안에 중생들을 조복하여 성취케 하였고, 이레가 지난 뒤에는 모든 세계가 진동하며, 순일하게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잠깐 잠깐에 시방의 깨끗한 부처 세계들을 나타내고, 저 세계들의 가지가지 장엄도 나타내었는데, 중생의 근성이 성숙되어 부처님을 볼 수 있는 이는 모두 저 도량으로 나아갔다.
그 때에 저 세계에 있는 모든 철위산·모든 수미산·모든 여러 가지 산·모든 강과 바다·모든 땅·모든 성읍·모든 담·모든 궁전·모든 음악·모든 일용품·모든 영락·모든 말에서 모두 소리를 내어,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경계와 변화한 장엄을 칭찬하였으며, 또 모든 향 구름·모든 사르는 향 구름·모든 가루향 구름·모든 바르는 향 구름·모든 향 마니 형상 구름·모든 마니 옷 구름·모든 보배 불꽃 구름·모든 불꽃 광 구름·모든 영락 구름·모든 꽃구름·모든 음악 구름·모든 여래 광명 구름·모든 여래 원광(圓光) 구름·모든 여래 서원 소리 구름·모든 여래 음성 바다 구름·모든 여래의 가지가지 상호 광명 구름을 내어, 여래께서 세간에 나타나시려는 헤아릴 수 없는 모양을 나타내어 보였다.
선남자여, 이 삼세 여래들의 장엄한 경계를 나타내는 구름 연꽃 왕에는 열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보배 연꽃이 권속이 되어 둘러 있고, 그 모든 연꽃의 연밥 위에는 낱낱이 마니보배 사자좌가 있고, 그 낱낱 사자좌마다 모두 보살들이 결가부좌하고 앉아 계셨다. 선남자여, 저 보지보염길상위덕왕여래께서 여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실 때에, 역시 시방의 온갖 세계에서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시고, 중생의 마음을 따라 그들의 앞에 나타나서 법 수레를 운전하며, 낱낱 세계에서 한량없는 중생으로 나쁜 갈래의 고통을 여의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성문·벽지불의 지위에 들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벗어나는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때 없이 용맹한 짐대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깨끗한 법 광명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위덕이 깨끗한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평등한 힘을 순종하는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금방 법성에 들어가는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여러 곳에 가도 깨뜨릴 수 없는 신통의 힘인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시방 여러 여래·응·정등각께 희유한 생각을 내고 평등한 보리의 행에 편안히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삼매문 보리의 행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모든 깨끗한 경계를 반연하는 보리의 행을 성취케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리심을 내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살의 도에 머물러 보살의 행을 닦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깨끗한 바라밀 도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살의 초지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살의 이지·삼지에서 내지 십지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살의 훌륭한 행과 원에 들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현보살의 깨끗한 행과 원에 머물게 하였다.
선남자여, 저 보지보염길상위덕왕여래께서 이러한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법 수레를 운전할 때에, 저 낱낱 세계에서 마땅함을 따라 잠깐 동안마다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하였다.
그 때에 보현보살이 보배 꽃 등불 성에 있는 중생들이 자신들의 용모와 모든 경계를 믿고, 방탕하고 취하여 교만한 생각 내는 줄을 알고, 그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단정하고 훌륭한 몸을 화하여 나타내고, 그 성중에 가서 광명을 놓아 환하게 비치니, 저 전륜왕과 묘한 보배와 일월성신과 보배 나무와 보배 옷과 마니영락과 중생들의 몸에서 나는 모든 광명과 엄정한 위덕이 모두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 마치 해가 뜨면 여러 빛이 세력을 빼앗기고, 먹덩어리로 염부단금을 대한 듯하였다. 그 때에 중생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이 누구의 위력인가, 하늘인가 범천인가. 광명을 놓아 모든 것을 비추니, 우리의 몸에 있던 위덕과 엄정하던 광채가 나타나지 못하는구나.’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이때에 보현보살이 그 전륜왕의 궁전 위 허공에서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대왕의 나라에 부처님이 나시어서 넓은 빛 두루 비치는 법구름 소리 짐대 보리 나무 아래 계십니다.’
이때에 전륜왕의 딸 보희길상연화안이, 보현보살의 나타낸 색신과 자재한 광명을 보며, 몸의 갖가지 영락과 모든 장엄거리가 내는 묘한 소리를 듣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기쁜 마음을 내고 믿는 마음을 내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바라건대 내가 가진 모든 선근으로 이러한 몸·이러한 장엄·이러한 몸매·이러한 위의·이러한 신통·이러한 위덕을 얻게 하오며, 이 대성(大聖)이 중생들의 나고 죽는 캄캄한 밤중에서 큰 광명을 놓아 여래께서 세상에 나신 것을 나타내어 보이시니, 바라건대 나도 그와 같이 중생들을 위하여 지혜 광명이 되어 저들의 캄캄한 무명을 깨뜨리게 하오며, 바라건대 내가 태어나는 곳마다 이 선지식을 여의지 아니하여지이다.’
선남자여, 이때에 비로자나 보연화장묘길상계 전륜왕이 그 딸과 1천 아들과 권속과 대신과 신하들과 일곱 가지 보배와 네 가지 군대와 왕성 안에 있는 많은 백성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였으며, 왕의 신통으로 1유순이나 높은 허공에 올라가서 큰 광명을 놓아 사천하에 비치어 여러 사람들이 보게 하였고,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함께 가서 부처님을 뵈옵게 하려고 게송으로 칭찬하였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모든 중생 골고루 구제하시니
너희들은 고마운 마음을 내어
가장 높은 부처님을 가서 뵈오라.
한량없는 구지 겁을 지내고서야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시며
깊고 깊은 묘한 법문 말씀하여서
중생들을 이익하게 건지시나니
부처님은 이 세간의 모든 중생이
뒤바뀐 무명혹에 항상 가리워
나고 죽는 고통에서 헤맴을 보고
자비한 맘 일으키어 구호하려고
수없는 천만 구지 많은 세월에
가지가지 보리행 닦아 익히어
가장 크신 자비심을 성취하시고
중생들의 온갖 고통 없애 주시네.
눈과 귀와 코와 몸과 머리와 손발
이런 것을 모두 다 버리시면서
감로 같은 보리법을 증득하려고
셀 수 없는 오랜 겁을 지내시었네.
한량없는 구지 겁을 지나더라도
부처님의 나시는 일 못만나느니
보고 듣고 공양하고 친히 섬기면
모든 중생 이익 얻어 허탕 없으리.
너와 나와 다 함께 도량에 가서
훌륭하신 부처님을 친히 뵈옵사
위없는 법 수레를 운전하시며
마군들을 항복 받고 정각 이루심
부처님의 묘하신 몸 너는 뵈오라.
끝이 없는 광명 그물 멀리 놓으시니
가지가지 고운 빛깔 모두 깨끗해
중생들의 번뇌 고통 없애 주시네.
부처님의 한량없는 털구멍마다
셀 수 없는 광명 구름 널리 놓으사
모든 세계 중생들께 두루 비치어
사랑하는 마음 내어 즐겁게 하네.
너희들은 모두 각각 생각하여라.
크고 넓은 정진하는 마음을 내고
저 부처님 계신 곳에 함께 나아가
친근하게 모시고 공양하리니.
이때에 전륜왕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여 나라 안에 있는 중생들을 깨우치고, 전륜왕의 선근으로 십천 가지 공양거리 구름을 내어 도량을 향하여 여래 계신 데로 나아갔다. 곧 온갖 보배 일산 구름·온갖 꽃 휘장 구름·온갖 보배 옷 구름·온갖 향 바다 구름·온갖 보배 평상 구름·온갖 보배 짐대 구름·온갖 궁전 구름·온갖 아름다운 꽃구름·온갖 보배 풍경 구름·온갖 장엄거리 구름으로 허공중에서 찬란하게 두루 장엄하고, 보지보염길상위덕왕여래께 나아가 발에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수없는 백천만 번을 돌고는, 부처님 앞에서 시방에 비치는 광명 마니보배 연꽃 자리에 앉았다.
그 때에 전륜왕의 딸 보희길상연화안이 몸에 장식하였던 모든 영락과 장엄거리를 벗어서 받들어 흩으니, 그 장엄거리가 공중에서 변하여 큰 마니보배 일산이 되었고, 가지각색 빛깔인 마니보배 그물이 두루 드리웠으며, 모든 용왕들이 함께 받들었는데, 여러 궁전이 사이사이 늘어서 있고, 열 가지 보배 일산이 권속으로 둘리었으니, 형상이 누각 같고, 안팎이 깨끗하고, 영락 구름들이 위에 덮였으며, 보배 나무와 향 바다 마니들이 가지가지로 아름답게 장식하여 찬란하게 꾸미었다.
이 일산 가운데 보리 나무가 있어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법계를 두루 덮었으며, 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장엄을 나타내었다. 비로자나여래께서 이 나무 아래 앉으셨는데,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보살이 앞뒤에 둘러 있으며, 온갖 것이 모두 보현보살의 행과 원에서 나와서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차별 없는 자리에 머물렀으며, 또 온갖 세간차지들이 합장하고 우러러보며 여래를 둘러 있는 것을 보았으며, 또 모든 여래의 자재한 신통의 힘을 보았으며, 또 모든 겁의 차례와 세계가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보았으며, 또 모든 세계의 온갖 부처님들이 나시는 차례를 보았으며, 또 모든 세계마다 낱낱이 보현보살이 있어서 모든 여래께 가지가지로 공양하고, 모든 중생들을 가지가지로 조복함을 보았다.
또 저 모든 보살과 자기의 몸이 모두 보현보살의 몸 안에 있음을 보았으며, 또 자기의 몸이 모든 여래의 앞과 모든 보현보살의 앞과 모든 보살의 앞과 모든 중생의 앞에 있음을 보며, 또 저 온갖 세계에 낱낱이 각각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가 있어서, 가지가지로 경계가 되고, 가지가지로 유지되고, 가지가지 형상이요, 가지가지 성품이요, 가지가지로 배포되고,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가지가지로 깨끗하고 가지가지 장엄 구름이 위에 덮였으며 가지가지 겁이요, 가지가지 부처님 나심이요, 가지가지 삼세요, 가지가지 방소요, 가지가지로 법계에 머물고, 가지가지로 법계에 들어가고, 가지가지로 허공에 머물고, 가지가지 보살의 장엄이요, 가지가지 보살의 머무는 곳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보리도량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신통력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사자좌요, 가지가지 여래의 대중 모임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대중 차별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좋은 방편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운전하는 법 수레요, 가지가지 여래의 음성이요, 가지가지 여래의 말씀이요, 가지가지 경전의 구름을 보았으며, 이런 것을 보고는 마음이 깨끗하여져서 크게 즐거워하였다.
이때에 그 여래께서 이 여인을 위하여 수다라를 말씀하니 모든 여래의 법 수레 운전하는 음성[一切如來轉法輪音]이며,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수다라로 권속이 되었다. 이 여인이 경을 듣고는 곧 십천 삼매문을 성취하고, 몸과 마음이 유순하고 거세지 아니함이, 마치 처음 태에 든 것 같고, 처음 탄생한 것 같고, 사라 나무의 처음 나는 싹과 같아서, 저 삼매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움도 그러하였다. 곧 온갖 부처님을 보는 삼매·모든 세계를 비추는 삼매·모든 삼매의 문에 들어가는 삼매·모든 부처님 법 수레를 연설하는 삼매·모든 부처님의 서원을 아는 삼매·중생들을 깨우쳐서 나고 죽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원하는 삼매·모든 중생의 캄캄함을 깨뜨리기 원하는 삼매·모든 중생의 고통을 없애기 원하는 삼매·모든 중생의 안락을 내려는 삼매·중생들을 교화하면서 고달픈 마음을 내지 않는 삼매·모든 보살이 온갖 지위에 있으면서 자재하게 장엄하는 삼매·모든 보살의 걸림없는 짐대 삼매·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부처 세계에 나아가는 삼매 들이었다.
이러한 십천의 삼매를 얻고는 다시 미세한 선정[等引]을 얻으니, 곧 움직이지 않는 마음·즐거운 마음·위로되는 마음·빛이 널리 비치는 마음·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마음·깊고 깊은 일체지를 반연하는 마음·자비가 끝없는 교법과 행을 따르는 마음·온갖 고집을 버리는 마음·모든 세간 경계에 머물지 않는 마음·여래 경계에 들어가는 마음·부처님의 모습을 비추는 마음·산란치 않는 마음·나부끼지 않는 마음·막힘이 없는 마음·높고 낮음이 없는 마음·고달프지 않는 마음·물러가지 않는 마음·자재함을 얻는 마음·게으름을 여의는 마음·모든 법의 성품을 바르게 생각하는 마음·모든 법문 바다에 편안히 머무는 마음·모든 법문 바다를 닦아 행하는 마음·모든 중생의 마음을 분명히 하는 마음·모든 중생들을 구호하는 마음·모든 세계를 비추는 마음·모든 부처님의 서원을 두루 내는 마음·모든 장애의 산을 모두 깨뜨리는 마음·넓고 큰 복을 모으는 마음·여래의 십력을 보는 마음·보살의 경계를 두루 비추는 마음·보살의 도를 돕는 일을 늘게 하는 마음·모든 방소를 두루 반연하는 마음을 얻었다.
그러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보현보살의 큰 서원을 생각하고 관찰하며, 모든 여래의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평등한 원을 내었으니, 곧 모든 부처님의 나라를 깨끗이 하려는 원, 모든 중생을 성숙하려는 원, 온갖 법계를 죄다 알려는 원, 온갖 법계에 들어가려는 원, 모든 부처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려는 원,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으려는 원, 모든 여래를 가까이 모시려는 원, 모든 선지식을 섬기어 모두 기쁘게 하려는 원, 모든 여래께 공양하여 모두 가득하려는 원, 생각 생각마다 보살의 행을 닦아 일체지를 늘게 하여 잠시도 끊어지지 않으려는 원들이다.
이러한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서원 바다를 세워 보현보살의 굉장한 원을 성취하였다.
그 때에 저 여래께서는 다시 그 여인을 위하여 마음을 낸 뒤부터 심은 선근과 닦은 행과 얻은 결과를 연설하여 보이어 그로 하여금 깨달아 믿고 알게 하며, 여래의 원만하고 넓고 큰 서원을 이루게 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체지를 얻는 자리에 나아가게 하였다.
3) 발심하고 수행하던 일
선남자여, 또 이보다 열대겁 전에 세계가 있었으니 이름은 둥근 빛 비치는 마니왕[輪光照摩尼王]이요, 부처님 명호는 인다라 당길상상(因陀羅幢吉祥相)이었다. 이 연화안 아가씨는 그 여래의 남긴 법[遺法] 시대에 보현보살이 그를 권하여 연화좌 위에 있는 낡은 불상을 보수케 하였더니, 보수한 뒤에는 다시 채색으로 그리고, 그리고 나서는 다시 보배로 장엄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선남자여, 나는 지난 세상에 보현보살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선근을 심었고, 그 뒤부터 나쁜 갈래에는 떨어지지 아니하고, 항상 하늘 임금이나 인간 임금의 왕실에 태어났으며, 날 적마다 몸매가 잘생기고 단정하고 모양이 원만하여 보는 이를 기쁘게 하였으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보현보살을 친히 섬기므로, 얻은 법문을 늘 기억하였으며, 지금까지도 나를 지도하고 깨우쳐서 성숙케 하여 나로 하여금 환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비로자나연화장길상계 전륜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미륵보살이요, 그 때의 왕비인 구족원만길상면은 지금의 구족공덕적정음해(具足功德寂靜音海) 밤차지신이니, 지금 있는 데는 여기서 멀지 않고, 보희길상연화안 아가씨는 곧 내 몸이었다. 내가 지난 세상에 아가씨가 되었을 적에 보현보살께서 나를 권하여 연꽃 자리에 있는 불상을 보수케 하여, 위없는 보리를 얻을 인연이 되게 하며,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다. 나는 그 때에 처음 발심하였더니 다시 나를 인도하여 보지보염길상위덕왕여래를 뵈옵게 하였고, 몸에 꾸몄던 영락을 벗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즉시에 보살이 모든 세간에 나타나서 중생들을 조복하는 해탈문을 얻었다. 그러고 그 뒤부터 수미산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을 뵈오면서, 존중하고 공경하고 공양하였고, 여래의 가지가지 말씀하는 법문을 듣고는 기뻐하며 말씀대로 행을 닦았으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여래와 부처 세계에 계시는 보살 대중을 보았다.
선남자여, 저 비로자나위덕길상 세계와 때 없이 원만한 겁을 지낸 뒤에, 또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마니 바퀴 가지가지 묘한 빛 장엄[摩尼輪種種妙色莊嚴]이요, 겁의 이름은 큰 광명[大光]이니, 오백 부처님이 그 때에 나셨는데, 내가 모두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여 기쁘게 하였다. 첫 부처님의 이름은 큰 자비 구름 짐대[大悲雲幢]인데, 그 때에 나는 밤차지신이 되어 부처님이 나다니심을 보고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그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금강 나라연 짐대[金剛那羅延幢]이니, 그 때에 나는 전륜왕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였더니, 부처님이 나에게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온갖 부처님 나심[一切佛出現]이다.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수다라로 권속이 되었는데, 내가 모두 받아 가지었다.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금강같이 걸림없는 공덕[金剛無礙德]인데, 나는 그 때에 전륜왕이 되어 공경하고 공양하였더니, 부처님이 나를 위하여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모든 중생의 근성을 두루 비침[普照一切衆生根]이다. 수미산의 티끌 수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었고, 다음 부처님은 이름이 불꽃 산 길상 장엄[火山吉祥莊嚴]인데, 나는 장자의 딸이 되어 공경하고 공양하였더니, 부처님이 나에게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삼세 광을 두루 비추는 장엄[普照三世藏莊嚴]이다. 염부제의 티끌 수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었고, 다음 부처님은 이름이 온갖 법 바다 훌륭한 왕[一切法海勝王]인데, 나는 천왕이 되어 공경하고 공양하였더니, 부처님이 나에게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모든 법계를 분별하는 지혜[分別一切法界智]라, 5백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가지었다.
그 다음에 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깊은 법 길상한 바다 빛[甚深法吉祥海光]이었으며, 나는 그 때에 용왕의 딸이 되어 여의주 마니보배 구름을 비내려 공양하였는데, 그 부처님이 나에게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빨리 자라는 기쁜 바다[速疾增長歡喜海]이다. 백만억 나유타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었다. 다음 부처님 이름은 보배 봉우리 불꽃 등불[寶峯光燈]인데 나는 바다차지신이 되어 보배 연꽃 구름을 내리어 친근하게 모시며 공경하고 공양하였더니, 그 부처님이 나에게 경을 말씀하시니 이름이 법계 방편 바다 광명[法界方便光明海]이라,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었다. 다음 부처님 이름은 공덕 바다 빛 비치는 원만 길상[功德海光照圓滿吉祥]인데, 나는 오통 신선이 되어 큰 신통을 나타내고, 6천 신선으로 권속을 삼았으며, 묘한 향과 꽃봉오리 구름을 일으켜 공양하였더니, 부처님이 나에게 경을 말씀하시니 이름이 고집 없는 법 등불이다, 6천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었다. 다음 부처님 이름은 비로자나길상장(毘盧遮那吉祥藏)인데, 나는 땅차지신이 되었으니 이름이 평등 이익[平等利益]이요, 한량없는 땅차지신들로 더불어 온갖 보배 나무 구름, 온갖 보배 광 구름, 온갖 보배 영락 구름, 온갖 보배 장엄 구름을 내리어 공양하였다. 부처님이 나를 위하여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모든 여래 지혜를 내는 광[出生一切如來智藏]이다. 한량없는 수다라로 권속이 된 것을 내가 모두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다.
선남자여, 이렇게 차례차례 5백 여래께서 나시었는데, 마지막 부처님 이름이 법계 허공 보배산 원만 길상 등불[法界虛空寶山圓滿吉祥燈]인데, 나는 그 때에 기생이 되었으니 이름은 예쁜 길상 낯[可喜吉祥面]이다. 부처님이 성 안에 들어오시었을 적에 노래와 춤으로 공양하였고,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공중에 솟아올라서 1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더니, 부처님이 나를 위하여 양미간으로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법계를 두루 비추는 광명 장엄[普照法界光明莊嚴]이요, 그 빛이 내 몸에 비치고 온갖 것에 가득하였는데, 나는 그 광명에 비춰져서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법계 방편 불퇴장문(法界方便不退藏門)이었다. 선남자여, 이 세계에 이러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겁이 있고, 이 겁 동안에 나시는 모든 여래를 내가 모두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여 기쁘게 하였더니, 저 여러 여래께서 나를 위하여 가지가지 바른 법을 연설하는 것을 내가 모두 기억하며 법답게 받아 지니었고, 한 글자 한 구절도 잊어버리지 아니하였으며, 저 낱낱 여래 계신 데서 온갖 법문을 칭찬하여, 한량없는 중생에게 이익을 주었고, 낱낱 여래 계신 데서 삼세 법계 광을 나타내어 넓은 법계에 머무는 몸을 얻었으며, 일체지의 광명에 들어가서 온갖 보현보살의 행에 들어갔다. 선남자여, 나는 일체지의 광명을 의지하였으므로, 잠깐 잠깐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오며, 부처님을 뵈온 뒤에는 이전에 얻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였던 보현보살의 훌륭한 행을 모두 성취하였다. 왜냐하면 일체지의 광명을 얻은 까닭이며, 한량없고 끝이 없는 법계문을 따로따로 나타내는 까닭이었다.”
이때에 보구호일체중생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뜻을 거듭 밝히려고,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선재동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선재여,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매우 깊어 들[入] 수 없고 볼 수 없는 법
넓은 광명 삼세에 두루 비치는
온갖 차별 지혜문을 자세 들으라.
내가 처음 보리 마음 내고서부터
부처님의 지혜 공덕 두루 구하여
끝이 없는 해탈문을 증득하던 일
그대에게 말하리니 자세 들으라.
온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겁 전에
그 때 겁의 이름은 때 없는 바퀴
세계 이름 좋은 짐대 비추는 등불
크고 넓게 장엄하여 깨끗하였다
그 시절에 이 세상에 나신 부처님
수미산의 티끌 수효같이 많으니
첫 부처님 보배 불꽃 길상한 광명
둘째 부처 이름은 공덕 짐대요
셋째는 법의 짐대 복덕 수미산
넷째는 두렴 없어 자재하신 왕
다섯째 부처님은 고요한 임금
여섯째 부처님은 고요하신 성(城)
일곱째 부처님은 소문나신 산
여덟째 부처님은 수미산 공덕
아홉째 부처님은 길상한 광명
열 번째 부처님은 월면불이라.
이와 같이 열 부처님 나신 곳에서
나는 그 때 첫 해탈문 깨쳐 알았고
뒤를 이어 차례차례 열 부처님이
계속하여 이 세상에 나타나셨네.
첫 부처님 이름은 허공 계신 이
둘째 부처 이름이 넓은 빛이요
셋째는 여러 곳에 나서 계신 이
넷째 부처 바른 생각 바다라 하네.
다섯째는 높이시고 훌륭한 광명
여섯째 부처님은 수미산 구름
일곱째 부처님은 법 불꽃 광명
여덟째 부처님은 소문 높은 산
아홉째는 보배 연꽃 내시는 임금
열째 부처 크신 자비 법계의 꽃이
이러한 열 부처님 광명이 비쳐
이내 몸을 둘째 문에 들게 하였다.
이 뒤에도 쉴새 없이 계속하여서
차례차례 열 부처님 나타나시니
첫 부처님 명호는 빛 짐대 임금
둘째 부처 이름은 지혜의 광명
세 번째 부처님은 이익심이요
네 번째 부처님은 임금의 길상
다섯째 부처님은 하늘 지혜요
여섯째 부처님은 높은 지혜 왕
일곱 번째 부처님은 지혜의 길상
여덟 번째 부처님은 빛 비치는 왕
아홉째는 용맹하게 하늘에 다님
열째 부처 법계에 연꽃 높은 이
열 부처님 넓고 큰 법 나타내어서
나를 시켜 셋째 문을 이루게 하고
이 뒤에 오래잖아 열 부처님이
차례차례 연달아서 나타나셨네.
첫 부처님 보배 불꽃 산 길상이요
두 번째는 공과 덕이 길상하신 이
세 번째 부처님은 법 광명이며
넷째 부처 이름은 연꽃 광이라
다섯째는 지혜의 달 묘하신 눈이
여섯 번째 부처님은 향 보배 광명
일곱째 부처님은 수미산 공덕
여덟 번째 부처님이 건달바 광명
아홉째 부처님은 마니 광 임금
열째 부처 위엄과 덕 구족하신 이
이 뒤에도 차례차례 열 부처님이
계속하여 이 세상에 탄생하셨네.
첫 부처님 이름은 넓고 큰 지혜
둘째 부처 이름이 보배론 광명
셋째 부처 명호는 공과 덕 구름
넷째 번 부처님이 훌륭한 모양
다섯째는 고행으로 원만한 광명
여섯째 부처님은 나라연이요
일곱째 부처님이 수미산 공덕
여덟째 부처님은 공덕 윤위왕
아홉째는 이길 이가 없는 짐대며
열째 번 부처님은 큰 나무 임금
이 뒤에 차례차례 열 부처님이
계속하여 이 세상에 나타나셨네.
첫 부처님 임금 공덕 사라왕이요
둘째 부처 세상 임금 몸을 나툰 이
셋째는 높다랗게 드러난 광명
넷째 부처 이름은 금강석 광명
다섯째 부처님은 땅 위엄 공덕
여섯째는 매우 깊은 법의 공덕왕
일곱째는 법 바다에 큰 지혜 음성
여덟째 부처님이 수미산 짐대
아홉째 부처님은 지혜 빛 밝아
열째 부처 묘한 보배 길상왕이며
이 뒤부터 열 부처님 차례차례로
연달아서 이 세상에 나타나시네.
첫 부처님 범천 광명, 둘째 허공음
셋째 부처 법계 등상 길상하신 이
넷째 부처 두렷한 광명 테두리
다섯째는 모든 지방 지혜 빛 짐대
여섯째는 허공 등불, 일곱짼 묘덕
여덟째는 두루 비친 길상한 광명
아홉째는 복 광명 고요한 공덕
열째 부처 자비 구름 길상하신 이
다음에는 차례차례 또 열 부처님
뒤를 이어 이 세상에 탄생하시니
첫 부처님 참 뜻의 힘 지혜의 광명
둘째는 모든 중생 앞에 나타나
셋째 부처 이름은 드러난 광명
넷째 부처 이름은 광명하신 몸
다섯째 부처님은 법에서 난 이
여섯째 부처님은 빨리 분 바람
일곱째 부처님은 길상한 몸매
여덟째 부처님은 용맹한 짐대
아홉째 부처님은 보배 팔다리
열째 부처 삼세에 나타낸 광명
이다음도 차례차례 열 부처님이
뒤를 이어 세상에 나타나시니
첫 부처님 서원 바다 길상한 등불
둘째 부처 이름은 길상 금강산
셋째 부처 견고한 수미산 공덕
넷째 부처 이름은 생각 짐대왕
다섯째 부처님은 법 지혜시고
여섯째 부처님이 반야등이라.
일곱째 부처님은 공덕 빛 짐대
여덟째 부처님은 넓고 큰 지혜
아홉째는 지혜 행실 법계문이요
열째 부처 법바다에 지혜가 길상
이다음에 열 부처님 차례차례로
계속하여 세상에 탄생하시니
첫 부처님 이름은 복산 공덕왕
둘째 부처 이름은 지혜 길상불
셋째 부처 이름은 멍에 수레
네 번째 부처님은 보왕길상불
다섯 번째 부처님 공덕륜 길상
여섯째는 넓은 지혜 불꽃 광명불
일곱째 부처님은 수미산 등불
여덟째 부처님은 빠른 광명불
아홉째는 특별나게 고요한 소리
열 번째 부처님은 고요한 짐대
열한째 부처님은 중생 길상 등
열두째는 큰 서원 빠르고 길상
열셋째는 이길 수 없는 힘 짐대
열넷째는 지혜 불꽃 바다 부처님
이 부처님 세상에 으뜸이 되어
중생들을 두루 널리 이익케 하고
그 다음에 차례대로 열 부처님이
뒤를 이어 세상에 나타나셨네.
첫 부처님 이름은 법자재시고
두 번째는 고집 없는 지혜 부처님
셋째 부처 바다 지혜 음성불이며
넷째 부처 여러 가지 비밀한 음성
다섯째 부처님은 구족한 말씀
여섯째는 묘한 음성 큰 길상이요
일곱째는 불지혜를 자재히 운전
여덟째는 중생 앞에 두루 나타남
아홉째는 중생 몸과 평등한 길상
열 번째는 덕이 있고 어진 성품 산
수미산 티끌 수와 같은 많은 세간 겁
우두머리 되시는 여러 부처님
널리 중생 세간 등불되었기
내가 모두 지남없이 공양하옵고
세계의 티끌 겁을 또 지내면서
그 동안에 탄생하신 많은 부처님
내가 모두 지성으로 공양하옵고
깊고 깊은 해탈문에 들어갔노라.
나는 이런 한량없는 오랜 겁 동안
수행하여 이 해탈문 얻은 것같이
그대도 꾸준하게 행을 닦으면
오래잖아 해탈문을 얻게 되리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이 온갖 세간에 두루 나타나서 중생들을 조복하는 해탈문을 알았을 뿐이다.
저 보살마하살은 끝없는 수행 바다를 모았고 가지가지 이해하는 마음을 내고,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며, 가지가지 근성을 갖추고 가지가지 서원을 만족하며, 가지가지 삼매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신통을 일으키며, 가지가지 방편을 성취하고 가지가지 이익을 지으며, 가지가지 지혜의 광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법문 바다를 비추며, 가지가지 법의 광명을 얻고 가지가지 세계에 머물면서 가지가지 부처님의 관정을 받으며, 온갖 선지식을 섬기고 가지가지 해탈문을 깨달아 자재한 마음을 증득하며, 가지가지 하염없는 행을 일으키고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빛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가지가지 변화하는 몸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가지가지 법의 인연을 알고 가지가지 허망한 분별을 여의며, 가지가지 보살의 원을 의지하여 가지가지 부처님의 남기신 교법을 지니며, 보현보살의 행원에 머물러 있으면서 묘한 행을 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멀지 아니한 보리도량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이 구족공덕적정음해(具足功德寂靜音海)이다. 별빛 짐대 마니왕으로 장엄한 보배 연꽃 사자좌에 앉았는데, 백만 아승기 밤차지신이 권속이 되어 앞뒤에 둘러 모시었으니,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44. 구족공덕적정음해 밤차지신을 찾다
1) 해탈문의 작용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구중생위덕길상 밤차지신에게서 보살이 모든 세간에 나타나서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문을 들었고, 또 모든 여래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와 모든 중생에서 뛰어나는 장엄삼매를 얻었다.
이러한 십천 삼매를 얻어서 모두 닦아 익히고 깊은 신심과 알음알이를 일으켰으며, 광명이 널리 비치어 두루 순종하여, 나아가고 돌아다니어 자재한 작용을 크게 내면서 점점 앞으로 가다가, 구족공덕적정음해 밤차지신에게 나아가서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행에 들어가 머물렀으며, 다시 일체지 바다의 헤아릴 수 없는 법을 내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그 때에 밤차지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의 행을 구하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보살이 잠깐 잠깐에 크고 넓은 기쁨을 내는 장엄해탈문을 얻었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은 어떤 사업을 하며, 어떤 경계를 행하며, 어떤 방편을 닦으며, 어떤 관찰을 짓나이까?”
“선남자여, 나는 깨끗하고 평등한 즐거운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세간의 티끌을 여의고서 깨끗하고 견고하게 장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일에 대하여 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서 결정코 물러가지 않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공덕의 산을 장엄하는데 마치 수미산이 금륜(金輪) 위에 있어서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듯한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곳에 머물지 않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의 앞에 두루 나아가 모두 구호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온갖 부처님들을 보는데 만족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깨끗한 원력을 구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넓고 큰 지혜의 광명 바다에 머물려는 마음을 일으켰노라. 그리고 나는 중생들로 하여금 시끄럽게 나고 죽는 벌판에서 뛰어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걱정과 고통을 버리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가지가지로 뜻에 맞지 않는 빛과 소리와 맛과 닿음과 법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사랑함을 이별하고 원수를 만나는 고통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가지가지 나쁜 업의 인연과 어리석은 고통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나쁜 갈래와 험난한 곳에 있는 중생들을 구호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고 죽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바른 길을 보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여래의 위없는 법의 즐거움을 이루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깨끗하고 크게 즐거움을 받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들로 하여금 바른 행을 닦는 데 액난이 없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켰노라.
이러한 마음을 내고는 다시 법을 말하여 일체지의 자리에 이르게 하였으니, 곧 중생들이 사는 궁전과 집에 애착하는 이를 보고는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여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알게 하고, 중생들이 부모·형제·권속을 그리워하는 이를 보고는 법을 말하여 부처님과 보살의 청정한 대중에 들어가게 하고, 중생들이 아내와 아들딸을 사랑하여 차마 떠나지 못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는 데 물든 사랑을 버리고 자비한 마음을 내어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여 차별이 없게 하고, 중생들이 시가지나 촌락이나 모여 사는 데 집착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성현들과 함께 모이게 하고, 중생들이 살림하는 기구에 욕심내는 이를 보고는 법을 말하여 모든 바라밀을 구족케 하고, 중생들이 음악을 사랑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깨끗한 법의 즐거움을 좋아하게 하고, 중생들이 다섯 가지 욕락의 경계에 애착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여래 경계에 들어가게 하고, 중생들이 성내는 것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여래의 욕됨을 참는 바라밀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이 게으른 마음 내는 것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깨끗하게 정진하는 바라밀을 얻게 하고, 중생들이 마음이 산란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여래의 선정 바라밀을 얻게 하고, 중생들이 잘못된 소견의 숲속에 들어가 무명이 장애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나쁜 소견의 캄캄한 숲 속을 벗어나게 하고, 중생들이 지혜가 없음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반야바라밀을 이루게 하고, 중생들이 삼계에 물듦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는 데 취하고 버림이 없이 방편바라밀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의 생각이 용렬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부처님 보리의 원을 만족케 하고, 중생들이 자기만 이익케 하려 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중생을 평등하게 이익케 하려는 서원을 세우게 하고, 중생들의 생각[志樂]이 나약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보살의 힘바라밀을 얻게 하고, 중생들이 어리석음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부처님의 깨끗한 지혜바라밀을 얻게 하였다.
또 만일 중생들이 몸매가 구족하지 못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여래의 원만한 몸매를 얻게 하고, 중생들이 얼굴이 누추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위없이 깨끗한 법신을 얻게 하고, 중생들의 살빛이 추악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부드러운 금빛 살갗을 얻게 하고, 중생들이 고통의 핍박을 받는 것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여래의 가장 좋은 안락을 얻게 하고, 중생들이 가지가지로 안락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일체지의 낙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이 여러 가지 병에 고통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그림자 같은 몸을 이루게 하고, 중생들이 색계(色界)의 애착을 가짐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보살의 행을 사랑하게 하고, 중생들이 가난에 쪼들림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보살의 공덕 보배 광을 얻게 하고, 중생들이 숲 동산에 있기를 즐기는 것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부처님께 섬기고 공양하면서 불법 동산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이 길 다니기를 좋아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일체지의 길로 나아가게 하고, 중생들이 촌락에나 성시에 사는 것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삼계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또 중생들이 마을에 살기를 좋아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이승(二乘)의 도에서 뛰어나 여래 경지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이 성시에 살려 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법왕의 성중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이 네 모퉁이[四隅]에 있기를 좋아하면 법을 말하여 삼세가 평등한 지혜를 얻게 하고, 중생들이 여러 방위에 있기를 좋아하면 법을 말하여 지혜를 얻어 온갖 법을 보게 하고, 중생들이 탐욕이 많은 것을 보고는 부정관(不淨觀)하는 문을 말하여 나고 죽는 욕심을 버리게 하고, 중생들이 성내는 마음이 많은 것을 보고는 자비관[大慈觀] 하는 문을 말하여 부지런히 닦아서 시끄러운 생각이 없게 하고, 중생들이 어리석음이 많은 것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지혜 눈을 얻어 법바다를 보게 하고, 중생들의 세 가지 독한 마음이 평등한 것[等分行]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모든 훌륭한 지혜와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가게 하고, 중생들이 나고 죽는 것을 즐거워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싫증을 내게 하고, 중생들이 나고 죽는 고통을 싫어하여 여래의 교화를 받을 만한 이에게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음이 없는 이치를 깨닫고 일부러 태어나게 하며, 중생들이 오온(五薀)을 좋아함을 보고는 법을 말하여 의지함이 없는 경계에 머물게 하고, 중생들의 마음이 못난이를 보고는 훌륭하게 장엄한 도를 보여 주고, 중생들의 마음이 교만한 이를 보고는 여래의 평등한 법 지혜를 말하여 주고, 중생들의 마음이 굽은 이를 보고는 보살의 깨끗하고 곧은 마음을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한량없는 법을 보시하여 중생들을 거두어 주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나쁜 갈래를 여의고 천상 인간의 낙을 받게 하며, 삼계의 속박을 벗어나서 일체지에 머물게 하였다. 이때에 나는 그지없는 기쁨과 법의 광명을 얻고 즉시로 즐거워하며 매우 원만하여져서 마음이 화평하고 기쁨이 만족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항상 모든 보살의 도량에 있는 대중들이 가지가지 원과 행을 닦으며, 가지가지 깨끗한 몸을 나타내며, 가지가지 늘 있는 광명이 있으며, 가지가지 광명을 놓으며, 가지가지 방편으로 일체지의 문에 들어가며, 가지가지 삼매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가지가지 음성을 내며, 가지가지 장엄한 몸을 구족하며, 가지가지 여래 문에 들어가며, 가지가지 국토에 나아가서 가지가지 부처님을 뵈오며, 온갖 변재를 얻으며, 가지가지 해탈의 경계를 비추어 가지가지 지혜 광명을 얻으며, 가지가지 삼매 바다에 들어가며, 가지가지 해탈의 궁전에서 유희하며, 가지가지 문으로 일체지에 나아가서 장엄거리 구름으로 허공을 덮은 것을 관찰하였으며, 또 가지가지 도량의 대중이 가지가지 세계에 모이며,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에 들어가며, 가지가지 방위에 나아가서 가지가지 여래의 명령을 받고 가지가지 여래 계신 데서 보살들로 더불어 가지가지 장엄거리 구름을 내리며, 여래의 가지가지 방편에 들어가 여래의 가지가지 법바다를 살펴보며, 여래의 신통문을 생각하며, 여래의 가지가지 지혜 바다를 따르며, 여래의 훌륭한 회중에 가서 여래의 가지가지 장엄한 자리에 앉았음을 관찰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도량에 모인 대중을 관찰하여 부처님의 신통력이 한량없고 끝이 없음을 알고 크게 즐거워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또 비로자나여래께서 잠깐 잠깐에 헤아릴 수 없는 몸매를 나타냄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나는 또 여래께서 잠깐 잠깐에 큰 광명을 놓아 끝이 없이 넓고 큰 법계에 가득함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여래께서 낱낱 털구멍마다 잠깐잠깐에 한량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광명을 나타내고, 낱낱 광명이 한량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광명으로 권속을 삼아서 낱낱이 온갖 법계에 두루하여 모든 중생의 고통을 소멸함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또 여래의 정수리와 두 어깨에서 잠깐 잠깐에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배 불꽃 산 구름을 나타내어 시방법계에 가득함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여래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에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수 향 광명 구름을 내어 시방세계에 가득함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부처님의 낱낱 어른다운 몸매에서 잠깐 잠깐에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몸매로 장엄한 여래 몸 구름을 내어 시방세계에 두루 보내는 것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여래의 낱낱 잘생긴 모양에서 잠깐 잠깐에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잘생긴 모양의 여래 몸 구름을 내는 것을 보았으며,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여래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부처님의 변화 구름을 내어, 여래께서 처음 발심할 때부터 바라밀을 닦아 장엄하는 길을 갖추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유희하며, 보살의 가지가지 신통력을 나타냄을 보았으며, 그것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여래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천왕의 몸 구름을 나타내고, 또 천왕의 자재한 신통 변화로 시방 법계에 가득하여 천왕의 몸으로써 제도할 수 있는 이는 그 앞에 나타나서 법을 말함을 보았으며, 그것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여래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용왕의 몸 구름, 야차왕의 몸 구름, 건달바왕의 몸 구름, 아수라왕의 몸 구름, 가루라왕의 몸 구름, 긴나라왕의 몸 구름, 마후라가왕의 몸 구름, 인간왕의 몸 구름, 범천왕의 몸 구름을 나타냄을 보았으며, 잠깐 잠깐에 털구멍에서 이런 신통 변화와 이런 몸매와 이런 음성과 이렇게 법을 말씀하지 않는 데가 없는 것을 내가 보고는, 생각 생각에 크게 즐거움을 내었으며, 넓고 크게 믿고 좋아함이 법계의 살바야(薩婆若)와 같아서, 예전에 얻지 못한 것을 지금 얻었으며, 예전에 알지 못한 것을 지금 알았으며, 예전에 증득하지 못한 것을 지금 증득하였으며, 예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지금 들어갔으며, 예전에 원만하지 못한 것을 지금 원만하였으며, 예전에 보지 못한 것을 지금 보았으며, 예전에 듣지 못한 것을 지금 들었다. 왜냐 하면 법계의 모양을 분명히 안 까닭이며, 모든 법이 한 모양임을 안 까닭이며, 평등하게 삼세의 도에 들어간 까닭이며, 끝이 없는 온갖 법을 말하는 까닭이었다.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이 잠깐 잠깐에 큰 기쁨을 내는 장엄해탈 광명 바다에 들어갔다. 또 선남자여, 이 해탈은 가이없으니 온갖 법계문에 두루 들어간 까닭이며, 이 해탈은 다함이 없으니 일체지 성품의 마음을 낸 까닭이며, 이 해탈은 한량이 없으니 보살의 지혜 눈으로 아는 경계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짬이 없으니 짬이 없는 모든 중생의 생각에 들어간 까닭이며, 이 해탈은 깊고 고요하니 지혜로 관찰한 것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넓고 크고 두루하였으니 온갖 여래의 경계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무너지지 않나니 보살의 지혜 눈으로 아는 것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밑이 없으니 법계의 밑바닥까지 다한 까닭이며, 이 해탈은 곧 넓은 문이니 한 가지 일에서 모든 신통 변화를 모두 내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성품이 공하지 아니하니 모든 법신이 평등하여 둘이 아닌 까닭이며, 이 해탈은 마침내 나는 일이 없나니 환술같은 법임을 분명히 아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그림자와 같으니 일체지와 서원의 빛으로 난 것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변화함과 같으니 모든 보살의 행이 묘하게 변화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땅과 같으니 모든 중생의 의지할 것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큰 물과 같으니 큰 자비로 온갖 것을 축여 주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큰 불과 같으니 중생들의 탐애하는 물을 말리는 까닭이다.
이 해탈은 큰 바람과 같으니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지에 빨리 나아가게 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큰 바다와 같으니 모든 공덕 보배로 온갖 중생을 장엄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수미산과 같으니 일체지의 법보 바다를 내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하늘 궁전과 같으니 온갖 묘한 법으로 장엄한 까닭이며, 이 해탈은 허공과 같으니 삼세 모든 여래의 신통력을 널리 용납하는 까닭이다.
또 이 해탈은 큰 구름과 같으니 중생들에게 법비를 내리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밝은 해와 같으니 중생들의 어리석은 어둠을 깨뜨리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보름달과 같으니 넓고 큰 복과 지혜의 바다를 만족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여래와 같으니 온갖 곳에서 옳게 다 아는[正徧知] 까닭이며, 이 해탈은 자기의 그림자와 같으니 자기의 선한 업으로 화하여 난 것인 까닭이며, 이 해탈은 골짜기의 메아리와 같으니 마땅함을 따라 법을 말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영상과 같으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비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큰 나무와 같으니 모든 신통의 꽃을 피게 하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금강과 같으니 본디부터 깨뜨릴 수 없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여의주와 같으니 한량없이 자재한 힘을 내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때를 여읜 마니보배와 같으니 모든 삼세 여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까닭이며, 이 해탈은 기쁜 짐대 마니보배와 같으니 모든 부처님들의 법 수레 소리를 평등하게 내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가지가지로 이 해탈문의 비길 데 없이 희유하고 진실한 공덕을 칭찬하였으나,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렵고 믿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이니, 그대는 잘 생각하고 순종하여 깨달아 들어가라.”
2) 해탈문을 얻게 된 인연과 시기
이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떻게 수행하여야 이 해탈문을 얻어 구족하게 원만하오리까?”
밤차지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큰 법장(法藏)을 닦아 행하여 모아서 원만하고, 광명이 두루 비치며, 자재한 위신의 힘을 내기를 좋아하면 이 해탈문을 성취하리라.
그 열 가지란, 첫째는 보시하는 큰 법장을 닦아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모두 만족케 함이요, 둘째는 계행의 큰 법장을 닦아서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감이요, 셋째는 편안히 참는 큰 법장을 닦아서 온갖 법의 성품을 두루 생각함이요, 넷째는 꾸준히 나아가는 큰 법장을 닦아서 일체지에 나아가서 물러남이 없음이요, 다섯째는 선정의 큰 법장을 닦아서 모든 중생의 산란한 번뇌를 멸함이요, 여섯째는 반야의 큰 법장을 닦아서 모든 법바다를 두루 아는 것이요, 일곱째는 방편의 큰 법장을 닦아서 모든 중생 바다를 두루 성숙케 함이요, 여덟째는 서원의 큰 법장을 닦아서 모든 부처님 세계에 들어가 다니면서, 중생들을 위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행을 닦음이요, 아홉째는 힘의 큰 법장을 닦아서 생각 생각에 모든 법계의 교법 바다를 나타내며, 모든 세계에서 정각을 이루어 쉬지 아니함이요, 열째는 깨끗한 지혜의 큰 법장을 닦아서 여래의 깨끗한 지혜를 얻어 삼세의 온갖 법을 두루 알아 막힘이 없음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큰 법장에 머무르면 이러한 해탈을 얻어 깨끗하게 자라며, 모아서 구족하게 내고 견고하고 크게 성취하여 편안히 머물러 원만하리라.”
“거룩하신 이여, 신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신 지는 얼마나 오래었나이까?”
“선남자여, 이 화장 장엄 세계해의 동쪽으로 1천 세계해를 지나가서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모든 깨끗한 빛 여러 보배 장엄[一切淨光衆寶莊嚴]이요, 거기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이 큰 서원 광명 음성[大願光明音]이요, 그 가운데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때 없는 금빛 장엄[無垢金光莊嚴]이다. 온갖 향 금강 마니왕으로 자체가 되었고, 형상은 누각과 같은데 모든 보배 구름으로 짬이 되고, 모든 보배 영락 바다에 머물러 있으며, 묘한 궁전 구름이 위에 덮이었고, 깨끗하고 더러운 것이 섞여 있었다.
그 세계에 오랜 옛적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널리 비치는 빛 짐대[普照光幢]요, 나라 이름은 큰 보배 길상 광[普寶吉祥藏]이요, 보리도량이 있으니 이름이 온갖 보배 광 모든 빛 광명[一切寶藏衆色光明]이며, 부처님 이름은 물러가지 않는 법계 묘한 음성[不退轉法界妙音]이시니, 이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었다. 나는 그 때에 보리수신이 되었으니 이름이 복덕 등불 광명 짐대[福德燈光明幢]이었다. 도량을 수호하면서 그 여래께서 정각을 이루고 가지가지 자재한 신통을 나타내심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그 때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널리 비치는 부처님 공덕 바다[普照如來功德藏]이었다.
그 도량에서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이 법 나무 위덕산왕[法樹威德山王]이며, 나는 그 때에 목숨을 마치고 다시 그 도량에 태어나 밤차지신이 되었으니 이름이 길상한 복 지혜 광명[吉祥福智光明]이었다. 그 여래께서 법 수레를 운전하며 큰 신통 나타냄을 보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탐심 여읜 경계를 널리 비춤[普照一切離貪境界]이었다. 다음에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온갖 법바다 음성왕[一切法海音聲王]인데, 나는 밤차지신으로서 부처님을 뵈옵고, 가지가지로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고 공경하여 마음이 즐거워서,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선한 법이 자라는 땅[增長一切善法地]이었다. 다음에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보배 광명 등불 짐대왕[寶光明燈幢王]이라, 나는 밤차지신으로서 부처님을 뵈옵고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여 마음이 즐거웠으며,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신통을 두루 나타내는 광명 구름[普現神通光明雲]이었다. 다음에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공덕 수미산 빛 위덕왕[功德須彌光威德王]이라, 나는 밤차지신으로서 부처님을 뵈옵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마음이 기뻤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님 바다를 널리 비춤[普照諸佛海]이었다.
그 다음에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법 구름 묘한 음성왕[法雲妙音聲王]이라, 나는 밤차지신이 되었다가 부처님을 뵈옵고, 친히 섬기고 공양하여 마음이 기뻤으며,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법 바다 등불[一切法海燈]이었다.
다음에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지혜 횃불빛 비치는 왕[智炬光海燈]이라, 나는 밤차지신으로서 부처님을 뵈옵고, 친근히 섬기며 공양하여 마음이 기뻤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중생들의 고통을 멸하는 광명 등불[滅一切衆生苦光照燈]이었다. 다음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이 법 신통 빠른 짐대[妙法神通速疾幢]라, 나는 밤차지신으로서 부처님을 뵈옵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마음이 기뻤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삼세 여래께서 행하신 광명 광[三世如未所行光明藏]이었다. 다음에 또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법 등불 용맹한 지혜 사자왕[法燈勇猛智慧師子王]이라, 나는 밤차지신으로서 부처님을 뵈옵고, 섬기고 공양하여 마음이 기뻤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세간에 걸림없는 지혜 바퀴 위덕 광명[一切世問無礙智輪威德王]이었다. 다음에 또 부처님이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은 지혜 힘 구족한 위덕왕이라, 나는 밤차지신으로 부처님을 뵈옵고, 받자와 섬기며 공양하여 마음이 기뻤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삼세 중생의 근성과 행을 비추는 영상[普照三世衆生根行影像]이었다.
선남자여, 이렇게 때 없는 금빛 장엄 세계의 널리 비치는 광명 짐대 겁 동안에 이러한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나는 그때마다 혹 천왕도 되고 용왕도 되고 야차왕도 되고 건달바왕도 되고 아수라왕도 되고 가루라왕도 되고 긴나라왕도 되고 마후라가왕도 되고 인간왕도 되고 범천왕도 되며, 혹 하늘의 몸도 되고 사람의 몸도 되고 남자의 몸도 되고 여자의 몸도 되고 도령님 몸도 되고 아가씨 몸도 되어, 가지가지 공양거리로 저 부처님들께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고 받들어 섬겼으며, 그 여래들의 말씀하는 법문을 듣기도 하여 모두 받아 지니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다.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또 그 세계에 태어나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나면서 보살의 가지가지 행을 닦았고, 그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이 화장 장엄 세계해에 있는 사바세계에 태어나서, 가라구손타여래를 만났고, 그 부처님을 공양하고 섬기어 즐거운 마음이 생기고, 즉시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때를 여의는 영상 광명[離一切塵垢影像光明]이었으며, 다음에는 구나함모니여래를 만나서 공양하여 섬기며 즐거운 마음을 내었고,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은 큰 빛이 모든 세계에 두루 비침[普光徧照一切刹海]이었으며, 다음에 가섭여래를 만나서 공양하여 섬기며, 즐거운 마음을 내었고,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중생의 아름다운 음성을 냄[演一切衆生妙音聲海]이었으며, 다음에는 비로자나여래께서 이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시고 잠깐잠깐 사이에 가지가지 신통과 엄청난 위신력을 나타내심을 만났는데, 그 때에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이 보살이 잠깐잠깐 동안에 큰 기쁨을 내는 장엄 해탈문을 얻었으며, 이 해탈을 얻고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열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법계안립해(法界安立海)에 들어가서, 저 모든 법계 안립해에 있는 온갖 부처 세계의 티끌을 보았는데, 그 낱낱 티끌 속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열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나라가 있고, 낱낱 나라마다 비로자나여래께서 도량에 앉으시어 생각 생각마다 정각을 이루시고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그 신통 변화가 낱낱이 온갖 법계 바다에 두루함을 보았으며, 또 내 몸이 저 모든 여래 계신 곳에 있음을 보고, 저 온갖 세계의 모든 여래께서 말씀하는 가지가지 법문을 들으며, 그 법문을 내가 모두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다.
또 선남자여, 나는 다시 저 모든 여래의 낱낱 털구멍에서 가지가지 변화를 내고 신통을 나타내어, 시방의 모든 법계 바다의 모든 부처 세계해 모든 세계종 모든 세계 가운데서, 중생들의 가지가지 족속과 가지가지 성품과 가지가지 생각을 따라서, 그들에게 적당한 대로 법 수레를 운전함을 보았다.
나는 빠른 다라니 힘을 얻어 그 글과 뜻을 모두 받아 가지었고 바르게 생각하여 분명한 지혜로 모든 청정한 법장에 들어가고, 자재한 지혜로 모든 깊고 깊은 법 바다에 들어가고, 두루한 지혜로 삼세의 넓고 큰 이치를 알고, 평등한 지혜로 모든 부처님의 차별 없는 법을 통달하였다.
나는 이리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문을 알았고 낱낱 법문에서 모든 수다라 구름을 깨닫고, 낱낱 수다라 구름에서 모든 법 바다를 깨닫고, 낱낱 법 바다에서 모든 법의 종류[法品]를 깨닫고, 낱낱 법의 종류에서 모든 법 구름을 깨닫고, 낱낱 법 구름에서 모든 법의 흐름을 깨달았다.
그리고 낱낱 법의 흐름에서 모든 법의 즐거운 바다를 내고, 낱낱 법의 즐거운 바다에서 온갖 지위를 내고, 낱낱 지위에서 모든 삼매 바다를 내고, 낱낱 삼매 바다에서 모든 부처님 보는 바다를 내고, 낱낱 부처님 보는 바다에서 일체지의 광명 바다를 얻었다.
낱낱 지혜의 광명 바다가 삼세에 널리 비치고 시방에 두루 들어가서, 한량없는 여래의 지난 세상에 수행하던 바다를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지난 세상에 하시던 일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시던 보시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원만하게 닦으신 계행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깨끗하게 한 참는 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크게 하신 정진 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원만하고 청정하신 선정 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깊이 들어가신 반야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가지가지 방편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가지가지로 늘게 한 서원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가지가지로 성취한 힘바라밀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가지가지로 원만한 지혜바라밀을 알았다.
또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에서 가지가지로 보살의 지위를 뛰어나시어 걸림없는 행의 지혜 광명이 두루 비친 바다를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에서 가지가지로 보살의 지위에 머물러서 걸림없는 행으로 한량없는 세월에 신통의 힘을 나타냄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로 보살의 지위를 원만함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로 보살의 지위를 닦음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로 보살의 지위를 깨끗하게 다스림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에서 가지가지로 보살의 지위를 관찰함을 알았다.
또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 보살로 계실 적에 항상 부처님 뵈옵기를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 함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 보살로 계실 적에 온갖 부처님을 모두 뵈옵고 많은 겁에 함께 있던 것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 보살로 계실 적에 한량없는 몸으로 여러 세계에 두루 나타나던 것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 보살로 계실 적에 법계에 두루하여 엄청난 행을 닦던 일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지난 세상 보살로 계실 적에 가지가지 방편문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조복하고 성숙하던 일을 알았다.
또 한량없는 여래가 큰 광명을 놓아 시방의 온갖 세계를 두루 비춤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 앞에 나타나심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넓고 큰 지혜 광명이 자재함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정각을 이루고 신통 변화가 헤아릴 수 없음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법 수레 운전함을 알고 모두 받아 지니어 잊지 아니하였고, 한량없는 여래의 잘생긴 몸매의 바다를 나타냄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가 몸 바다를 나타냄을 알고, 한량없는 여래의 엄청난 경계를 알았다. 저 여래들의 처음 마음 낸 때부터 법이 없어질 때까지 이러한 법을 부지런히 구하던 마땅한 방편을 내가 생각 생각마다 모두 알고 깊이 증득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보리심을 낸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느냐 하였는데, 나는 지나간 옛적 두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겁 전에, 위에서 말한 것같이 때 없는 금빛 장엄 세계에서 복덕 등불 원만한 광명 짐대 보리 나무 신이 되었을 적에 물러가지 않는 법계 묘한 음성 여래가 가지가지 법문 말씀하심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며, 두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내면서 가지가지로 보살의 행을 닦은 뒤에 이 사바세계의 현겁 가운데 났고, 가라구손타부처님으로부터 석가모니부처님께 이르며, 이 겁에서 다음에 나실 모든 여래까지 내가 모두 가까이 섬기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하게 여기면서 즐거운 마음을 냈고, 이 세계의 현겁에서 다음에 나실 모든 부처님들도 역시 이와 같이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갖가지로 공양할 것이다.
선남자여, 저 때 없는 금빛 장엄 세계가 지금도 있으며, 부처님들이 계속하여 나면서 끊이지 아니하니 그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보살의 용맹한 문을 닦으라.”
그 때에 구족공덕적정음해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이치를 다시 펴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선재여,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깨끗한 해탈문을 자세 들으라.
듣고서 좋아하여 기쁜 맘 내면
필경에 잘 닦아서 깨닫게 되리.
내가 옛적 오랜 세월 행을 닦을 제
넓고 크고 깊이 믿는 마음을 내어
살펴보는 법의 성품 앞에 나타나
허공 같은 일체지 증득하였다.
나는 일찍 삼세의 부처님에게
넓고 크게 믿는 마음 모두 내었고
훌륭하고 깨끗한 권속들까지
받들어 섬기면서 모시려 했다.
지난 세상 부처님들 내가 뵈옵고
중생들을 이롭도록 공양하면서
훌륭하고 깨끗한 법문을 듣고
사랑하고 공경하며 기뻐하였다.
언제나 부모님과 스승님들께
존중하고 공경하여 기쁘게 하며
이러하기 잠깐도 쉬지 않아서
이와 같은 해탈문에 들어갔노라.
나이 늙고 병들고 가난한 이와
의지 없고 모든 기관 불구한 이들
한량없는 겁을 두고 헤매는 이를
사랑으로 구제하여 편안케 하고
나쁜 겁에 수재 화재 도둑 난리와
험상하게 나쁜 짐승 취한 코끼리
이런 것을 내가 옛적 수행할 적에
가까스로 구호하여 면하게 하고
삼계 속에 무명 번뇌 항상 치성코
나쁜 업과 모진 장애 늘 얽히어서
나고 죽는 험난 속에 빠진 이들을
내가 항상 건져내어 구호하였고
무서운 이 세상의 나쁜 갈래에
가지가지 병고 액난 늘 계속되고
나고 늙고 죽는 고통 몸에 얽힌 이
내가 모두 구호하여 벗게 했노라.
오는 세상 모든 겁이 끝날 때까지
고통 받는 중생들을 모두 위하여
나고 죽는 근심 걱정 소멸해 주고
필경에는 부처님의 즐거움 얻게.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잠깐 잠깐에 크고 넓은 기쁨을 내는 장엄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법계 바다에 깊이 들어가 안팎의 모든 고통을 멀리 여의며 모든 허망한 생각을 없애고, 모든 보살의 지혜를 구족하며 모든 겁의 수효를 모두 알고 온갖 세계의 생기고 없어지는 것을 널리 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보리도량에 있는 여래의 청정하고 원만한 회상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수호일체성증장위덕(守護一切城增長威德)이라,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구족공덕적정음해 밤차지신의 몸을 살펴보면서 합장하고 공경하여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선지식의 가르침을 내가 따라서
밤차지신 계신 곳에 와서 뵈오니
가이없는 훌륭한 몸 수미산 같고
평상들도 아름답고 묘하게 장엄
빛깔에나 형상에 집착한 이나
하염있는 모든 법에 의지한 이나
나쁜 소견 지식 없고 못난이들은
높고 깊은 님의 경계 알지 못하리.
모든 세상 천상 사람 세간 사람들
끝없는 오랜 세월 살펴보아도
님의 몸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니
한량없는 빛과 몸매 알 수 없는 탓
다섯 가지 가리운 것 멀리 여의고
십팔계와 십이처를 의지 않지만
중생들을 건지려고 세간에 나서
가지가지 신통력을 나타내시다.
가장 좋은 지혜 눈 항상 깨끗해
때가 없고 변동 없고 고집 없지만
모든 세계 티끌 속을 살펴보아서
가지가지 부처님의 신통을 보다.
신의 몸은 옳고 바른 법장이 되고
깊은 지혜 막힘없이 항상 깨끗해
부처님의 지혜 광명 이미 얻었고
모든 세간 중생들을 다시 비추리.
마음으론 좋은 업을 널리 모아서
모든 세간 온갖 물건 장엄하였고
온갖 것이 마음인 줄 아는 까닭에
중생 수효 같은 몸을 나타내시다.
이 세상이 꿈인 줄을 분명히 알고
모든 세상 부처님도 그림자 같고
온갖 법도 메아리라 빈 것이지만
마음대로 나타내고 집착이 없어
밤차지신 중생들을 구제하려고
생각생각 자재하게 몸을 나타내
있는 데도 없는 데도 고집 않지만
여러 세계 가득하게 법을 말하다
한량없는 세계 티끌 많은 세계와
시방 삼세 부처님과 모든 중생들
이런 것이 한 티끌에 모두 있으니
신의 얻은 해탈문의 큰 힘이리라.
45. 수호일체성증장위덕 밤차지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구족공덕적정음해(具足功德寂靜音海) 밤차지신이 얻은 해탈을 따라 수행하며, 그 신의 말한 법문을 관찰하여 한 글자 한 구절도 잊지 아니하였다.
한량없이 깊은 마음과 한량없는 법의 성품과 온갖 방편과 신통과 지혜에 대하여 기억하고 사택(思擇)하기를 쉬지 아니하고, 세밀하게 분별하며 깊이 이해하여 마음이 넓어지고 편안하게 증득하였으며, 차츰차츰 걸어서 수호일체성증장위덕 밤차지신이 있는 데 나아갔다.
그 밤차지신은 광명이 온갖 것에 널리 비치는 궁전에서 마니보배 연꽃 광 사자좌에 앉았는데, 백천의 밤차지신들이 권속이 되어 앞뒤에 둘러 있으면서, 모든 중생과 널리 어울리는 몸매를 나타내고, 모든 중생의 앞에 상대하는 몸을 나타내고, 온갖 세간에 물들지 않는 몸을 나타내고, 모든 중생의 수효와 같은 몸을 나타내고, 모든 세간에서 뛰어난 몸을 나타내고, 중생을 조복하는 대로 변천하는 몸을 나타내고, 시방세계에 널리 이르는 몸을 나타내고, 온갖 서원을 원만하는 몸을 나타내고, 모든 장애를 없애고 마침내 여래 성품과 일치한 몸을 나타내고, 모든 중생을 끝까지 교화하여 성숙하는 몸을 나타내었다.
선재동자는 그것을 보고 기뻐 좋아하며 소원이 원만하고 다행하기 그지없어,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어떻게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며, 어떻게 위없는 섭법으로 중생을 거두어 주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업에 머물며, 어떻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지위에 가까이 하는지를 알지 못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때에 밤차지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 세계를 깨끗하게 꾸미기 위하여, 모든 여래께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겁에 있으면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온갖 부처님 성품[佛種性]을 수호하기 위하여, 시방에 두루 들어가서 모든 행을 닦기 위하여, 모든 법문 바다에 들어가기 위하여, 평등한 마음으로 알아야 할 모든 경계에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여래의 바른 법문을 모두 듣기 위하여,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 법비를 내리기 위하여 보살의 닦는 행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깊고 자재하고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을 얻고, 큰 법사(法師)가 되어 흰 비단으로 정수리에 매고, 온갖 법에 대하여 집착하는 마음이 없었으니, 모든 여래의 깊은 법장을 잘 열어 보이는 까닭이며, 큰 서원과 큰 자비를 갖추어 모든 중생을 보리심에 머물게 하는 까닭이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여 선근 모으기를 쉬지 않는 까닭이며, 모든 중생을 잘 이끄는 스승이 되어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지의 길에 머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세간의 큰 법 구름이 되어 온갖 경법을 비 내리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세간의 청정한 법의 해가 되어 세간을 비추어 선근이 나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세간에 마음이 평등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선한 법이 늘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경계에 마음이 깨끗하여 모든 착하지 못한 업을 소멸하는 까닭이며, 큰 길잡이가 되어 중생들을 인도하여 선한 행동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중생들의 지혜 장엄이 되어 세간 사람으로 하여금 지혜로써 선한 행을 인도하게 하는 까닭이며, 여러 선지식을 항상 섬기어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교법에 머물게 하려는 까닭이었다.
선남자여, 나는 이런 법으로 중생에게 보시하여 깨끗한 법을 내어 일체지를 구하게 하며, 마음이 견고하기가 금강 나라연 광과 같으며, 부처님 힘과 마군의 힘을 잘 살펴보며,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모든 번뇌와 업장의 산을 무너뜨리고 일체지로 도를 돕는 법을 모으며, 마음 가운데 일체지의 자리를 버리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걸림없는 법문을 원만하게 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깨끗한 법의 광명으로 모든 중생을 두루 깨우치어 가지가지로 이익케 하며, 선근을 모으고 도를 갖는 법을 성취케 할 적에 열 가지로 법계를 관찰하였다.
그 열 가지란 것은 곧 나는 법계가 한량없음을 알았으니 넓고 큰 지혜의 광명을 얻은 까닭이며, 법계가 가이없음을 알았으니 여러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는 까닭이며, 법계가 짬이 없음을 알았으니 모든 부처님 국토에 두루 들어가 모든 여래를 공경하고 공양하는 까닭이며, 법계가 가이없음을 알았으니 온갖 세계해 가운데서 보살의 행을 일부러 닦는 까닭이며, 법계가 끊이지 아니함을 알았으니 여래의 깊고 평등하고 가지가지로 원만하고 끊이지 않는 지혜에 들어가는 까닭이며, 법계가 한 성품인 줄을 알았으니 여래의 원만한 말씀에 들어가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 분명히 아는 까닭이며, 법계의 성품이 깨끗함을 알았으니 여래의 지난 세상 서원 바다에 들어가서 끝까지 중생들을 조복하는 까닭이며, 법계가 중생들에게 두루함을 알았으니 보현보살의 묘한 행이 모두 가득한 까닭이며, 법계가 한결같은 장엄임을 알았으니 보현의 신통으로 장엄한 까닭이며, 법계가 깨뜨릴 수 없음을 알았으니 온갖 선근이 법계에 가득하여 깨뜨릴 수 없는 까닭이다.
선남자여, 나는 이 열 가지로 법계를 관찰하며, 따라서 넓고 큰 선근을 내어서 도를 갖는 법을 마련함을 알았으며, 부처님들의 훌륭한 위엄과 공덕을 알고,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에 들어갔노라.
또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순종하여 뜻을 지으며 바른 마음으로 생각함으로써 엄청난 위력이 있는 여래의 열 가지 다라니 바퀴를 얻고, 중생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는 것이다.
그 열 가지란 것은 곧 모든 법 바다에 두루 들어가는 다라니 바퀴, 모든 법장을 지니는 다라니 바퀴, 깨끗한 법 구름을 받는 다라니 바퀴, 모든 여래의 지혜 등불을 생각하는 다라니 바퀴, 모든 여래의 이름을 말하는 음성 다라니 바퀴, 삼세 부처님들의 평등한 서원 바다에 들어가는 다라니 바퀴, 삼 승(三乘)의 수행 바다에 들어가서 빨리 원만하는 다라니 바퀴, 중생들의 업 바다에 들어가서 업장의 때를 깨끗이 하는 다라니 바퀴, 온갖 업 바다를 빨리 돌이켜 깨끗이 하는 다라니 바퀴, 일체지지를 내어 용맹하게 성취하는 다라니 바퀴 들이다.
선남자여, 이 열 가지 다라니 바퀴는 십천 다라니 바퀴로 권속을 삼고, 항상 중생을 위하여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어떤 때는 중생을 위하여 듣는 지혜의 법을 말하고, 어떤 때는 중생을 위하여 생각하는 지혜의 법을 말하고, 혹은 중생을 위하여 닦는 지혜의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생사 바다의 법[有海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생사 바다의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여래의 이름 바다의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여래의 이름 바다의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세계 바다의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세계 바다의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부처님의 수기 바다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부처님의 수기 바다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여래에게 모인 대중 도량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여래에게 모인 대중 도량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여래 법 수레 바다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여래 법 수레 바다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여래 수다라 바다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여래 수다라 바다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여래의 집회(集會)하는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여래의 집회하는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한 살바야의 마음 바다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온갖 살바야의 마음 바다 법을 말하며, 어떤 중생에게는 일승으로 뛰어나는 법을 말하고 어떤 중생에게는 모든 승으로 뛰어나는 법을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한량없는 법문으로 중생을 위하여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차별 없는 법계문 바다에 들어가서, 위없는 법을 말하여 두루 가득하고 훌륭하게 중생들을 거두어,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현의 행에 머물게 할 때에 이 깊고 자재하고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은 잠깐 잠깐 동안에 보살들의 모든 해탈문을 닦아 익혀 자라게 하며, 잠깐 잠깐에 모든 법계에 충만하였느니라.”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에게 말하였다.
“기이합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이 이렇게 희유하고 이렇게 깊사온데, 거룩하신 이께서 증득하신 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세계의 제곱[轉]인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때 없는 불꽃 빛[無垢光]이요, 세계의 이름은 법계 불꽃 빛 길상 구름[法界光吉祥雲]이었다. 모든 중생의 업 바다를 나타내어 변화하는 마니왕으로 자체가 되었으니 모양은 연꽃 같고, 깨끗하고 더러운 것이 섞이었으며, 수미산 티끌 수의 차별한 향마니왕 그물을 의지하여 머물며, 모든 여래의 지난 세월 서원 소리 보배 연꽃으로 차례차례 장엄하였고, 수미산 티끌 수 보배 연꽃 철위산이 둘리었으며, 수미산 티끌 수 향 마니보배가 사이사이 장엄하였고, 수미산 티끌 수 사천하가 있고, 낱낱 사천하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성이 있었다.
선남자여, 그 세계 가운데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이 가지가지 빛으로 장엄한 짐대[種種色妙莊嚴幢]요, 거기에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큰 보배 구소마 광명[普寶拘蘇摩光]이요,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보리도량이 있으니 이름이 법왕의 궁전 그림자를 나타냄[普現法王宮殿影像]인데, 수미산 티끌 수 여래가 거기서 나셨다. 그 첫 부처님 이름은 모든 법바다 큰 소리 광명왕[一切法海大聲光明王]이었고, 그 부처님 나실 때에 전륜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때 없는 낯 햇빛 광명[無垢面日光明]이며, 그 부처님에게서 모든 법 바다 소용돌이 수다라를 듣고 모두 받아 지녔고, 그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는 전륜왕이 출가하여 정법을 보호하여 유지하였고, 부처님 법이 멸하려 할 적에는 1천 가지 다른 의논이 생기고, 부처님의 정법이 십천 문으로 갈리어서 제각기 마땅한 대로 가지가지로 법을 말하였다. 말겁 때가 되어 다섯 가지 흐리고 나쁜 시절에는 여러 나쁜 비구들이 번뇌와 업에 얽히어서 가지가지로 다투며, 티끌 경계에 반해서 그것을 받아 사용하느라고 훌륭한 공덕은 구하지 아니 하고 임금 언론[王論]·도적 언론·여자 언론·국가 언론·바다 언론과 세간의 여러 가지 언론만을 말하기 좋아하며, 외도의 아주 없다는 언론[斷滅見論]도 버리지 아니하고 애착에 물이 들어 여의려 하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전륜왕 비구가 바른 법을 의지하여 말하기를, '이상하고 애달프다, 부처님께서는 수없는 오랜 세월에 가지가지 고통을 겪으면서 이 정법 횃불을 모은 것인데, 어찌하여 너희들이 멸망케 하려는가’ 이렇게 말하고는 공중에 7다라 나무 높이에 올라가서, 몸으로 한량없는 여러 빛깔 구름을 내고, 가지각색 빛 광명 그물을 놓아서 한량없는 중생으로 번뇌를 소멸케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보리심을 내게 하였으며,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부처님의 교법이 다시 육십천 년 동안 흥성하였다.
이때에 그 대중 가운데 한 비구니가 있었는데, 이름은 법 수레 변화 광명[法輪變化光]이었다. 그녀는 왕의 딸로서 백천 비구니가 권속이 되고, 부왕의 말을 들으며 신통 광명과 위신력을 보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 영원히 물러가지 아니하였다. 이 비구니들이 각각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님의 평등하게 냄을 보는 것[現見如來平等出生]이요, 또 다라니를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는 금강 광명[一切如來轉法輪金剛光明]이요, 또 반야바라밀을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법문 바다에 들어감[普入一切法門海]이었다.
이때에 법 수레 변화 광명 비구니는 삼매를 얻으니, 이름이 모든 불교의 광명을 내는 등불[出生一切佛敎光明燈]이요, 또 깊고 자재하고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을 얻었다. 이 삼매와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마음이 부드럽고 미세하고 즐거워서 모든 법바다 큰 소리 광명왕 여래께서 가지신 모든 신통과 위덕을 보게 되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때 없는 낯 햇빛 광명 전륜성왕이 그 여래를 따라 법 수레를 운전하고 열반에 든 뒤에 말법을 흥왕케 하여 불법 횃불을 들어 세간을 비춘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보현보살이요, 법 수레 변화 광명 비구니는 곧 내 몸이요, 백천 권속 비구니는 이 회상에 있는 백천 밤차지신이었다. 나는 그 때에 불법을 수호하여 백천 비구니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였고, 또 모든 여래의 평등하게 내는 삼매를 보게 하였고, 또 모든 여래의 법 수레 금강 광명 다라니를 얻게 하였고, 또 모든 법문 바다에 들어가는 반야바라밀을 얻게 하였다.
선남자여, 그 부처님 다음에 여래가 나시니 이름은 때 없는 법 산꼭대기 지혜 광명[無垢法山頂智光明]인데, 내가 가지가지로 섬기어 공양하였고,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원만한 광명계[法輪圓滿光明髻]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태양 길상 구름[法日吉祥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문 바다 묘한 음성왕[法海門妙聲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태양 지혜 바퀴 등불[法日智輪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구소마 짐대 구름[法拘蘇摩幢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불꽃 광명산 짐대왕[法光山幢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깊고 길상하고 원만한 달[甚深吉祥圓滿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지혜로 큰 광명을 내는 광[法智出生普光明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근본 지혜를 내는 광[出生根本智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길상장산왕(吉祥藏山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넓은 문 지혜 수미현[普門智須彌賢]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빠른 정진 짐대[速疾精進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보 구소마 길상 구름[法寶拘蘇摩吉祥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깊고 고요한 산 광명계[甚深寂靜山光明髻]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불꽃 광명 그림자 달[法光明影像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지혜 불빛 길상 바다[智光吉祥海]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보현 원만 지혜[普賢圓滿智]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위없는 신통 지혜 광명왕[無上神通智光明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복덕 불꽃 빛 구소마 꽃핀 등[福德光開敷拘蘇免]이었다.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지혜 사자 짐대왕[智師子幢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넓은 해 광명왕[普日光明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수미산 모양 보배 장엄왕[須彌相寶莊嚴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햇빛 용맹하게 비치는 그림자[日光勇猛普照影像]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그물 깨달은 훌륭한 달[法網覺勝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연꽃 핀 길상 구름[法蓮華開敷吉祥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햇바퀴 넓은 광명[日輪普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빛 길상한 큰 음성[普光吉祥大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사자 두려움 없는 금강 나라 연[師子無畏金剛那羅延]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넓은 지혜 용맹한 짐대[普智勇猛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넓은 법 연꽃 핀 몸[普法開敷蓮華身]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공덕 구소마 길상 바다[功德拘蘇摩吉祥海]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높은 산 법문 광명장[高山法門光明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높은 산 지혜 불꽃 광명 구름[高山智光明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법 높은 산 얼굴 광명[普法高山面門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도량 길상 달[道場吉祥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치성한 법 횃불 길상 달[熾然法炬吉祥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그림자 광명계[普影像光明髻]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빠른 등불 짐대[速疾燈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금강 바다 짐대 구름[金剛海幢雲]이었다.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소문난 산 길상 구름[名稱山吉祥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전단 길상 달[栴檀吉祥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크게 길상한 구소마 위덕 광명[普吉祥拘蘇摩威德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모든 중생을 비추는 광명왕[照一切衆生光明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공덕 연꽃 길상한 광[功德蓮華吉祥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향 불꽃 넓은 광명왕[香普光明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파두마 꽃씨[波頭摩華因]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여러 모양 산 비로자나[衆相山毘盧遮那]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너른 음성 소문난 짐대[普音聲名稱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수미산 너른 문 광명[須彌山普門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성 길상 광명[法城吉祥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나무 산 위덕[大樹山威德]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널리 길상한 비로자나 짐대[普吉祥毘盧遮那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우렁찬 법 바다 큰 음성 빛[吼法海大音聲光]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위덕을 내는 온갖 법 궁전[出生威德一切法宮殿]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지혜 훌륭한 빛[普智最勝光]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훌륭하고 길상한 모양[最勝吉祥相]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력 용맹한 짐대[法力勇猛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운전하는 묘한 음성[轉法輪妙音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공덕 불꽃 관 지혜 빛[功德焰冠智慧光]이었다.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길상을 내는 법 수레 달[出生吉祥法輪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연꽃 비로자나 짐대[法輪蓮華毘盧遮那]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보배 연꽃 광명장[寶蓮華光明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보배 길상 구름 산 등불[寶吉祥雲山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두루 청정한 구소마[普淸淨拘蘇摩]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가지가지 길상 불꽃 수미광[種種吉祥須彌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불꽃 바퀴 원만 산왕[輪圓滿山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복덕 구름 가지가지 빛[福德雲種種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산 구름 짐대왕[法山雲幢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공덕산왕광명(功德山王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태양 구름 등불왕[法日雲燈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구름 소문난 왕[法雲名稱徧滿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구름[法輪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보리 지혜를 깨닫는 위덕 짐대[開悟菩提智威德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비치는 길상 달[普法輪吉祥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마니금산위덕현[摩尼金山威德賢]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높은 길상 위덕현[妙高吉祥威德賢]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어진 덕 넓고 큰 빛[賢德廣大光]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넓은 지혜 묘한 음성 구름[普智慧妙聲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력길상공덕산[法力吉祥功德山]이었다.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길상 구름 향 불꽃왕[吉祥雲香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금빛 마니산 묘한 음성[金色摩尼山妙音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정계 광 모든 법 내는 원만 광명 구름[頂髻藏出一切法圓滿光明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치성한 위덕왕[法輪熾盛威德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정진 횃불 광명 구름[普精進炬光明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삼매로 인친 큰 지혜 바다 광명 관[三昧印廣大智慧海光明冠]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묘한 보배 길상 위덕왕[妙寶吉祥威德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횃불 보배 휘장 묘한 음성[法炬寶帳妙音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허공을 두루 비추는 두려움 없는 법 광명[普照虛空界無畏法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상호로 장엄한 짐대[相好莊嚴幢]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여러 빛 광명 불꽃 산 구름[種種色光明山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걸림없는 법 허공을 비추는 광명[無障礙法虛空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묘한 모양 꽃핀 몸[妙相華開敷身]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훌륭한 세상 임금 묘한 광명 음성[最勝世主妙光明音]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모든 법 삼매 묘한 광명 음성[一切法三昧妙光明音]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묘한 변재 법 음성 공덕장[妙辯才法音功德藏]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치성한 광명 법 바다 묘한 음성 구름[熾然光明法海妙音雲]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삼세를 비추는 광명 모양 위덕왕[普照三世大光明相威德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 수레 널리 비치는 길상 산 엄청난 광명[普照法輪吉祥山廣大光明]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법계 사자 광명[法界師子光]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비로자나 길상 묘한 높음[毘盧遮那吉祥妙高]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온갖 삼매 바다 두루한 빛 불꽃 사자왕[一切三昧海普徧光師子王]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지혜 광명 등불[普智光明燈]이요, 다음에 부처님이 나시니 이름은 큰 지혜 광명 법성 등불[普智慧光明法城燈]이었다.
선남자여, 이러한 수미산 티끌 수처럼 많은 여래 중에 그 마지막 부처님 이름은 법계 성 지혜 등불 빛왕[法界城智慧燈光王]이니, 그 부처님들이 때 없는 불꽃 빛 겁에 세상에 나시거늘, 내가 모두 존중하고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말씀하는 묘한 법문을 들어 가지었고, 나는 저 모든 여래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교법을 수호하였으며, 보살의 깊고 자재한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방편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하였다.
그 때부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많은 부처님이 세상에 나는 이들을 내가 모두 공양하며 그 법을 닦아 행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그 뒤부터 생사의 밤중에 무명으로 캄캄한 중생들 속에서, 나 혼자 깨달아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성을 수호하며 삼계의 성을 버리고, 일체지의 위없는 법성에 머물게 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깊고 자재하고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다. 저 보살마하살이 세간의 모든 잡란하고 더러운 말을 버리고 두 가지 말을 하지 아니하며, 말하는 업을 살피며, 정직한 도리를 행하고 제일가는 참뜻에 머물며, 원만히 성취하고 영원히 온갖 말에 구속되지 아니하며, 잠깐잠깐 동안에 모든 말의 제 성품을 깨쳐 알고, 모든 말과 음성 바다에 깊이 들어가며, 중생들의 모든 비밀 바다를 분명히 알고, 모든 법문 바다를 분명히 보며, 모든 평등한 법 바다를 두루 거두고, 가지가지 다라니 바다를 내며, 자재하게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적당하게 법을 말하며, 공교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끝끝내 조복하고 성숙하며, 모든 중생을 널리 거두어 보살의 위없는 업을 닦게 하며, 보살의 가지가지 법문과 미세한 지혜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기묘한 일과 보살장을 관찰하며, 또 자재하게 보살의 법을 말하는데 왜냐 하면 온갖 법 수레 다라니를 성취한 까닭이니, 그리하여 그들을 훌륭하고 진실한 대장부라 일컫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보리도량에 모인 대중 가운데 한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능개부일체수화안락(能開敷一切樹華安樂)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일체지를 배우며, 어떻게 일체지를 닦으며, 어떻게 온갖 중생을 인도하여 일체지의 성에 깨달아 들어가게 하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수호일체성증장위덕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뜻을 거듭 펴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의 해탈문은 보기 어려워
허공이나 진여가 평등한 데서
끝없는 법계 안에 항상 계시는
시방세계 삼세의 부처님 보네.
한량없는 해탈문을 나게도 하고
알 수 없는 참 성품에 들어도 가서
막힘없는 지혜를 빨리 늘리어
삼세의 자비한 길 통달하나니
세계의 티끌 겁을 지내고 지내
그 때의 겁 이름이 때 없는 광명
세계는 법의 광명 길상한 구름
성 이름은 넓은 보배 구소마라네
그 가운데 나시는 여러 부처님
수미산의 티끌 수와 같이 많은데
법 바다의 큰 소리왕 부처님께서
이 겁에서 가장 먼저 탄생했으며
그 중에서 맨 나중에 나신 부처님
그 이름이 법계 지혜 등불왕
이렇게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내가 모두 공양하고 법문 들었다.
법 바다의 음성왕 부처님 보니
몸의 살갗 한결같이 순금빛이고
고운 몸매 장엄하심 보배산 같아
마음 내어 비밀한 도 얻으려 했다.
나는 잠깐 그 부처님 몸을 뵈옵고
크고 넓은 보리 마음 즉시 내어서
부지런히 일체지 구하려 할 제
그 마음은 빈 법계 성품과 같아.
이리하여 삼세의 부처님들과
여러 세계 보살들을 두루 뵈오며
세계 바다 중생 바다 모두 보고서
슬퍼하는 큰마음을 널리 내었네.
중생들의 하고 싶은 마음을 따라
이내 몸을 온갖 세계 나타내고
광명을 펴 시방세계 땅을 흔들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깨우치었다.
둘째 번 부처님과 시방 부처님
나중 나신 법계 지혜 등왕 부처님
수미산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
모두 다 내가 뵙고 공양하였다.
시방세계 티끌같이 많은 겁 동안
나고 나신 부처님 세간 등불을
가까이 모시옵고 섬겼사올 제
이 해탈문 깨끗함을 얻은 것이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이 보살의 깊고 자재하고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을 얻고, 가이없는 삼매 바다에 들어가 크고 넓은 다라니 바다를 이루었으며, 또 보살의 신통 바다를 얻고 보살의 변재 바다에 들어가서 크게 즐거움을 늘리었으므로, 수호일체성증장위덕 밤차지신을 관찰하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넓고 깊은 지혜 바다 이르러 갔고
가이없는 생사 바다 이미 건네어
목숨 걸고 근심 없는 지혜의 몸이
위엄 광명 널리 비쳐 보름달 같네.
법의 성품 공한 줄을 깨달아 알고
삼세에 들어가서 걸림없으며
생각생각 온갖 경계 두루 반연코
마음마음 고요하여 분별 없으니
중생 성품 없는 줄을 살피어보고
큰 자비로 중생 바다 항상 들어가
자재하게 해탈문에 드나들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널리 건지다.
모든 법을 살펴보고 생각하면서
깊고 깊은 법의 성품 증득하였고
여러 가지 성인의 길 널리 닦아서
중생들을 교화하여 해탈케 하니
당신은 훌륭하신 수레 모는 이
때 없는 여래 지혜 열어 보이고
법계의 모든 중생 두루 위하여
티끌 여읜 깨끗한 행 연설하시네.
부처님의 서원 길에 이미 머물고
끝없는 큰 지혜에 이미 들었고
부처님의 온갖 힘을 이미 닦았고
부처님의 크신 신통 이미 봤으니
신의 마음 깨끗하기 허공과 같아
가지가지 번뇌들을 모두 여의고
삼세 시방세계 부처님들과
보살과 중생들을 분명히 알며
밤과 낮과 달과 해 많은 세월을
당신이 한 생각에 분명히 알고
가지각색 중생들의 이름과 형상
여러 가지 차별함을 모두 아시다.
시방 중생 태어나고 죽는 곳마다
빛과 생각 있고 없고 그렇잖은 것
세간을 순종하여 모두 알고서
인도하여 보리도에 들게 하시다.
부처님의 서원 집에 이미 나셨고
부처님의 공덕 바다 이미 들었고
평등한 법의 성품 증득했건만
중생의 욕망 따라 몸을 나타내.
