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등삼매경(佛說月燈三昧經) 해제
1권으로 이루어진 이 경은 흔히 「월등삼매경」이라 부르며, 같은 이름의 다른 경전들과 더러 흔동되기도 한다. 이 경은 420~478년경 유송(劉宋) 시대 선공(先公, 5세기경)이 한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가 10권으로 한역한 「월등삼매경」의 한 부분, 즉 제5권의 후반 내용과 유사하다. 일설에서는 선공이 한역한 것이 아니라 안세고(安世高, 2세기경)가 한역한 것이라고도 한다. 선공이 따로 한역한 같은 제목의 「불설월등삼매경」은 「월등삼매경」의 제6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특히 이 경은 송(宋)․원(元)․명(明) 3본의 대장경에는 없으며, 고려대장경에만 들어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결국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공(空)이라는 사실을 12인연과 4성제 등을 비롯한 90여 가지 법문(法門)을 통해서 설명하고, 6행법(行法)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삼매의 수행을 통해서 공의 이치를 체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매 수행은 마치 달빛처럼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 준다는 뜻으로 경의 이름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불설월등삼매경(佛說月燈三昧經)
- 일명(一名) 문수사리보살십사행경(文殊師利菩薩十事行經)-
선공(先公) 한역
김두재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노니시며, 큰 비구 대중 5백 사람과 6만 보살과 무앙수(無央數:아승기)의 모든 천인(天人)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이 그 대중들이 모인 가운데에 앉아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童子)여, 보살이 보시(布施)를 행하는 데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 일인가?
첫째는 질투하는 마음을 쓸어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언제나 깨끗한 마음으로 보시를 하는 것이며, 셋째는 수없이 많은 백천 사람의 재물을 빼앗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최상의 오묘함을 끝내 잃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크게 부호하고 귀한 가문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태어나는 곳마다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사부 대중들이 사랑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며, 여덟째는 두려워하는 것이 없어 대중들이 모임에 들어가도 또한 걸림이 없으며, 시방세계에 두루 그 명성이 퍼지는 것이요, 아홉째는 나이 어린 아이처럼 손과 발이 유연한 것이요, 열째는 항상 선지식(善知識)을 좋아하여 마침내는 불수(佛樹:菩提樹) 아래에 앉는 것이니라. 동자여, 이것을 보살이 행하는 열 가지 보시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일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질투를 이미 멀리 제거하여
마음엔 언제나 보시를 좋아하며
가진 것이 아무리 좋아도 끝내 버리니
태어나는 곳마다 부호(富豪)의 집이라네.
태어나는 곳에는 언제나 마음이 즐거우며
보시하기 좋아하고 기뻐하니
중생들이 사랑하는 바가 되어
집에 있던 자 마침내 집을 떠나네.
대중들 모임에서 두려워하는 것 없으며
가는 곳마다 의심도 논란도 없어
그 명성(名聲) 멀리 퍼져서
군국(郡國)은 물론 현읍(縣邑)까지 미치네.
그 사람의 손과 발 언제나 유연하고
얻고자 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아
곧바로 선지식 만나게 되니
모든 부처님과 제자들일세.
끝끝내 다시는 질투하는 마음 내지 않고
언제나 좋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시하기에
아무리 좋은 것 가졌어도 끝내 버리니
이렇게 수행하는 일로 질투하는 마음 없앴네.
큰 부호 집안에 태어나서
그 마음 언제나 기쁘고 즐겁게 보시하며
약간 억(億)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니
보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수행한다네.
선지식 만나서 다시는 어려움 없고
언제나 부처님 뵙고 그 제자 되며
부처님 뵙고 나서 즐겁게 공양 올리니
그렇게 보시하는 사람 이런 수행한다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계율을 지키며 깨끗하게 살아가는 데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그 서원(誓願)을 구족(具足)하는 것이요, 둘째는 부처님의 도를 배우는 것이며, 셋째는 언제나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을 존경하고 즐겁게 따르는 것이요, 넷째는 죽는다 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세속 일을 보고서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나고 죽음을 버리는 것이요, 일곱째는 니원(泥洹:涅槃)을 구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적막(寂寞)하게 행하는 것이요, 아홉째는 삼매(三昧)를 얻는 것이며, 열째는 가난하고 궁색한 행이 없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열 가지 일로서 깨끗하게 계율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소원을 빠짐없이 갖추고
모든 부처님의 도행(道行)을 배우며
언제나 지혜로운 이 존경하기를 즐기고
두렵고 무서운 때가 전혀 없네.
