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수능엄삼매경(佛說首楞嚴三昧經)
불설수능엄삼매경 상권
후진(後秦) 구자국삼장(龜玆國三藏)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스님 3만 2천인과 함께 계셨다.
보살마하살은 7만 2천이 있었는데, 그들은 뭇 사람이 알아주는 이였고 다라니(陀羅尼)를 얻었으며, 변재(辯才)를 성취하였고 즐겁게 법을 연설하는 것[樂說]이 다함이 없었으며, 삼매에 편히 머물러서 동요하지 않았으며, 다함이 없는 혜(慧)를 잘 알았고 깊은 법인(法忍)을 얻었고 깊은 법문에 들어갔으며, 한량없는 아승기 겁(劫)에 닦는 선법을 모두 다 성취하였으며, 뭇 마군[魔]을 굴복시켰고 모든 적[怨敵]을 항복시켰으며, 가장 존귀한 것을 섭취하여 불국토를 장엄하고 청정하게 했으며, 큰 자비(慈悲)가 있었고 여러 모양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큰 정진으로 피안(彼岸)에 도달하였고 온갖 언사(言辭)의 방편을 잘 알았으며, 행하는 위의(威儀)는 완전하고 청정하였으며, 모두 이미 3해탈문(解脫門)에 머물렀고 걸림이 없는 지(智)로 3세(世)를 통달하였으며, 온갖 중생을 버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일으켰고 교설의 의미[義趣]를 기억하였고 참고 견디는 지혜(智慧)를 가지고 있었으니, 모든 보살은 덕이 모두 이와 같았다.
그 이름은 전불퇴법륜(轉不退法輪) 보살, 발심즉전법륜(發心卽轉法輪) 보살, 무애전법륜(無碍轉法輪) 보살, 이구정(離垢淨) 보살, 제제개(除諸蓋) 보살, 시정위의견개애희(示淨威儀見皆愛喜) 보살, 묘상엄정왕의(妙相嚴淨王意) 보살, 불광일체중생(不誑一切衆生) 보살, 무량공덕해의(無量功德海意) 보살, 제근상정불란(諸根常定不亂) 보살, 실음성(實音聲) 보살, 일체천찬(一切天讚) 보살, 다라니자재왕(陀羅尼自在王) 보살, 변재장엄(辯才莊嚴) 보살, 문수사리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 보살, 미륵(彌勒) 보살, 수미정왕(須彌頂王) 보살, 해덕보엄정의(海德寶嚴淨意) 보살, 대엄정(大嚴淨) 보살, 대상(大相) 보살, 광상(光相) 보살, 광덕(光德) 보살, 정의(淨意) 보살, 희왕(喜王) 보살, 견세(堅勢) 보살, 견의(堅意) 보살이었다.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이 7만 2천 인이었고 또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제석(帝釋)과 범천왕(梵天王)과 호세천왕(護世天王) 그리고 하늘과 용과 야차(夜叉)와 건달바(乾闥婆)와 아수라(阿修羅)와 가루라(迦樓羅)와 긴나라(堅那羅)와 마후라가와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 있었다. 이들은 뭇 사람들이 알고 여러 가지 선근(善根)을 심었고 큰 법을 좋아하는 이로써, 모두 모임[集會]에 왔다.
그 때에 견의(堅意)보살은 모임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곧 여래께 물으리니, 이 묻는 것을 가지고 불종(佛種)·법종(法種)·승종(僧種)을 수호하겠으며, 마(魔)의 궁전이 은폐되어 나타나지 않게 하고, 스스로 큰 체하는 증상만(憎上慢)을 가진 사람은 꺾고, 선근(善根)을 심지 못한 사람은 지금 곧 심게 하고, 이미 선근을 심은 사람은 곧 증장(增長)하게 하리라.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발심(發心)하게 하고, 이미 발심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하고, 이미 물러나지 않는 사람은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고, 얻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모든 견해에 머무르는 사람은 모두 버리는 마음을 내게 하고, 작은 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법을 의심하지 않게 하며, 큰 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쁨을 내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서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여래의 법 가운데에서 조금 묻고자 하오니, 원컨대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대로 물어라. 나는 해설하여 그대를 기쁘게 하리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삼매가 있어서, 보살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며, 항상 여러 부처님을 만나 뵙게 하며, 광명으로써 널리 시방 세계를 비추며, 자재(自在)한 혜(慧)를 얻어 모든 마군을 깨뜨리며, 자재지(自在智)를 얻고 자연지(自然智)를 얻고 무생지(無生智)를 얻되 다른 이를 따라 얻지 않으며, 변재(辯才)가 끊이지 않으며,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마음대로 신족(神足)을 얻으며, 한량없는 수명을 받으며, 성문(聲聞)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성문승(乘)을 보이며, 벽지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벽지불승을 보이며, 대승(大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를 위하여 대승을 보이며, 성문법에 통달하였으나 성문의 도(道)에 들어가지 않으며, 벽지불법에 통달하였으나 벽지불의 도에 들어가지 않으며, 불법에 통달하였으나 끝끝내 멸진(滅盡)하지 않으며, 성문의 모습과 위의(威儀)를 보이나 안으로는 부처님의 보리 마음을 떠나지 않으며, 벽지불의 모습과 위의를 보이나 안으로는 부처님의 대비심(大悲心)을 떠나지 않으며, 환(幻)과 같은 삼매의 힘으로 여래의 모습과 위의를 보이며, 선근의 힘으로 도솔(兜率)천상에 있음을 보이며, 최후의 몸[後身]을 받아서 자궁[胞胎]에 들고 태어나고 출가하고 부처님의 도량에 앉음을 보이며, 깊은 지혜의 힘으로 법륜(法輪) 굴리는 것을 보이며, 방편의 힘으로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보이며, 삼매의 힘으로 사리(舍利)를 나누는 것을 보이며, 본원력으로써 법이 멸진(滅盡)하는 것을 보입니까?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삼매를 행하여야 보살로 하여금 이와 같은 모든 공덕의 일을 보이면서도 끝끝내 열반에 들지 않게 합니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견의 보살이여. 여래에게 이와 같은 뜻(義)을 묻는구나. 마땅히 알라. 그대는 중생을 요익(饒益)하고 안락하게 함이 많으며, 세간을 불쌍히 여기고 천인(天人)을 이롭게 하였나니, 금세(今世)와 후세의 보살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마땅히 알라. 그대는 이미 선근을 깊이 심었고 과거의 한량없는 백천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친근하였으며, 모든 도를 두루 행하여 마(魔)와 적[怨敵]을 항복 받았고 불법 가운데에 자재한 지혜를 얻어 여러 보살 대중을 교화하고 수호하였으며, 이미 일체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알아서 항하(恒河)의 모래 같은 부처님의 처소에서 묻고 답하는 것을 성취하였도다.
견의여, 여래는 이 많은 이들이 모인 가운데에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또는 성문과 벽지불을 구하는 자로서 이러한 물음을 할 수 있는 자를 보지 못했노라.
오직 그대들 크게 장엄(莊嚴)하는 이들만이 이와 같은 물음을 할 수 있느니라.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보살이 성취하는 삼매를 말하려니와, 이 공덕을 얻으면 그대가 앞에서 말한 것보다 크리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쁘게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이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수능엄(首楞嚴)이라는 삼매가 있다.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면, 그대가 묻은 것처럼, 모두 열반을 보일 수 있으나 영원히 멸하지 아니하며, 모든 형색(形色)을 보이나 색상(色相)을 무너뜨리지 않고, 두루 일체 부처님의 국토에 노니나 그 국토에 대해 분별하는 것이 없으며, 모두 일체의 모든 부처님을 만나나 평등한 법성(法性)을 분별하지 않으며, 두루 모든 행(行)을 행하는 것을 보이나 모든 행이 청정함을 잘 알며, 모든 하늘과 사람에서 가장 높고 최상이지만 스스로 높다하고 교만하고 방일(放逸)하지 않으며, 온갖 마(魔)의 자재한 힘을 행하는 것을 보이지만 마가 행하는 일에는 의지하지 않으며, 두루 일체 삼계(三界)를 다니나 법상(法相)에 대해 동요함[動轉]이 없으며, 두루 모든 갈래[趣道]에 태어남을 보이지만 모든 갈래의 모양이 있음을 분별하지 아니하며, 온갖 법의 구절[法句]을 잘 해설하여 모든 언사(言辭)로써 그 뜻을 드러내지만 문자(文字)는 평등한 모양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서 모든 언사에 분별하는 것이 없으며, 항상 선정(禪定)에 있으면서 중생 교화함을 보이며, 진인(盡忍)과 무생법인(無生法忍)을 행하나 모든 법이 생멸(生滅)하는 상(相)이 있음을 말한다. 이들은 두려움 없이 사자처럼 홀로 걸어간다."
그 때 모임에 있던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과 일체 대중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삼매의 이름조차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 뜻을 해설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 와서 부처님을 뵙고 좋은 이익을 즐겁게 얻어 모두 함께 수능엄삼매의 이름을 설명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구나.
만일 불도(佛道)를 구하는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수능엄삼매의 의취(義趣)를 듣고 의심 없이 믿고 이해한다면, 이 사람은 반드시 불도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을 줄 알거니와, 하물며 믿고 지키고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해주며 가르침대로 수행함에 있어서랴.'
그 때에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부처님 여래를 위하여 사자 자리[師子座]와 정법 자리[正法座]와, 큰 상인의 자리[大上人座]와 큰 장엄의 자리[大莊嚴座]와 크게 법륜을 굴리는 자리[大轉法輪座]를 펴서 여래로 하여금 우리의 이 자리에서 수능엄삼매를 연설하시도록 하겠다.'
이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직 나만이 부처님을 위하여 사자 자리를 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에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각기 여래를 위하여 사자 자리를 펴놓고서, 청정하게 장식하고 단엄(端嚴)하고 높다랗게 하였으며, 한량없는 보배 옷으로써 그 위에 펴두고, 모두 뭇 묘한 보배 일산으로 덮었다. 또한 뭇 보배로써 난간을 만들었고, 자리의 좌우에는 한량없는 보배 나무와 가지와 잎이 얼기설기 줄을 지었으며, 모든 깃발과 번(幡)을 드리우고 큰 보배 휘장을 베풀었으며, 뭇 보배가 얽히었고 모든 보배 방울을 달아 두었으며, 뭇 묘한 온갖 꽃으로 그 위에다 흩어두고 모든 하늘의 온갖 향을 피웠으며, 금은과 뭇 보배의 광명이 얼기설기하였고 갖가지로 장엄함과 깨끗함이 없는 것이 없었다.
잠깐 사이에 여래 앞에 8만 4천억 나유타(那由他) 보배로운 사자 자리가 생겼지만 모두가 모임에 방해되지 않았다. 낱낱 천자(天子)는 다른 자리는 보지 못하고서 각각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만이 부처님을 위하여 사자 자리를 펴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펴놓은 자리 위에서 수능엄삼매를 연설하실 것이다.'
그 때에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자리 다 펴놓고서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저의 자리에 앉아서 수능엄삼매를 연설하시옵소서."
즉시 세존께서는 큰 신력을 나타내어 두루 8만 4천억 나유타 사자 자리에 앉으셨다. 모든 하늘들은 각각 부처님이 자기가 펴놓은 자리에 앉는 것은 보았지만 다른 자리에 앉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한 제석(帝釋)이 다른 제석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여래께서 나의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아라."
이와 같이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들은 각각 서로 말하였다.
"그대는 여래께서 나의 자리 위에 앉으신 것을 보아라."
한 제석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나의 자리에만 앉아 계시고, 그대의 자리에는 앉아 계시지 않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옛 인연으로 제도할 수 있다고 여기셨고, 또한 수능엄삼매의 세력을 조금 나타내 보이시려고 하시었고, 또한 대승행(大乘行)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임에 모인 모든 이로 하여금 여래께서 두루 8만 4천억 나유타 보배로운 사자 자리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게 하셨다.
일체 대중은 모두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큰 기쁨을 경험하고서,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며 모두 이러한 말을 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위신력(威神力)이 한량없으시어 모든 천자로 하여금 각기 소원을 만족하게 하셨나이다."
여래를 위하여 자리를 만든 그 모든 천자들은 부처님의 신력을 보고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모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를 공양하며, 일체 중생의 고뇌(苦惱)를 없애며, 정법(正法)을 수호하며, 불종(佛種)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부처님의 이와 같은 위신력을 짓게 하고 지금 여래께서 지으시는 신변[變現]과 같게 하여 주옵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 모든 천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그대들이 말한 것처럼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일으킨 것이 최고로 여래께 공양(供養)하는 것이다."
그 때에 범천 가운데에 한 범천왕이 있으니, 이름이 등행(等行)이었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여래가 진실한 것입니까? 저의 자리에 계신 것입니까, 다른 자리에 계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등행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공(空)하여 환(幻)과 같으며, 화합하여 있는 것이지 만드는 자가 없으며, 모두 마음으로 이것저것 생각함[憶想分別]으로부터 일어나며, 주체[主]가 없으므로 생각하는 대로 나타난다.
이 모든 여래는 모두 진실하다. 어찌하여 진실한가? 이 모든 여래는 본래 스스로 생기지 않으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이 모든 여래는 미래에도 멸함이 없으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이 모든 여래는 4대(大)에 포섭된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모든 음(陰)과 입(入)과 계(界)에도 모두 포섭된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이 모든 여래는 앞과 중간과 나중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범천왕이여, 이 모든 여래는 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 무슨 까닭이냐? 이 모든 여래는 색(色)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고 수(受)·상(想)·행(行)·식(識)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평등하다. 이 모든 여래는 과거 세상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고 미래 세상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고 현재 세상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다. 환(幻)과 같은 법이기 때문에 평등하고 그림자와 같은 법이기 때문에 평등하고 있는 바 없는 법이기 때문에 평등하다.
온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기 때문에 평등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래를 평등하다고 한다.
일체 법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으며, 일체 중생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으며, 일체 세간(世間)의 부처님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으며, 일체 세간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부처님을 평등하고 한다.
범천왕이여, 이 모든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같음에 지나지 않으므로 평등하다고 한다.
범천왕이여, 마땅히 알라.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이와 같이 평등함을 모두 아시니, 그러므로 여래를 일체 법에서 평등하다고 한다."
등행 범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이 모든 법의 평등함을 얻으시고서, 묘한 색신(色身)으로써 중생에게 보이셨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왕이여, 이는 모두 수능엄삼매가 본래 행하는 세력[本行勢力]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 때문에 여래는 이 모든 법의 평등함을 얻고서, 묘한 색신으로 중생에게 나타낸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등행 범천왕과 만 범천들이 모든 법 가운데에서 유순인(柔順忍)을 얻었다.
그 때에 여래께서 신력을 도로 거두시니, 여러 부처님과 자리도 모두 다시 나타나지 아니하였고, 모든 이들은 모임에서 오직 한 부처님만을 보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 말씀하셨다.
"수능엄삼매는 초지(初地)·2(地)·3지·4지·5지·6지·7지·8지·9지 보살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10지(地)에 머물러 있는 보살만이 이 수능엄삼매를 얻을 수 있다.
무엇이 수능엄삼매인가?.
(1) 마음을 허공처럼 닦는 것이다. (2) 현재 모든 중생의 모든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3) 중생의 모든 근기의 예민함과 둔함[利鈍]을 분별하는 것이다. (4) 중생의 인과(因果)를 명확히 아는 것이다. (5) 모든 업(業) 가운데에서 업보(業報)가 없음을 아는 것이다. (6) 갖가지 욕락[樂欲]에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잊지 않는 것이다. (7) 한량없는 갖가지 모든 본질[諸性]을 직접적으로 아는 것이다. (8) 항상 화음(華音)삼매에 유희할 수 있고 중생에게 금강심(金剛心)삼매를 보일 수 있으며, 일체 선정(禪定)이 자유자재로 생각대로 되는 것이다. (9) 모든 존재가 이르는 모든 갈래[道]를 널리 관찰하는 것이다. (10) 전생을 아는 지혜에 있어서 걸림이 없는 것이다. (11) 천안(天眼)에 장애가 없는 것이다. (12) 누진지(漏盡智)를 얻었으나 때가 아니면 증득하지 않는 것이다. (13) 색(色)과 무색(無色)에 평등하게 들어가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14) 온갖 색(色)에서 유희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15) 모든 음성이 마치 메아리와 같음을 아는 것이다. (16) 염(念)과 혜(慧)에 수순하여 들어가는 것이다. (17) 좋은 말로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18) 상황에 맞게 법을 연설하는 것이다. (19) 적합한 때[時]인지 아닌 지를 아는 것이다. (20) 모든 근(根)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21) 설법함이 헛되지 않는 것이다. (22) 진리[眞際]에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다. (23) 중생의 종류들을 잘 복종시킬 수 있는 것이다. (24) 모든 바라밀다를 다 갖출 수 있는 것이다. (25) 위의(威儀)가 나아가고 머무름에 다름이 있지 않는 것이다. (26) 모든 생각과 허망한 분별을 파괴하는 것이다. (27) 법성(法性)을 무너트리지 않고 그 한계[邊際]를 다하는 것이다. (28) 동시에 몸이 일체 부처님의 처소에 머무르는 것이다. (29) 일체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30) 널리 일체 세간에 그림자가 나타나듯이 몸을 자유로이 변화시키는 것이다.
(31) 모든 법[乘]을 잘 말하여 중생을 도탈(度脫)하고 항상 삼보(三寶)를 보호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32) 대장엄(大莊嚴)을 일으켜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하되 마음에 일찍이 피곤하고 게으른 생각이 없는 것이다. (33) 널리 일체가 태어나는 곳에 항상 몸을 나타내되 때를 따라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34) 나는 곳마다 짓는 것이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35) 일체 중생을 잘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36) 일체 중생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37) 일체 2승(乘)이 측량할 수 없는 것이다. (38) 모든 음성(音聲)을 완전히 잘 아는 것이다. (39) 일체 모든 법이 치성하게 하는 것이다.
(40) 1겁(劫)을 아승기(阿僧祗) 겁이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41) 아승기 겁을 1겁이 되게 하는 것이다. (42) 한 나라를 아승기 나라에 들어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43) 아승기 나라를 한 나라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44)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를 한 터럭 구멍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45) 일체 중생이 한 몸에 들어감을 보이는 것이다. (46) 모든 부처님의 국토가 허공처럼 같음을 아는 것이다. (47) 몸이 남김 없이 부처님의 국토에 두루 이르는 것이다. (48) 일체 몸을 법성에 들어가게 하여 모두 몸이 없게 하는 것이다. (49) 일체 법성에는 모양 없음을 통달하는 것이다. (50) 일체 방편을 잘 아는 것이다.