선재동자는 게송을 읊어 밤차지신을 찬탄하고는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46. 능개부일체수화안락 밤차지신을 찾다
1) 해탈문의 작용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깊고 자재하고 사랑스러운 음성 해탈문을 얻어 바르게 생각하며 자라게 하고, 부지런히 나타내 보이며 두루 닦아 행하면서 능개부일체화안락 밤차지신이 있는 데로 갔다. 그 신은 보배 향나무 가지로 된 누각 안에서 보배 나무 묘한 광 사자좌에 앉았는데, 십천 밤차지신들이 앞뒤에 모시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신의 발에 절하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닦아 행하며, 이루고 자라게 하여 일체지를 얻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밤차지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사바세계에서 해가 지고 연꽃이 오므라져 여러 사람들이 나다니지 아니할 적에, 산이나 물이나 거리나 벌판이나 다른 나라나 이런 데서, 가지가지 중생들이 모두 자기가 있던 데로 가려고 하나, 갈 길을 찾지 못하여 어쩔 줄 모르고 걱정하는 이들을 내가 가만히 보호하여 두려움이 없게 하며, 광명을 비추어 길을 보여 주며, 그의 처소에 가서 걱정 없이 편안히 밤을 지나게 하고, 어떤 중생이나 병들어 고생하는 이는 꿈에 가서 그를 편안케 하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젊은 나이에 여색을 즐겨 사랑하고 놀기를 좋아하며, 다섯 가지 욕락을 멋대로 탐하여 교만한 마음에 혼미한 이에게는, 나는 그 사람에게 늙고 병들어 죽는 꼴을 지어 보이어 공포심을 내게 하며, 나쁜 짓을 여의고 무명 번뇌를 끊어 나고 죽는 걱정을 여의게 하며, 그러고는 다시 가지가지 선근을 칭찬하여 그로 하여금 닦아 행하게 하노라. 아끼고 인색한 이에게는 보시를 칭찬하고, 계행을 깨뜨리는 이에게는 깨끗한 계율을 칭찬하고, 성내기를 잘하는 이에게는 자비와 참는 일을 행하게 하고, 게으른 이에게는 꾸준히 일하는 버릇을 일으키게 하고, 마음이 산란한 이에는 선정을 닦게 하고, 나쁜 꾀를 가진 이에게는 반야를 배우게 하고, 소승법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대승에 머물러서 모든 방편을 닦게 하고, 삼계의 모든 갈래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보살의 큰 서원 바라밀에 머물게 하고, 만일 중생들이 복과 지혜가 적고 번뇌와 업장에 속박되어 가지가지 핍박을 받고 자재하지 못하는 이에게는 보살의 힘 바라밀에 머물게 하고, 어떤 중생이 마음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나와 내 것을 고집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에게는 보살의 지혜바라밀에 머물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와 같이 보살의 큰 즐거움을 내는 광명 해탈문을 얻었노라.”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이 해탈문에 들어가면 여래께서 가지가지 복더미로 중생을 거두어 주는 좋은 방편과 지혜의 광명을 아느니라. 어떻게 거두는가 하면, 선남자여, 중생들의 받는 복락은 모두 여래의 위덕의 힘인 까닭이며, 여래의 가르침을 받는 까닭이며, 여래의 말을 행하고, 여래의 행을 배우고, 여래의 보호하는 힘을 얻고, 여래께서 인정한 도를 닦고, 여래와 같은 선근을 심고, 여래와 같은 선한 과보를 찬탄하고, 여래께서 설하신 계율을 지키고, 여래의 엄청난 서원을 따라 기뻐하고, 여래의 평등한 지혜 햇빛으로 비치고, 여래의 깨끗한 성품의 원만한 업으로 거두어 주는 까닭이니, 이러므로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안락이 생기고 이루어지느니라.
어떻게 그런 줄을 아는가 하면, 선남자여, 내가 큰 즐거움을 내는 광명 해탈문에 들어갔을 적에, 바른 마음으로 비로자나 여래·응·정등각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던 일을 생각하였고, 따라서 관찰하여 모두 분명히 보았노라. 선남자여, 세존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로 계실 적에 모든 중생들이 나라거니 내 것이라 하는 데 집착하여 컴컴한 무명 속에 있으며, 나쁜 소견에 들어가서 탐욕에 얽히고, 성내어 무너지고, 어리석어 혼란되고, 아끼는 데 속박되어 가지가지 번뇌로 몸과 마음이 시달리고, 나고 죽는 데 헤매면서 가난하고 고통 받느라고 부처님과 보살을 만나지 못함을 보았으며, 이런 것을 보고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 하였노라. 곧 모든 보배와 도구를 얻어서 중생들을 거두려는 마음과 모든 중생들이 모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이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일에 집착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경계에 탐내는 일이 없게 하려는 마음과 제가 가진 모든 것에 아낌이 없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보시하는 데 의혹이 없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과보에 희망이 없게 하려는 마음과 모든 영화와 호사에 부러움이 없게 하려는 마음과 온갖 인연에 아득함이 없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킨 것이다.
또 진실한 법의 성품을 관찰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온갖 중생을 구호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법의 성품에 들어가 소용돌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이 평등한 데 머물게 하려는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에게 방편을 행하려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큰 법 일산이 되어 중생을 덮어서 뜨거운 번뇌가 없게 하려는 마음[無熱惱心]을 일으키고, 지혜의 금강저로 중생들의 번뇌 장애의 산을 깨뜨리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들로 큰 즐거움을 빨리 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으로 끝끝내 매우 안락함을 이루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모든 재물을 내려 주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평등한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거룩한 재물에 만족케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중생으로 필경에 모두 십력의 지혜 결과를 얻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
이런 마음을 일으키고는, 보살의 힘을 얻고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허공의 훌륭한 법계에 가득하여, 모든 시방의 중생들 앞에서 온갖 모양으로 온갖 재물을 모두 보시하는 인연 없는 큰 구름을 일으키고, 온갖 보배와 영락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비 내리듯 하여,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뜻에 만족하여 기쁘게 하였다.
이렇게 한량없는 보시로 거두어 주는 문으로 가지가지 재물을 항상 보시하기를 어느 때나 쉬지 아니하여 후회도 아니하고 인색하지도 아니하여 끊이지 않았으며,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모두 거두어서 교화하고 성취하고 구족히 원만하여, 모두 나고 죽는 고통에서 뛰어나게 하며, 구호하여 이익케 하면서도 신세 갚음을 바라지 아니하고 평등한 뜻으로 분별함이 없이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이 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에게 한결같이 깊은 선근을 일으키게 하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들어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일체지를 늘게 하여 복덕의 바다를 빨리 원만케 하였다.
보살이 이와 같이 생각 생각마다 남음 없는 세계가 다하도록 모든 중생을 조복하고 성숙케 하여 모두 훌륭하고 청정함을 얻게 하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하게 하여 복잡하고 더러움이 없게 하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법계에 들어가며, 생각 생각마다 모두 허공에 두루하며, 생각 생각마다 온갖 삼세에 들어가며, 생각 생각마다 방편 지혜로 중생을 조복하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세계에서 두루 물러나지 않는 법을 굴리며, 생각 생각마다 일체지의 도로써 모든 중생을 잘 이익케 하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세계의 가지가지로 차별한 중생들 앞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온갖 부처님의 정각 이루는 것을 나타내며, 생각 생각마다 모든 세계의 모든 겁에서 보살의 행을 닦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다. 곧, 온갖 넓고 큰 세계해에 온갖 세계종이 있고, 그 세계종들 가운데 가지가지로 경계가 된 세계들과 가지가지로 장엄한 세계들과 가지가지 체성의 세계들과 가지가지 형상의 세계들과 가지가지로 분포된 세계들이 있는데, 어떤 세계는 더럽고도 깨끗하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고도 더럽고, 어떤 세계는 더럽기만 하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기만 하며, 혹은 넓고 크고 혹은 좁고 작으며, 혹은 높고 혹은 낮고 혹은 거칠고 혹은 묘하고 혹은 바르고 혹은 곁으로 덮이고 혹은 잦히고 혹은 둥글고 혹은 모나고, 혹은 둥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았다.
이러한 가지가지 이름과 형상과 장엄이 제각기 다른 세계 속에 들어가서, 생각 생각마다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머문 데 들어가며, 보살의 힘을 나타내기도 하고 삼세의 모든 부처님 몸을 나타내고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모두 보고 알게 되며, 일체지의 지혜와 복덕의 바다를 빨리 늘도록 하였다.
선남자여, 비로자나여래께서 지난 세상에서 이렇게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모든 중생들이 복덕을 닦지 아니하여 지혜가 없으며, 부끄러운 마음이 없고, 나라는 데와 나의 것이라는 데 집착하며, 무명에 장애가 되어, 가지가지 바르지 못한 생각을 내고, 사특한 그물과 나쁜 소견에 들어가서 원인과 결과를 알지 못하고, 번뇌와 업장을 따라서 마음이 아득하고 자재하지 못하며, 나고 죽는 험난한 구렁에 빠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 모든 바라밀의 행을 닦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견고한 선근을 칭찬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며, 나고 죽는 일과 가난하고 곤궁함을 여의고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법을 닦게 하였다.
그러할 적에 가지가지 인과의 문을 말하며, 업과 과보가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것을 말하며, 법에 대하여 증득하는 곳을 말하며 모든 중생의 욕망과 이해를 말하며 여러 가지 태어나는 나라를 말하며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전통[佛種]을 끊이지 않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지켜 보호하게 하며 모든 나쁜 짓을 버리게 하고, 또 그를 위하여 일체지에 나아가는 도를 돕는 법문을 찬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고, 법보시를 행하여 모든 중생을 널리 거두어 주게 하며, 그로 하여금 일체지의 행을 일으키게 하고, 보살의 바라밀의 도를 닦아 배우게 하며, 그로 하여금 일체지와 모든 선근 바다를 늘게 하고, 온갖 거룩한 재물을 만족케 하며, 그로 하여금 여래의 자재한 문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방편을 거두어 지니며, 그로 하여금 여래의 위덕을 관찰하고 여래를 가까이 모시며 순종하여 고요하고 편안케 하며 그로 하여금 보살의 가지가지 지혜에 머물러 성취케 하였느니라.”
2) 발심하던 인연
이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이 묘한 행을 닦은 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나이까?”
“선남자여, 그대가 묻는 이 일은 알기 어렵고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증득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려우며, 드러내어 보일 수도 없고 일으켜 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어서,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세상사람·성문·독각들도 알지 못하느니라.
오직 여래의 위력으로 가피하심을 받고 선지식의 거두어 줌을 입어, 넓고 큰 복덕과 지혜를 닦은 이라야 하리니 그는 마음이 견고하고 좋아함이 깨끗하여, 용렬한 마음이 없고 물든 마음이 없고 아첨하는 마음이 없고 산란한 마음이 없고 야비한 마음이 없고 캄캄한 마음이 없고 널리 비치어 열리는 일체지의 광명한 마음을 얻고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여 성취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번뇌와 마군들이 무너뜨릴 수 없는 마음을 가졌으며, 온갖 것들을 일체지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없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세간의 모든 나고 죽는 일과 물드는 마음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청정하고 묘한 낙을 관찰하며, 중생들의 근심하고 슬퍼하는 고통 바다를 없애며, 부처님 여래들의 공덕과 법 바다를 닦으며, 모든 법의 참 성품이 공한 경계를 살펴보며, 넓고 크고 깊고 깨끗한 온갖 신심과 이해를 갖추며, 모든 나고 죽는 폭류(暴流)에서 뛰어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며, 위없는 법의 성중에 결정코 이르며, 여래의 경계에 용맹하게 들어가며, 여래들의 지혜 자리에 빨리 나아가며, 일체지의 힘을 성취하며, 십력을 끝까지 얻은 까닭이니라.
이러한 사람이라야 이 세상에서 능히 알고 들어가고 믿고 이해하고 유지하고 분명히 알고 순종하여 닦아 행할 것이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이것은 여래의 지혜의 경계이므로 모든 보살들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다른 중생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빨리 깨끗하여지며, 선근을 닦은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이 자재하게 하여, 그대의 물은 것을 자세히 말하니라.”
이때에 능개부일체수화안락 밤차지신이 이런 뜻을 거듭 밝히려고 삼세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제자여, 그대가 묻는
부처님의 가이없는 깊은 경계는
생각 못할 세계의 티끌 겁에도
끝까지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
욕심 많고 성 잘 내고 어리석어서
교만하고 무명 번뇌 덮인 이들과
때 낀 맘에 얽혀 있는 모든 중생들
부처님의 고요한 법 알지 못하리.
아첨하고 흩어져서 마음 흐리고
간탐 질투 따르는 듯 못 버리는 이
번뇌 업에 얽매여서 헤매는 이는
부처님의 이런 경계 알 수 없나니
계와 처와 온(蘊)에 집착
내 몸이란 좁은 소견 버리지 못해
마음·생각·소견까지 잘못된 이는
부처님의 고요한 곳 알 바 아니다.
고요하고 깊고 깊은 부처 경계는
본 성품이 참되어서 분별없나니
나고 죽는 세상일에 집착한 이는
의지 없는 평등법에 들지 못하네.
부처님의 좋은 가문에 태어나고서
부처님의 보호를 항상 받았고
부처님의 법장까지 지닌 이라야
그런 이의 지혜 눈이 보는 경계리.
진실한 선지식을 친히 섬기고
착한 법을 좋아하여 만족 모르고
부처님의 힘을 구해 법을 받은 이
이 법을 얻어 듣고 기뻐하오리.
마음이 깨끗하여 분별이 없고
온갖 것에 집착 없기 허공과 같고
지혜 등불 자재하여 무명을 깨고
이렇게 때 없는 이 아는 경계며
대자대비 큰마음이 세상을 덮고
삼세의 중생 바다 두루 들어가
마땅하게 그지없이 이익하면서
깊은 행을 닦는 이의 아는 경계며
마음이 항상 기뻐 고집이 없고
내 것이란 온갖 것을 모두 버리고
큰 변재로 평등하게 법을 보시해
아무 애착 없는 이의 아는 경계며
흐린 마음 다 여의어 허물이 없고
끝까지 조복하여 근심 없으며
부처님의 교법 따라 행을 닦아서
이렇게 때 없는 이 아는 경계며
마음이 동치 않고 분별이 없고
모든 법의 참 성품을 깨달아 알고
번뇌와 모든 업을 아주 여의어
이렇게 해탈한 이 아는 경계며
고달픈 생각 없고 안 물러가고
일체지 용맹하게 닦고 닦아서
더 훌륭한 계율에 머물러 있는
이러한 대장부의 아는 경계며
그 마음이 모든 삼매 깊이 들어가
끝까지 깨끗하여 번뇌가 없고
일체지 원인을 이미 닦아서
고요한 데 든 이들의 해탈 경계며
온갖 법의 모든 차별 분명히 알고
끝이 없는 깊은 법계 잘 들어가서
중생을 모두 건져 남김 없는 이
이런 지혜 얻은 이의 해탈 경계며
중생들의 참 성품을 분명히 알고
생멸하는 세상 바다 집착이 없어
그림자가 마음 물에 나타나듯이
중생을 인도하는 이의 경계며
삼세의 부처님들 바다로부터
방편과 원력으로 태어나시고
오랜 세월 많은 세계 행을 닦아서
보현행을 하는 이의 해탈 경계며
여러 가지 법계문에 두루 들어가
시방 삼세 세계들을 모두 다 보고
생겨나고 없어지는 겁까지 보되
둘로 보지 않는 이의 아는 경계며
시방 법계 많은 세계 티끌 속마다
부처님이 보리 나무 아래 앉아서
부처되어 중생 교화하심을 보는
걸림없는 눈으로써 보는 경계라.
그대가 한량없는 오랜 세월에
선지식을 받들어 친히 섬기며
중생들을 이익하려 법을 구하니
이 말 듣고 기억하여 잊지 말아라.
비로자나부처님의 엄청난 경계
가이없고 한량없고 알 수 없는 일
부처님의 신력 받아 지금 말하여
그대의 깊은 마음 깨끗하게 하네.
“선남자여, 지난 세상의 세계해(世界海)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 바다의 진금 마니산이요,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은 법계를 비추는 지혜 산 고요한 위덕왕[普照法界慧山寂靜威德王]이었다. 선남자여, 그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때에 그 세계해를 두루 깨끗이 하였으니,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종(世界種)이 있고, 낱낱 세계종마다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있고 낱낱 세계마다 세계의 티끌 수 겁이 있고, 낱낱 겁마다 한량없는 여래께서 나시었으며, 낱낱 여래마다 세계해 티끌 수 수다라를 말씀하였고, 낱낱 수다라마다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에게 수기를 주시며, 부처님의 가지가지 신통력을 나타내고 가지가지로 중생들을 조복하는 법문을 말씀하고, 가지가지 법 수레를 운전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였다.
선남자여, 저 비로자나 바다의 진금 마니산 세계해 가운데 한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이 넓은 문이 나타나는 장엄 짐대[普門現前莊嚴幢]요, 그 세계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온갖 보배빛 길상하게 비치는 광명[一切寶色吉祥普照光明]인데, 온갖 화신 부처님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자체가 되어, 모양은 하늘 성과 같으며, 모든 여래의 보리도량을 나타내는 마니보배로 장엄하였으며, 모든 보배 구소마꽃 바다 위에 머물렀으니 깨끗한 것 더러운 것이 섞이었다.
이 세계 안에 수미산 티끌 수의 사천하가 있는데, 그 복판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은 온갖 보배산 짐대[一切寶山幢]요, 그 사천하는 낱낱 천하의 너비와 길이가 한량없는 백천 유순이요, 그 낱낱에 각기 1만의 큰 성이 있으며, 그 염부제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사라로 장엄한 구름 등불[妙寶娑羅莊嚴雲燈]이요, 십천의 큰 성으로 권속이 되어 둘러쌌다. 염부제 사람의 수명이 1만 년 되던 때에 한 전륜왕이 났으니 이름은 온갖 법 원만한 보배 일산 큰 사자후 소리[一切法圓滿寶蓋大師子吼聲]이며, 그 전륜왕에게 5백 대신과 6만 궁녀와 7백 왕자가 있었고, 그 왕자들은 몸이 단정하고 건장하고 용맹하여 엄청난 위력이 있었으므로, 전륜왕의 위엄과 덕망이 염부제에 널리 퍼지어 대적할 이가 없었다.
그 세계에 겁말(劫末)이 닥쳐와서 오탁(五濁)의 일이 생겼으니, 백성들의 목숨은 짧아지고 재물은 적어지고 형색은 초라해지고 앉고 서고 오고 가는 데는 고통이 많고 낙은 적으며, 열 가지 선한 일은 닦지 아니하고 나쁜 짓만 지으며, 서로 다투고 서로 빼앗고 거짓말로 속이고 말을 꾸미고 이간을 붙이며, 나쁜 말로 욕설하고 남의 잘되는 것을 시기하며, 옳지 않게 탐내고 잘못된 소견의 숲과 벌판에 들어가게 되며, 이러한 인연으로 비바람이 고르지 못하고 곡식이 흉년들며 약초나 꽃나무나 동산의 숲이나 들의 풀들이 모두 타 죽고, 의식(依食)이 곤란하고 병이 많이 돌아서, 사방으로 떠돌아다니며 의지할 데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들 왕도로 모여와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명이 사면으로 둘러싸고 큰 소리로 외치며, 두 손을 들기도 하고 합장도 하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도 하고 손을 들어 가슴을 치기도 하며, 무릎을 꿇고 부르짖기도 하고 몸을 솟아 크게 외치기도 하며,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의복이 남루하고 살가죽이 터지고 얼굴에 빛이 없으며, 이런 중생들이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음성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하소연으로 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우리들이 가난하고 곤궁하고 기갈이 심하고 추위를 막지 못하며, 여위고 병들고 온갖 고통이 핍박하여 가지가지 액난을 참을 길 없사와, 이 몸이 장차 부지할 수 없으며 의지할 데도 없고 구해 줄 이도 없고 하소연 할 데도 없사오니, 마치 중죄를 지은 죄수가 옥중에서 죽기를 기다리듯 하여이다. 우리들이 이제 하는 수 없사와 대왕께 돌아왔나이다. 대왕께서 안락을 주실 줄 믿사오며, 불쌍히 여기실 줄 아오며, 사랑하실 줄 아오며, 생명을 건져주실 줄 아오며, 거두어 주실 줄 아옵고, 보배를 얻을 줄 아오며, 다리를 만날 줄 아오며, 길을 찾을 줄 아오며, 배를 만날 줄 아오며, 보배 섬을 볼 줄로 아오며, 재물을 얻을 줄 아오며, 천궁에 오를 줄 아오며, 원수를 떠날 줄 아오며, 모든 고통을 소멸할 줄 아옵나이다.’
이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백만 아승기 대비문(大悲門)을 얻고 일심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내어 관찰하여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말을 하였다.
'애닯다, 이 중생들이 밑이 없는 생사의 구렁에 빠졌으니 내가 건져내어 그들로 하여금 구렁에서 뛰어나와 여래의 일체지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 번뇌가 몸과 마음을 시끄럽게 하니, 내가 구호하여 가지가지 선한 업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 언제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데 가지가지 공포를 느끼나니, 내가 의지처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속박을 여의고 몸과 마음의 안락을 얻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세간의 갖가지 공포가 항상 그 몸을 핍박하나니, 내가 구호하여 온갖 액난을 면하고 여래의 일체지의 길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지혜의 눈이 없어 매양 내 몸이란 의혹에 덮였으니, 내가 방편을 지어 그 의심하는 소견의 가리워짐을 끊어 없애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항상 어리석은 데 미혹하여 선한 법을 여의었으니, 내가 지혜의 횃불이 되어 그 무명을 비추어서 그들로 하여금 일체지의 성을 보고 끝까지 해탈케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가지가지 간탐과 질투와 속이는 일로 마음이 흐리어졌으니, 내가 알도록 일러주어 깨끗한 법신을 증득케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모든 세계의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있으니, 내가 배가 되어 건져내어서 일체지 바다에 들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팔다리와 모든 기관이 억세어서 조복하여 지도하는 부처님을 여의었고 모든 세간에 조복할 이가 없으니, 내가 잘 이끄는 이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모든 선근을 성숙하고 부처님의 위신을 갖추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소경과 같아서 바른 길은 보지 못하고 잘못된 길에서 헤매나니 내가 지혜 눈을 뜨게 하고 인도하여 일체지의 문에 들어가게 하리라.’
저 대왕은 이렇게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대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왕도에 모인 여러 군중들 속에서 북을 치면서 알아듣도록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내가 지금 모든 중생들에게 필요한 대로 보시하여 모두 만족케 하겠노라.’
즉시에 염부제 안에 있는 큰 성 작은 성, 그리고 시골까지에 명령하여, 나라에 딸린 창고를 열어 놓고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어 네거리에 쌓아 놓았다. 금·은·비유리·마니 따위의 보물과 의복·음식·꽃·향·화만·일산·바르는 향·가루향·가지가지 영락·궁전·집·평상·좌복과 온갖 재물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광명이 번쩍하는 큰 마니보배 짐대를 세웠으니, 그 광명이 몸에 비치는 대로 편안하여지고 컴컴한 어리석음이 소멸되며, 환하게 비치어 바라던 대로 만족하게 되었다.
또 가지가지 몸을 화현하여 모든 중생들을 섬기고 공경하여 공양하였고, 또 온갖 질병에 필요한 약과 살아가는 데 쓰는 도구를 보시하느라고 가지각색 그릇에 여러 가지 보배를 담았으니, 곧 금강 그릇에는 여러 가지 향을 담고 보배향 그릇에는 여러 가지 옷을 담았으며, 마니보배로 아름답게 장식한 연과 가마와 수레를 훌륭한 영락과 보배 휘장과 보배 그물로 덮고 드리웠으며, 가지가지 훌륭한 짐대를 세우고 창고를 열고 이런 살림살이 기구들을 꺼내어 보시하며, 또 모든 도시와 시골과 산과 숲과 강과 처자와 권속들을 보시하며, 임금의 자리와 머리·눈·귀·코·입·혀·이빨·손·발·가죽·살·염통·콩팥·간·허파·창자·기름·힘줄 따위와 안과 밖에 있는 온갖 것을 모두 버리어 보시하였다.
그 때에 보배 사라(娑羅)로 장엄한 구름 등불 왕성의 동문은 이름이 마니산위덕(摩尼山威德)이요, 그 문 밖에 보시하는 장소가 있으니, 땅이 넓고 깨끗하고 평탄하여 구렁[坎]이나 가시밭이나 자갈 따위가 없고,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훌륭한 꽃을 흩었고 온갖 향을 피우고 수없는 마니보배로 찬란하게 꾸몄으며, 보배 등불을 켜서 두루 비쳤으니, 불빛이 아름다우며 위덕 있는 향기 구름이 허공에 가득차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줄을 지어 둘러섰는데 보기 좋게 장엄하였다. 그리고 가지가지 천상과 인간의 궁전과 누각과 가지가지 장엄과 가지가지 짐대와 깃발과 가지가지 비단 일산에서는 항상 광명이 비치어 나오고, 보배로 은 구소마 그물과 모든 향왕 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으며, 보배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악기에서는 훌륭한 음악을 자아내며, 이런 것들을 모두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이것은 모두 보살의 깨끗한 업으로 이루어지는 과보였다.
그 복판에는 사자좌를 놓았는데 열 가지 묘한 보배로 땅이 되고, 열 가지 보배로 된 난간에서는 큰 광명이 흘러나오고, 열 가지 보배 나무들은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둘러섰으니 모두 아름다왔으며, 미묘하고 견고한 금강 바퀴로 밑을 받쳤는데 보배로 만든 용신상이 받들고 있었으며, 가지각색 보물로 장식하였으며, 구슬로 만든 휘장 사이에는 공덕 모양[德相]을 그리었고, 가지각색으로 섞어가며 장엄하였으며, 보배 짐대와 보배 깃발 들이 줄을 지어 둘러섰고, 방울 그물과 마니 그물과 꽃 그물과 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였으며, 한량없는 보배 향에서는 향 구름과 보배 옷들이 항상 나와서 간 데마다 널리었다. 그리고 하늘 풍류보다 지나가는 백천 가지 음악을 항상 잡히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그 위에는 보배 일산을 받았는데, 한량없는 보배 불꽃 광명이 뻗히는 것이 마치 염부단금이 깨끗하고 찬란한 듯하며, 수없는 꽃과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보배로 띠가 되어 사이사이로 줄지어 꾸몄으며, 가지각색 마니 요령에서는 묘한 소리가 나와서 중생들에게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기를 권하였다.
이때에 온갖 법 원만한 일산 사자후 전륜왕이 그 사자좌에 앉았으니, 훌륭한 몸매를 갖추어 얼굴이 단정하고 신수가 원만하고 가장 훌륭하여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비로자나 마니 보왕으로 만든 관을 쓰고 나라연 같은 몸이 무너뜨릴 수 없으며, 사지백체가 모두 원만하고 성품이 어질며 왕가에 났으므로 재물과 법에 모두 자재하며, 변재가 막히지 아니하고 지혜가 총명하며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니, 백성들이 명령을 어기지 아니하므로 모든 중생들이 그 임금의 한량없고 끝없는 훌륭한 공덕을 찬탄하며, 치성한 광명은 제석천왕보다 지나가서 보는 이가 만족할 줄 모르며, 공중에 큰 일산이 세워졌는데 백천 개의 마니보배로 살이 되었으며, 수없는 보배 불꽃과 길상한 위덕 광명으로 장엄하였고, 염부단금에서 청정한 광명을 놓아 위에 덮었으며, 가지각색 보배 그물로 장엄하고 진주 영락이 두루두루 드리웠으며, 보배 노끈으로 풍경을 달았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여 항상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그 소리가 하늘 풍류보다 훌륭하여 세간을 깨우쳐 선한 행을 칭찬하며, 또 보배 실로 짜서 만든 부채가 있어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서 위엄과 공덕을 드러내었다.
염부제 안에 있는 수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중생들이 가지가지 나라와 가지가지 종족과 가지가지 권속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의복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마음과 가지가지 욕망으로, 제각기 가지가지 재물과 가지가지 세간살이와 가지가지 소용품을 구하려고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이 전륜왕을 쳐다보고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해석과 가지가지 변재와 가지가지 글귀로 이 왕을 칭찬하기를, 큰 지혜 있는 사람이며, 복덕의 수미산이며, 훌륭한 공덕이며 뚜렷한 보름달이며, 자재를 얻은 이며 걸림없는 장부며 보살의 원에 머무른 이며 굉장한 보시를 행하는 이라고 하였다.
이때에 그 전륜왕은 모인 이들이 자기에게 구걸하는 것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고,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고, 즐거운 마음을 내고, 소중한 마음을 내고, 넓고 큰마음을 내고, 선지식이란 마음을 내고, 계속하는 마음을 내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고,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고, 보시하는 마음을 내고, 두루한 마음을 내고, 평등한 마음을 내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 성취하려는 마음을 내고, 빠른 마음을 내고, 가지가지 선지식을 보는 마음을 내었다.
선남자여, 그 임금이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고 크게 즐거워서 잠깐 동안 지나는 것은 설사 전륜성왕으로서 끝없는 겁이 다하도록 받는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이와 같이 도리천왕·야마천왕·도솔타천왕 들로서 백천억 나유타 겁이 다하도록 받는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선화천왕이 수없는 겁에 받는 쾌락으로도, 자재천왕이 한량없는 겁에 받는 쾌락으로도, 대범천왕이 가이없는 겁에 받는 범천의 쾌락으로도, 광음천왕이 헤아릴 수 없는 겁에 받는 하늘의 낙으로도, 변정천왕이 다함없는 겁에 받는 하늘의 낙으로도, 정거천왕이 말할 수 없는 겁에 고요한 데 머무는 낙으로도 미칠 수 없었다. 마치 어떤 인자하고 효성 있고 우애 깊은 사람이 세상의 난리를 만나서, 부모·형제·자매·처자와 안팎 일가들을 모두 잃었다가 뜻밖에 넓은 들길에서 서로 만나 받들어 섬기고 어루만지고 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듯이 이 임금이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뛰놀고 경사스럽고 다행하게 여기는 마음도 그와 같았다.
선남자여, 이때에 그 임금이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부처님 보리에 대하여 이해와 욕망이 늘었고, 모든 근이 성취되고 믿는 마음이 깨끗하고 즐거움이 원만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 까닭은 이 보살이 모든 행을 부지런히 닦아 일체지를 구하면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 하였고, 모든 중생의 옷과 음식을 만족하려 하였고, 보리의 한량없는 즐거움을 얻으며 하였고, 모든 착하지 못한 마음을 버리려 하였고, 모든 선근을 쌓으려 하였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였고, 살바야의 도를 항상 관찰하려 하였고, 일체지의 법을 항상 닦으려 하였고,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하려 하였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마군과 번뇌의 장애를 깨뜨리고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받아 가지며, 일체지의 장애 없는 도를 행하려 한 까닭이다.
일체지의 흐름에 깊이 들어가 모든 법이 항상 앞에 나타나며, 대장부가 되어서 어른다운 법에 머물며, 온갖 넓은 문으로 선근의 광을 쌓으며, 모든 고집하는 마음을 버리고 세간의 모든 경계에 물들지 않으려 하였다.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을 알았으며, 와서 구걸하는 이에게 대하여 외아들인 생각을 내고, 부모 같은 생각을 내고, 복밭이란 생각을 내고,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고, 만나기 어려운 생각을 내고, 신세 진다는 생각을 내고, 보호할 생각을 내고, 견고한 생각을 내고, 길잡이 스승이란 생각을 내고, 여래란 생각을 내었다.
그래서 처소도 가리지 않고 족속도 가리지 않고 모양도 가리지 않고, 오는 대로 그들의 욕망과 같이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나라에서나 그가 구하는 대로 그가 좋아하는 대로 사랑하는 마음이 평등하여 걸림이 없고 크게 버리려는 빛이 모든 것에 비치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서 군색한 것이 없게 하려 하였다.
다시 말하면,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고, 의복을 구하는 이에게는 의복을 주고, 향과 꽃을 구하는 이에게는 향과 꽃을, 화만과 일산을 구하는 이에게는 화만과 일산을, 그와 같이 짐대·깃발·영락·궁전·동산·코끼리·말·수레·평상·이부자리·금·은·마니·진주·비유리·옥·가패 등 모든 고방의 온갖 보물과 권속·궁녀·아내·성시·촌락·숲·동산·가옥 등을 달라는 대로 모두 보시하였다.
3) 전생의 일
그 때 모인 이들 가운데 한 장자의 딸이 있으니 이름은 보배 광명[寶光明]이었다. 60명의 아가씨들에게 호위되었는데, 단정하고 미묘하여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살갗은 금빛이요,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윤택하고 원만하여 모든 몸매가 구족하였으며, 몸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나고 입으로는 범천의 음성을 말하며, 좋은 옷으로 곱게 꾸미고 항상 수줍은 태도로 생각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지혜가 있어 동작이 한가롭고 위의를 갖추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방탕하지 아니하며, 항상 아름다운 행을 행하려 하고 한 번 들은 법문을 잊지 아니하며, 지난 세상의 선근이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방불한 과보[相似妙果]를 모두 이루었으며, 넓고 깨끗하기 허공과 같고 중생들을 평등하게 염려하고 부처님을 항상 뵈오려 하며, 어느 세계에서나 일체지를 구하였다.
대왕의 계신 데와 멀지 아니한 데서 합장하고 예배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훌륭한 이익을 얻었나이다. 이제 선지식을 뵈오니 진실로 만나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리로 임금에게 대하여 큰 스승이란 생각을 가지고 가장 훌륭한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었으며, 자비한 생각과 거두어 주리라는 생각을 갖추었고, 마음이 정직하고 깨끗하여 가장 즐거운 마음을 내고 몸에 찼던 영락을 풀어 왕께 바치면서 이러한 원을 세웠다.
'대왕께서는 한량없고 가이없고 주재가 없고 의지할 데 없는 무명 중생들일 위하여, 이루어주고 구호하고 이롭게 하고 비추어 주시며 의지할 데가 되시나이다. 나도 오는 세상에 그러하기를 원하오며, 대왕의 아시는 법과 타시는 수레와 닦으시는 도와 갖추신 몸매와 거두어 주시는 대중이 가이없고 끝이 없고 이길 이 없고 무너뜨릴 수 없는 것처럼, 이런 것을 나도 오는 세상에 모두 성취하기를 원하오며, 대왕이 나시는 곳에 나도 항상 따라서 나게 되기를 원하나이다.’
그 때에 대왕은 이 아가씨가 이런 마음을 내고 이런 소원을 지은 줄을 알고, 그의 좋아함을 보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다,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주리라. 나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리어 중생들로 하여금 만족케 하려 하므로, 모든 것에 평등하고 분별이 없으니, 너의 원을 따라 마음대로 가져라.’
이때에 보배 광명 아가씨는 믿는 마음이 깨끗하여 기쁜 생각으로 모든 선근을 빨리 늘리었고, 게송으로 대왕을 찬탄하였다.
옛적 보배 장엄한 사라 왕성
위덕 높은 전륜왕이 나시기 전에
모든 일이 하나도 보잘것없어
무섭기가 아귀들의 세상 같으니
모든 중생 서로서로 죽이려 하고
훔치고 음탕하여 성질 나쁘며
허망하고 속이고 추악한 말과
더럽고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
남의 재물 빼앗기를 항상 즐기고
성내고 해치려는 독심을 품고
잘못된 소견으로 나쁜 행동만
죽어서는 나쁜 갈래 들어갈 밖에
이렇게 옳지 못한 모든 중생들
어리석고 어두운 데 미혹하여서
바른 법 무너지고 소견 나쁘니
하늘이 밉게 보고 비를 안 내려
오랜 세월 지나도록 단비 안 오니
모든 곡식 싹과 움이 나지 못하고
약풀이나 초목들은 다 말라 죽고
냇물이나 우물들도 모두 마르네.
옛적에 우리 임금 나시기 전엔
강과 못과 우물들이 말라 버리고
논밭이나 채전이나 모두 묵어서
백골만 낭자하여 벌판 같더니
오늘엔 우리 임금 등극하시어
은혜가 중생들께 고루 미치니
검은 구름 기름진 비 팔방에 내려
여러 나라 국토마다 만족하였네.
대왕이 나시어서 임금 되시니
도둑은 없어지고 나쁜 짓 쉬고
여러 곳 감옥들은 텅텅 비었고
홀아비도 고아들도 걱정이 없어
옛적에는 이 세계의 모든 중생들
미워하고 원수 맺어 서로 죽이고
피와 살을 빨아먹고 험상하더니
오늘날은 사랑으로 다정히 지내
옛날에는 나라 안에 모든 사람들
가난하여 집도 없고 옷도 없으며
굶주리고 목마르고 아귀와 같이
풀잎으로 몸 가리고 고통 겪더니
우리 대왕 임금되어 덕화 펴시니
온갖 곡식 단 열매가 풍성해지고
겁파라 나무에선 좋은 옷 나와
남자와 여자들이 곱게 단장해
옛적엔 욕심 많고 법을 어기며
하찮은 물건들도 서로 뺏더니
이제는 모든 물품 풍족하여서
자유롭고 즐겁기 천상과 같아
옛날엔 마음 흐려 나쁜 짓 하며
방탕하고 분에 넘게 탐욕을 내어
남의 집 첩과 아내 정을 통하고
가지가지 수단으로 침노하더니
지금에는 몸매 좋고 얼굴 예쁘고
화려하게 옷 잘 입은 여인을 봐도
마음이 깨끗하고 물들지 않아
도솔천 사람같이 의젓하여라.
옛날에는 이 세계의 모든 중생들
거짓말과 욕설하고 이간 붙이고
사특한 생각으로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아첨하고 난잡하더니
요사이는 간 데마다 좋은 사람들
욕설 악담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남을 즐겁게
듣는 이들 기뻐하지 않는 이 없네.
대왕께서 묘한 법문 말씀하시니
여러 중생 듣는 이는 모두 즐거워
가릉빈가 소리 같은 범천의 음성
하늘 세계 풍류로도 미칠 수 없네.
대왕의 머리 위에 훌륭한 일산
가지가지 보물들로 잘 꾸몄으니
귀중한 백산호로 대를 만들고
찬란한 마니 그물 위에 덮었고
금방울 울려오는 묘한 소리는
이 세상엔 둘도 없이 아름다웁게
부처님의 묘한 법문 연설하여서
중생들의 모든 번뇌 소멸케 하며
지금 세상 시방세계 여러 겁 동안
탄생하신 부처님들 크신 이름과
권속들과 세계 이름 겁의 이름을
방울에서 두루두루 말하여 내고
지난 세상 시방세계 많은 나라에
탄생하신 부처님과 세계 이름과
그 부처님 말씀하신 모든 법문을
방울에서 차례차례 말하여 내며
방울에서 법문 소리 흘러나오니
그 소리가 염부세계 두루 퍼지어
제석천왕 범천왕과 모든 중생들
업을 지어 받는 과보 모두 말하니
천상 사람 세간사람 이 소리 듣고
제각기 업과 과보 자세히 알아
나쁜 짓을 아주 끊고 선한 일 닦아
부처님의 보리도에 머물게 되네.
이 임금의 부왕 이름 깨끗한 광명
어머니는 연꽃 광명이라 하는데
다섯 가지 흐린 일이 한창 성할 때
임금 되어 이 천하를 다스리더라.
그 나라에 크고 넓은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오백 군데 연못이 있고
연못마다 백천 나무 둘러섰으며
마니로 된 꽃 등불을 두루 달았네.
오백 연못 연못마다 언덕 위에는
일천 기둥 세워 지은 훌륭한 궁전
여러 가지 보배로써 난간 만들고
반월(半月)에서 불꽃 빛이 항상 비치네.
그 임금의 말년에는 나쁜 법 생겨
여러 해를 가물기만 비가 안 오니
간 데마다 모든 연못물이 마르고
화초들도 나무들도 다 타 죽었네.
대왕님이 나시려는 이레 전부터
처음 보는 여러 상서 나타나더니
중생들이 쳐다보고 기뻐하는 말
이 세상을 구원할 이 나려나 보다.
그 때에 이 세계서 어느 날 밤중
땅덩이와 모든 물건 진동하는데
그 가운데 보배로 된 연꽃 못에서
큰 광명이 비쳐나니 햇빛과 같고
이 연못을 둘러 있는 오백 연못에
여덟 가지 공덕 물이 가득히 차고
그 못물이 염부제에 넘쳐흘러서
간 데마다 흐뭇하게 적시어지니
온 천하의 화초들과 약물들이며
논과 밭에 심은 곡식 모두 자라서
잎과 가지 무성하고 열매 잘 맺고
이와 같이 온 세계가 풍성해지네.
가지각색 웅덩이 구렁텅이와
울퉁불퉁 언덕과 둔덕들과
이렇게 높고 낮은 염부제 땅이
금시에 한결같이 평탄해지고
간 데마다 가시덤불 자갈밭들과
복잡하고 어수선한 염부제 땅이
어느덧 잠깐 동안 변하여져서
보배들로 꾸미어진 땅이 되었네.
이때에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기뻐서 서로 만나 치하하기를
이제는 복된 세상 만났으니
목마르던 사람들이 샘물 만난 듯
그 때에 광명왕이 명령을 내려
대신들과 권속들을 모두 데리고
앞뒤에 많은 시중 둘러싸이어
꽃동산 구경하러 거동하셨네.
동산 안에 오백 군데 연못 있는데
그 중에서 한 연못은 이름이 경희(慶喜)
연못 위에 지어 있는 천 기둥 법당
광명왕과 연꽃 부인 여기 듭시네.
광명왕은 연꽃 빛 부인을 보고
내가 지금 생각하니 이레 밤 전에
한밤중에 땅과 산이 진동하면서
이 연못에 빛난 광명 비치시었네.
바로 이 때 경희라는 연못 가운데
일천 꽃잎 보배 연꽃 생겨났으니
빛난 광명 수미산에 높이 솟았고
찬란한 구름 그물 일천 해 뜬 듯
묘한 보배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귀중한 염부단금 꽃바닥 되고
깨끗한 마니보배 꽃잎이 되며
묘한 향기 빛을 갊아 꽃술 되었네.
우리 대왕 연꽃 위에 탄생하시어
단정하게 결가부좌 앉아 계시며
빛난 광명 좋은 몸매 장엄하시니
백천의 하늘 대중 공경하더라.
임금님이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연못 속에 들어가서 아기를 안아
두 손으로 부인에게 전해 주면서
이 아기는 당신 아들 고맙습니다.
백천 보배 땅 속에서 솟아오르고
나무에선 보배 옷이 지어 나오고
하늘들은 좋은 풍악 번갈아 잡혀
온 세계의 허공중에 가득하였네.
염부제에 살고 있던 모든 중생들
모두 다 돌아와서 기뻐하면서
한결같이 합장하고 칭찬하는 말
이 세상을 구하실 이 지금 나셨네.
이 때 대왕 몸에서 광명이 나와
온 세계의 중생들을 모두 비치니
사천하에 사는 중생 잠깐 동안에
몸에 있던 모든 병이 소멸되었고
야차나 나찰이나 비사자 귀신
가지가지 독한 벌레 악한 짐승들
중생을 해치려던 모든 것들이
별안간에 몸 감추고 숨어 버리네.
쇠운 들고 비방 받고 시끄러움과
삼재팔난 모든 액과 병들어 앓는
여러 가지 고통들이 다 없어지고
이 세상이 안락하여 기쁜 마음뿐
이 세간에 살고 있던 여러 중생들
서로서로 부모같이 우러러보며
원한은 없어지고 자비심 생겨
일심으로 일체지 닦아 행하니
대왕께서 나쁜 갈래 닫아 버리고
중생에게 천상 인간 길을 열어서
고통 받던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일체지 닦는 길을 펴서 보이네.
우리들이 천행으로 대왕 뵈옵고
여러 가지 이익을 얻었사오니
주인 없고 지도 잃고 갈 데 없던 이
이제부터 소원대로 편안하오리.
보배 광명 아가씨는 이러한 게송으로 온갖 법 두렷한 일산 사자후 임금을 찬탄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예배하며 허리 굽혀 공경하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이때에 대왕은 두루두루 돌아보면서 아가씨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아기여. 너는 남의 공덕을 알고 있으니 매우 희유(希有)한 일이다. 왜냐 하면 모든 중생들은 제 허물은 덮어 주고 남의 잘못을 말하며, 저의 공덕만 나타내고 남의 잘한 일은 가리워 두면서 남의 공덕을 믿지 않느니라. 아기여, 모든 중생들이 어리석음에 덮이고 번뇌에 속박되어,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고 은혜 갚을 줄을 모르며, 지혜가 없고 마음이 흐려서 성품이 밝지 못하고, 하겠다는 뜻이 없는데다가 수행하는 일까지 뒷걸음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보살과 여래의 공덕을 믿지도 않고 이해도 못하고 분명히 알지 못하며, 부처님과 교법과 스님들이 가장 훌륭한 복밭인 줄을 분별하지 못하고, 부처님과 보살의 청정한 법문이나 신통이나 지혜를 순종하고 생각할 줄을 알지 못하느니라.
그런데 너는 결정코 위없는 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구하려 하며, 보살의 그러한 크고 깊은 공덕을 알고 믿고 이해하는구나. 네가 지금 이 염부제에 태어나서 용맹한 마음을 내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중생들을 거두어 주려 하니, 이 공덕은 헛되지 아니하여 너의 소원대로 모두 성취할 것이며, 이러한 공덕과 이러한 복과 이러한 이익을 모두 구족하리라.’
대왕은 이렇게 아가씨를 칭찬하고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불빛 마니로 가지가지 장엄한 옷들을 손수 들어서 보배 광명 아가씨와 권속들에게 낱낱이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은 이 옷을 받아 입으라고 하였다. 아가씨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받아서 머리 위에 이었다가 옷을 입고 오른쪽으로 대왕을 돌고 절하였다. 그 때에 여러 보배 옷에서 온갖 별빛 광명이 나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이 보고는, 이 아가씨들은 모두 단정하고 아름답기 마치 깨끗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다고 말하였다.”
그 때 밤차지신은 선재동자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모든 법 두렷한 보배 일산 사자후 임금은 딴 사람이 아니라, 비로자나 여래·응·정등각이시고, 깨끗한 광명 임금은 정반왕이시고, 연꽃 빛 부인은 마야부인이시고, 보배 광명 아가씨는 내 몸이고, 대왕이 그 때에 사섭법으로 거두어 준 중생들은 지금 이 부처님 도량에 모여온 보살들이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여 혹은 보살의 환희지(歡喜地)에 머물고, 혹은 이구지(離垢地)에 머물고, 혹은 발광지(發光地)에, 혹은 염혜지(焰慧地)에, 혹은 난승지(難勝地)에, 혹은 현전지(現前地)에, 혹은 원행지(遠行地)에, 혹은 부동지(不動地)에, 혹은 선혜지(善慧地)에, 혹은 법운지(法雲地)에 머물렀으며, 제각기 가지가지 큰 원을 갖추고 가지가지 도를 돕는 법을 모으고, 가지가지 묘한 행을 닦고 가지가지 장엄을 구비하고 가지가지 청정을 얻고 가지가지 신통을 얻고 가지가지 자재하게 유희하고 가지가지 해탈에 머물고, 가지가지 방소로부터 이 회상에 와서 가지가지 법 궁전에 있는 것이니라.”
이때에 능개부일체수화안락(能開敷一切樹華安樂) 밤차지신은 선재동자를 위하여 이 해탈문의 뜻을 밝히려고 게송을 읊었다.
불자여, 내가 가진 크고 넓은 눈
시방의 온갖 세계 두루 살피어
크고 넓은 가지가지 세계 바다에
다섯 갈래 헤매는 중생을 보고
저런 세계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보리 나무 아래 앉음을 보니
신통으로 시방세계 가득하시어
법을 말해 중생들을 조복하시네.
불자여, 내가 가진 묘한 귀로는
온갖 중생 그지없는 소리 들으며
부처님의 말씀하는 법문을 듣고
모두 다 믿어 받고 기뻐하노라.
불자여, 내가 가진 타심통으로
중생들의 마음 경계 뛰어 지나가
둘이 없고 걸림없고 한량이 없는
마음들을 한 생각에 모두 아노라.
불자여, 내가 가진 숙명통으로
지나간 오랜 세월 많은 겁 동안
내 몸이나 다른 이가 태어난 일을
한 생각에 분명하게 죄다 아노라.
불자여, 나는 지금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
태어나신 부처님과 보살 신통과
다섯 갈래 중생들을 모두 다 알고
저러한 부처님들 보살이실 때
크고 넓은 보리원을 내시던 일과
모든 행을 구족하게 닦으시면서
일체지 이루심을 내가 다 알고
저러한 부처님들 관정지(灌頂地)에서
짝이 없는 보리도를 구족하시고
방편으로 말한 법문 헛되잖음을
내가 지금 한 생각에 분명히 알고
저러한 부처님들 방편문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여 세간에 차고
열반하신 공덕과 남기신 교법
얼마나 오래갈 줄 내가 다 알고
저러한 부처님의 조복하는 법
중생을 교화하는 넓고 큰 수레
여러 가지 세간에 보여 주시는
가지가지 차별을 내가 아노라.
나는 옛적 한량없는 오랜 세월에
이러한 광명 해탈 힘써 닦았고
그대에게 진실한 뜻 지금 말하니
좋아하여 부지런히 닦아 배우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큰 즐거움을 내어 중생을 조복하는 광명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일체지와 엄청난 서원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여래의 서원 바다를 가득 채우고 용맹한 지혜를 얻어 한 보살의 지위에서 모든 보살의 지위 바다에 들어가며, 깨끗한 소원을 얻어 한 보살의 행으로 모든 보살의 행의 바다에 들어가며, 자재한 힘을 얻어 한 보살의 해탈문에서 모든 보살의 해탈문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선지식을 존중하고 공경하여 선근을 늘리되 만족한 생각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과 보살을 받들어 섬기어 일체지 법문을 부지런히 구하며 좋아하여 관찰하고, 바르게 생각하되 마음이 결정되어 게으르지 아니하며, 온갖 이롭고 공경하고 칭찬하고 소문나는 데 애착하지 아니하며, 세간에서 살아가는 일에는 영원히 탐욕을 여의었고, 중생들의 뜻을 만족하기를 여의주와 같이 하며, 마음으로는 항상 일체지의 자리를 사랑하고, 여래의 힘과 무소외(無所畏)와 불불공법(佛不共法)을 관찰하며, 보살들의 온갖 바라밀행을 구하여 원만하며, 환술같이 굽은 짓을 여의고 말씀하신 대로 행하며, 진실한 말을 하고 부처님 내림[佛種]을 수호하며, 일체지에 대한 마음이 태산같이 동하지 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보리도량의 부처님 회상에 한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수호체중생대원정진력광명(守護一切衆生大願精進力光明)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중생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하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며, 어떻게 모든 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어떻게 모든 여래를 기쁘게 하며, 어떻게 하여 보살들의 배우는 불법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가라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고 깊이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47. 수호일체중생대원정진력광명 밤차지신을 찾다 [1]
1) 선지식의 경계를 보고 법을 얻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수호일체중생대원정진력광명(守護一切衆生大願精進力光明) 밤차지신[主夜神]에게 나아가니, 그 밤차지신은 대중 가운데서 모든 중생과 궁전의 그림자를 비치어 나타내는 마니왕 사자좌에 앉아 있었다. 법계의 차별한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거기서 해와 달과 별의 그림자가 비치는 몸을 나타내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보게 하는 몸을 나타내며, 중생들의 제각기 다른 모양과 같은 몸을 나타내며, 끝없이 넓은 빛깔의 몸을 나타내며, 모든 모양과 위의를 보이는 몸을 나타내며, 여러 시방에 마음대로 나타날 수 있는 몸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을 성숙하는 몸을 나타내며, 빠른 신통을 보이는 법 구름 몸을 나타내며, 중생들을 이익케 하여 두루 가득한 몸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항상 허공에 다니면서 이익이 많은 몸을 나타내며, 모든 부처님께 공경하고 예배하는 몸을 나타내며, 중생들의 선근을 자라게 하는 몸을 나타내며, 부처님 법을 받고 잊어버리지 않는 몸을 나타내며, 보살의 광대한 서원을 원만하는 몸을 나타내며, 밝은 빛이 시방에 가득히 비치는 몸을 나타내며, 불법 등불을 비치어 세간의 어둠을 없애는 몸을 나타내며, 법의 환술 같은 줄을 아는 때 없는 깊은 지혜 몸을 나타내며, 모든 티끌을 벗는 법 성품 몸을 나타내며, 부처님 법으로 중생들을 깨우치는 몸을 나타내며, 큰 지혜로 비치는 차별한 몸을 나타내며, 끝끝내 걱정 없고 번뇌 없는 몸을 나타내며, 부술 수 없는 견고한 몸을 나타내며, 의지한 데 없는 여래 위력에 머무는 몸을 나타내며, 성품은 분별이 없고 당체는 때를 벗어난 몸을 나타내며, 성품이 깨끗하여 모든 법을 비추는 몸을 나타내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그 밤차지신이 이렇게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차별한 몸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는 일심으로 예배하며, 땅에 엎드렸다가 일어나서 합장하고 우러러보면서, 선지식에 대하여 열 가지 마음을 내었다. 그 열 가지란 것은 곧 선지식에 대하여 내 몸과 같다는 마음을 내었으니 나로 하여금 부지런히 힘써 일체지의 도를 돕는 법을 마련케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자기의 업과 과보라는 마음을 내었으니 나로 하여금 가까이 모시고 깨끗하고 훌륭한 선근을 일으키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보살의 행을 장엄하는 마음을 내었으니 모든 보살의 행을 빨리 장엄케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모든 부처님 법을 성취하는 마음을 내었으니 나를 인도하여 부처님의 도를 따라 수행케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훌륭한 일을 내게 한다는 마음을 내었으니 부처님 경계에 나서 지혜 빛으로 비치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벗어나는 마음을 내었으니 보현보살의 벗어나는 행을 닦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복과 지혜를 구족하는 마음을 내었으니 복과 지혜의 깨끗한 법[白淨法]을 모아 성취케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더 자라는 마음을 내었으니 빨리 정진하여 일체지를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모든 선근을 구족하는 마음을 내었으니 나의 소원을 모두 원만케 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에게 큰 이익을 이루는 마음을 내었으니 나로 하여금 자재하게 중생을 이익케 하여 보살의 법에 머물게 하는 까닭이며, 일체지의 길을 이루게 하는 까닭이었다.
이러한 마음을 내고는 저 밤차지신과 모든 보살로 더불어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같은 행[同行]을 얻었다. 이른바 생각이 같으니[同念] 시방 삼세의 부처님들을 항상 생각하는 까닭이요, 지혜가 같으니[同慧] 모든 법의 차별한 문을 분명히 아는 까닭이요, 뜻[趣]이 같으니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잘 열어 보이는 까닭이요, 깨달음이 같으니[同覺] 허공 같은 지혜로 삼세의 교법을 깨닫게 하는 까닭이요, 근성이 같으니[同根] 보살의 지혜 광명을 이루어 중생들의 근성을 비치는 까닭이요, 마음이 같으니 걸림없는 공덕을 닦아 익히어 모든 보살의 도를 장엄하는 까닭이요, 경계가 같으니 지혜 광명으로 부처님들의 행하던 경계를 두루 비치는 까닭이요, 교법이 같으니 일체지를 얻어 모든 교법의 온갖 모양을 비치는 까닭이요, 이치가 같으니 지혜로써 모든 법의 성품을 깨닫는 까닭이요, 법에 머무름이 같으니 온갖 법계 바다에 깊이 들어가는 까닭이요, 용맹이 같으니 불공법을 얻어 모든 장애의 산을 무너뜨리는 까닭이요, 색신이 같으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가지가지 몸매를 나타내는 까닭이요, 힘이 같으니 일체지의 힘을 성취하려고 물러가지 않는 까닭이요, 두려움 없음이 같으니 마음이 깨끗하기 허공과 같아서 걸림이 없는 까닭이요, 꾸준히 나아감이 같으니 한량없는 겁에 보살의 행을 행하여 게으르지 않는 까닭이요, 변재가 같으니 모든 법에 장애가 없는 지혜의 광명을 얻는 까닭이요, 평등할 이 없음[無等]이 같으니 몸매가 깨끗하여 모든 세간에 이길 이가 없는 까닭이요, 사랑스러운 말[愛語]이 같으니 무릇 말하는 것이 중생들을 기쁘게 하는 까닭이요, 묘한 음성이 같으니 사자후로 온갖 법문 바다를 연설하는 까닭이요, 원만한 음성이 같으니 중생들의 종류를 따라 이해하게 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깨끗한 덕이 같으니 모든 여래의 깨끗한 공덕을 따라 익히는 까닭이요, 깨끗한 업이 같으니 모든 보살의 선한 업을 이루어 청정히 하는 까닭이요, 지혜의 바탕[智地]이 같으니 모든 부처님의 운전하신 법 수레를 받아 중생을 위하는 까닭이요, 청정한 행[梵行]이 같으니 모든 여래의 행하신 지혜 경계에 머무른 까닭이요, 크게 사랑함[大慈]이 같으니 잠깐 잠깐마다 온갖 나라의 중생 바다를 덮는 까닭이요, 크게 불쌍히 여김[大悲]이 같으니 법 구름을 일으키고 법 비를 내리어 모든 중생을 적시는 까닭이요, 몸으로 짓는 업이 같으니 방편의 행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성숙하는 까닭이요, 말하는 업이 같으니 종류를 따르는 소리로 모든 법문을 연설하는 까닭이요, 뜻으로 짓는 업이 같으니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일체지의 경계에 두는 까닭이요, 장엄이 같으니 시방의 세계를 깨끗하게 장엄하는 까닭이요, 친근함이 같으니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면 모두 친근하는 까닭이요, 권하고 청함이 같으니 모든 부처님께 청하여 중생들을 위하여 법 수레를 운전케 하는 까닭이요, 공양함이 같으니 모든 여래께 항상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는 까닭이요, 교화함이 같으니 모든 세간의 중생들을 조복하여 성숙하는 까닭이요, 광명이 같으니 온갖 법문을 자재하게 비추는 까닭이요, 삼매가 같으니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의 마음을 모두 아는 까닭이요, 가득히 두루함이 같으니 자재한 힘으로 온갖 세계에 가득하여 행을 닦는 까닭이요, 머무는 곳이 같으니 보살들의 신통 바다에 머무는 까닭이요, 권속이 같으니 모든 보살과 함께 있는 까닭이요, 들어감이 같으니 세계의 미세한 곳까지 두루 들어가는 까닭이요, 마음으로 생각함[心盧]이 같으니 넓고 큰 부처 세계를 두루 아는 까닭이요, 나아감[往詣]이 같으니 모든 부처 세계에 따라 나아가는 까닭이었다.
방편이 같으니 온갖 부처 세계에 일부러 가득 차는 까닭이요, 뛰어남이 같으니 모든 부처 세계에서 평등할 이가 없는 까닭이요, 물러가지 않음이 같으니 시방에 들어가매 위덕이 평등하여 장애가 없는 까닭이요, 어둠을 깨뜨림이 같으니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이루는 지혜 광명을 얻은 까닭이요, 무생법인[無生忍]이 같으니 온갖 부처님 도량에 모인 대중에 들어가 물들지 않는 까닭이요, 두루함이 같으니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모든 여래를 받들어 공양하는 까닭이요, 지혜로 증득함이 같으니 모든 법문 바다를 순종하여 분명히 알아 항상 계속하는 까닭이요, 행을 닦는 것이 같으니 모든 법문을 부지런히 구하여 행하는 까닭이요, 희망하여 구함[希求]이 같으니 청정한 법을 두루 구하여 매우 좋아하는 까닭이요, 청정함이 같으니 부처님 공덕을 모아서 몸과 말과 뜻을 장엄한 까닭이요, 묘한 뜻[妙意]이 같으니 온갖 법에 대하여 바르게 분별하는 지혜를 분명히 아는 까닭이요, 정진이 같으니 모든 여래의 선근을 부지런히 구하여 성취하는 까닭이요, 깨끗한 행이 같으니 모든 보살의 행하던 행을 성취하여 만족한 까닭이요, 걸림없음이 같으니 모든 법이 모양이 없는 줄을 깨달아 아는 까닭이요, 공교함[善巧]이 같으니 여래의 모든 법에 지혜가 자재한 까닭이요, 따라 즐거워함이 같으니 중생들의 즐거워하는 마음을 따라 경계를 나타내는 까닭이요, 방편이 같으니 닦아 익혀야 할 법문을 잘 익히는 까닭이요, 보호하여 염려함[護念]이 같으니 부처님들의 자재한 원력으로 보호하여 염려함을 얻는 까닭이요, 지위에 들어감[入地]이 같으니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머무는 지위에 들어가는 까닭이요, 머무는 데가 같으니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증득한 지위에 머무는 까닭이요, 수기[記別]가 같으니 모든 여래께 수기를 받는 까닭이었다.
삼매가 같으니 한 생각에 온갖 삼매 바다에 들어가는 까닭이요, 건설하여 세우는 것이 같으니 잠깐 동안에 가지가지 부처님 일을 나타내는 까닭이요, 바른 생각이 같으니 모든 여래의 경계문을 바른 생각으로 따르는 까닭이요, 닦아 행함이 같으니 세월이 끝나도록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보살의 행을 부지런히 닦는 까닭이요, 깨끗하게 믿음이 같으니 모든 여래의 한량없는 지혜를 빨리 사랑하여 기뻐하는 까닭이요, 버리는 것[捨離]이 같으니 모든 장애를 멸하는 까닭이요, 물러가지 않는 지혜가 같으니 여래의 지혜로 더불어 평등한 까닭이요, 태어나는 것[受生]이 같으니 원을 따라 나타나서 중생들을 성숙하는 까닭이요, 있는 데[所住]가 같으니 여래의 일체지의 방편문에 머무는 까닭이요, 경계가 같으니 깊은 법의 성품 경계에 자재함을 얻는 까닭이요, 의지할 데 없음이 같으니 모든 법에 물들어 의지하는 마음을 아주 없앤 까닭이요, 법문을 말함이 같으니 가지가지 법문의 평등한 지혜에 깊이 들어간 까닭이요, 부지런히 닦음이 같으니 내 몸 안에 부처님 법을 받아 지니고 자체의 위덕으로 두호하여 염려하는 까닭이요, 신통이 같으니 중생들을 깨우쳐 보살들의 행을 닦게 하는 까닭이요, 행하는 것 없음[無行]이 같으니 움직이지 않고 시방세계에 들어가는 까닭이요, 신통의 힘이 같으니 잠깐 동안에 시방세계 바다에 두루 다니는 까닭이요, 총지(摠持)가 같으니 모든 다라니 바다의 널리 비치는 문을 얻은 까닭이요, 비밀이 같으니 모든 수다라의 묘한 법문을 아는 까닭이요, 매우 깊은 것이 같으니 모든 법이 모양을 여의고 깨끗함이 허공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요, 광명이 같으니 큰 광명으로 시방세계를 두루 비치는 까닭이요, 지혜 빛이 같으니 모든 중생의 마음 자체를 비치어 나타내는 까닭이요, 진동함이 같으니 중생들을 위하여 위덕이 자재한 신통을 나타내어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를 진동하는 까닭이요, 헛되지 않음이 같으니 모든 중생들이 가지가지 방소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여도 그 마음을 모두 조복케 하는 까닭이요, 뛰어나는 일[出離]이 같으니 모든 보살의 서원 바다를 두루 만족하여 여래의 십력의 지혜를 성취하는 까닭이요, 즐거움이 같으니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열어 보이어 즐겁게 하는 까닭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수호일체중생대원정진력광명 밤차지신을 두루 관찰하고 이 열 가지 깨끗한 마음을 일으키고, 이 부처 세계 티끌 수처럼 많은 보살과 같은 행을 얻었으며, 이런 행을 얻고는 마음이 더욱 깨끗하여, 선지식에게 그지없는 기쁨을 일으키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발에 절하며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보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견고하고 자재한 뜻을 내고서
위없는 보리도를 구하였더니
오늘날 거룩하신 선지식에게
내 몸과 다름없는 마음 내었네.
나는 이제 선지식을 뵈온 까닭에
그지없는 깨끗한 법 널리 모으며
여러 가지 죄와 때를 없애 버리고
청정한 보리 과보 이뤘나이다.
나는 이제 선지식을 뵈온 까닭에
많은 공덕 내 마음을 장엄하였고
오는 세상 끝나도록 여러 세계서
중생들을 이익할 일 닦으오리다.
생각건대 거룩하신 선지식께서
이내 몸을 거두시어 성취하시며
나를 위해 고요하고 진실한 법을
남김없이 드러내어 보여 주오며
험악한 나쁜 갈래 막아 버리고
깨끗하온 천상 인간 길을 여시며
시방세계 부처님이 이루시었던
스승 없는 일체종지(一切種智) 보여 주시다.
희유하고 짝이 없는 거룩하신 이
부처님의 가장 좋은 공덕 광이며
때 없고 그지없기 허공과 같아
일체지 청정락(淸淨樂)을 내어 주시다.
거룩한 이 복덕 바다 허공 같으심
내가 지금 뵈옵기에 가이없어서
깨끗하온 선근과 일체지를
잠깐잠깐 동안에 빚어내시다.
거룩한 이 나의 지혜 채워 주시며
헤아릴 수 없는 복을 늘려 주시며
불법 비단 정수리에 매어 주시며
깨끗하온 모든 공덕 길러 주시니
생각건대 거룩하신 선지식께서
부처님의 일체지 이루게 할새
내가 지금 원을 세워 의지하오니
청정하고 착한 법이 이루어지다.
선지식의 도와줌을 나는 입어서
가지가지 공과 덕을 모두 갖추고
기쁨으로 중생들을 널리 위하여
일체지 지도하고 퍼뜨립니다.
신이시여, 나를 위해 스승되어서
위없이 묘한 법을 받게 하시니
그지없는 오랜 세월 지나가온들
깊은 은덕 갚을 줄이 있사오리까.
2) 발심하던 일
이때에 선재동자는 게송으로 찬탄하기를 마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요전에 나타내신 바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경계를 저에게 말씀하소서. 그 해탈문의 이름은 무엇이오며, 마음을 내신 지는 얼마나 되었사오며, 어느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나이까?”
밤차지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해탈문 이름은 중생을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함[普化衆生令生善根]이다. 나는 이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온갖 법의 성품이 평등함을 깨닫고 모든 법의 진실한 성품에 들어갔으며, 의지할 데 없는 법을 증득하여 세간을 여의었고, 모든 법의 빛과 모양이 차별함을 알았으며, 푸르고 붉고 흰 것들의 성품이 참된 것 아니어서 차별이 없는 줄을 알았건만, 한량없고 수가 없는 청정한 색신(色身)을 나타내어 보이는 것이다.
이른바 가지가지 색신, 하나가 아닌 색신, 가이없는 색신, 청정한 색신, 온갖 것으로 장엄한 색신, 여럿이 보이는 색신, 모든 중생의 형상과 같은 색신,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는 색신, 광명이 널리 비치는 색신, 모든 사람이 보기 좋아하는 색신,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는 색신, 몸매가 깨끗한 색신, 모든 나쁜 짓을 여의고 깨끗한 빛이 비치는 색신, 용맹한 큰 힘으로 평등하게 나타내는 색신, 모든 세간에서 얻기 어려운 색신, 모든 세간에서 더 잘난 이 없는 색신, 중생들이 그지없이 칭찬하는 색신, 살펴볼 때마다 가지가지 장엄한 색신, 가지가지 형상 구름 나타내는 색신, 가지가지 모양과 빛 나타내는 색신, 한량없는 신통의 힘 나타내는 색신, 여러 가지 묘한 광명 놓는 색신, 여러 가지 깨끗이 장엄한 색신, 모든 중생을 따라 성숙하는 색신, 마음을 따라 앞에 나타나 조복하는 색신, 제도할 이를 따라 선근을 성취하는 색신, 걸림없는 광명으로 비치는 색신, 깨끗하여 탁하거나 더러움 없는 큰 광명 색신, 아름답고 단정함이 자라고 부서지지 않는 색신, 갖추 장엄하고 맑고 굳은 색신, 방편으로 헤아릴 수 없는 법 보이는 미묘한 광명 색신, 누구라도 더 잘날 수 없는 색신, 모든 것을 가릴 수 있는 색신, 캄캄한 장애 없는 색신, 어둠을 깨뜨리는 색신, 온갖 선한 법을 모은 색신, 세력 있는 공덕 바다 갖춘 색신이었다.
또 지난 세상부터 존중하고 공경함으로 생긴 색신, 허공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생긴 색신, 가장 훌륭하여 보배보다 뛰어난 색신, 끊임없고 다하지 않는 공덕 바다 색신, 광명 바다 두루 내는 색신, 이 세간에 의지 없고 차별 없는 평등한 색신, 시방세계 가득하여 걸림없는 색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잠깐 동안에 나타내어 가지가지 모양을 보이는 색신, 중생들의 여러가지 기쁜 마음 늘게 하는 색신,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 색신, 낱낱 털구멍마다 사자후로 부처님들의 공덕 바다 말하는 색신, 중생들 마음을 깨끗이 하여 깊이 믿고 알게 하는 색신, 모든 법과 뜻을 분명히 알고 의심 없는 색신, 걸림없는 마음 광명 그물이 널리 비치는 색신, 허공만큼 깨끗한 광명 색신, 광대한 마니보배로 깨끗한 광명 놓는 색신, 때 없는 법계 그림자 나타내는 색신, 이 세상에 비길 데 없는 색신, 가지가지 묘한 모양 차별하게 장엄한 색신, 시방을 널리 비치는 색신, 때에 따르고 중생을 따라 나타나서 항상 끊이지 않는 색신, 고요하게 중생들을 조복하는 색신, 모든 번뇌 잘 없애는 색신, 중생들의 공덕 복밭 색신, 모든 교법을 깨끗이 하는 색신, 중생들이 보면 헛되지 않는 색신, 큰 지혜 용맹 위엄을 나타내는 색신, 장애 없이 두루하는 색신, 훌륭하게 세간을 이익하는 색신, 자비바다 널리 모음을 나타내는 색신, 큰 복 산 널리 모은 색신, 온갖 세상 갈래의 그림자 비치는 색신, 깨끗한 지혜의 큰 힘 나타내는 색신, 세간의 바른 생각 따르는 색신, 모든 보배 모양 광명 색신, 비로자나 광 나타내는 색신, 중생들을 따르는 고요한 색신, 일체지의 체상이 앞에 나타나는 색신들이었다.
또 웃는 눈으로 중생들에게 깨끗한 믿음 내게 하는 색신, 모든 보배로 훌륭하게 장엄한 광명 색신, 모든 중생을 취하지도 버리지도 않는 색신, 결정 없고 고집 없는 색신, 자재한 위력으로 가피함을 나타내는 색신, 모든 법을 나타내는 신통 변화 색신, 여러 여래 선근 광명으로 비치는 색신, 온 법계에 나쁜 짓 여읜 색신, 모든 여래의 도량 대중을 친근함을 나타내는 색신, 가지가지 묘한 빛 이룸을 나타내는 색신, 선한 행으로 생긴 묘한 과보 두루 나타내는 색신, 교화할 수 있는 중생 조복하는 색신, 온 세상이 봄에 만족하지 않는 색신, 가지가지 빛 깨끗한 광명을 놓는 색신, 온갖 삼세 모양을 나타내는 색신, 모든 불꽃 광명 놓는 색신, 끝없이 원만한 광명 바다 보이는 색신, 묘한 향과 광명 두루하여 세간을 뛰어나는 색신, 낱낱 털구멍마다 말할 수 없는 티끌 수 해를 나타내는 색신, 크고 때 없는 달의 광대한 위덕 색신, 한량없는 빛 수미산왕 꽃 구름 광명을 놓는 색신, 가지가지 화만 구름 광명을 내는 색신, 모든 보배 연꽃 구름 나타내는 색신, 사르는 향 형상 구름을 일으켜 법계에 두루하는 색신, 잠깐 잠깐에 가루향 구름을 흩어 금방 변화하여 시방에 가득하는 색신, 모든 여래의 엄청난 서원 구름 나타내는 색신, 온갖 말로 법문을 연설하는 색신, 보현보살 형상 구름 나타내는 색신들이었다.
잠깐잠깐 동안에 이러한 여러 가지 색신을 나타내어 시방 법계에 가득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몸을 보게도 하고, 법문을 듣게도 하고, 순종하여 기억하게도 하고, 가까이 모시고 섬기게도 하고, 신통을 만나게도 하고, 변화를 보게도 하여, 이와 같이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위력으로 좋아함을 따라 깨달아 알게 하며, 그 때마다 조복하여 나쁜 업을 버리고 선한 행이 원만하게 하였다.
선남자여, 이것은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큰 원력을 세웠던 까닭이며, 일체지의 빠른 힘을 갖춘 까닭이며, 보살 해탈의 광대한 힘인 까닭이며, 중생을 구호하고 불쌍히 여기는 힘인 까닭이며, 중생을 안락케 하는 사랑하는 힘인 까닭이며, 물러가지 않는 힘을 부지런히 구한 까닭이며, 모든 여래의 가피한 힘인 까닭으로 이러한 일을 짓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에 들어가서 법의 성품이 차별 없음을 알고, 한량없는 색신을 나타내며 낱낱 몸마다 한량없는 색신의 몸매를 나타내고, 낱낱 몸매에서 한량없는 광명 구름을 놓고, 낱낱 광명이 한량없는 부처 세계를 비추어 내고, 낱낱 세계마다 한량없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것을 보이고, 낱낱 여래마다 한량없는 큰 신통을 나타내며 중생들의 마음과 행동이 같지 아니함을 따라 지난 세상의 선근을 깨닫게 하여, 심지 못한 것을 심게 하고, 이미 심은 것은 자라게 하고, 이미 자란 것은 여물게 하며, 잠깐 잠깐에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고 가지가지 해탈문에 편안히 머물게 하였다.”
47. 수호일체중생대원정진력광명 밤차지신을 찾다 [2]
이때에 밤차지신은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어느 때부터 보리심을 내고 보살의 행을 닦았느냐 하였으니, 부처님의 힘을 받들어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보살의 지혜 바퀴[智輪]는 고요하고 원만하여 온갖 분별하는 경계를 멀리 여의었으므로, 나고 죽는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는, 길다 짧다 더럽다 깨끗하다 넓다 좁다 많다 적다 하는 것으로 분별하여서는 중생들에게 일러주어 깨우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보살의 지혜 바퀴는 본 성품이 깨끗하여, 모든 분별의 그물을 여의었고, 온갖 장애의 산을 초월하면서도, 교화할 중생을 따라 널리 비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비유하여 말하면, 해의 자체에는 밤과 낮이 없건만, 뜨는 때를 낮이라 하고 지는 때를 밤이라 하듯이 보살의 지혜 바퀴도 그와 같아서 분별도 없고 삼세도 없건만, 다만 세간과 보살 지혜의 위덕이 따름으로 해서, 분별이 없는 데에 차별을 세워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먼저 겁[前劫]에 머문다, 뒤의 겁에 있다, 깨끗한 겁이다, 더러운 겁이다, 많은 겁이다, 적은 겁이다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해가 염부제의 허공에 떴을 적에 그 그림자가 모든 깨끗한 보배나 강이나 바다나 못이나 우물이나 그릇에 담긴 깨끗한 물속에 비치는 것을 모든 중생들이 눈으로 보지만, 저 해는 그 가운데 와 있지 않는 것 같이 보살의 깨끗한 지혜의 원만한 해도 그와 같아서 변천하는 세상 바다에서 떠서 부처님 법의 고요한 허공에 머물러 있어 의지한 데 없건만, 다만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러 갈래의 종류는 따라 태어나거니와, 실로는 나고 죽는 것이 없으며 물들지도 아니하여, 세월이 길다 짧다 하는 생각으로 분별할 수 없는 것이니라. 왜냐 하면 보살은 끝끝내 뒤바뀐 마음과 뒤바뀐 생각과 뒤바뀐 소견을 여의었고, 참되고 고요한 소견으로 법의 참된 성품을 보았고, 모든 세간이 꿈같고 환술 같고 나도 없고 사람도 없는 줄을 알건만, 크게 불쌍히 여기는 힘과 큰 서원의 힘으로 때 없는 광명이 중생들의 앞에 원만하게 나타나 교화하고 조복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뱃사공이 강에서 배를 부릴 적에 이 언덕에 의지하지도 않고 저 언덕에 있지도 않고 중간에 머물지도 아니하면서, 중생 건네기를 쉬지 아니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역시 그러하여 바라밀의 배로 나고 죽는 강물에 다니면서,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고, 열반을 취하지도 않고, 중간에 머물지도 아니하면서, 중생들을 제도하여 저 언덕에 이르게 하기를 쉬지 아니하나니, 비록 한량없고 수없는 겁 동안에 항상 정진하고 보살의 행을 닦으면서 중생을 교화하지만, 세월이 길고 짧은 것을 분별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큰 허공은 모든 세계가 그 가운데서 생겨나고 없어지지만, 조금도 분별이 없고 본 성품이 깨끗하여 물들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고 걸림도 없고 싫음도 없고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어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세계를 지니고 있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역시 그러하여, 허공과 같이 넓고 큰마음으로 서원이란 바람 둘레[風輪]를 일으켜 중생들을 거두어 줄 적에 나쁜 갈래를 여의고 좋은 곳에 나게 하며, 모두 일체지의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번뇌와 나고 죽는 속박을 멸하고 걱정되고 기쁘고 고달픈 마음이 없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환술로 만든 사람이 비록 온갖 몸매를 구족하고 팔다리와 모든 기관이 원만하지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덥고 춥고 배고프고 목마르고 근심하고 즐겁고 나고 죽는 열 가지 일이 없듯이, 보살마하살도 역시 그러하여, 환술 같은 지혜로써 평등한 법신에 여러 색상(色相)을 나타내고, 나고 죽는 갈래[有趣]에서 한량없는 세월을 지내면서 중생을 교화하지만, 나고 죽는 모든 경계에 대해서는 이른바 기쁘고 싫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괴롭고 즐겁고 가지고 버리고 편안하고 두려워하는 열 가지 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의 지혜가 이렇게 깊고 헤아리기 어렵지만, 내가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그대에게 말하여, 오는 세상의 보살들로 하여금 갖가지 광대한 서원의 문을 만족케 하고 가지가지 힘을 성취하고 자라게 하리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세계 티끌 수 겁 전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광명[寶光明]이요, 겁 이름은 묘한 빛[妙光]이었다. 그 겁 동안에 1만 부처님이 세상에 나셨는데, 첫 부처님 이름은 법 수레 큰 소리 허공 구름 등불왕[法輪大聲虛空雲燈王] 여래·응공·정등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가 구족하였고, 그 사천하의 염부제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은 온갖 즐거운 보배 장엄이며, 그 왕도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큰 숲이 있으니 이름은 묘광(妙光)이었고, 그 숲 속에 보리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보배 구소마꽃 구름이요, 그 나무 아래 사자좌가 있으니 이름은 비로자나 마니왕 연화장이었다. 그 여래께서 이 사자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고, 1백 년이 되도록 이 훌륭한 보리도량에서 보살과 천상 사람·세간 사람과 염부제에서 옛적에 선근을 심어 이미 성숙한 이들을 위하여 바른 법문을 연설하였다.
그 때의 임금 이름은 훌륭한 빛[勝光]이요, 그 때 사람의 목숨은 1만 년인데, 그 중에는 살생하고 훔치고 음행하고 거짓말하고 번드르르한 말을 하고 이간 붙이고 악담하고 탐욕 많고 성 잘 내고 나쁜 소견 가진 이가 많아서,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과 바라문에게 불경하는 이러한 나쁜 짓이 치성하였다. 그 임금이 이런 나쁜 짓하는 중생들을 조복하고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여, 크게 성취하기 위하여 감옥과 고랑과 오랏줄을 만들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구금하여 고통을 받게 하였다.
왕에게는 태자가 있는데 이름이 이길 성품[勝性]이니, 단정하고 영특하여 사람들이 사랑하며, 훌륭하고 깨끗하고 신수가 원만하여 28종의 어른다운 몸매[大人相]를 갖추었으며, 동궁에 거처하는데 궁녀들에게 둘러싸이었다. 멀리서 감옥의 죄수들이 고통 받는 소리를 듣고 애처러운 생각을 참지 못하여, 궁전에서 나와 감옥에 들어가 죄수들을 보았다. 고랑과 수갑과 칼과 오랏줄에 서로서로 얽매여서 캄캄한 속에 갇히어 있는데, 혹은 불로 지지고 혹은 연기에 쐬고 혹은 볼기를 맞고 혹은 발을 잘리며, 헐벗고 머리카락이 헝클고 기갈이 심하고 살이 여위고 힘줄이 끊어지고 뼈가 드러나서 혹독한 고통이 참혹하였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 슬픈 생각을 내어 구하여 줄 마음을 먹고 책임 있는 말로 위로하기를,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놓이게 하리라’ 하고, 대궐로 들어가서 임금께 여쭈었다.
'옥에 갇힌 죄인의 고통이 막심하오니 너그러운 은혜를 드리우사 놓아 주시옵소서.’
왕은 즉시 5백 대신을 불러 이 일을 물었다. 대신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저 죄인들은 관청 물건을 도둑질하고 임금의 지위를 뺏으려고 궐내에 침입하였은즉 극형에 처할 것이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여 국법을 어길 수 없사오며, 그 죄인을 구하려는 이도 같이 형벌을 받아야 마땅할 줄 아뢰나이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슬픈 마음이 살을 에이는 듯하여 대신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말이 그렇다면 우선 저 죄인들을 놓아 주시오. 그들이 받을 형벌은 내가 대신하여 받을 터이니, 그들에게 씌울 형벌을 내게 씌우시오. 나는 저 고통에 얽힌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벗어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몸이 가루가 되고 목숨이 없어지더라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죄인들로 하여금 고통을 면하게 하려는 것뿐이니, 그것은 만일 내가 이 죄인들을 구하여 해탈케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삼계라는 감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할 수 있겠소. 모든 중생들이 삼계 속에서 탐심과 애욕에 속박되어 가지가지 캄캄한 숲 속에 들어가고, 어리석은 데 가리워서 공덕이 없으며,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몸과 형상이 비루하고 모든 기관이 방탕하며, 마음이 아득하여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며, 지혜 광명을 잃어버리고 삼유(三有)를 좋아하며, 복덕의 종자를 끊고 지혜가 없어서 가지가지 번뇌가 마음을 흐리게 하며, 고통의 감옥에 머물며 마군의 그물에 걸리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느라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시끄럽나니, 이러한 고통에 항상 부대끼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해야 벗어나게 하겠습니까? 마땅히 모든 보배와 처자 권속과 몸과 생명까지 버리어야 구원할 것이며 저 감옥에 갇힌 죄수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것입니다.’
이때에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임금 계신 데 가서 손을 들고 크게 외쳤다.
'대왕이시여, 지금 태자는 국법을 어기려 하오니 환란이 장차 만백성에게 미칠 것입니다. 대왕이 태자를 사랑만 하시고 법대로 다스리지 아니하오면 대왕의 지위도 오래가지 아니할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태자와 죄인들을 죽이려 하였다. 왕후가 이 기별을 듣고 부르짖어 통곡하며 헌 옷을 입고 몸에 티끌을 바르고, 1천 궁녀와 권속을 데리고 왕의 앞에 나아가 몸을 엎드려 왕의 발에 절하고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태자의 죄를 용서하사 목숨을 살려 주옵소서.’
왕은 이 때에 뜻을 돌리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죄인들의 죄는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너더러 죄인을 구원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네가 기어코 죄인을 구원하려 한다면 너까지 죽이리라.’
태자는 이 말을 듣고 크고 넓은 마음을 세우려 하며, 일체지를 구하려 하며, 모든 중생을 이익하려 하며, 불쌍히 여기는 큰마음으로 널리 구호하려는 까닭으로, 마음이 더욱 견고하여 겁나지 않았기에 다시 왕께 여쭙기를, '저의 몸이 대신 죽겠사오니 저 죄인들을 놓아 주십시오’ 하니, 왕은 그렇게 하라고 허락하였다.
이때에 왕후는 태자의 마음에 자기를 희생하여 죄인을 구하려는 생각이 결정된 줄을 알고, 다시 왕에게 청하였다.
'태자로 하여금 보름 동안 마음대로 보시를 행하여 복을 많이 닦은 뒤에 죽게 하여 주옵소서.’
왕은 그러라고 허락하였다.
왕후와 권속과 후궁(後宮)들은 왕의 허락을 받고 슬픔과 기쁨이 교대로 쌓이어 어쩔 줄을 몰랐다.
이때에 왕성의 북문 밖에 큰 동산이 있으니 이름은 햇빛[日光]인데, 옛적에 신선들이 보시하던 곳이었다. 태자는 햇빛 동산에 나아가 크게 보시하는 모임을 차리고, 밥을 요구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옷을 달라는 자에게는 옷을 주고 내지 수레나 화만이나 영락이나 바르는 향·가루향·짐대·깃발·일산 따위의 가지가지 장엄거리를 달라는 대로 날마다 보시하였다. 어느덧 보름이 흘러가서 마지막 날에 다다랐다. 이 날은 임금과 신하들과 왕후와 후궁들과 궁녀들과 장자와 거사와 도성 안 백성들과 외도들까지 모두 햇빛 동산으로 모여왔다.
이때에 법 수레 큰 소리 허공 구름 등불왕 여래께서 중생들을 조복할 때가 온 줄을 아시고, 대중과 더불어 보시하는 장소에 나오시는데, 곧 천왕들은 둘러 모시고, 용왕들은 공양하고, 야차왕은 수호하고, 건달바왕은 찬탄하고, 아수라왕은 허리 굽혀 예배하고, 가루라왕은 깨끗한 마음으로 꽃을 흩고, 긴나라왕은 기뻐 공경하며 노래 불러 권청하고, 마후라가왕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보고 있었다. 이러한 대중을 데리고 보시하는 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때에 태자와 다른 대중들은 멀리서 여래를 바라보았다. 몸매는 단정하고 씩씩하며, 모든 기관이 고요하기가 길 잘들은 코끼리 같고, 마음에 흐린 때가 없기는 깨끗한 못과 같고, 위덕이 자재하기는 큰 용왕과 같으시며, 신통을 나타내서 자재함을 보이시며, 가지가지 잘생긴 모양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큰 광명을 놓아 널리 세계를 비치며, 털구멍마다 향기 불꽃 구름을 내어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 세계를 진동하고, 온갖 장엄거리 구름을 일으켜 온갖 장엄거리를 내리며, 부처님의 위신과 공덕의 힘으로써 모든 중생의 보는 이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기쁨을 늘리고 번뇌를 소멸하는 것이었다.
이때에 태자와 대중은 여래의 가지가지 위덕을 뵈옵고, 마음이 깨끗하여 한없이 뛰놀면서 부처님 앞에 오체를 땅에 대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가장 훌륭하고 청정한 평상을 차려 놓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여쭈었다.
'잘 오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잘 오시나이다. 선서시여, 바라옵건대 저희를 불쌍히 여기사 받으시옵고, 이 자리에 앉으시옵소서.’
이때에 정거천인들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그 자리를 변화하여 향 마니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만들어 부처님은 그 사자좌에 앉으시고, 보살 대중들도 제각기 자리에 나아가 둘러 앉아 권속으로 장엄하였다. 그 회상에 있던 중생들은 부처님을 뵈옴으로 말미암아 근심과 고통은 소멸되고 업장은 없어지고 몸이 깨끗하여 거룩한 법문을 받을 만하게 되었다.
그 때에 이길 성품 태자는 천상 사람·세간 사람과 모든 세간차지신과 임금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내지 동자·동녀와 여러 외도들까지 모여온 것을 보고, 두루 살피면서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공경하여, 일심으로 부처님을 보면서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제석·범천·팔부 신장 오통 신선들
큰 변재로 부처님을 찬탄하는데
조그만 내 입으로 함께 찬탄함
작은 벌이 가루라[金翅鳥]에 붙어 나는 듯
진금색 몸이시고 눈은 청련화
마군을 항복 받고 허물 없으사
위의는 엄숙하고 공덕이 가득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고요한 낙에 들어 무명 끝나고
삿된 인을 끊어서 탐욕 없으며
애정 그물 찢어서 중생을 이익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햇님 천자 이 세상에 나타나는데
누가 능히 길잡이가 되리오마는
번뇌 망상 그 마음을 덮은 것이니
부처님 해 나와 남을 두루 비추고
설산 속에 들어 있는 자재한 마군
짐승 껍질 옷을 입고 용으로 영락
어느 때나 여색에 홀리었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달님 천자 이 세상을 밝게 비출 때
맑은 허공 고운별들 장엄했으나
번뇌 망상 그 마음을 덮은 것이니
부처님 달 나와 남을 두루 비추고
푸른 연꽃 눈을 가진 나라연 하늘
아수라를 쳐부수고 변화 잘 하나
번뇌에 취하여서 태 속 같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제석천왕 손으로 금강저 들고
위덕으로 아수라를 쳐부수지만
어느 때나 여색에게 취하였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세력 좋은 삼십삼천 여러 임금들
보기 좋게 아수라를 쳐부수지만
욕심 화살 마음을 꿰뚫었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서우(犀牛) 신선 파수(婆藪) 신선 의루(蟻樓) 신선들
오신통을 막아 낼 사람 없지만
어리석고 탐욕 많아 취하였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수론(數論)이나 승론(勝論)을 주장한 이들
온갖 부류 외도들이 으뜸 삼지만
무명 그물 얽히어서 떨어졌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고
네 위타(圍陀)를 말하여서 세계를 세운
여덟 얼굴 네 팔 달려 엄청난 하늘
가지가지 무명으로 혼미했으니
부처님의 지혜 광명 항상 비치네.
