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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

wowinchon 2022. 9. 14. 15:57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

 

서진(西晋) 축법호(竺法護) 한역
번역

아뇩달용왕(阿耨達龍王)[진(晋)나라 말로는 무분(無焚)]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보살이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고서, 신통과 용맹한 덕성을 지니고 곤륜산에 살고 있었다. 이 용왕은 보배 궁전에 살면서 다섯 강[五河]의 근원을 맡아 다스리고 있었다. 이 근원에는 여덟 가지 맛이 나는 물의 연못이 있고, 일곱 가지 색깔의 연꽃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곧 자신의 전생(前生) 일을 알 수 있었다.
이 때 용왕은 부처님과 오백 상수(上首) 제자에게 이 물을 마시고 연꽃 위에 앉아 저마다 전생에 지은 죄와 복을 말해 줄 것을 청하였다. 그랬더니 모두 미세한 일로 인하여 보응(報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륵(彌勒)의 경우는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행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세상을 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각자 노래를 지어 읊었다.

1. 대가섭품(大迦葉品)[열아홉 수의 게송]


부처님께서 사람들 가운데 법을 펼치시어
번뇌의 속박 끊고 사위국에 거니시네.
육근(六根)이 적정하고 덕이 높고 높은
여래께서 비구들께 이렇게 말씀하셨네.

귀신들이 모두들 즐거워하는 저 곳엔
갖가지 온갖 꽃들 한량없이 많네.
네 물줄기 용솟음쳐 사방으로 흐르고
저 강물들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돌아가네.

사두나제백사자(私頭那提伯師子)란 저 곳엔
사람들은 갈 수 없고 신족통으로만 이르나니
빠르게 날아서 훌쩍 뛰어넘어
우리 다 함께 저 연못의 근원으로 가세나.

비구들이 대답하기를, 예 알겠습니다 하고
큰 신통 얻은 상수 제자들은
부처님의 분부 받고 신족통을 부리니
마치 기러기 왕이 기러기떼를 인도하듯 하도다.

강물 위로 다 함께 날아가면서
서로 쳐다보며 희희낙락 즐거워하니
천중천(天中天)이신 부처님도 이와 같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허공을 날아가시네.

부처님께서 제자들께 말씀하시기를
전생에 지난 일을 정녕 안다면
저마다 무슨 일을 하였길래
한량없는 복 얻었는지 내게 말하라.

가섭은 어진 부처님의 제자이니
비유하자면 사자가 깊은 숲속을 다니듯
내가 가는 곳엔 누구도 막지 못하지만
전생에 한 일을 말해 본다면

들판에 난 귀리를 베어다가
벽지불께 조금 보시하여
번뇌 없이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고
두타행을 닦아 마음이 고요하길 바란 것뿐

당시 마음속에 이러한 소원을 두었다가
점차 훌륭한 진리를 생각하여
이러한 사람들과 모여 살다가
마침내 울단월(鬱單越)에 태어났다네.

이러한 인연으로 복을 받아
다시 천 번이나 울단월에 태어나고
그런 뒤에 승명천(勝明天)에 태어났나니
그 곳에서 우뚝하여 비길 이가 없었네.

나는 당시에 닦은 복덕으로
다시 천 번을 도리천에 태어나니
갖가지 꽃과 향, 보배를 걸치고
몸은 매우 아름답고 자재로웠네.

천상에서 수명을 마치고서는
이윽고 다시 울단월에 태어나
전생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니
당시 복덕을 쌓은 인연 덕택이라.

부유한 범지의 집안에 태어나니
재산과 가업이 헤아릴 수 없이 많건만
세상 즐거움에는 탐욕 두지 않았는데
부처님 뵈오니 비길 데 없이 훌륭하셨네.

큰 자비심으로 법을 말씀해 주시니
나는 일심으로 육근을 고요히 하여
칠각의(七覺意:七覺支)에다 팔정도를 닦아
드디어 불법의 이치 얻게 되었네.

번뇌를 끊고 손에는 등불 들고
이 대중 속에 가장 늦게 참여하여
함께 모여 정도를 행하고 사도를 멀리 하니
여래이신 부처님의 말씀 착한 법이라.

금하신 계율 지키는 이 받들어 뜻한 바 얻고
그 뜻과 생각처럼 바라는 바를 구했네.
최후의 나의 몸이 구족함으로써
생사를 다하고 그 근본을 뽑아버렸네.

나는 애착의 결박을 모두 끊어 없앴으니
불법에 있어 왕자라 할 만하네.
첫째 만족할 줄 알고 늘 도를 생각하여
마음을 청정히 비우고 집착하지 않으니
나의 뜻 굳건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마치 움직일 수 없는 큰 산과 같네.

이와 같이 가섭은
비구 스님들 가운데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전생에 지은 복과 인연을 스스로 말하옵니다.

2. 사리불품(舍利弗品)[열 수의 게송]


내가 신선이 되어 한가히 지낼 적에
그 곳에서 사문(沙門)을 보았는데
벽지불이신 그 분께서는
몸에 붉은 옷을 걸치고 계셨네.

그 분 뵙고 환희심 내어
그 분 위해 옷을 빨아드리고
그리고 가사도 기워드리고서
자주자주 그 분께 예배 올렸었네.

그 분은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곧 허공으로 훌쩍 날아 올라
아래 위로 물과 불을 뿜더니
잠깐 사이에 홀연히 보이지 않으셨네.

나는 즉시 두 손을 모으고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원력을 세웠네.
나도 이 분과 마찬가지로
총명과 큰 지혜를 얻어지이다.

부잣집에도 태어나지 말고
미천한 집에도 태어나지 말고
늘 평범한 집에 태어나서
사문이 될 뜻을 품게 하소서.

이 때 쌓은 이러한 공덕 덕택에
나는 오백 생(生) 동안에 걸쳐
늘 사람의 몸을 얻고
세세생생 사문이 되었었네.

이에 최후의 생(生)인 지금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드디어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이제 세존께서는, 지금 여기 있는
비구 대중들 가운데에서
나의 지혜 가장 높으니
바른 진리 펴리라고 말씀하시네.

지혜 제일 사리불은
비구 스님들 앞에서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3. 마하목건련품(摩訶目犍連品)[열다섯 수의 게송]


내가 신선이 되어 한가히 지낼 적에
깊은 숲속에 살고 있었는데
그 곳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는
사문이 되게 해 달라고 내게 요청하였네.

내가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그의 의복을 빨아준 다음
옷을 깁고 물들이는데
마음속에 저절로 환희가 넘쳤네.

그는 한쪽으로 물러나서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더니만
곧 벽지불이 되어서는
훌쩍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네.

나는 이 때 원력을 세웠나니
이 몸이 신족통을 얻어
나도 이 분과 마찬가지로
큰 신통력을 얻어지이다.

이 때 쌓은 복덕 때문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이건 인간 세상이건
내가 지은 복덕을 받았네.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사람의 몸을 얻고서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드디어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내가 지은 선행은 매우 적건만
한량없는 편안함을 누렸었네.
나는 또 나쁜 짓을 하였는데
이제 말할테니 들어보소서.

동쪽 나열지(羅閱祗)로 가서
존귀한 이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집을 나가 밖으로 돌아다니며
남의 집에 음식을 구걸하였네.

그러다 돌아와 부모를 뵈었더니
두 사람은 서로 즐거워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만 매질을 해대며
욕설을 하고 내쫓았다네.

나는 단지 올바르게 처신만 할 뿐
몸으로는 보시행을 하지 않다가
흑승지옥(黑繩地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었네.

그 때의 남은 재앙 때문에
최후의 이 생(生)에 와서도
삿된 외도(外道)에 빠져
몸을 학대하여 갈대처럼 여위었네.

나는 응당 이 질병을 앓다가
수명이 다하면 열반을 얻게 되리니
전생에 지은 나머지 재앙도
이 때에 다 소멸하게 되리.

이에 마땅히 즐거운 마음으로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기나니
환희심을 가지기만 하면
인간이 천상보다 나을 수 있다네.

이와 같이 구율존(拘律尊)은
비구 대중들이 계신 곳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4. 윤제타품(輪提陀品:淨除)[열일곱 수의 게송]


나는 옛날에 가는 절마다
깨끗하지 못한 곳을 보기만 하면
즉시 빗자루를 가지고서
그 절을 깨끗이 청소하였네.

마침내 절이 깨끗한 걸 보고서는
마음에 뛸 듯이 기쁨이 넘쳐
나도 깨끗하고 티끌조차 없게 되어
이 절처럼 청정하기를 기원하였네.

이 때 쌓은 공덕 덕택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치고
비길 데 없이 단정하였네.

그리고도 복덕이 남아
이 최후의 생(生)에 와서는
부모가 나의 이름을
정제(淨除)라고 지어 불렀네.

나는 친족들 가운데에서
태어날 때도 가장 맑고 깨끗하여
누구나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
보는 이마다 매우 좋아하였네.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나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내가 바라는 바는
내가 때 묻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제 때 묻지 않은 아라한이 되어
번뇌를 모두 끊어버렸네.

가령 청소를 하여
온천하를 깨끗이 한다 하여도
욕심을 모두 여읜 이를 위하여
그가 다니는 곳을 청소함만 못하리.

가령 도인이 다니는 곳
천하를 다 청소한다 하더라도
사방의 스님들을 위하여
한 걸음 땅을 청소함만 못하리.

설사 또 청소하여
온천하의 절을 깨끗이 한다 하여도
부처님께서 계시는 절
한 걸음 땅을 청소함만 못하리.

나 자신이 지은 복덕은
이 때문에 남보다 나았던 것이니
부처님께서 계신 절을 청소할 때면
그 마음은 뛸 듯이 기뻤었다네.

이로써 환히 알았나니
부처님의 도덕이 높고 높은 줄을
부처님께서 계신 절을 섬기면
매우 큰 복덕을 얻게 되리라.