(51) 한 소리로 말한 것을 가지고 일체 법성에 모두 통달할 수 있는 것이다. (52) 한 구절을 연설하여 한량없는 아승기 겁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53) 일체 법문의 차별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54) 같음과 다름 그리고 간략함과 넓음을 잘 알고서 법을 연설하는 것이다. (55) 일체 마의 길[魔道]을 어떻게 벗어나는 지 잘 아는 것이다. (56) 큰 방편인 지혜 광명을 놓는 것이다. (57) 몸·입·마음의 업(業)에서 지혜로 으뜸을 삼는 것이다. (58) 의도적으로 익히지 않았지만 즉시에 행할 수 있는 신통이 항상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59) 4무애지(無碍智)로써 일체 중생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60) 신통력(神通力)을 나타내어 일체 법성에 통달하는 것이다.
(61) 거두어 주는 법[攝法]으로써 널리 중생을 포섭하는 것이다. (62) 모든 세간의 중생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63) 환과 같은 법에 의심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64) 일체 태어나는 곳마다 두루 자유자재할 수 있는 것이다. (65) 필요한 물건이 생각대로 생겨 결핍이 없는 것이다. (66) 일체 중생에게 자유자재로 나타내는 것이다. (67) 선한 자와 악한 자에게 모두 복전(福田)이 되는 것이다. (68) 일체 보살의 비밀한 법에 들어가는 것이다. (69) 항상 광명을 놓아서 남김 없이 세계를 비추는 것이다. (70) 그의 지혜는 심원(深遠)하여 측량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71) 그의 마음이 지(地)·수(水)·화(火)·풍(風)과 같은 것이다. (72) 모든 법의 장구(章句)와 말에서 법륜을 잘 굴리는 것이다. (73) 여래지(如來地)에서 장애가 없는 것이다. (74) 저절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는 것이 다. (75) 여실(如實)한 마음을 얻어서 모든 번뇌의 때[垢]가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76) 모든 물을 한 털구멍에 들어가게 하나 물의 성질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다. (77) 한량없는 복덕(福德)과 선근(善根)을 닦아 모으는 것이다. (78) 일체 방편과 회향(廻向)을 잘 아는 것이다. (79) 잘 변화할 수 있어 두루 온갖 보살행을 행하는 것이다. (80) 부처님의 온갖 법으로 마음이 안온(安穩)함을 얻는 것이다.
(81) 이미 숙업(宿業)의 본신(本身)을 버려 떠난 것이다. (82)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법장(法藏)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83) 마음대로 모든 욕락에 유희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84) 한량없는 법을 듣고서 빠짐없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다. (85) 온갖 법을 구하여 마음에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86) 모든 세속법을 따르나 물들지 않는 것이다. (87) 한량없는 겁 동안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지만 모두들 해뜰 때부터 아침밥 먹기 전까지인 것 같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88) 갖가지 곱추·절름발이·귀머거리·소경·벙어리를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다. (89) 백천의 보이지 않는[密迹] 금강역사(金剛力士)가 항상 따라다니며 보호하고 모시는 것이다. (90) 저절로 모든 부처님의 도를 관찰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91) 한 생각에 한량없고 셀 수 없는 겁(劫)의 수명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92) 온갖 2승의 위의(威儀)와 법을 나타내어 행하나 안으로는 모든 보살행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93) 그 마음이 잘 고요하고 공하며 상(相)이 없는 것이다. (94) 여러 기악(伎樂)에서 스스로 오락함을 보이나 안으로는 염불삼매(念佛三昧)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95) 만일 보거나 듣거나 부딪치거나 함께 머무르거나 하면 모두 한량없는 중생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96) 생각마다 불도를 성취함을 보이고 본래 교화할 대상을 따라서 해탈을 얻게 하는 것이다. (97) 태(胎)에 들어가고 처음 탄생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98) 출가하여 불도를 성취하는 것이다. (99) 법륜을 굴리는 것이다. (100) 큰 멸도(滅度)에 들어가나 영원히 멸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견의여, 수능엄 삼매는 이와 같이 한량없고, 부처님의 온갖 신력을 모두 보일 수 있어 한량없는 중생이 모두 이익을 얻는다.
견의여, 수능엄 삼매는 한 가지 일과 인연과 뜻[義]으로 알 수 없으니, 온갖 선정(禪定)과 해탈과 삼매와 뜻과 같은 신통과 걸림이 없는 지혜는 모두 수능엄에 포함되어 있다. 비유컨대 방축[陂]과 샘과 큰 강의 모든 흐름이 모두 큰 바다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보살이 가지고 있는 선정은 모두 수능엄삼매에 있다. 비유컨대 전륜성왕(轉輪聖王)에게 큰 용장(勇將)이 있어서 네 종류의 병사들이 모두 따르는 것과 같이, 견의여, 이와 같이 삼매문(三昧門)·선정문·변재문·해탈문·다라니문·신통문·밝은 해탈문인 이러한 모든 법문은 모두 수능엄삼매에 포함되어 있어,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행함을 따라서 온갖 삼매가 모두 따른다. 견의여, 비유컨대 전륜성왕이 다닐 적에 칠보(七寶)가 모두 따르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견의여, 수능엄삼매에는 온갖 보리를 돕는 법이 모두 따른다. 그러므로 이 삼매를 수능엄삼매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재물을 구하지 않고도 보시(布施)하되, 대천(大千)세계와 모든 큰 바다와 천궁(天宮)과 인간에 있는 보물·음식·의복·코끼리·말·수레 등 이와 같은 물건을 자유자재로 베풀어주니, 이는 모두 본래 공덕으로 이루어 진 것이거늘, 하물며 신력으로써 생각하는 대로 지음에 있어서랴. 이것을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단바라밀다(檀波羅密)의 본사 과보(本事果報)라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다시는 계(戒)를 받지 않을 것이며 계에는 동요하지 않지만, 중생을 교화하고 인도하기 위하여 계행(戒行)을 받아 지니는 모든 위의를 나타내며, 범한 것이 있어 허물과 죄를 없애는 것을 보이나, 안으로는 청정하여 항상 과실이 없다.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욕계(欲界)에 태어나서 전륜왕이 되고, 모든 채녀 무리들가 공경하고 에워싸기도 하며, 처자가 있고 오욕(五欲)으로써 스스로 즐김을 나타내나, 안으로는 항상 선정과 깨끗한 계에 있으면서 삼유(三有)의 과환(過患)을 잘 안다.
견의여, 이것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시바라밀다(尸羅波羅密)의 본사 과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인욕(忍辱)을 수행하니 필경 다하는 까닭이며, 중생은 나지 않으나 인욕을 닦으며, 모든 법은 일어나지 않으나 인욕을 닦으며, 마음은 형색이 없으나 인욕을 닦으며, 저[彼]와 나[我]가 없으나 인욕을 닦으며, 나고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나 인욕을 닦으며, 열반인 성질이나 인욕을 닦으며, 법성을 무너트리지 아니하고 인욕을 닦는다.
보살은 이와 같이 인욕을 수행하나 닦는 바도 없고 또한 닦지 않음도 없으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욕계에 태어나며, 성냄과 한(恨)이 있음을 보이나 안으로는 청정하며, 멀리 떠남을 행하는 것을 보이나 멀고 가까움이 없으며, 중생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세속 위의를 무너트리나 모든 법의 성질을 무너뜨린 적이 없으며, 참는 것이 있음을 보이나 법은 있다하지 아니하며, 항상 정(定)에 있어 참는 것을 무너트리지 아니한다. 보살이 이와 같은 인욕을 성취하고, 중생의 많은 성내며 악한 마음을 끊기 위하여 항상 인욕의 복을 칭찬하나, 또한 다시 성내고 인욕함도 얻을 수 없다.
견의여, 이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찬제바라밀다(提羅波羅密)의 본사 과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큰 정진(精進)을 일으켜 모든 착한 법을 얻으나 신(身)·구(口)·의(意)의 업을 발동하지 아니하며, 게으른 이를 위하여 정진함을 나타내며, 중생으로 하여금 나를 따라 배우게 하려고 하나 모든 법에서 일으킴도 없고 받음도 없다. 왜냐하면 보살은 모든 법은 법성(法性)에 항상 머물러 오지도 가지도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신·구·의의 행을 멀리 떠나서, 정진을 일으켜 행함을 나타내나 또한 법을 성취함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세간에서 정진함을 나타내나 안팎으로 짓는 바 없으며, 항상 한량없는 부처님의 국토를 왕래할 수 있으나 몸 모양은 평등하고 부동하며, 온갖 선법(善法)을 행하는 것을 나타내나 모든 법에서 선(善)과 악(惡)을 얻을 수 없다.
법을 구하며 묻고 받는바 있음을 보이나 불도에는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를 것이 없으며, 화상(和尙)인 여러 스승을 친근함을 보이나 일체 하늘과 사람의 높인 바 되었으며, 부지런히 법을 청하고 묻는 것을 보이나 안으로는 스스로 걸림이 없는 변재를 얻었으며, 공경 행함을 보이나 일체 하늘과 사람의 숭배하고 우러러 보는 바 되었으며, 포태(胞胎)에 들어감을 보이나 모든 법에 물들고 더럽힌바 없었으며, 출생함이 있는 것을 보이나 모든 법에서 생멸(生滅)을 보지 않으며, 아이 된 것을 보이나 몸의 모든 감관[根]은 모두 구족하였으며, 기예(技藝)와 의방(醫方)과 주술(呪術)과 문장과 산수와 공교(工巧)와 일에 능함을 보이나 안으로는 일찍기 모두 다 통달했으며, 병고(病苦)가 있음을 보이나 이미 모든 번뇌의 근심을 영원히 떠났으며, 쇠로(衰老)함을 보이나 일찌기 모든 감관이 무너지지 아니했으며, 죽음이 있는 것을 보이나 일찌기 생멸(生滅)과 퇴실(退失)이 없나니, 견의여, 이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정진 바라밀다의 본사 과보라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비록 모든 법이 항상 이 정(定)인 모양임을 알았으나 중생에겐 모든 선(禪)의 차별을 보이며, 몸이 선에 머물러서 산란한 마음을 교화함을 보이나 모든 법에 산란이 있는 것을 보지 않고 일체 모든 법은 법의 성상(性相)과 같으며, 조복하는 마음으로써 선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위의와 가고 오며 앉고 누움을 나타내나 항상 적연(寂然)히 선정(禪定)에 있으며, 뭇 사람과 말하는 바 있음을 나타내나 모든 선정의 모양을 버리지 않으며, 항상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성읍(城邑)과 취락(聚落)과 군국(郡國)에 들어가나 항상 정에 있으며, 모든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 위하여 먹는바 있는 것을 보이나 항상 정에 있고, 그 몸은 견고함이 금강과 같아서 속이 충실하고 비지 아니하여 가히 파괴할 수도 없고, 그 속에는 생장(生藏)과 숙장(熟藏)과 대변 소변인 냄새나고 더럽고 깨끗지 못한 것이 있지 아니하며, 먹는 것 있음을 보이나 들어가는 바 없고, 다만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며, 이익되게 하기 위한 것이며, 일체의 곳에서도 허물과 걱정이 없으며, 일체 범부의 행하는 바 행함을 보이나 실로 행함이 없고, 이미 모든 행을 초월하였다.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조용한 데에 있음을 보이나 취락과 다름이 없으며, 집에 있음을 보이나 출가와 다름이 없으며, 백의(白衣)가 된것을 보이나 방일(放逸)하지 않으며, 사문(沙門)이 된 것을 보이나 스스로 높은 체 아니하며, 모든 외도의 출가한 법 가운데에서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출가한 바 없으며, 일체 사견(邪見)에 물드는 바 되지 아니하고, 또한 그 가운데에서 청정함을 얻었노라하지 아니하며, 일체 외도의 의례[儀]와 법을 행함을 보이나 그들의 행하는 바 도는 따르지 않는다.
견의여, 비유컨대, 길잡이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험한 길을 통과하고서, 다시 딴 사람을 건져 주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는 중생들의 도(道)의 뜻을 발한 바를 따라서, 성문의 도(道)이거나 벽지불의 도이거나 불도를 발하거나 간에 편의를 따라서 보여주며,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도탈을 얻게 하고서 곧 또다시 딴 중생을 제도하나니, 그러므로 대사(大士)보살을 길잡이라 이름한다.
비유컨대 견고한 배[船]로서 이 언덕으로부터 한량없는 사람을 제도하여 저 언덕에 오르게 하고, 저 언덕[彼岸]에 오르고서는 다시 딴 사람을 제도함과 같이,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모든 중생이 나고 죽는 물과, 네 흐름[四流]에 떨어져서 떠나려 가는 것을 보고 그를 도탈하여 나오도록 하기 위하여 그 심은 바 선근(善根)을 따라서 성취하되 만일 연각으로써 제도할 수 있는 것이 보이면 곧 몸을 나투어 열반도를 보여주며, 만일 성문으로써 제도할 수 있는 것이 보이면 그를 위하여 적멸(寂滅)을 말하여 함께 열반에 들게 한다.
수능엄삼매의 힘 때문에 또 다시 태어남을 나타내어 그 외 사람을 도탈하나니, 그러므로 대사(大士: 보살)를 선장[船師]이라 이름한다.
견의여, 비유컨대 요술쟁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스스로 나타내 보이되, 몸이 죽어서 배가 불어오르며, 붓고 썩어서 냄새가 나기도 하며, 불에 탄 바도 되고, 새 짐승에게 먹는 바가 되기도 하며, 여러 사람 앞에서 이와 같이 몸을 나타내어 재물을 얻고는, 문득 도로 살아 일어나나니 그는 요술을 잘 배웠기 때문이다.
보살도 이와 같이 수능엄 삼매에 머물러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늙고 죽음을 보이나, 실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은 없다. 견의여, 이를 수능엄삼매의 선(禪)바라밀다의 본사 과보라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지혜를 수행하여 모든 감관[根]이 맹리(猛利)하기에 진작 중생의 성질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였건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중생이 있다 말한 것이요, 수자(壽者)와 명자(命者)를 보지 아니 하였건만 수자와 명자 있음을 말한 것이요, 업의 성질과 업보의 성질을 얻을 수 없건만 중생에게 업과 업보(業報)가 있는 것을 보인 것이요, 나고 죽음과 모든 번뇌의 성질은 얻을 수 없건만 '마땅히 알라. 나고 죽음과 번뇌를 보았노라' 말한 것이요, 열반을 보지 아니하건만 '열반에 이르렀다' 말한 것이요, 모든 법의 차별 모양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건만 '모든 법이 선(禪)과 불선(不善)이 있다' 말한 것이며, 이미 능히 걸림이 없는 지혜의 언덕에 건너 이르렀나니라.
욕계(欲界)에 태어남을 보이나 욕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색계선(色界禪) 행함을 보이나 색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무색정(無色定)에 들어감을 보이나 색계(色界)에 태어나며, 색계선 행함을 보이나 욕계에 태어나며, 욕계에서 나타나나 욕계행(欲界行)을 행하지 않고, 모든 선(禪)을 모두 알며, 선분(禪分)도 알고, 자재롭게 모두 능히 선(禪)에 들고 선에 나오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뜻대로 태어날 바를 따라서 일체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 능히 몸을 받아나며, 항상 능히 깊고 묘한 지혜를 성취하여 일체 중생의 모든 행을 끊어주고, 중생 교화하기를 위하여 행하는 바 있는 것을 나타내나 모든 법에서 실로 행하는 바 없으며, 모두 이미 일체 모든 행을 벗어났고 오랫동안 아(我)와 아소(我所)의 마음을 이미 없애 버렸으나 모든 수용할 물건 받는 것을 보인다.
보살이 이와 같은 지혜를 성취하여 하는 바 있는 것은 모두 지혜를 따르고 일찍 업과(業果)에 더럽힌 바 되지 아니하였으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벙어리를 나타내나, 안으로는 실로 미묘한 범음성(梵音聲)이 있으며, 말과 글[經書]과 산수를 통달하였으며, 어떤 법을 말할까하고 먼저 생각 아니 하고도 이르러 오는 바 중생을 따라서 말하는 바는 모두 미묘하여 모두 능히 기쁘게 하고, 마음이 견고함을 얻게 하여 그에게 적응할 바를 따라서 위하여 설법하나 이 보살은 지혜가 조금도 줄어지지 않는다.
견의여, 비유컨대 남자와 여자와 크고 작은 이들이 그릇을 가지고 물이 있는 곳에 나아감을 따라서, 샘이거나 못[池]이거나 개울이거나 강물이거나 바다물이 그릇의 크고 작음을 따라서 각기 가득히 채워 돌아가게 하나, 그러나 이의 모든 물은 줄어지고 적어진 바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이르러 오는 바 대중인 찰리대중과 바라문대중과 거사(居士)대중과 제석의 대중과 범왕의 대중인 이와 같은 여러 대중을 따르더라도 마음과 힘을 가(加)하지 않고도 능히 좋은 말로 모두 기쁘게 하여 편의함과 응할 바를 따라서 법을 연설하나, 그러나 그 지혜와 변재는 조금도 줄어지거나 적어지지 않는다. 견의여, 이를 보살의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반야바라밀다의 본사 과보라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중생이 보는 이는 모두 도탈을 얻으며, 이름을 듣거나 위의를 보거나 설법을 듣거나 침묵함을 보거나 하여도 모두 도탈함을 얻는다. 견의여, 비유컨대 큰 약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희견(喜見)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보기만 하면 병이 다 치유(癒)함을 얻나니,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중생이 보는 이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병이 모두 없어지고 치유함을 얻는다.
큰 약왕(藥王)이 있으니 이름은 멸제(滅際)라, 만일 전투할 적에 그를 사용하여 북에 바르면, 화살과 칼과 창에 상한 바 되었더라도 그 북소리를 들으면 화살이 나올 것이며, 독기가 없어짐과 같나니,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이름을 듣기만 하는 이도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화살이 저절로 빠져 나올 것이며, 모든 사견(邪見)의 독기는 모두 없어질 것이요, 일체 번뇌는 다시 움직이고 발동하질 못할 것이다.