삿된 하늘 애욕 많아 수치 모르고
나라연은 살생하며 부끄럼 없고
귀자모신(鬼子母神) 피 먹느라 짐승 죽이고
빈나야가 술을 즐겨 늘 취하지만
부처님은 어느 때나 세간에 계셔
지혜 눈이 햇빛처럼 밝으시건만
중생들이 어리석은 마음에 홀려
부처님을 못 뵈옵고 헤매기만 해
나에게는 부처님도 친하지 않고
외도들도 나에게는 원수 아니니
외도라고 내 재물을 뺏지 않았고
부처라고 귀한 보배 준 것 아니나
부처님은 청정하신 말씀으로써
누구에게나 결정코 이익을 주며
허망한 것 없애고 마음 밝히니
높은 님께 내가 지금 귀의합니다.
오는 세상 모든 겁이 끝이 나도록
온갖 중생 이익하여 편안케 하며
고통은 없이하고 낙을 주실새
자비하신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부처님의 고요한 달 쳐다보는 이
어떤 이는 신심 내고 혹은 의심코
공경하고 교만하고 근심 품지만
필경에는 해탈과를 함께 얻나니
부처님은 푸른 연꽃 눈을 뜨시고
훌륭하게 공덕 몸을 장엄하시니
천상 인간 찬탄해도 한량이 없어
백천 강이 바다로 흘러들듯이
나의 혀로 부처님을 찬탄하옵고
생겨지는 변변찮은 선근이지만
온 법계의 중생들께 보시하노니
법신을 증득하고 정각 이루라.
“이 때에 법 수레 큰 소리 허공 구름 등불왕 여래께서는 이 태자와 모여 온 모든 중생들이 거룩한 교화를 받게 된 줄을 아시고, 원만한 음성으로 수다라를 말씀하시니 이름은 널리 비치는 원만한 인[普照圓滿因]인데,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종류를 따라 제각기 알게 하시었다. 모인 가운데 80나유타 중생은 티끌을 여의고 모든 법에서 깨끗한 법 눈을 얻었고, 한량없는 나유타 중생은 무학(無學)의 지위를 얻었고, 십천의 중생은 대승의 도에 머물러서 보현의 행에 들어가 큰 서원을 만족하였다. 또 시방으로 각각 백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은 대승 가운데서 마음이 조복되었고, 한량없는 세계의 가지가지 부처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나쁜 갈래를 여의었으며 산수를 초월한 한량없는 중생은 천상에 태어났는데 이길 성품 태자는 이때에 곧 중생을 널리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하는 보살의 해탈문을 얻었다.
선남자여, 그 때의 태자는 딴 사람이 아니고 내 몸이었는데, 나는 지난 세상에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어 몸과 목숨과 재물과 모든 권속과 내지 인간의 안락과 생명을 버리고, 그 옥중에서 고통 받고 속박된 중생들을 구원하여 해탈케 하였으며, 크게 보시하는 문을 열고 조금도 걸리는 마음이 없이 부처님께 공양하여 환희케 함으로써 보리심을 내고 이 해탈문을 얻은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것뿐이었고, 삼계에 집착하지 아니하여 마음이 의지한 데 없었으며, 과보도 구하지 않고 희망하는 것도 없었으며, 세간의 모든 명예를 탐하지도 아니하고,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훼방하지도 아니하였으며, 모든 세간의 귀한 보배도 그리워하지 아니하고, 행하는 보시에는 조금도 내 것이란 생각이 없었으며,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경계에 탐욕도 없고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직 여래 경계의 깨끗한 보리심만 좋아하여, 마음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았으며, 중생들을 성취시켜 주려고 부지런히 구하여 게으르지 아니하였으며, 대자대비의 힘으로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고, 여래의 힘으로 속마음을 열어 놓았으며, 보살들의 청정한 행을 관찰하고 대승의 뛰어나는 도[出要之道]를 장엄하였으며, 일체지의 문을 살펴보기를 좋아하고 온갖 괴로운 행을 닦아서 이 해탈문을 얻은 것이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에 5백 대신들로 훌륭한 빛 임금에게 좋지 못한 말을 하여 나를 해치려 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랴. 지금의 제바달다 등 5백 명 악한 비구들이었으니, 이 사람들도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조복하고 성취되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받았고, 오는 세상에 수미산 티끌 수 겁을 지나서 한 겁이 있으니 이름이 선한 광명[善光明]이요, 세계의 이름은 보배 빛[寶光]인데, 거기서 5백 부처님이 차례차례 나실 것이다.
그 처음 여래의 이름은 대비(大悲)요, 둘째는 모든 중생 이익하는 서원 달 임금[饒益一切衆生願月王]이요, 셋째는 대비사자(大悲師子)요, 넷째는 모든 세간 이익함[利益一切世間]이요, 내지 마지막 부처님 이름은 의원왕[醫王]이다. 저 부처님들이 대비가 평등하지만,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나라가 각각이요, 공덕과 장엄과 문벌과 부모와 태에 드는 것, 탄생하는 것, 집에 있는 것, 출가하는 것, 보살의 도를 닦는 것, 도량에 나아가는 것, 마군을 항복 받는 것, 정각 이루는 것, 법 수레 운전하는 것, 수다라를 말씀하는 음성, 신통을 보이는 것, 위덕과 광명 나타내는 것, 대중들 수명, 교법이 세상에 머무는 것과 이름들이 제각기 다르니라.
선남자여, 내가 구하여 준 그 죄인들은 구류손 부처님을 위시한 현겁의 천 부처님이시고, 그 때에 저 여래의 그지없는 위력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던 백만 아승기 보살들은 지금 시방세계에서 보살의 행을 행하며 닦아 익히는 보살들로서, 중생들을 널리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하며 해탈케 하는 이들이요, 그 때의 훌륭한 빛 임금은 지금의 살차니건자(薩遮尼乾子) 논사이고, 왕의 부인과 후궁과 궁녀들과 그 권속들은 지금 니건자의 6만 제자들이니, 스승과 함께 와서 의논하는 짐대[大論幢]를 세우고 부처님과 논의하다가, 모두 항복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받은 이들이다. 이 사람들도 모두 부처가 되어 가지가지 부처 세계에서 가지가지로 장엄하며, 겁의 수와 이름들이 각각 차별할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저 죄인들을 구하여 해탈시키고는, 부모의 허락을 얻어 나라와 처자와 재물과 모든 권속을 버리고, 법 수레 큰 소리 허공 구름 등불왕 여래께 가서 출가하고 도를 배우면서 천년 동안 깨끗한 행을 닦다가, 곧 백억 삼매문과 백억 다라니문과 백억 신통문과 보살의 백억 대법장을 성취하였으며, 일체지를 구하는 백억 정진문을 내고, 백억 참는 문[安忍門]을 깨끗이 하고, 백억 생각하는 문을 늘리고, 백억 보살 힘을 성취하고, 보살의 백억 일체종지문에 들어갔으며, 백억 반야바라밀문을 내고, 시방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백억 문을 얻고, 보살의 백억 서원문을 갖추었으며, 이런 법들을 원만히 성취하고는 잠깐 잠깐에 시방으로 각각 백억 부처 세계를 비추며, 잠깐 잠깐에 시방으로 각각 백억 부처 세계에 다니며, 잠깐 잠깐에 시방 모든 세계의 지나간 세월과 오는 세월에서 백억 부처님을 기억하며, 잠깐 잠깐마다 시방 일체 세계에서 백억 부처님의 큰 변화 바다를 기억하며, 잠깐 잠깐마다 시방 백억 부처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갈래에서 업을 따라 태어나는데, 나는 때와 죽는 때와 좋은 갈래와 나쁜 갈래와 좋은 몸과 나쁜 몸을 분명하게 보며, 그 중생들의 가지가지 마음과 가지가지 욕망과 가지가지 성품과 가지가지 자격과 가지가지 익힌 업과 가지가지 내는 것과 가지가지 계속되는 것과 가지가지 성취하는 것과 조복할 수 있는 때를 모두 분명하게 하노라.”
3) 수행하던 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죽은 뒤에, 다시 그 염부제에 태어나서 전륜왕이 되었고, 법 수레 큰 소리 허공 구름 등불왕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여기서 다시 허공 훌륭한 길상왕[虛空高勝吉祥王] 여래를 만나서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그 다음에는 제석천왕이 되어 그 도량에서 석범주장왕(釋梵主藏王)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그 다음에는 야마천왕이 되어 그 세계에서 대지위덕길상산(大地威德吉祥山)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그 다음에는 도솔타천왕이 되어 그 세계에서 법 수레 광명 큰 소리왕[法輪光明大聲王] 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그 다음에는 화락천왕이 되어 그 세계에서 허공 지혜 등불왕[虛空智燈王] 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그 다음에는 타화자재천왕이 되어 그 세계에서 깨뜨릴 수 없는 위력 짐대왕[無能壞威力幢王] 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는 아수라왕이 되어 그 세계에서 온갖 법 음성왕[一切法音王] 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는 대범천왕이 되어 그 세계에서 변화하는 그림자를 나타내는 법 음성왕[普現變化影像法音王] 여래를 만나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노라.
선남자여, 이 보배 광명[寶光明] 세계의 선한 빛[妙光] 겁 동안에 1만 부처님이 나시는데, 이들을 내가 모두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며 공경하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노라.
그 다음에 또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햇빛[日光]이요, 그 겁 동안에 십만 부처님이 세상에 나셨는데, 처음 여래의 이름은 묘한 몸매 길상산[妙相好吉祥山]인데, 나는 그 때에 왕이 되었으니 이름이 큰 지혜[大慧]이며, 그 여래를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원만한 어깨[圓滿肩]인데, 나는 거사가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때 없는 동자[無垢童子]인데, 나는 대신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용맹한 지님[勇猛持]인데 나는 아수라왕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묘광(妙光)인데, 나는 산신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수미산 모양[須彌相]인데, 나는 나무차지신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때 없는 팔[離垢臂]인데, 나는 상주(商主)가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은 사자 걸음[師子遊步]인데, 나는 성차지신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천왕보계(天王寶髻)인데, 나는 비사문천왕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법 소문[法高稱]인데, 나는 건달바왕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고,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보광명관(普光明冠)인데, 나는 구반다왕이 되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다. 선남자여, 그 겁 동안에 이 열 분 여래를 으뜸으로 하여 차례차례 십만 여래를 내가 모두 공양하였노라.
선남자여, 이 세계에서 그 다음 묘한 연꽃[妙蓮華] 겁 동안에 60억 여래께서 세상에 나시었는데, 나는 항상 이 세계에서 가지가지 몸으로 태어나서, 가지가지 위의로 그 낱낱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받들어 섬기며, 가지가지 공양거리로 공경하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성숙케 하였고, 또 저 낱낱 부처님 계신 데서 가지가지 삼매문과 가지가지 다라니문과 가지가지 신통문과 가지가지 변재문과 가지가지 일체지문(一切智門)과 가지가지 법에 밝은 문[法明門]과 가지가지 지혜문(智慧門)을 얻었고, 가지가지 시방 바다를 비추며 가지가지 부처 세계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부처님을 보고, 깊은 이치를 나타내어 보이고, 두루 건설하여 깨끗하게 성취하고 자라고 커지게 하였으며, 이 묘한 연꽃 겁 동안에 저러한 부처님들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한 것처럼, 온갖 곳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수없는 여래로 나시는 이들을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환희케 하였으며, 낱낱 여래께서 연설하시는 법문을 내가 모두 들었고, 듣고는 믿고 수호하고 기억하고 남에게 말하여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한 것도 역시 그러하였으며, 이와 같이 모든 여래 계신 데서 다 이 해탈문을 닦았고 또 한량없는 해탈 방편을 얻었노라.”
그 때에 수호일체중생대원정진력용건광명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뜻을 거듭 펴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마음 세운 그대 세상 해[世日] 되려
알 수 없는 해탈문을 내게 물으니
부처님 신력 받아 말하는 것을
그대여, 일심으로 자세히 들으라.
지나간 오랜 옛적 엄청난 세월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겁 전에
그 때의 세계 이름 보배의 광명
그 세계의 겁 이름은 묘한 빛이라
그 세계서 묘한 빛 큰 겁 동안에
일만 분 부처님이 나시는 것을
내가 모두 친근하여 공양하면서
이 해탈문 부지런히 닦아 익혔다.
이때의 왕도 이름 즐거운 장엄
너비 길이가 평탄하고 매우 화려해
여러 가지 중생들이 살고 있으니
어떤 이는 깨끗하고 혹은 나쁘고
그 나라에 훌륭한 빛 임금이 있어
정법으로 중생을 다스리시고
이길 성품이라는 태자 있으니
신수가 엄정하고 몸매가 구족
옥중에 갇혀 있는 많은 사람들
나라 법을 범하고 죽게 된 것을
태자가 불쌍하게 생각한 끝에
임금께 여쭙기를 용서하소서.
임금이 신하 모아 소견 물으니
태자의 하는 일은 위험합니다.
죽을 죄 지은 죄인 어찌하여서
구하려 하는가고 의논이 일치
훌륭한 빛 임금은 태자를 보고
저 죄인의 받을 형벌 네가 받으랴.
태자의 슬픈 마음 더욱 간절해
죄인을 구해 주고 제가 죽지요.
이때에 왕의 부인 궁녀들까지
왕의 앞에 나아가 여쭙는 말씀
태자에게 보름 동안 말미를 주어
보시하는 공덕 짓고 죽게 합소서.
임금이 이 청원을 허락하시니
보시회를 크게 열고 구제할 적에
사방에서 모여드는 여러 중생들
요구하는 각색 물건 모두 주더라.
어느덧 보름 동안 기한이 되어
태자의 죽을 시간 점점 이르니
백천만억 대중들이 모두 모여와
한꺼번에 쳐다보고 흐느껴 우네.
모든 대중 교화 받을 시기 된 줄을
부처님이 아시고 왕림하시사
신통 변화 큰 장엄을 나타내시니
친근하고 공경하지 않는 이 없네.
부처님이 원만한 음성을 내어
법등을 잘 비치는 경을 말하니
한량없는 중생들의 뜻이 조복돼
모두 다 성불한단 수기 받았네.
태자는 법문 듣고 기쁨에 넘쳐
위없는 정각 이룰 마음을 내고
날 적마다 부처님을 친히 섬기며
중생들의 의지되기 서원을 세워
그 때부터 출가하여 부처 모시고
온갖 것 아는 지혜 닦아 행하며
이때에 이 해탈문 얻고 나서는
대자비로 중생들을 널리 건지다.
그 가운데 여러 겁을 지나오면서
모든 법의 참된 성품 자세히 보고
고통 바다 중생들을 구제도 하고
부지런히 보리도를 닦아 익히고
그 동안에 탄생하는 부처님들을
빠짐없이 받들어 섬기었으며
깨끗하게 믿고 아는 마음으로써
말씀하신 법문들을 받아 지녔고
그 뒤부터 세계의 티끌 수처럼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오랜 세월에
이 세간에 태어나신 부처님들을
빼지 않고 그러하게 공양하였다.
내가 옛적 이길 성품 태자일 때에
옥에 갇힌 중생들의 괴로움을 보고
몸을 버려 구하려는 원을 세웠기
그로 인해 이 해탈문 증득하였고
그 때부터 온 세계의 티끌 수처럼
엄청난 오랜 세월 닦아 익히고
잠깐도 쉬지 않고 자라게 하여
그지없는 좋은 방편 이루었으며
그 동안에 탄생하는 부처님들을
친근하게 모시옵고 가르침 받아
내가 얻은 이 해탈문 점점 밝았고
가지가지 방편들도 더욱 늘었다.
그 뒤부터 한량없는 억천 겁 동안
훌륭한 이 해탈문 배웠으므로
끝이 없는 부처님의 법문 바다를
한꺼번에 내가 모두 마시었으며
시방 법계 널려 있는 모든 세계에
이내 몸이 들어가도 걸림이 없고
삼세의 가지가지 세계 이름을
생각마다 빠짐없이 분명히 알고
삼세에 탄강하신 많은 부처님
남김없이 내가 모두 뵈었사오며
그 때마다 이 몸매를 나타내어서
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갔노라.
그러고 시방 법계 모든 세계의
부처님들 계시는 앞에서마다
여러 가지 장엄거리 구름을 내려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그지없는 큰 문난을 다시 일으켜
여러여러 부처님께 여쭈어 보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묘한 법문을
한결같이 받아 지녀 잊지 않았고
또다시 한량없는 시방세계의
끝이 없는 부처님의 대중 앞에서
아름답게 장엄한 자리에 앉아
가지가지 신통력을 나타내었고
또다시 한량없는 시방세계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 내어 보일 제
한 몸에 한량없는 몸을 보였고
한량없는 몸 가운데 한 몸 보이며
또다시 하나하나 털구멍마다
수없는 큰 광명을 놓아 보내어
가지가지 신기한 방편으로써
중생들의 번뇌 불을 꺼버렸으며
또다시 하나하나 털구멍마다
한량없는 화신 구름 나타내어서
시방 법계 온 세계에 가득히 차게
법문 비를 널리 내려 중생 건지고
시방세계 그지없는 모든 보살들
알 수 없는 이 해탈문 모두 들어와
오는 세상 끝나도록 여러 세계에
함께 있어 보살행을 닦아 행하며
모든 이의 마음 따라 법을 말하며
잘못된 소견 그물 없애 버리고
천상 길과 이승(二乘)의 도를 보이며
부처님의 일체지 가르치노라.
온갖 중생 태어나는 곳을 따라서
수가 없는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
그네들과 같은 종류 형상으로써
그들의 마음 따라 법을 말하네.
누구든지 이 해탈문 얻기만 하면
가이없는 공덕 바다 머물 터이니
세계를 부순 티끌 수효와 같아
헤아릴 수도 없고 한량없으리.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중생을 널리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하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지만, 저 보살마하살의 모든 세간을 초월하여 여러 갈래의 몸을 나타내며, 지혜 눈이 밝아서 무명의 가리움을 길이 여의며, 반연에 머물지 않고 장애가 없으며,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알며, 중생들의 무명 번뇌를 소멸하고, 온갖 법을 잘 관찰하여 알맞은 방편으로 자세하게 생각하며, 내가 없는 지혜[無我智]를 얻고 내가 없는 법을 증득하여, 모든 중생을 교화 조복하기를 항상 쉬지 아니하고, 마음이 언제나 둘이 아닌 법문에 머물며, 삼보의 경계에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고, 끝끝내 모든 변천하는 법이 나고 없어짐을 알며, 삼세의 깨끗한 실상을 잘 말하여 온갖 말씀 바다에 두루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 바다와 그 용맹한 지혜와 마음의 가는 곳과 삼매의 경계와 해탈의 힘과 자재한 문과 신통의 일이야 내가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에서 보리 나무로부터 항하의 서북쪽에 가비라성이 있고, 그 성에 람비니(嵐毗尼) 동산이 있으며, 그 숲 동산에 한 신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위덕 원만하고 사랑함[妙威德圓滿愛敬]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여래의 집에 태어나 다함없는 등불이 되어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면서도 게으름이 없겠느냐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머리와 얼굴로 밤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모하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48. 묘위덕원만애경 숲차지신을 찾다
1) 열 가지 태어나는 법
그 때에 선재동자는 바른 생각으로 사유하여 대원정진력수호일체중생광명 밤차지신이 해탈의 힘으로써 모든 중생의 보는 마음과 평등한 몸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의 형상과 평등한 몸을 나타내며, 가이없는 빛깔 바다와 평등한 몸을 나타내며, 온갖 곳의 풍속 위의와 평등한 몸을 나타내어 넓은 문으로 이러한 몸을 나타내고, 중생의 마음에 마땅함을 따라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성숙하여 중생을 깨우치고 선근을 자라게 하며, 순종하여 행을 닦아 보살의 깊은 해탈에 들어가는 일을 생각하였다.
선재동자는 이러한 바르게 생각하는 힘으로 그 밤차지신의 얻은 해탈을 기억하고 분별하며, 가르친 법문의 낱낱 글자와 구절과 이름과 모양과 성품을 다라니의 힘으로 기억하여 지니며, 지혜로써 이해하는 힘으로 분명하게 나타내며, 행과 원력으로 일으키어 넓게 하며, 이렇게 순종하여 한량없이 훌륭한 공덕을 얻으면서, 차츰차츰 나아가 항하를 건너고, 북으로 교살라(憍薩羅) 나라에 들어가서 가비라성에 이르고, 다시 람비니 숲 동산으로 나아갔다.
람비니에 이르러서는 오른쪽으로 돌아다니면서 묘위덕원만애경(妙威德圓滿愛敬) 숲차지신을 찾았다. 문득 바라보니 그 숲차지신이 숲속의 큰 보배 나무 밑에 있는 장엄이 원만한 보배 누각에서 마니장 사자좌에 앉았는데 20억 나유타의 숲차지 여신들이 앞뒤에 둘러앉았으며, 그들에게 보살들이 태어나는 바다 경전을 연설하여, 여래 집안에 태어나서 보살의 큰 공덕 바다에 빨리 들어가게 하고 있었다. 선재동자가 그것을 보고는 두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여래의 집안에 태어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어떻게 모든 중생에게 가지가지로 비치는 큰 광명 등을 짓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태어나는 광[受生藏]이 있으니 만일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빨리 여래의 집안에 태어나서 생각 생각에 보살의 선근을 자라게 하며, 쉬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물러나지 않고 끊이지 않고 싫어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으며, 의혹이 없고 아득함이 없고 겁나는 일이 없고 뉘우침이 없고 잃어버림이 없으며, 일체지의 자체가 시방세계와 같으며, 부처님 경계를 따라서 법계의 문에 들어가며, 넓고 큰 보리의 마음에서 물러나지 않고 온갖 바라밀의 행을 늘이며, 모든 세간의 갈래와 종류를 버리고, 모든 여래의 지혜의 자리에 빨리 들어가서 신통과 지혜의 힘이 항상 앞에 나타나고 가지가지 부처님 법에 따라 들어가며, 마침내 진실한 이치를 얻게 되느니라.
그 열 가지란, 모든 부처님께 항상 이바지하기를 원하여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보리심을 두루 성취하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모든 법문을 관찰하고 방편으로 수행하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깨끗하고 깊은 마음으로 삼세를 널리 비치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평등한 광명으로 온갖 것을 널리 비치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삼세 모든 여래의 집안에 나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부처님 힘의 광명으로 두루 장엄하는 보살의 태어나는 광과 넓은 지혜의 문을 세밀하게 관찰하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과 법계가 변화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는 보살의 태어나는 광과 모든 여래의 지위를 빨리 밟으려고 보살이 태어나는 광들이니라.
선남자여, 무엇을 모든 부처님께 항상 이바지하기를 원하여 보살이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처음 마음을 낼 적에 원하기를, 나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부처님을 뵈옵고 항상 즐거워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여 만족할 줄을 모르며, 깨끗한 신심이 늘어 물러가지 아니하며, 공덕 모으기를 그치지 아니하며, 일체지의 성품을 깨끗이 하려고 선근을 쌓아서 자라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첫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보리심을 두루 성취하려고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낸 것은 이른바 깊고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는 까닭이며, 부처님들께 공양하려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모든 여래를 즐겁게 하려는 까닭이며,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가진 것을 아끼지 않는 까닭이며, 일하려는 엄청난 마음을 일으켰으니 일체지가 앞에 나타나게 하려는 까닭이며, 원만하게 사랑하는 큰마음을 일으켰으니 모든 중생을 거두어 모아 이익을 지으려는 까닭이며, 중생들을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일체지를 구하려는 굳은 갑옷을 입은 까닭이며, 아첨과 헛됨이 없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참다운 지혜를 얻어 온갖 차별한 법을 널리 비치려는 까닭이며, 말한 대로 실행하려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보살들의 행하기 어려운 모든 고행을 닦으려는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을 속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모든 여래의 큰 서원을 항상 수호하려는 까닭이며, 일체지와 크게 원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중생을 조복하여 그치지 않으려는 까닭이었다. 이 열 가지를 으뜸으로 하여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보리심의 큰 공덕더미가 있으니,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즉시로 여래의 가문에 나게 되리라. 이것이 보살의 둘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모든 법문을 관찰하고 방편으로 수행하려고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온갖 법문 바다에 대하여 눈앞에서 관찰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일체지가 원만하는 도리를 성취하여 회향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위의가 깨끗한 업 바다에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삼매 바다에 두루 깨끗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공덕 바다를 닦아서 성취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온갖 보살의 도에 장엄하여 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일체지로 정진하는 공덕에 대하여 겁말(劫末)에 일어나는 불이 치성하듯이 쉬지 않는 마음을 일으키며, 온갖 중생 세계에 대하여 보현의 행을 이루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위의에서 보살의 가지가지 공덕을 닦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진실한 중도(中道)에 대하여 있다 없다는 것을 여의고 참되고 바른 관찰에 들어가려는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것이 보살의 셋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깨끗하고 깊은 마음으로 삼세를 널리 비치려고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깨끗하고 늘어나는 깊은 마음을 성취하며, 부처님의 보리를 얻어 광명이 두루 비치며, 보살의 방편 법문 바다에 깊이 들어가며, 마음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으며, 중생들을 거두어 주어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며, 모든 변천하는 갈래에 태어남을 멀리 여의며, 여래의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성취하며, 보살의 훌륭한 행과 원을 일으키며, 보살의 밝고 예리한 모든 근을 구족하며, 보살의 깨끗하고 착한 마음을 늘리며, 흔들리지 않는 큰 서원의 힘을 이룩하며, 모든 여래의 염려하여 두호함을 얻으며, 온갖 장애되는 산을 파괴하며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되나니, 이것이 보살의 넷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평등한 광명으로 온갖 것을 널리 비치려고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가지가지 방편의 행을 구족하게 닦아서 모든 중생을 조복하여 성숙케 하며, 온갖 가진 물건을 모두 버리고 끝없이 깨끗한 계행을 이루며, 부처님의 경계에 머물러 구족하게 편안히 알며, 모든 부처님의 법을 아는 지혜의 광명을 얻으며, 크게 정진하는 용맹한 뜻으로 일체지를 내는 데로 나아가며, 깨끗한 모든 삼매의 문을 닦아서 온갖 신통과 지혜의 힘을 이루며, 지혜의 광명으로 법계를 밝게 비추며, 온갖 법의 차별한 광명을 얻어 깨끗하고 막힘이 없는 눈을 이루며, 모든 부처님의 빛깔[色相] 바다를 보고 깊고 깊은 법의 성품에 깨달아 들어가며, 자재하게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며, 세간 중생들을 모두 기쁘게 하며, 여래의 차별한 법문을 부지런히 닦나니, 이것이 보살의 다섯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삼세 모든 여래의 집에 나려고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여래의 집에 나서 여래를 따라 머물며, 온갖 훌륭한 실행의 문을 이루나니, 삼세 여래의 서원 바다를 구족하며, 모든 부처님의 순전한 선근을 얻으며, 모든 부처님과 성품이 같으며, 세상에 뛰어나는 깨끗한 법[白淨法]의 행을 이루며, 보현보살의 넓고 큰 공덕에 편안히 머물며, 모든 부처님의 깊고 깊은 삼매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자재한 신통의 힘을 보며, 교화하는 중생을 모두 깨끗하게 하며, 부처님이 평등하게 회향하는 법문을 얻으며, 묻는 대로 대답하는 변재가 다함이 없나니, 이것이 보살의 여섯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부처님 힘의 광명으로 두루 장엄하여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모든 부처님의 위덕과 신통의 힘으로 광명이 두루 비치는 데 들어가서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며, 여러 부처 세계에 다니되 동작함이 없으며, 보살 대중들을 섬기고 공양하기를 고달파하지 아니하며, 모든 법이 환술과 같음을 진실하게 알며, 모든 세간이 꿈과 같음을 알며, 모든 부처님이 나타내시는 색신의 상호를 보되 빛[光影]과 같이 하며, 모든 부처님의 신통으로 하시는 일이 자재하게 유희하여 변화와 같음을 알며, 모든 갈래의 종류를 따라 태어나는 것이 거울 속의 영상과 같음을 알며, 부처님들의 법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듣게 하는 것이 메아리와 같음을 알며, 방편의 힘으로써 법계의 문을 열고 모두 들어가서 저 언덕에 이르게 하나니, 이것이 보살이 일곱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넓은 지혜의 문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동진(童眞)의 지위에 있으면서 보살의 가지가지 위의를 얻으며, 온갖 공덕을 구족하게 원만하고, 일체지의 문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낱낱 문마다 한량없는 세월이 다하도록 끝이 없는 보살의 행하는 경계를 연설하여 분별하며, 보살들의 깊은 삼매에 마음이 자재하여지고, 가장 훌륭한 바라밀을 이룩하며,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여러 여래 계신 데 널리 태어나며, 온갖 차별한 경계에서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선정에 들어가며, 차별 없이 평등한 법 가운데서도 자재하게 차별한 지혜를 나타내며, 한량없고 가이없는 경계에서 자재하게 들고 나는 데 막힘이 없으며, 없는 경계에서 가지가지 차별한 경계를 일으키며, 작은 경계에서 넓고 큰 경계를 보며, 넓고 큰 경계에서 작은 경계를 보며, 모든 세간이 다 거짓으로 시설한 것임을 알며, 모든 법의 인연과 성품과 모양이 다 제 마음에서 생긴 것임을 통달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여덟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법계가 변화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여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이 잠깐 잠깐마다 한량없는 부처 세계를 가지가지로 장엄하며, 중생들을 따라 변화하는 몸을 나타내며, 두려울 것 없는 훌륭한 저 언덕에 이르며,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위의를 나타내며, 가지가지로 좋은 방편을 이룩하며, 깨끗하고 막힘이 없는 법계에 의지하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여러 가지 빛깔을 나타내어 보는 이들을 모두 조복하며,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법에 머물게 하며, 구족하게 연설하여 보리의 행을 이루게 하며, 걸림이 없는 일체지의 길에서 행하며, 계속하여 나타나서 법 수레를 운전하며, 복판과 가이없는 살바야 바다에 머물며, 교화할 바를 따라 때를 잃지 아니하며, 항상 평등한 바른 생각으로 이익케 하여 여래의 지혜광을 이루게 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아홉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무엇을 보살이 모든 여래의 지위를 빨리 밟으려고 태어나는 광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이 보살의 삼세(三世)의 여러 여래 계신 데서 정수리에 물 붓는 법을 받았으므로 삼세 모든 부처님의 성품이 한결같은 경계의 차례를 모두 아나니, 이른바 온갖 세계가 마음을 따라 일어나서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중생들이 앞과 뒤에서 죽고 남[生]을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중생들이 가지가지 마음[心念]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보살이 지난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 태어남을 받는 일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보살이 지난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 행하는 일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보살이 닦아 익히는 가지가지 지혜의 경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부처님이 지난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 정각을 이루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공능이 훌륭하여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것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겁이 끝없는 지난 세상과 끝없는 오는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가지가지 일과 가지가지 이름을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제도할 바를 따라 정각을 이루고 공덕으로 장엄하여 깨닫게 하고 조복하며, 위력과 지혜와 신통을 나타내며, 법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친근하고 공양케 하기를 때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 계속되는 차례를 알아서, 가이없는 중생의 세계에서 교묘한 방편으로 조복하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열째 태어나는 광이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보살의 열 가지 태어나는 광은, 온갖 보살들이 모두 이것으로 좇아 태어나지 않는 이가 없느니라. 만일 보살이 넓고 큰 보리를 이루기 위하여 이 법을 닦아 익히고 자라게 하여 원만하면 곧 가지가지 공덕을 모으게 되며, 한 장엄 속에서 모든 장엄을 내어 모든 부처 세계를 두루 장엄하며, 가지가지 위의로 변화함을 나타내어 중생 세계를 두루 조복하면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쉬지 아니하며, 부처님들의 법 바다인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경계를 차츰차츰 유통하고, 계속하여 그치지 아니하며, 눈앞에서 깨달아 두루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힘을 나타내어 허공 법계에 두루 가득하며, 중생들의 마음과 행동의 바다 가운데에서 거두어들이기 위하여 법 수레를 운전하며, 시방의 모든 세계에 있는 여래들을 가까이 모시고 버리지 아니하며, 한량없는 법 구름이 앞에 나타나 맑은 음성으로 여러 가지 법문을 연설하며, 온갖 곳에 있으면서 간 데마다 장애가 없고 온갖 법의 광명 그물로써 가지가지 보리도량을 장엄하며,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가지가지 법장을 연설하고 가지가지 부처님 경계를 보이며, 마땅함을 따라서 모든 세간을 깨닫게 하느니라.”
이때에 람비니 동산의 묘덕애경 숲차지신은 보살의 광대한 태어나는 광의 뜻을 거듭 설명하려고,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시방을 관찰하고 선재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높고 때 없고 깨끗한 마음
온갖 부처 다 뵙되 만족치 않고
오는 세상 끝나도록 공양하려 함은
지혜 밝은이의 태어나는 광
삼세의 온갖 세계 바다 가운데
살고 있는 중생들과 부처님들을
제도하고 공경하기 모두 원함을
이는 소문난 이가 태어나는 광
법 구름과 법 비 받아 싫음이 없고
삼세를 두루 보되 집착 없으며
몸과 마음 깨끗하기 허공 같으니
비길 데 없는 이의 태어나는 광
마음은 대자비한 바다에 놀고
높고 굳고 훌륭하기 수미산 같고
온갖 종류 아는 지혜 통달한 것은
이는 자재하신 이가 태어나는 광
사랑하는 큰마음은 시방을 덮고
때 없는 바라밀을 널리 행하며
법의 광명 여러 가지 중생 비치니
이는 웅장한 이의 태어나는 광
법의 성품 깨달아서 막힘이 없고
삼세의 부처님의 집에 태어나
법계에 들어가서 지혜 넓으니
이는 지혜 밝은이가 태어나는 광
법신이 깨끗하여 집착이 없고
시방 법계 한량없는 세계에 가서
부처님의 모든 힘을 죄다 이루니
헤아릴 수 없는 이의 태어나는 광
지혜 바다 들어가서 자재해지고
삼매 바다 머물러 모두 끝내고
일체지 방편문을 살펴보나니
참 지혜를 가진 이의 태어나는 광
여러 가지 세계들을 깨끗이 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성숙케 하고
부처님의 신력으로 장엄하나니
크게 소문난 이들이 태어나는 광
부처님의 법과 지혜 닦아 익히고
부처님의 지위까지 빨리 들어가
법계를 막힘없이 분명히 하니
부처님의 참된 아들 태어나는 광
“선남자여, 보살이 만일 이 열 가지 태어나는 광을 갖추면, 곧 여래의 집에 태어나서 모든 세간의 큰 등불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모든 보살들이 자재하게 태어나는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한량없는 세월을 지내오면서 신통으로 유희하여 보살의 걸림없는 경계를 나타내어 보였노라.”
2) 해탈문의 경계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숲차지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먼저 서원을 내어, 모든 보살들이 태어날 때에 내가 몸소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려 하였으며, 비로자나여래의 한량없고 광대한 태어나신 바다에 들어가려고 원하였으므로 이 원력으로 말미암아, 사바세계의 이 사천하에 있는 염부제의 가비라성 람비니에 내려오실 것을 기다린 지 1백 년을 지나 세존께서 도솔타천으로부터 내려오시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내려오시려 할 적에 이 숲 속에는 먼저 열 가지 장엄한 상서가 나타났느니라.
첫째는 이 숲 가운데 땅이 저절로 평탄하여져서 구렁이나 언덕이 없어지고, 둘째는 숲 속에 있던 가시나 자갈이나 부정한 것들이 모두 나타나지 아니하고 금강으로 땅이 되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 것이, 마치 환희원과 같아서 부드럽고 훌륭하고 아름다웠고, 셋째는 동산 안에 다시 보배로운 다라 나무가 있으니, 뿌리가 깊게 들어가 물 있는 짬[水際]까지 이르고, 차례로 줄을 지어 장엄하게 퍼졌으며, 넷째는 숲 가운데 다시 온갖 향의 광이 나타났으니,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짐대와 깃발과 일산과 보배로운 마니로 된 형상과 가지가지 향 나무가 그늘지고 장엄하여 천상 사람들의 향기보다도 더 훌륭하였으며, 다섯째는 숲 속에 다시 아름다운 화만과 보배 장엄거리가 간 데마다 가득하여 미묘하게 널렸으며, 여섯째는 숲 속의 여러 보배 나무에는 마니보배 꽃이 저절로 피어 꽃과 잎새 사이에서는 순금으로 된 부드러운 줄이 뻗어 나왔고, 일곱째는 숲 속에 있는 모든 못과 시내에서는 아름답고 깨끗한 꽃들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서 물 위에 가득하였으며, 여덟째는 이 사바세계에 있는 욕계·색계의 천왕들과 천룡과 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구반다 따위의 세간차지[世主]들이 모두 모여와서 합장하고 있었으며, 아홉째는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욕계의 천녀와 용녀와 야차의 여인과 건달바 등과 및 모든 세간차지 여인들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가지가지 공양거리를 받들고 필락차(畢洛叉) 나무를 향하여 공경하고 섰으며, 열째는 시방에 계신 부처님들이 모두 배꼽에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은 보살이 태어나는 가지가지 자재한 등불[菩薩受生種種自塡]이라, 숲 속의 여러 물건을 두루 비치었고, 낱낱 광명 속에는 부처님들이 태어날 때 있는 여러 가지 신통 변화가 나타났으며, 모든 보살의 태어나는 가지가지 공덕이 나타나고, 또 부처님의 가지가지 음성을 내어 중생들이 모두 듣고 보게 하였으니, 이것이 숲 속에 나타난 열 가지 상서였다. 이런 상서가 나타나매 모든 천왕과 세간차지들이 모두 보살께서 태어나실 줄을 알았으며, 나는 이 열 가지 상서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를 보고 즐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한량없이 뛰놀았다.
선남자여, 이때에 보살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가비라성에서 나와 이 숲으로 올 때에, 또 열 가지 광명과 상서를 나타내어 온갖 것을 비추며,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지를 얻게 하고, 법의 성품 광명이 빨리 자라서 기쁘고 사랑하게 하였다.
그 열 가지란, 이 숲에 있는 보배 누각과 향의 움과 향의 광에서 널리 광명을 놓아 시방의 모든 세계에 비치며, 또 숲 속의 여러 못에 피어 있는 연꽃에서 광명을 놓고 광명 속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여래의 진실한 법문을 연설하며, 또 시방 모든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낸 보살들로 하여금 모두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어 두루 가득하게 하였으며, 또 시방의 여러 부처 세계에 머무르고 있는 큰 보살들로 하여금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며,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서 온갖 바라밀을 닦아 행하여 원만하게 성취한 대보살들로 하여금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며,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서 큰 서원 바다에 머무른 대보살들로 하여금 자재하여 막힘이 없는 서원과 지혜의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며,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서 대비 바다에 머무른 대보살들로 하여금 모든 서원과 지혜의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며,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서 방편 바다에 머무른 대보살들로 하여금 가지가지로 중생을 조복하는 공교한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며,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 있는 대보살들로 하여금 진실한 경교(經敎) 지혜의 광명을 놓아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며,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 있는 큰 보살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이 자재하게 태어나서 출가하여 도를 이루는 지혜 광명을 놓아서 이 람비니 숲을 비추게 하였다. 이 열 가지 광명이 나타날 적에 온갖 중생의 컴컴한 무명을 두루 소멸시켰다.
선남자여, 이때에 마야부인이 열 가지 광명의 상서를 나타낸 뒤에, 필락차 나무 아래에서 보살을 탄생시키려 할 적에 다시 열 가지 엄청난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그 열 가지는 무엇인가. 선남자여, 보살께서 탄생하시려 할 적에 색계의 천왕과 천자들과 욕계의 여러 하늘과 채녀(采女)들과 모든 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모든 세간차지와 그 권속들이 공양하기 위하여 구름 같이 모여왔다.
이때에 마야부인의 몸매와 위덕이 훌륭하게 장엄되었고, 털구멍에서 한꺼번에 광명을 놓으니 등불 같고 햇빛 같고 황금덩이 같아서 삼천대천세계를 장애 없이 두루 비추었으며, 그 안에 있던 다른 광명들은 모두 가리워져서 나타나지 못하였고, 모든 중생들의 번뇌와 나쁜 갈래의 고통을 소멸하였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첫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이때에 마야부인의 뱃속에는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형상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 백억 사천하의 염부제 안에 있는 가지가지 도시에 각기 숲 동산이 있으니 이름이 제각기 같지 아니하며, 낱낱 숲 동산마다 마야부인이 제각기 나무 아래 계시는데, 모든 세간차지들과 그 권속들이 둘러 모시고 있었으며, 모두 보살께서 태어나시려는 헤아릴 수 없는 신통 변화의 모양을 나타내었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는 때의 둘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모든 털구멍마다 비로자나 세존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 적에,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던 일과 부처님의 법문 말씀하는 음성이 시방 모든 세계에 진동하는 것을 듣던 일이 모두 나타났으며, 그 나타나는 경계가 마치 밝은 거울과 맑은 물속에 허공과 해와 달과 별과 구름과 번개 따위의 모양이 나타나듯이 마야부인의 털구멍 속에 나타난 여래의 지난 세상에 행하던 신통 변화도 그와 같았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셋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모든 털구멍마다 낱낱이 여래께서 지난 세상 보살행 닦을 적에 계시던 모든 세계해와 모든 세계종과 세계의 자체와 세계의 형상과 세계 안에 있는 도시와 마을과 산·숲·강·바다·냇물·못, 그리고 제도한 중생과 지나온 세월과 나타났던 부처님과 들어갔던 세계와 몸을 받던 일과 살아가던 수명과 섬기던 선지식과 얻었던 법문과 닦던 행과 서원과 얻었던 증과와 처음 마음 낼 적부터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이르기까지에, 온갖 곳에서 태어날 적마다 마야부인이 어머니 되시던 일이 나타났으며, 이렇게 여래께서 지난 세상에 경험하던 모든 경계가 털구멍마다 분명하게 나타났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넷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낱낱 털구멍마다 여래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 적에 여러 곳에서 태어나던 가지가지 빛깔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위의와 가지가지 도구와 의복과 음식과 괴롭고 즐겁던 일이 하나하나 분명하게 나타나서 자세하게 볼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다섯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전신의 털구멍마다 낱낱이 세존께서 지난 세상 보시행을 닦을 적에 버리기 어려운 몸과 팔다리와 머리·눈·귀·코·입술·혀·이빨·피·살·뼈·골수·간·쓸개·창자·밥통·가죽·힘줄 등과 아내와 첩과 자식과 권속들을 버리던 일과 궁성과 보배와 금·은·유리·가패·패옥·영락·패물·의복·음식과 모든 물건을 버리던 일이 나타나며, 또 보시를 받던 이의 가지가지 처소와 형상과 음성을 보고 듣게 되었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여섯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그 때에 이 숲 속에는 지난 세상 여러 겁 동안에 여러 부처님들이 어머니의 태에 들 때의 가지가지 부처 세계와 가지가지 숲 동산과 장엄과 권속과 가지가지 짐대·가지가지 깃발·일산·화만·의복·바르는 향·가루향·마니보배 등과 가지가지 영락과 여러 가지 장엄거리와 가지가지 풍류와 노래하고 찬탄하는 아름다운 음성이 숲 가운데 가득하여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보고 듣게 하였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 일곱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몸속의 태장(胎藏) 안에서 보살이 사용할 마니보배로 된 궁전 누각이 나왔으니, 모든 천룡과 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인간의 임금들이 거처하는 궁전보다 훨씬 훌륭하며, 마니 그물이 위에 덮였고, 모든 하늘 사람·세간 사람의 형상이 새겨진 마니보배 장엄거리로 장식하였으며, 때 없는 좋은 향으로 쏘이어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온갖 것들이 숲 속에 가득하였으나, 제각각 달라서 서로 섞이지 아니하였으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여덟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의 뱃속에서 열 곱절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마하살이 나왔으니, 그 보살들의 형체와 얼굴과 몸매와 광명과 동작하는 위의와 신통과 권속이 모두 비로자나보살 등과 같으며, 모두 한꺼번에 여래를 찬탄하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아홉째 신통 변화니라.
또 선남자여, 마야부인이 보살을 탄생하려 할 때에 문득 그 앞에 금강제(金剛際)로부터 큰 연꽃이 나왔으니 이름은 모든 보배왕 장엄 광[一切寶王莊嚴藏]이라, 이길 수 없는 금강 마니왕 보배로 줄기가 되고, 중생의 그림자 마니왕 보배로 연밥이 되고, 가장 좋은 마니왕 보배로 꽃술이 되고 깨끗한 여의 보배로 꽃판이 되고,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잎새가 있는데 모두 마니보배로 이루었고, 두루 장엄한 데서 찬란한 빛이 흘러나오며, 마니보배 그물이 두루 덮였고, 부술 수 없는 금강 보배로 일산이 되어 위에 덮였는데 모든 천왕들이 받들고 있으며, 모든 용왕은 향 구름을 일으켜 향 비를 내리고 모든 하늘에서는 하늘 꽃과 장엄거리를 내리며, 모든 야차왕들은 공경하고 둘러섰으며 건달바왕들은 아름다운 소리로 보살이 지난 세상에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한 공덕을 노래하고, 아수라왕들은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허리 굽혀 공경하며 합장하고 예배하며, 가루라왕들은 보배 비단을 물고 허공을 장엄하였으며, 긴나라왕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보살의 공덕을 찬탄하고, 마후라가왕들은 즐거운 생각으로 큰 소리를 내어 노래하고 찬탄하며 온갖 보배 장엄 구름을 널리 내리니, 이것이 보살께서 탄생하려 할 때의 열째 신통 변화니라.
선남자여, 나는 마야부인이 이 숲에서 보살을 탄생하려고 나타내는 열 가지 신통한 모양과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공덕과 한량없는 광명을 보고 마음에 싫은 줄을 몰랐노라. 마야부인은 그러한 뒤에 오른 옆구리로 세존을 탄생시켰다. 마치 허공에 찬란한 해가 나타나듯, 높은 산꼭대기에 아름다운 구름이 일듯, 구름 속으로 번개 빛이 새어 나오듯, 캄캄한 밤에 큰 횃불을 밝히듯이, 보살이 어머니의 옆구리로 탄생하는 몸의 광명도 그러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은 이때에 온갖 법이 그림자 같고 영상 같고 꿈과 같고 환술과 같아서,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나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는 줄을 보이기 위하여 일부러 탄생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비로자나부처님께서 이 사천하의 염부제 람비니 동산에서 처음 탄생하시는 신통 변화를 뵈올 적에 역시 여래께서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사천하 염부제 람비니 동산에서 처음 탄생하시던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보았으며, 또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부처 세계에서도 보았고, 또 백 세계의 티끌 수 부처 세계에서와 내지 시방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부처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생하시던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보았으며, 또 시방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가지가지 한량없는 세계에서 낱낱이 처음 탄생하시던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보았으며, 이와 같이 잠깐 잠깐마다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시방의 온갖 법계에 있는 많은 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 있는 한량없는 세계에서, 처음 탄생하시던 때의 가지가지 신통 변화가 차례차례로 계속하여 끊이지 않음을 보았으며, 비록 잠깐 잠깐마다 가이없는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탄생하는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지만, 마음에 집착하지 아니하며 걸림도 없었느니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길상한 람비니 동산의 묘덕원만애경 숲차지신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어찌하여 마지막 몸[最後身]에 머무름에 있어 이 훌륭한 문벌에 태어나려 하나이까?”
숲차지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정각을 이루려고 마지막 몸에 머무름에 있어 모두 왕궁에 탄생하거나, 문벌이 훌륭한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나니, 왜냐 하면 가지가지 이익을 성취하고 나와 남을 조복하여 성숙케 하려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와 남을 이익케 함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하나는 달리 익는 인과 [異熟因果]요, 둘은 복덕 인과요, 셋은 지혜 인과이니라.
무엇이 달리 익는 인과인가. 이것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수명이 원만하고, 둘은 몸매가 원만하고, 셋은 문벌이 원만하고, 넷은 자재함이 원만하고, 다섯은 말의 믿음이 원만하고, 여섯은 세력이 원만하고, 일곱은 장부의 모양이 원만하고, 여덟은 용맹이 원만함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의 수명이 원만하다는 것은 목숨이 길어서 세상에 오래 사는 것이요, 보살의 몸매가 원만하다는 것은 형상이 단정하고 상호가 훌륭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음이요, 문벌이 원만하다는 것은 부귀한 찰제리나 바라문 집에 태어남이요, 자재함이 원만하다는 것은 부자가 되고 권속이 많아서 하는 일이 뜻대로 되고 사람들이 존대한 것이요, 말의 믿음이 원만하다는 것은 말하는 것이 진실하여 사람이 믿어 주고, 다투는 일을 처리함에 치우치는 마음이 없으며, 시비를 판결함에 저울로 다는 듯하고, 말과 행동이 어기지 아니하여 구함도 없고 아첨도 없는 것이요, 세력이 원만하다는 것은 명망이 멀리 퍼지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성품이 온화하여 폄하하고 칭찬하는 데 흔들리지 아니하며, 공교한 기술과 사업이 이보다 지날 이가 없으며, 대중 가운데 있음에 모두 존중함이요, 장부의 모양이 원만하다는 것은 대장부의 체격을 갖추어 흠잡을 데가 없음이요, 용맹이 원만하다는 것은 과보가 훌륭하여 몸에는 병이 없고 기운이 용맹하여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여덟 가지가 보살의 달리 익음이 원만함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어떻게 이 여덟 가지 달리 익는 원인을 닦는가. 보살이 중생에게 어여삐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어 죽이려는 마음이 없음은 수명이 원만하는 인(因)이요, 보살이 부처님이나 보살의 형상 앞에나 모든 캄캄한 곳에 빛을 보시하거나 가지가지 깨끗한 의복을 보시함은 몸매가 원만하는 인이요, 보살이 여러 종류들 가운데 있으면서 마음이 항상 겸손함은 문벌이 원만하는 인이요, 보살이 가난하고 고달픈 중생들에게 원하는 대로 보시하여 줌은 자재함이 원만하는 인이요, 보살이 항상 진실한 말과 화합하는 말과 부드러운 말과 변함 없는 말을 닦음은 말의 믿음이 원만하는 인이요, 보살이 오는 세상에서 가지가지 몸매와 훌륭한 공덕을 얻기 위하여 서원을 세우고 삼보와 선지식과 부모와 어른을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며 공경하려는 마음이 끊이지 않음은 세력이 원만하는 인이요, 보살이 마음으로 대장부의 몸매를 사랑하고 여인의 몸매는 항상 싫은 생각을 내며, 여색을 맹렬한 불길같이 두려워하고 장부의 몸에는 복덕이란 생각을 내며, 또한 다른 중생에게까지 여인의 몸을 여의고 장부의 몸을 좋아하라고 권하는 것은 장부의 모양이 원만하는 인이요, 만일 보살이 몸과 힘으로 중생에게 이바지하며, 도리에 마땅한 일에는 항상 도와주고, 스승이나 어른에게 다리를 주므르고 몸을 씻어 드리며 좋은 음식으로 굶주린 이에게 보시하여 배부르고 안락하고 몸이 튼튼하게 함은 용맹이 원만하는 인이니, 보살이 이와 같이 여덟 가지 달리 익는 원인을 닦으면 달리 익는 과보[異熟果]를 받느니라.
선남자여, 이 여덟 가지 달리 익는 인은, 또 세 가지 연으로 말미암아 자라는 것이며, 마침내 원만하고 장대한 이익과 훌륭하게 달리 익는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그 세 가지 연이란 하나는 깨끗한 마음이요, 둘은 깨끗한 행동이요, 셋은 깨끗한 경계니라. 만일 보살이 마음이 깨끗하여 지은 선근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깊고 깊은 한결같은 법계를 증득하는 데 회향하며, 엄청난 믿음이 순일하며, 부지런히 닦아 익히고 몸을 돌아보지 아니하며, 선지식으로 더불어 마음과 행동이 같고, 같은 법 닦는 이를 보고는 즐거운 마음을 내어 밤낮으로 생각하고 고대고대 순종하여 다닐 적에나 앉았을 적에 싫은 생각이 없으면 이것이 첫째 깨끗한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렇게 장대한 생각과 일으킨 선근을 항상 닦아 행하여 끊이지 아니하며 좋은 방편으로 모두 성취케 하되, 실행하지 못한 이는 실행케 하고 실행하는 이는 더욱 견고케 하면, 이것이 둘째 깨끗한 행을 행하는 것이니라. 만일 보살이 모든 행하는 경계에 대하여 마음이 깨끗하여 올바르게 일으키며 조화된 행동으로 꾸준히 구하여 끝가는 결과에 이르면, 이것이 셋째 깨끗한 경계에 나아가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무엇을 보살의 달리 익는 과보(果報)라 하는가. 보살의 수명이 구족하므로 오랜 세월에 끊임없이 닦아 익힌 선근이 쌓이고 자라서 오래오래 살면서 나와 남을 이익케 하나니 이것이 수명이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의 몸매가 단정하여 중생들이 사랑함으로, 모든 대중이 귀의하여 우러르며, 말하는 것을 듣기를 좋아하고 법을 듣고는 모두 따라서 행하나니 이것이 몸매가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의 문벌이 훌륭하므로 세상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며, 모든 중생이 보살의 가르침을 순종하여 부지런히 닦으며 옳지 못한 짓을 빨리 여의고 착한 일을 닦나니 이것이 보살의 문벌이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이 자재함이 원만하여 재물과 지위를 구족하였으며 가지가지 보배와 시중으로 중생에게 이바지하며, 요구하는 대로 만족케 하고 이렇게 거두어 준 뒤에 조복하여 성숙케 하나니, 이것이 자재함이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이 진실한 말을 이루었으므로 사랑스러운 말로 중생들을 거두어들이고 조복하여 성숙케 하며, 그들로 하여금 믿고 해탈케 하나니, 이것이 말의 믿음이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이 호화롭고 귀하여 자재하며 큰 세력이 있으므로 중생들로 하여금 덕화에 감동하여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하고, 존중하며 사랑하여 가르치는 말을 순종하고 거스리지 않게 하나니, 이것이 세력이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이 대장부의 모양을 구족하게 원만하였으므로, 모든 기관이 대장부의 모양을 구족하게 원만하였으므로, 모든 기관이 충실하여 부족함이 없고 훌륭한 공덕을 성취할 재목이 되어, 꾸준히 일체지의 경계를 구하며 공포가 없고 장애가 없는 행을 얻으며, 모든 중생을 널리 이익케 하고, 하는 일이 뜻대로 되어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세간 사람들이 감히 시비하지 못하나니, 이것이 대장부의 모양을 구족히 원만한 결과니라. 또 보살이 용맹을 성취하였으므로 온갖 착한 법을 모으고 중생의 세계를 안락하게 성취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지혜와 신통을 이루나니, 이것이 용맹이 원만한 결과니라. 이런 것을 달리 익는 인과라 하느니라.
무엇을 복덕 인과라 하며, 지혜 인과라 하는가. 보시하는 바라밀과 계행 가지는 바라밀과 욕을 참는 바라밀은 복덕이라 하고, 반야바라밀은 지혜라 하며, 정진하고 선정 닦는 것은 복덕이라고도 하고 지혜라고도 하나니, 정진으로 말미암아 보시와 계행과 참는 것과 한량없는 자비들을 닦으면 복덕이라 하고 정진으로 말미암아 듣고[聞] 생각하고[思] 닦는[修] 일을 일으키면 지혜라 하며, 또 정진으로 말미암아 온(薀)의 방편과 처(處)의 방편과 계(界)의 방편과 반연하여 일어나는[緣起] 방편과 옳은 곳과 그른 곳의 방편을 닦아서, 사제(四諦)와 착하고 착하지 못한 법을 분명히 알며, 번뇌의 크고 작음과 선하고 나쁜 일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지혜라 하느니라.
또 만일 선정으로 말미암아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닦으면 그것은 복덕이라 하고, 선정으로 말미암아 반야와 모든 방편을 닦으면 그것은 지혜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온갖 중생을 크게 이롭게 하며, 모든 부처 세계의 대중 가운데서 우두머리가 되어 부처님들을 따라서 법 수레를 운전하며, 자기도 조복하고 다른 중생들도 조복하여 일체지의 길에 빨리 들어가게 하나니, 보살이 이러한 가지가지 훌륭한 인과를 성취하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느니라.”
3) 해탈문을 얻던 인연
그 때에 선재동자는 숲차지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면 거룩하신 이께서 이 해탈문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숲차지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1억 세계의 티끌 수 겁 전, 또 그만한 겁 전에 한 세계가 있었으니 이름은 넓은 보배[普寶]요 겁의 이름은 즐거움[悅樂]이었다. 80억 나유타 부처님이 나셨으며, 그 첫 부처님 이름은 자재한 공덕 이길 이 없는 짐대[自在功德無能勝幢]로서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하였다. 그 세계에 한 사천하가 있었으니 이름은 가지가지 장엄 광명[種種莊嚴光明]이요, 그 염부제 안에 한 왕도가 있었으니 이름이 깨끗한 장엄 수미 짐대[淸淨莊嚴須彌幢]요, 임금의 이름은 보배 광명 불꽃 눈[寶光眼]이었으며, 그 임금의 첫 부인의 이름은 큰 불꽃 자재하고 즐거운 광명[大自在歡喜光]이었다. 이 세계의 염부제에서 마야부인이 비로자나여래의 어머니가 되듯이, 저 가지가지 장엄 광명 세계의 염부제에서는 큰 불꽃 자재하고 즐거운 광명 부인이 처음 나신 자재한 공덕 이길 이 없는 짐대 여래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즐거운 광명 부인이 저 보살을 탄생하려 할 때에, 20억 나유타 궁녀들이 앞뒤로 시위하고 원만하고 넓은 금꽃 동산에 나아가서, 여러 가지 헤아릴 수 없는 보살께서 탄생하려는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그 동산에 누각이 있었는데, 이름이 깨끗한 보배 봉우리[淸淨妙寶峯]요, 큰 나무 이름은 온갖 보시[一切施]였다. 그 부인이 오른손으로 그 나뭇가지를 붙들고 오른 옆구리로 보살을 탄생하니, 모든 하늘들은 향수를 받들어 목욕시키고 세간차지들은 여러 가지 공양을 마련하였다. 그 때에 때 없는 빛[無垢光]이라 하는 유모가 곁에 모시었더니, 하늘 사람은 보살을 받들어 유모에게 주었고, 유모는 보살을 안고 기뻐하면서, 즉시에 보살의 넓은 눈 경계[普眼境界] 삼매를 얻었다. 이 삼매를 얻었으므로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었으며, 또 온갖 곳에 자재하게 태어나는 해탈문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처음 태에 들 적에 식(識)이 빠르고 걸림이 없는 것같이 이 삼매를 얻었으므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이 본래의 원력을 의지하여 태어나는 신통 변화를 빨리 보는 것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선남자여, 그 때의 때 없는 빛 유모는 다른 이가 아니라 나였고, 20억 나유타 궁녀는 지금 이 숲 속에 있는 나의 권속인 20억 나유타 숲차지 여신(女神)이요, 큰 불꽃 자재하고 즐거운 광명 부인은 지금의 마야부인이고, 보배 광명 불꽃 눈 대왕은 지금의 정반왕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잠깐 잠깐마다 비로자나보살이 자재하게 태어나는 큰 신통 변화 바다를 항상 보노라. 선남자여, 비로자나 세존께서 생각 생각마다 이 사바세계와 이 세계의 낱낱 티끌 가운데서 본래의 원력을 의지하여 자재하게 태어나는 신통 변화 바다를 보는 것같이, 시방의 온갖 세계에 있는 세계와 그 티끌 속에서 부처님이 일부러 태어나는 자재한 신통 변화를 보며, 또 지금 세상에서 보는 것같이, 여래께서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시방 세계와 그 세계들의 낱낱 티끌 속에서 일부러 태어나는 자재한 신통 변화도 보느니라.
선남자여, 지금 부처님 비로자나께서 여러 곳에서 태어나는 자재한 신통 변화를 보듯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각각 본래의 원력에 의지하여 온갖 곳에서 앞세상 뒷세상이 다하도록 그러한 많은 세계와 그 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온갖 세계에서 일부러 태어나는 자재한 신통 변화를 뵈옵고, 모두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며, 그 부처님들의 운전하는 법 수레를 듣고 모두 받아 지니며, 따라서 깨닫노라.”
이때에 묘위덕 숲차지신이 이 해탈문의 뜻을 다시 펴려고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장하도다, 그대가 나에게 물은
훌륭하고 알지 못할 부처님 경계
존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어
내가 지금 하는 말을 자세히 들으라.
일억 세계 티끌 수 겁 그 갑절 전에
오랜 옛적 겁 이름이 즐거움인데
80억 나유타의 많은 부처님
그 겁 동안 계속하여 나타나시니
맨 처음 나신 이는 자재한 공덕
이길 이 없는 짐대 부처님인데
나는 그 때 원만한 금꽃 동산서
그 부처님 탄생함을 몸소 뵈었네.
그 때 나는 때 없는 빛 유모가 되어
부처님 나시는 데 모시었는데
하늘들이 보살 아기 내게 안기니
금빛 광명 훌륭하기 비길 데 없어
내가 그 때 보살 아기 받들어 안고
살폈으나 정수리는 볼 수 없었고
좌우로 크신 몸이 가이없으며
원만한 모든 몸매 알 수가 없어
때 없는 보살 아기 깨끗하온 몸
훌륭한 좋은 신수 장엄한 모양
순금으로 만든 불상 같기도 하여
반가이 깨끗한 맘 처음 내었고
부처님의 그지없는 모든 공덕과
한량없는 복 바다를 생각하오며
짝이 없는 크신 신통 처음 뵈옵고
크고 넓은 보리 마음 내었습니다.
부처님의 온갖 공덕 모두 배우고
여러 가지 큰 서원을 모두 늘리고
티끌 같은 모든 세계 깨끗이 하고
험악한 모든 갈래 없이 하려오.
시방세계 간 데마다 여러 나라에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해탈 법문 구하려고 행을 닦아서
중생들의 온갖 고통 없애렵니다.
나는 그 때 들은 법문 받아 지니어
헤아릴 수가 없는 해탈문 얻고
일억 세계 티끌처럼 오랜 겁 동안
보살의 깨끗한 행 갖추 닦았네.
오랜 세월 나타나는 많은 부처님
차례차례 내가 모두 공양하면서
묘한 법문 듣자옵고 닦아 행하여
이러한 해탈문을 장엄하였고
일억 세계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
차례차례 나타나는 여러 부처님
법을 듣고 들은 대로 닦아 행하여
이 해탈문 점점 더욱 깨끗해지고
온갖 세계 티끌 속에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나타나는 모든 부처님
하나하나 모든 세계 장엄하심을
한 생각에 내가 모두 다 알았으며
저런 세계 태어나는 여러 부처님
동산에서 처음으로 탄생하실 제
잠깐잠깐 나타내는 자재한 신통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내가 보았네.
내가 보니 일억 세계 모든 보살들
가장 높은 부처님의 보리 구하며
정각을 이루려고 도솔천궁서
훌륭한 여러 경계 나타내시며
한량없이 많은 세계 모든 부처님
탄생하려 신통 변화 나타나실 제
부처님을 둘러앉은 모든 대중에
묘한 법문 말씀하여 깨닫게 하네.
일억 세계 티끌 수의 모든 보살들
출가하여 도량에서 마군 항복코
가지가지 부처 경계 나타내심을
나는 지금 한 생각에 모두 보오며
온갖 세계 티끌 속의 많은 부처님
성불하고 모든 방편 나타내시며
여러 중생 받는 고통 구제하심을
나는 지금 한 생각에 모두 보오며
내가 보니 모든 세계 티끌 속에서
부처님들 법 수레를 운전하실 제
미묘하고 그지없는 음성을 내어
끝이 없는 감로 법문 말씀하시며
일억 세계 티끌처럼 많은 세계에
세계마다 부처님이 탄생하시어
법문을 연설하고 열반에 드심
내가 항상 보면서도 집착이 없어
이렇게 한량없는 모든 세계서
부처님들 처음으로 탄생하시는데
내가 모두 나아가서 공양하지만
이내 몸은 나누인 적 한 번도 없네.
헤아릴 수 없는 세계 모든 갈래에
한량없는 가지각색 많은 중생들
방편으로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
큰 법비를 내리시어 깨닫게 하네.
훌륭하고 헤아릴 수 없는 해탈문
이 법문을 내가 모두 밝히 알지만
한량없는 천겁 만겁 세월을 두고
칭찬하여 말하여도 다할 수 없어.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이 한량없는 세월에 한량없는 곳에서 마음대로 태어나며 자재하게 신통 변화하는 이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이 잠깐 동안의 한 생각으로써 모든 겁에 태어나는 광을 삼아서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열어 보여 깨닫게 하며, 좋은 방편으로 여러 곳에서 태어나며, 항상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원하며, 꾸준히 정진하여 마침내 부처님 법이 앞에 나타나며, 여러 갈래에 몸을 받음이 마치 그림자가 나타나는 듯, 부처님들 계신 데마다 나타나서 연꽃 자리에 앉으며, 교화할 만함을 따라 중생을 성숙하며, 많은 세간에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지혜가 원만하여 걸림이 없으며, 모든 삼매에 모두 자재하며, 정각을 이루고 법문을 연설하며, 깊고 묘하여 막힘없는 법계에 증득하여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마음을 알고, 모든 공덕을 열어 보이며, 마음의 넓고 크고 자재한 힘을 일으키며, 모든 마군과 원수들을 항복 받는 지혜를 얻으며, 모든 여래의 경계를 순종하며,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색신을 나타내는 보살의 지혜와 공덕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가비라성이 있고, 거기에 석가 종족의 여인이 있으니, 이름은 구파(瞿波)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나고 죽는 속에서 중생을 성숙시키며, 보살의 행을 행하는가라고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람비니 숲차지신에게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49. 석종녀 구파를 찾다
1) 선지식에게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람비니 숲으로부터 가비라성을 향하면서, 저 숲차지신이 얻은 바, 부처님들이 태어나며 자재하게 신통 변화하는[諸佛受生自在神變] 보살의 해탈문을 관찰하여, 생각하고 닦고 늘리고 넓히고 순종하며, 깨닫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다. 점점 나아가 보살이 모이어 법계의 그림자를 두루 나타내는 광명[普現法界影像光明] 궁전에 이르니, 그 궁전차지신의 이름은 근심 없는 공덕[無憂德]인데 1만 궁전차지신을 데리고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시었습니다. 장부여, 큰 지혜가 있고 용맹하여 두려움이 없으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이 태어나는 신통 변화의 자재한 해탈을 닦았으며, 항상 광대한 서원을 버리지 아니하고 모든 법의 경계를 잘 관찰하며, 마음은 항상 위없는 법성(法城)에 머물러 깨끗하고 묘한 법의 궁전에 들어가며, 한량없이 좋은 방편을 보이어 중생을 조복하여 깨닫게 하며, 여래의 공덕 바다를 성취하여 부처님의 그지없이 묘한 변재를 얻으며, 중생에 따라 막힘없는 지혜 바퀴를 운전하여 즐겁게 서원을 더하게 하며, 일체지의 길로 회향하여 나아가게 하나이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깊은 행을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며 위의가 고요하여 때가 없으니, 오래지 아니하여 여래의 위없이 깨끗하고 가장 훌륭한 몸과 말과 뜻의 업을 얻어, 모든 잘생긴 몸매로 몸을 장엄할 것이며, 십력과 지혜 광명이 마음을 맑히어 세간에 다니면서 큰 빛을 지을 줄 아나이다. 또 내가 보기에 당신의 용맹하게 정진함을 저괴(沮壞)할 수 없으니, 오래지 아니하여 삼세의 부처님을 보고 몸매가 원만함을 얻을 것이며, 부처님들의 말씀하시는 법문을 듣고 모든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즐거움을 받을 것이며, 여래의 경계에 깨달아 들어가리이다.
그 이유를 말하면, 당신은 이미 선지식을 보고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그 가르침을 순종하고 그 공덕을 생각하며 닦아 행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여, 근심이 없고 번뇌가 없고 게으르지 아니하고 물러가지 아니하여 장애가 없으며, 모든 세간의 하늘이나 사람이나 마군이나 범천들이 장난을 하지 못하리니, 오래지 아니하여 위없는 보리를 이룰 것이며, 또 중생들로 하여금 정각을 증득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지금 말씀한 여러 가지 공덕을 내가 모두 얻으리라 하오나, 나는 바라건대 중생들의 뜨거운 번뇌를 영원히 쉬게 하고, 중생들의 착하지 못한 업을 없애 버리고, 중생들에게 위없는 안락을 주어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한 행을 닦게 하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중생들의 마음이 항상 산란하여 번뇌를 일으키고 나쁜 업을 짓고, 업을 따라서 나쁜 갈래에 떨어져 헤매면서 캄캄한 밤중에 몸과 마음에 온갖 고통을 받으므로 보살이 보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마치 어떤 사람이 외아들을 두고 사랑하는 정이 지극하였는데, 뜻밖에 나쁜 사람에게 팔다리를 상해당하는 것을 본다면 절통한 마음을 참을 수 없는 것과 같으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나쁜 업을 짓고 삼악취(三惡趣)에 떨어져서 가지가지 고통 받는 것을 보면 마음이 크게 괴로워서 참을 수 없으며, 만일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로 선한 일을 행하고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쾌락을 받는 것을 보면 매우 즐거워하나이다.
왜냐 하면, 보살은 자기를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일체지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는 데서 가지가지 안락을 탐함이 아닌 까닭이며, 다섯 가지 욕락을 탐함이 아닌 까닭이며, 욕계의 권속들이 사랑하고 장엄하는 낙을 구함이 아닌 까닭이며, 또는 잘못된 생각·잘못된 마음·잘못된 소견과 여러 가지 번뇌와 애정과 소견의 힘에 끌리지 아니하며, 중생들의 은정에도 속박되지 아니하며, 모든 선정의 낙에 맛들인 것도 아니며, 또 가지가지 장애에 염증을 내고 나고 죽는 자리에 물러가서 헤매는 것도 아니며, 보살은 다만 중생들이 나고 죽는 바다에서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고, 그들을 거두어서 하루 바삐 나고 죽는 바다에서 건지려는 것이며, 비장한 원력으로 가지가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부지런히 행하여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리고 고통 바다에서 뛰어나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려 하나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여래의 일체지지를 구하며,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물들고 깨끗하지 못한 세계를 보고는 모든 부처 세계를 청정하게 장엄하며, 중생들의 가지가지 이름과 모양이 진실치 아니함을 보고는 모두 깨끗한 법신을 얻게 하며,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더러움을 보고는 세 가지 업을 깨끗이 장엄하게 하며, 중생들의 마음의 움직임이 구비하지 못함을 보고는 모두 깨끗하고 구족하게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중생에게 대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깊고 두터워 여러 가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행하면서 끝없는 세월에 고달픈 마음이 없이, 여러 가지 행하는 일을 모두 성취하는 것이 마치 부모와 같고, 유모와 같고, 땅과 같고, 물과 같고, 불과 같고, 바람과 같고, 허공과 같고, 해와 같고, 달과 같고, 큰 바다와 같고, 함께 난 천신[同生天]과 같아서 가지가지 원만한 이익을 내나이다.
어찌하여 보살이 부모와 같다 하는가 하면, 보리심을 잘 이루는 까닭입니다. 어찌하여 보살이 유모와 같다 하는가 하면, 보살의 도를 이루게 하는 까닭입니다. 어찌하여 보살이 땅과 같다 하는가 하면 땅에는 열 가지 일이 있나니 그 열 가지란, 마치 땅이 넓고 한량이 없어 모든 일과 물건을 두루 성취하는 것같이, 보살도 한량없고 엄청난 복과 지혜와 공덕을 성취하며, 또 땅이 세간에서 살아갈 가지가지 물건을 내어서 중생들이 의지하여 있는 것같이 보살은 세간에서 뛰어나는 공덕과 재물을 내나니 이른바 보시와 계행과 참는 일과 정진함과 선정과 지혜와 보리분(菩提分) 등 묘한 법들을 내어 중생의 공덕과 지혜를 기르는 것이며, 또 땅이 평등하게 이익케 하여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고 분별도 없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원수나 친한 이나 미워하고 사랑함이 없어 두 가지 생각이 없는 것이며, 또 땅이 구름에서 내리는 한량없는 비를 모두 받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여래의 법 구름에서 내리는 비를 모두 받는 것입니다.
또 땅에는 온갖 중생들이 의지하여 사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모든 중생의 세간락(世間樂)과 세간에 뛰어나는 가지가지 낙의 의지가 되는 것이며, 또 땅에는 모든 종자가 의지하여 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모든 중생의 선한 법의 종자가 의지하여 나는 것이며, 또 땅에서는 여러 가지 보배와 보배 그릇을 내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중생들의 가지가지 법의 그릇과 공덕 보배를 내는 것이며, 또 땅에서는 모든 약을 내어 중생의 병을 치료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대자대비로 법약을 내어 가지가지 번뇌 병을 없애는 것이며, 또 땅은 여러 가지 독한 벌레나 독사 따위가 건드려도 꼼짝도 하지 않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몸 안과 몸 밖의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몸과 마음을 시끄럽게 하여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며, 또 땅은 천둥이나 용왕의 외침이나 가지가지 사나운 소리에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고 듣는 흔적도 없는 것같이, 보살도 마군이나 외도들의 가지가지 나쁜 소리에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근심도 없고 공포도 없으며 듣는다는 생각도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의 열 가지 공덕을 구족하여 원만한 것이 마치 땅이 자재하게 성취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보살이 물과 같다 함은 마치 물이 모든 약초와 숲과 큰 나무를 내고 자라게 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삼매의 물로 모든 보리에 나아가는 법[菩提分法]인 가지가지 약풀을 내며, 복덕과 지혜의 나무를 자라게 하여 위없는 보리의 열매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불과 같다 함은 마치 불이 모든 부정한 물건을 태우며, 땅에 있는 초목과 숲을 태우듯이 보살도 가지가지 지혜 불로써 중생들의 번뇌와 수면과 버릇과 부정한 허물을 태우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바람과 같다 함은 마치 바람이 모양도 없고 머무는 곳도 없고 의지한 데도 없고 붙은 데도 없지만, 모든 세계의 물과 육지와 허공에 있는 모든 궁전과 수미산 따위의 크고 작은 온갖 산을 이룩함을 일체의 사람이 보지 못하듯이, 보살마하살도 모든 곳에 의지하거나 고집함이 없지만 온(蘊)·처(處)·계(界) 등 보살의 공덕을 이룩함을 모든 세간과 성문과 연각들이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허공과 같다 함은, 마치 허공은 자체가 막히는 것이 아니어서 온갖 법이 의지하여 성취하듯이, 보살마하살도 근본 성품이 걸림이 없어 모든 선한 법[白法]이 의지하여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달과 같다 함은 달은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차츰차츰 살아나서 둥글게 되듯이, 보살마하살도 처음 마음을 낼 때부터 모든 깨끗한 법이 차츰차츰 자라서 마침내 부처를 이루어 보리도량에 앉으면 온갖 공덕이 구족하게 원만하기 때문입니다. 해와 같다 함은, 해가 뜰 적에는 모든 캄캄한 것이 모두 없어지듯이, 보살의 지혜의 해도 이와 같아서 나타날 적에는 중생들의 어두운 무명이 모두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바다와 같다 함은, 바다에서 모든 보배를 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듯이, 보살마하살도 복덕 지혜의 바다로부터 모든 공덕과 지혜의 보배를 내어 중생을 이익케 함이 끝없기 때문입니다. 함께 난 천신과 같다 함은 마치 두 천신이 사람과 함께 나서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 그림자가 형상을 따라 서로 떠나지 아니하듯이, 보살마하살도 항상 중생을 따르며 내지 나쁜 갈래와 험악한 곳에 이르러서도 따라다니며 보호하여 떨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에게 사공이 되나니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게 하는 까닭이며, 귀의할 곳이 되나니 마군과 번뇌의 공포를 여의게 하는 까닭이며, 믿고 의지할 데가 되나니 뜨거운 번뇌를 없애고 서늘함을 얻게 하는 까닭이며, 큰 나루가 되나니 중생을 인도하여 법 바다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바다의 길잡이가 되나니 부처님 법의 보배 섬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깨끗한 연꽃이 되나니 부처님의 공덕 마음을 피게 하는 까닭이며, 장엄거리가 되나니 복과 지혜의 광명으로 항상 장엄하는 까닭이며, 사랑할 만하니 보현보살의 청정한 삼업을 이루어 모두 단정한 까닭이며, 소중히 여길 만하니 부지런히 나쁜 짓을 여의게 하는 까닭이며, 보현행이 되나니 미묘하고 원만한 자체를 이루게 하는 까닭이며, 보기 좋은 것이 되나니 좋아함을 따라 모두 나타내는 까닭이며, 큰 광명이 되나니 지혜 광명의 불꽃을 널리 놓는 까닭이며, 밝은 등불이 되나니 가지가지 법을 비추어 모두 통달하게 하는 까닭이며, 밝게 비침이 되나니 보리심을 깨끗하게 하는 까닭이며, 용맹한 대장이 되나니 모든 마군의 업을 부수는 까닭이며, 햇빛 구슬이 되나니 지혜 불꽃 광명 그물을 놓는 까닭이며, 달빛 구슬이 되나니 법계에 가득하게 서늘한 빛을 놓은 까닭이며, 큰 구름이 되나니 온갖 감로 법 비를 내리는 까닭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이렇게 행을 닦을 적에 중생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진실한 법의 즐거움을 구족히 이루게 하나이다.”
이때에 근심 없는 공덕 신이 1만의 권속 신들과 함께 큰길 곁에서 선재동자의 보리심 내던 이야기를 듣고 희한한 생각을 내어 기뻐 뛰놀면서 천상의 것보다 뛰어나는 훌륭한 화만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보배 장엄거리로써 선재동자의 위에 흩고 따라서 돌고 보살의 궁전에 들어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들을 위하여서
정각 이룰 맘 냈으니
끝이 없는 겁 동산에
세상 등불 되오리라.
한량없는 억만 년에
당신 보기 어렵더니
지혜 햇빛 지금 나서
온 세상을 비추네.
캄캄한 무명 속에
덮여 있는 중생 보고
자비하온 맘을 내어
스승 없는 도를 찾네.
당신의 깨끗한 맘
부처 공덕 구하려고
선지식을 섬기노라.
몸과 생명 안 돌보고
당신 마음 이 세상에
의지 없고 집착 없고
조금도 때가 없어
깨끗하기 허공 같고
묘한 지혜 행을 닦고
공덕 수레 운전하며
큰 지혜의 광명 놓아
끝없는 곳 비추며
이 세간을 떠나잖고
세간 일에 집착 않고
허공중에 바람같이
걸림없이 잘 다니네.
보리도에 향한 행실
용맹하여 안 굽히니
겁말(劫末)의 불과 같아
아무도 끌 이 없고
사자처럼 두려움 없고
금강같이 견고하며
당신 지혜 그러하니
흔들이가 그 누구랴.
시방 법계 많은 세계
부처님의 온갖 법문
선지식을 섬겼을새
속속들이 들어가네.
이때에 근심 없는 공덕 신은 게송으로 선재동자의 공덕을 칭찬하고, 바른 법을 들으려고 선재동자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잠깐도 떠나지 아니하였다.
선재동자는 법계의 그림자를 두루 나타내는 광명 궁전에 들어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석녀(釋女) 구파는 대청 안에 있었는데, 모든 보살들이 많이 모인 가운데서 모든 궁전의 그림자를 되비쳐내는 마니보배 연꽃 사자좌에 앉아, 팔만 사천 채녀(采女)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 채녀들은 모두 석가씨 문중에 태어난 이들로서 모두 지난 세상 보살행을 닦을 적에 보살의 모든 선근을 함께 심었다.
보시와 사랑스러운 말과 이롭게 하는 행과 일을 함께하는 것으로 여러 중생을 거두어 주며, 일체지의 경계가 항상 앞에 나타나고, 가지가지 부처님 보리의 행을 이미 모아 쌓았고, 언제나 평등하고 그지없고 불쌍히 여기는 큰마음에 머물러 있으면서 중생들을 외아들처럼 거두어 주며,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넓고 깨끗하여 모든 중생을 모두 따라 주며,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방편을 닦았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었으며, 보살의 바라밀에 깊이 들어가 보살이 배우던 것을 모두 닦았으며, 마음에는 언제나 허망한 생각과 집착이 없고,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고 바른 법을 좋아하며, 비록 세상에 다니더라도 마음이 항상 깨끗하며, 한결같은 법계를 부지런히 관찰하여 살바야 도를 빨리 구하며, 번뇌의 모든 그물을 여의고 걱정 근심에서 뛰어났으며, 깨끗한 법신을 얻었으나 한량없는 화신을 나타내어 모든 세간을 조복하고 성숙하며, 깊고 깊은 공덕 바다를 성취하여 보현행으로 생겨났으며, 용맹한 힘을 빨리 늘리어 지혜 등불이 원만하게 비치는 이들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앞으로 나아가 석가아씨 구파에게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생사 속에 있으면서 나고 죽는 걱정에 부딪치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법의 성품을 알아서 성문이나 벽지불 자리에 머물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자리에 있으면서도 보살의 자리에 두루 들어가오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가지가지 경계에 들어가오며, 보살이 어떻게 세간을 초월하고서도 세간의 법을 이룩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법신을 증득하고도 가지가지 색신을 나타내며, 보살이 어떻게 모양 없는 법을 얻고도 중생을 따라서 여러 가지 모양을 나타내며, 보살이 어떻게 법이 말할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문을 말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중생이 공한 줄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사업을 버리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줄을 알면서 부지런히 공양하여 물러가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모든 환술 같은 경계를 뛰어나고도 항상 환술 같은 지혜로 중생을 조복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 같은 줄 믿으면서 끝이 없는 방편 지혜를 성취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온갖 법이 집착할 것 없음을 알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모든 행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는 줄 알면서 선한 일 행하기를 쉬지 아니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2) 보살의 행과 해탈문의 경계
구파는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여. 그대가 지금 보살이 닦는 행의 성품과 지혜의 모양을 묻거니와,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닦을 수 있는 이라야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느니라. 그대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부처님의 위엄과 신통의 힘을 받들어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아 익히면 인다라(因陀羅) 그물 같은 지혜의 광명 짐대 보살의 행을 성취할 수 있느니라. 그 열 가지 법이란, 하나는 선지식을 의지하는 것, 둘은 광대한 믿음과 알음알이를 얻는 것, 셋은 깨끗한 욕망을 일으키는 것, 넷은 많은 복과 지혜를 모으는 것, 다섯은 부처님께 바른 법을 듣는 것, 여섯은 삼세의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는 것, 일곱은 보살의 행을 함께 닦는 것, 여덟은 부처님들의 염려하여 보호함을 얻는 것, 아홉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서원이 모두 깨끗한 것, 열은 지혜의 힘으로 나고 죽는 일을 끊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지혜의 광명 짐대 보살의 행을 성취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면 곧 용맹하게 나아가 물러가지 아니하며, 넓고 크고 평등하고 다함이 없는 부처님 법을 닦아 익히며 나게 하리라. 불자여, 보살은 다시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섬기어 항상 즐겁게 하나니, 그 열 가지란 것은, 하나는 몸과 목숨과 재물을 아끼지 않고, 둘은 세간의 살림하는 도구를 탐내지 않고, 셋은 온갖 법의 성품이 평등함을 알고, 넷은 모든 지혜와 서원을 버리지 않고, 다섯은 실상의 법계를 관찰하기 좋아하고, 여섯은 모든 생멸하는 바다에 염증을 내지 않고, 일곱은 법이 머무는 데 없음이 허공과 같은 줄을 알고, 여덟은 거리낄 것 없는 보살의 서원을 세우고, 아홉은 모든 세계에 몸을 나타냄이고, 열은 보살의 막힘없는 지혜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 열 가지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어 즐겁게 하면, 행하는 것이 거스리지 아니하여 일체지에 이르리라.”
그 때에 석가녀 구파는 이 뜻을 다시 펴려 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혜 얻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
간 데마다 선지식을 모두 섬기며
정직하고 착한 마음 부지런하니
이런 행을 세상에서 인다라 그물
좋은 지혜 넓고 크고 깨끗하여서
허공처럼 삼세의 많은 세계와
부처님과 중생에게 널리 드나니
이를 일러 지혜 광명 짐대 행이라.
뜻과 행이 넓고 크기 허공과 같고
물 안 들고 고요하여 끝간 데 없어
부처님들 계신 데서 공덕 닦으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몸 구름의 행.
보살이 일체지와
헤아릴 수 없는 공덕 쌓아 모으고
복과 덕과 지혜 몸을 깨끗이 하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집착 없는 행.
시방세계 부처님 계신 곳에서
바른 법문 얻어 듣기 싫증 안 내고
듣는 대로 지혜 생겨 등불이 되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잘 비치는 행.
열 방위와 삼세의 모든 부처님
잠시라도 빼지 않고 모두 모시고
언제든지 여의잖고 생각하나니
이를 일러 보리에의 서원과 수행.
온갖 세계 부처님께 모두 나아가
보살들의 방편 바다 함께 닦으며
삼매의 서원 바다 가이없으니
이런 행을 세상에서 인다라 그물.
여러 세계 부처님의 가지(加持)를 얻고
간 데마다 보현의 도 닦아 행하기
오는 세상 끝나도록 다함없으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몸 나누는[分身] 행.
중생들이 모든 고통 받음을 보고
대자대비 일으키고 세상에 나서
법의 광명 연설하여 어둠 없애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지혜 햇빛 행
중생들이 나쁜 갈래 헤맴을 보고
가이없는 법 수레를 두루 모아서
나고 죽는 흐린 물결 끊게 하나니
이를 일러 보현보살 행을 닦는 것.
이와 같은 열 가지 법 닦아 행하면
한량없는 중생 앞에 모두 나타나
나고 죽는 여러 갈래 두루 다니며
여러 종류 중생들을 건져내오리.
대자대비 방편 지혜 모든 행으로
가지가지 장엄한 몸 나타내고서
중생들의 마음 따라 법문을 연설
모두 다 보리길로 가게 하리라.
이때에 석가녀 구파는 이 게송을 마치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보살의 삼매 경계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에 들고서는 이 사바세계에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나서부터 낱낱 겁 가운데 있던 중생들의 가지가지 종류 형상과 착한 일을 하고 나쁜 일을 하는 것과 여기서 죽고 저기서 나면서 모든 갈래에서 과보를 받는 것과 선정과 해탈과 평등하게 지니고 평등하게 이르는 것을 알며, 혹은 벗어나는 것, 혹은 벗어나지 못하는 것, 바른 결정과 잘못된 결정과 결정되지 못한 것이 있으며, 혹은 번뇌와 함께 한 선근과 번뇌와 함께하지 않는 선근도 있고, 구족한 선근과 구족하지 못한 선근도 있으며, 혹은 선하지 못한 근에 잡히는 선근도 있고 선근에 잡힌 선하지 못한 근도 있나니, 이와 같이 모든 선한 법과 선하지 못한 법을 내가 모두 분명히 알고 의심이 없노라.