나는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하여
그 옛날 선행을 지어 왔나니
이로써 그러한 결과를 얻어
마음에 평온과 안락을 얻게 되었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절을 위하여
깨끗이 하길 좋아하며 일심으로 섬기나니
인자(仁者)들이여, 이것이 제일 공덕이니
이보다 나은 복전(福田)은 없다네.


이에 부처님을 모시고 섬기면
한량없는 안락을 얻게 되나니
일체의 음란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모두 부수어 없애버린다네.

마음 비우는 기쁨 가볍지 않으니
얻어지는 그 복덕 어찌 적으리요.
정각을 이루신 여래와
모든 불제자께 회향합니다.

이와 같이 윤제타는
비구 대중들이 모인 곳
아뇩달지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5. 수만품(須蔓品:善窓)[열네 수의 게송]


옛날 집의 나가 유람할 적에
당시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머리엔 부식(傅飾)을 쓰고
귀에는 수만화(須鬘花)를 달았었네.

유위불(惟衛佛:毘婆尸佛)께서
그 곳에 큰 절을 세우셨는데
멀리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물며 부처님을 섬겼네.

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가
저마다 좋은 꽃을 가져와서는
모두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 계신 절에 뿌렸다네.

나는 그 때에 보시하는 것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믿음을 일으켜
숲속의 꽃들을 가져다가
부처님의 절에 올렸던 것이라네.

태어나는 곳마다 다른 곳에는 나지 않고
천상 아니면 인간에 태어났으니
이러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작은 선행의 보답을 받은 것이었네.

최후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위없는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나서
아라한의 지위에 올라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보시한 것은 꽃 한 송이뿐인데
백년 천년의 긴 세월 동안
천상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누리고
남은 복덕으로 열반을 얻었네.

가령 내가 평소에
부처님의 공덕이 한량없음을 알고서
탑과 절을 세웠다면
그 복덕은 어찌 다함이 있으랴.

반드시 환희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복덕이 오히려 적어진다네.
등정각을 이루신 여래와
그리고 모든 불제자들이시여,

나는 오직 이 분들만 생각하여
몸소 공덕을 지어 왔는데
이제 그 보답을 받아
마음에 즐거움과 평안 얻었네.

이와 같이 했던 일의 인연 때문에
모두 다 단멸하여 태어나지도 않으리니
번뇌가 다하고 집착이 없어
청량한 열반을 얻었다네.

오취(五趣:五道)가 이미 사라져
다시는 모태에 태어나지 않으리니
이것이 최후의 생(生)으로서
따라서 다시는 생을 받지 않네.

생사의 근본을 해탈하여
생사의 바다를 이미 건넜나니
이제 나는 이러한 인연 때문에
수만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네.

지금 장로 수만은
대중 스님들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6. 윤론품(輪論品:明聽)[열한 수의 게송]


유위불(惟衛佛)께서 세상에 계실 때
반두마국(槃頭摩國) 땅에
본래 사방의 스님들을 위하여
내가 방 한 칸을 지었다네.

이부자리와 침상 따위도
모두 기꺼이 보시하였네.
이에 환희심이 일어
당시 이렇게 발원했다네.

나는 정각을 이룬 부처님 만나
출가하여 사문이 되겠나이다.
위없는 무위(無爲)에 이르러
청량한 열반을 얻어지이다.

이러한 인연 공덕 근본이 되어
구십일 겁 동안 안락 누리고
이미 자연견(自然見)1)을 얻어
천상과 인간에 태어났다네.

그 나머지 공덕으로는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와서
세력 있는 장자의 집에 태어나니
교만하고 귀한 데다 외아들이었네.

) 모든 법은 인위적인 조작이 없이 자연스런 것이라는 견해.

태어나 부친의 사랑을 받으니
아버지가 전하는 말씀을 들었네.
내가 너에게 주려고 하는
보배 창고가 수없이 많도다.

발바닥에 기이한 털이 나서는
자연히 네 치[四寸]까지 자라났다네.
신체는 부드럽고 잘 생겼으니
편안하여 해치는 이 아무도 없네.

과거의 구십 겁도 그러하였고
그 나머지도 또한 마찬가지네.
발을 들어 땅을 밟은 때를
나의 몸은 기억하지 못하네.

지금 최후의 생에 와서도
다시 사람의 몸을 얻고서
집착 없는 경지를 성취하여서
청량한 열반에 이르렀다네.

부처님께서는 혜안으로 나를 보시고
정진(精進)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해탈을 얻고 번뇌가 다하여
이미 부동의 진리를 얻었네.

이와 같은 구리종(拘梨種)이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7. 범기품(凡耆品:取善)[여덟 수의 게송]


나는 복덕이 무엇인지 모르고
근본 인연의 뜻 또한 몰랐는데
유위불(惟衛佛)께서 계신 절에
공양하며 받들어 모시는 광경 보았네.

자금빛 번쩍이는 절에서
깃발과 일산에다 향과 꽃을 갖추고
탑과 절을 공양하는 것을 본 덕분에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었네.

늘 천상과 인간 세계에 태어나
지은 공덕 보답 받아
구십일 겁 동안이나
한 번도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았네.

조그만 공덕을 지었을 뿐인데
이토록 많은 안락을 누리고
이미 집착 없는 경지를 얻어
청량한 열반에 이르게 되었네.

만약 내가 본래부터
부처님 공덕이 이러한 줄 알아
늘 탑과 절을 공양했다면
얻은 복덕 이보다 훨씬 많았으리라.

이런 까닭에 분명히 알았나니
부처님의 덕은 넓고도 커서
탑과 절을 공양한다면
그 복덕이 한량없다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혜안으로 나를 보시고
경락(經樂)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여러 가지 설법들을 많이 들어
변재에다 지극히 참된 덕을 갖추었다네.

이에 장로 범기는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8. 빈두로품(賓頭盧品:乞閉門)[열한 수의 게송]


나는 본래 부모의 몸을 거쳐
자식들 가운데 존귀하게 태어났다네.
삼가 공경히 아버님을 섬기고
어머님께도 효성이 극진했었네.

부모님과 누이와 동생들이
남녀 종들을 부릴 적에는
나는 부모님께 말씀드렸네,
때 맞춰 종들에게 음식을 주라고.

그러다가 탐욕과 질투심을 일으켜
부당하게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고
화를 내며 비방하는 말을 하였으며
음식과 재물을 모을 수 있었네.

이 때 지은 죄업 때문에
대산지옥(大山地獄) 속에 떨어졌었고
흑승지옥 속에서 불타고 구워지니
겪은 그 고통 헤아릴 수 없었네.

겨우 지옥에서 빠져 나와서도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늘 심한 기갈에 시달리다가
고생하며 굶주림으로 죽어갔었네.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와서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서
등정각을 얻으신 부처님을 만나 뵈니
위없는 우리의 스승이시네.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이미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집착 없는 도를 성취하여서
청량한 해탈에 이르렀다네.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신족통으로 능히 허공을 날아
다시 굴 속으로 돌아와
이에 음식을 먹을 수 있었네.

이런 까닭에 마땅히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을 잘 받들어 모실지니
일심으로 머리 조아려 예배함에
한량없는 복덕을 지니게 된다네.

인자들이여, 나는 오직
지은 악행을 없애길 생각했나니
심은 대로 결과를 거두게 마련
죄와 복은 거역할 수 없다네.

빈두로(賓頭盧) 폐문(閉門)이
이 자리에 모인 대중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9. 화갈품(貨竭品:善來)[스물한 수의 게송]


일찍이 존귀한 집 아들이 되어
반두마국(般頭摩國)에 살 적에
재물과 보배가 많은 친척과
권속들에 둘러싸여 살았었네.

늘 왕의 주변에 살면서
누리는 쾌락이 한량없었고
단정한 외모는 보는 이마다 좋아하니
그 얼굴빛 비길 바 없이 아름다웠네.

내가 수레를 타고 나갈 적에는
많은 사람이 앞뒤로 인도하였고
두루 유람하러 가려고 하면
아름다운 여인들이 함께 따랐네.

그러다 한 곳을 유람할 적에
고요한 모습의 사문(沙門)을 보았나니
안정된 자태를 갖추고서
몸엔 진홍빛 가사를 걸쳤네.

당시 나는 그 사문을 보고
악독한 마음을 일으키고 말았으니
그 모습이 너무도 미워
분노를 느끼며 불쾌해 하였네.

어찌하여 수염과 머리털은 길고
얼굴은 온통 검고 더러우며
몸은 종기와 부스럼으로 뒤덮여
몸과 마음이 모두 여위고 지쳤는가.

이러한 생각으로 죄를 지었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였던 탓에
그곳에서 수명을 다 마치고는
바로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네.

지옥에서 벗어나서도
얼굴은 검고 추악하였고
부스럼과 종기가 온몸에 나고
몸과 마음 모두 여위고 지쳤었네.

질그릇을 들고 구걸하면서
버려진 시체가 입던 옷을 걸치니
옷은 낡고 거칠고 더러웠으며
편안히 머물 거처도 없었다네.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며 이리저리
입에 풀칠이나 하러 구걸할 때면
몽둥이질에 갖은 욕설을 당하며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네.

이러기를 오백 생(生)에
태어나는 곳이면 태어나는 곳마다
곤궁하여 항상 배고픔을 겪다가
고생 끝에 굶주림에 죽어갔었네.

그러다가 마침 부처님께서
비구승에 둘러싸여 계시는 채로
모여 있는 여러 대중들에게
감로 같은 법을 말씀하심 뵈었네.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곧장 분주히 달려갔으니
마음속으로 그곳에 가면
음식을 얻을 수 있으려니 생각했었네.

많은 사람 모인 그곳 당도해 보니
모두 앉아 법문을 들으려고만 하여
본래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가
아무도 음식을 베푸는 이 없었네.

그 때에 저 대자비심을 지니신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네.
그대는 이곳에 잘 왔다.
어서 이곳에 와 앉도록 해라.