견의여, 비유컨대 약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구족(具足)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뿌리를 사용하면 병이 없어지고 치유됨을 얻을 것이요, 줄기와 마디와 심(心)과 껍질과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도 모두 능히 병을 없애고 치유하리니, 생(生)것이거나 마른 것이거나 쪼각쪼각 끊은 것일지라도 모두 능히 중생의 모든 병을 없애준다.
보살이 수능엄 삼매에 머무름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에게 이익하게 아니하는 때가 없이 항상 능히 일체 모든 근심을 없애주나니, 말하자면 설법하면서도 겸하여 사섭(四攝)과 모든 바라밀다(波羅密多)를 행하여 도탈함을 얻게 한다.
만일 사람이 공양을 하거나 공양하지 아니하거나, 이익이 있거나 이익이 없거나 하여도 이 보살은 모두 법리(法利)로써 안온(安穩)함을 얻게 하며, 내지 몸이 죽어서 그 고기를 먹는 모든 축생(畜生)과, 두 발인 것과 네 발인 것과 새와 짐승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인 이러한 모든 중생은 모두 보살의 계(戒)와 원(願)의 힘으로써 죽어서는 하늘에 나는 것을 얻을 것이요, 항상 병과 고통과 쇠뇌(衰惱)와 모든 근심이 없을 것이다. 견의여,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보살은 마치 약나무와 같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6바라밀다는 세세(世世)마다 어느 때라도 스스로 알 것이요, 다른 이로부터 배우지 아니해도 발을 들며 내리거나, 숨을 들이쉬고 내쉬거나 하는 생각생각인 순간에도 항상 6바라밀다가 있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견의여, 이와 같은 보살은 몸이 모두 이 법이요, 행동이 모두 이 법이기 때문이다.
견의여, 비유컨대 왕(王)이 있는데, 만일 대신(大臣)들이 백천 가지 향(香)을 찧어서 가루를 만들었다면 만일 어떤 사람이 있어 그 가운데의 한 가지만을 구하려 하고 딴 향은 같이 서로 섞이지[重雜] 않도록 하려 한다면, 견의여, 이와 같은 백천 가지 여러 향 가루 속에서 한 가지만을 골라 얻고, 딴 것은 섞이지 않게 하겠느냐?"
견의 보살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이 보살은 일체 바라밀다로써 몸과 마음을 훈습[薰]하였기에 생각생각 가운데에 항상 6바라밀다를 낸다. 견의여, 보살이 어찌하여 생각생각 가운데서 6바라밀다를 내는가?
견의여, 이 보살은 일체를 모두 놓아 버리고 마음에 탐착(貪着)이 없나니, 이것이 단나바라밀(檀那波羅密)요, 마음이 잘 적멸(寂滅)하여 필경 악(惡)이 없나니, 이것이 시라바라밀다(尸羅波羅密)요, 마음 다한 모양을 알아서 모든 진(塵) 가운데에서도 상(傷)하는바 없나니, 이것이 찬제바라밀다요, 부지런히 간택하는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 상(傷) 떠난 것을 아나니, 이것은 비리야바라밀다(毘梨耶 波羅密)요, 필경 잘 고요하여 그 마음을 조복하나니, 이것이 선바라밀다(禪波羅密)요, 마음을 관찰하고 마음을 알아서 마음 모양을 통달하였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密)이다.
견의여, 보살은 수능엄삼매인 이와 같은 법문에 머무르면, 생각생각에 모두 6바라밀다가 있다."
그 때 견의 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성취하여 그 시행하는 바가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보살이 부처님의 행(行)을 행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이 수능엄삼매를 배워야 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세존이시여, 이 보살은 일체 범부의 행(行)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그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때 대중 가운데에 대범(大梵) 천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성자(成慈)였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일체 범부의 행을 행하려고 하면 마땅히 수능엄삼매를 배울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보살은 일체 범부의 행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행(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성자여, 그대의 말한 바와 같나니, 만일 보살이 일체 범부의 행을 행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수능엄삼매를 배울 것이니, 일체 배운 바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배우고자 하면, 어떻게 배워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활 쏘기를 배우는데 먼저 큰 무더기를 쏠 것이니, 큰 무더기를 쏘고는 작은 무더기를 쏠 것이요, 작은 무더기를 쏘고는 다음엔 과녁[的] 쏘기를 배울 것이다.
과녁 쏘기를 배우고는 다음에 막대 쏘기를 배우고, 막대 쏘기를 배우고는 100 모(百毛) 쏘기를 배우고, 100 모 쏘기를 배우고는 10 모 쏘기를 배우고, 10 모 쏘기를 배우고는 1 모 쏘기를 배우고, 1 모 쏘기를 배우고는 100 분의 1 모 쏘기를 배울 것이니, 이를 쏜다면 잘 쏜다고 한다.
쏘는 것이 뜻대로 되어 헛(虛)맞지 않으리니, 이 사람은 만일 어둔 밤 속에도 들리는 바 음성에 사람이건 사람 아닌 것이건, 마음과 힘을 쓰지 않고도 쏘기만 하면 모두 맞춘다.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배우고자하면 먼저 좋아[愛樂]하는 마음을 배울 것이며, 좋아하는 마음을 배우고는 마땅히 깊은 마음[深心]을 배우고, 깊은 마음을 배우고는 마땅히 대자(大慈)를 배우고, 대자를 배우고는 마땅히 대비(大悲)를 배우고, 대비를 배우고는 마땅히 4성범행(聖梵行)을 배울 것이니, 이른바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이다. 4성범행을 배우고는 마땅히 과보로서 최상인 5통(通)을 얻어 항상 스스로 몸을 따르는 것을 배울 것이니, 이 5통을 배우면, 그때엔 문득 능히 6바라밀다를 성취할 것이요, 6바라밀다를 성취하고는 문득 능히 방편을 통달할 것이요, 방편을 통달하고는 제3 유순인(柔順忍)에 머무름을 얻을 것이요, 제3 유순인에 머무르고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것이요, 무생법인을 얻고는 여러 부처님이 수기(授記)하실 것이요, 여러 부처님이 수기하고는 능히 제8 보살 지위에 들어갈 것이요, 제8 보살 지위에 들어가고는 여러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삼매[諸佛現前三昧]를 얻을 것이요, 여러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삼매를 얻고는 항상 여러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하고 볼 것이요, 항상 여러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하고 보고는 능히 일체 불법 인연을 구족할 것이요, 일체 불법 인연을 구족하고는 능히 불국토를 장엄하는 공덕을 일으킬 것이요, 능히 불국토(佛國土)를 장엄하는 공덕을 일으키고는 능히 집에 나는(여래의 집에 태어남) 종성(種姓)을 갖출 것이요, 집에 나는 종성을 갖추고는 입태(入胎)하고 출생할 것이요, 입태하고 출생하고는 능히 10지(地)를 갖출 것이요, 능히 10지를 갖추고는, 그때엔 문득 부처님의 지위와 명호 [號]를 얻을 것이요, 부처님의 지위와 명호를 얻고는 문득 일체 보살의 삼매를 얻을 것이요, 일체 보살의 삼매를 얻은 후에는 이에 수능엄삼매를 얻으리니, 수능엄 삼매를 얻고서는 능히 중생을 위하여 불사(佛事)를 베푸나, 그러나 또한 보살의 행(行)과 법은 버리지 않는다.
견의여, 보살이 만일 이와 같은 법을 배우면 곧 수능엄삼매를 얻을 것이요, 보살이 이미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곧 모든 법에는 또 다시 배울 것은 없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먼저 이미 일체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활쏘기를 배움에 능히 1 모분(毛分)을 쏘면 다시 딴 것은 배우지 않나니, 왜냐 하면, 먼저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일체 법엔 다시 배울 바 없으리니, 일체 삼매와 일체 공덕을 다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그 때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비유를 말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삼천대천 세계의 대범(大梵) 천왕(天王)이 자연히 삼천대천 세계를 두루 관찰하되 공력(功力)을 가하지 아니함과 같아서, 이와 같은 보살은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일체 법에서 자연히 잘 관찰하되 공력을 쓰지 아니하고 또한 일체 중생의 심(心)과 심소(心所), 행(行)을 잘 압니다."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말한 바와 같아서 만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자는 모두 일체 보살의 법과 일체 부처님의 법을 알 것이다."
그 때 모인 가운데에 하늘 제석[天帝釋]이 있었으니 이름은 지수미산(持須彌山)이었으며, 이 삼천대천 세계에서의 가장 외변(外邊)에 있던 이었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머물러서 일체 천하(天下)를 다 능히 보는 것과 같아서, 보살도 이와 같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행(行)과 일체 중생의 행을 자연히 잘 관찰합니다."
그때 견의 보살이 이 지수미산 제석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사천하로부터 왔으며, 어느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가?"
그 제석은 대답하였다.
"선남자(善男子)여, 만일 어떤 보살이고 수능엄삼매를 얻었다면 응당 그 있는 곳을 묻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이와 같은 보살은 일체 불국토가 모두 이 머무르는 곳이요, 그러나 머무르는 곳에 집착하지 않으며, 머무르는 곳을 얻을 수 없으며, 머무르는 곳을 보지 않는다."
견의 보살이 물었다.
"인자(仁者)여, 이 수능엄삼매를 얻었는가?"
제석이 말하였다.
"이 삼매 가운데에서 얻고 얻지 못한 상(相)이 있겠는가?"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없다."
제석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라. 보살이 이 삼매를 행함에 모든 법 가운데엔, 도무지 얻는 바 없다."
견의 보살은 말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아서는 필시 수능엄삼매를 얻었을 것이다."
제석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법이 머무르는 바 곳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니, 일체 법에 머무르는 바 없어야만 이에 수능엄삼매를 얻을 것이다. 선남자여, 이 삼매에 머무르면 곧 모든 법에 도무지 머무르는 바 없으리니, 만일 머무르는 바 없으면 곧 취(取)하는 바 없을 것이요, 만일 취하는 바 없으면 곧 말할 바도 없을 것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수미산의 제석을 보았느냐?"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이 제석은 자연 뜻대로 능히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이 삼매에 머물렀으며, 이 삼천대천 세계의 모든 제석궁(帝釋宮)에서 모두 능히 몸을 나타낸다."
그 때 이쪽에 있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지수미산 제석이 모든 제석궁에서 몸을 나타낸다면, 저희는 일체 제석의 처소에서 어찌하여 보지 못합니까?"
그 때 지수미산 제석은 이의 제석에게 말하였다.
"교시가여, 만일 내가 지금 참 몸으로써 그대에게 보인다면, 그대는 궁전에서 다시는 기뻐하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항상 그대의 머무르는 바 궁전에 가고 있건만 그대는 나를 보지 못한다."
그 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 대사(大士)의 성취한 묘한 몸을 보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그대는 보고 싶어하느냐?"
제석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보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지수미산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제석에게 참 몸을 보여주어라."
저 제석은 즉시 참 몸을 나타내었었다.
그 때에 모인 가운데에서 그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과 성문과 보살들이 수능엄 삼매를 얻지 못한 자는 몸이 모두 나타나 보이지 아니하고 마치 먹(墨)을 모은 듯 하나, 지수미산 제석의 몸은 수미산왕(須彌山王)과 같고, 높고 크며 외외(巍巍)하여 광명이 멀리 비치며, 그때 부처님의 몸은 배(倍)나 더 밝게 나타나시었다.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대사의 몸빛이 청정하고 수묘(殊妙)하여 따를 이 없겠습니다. 이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 왕의 몸은 모두 나타나질 아니하고, 마치 먹을 모은 것 같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수미산 선묘당(善妙堂) 위에 석가비릉가 마니(釋迦毘楞伽 摩尼) 영락(瓔珞)을 입으면, 이 광명으로서 일체 하늘 대중의 몸은 모두 나타나지 아니하온대, 저희는 지금 이의 광명으로서 몸이 다시 나타나질 아니하고 입은 바 보배 영락도 또한 빛을 잃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만일 삼천대천 세계 가운데에 가득찬 석가비릉가 마니 구슬과 또한 모든 하늘을 비추어 밝히는 마니주(摩尼珠) 일지라도, 능히 이 구슬을 모두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리라.
교시가여, 만일 이 삼천대천 세계의 가운데에 가득 찬 모든 하늘을 비추어 밝히는 마니주와, 또한 금강명 마니주(金剛明摩尼珠)가 있더라도 능히 이 구슬을 모두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리라.
교시가여, 만일 이 삼천대천 세계의 가운데에 가득찬 금강명마니주와 다시 모든 명집(明集) 마니주가 있더라도 능히 이 구슬을 모두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리라.
교시가여, 그대는 이 제석의 입은 바 모든 명집(明集) 마니주를 보았는가?"
제석이 말하였다.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다만 그 빛만도 명렬하고 치성하여 저희 눈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부처님이 교시가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이 있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혹 제석이 되더라도 모두 이와 같은 마니 영락을 입으리라."
그 때 석제환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누구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지 아니한 자는 이와 같은 청정하고 묘한 몸을 얻지 못할 것이며, 또한 이 수능엄삼매를 얻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 때 구역(瞿域) 천자(天子)는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모든 성문인 사람들은 이미 법의 자리에 들어갔었고, 비록 다시 불도를 칭찬하여 좋아 하여도 능히 할 수 없으리니, 이미 나고 죽는데서 막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미 발한 자이거나 지금 발하거나, 미래에 발하거나 하는 이러한 사람은 응당 불도를 좋아할 것이며, 능히 이와 같은 상묘(上妙) 색신(色身)을 얻으리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은 날 적부터 눈이 멀었다면, 비록 해와 달을 좋아하나, 그는 해와 달의 광명을 받지 못함과 같다.
이와 같은 성문은 법의 자리[法位]에 들어간 자 이기에 비록 다시 부처님 법을 칭찬하며 좋아한다 해도, 부처님의 공덕은 그 몸에겐 이익 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이 묘한 몸과 큰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위없는 불보리(佛菩提) 마음을 발할 것이다. 그러면 곧 이와 같은 상묘(上妙) 색신을 얻으리라."
구역 천자가 이 말을 할 때에 만 2천 천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였다.
그 때 견의 보살이 구역 천자에게 물었다.
"어떠한 공덕을 행하여야만, 여인(女人)의 몸을 굴리겠나이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대승(大乘)을 발하는 자는 남녀(男女)의 차별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나니, 무슨 까닭인가? 살바야(薩婆若) 마음은 삼계(三界)에 있지 아니함이요, 분별이 있으므로 남자와 여인이 있나니라. 인자(仁者)의 물은 바 어떠한 공덕을 행하여야만 여인의 몸을 굴리겠느냐고 한 것은, 보살을 섬기는 것처럼 마음이 첨곡(諂曲)하지 않을 것이니라."
견의 보살이 물었다.
"어떻게 섬기는 것이옵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세존을 섬기는 것 같이 할 것이니라."
견의 보살이 물었다.
"어찌하면 그 마음이 첨곡하지 아니 합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몸의 업(業)이 입을 따르고, 입의 업이 뜻을 따르나니, 이를 여인의 마음이 첨곡함이 없는 것이라 한다."
견의 보살이 물었다.
"어떻게 여인의 몸을 굴리는 것이옵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이룬 대로니라."
견의 보살이 물었다.
"어찌하면 이룬 대로 입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굴리는 대로니라."
견의 보살이 물었다.
"천자여, 이 말은 무슨 뜻이 옵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일체 법 가운데에는 이루지도 굴리지도 아니하고, 모든 법은 한맛[一味]이니, 말하자면 법성(法性)인 맛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원하는 바를 따라서, 여인의 몸 있는 것을 만일 나의 몸으로 하여금 남자 이룸을 얻을 지라도, 여자인 몸 모양에서 무너트리지도 놓아 버리지도 아니하리니, 선남자여, 그러므로 알라, 이 남자다 이 여인이다함은 모두 전도(顚倒)함이다. 일체 모든 법과 전도함도, 모두 다 필경엔 두 모양을 떠났느니라."
견의 보살이 구역 천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수능엄삼매에서 조금 아는가?"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다른 이가 얻은 것을 알았을 뿐이요, 몸소 스스로 증득하지는 못했노라. 나는 기억하노니, 지난 세상에 석가모니(釋迦牟尼)부처님이 정반왕(淨飯王)의 집에 있어서 보살이 되었을 적인데, 궁전 안과 채녀(采女)들 속에서 밤에도 청정하셨느니라. 그 때 동방의 항하 모래 수들인 범천왕(梵天王)이 와서 보살의 법을 묻는 이도 있고, 성문의 법을 묻는 이도 있는데, 보살은 각각 묻는 바를 따라서 대답하셨다. 그 범왕 대중 가운데에는 한 범왕이 있었다.
그는 보살의 행하시는 바 방편을 알지 못하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인자(仁者)는 이에 이와 같은 지혜가 있으시니, 묻는 바를 잘 대답하리로다. 어찌하여 왕위(王位)와 색욕(色欲)을 탐하는가?'
그 외 여러 범왕은 보살 지혜 방편을 아는지라, 이 법왕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왕위와 색욕을 탐하는 것이 아니요, 장차 중생을 교화하고 성취하기 위하여 집에 계시어 보살이 된 것을 나타내신 것이다. 지금 딴 곳에서는 불도를 성취하여 묘한 법륜(法輪)을 굴리시니라.'
이 범왕은 이 말을 듣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어떠한 삼매를 얻어서 이와 같은 자재(自在)한 신변(神變)을 짓나이까?'
그 외 범왕이 말하였다.
'이는 수능엄삼매의 세력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보살의 삼매에 머무르는 신력(神力)과 감응(感應)은 참으로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로다. 애욕에 처해 있으며, 나라 일을 다스리면서도 능히 이와 같은 삼매를 여의지 아니하는가.'
나는 이 생각을 하고는 배나 더 공경하여 보살에게 세존인 생각을 하고서 깊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여 원컨대 내세(來世)에는 나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리라고 하였었다.
선남자여, 나의 보는 바는 이와 같이 소분(少分)이다. 나는 오직 수능엄삼매는 꼭 한량없는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는 공덕과 세력이 있음을 알았을 뿐이었노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希有)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구역 천자는 깊은 마음에서 이를 말한 것이오니, 모두 이 여래의 하시는 바이오며, 선지식(善知識)이 항상 수호(守護)한 까닭인가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구역 천자는 오래지 않아 또한 수능엄삼매에 응당 머무를 것이오며, 이 자재한 신변인 세력을 얻는 것도 지금 세존의 하시는 바와 같이 다를 것이 없으리라 하옵니다."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가운데에서 혹 이 수능엄삼매를 얻은 이가 있으리까?"