또 그 겁 가운데서 여러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던 가지가지 이름과 계속하신 차례를 내가 모두 알며, 또 저 낱낱 부처님 세존이 처음 마음을 내어 일체지를 구할 적부터 세우던 온갖 서원 바다와 섬기신 선지식들과 공양한 모든 부처님들과, 행하던 보살행들과 장엄한 부처 세계들과 원만한 부처님 공덕 바다와 탄생하여 정각을 이루던 일들과 나타내던 큰 신통 바다와 방편으로 법 수레를 운전한 일들과, 중생들을 조복하던 일 등을 내가 모두 분명히 알아 걸림이 없으며, 또 저 부처님 회상에 모인 대중의 차별을 알고, 그 대중에서 어떤 이는 성문법을 의지하여 벗어남을 얻은 것과 그 성문들이 지나간 세상에서 익힌 모든 선근과 받아 지닌 성문법과 얻은 지혜들을 내가 모두 분명하게 알며, 그 대중에서 어떤 이는 독각법을 의지하여 벗어남을 얻은 것과 그 독각들이 익힌 선근과 증득한 독각의 과보와 머무른바 고요하고 훌륭한 해탈과 깨달아 들어간 삼매와 나타내던 신통과 교화한 중생과 내지 열반에 들은 것을 내가 모두 아노라.
또 저 부처님 보살 회중이 원만하고 두루하여 가이없음을 알고, 그 보살들이 처음 마음을 내어 선근을 심을 때부터 가지가지 서원을 일으키고 가지가지 어려운 행을 닦고 모든 바라밀을 원만하게 성취하고 가지가지로 보살의 도를 장엄하던 것을 알며, 자재한 힘으로 보살의 가지가지 지위에 들어갔으니, 곧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도를 돕는 것과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자재한 행,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로 들고 나는 삼매,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자재한 신통,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로 자재하게 나타나는 것,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세움,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관찰,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깨끗이 다스림,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의지,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모양,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자체,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지혜, 보살에 딸린 지혜, 보살의 성취하는 지혜, 보살의 머무는 곳, 보살의 넓고 큰 행의 경계, 보살의 큰 신통, 보살의 삼매 바다, 보살의 해탈하는 방편 바다, 보살의 들어가는 삼매의 차별 바다, 얻은바 교법에 의지한 지혜[敎智]의 광명, 얻은바 일체지의 번개 빛 구름, 얻은바 온갖 법인, 가진 바 용맹한 지혜, 깨달은바 모든 법 바다, 들어가는 모든 부처 세계 바다, 제도한 중생 바다, 나타내어 보이는 방편 바다, 일으킨 신통 바다, 세운 바 엄청난 서원 바다를 내가 다 분명하게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에서 지나간 세월의 처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가지가지 차별한 겁 바다와 거기 있는 중생과 부처님과 회상에 모인 대중들이, 오는 세월이 끝날 때까지 많은 겁 바다가 차츰차츰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차례를 내가 다 분명히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를 아는 것처럼, 사바세계 가운데 생겨나는 온갖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계속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 안에서 온갖 세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에 있는 온갖 티끌 속의 세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 밖의 시방에 빈틈없이 차례로 세워지는 세계가 계속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가 의지하여 있는 시방에 두루 비치는 찬란한 보배 광명 세계종[刹種]에 딸린 온갖 세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비로자나 세존께서 계시는 이 화장 장엄 세계해 가운데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종에 딸린 세계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화장 세계해에 딸린 온갖 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세계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내가 아노라.
또 저 온갖 세계의 가지가지로 나란히 마련됨[安立]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분량과 가지가지 의지하여 있음과 가지가지 경계선과 가지가지 장엄과 가지가지 성취함과 가지가지 없어짐과 있는 권속과 있는 바퀴와 도는것과 있는 연꽃과 있는 수미산과 있는 강과 바다와 있는 풀과 나무의 가지가지 이름을 내가 다 알고, 또 이 화장 세계해가 지난 세상에 비로자나여래의 원력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가지가지 세계가 생겨나던 갖가지 인연을 내가 다 알고, 또 화장 세계해 밖에 있는 시방에 가이없는 온 세계 허공의 온갖 세계해에 있는 모든 세계를 내가 모두 분명하게 아노라.
또 비로자나 세존께서 지나간 옛적 한량없는 겁 동안에 있던 모든 지난 생의 일[本事]과 지난 세계에 세운 광대한 서원 바다와 지난 세상에 모든 교법 바다와 지난 세상에 닦은 보살행 바다와 지난 세계에 깨끗이 한 세계 바다와 지난 세상에 섬기던 모든 부처님 바다와 지난 세상에 교화한 중생 바다와 지난 세상에 일으킨 신통 바다와 지난 세상에 들어간 방편 바다와 지난 세상에 받은 불법 바다와 지난 세상에 들어간 삼매 바다와 지난 세상에 얻은 자재한 바다와 지난 세상에 이룬 공덕 바다와 지난 세상에 모든 살림살이를 보시한 단나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범행(梵行)을 지킨 지계(持戒)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경계를 참던 인욕(忍辱)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용맹하게 닦은 정진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삼매에 들어간 선나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로 깨끗이 한 지혜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모든 세간에 들어가는 그림자 같은 몸을 나타내던 방편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깨끗하고 원만한 보현보살의 행원 바다를 세운 서원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모든 여래의 가지가지 자재한 신통 바다를 얻은 힘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모든 여래의 지혜 빛이 세간에 자재한 지혜 바다를 비치는 지혜바라밀을 모두 아노라.
또 부처님들의 보리를 두루 거두며, 부처님들의 지혜 광명을 두루 얻으며, 부처님의 일체지의 성품을 증득하며, 온갖 곳에서 정각을 이루며, 신통으로 유희하여 운전하는 법 수레를 모두 알며, 그리고 온갖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있는 모든 보살이 지난 세상에 심은 온갖 선근과 처음 마음 낸 적부터 보살의 행을 행하면서 모은 방편과 성숙시킨 중생과 그 보살들이 섬기던 부처님과 선지식들을 알며, 잠깐 잠깐마다 증장하여 얻은 삼매와 잠깐 잠깐마다 들어간 다라니문과 잠깐 잠깐마다 얻은 변재 바다와 잠깐 잠깐마다 일으킨 자재한 신통과 잠깐 잠깐마다 닦은 보살행의 그물과, 잠깐 잠깐마다 모은 방편문과 잠깐 잠깐마다 안 중생의 근성과 잠깐 잠깐마다 모은 보리분법과 잠깐 잠깐마다 증득한 평등하게 가지고 평등하게 이르는 신통문과 이러한 모든 것이 비로자나여래께서 시방 법계에 두루하여 한량없는 겁 동안에 닦은 행임을 내가 모두 알며, 또 시방의 온 법계와 허공계에서 모든 여래께서 많은 겁 동안에 닦은 것임을 알고, 내지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신통의 힘으로 가지(加持)함과 환술 같은 지혜의 경계와 이런 것을 내가 모두 자세하게 아노라.
그 까닭을 말하면, 내가 이 모든 보살의 삼매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문에 들어갈 때에, 한 생각 동안에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의 움직임과 더럽고 깨끗한 것이 흘러 변천하여 없어지는 것과 모든 성문의 가지가지 삼매와 모든 독각의 고요한 해탈과 삼매와 신통과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삼매와 가지가지 지위와 가지가지 법문과 가지가지로 나아감을 모두 분명히 알며, 모든 부처님의 해탈과 광명과 신통 바다를 모두 분명하게 안 까닭이니라.”
3) 위덕주 태자와 길상동녀를 만나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구파 아씨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1백부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가장 좋은 행[最勝行]이요, 세계의 이름은 썩 좋아 두려움 없음[勝無畏]이었고, 그 세계에 있는 한 사천하의 이름은 모든 낙이 늘 구족함[常具衆樂]이요, 염부제 안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을 큰 나무 높은 길상[大樹妙高吉祥]으로 84천억 도성들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도성이었다. 이 도성은 또 84천억 도성으로 권속을 삼았고, 그 모든 도성은 낱낱이 아름답게 꾸미어서 모두 깨끗하였으니, 비유리 보배로 땅이 되고 보배로 된 일곱 겹 담이 둘리었는데, 담마다 가지가지 빛깔의 영상이 비치는 광명 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그 보배 담마다 보배 해자가 둘리었는데 금모래가 바닥에 깔리고 향수가 가득히 찼으며, 우발라화·발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가 물 위에 가득 피었고, 낱낱 강마다 보배 난간과 보배 그물들이 저절로 둔치를 장엄하고 낱낱 강 사이에는 보배 다라 나무가 일곱 겹으로 둘러있고, 또한 저절로 무성한 보배로 장엄한 나무가 있어 영락과 의복과 화만과 보배 띠가 드리웠고, 순금 그물이 위에 덮이었다.
그 여러 도성으로 왕래하는 길은 좌우로 여덟 걸음씩인데, 가지가지 훌륭한 여러 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여 찬란한 빛이 흘러 나와 모든 것이 비치며, 또 한량없는 주문을 외우는 신선들이 자재천 사람들처럼 몸을 깨끗이 하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중생들을 보호하고, 또 저 도성마다 낱낱이 한량없는 공원이 있어 노닐도록 되었는데, 꽃나무 과일 나무와 아름다운 숲이 갖가지로 구비되었고 여러 가지 새들이 화평하게 노래하면서 동산에 모이어 즐기며 두려움을 모르고, 어느 때나 깨끗하고 미묘하며 잘생긴 남자와 여자들이 그 안에 있으니 몸에서 풍기는 신기한 향내가 모든 것에 쏘이며, 하늘에서는 밤낮으로 아름다운 꽃을 내리어 백천 가지 꽃들이 어지러이 떨어지고 모든 도성마다 낱낱이 백천 땅차지신이 있어 항상 수호하며, 그 도성들의 안팎에 있는 보배 나무와 영락과 화만과 보배 풍경과 보배 그물과 모든 장엄거리에서는 바람이 불적마다 가지가지 아름다운 법문을 연설하여 그 소리를 듣는 이는 모두 즐거워서 번뇌는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시원하고 교법의 즐거움이 가득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고, 항상 칭찬하는 보현보살의 묘한 행과 공덕을 구족하였다.
그 때에 한 임금이 있었으니 이름은 재물 주인[財主]이었다. 항상 바른 법으로 나라를 교화하며, 왕비와 후궁과 궁녀가 8만 4천이요, 정승과 대신들이 5백이요, 왕자도 5백인데 몸매와 기운이 구족하고 형상이 단정하며, 용맹하고 두려움 없어 원수와 대적하여 만나는 대로 굴복시켰다. 왕비는 이름이 연꽃 길상광[蓮華吉祥藏]이니 위덕이 훌륭하고 얼굴이 제일이었다.
연꽃 부인이 낳은 태자의 이름은 위덕님[威德主]이니, 단정하고 기특하여 사람마다 좋아하며, 삼십이상을 원만히 갖추었다.
발바닥은 판판하여 경대 바닥 같고, 천 개의 수레바퀴 살 무늬가 구족하고, 손발이 부드럽기는 도라솜과 같고, 손가락이 가늘고 길며, 손가락 사이에는 얇은 막이 생기었고, 발꿈치가 원만하고, 발등이 높고, 낱낱 몸매가 잘 어울리어 빛나며 아름답고, 장딴지가 통통하고 둥글어 사슴 다리 같고, 팔을 펴면 손이 무릎을 지나감이 코끼리의 코 같고, 남근(男根)이 오므라들어 몸 안에 숨은 것이 말의 음장(陰藏)과 같고, 털구멍마다 감청색 털이 나고, 검붉은 머리카락이 오른쪽으로 쏠리어 소라 고동의 무늬 같아 어지럽지 않고, 살이 금빛이고, 살결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때가 끼지 않고, 손바닥·발바닥과 어깨와 정수리 일곱 군데가 판판하고 둥글고, 겨드랑이가 편편하고 등골뼈가 드러나지 않고, 모두 둥글어 서로 어울림이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고, 턱 아래와 가슴이 사자 같고, 목에 감포(甘蒲) 열매와 같이 세 줄 무늬 가 생기었고, 늘 있는 광명이 사방으로 한 길씩 비치고, 이가 40개인데 깨끗하고 희고 가지런하고 빽빽하고, 혀가 붉고 길고 넓어서 얼굴을 덮을 만하고, 맑은 음성이 아름다워 사람마다 듣기를 좋아하고, 속눈썹이 푸르고 윤택하여 산란하지 않고, 눈이 위 아래로 깜박임이 소와 같고, 검은자위 흰 자위가 분명하고, 얼굴이 밝은 달처럼 원만하고, 눈썹이 가늘고 굽은 것이 무지개 같고, 미간의 흰 털이 깨끗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정수리에 육계(肉髻)가 있어 천개(天蓋)와 같았다. 이러한 잘생긴 모양으로 몸을 장엄하였다.
선남자여, 이 태자가 어느 날 부왕(父王)의 허락을 받고 2만의 기생과 시녀들과 권속이 앞뒤로 시위하여 궁성에서 나와 빛난 구름 봉우리 향싹[光明雲峯大香芽] 동산에 가서 구경하게 되었다. 그 때에 태자는 훌륭한 염부단금 수레를 타고 있었는데, 수레의 잘 꾸민 것은 세상에 짝이 없었다. 큰 불꽃 금강으로 바퀴가 되고, 하늘 금강으로 속 바퀴가 되고 향기로운 마니보배로 수레 바닥이 되었으며, 상품의 전단으로 사이사이 장식하고 보배 꽃 그물을 위에 덮고, 큰 장엄광 마니보배로 사자좌가 되었고, 5백의 시녀들이 보배 줄을 잡고 끌고 가는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 알맞게 운전하며, 좋은 말 천 필에 금수레를 메워 앞뒤로 따르고, 흰 비유리 마니보배로 일산이 되고, 헤아릴 수 없이 희유한 각색 광명을 놓은 마니보배로 장식하였으며, 모든 영상이 비치는 검붉은 비유리 마니로 일산대를 만들어 사람들이 받고 위를 가리우며, 백천만 사람은 보배 일산을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짐대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깃대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풍악을 잡히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꽃을 흩고, 또 백천만 사람은 향로를 받들어 좋은 향을 사르면서 앞뒤로 호위하고 따라갔다.
길은 넓고 평탄하고 여덟 거리가 정돈되었고, 여러 보배로 한계가 되고 금모래를 깔고 여러 가지 보배 꽃을 위에 흩었으며, 보배로 된 줄 선 나무와 보배 난간이 여덟 길거리 사이에 차례로 줄지어 섰고, 가지가지 보배 풍경과 그물과 비단을 나무 사이에 달아서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길가에는 군데군데 구차한 이들을 도와주는 집[義堂福舍]과 보배 누각과 여러 창고가 서로 잇달아 늘여 있어 보배와 재물이 가득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귀한 보배와 영락과 장엄거리를 쌓아 두기도 하고, 비단과 훌륭한 의복과 맛 나는 음식을 마련하기도 하고, 향과 꽃과 몸치장거리를 쌓아 두기도 하고, 코끼리와 말과 여러 가지 수레를 마련하여 두기도 하고, 또는 단정한 여인과 하인들을 두기도 하였는데, 모두 세상의 예의범절이 익숙하고, 모든 기예가 능란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갖추어 두고 중생들이 와서 구하는 대로 보시하여 모든 소원을 만족하게 하였다. 그 때에 큰 나무 높은 길상[大樹妙高吉祥] 왕도 안에 한 어머니가 있으니, 이름이 잘 나타나는 이[善現]요, 그에게 한 딸이 있으니 이름이 갖추 예쁜 길상[具足吉祥]인데, 용모가 단정하고 몸매가 청결하며 뚱뚱하지도 훌쭉하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여러 가지 잘생긴 모양이 구비하고 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고 음성이 범음(梵音)과 같아서 맑고 아름답고 지혜 있고 총명하여 사람들이 존중히 여기며, 모든 예능에 통달하고 변론이 훌륭하며, 공손하고 근검하여 게으르지 않고, 수수하고 유순하며, 욕심이 없고, 분별이 적으며, 인자하여 남을 해치지 아니하며, 부끄러운 생각이 많고, 교만하지 아니하며, 뜻과 도량이 깊어 짝할 사람이 없었다.
그 어머니와 함께 훌륭한 수레를 타고 여러 권속과 수없는 채녀들에게 호위되어 태자보다 먼저 왕성에서 나와 노래하고 유희하며 길을 따라가다가, 태자가 풍악을 잡히고 지나가는데 풍채와 말하는 음성이 훌륭함을 보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어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는 저 분을 섬기려는 소원이 간절합니다. 만일 이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는 길밖에 도리가 없나이다.’
어머니 선현이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내지 말아라. 왜냐 하면 저 어른은 나라의 태자로서, 전륜왕의 신수를 구족하게 원만하였으니, 오래지 않아 전륜왕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요, 저절로 보배 아가씨들이 나타나서 허공을 날아다니며 위덕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너나 내나 지체가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는 일이니 그런 외람된 마음일랑 아예 내지 말아라.’
그러나 딸의 마음은 굳게 결정되어 버릴 수가 없었다. 이때에 구름 봉우리 향싹 동산 곁에 한 도량이 있었으니 이름은 법 구름 광명[法雲光明]이었고, 해보다 빛난 몸[勝日身] 여래께서 이 도량에서 정각을 이룬 지 이레가 되었었다. 딸은 구경하기에 피로하여 잠깐 졸았더니, 그 여래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꿈을 꾸었다. 깨고 나니 지난 세상에 보살을 수호하던 친구가 하늘 사람을 시켜 허공에서 외치었다.
'아가씨여, 당신이 아까 꿈에 보던 부처님은 해보다 빛난 몸 여래신데, 구름 봉우리 향싹 동산 곁에 있는 법 구름 광명 보리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신 지 겨우 이레 되었소. 보살 대중이 앞뒤에 둘러 모시고, 천인·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범천왕·정거천인(淨居天人)과 모든 세간의 강차지·바다차지·땅차지·물차지·바람차지·불차지·산차지·성차지·동산차지·약풀차지·숲차지·곡식차지·방위차지·허공차지·낮차지·밤차지 신들과 몸 많은 신·발로 가는 신·도량신 등과 남녀 권속들이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들으려고 모두 모였으니, 그대도 나아가서 가까이 모시고 공경하여 받들라.’
이때에 갖추 예쁜 길상 동녀는 꿈에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았고, 부처님의 공덕으로 가피하심을 입었으므로 마음이 두려움 없이 쾌락하였고, 미리부터 태자를 사모하였으므로 그 앞에서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이내 몸 단정하여 견줄 이 없고
지혜로나 몸매로나 모두 원만코
말씀이나 예의범절 능란하오매
공덕과 좋은 소문 시방에 가득
이 세간의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
내 몸을 보는 이는 모두 탐내나
내 마음은 저들에게 항상 깨끗해
한 번도 물든 마음 낸 적이 없고
내 마음엔 사랑하고 미움이 없고
어리석고 한탄하는 마음도 없고
어느 때나 깨끗하고 자비한 마음
끝끝내 중생들을 이익하올 뿐.
내가 지금 태자님을 처음 뵈오니
가장 좋은 공덕으로 장엄하시고
즐거운 그의 마음 몸에 가득해
여러 기관 기쁘오심 늘 모시고자
빛깔은 깨끗하기 광명한 보배
머리카락 검푸르고 우(右)로 돌았고
높은 코는 곧고 길고 단정하오며
넓은 이마 반듯하고 눈썹은 고와
몸매는 묘한 보배 황금 덩어리
잘생긴 몸 광명하여 짝할 이 없고
눈매는 넓고 길어 청련화 같고
가지런히 빽빽한 이 눈보다 희어
얼굴은 보름달에 볼은 사자 뺨
입매는 방정하고 입술은 다홍
예사로 하는 말씀 모두 다 법문
바라노니 이내 마음 살피옵소서.
혀는 넓고 길고도 부드러우며
피부빛은 붉은 구리 빛난 보배요
음성은 맑고 고와 긴나라처럼
중생들 듣는 이는 모두 기뻐해.
웃음 띠운 말씀이 맑고 묘하고
찬란한 위엄 광명 끝없는 공덕
기쁜 얼굴 고운 모양 장엄하시니
보는 이는 저마다 싫은 줄 몰라.
마음에는 때 없고 몸은 깨끗해
서른둘의 잘난 모양 장엄하시니
오래잖아 전륜왕 되오실 이여
자비하신 마음으로 살펴줍소서.
이때에 위덕주 태자는 이 세상의 여자는 허물과 걱정이 많아서 세간의 낙과 세간을 뛰어나는 낙을 장애하며, 또 보리도를 장애하는 줄을 보이려 하여, 여럿이 모인 가운데서 아가씨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사람 허망하게 생각을 내어
뜻에 맞고 좋은 이가 여인이라고
겨레 중에 가장 좋아 비길 데 없어
함께 있을 선한 동무 된다고 하며
여인이란 사람 중에 가장 보배요
천상에도 해탈 얻을 원인이 되며
좋은 종족 이어받을 공덕 있는 몸
세상에선 여인들이 가장 좋다고
내 마음을 괴롭히는 뜨거운 번뇌
가지가지 원수들이 못살게 굴 때
아내가 위안하여 서늘케 함이
무더운 여름날에 단비 내리듯
시끄러운 범부 마음 근심에 잠겨
오랫동안 중병 들어 앓고 있는 듯
아양 떠는 아내 말에 시름을 잊고
걱정을 없애 주는 약이라 하네.
삿된 소견 가진 중생 생각하기를
여인이란 이 세계의 원인이 되어
낳아 주고 길러 주고 복으로 장엄
천지의 변화로도 이길 수 없고
세상일에 애쓰는 이 여자뿐이니
남편으로 선한 일을 짓도록 하여
사내들을 마음대로 부리면서도
이 여자는 딴 사람께 물 안 든다고
지혜 있는 사람들의 말하는 것은
모든 번뇌 온갖 허물 여자 탓이니
문벌 낮은 여자를 아내 삼으면
이 세상에 나쁜 일은 이것이 으뜸
편벽하고 고집 많은 여자의 성질
땅과 같이 견고하여 고칠 수 없어
언제든지 부귀영화 따라만 가고
가난하고 고달프면 헌신 버리듯
다섯 신통 얻은 신선 위덕으로도
묘한 신통 잃은 것은 여자 때문에
제멋대로 목을 타고 다니는 것도
왕의 딸이 고요하게 만드는 것을
중생들을 잡아가는 염라왕이나
폭풍이나 바다 밑에 끓는 돌이나
화재거나 독한 뱀과 독약보다도
여자의 해독이란 더 큰 것이니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바지하고
정성 다해 섬기는 일 기특하지만
지혜 있고 수단 많고 억센 이라도
여자들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일.
사람보곤 웃고 울고 갖은 태도로
가지가지 요술 부려 창자를 뽑고
공손한 체 남편에게 아첨하지만
마음속에 독한 칼날 알 수 없나니
턱없는 거짓말도 참말과 같고
창자 끊는 하소연도 모두 거짓말
짐승들을 홀려 먹는 여우같건만
어리석은 남자들은 함께 살더라.
오랫동안 달래어도 교만만 늘고
한 번만 안 들어도 발끈 성내며
어느 때나 제멋대로 출입하면서
남편을 농락하기 부끄럼 없어
나무더미 다 태워도 불은 늘 부족
백천 강물 들어가도 바다는 안 넘어
염라왕 중생 죽이기 싫증 없듯이
남편 골린 여자 마음 그와 같나니
여인이란 문벌 귀천 돌보지 않고
늙은이도 젊은이도 가리지 않고
뭇 남자에 하나하나 탐심을 내어
정욕만을 만족하고 싫은 줄 몰라.
여자들의 욕망이란 만족 모르고
남편을 위하는 맘 조금도 없어
들에 놓인소와 말이 제 마음대로
새 풀만을 먹으려고 달아나듯이
젊은이의 호탕한 맘 물 흐르는 듯
부귀란 건 남편에게 매였건마는
좋은 음식 진주 영락 사치한 의복
가난함도 돌보잖고 제 뜻대로만
가지가지 공급함이 모두 만족해
향 풍기고 분 바르고 곱게 꾸며도
남편의 은혜란 건 생각도 않고
제멋대로 나쁜 마음 끊일 줄 몰라.
사랑을 속삭이고 애끊는 얘기
혀끝으론 감로같이 꿀맛이지만
마음으론 독사처럼 악만 가득해
그러므로 여자의 말 믿을 수 없어
여인이란 시집 사람 이간을 잘해
그런 이와 잠깐 동안 함께 살아도
부모님과 동생들을 원수로 알아
필경에는 일가친척 모두 헤어져
겉모양은 화순한 듯 속은 고약해
여러 가지 나쁜 꾀가 뱃속에 가득
한 시간도 그런 꼴을 볼 수 없거든
일평생에 그런 말을 듣고 있으랴.
여자는 일생 동안 온갖 곳에서
허물이나 혐의될 일 조심한대도
한 행실 잘못 되면 보잘것없어
풍속을 망친다고 침뱉느니라.
여자는 어려서나 자란 뒤에나
크고 늙어 백년동안 살아갈 적에
안팎의 친척들이 영화로워도
말과 행동 사람마다 조심하나니
처녀로 집에서는 부모 따르고
나이 자라 시집가면 남편 따르고
남편 죽곤 아들 따라 몸을 조심해
어느 때나 제 맘대로 못하느니라.
집을 떠나 욕심 끊고 도를 닦는 이
여자를 생각하면 성현 아니니
울금향을 낡은 옷에 뿌린 것처럼
어느 때나 모든 사람 웃음 받으리.
놓여나온 죄수가 옥을 그리랴.
미친병이 나았다가 다시 생기며
대풍병을 고친 이가 또 생각하듯
출가한 이 여자 생각 이보다 더해.
고요하고 맑은 물에 도롱뇽 있듯
황금 굴에 맹수들이 살고 있듯이
계와 정을 닦으면서 여자 생각을
어진 이가 볼 적에는 그와 같나니
영리한 이는 뜨거운 쇠 삼킬지언정
여색으로 제 마음을 설레잖나니
계와 정과 지혜가 원수가 되고
고요한 좋은 인연 버릴 새니라.
여자들은 가문이나 길상과 부귀
명예거나 지혜는 생각도 않고
애욕만 채우려고 체면 모르니
이런 것을 어떻게 가까이 하리.
선정을 닦았거나 용맹이 있어
역사들과 왕과 신선 죽인다 해도
마음속에 여색을 그리게 되면
항복 받던 모든 공덕 잃게 되오리.
다투거나 소송하고 싸우는 일과
목숨 걸고 바다에서 보배 찾는 일
양반으로 하인 되고 거지 되는 일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여자들 때문
성내다가 기뻐하다 여자의 변덕
간사한 꾀 나쁜 마음 한량이 없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사람이라도
여자들의 마음이란 알 수 없나니
다섯 신통 얻은 신선 여러 천왕들
큰 바다의 물방울 수 알 수 있어도
여자들의 가지각색 온갖 잔꾀는
일생 두고 헤아려도 알지 못하리.
소근소근 속삭임이 꿀과 같아도
마음속엔 칼을 품고 사람 상하며
교묘하게 꾸민 꾀는 혼을 빼앗고
가지가지 술책으로 독을 펴나니
갖은 화장 하였거나 안 하였거나
앉고 서고 여인들을 모두 샘내
잘났거나 바보거나 흘겨서 보고
그림 속에 여자라도 시기하나니
어린 아이 옻나무도 꺾으려 하고
미친 이는 독사 굴에 들어도 가고
정신 빠져 빨간 쇠를 집기도 하나
여색에 홀린 이는 이보다 더해
여색에 맛 들이면 마음 홀리고
거슬리면 독을 품고 몸을 해치니
무서운 건 여인들의 웃고 성난 때
아는 이야 그를 어찌 가까이 하랴.
여자란 것 나쁜 꾀가 마음에 가득
고요하고 맑은 물에 독룡 있듯이
가문이고 체면이고 아는 체 않고
마음대로 욕심 부려 시비도 없이
여자의 맘 정처 없음 바람도 같고
빠른 번개 뜬구름과 같기도 하여
일생 동안 온갖 것을 이바지해도
남편 은혜 잠깐인들 고맙다 하랴.
덕 있는 이 공경 않고 없는 이는 멸시
빈궁하면 싫어하고 부귀만 탐해
좋은 말로 칭찬하면 교만부리고
재물이 없어지면 헌신 버리듯
뱀의 독이 묻은 돌과 오독도기꽃[狼毒]
만지고는 한평생을 고생커니와
여색을 가까이 함 그보다 더해
오는 세상 공덕까지 해치는 것이
여인이란 옳고 그르고 하리놀아
친척들과 친구들을 이간 붙이고
제 허물은 숨겨두고 남을 헐뜯어
온갖 허물 여자에서 생기느니라.
여자 마음 일정찮아 원숭이같이
작은 허물 기억하고 은혜는 잊어
상전처럼 섬기고 어른 받들 듯
못난 남편 정성도 만족치 않고
여자 성품 강무같아 한 번 넘치면
좋은 선근 띄워 가고 몸을 망하고
양 언덕을 헐어가는 홍수와 같이
여인들의 해되는 일 그보다 심해.
여자들의 애욕 그물 굳고 촘촘해
살펴보고 다니기에 부끄럼 없고
웃을 때나 즐길 때나 딴 마음 없이
부귀한 이 그물 씌워 홀리게 하네.
여자의 사랑이란 허망한 것이
뿌리 없는 나무 같고 꺼지려는 등
잠깐 동안 나이 늙고 사랑이 쉬면
지극하던 은정들도 소멸되나니
여자들의 애욕이란 잠깐이어서
물든 마음 삿된 말을 믿기 어려워
어떤 때는 진주같이 귀히 여기다
싫어지면 풀잎처럼 버리고 마네.
코끼리의 자재한 힘 나무를 뽑고
몸 빛깔은 허공에 뜬 구름 같으나
암 코끼리 마음 팔려 흐리게 되면
사람들의 하는 대로 조복되나니
보살들이 법으로써 여인 거둘 제
가끔가끔 가르쳐도 마음은 멀어
어쩌다가 지나쳐서 가깝게 되면
날개 꺾인 새가 되어 날지 못하리.
여자들의 생각이란 낮고 더러워
강물이 흐르는 데 언덕 깎이듯
간 데마다 선한 법은 쇠하게 되고
친척까지 망하는 일 여자들 때문
여자들은 애욕 그물 항상 쳐 놓고
어리석은 사내들을 잡으려 하니
세상에서 음욕 많은 모든 중생들
낚시 삼킨 고기처럼 먹히게 되리.
본래부터 부정한 줄 보아 알지라
아홉 구멍 밤낮으로 물이 흐르니
여자의 몸 이러하게 싫어할진댄
어찌하여 거기에다 탐심을 내랴.
여자의 몸 허망하기 물거품 같아
늙고 병나 죽는 고통 의지한 데요
부정한 것 쌓인 것이 산과 같거늘
어찌하여 거기에다 탐심을 내랴.
모든 근심 시끄러움 온갖 공포가
하나하나 여색에서 생겨나나니
이런 줄을 살펴 알고 탐하잖으면
해탈하여 걱정 없고 두려움 없으리.
지혜 있는 사람은 여자 안 보며
자비한 마음으로 본다 하여도
어머니나 딸이나 누나들같이
적당하게 탐욕 없는 법을 말하네.
누구든지 여자의 몸 안과 바깥이
가지가지 부정으로 생긴 줄 알면
어찌하여 거기에다 욕심 불을 내어
여러 겁에 쌓은 선근 태워 버리랴.
4) 태자와 동녀가 법을 얻다
이 때 위덕주 태자는 이 게송을 말한 뒤에 갖추 예쁜 길상 동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뉘 집 딸이며, 먼저는 누구에게 딸렸으며, 누구의 보호를 받았는가. 만일 다른 이에게 딸렸으면, 나는 너를 거두어 줄 수가 없노라.’
그리고 나서 태자는 게송으로 물었다.
그대 몸이 깨끗하고 공덕 갖추고
몸매가 단정하고 아름답구나.
내가 이제 물을 테니 대답하여라.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 사느냐.
부모와 친척들은 누구누구며
지금에는 누구를 의지했느냐
네가 만일 다른 이에게 딸리었다면
나는 너를 거둬주지 아니하리라.
남의 재물 훔치기를 좋아 않느냐
인정 없이 중생들을 죽이잖느냐
사음하려 나쁜 마음 생각 않느냐
너는 필경 어떤 말을 의지하려나.
벗과 친척 이간하는 말이 없느냐
입으로 나쁜 말을 내지 않느냐
거짓말로 중생들을 속이잖느냐
다른 경계 탐을 내는 샘 없느냐
다른 이들 대하여서 성내지 않고
험악한 나쁜 소견 마음에 없고
아첨으로 온 세상을 속이잖느냐
법을 어겨 나쁜 짓을 하지 않느냐
부모님과 어른들을 존중하느냐
선지식을 공경하여 섬기려느냐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을 보면
자비한 마음으로 구제하려나.
만일에 이 세상의 선지식들이
너에게 참된 법문 가르쳐 주면
믿는 마음 견고하여 정성으로써
공경하고 부지런히 공양하려나.
네가 능히 부처님을 섬겨 받들고
네가 능히 보살들을 존중히 하고
가장 높은 바른 법과 스님들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공경하려나.
네가 능히 바른 법에 머물러 살고
네가 능히 나쁜 법을 멀리 여의고
한량없는 공덕 바다 칭찬을 듣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생각을 내랴.
외롭고 의지 없는 사람을 보고
자비한 마음 내어 건지려느냐
나쁜 갈래 헤매는 중생 보고는
불쌍하게 여기는 맘 낼 수 있느냐.
다른 이의 영화롭고 좋은 일 보면
지성으로 기뻐하는 마음을 내고
못견디게 시달리는 중생들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겠느냐.
번뇌 많고 어리석은 중생 위하여
보리도를 구하여서 깨우쳐 주고
한량없는 오랜 세월 수행할 적에
고달픈 맘 일으키지 아니하려나.
태자가 이렇게 물은 데 대하여, 어머니 선현은 그 앞에서 딸이 처음 나던 때부터 자라나던 일과 여러 가지 상서롭고 공덕 있는 모양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태자께선 자세히 들어 주소서.
물으신 바 이 아이의 생기던 인연
처음에 나던 일과 자라던 일과
공덕 장엄 갖추던 일 말씀하리다.
그 때에 태자께서 탄생하던 날
이 아이도 연꽃에서 태어났으니
모든 기관 깨끗하고 용모 둥글고
팔다리의 온갖 장엄 구족하였소.
나는 그 때 화창한 봄 달구경하러
훌륭한 사라 동산 놀러 갔더니
풀과 나무 꽃봉오리 한창 커지고
모든 곡식 약초들도 싹이 자라며
좋은 나무 유명한 꽃 여러 가지 빛
찬란하게 광채 내어 구름과 같고
벌과 나비 모여들고 새는 노래해
듣는 이들 시름 잊고 마음 즐거워.
함께 갔던 팔백 채녀 아름답게도
용모가 단정하여 보는 이 칭찬
옷차림도 훌륭하고 장엄 갖추고
노래하고 말하는 것 모두 기묘해
동산에 보배로운 못이 있으니
이름을 가지가지 연꽃 짐대라
채녀들과 못가에 나아갔다가
꽃을 흩어 땅에 깔고 앉아 있었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못 가운데서
일천 잎새 보배 연꽃 솟아났으니
염부단금으로써 꽃판이 되고
비유리로 줄기 되고 마니로 잎새.
향기로운 여러 보배 꽃술이 되어
여러 가지 큰 광명을 널리 놓으니
이 모양을 보는 중생 의심을 내어
이 밤중에 어찌하여 햇빛 비치나.
날이 새고 밝은 해가 처음 들 무렵
아침볕이 비치면서 연꽃이 피고
연꽃에서 빛을 내고 향기 풍기며
이 아이가 처음 나는 모양 보였소.
이리하여 나는 그 때 인간 보배가
연꽃 위에 태어남을 처음 보고서
지난 세상 닦는 선근 효력이 있어
두렷하고 밝은 과보 얻었다 했소.
머리카락 검푸른 유리 눈은 청련화
얼굴이 단정하여 황금빛이고
화만과 보계로써 장엄 갖추니
길상하고 때가 없는 연꽃 빛이라.
온 몸의 부분마다 모두 원만코
광명과 잘난 모양 비길 데 없어
의젓하게 연꽃 위에 앉아 있으니
깨끗하고 아름다운 순금 부처님.
전신에 널려 있는 털구멍마다
아름다운 전단 향기 풍겨 나오고
입에서는 연꽃 향기 항상 나오며
음성은 청아하여 범음과 같네.
어떤 때는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
하늘에서 잡히는 풍악 소린 듯
이러한 보배 아씨 세상에 제일
어떻게 못난이와 짝을 지으랴.
온 세상을 내가 모두 살펴보아도
이 아이의 남편될 사람이 없고
태자만이 모든 공덕 장엄했으니
바라건대 큰 자비로 받으옵소서.
이 아이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뚱뚱하지 아니하고 홀쭉도 않고
온 몸이 두루두루 단정하오며
잘난 모양 구비하여 흠잡을 데 없고
이 세상의 온갖 기술 여러 재능과
글 잘하고 총명하고 솜씨가 좋고
말 잘하고 노래까지 맑고 묘하니
바라건대 태자께서 받아 줍소서.
활 잘 쏘고 칼 잘 쓰고 병법 잘 알고
여러 가지 기예들이 모두 능하고
다투는 일 자비로써 화해하오며
이름 듣곤 조복되지 않는 이 없고
지난 세상 지은 인행(因行) 두루 원만해
가지가지 공덕으로 장엄하여서
보는 사람 기뻐하고 사모하나니
바라건대 태자께서 받아 줍소서.
중생들의 모든 병이 나는 원인과
더하고 덜리는 일 모두 알고서
병에 따라 약을 쓰면 어김이 없이
앓는 이의 모든 고통 소멸케 하고
염부제의 여러 나라 가지각색 말
음성 따라 뜻과 소리 각각 다르고
속담이나 사투리도 같지 않거늘
이와 같은 여러 말을 모두 다 알고
이 세상에 가지가지 모든 음악과
춤과 노래 유희하고 찬탄하는 일
변론이나 해설들이 적절하여서
보는 이와 듣는 이를 감동케 하며
언어 동작 모든 행동 규모가 있고
들고 놓고 가고 옴이 모두 적당해
딴맘 있고 딴맘 없는 여러 중생들
자비로써 상대하고 애착이 없어
자늑자늑 자세보고 산란치 않고
모든 기관 고요하고 모자람 없고
입과 몸은 어느 때나 지혜를 따라
여인들의 모든 허물 모두 여의고
여자들이 아름다운 온갖 공덕은
이 한 몸에 고루고루 구비했으니
인간에서 보배임을 살펴 아시고
자비하신 마음으로 받으옵소서.
고운 마음 인색치도 시샘도 없고
욕심이나 성내는 일 모두 없으며
부드럽고 정직하고 성품은 화평
음성까지 아름답고 거칠지 않아
어른에게 공경하여 섬길 줄 알고
선근 공덕 구하는 뜻 변동이 없고
모든 계행 깨끗하게 지녔사오니
바라건대 자비로써 받으옵소서.
나이 많고 병들어서 살필 이 없고
재액 만나 곤궁하고 가난한 이들
친척 없고 의지 없고 딱한 이들을
보는 대로 자비한 맘 구호하오며
자기 몸의 안락은 생각도 않고
여러 중생 이익하기 항상 즐기며
이러한 공덕으로 마음을 장엄
필경에는 참된 법을 찾게 되오니
앉고 서고 누울 적에 게으르지 않고
말하거나 동작함이 때에 알맞아
잠시라도 한 중생도 버리잖으니
보는 이는 존중하지 않는 이 없고
여러 계급 사람들과 함께 있으나
범부들의 물든 마음 생기지 않고
자비하고 공덕 있는 사람을 보면
늘 가까이 뫼시어도 싫은 줄 몰라
선지식은 공경하여 항상 섬기고
나쁜 이는 방편 써서 멀리 여의고
조급한 마음 없이 행을 닦으며
생각하고 짓는 일이 잘못이 없네.
모든 세간 중생에게 원망이 없고
여러 가지 복을 닦아 몸을 장엄코
지혜로는 이 세상에 짝이 없나니
이때에 위덕주(威德主) 태자는 구름 봉우리 향싹[香牙] 동산에서 모든 대중과 잘 나타나는[善現] 여인에 대하여 동녀(童女)에게 물었다.
“선여인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행하면서 모든 보리를 돕는 법을 모으며, 모든 바라밀을 닦으며,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여 섬기며, 모든 부처님 교법을 보호하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며, 온갖 여래의 근본 성품을 이으려 하며, 모든 중생을 성숙하려 하며, 모든 중생의 고통과 번뇌를 끊으려 하며, 온갖 것을 편안한 곳에 두려 하며, 모든 중생의 눈을 깨끗케 하려하며, 모든 보살의 묘한 행을 닦을 것이며, 보살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갈 것이며, 모든 보살의 지위에 머물 것이며, 이승(二乘)으로 하여금 부처님 과보를 원만케 하며, 모든 중생들이 기쁘게 하기를 원하노라.
나는 또 바라밀을 만족하며, 필경에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기 위하여 안과 밖의 재물과 머리와 눈까지라도 모두 보시하고 돌아보지 아니할 터인데, 그 때에 네가 나의 일을 방해하여서 나의 보시가 원만치 못하게 하거나, 재물을 보시할 적에 네가 아까운 마음을 가지거나, 아들과 딸을 보시할 적에 너의 마음이 애통하거나, 몸을 갈기갈기 찢을 적에 네 마음에 걱정하거나, 너를 버리고 출가할 적에라도 네가 뉘우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겠느냐?”
태자는 이렇게 묻고, 다시 동녀(童女)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미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크고 넓은 보리심을 일으켰으니
이제부터 한량없는 억 겁 동안에
보리 지혜 쌓아 모아 원만하리라.
한량없고 끝이 없는 많은 세월에
모든 서원 허공처럼 깨끗이 닦고
땅 위에서 번뇌 끊고 행을 갖추어
필경에는 부처 지위 얻게 되오리.
삼세의 부처님들 계신 곳에서
여러 가지 바라밀 갖추 배우고
모든 방편 구족하게 닦아 행하여
가장 좋은 보리도를 이룩하리라.
시방 법계 크고 작은 더러운 세계
내가 모두 깨끗하게 장엄하겠고
나쁜 갈래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
내가 모두 구제하여 나오게 하리.
모든 중생 업 바다에 살고 있으며
번뇌와 치암과 의혹 속에 얽매었으니
내가 장차 남김없이 소멸하고서
여래의 도에 편안하게 있게 하리라.
내가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내가 모든 보살 지위 널리 닦으며
크고 넓은 자비한 맘 항상 일으켜
달라는 것 모두 주고 아끼잖으리
여러 중생 달라는 이 네가 보고는
재물에 인색한 맘 낼지 모르나
중생에게 보시하기 나는 즐기니
내 마음을 순종하고 어기지 말라.
내가 장차 머리로써 보시할 때에
걱정하고 번뇌 망상 내지 말 것을
내가 지금 네게 일러 알게 하노니
너의 마음 견고하여 동요치 말라.
몸과 활개 찢어 주고 손발 끊으며
처자까지 보시할 때 아끼지 말고
달라는 이 대할 적에 원망치 말며
진실하게 생각하고 뒷걸음 말라.
중생들의 모든 욕망 채우기 위해
몸과 몸에 달린 것을 다 버릴 적에
네가 능히 보리 마음 순종한다면
나도 그대 소원대로 따라 주리라.
이때에 구족염길상(具足吉祥) 동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위덕주 태자에게 여쭈었다.
“장하십니다, 대장부여. 당신께서 물으신 것같이 보살의 행은 행하기 어려운 것을 행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음이오니, 이러한 온갖 것을 내가 모두 순종하여 부지런히 닦겠사오며, 가까이 모시고 버리지 않기를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하여 당신의 소원을 모두 만족하게 하리이다.”
이 때 동녀는 태자를 대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오랜 세월에
모든 지옥 독한 불이 몸을 태워도
당신께서 이내 몸을 받아 주시면
달게 여겨 받사옵고 사양 않으리.
한량없이 태어나는 모든 곳에서
이 몸이 부수어져 티끌 되어도
당신께서 이내 몸을 받아 주시면
달게 여겨 참아 받고 꼼짝 않으리.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오랜 세월에
수가 없는 금강산을 이고 있어도
당신께서 이내 몸을 받아 주시면
달게 여겨 받사옵고 싫어 않으리.
당신께서 나고 죽는 오랜 세월에
나의 살로 중생들께 보시하고서
부처님의 문중에 있게 된다면
당신같이 그런 과보 나도 얻으리.
바라노니 태자께서 굽어 살피사
나를 위해 주인 되어 함께 닦으면
태어나는 세상마다 보시하올 때
내 몸으로 중생들께 늘 주옵소서.
당신께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크고 넓은 보리심을 내었사오니
여러 중생 널리 거둬 주실 바에는
대자비로 이 몸까지 거둬 주소서.
나는 본디 부귀함을 구하지 않고
다섯 욕락 탐하지도 아니하옵고
같은 법을 한가지로 닦기 위하여
당신으로 나의 주인 삼으렵니다.
검푸르고 길고 넓고 자비하신 눈
여러 세계 모든 중생 두루 보시고
범부처럼 물든 마음 일지 않으니
고요하온 보리과를 이루시리다.
태자께서 다니시는 여러 곳마다
땅의 신이 보배 연꽃 받들어 내고
빛나시는 묘한 모습 장엄하시니
전륜성왕 이루시고 나를 맞으리.
법 광명이 이 도량을 밝게 비추고
부처님이 정각 이뤄 광명 놓으시니
한량없는 보살들이 둘러앉음을
내가 그 때 꿈속에서 뵈었나이다.
해보다 빛나신 몸 여래께서
자금산(紫金山)과 같은 광명 밝게 비추며
손을 펴서 내 정수리 만져 주셨더니
깨고 나서 기쁜 마음 뛰놀았나이다.
허공중에 기쁜 광명 하늘 사람은
지난 옛적 나와 함께 수행하던 이
내게 와서 좋은 음성 일러주기를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시었다고
내가 그 때 마음에 소원하기를
태자의 공덕 몸을 보려 했더니
저 하늘이 나에게 일러주는 말
이번에는 반드시 보게 되리라.
부처님의 도움 받아 당신 뵈오니
그 때에 세운 소원 원만히 성취
나와 함께 저 여래 계신 데 가서
같은 마음 보리도를 닦아지이다.
태자는 승일신(勝日身)여래의 이름을 듣고는, 즉시 빠르고 깨끗한 마음을 얻었으니 이름은 부처님의 차별을 걸림없이 보고 즐거워함[見佛差別無障礙大歡喜]이다. 5백 가지 마니보배 꽃을 동녀 위에 흩으며 길상장 마니 보계(寶髻)를 씌우고, 여러 가지 빛 불꽃 마니보배 옷을 입히었다. 이때에 동녀는 단정한 마음 바른 생각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기쁜 기색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 태자를 우러러보면서, 바른 생각이 앞에 나타나 잠깐도 한눈 팔지 아니하였다.
그 때에 어머니인 선현(善現)은 태자를 향하여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이 여자는 훌륭하여 인간의 보배
깨끗한 복 잘난 모양 몸을 장엄해
오랜 서원 태자에게 지금 받드니
온갖 희망 이제야 이루어졌네.
계행을 잘 가지어 범한 일 없고
지혜도 원만하고 생각 간절해
몸매는 단정하고 공덕이 구족
세상의 모든 여인 따를 이 없어
이 여자 연꽃에서 태어났으니
문벌이 깨끗하여 흠할 것 없고
여인의 온갖 허물 모두 여의어
태자를 따라가서 닦을 만하네.
몸매는 아름다워 비단결 같고
손과 발은 보드랍기 도라솜이니
한 번만 만지어도 병 없어지고
몸과 마음 안락하여 고통 없으리.
온몸의 털구멍서 풍기는 향기
인간에선 볼 수 없이 훌륭하시고
한 번 쐬면 마음에 때 없어지고
깨끗한 계행 얻어 편안하오리.
깨끗하고 묘한 살갗 진금빛이요
물과 티끌 묻기는 연꽃 같으니
중생들 한 번 보면 삼독 여의고
자비한 맘 갖추어서 성내잖으며
음성은 아름답고 말은 유순해
중생마다 들으면 모두 기쁘고
귀와 뜻에 지나가도 몸이 즐거워
나쁜 짓 스러지고 번뇌가 소멸
마음이 깨끗하여 때가 없으며
화평하고 정직하고 편협치 않고
말씀이 뜻에 맞고 거슬리잖아
듣는 이는 모두 기뻐 탄복하나니
부끄런 맘 갖추어서 속이지 않고
교만 없고 아첨 없고 자비가 흘러
중생을 제도하고 법을 구하려
선지식을 늘 섬겨도 족한 줄 몰라
몸매에나 문벌에나 끌리지 않고
부귀에도 향악에도 취하지 않고
겸손하고 공손하고 나까지 잊어
위없는 보리도만 구하옵니다.
위덕주 태자는 구족풍길상 동녀와 2만 채녀(采女)와 권속들을 데리고 해보다 빛난 몸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경하며 공양하려고, 제각기 훌륭한 수레를 타고 향싹 동산을 떠나 법구름 광명 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로 걸어가 부처님을 뵈오니, 몸매가 단정하고 고요하며, 여러 기관[根]이 잘 조화되어 코끼리와 같으며, 안과 밖이 깨끗하여 한 점의 때도 없는 것이 큰 용이 있는 못과 같았다. 부처님을 뵈옵고는 믿는 마음이 생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하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았다.
이때에 태자와 저 동녀는 각각 마니보배로 된 5백 송이의 연꽃을 부처님 위에 흩었다. 연꽃은 부처님의 신통의 힘으로 공중에서 여래와 모인 대중에게 덮이었다. 태자는 또 그 부처님을 위하여 훌륭한 절을 지으니 절 수효는 5백이요, 낱낱이 향나무로 이루었고 5백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장식하고 가지가지 여러 보배로 두루 장엄하였다. 이때에 그 여래는 태자의 근성이 성숙된 줄 아시고 넓은 눈 등불 문 경[普眼燈門修多羅]을 연설하였다.
태자는 그 경을 듣고 여러 가지 법 가운데서 열 가지 삼매 바다문을 얻었으니, 모든 여래의 원력으로 나타나는 광명 삼매문과, 삼세에 널리 비치는 광명 광 삼매문과 모든 부처님의 도량을 보는 삼매문과 모든 중생의 세계에 들어가는 광명이 널리 비치는 삼매문과 모든 세간에 널리 비치는 지혜 덩어리 광명 등불 삼매문과 모든 중생의 여러 기관을 널리 비치는 지혜 등불 삼매문과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지혜 광명 구름 삼매문과 모든 중생을 조복하여 성숙하는 큰 지혜 광명 등불 삼매문과 부처님들의 법 수레 운전하는 말씀을 들어 소리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문과 보현보살의 깨끗한 행과 원(願)의 바다를 원만하는 삼매문을 얻었다. 이러한 삼매문을 얻었으므로 모든 법에서 깊은 삼매를 얻지 못한 것이 없었다.
또 구족염길상 동녀는 법문을 듣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굴복할 수 없는 지혜 바다 광[難摧伏智海藏]이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었다. 이때에 태자와 저 동녀는 권속들과 법문을 듣고 이익을 얻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궁전으로 돌아갔다.
부왕(父王)이 계신 데 나아가 발에 절하고 이렇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해보다 빛난 몸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었는데, 이 나라의 구름 봉우리 향싹 동산 곁에 있는 법구름 광명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신 지 오래지 아니하였나이다.”
재물 주인[財主] 임금은 이 말을 듣고 태자에게 물었다.
“누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하더냐? 하늘이 하더냐, 사람이 하더냐?”
“그것은 구족염길상 동녀가 말하였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쁘기 한량없어 마치 가난한 사람이 노다지를 얻은 듯,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위없는 보배라 세상에 나시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운 것이니, 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모든 번뇌와 나쁜 업을 끊고 나고 죽는 험한 갈래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이며, 여래는 세상에 나시어 큰 의원이 되나니 중생들의 번뇌병을 다스릴 것이며, 여래는 세상에 나시어 큰 등불이 되나니 중생들의 무명의 어둠을 깨뜨릴 것이며, 여래는 세상에 나시어 큰 길잡이가 되나니 중생들을 인도하여 일체지의 편안한 곳에 가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북을 치고 명령을 내려 여러 작은 왕과 모든 신하와 권속들과 찰제리와 바라문과 장자와 거사와 도시와 시골에 있는 여러 백성들을 모두 모이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이요 어려운 일이니, 나는 지금 부처님 계신 데 가서 가까이 모시고 예배하려 하노라.”
왕은 그 자리에서 임금의 자리를 태자에게 전하여 주며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마치고 십천(十千) 권속을 데리고 보리 량으로 향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발에 예배하고 백천 겹을 돌고 권속들과 함께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그 때에 여래는 도량에 모인 대중과 재주(財主)인 왕과 그 권속들을 두루 살펴보고 양미간의 백호상(白毫相)으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모든 중생의 마음을 비추어 보는 등불[照現一切衆生心燈]이라,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비치고 모든 세간차지의 앞에 머물러 있으면서,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가지가지 불사와 엄청난 신통 변화를 보이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였다.
이때에 여래는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온갖 세간에 뛰어난 가장 큰 몸을 나타내고, 원만한 음성으로 모든 종류의 말을 따라서 다라니문(陀羅尼門)을 말씀하셨으니, 이름은 온갖 법과 이치에 들어가 눈 가리움을 여의는 등불[入一切法義離翳燈]이라,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다라니문으로써 권속이 되었다.
임금은 이 법문을 듣고 온갖 법 큰 지혜 광명을 얻었고, 모인 대중 가운데서 남섬부주의 티끌 수 보살들은 한꺼번에 온갖 법과 이치에 들어가 눈 가리움을 여의는 등불 다라니문을 증득하였고, 60나유타 중생은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해탈을 얻었으며, 십천(十千) 중생들은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여졌고, 한량없는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이때에 여래는 다시 헤아릴 수 없는 힘으로 시방세계에서 신통 변화를 크게 나타내고 삼승의 법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재주인 왕은 큰 법의 광명이 마음에 비치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집에 있었더라면 이 깊고 깊은 공덕 법맛을 증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의 출가함을 허락하여 가까이 모시게 되면 이런 법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 여쭈었었다.
'저는 이제 출가하여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도를 닦으려 하나이다.’
'대왕이여, 그대의 뜻대로 하려니와 시기를 잘 알아야 하리라.’
재주인 임금은 그 자리에서 십천 권속과 더불어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부지런히 닦더니, 오래지 않아서 모두 온갖 법과 이치에 들어가 눈 가리움을 여의는 등불 다라니문을 얻었고, 또 위에 말한 여러 가지 삼매문을 얻었고, 또 보살의 열 가지 신통문을 얻었고, 보살의 그지없는 변재문에 들어가고, 보살의 걸림없는 청정한 몸을 얻고, 시방세계의 여래 계신 데로 다니면서 부처님들이 말씀하는 미묘한 법문을 듣고 모두 받아 지니어 잊어버리지 아니하였다.
또 부처님 계신 데서 법사가 되어 중생들에게 법문을 연설하고, 신통의 힘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몸을 나타내며, 모든 세간에 큰 등불이 되어 부처님이 세간에 나타나심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본래 닦으시던 행과 원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모은 공덕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전생 인연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자재한 신통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모든 교법을 수호하였다.
5) 수없는 부처님을 섬기다
어느 보름날에 태자는 정전에 올라 사자좌에 앉으니, 채녀(采女)들이 둘러싸고 전륜왕의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러 왔다. 하나는 바퀴 보배[輪寶]니 이름은 막힘없이 다님[無礙行]이라, 살[輻]과 테[輞]가 갖추었고, 백천 가지 묘한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염부단금의 광명이 널리 비쳤다. 둘은 코끼리 보배[象寶]니 이름은 금강산(金剛山)이라 위엄과 기운이 엄청나고, 셋은 말 보배[馬寶]니 이름은 빠른 바람[迅疾風]이요, 넷은 구슬 보배[珠寶]니 이름은 햇빛 광 구름[日光藏雲]이요, 다섯은 여자 보배[女寶]니 이름은 구족염길상(具足吉祥)이요, 여섯은 고방 차지 신하 보배[主藏臣寶]니 이름은 큰 재물[大財]이요, 일곱은 군대 맡은 보배[主兵寶]니 이름은 때 없는 눈[離垢眼]이었다. 이러한 일곱 가지 보배가 홀연히 나타나서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며, 전륜왕이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니 위덕이 자재하고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모든 종류를 굴복하니 사람들이 모두 쾌락하였다.
왕의 아들 천 사람이 모두 단정하고 용맹하며, 위엄 있고 웅장하여 원적(怨敵)이 없으며, 교화하는 국경이 넓어서 큰 바다의 끝까지 이르고, 땅이 부드러워 나쁜 가시나무가 없으며, 편안하고 쾌락하여 걱정과 재앙이 없었다. 그 때에 남섬부주에 팔만 사천 도성이 있고 도성마다 각각 5백의 절이 있었고, 절마다 1백 누각이 있었으며, 주위에는 나무숲이 울창하였고, 여름 겨울로 안거하고, 거니는 곳에는 모두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구가 충분하게 구비되었다. 또 절마다 부처님의 탑을 세웠는데, 높고 크고 장엄이 훌륭하며, 저 여러 도성에서 모두 여래를 청하여 헤아릴 수 없는 꽃·향·짐대·일산·보배 채단과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였다.
그 때에 여래께서 그 청하는 것을 모두 받으시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모든 도성에 골고루 들어가서,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깨끗케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로 즐거운 마음을 내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공경을 더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큰 보리의 뜻을 속히 내게 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이익케 하여 부처님의 바른 법을 부지런히 닦게 하며, 닦는 대로 모두 깨달아 들어가게 하며, 부처님의 일체지의 길로 회향하여 부처님의 깊은 법 바다를 통달케 하며, 삼세의 차별 없는 지혜에 널리 들어가며, 삼세의 중생 세계를 널리 비추며,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서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부처님의 종지(種智)를 얻어 모든 중생을 방편선교(方便善巧)로 조복하며, 보살의 크고 넓은 행과 원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도를 깨끗이 하고 보살의 평등한 지혜 성품에 편안히 머물러 부처님의 다함없는 변재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깨끗하고 걸림없는 법 수레를 운전하며, 온갖 세계에 몸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머물며,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과 가지가지 마음을 알고 조복할 만한 이들을 모두 성숙케 하였다.
그 때에 위덕주 전륜성왕과 모든 도성(都城) 안에 있는 사람들이 승일신(勝日身)여래께서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신통의 힘을 나타내는 것과 이러한 자재하게 이익하는 것을 모두 보았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에 위덕주 태자가 임금에게서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받고 등극하여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딴사람이 아니라, 지금 비로자나여래이시고, 그 때의 재주(財主)인 임금은 지금의 보화광(寶華光)여래이시니, 그 부처님은 지금 동쪽으로 세계해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있는 세계해에 계시며, 그 세계해 이름은 법계와 허공의 그림자를 두루 나타내는 구름[普現法界虛空影像雲]이요, 그 세계해 가운데 한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이 삼세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普現三世影像摩尼王]이요, 그 세계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부처님 원만한 등불[佛圓滿燈]이며, 그 세계에 보리장이 있으니 이름은 모든 세간차지 몸 그림자 짐대인데, 보배 꽃빛 여래가 거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앞뒤로 둘러 모셨으며, 그 대중 가운데서 바른 법을 연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성숙케 하느니라. 그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보살로 계실 적에 이 세계해를 수행하여 장엄하였나니, 이 세계해에서 지난 세상·오는 세상에 나서 정각을 이루신 부처님들은 모두 보화광여래가 교화하여 제도한 것이니, 맨 처음에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고 필경에 성숙케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그 때에 재주(財主)인 임금의 첫 부인으로서 위덕주 태자의 어머니인 연화길상장(蓮華吉祥藏)은 다른 이가 아니라, 지금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이었다. 환술 같은 지혜 광명 걸림없는 해탈을 얻었고, 그 몸에는 지난 세상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을 간직하고 낳는 것이며, 지금 세상에서는 부처님 세존이신 비로자나여래를 낳으시니라.
또 구족염길상 동녀의 어머니인 선현(善現)은 딴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나의 어머니인 집장석종선목(執杖釋種善目) 부인이다.
선남자여, 그 때에 위덕주 전륜성왕의 권속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 부처님 세존의 회상에 모인 모든 보살들이니, 이 보살들이 모두 보현의 행을 닦아 모았으며, 보현의 큰 서원을 원만하게 성취하였고, 비록 이 부처님 도량에 있으면서도 항상 모든 세계에 나타나서 보살의 평등한 삼매에 머물며, 항상 온갖 부처님을 뵈옵고 모든 여래의 허공 세계 같은 묘한 음성으로 말씀하는 법문을 들으며, 온갖 법에 자재하는 지혜에 머물러서 소문이 여러 부처님 세계에 들렸으며, 온갖 여래의 도량에 모인 대중을 가까이 하면서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에게 바른 법을 연설하여 모두 성숙케 하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바다에서 보살행 닦기를 잠깐도 끊이지 아니하여, 보현보살의 큰 서원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저 구족염길상 동녀는 위덕주 전륜왕과 함께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네 가지 공양거리로 승일신(勝日身)여래께 공양하였으니, 그는 딴 사람이 아니라 곧 이 몸이니라.
선남자여, 저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이 세계에 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은 청정신(淸淨身)이다. 나는 그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었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도를 행하였느니라. 그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일체지영상월신(一切智影像月身)이니, 나는 그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였으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염부단금광명왕(閻浮檀金光明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대범음상장엄신(大梵音相莊嚴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종종염묘월광(種種焰妙月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묘고지관찰당(妙高智觀察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대지광명왕(廣大智光明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나라연금강정진력(那羅延金剛精進力)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지세력무능승(智勢力無能勝)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관찰지(普觀察智)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대지길상운(廣大智吉祥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무외지광명신(無畏智光明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정지염광운(淨智焰光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공덕당(功德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지일당(智日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연화개부신(蓮華開敷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복덕엄정광(福德嚴淨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지염운(智焰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월(毘盧遮那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장엄개대성왕(莊嚴蓋大聲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대용맹보지광명(大勇猛普智光明)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계경계지월왕(法界境界智月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현영상개오중생여허공심(普現影像開悟衆生如虛空心)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어언상적멸향(語言相寂滅香)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운수순적정성(普震隨順寂靜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견고지무장광망(堅固智無障光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감로산위덕왕(甘露山威德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해뢰음(法海雷音)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불허공광조(佛虛空光照)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월광녀상운(月光女相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월면묘원만(月面妙圓滿)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묘각지구소마화광(妙覺智拘蘇摩華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염산길상위덕(寶焰山吉祥威德)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대공덕성수광(廣大功德星宿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구일체지삼매신(具一切智三昧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염원만신(焰圓滿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최승위덕보광명(最勝威德寶光明)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지속질행(普智速疾行)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염해문등(光焰海門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대법궁전묘성왕(大法宮殿妙聲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무비공덕명칭당(無比功德名稱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수비(修臂)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청정본원신변화월(淸淨本願神變化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허공지실의등(虛空智實義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상허공자재왕(法上虛空自在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비로자나덕장왕(毘盧遮那德藏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나라연법취(那羅延法聚)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제승지적당(諸乘智積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해묘련화(法海妙蓮華)이니, 이러한 육십백천억 나유타 부처님 이 그 겁 동안에 차례차례 계속하여 세상에 나셨는데, 내가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였다.
가장 나중 부처님 이름은 광대환희출현위덕(廣大歡喜出現威德)이니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나셨다. 그 부처님이 서울로 들어오시는데, 나는 그 때에 왕의 첫 부인이 되어 대왕과 함께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법문을 들으니 이름이 일체여래수생출현등(一切如來受生出現燈)이었고, 곧 차별한 지혜눈을 얻으니 이름이 관일체보살삼매해미세경계해탈문(觀一切菩薩三昧海微細境界解脫門)이었다.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이 해탈문을 얻고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항상 보살들과 함께 부지런히 닦으면서, 이러한 겁 동안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말씀하는 법대로 실행하였다. 어느 겁에는 한 부처님을 섬기고, 어느 겁에는 두 부처님을 섬기고, 어느 겁에는 세 부처님을 섬기었으며, 혹은 백 부처님 혹은 천 부처님을 섬기며, 어느 한 겁 동안에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었고, 어느 겁 동안에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만나서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섬기었지만, 오히려 보살의 몸과 형상과 빛깔과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과 과보와 삼매와 해탈의 모든 경계를 알지 못하였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보살을 만나보고 일체지(一切智)를 위하여 모든 행을 닦을 적에, 혹 거스르거나 순종하거나 혹 의심하거나 믿거나 한 이는 보살이 모두 세간법 출세간법의 가지가지 방편으로 거두어 권속을 삼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도록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저 크게 기뻐 나타난 위덕 여래 계신 데서 이 온갖 보살의 삼매 바다의 미세한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고 백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항상 보살과 함께 닦아 익혔으며, 저렇게 오랜 겁 동안에 세상에 나타나는 부처님들을 모두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공양하였으며, 그 여래들께서 각각 다르게 말씀하시는 수다라를 따라서 수행하고 기억하고 잊지 아니하여 이 해탈문이 더욱 더욱 늘고 자라게 하였으며, 그리하여 가지가지 경전을 알고 가지가지 공덕 몸을 얻고, 가지가지 해탈문을 증득하고, 가지가지 삼세의 바다를 보고,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에 나아가 여러 가지로 정각을 이루심을 보았으며, 가지가지 부처님 회상에 들어가 가지가지 보살의 원을 세우고, 가지가지 보살의 행을 행하며, 가지가지 보살의 해탈을 만족하였지만, 오히려 보살의 성취하는 보현의 해탈은 알지 못하였노라.
그 까닭은 보살이 얻은 보현의 해탈과 신통의 경계는 큰 허공과 같고, 중생의 이름과 같고, 삼세의 바다와 같고, 시방의 바다와 같고, 법계 바다와 같아서, 한량이 없고 가이없고 끝단 데가 없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의 얻은 보현의 해탈 법문을 여래의 경계와 같은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러한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보살의 몸매 있는 경계를 살펴보기에 싫증냄이 없었노라.
마치 정욕이 많은 사람들은 남녀가 모이어서 서로 사랑하면서 한량없는 허망한 생각을 일으키고, 그 경계를 따라 변천함이 끝이 없는 것같이, 나도 그러한 겁에 보살의 몸을 살펴보면서,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한량없고 끝이 없는 엄청난 세계가 가지가지로 생겨나고 가지가지로 벌여 있고,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가지가지 형상이고, 가지가지로 의지하여 있고, 가지가지 분량이며 가지가지 세월이며 가지가지 경계선이며, 가지가지 산과 바다며 가지가지 땅이며 가지가지 구름이 덮였으며, 가지가지 이름이며, 가지가지 부처님이 나시어서 가지가지 보리도량에서 가지가지 큰 신통을 나타내며, 가지가지 큰 대중 모임에서 가지가지 수다라를 연설하며, 가지가지 여러 교법[乘敎]을 세우며 가지가지 방편문을 열며, 가지가지 광명을 놓고,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가지가지 정수리에 물 붓는 법식 베푸는 것을 모두 보았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가지가지 도량에 앉아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법 수레를 운전하고, 가지가지 수다라를 연설하여 차례차례 계속되어 끊어지지 아니함을 항상 보았으며,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시방의 모든 중생들의 머물러 사는 곳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동작과 가지가지 업 짓는 것과 가지가지 근성과 가지가지 마음씨를 항상 보았으며,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의 보살 바다와 한량없는 행하는 문과 한량없는 큰 서원 바다와 한량없는 보살의 지위와 한량없는 바라밀과 한량없는 전생의 일과 한량없는 세계를 장엄하던 일과 한량없는 대자(大慈)의 문과 한량없는 대비(大悲)의 구름과 한량없이 정진하는 바다와 한량없이 기뻐하는 마음과 잠깐잠깐 동안 그지없는 중생을 거두어서 방편으로 조복하며 성숙케 하는 것을 모두 보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그러한 세계의 티끌 수 겁에서 잠깐 잠깐마다 이렇게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 있는 경계를 관찰할 적에 한 번 지난 데는 다시 지나지 아니하며, 한 번 본데는 다시 보지 아니하며, 한 번 들은 데는 다시 듣지 아니하며, 한 번 얻은 데는 다시 얻지 아니하였고, 내지 실달(悉達) 태자가 궁전 안에서 채녀에게 둘러싸임을 보았으며, 나는 또 해탈의 힘으로써 보살을 관찰하여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 온갖 법계의 가이없는 경계를 보고 짬이 없는 데까지 깊이 들어갔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 바다의 미세한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여러 방편 바다를 성취하여 중생들과 평등하게 종류를 따르는 몸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며,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을 따라 가지가지 교법(敎法)을 연설하며, 모든 털구멍에서 모두 한량없는 빛깔의 변화하는 바다 구름을 내며, 온갖 법이 본래 청정하여 성품 없는 것으로 성품을 삼는 줄을 알며, 모든 중생이 허공과 같아서 모양 없는 것으로 모양을 삼는 줄을 알며, 분별이 없는 끝까지의 해탈에 머물러서 복판과 가이없는 넓고 큰 경계를 나타내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끝까지 진여와 같으면서 큰 서원을 따라 신통 변화를 널리 나타내는 줄을 알며, 한 생각에 넓고 큰 법계에 들어가서 온갖 법으로 자재하게 마음을 따라 달라지게 하며, 모든 법에 두루하는 지혜의 문을 얻어 보살들의 지위에서 유희하며, 온갖 번뇌 결사(結使)를 멀리 여의고 깨끗하고 원만한 지혜와 신통을 얻으며, 모든 중생이 끝까지 고요한 줄을 알면서 그들을 따라 몸을 나타내어 즐겁게 하며, 보살들과 더불어 평등한 인연으로 함께 모이어 서로 버리거나 여의지 아니하며, 끝까지 물러가지 않는 큰 신통을 얻고 모든 세계에 자재하게 다니며, 중생들을 따라 일부러 정각을 이루며, 모든 도량의 회상에 두루 앉아서 여러 갈래에서 태어남을 보이며, 물러가지 않는 수레를 타고 보살행을 행하여 보는 이와 듣는 이가 이익을 얻는 것이 큰 약나무와 같게 하고, 중생의 마음을 만족케 하는 것이 여의 보배와 같게 하며, 한 음성으로 두루 연설하여 모두 즐겁게 하며, 큰 지혜의 땅에 모든 법을 나란히 건설하며, 환술 같은 지혜와 신통이 법계에 두루하는 보살의 행과 지혜와 공덕이야, 내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때에 석가족의 여인인 구파(瞿波)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세계에 큰 마니 비로자나 보배 연꽃 광 사자좌가 있는데,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앉아 계시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아야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아야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자재한 힘을 얻어 모든 법에서 때를 멀리 여의며, 보살이 어떻게 믿는 힘[信樂力]을 얻어 부처님들을 항상 섬기면서 게으르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용맹하게 정진하는 힘을 얻어 보살들의 사업을 이루며, 보살이 어떻게 지혜의 힘을 얻어 번뇌의 장애를 멀리 여의며, 보살이 어떻게 깊은 알음알이를 얻어 듣는 법을 자연히 깨달으며, 보살이 어떻게 앞에 나타나는 힘을 얻어 보살의 관찰하는 지혜를 성취하며, 보살이 어떻게 두루하는 힘을 얻어 여러 여래 계신 데 나아가며, 보살이 어떻게 큰 서원의 힘을 얻어 온갖 중생 세계를 널리 거두며, 보살이 어떻게 물러가지 않는 힘을 얻어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이 어떻게 관찰하는 힘을 얻어 모든 법을 보는 데 걸림이 없으며, 보살이 어떻게 반연하여 생기는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이 모두 나[我]라 할 것이 없음을 보며, 보살이 어떻게 순종하는 지혜를 얻어 모든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알며, 보살이 어떻게 미세한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의 자체 성품을 잘 관찰하며, 보살이 어떻게 신통한 지혜를 얻어 중생들에게 비밀한 것을 말하며, 보살이 어떻게 큰 서원을 일으켜 중생들의 선근을 자라게 하기를 쉬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과 독각들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기를 끊임없이 하는가라고 물으라.”
이때에 석가족 여인인 구파는 이 해탈문의 이치를 다시 펴고자 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어느 중생이 여러 보살의
가지가지 보리행을 닦아 모음을 보고
착하거나 착하잖은 마음을 내면
모두 다 거두어서 이익하나니
지난 옛적 백 세계의 티끌 수보다
곱이 넘는 오랜 옛적 겁이 있으니
평등하고 깨끗한 장엄겁이요
세계 이름 가장 좋은 수미산 광명.
그 겁 동안 그 세계에 나신 부처님
삼십육억 나유타 차례로 계속
맨 나중에 나타나신 부처님 이름
바른 법의 짐대로서 세간의 등불.
그 때에 그 부처님 열반하신 뒤
임금 이름 지혜 위덕 산이 계시어
자재하게 남섬부주 통치하시며
위력으로 원수 대적 굴복하시고
그 임금이 오백 왕자 두시었는데
단정하고 용맹하여 이길 이 없고
밝은 지혜 좋은 방편 뛰어나더니
중생들이 사모하기 싫은 줄 몰라.
그 임금과 왕자들의 마음이 깨끗
부처님의 바른 법을 깊이 믿으며
받아 지녀 수호하고 닦아 행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물러 안 가네.
그 임금의 태자 이름 불꽃 빛이니
삼십이상 구족하여 장엄하시고
때를 여읜 모든 공덕 원만하여서
간 데마다 모든 중생 이익하더니
오백억 권속들을 모두 데리고
법문 듣고 출가하여 도를 배울 제
한결같이 부지런히 범행(梵行) 닦으며
용맹하게 부처님 법 수호하더라.
그 때에 왕도(王都) 이름 지혜 나무니
천억 성이 구족하게 둘러 있었고
숲 이름은 고요하고 큰 길상이니
보배 나무 훌륭하게 장엄하니라.
불꽃 빛 보살 태자 그 가운데서
대중에게 부처님의 법을 말하니
말솜씨와 밝은 지혜 다함이 없어
듣는 이들 번뇌 망상 소멸케 하네.
어느 때에 보살 태자 밥을 빌려고
가사 입고 발우 들고 왕성(王城) 들어가
위의 있고 정중하게 걸어가시며
정당하게 보는 마음 산란치 않아
이때에 성(城) 안에 장자 있으니
이름은 소문 높은 즐거운 짐대
그 댁에 동녀로서 태어난 나는
이름이 맑은 햇빛 단정한 모양
그 때 내가 이 보살을 멀리서 보니
생각 지혜 깨끗하게 앞에 나타나
여러 기관 조복되고 몸매가 엄숙
오고 가는 모든 위의 두루 고요해
차례로 밥을 빌어 내 집에 오매
한 번 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내가 입은 영락들과 장엄거리를 벗어
정을 얹어 진주까지 발우에 넣고
그 때 비록 물든 사랑 마음이지만
불꽃 빛 보살님께 공양하옵고
그 뒤부터 나쁜 갈래 나지 않고서
언제나 천상 인간 태어나노라.
이백오십 큰 겁 동안 오랜 세월에
날 적마다 훌륭하온 여자 몸 되어
불꽃 보살 공부하는 곳을 보면서
모든 몸매 때 없는 몸 장엄하였고
이백오십 많은 겁을 다 지나고는
잘 나타난[善現] 어머니의 집에 태어나
단정하고 고운 몸매 동녀가 되니
이름이 갖추 예쁜 길상 아가씨.
나는 처음 위덕주 태자 뵈옵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늘 모시고 수행하기 원하였더니
지난 세상 인연 깊어 허락되었소.
나는 그 때 기쁜 마음 태자를 따라
해보다 빛나신 몸 부처님께 가
크고 넓은 보리 마음 함께 내어서
공양하고 법문 듣고 즐겨했노라.
한 겁 동안 이 세상에 나신 부처님
육십천억 나유타로 세계 되는데
나중 나신 부처님은 해탈한 광명
차례차례 내가 모두 공양하였고
맨 나중 여래가 계신 곳에서
법 깨닫는 깨끗한 맘 내가 얻었고
생멸 없는 법의 성품 관찰하고서
숙명통을 성취하고 번뇌를 소멸.
보살의 삼매 바다 미세한 경계
관찰하는 해탈문을 증득한 뒤에
시방의 셀 수 없는 세계 바다를
한 생각에 내가 능히 들어가노라.
한량없는 모든 세계 두루 살피니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다르지마는
더러운 세계라도 미워 안하고
깨끗한 세계라고 탐하지 않아
시방의 온갖 세계 모두 보나니
한량없는 세계마다 보리도량에
여래들 두루 계셔 광명 놓으심
나는 벌써 한 생각에 모두 다 알고
저 부처님 계신 곳에 모인 대중들
나는 능히 한 생각에 다 들어가서
그 대중의 닦는 행과 삼매와 해탈
신통한 지혜 힘을 모두 아노니
저 대중의 닦으시는 넓고 큰 행과
그 지위와 바라밀과 모든 방편과
그지없이 굳게 세운 서원 바다에
생각마다 속속들이 들어가노라.
내가 보니 보살들의 잘생긴 몸매
털구멍 구멍마다 신통하온 일
오랜 세월 묘한 행을 함께 닦으며
끝간 데를 구하여도 찾을 수 없어.
하나하나 털구멍에 있는 세계가
말로는 할 수 없는 엄청난 수효
그 속에서 지륜(地輪) 수륜 화륜 풍륜을
낱낱이 용납하고 섞이지 않아
저러한 모든 세계 건설된 것과
형상과 이름들도 각각 다르고
그 세계의 가지각색 중생의 몸도
빛깔 모양 장엄들이 한량이 없고
나는 또 이 해탈문 힘을 의지해
시방의 온갖 세계 낱낱이 보니
부처님의 화신들이 그 속에 가득
한량없는 중생들을 조복하시네.
한량없는 겁 동안에 행을 닦아서
부처님들 신통력을 본다 하여도
이 보살의 몸과 마음 깊은 지혜와
행하시는 보리 길은 알 수가 없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법문을 듣고는 구파(瞿波)에게 절하고 백천 겹을 돌고 공손히 우러르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리워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50.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을 찾다
1) 신장의 인도로 마야부인을 만나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에게 가서 가까이 모시려 하다가, 즉시에 부처님의 경계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끝없는 바른 지혜를 얻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어떠한 방편으로 이 선지식을 뵈올 수 있겠는가. 이 선지식은 세간을 멀리 떠나서 머물 수 없는 곳에 머물러 여섯 군데[六處]를 뛰어났으며, 모든 집착을 벗어나 애욕에 물들지 아니하며, 걸림없는 도에 있으면서 참다운 행을 알고 깨끗한 법신을 갖추었지만, 환술 같은 업으로 변화한 몸을 나타내고, 환술 같은 지혜로 세간을 관찰하며, 환술 같은 서원으로 색신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위엄과 힘으로 자기의 몸을 가피하는 것이다. 이 선지식은 뜻대로 나는 몸이며, 이 선지식은 나거나 없어짐이 없는 몸이며, 오고 감이 없는 몸이며, 헛되지도 실답지도 아니한 몸이며, 변천하거나 파괴되지 않는 몸이며, 일어나거나 다함이 없는 몸이며, 헤아릴 수 없는 몸이요, 가지고 있는 여러 모양이 한 모양인 몸이며, 두 끝을 여의고 해탈에 머문 몸이며, 의지한 데가 없는 몸이며, 다하지 않는 몸이며,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분별이 없는 몸이며, 꿈과 같아 보는 것이 심사(尋伺)를 떠난 몸이며, 거울 속의 그림자처럼 들고 남이 없는 몸이며, 시방에 널리 변화하여 나타나는 몸이며, 삼세에 항상 있어 달라지지 않는 몸이며, 몸도 마음도 아닌 몸이며, 차별이 없는 몸이다.
이 선지식은 다니는 데가 걸림이 없어 허공과 같으며, 모든 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경계를 초월하여 보현보살의 깨끗한 눈으로야 볼 수 있나니, 이러한 사람을 내가 어떻게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공양하여 기쁘게 하며, 그와 함께 머물러 그의 모양을 보며, 그의 대중 회상에 있으면서 그 음성을 들으며 그의 말을 생각하고 그의 가르침을 받겠는가.’
선재동자가 이렇게 생각할 때에 한 성 차지신[主城神]이 있었는데, 이름은 보배 눈[寶眼]이었다. 한량없는 성 차지신 권속에게 둘러싸여 허공중에 몸을 나타내었다. 가지가지 영락으로 장엄하고 제각기 한량없는 빼어난 색신을 나타내며, 손으로 한량없는 하늘 꽃을 들어 공경하는 마음으로 선재동자의 위에 흩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좋은 방편으로 마음성[心城]을 수호할 것이니 온갖 나고 죽는 경계를 탐하지 말고, 마음성을 장엄할 것이니 여래의 십력을 관찰하여 구하고, 마음성을 깨끗이 다스릴 것이니 아끼고 미워하고 속임을 끝까지 여의고, 마음성을 서늘하게 할 것이니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생각하고, 마음성을 커지게 할 것이니 크게 정진함으로 도를 돕는 모든 법을 마련하고, 마음성을 장엄하게 꾸밀 것이니 모든 선정과 해탈의 자재한 궁전을 세우고, 마음성을 밝게 비칠 것이니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들어가서 반야바라밀 법을 듣고, 마음성을 더 늘게 할 것이니 모든 여래의 온갖 방편 바다를 냄이요, 마음성을 견고하게 할 것이니 보현보살의 깨끗한 행과 원을 항상 닦아 자라게 함이요, 마음성을 방비하여 수호할 것이니 번뇌와 나쁜 동무와 모든 마군을 막음이요, 마음성을 훤칠히 사무치게 할 것이니 부처님들의 넓은 지혜의 광명을 끌어 옴이요, 마음성을 잘 수보[補]할 것이니 모든 부처님의 감로 법비를 받아 지님이니라.
마음성을 붙들어 도울 것이니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깊이 믿음이요, 마음성을 확장할 것이니 큰 자비가 모든 세간에 두루 함이요, 마음성을 널리 덮을 것이니 모든 선한 법을 모아 위에 덮음이요, 마음성을 넓힐 것이니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어여삐 여김이요, 마음성을 열 것이니 가진 것을 모두 버려서 모든 중생에게 보시함이요, 마음성을 세밀하게 보호할 것이니 나고 죽는 일과 욕심의 경계를 방비하여 들어오지 못하게 함이요,
마음성을 엄숙히 할 것이니 모든 좋지 못한 법과 헤매는 근본을 끊어 버림이요, 마음성을 정결히 할 것이니 일체지의 도를 돕는 법을 모아 물러가지 아니함이요, 마음성을 나란히 건설할 것이니 삼세 모든 여래의 원만한 경계를 바로 기억함이요, 마음성을 맑게 할 것이니 모든 여래의 법 수레인 수다라 가운데 있는 법문을 밝게 아는 것이요, 마음성을 몫몫으로 나눌 것이니 널리 모든 중생에게 알려 주어 살바야(薩婆若)의 도를 보게 함이요, 마음성을 머물러 유지할 것이니 삼세 모든 여래의 서원 바다를 두루 거두어 가짐이요, 마음성을 가득케 할 것이니 법계에 두루 한 온갖 복덕 지혜 더미를 모음이요, 마음성을 분명케 할 것이니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과 번뇌 따위의 법을 모두 앎이요, 마음성을 자재하게 할 것이니 모든 시방의 법계를 두루 거두어들임이요, 마음성을 깨끗하게 할 것이니 온갖 부처님 여래를 바로 생각함이요, 마음성의 제 성품[自性]을 알 것이니 모든 법의 제 성품이 없음을 앎이요, 마음성이 환술 같음을 알 것이니 일체지로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와 같이 마음성을 깨끗이 닦으면, 온갖 선근을 모으며 수행하는 대로 모두 증득할 수 있나니, 왜냐 하면 모든 장애를 없애기 때문이니라. 모든 장애란 것은 부처님을 보는 장애, 법문을 듣는 장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장애, 방편으로 중생을 거두는 장애,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는 장애이니라.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런 장애를 벗어남으로 말미암아, 선지식을 찾으려는 마음을 내면, 공력을 쓰지 않고도 곧 만나 뵈옵게 되며, 내지 필경에 온갖 것 아는 지혜를 이룰 것이다.”
이때에 신중신(身衆神)이 있으니 이름이 연화길상급묘화광명(蓮華吉祥及妙華光明)이다. 한량없는 백천 신중신들이 앞뒤에 둘러싸고 도량으로부터 나와 공중에 있으면서, 선재동자의 앞에서 아름다운 음성으로 마야부인을 칭찬하였다. 여러 신중신들은 각각 귀고리로 한량없는 빛깔인 깨끗한 보배 불꽃 그물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보배 향 불꽃 구름 그물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때 여의고 깨끗한 불꽃 그물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중생의 마음을 나타내어 보이는 청정한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빨리 자라는 사랑스러운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뜨거운 번뇌를 없애는 서늘한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널리 나타내는 깨끗한 광명을 놓으며, 한량없는 빛깔인 용맹하게 집착 없는 경계를 내는 보배 불꽃 광명을 놓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빛 광명 그물을 놓아 끝없이 엄청난 세계를 비추어, 선재동자로 하여금 시방의 모든 세계에 있는 부처님을 보게 하고는, 그 광명들이 오른쪽으로 세간을 한 번 돌고 다시 선재의 정수리로 들어가며, 내지 온몸의 털구멍으로 샅샅이 들어갔다.
선재동자는 이러한 광명들이 비치었으므로 즉시에 열 가지 법눈을 얻었다. 곧 깨끗한 광명 눈을 얻었으니 온갖 어리석은 어둠을 여의는 까닭이요, 가리움이 없는 눈을 얻었으니, 모든 중생의 성품을 아는 까닭이요, 때 여읜 눈을 얻었으니 모든 법의 성품을 보는 까닭이요, 깨끗한 지혜 눈을 얻었으니 온갖 세계의 성품을 보는 까닭이요, 비로자나 눈을 얻었으니 여래의 깨끗한 법신을 보는 까닭이요, 넓은 광명 눈을 얻었으니 부처님의 평등하고 헤아릴 수 없는 묘한 색신을 보는 까닭이요, 걸림없는 광명 눈을 얻었으니 끝이 없는 온갖 세계의 이룩되고 부수어지는 모양을 살펴보는 까닭이요, 널리 비치는 눈을 얻었으니 부처님들이 큰 방편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여 가지가지 수다라를 내는 것을 보는 까닭이요, 넓은 경계의 눈을 얻었으니 한량없는 부처님이 신통과 위덕으로 모든 중생을 조복함을 보는 까닭이요, 널리 보는 눈을 얻었으니 가지가지 세계에서 여러 여래가 나시는 것을 관찰하는 까닭이다.