다시는 그 소원 바꾸지 않고
삼가여 모든 행 바꾸지 않으며
언제나 나고 죽음 멀리 여의고
열반의 도 찾고 구하네.
언제나 적막한 곳에서 수행하여
곧바로 삼매를 증득하며
가난하고 궁색한 때 없어서
언제나 지계(持戒)의 품위를 유지하네.
그 사람은 곧 소원을 갖춰 이루니
이 보살은 모든 부처님의 도를 배우네.
지혜로운 이는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지 않나니
그 사람만 이와 같이 깨끗하게 계율 지키네.
굳게 서원 지켜 다시는 어려움 없고
또한 뜻한 바가 끝내 흔들림 없으리.
나고 죽는 수없이 많은 악함 보고는
즉시 버리고 열반도(涅槃道)를 구하네.
그 마음 다시는 생각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그 사람 이처럼 계율 세워 굳게 지키네.
바른 찰토(刹土) 얻기에 불가함 없고
계율이 깨끗한 이 이런 수행한다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인욕(忍辱)을 행하는 데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불로도 태우지 못하는 것이요, 둘째는 칼로도 해칠 수 없는 것이며, 셋째는 온갖 독(毒)도 퍼지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물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이며, 다섯째는 사람 아닌 이들이 보호하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그 몸에 장엄한 모습을 얻는 것이요, 일곱째는 여러 악취(惡趣)를 막는 것이며, 여덟째는 범천(梵天)에 태어남을 얻음이 어렵지 않은 것이요, 아홉째는 밤낮으로 안온(安穩)함을 얻는 것이며, 열째는 그 편안하고 즐거움이 다른 데로 옮겨가지 않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을 보살이 열 가지 일로 인욕에 머문다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불이라도 그 사람 태울 수 없고
칼로도 상하거나 해할 수 없다네.
독으로도 그에게는 시행할 수 없으며
물이라도 빠뜨려 떠내려가게 못하네.
사람 아닌 모두가 그를 보호해주고
서른두 가지 상호(相好)도 얻는다네.
여러 가지 악한 세계 다 막아 없애니
인욕을 행하는 사람 그 덕이 이와 같네.
여러 범천와 제석이 찾고 구하는 것
그 또한 이루기 어렵지 않고
언제나 편안하고 아늑한 행을 얻어서
범상하지 않은 일 모두 깨닫네.
칼이나 불로도 상처를 입힐 수 없고
독(毒) 가운데 걸어가도 해치지 못하네.
여러 하늘․사람․귀신이 보호하니
인욕행을 하는 이에겐 이런 행이 있다네.
몸에는 서른두 가지 상호 얻으니
그 사람 다시는 악한 세계 두렵지 않네.
그러기에 죽으면 곧바로 범천에 태어나니
자비한 마음 베풀면 이런 길이 있다네.
밤낮으로 안온한 행(行)을 얻어
언제나 몸이 안정됨을 좋아하고 기뻐하며
모든 것에 대하여 깨끗한 마음을 지녀
끝끝내 성내는 마음 일으키지 않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정진(精進)에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위신(威神)이 있음이요, 둘째는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해 주는 것이며, 셋째는 사람 아닌 이들이 다 그를 보호해 주는 것이요, 넷째는 법을 들으면 끝내 바꾸거나 잊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아직까지 듣지 못했던 법을 듣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고명(高明)한 지혜를 얻는 것이요, 일곱째는 갖가지 삼매를 증득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죽을 때까지 아무 병도 없는 것이요, 아홉째는 음식을 먹어 안온함을 얻는 것이며, 열째는 부드럽고 연하기가 우담발화[優曇]와 같이 강하지 않은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이 정진행(精進行)을 하는 보살의 열 가지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언제든지 위신력(威神力) 있어
끝끝내 모든 악 범하지 않네.
사람 아닌 모든 이들이 보호해주니
속히 부처님의 도를 이룰 수 있네.
경법(經法)을 들으면 잊지 않고
아직 못들은 것은 얻어 듣기 바라네.
