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大毘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 제1권
대당 천축삼장 선무외(善無畏), 사문 일행(一行) 공역
김영덕 번역
1. 입진언문주심품(入眞言門住心品)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에 박가범2)께서는 여래3)가 가지(加持)하시는 넓고 큰 금강법계궁(金剛法界宮)에 머무시니, 여래께서 신해(信解)로써 유희하시며 신통으로 변화[遊戱神變]4)하여 만든 크나 큰 보배누각[大樓閣寶王]은 높아서 중앙과 끝이 없고 온갖 크고도 묘한 보배로써 사이사이를 장식하였으며, 보살의 몸이 사자좌(師子座)가 되었다.
모든 지금강자(持金剛者)5)들이 모두 다 모인 곳이며, 그 금강자들의 이름
1) 입진언문주심품이란 마음의 차별을 차례로 설하여 보이는 품이라는 의미로, 이 품에서는 3밀의 방편으로 사람이 본래 갖추고 있는 정보리심에 안주한다는 뜻을 설하고 있다.
2) 산스크리트어로 bhagavan. 세존이라는 의미이며, 이지불이(理智不二)의 이법신(理法身)이다. 이를 본지신(本地身)이라 칭한다.
3) 여래란 가지신(加持身)이다. 본지신(本地身)에서 가지신력(加持神力)이 드러난 것으로 이지불이(理智不二)의 자수용지신(自受用智身)을 말한다.
4) 신해(信解)는 신해지(信解地)를 말하며, 처음의 진정한 발심으로부터 시작하여 성불에 이르기까지의 중간을 통털어 신해지라 한다. 유희신변은 보살의 자재신통(自在神通)을 의미한다.
5) 지금강(持金剛, Vajradh ra)은 금강저(金剛杵)를 지닌 보살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십구집금강을 밝히고 있다. 이는 대일여래의 지덕(智德)의 표현이다. 이를 세분하면 처음의 열 여덟 집금강은 별덕(別德)을 나타내며 제19의 금강수비밀주는 총덕(總德)을 나타낸다. 별덕을 나타내는 존 가운데 처음의 6존은 자증(自證)을 나타내며, 7·8·9의 3금강은 화타(化他)의 존이며, 나머지 9존은 자증화타(自證化他)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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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허공무구집금강(虛空無垢執金剛), 허공유보집금강(虛空遊步執金剛), 허공생집금강(虛空生執金剛), 피잡색의집금강(被雜色衣執金剛), 선행보집금강(善行步執金剛), 주일체법평등집금강(住一切法平等執金剛), 애민무량중생계집금강(哀愍無量衆生界執金剛), 나라연력집금강(那羅延力執金剛), 대나라연력집금강(大那羅延力執金剛), 묘집금강(妙執金剛), 승신집금강(勝迅執金剛), 무구집금강(無垢執金剛), 도신집금강(刃迅執金剛), 여래갑집금강(如來甲執金剛), 여래구생집금강(
如來句生執金剛), 주무희론집금강(住無戱論執金剛), 여래십력생집금강(如來十力生執金剛), 무구안집금강(無垢眼執金剛), 금강수비밀주(金剛手秘密主)라 한다.
이와 같은 분들이 상수(上首)가 되었으며, 무한한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수의 지금강들과 더불어 계신다. 또한 보현보살(普賢菩薩), 자씨(慈氏)보살, 묘길상(妙吉祥)보살, 제일체개장(除一切蓋障)보살 등의 모든 대보살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법을 연설하신다. 그 법문은 이른바 3시(時)6)를 초월한 여래의 태양이 가지하였기에 몸과 말과 뜻이 평등한 법문이었다.
그때 그 보살들은 보현보살7)이 상수가 되며, 모든 집금강에게는 비밀주가 상수가 되니 비로자나여래께서는 가지력으로써 몸[身]의 무진장엄장(無盡莊嚴藏)을 빠르게 시현하신다. 이와 같이 말[語]와 뜻[意]에서도 평등한 무진장엄장을 빠르게 시현하신다. 이는 비로자나부처의 몸이나 말이나 뜻을 쫓아서 생하는 것이 아니니, 온갖 곳의 생기고 없어짐이 그 끝을 얻을 수 없으므로,8) 비로자나께서 모든 몸의 업과 모
든 언어의 업과 모든 뜻의 업으로 모든 장소와 모든 때에 유정세계에 진언의 도를 설한 법문을 널리 설하시는 것이다. 또한 집금강(執金剛)9)과 보현보살과 연화수보살(蓮華手菩薩) 등의 모습을 두루 시방(十方)에 나타내어 진언도의 청정한 법문[眞言道淸淨句法]을
6)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삼시(三時)를 초월한다는 뜻으로 항시(恒時)의 의미이다.