그 때에 보살의 법당을 수호하는 나찰귀왕이 있으니 이름이 묘안(妙眼)이다. 권속 1만 나찰과 함께 공중에서 하늘의 구소마(拘蘇摩) 좋은 꽃과 여러 가지 향으로 선재동자의 위에 흩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게 이루면 선지식을 가까이 할 수 있느니라. 그 열 가지 법이란, 모든 아첨[諂幻]을 여의는 것이니 마음이 정직하여 항상 깨끗한 연고며, 분별을 여의는 것이니 불쌍히 여기는 마음[大悲]이 평등하여 중생들을 널리 거두는 연고며, 법의 성품을 깨달음이니 중생들의 성품이 진실하지 않음을 아는 연고며, 가고 오는 것이 없음을 앎이니 일체지(一切智)에 나아가는 마음이 물러가지 않는 연고며, 믿고 이해하는 힘을 갖춤이니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두루 들어가는 연고며, 깨끗한 지혜 눈을 얻음이니 모든 법의 성품이 나지 아니함을 아는 연고며, 평등한 자애[慈]에 머무는 것이니 중생들이 가장 좋은 이치를 얻게 하는 연고며, 지혜 광명을 여는 것이니 자기 마음의 허망한 경계를 훤칠하게 하는 연고며, 서늘한 구름이 됨이니 감로비를 뿌려 번뇌를 씻는 연고며, 넓고 큰 눈을 지음이니 모든 법을 철저하게 보고 마음이 항상 선지식을 따르는 연고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가득 채우면 선지식을 가까이 모실 수 있느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삼매를 성취하여 미세하게 관찰하면 항상 선지식을 보게 되느니라. 그 열 가지란 이른바 법의 공함이 다하지 않는 깨끗한 삼매,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를 보는 삼매, 모든 경계에 버리지 않고 모자람이 없는 삼매, 모든 여래의 나타나심을 보는 삼매, 모든 복과 지혜의 바다 광을 모으는 삼매, 마음에 항상 선지식을 여의지 않는 삼매, 모든 여래의 공덕이 선지식으로부터 생김을 늘 생각하는 삼매, 항상 선지식을 버리지 않을 것을 생각하는 삼매, 모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평등하게 공양하기를 생각하는 삼매, 선지식의 방편으로 행함에 있어 몸이 고달픔이 없고 싫증내지 아니하여 모든 허물을 여의는 삼매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삼매를 이룩하면 선지식을 항상 가까이 모실 것이며, 또 선지식이 항상 부처님의 법 수레를 운전하는 삼매를 얻을 것이고, 이 삼매를 얻으면 부처님들의 성품이 평등하여 모든 곳에 두루 함을 알며, 항상 선지식을 만나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적에 선재동자는 공중을 우러러보면서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당신이 저를 불쌍히 여기고 거두어 주기 위하여, 가지가지 훌륭한 방편문을 보여 주고, 저로 하여금 선지식을 만나게 합니다. 바라건대 저에게 분별하여 연설하소서. 제가 어떻게 하면 선지식이 있는 데 갈 수 있으며, 어느 거리나 시골에 가면 선지식을 찾을 수 있으며, 무슨 방편을 지어야 선지식을 가까이 모실 수 있겠나이까?”
“선남자여, 그대는 겸손한 마음으로 시방의 허공이 끝단 데까지 온갖 경계에 두루 예배하여 선지식을 구하며, 용맹하고 자재하게 시방으로 다니면서 선지식을 구하며, 빠른 마음과 순종하는 마음을 일으켜 선지식을 구하며, 몸과 마음이 그림자 같고 꿈과 같은 줄 관찰하여 선지식을 구하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나찰의 가르침을 받고 순종하여 수행하였는데, 문득 큰 보배 연꽃이 땅 위에 솟아오름을 보았다.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마니로 잎이 되고, 비로자나 보배왕으로 꽃받침이 되고, 중생들을 나타내는 마니보배로 연밥[藏]이 되고, 여러 가지 빛 보배향으로 꽃술이 되었으니, 무수한 보배 그물을 위에 덮었으며, 그 꽃받침 위에는 누각이 있으니 이름이 시방의 법계장을 용납함[普納十方法界藏]이다. 가지가지 신기한 것으로 훌륭하게 꾸몄으니, 금강이 땅이 되고 1천 기둥이 줄지어 섰는데 모두 마니보배로 이루었고, 염부단금으로 벽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 영락이 사방에 드리웠으며, 가지가지 보배 빛 마니 짐대가 줄을 맞추어 벌여 섰고, 무수한 보배들로 두루 장엄하였으며, 섬돌과 난간으로 둘러 장엄하였다.
그 누각에는 여의 보배왕으로 만든 연꽃 상좌가 있으니, 가지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장식하고 보배 난간이 둘러 있으며, 별 짐대 마니왕으로 사이사이 장엄하고 여러 가지 빛 좋은 의복을 안과 밖에 깔아 놓았으며, 보배 휘장 보배 그물 보배 방울로 위에 덮고, 보배 비단과 깃발로 군데군데 드리웠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빛이 흐르고 소리가 나며, 보배 꽃 짐대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내리고, 방울에서는 맑은 소리가 나오고, 보배 들창과 바라지에는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 몸에서는 향수가 흘러나오고, 비로자나 보배 코끼리 입에서는 연꽃 그물이 나오고, 여러 빛깔 금강 보배 사자의 입에서는 묘한 향 구름을 토하였다. 범천의 형상 보배 바퀴에서는 즐거운 소리를 내어 큰 자애[大慈]의 교법을 연설하고, 금강 보배 방울에서는 보살들의 서원 소리를 내고, 보배 달 짐대에서는 부처님의 변화한 모양을 내어 계속하여 끊이지 않으며, 깨끗한 광 보배왕에서는 삼세 부처님의 태어나는 차례를 나타내고, 일장 마니는 광명을 놓아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 비치고, 넓은 광명 비치는 마니보왕은 온갖 부처님의 원만한 광명을 놓았다. 비로자나 마니보왕은 공양 구름을 일으켜 모든 여래께 공양하고, 여의주왕은 잠깐 잠깐마다 보현보살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하고, 수미보왕은 하늘 궁전을 내어 모든 제석천들의 변화한 몸 구름을 나타내고, 모든 채녀들은 가지가지 묘한 음성으로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미묘한 공덕을 노래하였다.
선재동자는 이와 같은 자리에 다시 보배로 장엄한 한량없는 자리가 둘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때에 마야부인은 그러한 자리에 앉아서 온갖 중생들 앞에 청정한 색신(色身)을 나타내었다. 이른바, 삼계를 초월한 색신이니 모든 갈래에서 뛰어난 까닭이며, 마음의 좋아함을 따르는 색신이니 모든 세간에 집착이 없는 까닭이며, 널리 두루 한 색신이니 중생들의 수효와 같은 까닭이며, 엄청난 힘 색신이니 중생들로 하여금 복덕을 갖추게 하는 까닭이며, 비길 데 없는 색신이니 중생들로 하여금 잘못된 소견을 소멸케 하는 까닭이며, 한량없는 종류의 색신이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나타내는 까닭이며, 끝없는 색신이니 널리 나타나 중생의 집착을 조복하는 까닭이며, 널리 상대하여 나타내는 색신이니 자재한 힘으로 나타내는 까닭이며, 모든 것을 교화하는 색신이니 적당한 대로 앞에 나타나는 까닭이며, 항상 나타내는 색신이니 중생 세계가 끝나도록 다함이 없는 까닭이며, 편안한 데 머무는 색신이니 가까이 모시고 보고 들어 안락을 얻는 까닭이며, 끝날 때가 없는 색신이니 허공과 같은 까닭이며, 큰 위덕이 있는 색신이니 중생들의 허망한 법을 소멸하는 까닭이며, 가는 데가 없는 색신이니 모든 갈래에 없어짐이 없는 까닭이며, 오는 데가 없는 색신이니 모든 세간에 난 데가 없는 까닭이며, 나지 않는 색신이니 생김이 없는 까닭이며, 없어지지 않는 색신이니 항상 고요한 까닭이며, 참이 아닌 색신이니 실상과 같음을 얻는 까닭이며, 허망치 아니한 색신이니 세간을 따라 나타나는 까닭이며, 흔들리지 않는 색신이니 나고 없어짐을 길이 여읜 까닭이며, 부서지지 않는 색신이니 법의 성품은 무너지지 않는 까닭이니라.
모양이 없는 색신이니 말할 길이 끊어진 까닭이며, 한 모양인 색신이니 모양 없는 것으로 모양을 삼는 까닭이며, 상(像)과 같은 색신이니 마음을 따라 나타내는 까닭이며, 환술 같은 색신이니 환술 같은 지혜로 이룬 까닭이며, 아지랑이 같은 색신이니 생각만으로 유지되는 까닭이며, 그림자 같은 색신이니 원(願)을 따라 나타나는 까닭이며, 꿈과 같은 색신이니 마음을 따라 나타나는 까닭이며, 법계인 색신이니 깨끗한 성품이 허공 같은 까닭이며, 불쌍히 여기는 색신이니 중생을 보호하는 까닭이며, 걸림없는 색신이니 법계에 두루 퍼진 까닭이며, 가이없는 색신이니 중생들을 널리 깨끗케 하는 까닭이며, 한량이 없는 색신이니 말을 초월한 까닭이며, 머무는 데 없는 색신이니 중생을 조복하는 까닭이며, 의지한 데 없는 색신이니 세간을 제도하려는 까닭이며, 처소가 없는 색신이니 중생을 항상 교화하는 까닭이며, 남[生]이 없는 색신이니 환술 같은 서원으로 이룬 까닭이며, 이길 이 없는 색신이니 세간을 초월한 까닭이며, 실상 같은 색신이니 선정 마음으로 나타난 까닭이며, 나지 않은 색신이니 중생의 업을 따라 나타나는 까닭이며, 여의주 같은 색신이니 중생들의 소원을 만족시키는 까닭이며, 분별없는 색신이니 중생의 마음과 원을 따라 일어나는 까닭이며, 분별을 여읜 색신이니 모든 중생이 알지 못하는 까닭이며, 허망을 여읜 색신이니 중생의 허망한 거짓 법을 길이 여의는 까닭이며, 늘 다하지 않는 색신이니 중생들의 나고 죽는 짬을 끝낸 까닭이며, 청정한 색신이니 여래와 같이 분별이 없는 까닭이다.
선재동자가 마야부인의 이렇게 나타내는 색신을 보았으나, 끝까지 색(色)이 아니니 그 색 모양[色相]이 그림자와 같은 탓이며, 끝까지 수(受)가 아니니 세간의 모든 수(受)는 모두 변하여 없어지는 탓이며, 끝까지 상(想)이 아니니 중생들의 생각[想]을 따라 나타나는 탓이며, 끝까지 행(行)이 아니니 환술 같은 업으로 이루어진 탓이며, 끝까지 식(識)이 아니니 보살의 서원과 지혜가 공하여 제 성품이 없는 탓이며, 모든 세간의 말할 길이 끊어진 탓이며, 나고 죽는 번뇌를 멸한 탓이며, 가장 훌륭하고 고요한 몸에 머문 탓이니라.
그 때에 선재동자가 마야부인이 중생들의 좋아하는 대로 세간과 같기도 하고, 세간을 초월하기도 한 여러 가지 여자의 몸을 자재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니, 혹은 마군의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타화자재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화락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도솔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야마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도리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천왕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아닌 듯한 여자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모든 곳에서 이와 비슷한 여자의 몸과 지나치는 여자의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이익케 하고 일체지를 모았으며, 평등한 보시바라밀을 행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세간을 덮어 주고, 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내며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익혀 자라게 하고, 법의 참된 성품을 관찰하고 생각하여 깊이 참는 바다를 얻었고, 빠르게 정진하여 게으른 마음이 없이 깨끗하고 물러가지 않는 법 수레를 항상 운전하여 모든 법의 성품을 자세하게 알며, 평등한 삼매의 경계에 머물면서 여래의 선정을 얻고 원만한 광명으로 중생들의 번뇌 바다를 녹여 말리며,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명히 알아 항상 지혜로써 법의 참 모양을 관찰하며, 여래 뵙기를 만족함이 없고 삼세 부처님의 나시는 차례를 알며, 부처님의 삼매가 항상 앞에 나타남을 보고 한량없이 깨끗한 도를 모으며, 부처님들의 허공 경계를 행하고 그의 마음을 따라 중생들을 널리 거두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성숙하여 부처님의 한량없는 청정한 법신에 들어가며, 큰 서원을 이루어 부처님 세계들을 깨끗이 하며 끝까지 모든 중생을 조복하고, 마음은 언제나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 모든 보살의 신통을 내며, 이미 법신을 얻어 깨끗하고 물들지 않지만, 항상 한량없는 색신을 나타내며, 여래의 자재한 힘과 마군과 원수를 굴복하는 힘과 선근을 이룩하는 힘과 바른 법의 힘을 내며, 부처님의 힘을 구족하고 보살들의 자재한 힘을 얻어 일체지의 힘을 빨리 자라게 하며, 부처님 지혜의 광명을 얻어 모든 것을 비추며, 한량없는 중생의 마음과 근성과 욕망과 알음알이의 가지가지 차별과 그 몸이 시방에 가득함을 알며, 모든 세계가 이루고 무너지는 모양을 알며, 크고 넓은 눈으로 시방의 바다를 보며, 두루 한 지혜로 삼세 바다를 알며, 몸은 모든 부처님 바다를 두루 섬기고, 마음은 온갖 법 바다를 받아들였다.
모든 여래의 가지가지 공덕을 닦아 원만하고 모든 보살의 지혜로 돕는 길을 따라 내며, 모든 보살이 처음 마음 낸 때부터 바라밀 행을 닦는 것을 항상 관찰하고 모든 보살의 지위[地]를 내며, 모든 보살의 복더미를 모으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두려운 마음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보리도를 두루 성취하고 중생들을 부지런히 수호하며, 부처님들의 공덕을 칭찬하기를 좋아하며, 광명이 온갖 세간에 널리 비치어 여러 보살의 어머니 되기를 원하였다.
2) 마야부인에게 법을 듣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마야부인이 모든 곳에 두루하여 남섬부주의 티끌 수처럼 많은 여러 방편문을 나타내는 것을 보았고, 보고서는 마야부인이 나타내는 몸의 수효같이, 선재동자도 그렇게 많은 몸을 나타내어 여러 곳 마야부인의 앞에서 공경하고 예배하였으며, 그 때에 한량없는 삼매문을 증득하여 분별하고 살펴보며 행을 닦아 증득하였다가, 삼매에서 일어나 마야부인과 권속들을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문수사리보살이 저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고, 모든 선지식을 부지런히 찾으라 하옵기에 저는 그의 가르침을 받고, 여러 선지식의 계신 곳에 낱낱이 나아가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였고, 그냥 지나간 일이 없었사오며, 이렇게 차츰차츰 여기까지 이르렀사오니,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일체지를 성취할 수 있겠나이까?”
마야부인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원과 지혜로 환술처럼 장엄하는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항상 보살들의 어머니가 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남섬부주의 가비라성(迦毘羅城) 정반왕의 가문에서 오른쪽 옆구리로 실달다 태자를 낳았고,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장엄과 보살의 태어나는 자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처럼, 이 세계해에 있는 모든 비로자나여래가 최후의 몸[最後身]에 있으면서 탄생하는 자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는데, 낱낱이 그의 어머니가 되었으므로, 그 보살들이 모두 나의 몸에 들어왔다가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여 일체지를 이루었느니라.
또 선남자여, 나는 정반왕의 궁전에서 보살이 탄생하려 할 적에 보살의 몸에 있는 낱낱 털구멍으로 광명을 놓는 것을 보았으니, 이름이 모든 부처님의 태어나는 공덕 바퀴요, 그 털구멍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보살의 태어나는 신통 변화와 공덕 장엄을 나타내었으며, 그 광명들이 모두 온갖 세계에 비치었고, 세계에 비친 뒤에는 나의 정수리와 온갖 털구멍으로 들어왔었다.
선남자여, 그 광명 속에는 모든 보살의 이름과 태어나는 신통 변화와 광대한 장엄과 궁전과 권속과 오욕(五欲)으로 즐기는 일을 나타내었으며, 또 보살이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량에 나아가서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고 사자좌에 앉았는데, 가지가지 보살이 앞뒤에 둘러 모시고, 가지각색 세상 차지신들이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거든, 대중을 위하여 법 수레 운전함을 보았으며, 또 여래께서 지난 옛적 보살의 도를 닦을 때에,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존중하고 공양하여 보리 마음을 내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며, 잠깐 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화신을 나타내어 시방세계에 가득하여 가지가지로 태어나는 장엄을 보았으며, 필경에 정각을 이루고 법 수레를 운전하며, 나중에 열반에 드시어 엄청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그런 일들을 모두 보았노라.
선남자여, 저 묘한 광명이 나의 몸에 들어올 적에, 내 몸의 형상은 본래와 다르지 아니하였으나 실로는 모든 세간을 초월하였으니, 그 까닭은 그 때에 내 몸이 허공과 같아서 시방 보살의 궁전과 장엄과 자재하게 태어나는 신통 변화를 모두 태속에 받아들인 연고니라.
선남자여, 그 때에 보살이 도솔천궁에서 내려오시려 할 적에, 열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보살 대중이 있어, 모두 보살과 더불어 서원이 같고, 행이 같고, 선근이 같고, 해탈이 같고, 지혜가 같고, 있는 지위가 같고, 신통이 같고, 나타남이 같고, 위력이 같고, 법신의 청정함이 같고, 색신의 위덕이 같고, 내지 보현보살의 공덕과 행과 원이 모두 같은, 이러한 보살들이 앞뒤에 호위하였으며, 또 8만 대용왕이 있는데 사갈라(娑竭羅)용왕이 으뜸이 되어, 모든 세간 차지신들과 더불어 제각기 가지각색 마니보배 누각을 타고 함께 와서 보살에게 가까이 받들고 공양하였다.
그 때에 보살이 신통의 힘으로써 모든 보살과 함께 온갖 도솔천궁에 나타났으며, 낱낱 천궁에 시방세계의 모든 남섬부주에 태어나는 영상과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모두 깨닫게 하며, 방일한 생각을 내지 않고 게으름을 여의어 집착이 없게 하였다. 또 신통으로 광명을 놓아 모든 세간에 널리 비치어 캄캄한 무명을 깨뜨리고, 모든 번뇌와 고통을 멸하며, 탐욕 경계를 벗어나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지난 세상에 지었던 업을 알고 나쁜 갈래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며, 또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고 그 앞에 나타나서 신통 변화를 보였으며, 이러한 신기한 일을 나타내고는, 권속들과 함께 천궁에서 내려와 내 몸에 들어왔으며, 그 보살이 나의 뱃속에서 엄청난 신통으로 자재하게 다니면서, 혹은 삼천대천세계로 한 걸음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로 한 걸음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 잠깐 잠깐마다 시방에 있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마다 여래가 계신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과 사천왕천·삼십삼천·도리천·수야마천·도솔타천·화락천·타화자재천과 색계의 모든 범천왕들이 모두 와서 보살의 태에 계시는 일과 광대한 신통 변화를 뵈옵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법문을 들으려고 내 몸으로 들어왔다.
나의 뱃속에 이렇게 많은 여러 대중을 받아 넣었지만, 몸이 더 커지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으며, 그 보살들도 각각 자기가 도량에 모인 대중에 있으면서 청정하게 장엄한 줄을 보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사천하의 염부제(閻浮提)에서 보살이 태어날 때에 내가 그의 어머니가 되듯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백억 사천하의 염부제 안에서도 그와 같았지만, 그래도 나의 몸은 본래 둘도 아니고, 또 하나도 아니며,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니, 왜냐 하면 보살의 서원과 지혜로 환술같이 장엄한 해탈문을 닦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비로자나부처님의 어머니가 된 것처럼, 지나간 세상에 나신 한량없는 부처님의 어머니도 되었노라. 선남자여, 내가 지나간 세상에 연못의 신이 되었을 적에, 보살이 연꽃밥 자리에 화생하시므로 내가 받들어 모시고 길렀더니, 모든 세간에서 모두 나를 일컬어 보살의 어머니라 하였으며, 또 지나간 세상 내가 보리도량의 신이 되었을 적에 보살이 나의 품에 화생하였으므로 세상에서 나를 일컬어 보살의 어머니라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보살들이 최후의 몸에 머물면서 이 세계에서 가지가지 방편으로 태어나는 광대한 신통 변화를 나타낼 적마다 내가 그의 어머니가 되었으며, 이 세계에 현겁 동안에 처음 나신 구류손(拘留孫)여래와 다음의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여래, 가섭(迦葉)여래와 지금 세존 석가모니여래가 탄생할 적에도 내가 그 때마다 어머니가 되었노라.”“선남자여, 이 현겁의 오는 세상에 미륵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오려 할 때에도, 큰 광명을 놓아 법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보살들을 나타낼 것이며, 최후의 몸[最後身]에 머물러서 광대한 신통 변화로 자재하게 태어날 적과 이 인간에서 문벌 좋은 집에 태어나서 중생들을 조복할 적에도 내가 어머니가 될 것이며, 이렇게 차례차례 사자 여래·큰 법빛 짐대 여래·묘한 눈 여래·깨끗한 구소마꽃 여래·묘한 꽃 길상 여래·제사(提舍) 여래·불사(弗沙) 여래·묘한 뜻 여래·금강 여래·때 여읜 여래·큰 달빛 여래·횃불 든 여래·소문난 여래·금강 난간 여래·깨끗한 뜻 여래·한 이치 본 여래·야청 몸[紺身] 여래·저 언덕에 뛰어난 여래·보배 불꽃 빛 여래·보배 불꽃 산 여래·큰 홰 든 여래·좋은 연꽃 여래·연꽃 내는 여래·이름 퍼진 여래·한량없는 공덕 재물 여래·훌륭한 등불 길상 여래·장엄한 몸 여래·잘 헤아리는 여래·자비 길상 여래·묘한 거둥 여래·변화한 여래·머무는 데 없는 여래·좋은 위엄 광명 여래·끝없는 음성 여래·원수 이긴 여래·의혹 없앤 여래·청정한 여래·넓은 빛 여래·깨끗한 소문 나타낸 여래·구름 길상 여래·가지가지 빛 상투 장엄 여래·큰 나무왕 여래·온갖 보배 여래·가지가지 빛 여래·보배 귀고리 여래·굳은 지혜 여래·큰 바다 지혜 여래·깨끗한 보배 여래·연꽃 갓 여래·기운 센 여래·서원이 원만한 여래·연꽃 화만 여래·크게 자재한 여래·길상한 님 여래·가장 훌륭한 여래이시다.
또 흰 전단 구름 여래·야청 빛 넓은 눈 여래·미묘한 지혜 여래·훌륭한 지혜 여래·살펴본 지혜 여래·치성한 왕 여래·견고한 지혜 여래·장엄왕 여래·구족 길상 여래·기쁜 사자왕 여래·자재천 여래·자재한 사자왕 여래·훌륭한 정수리 길상 여래·금강 지혜 길상 여래·산 광명 여래·묘한 덕광[德藏] 여래·묘한 보배 그물 여래·장엄한 몸 여래·묘한 지혜에 머문 여래·지혜 자재 여래·대자재천왕 여래·얻음 없는 모양 길상 여래·깨끗이 기쁜 여래·보시 잘한 은혜 여래·묘한 불꽃 지혜 여래·물 하늘[水天] 길상 여래·깨끗한 지혜 여래·훌륭한 맛 여래·높은 산에 오른 여래·자재한 공덕 여래·세상 원수 보호하는 여래·세상 말 일으킨 여래·공덕 자재 여래·위덕 짐대 여래·비로자나 묘한 짐대 여래·몸과 성품 보는 여래·하염[有] 여읜 향 여래·닦는 향 여래·가지가지 분별하는 묘한 몸 여래·묘하고 넓은 몸 여래·모든 향 불꽃왕 여래·가지각색 빛 금강 마니로 장엄한 여래·웃는 눈 여래·티끌 때 여읜 여래·키 큰 여래·좋은 변화 인간 천상 모은 여래·넓고 큰 하늘 여래·재물 하늘 여래·위없는 하늘 여래·고요한 것 따르는 여래·열고 깨달은 지혜 여래·번뇌 때 씻은 여래·큰 불꽃 광명왕 여래·모든 것 고요한 여래·비사가천(毗舍佉天) 여래·금강산 여래·지혜 불꽃 빛 여래·큰 불꽃 빛 몸 여래·안락 짓는 여래·고요한 사자 여래·원만히 깨끗한 여래·깨끗이 묘하고 어진 여래·소문 길상 여래·용맹 정진 여래·제일의(第一義) 행하는 여래·고요한 빛 여래이다.
또 훌륭하고 더 높은 여래·매우 깊은 음성 여래·모든 땅 차지 여래·야청 광명 여래·장엄왕 여래·묘한 음성 길상 여래·훌륭하신 여래·존귀하고 훌륭한 길상 여래·훌륭하고 자재한 여래·위없는 의왕(醫王) 여래·공덕 달 여래·웃는 빛 여래·걸림없는 빛 여래·공덕 더미 여래·달 높이 솟은 여래·해 하늘 여래·두려움 없는 소문 여래·모든 존재[有] 벗어난 여래·용맹한 소문 여래·불꽃 빛 얼굴 여래·사라왕(娑羅王) 여래·소문 더미 여래·가장 나은 여래·약왕 여래·좋은 보배 여래·금강 지혜 여래·깨끗한 길상 여래·고요한 곳 여래·마니왕 여래·이길 이 없는 여래·가리울 수 없는 여래·여럿 모인 데 왕인 여래·큰 소문 여래·빨리 받는 여래·한량없는 빛 여래·큰 서원 광명 여래·비지 않고 자재한 왕 여래·법에 자재한 왕 여래·높은 불꽃 빛 여래·물러가지 않은 지위 여래·맑은 하늘 여래·좋고 묘한 하늘 여래·굳은 수행 칭찬 시비 관계없는 여래·온갖 선지식 여래·해탈 음성 여래·유희왕 여래·삿된 왜곡 없는 여래·첨복꽃 맑은 빛 여래·가장 큰 공덕 여래·썩 좋은 달 여래·밝은 횃불 든 여래·잘난 몸 여래·말할 수 없는 여래·가장 깨끗한 여래·중생 벗 위안하는 여래·한량없는 광명 여래·두려움 없는 음성 여래·물 하늘 공덕 여래·붙박이 지혜 빛 여래·구소마꽃 좋은 여래·보배 달 불꽃 빛 여래·물러가지 않는 지혜 여래·물든 사랑 여읜 여래·집착 없는 지혜 여래·공덕 더미 모은 여래·나쁜 갈래 없앤 여래이시다.
그리고 또 겁 없는 여래·꽃 많이 흩는 여래·사자후 여래·제일의(第一義) 얻은 여래·가지가지 이치 얻은 여래·막힘없이 보는 여래·다른 대중 굴복 받는 여래·바람처럼 빨리 가는 여래·붙박이 성품 여래·분별 바다 여읜 여래·이길 수 없는 여래·단장한 장엄 바다 여래·수미산 여래·향기 바람 지혜 여래·가없는 자리 여래·싸워 이긴 여래·행할 이 없는 여래·맑게 있는 여래·높은 보시 여래·자비심 따라 내는 여래·늘 달 여래·이익왕 여래·붙박이 쌓인 여래·썩 묘한 뜻 여래·따라 거두는 지혜 여래·높이 받는 여래 ·불꽃 빛 몸 여래·비길 수 없는 이름 여래·이익하는 지혜 여래·목숨 지닌 여래·아만 없애는 여래·종종 빛깔 여래·소문 갖춘 여래·위덕 큰 힘 여래·멸(滅)함 없는 여래·붙박이 하늘 여래·헤아릴 수 없는 길상 여래·벗어난 달 여래·최상왕 여래·보름달 쌓인 여래·맑은 공양 여래·움직이지 않는 눈 여래·희유한 몸 여래·모양 없는 지혜 여래·사랑 경계 여래·썩 뛰어난 여래·높은 사업 여래·보배 법 지혜 여래·옛적 따르는 여래·위없는 길상 여래·이길 수 없는 범천 여래·알 수 없는 공덕 빛 여래·위없는 법 경계 여래·끝없이 어진 여래·널리 따라 자재한 여래·가장 높은 하늘 여래와 누지(樓至) 여래에 이르기까지, 공덕이 원만하고 최후의 몸에 있어 현겁 동안에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부처님 되실 이의 어머니가 되었노라.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이 화장장엄세계해의 온갖 세계종 안에 있는 세계마다 낱낱 사천하의 염부제 안에서와 나아가 시방의 모든 세계해 가운데 있는 온갖 세계에 이르기까지,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많은 겁 동안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닦으면서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자재한 힘으로 일부러 태어날 적마다 내가 몸을 나타내어 그의 어머니가 되노라.”
이 때 선재동자는 마야부인께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보살의 서원과 지혜로 환술같이 장엄한 해탈문을 얻으신 지가 얼마나 오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나간 세월 헤아릴 수 없는 지난 세상 최후의 몸에 머문 보살의 신통한 눈으로도 알 수 없는 많은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깨끗한 빛이요, 그 때의 세계 이름은 수미덕(須彌德)이었다. 비록 산들도 있고 다섯 갈래[五趣]가 섞여 살지만, 그 나라에는 더러운 것이 없고 여러 가지 보배로 이루었으며, 깨끗하고 원만하고 장엄한 품이 사랑스러웠다.
그 세계에는 천억 사천하가 있는데, 한 사천하의 이름이 향기 바람 위덕 사자 짐대[香風威德師子幢]였다. 그 가운데는 80억 왕성(王城)이 있으며, 그 가운데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훌륭한 구족 짐대였고, 거기에 있는 전륜왕의 이름은 용맹정진대위덕(勇猛精進大威德)이었으며, 그 왕성 북쪽에 도량이 있으니, 이름이 가지각색 묘한 빛 광명이요, 그 도량 차지신의 이름은 길상 눈[吉祥眼]이었다.
그 때에 한 보살이 계신데 이름이 때 없는 짐대[無垢幢]였다. 도량에 앉아서 정각을 이루려 하는데, 금빛 광명 마군이 가지각색 형상을 가진 한량없는 권속 마군을 데리고 보살의 앞에 와서 보살의 공부를 깨뜨리려 하였다. 그 전륜왕은 보살의 자재한 신통을 얻었으므로 큰 신통 변화로 마군을 깨뜨려 부수려고, 마군보다 곱이나 되는 군대를 변화하여 도량을 둘러쌌더니, 마군들은 황망하여 제각기 흩어져 버리고,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다.
그 때에 도량 차지신은 이 일을 보고 매우 기뻐하여 그 전륜왕에게 아들 같은 생각을 가졌으며,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서원하기를 '이 대위덕 전륜성왕이 날 적마다 나의 아들이 되고, 내지 성불할 때는 나는 늘 그의 어머니가 되어지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 도량에서 다시 10나유타 부처님을 만나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기쁘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도량 차지신은 딴 사람이 아니고 나였으며, 전륜왕은 지금 세존이신 비로자나 여래·응공·정등각이시니, 나는 저 부처님께 서원을 세운 뒤부터 이 부처님 세존께서 시방세계의 모든 갈래에서 군데군데 태어나면서, 용맹하게 정진하고 선근을 심으며, 여래께 공양하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하고, 나아가 최후의 몸에 이르기까지 잠깐 잠깐 동안에 시방세계에 보살로 태어나며 신통 변화를 나타낼 때마다 항상 나의 아들이 되고,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었노라. 선남자여, 지난 세상에나 이 세상에서나,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의 부처님 여래들이 부처를 이루려 할 적에는, 모두 배꼽으로써 가지가지 큰 광명을 나타내어 내 몸과 권속과 궁전을 비추며, 그의 최후의 몸에는 모두 내가 그의 어머니가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서원과 지혜로 환술처럼 장엄하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다. 저 보살마하살들이 불쌍히 여기는 큰마음을 갖추고 일체지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싫증내거나 게으르지 아니하며, 잘 참는 행에 있으면서 만족한 줄을 항상 알고, 감로 맛을 먹어 마음이 다할 줄을 모르며, 온갖 마군과 나쁜 사람들이 시끄럽게 하지 못하고, 마음이 흔들림도 없고 조급함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고, 아첨하지도 않고 번뇌의 행이 없으며, 잠깐 잠깐에 백천 삼매에 들어가고, 잠깐 잠깐에 백천 부처님을 뵈옵고, 잠깐 잠깐에 백천 부처님의 힘을 알고, 잠깐 잠깐에 백천 세계를 흔들고, 잠깐 잠깐에 백천 세계로 다니며, 잠깐 잠깐에 광명이 백천 세계에 비치며, 잠깐 잠깐에 백천 중생을 성숙하고, 잠깐 잠깐에 마음대로 백천 겁에 머물고, 잠깐 잠깐에 지난 세상과 오는 세상의 백천 겁에 깊이 들어가고, 잠깐 잠깐에 백천 법문을 알고, 잠깐 잠깐에 백천 부처님 몸을 나타내고, 잠깐 잠깐에 백천 보살을 나타내어 권속을 삼으며, 자재한 힘으로 잠깐 잠깐마다 낱낱 털구멍에 한량없는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삼보의 있는 데서 끝까지 성취하여 깊은 신심이 무너지지 아니하며, 가지가지 변천하는 모든 행(行)의 나고 없어지는 경계를 잘 알며, 가지가지 법의 근본 성품이 나는 것 아님을 잘 알며, 가지가지 세간이 더욱 더 변천하여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잘 알며, 가지가지 업으로 태어나는 차별을 잘 알며, 가지가지로 나고 죽고 열반하는 경계선을 잘 알며, 가지가지 부처 세계의 더럽고 깨끗함이 같지 아니함을 잘 알며, 지난 세상 오는 세상의 보살들이 가지가지로 닦아 익힘을 잘 알며, 온갖 법의 모양도 없고 다함도 없는 것을 잘 아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그 보살들의 행과 지혜와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삼십삼천에 왕이 있으니 이름이 구족정념(具足正念)이요, 그 왕의 딸이 있으니 이름이 천주광(天主光)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냐고 물으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가르침을 받고 머리를 숙여 그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사모하며 일심으로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51. 천주광 아가씨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삼십삼천의 구족정념천왕의 궁전에 나아가, 그 천녀를 보고는 발에 절하고 여러 번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일러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이 장엄하는 해탈문을 얻었소.”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하오며, 무슨 법을 닦아야 이 해탈문을 얻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을 부지런히 닦으면 이 해탈문을 얻나니, 그대가 이 해탈문에 들려 하거든, 역시 이렇게 부지런히 닦아 배우라. 어떤 것이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을 부지런히 닦는 것인가 하면, 마땅히 헤아릴 수 없는 법의 뜻과 지혜를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차별한 성품과 모양과 진실한 자체를 진실하게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바른 법 수호함을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미묘한 법이 남의 비방을 받으면 이치로 굴복시키어 훌륭한 이치를 나타내는 까닭이며, 마땅히 드러낼 수 있는 계[表戒]와 드러낼 수 없는 계[無表戒]를 닦을 것이니, 성품인 죄[性罪]와 말라고 한 죄[遮罪]와 있는 죄와 없는 죄를 자세하게 살펴서 잘못됨이 없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다툼 없는 법을 닦을 것이니, 세간의 가지각색 잡된 이야기와 쓸데없는 모임을 항상 여의는 까닭이며, 마땅히 편안히 참는 자리에 있음을 닦을 것이니 가지각색 번뇌 고통이 몸과 마음을 괴롭힐 적에 자세히 살펴보고 잘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경계를 참고 견딤을 닦을 것이니, 나쁜 말과 훼방하고 모욕함과 원수와 해독이 마음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편안히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미세한 법 아는 일을 닦을 것이니, 오온·십이처·십팔계가 변천하여 없어짐을 알아 성품과 모양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아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교묘한 법의 문구(文句)를 부지런히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법문을 잘 연설하여 진실한 성품과 모양을 나타내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화합하고 화합하지 않는 법을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성품을 없애지 못하며 더하고 덜하고 여의고 합함이 없는 줄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지나간 세상을 살펴보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업의 원인과 좋고 나쁜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여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마땅히 오는 세상을 아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업과 인연과 과보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여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삼세가 평등함을 닦을 것이니, 삼세의 행하는 모양이 비록 각각 같지 않으나 머무는 법을 따라 차별이 있는 까닭이며, 마땅히 삼륜(三輪)이 청정함을 닦을 것이니, 지난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모든 법의 성품을 얻을 수 없어 마음을 여읜 까닭이며, 마땅히 마음이 머무는 법을 닦을 것이니, 안과 밖과 중간을 두루 살피나 마음의 성품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수호하는 위의를 닦을 것이니, 어느 때에나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을 자세하게 살피어 미혹되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깨끗한 위의를 닦을 것이니, 육근의 문을 세밀하게 수호하여 선한 일은 갊아[藏] 두고 선하지 못한 것은 항상 드러내는 까닭이며, 마땅히 나쁜 짓 여의는 법을 닦을 것이니, 어리석은 범부들의 모든 나쁜 법과 함께하지 않고 늘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의 행을 모음을 닦을 것이니, 용맹하게 정진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는 가지가지 행을 두루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어른에게 공경함을 닦을 것이니, 평상이나 좌복이나 공양거리로 받들어 이바지하고 맞아 섬기며, 몸과 마음을 겸손히 하여 게으르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몸과 마음을 단속함을 닦을 것이니, 온갖 깨끗한 법을 두루 단속하여 가지고 잃지도 않고 무너뜨리지도 않아 항상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따라서 깨닫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세간법이나 출세간법에 대하여 성품과 모양을 따라 깨닫는 까닭이며, 깊고 깊은 법에 들어감을 닦을 것이니, 모든 나고 없어지는 법의 모양을 알고 마음에 나지 않는 지혜를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음성법(音聲法)의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법문을 참되게 연설하여 말의 참된 성품을 열어 보이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이익 없는 일을 멀리 여읨을 닦을 것이니, 방편으로써 자기나 남으로 하여금 모든 세간의 이익 없는 법을 뛰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대장부들의 모임을 닦을 것이니, 부처님·보살·성문·독각들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나쁜 지식[惡知識]을 멀리함을 닦을 것이니, 없어진다[斷] 항상하다[常]는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게으른 나쁜 중생들을 여의기를 즐기는 까닭이며, 마땅히 범부를 의지하지 않음을 닦을 것이니, 범부의 법은 어리석은 이들과 서로 어울려 허물이 많음을 보는 까닭이며,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 마음을 닦을 것이니, 중생들의 성품이 평등함을 알고, 가난하고 천한 이를 업신여기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계행을 무너뜨린 이를 불쌍히 여김을 닦을 것이니, 대자비(大慈悲)로 죄를 범한 이들을 구제하여 보살의 깨끗한 계율에 두는 까닭이며, 마땅히 자비의 힘을 늘게 함을 닦을 것이니, 시방 삼세 중생들의 가지각색 시달림을 살피어 구호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재물 따위로 거두어 줌을 닦을 것이니, 재물이나 음식 따위로 중생들을 거두어 깊고 깊은 진실한 법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말씀한 대로 실행함을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선한 일을 닦아서 자기의 마음을 열어 놓고 잘 펴지게 하여 원만함을 얻는 까닭이며, 마땅히 옛적과 서로 통하는 선을 닦을 것이니, 모두 아는 숙명통을 얻어서 많이 듣고 지난 세상과 서로 통하는 행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혼자 있으며 고요함을 닦을 것이니, 여럿이 있는 데서 쓸데없는 잡담을 여의고 깨끗하고 착한 법 가까이 함을 좋아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욕심 없고 만족함을 닦을 것이니, 옷과 음식과 죄복과 약 따위에 대하여 자기나 남들로 하여금 넉넉한 줄을 알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마음이 서로 응하는 행법을 닦을 것이니, 37종의 보리에 나아가는 법을 부지런히 닦아서 서로 응하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행의 경계를 닦을 것이니, 십바라밀과 모든 수행의 문을 갖추 익혀서 원만케 하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보살 지위의 법을 닦을 것이니, 열 가지 지혜의 자리에 들어가고 머물고 나오는 것에 대한 모양과 얻음과 과보를 모두 증득하여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여래의 지위에 들어감을 닦을 것이니, 보리의 지혜와 끊을 바 업장의 가지가지 자체와 작용을 모두 증득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알기 어려운 법을 닦을 것이니, 부처님·보살·독각·성문들이 모두 헤아릴 수 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모양 취하지 않음을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이 환술 같고 꿈과 같아서 실상과 같은 줄을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해탈 법문의 지혜를 닦을 것이니, 금강 삼매로 티끌 습기를 깨뜨리고 맑고 고요한 지혜를, 허망한 생각이 흔들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이렇게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법문을 내가 모두 닦아 익히고 이 해탈문을 얻었으니, 그대도 닦아 행하면 증득하게 될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해탈의 경계를 물었으니, 내가 얻은 이 해탈의 경계는 끝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옛적 일을 기억하노니, 그 옛적에 우발라꽃이란 겁이 있었고, 그 겁 동안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섬기며 공양하였소, 저 여래가 처음 출가한 때부터 내가 모두 우러러 섬기고 공양할 적에 절을 짓고 도구를 마련하였으며, 또 저 여래 들이 보살이 되어 어머니의 태에 들던 때와 탄생하던 때와 일곱 걸음을 걷던 때와 사자후할 때와 아이 때와 궁중에 있을 때와 왕위를 버릴 때, 출가할 때, 보리수에 나아가 정각을 이룰 때, 법 수레를 운전하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할 때까지 여러 가지 하시던 일과 처음 마음을 낼 적부터 보살의 도를 행하며 법이 없어질 때까지를 내가 모두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앞에 나타나 기억하노라.
또 기억하니, 지난 세상에 선지(善地)라는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 나는 10항하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만나서 공양하였고, 그 다음에는 묘덕(妙德)이란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열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을 만나서 섬기고 공양하였고, 또 기억컨대 한 겁이 있으니, 이름은 얻을 것 없음이라, 그 겁에서는 80백천억 나유타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고 공양하였고, 또 묘한 빛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염부제의 티끌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말할 수 없는 광명이란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2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가장 좋은 길상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1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뜨는 해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8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훌륭한 성품 다님이란 겁에서는 6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옛적에 겁이 있으니 이름은 묘한 달이라, 그 때에는 7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였노라.
선남자여, 이렇게 항하의 모래 수 겁 동안에 내가 항상 여러 부처님 여래·응공·정등각을 떠나지 아니하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저 여러 여래 계신 데서 모두 이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문을 들었으며, 듣고는 받아 지니고 말씀한 대로 행하여 잊어버리지 아니하였고, 이렇게 지난 겁 동안에 계신 여래들이 처음 마음 낼 적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하시던 일을 내가 이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의 힘으로 모두 따라 기억하며, 분명하게 앞에 나타나 그대로 따라 행하며, 생각마다 관찰하고 게을러 폐한 적이 없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나고 죽는 캄캄한 밤 에서 벗어나 환하고 밝게 깨달았으며, 어리석고 어둠을 여의고 다시 어둡지 아니하며, 마음에는 번뇌가 없고 몸은 가볍게 다니며, 법의 성품을 깨끗이 깨달아 깊고 깊은 수다라의 분명한 뜻과 분명치 못한 뜻을 모두 가려내며, 모든 어려운 곳에서 나와 남을 잘 보호하며, 보살의 깨끗한 계행을 닦아 익히어, 이롭거나 이롭지 못하거나 마음이 항상 평등하며, 신통과 지혜를 공교롭게 내어 세간의 여러 가지 방편을 순종하며, 복과 지혜를 늘게 하기에 마음 싫증냄이 없으며, 크게 정진하여 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닦으며, 자비를 쌓아 모으기에 마음에 싫어하거나 피로함이 없으며, 여래 십력(十力)과 무소외[無畏]와 십팔불공법[十八不共]과 모든 법을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따라 깨우치느라고 밤낮으로 꾸준히 행하여 여념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과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가비라성에 동자(童子) 선생이 있으니 이름이 변우(遍友)요,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법문을 듣고 기뻐 뛰면서, 헤아릴 수 없는 선근이 빨리 자라서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는 공손히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52. 변우동자 선생을 찾다
선재동자는 천궁에서 내려와 가비라성으로 가서 변우(遍友)에게 나아갔다. 가서는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하소서.”
“선남자여, 여기 한 동자가 있으니 이름은 선지중예(善知衆藝)이다. 보살의 글자 지혜 법문을 배웠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물으라. 그대에게 말하여 주리라.”
53. 선지중예동자를 찾다
선재동자는 선지중예(善知衆藝)동자에게 이르러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문을 얻었으니 이름이 구족원만선지중예(具足圓滿善知衆藝)이다. 나는 언제나 이 자모(字母)를 부르노라.
아(A, 婀)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보살의 훌륭한 위덕의 힘으로 모든 법의 본래 나지 않는 뜻을 나타냄이요, 라(Ra, 囉)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가이없는 데까지 널리 나타내는 미세한 알음알이요, 파(Pa, 跛)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법계의 평등한 짬을 널리 비추는 미세한 지혜요, 차(Ca, 者)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바퀴로 차별한 빛을 끊음이요, 나(Na, 曩鼻音)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의지할 데 없고 머물 데 없는 짬을 증득함이요, 라(L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명색(名色)의 의지할 곳을 여의어 더러움이 없음이요, 다(Da, 娜)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물러가지 않는 방편이요, 바(Va, 婆摹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금강 바퀴 도량이요, 다(a, 拏)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두루 원만한 바퀴요, 샤(a, 灑史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바다 광이요, 바(Ba, 無可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두루 구하여 내고 편안히 머무름이요, 타(Ta, 哆)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별과 달 원만한 빛이요, 야(Ya, 也利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차별을 모아 쌓음이요, 슈타(ha, 瑟叱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광명을 비치어 번뇌를 쉬게 함이요, 카(Ka, 迦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많은 구름 끊이지 않음이요, 사(Sa, 娑蘇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큰 비가 쏟아짐이요, 마(Ma, 莽)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빠르게 가지가지 빛을 나타냄이 여러 높은 봉우리 같음이다.
또 가(Ga, 言迦反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바퀴를 쌓음이요, 타(Tha, 他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진여가 평등하여 분별없는 광이요, 자(Ja, 惹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세간 바다에 두루 들어가 깨끗하게 다님이요, 스바(Sva, 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부처님들의 모든 장엄을 생각함이요, 다(Dha, 駄)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법더미를 세밀하게 관찰함이요, 샤(a, 捨上尸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부처님들의 교법 바퀴 광명을 따름이요, 카(Kha, 佉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인행(因行)하던 일이 앞에 나타나는 지혜광이요, 크샤(Ka, 乞叉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업의 바다를 쉬고 지혜를 내는 광이요, 스타(Sta, 娑蘇紇反哆二合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깨끗한 광명을 열고 번뇌장을 더는 것이요, 즈냐(Jna, 孃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세간을 벗어나는 지혜 문이요, 하(Ha, 曷囉他三合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중생을 이익하나 나도 없고 남도 없는 지혜 등불이요, 바(Bha, 娑蒲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궁전을 원만하게 장엄함이요, 차(Cha, 車車者反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수행을 늘게 하는 방편 광 덮는 바퀴이다.
또 스마(Sma, 娑麽音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시방을 따라 부처님들을 보고 도는 광이요, 흐바(Hva, 訶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미세한 중생을 관찰하는 방편의 힘을 내는 바다 광이요, 트사(Tsa, 哆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공덕 바다에 자재하게 들어감이요, 가(Gha, 伽)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법 구름을 두루 가지는 견고한 바다 광이요, 타(a, 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원력으로 시방 부처님들 보기를 허공같이 함이요, 나(a, 儜上)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글자 바퀴 짬까지 다하지 않는 경계에 들어감이요, 파(Pha, 頗)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중생을 교화하여 끝까지 원만한 곳이요, 스카(Ska, 娑迦)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광 걸림없는 변재로 두루 비치는 광명 바퀴요, 이사(Ysa, 夷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허공의 모든 중생계에 들어가 법 우레 큰소리로 두루 외침이요, 타(Tha, 侘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내가 없는 법을 말하여 부처의 경계를 열고 중생들을 깨닫게 함이요, 라(La, 去)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법 수레에 차별한 광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런 자모를 부를 적에, 이 42반야바라밀 문이 으뜸이 되어, 온갖 문장이 걸림없이 따라 옮기어 한량없고 수없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떻게 행을 닦으면 이 해탈문을 얻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아서 구족히 원만하면 능히 이 선지중예(善知衆藝)보살의 해탈문을 얻느니라. 무엇을 열 가지 법이라 하는가 하면, 지혜를 구족하고, 선지식을 부지런히 구하고, 용맹하게 정진하고, 모든 번뇌를 여의고, 바른 행이 깨끗하고, 바른 교법을 존중하고, 법의 성품이 공한 줄을 관찰하고, 나쁜 소견을 없애고, 바른 도를 닦고, 진실한 지혜를 보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이 해탈을 빨리 얻게 되리라.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이 지혜를 구족하므로 선지식을 구하며, 보고는 가까이 모시고, 즐거이 공경하기를 부처님같이 하고, 가까이 모시므로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받으므로 행하기 어려운 것을 용맹하게 정진하며, 정진하므로 선한 법으로써 나쁜 법을 없애고, 나쁜 법을 없애므로 선한 법들이 원만하고, 선한 법이 원만하므로 모든 장애와 의혹을 여의며, 장애를 여의므로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이 크게 깨끗하여 바른 행과 통하며, 바른 행이 깨끗하므로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의 가르침을 존중히 여기며, 가르침을 존중하므로 모든 법이 공하고 고요한 줄을 관찰하며, 법이 공함을 깨달으면 마음이 가는 대로 걸림이 없고, 연기(緣起)를 깊이 통달하여 원인이 없다는 소견을 여의고 잘못된 소견을 없애며, 바른 도를 닦아 익히고, 바른 도에 들어가서는 진실한 지혜를 얻으며, 진실한 지혜를 얻으므로 이 해탈을 얻어 깊은 법계를 증득하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했다.
“이 진실한 것은 무엇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그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 하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했다.
“어찌하여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 하나이까?”
“허망하고 속이지 않는 말을 진실이라 하느니라.”
“어찌하여 허망하고 속이지 않는 말이라 하나이까?”
“그 말이 진실하여 자체가 항상 변하지 않고 늘 한 성품인 까닭이니라.”
“어찌하여 변하지 않는 성품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제 자신이 증득하여 법의 성품을 아는 까닭이니라.”
“법의 성품은 모양이 어떠하오며, 능히 아는 것과 알아지는 법은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선남자여, 이렇게 보살의 자신이 증득한 법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니라. 이 힘으로 말미암아 평등하게 나와 남을 이익하게 하느니라. 마치 땅덩이가 온갖 것을 내면서도 능히 나와 남이 없는 것 같나니, 법의 성품은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 자체가 허공과 같아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니라.
선남자여, 이 법은 미묘하여 글자나 말로써 설명하기 어려우니라. 왜냐 하면 모든 글자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말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말[語業]로 이야기할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희롱거리 이야기[戱論]로 분별하고 생각할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살펴보고 헤아릴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어리석은 중생들의 알 만한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번뇌와 통하는 마군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모양도 없고 모양을 여의어서 모든 허망한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머물 수 없는 데 머무르는 고요한 성인의 경계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저 성인들의 스스로 증득한 경계는 빛깔과 모양이 없으며, 더럽고 깨끗함이 없으며,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으며, 흐릴 수도 맑힐 수도 없으며, 가장 훌륭한 성품이어서 항상 깨뜨릴 수 없으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거나 세상에 나시지 않거나, 법계의 성품은 언제나 하나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법을 위하므로 여러 가지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여, 이 법의 자체[體]를 얻어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이 법 가운데 끝까지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진실이며, 이것이 다르지 아니한 모양이며, 이것이 진실한 짬[際]이며, 이것이 일체지의 자체며, 이것이 헤아릴 수 없는 법계며, 이것이 둘이 아닌 법계며, 이것이 선지중예원만구족보살해탈(善知衆藝圓滿具足菩薩解脫)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공교한 법과 빼어난 기능과 신기한 예술과 문자와 산수를 모두 종합하여 알고 남음이 없으며, 또 의원의 방문[方]과 주문의 술법을 잘 알며, 어떤 중생이 도깨비에게 홀렸거나 원수의 방자를 만나거나 환술에 혼미하였거나, 송장에게 쫓기거나, 간질로 발광하거나, 여러 가지 독에 걸렸거나, 괴상한 병들을 모두 잘 구호하여 쾌차케 하며, 또 기이한 보배와 이상한 보물과 금·옥·진주·보배·산호·유리·마니·자거·파려·마노·구리·무쇠·아연·석·계살라(雞薩羅) 따위의 보배가 나는 데와 종류와 값을 잘 알며, 도시와 촌락과 크고 작은 도성(都城)과 궁전과 동산과 바위와 샘물과 숲과 못 따위의 사람들 사는 데를 보살이 모두 거두어 보호하며, 또 그 몸에 6백 63가지 잘난 모양을 갖춘 것을 알고, 여러 잘난 모양이 낫고 못한 것을 비교하여 고통 받고 쾌락하는 줄을 알며, 길하고 흉함을 결정하고, 오래 살고 일찍 죽을 것을 판단하며, 비록 여러 가지 잘난 모양을 갖추었어도 음성이 좋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음성이 비록 좋더라도 복이 훌륭함만 같지 못한 줄을 알며, 이 복이나 지은 업을 옮길 수 없는 것과 과보가 결정되고 아니된 줄을 잘 알며, 또 천문·지리·참서(讖書)·비결·음양·관상·길흉·나쁜 별이나 변괴와 기후의 괴변과 새나 짐승의 소리 따위를 잘 알며, 물과 뭍으로 다니는 일과 상서롭고 흉한 징조와 흉년 들고 풍년 들고 세상이 태평하고 어지러울, 이런 따위의 세상 기능을 모두 알아 그 근원까지 익숙하며, 또 세간을 뛰어나는 법까지 잘 분별하여 이름을 바로하고 뜻을 분별하여, 자체와 모양을 관찰하여 깊고 세밀하게 결정하여 말하며, 따라서 닦아 행하여 지혜가 그 속에 들어가서 의심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고 우둔함도 없으며, 근심도 없고 빠지는 일도 없어, 모두 눈앞에 증득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과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마갈제국(摩竭提國)에 한 시골이 있으니 이름은 이치가 있음[有義]이요, 거기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파달나(婆怛那)요, 거기 한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최승현(最勝賢)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물으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중예동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고 하직하여 물러갔다.
54. 최승현 우바이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점점 앞으로 나아가 파달나성의 이치 있는 시골에 이르렀다. 최승현(最勝賢) 우바이에게 가서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하소서.”
현승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머문 데 없고 다함이 없는 바퀴요, 자기가 깨닫고 남에게까지 말하는 것이니라. 나는 이 큰 삼매에 있으면서 모든 법을 내는 것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느니라. 일체지의 성품인 눈을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귀를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코를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혀를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몸을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뜻을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공덕 파도를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지혜 번개의 광명을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중생에게 비치는 지혜를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 없으며, 일체지의 성품인 빠른 신통을 내어 다함이 없고 머무는 데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머무는 데 없고 다함이 없는 바퀴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온갖 것에 집착이 없는 공덕과 지혜의 행인 다함이 없는 법문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기름진 밭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견고해탈(堅固解脫)이다. 금을 파는 직업을 가지었나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최승현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앙모하고 하직하며 떠났다.
55. 견고해탈 장자를 찾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그 성에 이르렀다. 해탈 장자에게 나아가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한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일러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하소서.”
장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집착하는 생각이 없는 깨끗한 장엄이다. 나는 이 해탈을 얻은 뒤부터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계신 데서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고 쉬지 아니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집착하는 생각 없는 깨끗한 장엄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사자후처럼 두려움 없음을 얻고 큰 복덕과 지혜가 훌륭한 자리에 있으면서, 큰 음성으로 중생들을 깨우치는 그러한 공덕과 지혜의 행이야, 내가 어떻게 알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성 중에 한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묘월(妙月)이다. 그가 있는 집에는 항상 광명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56. 묘월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곧 묘월(妙月) 장자에게 가서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한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일러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소서.”
묘월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때 없는 지혜 광명이니라.”
선재가 말하였다.
“어떻게 수행하면 이 해탈을 얻나이까?”
“보살이 열 가지 법을 행하면 이 해탈을 구족하게 얻느니라. 그 열 가지 법이란 모든 선지식을 항상 여의지 아니하며, 부처님 뵈올 생각을 항상 망각하지 아니하며, 바른 법 들을 욕망을 항상 잊지 아니하며, 부처님·보살·선지식에게 먼저 문안하고 공경하고 공양함을 항상 잊지 아니하며, 많이 들음과 지혜가 많은 선지식으로서 법문 연설하는 이를 항상 여의지 아니하며, 온갖 바라밀의 행을 듣기를 항상 여의지 아니하며, 모든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듣는 것을 항상 여의지 아니하며, 삼해탈문(三解脫門)을 항상 버리지 아니하며, 범천이 머무는 네 가지 법을 항상 여의지 아니하며, 일체지의 자체를 항상 여의지 아니함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항상 이 열 가지 법을 여의지 아니하면 때 없는 지혜 광명 해탈문을 얻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하였다.
“이 해탈문은 어떻게 하여야 눈앞에서 증득할 수 있나이까?”
“눈앞에서 반야바라밀의 마음을 지어서 서로 응하게 하면, 보고 아는 것을 따라 모두 증득할 것이니라.”
“거룩하신 이여, 반야바라밀의 이야기와 글월을 듣고도 눈앞에서 증득할 수 있나이까?”
“아니니라.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모든 법의 진실한 자체와 성품을 보고야 증득하는 까닭이니라.”
“듣고는 지혜를 내고 또 지혜의 성품을 생각하여 진여(眞如)를 보고야 스스로 증득하는 것이 아니오니까?”
“아니니라. 만일 듣고 생각하여서 증득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이치를 비유하여 말하리니 자세히 들으라. 넓은 사막에 샘이나 물이 없는데, 뜨거운 여름날 어떤 사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동쪽으로부터 오는 사람을 만나서 물었다.
'내가 지금 목이 마르고 덥습니다. 어디 가면 물과 서늘한 그늘이 있겠습니까? 나는 거기 가서 물을 먹고 목욕을 하고 쉬면서 더위와 갈증을 면할까 합니다.’
그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시오, 왼쪽 길과 오른쪽 길이 있는데, 오른쪽 길로 부지런히 가면 반드시 찬 샘이 있고 서늘한 그늘이 있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덥고 목마른 사람이 나아갈 것을 생각만 하면 덥고 목마름을 없애고 시원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길을 가르쳐 준 대로 샘과 못에 이르러서 마시고 목욕하여야만 비로소 덥고 목마름을 없애고 서늘함을 얻을 것입니다.”
“선남자여, 보살도 그와 같아서 다만 듣고 생각하고 지혜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온갖 법문을 증득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사막은 나고 죽는 일을 말함이요, 서쪽에서 오는 사람은 중생을 말함이요, 더운 것은 번뇌요, 목마른 것은 탐심과 욕정이요, 동쪽에서 오던 길 아는 사람은 부처님이나 보살로서 일체지에 머물러 법의 참 성품이 평등하고 진실한 뜻을 얻은 이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얻어서 덥고 목마름이 없어지는 것은 스스로 진실한 이치를 증득함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그대에게 거듭 비유로써 설하리니 잘 들으라. 가령 부처님이 한 겁 동안을 사시면서 가지가지 방편과 미묘한 변재로 염부제 사람을 위하여 말씀하기를, '천상의 소타(蘇陀)는 여러 가지 덕을 갖추어서 부드럽고 묘한 감촉과 빛깔이 곱고 향기롭고 맛이 좋다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저 중생들이 이 말씀을 듣고 생각할 적에 천상의 맛을 알게 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묘월이 말하였다.
“이 일도 그와 같아서, 듣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반야의 참 성품을 증득하지 못하느니라.”
“보살이 어떤 방편으로 공교롭게 말하여야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하게 증득케 하오리까?”
“선남자여, 보살이 증득한 반야의 참 성품에는 말이 결정적으로 바른 인(因)이 되나니, 이것으로 말미암아 이 해탈을 증득하는 것이며, 중생들을 위하여 공교롭게 말하느니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해탈을 얻나니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모든 착하지 못한 법을 멀리 여읨이요, 둘은 여래의 마련한 계율을 어기지 아니함이요, 셋은 모든 간탐과 질투를 여읨이요, 넷은 온갖 여래께 공양함이요, 다섯은 모든 복덕의 업을 닦음이요, 여섯은 지혜를 갖춤이요, 일곱은 방편을 구족함이요, 여덟은 큰 서원을 구족함이요, 아홉은 여읨을 구족함이요, 열은 정진을 구족함이니,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해탈문을 증득하리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때 없는 지혜 광명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가지가지 보살의 지혜문을 닦아 행하며, 부지런히 애를 써서 위없는 업을 행하며, 마음이 정직하고 성품이 부드러우며, 고요한 데를 좋아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머물며, 세간을 여의지 않고 마음이 물들지 아니하며, 여러 가지로 보시하고도 신세 갚음을 바라지 아니하며, 부처님의 넓고 큰 경계를 항상 생각하며, 부처님의 진실한 법을 항상 생각하며, 보살들에게 가까이 하기를 좋아하며, 보살의 바라밀을 항상 행하며, 보살의 증득한 지(地)에 항상 있으며, 여래의 십력[力]과 무소외(無所畏)와 불공법[不共佛法]을 관찰하며, 한량없는 삼매 바다에 들어가며 끝까지 해탈하는 진실한 법문이야,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엄청난 소리요, 거기 한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무승군(無勝軍)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묘월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며 일심으로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57. 무승군 장자를 찾다
선재동자는 때 없는 지혜 광명 해탈문을 생각하면서, 차츰차츰 남쪽으로 나아가 그 성에 이르렀다. 무승군(無勝軍) 장자에게 가서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한쪽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이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일러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다하지 않는 모양이라, 나는 이 해탈문을 증득하였으므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다함이 없는 노다지를 얻노라.”
“보살이 어찌하오면 이 해탈문을 얻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으면 이런 해탈문을 증득하나니 그 열 가지란, 하나는 한가한 곳에 있어 오욕(五欲)을 살펴보는 것이니 모든 선정을 닦으려 함이요, 둘은 부지런한 방편으로 삼매에 드는 것이니 색신을 널리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함이요, 셋은 지혜로써 평등하게 관찰함이니 나고 죽는 일과 열반이 한 모양인 까닭이요, 넷은 견고한 생각을 부지런히 닦는 것이니 선하고 선하지 못함을 알아 잊지 아니함이요, 다섯은 보살의 공덕을 부지런히 쌓는 것이니 바라밀에 만족함이 없는 까닭이요, 여섯은 계율의 숲을 부지런히 심는 것이니 바른 법 동산에서 늘 유희하는 까닭이요, 일곱은 나쁜 소견 중생을 항상 구호하는 것이니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바른 소견에 머물게 함이요, 여덟은 가지각색 법약을 널리 보시하는 것이니 중생들의 번뇌 병을 다스리는 까닭이요, 아홉은 부지런히 삼세의 법을 관찰하는 것이니 꿈과 환술과 같아서 물들지 않는 까닭이요, 열은 외도들의 삿된 언론을 꺾는 것이니 잘못된 소견으로 중생을 해롭히지 말게 함이니라. 보살이 만일 부지런히 닦아서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러한 해탈문에 들어가며, 수없는 백천 법문에 자재하게 들고 나고 하리라.
선남자여, 보살이 또 열 가지 법을 멀리 여의면 이 해탈을 얻을 것이니, 하나는 계율을 범한 모든 보특가라(補特伽羅)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둘은 바른 소견을 파괴한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셋은 바른 위의를 깨뜨린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넷은 바르게 사는 생명을 깨뜨린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다섯은 잡된 것이나 세간 학설을 말하기 좋아하는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여섯은 게으른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일곱은 모든 욕락에 탐착하는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여덟은 흰 옷 입은 이 가까이 하기를 좋아하는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아홉은 출가하였거나 집에 살거나 간에 삿된 복을 닦기를 좋아하고 바른 행에 머물지 않는 보특가라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열은 번뇌가 많고 몸이 게을러서 권고하여도 고칠 수 없는 보특가라들은 멀리 여의는 것이니라.
보살이 언제나 이 열 가지 선하지 못한 사람을 멀리 여의고도, 그들에게 버릴 생각을 품지도 아니하며 못난이라는 생각을 가지지도 아니하고 다만 자비한 생각으로 거두어 조복하며, 보살이 또 생각하기를, '중생들이 나고 죽는 데서 헤매는 것은 이런 착하지 못한 중생들을 가까이 하는 탓으로 선근을 파괴하고 나쁜 갈래에 떨어진 것이니, 마땅히 온갖 나쁜 사람을 멀리 여의어야 한다’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멀리 여의면 이 해탈을 증득한다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이 없는 모양 해탈문을 알았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대비심이 으뜸이 되어 여러 가지 행을 일으키며, 지난 세상의 원력이 모두 눈앞에 나타나며,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부지런히 구하며,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며, 온갖 법을 깊이 관찰하며 온갖 것의 자체와 성품을 부지런히 구하며, 여래의 십력(十力)과 무소외(無所畏)와 불공법[不共佛法]과 어른다운 몸매[相]와 잘생긴 모양[隨好]과 원만한 음성과 모든 공덕을 모두 증득하고, 여래의 깊고 깊은 해탈을 능히 순종하여 알며, 좋은 방편으로 모두 깨달아 들어가며, 중생이란 집착, 나라는 집착, 사람이란 집착, 오래 산다는 집착, 사대부란 집착, 길러 냈다는 집착, 보특가라라는 집착을 잘 알며, 오온·십이처·십팔계 따위의 성품이 공한 줄을 알아 집착하지 아니하며, 모든 세간을 항상 이익케 하여 번뇌가 없어지고 편안케 하며, 일체지지를 항상 좋아하며, 모든 중생을 부지런히 구호하며, 모든 바른 법을 항상 존중히 여기며, 법문을 듣고는 좋아하여 따라 행하며, 바른 말로써 중생들을 이익케 하고 쾌락케 하며, 세간 갈래에 들지 않고 좋은 정진에 머물러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하며, 물러가지 아니하고 잡된 행이 없으며 넓고 크고 평등한 지혜를 구족하여 중생들을 제도하며, 제어할 수 없는 그러한 보살의 공덕과 지혜와 행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성의 남쪽에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은 달마(達磨)요, 거기 한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은 최적정(最寂靜)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무승군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 사모하고 떠났다.
58. 최적정 바라문을 찾다
선재동자는 다함이 없는 모양 해탈문을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그 마을에 이르렀다. 최적정(最寂靜) 바라문 있는 데로 가서 바라문을 보고는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공경하면서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정성스런 서원의 말[誠願語]이다. 모든 보살들이 이 정성스런 서원의 진실한 말로 말미암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였으니, 이미 물러간 이도 없고 지금 물러가는 이도 없고 장차 물러갈 이도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진실하고 위덕 있고 정성스런 서원의 말에 머물렀으므로 세간법과 출세간법에 대하여 하는 일이 성취되지 아니함이 없으며, 원하는 것을 모두 만족하였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진실하고 위덕 있는 해탈을 정성스런 서원의 말이라고 이름한 뜻은 무엇입니까?”
“선남자여, 정성스런 서원의 말이라 함은 진여와 같다는 뜻이며,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며, 두 가지 자체가 없다는 뜻이며, 훌륭한 뜻이며, 진실한 뜻이며, 삼세 여래의 법신 자체란 뜻이니라.”
“모든 보살은 어떻게 닦아서 이 법신을 얻나이까?”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아서 구족히 원만하면 이 법신을 얻느니라. 그 열 가지란 평등한 몸, 깨끗한 몸, 끝없는 몸, 닦아 모은 몸, 법의 성품 몸, 살펴 생각함[尋伺]을 떠난 몸, 헤아릴 수 없는 몸, 고요한 몸, 허공 같은 몸, 묘한 지혜 몸이니, 보살이 만일 이 열 가지 몸을 갖추면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을 얻느니라.”
“보살들이 이 해탈에 머물면 어떠한 지위에서 이 열 가지 몸을 얻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초지(初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평등한 몸을 얻나니, 그것은 법의 성품을 통달하여 잘못된 소견을 여의고 법의 평등함을 보는 까닭이며, 보살이 이지(二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청정한 몸을 얻나니, 그것은 계행을 범한 때를 여의고 온갖 계율에 성품이 항상 청정한 까닭이며, 보살이 삼지(三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끝없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욕심과 성내는 일과 아끼고 미워함을 여의고 훌륭한 선정에 머무는 까닭이며, 보살이 사지(四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닦아 모으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모든 부처님의 보리분법(菩提分法)을 항상 닦아 모으는 까닭이며, 보살이 오지(五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법의 성품 몸을 얻나니 그것은 온갖 참된 이치를 살펴보고 깨달아 법의 성품을 증득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육지(六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살피고 생각함[尋伺]이 없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인연으로 일어나는 법이 이해하기 어렵고 알기 어려워 살피고 생각한 경계가 아님을 관찰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칠지(七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헤아릴 수 없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부처님 법의 방편과 공교함을 모아서 지혜와 행이 만족한 까닭이며, 보살이 팔지(八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고요한 몸을 얻나니, 그것은 온갖 번뇌가 다시 나타나지 아니하여 세간의 희롱거리 일을 떠난 까닭이며, 보살이 구지(九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허공 같은 몸을 얻나니, 그것은 몸의 모양이 가이없어 온갖 것에 가득한 까닭이며, 보살이 십지(十地)에서 이 해탈에 머물면 묘한 지혜를 얻나니, 그것은 일체종지(一切種智)의 미묘한 경계를 두루 모아 원만한 까닭이니라.”
“부처님의 법신과 보살의 열 가지 법신과는 무슨 차별이 있나이까?”
“선남자여, 법신의 성품은 다르지 않지만 공덕과 위력에 차별이 있느니라.”
“그 이치는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부처님과 보살의 가지신 법신은 평등하여 차별이 없느니라. 그 까닭은 온갖 법의 성품이 평등하여 자체가 하나인 까닭이니라. 이와 같이 범부와 성인, 미혹과 깨침, 물들고 깨끗한 것, 원인과 결과, 가는 것과 오는 것,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이 모두 같은 모양이니라. 공덕과 위력이 다르다는 것은 여래의 몸은 공덕이 원만하고 썩 좋은 위력을 갖추었으나, 보살은 그렇지 못한 까닭이니라. 내가 이제 비유를 들어 그 이치를 밝히리라.
선남자여, 마니보배 구슬이 옥장이의 손으로 다듬고 갈고 아로새기지 아니하였을 적에는 광채가 없어서 보는 사람이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지만, 만일 옥장이의 손을 거쳐 아름답게 마찰되면 광채가 찬란하여 세간 사람과 천상 사람들이 귀중하게 여기나니, 마니의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모양이 차별한 까닭이니라.
그와 같이 보살의 몸은 여래의 몸과 더불어 자체가 같아서 모두 법신이라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청정한 공덕 지혜의 신통과 위력이 여래와 같다고 말할 수 없다. 그 까닭을 말하면, 여래들은 수없는 오랜 세월에 미묘한 공덕을 깨끗이 닦아서, 끝까지 원만하여 가이없고 한량이 없으며, 허공과 같이 사방세계에 가득하며, 묘하고 아름답고 청정하여 번뇌의 때가 없으며, 엄청난 광명이 비치지 않는 데가 없으며, 훌륭한 위력으로 중생들을 널리 건지지만, 보살들은 비록 법신을 갖추었으나 공덕이 원만치 못하고 때가 남아 있는 까닭이니라.
또 보름 전 달이 초생부터 보름날까지, 이름과 자체는 같으나 광명이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 뚜렷하고 뚜렷하지 못한 차별이 있는 까닭이다. 선남자여, 보살의 법신과 여래의 법신도 그와 같아서 뚜렷하고 뚜렷하지 못한 차별이 있는 까닭이니, 보살의 법신은 초생부터 열나흘까지 달의 광명이 원만하게 비치지 못함과 같거니와, 여래의 법신은 보름달이 모양이 뚜렷하고 광명이 널리 비치어 한정이 없는 것 같느니라.
보살의 열 가지 법신이나 부처님의 법신은 그 당체가 같아서 두 모양이 아니지만, 그 닦은 공덕이 다르므로 같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만일 보살이 이 해탈에 머물러서 열 가지 몸을 구족하면 공덕이 원만한 부처님의 법신을 증득하느니라.
보살이 또 열 가지 뜻으로 말미암아 금강처럼 깨뜨릴 수 없는 몸을 얻나니, 하나는 모든 번뇌와 탐욕·성냄·어리석음 삼독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둘은 나[我]라는 교만과 아끼고 미워하고 뒤바뀐 잘못된 소견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셋은 모든 나쁜 갈래의 번뇌와 고통의 핍박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넷은 이롭고 쇠하고 헐뜯고 기리고 칭찬하고 기롱하고 괴롭고 즐거운 것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다섯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수심하고 탄식하고 걱정하고 시끄러운 것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여섯은 모든 야릇한 소견과 외도의 삿된 언론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일곱은 번뇌 마군·오온 마군·죽음의 마군들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여덟은 모든 하늘 마군과 마군의 권속들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아홉은 모든 성문과 연각이 깨뜨리지 못함이요, 열은 세간의 애욕 경계가 깨뜨리지 못함이니, 보살이 이 열 가지 뜻을 갖추면 부처님의 금강처럼 깨뜨릴 수 없는 몸을 얻느니라.
선남자여, 또 열 가지 공교한 바른 도가 있어 잘못됨이 없는 말을 분명히 아나니, 하나는 만일 중생들을 대승(大乘)으로 조복할 만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보살승의 도를 연설하고 성문승의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둘은 만일 중생들을 성문승으로 조복할 만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성문승의 도를 연설하고 보살승의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셋은 만일 중생들을 불승(佛乘)으로 조복할 만한 이에게는 여래의 일체지의 도를 연설하고 독각승(獨覺乘)의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넷은 만일 중생들을 독각승으로 조복할 만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독각승의 도를 연설하고 일체지의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다섯은 만일 중생들이 나와 법에 국집하거든 내가 없고[無我] 법이 공한 것[法空]을 연설하고, 나[我]·사람[人]·중생(衆生)·수명(壽命)·사대부·양육·보특가라 등의 나와 법을 의지하는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여섯은 만일 중생이 있다 없다 하는 데 국집하거든 가운데 있어서 가[邊]를 떠난 법을 연설하고, 있다 없다 하는 가장자리에 떨어지는 법을 말하지 아니하며, 일곱은 만일 중생들의 마음이 산란하거든, 고요한 사마타(奢摩他)나 비발사나(毘鉢舍那)를 연설하고 가지가지 산란한 법을 말하지 아니하며, 여덟은 만일 중생들이 세간법을 좋아하거든 출세간의 진여와 같은 지혜[如如智]를 연설하고 어리석고 어린아이의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아홉은 중생들이 나고 죽는 데 있기를 좋아하거든 나고 죽음을 벗어나는 열반의 도를 연설하고 세상에 있으면서 중생 교화하는 도를 말하지 아니하며, 열은 만일 중생들이 법이 공하다는 따위에 고집하고 바른 도를 행하지 않거든, 정직하고 가시가 없는 법을 연설하고 가시가 있는 나쁘고 험한 도를 말하지 않는 것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갖추면 바른 도에 들어가 잘못됨이 없는 말을 잘 알아서 말하는 것이 진실하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정성스런 서원의 말에 머문 위덕이 다함이 없는 해탈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정성스런 서원의 말로 더불어 행동에 어기지 아니하며, 마음이 항상 순종하여 물러가지 아니하며, 본래의 위력인 견고한 갑주를 입고 크게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며, 복과 지혜를 늘게 하는 데 만족한 마음이 없으며, 공교한 방편이 계속하여 앞에 나타나며, 더욱 광명한 지위의 지혜[地智]를 닦으며, 오온·십이처·십팔계를 깨달으며, 중생이 바른 도를 잘 아는 보살의 지혜에 깊이 들어가서, 지나간 세상 부처님의 법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오는 세상 부처님의 법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지금 세상 부처님의 법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계율의 성품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마음의 성품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보는 성품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자기와 남의 의심을 끊는 성품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모든 바른 도와 잘못된 도를 아는 지혜의 성품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도를 닦고 번뇌를 없애는 지혜의 성품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모든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늘게 닦음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며, 중생들을 조복하여 대비(大悲)로 교화함이 평등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물러 말이 진실하고 허망하지 아니하며, 한량없는 공덕 지혜의 문을 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뜻 꽃 문이요, 거기 동자가 있으니 이름은 덕생(德生)이요, 또 동녀가 있으니 이름은 유덕(有德)이다. 그대는 그들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이 큰 법문에 존중하는 마음을 내고, 바라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며 하직하고 떠났다.
59.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를 찾다
[1]법을 말하고 선지식을 소개
그 때에 선재동자는 최적정(最寂靜) 바라문에게서 얻은 큰 법문으로 기뻐하면서 차츰차츰 남쪽으로 가다가 묘한 뜻 꽃문 성에 이르러,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를 보고는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들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들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를 불쌍히 여기어 말씀하소서.”
“선남자여, 우리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환술처럼 머무름이다. 이 해탈을 얻어 구족히 원만하고, 이 깨끗한 지혜로 모든 법을 살펴보니 모두 환술처럼 있고, 환술로 성취된 것이다. 모든 세계가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인연으로 생긴 때문이며, 모든 중생이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업과 번뇌로 생긴 때문이며, 모든 세간이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무명(無明)과 애(愛) 따위로 반연하여 생긴 때문이며, 모든 법이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나[我]란 소견 따위의 가지각색 환술 같은 인연으로 생긴 때문이며, 모든 삼세가 죄다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나란 소견 따위의 뒤바뀐 지혜로 생긴 때문이며, 중생들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고통하는 것이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없던 것이 지금 있으며 허망하고 참되지 못하여 망상분별로 생긴 때문이며, 모든 세계가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생각하는 마음과 소견이 잘못되어 무명으로 생긴 때문이며, 성문이나 벽지불(辟支佛)들이 모두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지혜로 끊는 분별로 이룬 때문이며, 모든 보살이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스스로 조복하고 중생을 성숙하려는 행과 원이 계속[相續]하여 앞에 나타남으로 이룬 때문이며, 온갖 부처님과 보살 대중의 변화와 신통과 위력으로 하는 것이 모두 환술처럼 있음을 보나니 가지가지 알음알이[解]와 행(行)과 광대한 원[大願]과 지혜로 익히어서 이룬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환술 같은 경계의 제 성품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우리 두 사람은 다만 이 환술처럼 있는 해탈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끝이 없이 복잡하고 환술 같은 일 속에 잘 들어가서, 환술처럼 이루어진 지혜를 따라 분명하게 아는 공덕과 행이야, 우리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때에 동자와 동녀는 자기들이 얻은 해탈을 말하고는 헤아릴 수 없는 선근의 힘으로써, 선재동자의 몸이 빨리 자라서 부드럽고 광택 있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바다 근처에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걸은 밭[沃田]이다. 그 나라에 동산이 있으니 이름은 큰 장엄이요, 거기에 큰 누각이 있으니 이름은 비로자나 장엄 광이다. 보살의 가지가지 선근의 과보로 생겼으며, 보살의 가지가지 생각의 힘·서원의 힘·자재한 힘·신통한 힘으로 생겼으며, 보살의 가지가지 공교한 방편으로 생겼으며, 보살의 가지가지 복덕과 지혜로 생겼느니라.
선남자여, 헤아릴 수 없는 해탈에 머문 보살은 대비의 마음으로 중생들을 위하여 이러한 경계를 두루 나타내며, 이러한 장엄을 널리 일으키느니라.
미륵보살마하살이 그 안에 계시니 본래 태어난 곳의 부모와 친척과 여러 사람들을 거두어서 성숙케 하려는 것이며, 또 함께 수행하고 같은 종류의 중생들을 대승 가운데서 견고함을 얻게 하려는 것이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지금 있는 곳에서 본래의 선근을 따라 모두 성숙케 하려는 것이며, 또 그대에게 보살의 해탈문을 나타내 보이려는 것이며, 보살이 온갖 곳에 두루하여서 본래의 원력을 따라 자재하게 태어남을 보이려는 것이며, 보살이 가지가지 몸으로 모든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서 보여 주고 깨닫게 하여 항상 교화함을 나타내려는 것이며, 보살이 대비(大悲)의 힘으로 모든 세간의 재물을 거두어 가지고 중생들에게 보시하기를 만족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어 보이려는 것이며, 보살이 모든 행을 갖추 닦아서 온갖 행이 모양을 떠난 줄 아는 것을 보이려는 것이며, 보살이 곳곳에 태어나지만 모든 태어나는 것이 모두 모양이 없는 줄을 분명히 앎을 나타내려는 것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어떻게 보살의 계율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마음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보살의 원을 세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돕는 기구를 모으며, 어떻게 보살의 자재한 지위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의 바라밀을 만족하며, 어떻게 보살의 생멸 없는 법 지혜를 얻으며, 어떻게 보살의 공덕법을 구족하며, 어떻게 보살의 선지식을 섬기는가를 물으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그 보살마하살이 온갖 보살들의 행과 원에 들어갔으며, 온갖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온갖 곳에 두루하여 그들의 앞에 나타나서 교화하고 조복하기 때문이니라. 저 보살은 온갖 바라밀을 만족하였으며, 모든 보살의 지위에 머물렀으며, 모든 보살의 법인(法印)을 증득하였으며, 모든 보살의 자리에 들어갔으며, 구족한 수기를 받았으며, 모든 보살의 경계에 다녔으며, 보살의 해탈문에 들어갔으며, 모든 부처님의 신력을 얻었으며, 시방의 여래들이 일체지로써 감로의 법문을 정수리에 부음을 받았느니라.
선남자여, 그 선지식은 너의 선근을 윤택케 하며, 너의 보리심을 자라게 하며, 너의 큰 뜻을 견고케 하며, 너의 모든 선한 일을 일으키며, 너의 보살의 근기를 더하게 하며, 너에게 걸림없는 법을 가르치며, 너로 하여금 보현보살의 지위에 들어가게 하며, 너로 하여금 보살의 원에 머물게 하며, 너로 하여금 보현의 행을 행하게 하며, 너를 위하여 보살들의 한량없는 행과 원으로 성취한 공덕을 연설하며, 너로 하여금 보현보살의 자재한 법문을 나타내게 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부터 한 선근을 닦거나 한 법문을 알거나, 한 서원을 세우거나, 한 수기를 받거나, 한 법인에 머무는 것으로 끝난다는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니, 한정된 마음으로 가장 훌륭한 바라밀을 행하지 말며, 한정된 마음으로 보살의 원만한 십지에 머물지 말며, 한정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지 말며, 한정된 마음으로 선지식을 섬기거나 공양하지 말 것이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한량없는 선근을 심을 것이며, 한량없는 도를 닦는 기구를 모을 것이며, 한량없는 보리의 인을 닦을 것이며, 한량없는 공교한 회향을 배울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 세계를 교화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의 마음을 비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의 근성을 알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의 이해를 인식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을 깨우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을 조복할 것이며, 한량없는 번뇌를 끊을 것이며, 한량없는 업과 버릇을 깨끗이 할 것이며, 한량없는 삿된 소견을 멸할 것이며, 한량없는 물든 마음을 없앨 것이며, 한량없는 깨끗한 마음을 낼 것이며, 한량없는 고통의 독한 화살을 뺄 것이며, 한량없는 애욕 바다를 말릴 것이며, 한량없는 무명의 어둠을 깨뜨릴 것이며, 한량없는 아만(我慢)의 산을 무너뜨릴 것이며, 한량없는 나고 죽는 속박을 풀 것이며, 한량없는 삼계의 흐름을 제도할 것이며, 한량없는 태어나는 바다를 말릴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오욕(五欲)의 구렁에서 나오게 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삼계의 감옥에서 떠나게 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을 성인의 길에 둘 것이니라.
또 한량없는 탐욕의 행을 소멸할 것이며, 한량없는 성내는 행을 없앨 것이며, 한량없이 어리석은 행을 부술 것이며, 한량없는 마군의 그물을 찢을 것이며, 한량없는 마군의 업[事業]을 버릴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는 좋아하는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이 공교로운 방편을 자라게 할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이 높아지는 근(根)을 낼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는 결정한 알음알이를 일으킬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는 평등한 자체를 깨달을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이 훌륭한 공덕을 깨끗이 할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는 행의 바다를 다스릴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이 깨끗한 행을 만족할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는 세간의 행을 나타낼 것이며,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의 행을 순종할 것이며, 한량없는 깨끗이 믿는 힘을 낼 것이며, 한량없이 정진하는 힘에 머물 것이며, 한량없는 바르게 생각하는 힘을 깨끗이 할 것이며, 한량없는 삼매의 힘을 만족히 할 것이며, 한량없는 깨끗한 지혜의 힘을 일으킬 것이며, 한량없이 훌륭하게 이해하는 힘을 굳게 할 것이며, 한량없는 복덕의 힘을 모을 것이며, 한량없는 지혜의 힘을 더할 것이며, 한량없는 보살의 힘을 낼 것이며, 한량없는 여래의 힘을 만족할 것이니라.
또 한량없는 법문을 분별하며, 한량없는 법문에 깊이 들어가며, 한량없는 법문을 깨끗이 하며, 한량없는 법의 광명을 내며, 한량없는 법의 비침을 지으며, 한량없는 무리들의 근성을 비치며, 한량없는 번뇌의 병을 알며, 한량없는 묘한 법의 약을 모으며, 한량없는 중생의 병을 치료하며, 한량없는 감로의 공양을 마련하며,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에 가며, 한량없는 여래께 공양하며, 한량없는 보살의 모인 곳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여래의 가르침을 받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의 시끄러움을 참으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나쁜 갈래를 여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에게 좋은 안락을 주며, 사섭법(四攝法)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거둘 것이니라.
또 한량없는 다라니문[總持門]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큰 서원을 세우며, 한량없는 자비의 힘을 닦으며, 한량없는 부처님의 법을 구하며, 한량없는 생각의 힘을 일으키며, 한량없는 신통의 일을 일으키며, 한량없는 지혜의 광명을 깨끗이 하며, 한량없는 중생의 갈래에 가며, 한량없는 세계에 태어남을 받으며, 한량없이 차별한 몸을 나타내며, 한량없는 시끄러움과 고통을 받으며, 한량없는 범부의 법을 따르며, 한량없는 중생의 고통을 알며, 한량없는 부처님의 법을 말하며, 한량없는 안팎의 재물을 버리며, 한량없는 복밭의 경계를 베풀며, 한량없는 선근을 보호하며, 한량없는 선지식을 가까이 하며, 한량없는 자기의 종족을 조화하며, 한량없는 부처님 법을 닦으며, 한량없는 부처님 법을 말하며, 한량없는 계행 가짐을 찬탄하며, 한량없이 파계한 것을 깨달으며, 한량없이 공교한 법을 회향하며, 한량없는 꿈과 환술과 같은 법을 알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청정한 계율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에게 금강의 선정을 주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있다는 소견을 버리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삼계를 빨리 여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내[我]가 없음을 보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삼승을 깨닫게 할 것이니라.
또 한량없는 차별한 마음에 들어가며, 보살의 큰 경계를 생각하며, 보살의 큰 궁전에 있으며, 보살의 깊은 법을 관찰하며, 보살의 알기 어려운 경계를 알며, 보살의 행하기 어려운 행을 행하며, 보살의 존엄한 덕을 존중하며, 보살의 들어가기 어려운 자리를 밝히며, 보살의 가지가지 행을 알며, 보살의 두루 가득한 신통력을 나타내며, 보살의 평등한 법구름을 받으며, 보살의 가이없는 행의 그물을 넓히며, 보살의 가이없는 바라밀을 원만하며, 보살의 한량없는 수기를 받으며, 보살의 한량없는 참는 문에 들어가며, 보살의 한량없는 지혜와 신통을 갖추며, 보살의 한량없는 인연에 들어가며, 보살의 한량없이 알기 어려운 법을 보이며, 보살의 한량없이 짓는 업[作業]을 나타내며, 보살의 한량없는 삼독(三毒) 고통을 끊으며, 보살의 한량없는 미혹의 근본을 다하며, 한량없는 보살의 지위를 깨끗이 하며, 한량없는 법문을 말하며,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며, 한량없는 보살의 갑주(甲)를 입으며, 한량없는 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행을 닦으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가르침을 받으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번뇌를 따르는 행을 알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번뇌 여의는 행을 알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하염 있는[有爲] 허물을 깨끗이 하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열반을 칭찬하는 깊은 이익을 알 것이니라.