그 사람은 곧 고명(高明)함을 얻나니
정진하는 사람에겐 이런 덕 있네.
갖가지 삼매행(三昧行)을 얻어서
죽을 때까지 질병이 없으며
정진하는 이 지혜 갖추니
그 사람 부처님의 도행(道行) 얻네.
밥 먹을 때에도 안온함 얻어
곧바로 정진 수행하나니
비유하면 물에 핀 우담발화 같이
점점 자라나서 크게 되리라.
깨끗하고 착한 법 이와 같아서
보살로 하여금 점점 자라게 하여
끝내는 보살을 대적할 사람 없으며
하늘의 안락한 곳에 태어나게 된다네.
다타갈(多陀竭)의 정진행(精進行)을
정진하여 수없이 많은 겁 지내니
모든 보살이 근력행(勤力行)을
닦고 봉행함을 모두 말하였네.
그렇게 정진하는 이 위신력 있어
언제나 모든 부처님께서 옹호하시네.
이러한 도행(道行)을 봉행하고 받으니
그 사람은 오래지 않아 부처님 도 얻으리.
들은 것은 끝끝내 잊어버리지 않고
또 다시 나머지 모든 법 얻어 수행하네.
그 사람의 지혜는 점점 자라나나니
정진 수행하는 사람 이런 일이 있다네.
갖가지 삼매 언제나 저절로 늘어나서
마침내 그 사람은 온갖 질병 없으며
그 사람께 음식을 공양하는 이들도
일체를 다 얻어서 안온하게 되리라.
밤낮으로 수행하여 청백행(淸白行) 성취하여
정진 수행하는 사람 쉼이 없네.
그 사람은 오래잖아 부처 되리니
수행 정진하는 사람 존귀하기 이와 같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좌선(坐禪)하는 보살이 수행하는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오로지 머무름을 행하는 것이요, 둘째는 도의 일을 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두렵고 어려운 일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진리로 모든 감관을 바르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탐욕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일곱째는 한결같은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이며, 여덟째는 마군(魔軍)의 경계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아홉째는 부처님의 경계에 머무는 것이며, 열째는 해탈을 증득하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이 좌선하는 보살이 수행하는 열 가지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수행을 멈추거나 바꾸지 않고
곧바로 진리에 머무는 수행한다네.
모든 도에 대한 일만을 오로지 수행하니
그 사람은 바르지 못한 행 버리네.
수행에 전념하여 다시는 집착함이 없어서
모든 감관 이미 다 적정(寂定)해지니
곧바로 안온함을 얻어 기뻐하면서
앉아서 도를 사유(思惟)하는 일만을 수행하네.
그 사람은 이미 애욕(愛欲) 여의고
편안하게 일심(一心)으로 좌선하여
마군 경계 멀리 여읜 까닭에
곧바로 부처님의 경계에 머무른다네.
전일하게 수행하는 사람 이런 가짐 있어서
그만이 혼자 나무 아래에서 즐거워하네.
곧바로 해탈하는 수행 닦아서
열 가지 일의 글귀 얻어 성취하네.
저 보살은 머무른 채 바꾸어 행하지 않고
바르지 못한 행위 모두 버렸네.
부정(不正)한 행 다 버리고 바른 행 즐겨
삼매만을 염(念)하는 이 이런 일 있네.
그 사람은 끝끝내 탐하거나 집착하지 않아
안온함을 행하는 이 어질어 탐하지 않네.
몸과 마음 잘 깨달아 계율 지키니
삼매를 수행하는 사람은 이런 일이 있다네.
공(空)을 닦는 나무 사이에서 두려울 것 없으면
그 사람은 끝끝내 탐욕이나 집착 없다네.
사람 아닌 모든 이들 다 함께 이를 애념(愛念)하니
이처럼 멀리 여의고 혼자만의 수행 바라네.