나는 즉시 뛸 듯이 기뻐
일심으로 두 손을 모으고서는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와 한쪽에 앉아 있었네.

이에 크게 불쌍히 여긴 나머지
구담(瞿曇)께서 자비를 한껏 베푸시어
차례로 분별하여 설명하시며
나를 위해 사성제(四聖諦)를 말씀하셨네.

부처님께서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라주시니
이로 인해 도의 자취를 보게 되었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마음을 고요히 하여
이에 신통(神通)을 얻게 되었네.

이런 까닭에 나의 이름을
다갈(茶竭)이라 불렀나니
이로 인하여 부처님께서는 나를 두고
정수(正受:禪定) 제일이라 하셨네.

부처님께서는 용맹하신 대존(大尊)
세상에서 가장 우뚝 뛰어나신 분으로
한량없는 신통과 자비심을 갖추어
우리 중생을 고통에서 건져주셨네.

선래존(先來尊)이 이와 같이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0. 난타품(難陀品:欣樂)[열두 수의 게송]


왕사국(王舍國) 성 동쪽에서
옛날 존귀한 이가 되었을 적에
마침 세상에 기근이 들었는데
한 도사(道士)가 그곳에 왔었네.

당시 나는 홀로 앉아 음식을 먹는데
그 훌륭한 도사가 왔다네.
그는 연각(緣覺)의 지위에 이르러
번뇌를 끊고 자재로웠네.

나는 탐욕과 질투가 일어
그만 악한 마음을 품고서
지금 이 비구가 왔는데
어찌 악당과 함께 할 수 있으리.

이렇게 생각한 다음
말먹이를 음식에 섞어 주었네.
도인은 그것을 먹고 나더니
즉시 숨이 넘어가 버렸네.

나의 육신은 수명을 마치고 나서
매우 오랜 세월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통 한 몸에 받아 비명을 지르고
세세생생 살을 저미고 불에 굽혔네.

지옥에서 나와서는
다시 인간의 몸을 얻었지만
몸에는 항상 질병이 많고
고뇌에 시달리다 목숨이 다하였네.

이와 같이 하기를 오백 세 동안
태어나는 곳곳마다
질병을 앓고 늘 곤궁에 시달리다
고뇌 속에서 죽어갔었네.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으며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위없는 도사를 뵙게 되었네.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의 법을 받고서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어
청량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네.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이 때에
신족통을 얻고 번뇌가 다하였으나
몸에는 항상 질병이 많고
거처하는 곳마다 편안치 않았네.

이에 나는 돌이켜
본래 지은 악행을 생각했나니
모두 그 과보를 얻은 것
죄와 복은 거역할 수 없다네.

이와 같이 난타존이

비구 대중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1. 야야품(夜耶品:名聞)[스물여섯 수의 게송]


옛날 한 도인이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심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죽은 여인의 시체를 보았네.

이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무상의 변화를 관찰하고서
부정한 것임을 알아차려
한 마음으로 선정을 닦았네.

그렇게 앉아 있던 중에
미세한 소리가 들려오기에
소리를 듣고 두려워
일심의 선정에서 깨어났네.

바라보니, 시체의 배가 썩어
더러운 것들이 온통 드러나고
구멍마다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와
악취를 차마 맡을 수조차 없으며

창자와 위 같은 오장이 밖으로 나오고
심장과 간도 모두 문드러져서
무수한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다시금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혔네.

밖으로 시체를 보고
안으로 자기 몸을 관찰해 보니
저 시체나 나나 모두 마찬가지라
생각하니 본래 모두 허무한 것이네.

선정 삼매에서 깨어난 뒤로는
수행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
걸식을 하러 나가지 않고
음식을 생각하지도 않았네.

설사 내가 마을에 들어가
이리저리 걸식하러 다니며
아무리 단정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더러운 것으로 보아야 하리.

갖가지 좋은 모습들을 보나
흡사 시체와 다를 바 없어
뭇 썩어가는 근본으로 관찰함에
모든 것에 즐길 것 없었네.

나는 이와 같이 수행하여
애욕을 여의리라 생각하고서
사범행(四梵行)2)을 받들어 실행하여
깊이 사유하고 경거망동하지 않았네.

2)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의 4무량심(無量心)을 말함. 이 네 마음을 닦으면 범천에 태어나므로 범행이라 함.

그곳에서 수명을 마친 후에는
곧 범천에 올라갈 수 있었고
범천에서 수명이 다하고서는
바라나국(波羅奈國)에 태어났네.

권세 있고 존귀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 집의 아들로 태어나서
뭇 사람들의 공경을 받고
더없이 지극한 선정을 닦았네.

낮에는 항상 수행하였고
밤에도 잠자지 않고 정진하며
아무리 많은 여인들을 보아도
썩은 시체더미처럼 보았네.

북을 베고 누워 잠자는 여인
공후(空篌)를 잡고 있는 여인
악기일랑 바닥에 흩어 놓고
꿈을 꾸며 잠꼬대를 하고 있었네.

이에 그곳에서 물러나서는
속세에 쌓은 공덕을 생각해 보니
온갖 부정한 곳들이 모두
전생에 지나온 것들이었네.

마침 이렇게 관찰하고 나서
애욕을 버릴 뜻을 품었나니
나는 당시 이러한 생각이 절실하여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집을 떠났네.


곧장 침상에서 일어나서는
큰 집에서 내려와 몰래 떠났는데
천신들이 나를 불쌍히 여겼기에
대문이 저절로 활짝 열렸다네.

그 때에 나라의 성(城)을 벗어나서는
흐르는 시냇물가로 가서
멀리 저편 언덕을 보았더니
사문 적근(寂根)이 보였네.

또 사문 대적지(大寂志)를 보고
소리 높여 크게 부르짖었네.
나는 곤궁한 처지에 빠졌으니
신통력으로 애욕을 버리게 해 달라고.

세존께서는 더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의 고통 아시고 말씀하셨네.
동자여, 두려워 말고 이곳으로 오라.
여기에는 고통도 재앙도 없다.

마음에 온갖 고뇌를 버리고
저편 언덕으로 건너가서
대자비하신 부처님께로 나아갔더니
세존은 비길 데 없이 훌륭하셨네.

너무나 뛰어나 짝할 이 없었으니
나는 마치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처럼
거꾸로 설명해도 그 뜻을 알았고
곧바로 설명해도 그 뜻을 알았네.

그곳에서 도제(道諦)를 알고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길 바랐더니
구담께서는 대자비로써
나의 청을 들어 사문이 되게 하셨네.

나는 즉시 그 첫날밤에
하늘에 먼동이 틀 무렵
일체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이것이 내가 전생에
지어 왔던 선행이니
이에 나는 최후 생(生)인 지금
감로와 같은 진리를 얻을 수 있었네.

이와 같이 현자인 야야
존자가 신통을 발휘하여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2. 시리라품(尸利羅品)[스무 수의 게송]


옛날 바라나성(波羅奈城)
가섭불께서 열반에 드시자
기유왕(機惟王)이 탑을 세우니
칠보로 만들어서 매우 웅장하였네.

이 때 왕의 소생으로
최대태자(崔大太子)가 있었는데
나는 당시 부처님을 위하여
첫 번째로 절의 기둥을 세웠네.

이러한 공덕을 쌓은 덕분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과 인간 세상에 태어나
그 복덕이 자연히 나타났었네.

태어나는 곳곳마다
나라에서 가장 부유하였네.
한량없이 많은 재물로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네.

나는 오백 생(生) 동안
남에게 베풀기를 아까워하지 않아
백성들과 적지(寂志) 및 범지들에게
아낌없이 모두 보시하였네.

연각의 수행을 닦아
애욕을 여의고 번뇌가 없어
청정한 환희심으로
오백 대중에게 공양을 올렸네.

이러한 공덕 덕분에
최후 생인 지금에 와서
권세 있고 부귀한 석가족에 태어나자
즉시 입으로 이렇게 말하였네.

집안에 정녕 보배와 돈과
재물이 많이 쌓여 있다면
나는 응당 이를 보시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리라.

나는 지치지도 게으르지도 않고
뭇 하열한 중생들을 구제하리니
선행이 쌓여 보답을 받을지언정
어찌 은혜를 베풀었다는 마음을 가지리.

집안에서는 나의 말을 듣고
근심하는 한편 두려워한 나머지
팔방으로 모두 흩어져 달아나고
유모들도 모두 도망쳐 버렸네.

어머님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네.
너는 천인이냐 귀신이냐?
어찌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느냐?

나는 즉시 이렇게 대답하였네.
나는 사람이지 귀신이 아닙니다.
전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그 때에 어머님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두려움이 사라져
나를 권장하고 도와
마음대로 보시하도록 해 주셨네.

집안에는 식솔들이 많았는데
어머님께서 나를 돌보도록 당부하시어
많은 사람들의 공경과 사랑을 받아
보는 이마다 모두 나를 좋아하였네.

내가 당시 그곳에 태어났더니
그 집안이 곧 흥성하였네.
이 때문에 적지(寂志)들께선
나의 이름을 시리라(尸利羅)라 하셨네.

그곳에서 보시를 하여
빈궁한 사람들을 구제하다가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집을 떠나 도를 닦았네.

처음 태어나자 집안이 흥성하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였으니
이 때문에 시리라라 불리었는데
그 이름이 저절로 세상에 알려졌네.

태어난 집에서 탐욕을 부리지 않고
또한 두려워하지도 않고서
신심을 내어 출가하여 도를 닦아
일체의 신통을 갖추었네.

나라의 임금께서 공경하였고
대신과 모든 백성들에게서
의복과 음식으로 많은 공양 받았으며
침상과 이부자리까지 모두 안락하였네.