또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공덕을 알며,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칭찬과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이름과 헤아릴 수 없는 열반의 이름과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세간법과 헤아릴 수 없는 세간의 법을 멸하는 것과 헤아릴 수 없는 묘한 행과 헤아릴 수 없는 말과 헤아릴 수 없는 번뇌의 섞인 행과 헤아릴 수 없는 번뇌를 없애는 행과 헤아릴 수 없는 묘한 행의 금강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말의 금강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번뇌에 섞인 금강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번뇌를 멸하는 금강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묘한 행의 비밀한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말의 비밀한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번뇌가 섞인 비밀한 글귀와 헤아릴 수 없는 번뇌를 멸하는 비밀한 글귀 등의 모든 것을 다 닦아 배울 것이니라.
선남자여, 요령을 들어 말하면, 마땅히 온갖 보살의 행을 두루 닦을 것이니 법의 평등함을 알기 때문이며, 온갖 중생 세계를 널리 교화할 것이니 잘 조복하는 까닭이며, 온갖 끝없는 겁에 들어갈 것이니 원력이 넓고 큰 까닭이며, 온갖 갈래에 두루 날 것이니 일부러 태어나는 까닭이며, 온갖 삼세의 지혜를 두루 알 것이니 따라서 깨닫는 까닭이며, 온갖 부처님의 법을 두루 행할 것이니 끝끝내 자체가 같은 까닭이며, 온갖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깨끗이 할 것이니 평등하게 장엄하는 까닭이며, 온갖 보살의 서원을 두루 만족할 것이니 자체가 원만한 까닭이며, 온갖 여래를 두루 공양할 것이니 훌륭한 서원이 앞에 나타나는 까닭이며, 온갖 보살의 원과 두루 같을 것이니 한 성품이 평등한 까닭이며, 온갖 선지식을 두루 섬길 것이니 가지가지 보살의 행을 구하여 저의 마음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기 때문이니라.”
59. 덕생동자와 유덕 동녀를 찾다 [2]
“또 선남자여, 그대는 이것으로 인하여 선지식을 구할 때에 몸이나 마음에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리니, 선지식을 볼 적에 싫증을 내지 말며, 선지식에게 물을 적에 수고를 생각하지 말며,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되 물러가지 말며, 선지식에게 공양하기를 사이가 끊이지 않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르고 어기지 말며, 선지식이 가진 공덕을 의심하지 말며, 선지식이 벗어나는 문을 연설함을 듣고는 결정한 뜻을 내며, 선지식이 번뇌를 따르는 행을 보아도 혐의하지 말며, 선지식에게 신심 낸 것을 변하지 말 것이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보살이 선지식으로 인하여 모든 보살의 행을 들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공덕을 이루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큰 서원을 세우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선근을 일으키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도를 돕는 법을 모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법의 광명을 개발(開發)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벗어나는 문을 성취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청정한 계행을 닦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공덕의 법에 머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제 성품을 깨끗이 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굳은 뜻을 발명(發明)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다라니 변재문을 갖추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깨끗한 광[藏]을 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지혜 광명을 나타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더 좋은 원을 얻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모든 보살과 같은 서원을 얻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훌륭한 법을 들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비밀한 곳에 이르느니라.
또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법 보배의 섬에 이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선근의 싹을 자라게 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지혜 바다를 넓히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비밀한 광을 수호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복덕 더미를 맡아 가지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태어나는 길을 깨끗케 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바른 법의 구름을 받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출세간의 도에 들어가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큰 즐거움을 일으키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여래의 보리과를 얻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묘한 행을 거두어 지니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여러 곳에 가서 묘한 법을 들으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마음을 연설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사랑하는[大慈] 힘을 성취하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는[大悲] 힘을 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의 자재한 힘을 거두어 가지며, 보살의 보리분법을 내며, 선지식으로 인하여 보살을 이익케 하는 일을 짓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선지식의 맡아 유지함으로 말미암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성취시킴으로 말미암아 자재하게 태어나며, 선지식의 보여 줌으로 말미암아 숙명통을 얻으며, 선지식의 열어 보임으로 말미암아 온갖 겁을 알며, 선지식의 거두어 줌으로 말미암아 대승에서 물러가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살펴봄으로 말미암아 보살의 계율을 범하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수호함으로 말미암아 나쁜 사람을 따라가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길러 줌으로 말미암아 보살의 법을 잃어버리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거두어 줌으로 말미암아 범부의 지위[地]를 뛰어나며,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이승의 자리에 들어가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이끌어 줌으로 말미암아 세간에서 벗어나며, 선지식의 두호함으로 말미암아 세간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어루만짐으로 말미암아 보살의 행을 닦으매 마음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일으킴으로 말미암아 도를 돕는 기구[助道具]를 마련하되 마음이 굽히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세력으로 말미암아 번뇌와 업의 파괴함을 받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맡아 주심으로 말미암아 마군의 무서움을 느끼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욕을 참는 갑주로 말미암아 나쁜 말로 욕설함을 받으며, 선지식의 위로함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고통과 쾌락을 걱정도 기뻐도 아니하며, 선지식의 키워 주심으로 말미암아 교만을 없애고 항상 법을 사랑하며, 선지식의 수호함으로 말미암아 보살의 계율이 원만하여지느니라.
또 선지식의 위력으로 말미암아 모든 법을 알아도 마음에 얻음이 없으며, 선지식의 위로함으로 말미암아 삼계에 있어도 공포한 마음이 없으며,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공교하게 삼계에서 뛰어나는 길을 알며, 선지식의 권고로 말미암아 깊은 법을 믿어 마음에 싫음이 없으며, 선지식의 지도로 말미암아 명리(名利)나 교만의 핍박을 받지 아니하며, 선지식의 연설로 말미암아 숙명통을 얻고 지나간 세상의 원인을 알며, 선지식의 가피(加被)로 말미암아 오는 세상에서 방편을 얻으며, 선지식의 방편 지혜를 얻게 함으로 말미암아 삼세의 일을 알며, 선지식의 거두어 줌으로 말미암아 중생들의 의보(依報)와 정보(正報)를 변하게 하며, 선지식의 널리 수호함으로 말미암아 속으로 부끄러움을 품어 선한 일을 구족하며, 선지식의 순종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화평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 중생을 인도하며, 선지식의 수행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없어진다는 소견과 늘 있다는 소견을 여의며, 선지식의 따라 수호함으로 말미암아 이롭고 쇠하고 훼방하고 칭찬하는 따위를 멀리 여의며, 선지식의 일러 줌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잘한 것은 말하지 않고 다른 이의 공덕을 칭찬하며, 선지식의 공교하게 보여 줌으로 말미암아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부지런히 닦으며, 선지식의 결정하여 줌으로 말미암아 경전의 깊은 이치를 연설하며, 선지식의 권하여 닦게 함으로 말미암아 두타(頭陀)의 공덕을 좋게 여겨 성취하며, 선지식의 지도로 말미암아 공한 법에 좋은 방편을 얻느니라.
2) 소개하는 까닭
선남자여, 또 선지식을 의지하고 섬김으로 말미암아 보살마하살의 한량없고 가이없는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자라게 하나니, 왜냐 하면 선남자여, 선지식은 나쁜 법을 깨끗이 하며, 여러 가지 속박하고 장애함을 물리치며, 무명의 캄캄한 구름을 헤쳐 버리고, 모든 잘못된 소견에 얽매임을 풀어 버리며, 나고 죽는 괴로운 성에서 벗어나게 하며, 머물러 집착하는 곳을 여의게 하며, 나쁜 마군의 그물을 찢으며, 고통의 독화살을 뽑으며, 무명의 깊은 숲에서 벗어나게 하며, 잘못된 소견의 들에서 초월하게 하며, 번뇌와 업의 흐름을 건너게 하며, 애욕의 수렁에서 빼어나게 하며, 나쁜 길에 들지 않게 하며, 보리의 길을 보여 주며, 방탕하지 않는 데 머물게 하며, 수행하는 곳에 이르게 하며, 일체지의 성품을 깨끗케 하며, 지혜의 눈을 더 늘게 하며, 보리의 마음을 기르게 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며, 보살의 행을 말하며, 모든 바라밀을 가르치며, 온갖 보살의 지혜에 있게 하며, 여러 잘 참는 문을 얻게 하며, 모든 선근을 내게 하며, 도를 돕는 기구를 마련하며, 모든 공덕을 베풀어 주며, 여러 여래 계신 데 이르게 하며, 모든 공덕의 법을 보이며, 모든 이익을 권하여 닦게 하며, 닦아야 할 도를 일깨우며, 나고 죽는 데서 벗어나는 문을 보여 주며, 모든 나쁘고 험한 길을 막으며, 진실한 도에 들어가게 하며, 법의 광명으로 널리 비치며, 법비로 널리 적시며, 스승과 어른을 존중(尊重)하게 여기고 게으르지 않게 하며, 깨끗하고 선한 법에 들어가 싫은 마음이 없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선지식은 교수하는 스승과 같으니 좋은 말로 가르쳐 보이는 연고며, 선지식은 동무[伴侶]와 같으니 아란야(阿蘭若)에 함께 있고 여의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은 훌륭한 신통과 같으니 가지가지 자재함을 나타내는 연고며, 선지식은 금강검과 같으니 번뇌와 수면(隨眠)을 끊는 연고며, 선지식은 친히 가르치는 스승과 같으니 다섯 가지 범한 죄를 참회하여 없애는 연고며, 선지식은 선정[靜慮]과 같으니 모든 따르는 번뇌를 멸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마니 거울과 같으니 눈앞에서 숙명통을 증득케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다리와 같으니 모든 생사의 흐름을 건너게 하는 연고니라.
선지식은 의심 그물을 끊나니 업이 다르게 익는 것[異熟]을 잘 결단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편안히 있게 하나니 물러가지 않는 자리에 빨리 들어가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깊이 믿게 하나니 미세한 업과 과보를 스스로 보는 듯이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잘 닦도록 권하나니 온갖 나쁜 법을 나무라는 연고며, 선지식은 지혜의 눈이니 온갖 법에 집착하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은 마음의 등불 같으니 본래 각의 성품을 따라 깨달은 연고며, 선지식은 길을 말하는 이와 같나니 대장부의 모일 곳을 말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나쁜 벗을 버리나니 나쁜 사람이 있는 곳에는 들어가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은 잘못된 계율을 버리나니 옳은 계율을 자라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제 때에 맞는 말을 가르치나니 중생의 근성을 따라 말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순종하여 닦음을 권하나니 옷과 밥을 버리고 중생을 거두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지도하는 스승이니 말한 대로 닦아 행하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깊이 들어가게 하나니 평등히 가지고[等持] 평등히 이르는 데[等至] 모두 깊이 들어가는 연고며, 선지식은 좋은 의원과 같으니 음식을 절조 있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유가(瑜伽)의 선생과 같나니 서로 응하는 행이 나아가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나타내어 보이나니 보살의 좋은 경계를 보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깨닫게 하나니 모든 법의 본 성품을 깨닫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편안하게 위로하나니 중생들로 하여금 근심이 없게 하는 연고니라.
선지식은 얽는 노끈과 같나니 중생을 붙들어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임금의 옥새와 같으니 온갖 법에 걸림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은 이끌어 내는 것이니 중생을 이끌어 온갖 것을 아는 종자 지혜에 나아가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법의 동산과 같으니 보살들이 좋아하는 곳인 연고며, 선지식은 용맹한 대장과 같으니 온갖 마군을 항복 받는 연고며, 선지식은 크게 밝은 주문과 같으니 모든 액난을 제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배와 같으니 나고 죽는 데를 건너 저 언덕[彼岸]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여의주와 같으니 소원대로 만족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구원하는 이니 나쁜 갈래에서 중생을 구원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앞에서 인도하는 이니 부처님의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을 닦는 연고며, 선지식은 장엄거리와 같으니 깨끗한 법신을 장엄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영락과 같으니 보리심을 낸 부처님 제자들을 장엄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맏아들과 같으니 부처님의 대를 이어 끊이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은 어진 덕병(德甁)과 같으니 부처님의 지혜와 공덕을 원만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깨끗한 마니와 같으니 모든 더러운 마음을 맑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청정한 계율과 같으니 세 가지 업을 깨끗이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열쇠와 같으니 온갖 해탈문을 여는 연고며, 선지식은 큰 길에 다니는 것과 같으니 부처님의 지혜와 행으로 행하는 곳인 연고며, 선지식은 부처님의 경계니 이승(二乘)의 경계가 아닌 연고니라.
선지식은 바른 지혜로 가르침과 같으니 삼승(三乘)들의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닌 연고며, 선지식은 비슷하게 흐르는 과[等流果]와 같으니 종자 지혜와 같은 종류에서 나는 연고며, 선지식은 깨끗한 눈과 같으니 중생에게 험난한 길을 보이는 연고며, 선지식은 다라니와 같으니 공부하는 중생을 거두어 지니는 연고며, 선지식은 꺼내어 일으키는 것이니 모든 지혜의 밝음을 꺼내어 일으키는 연고며, 선지식은 끊어 없애는 것이니 모든 무명의 어둠을 없애는 연고며, 선지식은 가장 좋은 약과 같으니 중생들의 번뇌 병을 다스리는 연고며, 선지식은 다하지 않는 광[藏]과 같으니 중생들의 가지가지 소원을 만족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좋은 방편과 같으니 공교롭게 부처님 지위를 증득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문과 같으니 욕심 적고 만족함을 알고 행하는 길인 연고며, 선지식은 능히 짓는 업과 같으니 깨끗한 업을 닦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길을 말하는 이와 같으니 험하고 곤란한 인연을 멀리 여의는 연고며, 선지식은 선정[止]·지혜[觀]와 같으니 온갖 목마르듯 사랑함을 쉬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지혜를 말하는 것이니 나지 않는 깊은 이치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밝게 비치는 것이니 원인과 결과가 무너지지 아니함을 보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고요한 땅과 같으니 마음을 고요히 하고 도를 닦는 연고며, 선지식은 도를 보이는 것이니 여래의 모인 곳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해와 달과 같으니 깊고 깊은 법을 비추어 밝히는 연고며, 선지식은 지도하는 스승과 같으니 미세한 지혜를 분별하는 연고니라.
또 선지식은 깨닫게 하는 이니 모든 법이 꿈과 환술과 같음을 깨닫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훌륭한 모범이 되나니 중생들을 따라 항상 두호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세간을 아는 지혜니 가고 오고 말하고 잠잠함에 마음이 어지럽지 아니한 연고며, 선지식은 착하지 아니한 마음을 싫어하나니 성품이 스스로 깨달아서 어리석음을 멀리한 연고며, 선지식은 어른을 받들어 섬기나니 나[我]라는 집착과 남[人]이란 집착과 게으름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은 모든 미혹을 소멸하였으니 내 몸과 남의 몸을 얻을 수 없는 줄을 보는 연고며, 선지식은 깨달은 지혜를 갖추었으니 세간과 출세간을 따라서 깨달은 연고며, 선지식은 이익 없는 일을 여의었으니 자신과 다른 이로 하여금 존재[有]를 넘어서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진실한 지혜이니 모든 나고 없어지는 자체를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얻음도 없고 근심도 없나니 지난 세상의 업의 자체를 관찰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두타(頭陀)의 행에 머물렀으니 보살의 법으로 늘 씻는 연고며, 선지식은 이치에 걸림이 없으니 차별하고 참된 자체를 깨달은 연고며, 선지식은 찬탄함을 구하지 않나니 자기 덕을 나타내지 않아도 더욱 존경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묘하게 아는 지혜를 갖추었으니 자기의 업과 과보를 깊이 깨달은 연고며, 선지식은 집에 있음을 여의었으니 이롭게 봉양함을 친근하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은 멀리 여의는 행에 머물렀으니 뜻 없는 말을 버리고 진실에 가까운 연고니라.
또 선지식은 바른 경계를 행하나니 사념처(四念處)를 부지런히 닦는 연고며, 선지식은 문답을 잘하나니 온갖 문답에 모르는 것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은 외도의 언론을 잘 부수나니 이론을 잘 전개하여 잘못된 소견을 깨뜨리는 연고며, 선지식은 빈궁함을 싫어하지 않나니 그들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는 연고며, 선지식은 법으로 거두나니 진실한 법에 깊이 들어가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재물로 거두나니 중생들로 하여금 선한 행을 닦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항상 닦아 만족함을 아나니 수호하는 모든 허물을 떠난 연고며, 선지식은 깨끗한 계행을 찬탄하나니 가지가지 계행의 과보를 체험하여 이해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계행 파함을 꾸짖으니 계행을 파한 여러 가지 허물을 깊이 깨달은 연고며, 선지식은 계행을 구족하나니 거짓이 없고 이치와 같이 받아 가지며 바르게 생각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잘 관찰하나니 선하고 선하지 못한 모든 법을 부지런히 묻는 연고며, 선지식은 앞서서 지도하는 이니 중생들을 권하여 부처님의 보리를 부지런히 닦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물러가지 않는 자리에 머무나니 네 가지 뒤바뀐 것을 버리며 뒤바뀐 성품을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진실한 모양에 머무나니 모든 법이 모두 모양 없음을 널리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진실한 이해에 머무나니 식(識)이 멸하면 명색(名色) 따위의 법이 생기지 않음을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두려움 없음을 얻었으니 부처님의 깊은 법문의 자체와 모양과 작용을 깨달은 연고며, 선지식은 깨끗한 계율이 머무는 곳이니 보살의 계 자체와 계의 모양을 잘 아는 연고니라.
또 선지식은 선정의 문에 깊이 들어갔으니 욕심의 수렁을 여의고 삼매에 머무는 연고며, 선지식은 마음에 때가 없으니 번뇌의 얽힘을 여의고 깨끗한 마음에 머무는 연고며, 선지식은 모든 총지(總持)를 얻었으니 실상대로 연설하여 고집하는 마음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은 깊은 문을 아나니 법의 근본 성품에 두루 들어간 연고며, 선지식은 믿는 마음이 머무는 곳이니 선한 법의 근본에 머무는 연고며, 선지식은 고요한 가르침에 머무나니 모든 목마른 애정을 없애는 연고며, 선지식은 정직한 도에 머무나니 괴로움과 내가 없음[無我]을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보살의 지위에 머무나니 십지(十地)를 분명히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지혜의 자리[慧地]니 모든 법에 의혹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은 부처님의 자리[佛地]니 보살의 법을 능히 내는 연고며, 선지식은 진실한 도에 머무나니 온갖 이승들이 알지 못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다함없는 변재를 얻었으니 진실한 지견(知見)의 자체를 말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근심과 시끄러움을 여의었으니 나고 죽는 고통이 본래 나(我)라고 할 것이 없음을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글자의 경계가 아니니 말로는 할 수 없는 줄을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나는 것이 없는 법에 머물렀으니 식(識)의 성품을 얻지 못할 줄 아는 연고며, 선지식은 능히 고요하나니 모든 번뇌를 멸한 연고며, 선지식은 잘못된 소견을 멸하였으니 바른 소견에 편안히 머문 연고니라.
또 선남자여, 선지식은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으니 일체 불종(佛種)의 성품을 내는 연고며, 선지식은 엄한 아버지와 같으니 엄청난 이익을 친히 부촉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유모와 같으니 잘 수호하여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선생과 같으니 보살의 배워야 할 법을 보여 주는 연고며, 선지식은 길잡이와 같으니 깊고 깊은 바라밀을 보여 주는 연고며, 선지식은 의원과 같으니 가지각색 번뇌의 병을 다스리는 연고며, 선지식은 설산(雪山)과 같으니 일체종지(一切種智)의 약을 자라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용맹한 대장과 같으니 모든 공포를 멸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뱃사공과 같으니 나고 죽는 큰물을 건너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은 자본주[商主]와 같으니 일체 지혜 보배의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만일 이렇게 마음을 작정하고 바르게 생각하면 여러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게 되리라.
또 선남자여, 그대가 모든 선지식을 섬기려면 땅과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평등하게 받아 가지고도 고달프지 않는 연고며, 그대는 마땅히 선지식에게 금강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평등한 소원을 깨뜨리지 못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철위산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온갖 고통이 흔들지 못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시중하는 마음을 일으킬 것이니 가르치는 것을 모두 순종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제자란 마음을 일으킬 것이니 가르치는 훈계를 어기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하인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여러 가지 제가 할 일을 싫어하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큰 불길 같은 마음을 일으킬 것이니 모든 번뇌를 태우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품팔이군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시키는 것을 거스르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 똥치는 사람[除糞人]의 마음을 낼 것이니 온갖 교만한 마음을 버리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큰물과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모든 번뇌의 때를 씻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큰 바람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중생의 교만한 산을 허무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큰 허공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다섯 욕심 경계에 장애되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바다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모든 공덕 보배가 원만한 연고며, 선지식에게 보름달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서늘하고 깨끗한 법을 만족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사자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다니거나 머무는 곳에 마군과 악한 짐승을 잡아 씹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말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사람의 이르는 곳을 따라 나쁜 성질을 여의는 연고니라.
선지식에게 소와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중생을 이익케 하기를 게으르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사문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정당한 생활로 나쁜 짓을 여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연꽃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계행과 지혜가 깨끗하여 욕심 수렁에 물들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자본주[商主]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부처님 지혜의 성(城)에 인도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큰 수레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무거운 짐을 운반하면서도 은혜 갚기를 바라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길든 코끼리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항상 복종하고 사납지 아니한 연고며, 선지식에게 태산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온갖 것을 맡아 가지고도 기울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순한 개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본래의 주인을 해롭히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전다라(旃茶羅)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스스로 천한 체하고 나와 남이란 생각이 없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거세(去勢)된 소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항상 순종하고 성내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가까이 머물고자 하는 마음을 낼 것이니 스승을 순종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배와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길나선 사람들을 건네주면서 고달픈 줄을 모르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다리와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중생을 제도하여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효자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뜻을 거스르지 않는 연고며, 선지식에게 왕자와 같은 마음을 낼 것이니 왕의 명령을 따르고 거역하지 않는 연고니라.
또 선남자여, 마땅히 자기 몸에는 병든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의원인 생각을 내고, 말하는 법문에는 약이란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병이 쾌차한 생각을 낼 것이니라. 자기 몸에는 먼 길 떠난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길잡이란 생각을 내고, 말하는 법문에는 바른 길이란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멀리 가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선남자여, 자기 몸에는 물을 건너려는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사공이란 생각을 내고, 말하는 법문에는 노[舟檝]라는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언덕에 도달하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자기 몸에는 농사꾼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용왕이란 생각을 내고, 말하는 법문에는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곡식이 익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자기 몸에는 가난한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비사문(毘沙門)이란 생각을 내고, 설법에는 재물이란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넉넉해지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또 자기 몸에는 제자란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선생이란 생각을 내고, 설법에는 기술이란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전부 배운다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자기 몸에는 두려운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용맹하고 굳세다는 생각을 내고, 설법에는 병장기란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원수를 없앤다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자기 몸에는 장사꾼이란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길잡이라는 생각을 내고, 설법에는 보물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보물을 얻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선남자여, 자기 몸에는 아들이란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부모란 생각 을 내고, 설법에는 집안 살림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살림을 이어받는 생각을 낼 것이니라. 자기 몸에는 왕자라는 생각을 내고, 선지식에게는 대신(大臣)이란 생각을 내고, 설법에는 왕의 명령이란 생각을 내고, 닦는 행에는 지혜란 생각, 왕성(王城)에 있는 생각, 왕관을 쓴 생각, 정수리에 임금의 비단을 맨 생각을 낼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런 마음을 내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선지식을 섬길 것이니, 왜냐 하면 온갖 보살이 이런 마음으로 선지식을 섬기면서 자기의 소원을 깨끗하게 하는 까닭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선지식으로 인하여 모든 선근을 늘리나니, 마치 설산이 약초를 자라게 함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부처님의 법 그릇을 이루나니, 마치 바다가 여러 강을 받아들임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공덕의 처소를 이루나니 마치 바다가 여러 가지 보배를 냄과 맹렬한 불이 진금(眞金)을 단련함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세간을 벗어나니 마치 수미산이 큰 바다에서 솟아남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세간법에 물들지 아니하니 마치 연꽃에 물이 묻지 않음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나쁜 것을 받지 아니하니 마치 바다가 송장을 묵히지 않음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흰 법[白法]을 늘리나니 마치 초승달이 점점 뚜렷함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법계를 밝게 비추나니, 마치 밝은 해가 사천하에 비침과 같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서원을 늘게 하나니 마치 부모가 아기를 기름과 같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대강 말하였거니와, 보살이 선지식을 부지런히 찾고 가르침에 순종하면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공덕을 성취하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깊은 마음을 깨끗이 하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보살의 근기를 늘게 하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위덕의 힘을 구족하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보살의 장애를 끊어 버리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법문에 깊이 들어가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도를 돕는 일을 원만하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묘한 행을 닦으며, 열 곱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아승기 큰 서원을 일으키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다시 간략히 말하리니, 온갖 보살의 행과 온갖 보살의 바라밀과 온갖 보살의 머무는 지위와 온갖 보살의 편안히 참은 문과 온갖 보살의 삼매문과 온갖 보살의 신통한 지혜와 온갖 보살의 총지하는 문과 온갖 보살의 회향하는 지혜와 온갖 보살의 사무량(四無量)과 온갖 보살의 광대한 서원과 온갖 보살의 모든 부처님 법을 두루 성취하는 것이, 모두 선지식의 힘을 말미암아 원만하며, 선지식으로 근본을 삼으며, 선지식으로 좇아오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생기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자라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머물며, 선지식으로 인연이 되며, 선지식이 일으키는 것이니라.”
3) 보살의 법을 문답
이때에 선재동자가 성자에게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지금 온갖 선한 법이 선지식으로부터 생기는 줄을 알았사오나, 어찌하여야 선지식들의 선한 법에서 빨리 원만하며 빨리 깨끗하여 잃어버리지 않겠나이까?”
“두 가지 계율을 구족하게 받아 지니면 선지식의 법을 원만하느니라. 그 두 가지란 하나는 보살계요, 둘은 별해탈계(別解脫戒)이다. 이 두 가지 계를 가지면 선지식의 법을 원만하리니,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가지는 계를 가지지 않고 다른 이로 하여금 계를 갖게 하며, 자기는 조복하지 못하고 다른 이를 조복하는 일은 옳지 아니하니라. 만일 보살이 두타의 공덕을 구족하고 원만하면 이 두 가지 계는 모두 깨끗하여 선한 법을 잃지 아니하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무엇을 두타의 공덕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두타라 함은 보살의 십이두타(十二頭陀)를 말함이다. 그 열두 가지란 첫째는 누더기 옷[納衣]이니, 누더기 옷이라 함은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갖추면 누더기 옷을 원만히 성취하느니라. 열 가지 법은 하나는 부지런히 닦아 견고함이요, 둘은 마음이 항상 겸양함이요, 셋은 몸과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이요, 넷은 옷에 마음이 끌리지 않음이요, 다섯은 견고하게 널리 여의는 것을 좋아함이요, 여섯은 견고한 공덕을 성취함이요, 일곱은 훌륭한 덕행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음이요, 여덟은 다른 이에게 교만하지 않음이요,
아홉은 깨끗한 계행을 두호하여 원만함이요, 열은 모든 선한 남자를 가까이 할만한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깨끗이 믿는 마음에 머물러 구족하게 원만함이니, 이 마음으로 말미암아서 여래의 청정한 교법을 듣고는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닦아 파괴하지 아니하며, 부지런히 닦으므로 몸과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얻을 것을 견고하게 성취하며, 마음이 견고하므로 항상 겸손하며, 마음이 겸손하므로 내가 없음을 성취하며, 내가 없음을 얻고는 교만한 마음이 없으며, 교만한 마음이 없이 겸손한 힘으로 말미암아 남이 버리는 것을 주워서 빨고 물들여 옷을 만들며, 번뇌를 여의어 마음에 싫어함이 없으며, 탐심도 없고, 몸을 가리어 추위와 더위만을 막으며 도업을 닦을 뿐이요, 다시 돌아볼 것이 없으며, 이 누더기 옷에 허물을 보지 않고 더러움을 생각지 아니하며, 누더기 옷이 가진 공덕만 보나니 탐욕을 떠난 사람이라야 이 옷을 입으며, 이 옷을 입는 이는 마음에 번뇌가 없나니, 이는 성현의 종자요 보살의 행을 순종하여 모든 여래가 칭찬하는 바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높은 체하지 아니하고, 높은 체하지 아니하므로 다른 이를 혐의[嫌]하지 아니하며, 높은 체하고 혐의함을 여의었고, 계행이 원만하므로 가까이 할 만한 것이니, 부처님과 보살이 보호하여 생각하는 바이며, 하늘·임금·찰제리·바라문 등이나, 도시나 시골에 있는 모든 이들의 보고 듣는 이가 모두 기뻐하며, 공경하고 예배하고 함께 찬탄하여 그 덕을 칭찬하며, 우리들이 복이 있어서 이런 사람과 이 국토에 같이 머문다고 말하며, 이 나라에서 범행을 같이 닦는 이가 모두 즐거워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며, 누더기옷의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삼의(三衣)를 성취하느니라. 그 열 가지 법이란, 하나는 만족한 줄 앎을 성취하고, 둘은 욕심 적음을 성취하고, 셋은 많이 구함을 여의고, 넷은 모아 쌓음을 여의고, 다섯은 잃어버림을 여의고, 여섯은 몸의 고통을 여의고, 일곱은 걱정을 여의고, 여덟은 번뇌를 여의고, 아홉은 가지고 버림을 여의고, 열은 번뇌가 없어지는 도를 향함이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보살이 욕심이 적으므로 삼의(三衣)를 얻고 가리는 분별이 없어 기쁘고 만족함을 성취하고, 만족함을 얻고는 많이 구함을 여의고, 많이 구하지 아니하므로 쌓아 두는 일이 없고, 쌓아 두지 아니하므로 잃어버릴 걱정이 없고, 잃어버릴 걱정이 없으므로 몸에 고통이 없고, 몸에 고통이 없으므로 마음에 걱정이 없고, 마음에 걱정이 없으므로 번뇌를 여의고, 번뇌가 생기지 않으므로 가지고 버림이 멀어지고, 가지고 버림이 멀어지므로 번뇌가 없어지는 도에 향하나니,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삼의의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고 원만하면 탐욕에 물듦을 따르지 않는 옷을 성취하나니, 그 열 가지 법이란, 하나는 탐욕을 따르지 아니하고, 둘은 성내는 것을 따르지 아니하고, 셋은 어리석은 행을 따르지 아니하고, 넷은 분노한 행을 따르지 아니하고, 다섯은 심술궂고 사나운 청을 따르지 아니하고, 여섯은 질투를 따르지 아니하고, 일곱은 아끼고 인색한 행을 따르지 아니하고, 여덟은 교만을 따르지 아니하고, 아홉은 소문과 칭찬과 권속의 행함을 따르지 아니하고, 열은 가까이 하고 공양하고 재물로 행함을 따르지 아니함이니라.
선남자여, 이 탐욕과 물드는 따위의 행함을 따르지 아니하므로 네 가지 마군의 굴복을 받지 아니하며 훼방하고 욕설함을 만나도 겁약하지 않고 존중히 여겨도 높은 체하지 않나니, 이러므로 모든 물드는 행을 따르지 아니한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고 물듦을 따르지 않는 옷의 묘한 행의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 원만하면 항상 걸식함을 성취하나니 하나는 자비한 마음으로 거두어 줌이요, 둘은 차례로 걸식함이요, 셋은 스스로 번뇌를 내지 않음이요, 넷은 만족한 줄 앎을 성취함이요, 다섯은 함께 나누어 먹음이요, 여섯은 맛나는 음식을 즐기지 않음이요, 일곱은 음식의 분량을 앎이요, 여덟은 선한 법을 빨리 얻음이요, 아홉은 선근이 만족함을 원함이요, 열은 화합한 모양을 여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것을 말하여 보살이 자비한 마음으로 거두어 주며 내지 화합한 모양을 여의는 것이라 하는가 하면, 만일 보살이 고뇌하고 핍박받는 중생이 선근이 적음을 보고는, 그들의 선근을 원만하기 위하여 중생을 따라 자비한 마음으로 거두어 주고, 만일 보살이 평등한 자비심을 따라서 차례로 다니며 걸식하고, 걸식할 때에 성읍(城邑)에 이르게 되면 위의를 정돈하고 모든 감관을 잘 거두며,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앞을 바로 보면서 천천히 걷되 일곱 걸음을 넘기지 말고, 바른 생각으로 선한 법에 머물러 큰 집을 택하지도 않고 미천한 집을 버리지도 않으며, 나쁜 짓을 하는 전다라 따위에게는 혐의를 방비하기 위하여 가지 아니하며, 만일 자비한 마음으로 평등하게 거두어 주면 끝까지 버리지 않고, 차례를 따라 걸식할 적에는 번뇌를 내지 아니하며, 설사 밥을 얻지 못하더라도 성을 내지 아니하며, 이렇게 만족함을 알고 주는 대로 받고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아니하며, 보살이 이렇게 차례대로 걸식한 것을 가지고 부처님 앞이나 탑 앞에 가서 존중한 마음으로 공경하여 공양할 것이니라.
그렇게 공양하고는 본래 있는 데로 돌아와서 네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은 같이 닦는 동무에게 주고, 한 몫은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고, 한 몫은 옥에 갇힌 이에게 주고, 한 몫은 자기가 먹을 것이며, 한 몫을 먹는 데도 맛난 것을 탐내지 말고, 몸의 병을 다스릴 것을 생각하면, 몸이 편안히 살아가게 될 것이며, 먹을 때에는 너무 적게 먹고 허약하여서 선한 업을 닦는 데 방해되지 말고, 또 너무 많이 먹고 몸이 고단하여 잠이 들게 하지 말며, 이 음식으로 인하여 부지런히 정진하고 선한 법을 빨리 얻을 것이며, 보살이 온갖 보리분법(菩提分法)과 선근을 원만하기 위하여, 또 화합한 모양을 멀리 여읠 것이며, 화합한 모양을 여의고는 나라는 집착을 여의어 내가 없음을 성취할 것이며, 몸에 있는 살과 피와 밖에 딸린 재물까지 아까운 생각을 내지 말고 중생들에게 주어 함께 사용할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게 원만하면 한 자리에 앉아서 먹는 일을 성취하느니라.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보살과 같이 한 번 도량에 앉음이요, 둘은 마군을 항복 받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셋은 세간에서 뛰어나는 선정을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고, 넷은 출세간의 지혜를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고, 다섯은 출세간의 반야를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고, 여섯은 법이 공한 것을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고, 일곱은 참된 도리를 증득하여 동요하지 않고, 여덟은 진실한 짬[際]을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고, 아홉은 진여와 같은 성품을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고, 열은 일체지(一切智)를 성취하여 동요하지 않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 한 자리에 앉는 것은 한 번 법답게 앉는 것이니 보살이 그것을 의지하여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보살이 한 번 앉음을 성취한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고 한 번 앉아서 먹는 묘한 행의 공덕을 성취함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한 번 먹음을 원만하게 성취하나니, 하나는 먹을 적에 성품이 탐하지 않음을 성취하고, 둘은 먹을 적에 성품이 물들지 않음을 성취하고, 셋은 밥을 얻을 때마다 만족함을 알고, 넷은 먹을 때를 의지하고 때 아닐 적에 떨어지지 말며, 다섯은 이롭게 공양하기 위한 것은 먹지 말고, 여섯은 맛나는 음식을 만나도 먹지 아니하고, 일곱은 다른 이가 먹는 것을 보고 성내지 아니하고, 여덟은 다른 이가 먹는 것을 시기하지 아니하고, 아홉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도 한 번만 먹고, 열은 먹을 적에 약이란 생각을 낼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이 열 가지 법으로 한 번 먹는 묘한 행의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아란야 법을 원만하나니, 하나는 오래도록 범행(梵行) 닦음을 성취하고, 둘은 깨끗한 계율과 행동을 성취하고, 셋은 모든 감관이 산란하지 않음을 성취하고, 넷은 많이 듣기를 좋아함을 성취하고, 다섯은 온갖 곳에 두루한 힘을 성취하고, 여섯은 나라는 집착 여읨을 성취하고, 일곱은 몸을 헤아리지 않음을 성취하고, 여덟은 항상 멀리 여읨을 성취하고, 아홉은 바른 법이 앞에 나타남을 성취하고, 열은 혼자 있기 좋아함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것이 보살의 오래도록 범행을 닦음이며 내지 혼자 있기 좋아함을 성취함인가 하면, 이와 같이 보살이 출가하고는 부처님의 말씀하신 교법에서 삼륜(三輪)을 구족하여 계율의 인(印)이 깨끗하며, 모든 계율에서 공교함을 얻어 다른 이의 가르침을 말미암지 않고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니, 이치의 공교함을 따라 행을 닦고 글의 공교함을 따라 지니고 잊지 아니하며, 벗어나는 중요한 도(道)에는 공교하게 순종하며, 다섯 가지 범한 죄[五犯聚]를 공교하게 참회하며, 가고 머무는 데 범죄의 경계를 여의며, 나쁜 사람에게는 항상 두려워하며 내지 조그만 죄라도 숨기지 아니하며, 여러 가지 배울 곳에 죄 있고 죄 없음을 잘 알며, 이와 같은 등의 업의 오래고 짧음을 알고,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졌다가도 다시 인간에나 천상에 나며, 이와 같이 보살이 육근(六根)을 잘 조복하여 산란하지 않게 되며, 이러한 방편으로 아란야에 머물러 시끄럽지 않고 허물없을 데 있으며, 사람들이 사는 지경에 가까이 하지 아니하고 성읍(城邑)을 멀리하지도 말아 걸식하기에 편하게 하며, 약풀이 많고 샘과 냇물이 맑고 나쁜 짐승이 없고 고요한 곳을 의지하여 머물며, 외우고 익힐 것을 부지런히 힘쓰며 읽을 때에는 숨을 고르게 하며, 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게 하고 마음으로 바깥 것을 반연하지 말며, 오로지 기억하기를 힘쓰고 글과 뜻을 생각하여 혼미하고[惛] 딴 생각함[掉]을 여의고 지(止)와 관(觀)과 서로 응하게 할 것이다.
만일 재상이나 바라문이 오거든 오는 이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먼저 문안하며 편안히 앉게 하고, 그 근성을 살펴보고, 바른 법을 설하여 즐겁게 믿고 행을 닦게 할 것이며, 만일 임금이 오거든 잘 맞아들이고 방편으로 뜻을 받들어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라고 할 것이며, 왕이 앉은 뒤에는 그 하고자 함을 물어 모두 이바지하며, 그 임금이 믿는 마음이 없거든 좋은 말로 왕의 덕을 찬탄하되 '대왕을 뵈옵건대 좋은 이익을 얻겠나이다. 지금 대왕의 국경 안에 계행을 가지고 학식이 풍부한 사문과 바라문의 훌륭한 복밭이 있사오며, 대왕의 위력으로 도적이 침범하지 못하고, 대왕의 덕화로 영악한 짐승들이 멀리 피하였나이다’라고 하여, 왕이 듣고 기뻐하며 여러 기관이 조복하고 마음이 고요하여져서 부처님 법을 감당할 만하면, 가지가지 바른 법을 연설하라. 혹은 나고 죽는 법을 싫어해야 한다고 말하며, 혹은 여래의 공덕을 말하며, 뛰어나게 자재함과 묘한 법으로써 이렇게 여러 사람을 모두 기쁘게 하며, 보살이 많이 아는 것과 온갖 곳에 두루하는 힘을 이루어 바른 행을 닦을 만하며, 보살이 제가 이익되고 남을 이롭게 함을 성취하며, 나[我]라고 집착하는 번뇌를 여의고, 보살이 몸을 헤아리지 않음을 성취하여 아란야에서 두려워함이 없으며, 보살이 멀리 여의기 좋아함을 성취하여 아란야에 머물러 마음이 고요하며, 보살이 바른 법이 앞에 나타남을 성취하여 모든 세간을 모두 버리며, 보살이 혼자 있기 좋아함을 성취하여 마치 사슴과 같아서 아무 공포도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아란야에 머무는 묘한 행의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나무 아래 앉음을 성취하나니, 하나는 거리와 마을을 가까이 하지 않고, 둘은 성읍(城邑)이 너무 먼 곳을 의지하지 않고, 셋은 가시덤불 많은 데를 의지하지 않고, 넷은 독한 풀이 많은 데를 의지하지 않고, 다섯은 가지 없는 나무를 의지하지 않고, 여섯은 원숭이 많은 데를 의지하지 않고, 일곱은 뭇 새가 모이는 데를 의지하지 않고, 여덟은 악한 짐승 있는 데를 의지하지 않고, 아홉은 도둑 가까운 데를 의지하지 않고, 열은 법답지 않은 나쁜 짓 하는 데를 의지하지 않음이니라.
이러한 곳은 모두 의지하지 말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 수행하기 알맞은 데에 머물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나무 아래 앉은 묘한 행의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한데[露地]에 앉음을 원만하느니라. 하나는 추운 철·더운 철·장마철을 따라 더위와 추위를 가리지 않고, 둘은 담벽을 의지하지 않고, 셋은 나무숲을 의지하지 않고, 넷은 풀 덩굴을 의지하지 않고, 다섯은 위험한 데를 의지하지 않고, 여섯은 추워도 가리지 않고, 일곱은 비가와도 가리지 않고, 여덟은 더워도 가리지 않고, 아홉은 바람도 가리지 않고, 열은 병이 들면 방에 있어야 하나니, 보살이 항상 생각하기를, '한데에 앉으면 바른 생각이 앞에 나타나고 행을 닦는 대로 번뇌가 빨리 없어진다. 부처님이 말씀한 두타의 공덕을 따라 나는 부지런히 구하여 원만함을 얻으리니, 설사 방에 있더라도 탐내지 말며, 여기가 좋고 거기는 나쁘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또 생각하기를, '내가 방에 있는 것은 모든 복을 닦는 중생들을 이익하려는 것이니, 한데에 있는 것은 큰 이익이 되지 못한다. 또 한데에 앉는 것은 내게는 이익하지만 다른 이를 이익케 하지 못하리라’ 하고는 저 보살은 비록 방에 있으나 밤낮으로 한데에 앉는 생각을 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한데에 앉는 묘한 행의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무덤 사이에 있음을 성취하느니라. 하나는 세간을 여의는 생각이요, 둘은 죽는 모양이 앞에 나타나는 생각이요, 셋은 처음 죽어 아직 무너지지 않는 생각이요, 넷은 푸릇푸릇 멍든 것이 앞에 나타나는 생각이요, 다섯은 퉁퉁 부은 꼴이 앞에 나타나는 생각이요, 여섯은 추깃물이 흐르고 썩는 생각이요, 일곱은 새 짐승이 뜯어먹는 생각이요, 여덟은 화장하여 반쯤 타는 생각이요, 아홉은 사지와 골절이 따로따로 떨어지는 생각이요, 열은 백골이 앞에 나타나는 생각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만일 무덤 사이에 있을 적에는, 중생들에게 자애한 마음과 이익하려는 마음을 두며, 계행을 깨끗이 지니고 위의를 잘 보호하며, 몸을 깨끗이 씻고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시다림(尸陀林)속에 있으려면 두 가지 허물을 방비할 것이니, 하나는 외도들의 비방을 여의고, 둘은 사람 아닌 것들의 짬을 타지 못하게 함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절에 들어가려면 불탑과 형상들에게 먼저 예배하고, 윗자리·중간자리·아랫자리에 적당하게 예배할 것이며, 그러고 나서 마땅히 법식을 지켜야 하리니, 무덤 사이에 있는 보살들은 나고 죽는 흐름을 거슬러 성인의 법을 따르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저 보살이 절에 들어오면 먼저 있는 비구들은 자리를 차리고 앉게 할 것이며, 보살은 잘 살펴보아서 불편한 일이 있으면 일을 따라 생각할 것이요, 불편이 없으면 자리에 앉으며, 이렇게 마음을 겸손할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무덤 사이에 있는 묘한 행의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늘 앉는 일[常坐]을 원만히 성취하느니라. 하나는 몸이 고달프지 않고, 둘은 마음이 시끄럽지 않고, 셋은 게을러 빠져 잠자지 않고, 넷은 오래 서 있어도 불편하지 않고, 다섯은 보리의 법을 만족하려 하고, 여섯은 마음이 한 경계에 머무름을 닦고, 일곱은 바른 도가 앞에 나타남을 구하고, 여덟은 보리도량에 앉으려 하고, 아홉은 중생들을 이익하려 하고, 열은 번뇌를 없애려 함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의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늘 앉는 묘한 행의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따라 앉는[隨坐] 일을 원만히 성취하느니라. 하나는 자리를 만나는 대로 앉고 탐하는 마음이 없으며, 둘은 미리 깐 자리에 앉고 스스로 펴지 않으며, 셋은 남을 시켜 자리를 일부러 펴지 않고, 넷은 까는 자리에 인연을 짓지 않고, 다섯은 풀이니 가랑잎을 만나는 대로 앉고, 여섯은 독벌레 있는 데를 피하고, 일곱은 누우려 할 적에는 오른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여덟은 방일한 마음이 없이 때맞추어 일어나고, 아홉은 생각을 밝은 데 두면서 법을 따라 쉬고, 열은 행을 닦기 위하여 몸을 편안케 하는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의 열 가지 법을 구족하여 따라 앉는 묘한 행의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 열두 가지 두타의 공덕을 보살이 닦아서 구족하게 성취하면, 모든 선지식의 법이 원만하고 청정해서, 모든 선지식의 법에서 영원히 물러가지 아니하느니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이 깨끗하고 묘한 행인 두타의 공덕과 가지가지로 선지식을 찬탄함과 가지가지로 보살의 행을 따르며, 온갖 부처님의 법을 나타내어 보임을 듣고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기뻐서 뛰놀며 공경하는 마음이 빨리 늘어서, 동자와 동녀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고 일심으로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60. 미륵보살을 찾다
1) 의보를 보고 찬탄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마음이 윤택하였고, 바른 생각으로 보살의 행을 생각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바닷가의 나라로 향하였다.
지나간 세상에 수없이 나고 죽으면서 예경을 닦지 못한 것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스스로 책망하면서 부지런히 행하며, 또 지나간 세상에 오래도록 바퀴 돌듯 하면서 몸과 마음이 깨끗하지 못함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스스로 깨끗이 하여 저 언덕에 이르기를 원하며, 또 지나간 세상에 세간을 따라 나쁜 짓 한 것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바른 생각으로 보살들의 행을 관찰하며, 또 지나간 세상에서 번뇌가 마음을 덮어 허망한 생각을 일으킨 것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모든 법의 참된 성품을 바로 생각하며, 또 지나간 세상에서 닦은 행이 제 몸만 위하였던 것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마음을 넓혀 중생들에게 미치며, 또 지나간 세상에서 탐욕의 경계를 구하여 스스로 소모하던 줄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부처님 법을 닦아 모든 감관을 기르며, 또 지나간 세상에서 잘못된 소견으로 생각이 뒤바뀌던 것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바른 소견으로 보살의 소원을 일으키며, 또 지나간 세상에서 밤낮으로 애를 써서 나쁜 짓 하던 일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크게 정진하여 부처님 법을 성취하며, 또 지나간 세상에서 다섯 갈래[五趣]로 태어나면서 자기와 남에게 아무 이익도 없는 것을 기억하고, 곧 뜻을 내어 자기의 몸으로 중생들을 이익하여 부처님 법을 성취하기를 원하며, 모든 중생의 선근을 일으키고 온갖 선지식을 섬기며, 언제나 정당한 서원과 서로 응하려 하여, 이렇게 생각하고 기뻐하였다.
또 이 몸이 끝없는 옛적부터 항상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은혜와 애정을 이별하는 따위의 고통 받는 근본이 되었던 것을 관찰하고, 이제부터는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도를 닦아서 온갖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며, 여래를 뵈옵고 부처님 법을 성취하며, 온갖 부처님 세계로 다니면서 법문을 연설하는 모든 법사를 섬기며, 모든 여래의 바른 교법을 유지하며, 바른 법을 닦는 모든 도반을 찾으며, 온갖 선지식을 보고 온갖 부처님 법을 모으며, 모든 보살의 원력과 지혜의 몸으로 더불어 인연을 지으려고 원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할 때에 헤아릴 수 없는 선근이 빨리 자라고, 모든 보살에 대하여 깊이 믿고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키어,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고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내었으며, 모든 감관이 깨끗하여 선한 법이 늘었고, 모든 보살의 공경하고 공양하던 것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허리를 굽혀 합장함을 지으며, 모든 보살의 세간을 두루 보는 눈을 내며, 모든 보살의 중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한량없이 평등한 문에 들어가며, 모든 보살의 한량없는 원력과 화신을 나타내며, 모든 보살의 깨끗한 말을 내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려고 원하며, 지난 세상 지금 세상의 부처님들과 보살들의 위엄과 공덕이 원만하며, 온갖 곳에서 보리를 이루던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내지 한 털끝만한 곳에도 부처님과 보살의 몸이 두루하지 않으신 데 없음을 뵈오려 하였으며, 또 보살들의 광명한 지혜 눈을 얻어서 모든 보살의 행하는 경계를 보며, 그 마음이 시방세계에 들어가고 원력이 허공의 법계에까지 두루하며, 끝없는 세계의 빈틈없는 곳에서 삼세가 평등하여 분별이 없는 행을 닦아서 서로 계속하여 쉬지 않으며, 깊고 깊은 온갖 법문에 두루 들어가려 하였으니, 이러한 서원은 모두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고 믿은 까닭이었다.
선재동자는 이러한 존중과 이러한 공양과 이러한 칭찬과 이러한 관찰과 이러한 가지(加持)와 이러한 원력과 이러한 생각과 이러한 순종과 이렇게 생각함과 이렇게 한량없이 가득한 지혜 경계로써, 비로자나 장엄장 큰 누각 앞에서 오체(五體)를 땅에 대어 공경하고 예배하였다. 잠깐 동안 마음을 거두고 생각하며 관찰하여, 엄청난 믿음과 훌륭한 알음알이와 굉장한 원력을 일으켰으며, 몸을 변화하여 온갖 곳에 두루하며, 지혜 몸에 들어가 평등한 문에 머물며, 널리 몸을 나타내어 모든 여래의 앞과 모든 보살의 앞과 모든 선지식의 앞과 모든 여래의 탑 앞과 모든 여래의 형상 앞과 모든 부처님 모든 보살의 계신 데와 모든 법보를 모신 법당 앞과 모든 성문·벽지불 앞과 그의 탑 앞과 모든 거룩한 대중의 복밭 앞과 모든 부모와 존장의 앞과 모든 시방 중생의 몸 앞에 있으며 온갖 곳에 두루하여 모두 위에 말한 것같이 존중하고 예경하고 찬탄하며, 이렇게 모든 반연하는 가운데 가득하여 끊임없는 원력으로 가지(加持)하고 변화하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온갖 곳에 두루하여 쉬지 아니하였다.
허공과 평등하니 가이없는 까닭이며, 법계와 평등하니 장애가 없는 까닭이며, 실제와 평등하니 온갖 것에 두루 한 까닭이며, 여래와 평등하니 분별이 없는 까닭이며, 그림자와 같으니 지혜와 생각을 따라 나타나는 까닭이며, 꿈과 같으니 생각하는 따위를 따라 일어나는 까닭이며, 형상과 같으니 온갖 것을 표시하는 까닭이며, 메아리와 같으니 좋은 인연으로 나는 까닭이며, 나는 일이 없으니 번갈아 일어나고 없어지는 까닭이며, 모양이 없으니 마음을 응하여 변동하는 까닭이며, 성품이 없으니 인연을 따라 달라지는 까닭이다.
또 결정코 이러한 모든 과보가 업(業)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결과가 인(因)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업이 모두 습(習)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여래가 세상에 나시는 것이 신심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변화하여 생기는 공양거리가 모두 결정한 이해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여래의 변화하는 부처님이 모두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부처님 법이 모두 선근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화신 부처님이 방편으로부터 일어난 것임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부처님 일이 모두 큰 서원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보살들의 닦는 행이 회향으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으며, 이러한 모든 법계의 광대한 장엄이 일체지의 경계로부터 일어남을 깊이 믿었다.
아주 없다는 소견을 여읨을 깊이 믿나니 회향을 아는 까닭이며, 늘 있다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나는 것이 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인(因)이 없다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바른 인을 아는 까닭이며, 뒤바뀐 소견을 여의었으니 실제와 같은 이치를 아는 까닭이며, 자재하다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그를 말미암지 아니함을 아는 까닭이며, 나라는 소견과 남이라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연기(緣起)로부터 일어남을 아는 까닭이며, 모든 잘못된 소견을 여의었으니 원인과 결과의 힘을 아는 까닭이며, 한쪽 가를 고집하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법계가 가이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가고 온다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그림자와 같음을 아는 까닭이며, 있다 없다 하는 소견을 여의었으니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음을 아는 까닭이며, 온갖 법이란 소견을 여의었으니 공하여 나는 것이 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자재하지 못함을 아는 까닭이며, 원력으로 나는 것임을 아는 까닭이며, 온갖 모양이란 소견을 여의었으니 모양이 없는 짬[際]에 들어간 까닭이다.
온갖 법이 씨앗에서 싹이 나는 것 같아서 없어지지 않음을 아는 때문이며, 인(印)이 글씨를 이루는 것 같아서 서로 계속하여 생김을 알기 때문이며, 바탕이 영상[像]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소리가 메아리와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경계가 꿈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업이 환술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세간이 마음으로 나타남을 알기 때문이며, 결과가 인으로 생김을 알기 때문이며, 과보가 업이 모여 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며, 모든 공덕의 법이 모두 보살의 선교방편으로 흘러나옴인 줄을 알기 때문이며, 모든 법과 법 아닌 성품이 평등하게 앞에 나타나고 자라서 참된 법계를 성취함을 알기 때문이다.
선재동자가 이러한 지혜와 이러한 생각과 이러한 뜻에 들어가, 단정한 마음과 깨끗한 생각으로 누각 앞에서 온몸을 땅에 대고 예배하니, 헤아릴 수 없는 선근이 빨리 앞에 나타나 몸과 마음에 흘러넘치어 서늘하고 즐거웠다. 그 뒤에 조심스레 땅에서 일어나 일심으로 우러러보고 잠깐도 한눈팔지 아니하면서 합장하고 훌륭하게 장엄한 비로자나 큰 누각을 한량없이 돌고, 뜻을 일깨워 생각하며, 깊은 마음을 일으켜서 허리를 굽히고 공경하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누각은 공(空)하고, 모양이 없고[無相], 원함이 없는[無願] 깊고 깊은 삼해탈문을 아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법의 성품을 잘 알아서 분별이 없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법계의 근본 짬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아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중생의 세계가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아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법이 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없어짐이 없는 줄을 아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세간에 고집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굴택을 고집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촌락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경계를 의지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모양을 멀리 여읜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허망한 생각을 깨뜨린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법이 제 성품이 없는 줄을 아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차별한 업을 끊은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마음과 뜻과 인식을 여읜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법에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들어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에 들어간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넓은 문의 법계에 방편으로 편안히 머무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번뇌의 불을 고요하게 없앤 이가 있는 곳이다.
이 큰 누각은 훌륭한 지혜로 모든 소견과 사랑과 교만을 끊은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선정과 해탈과 평등하게 지님과 평등하게 이름과 삼매와 신통과 밝은 지혜를 내면서 유희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큰 보살들의 삼매의 경계를 관찰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여래가 계신 곳에 있으면서 가까이 모시고 의지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한 겁을 모든 겁에 넣고 모든 겁을 한 겁에 넣으면서도, 그 모양을 파괴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한 세계를 모든 세계에 넣고 모든 세계를 한 세계에 넣으면서도 그 모양을 파괴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한 법을 온갖 법에 넣고 온갖 법을 한 법에 넣으면서도 어지럽고 섞이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한 중생을 온갖 중생에게 넣고 온갖 중생을 한 중생에게 넣으면서도, 그 모양을 파괴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한 부처님을 온갖 부처님께 넣고 온갖 부처님을 한 부처님께 넣으면서도, 그 모양을 파괴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잠깐 동안에 모든 삼세를 아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잠깐 동안에 온갖 세계에 가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중생의 앞에 몸을 나타내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마음이 항상 온갖 세간을 이익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자재한 힘을 얻어서 온갖 곳에 두루 이르는 이가 있는 곳이다.
이 큰 누각은 비록 모든 세간에서 벗어났으나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그 가운데 항상 몸을 나타내고 떠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세계에 의지하지 아니하면서도 부처님들께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세계에 다니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본래의 처소를 떠나지 아니하고,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 나아가 장엄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부처님을 두루 가까이 모시면서도 부처님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선지식을 두루 의지하면서도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마군의 궁전에 있으면서도 욕심 경계를 탐내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마음과 뜻과 인식의 법을 알면서도 온갖 마음과 생각이란 소견을 여읜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온갖 중생 가운데 몸을 나타내면서도 자기와 남에게 대하여 두 모양이란 생각을 내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모든 세계에 두루 들어가면서도 법계에 차별한 모양이 없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오는 세상의 모든 겁에 머물기를 원하면서도 모든 겁에 대하여, 오래다 짧다 하는 생각이 없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한 털끝을 떠나지 않고서도 몸을 널리 나타내어 시방의 온갖 세계를 순종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이 큰 누각은 만나기 어려운 법을 능히 연설하는 이가 있는 곳이다.
이 큰 누각은 알기 어려운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깊고 깊은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둘이 아닌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모양 없는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상대하여 다스릴 수 없는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얻을 것 없는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희론(戲論)이 없는 법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대자대비에 편안히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이승들의 아는 경계를 넘어선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마군의 경계를 넘어선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세간법에 물들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보살들이 이르러 간 언덕에 이미 이른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여래가 머무는 곳에 이미 머문 이가 있는 곳이며, 온갖 모양을 이미 여의었지만 성문의 바른 자리[正位]에 들어가지 아니한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법이 나는 일이 없는 줄을 알지만 생멸이 없는 법의 성품에 머물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탐욕이 부정한 줄을 관찰하였지만 탐욕 여의는 법을 증득하지도 않고 탐욕과 함께하지도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자비를 닦지만 성내지 않는 법을 증득하지도 않고 성내는 것과 함께하지도 않는 이가 있는 곳이다.
비록 온갖 십이연기(十二緣起)를 관찰하지만 어리석지 않는 법을 증득하지도 않고 어리석은 번뇌와 함께하지도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사선(四禪)에 머물지만 큰 대비(大悲)의 원력으로 선정을 따라 태어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사무량심(四無量心)에 머물면서도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색계(色界)에 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사무색정(四無色定)을 닦았지만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무색계(無色界)에 머물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선정[止]·지혜[觀]를 부지런히 닦지만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밝음과 벗어남[明脫]을 증득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버림[捨]을 행하면서도 대비(大悲)로써 온갖 중생의 일을 버리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공한 줄을 관찰하지만 공한 소견을 일으키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모양 없음[無相]을 행하지만 항상 모양에 고집하는 중생들을 교화하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소원이 없음을 행하지만 보리의 모든 행과 원을 버리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업과 번뇌 속에서 자재함을 얻었지만 중생들을 교화하고 성숙하기 위하여 업과 번뇌를 따르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나고 죽음이 없지만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일부러 나고 죽는 데 태어나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모든 갈래를 여의었지만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일부러 여러 갈래에 들어감을 보이는 이가 있는 곳이다.
비록 사랑함[慈]을 행하지만 중생들에게 사랑하고 그리움[愛戀]이 없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불쌍히 여김[悲]을 행하지만 중생들에게 집착함이 없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기뻐함[喜]을 행하지만 고통 받는 중생을 보고 항상 가엾이 여기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버림[捨]을 행하지만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일을 버리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구차제정(九次第定)을 행하지만 욕계(欲界)에 태어나기를 싫어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모든 법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줄을 알지만 참된 짬을 증득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삼해탈문에 들어갔으나 성문의 해탈을 취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사성제(四聖諦)를 관찰하지만 소승 성스러운 과[小乘聖果]에 머물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깊고 깊은 인연으로 일어나는 법을 관찰하지만 끝까지 고요한 데에 머물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팔성도(八聖道)를 닦지만 영원히 세간에서 벗어남을 구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범부의 처지를 벗어났으나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오취온(五取蘊)을 관찰하지만 모든 온을 영원히 멸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네 가지 마군을 뛰어났으나 마군의 경계를 분별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육처(六處)에 집착하지 않으나 육처를 아주 멸하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진여에 머물지만 참된 짬에 떨어지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며, 비록 온갖 승 [一切乘]을 말하지만 대승(大乘)을 버리지 않는 이가 있는 곳이니, 이 큰 누각은 이러한 한량없는 모든 공덕에 머무는 이가 있는 곳이다.’
2) 게송으로 찬탄
이때에 선재동자는 합장하고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이 누각은 대비(大悲)와 청정한 지혜로
세상을 이익하는 미륵보살님
정수리에 물을 부은 부처님 장자(長子)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시고
일체에 소문나신 부처님 아들
지혜 경계 해탈문에 머물렀으며
법계에 다니면서 집착이 없어
같을 사람 없는 이가 머무시는 곳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과
지혜·방편·서원·힘·신통과
이러하게 대승의 모든 바라밀
골고루 구족한 이 머무시는 곳
지혜가 크고 넓어 허공과 같아
삼세의 온갖 법을 두루 아시며
걸림없고 의지 없고 취할 것 없어
모든 과보 아는 이가 머무시는 곳
모든 법이 성품 없고 나지도 않고
의지할 데 없는 줄을 분명히 알아
허공 나는 새와 같이 자재하여서
두려울 것 없는 이가 머무시는 곳
세 가지 독[三毒]의 참 성품 알고
허망하게 생긴 인연 분별하지만
싫다고 벗어나려 하지도 않아
고요함을 깨달은 이 머무시는 곳
세 가지 해탈문과 여덟 가지 길
모든 온(蘊)과 처(處)와 계(界)와 연기(緣起)들
다 알지만 고요한 데 가려 안 하며
좋은 방편 얻은 이가 머무시는 곳
시방의 모든 세계 수없는 중생
걸림없는 지혜로 모두 살피어
공한 성품 모두 알고 분별없으며
열반을 얻은 이가 머무시는 곳
온 법계를 다 다녀도 걸림없으나
다니는 그 성품을 찾을 수 없고
허공에 부는 바람 가는 데 없어
의지한 데 없는 이가 머무시는 곳
나쁜 갈래 중생들을 모두 살피니
모진 고통 받으면서 갈 데 없는 이
자애 광명 널리 놓아 모두 다 소멸
어여쁘게 여기는 이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바른 길을 잃어버린 것
눈먼 이가 험한 길을 향해 가는 듯
인도하여 해탈성에 들게 하나니
길잡이 큰 스승이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마군의 그물에 걸려
나고 늙고 죽는 일에 헤매는 이들
해탈을 얻게 하고 위로하나니
용맹한 대장부의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미혹 병에 얽힘을 보고
불쌍하게 여기는 큰마음 내어
지혜 약인 감로수로 소멸케 하니
이렇게 큰 의사의 머무시는 곳
모든 중생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근심 걱정 헤매면서 고통 받거든
자비한 법의 배로써 구제하나니
잘 건지어 주는 이가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미혹 바다 헤매이다가
훌륭한 보리 마음 내는 걸 보고
그 가운데 뛰어들어 구제하나니
고기를 잘 잡는 이 머무시는 곳
언제나 큰 원력과 자비하신 눈
일체의 모든 중생 살펴보다가
죽고 사는 바다에서 건져 내나니
금시조(金翅鳥) 가루라왕 머무시는 곳
해와 달이 허공중에 높이 떴을 때
온 세계에 안 비치는 곳이 없듯이
서원과 지혜 광명 그와 같나니
이 세상을 비치는 이 머무시는 곳
보살이 한 중생을 교화하려고
오는 세상 끝나도록 애를 쓰거든
그와 같이 온 중생을 그렇게 하니
세상을 구하는 이 머무시는 곳
한 세계의 중생들을 교화하려고
오는 세월 끝나도록 쉬지 않거든
그와 같이 시방세계 그렇게 하니
견고한 뜻 가진 이가 머무시는 곳
시방세계 부처님들 많은 법문을
한 번 앉아 죄다 듣고 남김 없으며
오는 세월 끝나도록 싫지 않나니
지혜 바다 밝은이가 머무시는 곳
한량없는 세계 바다 두루 다니며
여러 도량 바다마다 모두 들어가
그지없는 여래께 공양하시니
이런 행을 닦는 이가 머무시는 곳
한량없는 수행 바다 모두 닦으며
끝이 없는 서원 바다 일으키어서
그지없는 겁 바다를 지나가나니
이런 공덕 쌓은 이가 머무시는 곳
한 털끝에 한량없는 세계가 있고
세계마다 부처님과 중생과 겁(劫)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모두 보나니
막힘없는 눈 가진 이 머무시는 곳
한 생각에 한량없는 겁을 거두고
부처님과 세계 중생 다 그렇거든
복과 지혜 걸림없는 바라밀 행
이런 공덕 갖춘 이가 머무시는 곳
시방세계 모두 부숴 티끌이 되고
온 세계의 바닷물을 털로 찍어도
보살의 세운 원력 이보다 많아
걸림없이 행하는 이 머무시는 곳
다라니와 삼매문을 모두 이루고
큰 원력과 모든 선정 해탈문까지
하나하나 가이없는 겁을 지나니
부처님의 참 아들이 머무시는 곳
한량없고 그지없는 부처님 제자
가지가지 법을 말해 중생 건지고
이 세상의 모든 기술 연설하나니
이런 행을 닦는 이가 머무시는 곳
신통 변화 방편 지혜 모두 이루고
환술 같은 묘한 법문 닦아 행하며
시방 세계 다섯 갈래 태어나나니
걸림없이 행하는 이 머무시는 곳
보살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내어
구족하게 온갖 행을 닦아 행하며
한량없는 화신으로 법계에 가득
이런 신통 가진 이가 머무시는 곳
한 생각에 보리도를 모두 이루고
끝이 없는 지혜 업을 널리 짓는 일
세상사람 생각하면 발광하리니
헤아릴 수 없는 이가 머무시는 곳
장애 없는 큰 신통을 모두 이루고
온 법계를 고루고루 다 다녔지만
마음속엔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어
맑은 지혜 가진 이가 머무시는 곳
보살들이 걸림없는 행을 닦아서
모든 세계 간 데마다 집착이 없고
둘이 없는 지혜로써 널리 비치니
나란 소견 없는 이가 머무시는 곳
허공 같은 성품 아는 평등한 지혜
본래부터 고요하여 의지 없거든
이와 같은 경계 속에 늘 다니나니
때를 여읜 깨끗한 이 머무시는 곳
중생들이 갖은 고통 받음을 보고
큰 지혜와 자비하온 마음을 내어
온 세간을 이익하려 항상 원하니
어여쁘게 여기는 이 머무시는 곳
부처 장자(長子) 여기 있어
중생 앞에 나타나기
허공에 뜬 해 달처럼
나고 죽는 어둠 깨쳐
부처 장자 여기 있어
중생들의 마음 따라
한량없는 몸을 변해
시방세계 가득하네.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모든 세계 여래께
찾아가는 많은 세월
한량없고 셀 수 없어.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부처 경계 헤아리기
한량없는 오랜 겁에
게으른 줄 모르매라.
부처 장자 여기 있어
삼매문에 항상 들고
하나하나 삼매에서
부처 경계 밝히시다.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모든 세계 많은 세월
중생들과 부처 이름
분명하게 모두 알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한 생각에 많은 세월
허망한 맘 다 여의고
중생들을 따라 주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모든 삼매 다 익히고
하나하나 마음속에
삼세 법을 모두 알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결가부좌하고 앉아
온갖 세계 나타나서
모든 중생 이롭게 하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불법 바다 물을 먹고
지혜 바다 들어가서
공덕 바다 구족하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모든 세계 수효들과
세월 수효 중생 수효
부처님들 수효 알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세 세상의 온갖 세계
생겨나고 무너짐을
한 생각에 모두 알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부처님들 행과 원과
보살들의 닦는 행과
중생 근성 모두 알고
부처 장자 여기 있어
티끌 속에 많은 세계
도량들과 중생들과
모든 겁을 죄다 보고
한 티끌 속 보는 듯이
온갖 티끌 모두 보며
가지가지 다 갖추어
간 데마다 걸림없네.
부처 장자 여기 있어
온갖 법과 중생 국토와
세간들을 모두 보니
나도 않고 있도 않아
중생 평등 법도 평등
여래 평등 세계 평등
서원 평등 세 세상이
모두 평등함을 보네.
부처 장자 여기 있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여래께 공양하며
법의 성품 생각하고
한량없는 천만 겁에
닦은 행과 원과 지혜
엄청나고 한량없어
이루 칭찬할 수 없네.
저러하게 용맹하고
걸림없이 행하는 이
이 가운데 계시오매
합장하고 절합니다.
부처님의 장자시고
거룩하신 미륵보살
예경하는 이내 마음
굽어 살펴 주옵소서.
3) 정보를 보고 법을 묻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와 같은 모든 보살의 한량없이 찬탄하는 법으로 비로자나 장엄장 누각 가운데 있는 보살들을 칭찬하고는 누각 앞에서 공경하여 예배하고 서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허리를 굽히고 합장하고 우러르면서 미륵보살을 뵈옵고 가까이 모시며 공양하려 하였다.
문득 보니 미륵보살이 누각 밖의 다른 곳으로부터 오는데, 한량없는 하늘 사람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과 제석천왕과 범천왕과 사천왕과 본래 태어난 데의 친척과 많은 권속들과 바라문 대중과 수없는 백천 중생이 앞뒤로 둘러싸고 와서 큰 누각으로 향했다. 선재동자는 그것을 보고 즐거워 뛰놀면서 앞에 나아가 오체(五體)를 땅에 대고 예배하였다.
미륵보살은 선재동자를 살펴보고 대중을 가리키면서 그의 한량없는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희는 보라, 선재동자
지혜 마음 깨끗하고
보리행을 구하려고
내게 와서 친근함을
잘 왔도다 원만한 자애
잘 왔도다 청정한 슬픔
잘 왔도다 고요한 눈
게으름 없이 행을 닦네.
잘 왔도다 청정한 뜻
잘 왔도다 넓은 마음
잘 왔도다 굳은 근성
게으름 없이 행을 닦네.
잘 왔도다 부동의 행[不動行]
선지식을 항상 구해
세상 알아 물 안 들고
모든 중생 조복하네.
잘 왔도다 미묘한 도 행함
잘 왔도다 공덕에 머묾
잘 왔도다 불과(佛果)에 나아감
온 세상의 의지 되네.
잘 왔도다 덕으로 자체[體]됨
잘 왔도다 법이 기른 이
잘 왔도다 끝없는 수행
세간에선 볼 수 없네.
잘 왔도다 미혹 떠남
연꽃처럼 살아가며
이롭거나 쇠하거나 헐뜯거나 칭찬함
모든 일에 분별없네.
잘 왔도다 안락 시주
부드럽고 교화 받아
아첨과 속임과 성냄과 교만
모든 것을 소멸했네.
잘 왔도다 부처 아들
시방세계 나아가서
모든 공덕 늘게 하며
부드럽고 게으름 없네.
잘 왔도다 삼세 지혜
온갖 법을 두루 알고
공덕 광을 널리 내며
게으름 없이 행을 닦네.
문수보살과 덕운(德雲) 등
많은 보살 너를 시켜
여기까지 오게 하여
걸림없는 곳을 보이네.
보살행을 갖추 닦고
모든 중생 거둬 주는
헤아릴 수 없는 이가
지금 나를 찾아왔네.
한량없는 여래의
맑은 경계 구하고
큰 서원을 물으려고
지금 나를 찾아왔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들 이루신 행과 업
모두 닦아 배우려고
나를 찾아왔네.
그대는 선지식께
미묘한 법 구하고
보살행을 배우려고
나를 찾아왔네.
선지식은 부처님이 칭찬하고
너의 보리 이루게 함을
그대가 생각하고서
나를 찾아왔네.
그대는, 선지식은
나를 낳은 부모 같고
나를 기른 유모 같아
보리분을 증장시키며
의사들이 병 고치듯
하늘에서 감로 오듯
해처럼 바른 길 보여주고
달처럼 깨끗한 바퀴 굴리고
산처럼 움직이지 않고
바다처럼 늘거나 줄지 않고
뱃사공처럼 건네준다 생각하여
나를 찾아왔네.
네 보기에 선지식은
용맹하온 대장 같고
큰 장사 물주 같고
큰 길잡이와 같아서
바른 법 짐대를 세우고
부처 공덕 보여 주고
나쁜 갈래 없애 주고
좋은 갈래 열어 주며
부처님 몸 나타내고
바른 법 광 수호하고
부처님 법 가지므로
우러르고 받들기 원하네.
부처 지혜 채우려고
단정한 몸 갖추려고
훌륭한 데 태어나려
나를 찾아왔네.
너희들 이 사람을 보라.
선지식을 친근하여
그가 배운 대로
모든 것을 실행하며
옛날 복덕 인연으로
문수가 마음 내게 하니
가르침에 순종하여
게으름 없이 수행하며
부모 친척들과
궁전과 재산
모두 다 버리고
겸손하게 선지식 구하며
이런 뜻을 깨끗이 하니
세간 몸을 떠나서
불 세계에 태어나
좋은 과보 받으리라.
선재는 중생들의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고
크게 불쌍한 뜻을 내어
위없는 도 부지런히 닦네.
선재는 중생들의
다섯 갈래에 헤매임 보고
금강 같은 지혜 구하여
저 모든 고통 바퀴 깨뜨리네.
선재는 중생들의
마음 밭이 황폐하고 더러워짐 보고
삼독의 가시 제거하려
날카로운 지혜의 소를 구하였네.
중생들 우치의 어둠 속에서
소경처럼 바른 길 잃거늘
선재동자 길잡이 되어
편안한 곳 보여 주네.
참는 갑옷 해탈 수레
지혜로써 검을 삼아
세 가지 존재 세계에서
번뇌 도둑 깨뜨리네.
선재는 법 배의 사공되어
모든 중생들을 두루 건지어
이염(爾焰) 바다 지나서
보배 섬에 빨리 이르게 하네.
선재는 바른 깨달음의 태양
지혜의 광명과 서원 바퀴로
법계의 허공에 두루 다녀
중생의 집 두루 비추네.
선재는 바른 깨달음의 달
흰 법[白法]이 원만하여
인자한 선정 청량한 빛으로
중생 마음 평등하게 비춰주네.
선재는 훌륭한 지혜의 바다
곧은 마음에 의지해 머무르니
보리행은 점점 깊어져서
모든 법 보배를 내네.
선재는 큰 마음 용(龍)
법계 허공 올라가서
구름 펴고 비내리어
모든 열매 성숙케 하네.
선재는 불타는 법의 등불
믿음은 심지, 자비는 기름
생각은 그릇, 공덕은 빛이 되어
삼독의 어둠을 멸하여 제거하네.
깨달음의 마음은 갈라람(羯羅藍)
가엾음은 태(胞)요, 인자함은 살[肉]
보리의 부분은 팔과 다리
여래장(如來藏)에서 자라고
복덕 광을 늘게 하고
지혜 광을 맑게 하고
방편 광을 나타내며
서원 광을 내세우니
이렇게 큰 장엄으로
중생들을 구호하니
모든 천상 인간에서
듣기 어렵고 보기 어려워
이와 같은 지혜 나무
뿌리 깊어 튼튼하고
모든 행이 점점 자라
중생들을 덮어 주네.
온갖 공덕 내려고
온갖 법을 물으려고
온갖 의심 끊으려고
선지식을 구했으며
미혹의 마군 깨뜨리고
여러 소견의 때 없애며
중생 속박 풀어주려
선지식을 구했나니
나쁜 갈래 없이 하고
인(人)·천(天) 길을 보여 주며
공덕 행을 닦게 하여
열반성에 빨리 들게 하며.
괴로운 곳 벗어나고
즐거운 곳 줄 것이며
모든 속박 끊어 없애
삼계 갈래 없애리라.
소견의 난(難) 건너가고
소견 그물 찢어 깨고
애욕의 물 말리어서
삼계의 길 보여주리.
온 세상의 의지되고
온 세상의 광명되고
삼계안의 길잡이로
해탈할 곳 보여 주리.
이 세상의 중생들로
헛된 생각 멀리 떠나
번뇌 졸음 널리 깨고
애욕 수렁 건져주리.
가지가지 법을 알고
모든 세계 깨끗하고
온갖 것을 끝내면
그 마음 즐거우리.
그대의 행 부드럽고
그대 마음 깨끗하니
닦으려는 공과 덕이
오래잖아 원만하리.
오래잖아 부처 뵙고
온갖 법문 통달하고
모든 세계 장엄하여
큰 보리를 이루오리.
복과 지혜 장엄하고
중생 바다 해탈하고
온갖 행을 원만하여
정각 바다 이루오리.
공덕 언덕 도달하여
선한 자리 태어나서
보살들과 같으리니
이 마음이 결정일레.
온갖 번뇌 죄다 끊고
온갖 업을 청정하고
온갖 마군 항복 받아
이런 원을 만족하리.
지혜 길에 나게 되고
바른 법을 열게 되어
혹업(惑業)과 모든 고통
오래잖아 여의오리.
한량없는 중생들이
생사 속에 빠졌으니
네가 법바퀴 굴려서
그들이 고통 바퀴 끊게 하리라.
너는 부처님의 종자 지니고
너는 법 종자를 맑게 하고
너는 승의 종자 모두어서
세 세상에 두루 미치게 하리라.
모든 애욕의 그물 끊고
모든 소견의 그물 찢고
모든 고통 그물 구제하여
서원 그물 이루리라.
중생 경계 제도하고
나라 경계 깨끗이 하고
지혜 경계 모두어서
마음 경계 이루리라.
중생들을 기쁘옵게
보살들을 기쁘옵게
부처님을 기쁘옵게
이 기쁨을 이루리라.
모든 갈래 자세히 보고
모든 세계 살펴보고
모든 법을 깊이 보아
부처 소견 이루리라.
어둠 깨는 광명 놓고
열이 식는 광명 놓고
악을 없앨 광명 놓아
삼계 고통 씻으리라.
하늘 문을 열어 놓고
불법 문을 열어 놓고
해탈 문을 열어 보여
중생들을 들어가게 하리라.
바른 길을 보여주고
나쁜 길을 끊어 주고
이러하게 행을 닦아
보리 길을 이루리라.
공덕 바다 항상 닦고
삼계 바다 제도하고
중생 바다 모두 건져
고통 바다 뛰어나며
중생 바다 교화하여
번뇌 바다 말리우고
행원 바다 닦게 하여
지혜 바다 들게 하며
지혜 바다 늘게 하고
행원 바다 잘 닦아서
부처님의 서원 바다
네가 만족 할 것이며
네가 세계 바다 들어가서
네가 중생 바다 살펴보고
네가 장차 큰 지혜로
법문 바다 다 마시리라.
부처 구름 장차 뵙고
공양 구름 일으키고
법문 구름 네가 들어
원력 구름 세우리라.
삼계 집에 다니면서
번뇌 집을 깨뜨리고
여래 집에 들어가서
이런 도를 행하리라.
삼매 문에 들어가서
해탈 문에 노닐면서
신통 문에 네가 있어
온 법계에 다니리라.
중생 앞에 나타나며
부처님 전 대하여서
해와 달의 광명 같이
이러한 힘 이루리라.
다니는 데 산란찮고
다니는 데 물 안 들고
허공 나는 새와 같이
묘한 작용 이루리라.
인다라의 그물같이
세계 그물 그렇거든
네가 두루 나아가되
바람처럼 걸림 없으리라.
온 법계에 들어가서
모든 세계 다니면서
삼세 부처님 뵙고
큰 즐거움 네가 내리라.
네가 온갖 법문들을
이미 얻고 장차 얻어
큰 즐거움 낼 것이나
탐심 없고 싫증 없으리라.
너는 공덕 담을 그릇
부처님의 말씀 따라
보살행을 능히 닦아
기특한 일 얻으리라.
이와 같은 불자들을
억겁에나 만날 건가.
훌륭하온 그 공덕과
닦는 도를 어찌 보리.
네가 인간 태어나서
좋은 이익 크게 얻어
문수보살 선지식들
많은 공덕 얻어 보네.
나쁜 갈래 여의었고
어려운 곳 벗어났고
모든 고통 초월하니
게으른 마음 내지 말라.
범부 지위 뛰어났고
보살 지위 앉았으니
지혜 자리 만족하여
여래 지위 들어가리.
보살행은 바다 같고
부처 지혜 허공 같고
네 원력도 그러하니
다행한 줄 생각하라.
모든 기관 부지런해
뜻과 서원 결정하니
선지식을 친근하여
오래잖아 성취하리.
보살들의 모든 행은
중생 조복 위함이니
여러 법문 수행하고
의심을 내지 말라.
헤아릴 수 없는 복과
참된 믿음 갖췄으니
그러므로 네가 오늘
불자들을 보느니라.
선지식들 네가 만나
큰 이익을 얻었으니
가지가지 큰 서원을
모두 믿고 받자오라.
삼계에서 행을 닦아
묘한 그릇 이루리니
선지식들 그대에게
해탈 문을 보였으며
법 그릇이 아닌 이는
선지식과 함께 있어
수없는 겁 지내어도
그 경계를 모르나니
네가 여러 보살 뵙고
이런 법문 들은 것은
세간에서 희유하니
경사롭게 기뻐하라.
부처님이 두호하고
보살들이 거둬주니
가르침을 순종하면
오래오래 살 것이며
보살 문중 태어났고
보살 공덕 갖추었고
여래 종자 자랐으니
좋다 좋다 기뻐하라.
부처님은 아버지요
보살들은 형과 동생
보리법은 친척 되어
진실한 뜻 길러 주며
보살 종자 갖추었고
법왕 종자 자라나며
법왕 공덕 구족하니
기쁜 마음 몸에 가득.
가장 큰 일 이뤘으니
알 수 없는 기특한 일
네가 모두 얻게 되어
관정(灌頂) 자리 오르리라.
이런 종자 심었으니
이런 결과 얻으리라.
내가 너를 위로하니
너는 크게 기뻐하라.
한량없는 보살들이
무수겁을 행한대도
성취할 수 없는 행을
네가 지금 얻었어라.
선재동자 굳은 신심
정진하여 이룬 행을
공경하고 사모하면
이러하게 너도 배워라.
여러 가지 행과 공덕
서원에서 일어남을
선재동자 벌써 알고
부지런히 익히었네.
큰 구름을 일으킨 용
좋은 비를 내리나니
보살 원을 세웠으면
결정하고 행을 닦아
만일 어떤 선지식이
보현행을 보이거든
너는 친히 섬기고서
의혹한 맘 내지 말라.
네가 지난 오랜 세월
허망하게 몸 버렸고
이번에는 보리 위해
버리는 일 좋으리라.
네가 지난 오랜 세월
생사 고통 받느라고
부처님을 못 섬기며
이런 행을 듣지 못해
이번에는 사람 되어
선지식과 부처 만나
보리행을 들었으니
즐겁기도 끝없으리.
부처님을 만났었고
선지식을 뵈었으니
깨끗한 맘 없으면은
이런 법문 못 듣지만
선지식을 만나서는
기쁜 마음 존중하고
의혹 싫증 없애야만
이런 법문 들으오리.
이런 법문 듣는 사람
서원하는 마음 내면
이는 벌써 큰 이익을
얻은 줄을 아올 것이
이런 행에 들게 됨은
부사의한 훌륭한 일
인간 세상 잘 왔으니
큰 공덕을 원만하리.
이러하게 깨끗한 맘
부처님을 친근하고
보살들을 섬기면은
보리도를 이루리라.
이 법문에 들어오면
모든 공덕 구족하고
나쁜 갈래 멀리 떠나
온갖 고통 안 받으리.
오래잖아 몸 버리고
불국토에 가서 나서
시방세계 부처님과
보살들을 늘 뵈오며
지난 원인 이제 알고
선지식을 섬긴 힘이
모든 공덕 길러 내어
물속에서 연꽃 나듯
선지식을 잘 섬기고
부처님을 공양하며
일심으로 법문 들어
게으르지 말지어다.
너는 참말 법의 그릇
온갖 법을 구족하고
온갖 도를 항상 닦아
모든 소원 만족하라.
네가 믿는 마음으로
내게 와서 예경하니
부처님들 모인 중에
오래잖아 들어가리.
착하도다. 참 불자여
모든 부처 공경하고
오래잖아 행을 갖춰
공덕 언덕 가게 되리.
큰 지혜인 문수사리
계신 곳에 찾아가라.
보현보살 묘한 행을
네가 얻게 하오리라.
미륵보살마하살은 여러 대중 앞에서 선재동자의 집착 없는 경계와 원만한 장엄과 큰 공덕을 칭찬하였다. 선재동자는 그의 가르침을 따르며 가장 훌륭한 방편으로 위로함을 듣고, 기쁨을 금할 수 없어 온몸에 털이 곧추서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일어서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우러러보고 수없이 돌았으며, 문수사리보살의 염려하는 힘으로 여러 가지 꽃과 영락과 가지각색 보배가 어느새 손에 가득히 쥐어졌다. 선재동자는 기쁘고 다행함을 견디다 못하여 영락과 보배를 미륵보살마하살의 위에 흩었다.
이때에 미륵보살은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면서 게송을 읊었다.
기특하다 참다운 부처님 아들
모든 감관 일깨워서 게으름 없으니
머지않아 모든 공덕 고루 갖추어
나와 문수보살처럼 원만하리라.
선재동자는 이 칭찬을 듣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제가 지금 생각하니 선지식이란
억천 겁에 만나 뵙기 어려운 것을
오늘날 차례차례 모두 만나고
보살님 계신 곳에 나왔습니다
저는 처음 문수보살 지시를 받고
만나기 힘든 이를 만났사오니
거룩하신 문수보살 높은 공덕을
다시 한 번 만나 뵙기 소원입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공경하고 합장하여 미륵보살마하살께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겨 말씀하시옵소서.
거룩하신 이여, 모든 여래께서 보살님께 수기하시기를 '한 번 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셨습니다.
만일 한 번 나서 위없는 보리를 얻는다 하오면, 이미 모든 보살의 머무시던 곳을 초월하였으며, 이미 모든 보살들의 생사를 여의는 지위를 지내었으며, 이미 모든 바라밀을 원만하였으며, 이미 온갖 참는 문에 깊이 들어갔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지위를 구족하였으며, 이미 모든 해탈문에 유희(遊戱)하오며, 이미 온갖 삼매의 법을 성취하였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행을 통달하였으며, 이미 모든 다라니와 변재를 증득하였으며, 이미 모든 보살들의 자재한 속에서 자재를 얻었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도를 돕는 법을 쌓았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지혜와 방편에 유희하며, 이미 모든 훌륭한 지혜와 신통을 내었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배워야 할 것[學處]을 성취하였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행할 묘한 행을 깨끗이 하였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세워야 할 큰 원을 만족하였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의 수기하심을 받았으며, 이미 모든 승[諸乘]의 법문을 알았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의 두호하고 생각하심을 감임하였습니다.