그 때 모인 가운데에서 천자가 있으니, 이름은 현의(現意)였다.
그가 견의 보살에게 말하였다.
"비유컨대 장삿꾼이 큰 바다에 들어가서 이러한 말을 하되, '이 큰 바다 속엔 마니주가 있나니, 가히 가져갈 수 있으랴'함과 같아서 그대의 말도 이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지금 여래의 큰 지혜바다 모임에 그 가운데에서는 보살이 법보(法寶)를 성취하였고, 큰 장엄(莊嚴)을 발견하였다. 그대는 이 가운데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러한 물음을 하되 이 모임 가운데서 혹 보살의 이 수능엄삼매를 얻은 이가 있을 것이다고 하는 구려.
견의여, 지금 이 모임 가운데에는 어느 보살은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제석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범왕의 몸을 나타내는 이도 있으며,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의 몸을 나타내는 이도 있느니라.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優婆塞)와 우바이(優婆夷) 몸을 나타내는 이도 있으며,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모든 상호(相好)로써 스스로 몸을 장엄한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자 몸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을 나타내어 짓는 이도 있으며, 성문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을 나타내는 이도 있으며, 벽지불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을 나타내는 이도 있느니라.
견의여, 여래는 자유자재로 이르러 오는 바 대중을 따르시는데, 차리 대중과 바라문 대중과 거사 대중과 제석 대중과 범왕 대중과 호세(護世) 대중인 이러한 대중을 따라서 널리 형식과 얼굴을 능히 시현(示顯)하나니, 마땅히 알라. 모두 이 수능엄삼매의 본사(本事) 과보(果報)니라.
견의여, 만일 여래께서 설법하시는 바 곳을 보거든, 마땅히 알라. 이 가운데에는 곧 한량없는 여러 큰 보살과 큰 지혜가 자재하고 큰 장엄을 발견하여, 일체 법에게 자재하게 행하는 이들이 능히 여래를 따라서 법륜을 굴리는 이들이 있으리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 현의 천자는 이 수능엄삼매를 얻었으리라 하나니다. 그와 같이 지혜와 변재가 걸림이 없으며, 신통도 이와 같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느니라. 이 현의 천자는 이미 수능엄삼매에 머물렀으며, 이 삼매를 통달하였기에 능히 이러한 말을 하였느니라."
그 때 부처님은 현의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수능엄삼매의 본사(本事)를 조금 나타내어라."
현의 천자는 견의 보살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수능엄삼매의 적은 세력만이라도 보고자 하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원컨대 보고자 하나이다."
현의 천자는 잘 수능엄삼매의 힘을 얻었으므로 즉시 신변(神變)과 응화[應]를 나타내되,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전륜(轉輪) 성왕(聖王)이 되어 32상(相)으로써 스스로 장엄하고, 권속과 칠보(七寶)가 시종(侍從)하게 하였다. 그리고 천자는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저는 뭇 모임이 모두 전륜 성왕이 된 생각과 권속과 칠보가 시종하는 것을 보나이다."
그 때에 천자는 다시 뭇 모인 이[會衆]로 하여금 모두 석제환인이 되어 도리 천궁(天宮)에 처하여, 백천 천녀(天女)가 온갖 풍류를 아뢰며 에워싸고 즐기는 것을 나타나게 하였다. 또한 신력으로써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범왕(梵王)의 색상(色相)과 위의(威儀)를 지어서 범궁(梵宮)에 있으면서 4무량(無量)을 행하는 것을 나타내었다. 또한 견의 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나는 뭇 모인 이가 모두 이 범왕인 것을 보나이다."
현의 천자는 또 다시 신력을 나타내어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장로(長老) 마하가섭(摩訶迦葉)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이 되게 하되, 의발(衣鉢)을 가지고 선정(禪定)에 들어가며, 8해탈(解脫)을 행하는데 모두 다름이 없게 하였다. 또한 신력을 나타내어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과 상호(相好)와 위의와 같이 하여, 각각 비구 권속이 있어 에워싸게 하고서 또 견의 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나는 대중이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과 상호와 위의며, 각각 비구 권속이 있어서 에워싸는 것을 보나이다."
현의 천자가 견의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수능엄삼매의 자재한 세력으로서 이와 같은 것이다.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능히 삼천대천 세계로써 개자(芥子)씨 속에 들게 할 것이요, 모든 산과 강하(江河)와 해와 달과 별들로 하여금 나타나는 것은 모두 전과 같으나, 그러나 협착하질 않게 모든 중생에게 보이느니라. 견의여, 수능엄삼매는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는 세력이 이와 같느니라."
그 때 여려 큰 제자와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제석과 범왕과 호세천왕은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이 사람의 공덕은 가히 사의할 수 없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이 사람은 불도에 구경(究竟)이 되오며, 지혜와 신통과 모든 밝음[明]을 성취한 것이옵니다. 저희들은 오늘 한 자리 위에서 널리 뭇 모임의 가지가지 색상과 약간의 신변과 시현을 보고서, 저희들은 생각하기를,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듣지 못하면, 마땅히 알라, 이는 마(魔)에게 기회를 얻게 할 바 될 것이요, 만일 얻어 듣는다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여러 부처님이 수호하시는 바이어든, 어찌 하물며 듣고 말과 같이 수행함이랴'고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일 불법을 통달하여 피안(彼岸)에 이르고자 할진대, 마땅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수능엄삼매를 듣고 받아 지니며,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해 줄 것이라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일 일체 형색과 위의를 널리 나타내고자 하며, 일체 중생의 심(心)과 심소(心所) 행을 모두 널리 알고자 하며, 또한 일체 중생에 게 병을 따라 약을 주는 것을 알고자 할진대, 마땅히 이 삼매 법보(法寶)를 잘 듣고 받아 지니며, 독송해야 한다고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마땅히 알아, 이 사람은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서 지혜가 자재하리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니라. 그대들의 말과 같느니라.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얻지 못하면 깊은 행[深行]인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없나니, 여래는 이 사람을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과 정진(精進)과 선정(禪定)과 지혜(知慧)를 구족했다고 이르지 않나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이 만일 일체 도(道)를 두루 행하고자 할진대 마땅히 이 수능엄삼매를 배워 얻을 것이니, 일체 모든 배운 바를 생각하지 아니한 까닭이니라."
그 때 견의 보살이 현지 천자에게 물었다.
"보살이 만일 이 삼매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어떤 법을 수행해야 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보살이 만일 이 삼매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범부 법을 수행할 것이니, 만일 범부 법을 보면 불법은 합하지도 흩어지지도 않으리니, 이를 수능엄삼매를 닦아 모은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견의 보살이 물었다.
"불법 가운데에 합하고 흩어지는 것이 있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범부(凡夫)법 가운데에도 오히려 합하고 흩어짐이 없거든 어찌 하물며 불법이랴. 어찌하여 수행(修行)이라 이름하느냐? 만일 능히 범부 법과 불법이 둘이 없음을 퉁달하면, 이를 닦아 모은 것이라 이름할 것이요, 실로 이 법은 합함도 흩어짐도 없느니라.
선남자여, 일체 법 모음이란 생기는 모양이 없는 까닭이며, 일체 법 모음이란 무너지는 모양이 없는 까닭이며, 일체 법 모음이란 허공의 모양인 까닭이며, 일체 법 모음이란 받는[受]모양이 없는 까닭이니라."
견의 보살이 또 물었다.
"수능엄삼매는 어느 곳에 이르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수능엄삼매는 일체 중생의 심행(心行)에 가 이르나, 그러나 또한 심행을 반연하여 상(相)을 취하지 않으며, 일체 나는 바 곳에 가 이르나, 그러나 또한 나는 곳에 더럽힌 바 되지 않으며, 일체 세계의 부처님 처소에 가 이르나, 그러나 부처님의 몸과 상호(相好)를 분별하지 않으며, 일체 음성과 말에 가 이르나, 그러나 모든 문자상(文字相)을 분별하지 않으며, 널리 능히 일체 불법을 개시(開示)하나, 그러나 필경 멸진(滅盡)한 곳에 이르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이 삼매는 어느 곳에 이르느냐고 물었나니, 부처님의 이르는 바 곳을 따라서, 이 삼매도 또한 이와 같이 이르[至]느니라."
견의 보살이 물었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이르[至]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여여(如如)하므로 이르러도 이르는 바 없느니라."
견의 보살이 또 물었다.
"부처님은 열반에 이르지 아니 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일체 모든 법은 구경에 열반이니, 그러므로 여래는 열반에 이르지 않느니라. 무슨 까닭이가? 열반인 성질이므로 열반에 이르지 않느니라."
견의 보살이 또 물었다.
"과거의 항하(恒河) 모래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이 열반에 이르지 아니 하셨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항하 모래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이 나신 것이냐?"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여래의 말씀하신 바엔 항하 모래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이 나시었고, 이미 멸도(滅度)하셨다 하셨나이다."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래께서는 한 사람이 출세(出世)함에 중생을 이익하고 안락하게 한 바 많다고 말씀하시지 아니하셨느냐. 그대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는 결정코 모든 중생의 생멸(生滅)이 있다고 하였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여래는 법에서 생멸을 얻지 않나이다."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라. 여래는 비록 여러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셨다고 말씀하시었나, 여래 모양엔 실로 나는 것이 없으며, 비록 여러 부처님이 열반에 이르신다고 말씀하시었으나, 여래 모양엔 실로 멸(滅)함이 없느니라."
견의 보살이 또 물었다.
"지금 현재 한량없는 여래께서는 도(道)를 얻어 이루셨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여래는 나는 것도 멸하는 것도 없이 이와 같이 도를 이루셨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여러 부처님이 출세하시며, 만일 열반에 드신다 하여도, 차별이 있지 않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적멸상(寂滅相)임을 통달하셨기 때문이니, 이를 부처라 한다."
견의 보살이 또 물었다.
"만일 일체 법이 필경 적멸(寂滅)일진대, 열반상(相)인 것을 통달한다 하리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일체 법이 필경 적멸하여 동일한 열반 모양인 것과 같아서, 통달인 모양도 또한 다시 이와 같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나고[生] 머무르고[住] 멸하는[滅]것으로 출세하시지 않나니, 나고 머무르고 멸함이 없는 것을 이를 부처님의 출세하심이라 한다."
견의 보살이 물었다.
"그대는 수능엄삼매에 머무르고서 능히 이와 같은 말을 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의 변화인 사람은 어느 법 가운데에 머물러서 말한 바 있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신력(神力)에 의하여 능히 말한 바 있느니라."
천자는 또 물었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머물러서 변화한 사람을 지었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둘이 아닌 [不二] 신통에 머물러서 변화한 사람을 지었나이다."
천자가 말하였다.
"여래는 법에 머무르지 아니한 데에 머물러서 변화한 사람[化人]을 짓는 것과 같이, 변화한 사람도 또한 법에 머무르지 아니한 데에 머물러서 말한 바 있느니라."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머무른 바 없으면 어떻게 말함이 있나이까?"
천자가 말하였다.
"머무른 바 없는 것과 같아서 말함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견의 보살이 또 물었다.
"보살이 어찌하면 요설(樂設) 변재를 구족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보살이 나라는 상[我相]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남이라는 상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말한 바 있는 것을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이름 할 것이요, 말한 바 법을 따라서 문자상(文字相)이 다하지 않으며, 법상(法相)도 또한 다하지 않고, 이와 같이 말하는 자는 둘 아닌 것으로 말함이니,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하느니라.
또한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모든 법의 환상(幻相)을 놓아버리지 아니하며, 모든 음성에서 메아리 모양을 놓아버리지 아니하면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할 것이니라.
또한 모든 문자(文字)와 음성과 언어(言語)는 처소도 방위도 안도 바깥도 없고, 머무르는 바도 없이 뭇 인연으로부터 있는 것과 같아서, 일체 모든 법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처소도 방위도 안도 바깥도 없고, 또한 머무르는 바도 없으며, 이 과거와 미래와 현재도 아니요, 문자와 언사(言辭)로 표시할 바도 되지 않나니, 안으로서 스스로 통달하여 말한 바 있는 것을 이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할 것이다.
비유컨대 메아리 같으며, 일체 음성도 모두 메아리 모양을 따라서 말한 바 있는 것이다."
견의 보살이 물었다.
"따르는 뜻은 어떠하나이까?"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허공을 따르는 것이 이 따르는[隨] 뜻이니, 허공과 같이 따를 바 없고, 일체설립도 또한 따를 바 없다. 모든 법은 비할 수도 없고 비유함도 있지 않건만, 얻음이 있는 자를 위하여 따르는 바 있다고 말한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천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그대의 말한 바와 같느니라. 보살은 여기서 응당 놀래며 두려워 하지 아니할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만일 따르는 바 있다면 아뇩다라사먁삼보리를 얻지 못할 것이니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현의 천자는 어느 부처님의 국토로부터 여기에 왔나이까?"
천자가 말하였다.
"물어서 무엇하겠느냐?"
견의 보살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그 곳을 향하여 예배하고자 하오니, 이는 대사(大士)의 노닐고 다니며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옵니다."
천자가 말하였다.
"만일 사람이 손수 이 수능엄삼매를 얻는다면, 일체 세간과 모든 하늘과 인민(人民)이 모두 응당 예경(禮敬)하리라."
그 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의 천자는 아초비야 부처님의 묘희(妙喜)세계로부터 와서 여기에 이르렀느니라. 이 사람은 그곳에서도 항상 수능엄삼매를 말하느니라. 견의여, 일체 여러 부처님도 수능엄삼매를 말씀 아니 하시는 이는 없느니라.
견의여, 이 현의 천자는 이 사바(娑婆)세계에서 또한 성불하리니, 이 사람은 이 5탁악[五濁惡]을 끊고 깨끗한 불토(佛土)를 취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수능엄삼매를 수습(修習)하고 증장(增長)하려고 이곳에 왔느니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천자는 어느 때에 곧 이 세계에서 불도를 얻어 이루오며, 그 호(號)는 무엇이며, 세계는 어떤 이름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천자는 이 현겁(賢劫) 천불이 멸도하심을 지나서, 62겁(劫)동안 다시는 부처님이 없고, 중간에 다만 백천 만억 벽지불이 있어 출현하리니, 그 가운데 중생은 선근(善根) 심음을 얻을 뿐이다. 이 겁(劫)을 지나서 응당 성불하리니, 호(號)는 정광칭왕(淨光稱王) 여래며, 세계는 그 때엔 정견(淨見)이라 이름 할 것이다. 그 때 정광칭왕 여래는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이 청정함을 얻게 하므로 그 세계의 중생은 탐욕(貪欲)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덮인 바 되지 않고, 법을 얻고 깨끗한 마음으로 모두 착한 법을 행하리라.
견의여, 이 정광칭왕불의 수명은 10소겁(小劫)이요, 3승 법으로써 중생을 도탈(度脫)하리라. 그 가운데에 한량없고 가없는 보살은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모든 법 가운데에 자재한 힘을 얻을 것이다. 그 때엔 마(魔)와 마의 백성도 모두 대승(大乘)을 닦아서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리라. 그 부처님의 국토에는 3악도(惡道)와 모든 험난한 곳이 없고, 장엄하고 청정한 것이 울단월(鬱單越)와 같으며, 뭇 마의 일은 없고, 모든 사견(邪見)을 떠나리라. 부처님이 멸도한 후에도 법은 천만억세(歲)나 머무를 것이다. 견의여, 이 천자는 응당 이와 같은 청정한 국토에서 불도를 이루리라."
그 때 견의 보살은 천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큰 이익을 얻었나이다. 여래께서 그대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주셨도다."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일체 법에 만일 얻은 바 없으면, 이를 큰 이익이라 이름하거니와, 법에 얻은 바가 있으면, 이는 이익이 없나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알라. 만일 법을 얻지 않으면 이 큰 이익이라 이름 할 것이다."
이 법을 말할 때에 2만 5천 천자는 일찍 선세(先世)에서 많은 덕의 근본을 심었는지라,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여 또 1만 보살은 무생인을 얻었다.
불설수능엄삼매경 하권
후진 구자국 삼장 구마라집 한역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지금 수능엄삼매를 말하는데도 악마(惡魔)는 와서 방해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魔)의 쇠뇌(衰惱)하는 일을 보고자 하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보고자 하나이다."
그 때 부처님은 미간(眉間)의 백호(白毫)에서 대인상(大人相) 광명을 놓으시니, 일체 뭇 모인 이는 모두 악마의 다섯 계박(繫縛)에 묶이어 스스로 풀지 못함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악마들이 다섯 계박에 묶인 것을 보았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이 악마는 누구에게 묶인 바가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수능엄삼매 위신(威神)의 힘으로 있는 바 불국토에서 수능엄삼매를 설(設)하는데, 그 가운데에 모든 마(魔)들이 악심(惡心)으로 장애를 짓고자 하는 자들이다. 그 수능엄삼매와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그 모든 악마들은 모두 스스로 몸이 다섯 계박에 묶인 것을 본 것이다. 사리불이여, 수능엄삼매를 설하는 바 곳에 있어서는 만일 내가 현재 있거나 만일 내가 멸도한 후일지라도 그 가운데에 있는 바 모든 마(魔)와 마의 백성과 및 딴 사람 무리들이라도 악심(惡心)을 품은 자는 수능엄삼매의 위신력(威神力)으로써 모두 다섯 계박에 묶이리라."
그 때 모임 가운데에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삼매에서 마음에 의심이 없으며, 장애가 되지 않나이다. 저희들은 몸이 다섯 계박에 묶이고자 아니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삼매를 공경하므로 모두 마땅히 이 법 설하는 자에게 가서 보호하며, 이 삼매에는 세존인 생각을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러한 까닭으로 12견박(見縛)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니, 무엇이 12인가? 아견박(我見縛), 중생견박(衆生見縛), 수명견박(壽命見縛), 인견박(人見縛), 단견박(斷見縛), 상견박(常見縛), 아작견박(我作見縛), 아소견박(我所見縛), 유견박(有見縛), 무견박(無見縛), 차피견박(此彼見縛), 제법견박(諸法見縛)이니, 이것이 열둘이 되느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알라. 만일 어떤 중생이 불법 가운데에 성냄과 원한인 마음을 일으켜서 헐고 무너트리고자 하는 자는 모두 이 12견박에 머무른 것이요, 만일 사람이 믿고 알며 수순(隨順)하여 거슬리지 아니하면, 이는 12견박에서 마땅히 해탈함을 얻으리라."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악마도 지금 이 수능엄삼매 이름을 설하시는 것을 듣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또한 듣는다. 그렇지만 계박에 묶였으므로 능히 오지는 못하느니라."