이와 같이 시리라가
비구 대중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3. 박구로품(薄拘盧品:賈姓)[열두 수의 게송]


나는 옛적 반담마국(槃曇摩國)에서
약을 파는 몸이었다네.
유위불(惟衛佛)께서 세상에 계셨으니
사람들은 비구승들을 공경하였네.

병들어 수척한 사람이 있으면
약을 써서 병을 고쳐주는 등
온갖 약을 공급하여서
비구승들을 보살폈으며

한 해 동안 대중 스님들이
아무런 부족함이 없게 했는데
당시 나는 사문(沙門)들에게
하리륵(呵梨勒) 하나씩을 보시하였네.

그 덕분에 구십일 겁 동안
한 번도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았고
현상과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그 복덕이 저절로 나타났네.

내가 지은 은덕은 적은 것이나
받은 복덕은 한량없으니

하리륵 하나를 보시하고서
길이 좋은 곳에 태어났다네.

그리고도 남은 복덕이 있어
금생에 다시 인간의 몸을 얻고
평등각(平等覺) 부처님을 만나 뵈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이시네.

마을에서 혜택을 누리던 곳을
한 번이라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이틀 밤 만에
삼달지(三達智)3)를 통달하였네.

항상 몸에는 다 떨어진
오납의(五納衣)4)를 걸치고서
집을 떠나 도를 닦으며
한적한 곳에 있기를 좋아하였네.

그리하여 나이 백육십이 되도록
아무런 더러운 때가 묻지 않고
한 번도 질병을 앓은 적 없어
사는 곳마다 늘 편안하였네.

부처님께서 널리 보시고 설법하시기를
욕심을 줄이고 잠에 빠지지 말라 하셨나니
약을 보시한 나의 경우를 보면

3) 아라한이 가지는 과거ㆍ미래를 환히 아는 지혜. 삼명(三明)이라고도 함.
4) 여러 가지 옷 조각들을 꿰매어 만든 누더기로, 다섯 가지 색깔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름.

그 복덕이 이다지도 크다네.

이제 내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본래는 적은 공덕을 심었는데
그 열매를 남김 없이 거두어
마음에 흡족하고 편안하다네.

지금 현자 박구로는
비구 대중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4. 마가추품(摩呵䣯品:大長)[열두 수의 게송]  


옛날에 나는 가죽장이가 되어
생활 또한 편안하였네.
당시 나라에는 곡식이 매우 귀했는데
나는 가죽을 부드럽게 손질하고 있었네.

당시 나는 크고 좋은 가죽을 얻어
아름답게 되도록 삶고 있었는데
마침 한 사문이 찾아와서
음식을 달라고 구걸하였네.

그를 보니 환희심이 일어나
곧 삶던 가죽을 나누어 보시하였네.
그 적지(寂志)는 먹고 나더니
허공으로 훌쩍 날아올랐네.

도인을 뵙고는 뛸 듯이 기뻐
당장 두 손 모아 예배드리고
두루 계신 곳마다 공경하면서
다니시는 곳마다 따라다녔네.

환희에 찬 광대한 마음으로
저절로 이렇게 발원(發願)하였네.
나는 이와 같이 따라다녀서
언제나 존자와 함께 있으리.

이 도인과 같은 경지에
이르러 법신(法身)을 얻게 하소서.
나의 몸도 이와 같아서
속히 바른 소원 이루어지이다.

보시한 것은 모양이 하찮고
기운 또한 매우 더러우며
아무런 향기도 맛도 없었으니
내가 보시한 것은 이 같을 뿐이었네.

지은 공덕은 적을 뿐인데
받은 복덕은 어찌 한량이 없는가.
천상에 있거나 인간에 있거나
그 복덕이 자연히 드러났었네.

최후 생(生)인 지금에 와서
다시 사람의 몸을 얻고서
등정각(等正覺)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위대하신 스승이시네.

내가 본래 발원한 것을
부처님 세존을 만나 뵙고는
이에 모두 뜻대로 이루어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이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본래 지은 공덕은
남김 없이 열매를 거두었나니
마음은 흡족하고 환희롭다네.

이와 같이 큰 현자인
초라대통(䣯羅大通)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5. 우위가섭품(優爲迦葉品)[여덟 수의 게송]


두 사람의 도사(導師)가 있었는데
서로 비슷한 데다 형제였다네.
가섭불(迦葉佛)의 탑이
부딪쳐 허물어진 것을 보고

많은 장사꾼들을 모아
다시 보수하여 탑을 세웠는데
이 때 형제 두 사람은
함께 탑의 기둥을 견고히 떠받쳤네.

이러한 공덕을 쌓은 덕분에
매우 오래도록 천상에 태어나고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와서도
권세 있는 종족에 태어났다네.

그러나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집을 떠나 이단의 도를 배웠었나니
니련수(泥蓮水) 기슭에 있으면서
오래도록 편발지(編髮志)5)를 익혔네.

세존께서는 평등한 자비심을 지니시어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셨으니
항하수(恒河水) 가에서
신통력으로 변화를 보여주셨네.

우리들은 신통 변화를 보고
부처님께 머리를 깎아 달라 청하니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에게 출가를 허락하셨네.

우리들은 탑과 절에 공양 올리고
머리 조아리며 예배 올렸네.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우위가섭존(優爲迦葉尊)과
강하가섭(江河迦葉)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5) 편발은 머리를 땋아 상투를 트는 것을 말함. 편발지는 이러한 차림의 수행자가 익히는 공부를 뜻함.

16. 가야품(迦耶品:提取)[열다섯 수의 게송]


나는 옛날 향을 파는 사람이었는데
이미 향을 얻어 팔고 난 뒤에
한 어린 여자 아이가
향 파는 가게로 왔네.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답기에
그 아이가 나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붙잡고서 장난을 걸며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었네.

몸을 만지지도 않았고
성교를 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그저 팔을 잡고서
그녀를 희롱했을 뿐이었네.

그러나 이러한 잘못 때문에
수명을 마치고는 지옥에 떨어졌고
다시 인간의 몸을 얻었으나
오른팔이 저절로 말라버렸네.

이렇게 하기를 오백 생 동안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 이러하여
오른팔은 항상 말라버리니
고통스럽고 매우 불편하였네.

인자(仁者)들이여, 이를 생각하시오.
지은 죄는 매우 하찮은 것이라도
받는 재앙은 매우 많았으니
선악의 과보는 어길 수 없네.

그러다 부처님을 만나 뵙고서
집을 떠나 사문(沙門)이 되어
이미 아라한의 경지를 얻어
창량한 해탈에 도달하였네.

인자들이여, 나는 이에
자재한 신족통을 얻었으나
지금에 와서도 오른팔이
왼팔만큼 편리하지 못하네.

가령 어떤 남자가
다른 여인을 범하길 좋아하면
수명이 다하고는 지옥에 떨어져
매우 혹독한 고통을 받게 되네.

마땅히 여색을 범하지 않기를
타오르는 불을 버리듯 할지니
진리를 깨달은 지혜로운 사람은
매양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네.

설사 다른 아녀자를 보더라도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지니
나는 다시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겪었다네.

내가 이러한 죄를 범하였을 때
스스로 작은 것이라 여겼었는데
이 과보를 남김 없이 받고 보니
죄와 복은 어길 수 없는 것이네.

그러다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이시니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으셨네.

이것이 최후의 생인데
감로 같은 법문을 들을 수 있어
이미 일체의 고통을 여의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가야존(迦耶尊)이 이와 같이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7. 수제구품(樹提衢品)[서른 수의 게송]


유위불(惟衛佛) 세존께서
반두마국(槃頭摩國) 성에 계실 적에
당시 부유한 장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아능건나(阿能乾那)였네.

당시 부처님의 권속들은
육만 이천여 명이었는데
유위불 세존과 대중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봉양하였네.

나는 반두마국 주인으로서
위대하신 부처님을 봉양하였네.
날마다 진귀한 음식을 올려
부처님과 제자들을 봉양하였네.

이와 같이 반두마국에서
부처님께 음식을 올렸더니
당시 마지막 보시할 때에
반두마국 왕이 신심이 일었네.

그리하여 좋은 음식과 함께
의복과 침상 등으로 공양 드렸고
미묘한 제단을 지었으니
이것은 왕이 세운 것이었네.

편안히 쉴 온갖 도구들을 바쳐
침상과 걸상이 수천 개였으니
비구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마음에 들도록 보시를 베풀었네.

저 국왕은 최후에
이와 같이 온갖 것을 바쳐
더없이 위대하며 신통을 갖추신
부처님 세존을 받들어 모셨네.

나는 당시 저들이 침상이며
와구 등 편안히 쉴 도구와
의복 음식 등으로 공양하여
온갖 것이 갖추어짐을 보았네.

당시 천신들 가운데 존귀한
제석천이 나에게 와서는
제석천이 나에게 말하였네.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고.

그리고는 즉시 제단으로 변하니
천신처럼 엄숙하여 마음에 들었네.
천상의 자리를 설치하고서
천상의 음식을 부처님께 바쳤네.

당시 유위불 세존께서는
위대하시어 짝할 이가 없으시니
부처님과 제자들을 청하여
한 달 동안 봉양하였네.

나는 천상의 음식으로
부처님께 공양 올렸고
천상의 의복을 가지고
부처님과 제자들께 바쳤네.

이러한 공덕 덕분에
한량없는 은덕을 받아
구십일 겁 동안이나
한 번도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지은 복덕의 과보를 받았네.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나는 큰 성인이시며
더없이 존귀하신 유위불을 모셨네.

그리하여 지금 최후의 생에
나열기성(羅閱祗城)에 태어나
평사왕(萍沙王)의 궁전에 살며
한량없는 부귀영화를 누렸네.

평사국의 왕이 되니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여서
신하와 백성 등
모든 사람의 공경을 받았네.

나는 천상에서 악기를 연주했기에
이 생(生)에도 스스로 거리낌 없이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서도
하늘의 기악으로 스스로 즐겼네.