끝끝내 욕망에 집착 않고 탐하지 않아
이리하여 곧바로 마군 경계 벗어나
편안하게 여래의 경계에 머무르니
그 사람은 해탈하여 삿된 일 다 마쳤다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행함에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일체의 소유한 것들을 다 보시하고서도 바라는 것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다시는 계율을 범하지 않고 계율로써 자신을 꾸미지도 않으며, 셋째는 인욕(忍欲)에 머물러 힘써 사람이라는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정진 수행하고 신명(身命)을 탐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선(禪)을 행하되 선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폐마(幣魔)를 항복시키는 것이요, 일곱째는 아흔여섯 종류의 외도(外道)들이 동요시킬 수 없는 것이며, 여덟째는 자연히 나고 죽음을 아는 것이요, 아홉째는 중생에 대하여 슬픈 마음을 지니는 것이며, 열째는 제자나 연일각지(緣一覺地)를 구하지 않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을 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의 열 가지 일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일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베푸는 것 모두 다 평등하고
그에 대한 보답도 바라지 않네.
경계(經戒)를 보호하고 감히 범하지 않아
생각으로 집착하고 구하는 것 없네.
인욕바라밀과 지혜바라밀 닦아
끝끝내 사람이라는 생각 없으며
사람들 보면 곧 정진함 있어
몸과 뜻과 마음에 집착하지 않네.
일심바라밀과 지혜바라밀 닦아
머무는 곳도 없고 생각도 없다네.
온갖 마군들 항복 받으니
지혜로운 사람에겐 이런 덕이 있다네.
아흔여섯 가지 외도들이라도
결코 동요시키지 못하고
나고 죽음 깨달아 알았으니
지혜로운 사람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모든 중생들의 처소에 대하여
대비(大悲)의 마음과 행을 지니나
제자들과 연일각(緣一覺)에 대해서는
결코 구하여 행할 생각 없다네.
가진 것 다 베풀고도 바람 없으며
계율을 범하지도 않고 악함을 생각하지도 않으며
인욕바라밀 닦아 사람이란 생각 없으니
지혜바라밀 닦는 이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모든 제자들과 연일각에 대하여
끝끝내 구하거나 찾을 생각 없으며
그 사람 불도에 머무름 이와 같으니
지혜바라밀 닦는 이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지혜가 많은 보살이 행하는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악한 세계를 아는 것이요, 둘째는 착한 세계를 아는 것이며, 셋째는 의심스런 일을 깨달아 이해하는 것이요, 넷째는 바른 도를 드러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악한 도를 버리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바른 도에 머무르는 것이요, 일곱째는 감로(甘露)의 법문에 있는 것이며, 여덟째는 보리수[佛樹] 아래에 있는 것이요, 아홉째는 인민들을 위하여 밝은 도를 나타내는 것이며, 열째는 악한 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런 것들이 지혜가 많은 보살이 수행하는 열 가지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일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번뇌[塵勞]를 분명히 알고
이 두 가지 일을 밝게 깨닫네.
그 사람은 이런 번뇌 버리고서
곧바로 부처님 도를 따라 수행한다네.
지혜로워 모든 의혹 깨달아 알고
곧바로 올바른 일 나타낸다네.
악한 세계의 행실 모두 다 버리고
곧바로 바른 도에 머물러 있네.
감로의 법문을 보고 그곳에 머물러
보리수 아래에 앉아서 선정 닦으며
인민들 위하여 바른 법 나타내고
모든 악한 도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네.
무수히 많은 진로법(塵勞法) 밝게 깨닫고
두 가지 일 깨달아 아는 것도 이와 같다네.
그 사람은 곧바로 진로법 버리고
저기에서 최상의 착한 법을 배우네.
모든 사람 위하여 의심난 것 풀어주고
곧바로 착하고 바른 도리 깨닫게 하네.
즉시 악도(惡道)의 일 버려 없애고
지혜가 많은 그 사람 항상 도에 머무네.
언제든지 감로문에 머물러 있으면서
한량없는 세월을 보리수 아래 앉아
무량억(無量億) 사람 위해 밝음을 나타내니
그 사람 마침내 악한 도를 두려워 않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법시(法施)를 존중히 여겨 법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악한 것을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선한 것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정사(政士:菩薩道)를 닦는 것이요, 넷째는 부처님의 세계[刹土]를 깨끗이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보리수 아래에 앉아서 수행하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갖가지 일용품을 보시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여러 가지 번뇌를 항복시키는 것이며, 여덟째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혜를 베푸는 것이요, 아홉째는 자비로운 마음을 행하는 것이며, 열째는 현재에 편안하고 아늑한 마음을 얻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이 보살이 법시를 지니어 존중히 여겨 법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열 가지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착하지 못한 것 다 버리고
여러 가지 착한 일 다 받들어 행하네.