곧 이미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거두었으며, 법장을 가졌으며, 비밀한 가르침을 보았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비밀한 바퀴를 운전하며, 이미 번뇌의 마군을 깨뜨린 용맹한 대장이며, 이미 나고 죽는 넓은 들에서 벗어나게 한 길잡이 스승이 되었으며, 이미 미혹의 중한 병을 치료한 의사며, 이미 모든 중생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이며, 이미 모든 세상 차지[世主]들 중에서 자재함을 얻었으며, 이미 모든 성인 중에 가장 제일이며, 이미 모든 성문과 연각 중에 가장 우뚝하며, 이미 나고 죽는 바다에서 사공이 되었으며, 이미 모든 중생들을 조복하는 그물을 쳤으며, 이미 모든 중생의 근성을 살펴보았으며, 이미 모든 중생의 세계를 거두었으며, 이미 모든 보살 대중을 수호하였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일을 이야기하였으며, 이미 모든 여래 계신 데 나아갔으며, 이미 모든 여래 회중에 머물렀으며, 이미 모든 중생의 앞에 몸을 나타내었으며, 이미 모든 법이 환술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음을 알았으며, 이미 모든 법이 그림자와 같음을 관찰하였으며, 이미 모든 세간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이미 모든 법이 나지 않는 성품을 알았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몸과 말과 뜻을 깨끗이 하였으며, 이미 금강 같은 선정으로 모든 마군을 깨뜨렸으며, 이미 모든 선한 법의 본래 나는 곳을 알았으며, 이미 모든 모양이 흔들리지 않는 성품임을 깨달았습니다.
곧, 이미 바라밀을 행하여 물러나지 않았으며, 이미 모든 법이 늘 있지 않고[無常] 괴롭고[苦] 공하고[空] 나라고 할 것이 없음[無我]을 관찰하였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 지위의 선근을 일으켰으며, 이미 삼십칠조도품(三十七助道品)과 응하는 행을 닦았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경계에서 저 언덕에 이르렀으며, 이미 모든 번뇌의 성품이 고요함을 알았으며, 이미 금강 삼매에 머물러 동요할 수 없으며, 이미 삼세에 있는 마음을 모두 얻을 수 없음을 알았으며, 이미 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보리 마음을 증득하였으며, 이미 모든 세간법에 집착함이 없으며, 이미 모든 마군의 경계를 초월하였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 경계에 머물렀으며, 이미 모든 보살의 장애 없는 경계에 이르렀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께 부지런히 공양하며, 이미 모든 부처님 법과 자체의 성품이 같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의 법 비단을 매었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이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받았으며, 이미 모든 법왕의 자리에 머물렀으며, 이미 일체지지(一切智智)의 경계에 들어갔으며, 이미 모든 부처님의 법을 내었으며, 이미 일체지 자리에 나아갔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행을 닦는 대로 모든 불법을 빨리 증득하며, 어떻게 하여야 보살이 모든 부처님 법을 모두 알며, 염려하는 중생들을 빨리 제도하여 모두 저 언덕에 이르게 하며, 세운 큰 서원을 널리 성취케 하며, 일으킨 모든 행을 끝까지 이루게 하며, 모든 천상과 인간을 모두 위로하며, 제 몸을 저버리지 않고 삼보를 끊이지 않게 하며,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종자를 헛되지 않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눈을 가지겠나이까? 이러한 일을 모두 말씀하여 주소서.”
4) 선재동자와 보리심 공덕을 찬탄
그 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이 모든 도량에 모인 대중을 두루 살펴보고 선재동자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이 동자가 나에게 와서 보살의 행을 묻고 모든 공덕을 성취하려는 것을 보는가? 여러 사람이여, 이 동자는 용맹하게 정진하며 뜻과 소원이 난잡하지 않고, 믿는 마음이 견고하여 물러가지 아니하며, 훌륭한 희망을 갖추어 싫은 줄을 모르고, 산과 같이 동요하지 않고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하며, 선지식을 가까이 섬기기를 좋아하여 간 데마다 찾아다니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법문을 물어서는 그대로 받아 가지고 잊어버리지 않느니라.
그대들은 이런 줄을 알라. 이 동자가 그 때에 복성(福城)에서 문수사리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마음을 내어, 차례차례로 백 개의 성을 지나오면서 선지식을 찾아보았고, 그러면서 나에게 올 때까지 잠깐도 고달픈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느니라.
여러분이여, 이 선남자는 매우 희유한 일이어서 대승을 향하여 부처님 경계에 머물며, 큰 서원으로 같은 종류의 행을 닦으며, 큰 용맹을 내어 대비심의 갑옷을 입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구호하며, 큰 정진을 일으키어 바라밀 행을 닦으며, 큰 물주가 되어 중생들을 두호하며, 큰 법배가 되어 존재의 바다를 건너며, 모든 복과 지혜의 불법 보배를 모으며, 크고 넓은 도를 돕는 법을 닦으며, 모든 공덕이 자라서 성취하나니, 이런 사람은 듣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고 가까이 만나기도 어렵고 함께 행하기도 어려우니라. 왜냐 하면 이 선남자는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나쁜 갈래를 초월하고 모든 험난을 여의었으며,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고 나고 죽는 들판에서 벗어났으며, 모든 갈래에서 헤매는 것을 쉬고 마군의 경계를 건너갔으며, 머무는 곳에 집착하지 않고 세간법에 물들지 않으며, 욕심의 수렁에서 나오고 탐욕의 굴레를 끊었으며, 소견의 속박을 풀고 허망한 생각의 굴택을 무너뜨리며, 아득한 길을 막고 교만한 짐대를 부수며, 번뇌의 화살을 뽑고 졸음의 덮개를 벗기며, 장애의 산을 없애고 애정의 그물을 찢으며, 어리석음의 매듭을 풀고 존재의 흐름에서 벗어났으며, 아첨하는 환술을 여의고 마음의 때를 깨끗이 하며, 의혹을 끊어 버리고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모든 사람들이여, 이 대장부는 네 가지 폭포에 빠진 이를 위하여 법의 배를 만들며, 나쁜 소견의 수렁에 빠진 이를 위하여 법의 다리를 놓으며, 어리석은 밤중에 헤매는 이를 위하여 지혜의 등불을 켰으며, 나고 죽는 벌판에 다니는 이를 위하여 성인의 길을 보이며, 미혹과 업의 중병에 앓는 이를 위하여 법의 약을 주며, 죽을 액난 만난 이를 위하여 감로수를 먹여주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불에 들어간 이를 위하여 선정의 물을 뿌리며, 근심 걱정이 많은 이에게는 편안하게 위로하고, 생사의 옥에 갇힌 이에게는 깨닫도록 가르쳐 나오게 하며, 소견에 속박된 이에게는 지혜의 검을 주고, 삼계의 성에 머문 이에게는 해탈문을 보이며, 험난한 데 있는 이에게는 편안한 곳으로 인도하고, 번뇌[結]의 도둑을 두려워하는 이에게는 무섭지 않는 법을 주며, 나쁜 갈래에 떨어진 이에게는 법의 손을 내밀고, 오온에 구속된 이에게는 열반성을 보이며, 십팔계의 뱀에게 얽매인 이는 성인의 도로 풀어주고, 여섯 군데 빈 마을에 집착한 이는 지혜의 빛으로 인도하여 나오게 하며, 나쁜 길에 빠진 이는 바른 도에 들게 하고, 나쁜 벗을 가까이 하는 이는 착한 벗을 보여 주며, 범부의 법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성인의 법을 일러주고 나고 죽는 성에 있기를 좋아하는 이는 일체지의 성으로 들어가게 하느니라.
여러 사람이여, 이 대장부는 이와 같이 가지가지 방편을 부지런히 구하여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며, 보리의 마음을 내어 계속하고 끊이지 않으며, 깨끗한 행에 잠깐도 쉬지 아니하고, 대승의 법을 구하기를 게으르지 아니하며, 모든 법구름의 비를 받아서 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쌓으며, 선한 멍에를 버리지 않고 원만하며, 모든 청정한 법문을 좋아하며, 보살의 행을 닦아 용맹하게 정진하고 생각마다 부지런히 구하여 물러가지 아니하며, 모든 행을 만들어 내고 큰 서원을 만족하며, 선지식 뵙기를 만족할 줄을 모르고 선지식을 섬기는 데는 고달픈 생각이 없으며, 선지식의 가르치는 말을 듣고는 항상 순종하여 어기지 아니하였느니라.
여러분들이여, 이 선남자는 가장 만나기 어려우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낸다면 이 세상에서 희유하거니와, 하물며 마음을 내고 다시 이렇게 중생들을 이익하기 위하여 용맹하게 정진하여 부처님 법을 모으는 사람에 있어서랴. 이런 사람은 배나 희유함을 알아야 한다. 또 이렇게 보살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고 좋아하며, 또 이렇게 보살의 행을 자라서 깨끗하게 하며, 또 이렇게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또 이렇게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하고 산과 같이 움직이지 아니하며, 또 이렇게 여러 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종하며, 또 이렇게 부처님의 도를 견고하게 닦으며, 또 이렇게 모든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쌓으며, 또 이렇게 모든 이름과 이익과 공경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또 이렇게 보살의 순일(純一)한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며, 또 이렇게 집을 좋아하지도 않고 부귀를 기뻐하지도 않고 쓰기[用]를 탐내지도 않고 욕망을 고집하지도 않고, 부모와 친척과 친구를 그리워하지도 않고, 세간의 모든 재물을 돌아보지도 아니하고, 다만 보살 동무를 따를 뿐이며, 또 이렇게 몸과 생명을 돌아보지도 않고 일체지의 도를 부지런히 닦기를 원하는 것뿐이니, 이런 이는 더욱 만나기 어려운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여러분들이여, 다른 보살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 동안을 지나고야, 보살의 원과 행을 만족하며 부처님의 보리를 가까이 할 수 있었지만, 이 선남자는 한평생 동안에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며, 지혜로 법계에 깊이 들어가며, 모든 바라밀을 성취하며, 모든 수행의 그물을 넓히며, 모든 서원을 원만하며, 모든 마군의 업에서 뛰어나며, 모든 선지식을 섬기어 기쁘게 하며, 모든 보살의 생을 깨끗이 하고 구족케 하며, 보현보살의 행을 닦아서 성취케 하느니라.”
이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은 선재동자의 가지가지 공덕을 칭찬하여, 회중에 모인 한량없는 백천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는 보리심을 견고하게 하고, 선재 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모든 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그대는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그대는 모든 부처님 법을 구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나.
선남자여, 그대는 좋은 이익을 얻었으며, 그대는 사람의 몸을 얻었으며, 그대는 목숨이 오래 머물러, 그대는 여래가 세상에 나심을 잘 만났으며, 그대는 문수사리 큰 선지식을 만났으니, 그대의 몸이 곧 좋은 법 그릇이어서 모든 선근을 빛나게 하며, 그대는 선한 법으로 도움이 되어 믿음이 크고 지혜가 깨끗하였으니, 이미 부처님들의 두호하고 생각하심을 얻었으며, 이미 선지식들이 함께 거두어 줌을 받았으니, 그것은 크나큰 보리 마음을 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리심은 씨앗과 같으니 모든 부처님 법을 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밭과 같으니 중생들의 깨끗한 법을 자라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땅과 같으니 모든 세간을 유지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물과 같으니 번뇌의 때를 씻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바람과 같으니 세간에 널리 다녀도 걸림이 없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불과 같으니 모든 소견의 섶을 태우는 연고며, 보리심은 깨끗한 해와 같으니 모든 세간을 비추는 연고며, 보리심은 보름달과 같으니 깨끗한 법[白淨法]을 원만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등불과 같으니 가지가지 법의 광명을 놓는 연고며, 보리심은 깨끗한 눈과 같으니 모든 험난한 곳을 두루 보는 연고며, 보리심은 한길[大道]과 같으니 누구든지 큰 지혜의 성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올바로 건너는 것과 같으니 잘못된 법을 여의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수레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실어 운반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문과 같으니 모든 보살의 행을 열어 보이는 연고며, 보리심은 궁전과 같으니 편안히 있으면서 삼매를 닦는 연고며, 보리심은 공원과 같으니 그 속에서 노닐면서 법의 즐거움을 받는 연고며, 보리심은 집과 같으니 모든 중생을 편안히 있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돌아갈 데가 되나니 모든 세간을 이익케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의지할 데가 되나니 모든 보살행의 의지할 곳인 연고며, 보리심은 아버지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훈계하고 지도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어머니와 같으니 보살의 선근을 낳아 자라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유모와 같으니 보살들을 기르고 수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친구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이익케 하여 성취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임금과 같으니 이승(二乘) 사람들보다 뛰어나는 연고며, 보리심은 제왕과 같으니 모든 원(願)에 자재하는 연고니라.
또 보리심은 바다와 같으니 모든 공덕을 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수미산과 같으니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한 연고며, 보리심은 철위산과 같으니 모든 세간을 거두어 가지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설산과 같으니 모든 지혜의 약을 길러 주는 연고며, 보리심은 향산(香山)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향을 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허공과 같으니 묘한 공덕이 가이없이 넓은 연고며, 보리심은 연꽃과 같으니, 모든 세간법에 물들지 않는 연고며, 보리심은 길든 지혜로운 코끼리와 같으니 마음이 유순하여 영악하지 않은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말과 같으니 모든 나쁜 성질을 여읜 연고며, 보리심은 조어(調御)하는 사람과 같으니 대승법을 수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약과 같으니 번뇌의 병을 치료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함정과 같으니 모든 나쁜 법을 빠뜨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금강과 같으니 모든 법을 꿰뚫는 연고며, 보리심은 향합[香篋]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향을 담는 연고며, 보리심은 미묘한 꽃과 같으니 세상 사람들이 보기를 즐기는 연고며, 보리심은 흰 전단과 같으니 욕심의 뜨거움을 서늘케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검은 침향[黑沈香]과 같으니 법계에 두루 향기를 풍기는 연고며, 보리심은 선견약(善見藥)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병을 깨뜨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비급마(毘笈摩)약과 같으니 번뇌 화살을 뽑는 연고며, 보리심은 심식(心識)과 같으니 모든 근(根)의 의지가 되는 연고며, 보리심은 제석천왕과 같으니 모든 임금 중에 가장 높은 연고며, 보리심은 비사문(毘沙門)과 같으니 온갖 빈궁한 고통을 끊어주는 연고며, 보리심은 공덕천과 같으니 온갖 공덕으로 장엄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장엄거리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장엄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겁말의 불[劫火]과 같으니 모든 하염있는[有爲] 법을 태우는 연고며, 보리심은 뿌리를 냄이 없는 약[無生根藥]3)과 같으니 모든 부처님 법을 자라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용의 구슬과 같으니 온갖 번뇌의 독을 소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물을 맑히는 구슬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흐림을 맑히는 연고니라.
또 보리심은 여의주와 같으니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구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현덕병(賢德甁)과 같으니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케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여의수(如意樹)와 같으니 모든 장엄거리를 내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거위 깃 옷과 같으니 나고 죽는 때가 묻지 않는 연고며, 보리심은 흰 털실과 같으니 본래부터 깨끗한 연고며, 보리심은 잘 갈리는 보습과 같으니 모든 중생인 밭을 잘 가는 연고며, 보리심은 나라연(那羅延)과 같으니 모든 나란 소견[我見]의 적을 부수는 연고며, 보리심은 빠른 화살과 같으니 모든 고통의 과녁을 깨뜨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날카로운 창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갑옷을 꿰뚫는 연고며, 보리심은 굳은 갑옷과 같으니 모든 진리의 마음을 보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날카로운 칼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머리를 자르는 연고며, 보리심은 잘 드는 검과 같으니 모든 교만의 갑옷[鎧]를 자르는 연고며, 보리심은 잘 드는 낫과 같으니 미세한 미혹[惑]을 베는 연고며, 보리심은 용맹한 장수의 짐대[幢]와 같으니 모든 마군을 항복 받는 연고며, 보리심은 날카로운 톱과 같으니 모든 무명의 나무를 끊는 연고며, 보리심은 날카로운 도끼와 같으니 모든 고통의 나무를 찍는 연고며, 보리심은 병장기와 같으니 모든 액난을 막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손과 같으니 모든 지바라밀[智度]의 몸을 보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발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몸을 잘 서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금비(金)와 같으니 모든 무명의 가린 것을 제거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족집게와 같으니 몸이란 소견의 가시를 뽑는 연고며, 보리심은 방석과 같으니 나고 죽는 괴로움을 쉬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선지식과 같으니 나고 죽는 속박을 푸는 연고니라
또 보리심은 진귀한 보물과 같으니 모든 가난함을 없애는 연고며, 보리심은 길잡이와 같으니 보살의 벗어나는 중요한 길을 아는 연고며, 보리심은 숨어 있는 보배 광과 같으니 공덕의 재물을 내어 모자람이 없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솟는 샘과 같으니 지혜의 물을 내어 다함이 없는 연고며, 보리심은 밝은 거울과 같으니 온갖 법문의 영상을 나타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연꽃과 같으니 모든 허물에 물들지 않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강과 같으니 붙들어 건네주는 법[度攝法]을 끄는 연고며, 보리심은 대용왕과 같으니 묘한 법 비를 내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목숨과 같으니 보살의 대비(大悲)의 몸을 유지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감로와 같으니 죽지 않는 세계에 머물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그물과 같으니 모든 중생을 널리 거두는 연고며, 보리심은 얽는 줄과 같으니 교화 받을 중생을 얽어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낚시 미끼와 같으니 존재의 연못에 있는 중생을 낚아 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아가타약(阿伽陀藥)과 같으니 미혹의 병을 치료하여 편안케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독을 푸는 약과 같으니 탐욕과 애욕의 독을 소멸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주문과 같으니 모든 나쁜 생각[惡尋伺]을 없애는 연고며, 보리심은 빠른 바람과 같으니 모든 장애의 안개를 흩트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보배 섬과 같으니 모든 보리의 부분인 보배[一切覺分寶]를 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종자와 같으니 모든 깨끗한 법[白淨法]을 내는 연고며, 보리심은 사는 집과 같으니 여러 가지 공덕법이 의지한 곳인 연고며, 보리심은 저자와 같으니 보살이 물주[商主]로서 무역하는 곳인 연고며, 보리심은 금을 단련하는 약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때를 다스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꿀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맛을 원만하게 하는 연고니라.
보리심은 바른 길과 같으니 보살들로 하여금 지혜의 성(城)에 들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좋은 그릇과 같으니 모든 깨끗한 법을 담을 수 있는 연고며, 보리심은 제때에 오는 비와 같으니 번뇌의 티끌을 없애는 연고며, 보리심은 머무는 곳과 같으니 모든 보살이 의지하여 머무는 연고며, 보리심은 자석과 같으니 모든 해탈의 과보를 끌어당기는 연고며, 보리심은 깨끗한 유리와 같으니 제 성품이 깨끗하여 때가 없는 연고며, 보리심은 제청 보배[帝靑寶]와 같으니 세간의 이승의 지혜보다 뛰어난 연고며, 보리심은 시간을 알리는 북과 같으니 중생들의 번뇌 잠을 깨우는 연고며, 보리심은 맑은 물과 같으니 성질이 깨끗하여 흐리지 않은 연고며, 보리심은 염부단금과 같으니 모든 하염있는[有爲] 선한 법을 가리어 버리는 연고며, 보리심은 큰 산과 같으니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는 연고며, 보리심은 돌아갈 데가 되나니 모든 오는 이를 막지 않는 연고며, 보리심은 옳은 이익이 되나니 모든 쇠퇴하고 시끄러운 일을 없애는 연고며, 보리심은 묘한 보배니 모든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크게 보시하는 모임이니 중생들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가장 훌륭함이 되나니 중생들의 마음은 대등할 수가 없는[無與等] 연고며, 보리심은 숨은 광[伏藏]과 같으니 모든 부처님 법을 거두는 연고며, 보리심은 글 잘 읽는 것 같으니 보살의 행과 원을 두루 거두는 연고며, 보리심은 잘 수호하는 것 같나니 모든 법을 따라서 자라게 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능히 이익하나니 모든 선하지 못한 법을 돌이키는 연고며, 보리심은 인다라 그물과 같으니 번뇌 아수라를 굴복하는 연고며, 보리심은 바루나풍(婆樓那風)과 같으니 모든 교화할 만한 중생을 흔드는 연고며, 보리심은 인다라 불과 같으니 모든 미혹의 습기를 태우는 연고며, 보리심은 부처님의 탑[支提]과 같으니 모든 세간에서 공양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보리심은 이렇게 한량없고 끝이 없는 가장 훌륭한 공덕을 성취하나니, 요점을 들어 말하면 온갖 부처님 법의 모든 공덕과 평등하니라. 왜냐 하면 보리심으로 말미암아 모든 보살의 수행 바퀴가 나는 것이며, 시방 삼세의 모든 여래가 모든 보리심으로부터 나시는 연고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이는 이미 한량없는 공덕을 낸 것이며, 일체지의 길을 거두어 가진 것이니라.”
5) 초지에서 등각까지의 공덕 찬탄
이때에 미륵보살은 다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두려움 없는 약을 얻으면 다섯 가지 공포에서 벗어나니 그 다섯 가지란, 불이 태우지 못하고, 독에 중독되지 않고, 칼날에 상하지 않고, 물에 휩쓸리지 않고, 연기에 어리지 않는 것이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一切智)의 보리심 약을 얻으면 다섯 가지 두려움에서 벗어나니, 그 다섯 가지란, 삼독(三毒)의 불이 태우지 못하고, 오욕(五欲)에 중독되지 않고, 미혹의 칼에 상하지 않고, 삼유[有]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살피고 생각하는 연기에 어리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해탈의 약을 얻으면 마침내 횡액이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해탈 지혜 약을 얻으면 영원히 온갖 나고 죽는 횡액을 여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마하응가약(摩訶應伽藥)을 가지면 있는 곳을 따라 온갖 독사가 약의 냄새를 맡고는 곧 멀리 가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대응가약을 가지면 모든 번뇌의 독사가 그 냄새를 맡고는 모두 흩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이길 수 없는 약을 가지면 모든 원수 대적이 이기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이라는 이길 수 없는 약을 가지면 온갖 마군을 모두 항복 받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비급마약(毘笈摩藥)을 가지면 독화살이 저절로 떨어지게 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비급마약을 가지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삿된 소견의 화살이 저절로 떨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선견약(善見藥)을 가지면 모든 병을 없애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선견약을 가지면 모든 번뇌의 병을 없애느니라. 선남자여, 산타나(珊陀那)라는 약 나무가 있으니, 그 껍질을 벗기어서 부스럼에 붙이면 부스럼이 즉시 치료되어 자국이 없으며, 나무는 껍질 벗긴 자리가 이내 아물어 껍질이 다함이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으로 생기는 큰 지혜 나무도 그와 같아서, 어떤 이가 보고 신심을 내면 번뇌와 업의 부스럼이 모두 소멸되고 일체지의 나무는 조금도 손상함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성취하는 근본[成就根]이라는 약 나무가 있으니, 그 약 나무의 힘으로 염부제주의 모든 나무뿌리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자라서 성취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의 나무도 그와 같아서 훌륭한 힘으로써 모든 성문·독각인 학(學)·무학(無學)과 모든 보살들의 선근이 자라서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아람파(阿藍婆)라는 약이 있는데, 그 약을 몸에 바르면 몸과 마음이 무슨 일이나 감당할 수 있나니, 보살마하살이 보리심의 아람파약을 얻음도 그와 같아서, 그 몸과 마음에 감당할 만한 힘이 생기어 선한 법을 자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기억력의 약[念力藥]을 얻으면 그 마음에 기억하는 힘이 청정하여지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기억력 약을 얻으면 마음에 장애가 없고 기억력(記憶力)이 청정하느니라.[초지(初地) 공덕]
선남자여, 마치 큰 연꽃[大蓮華]이란 약이 있어서 그 약을 먹으면 한 겁 동안을 사는 것과 같이, 보살마하살도 보리심의 큰 연꽃 약을 먹으면, 수없는 겁 동안에 수명이 자재하여 가지가지 바라밀행을 닦아 쌓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사람이 형상 숨기는 묘한 약을 들고 있으면, 모든 세간의 사람이나 귀신들이 그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보살마하살이 보리심의 형상 숨기는 묘한 약을 가지는 것도 그와 같아서 여러 가지 경계에 마음대로 다녀도 모든 악마들이 보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바다에 구슬이 있으니 이름이 모든 보배를 모음[普集衆寶]이다. 이 구슬이 있으면 온갖 보배가 항상 흩어지지 않으며, 겁(劫)의 큰 불이 세간을 태울 적에도 이 바닷물은 한 방울도 감하지 않거든 어찌 마를 리가 있으리오.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구슬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일체지(一切智)의 큰 서원 바다 속에 있거든 항상 기억하여 물러가지 않게 하며 보살의 조그마한 선근도 깨뜨릴 수 없으며, 만일 그 마음이 물러가서 일체지를 버리면 모든 선법(善法)이 모두 흩어져 없어지느니라. 선남자여, 광명을 모으는 마니주가 있으니, 이 구슬 영락을 몸에 차면 모든 보배로 만든 장엄거리의 광명이 가려져서 나타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보배도 그와 같아서 성품을 장엄하면, 모든 성품이나 독각이 가진 마음 보배의 장엄거리를 가려 버려서 광채가 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물을 맑히는[水淸] 구슬이 있으니, 이 구슬을 흐린 물속에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흐린 물이 곧 맑아지느니라.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구슬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흐림을 맑히느니라. 선남자여, 사람이 물에 머물 수 있는 보배를 얻어서 몸에 달면 바다에 들어가 마음대로 다녀도 물의 해(害)를 받지 않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지(一切智智)라는 물에 머물 수 있는 묘한 보배를 얻으면 모든 나고 죽는 바다 속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다녀도 빠지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어떤 사람이 용 보배 구슬을 얻어 차고 용궁에 들어가면 바다 속에서 다니어도 구슬의 힘으로 모든 용이나 뱀이나 물짐승들이 해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지인 용 보배 구슬을 얻으면 욕계의 어리석음과 애욕의 물속에 들어가도 혹업(惑業)인 용과 뱀이 해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제석천왕이 마니관(摩尼冠)을 쓰고 머리를 장엄하면 다른 여러 하늘 대중을 가리어 버리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지인 큰 서원의 보배관을 써서 마음 머리를 장엄하면 모든 삼계의 중생에서 뛰어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여의주를 얻으면 온갖 빈궁한 고통을 없애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지인 여의주를 얻으면, 보살의 선한 법의 살림 도구를 내어서 모든 잘못 살아가는 공포[邪命怖畏]를 여의느니라.[이지(二地) 공덕]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해 정기 구슬[日精珠]을 얻어서 햇빛에 향하면 불이 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의 성품인 해 정기 구슬을 얻어서 지혜 빛에 향하면 지혜 불이 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사람이 달사랑 구슬[月愛珠]을 얻어서 달빛에 향하면 물이 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달사랑 구슬을 얻어서 이 구슬로 회향하는 빛에 비치면 모든 선근의 물이 나느니라.
선남자여, 용왕이 여의 마니보배 관을 머리에 쓰면 모든 원적(怨敵)의 공포를 멀리 여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대비(大悲) 보배관을 쓰면 나쁜 갈래의 모든 장난을 멀리 여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보배 구슬이 있으니 이름이 온갖 세간의 장엄장이다. 이 구슬을 얻으면 그의 욕망이 모두 충만하거니와, 구슬의 작용도 다함이 없고 구슬의 자체도 감소하지 아니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구슬도 그와 같아서 얻는 이가 있으면 그의 소원이 모두 원만하거니와, 보리심의 작용이 다함이 없고 그 자체도 감소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전륜왕이 마니보배를 궁중에 두면 그 광명이 온갖 어둠을 깨뜨리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지인 마니보배를 욕계에 두면 그 지혜의 광명이 모든 갈래의 무명 어둠을 깨뜨리느니라.
선남자여, 제청 큰 마니보배의 광명이 닿는 물건이 있으면 모두 그 빛과 같이 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의 일체지의 보배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을 관찰하여 선근을 회향하고 일체지에 나아가면, 일체지지인 보리심의 빛과 같아지느니라. 선남자여, 유리 보배는 백천년 동안을 깨끗하지 않은 것 속에 묻혀 있어도 더러운 냄새에 물들지 않나니, 가장 때가 없고 성품이 본래 깨끗한 까닭이니라.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의 일체지의 보배도 그와 같아서, 백천겁 동안을 욕계 가운데 머물러 있어도 욕계의 허물에 물들지 아니하나니, 가장 때가 없고 법계의 성품과 같이 본래 깨끗한 연고니라.[삼지(三地) 공덕]
선남자여, 한 보배가 있으니 이름이 깨끗한 광명[淨光明]이다. 모든 보배의 광채를 가려 버리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을 내는 일체지의 보배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범부와 유학(有學)과 무학(無學)의 이승(二乘) 공덕을 가려 버리느니라. 선남자여, 불꽃 보배가 온갖 어둠을 모두 소멸하나니, 보살마하살의 일체지 보배도 그와 같아서 살피고 행하는[觀行] 일과 서로 응하면 모든 무명의 어둠을 소멸하느니라. 선남자여, 바다 속에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가 있는 것을 장사치가 얻어서 배에 싣고 성에 들어오면 모든 마니보배의 백천만 가지 광채와 값으로도 대적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보배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는 바다 속에 있다가 큰 서원의 배를 타고 깊은 마음이 상속(相續)하여 해탈의 성에 들어오면, 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공덕으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자재왕이란 보배 구슬이 염부주에 있어 해와 달과는 4만 유순이나 멀지만, 일궁(日宮) 월궁(月宮)에 있는 모든 장엄이 그 구슬에 비치어 나타나서 모두 구족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을 내는 일체지지의 깨끗한 공덕의 자재왕 보배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는 가운데 있어 법계의 허공에 비치면, 부처님 지혜인 해와 달의 모든 공덕과 깨끗한 경계의 영상과 장엄이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자재왕이란 보배 구슬은 해와 달의 광명이 비치는 곳에 있는 모든 재물과 의복 따위의 값으로는 미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을 내는 자재왕 보배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의 광명이 비치는 곳에 있는 삼세의 천상 사람 세간 사람과 이승(二乘)들의 가지각색 선근과 새고 새지 않는 법[有漏無漏法]의 온갖 공덕으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바다 속에 있는 해장 마니보배는 바다 속의 모든 장엄을 두루 나타내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보배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 바다의 모든 장엄을 모두 나타내느니라. 선남자여, 천상에 있는 염부단금은 심왕(心王) 마니보배를 제하고는 미칠이가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을 내는 염부단금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의 심왕 큰 보배를 제하고는 미칠이가 없느니라.[사지(四地) 공덕]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용을 길들이는 법을 알면 모든 용들 가운데서 자재할 수 있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내어 일체지인 용을 길들이는 법을 얻으면, 모든 번뇌의 용들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느니라. 선남자여, 용맹한 장수가 갑주를 입고 무기를 들면 모든 원수가 항복시킬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갑주를 입고 무기를 들면 모든 업과 미혹의 나쁜 원수들이 깨뜨리거나 굴복시키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천상의 흰 전단향을 조금만 살라도 향기가 소천세계(小千世界)에 풍기어서, 삼천대천세계에 가득찬 보배의 값으로도 미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의 향도 그와 같아서 한 생각의 공덕이 법계에 가득하게 풍기어, 성문과 벽지불의 온갖 공덕으로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흰 전단향을 몸에 바르면 모든 열뇌(熱惱)를 모두 소멸하고 몸과 마음이 서늘하게 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의 향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를 내어 몸과 마음에 풍기면 모든 허망한 분별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따위의 미혹과 열뇌를 소멸하고 지혜의 서늘함을 구족하느니라. 선남자여, 수미산에 중생들이 가까이 가면 그 빛과 같아지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산도 그와 같아서 가까이 가기만 하면 모두 일체지의 빛과 같아지느니라.
선남자여, 파리질다라 나무와 구비타라 나무는 그 껍질의 향기를, 염부제에 있는 꽃으로서 파사가꽃이나 첨박가꽃이나 소마나꽃이나 울금꽃 따위가 가진 향기로는 미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나무도 그와 같아서 거기서 풍기는 큰 서원 공덕의 향기는, 모든 이승들의 샘이 없는[無漏] 계(戒)와 정(定)과 지혜(智慧)와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의 모든 공덕 향으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파리질다라 나무나 구비타라 나무가 비록 꽃이 피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한량없는 꽃들이 나올 곳임을 아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나무도 그와 같아서 비록 일체지의 꽃이 피지 아니하였더라도, 수없는 하늘과 사람의 새고[有漏] 새지 않는[無漏] 모든 보리의 꽃이 생겨날 곳임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여, 파리질다라꽃으로 하루 동안 옷에 쐬어서 나는 향기는 첨박가꽃이나 파리사가꽃이나 소마나꽃으로는 천 년을 두고 쐬이어도 미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꽃도 그와 같아서 한평생 동안 쐬인 공덕의 향기는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 두루 풍기어서, 모든 이승(二乘)들의 샘이 없는 공덕으로는 백천 겁을 두고 쐬어도 미칠 수 없느니라.[오지(五地) 공덕]
선남자여, 바다 섬 가운데 나는 야자나무의 뿌리·줄기·가지·잎·꽃·과일 들은 온갖 중생이 항상 취하여 사용하더라도 잠시도 끊이지 않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나무도 그와 같아서, 처음 비원(悲願)을 낼 적부터 성불하고 바른 법이 세상에 있을 때까지, 항상 모든 세간을 이익케 하여서 잠시도 끊이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하적가(訶摘迦) 약물을 사람이 얻으면 한 냥쭝 약물로 천 냥쭝 구리를 변화시켜 순금으로 만들 수는 있으나 천 냥쭝 구리로 이 약을 변화시킬 수는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으로 회향하는 지혜 약으로 모든 업과 번뇌를 널리 변화시켜 일체지를 이루기는 하지만, 업과 미혹 따위로 그 마음을 변할 수는 없느니라. 선남자여, 조그만 불씨를 마른 나무 더미에 던지면 나무가 타는 대로 불길이 치성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불도 그와 같아서, 그 반연하는 선하고 악한 법들을 따라 지혜의 불길을 이루어 점점 성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한 등잔불로 백천 등잔에 불을 켜도 그 근본 등잔의 불은 덜하지도 않고 다하지도 않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등불도 그와 같아서, 삼세 모든 부처님의 지혜 등불을 켜더라도 그 본래의 마음 등불은 덜하지도 않고 다하지도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한 등불로써 어둔 방에 들어가면, 백천 년 묵은 어둠이 한꺼번에 없어지고 광명을 내어 온갖 것에 비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등불도 그와 같아서, 중생의 마음인 무명의 방에 들어가면 한량없는 백천만억 말할 수 없는 겁 동안에 모아 쌓은 모든 업과 미혹의 가지가지 장애가 일체지의 광명을 내느니라. 선남자여, 등잔의 심지가 그 크고 작음을 따라 광명을 내는데, 기름만 넣어 주면 밝은 빛이 끊이지 않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등잔도 그와 같아서, 서원이 심지가 되어 지혜의 광명을 내어 법계를 비치는데, 대비(大悲)의 기름만 더하면 중생을 교화하고 세계를 장엄하며 부처님 사업을 많이 지어 큰 위덕을 나타내되 쉬지 아니하느니라.[육지(六地) 공덕]
선남자여, 타화자재천왕이 염부단금으로 만든 천관(天冠)을 쓰면, 욕계천 사람들의 온갖 장엄거리의 광명으로는 가리울 수 없으며, 모든 위력이 미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로 된 대원(大願) 천관을 쓰면, 범부와 이승의 공덕으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사자가 소리칠 적에 사자의 새끼가 들으면 용기가 더하지만, 다른 짐승이 들으면 기름이 마르고 피가 쇠진하여 숨어 버리나니, 부처님 사자왕이 보리로 외치는 일체지의 소리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이 들으면 법신(法身)을 기르고 공덕이 자라지만, 다른 잘못 고집하는 중생들이 들으면 모두 흩어져서 얼음처럼 녹아 버리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사자의 힘줄로 거문고 줄을 만들면, 그 거문고를 탈적에 다른 줄들이 모두 끊어지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여래 사자의 바라밀 몸 보리심 힘줄로 법락(法樂)의 줄을 만들면, 그 악기를 탈적에 모든 다섯 욕락[五欲]과 이승들의 공덕 줄은 모두 끊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소와 양 따위의 젖을 모아서 바다처럼 찼더라도, 사자의 젖 한 방울을 그 속에 떨어뜨리면, 걸림없이 밑까지 바로 내려가고 다른 젖들이 한꺼번에 변하여 썩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여래 사자의 보리심 젖으로 끝없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미혹과 업 가운데 두면 걸림없이 바로 내려가면서 모두 소멸되고, 마침내 이승의 해탈에도 머물러 있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설산의 가릉빈가 새는 알 속에 있으면서도 큰 세력이 있어서 모든 새들이 미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는 알 속에서 보리심을 내면 그 대비(大悲)의 공덕의 세력을 성문이나 벽지불들이 미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금시조왕(金翅鳥王)의 새끼는 처음 낳을 적에도 눈이 밝고 나는 것도 빨라서 용맹한 세력이 온갖 새를 뛰어 넘어서, 다른 새들이 아무리 오래 자랐더라도 미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내어 여래라는 금시조왕의 새끼가 되면 지혜가 청정하고 대비(大悲)로 용맹하며 구족한 자재한 힘과 신통과 위세는 모든 이승들이 백천 겁 동안에 도를 닦았더라도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장사가 잘 드는 창을 들고 견고한 갑옷을 찌르면 걸림없이 뚫어 버리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용맹하게 정진하여 보리심인 일체지지(一切智智)의 창을 들고 잘못된 소견과 미혹의 갑옷을 찌르면 모두 뚫어버리고 장애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마하나가(摩訶那伽) 큰 장사가 성을 떨치면 이마에 큰 부스럼이 나고, 그 부스럼이 아물기 전에는 염부제의 모든 사람들이 제어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대비(大悲)의 마음을 일으키면 보리심의 일체지에 부스럼이 나고, 그 마음을 버리기 전에는 모든 세간의 악마 권속이나 혹업(惑業)과 미혹의 나쁜 사람들이 건드리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활 잘 쏘는 스승의 제자가 비록 스승의 기술을 죄다 배우지 못하였더라도, 그 지혜와 방편과 솜씨는 여느 사람이 미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이 처음 보리심을 낸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일체지와 행과 보살의 하는 일을 잘 익히지 못하였더라도, 그 서원과 지혜와 욕망은 모든 세간의 범부나 이승들이 미치지 못하느니라.[칠지(七地) 공덕]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활쏘기를 배우려면 먼저 발을 편안히 디디고 그 뒤에 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온갖 검술과 모든 무예에 이것이 근본이 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일체지의 도를 배우려면 먼저 보리의 마음에 편안히 머문 뒤에 모든 불법을 닦아 행하느니라. 선남자여, 환술장이가 환술을 하려면 먼저 생각을 내어 환술하는 방법을 기억한 뒤에야 모든 환술이 이루어지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신통인 환술을 일으키려면 먼저 보리심을 일으킨 뒤에야 모든 것이 이루어지느니라. 선남자여, 환술이 빛깔이 없는 데서 빛깔을 나타내고 일체지의 환술도 그와 같아서 비록 빛깔이 없어 볼 수 없으나, 널리 시방 법계에서 가지가지 공덕 장엄을 나타내느니라. 선남자여, 고양이가 잠깐 쥐를 보아도 쥐가 구멍에 들어가서 다시 나오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지혜의 눈으로 잠깐만 혹업(惑業)을 보더라도 모두 숨어 버리고 다시 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사람이 염부단금의 장엄거리를 몸에 걸치면 온갖 보배의 광명을 가려 먹덩이같이 되나니, 보살 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인 일체지지의 장엄거리를 걸치면 모든 범부와 이승들의 공덕 장엄을 가려 버려서 광채가 없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좋은 자석은 조그만 힘으로도 모든 굳은 철로 된 갈고리 쇠사슬 따위를 끌어당기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한 생각 보리심을 일으키면 잘못된 소견과 탐욕의 속박과 무명의 갈고리와 쇠사슬을 빨아들여 없애느니라. 선남자여, 자석이 있는 곳에는 철이 보기만 하여도 모두 흩어지고 남아 있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내고 지혜로써 관찰하면 모든 세간의 업과 미혹과 이승의 해탈이 잠깐만 보아도 모두 흩어지고 남아 있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부는 큰 바다에 들어가도 일체의 물고기 족속이 해롭히지 못하고, 설사 마갈어(摩竭魚)의 입에 들어가더라도 삼켜지지 않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내어 나고 죽는 바다에 들어가도 모든 업과 번뇌인 일체의 물고기 족속이 해롭히지 못하며, 설사 성문이나 독각의 실제의 해탈인 마갈어의 입에 들어가더라도 그의 피해가 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사람이 감로수[甘露漿]를 먹으면 온갖 독이 해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일체지지인 감로 법수[法漿]를 먹으면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나니, 크고 넓은 대비(大悲) 원력을 갖춘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안선나약(安繕那藥)을 얻어 눈에 바르면 비록 마음대로 인간 세상에 다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보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안선나약을 얻으면 원력과 지혜의 방편으로 마군의 경계에 들어가서 자재하게 다녀도 모든 마군들이 보지 못하느니라.[팔지(八地) 공덕]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왕에게 의지하면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의지하여 일체지의 세력 있는 왕에게 머물면 세간의 모든 장애와 나쁜 갈래의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물속에 있으면 불에 탈 것이 걱정되지 않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선근 물속에 있으면 모든 성문이나 독각의 해탈 지혜의 불을 걱정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용맹한 장수에게 의지하면 모든 원수들을 두려워할 것이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용맹한 지혜 대장에게 의지하면 행실이 나쁜 모든 원수들이 두렵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제석천왕은 금강저를 들고 모든 아수라 무리를 굴복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금강저를 들고 모든 마군과 외도와 아수라 무리를 굴복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가장 훌륭한 약을 얻어먹으면 오래 살고 기운이 건장하여 연약하지 않고 여위지 않고 늙지도 병나지도 않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가장 훌륭한 지혜 약을 먹으면 오랜 겁 동안 나고 죽는 속에서 보살의 행을 닦아도 고달픈 생각이 없고 물들지도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약즙을 고르게 하려면 먼저 맑고 좋은 물을 가져야 온갖 곳에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이 보살의 모든 행과 원을 닦으려면 먼저 보리심을 일으켜야 온갖 것으로 하여금 평등하게 혜택을 받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몸을 보호하려면 먼저 생명을 보호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정법을 옹호하려면 먼저 보리심을 수호하여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목숨이 끊어지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쉬어서 부모 친척을 이익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지혜 목숨을 버리면 모든 공덕이 성취되지 못하여 중생들을 이익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큰 바다는 무슨 독약으로도 파괴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낸 일체지의 바다는 업이나 번뇌나 이승들의 마음인 모든 독약이 부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태양의 광명은 별들의 빛으로는 가리울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인 큰 지혜 태양의 광명은 이승들의 샘이 없는[無漏] 공덕 지혜인 별의 지혜 빛으로는 가릴 수 없느니라.[구지(九地) 공덕]
선남자여, 왕자는 처음 날 적부터 모든 기구(耆舊)와 대신들의 존중함을 받나니, 그 내력이 진정 참답고, 극히 자재한 연고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법 가운데 보리를 얻으려는 일체지의 마음을 내어 여래 집에 태어나서 법왕의 아들이 되면,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성문이나 벽지불의 존경을 받나니, 보리심의 대비(大悲) 종족이 극히 자재한 연고니라.
선남자여, 왕자는 나이가 어려도 모든 대신의 예경을 받거니와, 이 왕자는 대신을 소중하게는 여겨도 절을 하지는 않나니 혈통이 훌륭한 연고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처음으로 보리심을 내어 보살의 행을 닦으면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이승(二乘)의 장로들도 이 보살을 보고는 모두 예경하나니 훌륭한 법을 얻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왕자가 모든 신하들 가운데서 자재하지는 못하더라도 원로나 재상들이 왕자와 평등할 수는 없나니, 그 태생이 가장 훌륭한 연고이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비록 모든 미혹과 업 가운데서 자재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대보리심을 낸 아라한과 벽지불이 그와 평등할 수는 없나니 여래의 종자를 갖춘 연고니라. 선남자여, 깨끗한 마니보배 구슬이라도 눈에 병이 있으면 부정하게 보이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성품이 깨끗하건만 모든 중생들이 지혜 없는 병난 눈으로 믿지 못하므로 부정하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좋은 약이 주문의 힘으로 가지(加持)된 것을 어떤 중생이 보고 듣고 함께 있으면 모든 병이 모두 소멸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약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선근과 지혜와 방편이 모두 원력과 지혜로 거두어 가지는 것이니, 중생들이 보고 듣고 함께 있으며 따라 생각하면 온갖 미혹의 병이 모두 소멸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항상 감로를 먹으면 그 몸이 끝끝내 변하지 않고 파괴되지 않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 감로를 항상 생각하면 원력과 지혜의 몸이 끝끝내 파괴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거위털 옷을 입으면 모든 진창이 물들이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거위털 옷은 모든 나고 죽는 일과 업과 번뇌가 물들이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참 밧줄로 대나무를 얽어서 떼를 만들어 흩어지지 않게 하면 강물에서 자유롭게 다니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의 큰 원력과 지혜의 밧줄로 모든 행을 얽어서 흩어지지 않게 하면, 법의 강물에서 자재하게 다니면서 일체지의 바다로 들어가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무로 만든 사람이 기관이 없으면 몸이 제각기 흩어져서 비록 팔다리가 있더라도 놀리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버리면 행이 곧 흩어져서 온갖 부처님 법을 성취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전륜왕에게 상장(象藏)이라는 침향 보배가 있는데, 이 향을 사르면 왕의 네 가지 군대가 모두 허공에 오르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향도 그와 같아서 이 보리심을 내면 보살들의 모든 선근이 삼계를 초월하여 여래의 지혜를 행하면 끝없는 허공 법계에 두루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오직 금강이나 금 있는 데서 나는 것이고, 다른 보배 있는 데서는 나지 않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도 그와 같아서 오직 대비(大悲)로 중생을 구호하는 금강 있는 데서 나거나, 일체지의 경계를 관찰하는 금 있는 데서만 나고, 다른 중생들의 선근에서는 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뿌리 없는[無根] 나무이다. 의지한 곳이 없지만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나무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의 성품이 의지한 데 없지만, 복덕과 지혜와 신통과 원력의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무성하여 세간을 이익되게 하고 모든 것을 덮어 주느니라.[십지(十地) 공덕]
선남자여, 금강 보배는 나쁜 그릇이나 깨진 토기에는 담을 수 없고, 금이나 은으로 만든 완전한 그릇에야 담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을 낸 지혜 금강도 그와 같아서 못나고 박복한 중생의 간탐·질투·파계·성냄·한(恨)·나태함·망념(妄念)·무지(無智)의 나쁜 그릇에는 담을 수 없으며, 또 훌륭한 서원을 잃어버린 나쁜 소견을 가진 중생의 그릇에도 담을 수 없고, 오직 보살의 깊은 마음 그릇에만 담을 수 있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모든 보배를 뚫을 수 있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보(法寶)를 꿰뚫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온갖 굳은 보배 산을 무너뜨리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도 그와 같아서 온갖 나쁜 소견의 산을 무너뜨리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깨어져서 완전치 못하더라도 다른 보배나 금으로 만든 장엄거리보다는 나은 것이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낸 일체지의 보배가 조금 흠이 있고 뜻이 용렬하더라도 이승들의 공덕보다는 나으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조금 깨졌더라도 모든 빈궁을 소멸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낸 일체지의 보배가 비록 계행(戒行)이 손상되었더라도 마침내 나고 죽는 일을 여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비록 적더라도 모든 물건을 깨뜨리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잠깐만 내더라도 모든 무지(無知)와 미혹을 깨뜨리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을 용렬한 사람은 얻을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의 일체지의 보배도 그와 같아서 용렬한 범부나 이승들은 얻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을 보배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능력을 알지 못하여 소용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도 그와 같아서 지혜 없는 둔한 근기와 하열한 범부들은 그 능력을 알지 못하여 소용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은 소멸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이 소멸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저를 보통 역사들은 모두 들지 못하지만 큰 나라연의 힘은 제외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저도 그와 같아서 이승들은 비록 힘이 있더라도 들지 못하지만 보살의 광대한 인연과 견고한 선근의 힘은 제외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을 일체의 어떤 물건으로도 깨뜨리지 못하나 금강은 어떤 물건이나 깨뜨리는 데 장애가 없으며, 그 자체도 감손되지 아니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삼세의 수없는 겁 동안에 중생들을 교화하고 고행을 닦으며 모든 성문이나 독각으로는 미칠 수 없는 것을 모두 행하지만, 일체지의 금강은 끝끝내 견고하여 감손되지도 않고 고달프지도 않고 장애도 없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은 다른 땅에서는 가지지 못하지만 오직 견고하고 두터운 금강 짬[際]은 제외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독각의 행과 원으로는 가지지 못하지만 오직 살바야(薩婆若)의 도로 나아가는 큰 보살들의 견고한 지혜는 제외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으로 만든 그릇은 조그만 틈도 없어서 물을 담으면 영원히 새어 없어지지 아니 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금강 그릇도 그와 같아서 성품이 새지 않고 견고하게 회향하는 것이어서 선근의 물을 담으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금강 둘레[金剛輪]가 땅을 유지하여 무너지지 않게 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모든 행과 원을 유지하여 삼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이 오랫동안 물속에 있어도 썩지 않고 부서지지 않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일체 겁에서 오랜 동안에 나고 죽는 미혹 속에 있더라도 썩지 않고 부서지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금강은 모든 불이 태우지도 못하고 뜨겁게도 못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일체의 나고 죽는 미혹 불이 태우지도 못하고 뜨겁게도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장차 정각을 이루려고 네 가지 마군을 항복 받고 일체지를 증득하여 도량에 앉았을 적에, 오직 삼천세계의 금강 땅 짬에 연한 금강좌만이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자리로는 성취할 수 없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 자리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온갖 행과 원과 바라밀을 유지하며, 참는 일을 모두 원만하여 모든 지위에 깊이 들어가 선근을 구족하고 가지가지로 회향하며, 부처님의 수기를 받고 보살의 모든 도를 닦아 자라게 하며, 모든 여래들을 가까이 공양하고 큰 법구름의 비를 따라 받으며, 견고한 대비(大悲)를 자라게 하고 모든 서원과 지혜를 이루며, 필경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일을 오직 금강 지혜로야 유지하는 것이요, 다른 선근으로는 성취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전륜왕이 사천하에 다닐 적에 일곱 보배 중에서 바퀴 보배[輪寶]가 앞을 서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법륜의 왕이 되어 일체를 이익케 할 적에 보리심 보배가 가장 앞서느니라. 선남자여, 세간에서 원수를 부술 적에 모든 병장기 중에 활과 살이 으뜸이 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도를 돕는 온갖 기구 중에 보리심이 으뜸이 되나니, 모든 미혹과 생사의 원수를 모두 부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물에서 나는 모든 꽃 가운데서는 우발라화가 으뜸이 되고, 뭍에서 나는 모든 꽃 가운데서는 첨박가꽃이 으뜸이 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일체지의 우발라화와 대자비심의 첨박가꽃이 제일이 되나니 중생들의 업과 미혹을 소멸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모든 타는 것 가운데는 배가 제일이니, 가는 것이 빠르고 몸이 편안하며 바다를 건너서 저 언덕에 이르는 까닭이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이승 가운데 대승의 보리심이 제일이 되나니, 중생들을 빨리 운전하여 편안히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세간의 온갖 물 가운데 빗물이 제일이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삼매의 물 가운데 보리심 물이 제일이니, 온갖 선정과 해탈의 감로 맛을 내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여러 가지 소금 중에는 선다바(先陀婆) 소금이 제일이어서 병을 없애고, 눈을 밝게 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팔만 사천 법문 중에 보리심이 가장 훌륭하니, 중생들의 혹업(惑業)의 병을 없애고 지혜의 밝음을 내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여러 가지 젖 중에는 우유가 제일이어서, 병을 치료하고 목숨을 오래 살게 하나니, 보살마하살의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여러 가지 바른 법 감로 중에 가장 으뜸이 되나니, 중생들의 미혹 병을 치료하고 보살의 지혜 목숨을 늘게 하는 까닭이니라.[등각(等覺) 공덕]
선남자여, 보리심은 이렇게 한량없고 끝이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훌륭한 공덕을 구족하게 원만하나니, 만일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면 훌륭한 공덕 법을 구족하게 원만함을 얻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좋은 이익을 얻었으며, 좋은 명예를 갖추었으며, 그대가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 보살의 행을 구하나니, 이미 이와 같이 행하기 어렵고 모으기 어려운 큰 공덕을 얻은 까닭이니라.”
6) 비로자나 누각 속에서 본 신통한 경계
이때에 미륵보살은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 하였는데, 선남자여 그대가 이 비로자나 장엄장 누각 가운데 들어가 두루 살펴보면, 모든 보살이 보살의 행을 배우는 것과 배우고는 실행하여 한량없는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
선재동자는 미륵보살마하살께 공경하면서 오른쪽으로 돌고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누각의 문을 열어서 제가 들어가게 하소서.”
미륵보살이 비로자나 장엄장 누각에 나아가 오른 손가락을 튀겨 소리를 내자 누각 문이 열리니, 선재동자에게 들어가라고 하였다.
선재동자가 기뻐서 문으로 들어가니 문은 도로 닫혔다. 누각을 살펴보니, 엄청나게 넓어서 허공과 같았다. 아승기 보배로 땅이 되고, 아승기 궁전과 아승기 문과 아승기 창과 아승기 섬돌과 아승기 난간과 아승기 길 들이 모두 칠보로 되었고, 아승기 깃발과 아승기 짐대와 아승기 일산이 두루 널렸으며, 아승기 보배 영락과 아승기 백(白)진주 영락과 아승기 적(赤)진주 영락과 아승기 사자 진주 영락이 군데군데 드리웠고, 아승기 반달과 아승기 둥근 달과 아승기 비단 띠로 훌륭하게 꾸몄고, 아승기 사자 짐대 그물과 아승기 마니 그물과 아승기 순금 그물과 아승기 금줄 그물이 사이사이 장엄하여 위에 덮였으며, 아승기 보배 방울과 아승기 보배 풍경이 바람 부는 대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아승기 하늘 꽃을 흩고, 아승기 보배 화만을 달고, 아승기 보배 향로를 괴고, 아승기 금가루를 내리고, 아승기 보배 거울을 달았으며, 아승기 등불을 켜고, 아승기 보배 옷을 깔고, 아승기 보배 휘장을 치고, 아승기 보배 깃대를 들고 아승기 보배 자리를 차려 놓고, 아승기 보배 비단을 자리 위에 깔았으며, 염부단금으로 만든 아승기 동녀 형상과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아승기 여러 형상과 묘한 보배로 만든 아승기 보살 형상이 군데군데 가득하여 위덕으로 장엄하였으며, 아승기 새들이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즐겁게 하며, 아승기 우발라(優癖)꽃과 아승기 파두마(波頭摩)꽃과 아승기 구물두(拘物頭)꽃과 아승기 분다리(芬陀利)꽃으로 장엄하였으며, 아승기 나무가 차례차례 줄지어 서고, 아승기 파초 나무가 아름답게 장엄하였으며, 아승기 한길에는 황금 노끈으로 가에 느리고, 아승기 보배 못에는 향물이 가득하고, 아승기 보배 다리는 무지개처럼 높이 놓였으며, 아승기 보배 땅은 황홀하게 비치고, 아승기 마니보배는 찬란한 광명을 놓고, 아승기 아름다운 소리는 공덕을 찬탄하여, 이렇게 수없는 아승기 장엄거리로 장엄하였다.
선재동자는 또 이런 것을 보았다. 누각 가운데는 또 한량없는 백천 누각이 있고, 누각마다 가지가지로 장엄한 것은 모두 위에 말한 바와 같으며, 넓고 크게 장엄함은 허공과 같고, 분명하게 나타나기는 그림자와 같아, 서로서로 사무쳐 비치되 장애되지도 않고 복잡하게 어지럽지도 아니하였다. 선재동자가 한 군데서 여러 군데 것을 보는 것처럼, 모든 곳에서도 그렇게 보이며, 이렇게 모든 것이 끝이 없듯이, 낱낱 물건에서도 모두 이렇게 보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비로자나 장엄장 누각 가운데서 이러한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경계들을 보고, 크게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한량없이 뛰놀면서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기쁘고 윤택하여져서, 온갖 생각을 여의고 온갖 장애가 없어지고 온갖 의심이 소멸되었으며, 본 것은 잊지 않고 들은 것은 모두 기억하고, 생각은 어지럽지 아니하여 걸림이 없는 해탈 법문에 들어갔으며, 걸림없는 뜻으로 마음을 놀리어 온갖 것에 공양하고, 걸림없는 눈으로 모든 미세한 경계를 두루 보고, 걸림없는 몸으로 온갖 곳에 두루하여 공경하고 예경하였다.
미륵보살의 위엄과 신통의 힘으로 선재동자가 자기의 몸을 보니, 모든 누각 속에 두루 있어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경계를 보는 것이었다. 혹은 미륵보살이 위없는 보리심을 처음 낼 때의 그러한 이름, 그러한 문벌과 그렇게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고, 그러한 선근을 심던 일과 그렇게 오래 살면서 그러한 세월에 그러한 부처님을 만나던 일과 그렇게 장엄한 세계에 있으면서 그러한 행을 닦고 그러한 서원을 세우고, 저 여래들을 그러한 대중이 모인 데서 그러한 수명과 그러한 세월을 지내면서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던 일을 모두 분명하게 보는 것이며, 혹은 미륵보살이 처음으로 자심(慈心)삼매를 증득하고 그 뒤부터 자씨(慈氏)라고 이름하던 일을 보며, 혹은 미륵보살이 여러 가지 행하기 어려운 행을 닦아서 모든 바라밀을 성취하던 일을 보며, 혹은 참는 지위[忍]를 얻음을 보며, 혹은 지위[地]에 머무름을 보며, 혹은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를 장엄함을 보며, 혹은 모든 불법을 받아 가지고 대법사가 되어 무생법인[無生忍] 얻음을 보며, 혹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느 여래에게 위없는 보리의 수기를 받는 일을 보았다.
어떤 때에는 전륜왕이 되어 중생들로 하여금 열 가지 선한 도[十善道]에 머물게 하며, 어떤 때에는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이 되어 중생들을 이익케 하며, 혹은 제석천왕이 되어 다섯 가지 욕락을 나무라며, 혹은 야마천왕이 되어 그 하늘 사람들에게 게으르지 말라고 하며, 혹은 도솔천왕이 되어 보살의 일생보처(補處) 공덕을 칭찬하며, 혹은 화락천왕이 되어 보살의 변화하는 장엄을 나타내며, 혹은 타화자재천왕이 되어 부처님들의 자재한 법문을 연설하며, 혹은 마왕이 되어 모든 법은 무상(無常)하다고 말하며, 혹은 범천왕이 되어 선정이 한량없이 기쁘고 즐거움을 말하며, 혹은 아수라왕이 되어 그 권속들에게 모든 교만을 끊고 지혜 바다에 들어가서 법이 환술 같은 줄을 알라고 말하는 것들을 보았다. 또 염마라(閻滅) 세계에 있으면서 광명을 놓아 지옥의 고통을 구하는 것을 보며, 혹은 아귀 갈래에 있으면서 음식들을 주어서 기갈을 구제함을 보며, 혹은 축생 갈래에 있으면서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조복함을 보았다.
또 세상을 보호하는 호세(護世)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도리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야마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도솔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화락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타화자재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마왕의 회중에게 혹은 대범천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대용왕들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야차나 나찰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건달바나 긴나라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아수라나 타나바(陀那婆)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가루라나 마후라가왕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그 밖에 모든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성문들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독각의 회중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처음 보리심을 낸 보살들에게, 혹은 행을 닦아 회향하는 보살과 참는 지위를 얻어 물러남이 없는 보살들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며, 혹은 일생보처[一生所繫]로서 이미 정수리에 물 붓는 의식을 받은 보살들에게 법문을 말하는 것을 보았다.
혹은 보살의 초지로부터 십지까지에 있는 모든 훌륭한 공덕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바라밀을 만족함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참는 문에 들어감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모든 삼매문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깊은 해탈문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모든 선정과 삼매와 신통의 경계를 찬탄하는 것을 보며, 모든 보살행과 좋은 방편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가지가지로 내는 큰 서원들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모든 함께 수행하는 보살과 더불어 세간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찬탄하는 것을 보고, 여러 곳에서 가지가지 훌륭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조복하여 성숙함을 말하며, 미륵보살이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들과 더불어 모든 부처님의 정수리에 물 붓는 법문을 찬탄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또 미륵보살이 백천 년 동안을 수행하고 정진하여도 몸과 마음이 고달프지 아니함을 보며, 혹은 미륵보살이 거닐면서 모든 경전을 읽고 외우고 쓰면서 잠깐도 쉬지 아니함을 보며, 미륵보살이 가지가지 방편으로 대중에게 법문을 연설하는 것을 보며, 미륵보살이 모든 선정과 사무량심(四無量心)에 들며, 온갖 곳에 두루하는 선정과 모든 해탈에 들며, 삼매에 들어서 방편으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보았다.
혹은 여러 보살들이 가지가지로 변화하는 삼매에 들어가서 제각기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온갖 변화한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니, 하늘 대중의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용왕 대중의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야차·나찰·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제석천·범천·호세(護世)천왕·전륜성왕의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혹은 작은 왕과 왕자·대신·벼슬아치·장자·거사의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혹은 성문·벽지불·보살의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여래의 대위덕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며, 모든 중생의 변화한 몸 구름을 나타내는 것을 보았으며, 모든 묘한 음성으로 보살의 가지가지 법문을 찬탄함을 보았으니, 혹은 처음으로 보리심을 내는 공덕문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시(施)바라밀·정계(淨戒)바라밀·안인(安忍)바라밀·정진(精進)바라밀·정(定)바라밀·혜(慧)바라밀·방편(方便)바라밀·원(願)바라밀·역(力)바라밀·지(智)바라밀의 공덕문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모든 거두어 주는 일[攝]·모든 선정[禪]·모든 한량없는 마음[無量心]·삼매·삼마발저·모든 신통·모든 지혜[明]·다라니[摠持]·변재·제(諦)·지관(止觀)·해탈·모든 연(緣)과 의지하는 공덕문을 찬탄하는 것을 보며, 혹은 염처(念處)·정근(正勤)·신족(神足)·근(根)·역(力)·칠보리분(七菩提分)·팔성도분(八聖道分)과 성문승·독각승·보살승과 모든 지위[地]와 참음[忍]과 행(行)과 원(願) 따위의 여러 공덕문을 찬탄함을 보았으며, 또 그 가운데서 여러 여래가 많은 대중에게 둘러 호위됨을 보았으며, 또 저 여러 여래의 나신 데·문벌·신체·수명·세계·겁·명호·도량·대중과 법을 말하여 중생을 이익케 하며, 교법이 세상에 머무는 것을 가지가지로 같지 아니한 것을 모두 분명하게 보았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또 비로자나 장엄장 안에 있는 모든 누각 중에서 한 누각을 보니, 높고 넓고 화려하여 다른 누각들을 모두 포섭하였고, 온갖 장엄도 앞에 말한 것 보다 더 훌륭하여 견줄 데가 없었다. 그 누각에서는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사천하와 백억 염부제와 백억 도솔천이 보였는데, 낱낱이 미륵보살이 있어 연화장 가운데에 내려와서 탄생하고, 제석천왕·범천왕이 받들어 모시며,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시방을 바라보면서 사자후 하는 일과 동자로서 궁전에 있으면서 꽃동산에서 유희하는 일과 일체지를 얻기 위하여 궁성을 넘어서 출가하는 일과 갖가지 고행(苦行)을 나타내는 일과 유미(乳糜)죽을 받으시고 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는 일과 보리수를 보고 계실 적에 범천왕이 청하여 정법(正法)의 바퀴를 굴리는 일이 분명히 보이며, 하늘 궁전에 올라가서 법문을 연설하는 일과 세상에 머무는 겁수와 수명과 법문하는 회상의 장엄과 세계를 깨끗이 한 것과 닦는 행과 원과 나타내는 위덕과 일으킨 방편과 일체 중생들을 교화하여 성숙함과 사리를 나누는 일과 남기신 교법이 세상에 머무는 일이 모두 같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이 저 여러 여래 계신 데에 있어 받들어 섬기며 공양함을 보고, 또 저 모든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는 여러 가지 일을 보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으며, 가지(加持)한 힘으로 말미암아 막힘없이 통달하고 꾸준하게 정진하여 지혜의 경계[智地]에 편안히 머물렀다.
또 여러 누각 안에서 일어나는 보배 그물과 풍경과 모든 악기에서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미묘한 음성으로 가지가지 법문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혹은 보살이 보리심 내는 것을 말하고 바라밀 행을 닦는 것을 말하며, 여러 서원을 말하고 여러 지위를 말하고 신통으로 자재한 행을 말하며, 여래께 공경하고 공양함을 말하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는 일을 말하며, 혹은 여러 부처님의 법문 말씀이 각각 차별함을 말하니, 이렇게 모든 불법을 말하는 소리만 듣고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또 어느 세계의 아무 보살은 누구의 법문을 듣고 어느 선지식의 권고로 보리심을 내고 묘한 행을 닦았으며, 어느 겁에는 아무 세계의 아무 여래의 어느 대중 모임에서 아무 여래의 이러한 공덕을 듣고 이러한 마음을 내고 이러한 서원을 세워서 이러한 큰 선근을 심었으며, 얼마나 되는 겁을 지내어서 보살의 행을 닦다가 아무 때에 성불하였나니, 이러한 이름·이러한 수명·이러한 국토요, 모든 공덕이 구족하게 장엄하고, 이러한 서원이 만족하여 어떠한 방편으로 이런 중생과 이런 성문과 이런 보살들을 교화하며, 부처님 열반한 뒤에 정법은 얼마 동안 세상에 있으면서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케 한다는 말을 들었다.
혹은 어느 곳 어느 세계의 아무 보살은 광대한 보시바라밀의 행을 닦으면서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며, 이와 같이 정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의 모든 바라밀을 닦는다는 말을 듣게 되며, 혹은 아무 곳 아무 세계의 어느 보살은 법을 구하기 위하여 임금의 지위와 모든 진귀한 보배를 버리고, 처자와 권속과 머리와 눈과 손발 따위의 모든 것을 아끼지 아니한다는 말을 듣게 되며, 혹은 아무 곳 아무 세계의 아무 보살은 여래의 정법을 수호하며 큰 법사가 되어 법의 보시를 행하는데, 법 짐대를 높이 세우고 법 소라를 불며, 법 북을 치며, 법 비를 내리며, 탑을 만들고 불상을 조성하며 가지가지로 장엄하여 하나하나를 화려하게 꾸미며, 중생들에게 여러 가지 오락 도구를 보시한다고 말함을 들으며, 혹은 어느 곳 어느 세계의 아무 여래는 어느 겁에 정각을 이루었고, 이러한 국토·이러한 대중 모임·이러한 수명·이러한 법을 말하고 이러한 원을 만족하고 이러한 무량한 중생들을 교화하여 위없는 보리를 깨닫게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선재동자는 이와 같은 등의 헤아릴 수 없는 미묘한 법문 소리를 듣고, 몸과 마음이 즐겁고 부드럽고 윤택하여, 한량없는 다라니문[摠持]과 한량없는 변재문을 얻었으며, 모든 선정과 참는 일과 큰 행원과 바라밀과 신통[通]과 지혜[明]와 해탈과 삼매문들을 모두 얻었다.
또 모든 거울 속에서 한량없는 갖가지 형상들이 나오는 것을 보았으니, 혹은 부처님들이 모인 도량을 보며, 혹은 보살들이 모인 도량을 보며, 혹은 성문들이 모인 도량을 보며, 혹은 독각들이 모인 도량을 보며, 혹은 깨끗한 세계를 보며, 혹은 부정한 세계를 보며, 혹은 깨끗하면서 부정한 세계를 보며, 혹은 부정하면서 깨끗한 세계를 보며, 혹은 부처님 있는 세계를 보며, 혹은 부처님 없는 세계를 보며, 혹은 작은 세계를 보며, 혹은 중간 세계를 보며, 혹은 큰 세계를 보며, 혹은 미세한 세계를 보며, 혹은 광대한 세계를 보며, 혹은 인다라 그물 세계를 보며, 혹은 엎어진 세계를 보며, 혹은 잦혀진 세계를 보며, 혹은 모로 선 세계를 보며, 혹은 평탄한 세계를 보며, 혹은 지옥·축생·아귀 들이 사는 세계를 보며, 혹은 하늘 사람들이 가득한 세계를 보았다.
이러한 세계들 가운데는 무수한 보살 대중이 있는데, 혹은 다니며 혹은 앉아서 모든 일을 하며 혹은 선정을 닦고 혹은 지혜를 익히고 혹은 대비(大悲)를 일으켜 중생들을 딱하게 여기며, 혹은 여러 논(論)을 지어 세간을 이익케 하며, 혹은 제자를 가르치고, 혹은 자기가 받아 지니며, 혹은 쓰고 읽고 묻고 대답하며, 혹은 세 때로 참회하고 회향하고 발원함을 보았다.
또 보니, 모든 보배 기둥에서는 마니의 광명 그물을 놓는데, 혹은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며, 혹은 파려빛, 수정빛, 제청빛, 무지개 빛이며, 혹은 연부단의 묘한 진금빛이며, 여러 가지 광명의 빛이었다.
또 그 연부단금으로 된 동녀(童女)의 형상과 모든 보배 형상을 보았는데, 혹은 꽃구름을 들고, 옷구름을 들고, 깃발과 짐대를 잡고 화만과 일산을 받았으며, 가지가지 바르는 향과 가루 향을 가졌으며, 훌륭한 마니 그물을 가졌으며, 황금 줄을 드리우고 영락을 걸쳤으며, 팔을 들어 장엄거리를 받들었으며, 머리를 숙여 마니관을 드리우고, 허리를 굽히고 우러러 보며, 한눈팔지 아니하고 합장하고 있었다.
또 그 진주 영락에서는 항상 향수가 나오는데, 여덟 가지 공덕을 구족하여 끊임없이 흐르며, 유리 영락에서는 백천 광명이 한꺼번에 비치며, 짐대와 깃발과 그물과 일산 따위를 모두 마니왕 장(藏) 보배로 장엄하여 사람들이 보기좋게 하였으며, 또 가지가지 연못을 보니 우발라꽃, 파두마꽃, 구물두꽃, 분다리꽃 들이 각각 한량없는 꽃을 피웠는데, 혹은 손바닥만큼 크고 혹은 한 팔뚝만큼 길며, 혹은 가로 세로가 수레바퀴 같았으며, 낱낱 꽃 가운데서 가지가지 형상을 내어 장엄하였으니, 남자 형상, 여자 형상, 도령 형상, 아가씨 형상, 재석천왕·범천왕·호세(護世)천왕·하늘 사람·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성문·독각과 여러 보살 등의 이러한 모든 형상들이 모두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공경함을 보았으며, 또 부처님이 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서른두 가지 상(相)으로 몸을 장엄한 것을 보았다. 또 깨끗한 유리로 된 땅에는 한걸음 사이마다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빛깔 모양을 나타내었으니, 세계 빛깔 모양·보살 빛깔 모양·여래 빛깔 모양·모든 누각의 장엄한 빛깔 모양을 나타냄을 보았다.
또 보배 나무의 가지·잎·꽃·열매들 가운데서는 가지가지 반신(半身) 형상을 보았으니, 부처님 반신 형상, 보살 반신 형상이며,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제석·범왕·호세천왕·전륜성왕·작은 왕·왕자·대신·벼슬아치·장자·거사·동남·동녀의 반신 형상과 사부대중의 반신 형상을 보았으며, 그 모든 반신 형상들은 혹 은화만을 들고 혹은 영락을 들고 혹은 모든 장엄거리를 들었으며, 어떤 이는 허리를 굽히고 합장하고 예경하며 일심으로 우러러보며, 한눈팔지 아니하고, 혹은 찬탄하며 혹은 삼매에 들었는데, 몸은 잘생긴 몸매[相好]로 장엄하였고, 가지가지 색의 광명을 놓으니, 금빛 광명, 은빛 광명, 산호빛 광명, 도사라 금빛 광명, 제청빛 광명, 비로자나 마니보배빛 광명, 모든 보배빛 광명, 첨박가꽃빛 광명들이었다.
그 몸의 서른두 가지 상(相)에서 이러한 온갖 광명이 나오며, 또 보니 저 모든 누각의 반달 형상에서 아승기 해·달·별들의 가지가지 광명이 나와서 시방에 비치었다.
또 보니 모든 누각의 가지가지 궁전에 보배로 쌓은 담과 사방에 둘린 벽이 가지가지 보배빛이며, 한걸음 한걸음마다 온갖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낱낱 보배 속에 미륵보살이 예전에 보살의 행을 닦을 적에 혹은 머리와 눈을 보시하며, 혹은 손·발·입술·혀·이빨·귀·코·피·살·가죽·뼈·골수·손톱·머리칼 따위를 모두 버리던 일과 아내·첩·아들·딸·노비·하인·시녀·채녀 따위의 모든 권속과 도시·시골·궁전·동산·숲이나, 혹은 염부제·사천하와 가지가지 부귀와 존엄하고 자재한 크고 작은 임금의 지위나, 혹은 생활도구·음식·극히 미묘한 평상과 침구·쉴 곳·혹은 미묘한 보배 그릇·말·소·수레 따위의 필요한 것을 모두 보시하여 주던 일과 옥에 갇혀서 가지가지로 곤란을 받는 이를 모두 나오게 하며, 몸이 묶여 모든 형벌을 받는 이를 모두 벗어나게 하며, 병에 걸린 이는 치료하고 약을 주어 쾌차케 하며, 잘못된 길에 들어간 이는 바른 길을 보여 주고, 혹은 뱃사공이 되어 큰 바다를 건네어 중생들로 하여금 나루를 잃지 않게 하며, 혹은 말 왕[馬王]이 되어 중생들을 구제하여 모든 나찰의 액난에서 벗어나게 하며, 혹은 가지가지 큰 지혜를 가진 신선이 되어 여러 가지 이론을 잘 말하여 중생들을 이익케 하며, 혹은 전륜왕이 되어 열 가지 선한 일을 권하여 닦게 하며, 혹은 훌륭한 의원이 되어 모든 병을 치료하며, 혹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혹은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법문을 들으며, 혹은 성문이 되고 독각이 되고 보살이 되고 여래가 되어 중생들을 교화하여 조복하던 일이 모두 나타났다.
또 가장 좋게 태어나는 곳을 보이어 그 곳에 있는 중생들을 성숙시키며, 혹은 법사가 되어 여래의 가르친 말씀을 받들어 행하며, 가지가지 위의로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세밀하게 살펴보고 이치답게 생각하며, 부처님 탑을 세우고 부처님 형상을 만들고는 여러 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장식하며, 스스로 공양하거나 다른 이를 시켜 공양하되, 향을 사르고 꽃을 흩고 등을 켜고 화만을 달고 일산을 받으며, 여러 가지 시설로 공경하고 예배하는 이러한 일들이 서로 계속하여 끊이지 않았다.
혹은 보니 미륵보살이 사자좌에 앉아서 법문을 연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열 가지 선한 일에 머물게 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여 오계(五戒)와 팔재계(八齋戒)를 받으며, 출가하여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며 읽고 외우며, 정당한 생각으로 뜻을 내어 이치대로 닦아 행함을 보며, 또 미륵보살이 사자좌에 앉아서 법문을 말하여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열어 보이는 것을 보며, 또 미륵보살이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을 지내면서 여러 바라밀[度]을 수행하는 온갖 형상을 보며, 또 미륵보살이 예전에 섬기던 선지식들이 모두 온갖 공덕으로 장엄한 것을 보기도 하며, 또 자기의 몸이 저 낱낱 선지식 계신 데서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고 그 가르치는 말을 받들어 행하고 내지 정수리에 물 붓는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때에 여러 선지식이 부드러운 말로 선재동자에게 말하기를, “잘 왔도다, 동자여. 그대는 지금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을 보았으니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고 하였다.
7) 누각 속에서 신통을 보고 법을 문답
이때에 선재동자는 잊지 않고 바르게 생각하는 힘을 얻은 까닭으로, 시방세계를 보는 깨끗한 눈을 얻은 까닭으로, 잘 살펴보는 걸림없는 지혜를 얻은 까닭으로, 보살들의 자재한 지혜를 얻은 까닭으로, 그리고 보살들이 이미 지혜 자리에 들어간 넓고 큰 알음알이를 얻은 까닭으로, 모든 누각의 낱낱 물건 중에서 이러한 일과 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경계와 여러 가지 장엄한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보는데, 도시와 시골과 궁전·동산·산림·강·못과 의복·음식과 온갖 생활도구를 보기도 하고, 혹은 듣기 좋은 노래와 풍류와 여럿이 모이어 가지가지 노니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 자기의 부모와 형제와 안팎의 친척들을 보기도 하며, 혹은 큰 바다와 수미산왕과 모든 천상의 궁전과 염부제 따위의 사천하 일을 보기도 하며, 혹은 그 몸이 크기가 백천 유순이 되었는데, 방과 의복과 가지가지 공덕과 모든 장엄이 몸과 잘 어울림을 보며, 또 하루 동안에 한량없는 세월을 지나면서 자지도 않고 눕지도 않고 모든 안락함을 느끼고 모두 구족하여 자재하게 지내다가, 꿈을 깨고 나서는 비로소 꿈인 줄을 알게 되어, 일체의 안락한 생각도 없어지고 시간이 오래고 짧은 모양도 없어지지만, 보던 일은 분명하게 기억하여 한 가지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미륵보살의 위신으로 가지한 까닭이며, 삼계의 법이 모두 꿈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며, 중생들의 좁은 소견을 없애는 까닭이며, 걸림없는 큰 알음알이를 얻은 까닭이며, 보살의 좋은 경계에 머무른 까닭이며, 헤아릴 수 없는 방편 지혜에 들어간 까닭으로, 이렇게 모든 대보살의 온갖 것으로 장엄한 자재한 경계를 보았으며, 따라서 이해하고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었다.
또 마치 사람이 목숨이 마치려 할 적에는 지은 업을 따라서 받게 되는 과보의 모양을 보게 되나니, 나쁜 업을 지은 사람은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들이 받는 괴로운 경계를 보며, 혹은 옥졸들이 병장기를 들고 성내고 꾸짖으면서 끌고 다니는 것을 보기도 하고, 지옥 중생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여 부르짖고 슬피 통곡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혹은 잿물 지옥, 큰 가마에 쇳물을 끓이는 지옥, 칼로 산이 된 지옥, 검으로 나무가 된 지옥, 맹렬한 불이 이글이글 타는 지옥, 끓는 물이 펄펄 솟는 지옥에서 가지가지 핍박으로 갖가지 고통 받는 것을 보는 것이며, 선한 업을 지은 사람은 온갖 하늘 궁전과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과 하늘의 채녀(采女)들과 가지가지 의복과 훌륭한 장엄과 궁전·꽃·동산·숲·못·강과 보배 산, 보배 겁바라(劫波羅) 나무 따위를 마음대로 사용하되 모두 아름다운 것들이니, 비록 몸이 아직 죽기 전에라도 업의 세력으로 이런 일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업력으로 온갖 장엄한 경계를 보는 것이었다. 마치 사람이 귀신에게 지피면 가지가지 모양과 권속을 보기도 하고, 묻는 대로 대답도 잘하나니,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지혜를 힘입어 저러한 모든 장엄을 보고 묻는 것에 모두 대답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용에게 지피면 자기가 용인 양하여 용궁에 들어가서 용의 권속들을 보며, 잠깐 동안에 여러 해를 지난 듯이 생각되나니,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지혜에 머무른 생각과 미륵보살의 자재한 위신력이 가지(加持)한 까닭에 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을 지내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 마치 모든 중생의 훌륭한 장엄장이란 궁전이 있는데, 그 속에서는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물건의 차별한 영상을 보아도 어지럽지 아니하나니,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이 누각 안에서 온갖 장엄한 경계가 가지가지로 차별하여 서로서로 드나드는 것을 보지만, 제각기 달라서 혼란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어떤 비구가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遍處定]에 들면, 다니거나 앉거나 서거나 눕거나 들어간 선정의 경계가 앞에 나타나나니,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누각에 들어가서 보던 장엄한 모든 경계가 모두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허공에서 건달바성을 볼 적에 구족한 장엄을 걸림없이 분별하여 아나니,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저 모든 장엄한 경계를 보는 것을 모두 따라서 걸림없이 분명히 아는 것이며, 야차의 궁전이 사람의 궁전과 한자리에 있어도 서로 섞이거나 장애되지 아니하고 그 업을 따라서 보는 바가 같지 아니하며, 또 마치 바다 가운데 삼천대천세계의 빛깔 모양이 나타나는 것과 같으며, 마치 어떤 환술장이가 환술을 부릴 적에 환술의 힘으로 환술하는 일이 마음대로 나타나는 것과 같나니, 선재동자도 그와 같아서 미륵보살의 위신력과 헤아릴 수 없는 지혜의 힘과 보살의 자재한 힘을 얻은 까닭으로 누각 가운데 모든 장엄과 자재한 경계를 보는 것이었다. 그 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이 누각 안으로 들어가서 신통력을 거두고 손가락을 튀겨 소리를 내면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일어나라. 법의 성품이 이러한 것이니, 이는 보살이 모든 법을 아는 지혜의 인(因)과 연(緣)이 모여서 나타내는 형상이므로 이들의 제 성품은 모두 성취된 것이 아니어서 환술 같고 꿈같고 영상 같으니라.”
이때에 선재동자가 손가락 튀기는 소리를 듣고 삼매에서 일어나니, 미륵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보살의 자재한 해탈의 위신력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도를 돕는 모든 같이 흐르는 힘[等流力]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원과 지혜로 나타내는 모이는 힘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가지가지로 장엄한 묘한 궁전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가지가지 행하는 힘이 쌓인 것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가지가지 공덕으로 장엄한 세계를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십지 가운데의 가지가지 힘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모든 바라밀로 이룬 헤아릴 수 없는 과보를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의 생각하기 어려운 가지가지 삼매의 힘을 보았는가, 그대는 여래의 가지가지 훌륭한 큰 원력을 보았는가, 그대는 보살이 가지가지로 내는 해탈문을 들었는가, 그대는 보살의 해탈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따라 이해하는가, 그대는 보살의 삼매를 순종하여 받고 기뻐하는가?”
“그러하나이다. 보았사오니, 그것은 선지식의 가지(加持)하여 주신 힘이오며, 염려하여 주신 힘이오며, 위덕의 힘이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이름은 무엇이오니까?”
“이 해탈문의 이름은 삼세의 온갖 경계에 들어가서 잊지 않는 지혜의 장엄장[入三世一切境界不忘念智莊嚴藏]이니라. 선남자여, 일생보처[一生] 보살이 이러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해탈문을 얻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그렇게 장엄한 일은 지금 어디 갔나이까?”
“온 데로 갔느니라.”
“어디서 왔었나이까?”
“보살의 지혜 위력 속에서 와서 보살의 지혜 위력을 의지하여 머무는 것이므로, 조금도 오고 가는 곳이 없으며, 쌓이는 것도 없고 더함도 없고 성립됨도 없으며, 땅도 의지하지 않고 허공도 의지하지 않아서 모든 것을 여의었느니라. 선남자여, 용왕이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것이 몸에서 나오지도 않고 마음에서 나오지도 않고 쌓임도 없고 성립하고 더함도 없으며, 다만 용왕의 생각하는 힘으로 비가 와서 천하에 두루하는 것이니, 이것은 용왕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니라.
선남자여, 저 장엄한 일도 그와 같아서 안에 있지도 않고 밖에 있지도 않지만, 다만 보살의 자재한 위덕과 그대의 선근으로 말미암아 보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마치 환술쟁이가 환술을 하는 것이 온 데도 없고 간 데도 없으며, 가는 일도 없고 들어가는 일도 없고, 숨지도 않고 드러나는 것도 아니지만, 환술의 힘으로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니, 저 장엄의 일도 그와 같아서 온 데도 없고 간 데도 없고 쌓임도 없고 성립되는 것도 아니지마는 습관인 헤아릴 수 없는 환술 같은 지혜의 힘과 지난 세상의 서원의 힘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니라.”
선재동자가 큰 성인께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께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미륵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은 오는 데도 가는 데도 없이 이렇게 오는 것이며, 다니는 데도 머무는 데도 없이 이렇게 오는 것이며, 곳도 없고 정처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고 나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고, 그리워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고, 업도 없고 과보도 없고, 생기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끊어지지도 항상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오느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은 크게 불쌍히 여기는 데[大悲處]서 오나니 중생들을 딱하게 여겨 조복하는 연고며, 크게 사랑하는 데[大慈處]서 오나니 핍박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들을 구호하는 연고며, 깨끗한 계율[淨戒處]로부터 오나니 그 좋아함을 따라 자재하게 내는 연고며, 큰 원력[大願處]으로부터 오나니 지난 세상의 서원의 힘으로 가지(加持)하는 연고며, 신통[神通處]으로부터 오나니 모든 곳에서 좋아함을 따라 나타나는 연고며, 흔들리지 않는 데[無動搖處]서 오나니 여래의 흔들리지 않는 성품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취하고 버림이 없는 데[無取捨處]서 오나니 몸과 마음을 시달리지 않고 가고 오는 연고며, 지혜와 방편[智慧方便處]으로부터 오나니 중생들을 따라 운전되는 연고며, 일부러 변화하는 데[示現變化處]서 오나니 그림자와 같이 나타나는 연고이니라.
또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어디서 왔는가 하였으니, 나는 태어났던 마라제(滅提)국의 집과 마을로부터 여기 왔노라. 저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구파락가(瞿波洛迦)이다. 그 사람을 교화하여 부처님 법에 들게 하며, 또 태어난 곳의 모든 사람을 위하여 근기를 따라 법을 말하며, 또 부모와 친척과 권속과 바라문들을 위하여 대승법을 연설하여 나아가게 하느라고, 거기 있다가 여기 왔노라.”
선재동자가 아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떤 데가 보살의 태어나는 곳입니까?”