이에 큰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
더없이 위대하신 스승님께서
나열기국에 오셔서
대자비심을 베푸시었네.

나는 큰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
자비하신 세존께로 찾아갔네.


멀리서 바라보니 세존께서 빛을 뿜어
그 광명이 두루 비추기에
나는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네.

기뻐하며 내가 그 앞에 다가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여래께 예배하길 마친 다음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네.

나는 오래도록 부처님을 생각해 오다
지금에야 이러한 대인을 뵈오니
사람들 가운데 빼어난 스승이시라
마군의 그물을 항복 받으셨네.

더없이 훌륭하신 세존께서는
당장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사성제(四聖諦)를 설명하시되
나에게 맞게 말씀해 주셨네.

그것은 한량없는 자비심이었으니
세존께서 이와 같이 설명하심에
나는 크게 깨닫고 출가하고자
큰 계율을 받기를 원하였다네.

이에 큰 지혜를 갖추신
위없이 훌륭하신 부처님께서는
비구여, 오라고 말씀하시어
구족계를 내려 사문이 되게 하셨네.

이로부터 나는 방일하지 않고
굳건히 정진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감로 같은 법문을 만난 곳에서
아무런 사념도 일으키지 않았네.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니
더없이 훌륭한 스승님이라
나는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러
드디어 청량한 해탈을 얻었네.

인자들이여, 내가 돌이켜 생각하니
몸이 본래 지은 악업은
모두 그 열매를 거두어야
마음에 편안하고 안락하다네.

온갖 선행을 두루 닦아
생로병사의 고통을 벗어나고
일체의 고뇌와 근심 걱정
슬픔을 모두 여의었네.

이와 같이 수제존(樹提尊)이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8. 뇌타화라품(賴吒惒羅品)[스물여섯 수의 게송]


수유니(修惟尼)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에게 한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뇌타발단(賴吒拔檀)으로
왕의 가장 어린 아들이었네.

가섭불(迦葉佛) 부처님 시대에
크게 탑과 사찰을 일으켰는데
부왕은 불법을 옹호하려는 마음으로
사찰에 찰주(刹柱:刹竿)를 세웠네.

이에 나는 뛸 듯이 기뻐
승로반(承露盤)6)을 건립하고서
나는 장차 사문이 되어
부처님을 만나리라 서원을 세웠네.

이러한 공덕을 심었기 때문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에 있건 인간에 있건
그 복덕이 자연히 나타났었네.

이제 최후의 생인 지금
투루타국(投樓吒國)에서
존귀한 집안에 태어나니
누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네.

나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니
구렵왕(狗獵王)에게도 사랑을 받고
나의 모든 친족들과
온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네.

6) 탑 위에 층층이 쌓여 있는 상륜(相輪)을 말함.

단정하고도 잘 생긴데다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쳤으며
사람들 가운데서 항상 즐겁고
모든 욕망을 마음대로 즐겼네.

좋아하고 공경하던 세존께서
투루타국에 이르셨기에
내가 뵙고는 환희심이 일어
곧 사문이 되겠다고 간청하였네.

전생에 심은 공덕 덕분에
일어난 변화는 너무도 좋았나니
부처님께서는 나를 불쌍히 여겨
자비심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네.

모든 부처님의 정법에 의하면
부모가 허락하지 않을 경우엔
사문이 될 수가 없는 법이니
훌륭한 자제여, 직접 말씀드려라.

나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네.
부모님이시여, 제가 출가하여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부모님께서는 나의 말을 듣고
근심을 이기지 못하신 나머지
차라리 지금 당장 죽을지언정
아들과 떨어져 살지 않겠다 하셨네.

나는 이에 음식을 먹지도 않고
마음은 온통 우울한 채로
맑은 불법에만 뜻을 두고서
사문이 될 생각만 간절하였네.

나는 당시 음식을 먹지 않고
빈 터에 여읜 몸으로 누워
나의 뜻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장 이곳에서 죽으리라 결심했네.

엿새 동안이나 음식을 많지 않고
한 마음으로 시름에 잠긴 채
맑은 불법에만 뜻을 두고서
사문이 될 생각만 간절하였네.

이 때 나의 친지들이
부모님께 찾아와 이렇게 말했네.
장한 일이니 청을 들어 주십시오.
사람이 죽으면 어쩌시렵니까.

아들을 즐겁게 만나려 한다면
사문이 되어 살아 있어서
목숨을 보존해야 자주 만날 수 있지
죽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겠습니까.

이에 부모님은 깨달으시고
비통한 음성으로 함께 말씀하셨네.
설사 사문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이 때 나의 친지들은
곧장 와서는 말하였네.
부모님이 그대의 청을 들어 주셨으니
그대는 사문이 되도록 하라.

부모님께서는 조건을 제시하시기를
그대가 사문이 된다 하더라도
자주 찾아와 만날 수만 있다면
그대의 출가를 허락하겠다 했네.

너무도 훌륭한 소식을 듣고
절로 온몸에 힘이 솟아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네.

부모님께서 청을 들어 주셨기에
부처님의 존귀하신 가르침을 받고
세존께서는 나의 머리카락을 깎아
나를 사문이 되게 하셨네.

승로반을 보시한 덕분에
너무도 많은 안락을 누리고
천상에 있으나 세간에 있으나
공덕이 자연히 나타났네.

부처님께서는 널리 보시고 내게 말씀하셨네.
한적한 생활 좋아함이 제일이라고
이미 아라한의 경지를 얻어
청량한 해탈에 이르렀다네.

이런 까닭에 환희에 차서
기쁜 마음에 큰 자비심 생기나니
탑과 절을 공양하여야
크나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

뇌타화(賴吒惒) 대존자가
누더기를 입고 한적하게 지내다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9. 화제품(貨提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내가 옛날 왕사성에서

부유한 존자로 살고 있을 적에
오백 명이나 되는 도사들이
나의 집에 일년 동안 머물렀었네.

오백 명의 장자들이
모두 나의 집에 찾아오니
그 때야 도인들은
저마다 한 집씩 가서 머물렀네.

마치 우리 자신이
집안에서 짓는 음식을 먹듯
한 명 한 명의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공양하였네.

나이 많은 도사들은
자신들의 몫을 장자들에게 주었나니
더없이 존귀한 도인들은
그 마음이 이와 같았네.

오백 명에게 음식을 대접함에
콩국을 끓여 바쳤나니
나는 공양거리를 장만하여
비구들께 이와 같이 대접하였네.

이렇게 하기를 이틀,
비구들에게 보시하다가
나는 문득 탐욕과 질투의
나쁜 생각이 마음에 일어났네.

나의 처자식과 자매들
형제 친족들에게도
이와 같은 음식을
먹이지 못하는 형편인데

그럼에도 이 비구들은
석 달 동안이나 공양을 받았으니
오백 명을 대접하느라
우리 집 재물이 크게 줄었구나.

나는 나쁜 방법을 써서
비구들을 죽여야겠다.
비구들이 죽어 버리면
우리 집 재물을 축내지 않겠지.

악독한 생각을 하고 나서는
말똥을 음식에 섞어 넣어서
그 음식을 비구들에게 주어
고통 없이 죽이리라 생각했네.

이 음식을 먹은 다음에
병이 나서 매우 시달리더니
창자와 위장이 모두 갈라지고
오장이 끊어져 죽고 말았네.

진리를 좋아하고 깨달은 도인이
목숨이 다하여 죽고 마니
모든 천신과 귀신들이
다 함께 소리쳐 이렇게 말했네.

이 장자는 매우 악랄하여
도인을 무참히 해쳐 죽였네.
연각에 이르러 존귀하시며
맑고도 번뇌가 없으신 분을.

나는 이 말을 듣고
고뇌와 근심에 빠져 생각하였네.
우리는 선량한 도인을 죽였으니
한량없는 죄에 빠지고 말았구나.

친족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며 이렇게 생각했네.
도인들을 모두 모아 놓고서
그들에게 참회하고 자수하자.


이에 도인들게 귀의하여
참회하며 자수한 다음
오백 명의 도인들을 청하여
음식으로 공양 올렸네.

거듭 죄를 참회하고 자수하여
도인들에게 귀의하고
음식 공양을 마치고 난 뒤
마음에 스스로 서원을 세웠네.

나는 여기에 계신
여러 존자들과 함께 모여
이 분들이 득도(得度)한 것처럼
내 마음도 이와 같이 해탈하여지이다.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빈궁한 곳에 태어나지 말고
탐욕과 질투 등 악한 마음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게 하소서.

벽지불(辟支佛)을 이미 살해하여
악독한 죄를 저질렀기에
그곳에서 수명을 마치고 나자
태산지옥(太山地獄)에 떨어졌다네.

한량없는 고통을 받고
말할 수 없는 고뇌를 겪은 뒤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았으나
수명이 짧아 빨리 죽고 말았네.


권세 있고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뭇 사람들의 공경을 받았지만
내장이 매양 타는 듯하니
그런 후에는 이내 죽고 말았네.

출가하여 사문이 되니
사문은 그 무엇도 바랄 것 없어
정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아
일체의 욕망을 끊어 버렸네.

내가 육신을 버리고
열반에 들려 할 즈음엔
창자와 위 모든 오장이
갈갈이 찢어지고 끊어지리니,

내가 지었던 과거의 죄악
악한 마음으로 비구를 해쳤던
아직도 남아 있는 죄의 재앙을
최후에는 모두 마치게 되리라.

내 자신이 지었던 악과
베풀었던 모든 선행들의
과보를 남김 없이 받아
선악의 댓가를 이미 얻었네.

사위성에 태어난
신족통을 갖춘 화제(貨提)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0. 선승가섭품(禪承迦葉品)[열한 수의 게송]


많은 비구 스님들 목숨이
칠 년을 넘기지 못하였으니
당시 나라에는 기근이 들어
굶주림의 공포가 크게 번졌네.