법의 지혜에 머묾을 얻을 수 있으면
마음 언제나 보시하기 좋아하고 기뻐한다네.
저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더없는 최상의 국토를 얻어서
곧바로 보리수 아래 앉아
보배처럼 귀중한 법 보시한다네.
소유하고 있는 것 모두 다 보시하고
곧바로 모든 법왕(法王)을 배워
여러 가지 번뇌를 멀리 제거해 없애면
그 사람은 부처되기 어렵지 않으리.
모든 사람들에게 보시 행하고
언제나 자비한 마음을 닦고 행하네.
그 사람은 질투하는 행위가 전혀 없으니
사람 아닌 신들 안온하게 지켜주네.
지혜 많은 사람은 모든 불선(不善) 다 버리고
그 사람 언제나 착한 데 머물러 있네.
존귀한 법 굳게 지켜 흔들림 없으니
지혜 많은 사람은 언제나 법을 보시한다네.
항상 깨끗한 나라를 얻어
부처님 도의 일만 받들어 수행하며
언제나 보리수 아래 앉아 있으니
법보시를 하는 사람 이런 일이 있다네.
모든 번뇌 다 없애고 대중들께 보시하여
곧바로 제 몸의 일 분명히 깨닫고서
여러 가지 세상일에 모두 해탈하니
그 사람은 마침내 걸리는 일 없다네.
그 사람은 스스로 깨달아 마음 내어서
모든 사람 위하여 이와 같이 보시하니.
마음이 자비한 사람은 질투함이 없어
모든 법을 깨달아 편안해지니 나라는 것도 없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공(空)을 닦는 데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부처님 도를 닦는 것이요, 둘째는 집착 없는 행을 하는 것이요, 셋째는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계법(戒法)을 범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어진 사람을 비방하지 않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다투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얻는 바가 없는 것이며, 여덟째는 혼자서 도를 닦는 것이요, 아홉째는 부처님과 다투지 않는 것이며, 열째는 법을 받아 수행하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을 보살이 열 가지 공(空)을 닦는 일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상인(上人)들 수행하여
가장 높은 세계를 얻었으며
용맹한 사람 저러한 수행으로
모든 곳에 명을 받지 않는다네.
여러 세계에 다 집착하지 않고
선정에 들어 편안하게 앉아서
모든 곳에 태어나기 바라지 않고
모두가 공한 법인 줄 분명히 아네.
끝끝내 다시는 계법을 범하지 않으니
계율 지키며 책망함이 없네.
그 사람 목숨이 다하도록 악을 말하지 않고
다른 어진 사람도 비방하지 않네.
그가 닦는 도는 다툼 없으니
마침내 모든 쟁송(諍訟)이 없어
모든 처소의 일 분명히 알아
그들은 법대로 익히고 닦네.
마침내 그 목숨 잃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세존을 헐뜯지 않으며
모든 법을 쌓고 쌓으니
스스로 보호하여 마음에 두려움 없네.
일체의 모든 세계에
부처님 도는 불가사의하니
곧바로 모든 불법 받들어 지녀
다시는 공(空)한 법을 의심치 않네.
그 사람의 수행은 너무도 절묘하여
머무는 곳에 모든 외도 있지 않으며
선정 닦아 안온하여 집착 없으니
모든 곳에 명을 받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네.
그 사람은 마침내 탐착 없으며
일심을 닦는 사람 생각하는 바 없으니
남도 없고 나도 없는 법을 깨달아
마침내 다시는 원하는 것 없다네.
모든 공한 법의 사리[事]를 밝게 깨달아
뭇 작용에 대하여 끝내 집착하지 않으며
그 사람 마침내 탐착하는 생각 없으니
부처님에 대하여 언제나 깨끗한 믿음 지니네.
그 사람은 끝까지 쟁송하는 일이 없으며
외딴 곳에 수행하는 자 모든 작용이 공적하네.