7) 보현 이하는 서상삼신(瑞相三身)의 상(相)을 나타낸다. 시방법계경(十方法界經)에 법신, 보신, 화신의 3신이 제도해야 할 중생에 대해서 설법하는 상태를 서상(瑞相)으로 나타낸다. 이것은 본지자증극위(本地自證極位)의 영상(影像)이다.
8) 이것은 변화법신에 대한 설명이다.
9) 여기 집금강 이하에서는 등류법신(等流法身)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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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신다. 이른바 이 법문은 초발심에서부터 10지(地)에 이르기까지 차체를 이 생(生)에서 만족하게 하며 인연과 업이 만들어 더욱 키우는 유정들의 업과 목숨[業壽]의 종자를 제거하고, 다시 보리의 싹과 종자를 생겨나게 하신다.
이때 대중의 모임 가운데에 앉아있던 집금강비밀주가 세존에게 아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께서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얻으셨다고 합니까? 그 일체지지를 얻어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위해 널리 펴서 연설하시니, 온갖 중생의 갈래와 갖가지 중생이 바라는 바에 따라 온갖 종류의 방편도로써 일체지지를 설하십니다. 혹은 성문승(聲聞乘)의 도(道)와 혹은 연각승(緣覺乘)의 도와, 혹은 대승(大乘)의 도, 혹은 5통지(通智)의 도를 설하시며, 혹은 하늘세계에 태어나거나 혹은 사람 가
운데 내지 용(龍),10) 야차(夜叉)11)와 건달바(乾闥婆)12)로 태어나거나 내지 마후라가(摩睺羅伽)13)로 태어날 수 있는 법을 설하십니다.
10)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신. 팔부중(八部衆)의 하나이다. 나가(那伽)라고 음역된다. 인도신화에서 뱀을 신격화한 동물로서 인면사미(人面蛇尾)의 신이다.
11) 형모가 추하고 괴이하며 사람을 해치는 잔인 혹독한 귀신. 약차(藥叉) 야걸차(夜乞叉) 열차(閱叉) 등으로 음역되며, 위덕(威德), 포악(暴惡)으로 번역된다. 여기에는 천야차(天夜叉), 지야차(地夜叉), 허공야차(虛空夜叉)의 삼종이 있다. 인도신화에서는 북방 산악지대에 사는 구베라신(Kubera)의 권속으로서 사람을 해치는 잔인한 귀신의 종류이지만 팔부중(八部衆)에 더해져서 불법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특정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비사문천(毘沙門天)의 권속으로 재보를 지키는 귀신의 총칭이며, 후에 대반야경을 수호하는 16선신(善神)이 되기도 한다.
12) 산스크리트어로 Gandharva. 건달바(楗達婆)·건달박(楗達縛)으로도 음사된다. ① 팔부중(八部衆)의 하나. 심향(心香) 식향(食香) 향음(香陰) 등이라 번역한다. 수미산 남쪽의 금강굴(金剛窟)에 살며, 긴나라와 함께 제석천의 아악(雅樂)을 맡아 보는 신이다.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香)만 먹으며 공중으로 날아다닌다고 하므로 심향행(尋香行)이라고 한다.
13) 마호륵가(莫呼勒伽)·마호라가(摩護囉迦)·마호락가(摩呼洛伽)라 음역하며, 대복흉행(大腹胸行)·대망(大蟒)·대망신(大蟒神)으로 의역한다. 8부중의 하나로 뱀을 신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긴나라와 함께 악천(樂天)을 대동한 음악신으로서 제석천을 따르고 있다. 머리는 뱀 같고 몸은 사람과 같은데 주로 배로 기어다니므로 복행(腹行)이라 번역하기도 한다. 불법을 즐겨 구하며 중생을 이익케 하되 포복으로서 거만한 습관을 버려 겸손하고 공경한 모습을 복
행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느 곳이나 걸림없이 다니며 주로 가람을 돌며 외호하는 가람신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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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생들 가운데 부처의 몸으로 건질 자가 있으면 즉시 부처님의 몸을 나투시고, 혹은 성문의 몸이나 연각의 몸이나 보살의 몸이나 범천(梵天)의 몸이나 나라연(那羅延)과 비사문(毘沙門)의 몸 내지 마후라가의 몸이나 혹은 인비인(人非人)14) 등의 몸을 나투셔서 각각 그들의 언어와 소리에 동일하게 하며 온갖 위의(威儀)를 시현하십니다. 이런 일체지지의 도는 한가지 맛[一味]15)이니 바로 여래의 해탈미입
니다.