나는 한 사람을 공양했으니
마갈타의 훌륭한 도인으로서
연각의 경지에 이르러
청량하여 번뇌가 없는 이였네.

당시 나는 그만 마음이 변해
악독한 짓을 할 뜻을 품고서
내가 이 비구를 공양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했네.

이에 음식을 그대로 두어
벌레와 악취가 생기게 하여
모든 할 일을 돌보고 나서
그 후에 그것을 먹게 하였네.

이렇게 지은 죄악 때문에
수명이 다하자 지옥에 떨어져
사지를 저미고 불에 구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네.

지옥에서 벗어난 뒤로도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온갖 수단을 다 써보아도
음식을 구하기가 늘 어려웠네.

그러다 지금 최후의 생에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
등정각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님이시네.

신심이 일어 출가하여
재난을 없애 번뇌가 다하여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서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인자들이여, 나는 이에
신족통을 얻어 항상 자재하건만
음식을 구하여 방편을 써도
약간이라도 얻을 수 없네.

큰 길을 벗어나 멀리까지 다니며
말할 수 없는 피로에 시달려도
가나마 요행 운수가 좋아야
음식 공양을 받을 수 있다네.

승가가섭존(承伽迦葉尊)인
대통명소작(大通名所作)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1. 주리반특품(朱利般特品)[여덟 수의 게송]


옛날 내가 전생에
돼지를 기르는 사람일 적에
강가에 있으면서
돼지들의 입을 묶은 뒤에

강을 건너다가 절반쯤 이르러
나 자신만 혼자 무사히 건너오고는
돼지들은 숨도 헐떡이지 못하고
중간에 휩쓸려 모두 빠져 죽었네.

이 때 나는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고 의지할 데 없던 차에
온몸에 자비심이 가득 찬
한 선인(仙人)이 그곳에 왔네.

곧 나를 인도하여 교화시켜서
내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아주고는
착한 계율을 가르쳐 깨우치고
무상삼매(無相三昧)를 행하게 하셨네.

그곳에서 수명을 마친 뒤에는
곧 천상에 태어났으며
천상에서 수명을 다하고서는
다시 태어나 도인이 되었네.

등정각이신 부처님을 뵙게 되어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으나
어디서나 정신이 흐릿하여
경전을 배우면 곧 잊어버렸네.

나는 게송 한 수를 배우는데
석 달이 걸려서야 외었으나
네 구절 게송을 익히고 외어
모든 애욕을 끊어버렸네.

세존께서 마침 물으시기에
주리반특이 아뢰옵니다.
지금까지 지었던 선행과 악행을
이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말하옵니다.

22. 제호시품(醍醐施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가섭불께서 열반하시니
나는 뒤를 잇는 제자가 되어
널리 듣고 삼세(三世)의 일을 알고도
늘 경법(經法) 감추고 아꼈네.

비구들에게 일러주지도
남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으려 하고
혹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와 같게 된다고 생각하였네.

설사 어떤 비구가 와서
나에게 경법을 물을지라도
내가 거짓으로 그를 속이니
뜻을 알 수 없어 원망하였네.

도인들은 화가 나 돌아가면서
근심과 분노에 차 욕을 하였네.
무엇을 꺼려서 법을 말하지 않는가.
그대의 행동은 결코 옳지 못하다네.

수명이 다하려 할 즈음에야.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자책하였네.
예전에 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은
참으로 옳지 못한 행위였구나.

수명이 다해 가고 있어
남은 기한이 칠일뿐임을 알고
대중 스님들을 모아 놓고
당장 법을 설명해 주었네.

밤낮으로 중요한 법을 가르쳐
탐욕과 질투를 없애게 하였는데
설법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나의 수명이 다하고 말았네.

나의 설법을 들은 사람들은
지극히 미묘한 기쁨에 잠겨
가르침을 받아 지녀 뜻을 생각하고
점차 서로 권하여 교화시켰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칠일 동안
내가 한 설법은 아주 적었지만
이 덕분에 천상에 태어나서
하늘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네.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고는
하생하여 다시 사람이 되어
가유라국(迦惟羅國)의
석가국(釋迦國) 왕가에 태어났네.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공경하여
뭇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였고
재물이 많아 보배가 한량없으니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었네.

그런데 종족의 남자들 중
젊은이들이 모두 출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승려가 되는 것이 부러워
집안에 아끼던 재물을 모두 버렸네.

세존께서는 더없이 훌륭하신 분이라
자비심으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누차 나를 타이르고 격려하여
출가하도록 권하시고 이끄셨네.

나는 부처님의 더없이 높은
기쁜 가르침을 공경히 따랐으니
인자들이여, 나는 몸소
칠년 동안 보시를 행하였네.

이렇게 칠년 동안
보시하기를 마친 다음
그제야 승려가 되어
뛰어난 지혜의 가르침 받았네.

칠년은 실로 오랜 기간이요.
사람의 수명은 매우 짧으니
오늘 보시를 한 뒤에
뉘라서 삶을 장담할 수 있으리.

나는 세존의 분부를 따라
즉시 사문(沙門)이 되었고
인자들이여, 그리고 칠일 만에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았네.

신심이 있었기에 사문이 되어
불법을 수행하는 몸이 되어서
이십오년 세월 동안
고요한 물같이 마음을 가라 앉혔네.

그런데 그만 악도(惡道)에 빠져
집안 일에 대한 애착이 일어나
닦고 있던 수행을 모두 버리고
감로 같은 법문도 소용 없었네.

그러다 매우 부끄러워 뉘우치고
열반을 얻기를 발원하였네.
친척들에게 비방을 받아
모두를 나를 원수처럼 보리니

이러한 행동은 옳지 못하여
또한 바랄 바가 아닌 것이니
이미 출가하여 적멸을 지향했으니
어찌 다시 속세의 집을 생각하리요.

자식을 낳아 기를 생각과
재물에 대한 욕심 등을
모두 남김없이 끊어버리고
끝끝내 계율을 버리지 않으리라.

차라리 나 자신이 죽을지언정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하리라.
나는 마땅히 큰 칼을 잡으리니
이 목숨을 어찌 아랑곳하랴.

그리고 예리한 칼로 끊듯이
지난 인연들을 끊어버려서
더러운 때가 모두 제거되니
그제야 마음에 해탈을 얻었네.

일심으로 해탈을 얻고 난 뒤
차츰 남에게도 적멸 얻게 하였더니
나는 자비를 베푼 대가로
진리의 광명을 빨리 만났네.

나의 수명이 다하려 할 즈음
존귀하고 미묘한 법을 강설했는데
이 법이 참으로 행할 만했기 때문에
마음을 고요히 하여 해탈을 얻었네.

큰 신족통을 갖춘 석가족의
근기가 약한 살바달(薩波達)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3. 아나율품(阿那律品:無獵)[아홉 수의 게송]


옛날 나는 음식을 먹지도 않은 채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었는데
우연히 한 사문(沙門)을 만나니
대통화리타(大通和莅吒)였네.

이런 인연으로 석가족에 태어나
이름을 아나율이라 하였으며
공덕을 쌓은 덕분에 나는
온갖 기악들을 즐길 수 있었네.

그 때에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뵈옵고
곧 기쁜 마음으로 세존을 흠모했나니
그 분을 바라보고는 뛸 듯이 기뻐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네.

숙세(宿世)에 쌓아온 정진 덕분에
수행의 방편이 늘 견고하고
이미 삼달지(三達智)를 뛰어넘어
부처님과 같은 가르침을 갖추었다네.

스스로 전생에 지어 온
인연들을 돌이켜 아노니
천상의 도리천에서
칠세(七世) 동안 지냈네.

칠세가 지난 뒤 세상에 돌아와
인간으로 존귀한 집에 태어나니
부귀한 군자(君子)의 집안으로서
금은보화가 자연히 갖추어졌네.

천상에서 칠세, 인간에서 칠세
열네 차례 생사를 거듭했는데
전생에 지은 근본 인연을
모두 자세히 알았었네.

이러한 인연의 결과로
인색하거나 질투한 적이 전혀 없고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늘 생사를 벗어나기만 구하였네.

이 때에 존자 아나율이
대중 스님들 가운데 있다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4. 미가불품(彌迦弗品:鹿子)[열네 수의 게송]


옛날 나는 사냥개를 쫓다가
어느 약품 가게에 이르렀는데
몸이 불편한
연각(緣覺)이신 한 존자를 만났네.

나는 그에게 의약품을 주고
칠일 동안이나 보살폈는데
존자는 칠일이 지나고 나자
그만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네.


나는 그 때 집안에 있던
하인들과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네.
복전(福田)인 존자가 우리 집에 왔으니
출가의 공부란 이와 같도다.

그러던 중 나는 하인이 전하는
벽지불이 날아갔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
한 마음으로 허공을 향해 합장하였네.

이 때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의약품을 보시했던 인연 때문에
천상에 있으나 인간에 있으나
공덕이 자연히 나타났네.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
다시 인간의 몸을 얻어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신
등정각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뵈었네.

이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이미 모든 집착을 끊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였네.

지금 나는 이곳에서
의복과 음식뿐만 아니라
침상 와구 등 안락한 도구들을
매우 많이 공양 받고 있네.

벽지불에게 의복을 기워주고
의약품을 보시했던 덕분에
사방에서 온갖 약들을 주며
편안하여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었네.

이 때 천인이 내려와
평사국(萍沙國) 왕에게 말하였네.
그대는 마땅히 의약품을 가지고
미가불(彌迦弗)에게 보시하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그대 나라가 흥성하고
온갖 약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이에 유기성(遺耆城)의 의왕(醫王)이
약을 가지고 와 녹자(鹿子)에게 바쳤네.

그러자 사방에서 온갖 의약품들이
모두 나에게로 쏟아져 왔네.
당시 평사국의 왕은 약품을
대신통이 있는 이에게 보시하였네.