사리불이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어찌 위신력(威神力)으로써 마로 하여금 수능엄삼매 명자(名字)설하는 것을 듣지 못하게 아니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이러한 말을 하지 말지어다. 가령 항하 모래수인 세계에 그 가운데 가득찬 큰 불[火]이 있더라도 이 수능엄삼매 설함을 듣기 위해서는 마땅히 그 가운데에도 통과할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 설함을 듣기만 하여도, 나는 말하되 이 사람은 좋은 이익을 크게 얻었도다. 4선(禪)을 얻어서 4범처(梵處)에 나는 것 보다 수능[勝]하다 하노라.
사리불이여, 만일 악마로 하여금 지금에 수능엄삼매 명자 설함을 듣게 하면, 이 인연으로써 마땅히 일체 마사(魔事)에서 벗어남을 얻으리라. 만일 계박에 묶임으로도 듣는다면 또한 마땅히 이 12견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사견(邪見)인 악한 사람이 마(魔)의 그물에 들어간 자라도 오히려 응당 이 수능엄삼매를 들어야 하거든, 어찌 하물며 깨끗한 마음으로 기뻐하여 듣고자 함이랴."
그 때 모임 가운데에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마계행불오(魔界行不汚)였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곧 마계(魔界)가운데에 나타나서 자재한 신력으로써 마로 하여금 수능엄삼매에 얻어 머무르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라."
그 때 마계행불오 보살은 즉시 모임 가운데엔 나타나지 않고 홀연 마궁(魔宮)에 나타나서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찌 부처님께서 수능엄삼매 설하심을 듣지 못하느냐. 한량없는 중생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여 너의 경계를 벗어났으며, 또한 모두 딴 사람까지 도탈하여 너의 경계를 벗어나게 하나니라."
악마가 곧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수능엄삼매 명자 설하시는 것을 듣것만 다섯 계박에 묶임으로써 능히 가지 못하는 것이오니, 이른바 두 손과 두 발과 머리(頭)입니다."
마계행불오 보살은 또 악마에게 물었다.
"누가 너를 묶었느냐?"
악마가 곧 대답하였다.
"저는 막 마음 내기를 그 곳에 가서 수능엄삼매를 듣고 받는 것을 파괴하고 어지럽게 하리라 하자, 곧 다섯 계박에 묶였노라. 저는 또한 생각하기를 부처님과 보살은 큰 위덕(威德)이 있어서 가히 파괴하며, 어지럽게 하기는 어려우리라. 내가 만일 간다해도 혹시 스스로 파괴함을 당할 것이니, 그냥 이 궁전에서 스스로 머무르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나자 즉시 다섯 계박에서 해탈함을 얻었습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이와 같은 것은 일체 범부의 억상(憶想)과 분별이며 전도(顚倒)와 상(相)을 취함이니, 그러므로 계박이 있느니라. 움직이는 생각이며 희론(戱論)이니, 그러므로 계박이 있느니라. 보고 듣고 감각하고 알음인 것이니 그러므로 계박이 있느니라. 이 가운데에는 실로 묶인 자도 풀릴 자도 없나니, 무슨 까닭이냐. 모든 법은 묶임이 없고 본래 해탈인 것이다. 모든 법은 풀림도 없나니 본래 묶임이 없는 까닭이다. 항상 해탈인 모양이요, 어리석음 있지 않나니, 여래는 이 법문으로써 설법하시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이 뜻을 얻어 알고 해탈을 구하고자 하여, 부지런한 마음으로 정진하면, 곧 모든 속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그 때 마의 무리 가운데에 7백 하늘 여인[天女]은 하늘의 향과 꽃과 가루향과 바르는 향과 모든 영락(瓔珞)으로 마계행불오 보살에게 흩어 뿌리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저희는 마땅히 어느 때에 마의 경계에서 해탈함을 얻겠나이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만일 능히 마의 속박을 무너트리지 아니하면 곧 해탈을 얻으리라. 어떤 것을 마의 속박이라 이르느냐. 말하자면 62견(見)이다. 만일 사람이 모든 견(見)을 무너뜨리지 아니한다면, 곧 마의 속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하늘 여인들이 또 말하였다.
"어떤 것을 모든 견(見)을 무너트리지 아니하고, 해탈을 얻는 것이라 이름하나이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모든 견(見)은 본래 어디로부터 온 바도 없으며 가도 이르는 바 없나니, 만일 모든 견(見)이 가고 오는 상(相)이 없는 것을 알면, 곧 마의 속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모든 견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니, 만일 있다 없다 분별하지 않으면 곧 마의 속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만일 보는 바 없으면 이는 바른 견[正見]이니, 이와 같은 바른 견은 정(正)도 사(邪)도 없다.
만일 법이 정도 사도 없으며, 지음도 받음도 없으면 곧 마의 속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이 모든 견(見)이란 안도 바깥도 아니며, 또한 중간도 아니니, 이와 같은 모든 견(見)을 또한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곧 마의 속박에서 해탈함을 얻으리라."
7백 하늘 여인은 이 법 말함을 듣고 곧 순인(順忍)을 얻고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우리들도 또한 마땅히 마의 세계 가운데에서 행(行)이 더러운바 없이 일체 마에게 속박한 자를 도탈하겠나이다."
그 때 마계행불오 보살이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의 여러 권속은 벌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였는데, 너는 무엇 하느냐."
악마가 대답하였다.
"저는 다섯 계박에 묶이여 할 바를 알지 못합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너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면, 이 묶임으로부터 해탈함을 얻으리라."
그 때 여러 하늘 여인은 악마를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므로 모두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할 것이니, 안온(安穩)에서 두려운 생각을 내지 말고, 안락 가운데에서 괴로운 생각을 내지 말고, 해탈에서 묶인 생각을 내지 말 것이니라."
그 때 악마는 첨곡(諂曲, 야속한 마음)한 마음에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보리(菩提) 마음을 놓아 버린다면, 나는 마땅히 발심(發心)하리라."
그 때 여러 하늘 여인은 방편의 힘으로써 악마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모두 벌써 이 마음을 놓아 버렸나니, 너는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할 것이니라. 만일 한 보살이 보리 마음을 발하면 일체 보살도 또한 이 마음과 같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마음은 차별이 없어서 모든 중생은 마음이 모두 평등하기 때문이다."
그 때 악마는 마계행불오 보살에게 말하였다.
"저는 지금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겠노니, 이 선근(善根)으로써 나의 묶임으로 하여금 풀리게 할 것이니라."
이 말을 하고서는 즉시 스스로 자신이 묶임으로부터 풀림 얻은 것을 보았다.
그 때 마계행불오 보살은 신통력(神通力)으로써 큰 광명을 놓으시고, 깨끗하고 묘한 몸을 나타내어, 마의 궁전을 비추시니, 악마는 스스로 자신에게 위광(威光)이 없고 마치 먹을 모은 것 같은 것을 보았었다.
그 때 마의 무리 가운데에 2백 하늘 여인은 깊이 음욕(淫欲)에 집착하였는지라, 이 보살의 몸빛이 단정함을 보고 사랑에 홀린 마음이 일어나서 각각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 사람이 만일 능히 나로 더불어 방사를 들어주면, 우리들은 모두 마땅히 그의 가르침을 따르리라."
그 때 이 보살은 여러 하늘 여인이 숙세의 인연으로 응당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 즉시에 변화로 2백 천자(天子)가 되니, 빛과 얼굴이 단정하고 장엄한 것이 본신과 다름이 없었다.
또한 2백 보배로 얽혀진 누대[寶交露臺]를 지으니, 악마의 궁전보다 수승하였다. 이들 하늘 여인은 모두 스스로 자신이 이의 보배 누대에 있는 것을 보고 각각 스스로 이르되 '이 보살로 더불어 함께 서로 즐기고, 소원이 만족함을 얻었도다' 하며, 음욕의 뜻이 쉬고, 모두 깊은 마음을 내어 보살을 사랑하며 공경하였다.
보살은 즉시 그에게 적응할 바를 따라서 위하여 설법하시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였다.
그 때 마계행불오 보살은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부처님 처소에 나아갈 것이니라."
악마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의 묶임이 이미 풀렸으니, 마땅히 부처님 처소가 가서 설법함을 파괴하고 어지럽히리라.'
그 때 악마는 권속에게 둘러싸여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다시는 수능엄삼매를 말씀하지 마옵소서.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이 삼매를 말씀하시면, 나의 몸은 즉시 다섯 계박에 묶이나이다. 여래께서는 다시 딴 일을 말씀하옵소서."
그 때 견의 보살이 악마에게 말하였다.
"누가 너의 묶임을 풀어 주었느냐?"
악마가 대답하였다.
"마계행불오 보살이 나의 계박을 풀어 주었느니라."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무슨 일을 다짐 했길래, 계박 풀어줌을 얻었느냐?"
악마가 말하였다.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기로 다짐 했노라."
그 때 부처님은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악마는 계박을 풀기 위하여 보리 마음을 발한 것이요, 청정한 뜻에서 한 짓이 아니니라. 이와 같이, 견의여, 내가 멸도한 후 후5백세(後五百歲)에는 많은 비구들이 이양(利養)을 위하여 보리 마음을 발할 것이나, 청정한 뜻에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견의여, 그대는 수능엄삼매의 세력과 위신(威神)을 관찰하라. 이 모든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의 소홀히 여기며 희롱하는 마음과, 이양(利養)을 탐하는 마음과, 딴 것을 따르는 마음일지라도 이 삼매를 듣고, 보리 마음을 발한다면, 나는 모두 알기를 이 마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더불어 인연 짓는 것을 얻는다 하노라. 어찌 하물며 이 수능엄삼매를 듣고 능히 청정한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말하는 것이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불법 가운데엔 이미 다 정해짐[畢定]을 얻은 것이다."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악마는 수능엄삼매 설함을 듣고 묶임을 풀기 위하여 보리 마음을 발했는데도, 또한 불법 인연 구족함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말한 바와 같다. 악마는 이 수능엄삼매를 들은 복덕(福德)인연과 보리 마음을 발한 인연으로 미래 세상에는 일체 마의 일과 마의 행동과 마의 첨곡(諂曲)한 마음과 마의 쇠뇌(衰腦)한 일을 버림을 얻고, 지금부터 이 후로는 차츰차츰 수능엄삼매의 힘을 얻어서 불도를 성취하리라."
견의 보살이 악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너에게 이미 수기(授記)를 주셨다."
악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지금 청정한 마음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한 것이 아니거늘 여래는 무슨 까닭으로 나에게 수기를 주신단 말이냐? 부처님의 말씀과 같아서 마음으로부터 업(業)이 있고 업으로부터 과보가 있다 하셨으니, 나는 스스로 보리도를 구할 마음이 없거늘, 여래는 무슨 까닭으로 나에게 수기를 주신단 말이냐."
그 때 부처님은 뭇 모인 이의 의심을 끊으시려고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수기는 무릇 네 가지 있나니, 무엇을 넷이라 하느냐?"
발심(發心)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이 있으며, 막 발심해서 수기를 주는 것도 있으며, 비밀히 수기함도 있으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으매 현전(現前)에서 수기함도 있나니, 이를 넷이 된다고 하느니라. 오직 여래만이 능히 이 일을 알고, 일체 성문과 벽지불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견의여, 어찌하여 발심 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이라 하느냐?
혹 어떤 중생은 오도(五道)에 왕래하거나, 만일 지옥(地獄)에 있거나, 만일 축생(畜生)에 있거나, 만일 아귀(餓鬼)에 있거나, 만일 천상(天上)에 있거나, 만일 인간에 있을지라도 모든 근(根)이 맹리(猛利)하고 큰 법을 좋아하면 부처님은 알기를 이 사람은 이 약간 백천 만억 아승기(阿僧祗) 겁(劫)을 지나서 응당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할 것이라 하노라.
또는 약간 백천 만억 아승지 겁에 보살도를 행하며, 약간 백천 만억 나유타(那由他) 부처님께 공양(供養)하며, 약간 백천 만억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에 머무르게 하며, 또한 약간 백천 만억 아승지 겁을 지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호(號)와 자(字)는 이와 같고, 국토는 이와 같고, 성문 대중 수와 수명은 이와 같고, 멸도한 후에 법이 머무는 햇수[歲數]는 이와 같다고 하노라."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모두 능히 이러한 일이 또한 이 보다 지나는 것도 알았나니, 이를 발심 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그 때 장로(長老) 마하가섭(摩訶迦葉)은 앞으로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 후로는 저희들은 일체 중생에게 세존인 생각을 하여야겠읍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저희들은 이와 같은 지혜가 없나이다. 어떤 중생은 보살의 근기가 있으며, 어떤 중생은 보살의 근기가 없나이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와 같은 일을 알지 못하므로 혹은 중생에게 경만(輕慢)하는 마음을 내었사오니, 곧 스스로 손상함이 된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가섭이여, 시원스리 이러한 말을 하는 구려. 이런 일로써 나는 경(經)가운데에서 말하되, '사람이면 곧 응당 중생을 망령되이 칭량(稱量)하지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만일 망령되이 다른[他] 중생을 칭량하면, 곧 스스로 손상함이 될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중생과 및 동등한 자를 응당 칭량할 것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성문과 및 그 외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부처님인 생각을 할 것이라 하였노라.
막 발심해서 수기를 이미 얻은 것이란, 혹 어떤 사람이 오랫 적부터 덕의 근본을 심었고, 착한 행을 수습(修習)하며, 부지런한 마음으로 정진하여 모든 근(根)이 맹리(猛利)하고, 큰 법을 좋아하며, 대비(大悲)한 마음이 있어서 널리 중생을 위하여 해탈도(解脫道)를 구하는 이 사람은 발심하자 곧 아유월치(阿惟越致:不退轉을 말함)에 머물러서 보살 지위에 들어가고 다 정해진[畢定] 수(數)에 끼어 8난(難)을 벗어나리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막 발심할 때에, 여러 부처님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로 주시되, 명호는 이와 같고 국토는 이와 같고 수명은 이와 같다고 하시나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여래께서 마음을 아시고, 수기를 주시나니, 이를 발심하자 곧 수기를 주는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비밀히 수기를 준다는 것은 혹 어떤 보살은 수기를 얻지 못하고, 항상 정근(精勤)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가지가지 보시함을 좋아하고, 일체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법을 받아 지니는 것이 견고하고, 계(戒)를 지키는 것을 버리지 아니하여, 깊이 장엄(莊嚴)을 발하고, 큰 참는 힘[大忍力]이 있으며, 중생에겐 평등한 마음이요, 부지런히 행하고 정진하여 모든 착한 법을 구하되, 몸과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하고, 머리에 불타는 것을 끄려고 함과 같이 하며, 행(行)과 생각[念]이 안온(安穩)하여 능히 4선(禪)을 얻고 지혜 구하기를 좋아하고, 불보리(佛菩提)를 수행하며, 오랫동안 6도(度)를 수행하여 성불할 모양이 있는듯 하거든, 때에 만 보살과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되, '이와 같은 보살은 부지런한 마음으로 정진하니, 참으로 희유(希有)하도다. 어느 때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며 그 명호는 무엇이며 국토는 어떤 이름이며 성문 대중 수는 얼마나 될 것이냐'고 하면, 부처님은 이 중생의 의심을 끊어주시려고 수기를 주시어,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듣고 알게 하여, 일체 대중으로 하여금 이 보살의 성불함과 호와 자와 국토는 이와 같고, 성문 대중 수의 많고 적음은 이와 같음을 알게 하셨으므로, 대중들의 의심한 것은 이에 모두 해결되어 이 보살에게 세존인 생각을 내거니와 오직 이 보살만은 홀로 부처님의 신력(神力) 즉 수기를 주시는 신력을 얻어듣지 못했으므로, 이 보살은 능히 스스로 자기가 수기를 얻은 것인지 수기를 얻지 못한 것인지를 알지 못했나니, 이를 보살의 비밀히 수기를 얻은 것이라 이름하느리라.
현전(現前)에서 수기함이란, 보살이 있어 오랫동안 선근(善根)을 모아서 보고 얻지 못함이 없고, 항상 범행(梵行)을 닦으며, 무아공(無我空)을 관찰하여 일체 법에서 무생인(無生忍)을 얻으면 부처님은 이 사람의 공덕과 지혜가 모두 이미 구족(具足)했음을 아시고, 곧 일체 하늘과 사람과 마(魔)와 범(梵)과 사문과 바라문인 대중 가운데에서 현전에 수기하시어 이러한 말씀을 하시되, '선남자여, 그대는 약간 백천 만억 겁을 지나서 마땅히 성불함을 얻으리니, 호와 자는 이와 같고 국토는 이와 같고 성문 대중 수와 수명은 이와 같으며, 그 때의 무수한 사람이 이 사람을 따르고 본받아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리라 하거든 이 사람은 부처님 앞에서 수기를 얻고서, 몸이 허공에 오르리니, 높이는 7다라수(多羅樹)일 것이다.'
견의여, 이를 제4 현전에서 수기함이다고 한다."
그 때 견의 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모임 가운데에서도 혹시 보살이 이 네 가지 일로서 수기를 얻는 이가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였다.
"있느니라."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누구이옵니까?"
부처님게서 말씀하셨다.
"이 사자후왕(師子吼王)보살과 낙욕(樂欲) 거사자(居士子)가 이 발심 못하고서 수기를 얻은 이며, 이와 같은 등인 딴 세계의 무수한 보살도 또한 발심 못하고서 수기를 얻은 이들이니라. 또한 있나니, 적멸(寂滅)보살과 대덕법왕자(大德法王子)보살과 만수시리법왕자(滿殊尸利法王子)보살인 이와 같은 한량없는 여러 보살들은 막 발심할 때에 곧 수기를 주었나니, 모두 아유월치에 머무르느니라. 이 가운데에도 또 있나니, 지용(智勇)보살과 익의(益意)보살인 이와 같은 한량없는 여러 보살들에겐 비밀히 수기를 주었나니라.
견의여, 나와 및 미륵(彌勒)과 현겁(賢劫)의 천 보살은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현전에 수기하였느니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希有)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의 수행하는 바는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사오며, 수기함도 또한 가히 사의할 수 없나이다. 일체 성문과 벽지불도 오히려 능히 알지 못하거든, 하물며 그 외 중생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보살의 수행하는 바와 발심한 바와 정진함과 위신의 세력은 가히 사의할 수 없느니라."