그 사람은 부처님의 도에 머물러
곧바로 부처님의 모든 법을 지니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외딴 곳에 있으면서 수행할 때엔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깨끗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요, 둘째는 탐욕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이요, 넷째는 믿음으로 수행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혜 있는 이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모든 부처님께 오고 갈 수 있는 것이요, 일곱째는 법을 비방하지 않는 것이며, 여덟째는 적막(寂寞:涅槃)을 닦는 것이요, 아홉째는 조복하여 머무름을 얻는 것이며, 열째는 지혜로써 네 가지 일을 아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을 보살이 외딴 곳에서 수행하는 열 가지 일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침내 애욕(愛欲)을 행하지 않고
언제나 깨끗한 마음 가지며
탐욕이 없는 일 받들어 행하고
외딴 곳에서 일심(一心:禪定)을 닦는다네.
넓은 세간의 밝음만을 생각하더니
그 사람 마음 바꿔 믿음 이루어
지혜에 대하여 하나도 의심 없으니
부처님 지혜는 불가사의하여라.
모든 부처님께 귀의하나니
부처님은 끝끝내 법을 버리지 않네.
그 자리에서 적정행(寂靜行)을 닦아서
곧바로 적멸법에 머무른다네.
그 사람은 곧 일을 알 수 있어서
혼자 나무 아래서 스스로 즐겼네.
재물과 이익 모두 다 버리고
한 곳에 머물면서 도를 닦았네.
그 사람은 깨끗한 마음 가지고
언제나 여러 가지 악한 일 다 버리네.
그 사람 적멸 닦아 더 높은 이 없으니
끝끝내 모든 부처님 지혜 의심치 않네.
그 사람은 부처님의 무상법(無上法)을 생각하고
여러 천중천(天中天)의 수행법 믿으며
다시는 모든 부처님 지혜 의심 않나니
적막을 수행하는 사람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모든 상인(上人)에게 반복(反復)함 있어
끝끝내 모든 법행(法行) 버리지 않고
외딴 곳에서 수행하는 사람은 적막함 있고
한가한 곳에서 수행하는 사람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좋은 진리 적막한 곳 문득 얻어서
여러 가지 증득할 일 빨리 깨닫고
무앙수(無央數) 경전을 항상 알고 설하니
그 사람은 걸림이 전혀 없다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한가한 곳에서 수행할 때에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적막(寂寞)하게 수행하는 것이요, 둘째는 많은 대중들을 멀리 여의는 것이며, 셋째는 다투거나 송사를 벌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성내는 일이 없는 것이며, 다섯째는 모든 작용[行]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남의 범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해탈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일심수행[一心行:禪定波羅蜜]에 편안하게 머무르는 것이요, 아홉째는 해탈을 빠르게 증득하고 밝히는 것이며, 열째는 집착하는 것이 없음으로 인하여 삼매를 얻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을 보살이 한적한 곳에서 존귀하게 닦는 열 가지 일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언제나 적막한 일만을 닦고
곧바로 대중의 모임을 멀리 여의며
마침내 다툼과 송사 없을 때에
혼자서 스스로 수행한다네.
항상 성내는 마음을 갖지 않고
여러 세계에 결코 집착하지 않으며
다시는 다투거나 송사하는 일 없이
한적한 곳에 있으면 이런 덕이 있다네.
문득 적막한 수행 하면서
언제나 외딴 곳에서 수행하고
곧바로 해탈의 일 있으니
빠르게 열반 경계 들어가리라.
가장 한가한 곳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항상 악한 것 버리고 대중들 모임에 가지 않네.
그 사람은 마침내 사람들 일에 끼어들지 않으니
숲속에서 좌선만 하는 이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문득 일체의 나고 죽음 싫어하여
그 사람은 대중들의 생활을 탐하지 않네.
갖가지 두려운 일 있지 않으니
숲속에서 참선하는 사람에겐 이런 일이 있다네.
끝까지 사람들과 다투거나 송사하지 않고
언제나 홀로 적막만을 즐겨 행하며
몸과 입과 마음을 항상 지켜 보호하나니
한가한 곳에서 수행하는 이 그 덕이 무수히 많네.
최상으로 절묘한 해탈의 일 증득하고는
좌선하기 좋아하여 고요한 삼매에 들어있네.
그 사람 숲속에서 적멸행 익히나니
한가한 곳에서 수행하는 사람에겐 이런 덕 있다네.