이에 나에게 약품을 주게 되어
유연당(柔軟堂)을 갖추고서
천이백 오십 명 비구들에게
두루 약품을 나누어 주었네.

육통(六通)의 큰 신통력을 갖춘
녹자(鹿子) 비구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5. 나운품(羅雲品)[열 수의 게송]


나는 옛날 왕이 되어
마갈타국을 다스렸는데
백성들이 매우 많았지만
사리에 맞게 나랏일을 처리했네.

당시 한 선인이 있었는데
시내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는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네.

대왕이시여, 저는 도적질을 했습니다.
주지도 않은 물을 마셨으니
마땅히 저를 처벌하시어
도둑놈을 매질하듯 하여 주소서.

이에 나는 대답하였네.
선인은 법약(法藥)을 지녔으니
나는 그대를 내버려 두겠다.
가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다.

대왕이시여, 저는 납득할 수 없으니
죄과를 없애지 못하겠나이다.
당연히 저를 처벌하셔야만
그래야 저의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이에 뒷동산에 버려 두라 분부하고는
엿새 동안이나 그를 잊고 지냈으며
엿새가 지난 뒤에도
음식을 얻지 못하도록 했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악한 마음을 품었던 것이 아닌데도
불에 타고 구워지는 흑승(黑繩)지옥에 떨어져
육만 년이란 오랜 세월을 지내고

그리고도 재앙이 아직 남아
최후의 생인 지금에도
어머니 뱃속에 들어 있은 지
육 년 만에야 출생할 수 있었네.

나쁜 마음을 일으킨 적 없고
몸과 입으로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이와 같은 과보를 받았으니
죄와 복은 참으로 어길 수 없는 것.

이와 같이 나운존이
비구 스님들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6. 난제품(難提品)[열네 수의 게송]


옛날 유위불(惟衛佛) 세상에서
나는 따뜻한 욕실을 보시하여
비구 스님을 한 번 목욕하게 해주고
스스로 이렇게 발원했네.


나도 이 스님과 같은
존귀한 대중들과 함께 모여서
세세생생 청량함을 얻고
욕망을 떠나 티 없이 살며

단정하며 항상 침착하고
미묘한 꽃같이 청정하게 되기를.
그곳에서 수명이 다하자
곧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네.

천상에 있으나 인간 세상에 있으나
얼굴은 아름답고 단정한 데다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매우 존구한 집에 살게 되었네.

천상에서 수명이 다한 후에는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오자
천인과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면 좋아하였네.

벽지불의 탑을 보고
잘 수리하고 단장하여
성인의 표식은 선명하게 하고
그 위에는 깃발과 덮개를 달았네.

나는 그 때에 이렇게 발원했네.
나의 모습이 훌륭하여
몸에는 자금색 빛이 나고
단정하기 비길 데 없이 되어지이다.


이 때 지은 복으로 인해
바라나국(婆羅奈國)에 태어났네.
지유니(脂惟尼:sīvi)로 태어나
아들이 되어 미워하거나 해침이 없었네.

가섭불의 탑을 보고
환희심이 일어나
곧 그 절로 가서
승로반(承露盤)7)을 세웠네.

이렇게 탑을 보시하고
탑의 성인 표식을 수리하고
승로반을 세웠던 인연으로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았네.

그러고도 남은 복이 있어
최후의 생인 지금
석가족 왕가에 태어나
부처님의 아우가 되었네.

나의 몸은 자연히
대인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장엄하게 나찬(羅羼)을 이루고
평등하게 삼사(三士)께 보시하였네.

부처님께서 두루 보시고는 나를 두고
단정하기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7) 노반(露盤)이라고도 한다. 탑의 옥개(屋蓋)에 설치하는 구륜(九輪)을 말한다.

이미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감로같은 진리의 법을 얻었네.

난제 부모자(父母子)가
비구 스님들 가운데서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7. 발제품(颰提品)[열아홉 수의 게송]


옛날 세상에는 곡식이 귀하여
지근으로 큰 공포에 휩싸였을 때
오백 명의 비구들이 있었는데
걸식하면 사람들이 음식을 주었네.

일체의 모든 장자들은
도를 지닌 이들에게 보시하여
걸식하면 음식을 얻을 수 있었나니
음식을 가져와 나에게 주었네.

아무리 거친 음식이라 할지라도
항상 나누어 나에게 주었으며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서
매양 나의 말을 따랐네.

한 번은 사람들이 찾아와
나에게 음식을 구걸하였는데
나는 이 때 힘을 다하여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네.

이에 사람들은 모두 뛰어
멀리서 저를 찾으면서
힘을 다해 뒤를 쫓았지만
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네.

흐르는 하천을 건너서
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사방을 두루 돌아보았더니
고요하여 따라오는 사람 없었네.

그날 나 혼자서 음식을 먹노라니
부드럽고 맛있고 또한 향기로워
마음에 흡족하게 실컷 먹고서
날이 저물도록 편안히 쉬었네.

그 곳에 한 비구가 있었으니
곧 연각(緣覺) 세존으로서
위신(威神)이 매우 우뚝하여
생사를 남김 없이 제거하셨네.

마음속으로 근심하며 생각하기를
가난하고 미천함은 매우 고통스러우니
본래 공덕을 닦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가난하게 된 것이다.

이에 곧 청정한 마음이 일어나
뛸 듯이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마땅히 비구에게 보시해야지
비구는 모든 복의 근본이라네.

이 때 세존께서는 음식을 받아
그곳에서 잡수시고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며
허공으로 훌쩍 날아 오르셨네.

나는 이에 발원하였네.
다시는 내가 가난하지 않으며
내생에는 권세 있고 부유한 집에 태어나
미묘한 꽃처럼 용모가 단정하고

이러한 존귀한 분들과
세세생생 함께 모여 지내며
나도 이러한 법을 받아
저 존자처럼 되어지이다.

이 때 지은 복덕 때문에
오랫동안 안락을 누렸고
천상에서건 인간 세상에서건
지은 복덕이 절로 나타났네.

때로는 국왕이 되기도 했고
천상과 인간을 무수히 오가며
한 번도 악도에 떨어진 적 없고
별다른 재앙도 있지 않았네.

그리고도 남은 복이 있어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는
권세 있고 부유한 가문에 태어나니
큰 성씨인 석가족에 태어났네.


한 번은 부처님이신 세존께서
태어나신 본국으로 오셨기에
나는 곧 사문(沙門)이 되어
여러 친족들과 함께 지냈네.

내가 전생에 세운 발원이
모두 뜻대로 이루어지고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권세를 버리고 사문이 된
발제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8. 나반발제품(羅槃颰提品)[열네 수의 게송]


옛날 구루진불(拘樓秦佛) 시대에
탑을 세운 사람이 있었다네.
나도 당시 그곳에 살았는데
그 절은 매우 높고 컸었네.

이 탑과 절을 세울 때
나는 입으로 비방하였네.
이 탑은 매우 크고 높은데
어느 때나 완성할 수 있으리.

조그만 공덕을 지으면 되니
이렇게 스스로 힘을 쓴다면
그다지 많이 수고하지 않고
탑과 절도 속히 완공될 것을.

입으로 비방하는 말을 하여
망어(忘語)죄를 범한 탓에
수명이 다하고 난 뒤
그만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네.

지옥에서 나온 뒤로도
몸은 왜소하고 추악했으며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였네.

가섭불(迦葉佛) 시대에는
부리가 붉은 까마귀가 되어서
바라나국(波羅奈國)에 살며
우거진 숲 사이를 날아다니다

부처님께서 광명을 뿜으며
비구들에게 둘러싸인 광명을 보고
곧 부처님께 순종하여 예배 올리고
입으로 슬픈 소리를 내었네.

부처님 세존께서 다니시다가
바라나국에 계실 적에는
늘 어디고 따라다니면서
항상 주위를 맴돌며 슬피 울었네.

이 때 지은 공덕 때문에
다시 사람의 몸을 얻었고
더없이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네.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이미 모든 집착을 버리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자재한 아라한의 지위를 얻고
여섯 가지 신통과 대신족통을 가졌네.
이름을 지법(持法)이라 하니
바르고 참되며 변재를 갖추었네.

모든 대중의 모임에서도
나의 음성을 듣게 되면
친척들과 사람들이
다들 환희심을 일으킨다네.

내가 지은 죄는 적은 것이나
지은 복도 역시 많지는 않네.
모두가 그 과보를 얻게 되나니
죄와 복 둘다 지은 대로네.

나반발제 존자가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9. 마두화율치품(摩頭惒律致品)[스물한 수의 게송]


옛날 유야리국(惟耶離國)에서
큰 원숭이가 되었을 적에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가다가
비구들이 꾸중을 들었네.

발우를 깨뜨리지는 않았기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네.
비구들이여, 꾸짖지 말라.
끝내 발우를 깨뜨리지 않았단다.

나는 부처님의 발우를 가지고
천천히 나무 위로 올라가
발우에 벌꿀을 가득 채워서
다시 나무에서 내려왔네.

벌꿀이 가득찬 발우를 받들어
두 손으로 세존께 공손히 바쳤는데
벌꿀 가운데 더러운 벌레가 있어
부처님께서는 받으려 하지 않으셨네.

부처님께서는 발우 가운데
죽은 벌과 꿀이 섞여 있음을 보셨네.
나는 좋은 부분만 가려낸 다음
다시 들어서 부처님께 바쳤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광명을 비추시고
여전히 받으려 하지 않으셨기에
나는 물로 발우를 깨끗이 씻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바쳤네.

물로 윗부분을 깨끗이 씻고
다시 다른 발우에 담아
세존께 공양을 올리고 나자
마음은 뛸 듯이 환희에 찼네.

세존께서 비길 데 없이 훌륭하시어
이 때 죽은 벌을 제도하시고
내가 올린 한 발우의 벌꿀을 받아
여러 제자들과 함께 드셨네.

나는 이에 너무도 기뻐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는
오로지 법왕(法王) 앞에 머물며
항상 정진할 마음을 가졌네.