그 때 마계행불오 보살의 교화한 바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게 되었는데 하늘 여인은 각각 하늘 꽃을 부처님 위에 흩어 뿌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비밀히 수기 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오며, 저희들은 무생법인을 얻어 현전에 수기하심을 원하옵나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저희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주시옵소서."
부처님은 그 때에 미소(微笑)하시며, 입으로 가지가지 묘한 빛의 광명을 내시어 모든 세계를 비추시고, 도로 정수리[頂]로부터 들어가게 하셨다.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웃으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2백 하늘 여인이 합장하고 여래께 경례(敬禮)함을 보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아난아, 이 여러 하늘 여인은 일찍이 옛적 5백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善根)을 깊이 심었나니, 이로부터 앞으로 가면서 마땅히 무수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 7백 아승기 겁을 지나서는 모두 성불함을 얻으리니, 호(號)는 정왕(淨王)이라 할 것이다.
아난아, 이 여러 하늘 여인은 목숨 마친 후에는 여자 몸을 벗고, 모두 마땅히 도솔[兜率] 천상에 태어나서 미륵 보살께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리라."
그 때 악마는 하늘 여인이 수기 얻음을 듣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스스로 소유(所有)한 권속임에도 자재(自在)함을 얻지 못한 것은 이 수능엄삼매 설함을 들은 까닭이거든 하물며 그 외 듣는 자이오리까. 만약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들으면 곧 다 정해짐[畢定]을 얻어서 불법 가운데에 머무르리이다."
그 때 하늘 여인은 겁(劫)이 없는 마음에서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크게 근심하지 말라. 우리들은 지금에 너의 세계를 벗어 나오질 않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마계(魔界)의 여(如)함이 곧 불계(佛界)의 여(如)함이다. 마계의 여함과 불계의 여함이 둘이 아니요, 다르지 않나니, 우리들은 이 여(如:眞如, 즉 평등한 진리)를 떠나지 아니했기에 마계의 상(相)이 곧 불계의 상(相)이어서 마계의 법과 불계의 법이 둘이 아니며 다르지 않나니, 우리들은 이 법상(法相)에서 나가지도 지나지도 않는다. 마계에는 고정한 법으로서 가히 보일 수 없으며, 불계에도 또한 고정된 법으로 가히 보일 수 없어서, 마계와 불계가 둘이 아니며 다르지 않다. 우리들은 이 법상에서 나가지도 지나지도 않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 모든 법은 결정함이 있지 않다. 결정(決定)함이 없으므로 권속임도 없고 권속 아님도 없느니라."
그 때 악마는 근심과 수심에서 괴로워하여 천상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마계행불오 보살이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디로 가고자 하느냐?"
악마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있던 바 궁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노라."
보살이 말하였다.
"이 대중을 떠나지 않는 것이 곧 이 너의 궁전이니라."
그 때 악마는 즉시 스스로 자기 몸이 본래의 궁전에 있는 것을 보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무엇을 보느냐?"
악마가 대답하였다.
"나는 스스로 자신이 본래의 궁전에 있는 것을 보나니, 좋은 숲과 동산과 못[池]은 이 나의 소유(所有)니라."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가히 그를 가지고 여래께 받들어 올릴 것이니라."
악마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노라."
막 이 말을 하고는 곧 여래와 성문과 일체 대중들이 모두 그 가운데에 있어서 수능엄삼매 설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 때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머무르시는 곳에서 수능엄삼매를 설하셨고, 음식을 보시함이 있으므로 해서 부처님은 도를 얻어 이루셨으니, 이의 두 시주(施主)에서 어느 것이 복이 더 많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처님께 음식을 보시했으므로 부처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고, 먹고 나서 법륜(法輪)을 굴리셨으며, 먹고 나서 수능엄삼매를 설했나니, 이의 셋 보시한 음식은 복이 같아서 차별이 없느니라. 아난아, 나는 어느 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냐.
마땅히 알라. 그 곳은 곧 이 금강(金剛)이니, 과거 미래 현재의 여러 부처님은 모두 그 가운데에서 불도를 이루시고, 머무신 바 곳을 따라서 수능엄삼매를 설하시나니,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며 독송(讀誦)하며, 서사(書寫)하는 곳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라.
아난아, 부처님께 음식을 보시했는데,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시었고, 만일 법사(法師)가 있어서, 보시하는 음식을 얻어먹고서 이 수능엄삼매를 독송하거나 설했다면, 이의 두 보시한 복은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리라.
또 아난아, 부처님은 정사(精舍)에 머무시어, 18 가지의 신통변화로 중생을 도탈하는데, 또한 정사가 있어서 그 가운데에서는 이 수능엄삼매를 설한다면, 이 둘에 시주한 그 복은 다르지 아니하리라."
그 때 아난이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큰 이익을 얻었도다. 능히 궁전으로써 부처님께 보시하여 부처님이 머무르시게 하였도다."
악마가 말하였다.
"이는 마계행불오 보살의 은혜로운 힘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마계행불오 보살은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신력이 자재한 것이 이와 같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그대의 말한 바와 같느니라. 지금 이 보살은 이 삼매에 머물러서 능히 신력으로써 뜻을 따라 자재하여 일체 행(行)과 마계의 행(行)을 시현(示現)하나, 능히 마의 행에 더럽힌 바 되지 않으며, 여러 하늘 여인으로 더불어 서로 즐기는 것을 나타내나, 실로 음욕의 나쁜 법은 받지 않나니, 이 선남자는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마의 궁전에 들어감을 보이나, 몸은 부처님의 회상[佛會]을 떠나지 않으며, 마계에 유희(遊戱)하며 오락함을 보이나, 불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시어 능히 몇 곳에서 자재한 신력을 나타내시나이까? 어지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조금 연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나는 지금 이 수능엄 삼매에 머무르되, 이 삼천(三千) 대천(大千) 세계에서 하노니, 백억 사천하(天下)와 백억 도리천과 백억 수야마천[夜摩天]과 백억 두시타천과 백억 화락천(化樂天)과 백억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내지 백억 아가니타천(阿迦尼陀天)과, 백억 수미산왕(須山山王)과 백억 큰 바다를 삼천대천 세계라 이름하느니라.
견의여, 나는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데 이의 삼천대천 세계에서 혹은 염부제(閻浮提)에서 단나바라밀다[檀波羅密] 행함을 보이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시라바라밀다[尸羅波羅密] 행함을 보이며, 혹은 염부제에서 찬제바라밀다 행함을 보이며, 혹은 염부제에서 비리야바라밀다[毘梨那波羅密] 행함을 보이며, 혹은 염부제에서 선바라밀다[禪波羅密] 행함을 보이며, 혹은 염부제에서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密] 행함을 보이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5통(通) 신선(神仙)이 된 것을 보이며, 혹은 염부제에서 집에 있는 것을 보이며, 혹은 염부제에서 출가(出家) 행함을 보이며, 혹은 사천하에서 두시타천에 일생보처(一生補處)로 있는 것을 보이며, 혹은 사천하에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된 것을 보이며, 혹은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되기도 하며, 혹은 범왕(梵王)이 되기도 하며, 혹은 사천왕(天王)이 되기도 하며, 혹은 야마(夜摩) 천왕(天王)이 되기도 하며, 혹은 두시타 천왕[兜率陀天王]이 되기도 하며, 혹은 화락천왕이 되기도 하며, 혹은 타화자재(他化自在)천왕이 되기도 하며, 혹은 거사(居士)로 나타나기도 하며, 혹은 장자(長者)로 나타나기도 하며, 혹은 다시 소왕(小王)과 대왕(大王)이 된 것을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찰리가 되기도 하며, 혹은 바라문이 되기도 하며, 혹은 보살이 되어 혹은 사천하에서 두시타로부터 인간에 하생하기도 하며, 혹은 태중(胎中)에 들어감을 보이며, 혹은 태(胎)에 있음을 보이며, 혹은 태어나고자 함을 보이며, 혹은 나고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손을 들고 자칭 천상(天上) 천하(天下)에서 오직 내가 높다고 함을 보이며, 혹은 궁중(宮中)에서 채녀로 더불어 함께 있는 것을 보이며, 혹은 출가(出家)함을 보이며, 혹은 고행(苦行)함을 보이며, 혹은 풀을 취하는[取草]것을 보이며, 혹은 도량(道場)에 앉는 것을 보이며, 혹은 마군[魔]을 항복받는 것을 보이며, 혹은 성불(成佛)함을 보이며, 혹은 나무 보는 것을 보이며, 혹은 제석과 범천왕이 법륜 굴리기를 청함을 보이며, 혹은 법륜 굴리는 것을 보이며, 혹은 목숨 버림을 보이느니라.
혹은 열반에 드는 것을 보이며, 혹은 몸을 태우는 것을 보이며, 혹은 전신(全身) 사리(舍利)를 보이며, 혹은 몸을 흩은 사리[散身舍利]를 보이며, 혹은 법이 멸하려고 함을 보이느니라.
혹은 수명이 한량없는 것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수명이 단촉(短促)함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국토의 악도(惡道)이름 조차 없는 것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모든 악도(惡道)있는 것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염부제의 청정하고 엄식(嚴飾)한 것이 하늘의 궁전과 같은 것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아주 나쁜 것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상(上)·중(中)·하(下)인 것을 보이기도 하나니, 견의여, 이것은 모두 수능엄삼매의 자재한 신력(神力)이니라.
보살이 열반에 드는 것을 보이나, 필경 멸도한 것은 아니고, 그리고 삼천대천 세계에서 능히 이와 같은 자재한 신력을 나타내며, 이와 같은 모든 장엄의 일을 보이나니라.
견의여, 그대는 여래를 관찰하라. 이 사천하에서는 법륜을 굴리며, 단 염부제에서는 불도를 이루지 못했으며, 혹은 어떤 염부제에서는 멸도에 드시나니, 이를 수능엄삼매의 들어가는 바 법문이라 이름하느니라."
그 때 모인 가운데에서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과 여러 보살과 큰 제자는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되, '석가모니부처님은 다만 능히 이 삼천대천 세계에서만 이러한 신력이 있고, 딴 세계에서도 또한 이러한 힘이 있을까'하였다.
그 때 만주시리법왕자는 뭇 모인 이의 뜻을 아시고 의심하는 바를 끊으려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의 노닐고 다니던 바는 여러 부처님의 국토이온데, 이 세계 위에 60 항하(恒河)모래 수를 지나서, 그 국토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세계 이름은 일등명(一燈明)이옵니다.
부처님은 그 가운데에서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시기에 나는 그 곳에 가서 머리와 얼굴을 그의 발밑에 대고 예배하며 물었나이다.
'세존이시여, 높으신 호와 자는 무어라 하나이까?'
저 부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석가모니 부처님께 나아갈 지어다. 그이가 응당 그대에게 말해 주실 것이라.'"
세존이시여, 저 부처님의 공덕과 장엄은, 이를 1겁 동안 말하여도, 오히려 다할 수 없고 또한 이보다도 지날 것입니다. 저 국토에는 성문과 벽지불의 이름도 없고 다만 여러 보살 스님만 있는데 항상 불퇴전(不退轉)법륜만을 말씀하시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부처님의 명호와, 일등명 국토에서 법을 강설(講設)하시는 이를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만주시리 법왕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잘 들을 것이요. 공포를 두며 의회(疑悔)를 내지 말 것이니, 무슨까닭이냐? 부처님의 신력은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으며, 수능엄삼매의 세력도 또한 가히 사의할 수 없느니라. 만주시리여, 저 일등명 국토에서 법을 강설하시는 부처님의 호는 시일체공덕자재광명왕(示一切功德自在光明王)이시니라. 만주시리여, 일등명 국토의 시일체공덕자재광명왕 부처님은 곧 이 나의 몸이니, 저 국토에서 부처님의 신력을 나타내어, 나는 저 국토에서 불퇴전 법륜을 말하노니, 이는 나의 숙세(宿世)에 닦은 바 정토(淨土)이니라.
만주시리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나는 한량없고 가[邊]없는 백천 만억 나유타(那由他)인 국토에서 모두 다 신력이 있나니,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능히 알 바이니라. 만주시리여, 이는 모두 이 수능엄삼매의 세력이니, 보살은 항상 한량없는 세계에서 신변(神變)을 시현하나 이 삼매에서 동전(動轉)하지 않느니라.
만주시리여, 비유컨대, 해와 달이 자기 궁전에서 처음 이동하지 아니하고, 일체 성읍(城邑)과 취락(聚落)에 나타나듯이 보살도 이와 같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처음 이동하지 아니하고, 능히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하여 그 몸을 시현(示現)하며, 대중의 좋아하는 바를 따라서 위하여 설법하느니라."
그 때 못 모인 이는 일찍이 있지 아니 하였던 것을 얻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날뛰기를 한량없이 하고 합장하고 공경하였다.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들은 진주(眞珠)와 꽃과 잡색인 묘한 꽃과 가루 향과 바르는 향으로 부처님 위에 흩어 뿌리고 하늘에 있는 바 풍류를 모두 아뢰어 여래와 제자들에게 공양하였다.
또한 각각 웃옷을 벗어서 부처님과 여러 보살에게 올리고, 묘한 색의 꽃이 크기가 수미산과 같은 것과 아울러 뭇 잡향(雜香)과 가루 향과 바르는 향과 보배로운 영락으로 부처님 위에 흩어 뿌리고, 모두 이러한 말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수능엄삼매를 설하는 곳이라면, 그 땅은 곧 금강(金剛)이 될 것이옵니다. 만일 사람이 이 삼매 설함을 듣고 믿어 받으며 독송하며 사람을 위하여 연설하며 놀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도 또한 이 금강일 것이니, 무너지지 않는 인[不壞忍]을 성취하여 믿음에 깊이 머무를 것이며, 부처님의 보호하시는 바이며, 선근(善根)을 두텁게 심었고 큰 선리(善利)를 얻으며, 마와 원적(怨敵)을 항복 받고, 모든 악취(惡趣)를 끊어서 선지식(善知識)의 수호하는 바 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신바 뜻을 이해함 같아서는,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수능엄삼매를 듣고, 곧 능히 믿어 받으며 독송하며 뜻을 풀이하여 사람을 위하여 연설하며 말과 같이 수행하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불법을 얻어 머물러서 필경 결정코 물러가지 않을 것이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고 이와 같다. 그대들의 말과 같나니라. 만일 사람이 선근(善根)을 두텁게 심지 아니했으면, 수능엄삼매를 듣고도 능히 믿어 받지 못하리니, 중생이 수능엄삼매를 듣고 능히 믿어 받는 자는 적고, 중생이 능히 믿어 받지 아니하는 자가 많나니라.
선남자여, 사람이 네 법이 있어야 이 삼매를 듣고, 능히 믿어 받음을 얻으리니, 무엇이 넷인가?
첫째는 일찍 과거 여러 부처님께 이 삼매를 들음이요, 둘째는 선지식의 수호하는 바가 되어 불법을 깊이 좋아함이요, 셋째는 선근이 깊고 두터워서 큰 법을 좋아함이요, 넷째는 몸소 스스로 대승(大乘)의 깊은 법을 증득함이니, 이 네 법이 있어야 곧 능히 이와 같은 삼매를 믿어 받으리라.
선남자여, 또한 원(願)이 만족한 아라한(阿羅漢)과, 바른 견해를 구족한 자와 믿어 행하며 보고 행하는 자인 이러한 사람은 여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므로 이 삼매를 믿으리라.
그러나 자신이 증득하지 못하리니, 무슨 까닭이냐. 이 삼매는 일체 성문과 벽지불의 능히 통달하지 못할 바이다. 하물며 그 외 중생이랴."
그 때 장로(長老)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날 적부터 눈먼 사람이 꿈속에 눈을 얻어서 가지가지 색(色)을 보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여 곧 꿈속에서 눈이 있는 사람으로 더불어 한가지 머무르고 한가지 말하다가 이 사람이 꿈이 깨고 나서는 다시 색(色)을 보지 못함과 같나이다. 마찬가지로 저희들도 또한 그러하여 수능엄삼매를 듣지 못할 때에는 마음에 환희(歡喜)를 품고, 천안(天眼)을 얻었다고 하여, 여러 보살로 더불어 한가지 머무르고 한가지 말하여 의리(義理)를 논설(論說)하였습니다만,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부처님으로부터 이 삼매를 듣고는 그 일을 알지 못한 것이 날 적부터 눈 먼 사람과 같아서 여러 부처님과 보살의 행하는 바 법을 능히 할지 못하오니, 저희들은 지금으로부터는 스스로 보기를 날 적부터 눈 먼 사람과 같다고 하나이다. 부처님의 깊은 법에 지혜가 없어서 세존의 행하시는 바 법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나니, 저희들은 지금으로부터는 여러 보살이 참으로 천안(天眼)을 얻어서 능히 이와 같은 깊은 지혜를 얻은 것을 알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살바야의 마음이 없고서, 누가 마땅히 스스로 나는 이 지자(智者)라 나는 이 복전(福田)이라 이르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고 이와 같나니라. 가섭아, 너의 말한 바와 같아서 보살의 얻은 바 깊은 지혜는 성문과 벽지불의 능히 미칠 바 아니니라."
마하가섭이 이 말을 할 때에 8천 중생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였었다.
그 때 견의 보살은 만주시리 법왕자에게 물었다.
"만주시리여, 말한 바 복전(福田)은 무엇을 복전이라 이름 하나이까?"
만주시리 보살이 말하였다.
"열 가지 법행(法行)이 있어서 복전이라 이름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인 해탈문에 머무르면서, 법의 자리[法位]에 들어가지 않음이요, 4제(諦)를 보고 알면서도 도과(道果)를 증득하지 않음이요, 8해탈을 행하면서 보살 행을 버리지 않음이요, 능히 3명(明)을 일으키면서 3계(界)에서 행함이요, 능히 성문의 형색과 위의를 나타내면서 음성을 따르지 않고, 다른 이로부터 법을 구함이요, 벽지불의 형색과 위의를 나타내면서 걸림이 없는 변재로써 설법함이요, 항상 선정(禪定)에 있으면서 능히 일체 행(行) 행함을 나타냄이요, 정도(正道)를 떠나지 않으면서 사도(邪道)에 들어감을 나타냄이요, 깊이 염애(染愛)를 탐하면서 모든 애욕과 일체 번뇌를 떠남이요, 열반에 들면서 나고 죽음에서 무너트리지 않고 버리지 않음이니, 이 열 가지 법이 있으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진실한 복전이니라."