세존이시여,16) 비유하자면 허공[虛空界]이 온갖 분별을 떠나서 분별할 것도 없고 분별하지 않을 것도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일체지지도 온갖 분별을 떠나, 분별할 것도 없고 분별하지 않을 것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땅[大地]이 모든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는 것처럼 일체지지도 천과 사람과 아수라의 의지처가 됩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불[火界]이 장작을 태움에 있어 만족함이 없듯이 일체지지도 모든 무지의 장작
을 태우는데 만족함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바람[風界]이 모든 먼지를 제거하듯이 일체지지도 모든 번뇌의 찌꺼기를 제거합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물[水界]이 모든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고 기쁨이 되듯이 일체지지도 모든 천과 세상 사람들의 이익과 즐거움이 됩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지혜는 무엇이 원인[因]이 되며, 무엇이 근본[根]이 되며, 무엇이 그 구경(究竟)이 됩니까?"
이와 같이 여쭙고 나자 비로자나부처님께서는 지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집금강이여. 훌륭하도다. 금강수여. 그대는 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그 뜻을 잘 익혀야
14) 사람도 짐승도 귀신도 아닌 것. 여기에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긴나라(緊那羅)의 별명으로 가신(歌神)이라고도 번역된다. 사람인지 짐승인지 일정치 않고 노래하고 춤추는 신이다. 둘째, 천[天]과 용(龍) 등 8부중(部衆)이 거느린 종속자(從屬者)의 총칭이다. 셋째, 사람[人]과 사람이 아닌 이[非人]를 함께 일컫는 경우가 있다.
15) 일미(一味)란 바닷물이 동일한 짠맛이듯이 십계(十界)에 드러나는 대일여래의 덕광(德光)이 일상(一相)임을 가리킨다.
16) 이하의 문장은 일지지지의 실상(實相)을 지(地)·수(水)·화(火)·풍(風)·공(空)의 5대(大)에 비유해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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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나는 지금 이를 설하리라."
그러자 금강수가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리심(菩提心)이 원인[因]이 되고, 대비(大悲)가 근본이 되며, 방편(方便)이 구경(究竟)이 된다.17) 비밀주여, 보리란 무엇인가. 곧 실답게 자기의 마음[自心]을 아는 것18)이다. 비밀주여,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그 법은 조금이라도 얻을 것이 없다. 어찌한 까닭인가. 허공의 모습이 보리이니, 알고 이해하는 자도 없고 또한 열어 보일 것도 없다. 왜냐 하면 보리는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비밀주
여, 모든 법은 모습이 없으므로 허공의 모습이라 한다."
이때 금강수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일체지를 찾아 구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보리에 의해 정각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그 일체지지를 내어 일으킬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밀주여, 스스로의 마음에서 보리와 일체지지를 찾아 구해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성품은 본래 청정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중간에서도 얻을 수 없다. 비밀주여, 여래·응공정등정각은 푸르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으며, 붉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홍자(紅紫)빛도 아니며 수정빛도 아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둥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다. 밝은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도 아니며,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며, 남성·여성이 아닌 것도 아니다. 비밀주여, 마음은 욕계(欲界)19)와 동일한 성품이 아니며, 색·계(色界)와 같은 성품이 아니고, 무색
17) 이것이 대일경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인(因)·근(根)·구경(究竟)의 삼구(三句)의 법문이다. 대일경소 제1에는 '이 삼구의 뜻 속에 모든 일체의 불법(佛法)·비밀신력(秘密神力)·심심(甚深)한 일을 포섭하고 있다'고 한다.
18) 이것은 여실지자심(如實知自心)의 일구(一句)로서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통틀어 그 안목(眼目)이 된다고 인정되는 구절이다.