나는 그곳에서 이렇게 발원했네.
내가 사람의 몸을 얻고
내세에는 세존의 세상을 만나
최상의 진리를 얻어지이다.

이 때 지은 복덕 때문에
사람의 몸을 얻게 되었고
더없이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날 수 있었네.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부처님을 곁에 모시면서
이미 모든 집착을 버리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대신족통 및 여섯 신통을 갖춘
자재한 아라한이 되어
이름을 출밀(出蜜)8)이라 하니
비구들도 이 사실을 알았네.

전생에 지은 복덕으로
지금 사람들의 공경을 받아
수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사방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도중에 궁핍한 상태에 빠져
비구 스님들이 굶주리고 목마를 때면
내 마음속으로 발원하길
벌꿀과 음료수를 얻고 싶다 하였네.

그러면 내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사람들이 먼 곳에서 와서
벌꿀과 좋은 음식을 가지고
공손히 나에게 바쳤네.

나는 곧 이 음식들을 받았고
자연히 좋은 음식이 매우 풍족해져서
이를 비구 스님들께 보시하여
모두들 마음껏 실컷 먹게 했네.

8) 벌꿀을 바쳤다는 의미다.

나는 태어나서 그 즉시
원숭이였을 때 지었던 복덕 때문에
생사의 길을 모두 벗어나고
감로 같은 법문을 얻을 수 있었네.

이에 내가 전생에 바라던 바를
뜻대로 모두 이루게 되었나니
세존이신 부처님을 공양하면
바라는 바가 모두 갖추어진다네.

인자(人者)들이여, 나는 매양 생각했네.
내가 지은 공덕은
모두 그 보답을 받아
마음이 언제나 평안하다고.

이와 같이 출밀존(出蜜尊)이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30. 세존품(世尊品)[오십 수의 게송]


온 누리를 가장 널리 밝히시고
모든 세간에서 가장 뛰어나시며
모든 번뇌의 때를 말끔히 제거하시고
일체의 대중을 항복 받으셨네.

모든 신통과 지혜로 두루 살피시는
온갖 것에 통달하신 대인이시니
모든 원한과 공포에서 중생을 구하고
진리의 배로 저 언덕에 이르게 하네.

모든 중생 깨우쳐 교화하시고
언제나 기꺼이 세상을 걱정하여
중생을 불쌍히 여겨 해탈케 하고
진리로 일체 중생 구원하셨네.

모든 중생들을 묶고 있는
온갖 속박을 제거하시니
일체의 사람 중 가장 뛰어나시며
설법하여 중생의 눈이 되시네.

대인(大人)이신 부처님 끝없는 지혜
대웅(大雄)이신 부처님 지극한 명망
대광명(大光明)이신 부처님 끝없는 설법
최상의 진리로 중생을 건지시네.

대력(大力)으로 교화하여 간교함이 없고
크고 밝은 지혜로 중생을 깨우치시며
기쁜 마음으로 중생들을 권면하시니
큰 의왕(醫王)께서는 온갖 능력 갖추셨네.

세존이신 부처님 중생의 두려움 없애주시고
위없으신 부처님 모든 근심 제거해주시며
부처님의 인자하신 마음은
대지옥에 묶인 결박 풀어주셨네.

큰 용왕이시고 큰 사자이시며
집착이 없는 큰 비구이시고
큰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번뇌에서 건져주셨네.

정진하여 큰 힘을 갖추시고
교화의 방편이 크게 견고하시어
천상과 인간을 모두 항복 받으시고
큰 진리 속에 고요하고 평안하시네.

부처님께서는 천중천(天中天)9)이시라
모든 귀신들까지도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세상을 불쌍히 여기시네.

항상 큰 생사(生死) 가운데 있으면서
생사의 그물을 끊어버리시고
신통력과 끝없는 자비로
큰 지옥에서 중생을 건지셨네.

큰 용왕이시며 큰 천인이시라
뭇 대중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시며
한량없는 보시를 널리 베푸시고
이미 고요한 해탈에 이르렀네.

모든 선인들의 존장이 되고
이미 모든 존귀한 진리를 얻어

9) 하늘 중에서도 하늘이라는 뜻으로 가장 존귀함을 뜻한다.

큰 제자들을 성취시키시니
스승의 덕은 지극히 높도다.

모든 복덕 가운데 가장 으뜸이신
위없으신 부처님 근심 걱정 없애시고
모든 이들을 해탈케 하시며
일체의 상호(相好)가 존귀하도다.

모든 색욕(色慾)을 끊어버리시고
모든 애욕도 뽑아버리시고
지금 용왕이 있는
아뇩달지 큰 연못에 노닐고 계시네.

일체의 행위를 이루시고
허공 가운데 뛰어 올라 계시는데
제자의 무리들이 에워싸니
오백 제자 조용히 있다네.

불쌍히 여기시고 지극히 애달파하여
모든 사람들을 자비롭게 보살피시니
비구 대중을 관찰하시고는
스스로 이렇게 말씀하셨네.

내 말을 분명히 들어라.
전생에 지은 것에 따라
몸에 비로소 행위가 있고
지금 그 남은 재앙을 받는다.

내가 옛날 전생에
문라(文羅)라는 이름의 사람이었을 때
착하고 훌륭하며 허물이 없는
벽지불을 헐뜯은 적이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이 훌륭한 벽지불을 잡아다가
수갑을 채우고 온몸을 결박해
사형수처럼 대하려 하였네.

나는 그제야 이 사문이
결박당하여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서
마음에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를 구해서 풀어주었네.

이 때 지은 죄업 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지옥에 떨어졌고
그런 다음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났으나
항상 사람들의 비방을 받았네.

그러고도 재앙이 남아 있어서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도
수다리(須陀利) 외도들이
함께 모의하여 나를 비방하네.

한번은 바라문이 되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도술을 지녀
오백 명의 학지(學志)10)들을 거느리고

10) 바라문 또는 바라문의 가르침을 배우는 학생인 듯하다.

우거진 숲속에서 강론하였네.

이 때에 큰 신력(神力)에다
오신통을 지닌 비구가 왔네.
나는 도인이 오는 것을 보고
비방하며 그의 잘못을 들추었네.

선인은 애욕을 가라앉힌 채
숲속에 고아하게 자리 잡았는데
마납(摩納)11)들도 그 말을 듣고
나를 따라 함께 비방하였네.

이에 모든 학지(學志)들이
집집마다 걸식하러 다니며 떠드니
사람들 중에서도 비방하였네.
선인은 더러운 욕심이 있다고.

이렇게 저지른 죄업 때문에
수다리(須陀利)의 여인과
부처님의 오백 제자들이
모두 비방을 당하게 되었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이치에 밝으시어
허망한 비방을 받게 되자
이는 세타(世吒)의 제자 짓이지
사문이 그렇지 않았음을 잘 아셨네.

11) 바라문의 학생이나 연소자.

이 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곧장 악도 가운데 떨어져
태산(太山)지옥에 태어나
매우 혹독한 괴로움을 겪었네.

그리고도 남은 재앙이 있어
전차마니녀(旃遮摩尼女)가
대중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허망하게도 부처님을 습격해 죽였네.

옛날에 삼형제가 되었을 때는
재산 때문에 서로 다투다가
형제들을 깊은 골짜기에 떠밀어 놓고
돌로 쳐서 죽이고 말았네.

이 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태산 지옥에 떨어져
쇠사슬에 묶여 불에 타고 굽히니
그 혹독한 고통 말할 수 없네.

그리고도 남은 재앙이 있어
조달(調達)12)이 바위를 굴리니
이에 바위가 떨어져 내려
부처님의 발가락이 다치고 말았네.

사람들이 깊은 물을 건너려고
배를 타고 강과 바다에 들어갔을 때

12) 제바달다(提婆達多). 부처님의 사촌으로 항상 부처님을 해치려 하다가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함께 배 위에 타고 있다가
칼을 빼어 상인들을 해치고 말았네.

이러한 죄악을 저질렀기에
몸이 지옥 속에 떨어졌고
그리고도 오히려 재앙이 남아
철자(鐵刺)13)가 부처님 앞에 나타났네.

한번은 물고기 잡는 가게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물고기를 잡아 죽이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일었네.

이 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태산지옥 속에 떨어져
쇠사슬에 묶여 불에 타고 굽히니
그 혹독한 고통 말할 수 없네.

누륵국(樓勒國)의 왕을 따라
스님을 죽였는데
이 때 지은 재앙이 나아
지금도 두통에 시달린다네.

유위불(惟衛佛) 세존의 시대에
그 제자들을 마구 욕하였네.
흰 쌀밥을 먹게 하지 말고
항상 날보리를 먹여야 한다고.

13) 쇠바늘 숲[鐵刺林]지옥을 말함. 사음(邪淫)을 범한 사람이 떨어지는 곳이다.

이 때 입으로 나쁜 말을 한
죄업을 저질렀기 때문에
흑승(黑繩)지옥14)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았네.

그리고도 오히려 재앙이 남아
바라문들과 원한을 맺어
한번은 나를 청해다가
석 달 동안 보리를 먹게 했네.

옛날에 의원이 되었을 적에는
존귀한 이의 자식을 치료하다가
그만 약을 잘못 쓴 탓에
병이 더욱 악화되게 만들었네.

이 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 고통이 심했는데
그러고도 남은 재앙이 있어
지금도 설사병을 앓는다네.

내가 옛날 전생에
격투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역사(力士)와 서로 겨루다가
불자(佛子)를 그만 살해하였네.

이 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14) 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 쇠사슬로 묶인 채 불에 굽히고 태워진다고 한다.

그리고도 재앙이 남아
어깨와 옆구리가 항상 아프다네.

난제화라(難提和羅)에게 이르시기를
가섭불을 경멸하며 헐뜯었으니
이 사문을 보면
불도를 얻지 못한다 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