그 때 견의 보살이 수보리(須菩提)에게 물었다.
"장로 수보리여, 세존께서는 그대를 제일 복전이라 말씀하셨나니, 그대는 이 열 가지 법을 얻었습나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나는 이 법에 오히려 그 하나도 없거든, 어찌 하물며 열이 있겠나이까."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으로써 제일 복전이라 이름하였나이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과 여러 보살 가운데에서 제일 복전이 아니옵니다. 부처님은 나를 성문과 벽지불 가운데에서 제일 복전이라고 말씀하셨나이다. 견의여, 비유컨대 변지(邊地)에 소왕(小王)도 또한 왕이라 이름하나, 만일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변지에 이르면 모든 소왕들은 왕이라고 이름하지 않음과 같나니 그 때엔 오직 전륜성왕만 있을 뿐이니, 성왕(聖王)의 위덕(威德)이 수묘(殊妙)하고 우승한 까닭이옵니다.
견의여, 국토 있는 데를 따라서 성읍과 취락에서 보살이 없는 곳에는 내 그 가운데에서 복전이 된다 하거니와 만일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거나, 큰 보살이 있는 데에는 나는 그 가운데에 복전이라 이름하지 못하나니, 여러 보살은 살바야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 그러므로 나보다 수승하느니라."
그 때 부처님께서 수보리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의 말한 바와 같나니, 이는 증상만(增上慢)이 없는 큰 제자의 말하는 바이니라."
견의 보살이 또 만주시리 법왕자에게 물었다.
"만주시리여, 말한 바 다문(多聞)은 어떤 것을 다문이라 이름하나이까?"
만주시리 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사람이 한 구절의 법을 들을지라도 곧 그 가운데의 천만 억 뜻을 해석하여 백천 만 겁(劫)동안 부연(敷演)하며 해설하되, 지혜와 변재는 가히 다하지 않나니, 이를 다문이라 이름하느니라. 견의여, 만일 시방의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의 말씀한 바를 들으면 모두 능히 받아 지니고, 한 구절도 먼저 듣지 못한 바 있지 않으며, 무릇 듣는 바는 모두 이 먼저의 들은 것이어서, 들은 바 법을 따라서 능히 지니고 잊지 아니하며, 중생을 위하여 말하나 그러나 중생도 없고 몸과 중생과 및 말한 바 법도 차별이 없나니 이를 다문이라 이름하느니라."
그 때 모임 가운데에서 보살인 천자(天子)가 있으니 이름은 정월장(淨月藏)이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아난은 다문(多開) 가운데에서 가장 제일이라고 하셨는데, 만주시리 보살의 말한 바 다문과 같아서는 아난도 지금 혹 이러한 것이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고 아난에게 물었다.
"여래께서는 그대를 다문 가운데에서 가장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그대의 다문이 혹 만주시리 보살의 말한 바와 같느냐?"
아난는 대답하였다.
"만주시리 보살의 말한 바 다문과 같아서는, 나는 이러한 일이 없노라."
정월장이 말하였다.
"부처님은 어찌하여 항상 그대를 다문 가운데에서 가장 제일이라 말씀하셨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이 음성을 따라서 해탈을 얻나니, 이러한 사람 가운데에서 나를 제일이라 말씀하신 것이요, 내가 한량없는 지혜의 바다 비할 수 없는 큰 지혜와 걸림이 없는 변재인 여러 보살 가운데에서 다문 제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니라.
천자여, 비유컨대 해와 달의 광명이 있으므로 염부제(閻浮提) 사람이 모든 형색을 보고 짓는 바가 있는 것과 같아서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다만 여래의 지혜 광명으로써 법을 받아 지니는데, 그 가운데에서 스스로 힘이 있나니, 마땅히 알라. 모두 이 여래의 신력이시니라."
그 때 세존께서 아난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의 말한 바와 같나니, 너의 모든 법을 받아 지니고 외우며 생각함은 마땅히 알라. 이는 여래의 신력이니라."
그 때 부처님은 정월장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의 모든 법을 지니는 것은 아주 적고 외우지 못한 것은 한량없고 가 없느니라. 천자여, 나는 도량(道場)에서 얻은 바 모든 법을 백천억 분의 일도 말하지 못했으며, 내가 말한 바의 것도 아난은 그 가운데에서 백천 억분의 일도 지니는 것이 못되느니라.
천자여, 여래가 다만 하루 낮과 하루 밤 동안 시방 세계의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과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과 천자와 보살인 그 이들로 더불어 설법하되, 지혜의 힘으로써 게송을 지으며, 수다라(修多羅)와 인연과 비유와 중생의 행하는 바 모든 바라밀다를 말하며, 성문과 벽지불승(乘)과, 불(佛)의 위없는 승(乘)과, 대승(大乘)을 포섭하는 법을 말하며, 나고 죽음을 훼자하고 열반을 칭찬하는 것을 가령 염부제(閻浮提) 안에 있는 중생이 다문(多聞) 성취하기를 모두 아난과 같을지라도, 백천(百千) 겁 동안에도 능히 받아 지니지 못할 것이니, 천자여, 이러한 인연으로써 마땅히 알라. 여래의 말한 법은 한량이 없고 가없으며, 아난의 지니고 있는 바는 아주 적은 것이니라."
그 때에 정월장 천자는 즉시 10만 칠보(寶)인 화려한 일산으로써 여래께 받들어 올리니, 그 일산은 즉시 허공에 두루 머무르며, 덮인 바 중생은 모두 금빛이 되었었다. 일산을 받들어 올리기를 마치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의 복으로써 널리 중생으로 하여금 변재와 설법함은 마땅히 세존과 같으며 능히 법을 받아 지니는 것은 만주시리 법왕자와 같게 하여지이다."
그 때 부처님은 이 보살 천자가 불도를 깊이 좋아함을 아시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주시면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
"지금 이 천자는 4백 40만 겁을 지나서 마땅히 부처 됨을 얻으리니, 호는 일보개(一寶盖)요, 나라 이름은 일체중보장엄(一切衆寶莊嚴)일 것이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2백 보살은 해태(懈怠)한 마음을 내었다.
'제불(諸佛) 세존의 그 법은 아주 깊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이와 같이 얻기가 어렵나니, 우리들은 능히 이러한 일을 구족할 수 없다. 다만 벽지불승으로써 열반에 드는 것만 같지 못하겠도다. 무슨 까닭이냐?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보살이 만일 퇴전(退轉)함이 있으면, 혹은 벽지불도 되고, 혹은 성문도 된다'하셨다고 하였다."
그 때 만주시리 법왕자는 이 2백 보살이 해태하여 퇴전할 마음이 있는 것을 아시고, 도로 발기하여 그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려고, 또 이 모임 가운데의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다와 긴나라와 마후라가들을 교화 하려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생각하건대 과거 겁의 이름은 조명(照明)이온데 나는 그 가운데 3백 60억 세상동안 벽지불승으로써 열반에 들었나이다."
그 때 뭇 모인 이의 마음은 모두 의혹을 내었었다.
'만일 열반에 든다면 응당 다시는 도로 나고 죽는 것이 상속(相續)하지 않으리니, 지금 만주시리는 무슨 까닭으로 이러한 말을 하되, 세존이시여, 나는 생각하건대 과거 세상 겁의 이름은 조명이온데, 나는 그 가운데 3백 60억 세상동안 벽지불승으로써 열반에 들었다고 하시는지, 이 일은 어떠함인 것인가.'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의 신지(神旨)를 받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이미 열반에 들어감을 얻었다면, 응당 다시는 나고 죽는 것이 상속하지 않을 것이거늘, 어찌 만주시리는 열반에 들어갔다가 도로 다시 출생하였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만주시리에게 물을지어다. 만주시리는 스스로 응당 너에게 대답해 주리라."
그 때 사리불이 만주시리 보살에게 물어었다.
"만일 사람이 이미 열반에 들어갔다면, 모든 유(有) 가운데에서 다시는 상속(相續)하지 않을 것이거늘,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러한 말을 하되, 세존이시여, 나는 생각컨대 과거 겁의 이름은 조명이온데 그 가운데 3백 60억 세상동안 벽지불승으로서 열반에 들었다고 하시나이까. 이 뜻은 어떠하옵니까?"
만주시리 보살이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현재 계시나니, 이는 일체지자(一切智者)시며, 일체견자(一切見者)시며, 진실한 말씀하시는 자이시며, 속이지 않는 자이시며, 세간의 하늘과 사람은 능히 속일 수 없는 자이시다. 나의 말한 바는 부처님이 스스로 증명하여 아시니, 내가 만일 달리 말한다면, 곧 부처님을 속임이 될 것이다.
사리불이여, 저 때 조명 겁 가운데에 부처님이 있어 출세하셨다. 호는 불사(佛沙)이시니, 세간의 모든 하늘과 사람을 이익하게 하시고서 열반에 드시었다. 이 부처님이 멸도하신 후 법은 10만 세(歲)를 머물렀으며, 법이 멸한 후에도, 그 가운데의 중생은 벽지불에게 제도 될 인연이 있었나니라. 가령 백천 억 부처님이 그를 위하여 설법하신다 하여도 믿지도 받지도 않고, 오직 모두 벽지불의 몸과 위의와 법칙으로써만이 도탈(度脫)을 얻을 수 있었나니, 이들 중생은 모두 한가지로 벽지불 도(道)에만 뜻을 두며 구하였느니라. 이 때에 벽지불의 출현은 없었기에 이 모든 중생은 선근 인연을 심을 곳이 없었다.
나는 그 때에 그를 교화하기 위하여 자칭 나의 몸은 벽지불이라고 하였나니, 모든 국토와 성읍과 취락에서는 모두 나의 몸이 벽지불임을 알았느니라.
나는 그 때에 모두 위하여 벽지불의 형색과 위의를 나타내었나니, 이 모든 중생은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모두 음식을 가지고 나에게 공양하였다.
나는 음식을 받고서 그의 본연(本緣)과 법을 듣는데에 적응할 바를 관찰하여 위하여 해설하고, 몸이 허공에 날기를 마치 기러기와 같이 하였었다.
이 때에 중생은 모두 크게 기뻐하여 공경한 마음으로써 머리와 얼굴로 나에게 예배하고, 원컨대 우리들로 하여금 모두 법리(法利)를 얻는 것이 지금 이 사람과 같게 하여지이다고 하였느니라.
사리불이여, 이 인연으로써 한량없고 수 없는 중생을 성취하여 그로 하여금 선근(善根)을 심게 하였었다. 나는 그 때에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음식을 공양하고는 게으르며 싫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을 관찰하여 알고 즉시 일러 말하였다.
'나의 열반할 시기가 왔느니라.'
백천 중생은 이 말을 듣고는, 각각 꽃과 향과 잡향과 소유(蘇油)를 가지고 나의 처소에 왔었다. 나는 그 때에 멸진정(滅盡定)에 들어 갔으나, 본원력(本願力) 때문에 필경 멸진하지 아니하였다. 이 모든 중생은 나의 목숨이 마쳤다하고, 나에게 공양하므로서 향과 섶으로 나의 몸을 불태우고, 내가 실로 멸도했다고 하였느니라.
나는 그 때에 또 다시 딴 나라의 큰 성중(城中)에 가서, 자칭 나는 이 벽지불의 몸이라고 하였노니, 그 가운데에 중생도 또한 음식으로써 나에게 와서 공양하였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도 열반에 들어감을 시현하였나니, 또한 내가 멸도하셨다고 말하고, 모두 와서 공양하고 한가지로 나의 몸을 불태웠나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나는 그 때에 1소겁(小劫)이 다하도록 3백 60억 세상동안 벽지불 몸이 되어, 열반에 들어감을 보이였고, 큰 성중에서 낱낱 모두 벽지불승으로써 36억 중생을 도탈하였느니라.
사리불이여, 보살은 이와 같이 벽지불승으로써 열반에 들어 갔으나, 영원히 멸도 하지는 아니하였느니라."
만주시리 보살이 이 말씀을 하실 때에 삼천대천 세계가 6종(種)으로 진동하며, 광명은 두루 비추었었다. 천억인 모든 하늘 사람은 만주시리 법왕자에게 공양하고, 하늘의 꽃을 비 내리 듯 하며, 모두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는 참으로 희유(希有)하나이다. 우리들은 오늘에 큰 선리(善利)를 얻어서 부처님, 세존을 뵙고, 또한 만주시리 법왕자를 뵈오며, 또한 이 수능엄삼매 설하심을 들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주시리 법왕자는 이와 같이 일찍 있지 아니한 법을 성취하였사오니, 어떤 삼매에 머물렀기에 능히 이와 같은 일찍 있지 아니했던 법을 나타내나이까?"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만주시리 법왕자는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능히 이와 같은 희유하고 어려운 일을 지었나니 보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신행(信行)을 지으나 그러나 다른 신(信)을 따르지 않으며, 또한 법행(法行)을 지으나, 그러나 법상(法相)에서 법륜을 굴리어 퇴전하지도 잃지도 않으며, 또한 8인(八忍)을 지어서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祗) 겁에 8사(邪)인 자를 위하여 도를 행하며, 수다원(須陀恒)이 되어 나고 죽는 물에 표류(漂流)하는 중생을 위하여 법의 자리에 들어가지 않으며, 사다함(斯陀含)이 되어 그 몸을 세간에 두루 나타내며, 아나함(阿那含)이 되어 또다시 와서 중생을 교화하며,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또한 항상 정진하여 불법을 구해 배우며, 또한 성문이 되어 걸림이 없는 변재로서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며, 벽지불이 되어 인연 있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열반에 들어감을 시현하나, 삼매의 힘인 까닭으로 도로 다시 출생하느니라.
여러 천자여, 보살이 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모두 능히 여러 현성(賢聖)의 행을 두루 행할 것이며, 또한 그 자리를 따라서 설법한 바 있어도 그 속에 머무르지는 아니하느니라."
여러 하늘 사람은 부처님의 이와 같은 의(義)를 말씀하심을 듣고, 모두 다 눈물을 흘리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이미 성문과 벽지불 지위에 들어 갔다면 길이 이 수능엄삼매를 잃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사람이 차라리 오역(五逆)인 중한 죄를 짓고라도, 이 수능엄삼매 설하심을 들을지언정, 법의 자리[法位]에 들어가서 샘[漏]이 다한 아라한이 되지는 아니할 것이오니,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오역 죄인은 이 수능엄삼매를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했기에, 비록 본 죄의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져 있을지라도 이 삼매를 들은 선근을 인연으로 도리어 부처됨을 얻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샘이 다한 아라한은 마치 깨어진 그릇과 같아서 길이 이 삼매 받음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있어 소유(蘇油)와 꿀을 보시하거든, 많은 사람들이 가지가지 그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은 세심하지 못하여 가진 바 그릇을 깨트렸다면, 비록 소유와 꿀을 보시하는 장소에 나아갔을지라도 능히 이익할 바 없고, 다만 스스로 배부르기만 할 것이요. 능히 그를 가지고 돌아 와서 딴 사람들에게 베풀어주지 못하거니와, 이 가운데에 어떤 사람은 완전한 그릇을 가졌다면, 이미 스스로 배부름을 얻고 또한 가득찬 그릇을 가지고, 딴 사람들에게 베풀어주나니 소유와 꿀은 부처님의 정법(正法)이요, 가진바 그릇이 깨어져서 다만 자기만 만족하고, 능히 가지고 와서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주지 못한 것은 곧 성문·벽지불이요, 완전한 그릇을 가진 것은 곧 이 보살이니, 자신도 만족함을 얻고 또한 능히 가지고 일체 중생에게 주는 것이옵니다."
이 때에 2백 천자의 마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퇴전하고자 하는 이들은 여러 천자로부터 이 말을 듣고 또한 만주시리 법왕자의 사의(思義)할 수 없는 공덕과 세력을 듣고서 다시 깊은 마음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며, 다시는 먼저의 퇴전하는 마음을 따르지 않고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위태로움과 해독으로 목숨을 잃는 데에 이를지라도, 이 마음을 놓아 버리지 않겠사오며, 또한 마침내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희들은 이 수능엄삼매를 들은 선근 인연으로 마땅히 보살의 10력(力)을 얻고자 하옵니다.
무엇이 열이냐 하오면, 보리에 마음이 견고함을 얻는 힘이요, 가히 사의할 수 없는 불법에 깊이 믿음을 얻는 힘이요, 다문(多聞)하여 잊지 않음을 얻는 힘이요, 나고 죽는 데에 왕래하면서도 피곤함이 없음을 얻는 힘이요, 모든 중생에게 견고한 대비(大悲)를 얻는 힘이요, 보시하는 가운데에 견고함을 얻는 힘이요, 계(戒)를 지니는 가운데에 무너트리지 아니함을 얻는 힘이요, 욕됨을 참는 가운데에 굳게 받음을 얻는 힘이요, 마(魔)가 능히 무너트리지 못하는 지혜를 얻는 힘이요, 모든 깊은 법에서 믿고 좋아함을 얻는 힘이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중생이 지금 현재이거나, 내가 멸도한 후이거나, 이 수능엄삼매를 듣고 능히 믿으며, 좋아하는 자는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모두 다 이 보살의 10력(力)을 얻으리라."
그 때 모임 가운데에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명의(名意)였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복을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부처님께 공양할 것이요,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부지런히 듣기를 많이 할 것이요, 좋은 곳에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응당 부지런히 계(戒)를 지닐 것이요, 크게 부(富)하고자 하는 자는 응당 더욱 보시할 것이요, 묘한 색신(色身)을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인욕(忍辱)을 닦을 것이요, 변재를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스승과 어른을 공경할 것이요, 다라니(陀羅尼)를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증상만(增上慢)을 떠날 것이요,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바른 생각[憶念]을 닦을 것이요, 낙(樂)을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일체 악(惡)을 버릴 것이요, 중생을 이익하고자 하는 자는 응당 보리 마음을 발할 것이요, 묘한 음성을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진실한 말을 닦아서 할 것이요, 공덕을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멀리 떠나는[染法] 것을 좋아할 것이요, 법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응당 선지식을 친근히 할 것이요, 좌선(坐禪)을 하고자 하는 자는 응당 시끄러운 것을 떠날 것이요, 생각하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사유(思惟)함을 닦을 것이요, 범세(梵世)에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응당 무량(無量)의 마음을 닦을 것이요,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응당 10선(善)을 닦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복덕을 얻고자 하는 자와, 혜(慧)를 얻고자 하는 자와, 좋은 곳에 나고자 하는 자와, 크게 부(富)하고자 하는 자와, 묘한 색신을 얻고자 하는 자와, 변재를 얻고자 하는 자와, 다라니를 얻고자 하는 자와,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와, 낙을 얻고자 하는 자와, 중생을 이익하고자 하는 자와, 묘한 음성을 얻고자 하는 자와, 공덕을 얻고자 하는 자와, 법을 구하고자 하는 자와, 좌선을 하고자 하는 자와 생각하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와, 범세에 나고자 하는자와, 하늘과 인간에 나고자 하는 자와, 열반을 얻고자하는 자와, 일체 공덕을 얻고자 하는 자는 응당 수능엄삼매를 듣고, 받아 지니며,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해 주며, 말과 같이 수행해야 한다고 하옵나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어떻게 이 삼매를 닦나이까?"