19) 욕계(欲界)는 중생이 욕망에 많이 속박되는 영역인 최하층으로 지옥·아귀(餓鬼)·축생(畜生)·아수라(阿修羅)·인간과 6욕천(六欲天)의 세계가 해당된다. 그위에 욕망에는 그다지 속박되지 않지만 역시 육체적 생존의 영역인 색계(色界)가 있다. 선정(禪定) 수행의 경지에 따라 초선천(初禪天)·2선천·3선천·4선천·정범천(靜梵天)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진다. 무색계(無色界)는 육체적 생존이 없는 순수한 정신적 생존의 세계이다. 공무변처(空無邊處)·
식무변처(識無邊處)·무소유처(無所有處)·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 등의 4공천(空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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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無色界)와 같은 성품이 아니며, 천·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나·긴나라·마후라가·인비인의 것들과도 같은 성품이 아니다.
비밀주여, 마음은 눈의 경계[眼界]에 머무는 것도 아니며, 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의 경계에 머무는 것도 아니다. 보는 것도 아니며, 현현하는 것도 아니니 무엇 때문인가. 허공상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허공상의 마음이란 것은 모든 분별과 무분별을 떠났으니, 성품은 허공과 동일하니 곧 마음과 같은 것이고, 성품이 마음과 동일하다면 곧 보리와 같은 것이다. 비밀주여, 이와 같이 마음20)과 허공계21)와 보리22)의 세 가지는 서로 다름없으니 이것은 대비를 근본으로 하며 방편바라밀로 만족케 된다. 그러므로 비밀주여, 내가 말한 모든 법은 이와 같나니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보리의 마음을 청정케 하여 그 마음을 알게 하려 함이다. 비밀주여, 훌륭한 가문의 남자와 여자가 보리심을 알고자 한다면 당연히 이같이 자기의 마음[自心]을 알아야 한다.
비밀주여, 어떤 것이 자기의 마음을 아는 것인가. 이른바 인연으로 생겨난 법[分段]23), 곧 나타난 빛[顯色]이나 모습[形色]이나 경계(境界)나 색(色)이나 수(受)·상(想)·행(行)·식(識)이나 혹은 나[我]이거나 내 것[我所]이거나 혹은 능집(能執)이나 소집(所執)이나 혹은 청정(淸淨)이나 18계[界]나 12처[處] 등 온갖 생겨난 법 가운데 구하여도 얻을 수가 없는 것을 말한다.
비밀주여, 이것이 보살의 청정한 보리심의 문(門)이며, 이것을 이름하여
20) 여기서 심(心)은 중생심(衆生)의 마음이나 수행자의 마음을 가리킨다.
21) 허공계란 광대편만(廣大遍滿), 무애섭인(無碍攝入), 자성청정(自性淸淨)의 세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대일여래의 과덕(果德)을 나타낸다.
22) 보리란 각지(覺智)의 뜻으로 본유무구(本有無垢)의 청정심에 해당한다.
23) 분단(分段)이란 갖춘말로써 분단신(分段身)이라고 한다. 변역신(變易身)에 대한 말로써 유루(有漏)의 선악업에 의하여 감득(感得)된 삼계육취(三界六趣)의 의신(依身)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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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법명도(初法明道)24)라 이름한다. 보살이 여기에 머물러 수학하면 오래도록 부지런히 애쓰지 않아도 제일체개장삼매(除一切蓋障三昧)25)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삼매를 얻는다면 모든 불보살들과 더불어 평등하게 함께 머물러 마땅히 다섯 가지 신통[五神通]26)을 내고, 한량없는 말과 소리의 다라니[無量語言音陀羅尼]를 획득하게 되어 중생의 마음 가는 것을 알게 되며, 모든 부처님
의 호지를 받게 되어 비록 생사에 처해도 물들지 않으며, 법계의 중생을 위하여 피곤함을 사양하지 않고, 무위계(無爲戒)27)에 머물러 삿된 견해를 떠나서 바른 견해에 통달할 수 있다. 거듭 다시 비밀주여, 여기에 머물러 모든 번뇌의 장애를 없앤 보살은 신해력으로 오래도록 부지런히 닦지 않더라도 모든 부처님의 법을 완전히 구족한다. 비밀주여, 요점만 다시 말하자면 이 선남자, 선여인은 무량의 공덕을 모두 성취한 것이다."
이때 집금강비밀주가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28)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여야
마음에 보리를 생할 수 있습니까.
또한 어떠한 모습으로 보리심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식심(識心)과 마음과
24) 초지입심(初地入心)의 전반찰나로써 이 때에 마음의 실상을 증오(證悟)한다.
25) 여기서 제일체개장이란 초지입심(初地入心)의 후반찰나로써 이 때 자심(自心)의 실상(實相)을 덮고 있는 번뇌를 깨끗이 제거하기에 이른다. 개장(蓋障)은 무명번뇌의 다른 이름이다.