미륵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태어나는 데가 있으니라. 무엇이 그 열 가지인가 하면, 보리심 내는 것이 보살의 나는 데니 선지식의 집에 나는 연고며, 모든 지위가 보살의 나는 데니 바라밀 집에 나는 연고며, 큰 서원이 보살의 나는 데니 묘하게 수행하는 집에 나는 연고며, 크게 불쌍히 여김[大悲]이 보살의 나는 데니 네 가지로 거두어 주는 집[四攝家]에 나는 연고며, 이치대로 관찰하는 것이 보살의 나는 데니 반야바라밀 집에 나는 연고며, 대승이 보살의 나는 데니 공교한 방편 집에 나는 연고며, 중생들을 성숙하는 것이 보살 의 나는 데니 정각을 이루는 집에 나는 연고며, 지혜와 방편이 보살의 나는 데니 무생법인(無生法忍) 집에 나는 연고며, 모든 법을 닦아 행함이 보살의 나는 데니 삼세 모든 여래의 집에 나는 연고니라. 이것이 이른바 보살의 열 가지 태어나는 데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로 어머니를 삼고, 공교한 방편으로 아버지를 삼고, 단나(檀那)바라밀로 유모를 삼고, 시(尸)바라밀로 양모(養母)를 삼고, 인욕바라밀로 장엄할 거리를 삼고, 정진바라밀로 길러 주는 이를 삼고, 선나(禪那)바라밀로 빨래하는 사람을 삼고, 선지식으로 가르치는 스승[敎授師]을 삼고, 모든 보리의 부분으로 벗을 삼고, 모든 선한 법으로 친속을 삼고, 모든 보살로 형제를 삼고, 보리심으로 집을 삼고, 진리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집안 규법을 삼고, 모든 지위의 선한 법으로 집의 처소를 삼고, 참는 법을 얻음으로 가족을 삼고, 큰 서원이 앞에 나타남으로 집안 가르침을 삼고, 깨끗한 지혜가 만족한 모든 행은 집안 규법을 순종함이 되고, 부지런히 닦음을 권하여 대승을 끊이지 않게 함이 가업(家業)을 이음이요, 법의 물을 정수리에 부어 일생보처 보살 되는 것이 왕의 태자가 되는 것이고, 넓고 큰 진실한 보리를 성취하는 것이 가족을 깨끗이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렇게 범부의 자리를 초월하여 보살 지위에 들어가고 여래의 집에 나서 부처님 성품에 머물며 모든 행을 닦아 삼보를 끊지 아니하고 보살의 종족을 수호하며, 보살의 종성을 깨끗이 하여 태어나는 데가 훌륭하며, 모든 세간에서 나는 허물을 여의며, 모든 하늘과 사람, 마군과 범천, 사문과 바라문 중에 종족이 구족하여 가장 좋은 부처님 종성을 성취하며, 큰 원력 광[藏]을 얻어 모든 보살의 행을 널리 내느니라.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좋은 가문을 성취하고는 지혜로써 모든 법이 그림자와 같음을 아는 연고로 세상에 태어나는 데 천히 여기는 것이 없으며, 모든 법이 변화와 같음을 아는 연고로 모든 갈래에 물들 것이 없으며, 모든 법이 나[我]라는 것이 없음을 깨닫는 연고로 중생들을 조복함에 고달픈 생각이 없으며, 대자비(大慈悲)가 체성(體性)이 되는 까닭에 열반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나고 죽음이 꿈과 같은 줄을 알므로 온갖 겁을 지내어도 열뇌(熱惱)가 없으며, 오온이 환술과 같은 줄을 알므로 나고 죽는 데 있으면서도 게으름이 없으며, 모든 계(界)와 처(處)가 곧 법계임을 알므로 모든 경계에 대하여 허물이 없으며, 모든 생각이 아지랑이와 같음을 알므로 모든 갈래에 들어가도 뒤바뀐 의혹을 내지 아니하며, 온갖 법이 환술과 같은 줄을 알므로 마군의 경계에 들어가도 자재하여 물들지 아니하며, 법신의 깨끗하고 묘한 체성을 이룩하였으므로 모든 미혹이 속이지 못하며, 두루 나아가는 행을 이루었으므로 모든 태어나는 곳에서 자재하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내 몸이 온갖 법계에 두루 나서 온갖 중생의 차별한 빛깔 모양과 서로 같으며, 온갖 중생의 제각기 다른 말과 음성과 서로 같으며, 온갖 중생의 가지가지 이름과 서로 같으며, 온갖 중생의 가지가지 욕망과 서로 같으며, 온갖 중생의 가지가지 위의와 서로 같으며, 세간을 따라 교화하고 조복하며, 온갖 중생의 깨끗하게 태어남과 서로 같게 나타내어 보이며, 온갖 중생의 깊고 훌륭한 알음알이와 서로 같게 따라 들어가며, 온갖 보살의 큰 서원과 변화함과 이처럼 서로 같아 이러한 한량없는 종류에 몸을 나타내되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위덕이 법계에 가득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지난 세상에 나와 함께 수행하다가 지금에는 보리심을 잃어버린 이들을 성숙하기 위하여 이 염부제에 일부러 태어났으니, 부모와 친척과 바라문들을 조복하여 종족에 대한 교만을 버리고 여래의 종성(種性)에 나게 하기 위하여, 마라제국의 집과 마을과 바라문의 집에 났노라. 선남자여, 나는 남방에서 와서 이 비로자나 장엄장 누각에 있으면서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여 조복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중생들을 따르기 위하여, 도솔천에서 함께 수행하는 이를 성숙하기 위하여, 보살들의 복과 지혜의 장엄과 변화가 일체의 모든 욕계를 넘어선 것임을 보이기 위하여, 갈애(渴愛)의 모든 욕락(欲樂)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모든 행[諸行]이 다 무상함을 알게 하기 위하여, 하늘 사람들도 성하면 반드시 쇠한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도솔천에서 내려 오는 상서와 일생보처 보살과 함께 큰 지혜의 법문을 연설함을 보이기 위하여, 태어나는 곳에 있는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기 위하여, 석가여래께서 보내신 이들을 교화하여 연꽃 피듯이 깨닫게 하기 위하여,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도솔천에 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의 서원이 만족하여 보리를 얻을 때에는 그대와 문수사리가 함께 와서 나를 보게 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문수사리보살께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현보살의 수행하는 문에 들어가며, 어떻게 나며, 어떻게 성숙하며, 어떻게 넓고 크며, 어떻게 깨끗하며, 어떻게 순종하며, 어떻게 원만하는가 하고 물으라.
선남자여, 그가 그대에게 분별하여 보여 주리라. 왜냐 하면, 문수사리의 가장 훌륭한 서원은 여느 백천억 나유타 보살로서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문수사리는 그 행이 광대하고 한량없고 끝이 없으며, 그 서원이 끝이 없어서 항상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하며, 온갖 보살의 가장 좋은 공덕을 항상 내느니라. 문수사리 보살은 항상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들의 어머니가 되나니 그로 하여금 깊은 이치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며, 항상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의 스승이 되나니, 그로 하여금 부지런히 닦아서 깊이 증득하게 하는 연고며, 시방세계에서 항상 법 수레를 운전하여 일체 중생들을 교화하여 성숙하며 시방의 온갖 세계에서 항상 법을 말하는 스승이 되며, 항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이 모인 회중에서 찬탄함이 되며, 깊은 지혜에 머물러 법의 참된 성품을 보았고, 오랜 옛적부터 온갖 해탈의 경계에 깊이 들어가서 보현보살의 행하던 행을 마치었느니라.
선남자여, 문수사리 선지식은 그대로 하여금 여래의 집에 나게 하며, 그대의 선근을 자라게 하며, 그대의 도를 돕는 법을 일으키며, 그대에게 진실한 선지식을 보이며, 그대에게 공덕 닦는 것을 권하며, 그대로 하여금 큰 서원 그물에 들게 하며, 큰 서원의 문에 편안히 머물게 하며, 보살의 깊은 이치를 듣게 하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행을 지난 세상에 그대와 함께 나서 함께 행하던 일을 보여 주리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마땅히 문수사리보살에게 갈 것이요,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 문수사리는 그대로 하여금 온갖 공덕을 얻게 하리라. 그 까닭을 말하면, 그대가 지금가지 선지식을 뵈옵고 보살의 행을 듣고 해탈문에 들어가서 서원 바다를 만족한 것이, 모두 문수사리의 위신의 힘이며, 문수사리가 온갖 곳에서 끝끝내 이루게 한 것이니라.”
이때에 선재동자는 미륵보살을 오른쪽으로 수없이 돌고, 두 발에 절하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면서 사모하는 마음을 품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61. 문수보살을 다시 만나다
선재동자는 1백 10성을 돌아다니다가 소마나(蘇摩那)성에 이르러, 문 곁에 서서 문수사리보살을 생각하며, 따라서 기억하고 두루 관찰하면서 받들어 뵈오려 희망하고 있었다.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가 1백 10성 밖에서 오른손을 멀리 펴서 소마나성에 이르러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도다, 선남자여. 만일 신근(信根)이 없었던들 고달픈 생각을 내고 뜻이 용렬하여져서 공행(功行)을 갖추지 못하고 꾸준히 나아가지 못하였을 것이며, 조그마한 선근에 만족한 생각을 내어 모든 행과 원을 잘 일으키지 못하고 선지식들을 가까이 모시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이러한 법의 성품과 이러한 이치와 이러한 법문과 이러한 경계와 이러한 머무는 곳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며, 두루 아는 일과 조금 아는 일과 깊이 아는 일과 근원까지 철저함과 관찰함과 증하여 들어감과 얻는 일을 모두 할 수가 없었으리라.”
이때에 문수사리는 이러한 법을 말하여 보여 주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선재동자로 하여금 무수한 법문을 구족히 원만하고, 끝없는 지혜 광명을 갖추고, 가지가지 부처님 생각하는 문과 끝없는 다라니문과 끝없는 변재문과 끝없는 삼매문과 끝없는 신통문과 끝없는 서원과 지혜의 문에 들게 하였으며, 보현보살의 행과 원력의 바퀴에 깊이 들어가서 문수사리의 본래 있는 세계의 낱낱 공교한 것을 찬탄케 하였다.
선재동자는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께서는 어떻게 거룩하신 이의 세계의 공교함을 성취하였나이까?”
문수사리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게 가득 채우면 나의 세계가 공교하게 성취함을 얻으리라.”
“어떤 것이 열 가지입니까?”
“선남자여, 하나는 나지 않는 법을 증득하여 구족히 원만하고, 둘은 없어지지 않는 법이요, 셋은 잃어지지 않는 법이요, 넷은 오감이 없는 법이요, 다섯은 말씀의 경계를 초월한 법이요, 여섯은 말씀으로 할 길이 없는 법이요, 일곱은 희롱거리 말이 없는 법이요, 여덟은 말할 수 없는 법이요, 아홉은 고요한 법이요, 열은 성인의 법이다.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나의 국토가 공교하게 성취함을 얻으리라.”
“거룩하신 이여, 국토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그것은 모든 보살의 있는 데라는 뜻이니라.”
“어떤 것이 모든 보살의 있는 데입니까?”
“선남자여, 가장 으뜸인 첫째 이치[最勝第一義]가 보살이 있는 데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가장 으뜸인 첫째 이치는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잃어지지도 않고 부수어지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이니, 이렇게 말함도 말로 할 경계가 아니므로, 말로도 미치지 못하고, 기억하여 분별할 수도 없으며, 희롱거리 말이나 생각으로 알 수도 없는 것이니, 본래 말이 없고 성품이 고요하여서 다만 성인들의 자기 속으로 증득하는 것일 따름이니라.
선남자여, 이 가장 으뜸인 첫째 이치로 인하여 부처님 여래들이 세상에 나타나거니와,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거나 간에 잃거나 부술 수도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첫째 이치를 증득하기 위하여서 큰 부귀와 젊음과 임금의 지위를 버리고, 행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괴로운 행을 행하며, 머리카락을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신심으로 출가하여 묘한 도리를 구하느라고 게으르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기를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첫째 이치[第一義]가 없었더라면 범행은 닦아서 무엇하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신들 무엇에 의지하겠느냐. 선남자여, 첫째 이치가 있음을 깊이 믿음으로 말미암아, 보살들로 하여금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나의 세계가 공교하게 성취한 것을 이렇게 알며 이렇게 말할 것이니라.”
“거룩하신 이여, 무슨 법을 행하여야 거룩하신 이의 깨끗하고 묘한 국토를 얻겠나이까?”
“만일 보살이 온갖 것에 대하여 교만한 마음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내고, 여러 여래께 진실한 공양을 닦으면 나의 국토를 얻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어떤 것을 교만한 마음이 없고, 평등한 마음을 내고, 진실한 공양을 닦는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자세히 살펴 생각하고 구족히 원만하면 교만이 없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몸[身界]이란 것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유하고 관찰하여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출가한 것이 죽은 사람과 다름없으니, 그것은 부모와 친애(親愛)하는 이와 친구와 권속의 온갖 것을 모두 버린 까닭이다’라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둘은 '나는 지금 가사를 입었고 나아가고 멈추는 위의가 세간과 같지 않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셋은 '이미 형상을 무너뜨리고 발우를 들고 남에게 먹을 것을 빈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넷은 '내가 지금 걸식하니 전다라와 같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여 마음을 낮게 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다섯은 '먹을 것을 빌어서 내 몸을 기르니 목숨은 완전히 남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여섯은 '걸식하는 음식은 사람이나 짐승이 남긴 것이니 제가 싫다고 버려야 내가 먹게 된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일곱은 '나는 지금 스승에게 공경하고 공양하여 기쁘게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여덟은 '나는 지금 함께 수행하는 이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위의를 갖추고 법식(法式)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아홉은 '내가 지금 출가하였으나 부처님 법을 조금도 얻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열은 '모든 중생들이 내게 성을 내어도 나는 항상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생각하면 교만이 없어지리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생각하여 구족히 원만하면 교만이 없는 마음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중생에게 대하여 평등한 마음을 얻게 되느니라.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모든 중생에게 하는 일이 평등하고, 둘은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장애되지 않고, 셋은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피로하지 않고, 넷은 중생들을 이익하기 위하여 여섯 가지 바라밀을 갖추 닦고, 다섯은 중생들을 위하여 일체지를 모으며 또 둘이 없는 상(相)에도 의지하지 않고, 여섯은 중생들이 모두 진여와 같아서 분별이 없음을 관찰하고, 일곱은 중생들의 성품이 평등함을 분명히 알아 평등한 마음을 증득하고, 여덟은 중생들과 함께 나고 죽는 큰 불[大火]에서 뛰어나기를 원하고, 아홉은 자기가 이미 벗어나고는 또 모든 중생을 빼내고, 열은 모든 중생을 걱정 없는 곳에 평등하게 두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세간의 어떤 장자나 거사가 아들 다섯 형제를 기르면서 평등하게 사랑하여 생활도구들도 평등하게 주어 다르게 함이 없었으나, 그 아들들은 어리고 소견이 없어 온갖 것을 분별하지 못하였고, 또 그 때에 장자의 집에서 불이 일어났는데 그 아들들이 제각기 따로 있었다면,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장자의 아들을 구해내려는 마음이 누구는 먼저 구하고 누구는 나중에 구하려 하겠는가?”
“장자의 마음에는 평등하여 먼저나 나중이라는 분별이 없고, 가까이 만나는 대로 먼저 구제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이 나고 죽는 집에 있어서 삼독(三毒)의 치성한 불이 갑자기 일어났는데, 마음이 어리석어 아무 분별이 없고 제각기 업을 따라서 다섯 갈래에 태어나는 것을 보살이 평등한 마음으로 조복하여 성숙하되 가까이 있는 이부터 먼저 구제하여 성숙시켜 고요한 국토에 편안히 있게 하느니라.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중생들에게 대하여 평등함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모든 여래께 진실한 공양 닦음을 성취하느니라.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법으로써 공양하고, 둘은 모든 행을 닦고, 셋은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이롭게 하고, 넷은 자비심으로 따라서 거두어 주고, 다섯은 여래의 힘으로 모든 것을 순종하고, 여섯은 모든 선한 법을 권하고 닦아서 버리지 말고, 일곱은 모든 보살의 사업을 버리지 말고, 여덟은 말과 같이 행하고 행과 같이 말하며, 아홉은 오래도록 두루 닦으면서 마음에 고달픔이 없고, 열은 큰 보리심을 항상 버리지 않는 것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갖추면 여래께 진실하게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요, 재물이나 음식이나 의복으로써 하는 것을 진실한 공양이라 하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는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까닭이니, 마치 효자가 부모의 얼굴을 받들어 마음을 조금도 버리지 않는 것 같으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그 부모를 공경하면 아들은 몇 배나 그 사람을 존중하리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중생이 법에 공양하면 이것이 참으로 여래께 공양을 성취함이니, 여래들은 법을 존중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행을 닦는 데서 오는 것이니, 만일 행을 닦으면 곧 여래께 공양함을 성취함이니라.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시는 것은 본래 중생들을 이익케 하려는 연고며,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려는 연고며, 이익과 즐거움을 따라 힘이 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만일 모든 선한 법을 권하여 닦지 아니하면 중생들을 이익하고 즐겁게 하지 못하며, 보살의 닦는 일을 버리면 중생들을 이익하고 즐겁게 하지 못하며, 만일 말과 같이 행하지 못하고 행과 같이 말하지 못하면 중생들을 이익하고 즐겁게 하지 못하며, 마음이 용렬하여 고달픈 생각을 내면 중생들을 이익하고 즐겁게 하지 못하며, 잠깐이라도 보리심을 버리면 중생들을 이익하고 즐겁게 하지 못하느니라.
왜냐 하면, 선남자여, 보살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니, 만일 중생이 없으면 모든 보살이 정각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렇게 법공양을 이해하면 여래께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니, 세간의 재물이나 음식으로써 하는 것을 공양이라고 이름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여래께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이때에 문수사리는 이와 같이 한량없고 끝없는 미묘한 법과 뜻을 보여, 선재동자를 권면하여 닦아 익히게 하고는 신력을 도로 거두고 홀연히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62. 보현보살을 만나다
1) 보살의 경계를 보고 얻은 이익
그 때에 선재동자는 곧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선지식들을 보고, 모두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여 기쁘게 하고, 가르침을 순종하여 받아 행하며, 더 나아가 일체지의 뜻을 구하여 부처님 경계에 결정한 이해를 내었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 바다는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교법 구름을 내어 온갖 것을 덮으며, 비로자나의 넓고 큰 몸 구름에는 사랑과 공경이 더하고, 보살들의 걸림없는 해탈에는 마음이 편안히 머물며, 여래의 넓은 문인 집착 없는 깨끗한 눈을 빨리 내어 모든 부처님들의 수행이 원만한 공덕 바다를 관찰하며, 여래의 행을 쌓아 닦은 일체지를 깊이 믿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일체지의 도를 돕는 법을 빨리 늘게 하며, 모든 보살의 깨끗하고 깊은 마음으로 잘 회향하고 삼세의 모든 여래들이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함을 잘 알며, 모든 부처님의 교법 바다에 깊이 들어가 부처님들의 법 수레를 순종하여 알며, 모든 세간에 그림자처럼 나타나서 보살들의 서원 바다에 깊이 들어가며, 모든 겁이 다하도록 보살의 행을 닦고 넓은 문의 지혜를 얻어 여래의 경계를 비추며, 보살들의 모든 선근을 늘게 하여 일체지의 깨끗한 광명을 얻으며, 시방의 모든 법계를 두루 비추어 온갖 세계에서 중생들을 교화하며, 수행할 마음을 내고 이익을 성취하여 나고 죽는 종류를 따라서 알며, 번뇌와 업의 모든 장애의 산을 부수고 장애가 법을 따라서 깨달으며, 법계의 평등한 지위에 들어가 고요한 보살의 해탈에 항상 머물며, 모든 여래의 경계를 구하고 여러 여래의 위신력으로 가지(加持)하려 하였다.
선재동자가 이와 같이 세밀한 관찰을 일으켜 보현보살의 깊은 경계에 머물렀으므로, 곧 보현보살의 이름과 보현의 행과 훌륭한 큰 서원과 처음 마음 낸 때부터 도를 돕는 일과 눈앞에서 내는 훌륭한 공덕과 미세한 위의를 들었으며, 또 보현보살의 지위와 지위의 처소와 지위의 차별과 지위의 자재한 행과 지위의 차별하게 머무름과 지위의 용맹과 지위의 위덕과 지위의 함께 머무름을 들었다.
이런 것을 듣고는 보현보살을 뵈오려고 사모하여, 곧 금강해장 보리도량의 부처님 사자좌 앞에 있는 온갖 보배로 된 연화장 자리 위에서 허공계와 상당한 크고 넓은 마음을 일으키고, 눈앞에 있는 모든 집착하는 마음을 빼어 버리고, 온갖 공덕의 물들지 않는 마음을 모으고, 온갖 세계를 깨끗이 하는 생각 없는 마음과 온갖 법을 아는 즐거운 마음, 온갖 경계를 관찰하는 걸림없는 마음, 온갖 방위에 들어가는 두루하는 마음, 온갖 행을 행하는 장애 없는 마음, 일체지의 경계를 깨끗이 하는 묘한 행의 자재한 마음, 모든 보살의 도량 장엄을 보는 깨끗하고 밝은 마음, 모든 여래의 법바다에 들어가는 크고 넓은 마음, 온갖 중생을 조복하고 성숙하는 두루하는 마음, 온갖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는 한량없는 마음, 온갖 대중을 그림자처럼 아는 마음, 온갖 겁에 끝없이 머무는 마음, 여래의 력(力)과 무소외(無所畏)와 불공불법(不共佛法)을 끝까지 다하여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일으켰다.
선재동자가 이러한 마음을 일으키고는 자기의 선근으로 윤택해짐을 말미암아, 여러 여래의 가피력을 말미암아, 보현보살과 같은 선근의 힘으로 말미암아 보현보살을 뵈오려 할 적에, 열 가지 상서가 있었으니,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여래의 도량이 장엄함을 보고, 둘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나쁜 갈래[惡道]와 모든 잡된 종류가 없음을 보고, 셋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훌륭한 여러 가지 연꽃으로 장엄함을 보고, 넷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모든 중생의 몸과 마음이 서늘함을 보고, 다섯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보배로 자체가 되어 모양이 장엄함을 보고, 여섯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중생들이 가지가지 몸매와 잘생긴 모양으로 몸을 장엄함을 보고, 일곱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모든 장엄 구름들이 위에 덮임을 보고, 여덟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중생들이 서로 사랑스런 마음으로 번갈아 이익함을 보고, 아홉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보리도량의 형체가 장엄함을 보고, 열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깨끗하여 중생들의 마음에 부처님들을 항상 따라서 기억하고 생각함을 보았으니, 이것이 열이었다.
또 열 가지 큰 광명을 보았으니, 그 열 가지란, 하나는 온갖 세계에 있는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광명 그물을 내어 두루 비침을 보고, 둘은 그러한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둥근 광명 바퀴 구름을 내어 한량없고 수없는 가지각색 빛깔이 법계에 두루함을 보고, 셋은 그러한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여래의 영상 구름을 내어 법계에 두루함을 보고, 넷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여래의 불꽃 빛 바퀴 구름을 내어 법계에 두루함을 보고, 다섯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묘한 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 화만 따위의 구름을 내어 시방의 법계에 두루하여 큰소리를 내어 보현보살의 온갖 행원의 공덕 바다를 칭찬함을 보고, 여섯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해·달·별들의 광명 구름을 내고 거기서 모두 보현보살의 광명을 놓아 법계에 가득함을 보고, 일곱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각색 중생의 형상 등불 구름을 내는데, 마치 부처님 광명처럼 법계에 두루 비침을 보고, 여덟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여래 몸 영상 마니보배 구름을 내어 법계에 두루함을 보고, 아홉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여래 영상 광명 몸 구름을 내어 큰 비처럼 여래의 큰 서원과 위덕의 힘을 말함을 보고, 열은 낱낱 티끌 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보살의 원만한 광명 영상 몸 구름을 내어 중생들을 따라 가지가지로 변화하여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좋아하는 생각을 내게 하여, 이러한 일이 법계에 두루함을 보았으니, 이것이 열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열 가지 광명을 보고는 '내가 이제 반드시 보현보살을 뵈오리라’고 생각하였다. 선재동자는 자기 선근의 빛이 비치는 힘에 머물며, 모든 여래가 두호하고 염려하는 힘에 머물러서 부처님 법의 두루하는 지혜 광명을 내어 보현보살의 행은 눈앞에 비치어 알며, 보현보살의 서원에는 끝없는 데까지 깊이 들어가고 모든 여래의 경계는 깊은 마음으로 믿어 알고 보살들의 광대한 경계에는 결정한 힘을 얻었으며, 보현보살을 볼 수 있는 생각을 모으고, 여래의 일체종지(一切種智)에 깊이 들어가고, 모든 감관을 두루 거두어 고요하게 하고, 큰 정진을 일으켜 물러가지 아니하고 몸과 마음이 시방세계에 두루 나타나서, 넓은 눈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모임 가운데 장엄거리를 관찰하니 모든 경계가 보현보살을 뵈올 생각을 지으며, 지혜의 눈으로써 보현보살이 처음 마음을 낸 적부터 행하던 도를 관찰하니 그 마음이 넓어서 허공과 같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大悲]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으며, 위엄과 공덕으로 가지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현보살을 여의지 아니하려 하며, 평등한 마음으로 보현의 행을 행하며, 잠깐 잠깐마다 순종하여 깨끗하고 자재하며, 항상 여래의 경계에 머무르려 하며, 보현보살의 가지가지 지혜의 지위[地]를 성취하려 하였다.
선재동자가 이러한 관찰을 구족히 원만하고는, 보현보살이 비로자나여래·응공·등정각 앞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으심을 보았다. 모든 보살 대중이 둘러 모셨는데, 몸매가 특별하여 세상에 같을 이가 없으며, 지혜와 공덕과 가지가지 경계가 헤아릴 수 없으며, 모든 보살을 세밀하게 살펴보아 가이없으며 모든 여래와 더불어 평등하여 둘이 없었다.
선재동자가 보현보살의 몸을 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광명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게 광명이 널리 비치어 중생들의 고통 근심을 덜어 없애며, 또 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각색 둥근 광명 구름을 내어, 보살들로 하여금 크나 큰 즐거움을 빨리 자라게 하며, 또 보현보살의 정수리와 두 어깨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각색 향기 불꽃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있는 부처님들 대중이 모인 도량에 두루 향기 비를 내려 두루 풍기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각색 꽃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여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두루 퍼져 묘한 꽃을 내리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장엄하는 향나무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여래들이 대중이 모인 도량에 두루하여 끝없는 바르는 향·가루향 모든 향들을 내리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의복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훌륭한 옷들을 비내려 널리 장엄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비단 구름과 가지가지 영락 구름과 가지가지 여의주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여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두루하여 모든 영락과 비단 구름을 비내려서 중생들로하여금 즐거움을 이루게 함을 보았다.
또 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보배 나무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고 다시 모든 보배 나무 광 속으로부터 모든 별빛 구름을 흘러내어 가지가지로 모든 여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모든 보배를 비내렸으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색계천 하늘의 몸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보리심을 찬탄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범천 권속의 몸 구름을 내어, 모든 여래께 법 수레 운전하기를 청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욕계천 하늘의 몸 구름을 내어, 일체의 여래들께서 말씀하시는 묘한 법문을 수호하고 받아 가지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삼세의 온갖 부처님 세계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모든 중생으로서 의지없는 이들에게는 의지가 되고, 덮어 보호할 것이 없는 이들에게는 덮어 보호하고, 돌아갈 데 없는 이들에게는 돌아갈 데가 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깨끗한 세계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이 그 가운데 나타나 보살 대중이 모인 청정한 도량에서 중생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좋아하여 깨끗함을 얻게 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깨끗하면서 깨끗하지 못한 세계 구름을 나타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뒤섞여 물든 중생들로 하여금 깨끗하게 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깨끗하지 못하면서 깨끗한 세계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순수하게 물든 중생들로 하여금 깨끗하게 함을 보았다.
또 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중생 몸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성숙함을 얻게 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보살 몸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가지가지 부처님의 이름을 칭찬하여 중생들로 선근이 자라게 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보살 몸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부처님과 보살들의 처음 마음을 낸 적부터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여 생긴 선근을 선전하여 나타내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보살 몸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온갖 세계에 두루하여 낱낱 세계 중에서 보현보살의 묘한 행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서원 바다를 드러내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보현보살의 수행 구름을 내어,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닦아 익혀, 일체지의 자체를 빨리 원만케 하며, 또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 잠깐마다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정각(正覺)의 몸 구름을 내어, 온갖 세계에서 정각을 이루며, 일체지를 나타내어 보살들로 하여금 큰 법을 널리 모으고 빨리 자라서 눈앞에서 깨닫게 함을 보았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와 같이 자재한 신통 경계를 보고, 기쁘고 즐거움이 몸과 마음에 두루하여 다시 관찰하였다. 보현보살 몸의 낱낱 부분과 낱낱 마디와 낱낱 털구멍을 보니, 거기 모두 삼천대천세계가 있으며, 그 세계에 있는 모든 지대(地大)·수대(水大)·화대(火大)·풍대(風大)와 바다의 사주(四洲) 세계와 수미산과 철위산과 모든 보배산들과 나라와 도시와 궁전과 동산과 내지 지옥·아귀·축생·염마라왕의 세계와 하늘과 용의 팔부(八部)와 사람과 사람 아닌 것과 욕계·색계·무색계와 해·달·별·바람·구름·우레·번개와 낮과 밤과 달과 때[時]와 해[年]와 겁[劫]과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심과 보살 대중과 도량의 장엄 따위를 모두 분명히 보았다.
이 세계를 보는 것같이, 동쪽 끝까지 가지가지 세계도 그러하고, 동쪽과 같이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도 역시 그와 같았으며, 지금의 시방세계를 보는 것같이, 끝없이 지난 세월과 끝없는 오는 세월의 가지가지 세계가 상속(相續)하여 끊어지지 아니함도 그와 같아서, 각각 차별하여 서로서로 드나들면서도 복잡하거나 혼란하지 아니함을 보았다.
이 비로자나부처님의 연화장 사자좌 위에서 이러한 유희와 신통을 나타내는 것같이, 동방 연화길상(蓮華吉祥) 세계의 현길상(賢吉祥)여래 계신 데서 나타내는 유희와 신통도 그와 같았고, 현길상여래 계신 데서와 같이, 동방·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모든 세계도 그와 같았다.
이와 같이 시방 모든 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도 모두 법계와 부처님의 대중이 있고, 그 낱낱 부처님 계신 데마다 모두 보현보살이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서 온갖 유희와 신통을 나타내는 것도 역시 그러하였다.
또 낱낱 보현보살의 몸속에서 모두 삼세의 모든 경계를 보게 되는 것이, 마치 거울 속에 그림자가 나타나듯 하였다. 곧 일체의 부처님 세계와 온갖 생활 도구와 온갖 중생과 온갖 부처님들이 나시는 일과 일체의 보살들이 모인 도량을 보았으며, 또 중생들의 가지각색 소리를 들었으니, 모든 부처님 소리, 모든 여래와 법 수레 운전하는 소리, 모든 여래의 유희신통 소리, 모든 보살들의 잘 일러주는 소리와 모든 보살의 신통 경계 소리와 보살의 지혜와 신통과 보살의 널리 모음과 보살의 법문 말씀과 보살의 유희와 같은 이러한 소리들을 들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와 같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유희신통을 보고 듣고는 곧 열 가지 지혜[智]바라밀을 얻었으니, 그 열 가지란 하나는 잠깐 잠깐마다 몸이 모든 세계에 가득 차는 지혜바라밀이요, 둘은 잠깐 잠깐마다 모든 부처님 계신 데 각각 나아가는 지혜바라밀이요, 셋은 잠깐 잠깐마다 온갖 여래께 공양하는 지혜바라밀이요, 넷은 잠깐 잠깐마다 모든 여래 계신 데서 법을 듣고 받아 가지는 지혜바라밀이요, 다섯은 잠깐 잠깐마다 모든 여래의 온갖 법 수레를 자세히 관찰하는 지혜바라밀이요, 여섯은 잠깐 잠깐마다 모든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신통을 아는 지혜바라밀이요, 일곱은 잠깐 잠깐마다 한 구절 법문을 말하되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변재가 다하지 않는 지혜바라밀이요, 여덟은 잠깐 잠깐마다 지혜 바다가 앞에 나타나 온갖 법을 관찰하는 지혜바라밀이요, 아홉은 잠깐 잠깐마다 모든 법계의 교법 바다를 얻는 지혜바라밀이요, 열은 잠깐 잠깐마다 모든 중생을 알면서도 중생이란 생각을 여의는 지혜바라밀이다. 그 하나하나가 잠깐 잠깐마다 보현보살의 지혜와 행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지혜바라밀이었다.
선재동자가 이미 이것을 얻은 뒤에 보현보살이 오른손을 내밀어 선재의 정수리를 만지니, 선재동자는 즉시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여러 삼매에 들어갔다. 이 삼매들은 각각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삼매로 권속을 삼았고, 낱낱 삼매는 예전에 보지 못하고 예전에 듣지 못하던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가지가지 세계의 부처님 모임을 얻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의 도를 얻는 기구를 늘리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의 법문을 나타내고,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처음 내던 일체지의 마음을 성취하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의 서원 바다에 깊이 들어가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로 출요(出要)의 도를 내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의 보살행을 닦아 익히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의 빠른 힘을 원만하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일체지의 넓은 광명이 비침을 얻었다.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부처님 계신 데서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질 적에 얻은 법문과 같이,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와 저 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 있는 온갖 세계의 모든 부처님 계신 데서도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졌고, 그 때에 얻은 법문도 역시 이와 같았다.
2) 깊은 원인과 걸림없는 공용
이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선재동자에게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신통력을 보았는가?”
“거룩하신 이여, 그러하나이다. 이미 보았사오니, 이 헤아릴 수 없는 큰 신통은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서야 알 수 있는 것이옵니다.”
“선남자여, 나는 말할 수 없는 겁 동안에 보살행을 행하면서 일체지를 구할 적에, 낱낱 겁 중에서 보리심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여래를 섬겼으며, 낱낱 겁 동안에 일체지의 복덕을 모으기 위하여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광대한 보시하는 모임을 베풀었으니, 모든 세간에 가장 훌륭하여 비길 데 없는 것을 모두 중생들에게 회향하였으며, 낱낱 겁 동안에 일체지의 법을 구하기 위하여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재물로 크게 보시하였으며, 낱낱 겁 동안에 부처님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나라와 왕의 자리와 시골과 도시와 마을과 궁전과 처자와 권속과 몸 붙이와 사지와 마디와 눈·귀·코·혀와 목숨까지도 보시하였으며, 낱낱 겁 동안에 일체지의 머리를 구하기 위하여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머리로써 보시하였으며, 낱낱 겁 동안에 일체지를 구하기 위하여,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여래 계신 데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고, 훌륭한 의복과 약과 온갖 필요한 것을 모두 받들어 이바지하였으며, 그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교법을 받아 가지고 따라서 행을 닦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저러한 대겁(大劫) 동안에 잠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순종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며, 저러한 겁 동안에 잠깐도 성내거나 해하려 하는 마음이나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 하는 마음과 나와 남을 차별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였으며, 잠깐도 보리심을 여의거나 나고 죽는 데서 고달픈 마음을 일으키거나 하열(下劣)한 마음을 내거나 게으른 마음을 품거나 장애하는 마음이 있었거나 미혹한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였고, 오직 위가 없고 무너뜨릴 수 없고 일체지의 성품인 보리심에 머물렀노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부처님 세계를 모두 깨끗이 장엄하였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구호하고 교화하고 성숙하여 깨끗하게 하였으며, 모든 부처님과 선지식들을 공양하며 섬기고, 저 부처님과 선지식에게 바른 법을 구하기 위하여 널리 선전하고 보호하여 가졌으며, 안과 밖에 있는 모든 것을 모두 버리었고, 몸과 목숨까지도 아끼지 아니하였으며, 이렇게 한량없이 상응하여 행하여야 할 행을 원만하였으니, 모든 겁 바다에서 이 인연을 말하려 하여도 겁 바다는 끝날지언정 이것은 끝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의 법 바다에서 한 글자 한 글귀도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서 구하여 얻지 않은 것이 없으며,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서 구하여 얻지 아니한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구한 법은 모두 중생들을 구호하기 위하여 생각 생각이 서로 잇따라 세밀하게 관찰하여 훌륭한 법이 앞에 나타나게 한 것이며, 지혜의 광명으로 모든 세간을 비추어 보이려 한 것이며, 출세간의 지혜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한 것이며, 모든 여래가 가지신 공덕을 널리 칭찬하기 위한 것이니라. 내가 이러한 등의 지난 세상에 한 원만하게 상응한 행의 문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 말하여도 다할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도를 돕는 법을 모은 힘과 선근을 자라게 한 힘과 극히 깊은 믿음을 넓힌 힘, 공덕을 닦아 행한 힘, 온갖 법을 진실하게 관찰한 힘, 온갖 지혜의 눈을 성취한 힘과 여러 여래의 가지(加持)한 힘, 가지가지 큰 서원으로 일으킨 힘, 끝없이 크게 불쌍히 여기는 흔들 수 없는 힘, 미묘한 지혜와 신통을 깨끗이 한 힘, 가지가지 선지식의 거두어 준 힘으로써 이렇게 삼세의 끝까지 평등하고 청정한 법신을 얻었으며, 위없이 깨끗한 색신을 얻어 세간을 초월하였고, 중생들의 가지가지로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서 초월하였고, 중생들의 가지가지로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서 형상을 나타내어 모든 세계에 들어가며, 온갖 곳에 두루하며, 그들을 따라서 널리 신통을 나타내어 보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즐겨하지 않는 이가 없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원만하고 광대한 이 위덕의 몸을 보는가? 마땅히 자세하게 생각하고 살펴보라. 선남자여, 나의 이 미묘한 몸은 끝없는 겁 동안에 성취한 것이므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내도 나타나기 어렵고 보기도 어려우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선근을 심지 못하였거나 조그만 선근으로는 나의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나의 몸을 볼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나의 이름을 들으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할 것이니, 나를 보거나 생각하거나 환영하거나 전송하거나 잠깐만 따라다니거나 꿈속에서 만났더라도 모두 그러할 것이다.
어떤 중생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나를 생각하고 따라서 수행하면 성숙함을 얻고, 혹은 이레 낮 이레 밤이나 반달이나 한 달이나 반년이나 일 년이나, 백 년·천 년·한 겁·백 겁, 혹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나를 생각하고 성숙할 이도 있으며, 혹은 한 생이나 백 생이나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생(生)에 나를 생각하고 성숙하기도 하며, 혹은 나의 둥근 광명을 보거나 광명 놓는 것을 보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혹은 신통이 세계를 진동함을 보거나, 혹은 두려운 마음을 내거나 즐거운 생각을 내는 이는 모두 성숙하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방편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또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나의 깨끗한 세계를 보거나 들은 이는 반드시 나의 깨끗한 세계에 태어나고, 만일 중생이 나의 깨끗한 몸을 보거나 들은 이는 반드시 나의 깨끗한 몸 가운데 태어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위덕 있고 깨끗한 몸을 자세히 살펴보라.
이때에 선재동자가 자세하게 보현보살의 몸을 살펴보니, 낱낱 털구멍 속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가 있고, 낱낱 세계마다 모두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시어 그 가운데 가득하였는데 보살 대중들이 둘러 모셨으며, 저 세계들이 가지가지로 건립되고, 가지가지 형상, 가지가지 장엄, 가지가지 큰 산으로 둘러쌌고, 가지각색 구름이 위에 덮이고, 수많은 부처님들이 나시어 가지가지로 법을 연설하시니, 이런 일들이 각각 같지 아니함을 보았다.
한 털구멍 속과 같이 온갖 털구멍 속과 낱낱 몸매[相]와 낱낱 잘생긴 모양[好]과 낱낱 팔다리 마디와 속이 모두 그러하였다. 또 보니 보현보살의 낱낱 세계 가운데서 모든 세계의 부처님 티끌 수 같은 부처님의 변화한 몸 구름을 내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서 중생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숙케 하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가르침을 따라 보현보살의 몸과 털구멍 속에 있는 시방의 온갖 세계에 들어가서 중생을 교화하였다.
또 선재동자가 지금까지 만나 본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선지식에게 나아가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여, 모든 선근을 모으고 자라게 한 지혜의 광명으로써 지금 보현보살을 잠깐 보고서 얻은 선근에 비교하면, 백 분의 일도 못 되고, 천 분의 일도 못 되고, 백천 분의 일도 못 되며, 백천억 분의 일, 산수 분·비유 분·우바니사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선재동자가 처음 마음 낸 뒤부터 보현보살을 만날 때까지의 그 중간에 들어간 세계해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않거니와, 지금 보현보살의 한 털구멍 속에서 잠깐 동안에 들어간 세계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않는 것은, 앞의 것에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절이 되고, 한 털구멍 속과 같이 온갖 털구멍 속이 모두 그러하였다.
또 선재동자가 보현보살의 털구멍 속에 있는 세계에서 한 발걸음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는데, 이렇게 가기를 오는 세상의 겁이 끝나도록 가더라도, 한 털구멍 속에 있는 가지가지 세계해의 서로 계속함과 세계해의 광[藏]과 세계해의 차별과 세계해의 나오는 문[出生門]과 세계해의 이루어짐과 세계해의 파괴와 세계해 장엄의 끝단 데 역시 알지 못하며, 부처님 바다가 출현하여 서로 계속함과 부처님 바다가 출현하는 광과 부처님 바다의 차별과 부처님 바다의 나오는 문과 부처님 바다의 나는 것[生]과 부처님 바다의 없어지는 것의 끝단 데 역시 알지 못하며, 보살 대중의 도량 바다가 서로 계속함과 보살 대중 바다의 광과 보살 대중 바다의 차별과 보살 대중 바다의 나오는 문과 보살 대중 바다의 모임[集]과 보살 대중 바다의 흩어지는 것의 끝단 데도 알지 못하며, 중생 세계에 들어가고 중생의 근성을 알고 중생들을 교화하여 조복하고 중생들의 지혜를 깨닫게 하여 성숙함과 보살의 머무는 자재한 신통과 보살의 들어가는 지위와 길과 이런 따위의 바다도 모두 그 끝단 데를 알지 못하였다.
선재동자가 보현보살의 털구멍 세계에서 어떤 세계는 하루 동안에 다니고, 어떤 세계는 일 년 동안에 다니고, 내지 어떤 세계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다니면서도 움직이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잠깐 잠깐마다 끝없는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며 조복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향하게 하였다.
이러한 때에 선재동자는 차례차례 보현보살의 행과 원의 바다를 얻어 모두 평등하였으니 보현보살과 같고, 부처님들과 같아서 한 몸이 모든 세계에 가득 참이 같고, 모든 행이 원만함이 같고, 정각이 앞에 나타남이 같고, 신통의 큰 작용[大用]이 같고, 가지가지 법 수레 가 같고, 깨끗한 변재가 같고, 말을 내는 것이 같고, 가지가지 음성이 같고, 력(力)과 무소외(無所畏)가 같고, 가지가지 부처님의 머뭄이 같고, 대자대비가 같으며 내지 헤아릴 수 없는 해탈과 자재함이 모두 같았다.
3)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게송
그 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은 모든 보살 대중과 선재동자를 살펴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들은 의심하는 때를 여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여래께서 구족한 바라밀과
해탈의 참된 길 내가 말하리.
부드럽고 잘난 장부 세상 뛰어나
마음이 깨끗하기 허공과 같고
지혜해의 큰 광명 항상 놓아서
세간을 두루 비쳐 미혹의 어둠 없애네.
여래는 뵈옵거나 듣기 어려워
한량없는 억천 겁에 지금 만나니
우담화 좋은 꽃이 어쩌다 핀 듯
그러기에 부처 공덕 들어야 하네.
세간을 따라가며 하시는 일이
요술장이 모든 일을 나타내는 듯
중생 마음 기쁘도록 하기 위할 뿐
한 생각도 모든 분별 낸 적이 없네.
이때에 보살들은 이 말씀을 듣고 일심으로 우러르면서 원을 내어, 부처님의 진실한 이치와 모든 공덕을 듣고자 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보현보살은 모든 행이 원만하고, 성품이 깨끗하여 말한 대로 행하고, 행하는 대로 말하는 이므로, 모든 여래가 다 같이 칭찬하는 바로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깊이 사모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 때에 보현보살은 가지가지 공덕과 지혜를 원만하고, 몸과 마음을 장엄한 것이 마치 연꽃이 삼계의 모든 티끌에 물들지 않는 듯하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지금 부처님 공덕 바다 중에서 한 방울만큼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나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 지혜 크고 넓기 허공 같아서
중생들의 마음마다 두루하시고
이 세상의 헛된 생각 없는 줄 알아
갖가지 다른 분별을 내지 않으며
한 생각에 삼세법을 모두 다 알며
모든 중생 근성들을 분명히 알아
비유컨대 공교로운 환술쟁이가
잠깐 잠깐 만드는 일 한량없듯이
중생들의 마음씨가 각각 다르고
지난 세상 지은 업과 소원을 따라
보는 것도 제각기 다르지마는
부처님 맘 고요하여 변동치 않네.
어떤 이는 간 데마다 부처님께서
시방세계 가득함을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 마음이 깨끗치 못해
억천 겁에 부처님을 보지 못하며
어떤 이는 깊이 믿고 나[我]가 없나니
잠깐 동안 뜻을 내어 여래를 보고
어떤 이는 거짓 많고 마음 더러워
억겁 동안 구하여도 만나지 못해.
간 데마다 부처님 음성 듣나니
미묘한 그 음성 마음 기쁘게 하네.
어떤 이는 백천만억 겁을 지나도
마음이 부정하여 듣지 못하며
어떤 이는 깨끗하온 큰 보살들이
삼천대천세계 안에 가득하여서
모두 다 보현행을 갖춘 가운데
부처님이 의젓하게 앉음을 보고
혹은 보니 이 세계 묘하기 짝이 없음을
오랜 겁에 부처님들 장엄하신 것
거룩하신 비로자나부처님께서
그 안에서 보리도를 깨달으셨네.
혹은 보니 훌륭한 연화세계에
현수여래 그 안에 앉아 계신데
한량없는 보살 대중 둘러 모시고
부지런히 보현행을 닦기도 하며
어떤 이는 무량수불 계심을 보니
관자재보살 등이 둘러 모시고
정수리에 물을 붓는 지위에 있어
한량없는 시방세계 가득하였고
어떤 이는 삼천대천세계들이
묘희(妙喜) 세계 모든 장엄 갖춘 듯한데
그 가운데 아촉여래 앉아 계시고
향상(香象) 같은 여러 보살 모두 뵈옵고
혹은 보니 소문난 월각(月覺)부처님께서
금강당보살들과 함께하시어
거울처럼 묘한 장엄에 머무르시고
청정한 시방세계 두루하시네.
혹은 보니 일장(日藏) 세존께서
넓은 광명 깨끗하온 세계에 계셔
관정하는 지위 얻은 보살과 함께
시방에서 가득하여 법을 설하고
혹은 보니 금강 큰 불꽃 부처님께서
지혜 짐대 보살들과 함께하시어
크고 넓은 여러 세계 다니시면서
법을 설해 중생 어둠 제거하시네.
하나하나 털끝마다 말할 수 없는
삼십이상 구족하신 부처님들이
많은 보살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법을 설해 중생들을 제도하시며
혹은 보니 부처님의 털구멍마다
구족하게 장엄한 넓은 세계에
한량없는 부처님들 거기 계시며
청정하온 불자들이 가득하였고
혹은 보니 시방의 평등한 세계
조그마한 티끌 속에 전부 다 있고
한량없는 보살들이 가득 차 있어
말할 수 없는 겁에 행을 닦으며
혹은 보니 하나의 털 끝에
한량없는 티끌 수의 세계해 있어
갖가지 짓는 업이 서로 다른데
비로자나부처님 법륜(法輪) 굴리고
혹은 보니 어떤 세계 깨끗치 않고
깨끗하온 어떤 세계 보배로 되고
여래의 수명들도 한량없으며
열반하실 때까지 모두 나타내
시방의 모든 세계 끝단 데까지
갖가지로 부사의한 일 보이고
중생들 마음과 지혜의 차이를 따라
교화하고 제도하여 깨끗케 하며
이와 같이 위없는 큰 조어사(調御士)께서
시방의 온 세계에 가득하시어
가지가지 신통한 힘 나타내심을
내가 조금 말하리니 그대 들으라.
혹은 보니 석가세존 성불하신 지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이미 지냈고
혹은 보니 처음으로 보살이 되어
시방세계 모든 중생 이익하시며
혹은 보니 거룩하온 석가 사자가
부처님들 공양하여 도를 닦으며
혹은 보니 인간에서 가장 높은 이
가지가지 신통한 일 나타내시고
혹은 보시 혹은 지계 혹은 인욕과
정진하고 선정 닦고 혹은 반야며
방편이며 서원이며 힘과 지혜로
중생들의 마음 따라 나타내시네.
혹은 보니 바라밀 끝내 이루고
혹은 보니 여러 지위 머물러 있어
다라니와 삼매와 신통과 지혜
모든 것을 남김없이 나타내시며
한량없는 겁 동안에 행을 닦아서
보살의 참는 자리 있기도 하고
물러가지 않는 지위에 있기도 하며
법의 물로써 정수리에 붓기도 하고
범천·제석·호세천 몸 나타도 내고
찰제리와 바라문의 몸도 나타내
가지가지 몸매로써 장엄하는 일
요술쟁이 여러 형상 나타내듯이
혹은 도솔천궁에서 내려오시며
혹은 보니 왕궁에서 첩[嬪御]을 맞으며
혹은 보니 모든 영화 모두 버리고
궁궐 떠나 도 배우러 산으로 가며
혹은 처음 태어남과 죽음을 보며
어떤 때는 출가하여 외도 행[異行]을 배우며
혹은 보니 보리수 아래 앉아서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 이루며
혹은 보니 부처님이 처음 열반하시고
혹은 보니 탑을 세워 세간에 가득
혹은 보니 탑 속에 부처 형상 모시기도 해
중생들의 마음 따라 몸을 나투네.
혹은 보니 무량수여래께서
여러 보살 대중에게 수기 주시니
진실하온 대도사를 이루시어서
보처불로 극락세계 머무시오며
혹은 보니 한량없는 억천 겁 동안
많은 불사 지으시고 열반에 들며
혹은 보니 처음으로 보리 이루고
혹은 보니 묘한 행을 한창 닦나니
혹은 보니 여래의 청정한 달이
범천 세계 악마 궁전 모두 계시며
자재천궁 화락천궁 여러 곳에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 나타내시며
혹은 보니 도솔천궁 머무르매
한량없는 천인들이 주위를 돌고
그들에게 설법하여 기쁘게 하며
한결같은 신심으로 공양케 하네.
혹은 보니 야마천과 도리천,
호세(護世)와 용신(龍神)의 처소
이와 같은 가지각색 여러 궁전에
간 데마다 그 가운데 몸을 나타내.
연등불 세존께 꽃을 흩으며
머리칼을 땅에 깔아 공양하옵고
그 뒤부터 묘한 법을 분명히 알아
이 법으로 중생들을 늘 교화하며
혹은 보니 오래 전에 열반에 들고
혹은 보니 처음으로 보리 이루며
혹은 보니 한량없는 겁에 머물고
혹은 보니 잠깐 만에 열반도 하며
몸의 모습 광명과 수명
지혜나 보리나 열반하는 일
모든 대중 교화하는 위의와 음성
이런 것이 하나하나 한량없으며
어떤 때는 엄청난 몸을 나투니
보배로 된 수미산과 비슷도 하고
혹은 보니 가부하여 움직임 없고
한량없는 모든 세계 가득하시며
혹은 보니 둥근 광명 한 길도 되고
혹은 보니 천만억 유순도 되며
한량없는 국토에 비치다가도
혹은 보니 온갖 세계 가득 차나니
혹은 보니 부처님이 팔십년 살고
혹은 백천 만억 해를 살기도 하며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살기도 하여
이와 같이 몇 곱을 지나도 가네.
부처 지혜 깨끗하고 걸림이 없어
한 찰나에 삼세법을 널리 아시니
마음과 식(識)과 인연 따라 나타내는 일
생과 멸이 무상(無常)하고 제 성품 없어
한 세계서 정각을 이루시거든
온갖 세계 어디서나 그와 같으며
모든 것이 하나 되고, 하나도 그래
중생들의 마음 따라 보이시는 일
여래의 위없는 도 편안히 계셔
십력(十力)과 사무외(四無畏)를 이루고
걸림없는 큰 지혜를 원만하시어
십이행상(十二行相) 법륜을 굴리시니
고·집·멸·도를 널리 아시며
연기법(緣起法) 자세히 분별을 하고
걸림없는 네 가지 변재를 얻어
두려울 것 하나 없이 연설하시네.
모든 법이 나[我]가 없고 모양 없으며
업의 성품 일지 않고 잃지도 않아
허공처럼 온갖 것을 여의었건만
부처님은 방편으로 분별하시네.
여래께서 이렇게 법륜 굴리어
시방의 모든 국토 진동하시니
궁전과 산과 강이 흔들리지만
중생들 놀라는 일 없게 하시며
여래께서 큰 음성으로 연설하시어
근성과 욕망 따라 알게 하시며
마음 내어 미혹의 때 제거케 하나
부처님은 처음부터 마음 생각 내신 일 없어
혹은 보시·계행·인욕·정진과
선정·반야·방편·지혜 듣기도 하고
혹은 자(慈)·비(悲)·희(喜)·사(捨)
가지가지 차별한 말 듣기도 하며
사념처와 사정근과 사신족
오근·오력·칠각지·팔정도
모든 생각·신통과 선정·지혜 등
온갖 방편 많은 법문 듣기도 하네.
용과 신의 팔부중과 인비인(人非人)
범천·제석·호세(護世)와 여러 하늘들
부처님이 한 소리로 법을 말하사
그 종류 따라 다 알게 하시네
탐욕·성냄·어리석음·분함과 감춤
인색과 질투와 교만과 아첨
팔만 사천 번뇌가 각각 다르나
다스리는 법을 말해 듣게 하시고
희고도 깨끗한 법 닦지 못한 인
열 가가지 계행 말해 듣게 하시고
보시를 행하여서 조복된 이는
고요한 열반 소리 듣게 하시네.
어떤 이는 용렬하여 자비 없으나
나고 죽음 싫어하여 여의려 하면
세 가지 해탈문 듣게 하여서
고통 떠나 열반락을 얻게 하오며
어떤 이는 제 성품에 욕심이 적어
세 세계[三有] 등지고 적정(寂靜) 구하면
여러 연기(緣起) 설하여 듣게 하시고
독각승에 의지하여 여의게 하며
어떤 이가 큰마음이 깨끗하여서
보시 지계 모든 공덕 원만히 닦고
여래를 친근하여 자비 갖추면
대승법을 말하여 듣게 하나니
어떤 국토에선 일승법을 듣기도 하고
혹은 이승 혹은 삼승 사승과 오승
이런 법이 한량없이 많긴 하지만
이는 모두 여래의 방편이니라.
열반은 고요하여 차별 없지만
지혜와 행은 낫고 못함 차별 있나니
허공의 자체 성품 하나이지만
나는 새의 가는 거리(距離) 같지 않듯이
부처님의 법문 소리 그와 같아서
한결같이 허공계에 두루하지만
중생들의 마음과 지혜 다름을 따라
듣고 보는 그 내용이 같지 않나니
부처님은 지난 세상 닦은 행으로
중생들 뜻 따라 묘음(妙音)을 설하시나
이것저것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
누구에겐 말을 하고 뉘겐 안 하리.
여래의 얼굴에서 놓으신 광명
팔만 사천 다른 빛깔 구족하시니
말씀하는 법문들도 그와 같아서
세상에 널리 비쳐 미혹 없애네.
깨끗하온 공덕 지혜 원만하시고
세 세상을 항상 따라 순종하지만
허공이 물드는 일 없는 것같이
중생들을 위하여서 보이시나니
나고 늙고 병나 죽는 고통 보이며
길고 짧은 목숨으로 살기도 하여
이 세상을 따라가며 나타내지만
본 성품은 깨끗하여 허공과 같네.
모든 세계 한량없고 끝이 없으며
중생들의 근성 욕망 한량없으나
여래의 지혜 눈이 분명히 보고
교화할 정도 따라 불도(佛道) 보이며
시방의 허공계가 끝난 데까지
거기 있는 인간 천상 많은 대중들
그들의 생김새가 같지 않거든
부처님도 그와 같이 몸을 나타내
사문들의 큰 모임에 있을 적에는
머리와 수염 깍고 가사를 입고
옷과 발우 지니고 감관 보호하면
그네들로 번뇌 쉬고 기쁘게 하며
어떤 때에 바라문을 친근할 적엔
그를 위해 여윈 몸을 나타내시고
지팡이와 물병 들고 항상 깨끗해
지혜를 모두 갖춰 공교하게 말하며
낡은 숨은 내어쉬고 새 숨 들이켜
바람과 이슬 먹고 살아가면서
앉았거나 섰거나 꼼짝 않나니
모든 고행 나타내어 외도를 굴복
계율을 잘 지녀 세상의 스승도 되고
의술 방문 잘 알면서 이론이 구족
글씨 산수 천문 지리 모든 학술과
좋은 운수 나쁜 액난 모두 다 알고
모든 선정 모든 해탈 깊이 들었고
삼매와 신통과 지혜 행하며
말 잘하고 글 읽기를 함께 놀면서
방편으로 불도에 들게 하나니
어떤 때는 좋은 의복 몸을 꾸미고
머리에는 화관 쓰고 일산을 받고
갖은 군대 앞뒤에서 호위하면서
군중에게 위엄 펴서 작은 왕 굴복.
어떤 때는 재판하는 법관이 되어
나쁜 일은 징계하고 선한 일은 장려하며
곧은 일과 굽은 일 밝게 살피니
모든 사람 공경하며 즐겁게 탄복.
어떤 때는 제왕의 재상[輔弼]이 되어
임금의 정치하는 법을 잘 쓰니
백성들을 이익하여 시방에 두루
세간 사업 모르는 일 하나도 없네.
어떤 때는 좁쌀같은 임금도 되고
날아다니는 전륜왕 되기도 하여
여러 왕자와 궁녀 모든 사람들
교화하는 법을 따라 행하게 하며
세간 보호하는 사천왕 되기도 하고
야차왕과 용왕들이 되기도 하며
그들 위해 법문을 연설하시어
그네들 모두를 기쁘게 하며
어떤 때는 도리천의 임금이 되어
선법당(善法堂)의 기쁜 동산 머무르면서
머리에 화관 쓰고 법을 말하니
모든 하늘 쳐다보고 측량 못하네.
야마천과 도솔천에 있기도 하고
화락천과 자재천과 마왕에게서
마니보배 궁전에 거처하면서
진실한 행 말하여서 조복하시며
범천 대중 모인 곳에 가기도 하여
한량없는 네 마음과 선정을 말해
즐겁게 한 뒤에는 버리고 가니
오고 가는 그 모양을 알지 못하리
아가니타 하늘에 이르러서는
삼십칠 보리법의 보배 꽃들과
한량없는 모든 공덕 일러주고는
내버리고 가는 데를 누가 알리요.
여래의 걸림없는 지혜로 보는
그 가운데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
모두 다 그지없는 방편문으로
가지가지 교화하여 성숙케 하니
환술법에 능난한 환술쟁이가
가지가지 환(幻)의 일[事]을 지어내듯이
부처님의 중생 교화 그와 같아서
가지가지 변화한 몸 나타내시고
깨끗하고 밝은 달이 공중에 떠서
중생들에 차고[盈] 기움[缺] 보게 하지만
일체의 강과 못에 영상이 비쳐
수많은 별들의 빛을 빼앗듯
여래의 지혜 달이 세간에 날 때
방편으로 늘고 줆을 보이지마는
보살들의 마음 물에 비치는 영상
이승네의 별들은 빛을 뺏기네.
비유하면 큰 바다에 보배가 가득하고
깨끗하고 흐리잖아 끝이 없으며
사주(四洲) 세계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
그 가운데 그림자가 나타나나니
부처님 몸 공덕 바다 그와 같아서
때가 없고 흐리잖아 가이없으며
법계의 중생들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모든 모양 나타난다네.
밝은 해가 일천 줄기 광명 놓으면
본 자리를 떠나잖고 시방에 가득
부처님의 햇빛 광명 그와 같아서
오도 가도 않지마는 어둠을 없애.
비유컨대 용왕들이 큰 비 내릴 제
몸에서도 마음에서도 나지 않지만
온 세계에 넉넉하게 두루 적시어
뜨거운 것 씻어 내고 서늘케 하니
여래의 법문 비도 그와 같아서
몸에서나 마음에서나 나지 않지만
한량없는 중생들을 모두 깨우쳐
세 가지 독한 불을 멸해 없애네.
여래의 청정하신 묘한 법신은
일체의 삼계안에 짝한 이 없어
세간의 말과 이치 넘어섰나니
그 성품은 있도 않고 없지도 않아
의지한 데도 없고 안한 데도 없고
온 데도 없지마는 간 데도 없어
허공 같고 해와 같고 꿈과도 같이
부처님 몸 성품을 그렇게 보라.
삼계의 있고 없는 모든 법들을
부처님께 비유는 할 수 없나니
비유컨대 산림 속의 새와 짐승들
허공을 의지해선 있지 못하듯
바다 속에 마니보배 한량없는 빛
부처님 몸 차별함도 그와 같아서
여래는 빛 아니고 아님도 아닌
알맞게 나타나고 있는 데 없어
허공이나 진여거나 실상 짬[際]이나
열반이나 법의 성품 적멸 따위나
이러하게 진실한 법으로만이
여래의 참된 몸을 나타내오리.
세계 티끌 중생 마음 세어서 알고
큰 바다에 엄청난 물 모두 마시고
바람을 얽어매고 허공 잰대도
부처님의 큰 공덕은 말할 수 없어
이러한 공덕 바다 누가 듣고서
즐거운 마음으로 믿기만 하면
위에 말한 그런 공덕 얻을 것이니
여기에 의심을 내지 말아라.
4) 보현보살의 열 가지 큰 원력
그 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거룩한 공덕을 찬탄하고 나서 여러 보살과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래의 공덕은 시방세계의 부처님들이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겁 동안에 계속하여 말하더라도 끝까지 다할 수가 없느니라. 만일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려면 마땅히 열 가지 넓고 큰 행과 원을 닦아야 하느니라.
그 열 가지란, 하나는 부처님께 예경함이요, 둘은 여래를 찬탄함이요, 셋은 여러 가지로 공양함이요, 넷은 업장을 참회함이요, 다섯은 남의 공덕을 따라 기뻐함이요, 여섯은 법륜(法輪) 굴리시기를 청함이요, 일곱은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함이요, 여덟은 부처님을 따라서 배움이요, 아홉은 중생의 뜻에 늘 따라 줌이요, 열은 모두 회향함이니라.”
선재가 크게 성스러운 이께 이뢰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떻게 예경하오며, 내지 어떻게 회향하오리까?”
보현보살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부처님께 예경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을 보현의 수행과 서원의 힘으로 눈앞에 대한 듯 깊은 믿음과 이해를 일으키고, 몸과 말과 뜻의 깨끗한 업으로 항상 예경할 적에 낱낱 부처님 계신 데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께 예경할 것이니라.
허공계가 끝나면 나의 예경도 끝나려니와, 허공계가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예경도 끝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면 나의 예경도 끝나려니와, 중생의 세계와 내지 중생의 미혹이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예경도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 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여래를 찬탄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시방삼세 모든 세계에 티끌이 있고, 낱낱 티끌 속에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이 있으며, 낱낱 부처님 계신 데마다 보살 대중이 둘러 모신 것을 내가 깊고 훌륭한 알음알이로 앞에 계신 듯이 뵈옵고, 각각 변재 천녀보다 더 훌륭한 혀를 내고, 낱낱 혀에서 그지없는 음성을 내고 낱낱 음성에서 온갖 말을 내어서 여래들의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하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하고 법계의 끝단 데까지 두루할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면 나의 찬탄도 끝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미혹이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찬탄도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만,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여러 가지로 공양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속에 낱낱이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이 있고, 부처님 계신 데마다 가지가지 보살 대중이 둘러 모신 것을 보현의 수행과 서원의 힘으로 깊은 믿음과 이해를 일으키며, 앞에 계신 듯이 뵈옵고 모두 훌륭한 공양거리로 공양하나니, 이른바 꽃구름·화만 구름·하늘 음악 구름·하늘 일산 구름·하늘 의복 구름과 여러 가지 하늘 향과 바르는 향과 사르는 향과 가루 향 따위의 구름이 낱낱의 크기가 수미산 같으며 여러 가지 등을 켜는데, 소(酥) 등·기름 등·여러 향유 등 따위가 심지는 수미산 같고, 낱낱 등의 기름은 바닷물 같은 이러한 공양거리로 항상 공양하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공양 가운데는 법공양이 으뜸이니, 말씀한 대로 수행하는 공양,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공양,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 공양, 중생들의 고통을 대신 받는 공양, 선근을 닦는 공양, 보살의 할 일을 버리지 않는 공양,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이니라.
선남자여, 앞에 말한 여러 가지로 공양한 공덕을 법공양에 비교하면, 잠깐 동안 법공양 한 공덕보다 백분의 일도 되지 못하고, 천분의 일도 되지 못하고, 백천 구지(俱) 나유타분(那由他分)의 일도, 가라분(迦羅分)의 일도, 산분(算分)의 일도, 수분(數分)의 일도, 비유분[諭分]의 일도, 우바니사타분(優婆尼沙陀分)의 일도 되지 못하느니라.
왜냐 하면, 모든 여래들은 법을 존중하는 연고며, 말씀한 대로 수행함이 부처님을 내는 연고며, 만일 보살들이 법공양을 행하면 여래께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니, 이렇게 수행함이 진실한 공양인 연고니라. 이 넓고 크고 훌륭한 공양은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면 나의 공양이 끝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미혹이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공양도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만,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업장을 참회하는 것은 보살이 생각하기를 '내가 지나간 세상 끝없는 겁 동안에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으로 몸과 말과 뜻을 놀리어 나쁜 짓한 것이 한량없고 가이없으니, 만일 나쁜 짓이 형체가 있다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이제 세 가지 깨끗한 업으로 법계에 두루하여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 앞에서 지성으로 참회하고 다시는 짓지 아니하오며, 항상 깨끗한 계율의 모든 공덕에 머물겠나이다’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면 나의 참회가 끝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미혹이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참회도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남의 공덕을 따라 기뻐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의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여래들이 처음 마음을 낸 뒤부터 일체지를 위하여 복덕을 부지런히 닦을 적에,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나면서 낱낱 겁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머리와 눈과 손과 발 따위를 버렸으며, 이렇게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하면서 가지가지 바라밀문을 원만하였고, 가지가지 보살의 지혜 지위에 들어가 부처님의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였으며, 반열반에 든 뒤에는 사리를 나누어 모든 선근을 나도 따라 기뻐하며, 또 시방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六趣]에서 네 가지로 생겨나는[四生] 종류들의 지은 모든 공덕과 내지 한 티끌 만한 것도 내가 모두 기뻐하며, 시방삼세의 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배우는 이, 배울 것 없는 이의 온갖 공덕을 나도 따라 기뻐하며, 보살들의 한량없이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으면서 위없는 바르고 원만한 보리를 구하던 엄청난 공덕을 나도 따라 기뻐하노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더라도 나의 함께 기뻐함은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쉬지 아니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법륜 굴리기를 청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속마다 각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광대한 세계가 있고, 낱낱 세계 안에서 잠깐 잠깐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이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고, 모든 보살 대중이 둘러 앉아 있을 때, 내가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은근하게 법륜 굴리시기를 청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더라도, 나의 항상 모든 부처님께 바른 법륜 굴리시기를 청함은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여래가 열반에 드시려 하거나, 모든 보살과 성문·연각(緣覺)의 배우는 이, 배울 것 없는 이와 내지 선지식들에게 내가 모두 권하여 열반에 들지 말고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나도록 중생들을 이롭게 하라고 청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더라도 나의 권하여 청하는 일은 끝나지 아니하고, 차례차례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부처님을 따라서 배우는 것은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여래께서 처음 마음 낸 뒤부터 꾸준히 나아가고 물러가지 아니하면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몸과 목숨으로 보시하며, 가죽을 벗기어 종이를 삼고 뼈를 꺾어 붓을 삼고 피를 뽑아 먹물을 삼아서, 경전을 쓰기를 수미산같이 하면서도 법을 소중하게 여기므로 목숨도 아끼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임금의 자리나 도시나 시골이나 궁전이나 동산 따위의 가진 물건이랴, 그리고 가지가지 고행하던 일과 보리 나무 아래서 정각을 이루던 일이나, 가지가지 신통을 보이고,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갖가지 몸을 나타내어서 온갖 대중의 모인 곳에 계실 적에 혹은 보살 대중이 모인 도량이나, 혹은 성문·벽지불 대중이 모인 도량이나, 전륜왕과 작은 왕이나 그 권속들이 모인 도량이나, 찰제리·바라문·장자·거사들이 모인 도량이나, 내지 하늘과 용과 팔부 신중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모인 도량에 있으며, 이러한 여러 모임에서 원만한 음성으로 천둥소리처럼 그들의 욕망을 따라 중생을 성숙하던 일과 필경에 열반에 드시는 온갖 일을 내가 모두 따라 배우며, 지금의 세존이신 비로자나 부처님께와 같이,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와 티끌 속에 계시는 부처님들까지도 이와 같이 하여, 잠깐 잠깐마다 내가 따라 배우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더라도 나의 따라서 배우는 일은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중생의 뜻에 늘 따라 주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의 시방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가지가지로 차별하느니라. 알로 나고[卵生] 태로 나고[胎生] 습기로 나고[濕生] 화하여 나는 것[化生]들이 땅·물·불·바람 따위를 의지하여 살기도 하고, 허공을 의지하여 살기도 하고, 풀과 나무를 의지하여 살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종류와 여러 가지 몸과 여러 가지 형상과 여러 가지 모양과 여러 가지 수명과 여러 가지 종족과 여러 가지 이름과 여러 가지 성질과 여러 가지 소견과 여러 가지 욕락(慾樂)과 여러 가지 위의와 여러 가지 의복과 여러 가지 음식으로, 여러 시골 마을과 도시와 궁전에 사는 것들이며, 내지 하늘과 용과 팔부 신중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이며, 발 없는 것, 두 발 가진 것, 네 발 가진 것, 여러 발 가진 것이며, 빛깔 있는 것[有色], 빛깔 없는 것[無色], 생각 있는 것[無想], 생각 없는 것[無想], 생각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 없는 것도 아닌 것[非有想非無想] 따위를 내가 모두 따라 주면서, 가지가지로 섬기고 가지가지로 공양하기를 부모같이 공경하고 스승같이 받들며, 아라한이나 부처님이나 다름없이 하며, 병난 이에게는 의원이 되고, 길을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보여 주고, 캄캄한 밤에는 빛이 되고, 가난한 이에게는 숨은 보배 광을 얻게 하면서, 보살이 이렇게 중생들을 평등하게 이롭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중생을 따라 주는 것은 부처님에게 순종하여 공양함이 되고, 중생들을 존중하며 섬기는 것은 여래를 존중하고 섬김이 되며, 중생들을 기쁘게 하는 것은 여래를 기쁘게 함이 되기 때문이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은 대비(大悲)로써 성품을 삼으시므로, 중생으로 인하여 대비심을 일으키고, 대비로 인하여 보리심을 내고, 보리심으로 인하여 정각을 이루기 때문이니라. 마치 넓은 벌판 모래사장에 서 있는 큰 나무가 뿌리에 물을 만나면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하나니, 나고 죽는 광야의 보리 왕 나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은 뿌리가 되고, 부처님과 보살들은 꽃과 열매가 되어, 대비의 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부처님과 보살의 지혜 꽃과 지혜 열매를 성취하느니라. 그 까닭은 보살들이 대비의 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연고니라.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게 딸리었으니 중생이 없으면 모든 보살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 이치를 이렇게 알아라.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므로 원만한 대비를 성취하고, 대비심으로 중생들을 따라 줌으로, 여래께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보살이 이렇게 중생을 따라 줄 적에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더라도 나의 중생을 따라 주는 일은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고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만,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또 선남자여, 모두 회향하는 것은 처음 예경으로부터 중생의 뜻에 따라 주는 모든 공덕을 온 법계 허공계의 온갖 중생에게 회향하여서 중생들이 항상 편안하여 병이나 고통이 없기를 원하며, 나쁜 짓을 하려는 것은 모두 성취되지 않고 선한 일은 빨리 성취되며, 온갖 나쁜 갈래의 문은 닫아 버리고 인간이나 천상이나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은 열어 보이며, 중생들이 이미 지은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모든 고통은 내가 대신하여 받고, 그 중생들은 모두 해탈을 얻으며 필경에는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기를 원하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렇게 회향하는 일은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의 세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미혹이 끝나더라도 나의 회향은 끝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지마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은 조금도 고달프거나 싫어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열 가지 큰 서원이 구족하게 원만하는 것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이 큰 서원을 따라 나아가면 모든 중생을 성숙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순종하고, 보현보살의 수행과 원력 바다를 원만하게 이루리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그대는 이 이치를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선남자나 선녀인이 시방에 있는 한량없고 끝이 없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훌륭한 칠보를 가득히 채우고, 또 천상·인간의 가장 좋은 안락으로써 저러한 모든 세계의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저러한 모든 세계의 부처님과 보살들께 공양하기를 저러한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나도록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한 공덕과 또 어떤 사람이 이 열 가지 원을 한 번만 들은 공덕을 비교하면, 앞의 공덕은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지 우파니사타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또 어떤 사람이 깊은 신심으로 이 열 가지 큰 서원을 받아가지거나 읽거나 외우거나 한 게송만이라도 쓴다면, 다섯 가지 무간지옥에 떨어질 업도 빨리 소멸되고 이 세간에서 받을 몸의 병이나 마음의 고통이나 여러 가지 시끄러움과 내지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나쁜 업이 모두 소멸될 것이며, 온갖 마군이나 야차나 나찰이나 구반다(鳩槃茶)나 비사사(毘舍闍)나 부다(部多) 따위로서, 피를 마시고 살을 먹는 나쁜 귀신들이 모두 멀리 떠나거나, 혹은 좋은 마음을 내어 가까이 수호하리라.
그러므로 이 원을 외우는 사람은 어떠한 세간에 다니더라도 허공의 달이 구름에서 벗어나듯이 장애가 없을 것이며, 부처님과 보살들이 칭찬하고 모든 인간과 하늘이 모두 예경하고 중생들이 모두 공양할 것이니라. 이 선남자는 항상 사람의 몸을 얻어 보현보살의 공덕을 원만하고, 오래지 아니하여 보현보살처럼 미묘한 몸을 성취하여 서른두 가지 대장부의 몸매를 갖출 것이며, 인간이나 천상에 나면 항상 으뜸되는 가문에 있을 것이요, 나쁜 갈래는 모두 깨뜨리고, 나쁜 동무는 모두 멀리 여의고, 외도들을 항복 받고 모든 미혹은 모두 해탈하여, 마치 사자가 모든 짐승을 굴복하듯 할 것이며, 모든 중생의 공양을 받으리라.
또 이 사람이 목숨을 마치려는 마지막 찰나에 온갖 기관은 모두 무너지고 친속들은 모두 떠나게 되고 모든 세력은 모두 잃어져서, 정승이나 대관이나 궁전 안팎의 코끼리·말·수레·보배나 숨은 광들이 하나도 따라오지 않더라도 이 열 가지 원은 서로 떠나지 아니하고, 어느 때에나 앞길을 인도하여 잠깐 동안에 극락세계에 가서 나게 되리라. 가서는 곧 아미타불과 문수사리보살·보현보살·관자재보살·미륵보살 들을 뵈올 것이며, 이 보살들은 몸매가 단정하고 공덕이 구족하여 아미타불을 둘러앉은 가운데서 이 사람은 자기 몸이 연꽃 위에 나서 부처님의 수기 받음을 볼 것이며, 수기를 받고는 무수한 백천만억 나유타 겁을 지나면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시방세계에서 지혜의 힘으로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이롭게 할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보리도량에 앉아 마군을 항복 받고 원만하고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고 미묘한 법륜을 굴리어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많은 세계의 중생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고 근기를 따라서 교화하여 성취시키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리라.
선남자여, 저 중생들이 이 열 가지 원을 듣고 믿고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남을 위하여 연설하면, 그 공덕은 부처님 세존을 제외하고는 알 사람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이 원을 듣거든 의심을 내지 말고 자세히 받으며, 받고는 읽고, 읽고는 외우고, 외우고는 항상 지니며, 내지 쓰고 남에게 말하여 주라. 이런 사람들은 잠깐 동안에 모든 행과 원이 모두 성취되고, 얻는 복덕은 한량없고 가이없으며, 미혹의 고통 바다에서 중생들을 건져내어 생사를 멀리 여의고,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가서 나게 되리라.”
이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이 뜻을 다시 펴고자 하여, 시방을 관찰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끝없는 시방세계 가운데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께
깨끗한 이내 몸과 말과 뜻으로
한 분도 빼지 않고 예배하오며
보현보살 행과 원의 위신력으로
모든 여래들 앞에 나아가
한 몸에 세계 티끌 몸을 나타내
세계 티끌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한 티끌 속 티끌 수효 부처님들이
보살 대중 모인 속에 각각 계시며
온 법계의 티끌 속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이 가득하심 깊이 믿으며
제각기 가지각색 음성 바다로
그지없는 묘한 말씀 널리 내어서
오는 세상 모든 겁이 끝날 때까지
부처님의 깊은 공덕 찬탄하리라.
가장 좋고 아름다운 모든 화만과
좋은 풍류 바르는 향 온갖 일산과
이와 같이 훌륭하온 장엄거리로
한량없는 여래께 공양하오며
가장 좋은 의복들과 가장 좋은 향
가루향과 사르는 향과 등과 촛불이
하나하나 수미산과 같은 것으로
한량없는 여래께 공양하오며
넓고 크고 잘 깨닫는 이내 맘으로
삼세의 모든 부처 깊이 믿삽고
보현보살 행과 원의 위신력으로
두루두루 여래께 공양하오리.
지난 세상 내가 지은 모든 나쁜 짓
성 잘 내고 욕심 많고 어리석어서
몸과 말과 뜻으로써 지었사오니
내가 지금 속속들이 참회합니다.
시방세계 여러 종류 모든 중생과
성문 연각 배우는 이 다 배운 이와
여래와 보살들의 모든 공덕을
지성으로 그를 따라 기뻐합니다.
시방세계 계시옵는 세간 등불로
처음으로 크신 보리 이루신 이께
위가 없는 법 수레를 운전하시기
내가 지금 지성으로 권청하오며
열반에 드시려는 부처님께는
이 세상에 오래오래 머무시오며
모든 중생 건지시어 즐겁게 하기
내가 지금 지성으로 권청합니다.
예경하고 찬탄하고 공양한 복과
오래 계셔 법륜 굴리시길 청함과
따라서 기뻐하고 참회한 선근
중생들과 보리도에 회향합니다.
내가 여러 여래를 따라 배우며
보현보살 원만한 행 닦아 익히고
지난 세상 시방세계 여래들과
지금 계신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오는 세상 천상 인간 대도사에게
여러 가지 즐거운 일 원만하오며
삼세의 부처님들 따라 배워서
보리도를 성취하기 원하옵니다.
끝없는 시방법계 모든 세계를
광대하고 깨끗하게 장엄하옵고
여래를 대중들이 둘러 모시어
보리 나무 아래에 앉아 계시니
시방세계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
근심 걱정 여의어서 항상 즐겁고
깊고 깊은 바른 법의 이익을 얻어
온갖 미혹 없어지기 바라옵니다.
내가 보리 얻으려고 행을 닦을 때
모든 갈래 간 데마다 숙명통 얻고
출가하여 모든 계행 깨끗이 닦아
때가 없고 범하잖고 새지 않으며
하늘들과 용왕들과 구반다들과
야차들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그 중생들 쓰고 있는 가지각색 말
여러 가지 음성으로 법을 말했네.
깨끗하온 바라밀 항상 닦아서
언제라도 보리 마음 잊지 않았고
미혹 업장 속속들이 소멸하고서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모두 이루며
모든 미혹 모든 업과 마군의 경계
이 세간의 온갖 일에 해탈 얻으니
연꽃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는 듯
해와 달이 허공중에 섰지 않는 듯
나쁜 갈래 온갖 고통 모두 없애고
중생에게 평등하게 쾌락을 주어
이와 같이 세계 티끌 겁을 지나며
시방 중생 이익함이 끝이 없었고
나는 항상 중생들을 따라 주면서
오는 세상 모든 겁이 끝날 때까지
보현보살 넓고 큰 행을 닦고 닦아서
위가 없는 보리도를 원만하였네.
나와 함께 보현행을 닦는 동무들
날 적마다 여러 곳에서 함께 모이어
몸과 입과 마음으로 하는 일 같고
여러 가지 행과 원을 같이 닦으며
나의 일을 도와주는 선지식들은
보현보살 좋은 행을 가르쳐 주며
어느 때나 나와 함께 모이어 있어
우리에게 즐거운 맘 내기 바라네.
바라건대 여래를 만나 뵈올 제
보살 대중 둘러앉아 모시었거든
많고 좋은 공양거리 차려 올리며
오는 세상 끝나도록 피곤함 몰라
부처님의 묘한 법문 받아 지니고
가지가지 보리행을 빛나게 하며
깨끗하온 보현의 도 끝까지 닦아
오는 세상 끝나도록 익혀지이다.
시방 세계 삼계안에 두루 다니며
닦아 얻은 복과 지혜 끊임이 없고
선정 지혜 모든 방편 해탈법으로
그지없는 공덕 광을 얻었사오며
한 티끌에 티끌 수효 세계가 있고
세계마다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간 데마다 여러 대중 모인 가운데
보리행을 연설하심 항상 뵈옵네.
끝없는 시방 법계 세계 바다에
털끝만한 곳곳마다 삼세의 바다
한량없는 부처님과 많은 국토에
내가 두루 수행하기 여러 겁이며
여래들 깨끗하신 말씀 가운데
한 말씀에 여러 가지 음성 갖추고
중생들의 좋아하는 음성을 따라
음성마다 부처님의 변재를 펴고
삼세의 한량없는 여래께서
저와 같이 그지없는 말씀 바다로
깊은 이치 묘한 법문 연설하심을
내 지혜로 깊이깊이 들어가리라.
오는 세상 온갖 겁을 한데 뭉치어
한 생각을 만드는 데 들어가고
삼세의 모든 겁을 통틀어 내어
한 생각을 만든 데도 나는 들어가
삼세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한 생각 속에서도 모두 뵈오며
부처님의 경계 속에 늘 들어감은
환술 같고 해탈하온 위력입니다.
한 터럭 끝 티끌 속에 한량이 없는
삼세의 장엄 세계 나타나오며
온 시방의 티끌 세계 터럭 끝마다
그와 같은 장엄 세계 내가 들어가
거기 계신 오는 세상 세간 등불들
부처되어 법문 말해 중생 건지며
부처님 일 다 하시고 열반에 드심
내가 두루 나아가서 친히 모시리.
재빠르게 두루 도는 신통의 힘과
넓은 문에 두루하는 대승의 힘과
행과 지혜 널리 닦은 공덕의 힘과
위신으로 덮어 주는 사랑의 큰 힘
깨끗하게 장엄하온 복덕의 힘과
집착 않고 의지 없는 지혜의 힘과
선정 지혜 좋은 방편 위신의 힘과
원만하게 쌓아 모은 보리의 힘들
한량없는 선한 업을 깨끗이 한 힘
끝이 없는 모든 미혹 부서버린 힘
마군들을 항복 받는 거룩한 힘과
보현행을 원만하게 닦은 힘으로
간 데마다 모든 세계 깨끗이 장엄
한량없는 중생 바다 해탈케 하고
그지없는 법문 바다 잘 분별하여
지혜 바다 깊이깊이 들어가오며
어디서나 모든 행을 깨끗이 닦고
가지가지 서원 바다 원만히 하며
부처님들 친근하여 공양하옵고
오랜 겁에 부지런히 수행하오며
삼세에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좋은 보리 이루려는 모든 행과 원
내가 모두 공양하고 원만히 닦아
보현보살 큰 행으로 도를 이루리.
모든 여래의 맏아드님은
그 이름은 누구신가 보현보살님
내가 이제 모든 선근 회향하오며
바라노니 행과 지혜 그와 같고저
몸과 말과 마음까지 늘 깨끗하고
모든 행과 세계들도 그러하오며
이런 지혜 이름하여 보현이시니
나도 항상 저 보살과 같아지이다.
나는 이제 보현보살 거룩한 행과
문수보살 크신 서원 깨끗이 하고
저 사업을 남김없이 원만하오며
오는 세월 끝나도록 싫어 않으리.
나의 닦는 공과 행이 한량이 없어
그지없는 모든 공덕 모두 이루며
끝이 없는 온갖 행에 머물러 있어
가지가지 신통의 힘 분명히 알며
문수보살 용맹하고 크신 지혜와
보현보살 지혜의 행 그지없나니
내가 이제 모든 선근 회향하여서
그이들을 항상 따라 배워 보리라.
삼세의 부처님들 칭찬하오신
이와 같이 훌륭하고 크신 서원들
내가 이제 모든 선근 회향하여서
보현보살 훌륭한 행 얻으렵니다.
바라건대 나의 목숨 마치려 할 때
업과 미혹 모든 장애 모두 없애고
아미타 부처님을 만나 뵈옵고
지체 없이 극락세계 가서 나려네.
내가 이미 저 세계에 가서 나고는
눈앞에서 이런 서원 모두 이루며
온갖 것을 남김없이 원만하여서
그지없는 중생들을 기쁘게 하리.
저 부처님 모인 대중 깨끗하시고
나는 이 때 연꽃 위에 태어나고서
무량광 부처님을 친히 뵈오면
그 자리에 보리수기(授記) 내게 주시리.
부처님의 보리수기 받고 나서는
마음대로 백억 화신 나타내어서
크고 넓은 시방세계 두루 다니며
이 지혜로 모든 중생 제도할 적에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 끝나면
이내 서원 끝날는지 모르거니와
중생들의 업과 미혹 끝없사올 제
나의 원도 필경까지 끝없으리라.
시방세계 세계마다 가득히 쌓은
칠보로서 여래께 공양한대도
가장 좋은 쾌락으로 천상 인간을
티끌 겁이 다하도록 보시한대도
어떤 이가 거룩하온 이 서원들을
한 번 듣고 지성으로 신심을 내어
좋은 보리 얻으려고 우러른다면
그 공덕이 저 복보다 훨씬 수승해.
언제든지 나쁜 벗을 멀리 여의고
영원토록 나쁜 갈래 만나지 않고
무량광 여래를 빨리 뵈옵고
보현보살 좋은 서원 구족하리니
이 사람은 훌륭한 수명을 얻고
이 사람은 날 적마다 인간에 나서
이 사람은 이제부터 오래지 않아
보현보살 크신 행을 성취하리라.
지난 세상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다섯 가지 나쁜 죄를 지었더라도
보현보살 이 서원을 읽고 외우면
한 생각에 저 죄업이 다 없어지고
날 적마다 문벌 좋고 신수 잘나고
상호(相好)와 지혜 모든 공덕 원만하여서
마군이나 외도들이 어쩔 수 없어
삼계 중생 좋은 공양 받게 되리라.
오래잖아 보리 나무 아래에 앉아
여러 가지 마군들을 항복 받고서
정각을 성취하고 법륜 굴리어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하리라.
어떤 이가 보현보살 이 서원들을
읽고 외워 받아 갖고 연설한다면
그 과보는 부처님이 아시오리니
결정코 보리도를 얻게 되리라.
어떤 이가 이 서원을 읽고 외우면
그 선근의 일부분을 내가 말하리니
잠깐 동안 모든 공덕 다 원만하고
중생들의 깨끗한 원 성취하리라.
바라건대 보현보살 거룩한 행의
그지없는 훌륭한 복 회향하여서
삼계 고해 빠져 있는 모든 중생들
아미타불 극락세계 어서 가소서.
이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서 엄청난 보현의 큰 서원과 깨끗한 게송을 말하자, 선재동자는 한량없이 기뻐 뛰놀고, 여러 보살들은 크게 즐거워하였으며, 여래는 잘한다고 찬탄하시었다.
그 때에 부처님이 거룩하온 여러 보살마하살과 함께 이 헤아릴 수 없는 해탈 경계의 훌륭한 법문을 연설하실 때에, 문수사리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여러 큰 보살들과 그들이 성숙한 6천 비구와 미륵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현겁의 모든 보살과 무구보현(無垢普現)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일생보처로서 정수리에 물을 붓는 지위에 있는 모든 큰 보살과 시방의 여러 세계에서 모여 온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들과 큰 지혜 있는 사리불·마하목건련들을 우두머리로 한 모든 성문과 천상·인간의 모든 세간차지들과 하늘·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의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즐거워서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