부처님께서 명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만일 능히 모든 법이 공(空)하여 장애한 바 없음을 관찰하고 생각생각 멸진(滅盡)하여 미워함과 사랑함을 떠나면, 이를 이 삼매 닦는 것이라 이름할 것이니라. 명의여, 이 삼매를 배움에는 한 일로써만이 아니니, 무슨 까닭이냐? 모든 중생의 심(心)과 심소(心所)를 따르나니, 이 삼매도 이러한 모든 행(行)이 있나니라. 모든 중생의 심(心)과 심소(心所)에 들어감을 따르나니, 이 삼매도 이러한 모든 들어 감[入]이 있느니라. 모든 중생의 여러 근(根)에 들어가는 문을 따르나니, 이 삼매도 이러한 모든 들어가는 문이 있느니라. 모든 중생의 있는 바 명(名)과 색(色)을 따르나니, 이 삼매를 얻은 보살도 또한 약간의 명과 색을 보인다. 능히 이와 같이 알면 이는 이 삼매를 닦은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일체 부처님의 명(名)과 색(色)과 모양과 모습을 따라서, 이 삼매를 얻은 보살도 또한 약간의 명과 색과 모양과 모습을 보이나니, 능히 이와 같이 알면, 이는 이 삼매를 닦는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일체 부처님의 국토 봄을 따라서 보살도 또한 스스로 이러한 국토를 성취하나니, 이를 이 수능엄 삼매를 닦은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명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삼매는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명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일로써 보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는 이는 적고 딴 삼매를 행하는 보살이 많느니라."
그 때 명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미륵 보살은 일생보처(一生補處)로서 세존에 다음 가나니, 응당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리니, 미륵은 이 수능엄삼매를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명의여, 이 여러 보살이 10지(地)에 머무름을 얻고, 일생보처로서 부처님의 바른 지위를 받은 이는, 모두 다 이 수능엄삼매를 얻었느니라."
미륵(彌勒)보살은 즉시 이와 같은 신력(神力)을 나타내었다. 명의 보살과 모든 뭇 모인 이는 이 삼천대천 세계의 모든 염부제에서의 그 가운데에는 모두 이 미륵 보살인 것을 보았다.
혹은 천상에 있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인간에 있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출가한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집에 있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 모시는 것이 모두 아난과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지혜가 제일인 것이 사리불과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신통이 제일인 것이 목건련과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두타(頭陀)가 제일인 것이 큰 가섭과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설법이 제일인 것이 부루나(富樓那)와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비밀한 행[密行]이 제일인 것이 라후라와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계율을 가지는 것이 제일인 것이 우파리(優波離)와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천안(天眼)이 제일인 것이 아나율(阿那律)과 같음을 보기도 하며, 혹은 좌선이 제일인 것이 이바다(離婆多)와 같음을 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일체 모든 제일인 가운데에는 모두 미륵 보살인 것을 보았었다.
혹은 성읍과 취락에 들어가서, 걸식하는 것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설법함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좌선하는 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명의 보살과 모든 대중은 일체 모두 미륵 보살이 수능엄삼매의 신통과 세력을 나타냄을 보고, 보고 나서는 크게 기뻐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진금(眞金)을 비록 다시 단련하고 갈으나, 그 성질은 잃지 않는 것과 같아서, 이 대사(大士)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시험하는 바 곳을 따라서 모두 가히 사의할 수 없는 법성(法性)을 능히 시현(示現)하나이다."
그 때 명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르기를 보살이 만일 능히 수능엄삼매를 통달한다면, 마땅히 알라. 일체 도행(道行)을 통달할 것이며, 성문승과 벽지불승과 불(佛)의 대승(大乘)을 모두 다 통달할 것이라고 하옵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와 같다. 그대의 말한 바와 같나니, 보살이 만일 능히 수능엄삼매를 통달하면, 곧 능히 일체 도행을 통달하리라."
그 때에 장로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르기를 만주시리 범왕자는 일찍 먼저 세상에서 이미 불사(佛事)를 지었고, 도장(道場)에 앉아서 법륜을 굴리는 것을 나타내고, 모든 중생에게 큰 멸도(滅度)에 들어감을 보였다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와 같다. 너의 말한 바와 같느니라. 가섭아, 과거 구원(久遠)인 한량없고 가없는 가히 사의할 수 없는 아승기(阿僧祗) 겁에 그 때에 부처님이 계시였으니, 호는 용종상(龍種上)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시였다.
이 세계에서 남쪽으로 천 불국토를 지나서, 나라 이름은 평등인데, 산과 강과 모래와 자갈과 기왓장과 돌과 구릉(丘陵)과 퇴부(堆阜)가 없고 땅의 평탄하기는 손바닥과 같으며, 부드러운 풀이 난 것은 가릉가(迦陵伽)와 같았다.
용종상 부처님이 저 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처음 법륜(法輪)을 굴리여, 70억 수인 모든 보살 대중을 교화하고 성취하였으며, 80억 사람들 아라한이 되게 하였고, 9만 6천 사람을 벽지불의 인연법 가운데에 머무르게 하였으며, 그 후에는 계속 한량없는 성문인 스님이 있었느니라.
가섭이여, 용종상 부처님의 수명은 4백 40만세(歲)였는데, 하늘과 사람들을 제도하고서는, 열반에 드시니 몸을 나눈 사리(舍利)는 천하에 유포되고, 36억 탑을 세워서 중생들은 공양하였었다. 그 부처님이 멸도하신 후에 법은 7만세(歲)동안 머물렀느니라. 용종상 부처님은 열반하실 적을 당해서, 지명(智明)보살에게 수기(受記)를 주시어 말씀하시되, '이 지명 보살은 다음 나의 뒤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요, 또한 이름이 지명일 것이다'고 하시었다.
가섭이여, 너는 그 때에 평등 세계의 용종상 부처님을 어찌 다른 사람이라고 이르느냐. 이러한 의심을 내지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곧 만주시리 법왕자가 그이였느니라.
너는 지금 또한 수능엄삼매의 세력을 보라. 모든 큰 보살이 이 힘으로써 입태(入胎)하며, 처음으로 태어나며 출가하며, 보리수에 나아가서 도장에 앉으며, 묘한 법륜을 굴리며, 반열반에 들며, 사리를 분포(分布)함을 보이느니라. 그러나 또한 보살의 법을 버리지 않고 반열반에서도 필경 멸도하지 않느니라."
그 때에 장로 마하 가섭이 만주시리 보살에게 말하였다.
"인자(仁者)께서 이에 능히 이와 같이 희유(希有)하고 어려운 일을 베풀어지어서, 중생에게 시현하시나이까?"
만주시리 보살이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기사굴(耆闍崛) 산은 누구가 만든 것이며, 이 세계란 것은 또한 어디로부터 나왔는가?"
가섭이 대답하였다.
"만주시리여, 일체 세계는 물거품으로 이루어진 것이요, 또한 중생의 가히 사의할 수 없는 업과 인연으로부터 나왔나이다."
만주시리 보살이 말씀하였다.
"일체 모든 법은 또한 가히 사의할 수 없는 업과 인연으로부터 있는 것이라, 나는 이 일에 공력(功力)이 있지 않나니, 무슨 까닭이냐? 일체 모든 법은 모두 인연에 속했으며, 주재[主]가 없으므로 뜻을 따라 이루어진 바이다. 만일 능히 이를 알면 그 하는 바는 어렵지 않으리라.
가섭이여, 만일 사람이 4제(諦)를 보지 못하고, 이와 같은 일을 듣고, 능히 믿으며, 아는 자는 이는 곧 어려움이 되거니와, 4제를 보고서, 모든 신통을 얻고, 이를 듣고, 능히 믿는 것은 족히 어려움이 되지 않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몸이 허공에 오르시니, 높이가 일곱 다라수[七多羅樹]였다. 가부좌(跏趺坐)를 하시고 몸에서는 광명을 놓으시어,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일체 뭇 모인 이는 모두 시방의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이 모두 다 이 수능엄삼매를 설하시는데, 더하지도 줄지도 않으며, 다 멀리 들을 수 있는 것을 보았었다.
시방의 여러 부처님도 또한 허공에 오르시니, 높이가 일곱 다라수[七多羅樹]였다. 가부좌를 하시고, 몸에서 광명을 놓으시어,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시었다.
저 세계의 모든 중생도 또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이 허공에 오르시어 가부좌하심을 보았다. 저 뭇 모인 이는 모두 다 꽃을 멀리 석가모니 부처님께 흩어 뿌리었다. 그리고 모두들 여러 꽃이 상공(上空)에서 합해져 화려한 일산을 이루는 것을 보았었다.
이 국토의 보살과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은 모두 또한 꽃을 저 여러 부처님께 흩어 뿌리니, 모두 부처님 위에서 변화하여 화려한 일산으로 되었었다.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은 신통(神通)을 도로 거두시며, 본 자리에 앉으시고,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여래 신통의 힘이니, 중생으로 하여금 공덕이 더욱 더하게 하기 위함이라. 그러므로 여래는 이러한 일을 시현(示現)하시느니라."
부처님이 신통력(神通力)을 나투실 때에 8천 하늘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였다.
또 이 수능엄 삼매를 설(設)하시어 마치려고 하실 때에는 견의 보살과 그 외 5백 보살은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모두 다 시방 세계에 여러 부처님의 있는 바 신력을 얻어 보며, 부처님의 깊은 법에서 지혜 광명을 얻고, 저 10지(地)에 머물러서 부처님의 지위를 받았다. 그리고 삼천대천 세계가 6종(種)으로 진동하며, 큰 광명을 놓아서 세계를 두루 비추고, 천만 풍류는 동시에 함께 들리며, 모든 하늘은 공중에서 가지가지 꽃을 비 내리 듯 하였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이 수능엄삼매를 받아 지니고, 독송하여 널리 사람을 위하여 말해 주라."
그 때에 지수미산정 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난은 지혜와 생각하는 것이 한도가 있사오니, 성문인 사람은 저 음성을 따르는 것이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이 삼매 법보(法寶)로써 아난에게 부촉하시나이까?"
지수미산정 제석이 지성(至誠)을 발하여 말하였다.
"만일 내가 능히 현세와 내세에 이 보배인 삼매를 널리 펴서 유포하는 것이 헛되지 않는다면 이 기사굴 산중의 나무는 모두 다 응당 부처님의 보리수(菩提樹)와 같을 것이며, 그 모든 나무 아래에는 모두 보살이 있을 것이다."
지수미산정 제석이 이러한 말을 하고서 곧 보니, 모든 나무는 보리수와 같고, 낱낱 나무 아래에는 모두 보살이 보였고, 모든 보리수에서는 이러한 말들이 모두 나왔었다.
"지수미산정 제석의 말한 바와 같아서 진실함이었나니 이 사람은 반드시 능히 이 삼매(三昧)를 널리 펴서 유포하리라."
그 때에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은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가령 여래로 하여금 수명을 1겁 동안 멈추어서 딴 일을 하지 않고, 성문법으로써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시되, 낱낱 설법에서 모두 다 처음 법륜을 굴리실 때의 제도한 바 중생과 같을지라도 이 수능엄삼매를 설하시어 중생을 제도하시는 바 이것이 더 수승할 것이옵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이 모든 중생은 모두 성문법으로써 제도한 것이기에 보살법에는 백 분의 일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백천만 억분과, 내지 산수(算數)비유로도 능히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수능엄삼매는 이러한 한량없는 세력이 있어서 능히 모든 보살을 성취하여 불법 구족함을 얻게 하나이다."
그 때에 견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실(實)수명은 얼마이오며, 어느 때에 마땅히 필경 열반에 드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동방으로 이 세계를 3만 2천 불국토를 지나서 나라 이름은 장엄(莊嚴)이요, 이 가운데에 부처님이 계시니, 호는 조명장엄자재왕(照明莊嚴自在王)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신데, 지금 현재 설법하시느니라.
견의여, 조명장엄자재왕 부처님의 수명과 같아서 나의 수명도 또한 다시 이와 같느니라."
견의 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조명장엄자제왕 부처님의 수명은 얼마이옵니까?"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스스로 가서 물어 보라. 자연 응당 그대에게 대답해 주시리라."
즉시에 견의 보살은 부처님의 신력을 입으며, 또한 수능엄삼매의 힘으로, 또는 자기의 선근과 신통의 힘으로 한 생각과 같은 순간에 저 장엄 세계에 이르 러서, 머리와 얼굴로 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 쪽으로 세 번 돌고, 한 쪽에 머물러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수명은 얼마이시며 어느 때에 마땅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저 부처님께서 대답하였다.
"저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과 같아서, 나의 수명도 또한 다시 이와 같느니라. 견의여, 그대는 알고자 하느냐. 나의 수명은 7백 아승지 겁이요,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 때 견의 보살은 마음에 크게 기뻐하여, 곧 사바(娑婆) 세계에 돌아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조명장엄자재왕 부처님의 수명은 7백 아승지 겁이라 하시면서 저희에게 말씀 하시기를, '나의 수명과 같아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고 하셨나이다."
그 때에 아난이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오른 어깨를 치우쳐 벗어 메고, 합장하며 부처님을 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와 같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 뜻을 알기에는 저희는 이르기를, 세존께서는 저 장엄에서 딴 명자로써 중생을 이익하시는 것이라 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난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부처님의 힘으로써 능히 이러한 일을 알았도다. 저 부처님 몸은 곧 이 나의 몸이니, 다른 명자로써 거기에서 설법하며, 중생을 도탈(度脫)하느니라. 아난아, 이와 같은 신통과 자재한 힘은 모두 이 수능엄삼매의 세력이니라."
그 때에 부처님께서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견의여, 이러한 일인 까닭으로 마땅히 알라. 나의 수명은 7백 아승지 겁이니, 그 때에야 마땅히 필경 열반에 들어가리라."
그 때 모인 대중은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 수명이 이와 같이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는 것임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일찍 있지 아니했던 것을 얻었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신력은 지극히 일찍 있지 아니했던 것이오며, 일체 행하시는 바는 가히 사의할 수 없사옵니다. 여기에서는 수명이 이와 같이 짧은 수명임을 보이시나 사실 저기에서는 7백 아승지 겁이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이와 같이 가히 사의할 수 없는 수명을 구족하게 하옵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 또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능엄삼매는 군국(郡國)과 성읍과 취락과 정사(精舍)와 빈숲(空林)에 있음을 따라서, 그 가운데 모든 마(魔)와 마의 인민이 그 기회를 엿보지 못하리라."
또 견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법사(法師)가 있어서 이 수능엄삼매를 서사(書寫)하며, 독송하며 해설하면 사람과 사람 아닌 것에서도 공포가 없을 것이요, 또한 이십 가지 사의할 수 없는 공덕의 분(分)을 얻으리니, 무엇이 이십 가지인가?
공덕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그 지혜[智]를 사의할 수 없음이요, 그 혜(慧)를 사의할 수 없음이요, 방편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변재를 사의할 수 없음이요, 법명(法明)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총지(總持)를 사의할 수 없음이요, 법문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생각하여 뜻을 따르는 것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모든 신통의 힘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중생의 모든 언어(言語)를 분별하는 것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깊이 중생의 좋아하는 바 아는 것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여러 부처님을 보는 것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들은 바 모든 법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중생 교화함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자재한 삼매를 사의할 수 없음이요, 정토(淨土) 성취함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형색이 수묘(殊妙)함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공덕이 자재함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모든 바라밀다 닦음을 사의할 수 없음이요, 불법에서 퇴전하지 않는 것 얻음을 사의할 수 없음이니, 이것이 이십 가지이니라.
견의여, 만일 사람이 이 수능엄삼매를 서사(書寫)하며, 독송하면 이 이십 가지 사의할 수 없는 공덕의 분(分)을 얻으리니, 그러므로 견의여, 만일 사람이 현세와 내세의 모든 이익을 얻고자 할진대, 마땅히 이 수능엄삼매를 서사(書寫)하며 독송하며 해설하며 수행할 것이니라.
견의여, 만일 불도를 구하는 선남자(善男子), 선여인(善女人)이 천만 겁을 부지런한 마음으로 6바라밀다를 수행할지라도, 만일 이 수능엄삼매를 듣고, 곧 능히 믿어 받고 마음에 물러서지 않으며 놀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복이 그 보다 수승하여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거든 어찌 하물며 듣고서 받아 지니며, 독송하고, 말과 같이 수행하여 사람을 위하여 해설함이랴.
만일 보살이 있어서, 부처님의 사의할 수 없는 법을 듣고 놀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려고하며, 일체 불법 가운데에서 현재 요달하여, 스스로 알고,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려고 하거든, 응당 이 삼매를 닦아 익힐 것이니라.
만일 듣지 못한 바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거역하지 않으려고 하거든, 응당 이 수능엄삼매를 들을 것이니라.
이 수능엄삼매경을 설하실 때에 한량없는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며, 또 이 수보다 배나 되는 이는, 아유월치(阿惟越致)의 자리에 머무르며, 또 이 수보다 배나 되는 이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만 8천 보살은 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며, 만 8천 비구와, 비구니는 모든 법을 받지 않으므로 샘(漏)이 다하여, 아라한(阿羅漢)을 얻으며, 2만 6천 우바새와 우바이는 모든 법 가운데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함을 얻으며, 30 나유타(那由他)인 모든 하늘은 성인 지위에 들어감을 얻었었다.
부처님은 이 경을 설해 마치시니 만주시리 법왕자와 견의 보살들인 일체 여러 보살마하살과 및 여러 성문인 큰 제자와 일체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과 건달바와 아수라들과 세간의 인민은,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믿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