26)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天眼慟), 보통사람이 못듣는 것을 듣는 능력(天耳通),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他心通), 전생의 일을 전부 아는 능력(宿命通), 걸림없이 어디든지 오갈 수 있는 능력(神足通).
27) 밀교계(密敎戒)는 삼마지계(三摩地戒)다. 또 불계(佛戒)라 하고 보리심계(菩提心戒)라 하고 또는 무위계(無爲戒)라 한다. 수행자가 자심(自心)과 불(佛)과 중생(衆生)이 평등하다는 것을 마음에 가져서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평등계의 뜻이며 생불불이계(生佛不二戒)라고도 한다. 또 평등의 진리를 보기 위해서 대 서원을 일으키고 4무량심(無量心) 4섭법(攝法)을 행해 중생 이익 추구를 끊지 않는 것이 본서계(本誓戒)의 뜻이다.
28) 이하에서 9구(句)의 발문(發問)을 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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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자연지(自然智)가
생기는 것을 설하여 주십시요.
대근용(大勤勇)29)이시여.
어느 정도의 차제를 거쳐
마음이 계속 생기는 것인지
마음의 온갖 모습30)과 때31)는 어떠한지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널리 설하여 주십시요.
공덕취도 또한 마찬가지로 설해 주십시요.
그리고 그 행을 수행하는 것과
마음과 마음32)에는 어떠한 차별이 있는지
대모니(大牟尼)33)여, 설하여 주십시오."
이와 같이 여쭙자 마하비로자나세존께서 금강수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부처의 참된 제자여.
광대한 마음으로 이익을 주려 하는구나.34)
가장 뛰어난 대승의 귀절인
심이 계속하여 생기는 모습은
모든 부처의 큰 비밀이어서
29) 역시 부처님을 의미한다. 불타는 번뇌마(煩惱魔), 사마(死魔), 온마(蘊魔), 천마(天魔)의 4마(魔)를 항복시킨 대근용(大勤勇)이기 때문이다.
30) 물든 마음의 차별상을 말한다. 그것을 본 경에서는 백육십심으로 밝히고 있다.
31) 물든 마음의 차별상을 따라 닦아서 보리심을 얻게 되는 때를 가리킨다.
32) 먼저의 마음은 모든 공덕 두루 갖춘 근본 마음이며, 나중의 마음은 닦아가는 차별된 마음이다.
33) 대일여래를 가리킨다. 모니(牟尼, muni)는 적묵(寂默)이라 번역하며 번뇌망상의 시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34) 부처님의 말씀을 이끌어내어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려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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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35)가 능히 알 수 없는 것이니라.
이제 내가 모두 보이리니
일심으로 응당히 잘 들을지어다.
160심(心)36)을 초월하여
광대한 공덕이 생기는데
그 성품은 항상 견고하니라.
그와 같은 모습을 알면 보리가 생하는 것이니라.
무량하기는 허공과 같고
더러운 것에 물들지 않고 항상 머무느니라.
모든 법도 능히 움직일 수가 없고
본래부터 고요하여 모습 없도다.
한량없는 지혜를 능히 이루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 드러나리니
공양행(供養行)37)을 수행하면
이로부터 비로소 발심하느니라.
비밀주여,38) 시작도 없는 때로부터 나고 죽는 것을 거듭하는 어리석은 범부들은 나[我]라고 이름하는 것과 내가 있다는 것에 집착하여 한량없이 나라는 것에 대해 분별한다. 비밀주여, 그들은 나[我]의 자성을 관하지 못하여 곧
35) 여기에서는 밀교 이외의 교를 총칭하여 외도(外道)라 칭한다.
36) 중생의 망심(妄心)이다.
37) 공양행에는 내외(內外)의 두 종류가 있다. 외공양은 향(香), 화(華), 등명(燈明), 음식(飮食)등을 가지고 행하는 것이며, 내공양은 삼밀의 묘행에 의해서 행자의 삼업(三業)을 삼세의 제불에게 공양하는 것이다. 수행자가 아집과 망념을 비웠을 때 삼세의 제불은 행자의 염원에 따라서 그의 몸에 들어가 본존과 행자가 하나가 되며, 본존은 행자의 삼업을 통해서 본존자체의 삼밀을 현현하기에 이른다. 행자의 삼업을 제불에 위탁하기 때문에 이것을
내공양이라고 한다.
38) 여기에서부터 제1주심(住心)을 밝힌다. 외도의 유아설(有我說)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