부처님께서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분위(分衛:托鉢 또는 乞食)를 행하는 데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행위를 알게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공덕을 알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재물이나 이익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스스로 칭송하지도 않고 또한 아첨하는 일도 없으며, 다섯째는 현성(賢聖)의 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니라. 여섯째는 스스로 공덕을 말하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취하여 만족하지 않는 것이며, 여덟째는 다른 사람의 집에 이르러도 기뻐하지도 않고 근심하지도 않는 것이요, 아홉째는 옷과 음식 보시하는 것을 떠나서 법(法)을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며, 열째는 착한 덕에 머물러 아첨하는 일이 없이 모두가 그 법시(法施)를 취하는 것이니라. 동자야, 이것을 보살이 분위(分衛)를 행할 때 머무는 열 가지 일이라 하나니, 좋은 덕에 머물러 아첨함이 없는 것이니라1).”
부처님께서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알게 되기를 바라지 않고
또한 하는 일에 집착하지도 않으며
이롭든 이롭지 아니하든 동등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은 교령(敎令)에만 머무느니라.
현성(賢聖)의 일을 범하지 않고
스스로를 칭송하거나 아첨하는 행동도 하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착함을 말하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악한 일을 말하지 않네.
또한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으며
법을 설하되 의식(衣食)에 마음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기뻐하게 설법하나니
분위(分衛)하는 사람에겐 이런 덕이 있다네.
착하다는 칭찬도 받고 싶어 하거나 명예도 구하지 않고
언제든지 네 현성의 행위에 머물러 있으며
아첨하거나 재물과 이로움 구하지 않으니
교령(敎令)을 받는 사람 이런 일이 있다네.
1) 원나라와 명나라 본(本)에는 ‘좋은 덕에 머물러 아첨함이 없는 것이니라[令德無諛諂]’라고 한 부분이 없다.
스스로를 칭찬하지도 않고 남의 악을 말하지도 않으며
애초부처 악한 일과 욕설을 하지 않네.
남의 공덕 듣고서 늘 기뻐하니
분위(分衛)하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네.
의식엔 마음 없고 법을 보시하기 좋아하고
재물이나 이익을 찾고 구하지 않으며
설법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뻐하니
존귀한 가르침 받은 이에게 이런 일이 있다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에 7만 2천 사람이 무상정진도(無常正眞道)의 마음을 내었고, 만 보살들은 생겨남이 없는 법인(法忍)을 증득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시자 문수사리동자와 그 모임에 있던 모든 중생과 하늘과 용, 세간의 사람들이 다 환희하면서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이 거란 장경[丹藏] 『월등삼매경(月燈三昧經)』은 선공(先公)의 번역본이다. 저 향(鄕)ㆍ송(宋) 두 장경의 경문과는 글의 내용이 너무도 다르니, 어느 것이 누구의 번역인지 알지 못하겠다.
『개원록(開元錄)』을 상고해 보면 이 경전은 두 가지 다른 역본이 있는데, 하나는 한역한 사람은 있고 책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서 후한(後漢)의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한 권으로 된 것이 그것이요, 다른 하나는 한역자도 있고 한역된 책도 있는 것으로서 송(宋)나라 사문(沙門) 선공이 번역한 한 권으로 된 것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가 다 『대월등경(大月燈經)』 제7권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 선공이 한역한 경전의 제목 아래 주(注)에 “다른 이름으로는 ‘문수사리보살십사행경(文殊師利菩薩十事行經)’이다”라고 말하였고, 또한 분량을 지적하여 말하기를 “열 장쯤 된다”고 했는데, 지금 이 거란장경을 살펴보면 처음 6도(度:6波羅蜜)에서부터 마지막 분위(分衛)에 이르기까지 열두 가지 법에 대하여 하나하나마다 모두 열 가지 일[十事]로써 말하고 있고, 또 그 분량에 있어서도 이것은 옛날 책으로 열 장 열두 줄이 되니, 그렇다면 이것이 진정 선공이 번역한 『월등경(月燈經)』임에 틀림없다.
다만 기록에 이르기를 “『대경(大經)』 제7권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살펴보면 제6권 전반부에서 나온 것으로서 여기에서 한 말은 걸맞지 않다. 아마도 고금(古今)의 분권(分卷)이 달랐든지, 아니면 혹 베껴 쓸 때 육(六)자를 칠(七)자로 잘못 쓴 것이니라.